핵심 의혹규명 기대 못미쳐/한보 국조특위 초반활동 점검 및 향방
◎증거부족·모르쇠 답변에 국조의 한계 드러나/“외압 밝히는데 힘써 검찰수사와 차별화” 의지
검찰이 한보 정태수 총회장 일가의 전 재산에 대한 압류조치를 내리고 정씨 3남인 보근씨 사법처리로 방향을 잡자 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위원장 현경대)도 자극을 받은듯 하다.검찰의 발빠르고 칼날같은 수사에 국조특위는 거북이 걸음으로 뒤따라가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현지조사로 45일간의 특위활동에 들어간 국조특위는 포항제철,해양수산부,충남도청,통상산업부,재경원 등을 상대로 한 1주일여의 조사를 펼쳤으나 속시원히 밝혀낸 것이 없다.「한보 비자금 1조3천억원 조성의혹」,「한보매립지 특혜의혹」,「재경원,통산산업부 관리감독소홀」 등 의혹제기나 해당기관에 대한 질책 수준이다.위원들의 고투에도 불구,의혹을 입증할 증거부족,보고기관의 무성의한 답변 등으로 특위의 초반활동은 기대이하라는 평가다.내각제를 포함한 권력구조개편론이 돌출하면서 특위가 관심밖으로 처진 점도 조사활동을 맥빠지게 했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아니오」로 일관하는 한보나 해당기관이 옴짝달싹 못할 증거확보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특위위원인 자민련 이양희 의원(대전 동을)은 『검찰이 한보와 관련된 장부를 모두 갖고 간데다 강제수사권이 없는 국회로선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관련자들의 양심선언이나 제보가 없다면 알맹이 있는 조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인한 셈이다.국정조사와 검찰수사를 명백히 구분시켜 국회만의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역할분담론」도 제기된다.
국민회의 이상수 의원(서울 중랑갑)은 『국회의 조사는 범죄사실을 규명하는 검찰수사와는 그 목적이 다르다』면서 『특위에선 권력층의 정치적 외압을 밝히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특위는 31일 산업은행,4월1일 제일은행 등을 상대로 조사활동을 계속한다.검찰수사에 자극을 받은 특위의 조사활동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4월1일 청와대 영수회담 결과에도 영향을 받아 이래저래 내주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