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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라크전이 남긴 것](4) 중동 민주화 도미노 오나

    사담 후세인 정권의 몰락이 중동지역 다른 아랍국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전후 국제질서의 향방을 점칠 첨예한 관심사중 하나다. 딕 체니 부통령 등 미국내 신보수파들은 새로운 민주 이라크 정부가 수립되면 아랍권에 ‘민주화 도미노’현상이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민주화 도미노론은 아랍 독재국들 가운데 어느 한 나라가 일단 민주정부로 바뀌면 주변정권들도 잇달아 민주정부로 교체될 것이라는 중동 질서 재편 이론이다.나아가 중동 국가들의 친미성향이 제고된 뒤에 아랍과 아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미 보수파의 최고 전략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최근 미국 TV방송들과의 인터뷰에서 “2차 대전 후 일본에서 시작된 민주화가 한국·필리핀·타이완 등으로 확산된 것처럼 이라크가 중동 민주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민주화 대상으로 시리아·요르단·이란·리비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을 꼽는다.왕정과 함께 비민주적 권력 승계나,대량살상무기를 개발·보유하는 것으로지목된 나라들이다.시리아의 경우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30년간 통치한데 이어 2000년 차남 바샤르가 권력을 이어받았다.현재는 생화학 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데다 이라크 지도부에 은신처를 제공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 북한 등과 함께 오랫동안 테러지원국으로 낙인찍힌 나라다.9·11테러 이후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가 이란으로 피신했는데도 이란 정부가 이들을 도우며 미국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랜 왕정으로 민주화의 바람을 가장 두려워하는 나라다. 그러나 아랍권 국가들의 반발과 아랍인들의 반미감정 때문에 미국의 중동재편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아랍국가들은 미국이 친미정권을 통해 석유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이스라엘에 힘을 실어주려 ‘민주화’를 추진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 등도 반대하기는 마찬가지다.민주화과정에서 ‘왕정타파 운동’이 촉발되는 것을 우려하는 데다 9·11테러와 아프간 전쟁 이후 반미감정이 거세져 전폭적으로 미국을 지지하기 어려운 것이다.전문가들도 민주화 도미노론은 이라크를 서구중심적으로 조망한 시각이며,단순한 희망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종택 명지대 아랍지역학과 교수는 “문맹률이 남자 40%,여자 70%에 달하며 중산층도 형성돼 있지 않아 민주화가 정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홍순남 한국외대 아랍어과 교수는 “종전 후 미국이 중동의 에너지 패권을 주도하게 되면 아랍인의 분노와 좌절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민주화가 확산되기보다는 오히려 반미 기치 아래 아랍민족주의가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CEO 칼럼] 이라크 終戰이후가 더 중요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는 “전쟁은 남자에게 여자의 모성과 같은 것”이라며 마치 전쟁에 대한 욕구가 인간의 본능인 것처럼 국민을 현혹했다.또 독일의 군사학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이란 저서에서 “전쟁은 다른 수단에 의해 수행되는 정치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말로 모든 전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려 했다. 이라크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식 저변에는 외견상 드러난 각종 명분 외에 클라우제비츠류(類)의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세계사는 전사(戰史)로 점철돼 있으며,잘 알려진 영웅과 위인의 상당수가 전쟁속에서 탄생했다.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카르타고의 한니발,로마의 카이사르,이슬람의 살라딘(십자군 전쟁),프랑스의 잔다르크와 나폴레옹,영국의 넬슨,그리고 한국의 이순신 등 그야말로 헤아릴 수 없는 영웅들이 전쟁속에서 태어났으며 그들의 용기와 철학,어록은 후세 사람들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영웅이 탄생하기까지는 숱한 비극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칼과창,포연이 난무하는 전장에서 희생된 부하 군인은 물론 무차별적인 포격으로 죽어간 무수한 민간인의 원혼이 항상 승리 뒤의 암영(暗影)으로 남아 있다.따라서 영웅의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진 처참한 실상을 실제로 목도한다면 과연 그 영웅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될지 의문이다.위대한 영웅일수록 그 희생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도 어차피 발발한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하루속히 끝났으면 한다.더 길어지면 파괴와 인명손실이 걷잡을 수 없이 늘어 나중에 승패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예상되는 전후 상황을 철저히 분석해 나름대로 새로운 국제질서에 적응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조만간에 예정된 전후 처리와 함께 새로운 경제전쟁이 벌어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전쟁 시작전부터 항간에서 전쟁의 목적이 원유 확보에 있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돈 점을 보면 전후에 유전개발과 복구사업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국제질서의 재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전쟁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글로벌화가 가속화됐지만 전쟁 찬반을 놓고 국가와 민족간에 갈등을 빚으면서 불편한 대결 구도가 형성돼 앞으로의 국제관계는 민족주의와 이익지상주의가 혼재된 채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틈이 벌어진 미·영과 독·불의 역학관계가 국제사회에 어떤 파급효과를 몰고 올지도 관심거리다. 미국은 벌써부터 연합군 주도로 전후 복구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전쟁 기여도에 따라 국가간 이익 배분을 차등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우리도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현재의 악화된 국내 경제 여건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특히 건설과 함께 중동지역 수출 특수가 예상되는 만큼 각종 복구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전담팀을 구성해야 한다. 현재 우리 경제는 내수부진,수출감소,주가하락,유가상승 등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돌파구를 시급히 마련하지 않으면 불황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전쟁 피해자의 아픔을 같이하는 데 동참하는 동시에 국가 경제와 안보를 튼튼히 하기 위해 국익을 생각하는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임 승 남 롯데건설 사장
  • [이라크전이 남긴 것](1)질주하는 미국의 일방주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압도적인 군사력에 바탕을 둔 ‘힘의 외교’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실질적 위협이 아닌 적의 공격에 대한 ‘우려’만으로도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신(新) 패권주의적 정책을 분명히 드러냈다. ‘팍스 아메리카나’로 불리는 미국의 지배에 의한 평화 정도가 아니라 미국에 도전하는 국가는 무력으로 응징하겠다는 ‘절대권자’의 모습이다.특히 국제사회와 엇박자로 나가면서까지 전쟁을 강행함으로써 미국의 일방통행식 외교·안보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같은 힘의 논리는 ‘신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부시 행정부내 매파에서 비롯됐다.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이 주동이며 더글러스 페이스 국방부 작전차관,리처드 펄 전 국방자문위원장,존 볼튼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엘리어트 에이브람스 국가안보회의(NSC) 중동정책 담당 등이 핵심이다. 체니 부통령은 좌장 격이며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이들을 대표하는 ‘얼굴’이다.미국내 유대인 지지세력과 직간접적으로 결탁됐으며 이라크 과도체제를 이끌 퇴역장성인 제이 가너도 여기에 포함된다.이들은 국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선제공격을 주창한다.9·11테러 이전부터 똑같은 주장을 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발표한 미 국가안보전략(NSS)에도 이같은 정책이 고스란히 담겼다. 통상정책의 경우 미국의 다국적 기업과 농산물을 위한 관세철폐 등 자유무역주의를 지향하지만 속성은 일방주의다.기업의 이익은 부차적으로 본다.이라크 전쟁도 단순히 석유자본을 확보하는 것 이상을 내포하고 있다.냉전체제 이후 미국에 맞서는 경쟁자를 원천봉쇄한다는 전략이다.미국이 중동지역을 장악하면 이곳에 대한 석유의존도가 60∼80%에 이르는 유럽연합(EU)과 중국의 생명줄을 잡는 셈이다. 석유자본의 확보는 단기적으로 미국 기업에 혜택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석유자본을 지렛대로 활용,이들 국가를 미국의 영향권에 둘 수 있다.온건파로 불리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공화당내 중도파들은 위험한 전략이라고 경고했으나 9·11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은 월포위츠 쪽에기울었다.부시 대통령 스스로도 종교적 신념에 따라 일방주의적 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쟁이 미국의 완승으로 조기에 끝나는 쪽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미국의 이러한 정책은 더 탄력을 받게 됐다.전쟁의 걸림돌이 됐던 유엔에서도 미국의 발언권은 더욱 강화될 수 있다.전후 복구사업이라는 눈앞의 이익 때문에 각국도 미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다.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전쟁이 시작됐으나 이제는 국제질서 개편의 칼자루를 미국이 쥔 격이 됐다. 반전 여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시 행정부 내부에서는 여전히 시리아나 이란 등이 이미 차기 목표로 거론된다.이런 가운데 우리의 가장 큰 우려는 역시 북한이 계속 안전지대로 남아 있기는 힘들 것이라는 문제다. mip@
  • 무너진 후세인 / 終戰수순과 과제 / 친미過政 세워 反美 달래기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바그다드가 함락됨으로써 미군은 단기간에 승리를 거머쥐게 됐다.그러나 전쟁을 끝내는 것 못지 않게 중동지역에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일궈내야 하는 문제는 향후 미국이 풀어야 할 최대의 과제이다. 전쟁의 명분을 싸고 시작된 국제사회의 알력과 반목은 이라크 복구사업의 이권을 둘러싼 ‘후유증’으로 재현될 수 있다.미군은 ‘해방군’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랍권은 여전히 ‘침략군’으로 본다.사담 후세인 정권을 몰아낸 게 오히려 아랍권에서는 반미 정서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후세인과 생화학무기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은 전쟁 너머로 보다 큰 ‘산’에 직면해 있다.이는 중동권뿐 아니라 유엔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의 개편과도 맞물려 있다. ●찰라비의장 ‘유대 3인방'이 지원 후세인 정권의 공백을 얼마나 신속하고 안정적으로 메우느냐가 일단 급선무로 떠올랐다.약탈 등 치안부재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도체제의 정부가 필요하다.미국은 이를 위해 이라크 전역의 망명·반체제 인사들이 참석하는 일련의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친미 정권을 내세우려 한다는 점이다.특히 아랍권이 가장 우려하는 ‘친(親) 이스라엘’ 정권의 출범이다.런던에 근거지를 둔 이라크 국민회의(INC)는 미국 매파 가운데 ‘유대 3인방’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더글러스 페이스 국방부 정책차관,리처드 펄 전 국방자문위원장 등이다. 특히 펄 전 위원장은 INC 지도자인 아흐마드 찰라비가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고 석유개발권을 미국에 넘기겠다는 조건으로 그를 적극 지지해 온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개발회사인 핼리버튼의 최고경영자 출신인 딕 체니 부통령은 찰라비의 고향인 나시리야에서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내부 반발로 취소하는 등 석연찮은 면을 드러냈다. 이라크내 찰라비의 인지도가 낮고 부정과 치부로 얼룩진 전력 때문에 자칫 이라크 정파간 분열만 조장시킬 수 있다.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의 선례를 따라 유엔이 중심이 돼 과도정부를 출범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각국의 지원을받는 반체제 인사들이 난립할 경우 이라크의 민주화는 요원할 수 있다. ●아랍권 반미정서 치유 최우선 과제 미국이 이라크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고 믿는 아랍 국가들은 거의 없다.유럽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사회가 이라크의 석유 장악과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가 전쟁의 실질적 이유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 등 주변 왕권체제의 아랍국가들에는 미국식 민주주의가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이라크 북한 등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된 이란은 ‘민주정권’이라는 역풍을 우려한다. 무엇보다도 미군이 안보상의 이유로 장기간 군정을 실시할 경우 이슬람권에 대한 기독교 세력의 침략으로 비춰질 수 있다. ●부시 戰後 재건 유엔역할 강조 미국이 이라크의 유전을 노린 게 아니라면 향후 전후 복구 사업을 독식할 필요는 없다.전쟁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프랑스 등 반전국가를 이라크 재건에서 제외시키는 것 역시 미국의 속셈을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감정 때문에 국제사회의 질서를 도외시하겠다는 의도일수밖에 없다. 때문에 부시 대통령은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전후 재건에 유엔의 ‘결정적 역할’을 강조했다.그러나 구체적인 내역은 밝히지 않아 정치·외교적 역할에서 미국의 주도권까지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미국이 단기적으로는 전비 분담을 위해 유엔의 틀에서 움직이겠지만 실속을 챙긴 뒤 장기적으로 유엔의 기능을 미국의 뜻에 맞게 개편할 수도 있다.이 경우 국제사회는 2차 대전이후 최대의 외교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mip@
  • 부시의 전쟁 / 전문가들이 분석한 이라크전 戰略

    이라크 전쟁이 결정적인 국면에 접어들었다.전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이제 바그다드 함락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전문가들로부터 이번 전쟁의 전략적 특징과 전후의 국제관계 전망 등을 들어봤다. ●이춘근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 미·영·호주 연합군과 이라크군 간의 전쟁이 시작된 지 3주일째로 접어들고 있다.전쟁 초기 연합군의 첫번째 공격은 F-117 스텔스 전투기 단 2대,크루즈 미사일 40발을 가지고 두 개의 목표물을 집중적으로 강타하는 전략이었다.두 개의 목표물이란 현지 스파이가 알려준,후세인과 각료들이 회의를 하고 있던 중으로 알려진 건물이었다.미국은 이를 ‘참수공격’(斬首攻擊·Decapitation Attack),문자 그대로 목을 자르는 공격이라고 묘사했다.그 이후 진행된 공격 역시 이라크의 전쟁 지휘부를 파괴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10년 전 걸프전쟁 당시 미국 및 다국적 연합군은 후세인의 공화국 수비대를 이라크의 힘의 중심으로 설정하고 이를 철저히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기대와 달리 후세인 정권이 건재한것을 보고 미국의 전략이론가들은 걸프전쟁의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미국의 전략가들은 독재국가의 경우 힘의 중심은 그 나라의 군사력이 아니라 그 나라의 독재자 그 자신이라고 가정하기 시작했다.2001년 9·11 테러는 국가보다 오사마 빈 라덴,후세인 등 개인을 새로운 힘의 중심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전쟁을 할 경우,특히 테러를 지원하는 독재국가와 전쟁할 경우 그 나라의 군사력이 아니라 애초부터 그 나라의 지도자를 공격 표적으로 삼는다는 미국의 전략이 확립되었고,이번 이라크 전쟁은 새로운 전략이론을 사상 최초로 현실에 적용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월남전 당시 미국은 월맹의 수도 하노이 주위에 반경 수십 ㎞의 원을 그려 미국 전폭기들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놓을 정도였다.이제 더 이상 그런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라크 지도부,즉 후세인과 후세인을 지지하는 일부 세력을 대상으로 하는 전쟁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은 기왕의 전략론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상당히 많다.전쟁을 개시한 3월20일 당시 이라크 현장에 전개 가능한 연합군 병력은 미군 20만,영국군 4만,호주군 등 합해서 30만명에 미달하는 군사력이었다.이처럼 적은 병력을 가지고 전쟁을 개시한 것은 바로 새로운 전략 때문이다.바그다드까지 진격해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는 것이 전략 목표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에서 점령이라는 개념은 없다.국토 면적이 남한의 4.5배가 되고 군사력이 40만이나 되는 나라를 점령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30만명 수준의 병력으로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이라크 전쟁은 군사전략에서도 특이하지만 전쟁의 파급 효과 역시 큰 충격을 초래할 전쟁이다.이미 워싱턴 포스트는 이번 전쟁을 ‘세계질서 재편전쟁’(World Reordering War)이라는 용어로 표현한 바 있다.평자들마다 생각이 달라 미국의 몰락이 시작되었다고 보는 이도 없는 바 아니지만,이번 전쟁은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재편하는 전쟁이 틀림없다.이번 전쟁을 적극 지지하는 미,영,스페인,호주,일본과 이 전쟁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이지정학적으로 각각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을 반영한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해양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자유무역,개방성 등을 국가 발전 및 국민 생활의 원동력으로 생각하는 속성이 있다.대륙국가는 어느 정도 관료적·고립적·폐쇄적 속성을 보인다.보다 개방적인 국가들이 테러위협에 더 민감할 것이다. 이 전쟁이 끝나면 곧바로 한반도가 국제긴장의 초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그러나 지난 6일 미국의 월포위츠 국방차관은 북한의 경우 이라크와는 상황이 판이하고,판이한 상황에는 다른 전략이 적용된다고 말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이라크 전쟁이 앞으로 미국의 국제전략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광건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번 미국의 대 이라크전 수행 과정은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군사전에서 미국에 맞설 나라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특히 이번 전쟁은 미국의 육군과 해군,공군,해병대,특수부대 그리고 중앙정보국(CIA) 등 6개 분야가 완벽한 공조를 통한 군사작전이라고 할 수 있다.그동안 합동능력을 배양해왔다고 한 주장이 이번 전쟁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10년 전에 발생한 걸프전은 초기 정보전쟁 단계의 전투이고,이번은 명실상부한 정보화시대의 전쟁이다.인공위성 등을 통한 정보 획득과 정밀유도 무기 등의 사용으로 전력은 10년 전에 비해 6∼10배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이번 전쟁은 대 테러전 일환으로 1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란 점도 특징이다.따라서 이라크전 이후 미국의 정책은 이란을 겨냥할 것으로 관측된다.미국이 전열을 재정비하는 데 즉 탄약을 채워넣고,정밀 유도 무기를 생산·장착하고 군부대가 다시 이동하기까지는 1년은 걸린다.3단계 작전을 위해서 미국은 그 기간동안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미국은 다음 타깃이 북한이든 이란이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당분간은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노계룡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지난 걸프전은 미국이 군사혁신을 통해 자신들의 전력을 해·공군 위주로 바꾼 이후 실시한 ‘전력 실험’이었다고 한다면,이번은 이같은 변화된 전력의 철저한 ‘적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대량살상무기의 경우 국제여론 때문에 사용을 다소 자제했지만 웬만한 무기는 다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대표적인 특징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한 전쟁인 탓에 전후 질서유지가 굉장히 복잡할 것이라는 점이다.예컨대 독일이나 프랑스,러시아의 경우 전후의 정권을 유엔측에 넘기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으로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이와 함께 유엔의 기능도 앞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이를테면 러시아가 체첸공화국에 대해 무자비한 테러를 가한다 해도 미국이 목소리를 높이긴 어려울 것이다. 정리 이도운 조승진기자 dawn@
  • [대한포럼] ‘오만한 제국’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가 불타고 있다.미국의 공격으로 거대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지옥의 불길처럼 솟아오르고 있다.바그다드의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을 때 지구촌 곳곳에서는 격렬한 반전시위가 벌어졌다.이라크 공격은 미국의 일방주의적 오만함의 하이라이트다.‘미국은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하는 오만한 제국(Arrogant Empire)으로 낙인찍혔다.’고 뉴스위크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바그다드의 화염은 불안한 국제질서의 전조일지 모른다.국제적 합의나 명분·도덕은 무시되고 자국 이기주의와 힘의 논리가 지배할 것으로 우려된다.냉전시대와는 반대로 미국이 위협의 대상이 되고 세계가 다시 분열되는 국제질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냉전시대 자유세계의 최대 위협은 소련이었다.그렇지만 냉전시대에는 그 나름의 독특한 국제질서가 작동했다.미·소의 힘이 서로 견제하고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공존했다.그러나 냉전이 끝나며 국제질서의 권력구조도 바뀌었다.냉전이라는 분열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통합의 시대가 열렸다.통합의 구심력은 시장경제와 자유 민주주의였다.미국 주도의 세계화는 통합을 가속화시켰다.인터넷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정치·경제·문화 등 각 분야에서 막강해졌다.세계화는 곧 미국화로 통했다.그러나 이라크 전쟁으로 세계는 다시 분열하고 있다.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전통적 우방인 프랑스·독일 등 유럽국가들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국 기준의 도덕주의를 바탕으로 세계를 선과 악의 2분법으로 나누고 있다.미국이 선한 천사의 편이므로 미국에 줄서야 한다고 강요한다.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라는 ‘악’을 공격하는 것은 신의 뜻이라고 말한다.미국의 헤게모니는 선이며 미국적 가치가 정의라는 일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미국의 일방적인 공격은 이라크를 제압할 것이다.그러나 그것은 이라크 문제의 미국적 해결이다.미국의 승리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에는 ‘충격과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이러한 두려움은 미국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국가이기 때문에 더 크다.‘미국은 지구 위에 걸터앉은 거대한 괴수와 같다.’고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보도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어떤 세력이 지배적인 힘을 가지면 다른 나라들이 연합했다.20세기 전반에는 독일이,20세기 후반에는 소련이 견제 대상이었다.그러나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을 견제하는 연합세력은 없었다.그런데 소련과 공산주의라는 자유세계 공동의 위협이 사라지고 미국의 일방주의가 오만해지며 반미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오늘의 반미는 과거와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과거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일부 반미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지지했다.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국을 지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위험한 모험이 되고 있다.반미주의자들의 ‘길거리 권력’이 강력해졌기 때문이다.미국의 맹방인 터키 국회의원들은 반미여론 때문에 미군의 터키 기지 사용을 거부했다.노무현 대통령의 당선도 반미성향의 젊은 네티즌에 힘 입은 바 크다.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반미주의로 인기 높은 강력한 지도자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이러한 세계적 흐름을 감안해 인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각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외교정책을 펴야 한다.미국의 오만함이 계속되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아무리 미국의 힘이 막강하다 해도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이나 테러 등 다양한 문제를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바그다드의 화염은 결과적으로 미국에 악마의 불길이 될 수도 있다. 이 창 순 cslee@
  • 부시의 전쟁/ 전쟁이후의 국제질서...유엔체제·EU 지각변동 기로에

    이라크전쟁이 어떤 결과로 끝나든 이번 전쟁이 향후 국제질서를 크게 뒤바꿔놓을 것은 틀림없다. 뒤바뀔 국제질서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중심을 떠맡았던 유엔 체제가 계속 지속될 수 있을지 여부와 냉전체제에서 동맹관계를 유지했던 미·유럽 관계 및 하나로의 통합을 지향하고 있는 유럽 각국간 유대관계가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이라크 위협' 입증땐 유엔 약화될듯 이라크전쟁을 둘러싸고 유엔 체제를 뒤흔든 것이나 미국과 유럽간 동맹체제에 균열을 부른 것은 모두 미국의 일방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가 향후 국제질서 재편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그리고 이는 이라크전쟁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쟁 자체가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의 거듭되는 반대와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전쟁을 밀어붙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이같은 모든 반대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않으면 안 되는 입장이다. 즉 전쟁 기간 및 무고한 이라크 민간인들과 참전 군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미국이 주장해온 이라크 보유 대량파괴무기의 위험성을 완벽히 입증하지 못하면 전쟁의 승리와는 관계없이 그가 일으킨 전쟁은 실패였다는 평가를 들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라크전 자신감에 北공격할 수도 부시의 희망대로 전쟁이 이른 시일 내에,큰 피해없이 끝나고 이라크가 숨겨둔 대량파괴무기들이 발견돼 이라크의 위협이 사실이었음을 밝혀낸다면 그는 ‘전쟁광’에서 인류의 위험을 제거한 지도자로 바뀔 수 있다.유엔 무용론을 내세워 미국의 일방적 독주를 더욱 가속화할지 모른다. ‘악의 축’으로 지명된 북한과 이란을 목표로 이라크와 같은 강제 무장해제에 나선다는 유혹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이라크전쟁 성공이 가져다준 자신감은 실제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북한에 대한 무력행동에 나서게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독주는유엔의 존립 바탕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또 이라크전 반대에 앞장섰던 다른 나라들의 반발을 증폭시킬 것이다. 그 과정에서 미·영을 중심으로 한 전쟁 지지국들과 프랑스·러시아·중국·독일 등 전쟁 반대국들간 대립과 갈등은 더욱 심화돼 새로운 국제질서 재편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쟁 길어지면 유엔 중심 되찾을듯 그러나 이라크전쟁이 부시의 희망대로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화하고 인명피해가 커진다면 국제 반전 여론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부시에 대한 지지가 크게 떨어지면서 그의 재선가도에 위협을 가할 수도 있다.전쟁 발발과 함께 부시가 자신의 대통령직을 건 도박을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렇게 되면 미국의 일방주의는 제동이 걸릴 것이다.내키지는 않겠지만 미국으로서는 유엔 체제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마찰을 빚었던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 회복에도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라크전 발발을 둘러싸고 패인 균열을 완전히 메우기는 힘들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모두동맹우호관계의 중요함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체제의 틀을 대체적으로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국제질서 재편의 길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유세진기자 yujin@
  • 부시의 전쟁/ 본사 명예논설위원 각국 중동전략 분석- ‘석유이권’ 염두 반전국 입장 변화

    미국은 이라크전과 관련,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후세인 정권을 교체해야 하며,이에 따라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하지만 이번 전쟁의 저변에는 미국을 비롯,주요 국가들의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략적 이해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개전과 함께 미국의 승리에 따른 세계 석유시장의 재편 등이 예상되자 프랑스 등 ‘반전파’ 국가들의 태도도 실리를 좇아 바뀌고 있다. 대한매일 명예논설위원이자 군사전문가인 국방연구원(KIDA)의 김재두·심경욱 연구위원의 분석을 토대로 각국의 전략적 의도를 분석한다. ●이번 전쟁은 에너지전쟁 미국이 행하는 군사행동의 궁극적 목적은 국제질서를 주도하기 위한 기반 강화다.세계 경영전략 차원에서의 ‘미국식 접근법’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군사행동은 국제 에너지 수급체계의 주도권 확보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즉 이라크의 유정과 함께 중동 이외의 최대 에너지 자원의 보고인 카스피해 연안의 자원개발까지 포함된포괄적인 이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면서 이라크가 스스로 유정에 방화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것도 유정 개발권 확보를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심경욱 연구위원은 “이번 전쟁은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정치·군사·경제적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복합적인 성격을 갖고 있지만,본질은 석유나 경제,에너지 전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등도 석유가 관심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던 국가는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의 반대는 이라크와 카스피해·아프리카 등으로 이어지는 지역에서의 에너지 수급 체계에서 미국에 밀릴지 모른다는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라크의 유정 개발권은 프랑스와 러시아가 전체의 약 80%를 갖고 있다.중국과 독일도 나머지 약간씩을 보유하고 있다.이들 국가의 반전 분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라크와 함께 아프리카 사하라사막 이남은 인류의 마지막 남은 자원의 보고로 전통적으로 프랑스의 입김이 강했으나 최근 미국의 위상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사하라사막 이남 44개국 중 33개국에 미국이 군사원조를 해주고 있다. 2001년 인류가 발견한 80억배럴의 유정 가운데 70억배럴이 서아프리카 지역에 밀집해 있고,탐지된 즉시 미국의 군사기지가 들어선 것도 이를 방증한다. ●태도 바꾸는 반전국들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이 전격 전개되자 미국의 반대편에 섰던 강대국들의 입장이 달라지고 있다.전쟁이 미국의 승리로 끝날 것이 뻔한 상황에서 향후 석유시장과 관련,득실을 따지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때 ‘반전 스타’로 떠올랐던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20일 미국에 전쟁 중지를 요구하는 대신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고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해 달라.”고 주문했다.앞서 19일 장 다비드 레비테 미국주재 프랑스 대사는 아예 이라크가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편에 서서 싸울 것”이라고 참전의사까지 밝혔다.실제 프랑스는 오래 전부터 핵항모 샤를 드골호를 지중해에 대기시켜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개전 직후 미국에 전쟁 중단을 촉구했지만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기는 마찬가지다.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20일 유엔 안보리 참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미국은 향후 적이 아닌 파트너로 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사실상 군사공격을 묵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김재두 연구위원은 “냉전시대까지만 해도 국가간의 동맹관계가 지정학적 이념에 따라 결정됐지만,9·11테러 이후에는 ‘경제 동맹’이 이를 대신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부시의 전쟁/ 이라크전 성격 미국내 논란 - 이라크 해방? 新제국주의?

    |워싱턴 백문일특파원|전쟁은 시작됐다.그러나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주장한 것처럼 미군은 ‘이라크 해방군’이 될 자격이 있는가.역사는 이번 전쟁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누가 먼저 침공했느냐는 전쟁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목적,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그리고 새로운 질서의 개편이 관건이다.이런 문제들을 놓고 미국내 여론주도층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새로운 제국주의의 등장인가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삼는다.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에 맞선 ‘자위적’ 공격으로 간주한다.그러나 근본적인 속성은 21세기 ‘신(新) 제국주의’ 등장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레온 퓨어스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20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미국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부시 행정부는 ‘제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제공격을 정당화한 ‘부시 독트린’은 앞으로 국제법을 대신하게 됐으며 어떤대통령이든간에 미국이 위협받게 됐다고 말하면서 다른 나라를 언제든지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지난달 27일 외교관직을 사임한 존 브래디 키슬링 그리스 주재관도 콜린 파월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이번 전쟁의 속성을 제국주의에 바탕을 둔 ‘이기주의’로 불렀다. 그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와의 전쟁을 강행하는 것은 20세기 초 미 윌슨 대통령 이후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국제사회에서의 ‘합법성’을 스스로 깨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키슬링은 국내 정치와 관료주의적 잇속 때문에 국제사회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지만 여론과 정보를 조작해 테러리즘과 이라크를 연계시킨 것은 미신과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파괴시킨 옛 러시아 제국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종교와 돈의 전쟁인가 20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사설에서 이번 전쟁은 시작이 아니라 1990년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마무리하는 전쟁이라고 강조했다.친 기업성향의 부시 행정부를 적극 옹호하는 이 신문은 이라크가 알 카에다를 지원한 점은 분명하며 오사마 빈 라덴이 9·11테러를 자행한 것도 ‘지하드(성전)’에 입각해 12년간 사담 후세인에 대한 미국의 봉쇄정책의 직접적 결과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12년간의 전쟁’이 끝나면 이슬람의 신성한 지역에 미군을 배치했다고 주장하는 이슬람 극좌파들의 주장은 타격을 받을 것이며 아랍과 이슬람 지역에 민주적 정부가 들어설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미국이 종교적 편견이나 석유,지역패권 등의 이유에서가 아니라 아랍의 자유를 위해 나섰다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로버트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도 20일 기고에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강행하는 배경으로 부시 대통령의 ‘구세주적’ 견해,무력으로 미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전시 내각의 참모들,이라크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에 대한 유혹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딕 체니 부통령은 9·11테러가 발생하기 이전인 2001년 8월 국가에너지 전력보고서를 통해 “걸프 지역에서의 석유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허버트는 이라크에는 수십억 달러의 사업성이 있다고 말하는 게 결코 ‘매국적’ 언사가 아닌 현실이라고 말했다.미 언론들은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면 석유산업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초기 전리품은 기업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질서의 개편을 예고하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않고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2차 대전 이후 유엔 등을 중심으로 유지돼 온 국제질서의 근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통과된 1차 결의안만으로도 ‘군사행동’의 명분을 얻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프란시스 보일 일리노이대 국제법 교수는 걸프전 당시에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맞서 유엔이 미국의 군사행동을 승인했으나 지금은 군사행동을 뒷받침할 명분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안보리의 승인이 없는 전쟁은 국제법상 ‘불법’이며 주권국가에 대한 침략이라고 밝혔다.국제전범재판소(ICC)가 미국의 고위 관리들을 범죄행위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웨슬리 클라크 전 나토주둔 미 사령관도 동맹국에 ‘아군’과 ‘적군’의 개념을 강요해서는 안 되며 군사행동은 국제법에 부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전쟁이 끝나면 미국은 일단 유엔 체제로 들어와 이라크의 복구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2004년 2차 집권에 성공하면 장기적으로 유엔의 기본적 틀을 바꾸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역할도 전쟁을 계기로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프랑스는 이라크 전쟁시 터키를 보호하기 위해 나토가 나서야 한다는 요청을 거절했다.1966년부터 나토 통합군이 되기를 거부한 프랑스가 나토 탈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대신 프랑스는 유럽연합(EU)에서 반미 기치를 내세워 정치적 맹주 자리를 노릴 수도 있다. mip@
  • 美, 이라크 공격 진짜 속셈은, 석유·패권주의가 최대 전리품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은 왜 기필코 이라크를 치려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과 분석은 숱하다. 석유자원 확보,테러와의 전쟁,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대리전,초 강대국의 자만심,2004년 대선전략,구세주적 가치관,유대인들의 음모,신 제국주의 등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러나 가장 유력한 가설은 역시 ‘돈’이다.석유 전쟁이니,지역 패권주의니 하는 바탕에는 달러가 있다. 한마디로 미 기업의 배를 불리려는 구실이다. ●공식적 이유는 테러와의 전쟁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대테러 전쟁을 선언했으나 미국의 세계적 지배를 노린 극우 강경세력들의 입김이 작용해서다. 이라크는 이전부터 미국의 ‘먹잇감’이었고 9·11 사건은 이를 실천하기 위한 하나의 계기였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부시 행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이라크는 대량살상무기를 가졌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테러세력과 연계됐다.9·11의 배후와도 무관치 않다. 테러세력에게 대량살상무기가 들어갈 수 있으며 미국에는 직접적인 위협이다. 따라서 공격을 받기 전에 먼저 이라크를 무장해제해야 한다.그러나 무기사찰을 통한 평화적 수단은 한계가 있다. 이라크가 스스로 하지 않는 한 군사행동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유엔이 허수아비가 아니라면 미국을 지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고개를 젓는다. 미국이 ‘팔을 비트는(arm twisting)’ 외교전쟁으로 안보리 상임 이사국을 압박하지만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는 아프리카 3개국과 파키스탄 등이 손을 들어줬을 뿐이다. 결국 13일까지 2차 결의안에 필요한 9개 이사국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부시 행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에너지 통제권 확보 명분 시인 ‘세계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 확보’라는 말로 둘러댔지만 사실상 미국으로의 안정적 공급을 겨냥한다. 2001년 딕 체니 부통령이 주도한 국가에너지 전략보고서는 “걸프지역에서의 석유 접근권을 확대하기 위해 군사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체니 부통령이 미국의 석유 메이저인 엑손 모빌,쉐브론 텍사코,코노코 필립 등과 비밀 회동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체니 부통령,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전시내각 핵심이 석유회사 주주나 경영진 출신이라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 석유회사들은 2000년 대선에서 부시 캠페인에 2670만달러,지난해 중간선거에서 1800만달러를 기부했다. ●佛·러 석유 기득권 위해 反戰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은 1120억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 2618억배럴에 이어 세계 2위다.잠재적 매장량 2000억배럴까지 포함하면 명실공히 세계의 보고다. 전쟁비용이 아무리 들어도 유전개발권만 따내면 일순간에 만회된다. 프랑스와 러시아가 악착같이 전쟁을 반대하는 이유도 이미 확보한 유전개발에 대한 기득권을 놓칠성 싶어서다. 불탄 유전 등 석유간접자본 시설에 대한 재건사업도 노른자위다.무려 2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된다. ●군수산업 잇속 챙기기도 한몫 1997년 ‘미국의 새로운 세기를 위한 프로젝트(PNAC)’라는 극우모임이 발족됐다. 체니 부통령,럼즈펠드 국방장관,폴 월포위츠 국방부장관,리처드 펄레 국방정책자문위원장 등이 핵심이고 극우잡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편집장 윌리엄 크리스톨이 이끌었다. 이들은 이듬해 1월28일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유엔을 밀어내고 사실상 미국의 단일 지배체제 유지와 세계를 위협하는 후세인 제거를 클린턴 행정부에 건의했으나 거절됐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들어 이들은 요직을 차지했고 ‘힘’을 바탕으로 한 국제질서의 개편을 외교정책의 근간으로 삼았다. 분쟁지역에는 무력행사의 필요성을 강조,부시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라크와 북한 등을 타깃으로 삼았다. 특히 이들은 유일 강대국인 미국이 구세적 이데올로기를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을 정책에 반영시켰다. 9·11 이후 부시 대통령이 즉각 테러와의 전쟁을 선언한 것도 군수산업의 잇속을 챙기려는 이들의 속셈으로 보여진다. mip@
  • 美 독주에 멍드는 유엔

    유엔이 최근 이라크 위기를 둘러싸고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들간의 골 깊은 갈등으로 좌초 위기에 직면해 있다.유엔의 입장과 관계없이 이라크전을 강행하려는 미국의 독주에 프랑스·러시아 등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英 2차결의안 표결 연기 추진 러시아와 프랑스는 2차 이라크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천명하며 전쟁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10일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는 유엔의 새로운 결의안을 거부하겠다.”며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에 영국은 결의안 표결을 연기하는 한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무장해제 최후통첩 시한을 17일보다 열흘 정도 늦추는 내용의 타협안을 검토하며 막바지 합의도출을 꾀하고 있다.그러나 유엔 안보리의 결정에 관계없이 이라크전을 밀어 붙이겠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비상임 6개국 새결의안 마련 한편 앙골라와 파키스탄,칠레,카메룬,멕시코,기니 등 안보리의 비상임이사국 6개국은 이라크의 무장해제 시한을 다음 달17일로 한달 연기한 새로운 결의안을 마련했다고 유럽 외교소식통이 11일 밝혔다.이와 관련,애리 플라이셔 미 백악관 대변인은 “어떤 경우에도 한달이나 시한을 연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자파룰라 칸 자말리 총리가 이날 대국민 연설을 갖고 새 결의안 채택을 위한 유엔안보리 투표에서 기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이 이달 17일을 시한으로 못박아 제출한 최후통첩식 결의안이 채택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박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초강대국 미국이 유엔의 논의를 무시한 채 세계 질서를 주도하려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미국의 전쟁 강행 주장으로 미국·영국과 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간의 갈등이 심화되고,국제평화와 안전유지 책임을 지고 있는 유엔 안보리의 역할과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안보에 관한 한 누구의 승인도 필요치 않다.”는 부시 대통령은 유엔의 미래가 (이라크전에 대한) 간단한선택에 달려 있다면서 안보리 이사국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반면 프랑스·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반전국가들은 미국의 행동에 적법성 여부를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이 합법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국제기구의 근간인 민주적 절차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 승인 없이도 전쟁을 감행할 것인지에 대한 미국의 결정이 유엔의 장래 위상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유엔의 존립 위기가 이라크전 이후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다.국제 기구로서의 위상이 격하되는 것은 물론 향후 국제적 협의 과정에서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에 의해 유엔이 배제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의 승인없는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행동은 유엔 헌장을 모독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보리 주중 결의안 표결 중간적 위치에 있는 이사국들도 “유엔 안보리의 힘은 단합에서 나온다.”며 합의점을 찾을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의 독주로인한 유엔의 위기는 국제질서에 큰 충격파를 던질 전망이다. 상황은 시시각각 복잡하고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유엔 안보리는 이번 주 중 2차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강혜승기자 1fineday@
  • [사설]미국, 반전 외침에 귀기울이라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에 반대하는 대대적인 반전시위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주요 국가들도 이라크 공격을 반대하고 있다.미국은 이라크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세계적인 움직임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미국은 물론 단독으로도 이라크를 공격할 힘이 있다.미국은 소련 붕괴 후 어느시대보다 강력한 세계질서의 지배자가 됐다.그러나 세계의 모든 문제를 미국 혼자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미국은 9·11테러의 보복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지만 지금 아프가니스탄에서 고전하고 있는 현실을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이라크 공격의 명분으로 대량살상무기 파괴와 민주국가 수립을 내세우고 있다.그러나 유엔무기사찰단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2차 보고에서 ‘이라크에서 어떤 대량살상무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미국은 사찰단의 보고를 존중해야 한다.미국은 군사공격보다는 철저한 사찰을 통한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추구해야 한다. 이라크도 독재체제를 중단하고 대량살상무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후세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반전시위에 고무되어 유엔사찰단의 조사를 방해하거나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세계적인 반전시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영국이 무력사용 승인을 목적으로 한 유엔결의안 초안을 완화한다는 소식은 고무적이다.미국은 이라크 문제를 유엔의 틀안에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반전시위에는 군사공격 반대만이 아니라 미국의 오만에 대한 반대도 함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전쟁'도 나쁜 평화보다 좋을 수는 없다.
  • [新 엘리트 관료] ① 외교통상부

    오는 25일 출범하는 노무현(盧武鉉) 새 정부의 조각 이후 정부 각 부처에서는 후속 실·국장급 인사가 이어지게 된다.부처마다 새 정부의 분야별 어젠다에 따라 어느 인사가 ‘신(新) 엘리트 관료’로 부상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또 누가 노무현 차기 대통령의 인맥으로 이 그룹에 들어갈지도 관심이다. 주요 부처별 ‘신(新) 엘리트 관료’를 시리즈로 알아본다. 노무현 대통령 시대의 주요 정책 어젠다는 한·미관계 재정립이다.원칙은 ‘자주 외교’.대북 정책에서 한·미간 이견이 있는 것은 있는 대로,우리 정부의 입장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힘의 우위를 기반으로 현실외교를 내세우는 미국과의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주한미군의 감축과 재배치를 둘러싼 한·미동맹 재조정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의 철학을 보완하고 이행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교관들도 이 원칙을 소화해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새 정권은 한·미관계의 중요성 때문에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외교통상부내 미국통을 찾아내기에 분주했다. 김대중 정권 초기,외교장관과 주미대사 등 대미 라인을 부실하게 꿰어 한·미관계가 엉클어지게 됐다는 반성도 있다.따라서 새 정부에선 ‘미국을 잘 아는 사람’에다 ‘대가 센 사람’이 신(新) 외교 엘리트 그룹을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다. 국익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한·미간 이견이 있어선 안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외교부내 미국통은 북미국이나 주미 대사관 근무가 기본이고,청와대나 장관 비서실 근무 등 요직을 거친 엘리트들로 구성돼 있다.이들은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주미 대사,외교장관의 주인공이 되거나 조직에서 노 당선자에게 대미 외교의 그림틀을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장관급 아래 단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우선 인수위에 파견돼 윤영관·이종석·서동만·서주석 통일외교안보분과 위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위성락(魏聖洛·49·외시 13회) 장관 보좌관이다.97년 대통령 비서실로 파견돼 미국 문제를 담당한 이래 주미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등 6년째 미국 관련 일을 맡고 있다.평소전략상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미국에 대해서도 할 말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또 2000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협상을 지휘한 송민순(宋旻淳·55·외시 9회) 폴란드대사와 현재 SOFA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는 이용준(李容濬·47·외시13회) 심의관도 미국측에서 만만찮은 상대로 평가하는 대미 협상가들이다. 미국의 제임스 솔리건 SOFA 합동위 위원장은 사석에서 “송민순 대사와 이용준 심의관은 내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던 한국 외교관들 중에서 공세적 협상 자세가 돋보였던 분들이다.”라고 평했다는 후문이다. 미측에 맞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관철시키는 차원에서 보면,이태식(李泰植·58·외시7회) 차관보와 심윤조(沈允肇·49·외시11회) 북미국장도 뒤지지 않는다.서해교전과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 사태에도 불구하고 강경입장으로 무장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 등 미측을 설득했고,현 상황에서도 미국이 북핵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추구한다는 수사(修辭)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 달부터 주미대사관참사관으로 부임하는 임성남(林聖男·45·외시14회) 북미1과장은 실무진에선 손꼽히는 강경 미국통이다.박수길 전 유엔대사는 임 과장이 96년 유엔대표부 1등서기관으로 일할 당시 외교관례를 들어 자신의 잘못을 덮어두려던 미측 고위 외교관에게 수 차례 항의,결국 사과를 받아낸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권종락(權鍾洛·54·외시 5회) 본부대사와 김숙(金塾·51·외시 12회) 토론토 총영사도 손꼽히는 미국통으로 두둑한 배짱이 돋보인다. 현재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반기문(潘基文·59·외시3회) 본부대사는 대표적인 미국통이다.미주국장·주미공사·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두로 거쳤다.빈틈없는 업무처리로 그와 함께 일한 상관들은 모두 ‘A+’로 평가한다.장재룡(張在龍·57·외시 3회) 프랑스 대사와 김삼훈(金三勳·59·외시1회) 본부대사도 주미 1등서기관을 시작으로 미국 업무를 주로 맡아왔다.김 대사는 북핵 위기 당시인 93년 장관 특별보좌관 겸 핵문제 담당대사로 북한문제를 다뤄 외교부 출신 장관후보로 계속 거론되고 있다. 외교부내 미국통들은 현 국제질서 속에서 우호적인 한·미 동맹관계 강화라는 필요성과 함께 한·미간 불평등한 부분을 체감하는 이중적인 측면을 두루 갖고 있어 이들 대부분이 노무현 체제의 자주 외교를 현실성있게 다뤄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
  • NYT사설 통해 촉구“부시, 盧당선자와 협력해야”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미국은 북한과 이라크 문제에 관해 일방적으로 행동해서는 안되며,특히 북한 핵문제의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노무현(盧武鉉) 한국 대통령 당선자 등 이 지역 지도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뉴욕 타임스가 2일 사설을 통해 촉구했다. 타임스는 사설에서 “냉전후 숱하게 거론됐으나 아직 가시화하지 않은 ‘신 국제질서'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서울과 베이징(北京),도쿄,모스크바,런던,파리, 리야드 등의 정치 지도자들과 공조하는 정치력을 발휘할 때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국은 압도적 힘을 지녔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이 힘은 자제와 함께 행사돼야 유용성을 지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타임스는 “북한이 이웃 국가를 공격하지 않는 한 워싱턴은 전적으로 비군사적인 선택방안에 의존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 사태를 ‘외교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 부시 대통령의 언급에 고무됐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경제적으로고립해 압박하는 데 그쳐서는 안되며 한국,중국,일본,러시아 등의 도움을 이끌어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 인근의 영향력 있는 국가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것이 더나은 방책”이라고 밝혔다. 타임스는 “세계는 새해가 시작되는 지금 미국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이 노 당선자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같은 지도자들과 협력하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어떠한 외교적,군사적 성공도 단명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주장했다. mip@
  • [사설] 민족공조를 위해 北이 할일

    북한은 1일 ‘위대한 선군기치따라 공화국의 존엄과 위력을 높이 떨치자'는 제목의 공동사설에서 올해를 ‘강성대국의 영마루에 총진군해 나가는 대담한 공격전의 해,거창한 변혁의 해'로 규정했다.북한의 신년사설은 지난해를 평가하고 새해 국정방향을 밝히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북 할 것 없이 올해 가장 중요한 일은 어떻게 북한핵 문제를 해결해서 한반도의 안정을 이룩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우리는 북한이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하고 공존의 길로 가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해 왔다.하지만 북한은 “조선반도에서의 대결구도는 북과 남의 조선민족 대 미국”이라면서 “미제의 무분별하고 모략적인 전쟁책동에 온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단호한 반격을 가해야 한다.”고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북한의 대처방법은 분명히 재고해야 될 점이 있다. 한반도의 안정과 민족공조는 ‘반미’ 또는 ‘반미 대결’과 동일 선상에 있는 것이 아니다.북한이 주장하듯 남과 북,민족이 공조해서 미국과 대결하자는 주장은 지극히 단순한 이분법적 발상이다.지금 국제질서는 한반도를 남북의 문제로만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협력과 공조를 통해 이해를 조정해야 하는 문제다. 2월 출범하는 노무현 차기 정부도 남북화해와 한반도 안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있다.북한이 핵 문제의 대처방안으로 한반도와 미국의 대결로 몰아간다면 이는 한·미간을 이간시키는 것일 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없다.이제 북한이 핵문제를 떨쳐버리는 지혜를 발휘할 때가 왔다.북한은 남한과 공조해 북한체제는 물론 한반도를 안정시키고 진정한 민족공조를 발전시키는 데 동참하기 바란다.
  • [사설]北 봉쇄, NPT탈퇴 다 안된다

    국제질서는 국가 사이에 이해가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 절충하고 조화시키는 과정에서 형성된다.우리가 먼저 이런 전제를 하는 것은 북한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의 갈등으로 한반도는 물론,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국제질서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제네바 합의가 사실상 파기됐다면서 핵무기비확산조약(NPT) 탈퇴 가능성을 내비쳤다.같은 시점,미국의 콜린파월 국무장관은 북한에 대해 정치적·경제적 압박 수위를 높이기 위해 ‘포괄적인 봉쇄’(tailored containment)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일본은 송금 및 만경봉호 입항 금지 등 독자적인 대북제재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핵 문제는 어디까지나 대화·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한국과 주변국들은 싸움을 붙일 게 아니라 말려야 한다.미국도 강경책 일변도에서 한걸음 양보하고,북한도 국제사회가 모두 고개를 젓는 국제원자력기구 사찰요원 추방,NPT탈퇴 시사 등 자학적인 행동을 그만두어야 한다.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계획이없다.’고 밝힌 것이나 북한이 ‘국제사회가 전력을 보장한다면 핵동결 정책을 유지할 수 있다.’고 시사한 데서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한국과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들이 나서 미국과 북한에대화의 명분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해야 한다.그 방법으로 미국의 대북중유 지원 재개와 북한의 핵동결 해제 조치 중단을 동시에 추진하도록 중재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북한핵 문제는 해결의 시기를 놓치면 금방 악화일로로 치닫게 돼 있다.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태는 남북한의 안보는 물론 경제적 이해와도 배치된다.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한·미관계,한국과 주변국,남북관계 등의 갈등을 상호협력 관계로 재조율해야 한다.벌써 미국의 대북 봉쇄 전략을 두고 한·미간에갈등의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되는 사태다.정부도 포용정책의 기본틀은 유지하되 적어도 핵문제에 관한 한 탄력적이고 단호한 자세를 취해야 할것이다.
  • 中·러, 美견제 ‘다극체제’ 모색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갖는 한편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와 단독면담하는 등 새롭게 포진한 중국의 4세대 지도부와의 상견례도 계획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일련의 회담을 통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선 ‘다극체제전략’을 가시화시키면서 기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보다 심화시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독주 견제 중국과 러시아 정상이 회담 후 발표할 공동성명의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패권주의를 방지하고 세계 다극화 및 공정하고 합리적인 새로운 국제질서 수립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중국 소식통들이 전했다.팍스 아메리카라는 미국의 세계전략을 견제하기 위해 옛 사회주의 동지들이 굳게 손을 맞잡는 형국이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들은 “지난해 선린우호합작 조약 체결로 양국은 1950년 이후 가장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는 다극체제 전략이 선보일것”이라고 밝혔다. ◆경제 및 군사협력 집중 협의 이들 정상은 또 회담 후 일련의 정치분야 협상을 비롯해 석유수출 문제 등경제교류 협력과 관련된 정부간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다. 특히 시베리아 유전의 석유를 2200여㎞쯤 떨어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다칭(大慶)으로 수송하는 문제가 대표적인 안건이다. 양국은 올초부터 이곳에 석유 수송파이프를 건설하는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해왔으며,최종 서명식만 남겨두고 있다.총 투자규모 20억달러에 이르는 이수송 파이프 건설 공사가 끝나는 2005년부터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석유수입량의 30%에 이르는 연간 2000만t의 석유를 수입할 예정이다. 양국간 군사협력도 주요 의제다.중국은 군사력 강화를 위해 최신예 수호이전투기와 잠수함,항공 전자장비 등의 추가 구매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러시아 역시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회담에 임할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핵 조율 중국과 러시아 모두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이번 정상회담에서도 평화적 해결 원칙을 앞세워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대북‘고립전략’에 반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이들 양국이 북한의 핵 보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만큼 북한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범위에서 북·미 양국을 설득할 수 있는 ‘타협안’이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 단독의 이라크전 반대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는 이라크 해법이다.미국이 이라크와의 전쟁을 서두르는 가운데 양국 정상들은 “유엔 테두리 안에서의 해결”을 촉구할것으로 보인다. 원유 수입의 50% 이상을 중동 지역에 의존하는 중국이나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양국은 미국 단독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는 한 목소리를 낼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양국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전폭 지지할 것으로 관측된다.러시아는 체첸 반군과,중국은 신장 위구르 분리주의자들과 끈질긴 테러전을벌이고 있다. oilman@
  • 부시 유럽서 ‘對테러 외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테러전,이라크 무장해제와 관련,유럽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19일부터 4차 유럽순방에 나선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20∼21일 체코 프라하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담에 참석한 뒤 러시아·리투아니아·루마니아 등을 차례로 방문,대테러외교를 펼친다.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서 ▲기구 확대개편 ▲신속대응군 창설 및 장비 현대화 ▲대테러전 및 이라크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순방은 나토의 확대개편에 따른 신국제질서 재편이 주목적이다.이번 회담을 통해 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슬로베니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 등 동구권 7개국의 가입이 결정된다.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해온 이들 국가의 나토 가입으로 테러범들과 테러 비호 국가들의 위협에 공동대응한다는 미국의 전략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나토가 유럽 외부에서 제기되는 새로운 위협에 보다 적극적이고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이를 위해 그동안 나토 유럽 회원국들에 국방비 증액 및 나토 분담금 확대,신속대응군 창설 등을 요구해 왔다.나토정상들은 이번 회담에서 신속대응군 창설안을 승인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러나 정치·경제·군사적으로 격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새 회원국들이 나토의 군사력에 큰 보탬이 되지 않아 나토가 미국의 기대처럼 새로운 위협에 대처할 능력이 배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또한 기존 회원국들도 단순히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에 장단을 맞추기 위해 국방비를 증액하는데 대해 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감안,공중급유기,정밀유도탄,대량살상무기 방어 등 8개 분야에 공동투자해 무기체제를 대폭 현대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결의안 통과 직후에 열리는 이번 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전에 대한 나토의 명확한 입장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앞서 “이라크는 나토가 미래에 직면할 전형적이며 가장 중대한 위협”이라며 이라크가 공동의 적임을 부각시켰다.이와 관련,나토는 미국에 군사력을 지원하기보다는 유엔 결의를 지지하는 방법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숙기자 alex@
  • [발언대] 순국정신, 오늘에 필요한 시대정신

    입동(立冬)도 10여일이 지나고 어느덧 찬바람에 옷깃을 세우고 몸이 움츠러든다.한편으로 화사한 꽃을 피워내는 따뜻한 봄을 맞기 위해 강인한 생명력으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모습에서 세상사의 이치를 깨닫게 된다. 17일은 일제가 우리의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은 을사조약이 체결된 날이다. 우리의 선열들은 치열한 독립투쟁을 전개했으며,수많은 분들이 순국했다.마침 17일은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그 공훈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을사조약이 체결된 11월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한 이래 올해로 63번째를 맞는 기념일이다.특히 올해의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은 지난 10월 말 문을 연 백범기념관에서 열리게 돼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그러면 순국선열의 날은 오늘날 어떠한 의미로 자리매김되어야 할까? 역사는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있듯이 순국정신은 우리가 가꾸어가야 할 시대정신과 맥을 같이한다. 먼저,우리에게는 남북통일을 이루어 민족공동체의 삶을 복원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지난날 지역·계층·이념을 초월하여 독립운동을 전개했던 선열들의 모습이야말로 민족화합의 소명을 안고 있는 우리에게 절실한 것이다. 또한 국가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제질서 속에서 지속가능한 국가발전 전략의 모색을 위해서는 우리의 역량과 잠재력을 결집시키는 정신적 가치가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한다.그것이 바로 민족혼이며 민족정기이다. 우리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새로운 국가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국난 극복의 원동력이 되어 온 민족정기를 계승하는 일이 시급하다.이처럼 선열들의 순국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시대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일이야말로 나라를 지켜 낸 분들에 대해 취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조국에 광복의 봄을 맞기 위해 헌신한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겨 보는 순국선열의 날이 되었으면 한다. 이재달 국가보훈처장
  • [시론] 軍기강 해이 바로 잡아야

    지난 수개월간 군과 관련되어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우리로 하여금 우려를 금치 못하게 한다.올 2월에는 수도방위사령부 K2 소총 탈취 사건이 있었다.그것은 민간인이 군 부대에 침입해 발생한 사건인데,그 때 많은 사람들은 서울을 방어하는 군부대의 근무기강이 그토록 해이해진 것에 대해 놀랐다.그 6개월 후 태풍 루사가 한국을 강타했을 때에는 강릉의 K-18 비행장에서 전투기가 침수되었다.그것 역시 우리들에게 전투기를 사전에 이동시키지 않은 지휘관의 판단 능력과 준비태세의 이완에 대해 의구심을 자아내게 했다. 최근 서해 교전과 관련하여 전개되는 군 내부의 논란은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커다란 상처를 입히고 있다.통신 감청 부대장이 북한의 의도적 서해도발 가능성을 보고한 것에 대해 당시 국방부장관이 남북 관계를 감안하여 묵살하고 그로 인해 십수명의 한국 해군 사상자가 발생했을 수 있다는 개연성에 관한 논란은 과연 우리 군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며 군 수뇌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 군은 원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사회의 중추 조직이었다.냉전시대의 우리 군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그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냈다.세계적 차원에서 공산주의와의 대치가 시작된 이래 최초의 본격적 무력 분쟁이었던 한국 전쟁에서 우리 군은 북한과 공산권의 기습 침략을 전력을 다해 막아냈다.그 이후 오늘날까지도 우리 군은 대북 억지의 어려운 임무를 성실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그렇기 때문에 지난 수개월간 우리가 목격한 군의 사고와 실수,그리고 믿기지 않는 행동들이 우리를 우려케 하는 것이다. 물론 우리 군도 과거에 불가피한 여건상 크고 작은 과실을 어쩔 수 없이 경험해야 했고,우리 사회의 다른 분야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것도 아니다.오히려 오늘날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 갖는 불신,그리고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상상을 초월하는 온갖 부조리는 군의 몇몇 과실보다 아마도 더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가 최근 군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위에 대해 각별한 국민적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그 조직의 특수성과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자유민주사회에서 군의 역할은 사회 위기시의 중립적이고 공정한 대내적 임무와 외부로부터의 체제 전복을 의도하는 물리적 도전을 막아내는 대외적인 책임으로 요약되는데,최근 우리 군의 몇몇 행동은막중한 과제의 철저한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능력의 저하를 암시한다. 1991년 냉전이 종식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안보에 대한 정신적 해이가 있었다.보스니아,코소보,걸프사태,그리고 북한 핵 개발을 포함하는 몇몇 지역 갈등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화는 쉽게 얻어질 것으로 보였고,민주적 평화(democratic peace)가 미국 대외 정책의 대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미 알 카에다의 국제 테러리즘은 오늘의 세계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입증했고,앞으로의 국제질서 역시 예측하기 어려움을 예고했다. 동북아의 역내 질서도 불확실성과 불투명성으로 가득 차 있다.갑작스러운 북·일 정상회담의 개최와 양측 수교 협상,켈리 미 특사의 방북에도 불구하고 불안정할 것으로 보이는 워싱턴-평양 관계,북한의 예측 불가능한 전략,그리고 한국에서의차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모두가 역내 관계의 변수이다. 낙관할 수 없는 안보관계와 아슬아슬한 세력균형 속에서 우리 군은 불필요한 실수와 정쟁에 연계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동을 되풀이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유찬열 덕성여대 교수 명예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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