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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김정일의 죽음과 중국/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김정일의 죽음과 중국/김태승 아주대 사학과 교수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 김정일의 죽음이 알려진 직후 중국공산당 등 주요 중국 국가기구의 이름으로 작성된 공식적인 조전이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에 발표됐다. 김정일의 죽음을 애도하는 문장으로 시작된 이 글은 김정일의 행적과 중국 관련 업적들을 회고하고, 북한 국민들이 “조선노동당과 김정은을 중심으로 굳게 단결해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과 조선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전진을 실현시킬 것을 믿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서 이 조전은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다시 강조한 다음 “중국 인민은 영원히 조선 인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끝맺고 있다. 인민일보보다 직설적으로 중국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환구시보에서는 “중국은 조선이 평온하게 과도기를 지날 수 있도록 돕는 믿을 만한 후원자”라는 논설을 통해 김정일의 죽음을 일부 국가들이 동북아시아의 지역 전략과 구조를 변화시킬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조선의 안정과 지역 전략의 안정은 모두 시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환구시보’는 “조선은 중국의 특수한 전략적 동반자”로 중·조 우호관계는 중국의 동북아, 더 나아가 동아시아 전체의 전략적 주도권 행사에 지극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고위 관리의 평양 파견 등 적극적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 언론의 보도에 비추어 보면 중국은 기본적으로 김정일의 죽음이 한반도의 기존 국제질서에 영향을 주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지난 7월 ‘중조우호합작호조조약’(중조우호협력원조조약) 체결 5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언론 보도에 나타났던 기존 중국 입장의 연장선에서 김정일의 죽음과 김정은의 권력 승계를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당시 중국 일부에서는 해당 조약의 제2조에 명기돼 있는 자동 무력개입 조항이 시대착오적이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고, 그에 대한 토론이 진행된 바 있다. 대부분의 의견은 오히려 그 조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을 억제하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쪽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그 조약은 중국 군사과학원 한 연구원의 말처럼 “북한을 견제하고, 미국과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전략적 의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던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조약 폐기론자’나 조약을 동맹체제로 바꾸어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항해야 한다는 ‘조·중 동맹 강화 주장’ 모두 잘못된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과 중국의 동맹 강화는 오히려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고, 조약 폐기는 한·미의 오판을 일으켜 한국이 한반도 통일을 주도할 수 있다고 믿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동북아 외교 관계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상실하지 않기 위해서는 기존의 조약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그러한 기반에서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세력균형 정책을 고수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중·조 우호’를 강조하는 화려한 수사학의 이면에 담겨 있는 김정일의 죽음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순조로운 권력 승계를 통한 북한의 조속한 안정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의 그러한 희망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는 중국 역시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당 공식 조전의 ‘김정일의 유지 계승’이라는 문맥에서 김정은을 언급한 것은 김정은에게 힘을 실어 줌으로써 권력 승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외교적 노력이 아닐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냉정히 분석하고, 그 이후까지 준비하는 중국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외교 형식에 금도는 없다. 그래서 ‘핑퐁외교’도 있고 ‘조문외교’도 있는 것이다. 불안정을 안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 아닌가. 정부 당국의 적극적 대응을 기대한다.
  • [글로벌 시대] 중·러관계와 미국/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중·러관계와 미국/류진즈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교수

    “조지 W 부시가 중국과 러시아의 밀월을 가져왔다.”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외교정책과 정당성 잃은 이라크 전쟁이 중·러의 접근과 협력 강화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중·러의 접근에는 미국의 일방주의가 공헌한 바가 적지 않다. 부시는 힘을 위주로 한 공세적 외교정책을 펴고 선제공격의 정당성을 외치면서 다른 국가들을 불안하게 했다. 옛 소련의 일원이던 일부 독립국가연합 국가들의 잇단 민중혁명을 지원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회원국으로 옛 소련에 속했던 발트 3국은 물론 폴란드, 루마니아 등 옛 바르샤바 조약국 대부분을 편입시키면서 러시아를 압박했다. 또 미사일방위시스템을 동유럽지역까지 넓혀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했다. 대미 관계 개선과 접근정책을 펴려 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재점검하고 중국 등 ‘동방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에 고삐를 죄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2001년 7월 푸틴 대통령이 모스크바에서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진입을 선언하며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다. 후진타오 주석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조약 체결 10주년을 맞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두 나라 관계 발전을 축하했다. 지난 10년 동안 중·러의 관계 발전은 예상을 넘어선다. 2002년에서 2010년까지 양측 정상은 한 해 평균 한 번씩은 상대방 국가를 방문했다. 40년을 끌어 오던, 4374㎞에 달하는 두 나라의 국경 분쟁도 완전히 해결했다. 2004년 10월 두 나라 정상의 관련 협정 서명에 이어 다음해 6월 양측 외교장관의 관련 비준서 교환이 이뤄졌다. 경제무역관계도 그 기간 6배가 늘어 600억 달러에 달했다. 두 나라는 2006년 11월 상호 투자보호협정에 서명하는 등 경제무역관계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민간 교류와 문화 교류의 저변확대를 위해 상대방 국가 관련 축제를 열어 일반 대중의 호감도 끌어올렸다. 두 나라는 상하이협력조직(SCO)의 공동참여를 통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협력강화는 물론 중·러 합동군사훈련까지 전개하고 있다. 과거 잠재 적국으로 인식되던 두 나라의 예상보다 빠른 접근은 향후 어떻게 전개될까. 두 나라는 2020년까지 무역액 20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전력 및 신에너지 개발 등도 공동으로 확대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상호보완적인 경제 구조, 국제질서의 민주화와 공평을 요구하는 공통된 입장 등은 두 나라의 협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러시아가 시도하는 동시베리아 및 극동 개발과 중국이 열망하는 동북 3성 개발계획은 맥을 같이한다. 그렇지만 두 나라 앞에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우선 국가이익과 전략목표에 차이가 있다. 러시아는 스스로를 유럽국가로 여긴다. 그 정책, 전략의 우선순위와 중점이 서방국가들과의 관계에 있다. 대중 관계는 뒤로 밀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중국은 자기 스스로를 발전 중인 개발도상국으로 여기며 개도국들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두 나라는 신뢰가 부족하고 심리적으로도 복잡하다. 중·러 관계는 역사적으로 은원(恩怨)이 뒤섞인 채 전개돼 왔다. 미국에 대한 중·러의 공동대응은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의 요소가 돼 왔지만 정치는 뜨겁고, 경제는 이를 따르지 못하는 ‘정열경랭’(政熱經冷)의 상태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무역관계가 늘고 있다지만 시장과 경제무역의 발전단계 및 관행 차이 등 극복해야 할 영역은 쌓여 있다. 미국 요소는 중·러 관계의 변수로 남아 있다. 중·러의 외교적 초점이 모두 미국과의 관계 조정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자국 이익에 따라 두 나라 관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중·러 관계의 발전은 초강대국 미국과 함께 얽혀서 갈 수밖에 없다. 동북아, 한반도에서도 이 삼자의 복합관계는 평화와 번영의 변수다. 중·러 관계와 미국이란 복잡한 삼자 게임을 잘 살펴봐야 할 이유다.
  • [美 디폴트 위기 직면] 美 부채 법정한도 도달… 초강대국 빚더미 ‘쇠락의 길’ 걷나

    [美 디폴트 위기 직면] 美 부채 법정한도 도달… 초강대국 빚더미 ‘쇠락의 길’ 걷나

    무한정 찍어 내는 돈으로 언제까지고 소비를 즐길 수 있는 국가가 존재할까. 적어도 지금까진 미국이 그런 나라였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부채를 줄이기도 쉽지 않지만 지금 방식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높아진다. 미국 재무부는 16일(현지시간) “연방정부 부채가 법정 한도인 14조 2940억 달러에 도달했다.”면서 “이에 따라 투자 억제를 위한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총 720억 달러의 채권과 지폐를 발행, 이날 부로 법정한도를 넘어섰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채권발행유예’를 선언하며 채무한도 증액을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의 신뢰도를 보호하고 국민이 겪을 수 있는 재앙을 막기 위해 채무한도를 증액해야 한다.”면서 의회가 협조해 주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월 디폴트 가능성은 낮지만… 일각에선 자연스레 미국이 채무상환 불이행(디폴트)에 몰리는 것 아니냐는 ‘위기설’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실제 디폴트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의회가 결국엔 채무한도 증액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설령 정부 요청을 당장 받아주지 않더라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에 예치해 둔 현금 1000억 달러를 활용하거나 2000억 달러 규모의 특수목적 차입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 등을 통해 8월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 이후에도 4000억 달러어치 금과 800억 달러어치 석유 등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다. 정작 더 큰 문제는 현 상황이 미국의 쇠퇴 징조로 비친다는 데 있다. 세계를 호령하는 유일 초강대국이 알고 보니 빚더미 위에 위태롭게 서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키는 자체가 미국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근원에는 달러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통화인 동시에 전 세계의 기축통화로 기능하면서 발생하는 긴장관계가 존재한다. 달러를 국제 기축통화로 삼는 현 국제경제질서는 달러가 국제시장에서 신뢰를 잃는 즉시 붕괴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달러를 계속 찍어 내 유동성 부족을 막아야 한다. 미국의 무역 흑자는 한국이나 중국 같은 무역상대국의 경상수지를 악화시켜 세계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미국에 경상수지 적자는 필연적이다. 하지만 이 상황이 계속되면 달러가 세계시장에 너무 많이 풀리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로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바로 미국의 대외부채가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이는 다시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이 현 상황의 핵심이다. 현재 미국은 달러의 역설을 표현한 ‘트리핀의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딜레마에 빠진 달러 헤게모니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쌍둥이적자(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자 미국은 1993년 이후 ‘강한 달러 정책’을 통해 딜레마를 해결하려고 했다. 무역적자 축소는 사실상 포기한 채 재정적자 감소를 통해 달러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 들어 감세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 거기다 금융위기까지 맞으면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됐다. 2006년 당시 국내총생산(GDP) 대비 63.9%였던 연방정부 부채는 올해 102.6%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은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먼저 미국은 부채한도를 상향조정하고 무역적자를 지속하는 대신 각국은 미 국채를 계속 구입하는 식으로 세계경제를 떠받치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미국이 얼마나 더 경상적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에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는 것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각오해야 한다. 과거 존 케인스 등이 주창했던 것처럼 새 기축통화를 창설하거나 유로화 등 지역 단일 화폐 체제로 가는 방안도 있다. 이는 전후 국제질서를 통째로 뒤집는 결과를 초래한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열린세상] 의회의 입법권 남용/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열린세상] 의회의 입법권 남용/이 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요즘 ‘입법권 남용’이라는 말을 자주 보고 듣게 된다. 국회는 청목회 수사와 관련해 기소된 의원들이 면소판결을 받을 수 있는 정치자금법 개정을 시도하려다가 입법권 남용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철회했다. 또 국회가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 규정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발의했다가 그만둔 것도 입법권 남용이라는 질책에 따른 것이었다. 국회의 입법은 소급입법 처벌금지 등 헌법의 명문규정에 위배될 수 없고, 국민주권·법치국가·권력분립 등 헌법원리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 등 헌법질서에 위배되지 않아야 하며, 국제법·국제질서를 부정할 수 없다. 또 국회는 헌법 범위 안에서 입법형성의 자유를 갖지만 입법상의 재량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 입법의 재량권 행사는 적법절차의 원칙, 비례와 공평의 원칙, 과잉금지의 원칙, 자의금지의 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등 헌법의 일반원칙에 위배되지 않아야 한다. 한계를 벗어난 법률은 헌법 위반으로 무효다. 최근 입법권 남용이 문제된 사안은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보다 의원 각각의 개인적·지역적·집단적 이해득실을 중시한 것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심판 등의 제도적 방법으로 통제돼야 한다. 또 국민(시민단체)의 악법에 대한 시민불복종운동, 정당한 대체입법을 위한 청원권 행사 및 여론에 의한 압박 등 사실적 수단으로 통제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의회는 일정수의 시민이 시정정책에 대한 토론과 공청, 설명회를 요구하거나 시민의 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는 내용의 ‘주민참여 기본조례안’을 발의했다. 조례안은 지방자치제도의 주민참여 활성화, 행정의 투명성이라는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만 주민의 시정정책 참여를 확대하는 조례안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권한 침해 여부와 지방자치법 등 상위법령에 위배되는지 여부, 즉 입법권의 남용에 관한 문제점이 제기된다. 헌법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으로 선출된 단체장과 지방의회를 통해 자치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의제 또는 대표제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을 뿐이다. 헌법이 아닌 입법자의 결단에 의해 지방자치법에서 주민에게 주민투표권, 조례의 제정·개폐청구권 및 감사청구권 등을 부여함으로써 주민이 지방자치사무에 직접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2000헌마735). 지방자치법은 지자체의 의사를 내부적으로 결정하는 최고의결기관으로 의회를, 외부에 대해 지자체의 대표로서 지역 의사를 표명하고 사무를 통할하는 집행기관으로 단체장을 독립한 기관으로 두고 의회와 단체장에게 독자적인 권한을 부여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지방의회는 법령에 의해 주어진 권한의 범위 내에서 집행기관을 견제할 수 있는 것이지, 법령에 규정이 없는 새로운 견제장치를 만드는 것은 집행기관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되어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2003추13). 행정절차법 등은 청문 및 공청회 등의 실시 여부를 행정청이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서울시의회가 발의한 새로운 조례안은 관계법규에 위반되고, 서울시장의 독자적인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입법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위원회 등 자문기관의 구성은 행정기관 전반에 대해 조직편성권을 가진 서울시장의 고유 권한이다. 일반 서울시민의 위원회 참여를 보장하는 조례안은 의회가 서울시장의 인사권에 대해 소극적·사후적으로 견제·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으로서 역시 입법권의 남용이다. 무엇보다도 서울시의회의 입법권 남용은 지방자치의 이념인 주민의 복리증진보다 지난해 지방선거의 여소야대 결과에 따른 정쟁적인 측면이 더 크다. 국가와 국민이 아닌 국회의원을 위한 입법을 나무라는 것이 일상화되고, 또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시도와 같이 입법권 남용의 문제를 서울시민들이 직접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 [글로벌 시대] 중국과 미국,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류진즈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글로벌 시대] 중국과 미국, 갈등을 넘어서야 한다/류진즈 베이징대학 국제관계학 교수

    중국의 국력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초강대국 미국과 부상하는 대국 중국 사이에 “충돌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009년 1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미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중국을 방문해 전면적인 관계 개선 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에 사인했다. 그렇지만 2010년 내내 중·미 관계는 흔들리고 표류했다. 상호 불신과 감정의 골은 더 깊게 파였고, 협력 기반도 약화됐다. 미국은 그해 벽두부터 중국 주권의 ‘레드 라인’을 건드렸다. 64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타이완에 팔았고, “시사·난사군도 문제에 핵심 이해를 가졌다.”면서 발을 집어 넣었다. 환율 및 무역 문제를 걸어 중국의 팔을 비틀기도 했다. 북한 도발 행위를 구실 삼아 한국, 일본과 각각 군사동맹을 강화했고, 대북 영향력 발휘를 주문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지난달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으로 이뤄진 워싱턴 정상회담 및 공동 성명도 2009년 오바마의 방중 이후처럼 갈등 심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일까. 두 나라가 전략적 상호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제도와 이념, 국가 상황이 다른 데다 전략 구상과 구체적인 국가 목표도 같지 않다. 미국은 중국에 “희망한다.”는 외교적 수사로 주문을 쏟아낸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이 하위 행위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낼 것을 요구했다.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할 때마다 상응하는 조치들을 내놨다. 중국의 감정이나 핵심적 국가이익에 대한 배려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것인가. 미국은 중국을 “국가이익을 위협하는 불투명한 전제 국가며 경쟁자이자 개조 대상”으로 본다. 반면 중국은 미국을 “패권 유지를 위해 전쟁도 마다 않고, 중국을 억제·포위하려 하며, 국가 통일과 주권행사를 방해하는 세력”으로 여긴다. 미국이 자신의 이념과 제도를 최선의 진리인 양 강요한다고 중국은 불쾌해한다. 불신과 인식의 괴리는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 발전하는 것을 가로막는다. 중국은 기존 세계질서에서 경제발전을 이뤄냈고, 기존 체제 아래서 지속적인 경제 발전과 정치·경제 개혁을 이뤄 나가려고 한다. 미국의 주도적인 위치를 받아들였고, 중국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 중국의 패권 지위로의 부상이나 G2라는 양대 강국 시대의 도래는 실제와는 거리가 멀다. 중·미 협력은 전략적 수준으로 발전하지 못했고, 효율적인 분쟁 조정의 제도화도 이뤄내지 못한 상태다. 두 나라의 미래와 인류 발전을 위한 보다 장기적인 목표와 협력을 설계하면서 이해관계를 조정하지도 못하고 있다. 정치·경제적인 각종 제약 요소 탓에 중·미 관계의 곡절은 앞으로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두 나라 관계가 충돌과 파국으로 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중·미 관계가 다양한 상호 의존 상태에 있고, 인적·물적 교류는 갈수록 그 폭과 속도를 더하고 있다. 중·미는 이견과 위기를 처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각 분야에서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교류협력의 물결을 안보 등 전략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에도 공감하고 있다. 두 나라 관계의 불확실성과 제약 요인을 통제하고 관리해 나간다면 중·미 두 나라가 공동 번영의 장을 열어 나가는 것도 공념불은 아니다. 한반도는 중·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닿아 있는 곳이다. 그런 만큼 중·미 관계의 향배가 한반도·동북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경계하고 노력하는 일이 한국에는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일 것이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긴장·갈등이 중·미 관계의 악재로 전환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서 한국의 역할을 과소 평가해서도 안 된다. 중·미 관계가 제로섬 게임으로 빠지지 않고 공동 번영의 장을 열어 나가는 긍정적인 발걸음들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의 창조적이며 역동적인 균형 외교와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 [월드이슈] 힐러리 美 국무장관 24시

    [월드이슈] 힐러리 美 국무장관 24시

    아프가니스탄 상황이 악화될 때도,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될 때도, 아니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이 열을 뿜을 때도 꼭 등장하는 기관이 있다. 미국 국무부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 사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질서 있는 정권 이양’이라는 입장 표명으로 혼돈의 이집트 정국의 큰 가닥을 잡아 나갔다. 여느 국가의 외교부처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그야말로 세계 경찰국가의 외교사령탑이다. 그 핵심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앉아 있다. 말 그대로 국제 외교안보질서 전반을 주무르는 인물이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국제질서의 흐름을 좌우한다. 지구촌 구석구석에 뻗쳐 있는 각 공관은 물론 국내외 정보기관들로부터 헤아릴 수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각종 정보보고를 분석하고, 정세를 판단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각국을 돌며 크고 작은 협상과 담판도 벌여야 한다. 숨 쉴 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초를 쪼개 쓰는 힐러리의 24시간을 들여다본다. 이집트 시위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던 10일(현지시간) 오후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워싱턴 자신의 집무실에서 CNN 방송을 켜놓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을 지켜봤다. 미 정보당국의 예상과 달리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자 힐러리 국무장관실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현지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향후 변수들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힐러리 국무장관은 곧이어 긴급 소집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 주재 안보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백악관으로 향했다. 하루 전인 9일도 미국의 대외정책을 총지휘하는 힐러리 국무장관의 일정은 마찬가지로 쉴 틈이 없었다. 세계에서 가장 막강하고 바쁜 국무장관, 웬만한 나라의 대통령보다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국의 국무장관이라는 자리가 무게를 더한다. 힐러리 장관의 하루는 보통 오전 모든 공식일정에 앞서 자신의 집무실 내 사적인 공간에서 비서실장 등 최측근 6명이 참석한 가운데 현안을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9일 오전 9시 30분 국무부 회의실에서 15명의 국무부 고위 간부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주재하고 국별 현안들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현안 점검에 나섰다. 이어 오후 3시 45분에는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집트 사태를 비롯한 국제적인 현안들에 대해 보고를 겸한 자리를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과의 면담이 끝난 뒤 힐러리 장관은 백악관에서 안보장관회의에 참석했다. 역시 최대 현안은 이집트 사태였다.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과연 권력이양 등의 결단을 내릴지, 야권과 시위대의 반응, 향후 중동 정세에 미칠 여향 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1시간 동안 진행된 회의를 마친 뒤 힐러리 장관은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별도로 다시 만나 이집트 사태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입장과 향후 대책을 추가로 조율했다. 이날 일정은 미국을 방문한 외국 고위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이 잡혀 있지 않아 오전이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보통 2~3건의 외국 외무장관이나 부통령 등의 면담이 포함돼 있다. 상·하원 의원 등 정치인들의 면담도 끊이질 않는다. 힐러리 장관에게는 이집트 시위 사태에서 북한 핵 문제, 중국과 미얀마의 인권 문제,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 아프리카 각국의 여성 인권 문제 등 매일 다뤄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일정은 10분 단위로 쪼개 관리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짬이 날 때마다 미국 언론들과 인터뷰를 한다. 외국의 외무장관들과의 양자회담이 끝난 뒤에는 대부분 어김없이 5분이라도 언론들과 만나 짤막한 기자회견을 갖는다. 최근 이집트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아랍어권 언론, 특히 중동에서 영향력이 막강한 알자지라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힐러리 장관은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거취에 대한 중대 연설을 앞둔 10일 오전 11시 20분 국무부에서 알아라비아·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를 했다. 점진적인 권력 이양과 이집트 국민들의 뜻을 존중한다는 미국의 입장을 아랍권 언론매체를 통해 이집트와 중동 국가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기 위한 대민전략의 일환이다. 힐러리 장관은 당초 우려와는 달리 오바마의 외교안보팀 내에서 뛰어난 팀워크를 발휘하고 있다. 특히 게이츠 국방장관과는 호흡이 척척 맞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인답게 종종 거침없는 언사로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지만 큰 그림을 꿰고 있는 자신감의 표출이라도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번 이집트 사태처럼 미 정부의 입장을 놓고 백악관과의 사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때는 당혹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담당 부처별로 약간씩 입장 차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백악관에서 미국의 이집트 정책에 대한 입장이 정해지면 일사불란하게 한목소리를 낸다. 힐러리 장관은 오바마 행정부의 스마트 외교, 소프트웨어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 미국식의 소통정치를 외국 순방에서도 실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직접 학생이나 여성들과 타운미팅식의 만남을 갖고 현지 일반인들의 여론을 청취하고 미국의 입장을 알린다. 그러다 보니 역대 국무장관들보다 해외 출장도 빈번하다. 힐러리 장관은 지난 2년간 총 40회에 걸쳐 해외를 방문, 역대 국무장관 가운데 재임 첫 2년간 가장 많은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워싱턴포스트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힐러리 장관이 지난 2009년 1월 취임한 이래 해외를 방문한 횟수는 40번이며, 이에 소요된 출장일수는 165일이었다. 바지정장이 트레이드마크인 힐러리 장관. 활동성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성격이 반영돼 있고, 힐러리 장관의 외교의 색깔이기도 하다. 워싱턴 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열린세상]미·중 간 ‘국력의 전이’가 의미하는 것/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열린세상]미·중 간 ‘국력의 전이’가 의미하는 것/황병무 국방대 명예교수

    국제정치학에서 국가의 대외 행위를 상대국과의 국력관계에서 설명하려는 이론 중 ‘국력의 전이’ 가설이 있다. 가치와 이익이 대립하는 두 국가 간에 국력의 격차가 줄어들면 들수록 양국은 협력보다는 갈등관계가 되기 쉽다는 가설이다. 부상하는 중국이 미국에 버금가거나 맞설 수 있는 국력을 가질 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에 도전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반대로 도전 받는 미국은 국력의 격차가 더 좁혀지기 전에 도전국가를 제재하려는 행동을 취하기 쉽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사회과학원은 2050년이 되면 종합적 국력과 경쟁력에서 미국에 이어 진정한 세계 주요 2개국(G2)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아·태 지역에서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국제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첫 시도는 1972년 닉슨과 저우언라이(周恩來) 공동성명이다. 아·태 지역에서 미·중이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성명에 삽입했다. 이후 미·중 관계를 복기해 보자. 화해의 배경에는 소련 견제를 위한 공동의 이익이 있었다. 1979년 초 중국은 미국과 전략적 제휴 하에 소련의 동맹국인 베트남에 대한 단기 응징전을 감행한다. 명분은 소패권주의 확대의 견제였다. 긴밀한 안보협력은 옛 소련 붕괴와 톈안먼 사태가 발생하는 1980년대 말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 미국은 중국에 우방국에 준하는 비 살상 군사장비와 군사기술을 넘겼다. 중국은 신장(新疆)에 소련의 핵실험을 모니터할 수 있는 여러 개의 감청기지 설치를 미국에 허용했다. 미국은 단교와 미군 철수에도 타이완에 무기판매를 계속했다. 중국은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란에 실크웜 미사일 등 수십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했다. 중국은 이 기간 중 북한의 도발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한국편을 들지 않았다. 1983년 중국은 양곤 폭파사건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 되었을 때 북한을 지목, 비난하지 않았다. 1987년 북한이 민항기 폭파 사건을 저질렀을 때 중국은 유엔 안보리 의제 채택을 거부했다. 의제 상정은 한반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 천안함 사태를 둘러싼 중국의 북한 감싸기는 한·중 국교 수립 이전이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이른 지금이나 지속되는 그 정책의 일관성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중국은 미국과 세 번의 군사 분규를 겪는다. 1993년 화학무기 제조 물질의 적재를 의심받았던 중국 화물선 은하호는 공해상에서 미국 군함의 정선명령을 받고 검색을 당했다. 주권 제약의 수모를 겪었던 이 사건은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미래를 기다린다)를 대외전략의 방침으로 삼는 계기를 만들었다. 1999년 유고 베오그라드 소재 중국 대사관에 대한 미 전폭기의 공습, 2001년 남중국해에서 미국 정찰기와 이를 추적하던 중국 전투기의 충돌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도 중국은 타협했다. 이 기간 중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첨단 전투기와 잠수함을 도입했다. 또 2005년 중국군은 연합훈련을 하면서 훈련의 성격을 미국과 그 동맹국을 견제하려는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아·태 지역의 역학구도는 ‘1초 다강체제’에서 ‘2초 다강체제’로 전환 중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 동맹체제의 약화를 노리며 역내 안보문제에 미국의 간섭을 배제하려 한다. 그러나 중국은 주변국과의 반미 연합 결성에는 신중하다. 미국은 지역안정을 위해 공공재를 제공하고, 대중 견제를 목적으로 한 지역국가의 결속과 지역질서 유지를 위한 중국의 협조 추구라는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은 거대한 경제력에도 달러화를 대체할 국제통화를 창출할 수 없다. 중국의 대미 군사적 균형 달성도 장기 과제이다. 앞으로 영토문제 등 핵심 이익문제에 중국은 강경태도를 지닐 것이나 역내질서 재편은 미국과 장기간 조정과정을 거칠 것이다. 미·중의 세력 각축에 민감한 한반도는 현상유지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G20 반열에 오른 강국이다. 과거의 피해 의식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외교적 주도권 확립과 국론통일의 과제를 명심해야 한다.
  • “이번에 만든 인맥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공 들여야”

    “이번에 만든 인맥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공 들여야”

    글로벌 국제질서의 틀이 새롭게 짜여진 G20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회의의 의장국인 한국의 역할이 국제적으로 부각된 가운데 향후 회의 성과를 어떻게 현실화시키느냐가 주요한 과제로 남게 됐다. 14일 서울신문은 전성인(경제학) 홍익대 교수와,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김정식(경제학) 연세대 교수, 이창용 G20 준비위 기획조정단장 등 전문가들과 전화를 통한 긴급지상 좌담회를 마련했다. →이번 G20 서울선언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에 남긴 의미와 구체적인 성과물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 단장 의장국이 아니라면 배울 수 없는 것들을 얻은 게 가장 큰 성과다. 합의가 안 되고 모든 게 실패했더라도 국익 측면에서 보면 성공적이라고 느낄 정도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선진국 문턱에서 선진국으로 올라설 때 필요한 것을 배웠다고 보면 된다. 또 하나는 인적 네트워크다. 결국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이번 기회에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인맥을 맺었다. 사무관부터 국장 레벨까지 다양한 층의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가 생겼는데 직위가 높아지면서 인맥들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또 하나는 이제껏 관료든 민간이든 인맥이란 게 다 미국 중심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20개국 인맥을 다 뚫었다.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다. -김 교수 국제적으로 위상도 많이 올라갔고 선진국과 신흥시장국 중간에서 중재를 해 여러 가지 신흥시장국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성과가 있었다. 자본이동에 대한 규제나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보호무역에 대한 조치, 그런 것들이 우리나라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는 의제가 아닌가 본다. -권 실장 금융 안전망 구축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우리로서 실질적인 측면을 갖는다. 사후적인 규제에서 예방적 제도로 바뀐 것도 평가할 만하다. 금융규제 부문에 있어서 단기자본 유·출입 등을 규제한 것은 우리의 금융불안을 줄이는 데 있어 간접적 효과를 거둘 것이다. 개발의제는 단기적 이익은 없지만 우리가 앞으로 주도권을 쥐고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의미가 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환율문제에 대한 평가와 서울선언의 실현 가능성은. -전 교수 미국 스스로가 경상수지 적자가 왜 그렇게 큰지 자각하고 환율이라는 쉬운 출구 이외에 근본적인 출구로 가는 어려운 결단을 해야 환율전쟁이 끝날 수 있다고 본다. 일본의 경우 중국이나 미국에 대해 경상수지 흑자를 내고 있는 대표적 나라이고 중국 역시 미국에 대해 흑자를 내고 있다. 이런 나라들은 지금까지 상당부분 화폐가치를 절상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의 대중, 대일 무역적자가 현저하게 감소하지도 않았다. 한국의 경우 ‘자기 목에 밧줄을 걸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에 대해 흑자국인 우리는 일본에 대해서는 적자국이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너무 세게 밀어붙이는 것은 국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 원화를 절상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하지 않는 한 조용하게 상황을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 -권 실장 환율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단기적으로 봉합된 것이며 근본적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1년 후인 프랑스 정상회의까지 전쟁을 휴전시킨 것이고 이 기간 동안 ‘샅바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은 쉽게 합의될 수 없는 사안이다. 환율 조정만으로 경상수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 환율 이외에 더욱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지만 이것은 각국의 국내 경제정책을 손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예컨대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등 국내정책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유로화 존의 복잡한 내부 경제정책을 단일한 기준으로 통합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김 교수 결과적으로 환율 문제에 있어서 중국과 독일이 미국을 이겼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실패했다고 본다. 앞으로 환율전쟁이 지속될 수 있고 여기에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 우리가 ‘회담 성공’이라고 자평하기에 앞서 냉정하게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1년 뒤에 경상수지 가이드라인에 대해 합의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 설사 합의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많이 줄어들지 장담할 수 없다.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다른데 무조건 일정한 수치(예컨대 GDP 대비 경상수지 4% 이내)로 정하는 게 맞는지, 또 정했는데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 4% 넘는 나라가 독일과 중국 정도밖에 없는데 두 나라가 조금 줄인다고 해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지 의문스럽다. 신흥시장국들도 대부분 반대하고 있어 합의까지는 참으로 어려운 길이 남아 있다.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코리아 이니셔티브’(개발 어젠다와 금융시장 안전망)에 대한 평가와 향후 실행력을 갖기 위한 방안은. -김 교수 원칙에 합의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지만 좀 더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나와야 한다. 실행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설 사무국을 설치해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 나온 글로벌 금융안전망은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이 예방대출제도(FCL)를 만들어서 그냥 가만히 놔둬도 시행되는 것이다. 특히 개발 의제의 경우 가장 중요한 투자·지원 자금을 어떻게 모을지에 대해 아직까지 합의된 것이 없다. -전 교수 글로벌 안전망 방안 가운데 중앙은행 간 외환스와프 확대는 이루지 못했고 대안으로 IMF 규모를 늘리는 정도로 끝났다. 개도국에 대한 개발어젠다는 우리나라가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돈을 써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한국이 먼저 돈을 내놓고 다른 나라를 설득해야 한다는 의미다. 가시적인 이익에 매이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길게 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과 통화스와프 한도 확대 등에 노력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금융안전망인 것이다. -이 단장 이번에 코리아이니셔티브의 개발이슈를 합의한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성과다. 우리가 낸 의제를 세계가 합의하고 큰 흐름을 바꿔놓은 것이다. IMF의 쿼터 조정도 마찬가지다. 누가 뭐래도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다. →서울회의 이후 G20 정상회의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권 실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질서의 개편 과정에서 G20 협의체를 이해해야 한다. 현재로선 G7국가가 결정한 것은 정당성과 실행력도 갖기 어렵다. 다만 G20 회의가 성과 없이 모임만 갖는다면 자연스레 유명무실화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의처럼 IMF 개혁 등의 실효성 있는 결과들이 나온다면 향후 자생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 교수 역사적으로 보면 많은 국제 회의와 모임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곤 했다. 회의에 임하는 회원국들의 태도와 실효성 등 모든 것이 고려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번처럼 해결하려고 하는 문제가 환율, 글로벌 균형 등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경우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실패를 서로에게 전가하면서 손가락질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김 교수 회의 자체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진국, 신흥시장국 그룹이 정례화 미팅을 하지 않고 있고 신흥시장국 그룹의 경제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신흥시장국과 선진국이 협력해야 세계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옛날처럼 선진국끼리만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라 신흥시장 비중과 경제 의존력이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의 돈들이 신흥시장국으로 많이 이동하면서, 앞으로도 G20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 단장 G20 이후 의장국인 한국의 입장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의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지금껏 우리 정부가 100%를 다해서 뛰면서 많은 것들을 제안했는데 내년에 G20 준비위 인력들이 각자의 조직으로 다 돌아가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예컨대 1월 1일부터 G20에서 한국사람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고 치자. 그러면 우리가 주도했던 이슈들이 다 날라가 버릴 수도 있다. 또 다른 회원국들이 보기에는 ‘한국사람은 이렇게 일을 하는구나. 필요할 때 반짝 도와달라고 하고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는구나’란 오해가 생길수도 있다. 내년까지는 전임 의장국 자격으로 스티어링그룹(조정모임)에 남는데 그만큼 역할을 해야 한다. 문제는 올해처럼 범정부 차원의 정치적인 지원이 얼마나 있을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지금은 이런 것들을 생각할 때다. 행사는 기가 막히게 치르는데 끝나면 나 몰라라 하는 분위기가 과거에 있었다. 인맥도 마찬가지다. 한번 만든 인맥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공을 들여야 한다. 건축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건물하나는 빠르고 멋지게 잘 올린다. 하지만 사후관리가 안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성과도 퇴색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한국은 선진국 문턱까지는 빨리 왔지만 결정적인 고비는 못 넘게 된다. 정리 오일만·임일영·정서린기자 oilman@seoul.co.kr
  • 국과위, 대통령 상설委 격상

    비상설 자문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가 대통령 소속의 상설 행정위원회로 개편된다. 내년 상반기에 출범 예정인 국과위는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아 국책 연구개발(R&D) 정책을 기획하고, 관련 예산의 배분·조정 및 평가권까지 갖는 등 위상이 대폭 강화돼 과학기술 분야의 새로운 컨트롤 타워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1일 오전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관계부처 장관과 민간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제32회 본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과위 위상 및 기능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김창경 교과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에 대비해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이번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자문 역할에 그쳤던 국과위를 실질적인 과학계 컨트롤 타워로 격상시켜 향후 50년의 발전 기반을 구축하는 창조적 혁신의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방안은 국과위를 독립기구로 상설화하고, 지금까지 기획재정부가 갖고 있던 예산권 등 핵심 기능을 대폭 이양시키는 내용 등으로 구성돼 있다. 또 위원장은 당초 검토됐던 장관급으로 임명하는 방안 대신 과학기술 정책의 중요성을 고려해 대통령이 직접 맡기로 했다. 여기에다 장관급 부위원장을 두고, 차관급인 상임위원 두 자리를 신설해 정책 심의와 예산 자문에 한정됐던 국가위의 위상이 대폭 강화되게 됐다. 그동안 부처 간 이견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R&D 예산권 이양과 관련, 경직성 인건비를 제외한 나머지 예산도 국과위가 모두 넘겨받게 됐다. 이에 따라 올해보다 1조 2000억원이 늘어난 내년도 국가 R&D 부문 예산(14조 9000억원)의 75%를 국과위가 직접 배분·조정하게 된다. 국과위 관계자는 “이 같은 국과위의 위상 강화를 통해 기존 과학기술 관련 예산 배분과 조정, 평가기능 같은 실질적인 권한들이 기획재정부에 있어 과학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문제를 해소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국과위 사무국이 교과부 소속으로 역할이 제한돼 범부처적인 예산 조정이 어려웠던 문제도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G20 홍보 참 중요한데… ‘무릎팍’이라도 나갈까요”

    “G20 홍보 참 중요한데… ‘무릎팍’이라도 나갈까요”

    사공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은 요즘 고민이 깊어진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의 행사라는 G20 정상회의(11월11~12일)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회의 자체에 대해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인사 청문회로 국민들의 시선이 모아지다가 최근에는 ‘유명환 장관 딸 파문’으로, 내달 한 달은 국정감사로 국민들의 관심거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고 국가 브랜드를 높일 절호의 기회가 날아갈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밤잠도 설친다고 한다. 10일 사공 위원장은 시내 한 식당에서 점심을 겸해 서울신문 주병철 경제부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G20 정상회의는 정말 중요한데, 어떻게 알릴 방법이 없습니까.”라고 말 문을 열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은 세 살배기도 알지만 G20의 G가 뭘 뜻하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걱정했다. 사공 위원장이 최근 이런 고민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털어놓았더니 “‘무릎팍 도사’라도 나가서 홍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충고(?)를 했다고 전한다. 그는 “정말 고민 해결사를 자처하는 ‘무릎팍 도사’ TV프로그램의 강호동씨에게 해답을 구해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강호동씨에게 해답 구해야 겠어요” →G20 정상회의 자체가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습니다. -그동안 G7, 즉 미국 등 강대국 일곱 나라가 세계 경제를 꾸려 가다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세계경제를 구하려고 자기들끼리 모여서 하니까 잘 안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영향력이 있는 지구촌의 유지들을 더 집어넣은 것이 G20입니다. 앞으로 금융위기뿐만 아니라 새로운 국제질서 창출과 국제 규범을 만드는 데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는 의미입니다. 유지 그룹에 들어간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인데 좌장까지 됐으니 얼마나 대단한 것입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그래서 만화가 이원복씨에게 ‘지구촌 좌장’이 됐다는 주제로 홍보 만화를 부탁했습니다. 준비위는 그동안 축구선수 박지성과 피겨퀸 김연아, 탤런트 한효주씨 등을 G20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얼마 전부터 TV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로고와 슬로건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공모해 정했고요. 그러나 아직 G20에 대한 국민 일반의 관심은 낮은 편입니다. 언론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 G20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주십시오. →G20 정상회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돼야 합니까.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에 집중되면서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G20 정상회의 기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20개국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 세계경제를 이끌어 가는 고위 인사들이 서울에 집결합니다. 글로벌 기업의 CEO 100여명이 참석하는 ‘비즈니스 서밋(기업인 회의)’도 예정돼 있습니다.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 스티븐 그린 HSBC 회장 등이 오니까 CEO 정상회의나 마찬가집니다. 3000여명에 이르는 취재진 등 모두 1만여명이 우리나라를 찾게 됩니다. 이들의 방문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고 우리의 선진 시민 의식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특히 G20 회의 다음날(11월13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의 기자들이 두 정상회의를 취재하며 자연스레 한국과 일본을 비교할 것입니다. 회의의 내용은 비교할 수 없겠지만 국민들의 공동체 의식이나 법과 질서를 지키는 수준 등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한국이 일본 따라가려면 멀었다.’라는 말이 나오면 절대로 안 됩니다. ●“G20 잘되면 서민들이 혜택 봅니다” →G20 회의를 통해 우리가 얻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세계가 지금 어떻게 돌아갑니까. 유럽 남부의 조그만 나라 그리스에서 재정문제가 터지니까 전 세계로 문제가 파급되지 않습니까. 바로 글로벌 시대에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이런 영향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G20의 공동대응이 없었으면 이번 금융위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실업률은 아마 20~30%로 높아졌을 것이고 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을 것입니다. G20이 잘돼야 우리 국가가 잘되고 우리 국민들, 특히 서민들이 혜택을 보는 것입니다. 국가 전체로 보면 국격이 올라가 소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굳이 돈으로 환산을 한다면, 우리가 금년에 4400억달러의 수출을 예상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1%만 없애 이것으로 국격이 올라간다면 이것만 44억달러의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 원화로 하면 한 5조원이 되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몰려오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조그만 일부터 해야겠지요. 호텔 들어오는데 뒷사람이 코가 깨지건 말건 문을 꽝 닫아 버리지 말고 아무데서나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려 이미지를 훼손해서는 안 되지요. 그리고 NGO나 민간 차원에서 솔선수범하는 그런 운동들이 더 확산되는 것도 필요합니다. ●“경제부총리 제도 부활 필요합니다” → 경제 총리설이 나오는데 혹시 위원장이 영입되시는 것 아닙니까. -하하,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나는 G20회의 끝내고 책도 써야 하고 할일이 많습니다. 국제 정치나 경제 돌아가는 사안에 얼마나 재미있는 일이 많은데요. 경제 총리설은 아마도 경제 부총리가 없어서 나오는 말일 겁니다. 우리는 경제 각부처의 현안을 조정하는 경제부총리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사실 (지난 인수위에서) 조정부라는 것을 만들라고 했습니다. 미국같이 큰 나라는 견제라는 건국정신이 있지만 우리처럼 작은 나라는 다른 접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인수위에서 재무부를 부활시켜 국고국과 세제, 관세 등을 맡기고 기획조정부나 경제조정부에서 복잡하게 얽힌 경제 현안들을 조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대가 많아서 결국 기획재정부로 결론이 났습니다. 금융업무는 국제, 국내로 업무가 나눠지게 됐습니다. →세계 경제 전망은 어떻게 보는지요. -세계 경제는 아직도 위기 상황이지만 회복되는 중입니다. 중국은 어느 정도 출구전략을 썼지만 그래도 올해 8~9%의 경제성장이 예상됩니다. 유럽이나 미국 역시 그리 좋아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정말 대단합니다. 우리는 조선이나 IT, 자동차는 물론 섬유까지 골고루 다 잘하는 강점이 있습니다. 일본은 그리 크게 잘될 것 같지 않고요. 일본의 위기는 근본적으로 리더십 위기입니다. 그래서 잃어버린 10년이 온 겁니다. →요즘 개헌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내각 책임제는 반대합니다. 일본은 관료제가 정착됐기 때문에 내각제가 원활하게 운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4년 중임제가 좋습니다. 중간 평가가 있기 때문에 4년을 잘하면 8년을 할 수 있습니다. 8년이면 일을 좀 할 수 있습니다. 5년 단임제는 레임덕이 빨리 오기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요즘 준비 작업으로 강행군이신데, 건강은 어떻습니까. -골프는 안 치니까 주말에 혼자 또는 친구들과 등산을 갑니다.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거나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은 집 근처 운동장에서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바둑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고요. 요즘에는 저녁 약속이 없는 것이 제일 즐겁습니다. 집에서 쉴 수도 있으니까요.아무튼 이번 회의가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다시 한번 당부드리겠습니다. 정리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사공일 위원장은 1940년 경북 군위에서 태어나 교수를 시작으로 다양한 인생 역정을 겪었다. 1969년 미국 UCLA 경제학 박사를 받고 미국 뉴욕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1983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을 하다가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40대의 젊은 나이에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1983~87년 4년 동안 대통령 경제수석을 지내 아직까지 국내 최장수 경제수석 기록을 갖고 있다. 1988년 재무부 장관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나 고려대 석좌교수를 거쳐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하며 20여년 만에 다시 공직으로 돌아왔다.
  • “한국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 주도를”

    한국이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제 구축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30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8회 국제안보학술회의에서 발표한 ‘글로벌코리아와 중견국가로서의 안보역할’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를 통해 “특정 강대국이 다자안보협력을 주도하기보다는 한국 같은 중견국가가 성실한 매개자로서 주도하는 것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실장은 “동북아 지역은 유럽과 달리 국가 간 갈등을 다자적으로 해결하는 경험이 부족하고 이를 위한 협력체제의 진전도 미흡하다.”면서 “강대국들 간 패권 경쟁과 아시아의 잠재적 영토분쟁, 민족주의적 대결의식, 문화적 다양성은 이 지역에서 다자안보협력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국은 북한 핵문제의 핵심 당사국으로 2012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주재국이라는 입장을 활용한다면 중견 국가로서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부설연구소 머션 센터의 리처드 허먼 박사는 ‘미국의 세계 리더십 변화’라는 발제문을 통해 “앞으로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의 수출을 못하게 하는 접근법을 택할 것이고 이런 접근법은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의 리더십 성격은 미국의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우선적인 고려 요인이 될 것이며 한국과 일본의 정치 리더십의 성격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소수 강대국의 군사력에만 의존했던 기존의 국제질서는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다양하고 새로운 초국가적, 비군사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범국가적인 안보협력체계가 반드시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사설] 광복 65주년… 한·일 새 100년을 생각한다

    내일은 8·15광복 65주년이다. 또 보름 뒤면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이라는 의미도 있어 올해 광복절은 여느 때와는 느낌이 다르다. 광복된 지 65년, 정부가 수립된 지 62년 동안 대한민국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위대한 나라로 거듭났다. 미국과 옛소련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데다 6·25전쟁까지 겹치면서 남쪽은 거의 폐허나 다를 게 없었지만 우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적을 일궈 냈다. 60여년 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의 지난해 수출액은 전 세계에서 9위였다. 한때 해가 저물지 않는 나라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영국까지 제쳤다. 내년의 무역규모는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에서 10번째로 1조달러 무역대국 대열에 합류하는 셈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5위로 아프리카 50여개국의 GDP를 합한 것보다도 많다. 1인당 국민소득은 1953년에는 67달러에 불과했으나 2만달러가 됐다. 이러한 경제성장 신화를 일궈낸 것은 ‘하면 된다.’는 믿음과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자.’는 희망이 어우러져 열심히 앞을 보고 달린 결과다. 국민역량 결집해 선진화 이룩해야 할 시점 중동의 산유국 중에는 석유 하나로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3만달러를 쉽게 넘는 곳도 있지만 인구가 5000만명을 넘거나 육박하는 나라 중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는 곳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10개국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비아냥도 받고 일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우리는 민주화도 이뤄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사실상 유일한 나라라는 찬사까지 받을 정도가 됐다. 빛나는 성공신화를 일궈 냈지만 우리는 아직 선진국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의 벽은 높기만 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선진국과의 격차가 10년이 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압축적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달성한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역량을 결집시켜 선진화를 이룩해야 할 시점이다. 선진화를 위해서는 지역·이념·계층 간 갈등을 줄이는 국민통합이 선결돼야 한다. 광복절을 맞아 자랑스러운 조국, 평화로운 한반도를 후손에게 물려주겠다는 다짐도 필요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성공한 나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해마다 특히 8월이 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일본에 나라를 강탈당해 35년간 수탈당한 역사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는 해여서 더욱 그렇다. 그러나 과거에만 지나치게 얽매일 수는 없다. 일본도 변하고 있다. 지난 10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식민지 지배가 가져온 다대한 손해와 고통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한다.”면서 “당시 한국인들은 그 뜻에 반해 이뤄진 식민지 지배에 의해 국가와 문화를 빼앗기고 민족의 자긍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식민지배의 불법성은 언급하지 않았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문제도 밝히지 않아 유감스럽지만 과거 일본 총리의 사과와 반성보다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일 새 100년 준비하자 한·일 관계가 불행한 과거를 딛고 새출발하려면 가해자인 일본의 진솔한 사죄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일본 우익인사의 망언, 독도 영유권 주장, 사실을 왜곡한 일본 교과서도 정리돼야 한다. 일본 스스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하지만 우리도 이제는 과거의 속박에서 벗어날 때도 됐다. 일본에 대한 피해의식을 떨쳐 버릴 때도 됐다. 광복 이후의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에 자부심을 갖자. 우리의 젊은이들은 어디를 가도 주눅 들지 않는 우리의 희망이다. 1988년에는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올림픽을 개최했고 2002년에는 일본과 공동으로 아시아 첫 월드컵까지 개최한 나라가 아닌가. 11월에는 서울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도 열린다. G20 정상회의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 관계는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시작하는 출발선에 서 있다. 과거사의 짙은 그늘이 드리운 ‘아픈 100년’을 매듭짓고 미래를 위해 ‘새로운 100년’을 열어 가도록 하자. 아픈 과거를 잊지는 말되 과거에 얽힌 ‘악순환 고리’를 끊고 한·일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자. 일본을 감정적으로 몰아세우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면서 과거사 바로 세우기의 ‘대의’와 관계개선의 ‘실리’를 확보하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21세기는 한국·일본·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시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냉철히 바라보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한·일 새 100년을 준비하자.
  • [월드이슈] 상상초월 규모의 정화함대

    환관 정화를 사령관으로 하는 명나라 함대는 28년 동안 7차례 대항해에 나섰다. 매번 2만 7000여명의 인력과 대형 함선인 보선(寶船) 60여척 및 100척 정도의 소형 함선으로 이뤄진 대함대였다. 승무원 150명에 한 명꼴로 배치된 의사만 해도 180명에 이르렀고 승무원들이 소비하는 하루 식량만 70t가량이었다. 정화 함대가 세계사에서도 보기 드문 규모라는 것은 유럽사에서 ‘대항해 시대’를 연 콜럼버스나 바스코 다가마, 마젤란과 비교해 보면 잘 드러난다. 1492년 콜럼버스와 함께 출항한 인원은 함선 3척에 승무원 120명이었다. 바스코 다가마 함대는 함선 4척에 승무원 170명이었다. 마젤란도 함선 5척과 승무원 265명을 이끌었을 정도이다. 왜 이렇게 필요 이상의 대규모 함대여야 했을까. 어마어마한 규모는 정화 함대가 실용적인 목적 못지않게 중국의 위용을 과시하고 ‘조공’이라는 중국식 국제 정치·경제제도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과시용 성격이 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 원나라 쿠빌라이 칸이 구축한 해상교역로를 복구함으로써 국제질서를 재구축하려는 ‘대형 국책사업’이었던 것이다. 오늘날 이란에 있는 호르무즈 왕이나 아프리카의 술탄들도 중국에 조공하라는 정화의 요청에 대해 사자·기린 등 헌상품과 사절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정화를 발탁했던 명나라 황제 영락제는 반란을 일으켜 조카 건문제의 왕위를 찬탈한 중국판 수양대군이었다. 이 때문에 ‘남해 원정’에는 자신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었다. 일부에서는 반란을 피해 도망간 건문제를 찾기 위해 정화를 파견했다는 ‘야사’도 전해지고 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美 “北·이란 대화·고립중 택일하라”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미국 정부는 27일(현지시간)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에 대해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지 아니면 국제적 고립에 직면할지 ‘분명한 선택’을 하라고 요구했다. ●北에 외교적 압박 강도 높여갈 듯 보고서는 또 조지 W 부시 전임 행정부 시절의 ‘일방주의’ 외교정책과 ‘선제공격론’을 폐기한다는 점을 공식화하고 다자주의 외교원칙을 강조했다. 국가안보 목표와 우선순위를 명시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4년마다 발표하도록 돼 있다. 보고서는 북한에는 핵프로그램 폐기를, 이란에는 원자력 프로그램에 대한 국제적 의무 이행을 각각 요구하면서 “두 나라는 분명한 선택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두 나라의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전략적 인내를 보여왔던 미국이 두 나라에 더 이상 기다릴수 만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향후 외교적으로 압박 강도를 높여 나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 ●‘자생적 테러리즘’ 안보위협 첫 규정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리즘 등 글로벌 안보 이슈들을 다루는 데 있어 전통적인 동맹들과의 국제공조를 넘어 중국과 인도 등 신흥 강국들에까지 안보파트너십을 확장한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 방어는 해당 국가가 주도적으로 책임지고 미국은 이를 적극 지원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겨 나가기로 했다. 보고서는 최근 들어 과격 양상을 띠고 있는 ‘자생적 테러리즘’을 국제테러리즘, 핵무기 확산, 경제적 불안정, 기후 변화 등과 함께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처음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슬람 세계가 아닌 알카에다와 같은 특정 조직 및 방계조직을 적으로 간주하고 전쟁을 하고 있다고 명시, 이슬람권과의 화해 의지도 분명히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발표되는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미국과 미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안보의 우선순위와 목표들을 대외적으로 천명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또 곧 발표될 ‘국가군사전략’ 보고서의 근간이 되며 향후 국가안보 관련 예산 배정과 국방정책, 안보전략에 영향을 준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4년마다 발표하며 지난 보고서는 2006년 나왔다. ●대단위 군사력 사용땐 우방과 협의 명시 보고서는 이 밖에 미국이 대단위로 군사력을 사용할 때는 동맹 및 우방과 협의를 거치도록 요구하고 있다. 군사력 사용 시 동맹국과 협의를 거치도록 한 것은 전임 부시 행정부가 독단적 결정을 통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것과 차별화되는 정책기조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주말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축사를 통해 “미국 군인들과 미국이 혼자 이 시대가 직면한 짐들을 질 수는 없다.”며 국제적인 안보위협에 대한 국제공조를 강조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과 함께 설득 외교로 새로운 국제질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kmkim@seoul.co.kr
  • [시론] 천안함에서 국가안보의 엄숙함을 배우자/한희원 동국대 법대교수

    [시론] 천안함에서 국가안보의 엄숙함을 배우자/한희원 동국대 법대교수

    2001년 9월11일 아침 공중 납치한 4대의 항공기가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FBI가 펜트봄이라는 코드네임으로 실행한 방대한 수사결과 오사마 빈 라덴이 이끄는 19명의 알 카에다 요원들이 조종사 1명을 포함하여 네 팀으로 나누어 실행한 소행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들이 사용한 무기라고 해야 단단한 소형 자, 금속형 필기도구, 자극성 후추 스프레이 그리고 다용도 칼이 전부였다. 테러분자들은 근 1년 동안 미국 내에서 생활하면서 미국 항공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여러 차례 출입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경악했다. 총체적 안보 부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냉정했다. 국가안보 위협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행해지는 것으로서, 정찰위성이나 수많은 과학장비가 있다고 하여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전 국민의 총화단결로만 대처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부시 대통령에게 국가비상사태에 대처할 전권을 위임하면서 의회차원에서 수많은 결의를 하고 필요한 법을 신속히 제정했다. 대표적으로, 테러를 당한 사흘 만인 9월14일 대통령에게 미국을 타격한 세력과 그에 동조하고 지원하는 어떤 세력에 대해서도 모든 수단과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할 것을 결의하고 법으로 제정했다. 10월11일에는 오늘날 로스쿨 학습의 단골 메뉴인 애국법(USA PATRIOT ACT)을 제정했고, 10월25일에는 9월11일을 ‘애국의 날’로 지정하는 결의를 하는 등으로 10월까지 17차례의 의회결의를 통해 미국의 결속을 다져갔다. 2004년에는 정보개혁 및 테러방지법을 제정했고, 의회가 중심이 되어 국토안보부와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창설했다. 우리는 어떤가? 세계평화와 안전 그리고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도모하며 안전한 삶을 이끌 국제질서의 핵심인 UN 체제에서 주권국가가 선전포고를 받음이 없이 군사적 도발을 당했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비정상적인 도발에 대한 민주당의 인식이다. 민주당은 천안함 사건은 북한에 의한 기습타격이라는 국제사회의 공식적인 발표를 정부의 발표라고 깎아내리면서, 대통령은 즉각 사죄하고 내각은 총사퇴하라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공천자인 유시민 후보는 “합조단의 발표를 차마 믿기 어렵지만, 안 믿으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라니까 믿어 드리겠다.”면서 “믿으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북한 잠수정이 음향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고 어뢰를 쏴 천안함을 두 동강 내고 도망가는데, 고속정은 출동도 안 했고, 총을 새떼에 쏘아댔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지휘라인을 군법회의에 회부하고, 46명의 젊은이를 죽게 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가안보는 단절된 역사의 한 단면이 아니다. 정권을 거듭하면서 면면히 그 정신과 판단력을 이어가는 생명력 있는 국가의 정신이다. 주적(主敵)을 포함한 앞선 정권의 안보의지와 안보능력을 바탕으로 하면서 현재의 실질적인 국력을 통해 전개된다. 국력 또한 외교력, 군사력, 국가정보력, 민간방위 중심의 국가위기 관리능력, 경찰력을 포함한 효율적인 법집행 능력, 필요한 법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제정하는 입법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총화력의 집결체이다. 국가안보는 국방력이나 국가정보력만으로 확보되는 것도 아니고, 집권세력의 전유물이나 책임대상은 결코 아니다. 여와 야를 초월한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들과 국가 최고 책임자를 중심으로 한 국민총화 능력이 국가안보의 핵심이다. 그런데 국가안보 앞에 경건함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남의 일로 간주하고, 국가 강간행위를 한 강간범은 제쳐두고 왜 강간을 당했느냐면서 피해자를 다그치고, 국론을 오도하고 국가안보를 정치공세로 이어가며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천안함 사건과 같은 주권국가의 존속과 위신에 대한 불의의 타격은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 “내 정책모델은 MB” 日국토교통상 발언 화제

    │도쿄 이종락특파원│차기 일본 수상 후보감으로 거론되고 있는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국토교통상이 이명박 대통령을 정책 모델로 삼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은 25일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새로운 100년을 향한 한·일 협력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행사에서 “이 대통령이 내세운 ‘CEO 대통령’을 나의 역할 모델로 삼고 있다.”며 “최근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자력발전소 수주 경쟁에서 진 뒤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일본의 건설·교통·관광 정책 담당자인 그는 이후 이 대통령처럼 민·관 합동의 원자력발전소, 고속철도 등의 국제 수주 경쟁을 직접 이끌고 있다.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은 일본 민주당 내의 ‘전략적 한일관계를 구축하는 의원 모임’ 회장을 맡고 있다. 이날 중의원 본회의가 열리는 와중에도 잠시 시간을 내 세미나에 참석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각별하다. 한편 세미나의 발제자로 나선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학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형제 국가로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되는 이 시기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rlee@seoul.co.kr
  • [씨줄날줄] 적성국교역법/육철수 논설위원

    쿠바는 1962년 미사일 기지 사건으로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경제봉쇄 조치를 당했다. 쿠바 경제의 파탄과 국민의 굶주림은 곧바로 현실화됐다. 쿠바 지도자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를 보다 못해 ‘묘안’을 내놓았다. 여러 식구가 닭 한 마리로 나흘을 버티는 비결이었다. 닭을 잡으면 우선 고기로 이틀 끼니를 때우고, 다음날엔 껍질로 국을 끓여 먹고, 나흘째는 뼈를 푹 고아 국물과 뼈를 한꺼번에 먹는 요리법이었다. 쿠바 국민의 이런 비참한 생활은 2001년 말 미국이 교역금지 대상에서 식품을 제외하면서 미국산 닭고기를 수입할 때까지 39년간 이어졌다. 미국의 경제제재는 대상 국가의 국민을 기아상태로 몰아넣을 정도로 혹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쿠바 말고 북한과 리비아 등도 된서리를 맞았다. 1990년대 탈냉전 시대 이후 초강대국으로 떠오른 미국은 국제질서와 평화를 위협하는, 이른바 불량국가(rogue state)들을 상대로 적절한 제재를 구사하고 있다. 테러지원국 지정이나 적성국교역법 적용이 대표적 방법이다. 이 가운데 적성국교역법은 1차 세계대전 때인 1917년 적대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제정된 미국 연방법이다. 적성국으로 규정되면 해당국가의 미국 내 자산동결과 교역금지는 물론 해당국과 교역하는 상대국에도 경제제재를 가해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왕따’시켜 버리는 것이다. 북한은 1950년 6·25전쟁 이후 2008년 6월까지 적성국교역법을 적용받았다.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 이듬해인 1988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테러지원국으로도 지정된 바 있다. 미국은 천안함 폭침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북한에 대해 유엔 안보리 회부, 다자적 제재 외에 고강도의 독자적 제재를 모색 중이라고 한다. 그중 하나가 북한의 돈줄을 죄는 적성국교역법을 다시 써먹는 방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통해 대북 금융제재를 가한 ‘스모킹 드래건’ 작전을 되살려 북한의 피를 다시 말려버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이것이 우리 정부의 대북경협·교역 중단 조치와 맞물리면 시너지 효과도 제법 클 것 같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이다. 북한의 연간 대외교역 51억달러 중 절반 이상(27억달러)이 중국과의 거래여서다. 20년째 이어진 남북교역은 현재 17억달러다. 남북교역 중단으로 적어도 2억달러 이상 손실을 입힐 수 있다고 하나, 중국이 북한을 도우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유감스럽게도 이래저래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글로벌 시대] 기로에 선 북 ·중 관계/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글로벌 시대] 기로에 선 북 ·중 관계/남상욱 유엔공업개발기구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실상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글로벌화하고 투명해진 국제관계 추세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의 방중이 계속 비밀리에 추진되는 것은 북·중 양국관계가 떳떳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해외방문이 사실상 중국 한 나라에만 국한되는 점도 외톨이 신세인 북한의 현실을 말해 주고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왕따를 당하는 북한을, 천안함 사태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원해 주는 까닭은 다음과 같은 대(對)한반도정책 때문이다. 첫째, 중국은 ‘지속적 경제 발전을 위한 안정적 대외 환경 구축’에 외교목표의 최우선을 두고 있다. 한반도에서의 상황악화는 중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주한 미군이 주둔해 있는 한국과의 완충 지대로서 북한이 존속하기를 희망한다. 중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통일한국의 출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셋째,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다. 한국과는 경제 동반자, 북한과는 사회주의 형제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남북한 간 균형자적 역할을 추구한다. 넷째, 북한의 연착륙을 위해 중국식 개혁·개방을 권유한다. 김 위원장의 방중 기회에 중국 정부는 경제발전도시인 상하이, 다롄, 선전 등을 방문토록 하여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다섯째,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와 6자회담을 지지한다. 북한의 핵보유는 일본의 핵무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중·미 관계개선 이래 가장 중요한 외교 사업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이같은 한반도 현상유지정책 때문에 중국은 북한이 핵개발을 강행하고 무모한 무력도발을 자행하더라도 감싸고 돌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 제소, 대북 경제 제재도 불사한다는 미국·일본의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중국은 북한을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북한이 못마땅하기는 하나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북한경제가 더욱 악화되어 대규모 탈북자가 발생할 것이며, 한반도 위기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중국의 중장기 외교전략과도 연계되어 있다. 중국외교의 근간의 하나는 ‘도광양회(韜光養晦)’라고 할 수 있다. ‘칼집에 칼날의 빛을 감추고 힘을 기른다.’는 손자병법이다. 비록 중국의 경제와 군사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상당기간 미국을 능가하기는 어렵다. 중국은 미국이 안보전략상 표면적으로는 협력을 이야기하면서 은밀히 신(新)황화론에 입각하여 중국 포위전략을 편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 장래 가상의 적으로서 미국을 염두에 두는 한 한국과의 긴밀한 경제협력관계에도 불구하고 정치·군사 파트너인 북한과의 전통적 혈맹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한반도의 안정과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북한의 불법적 행위를 무한정 인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992년 한·중수교 당시만 해도 중국의 위정자 가운데 북한과의 순망치한 관계를 중시하는 세력이 월등히 강하였고, 오늘날에도 ‘라오펑요우(오랜 친구)’인 북한을 감싸는 층이 적지 않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공산당 권력층의 세대교체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북·중 관계도 혈맹관계에서 보통의 선린관계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북한의 모험주의에 대한 일반 중국인의 혐오감도 늘어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중국의 국제위상이 높아지고 책임감이 커지면서 가속화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대(對)중 정책은 중요한 기로에 놓여 있다. (1) 한반도의 현상유지와 등거리 남북한 관계에 기초한 중국의 기존 대북 유화책을 계속 수용할 것인지, (2)압력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도록 중국을 설득할 것인지, (3) 궁극적으로 자유 대한민국체제로의 한반도통일을 중국이 지지하도록 적극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인지 등에 관해 우리의 입장을 정하는 대장정의 길로 나서야 한다.
  • [新 차이나 리포트] 중국의 급부상, 위협이 될 것인가

    중국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다. 연구기관에 따라 다소간의 차이는 있지만,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는 2030년대, 구매력지수(PPP) 기준으로는 2020년 무렵이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된다. 경제력에 있어서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이다. 이런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1989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의 백분율로 국방예산을 증액하는 등 그 어느 나라보다 군사력 증강에 힘쓰고 있다. 이를 두고 서방의 군사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대국에 이어 군사대국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고 해석한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이 향후 주변국에 위협이 될 것인지, 미국을 능가하는 또 하나의 패권국가가 될 것인지에 대해 전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 측의 시각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경제력은 규모면에서 커 보이는 것으로 실제 1인당 국민소득 기준으로는 아직 4000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내부적으로 소수민족 문제, 빈부격차, 간부부패 등 다양한 사회 불안정 요인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부족이나 정체된 농촌 사회 등과 같이 지속성장을 어렵게 하는 문제들도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종합국력’면에서 중국은 아직 한참 열세에 있다는 논리이다. 중국의 지도자들도 기회 있을 때마다 국제사회를 향해 중국이 결코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에서는 끊임없이 중국을 의심의 눈으로 보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갈수록 중국의 발언권이 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중국적 가치와 규범이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은 현재 전 세계 약 400곳에 공자학원을 설립, 중국어 및 중국문화 보급에 진력하고 있다. 또한 일당지배체제의 유지와 고도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중국식 발전모델’(中國模式)은 이를 추종하고자 하는 일부 중남미 및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증진의 주요 자산으로 활용된다. 지구 환경, 에너지, 인권 등의 측면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다른 전략적 입장과 가치관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중국이 기존의 다극화 전략 추구에 이어 최근 조화세계(和諧世界)의 건설을 부쩍 강조하는 것도 미국 중심의 구도를 타파하고 국제질서의 ‘새판 짜기’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주변국 한국으로서는 미국과 같은 이런 강대국의 입장과는 달리 중국의 강한 민족주의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이룩한 성과는 지식인을 포함해 대부분의 중국 인민들로 하여금 현 체제와 공산당 통치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게 했다. 이런 높은 체제만족도를 바탕으로 중국인들은 아편전쟁 이후 가장 강한 민족적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자긍심이 중화민족주의의 정서와 혼합되어 자칫 공세적 대외 행태로 나타난다면 주변 국가들과 큰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중국의 부상이 자국의 대내단결과 체제안정을 도모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보다 고민해야 한다. 중국의 부상에 따른 동아시아 시대의 개막을 반기는 역내국가들이 중국의 그런 노력 여하를 지켜보고 있다. 전성흥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시론] 밴쿠버의 교훈과 세종시 출구전략/한희원 동국대 국가정보법 교수

    [시론] 밴쿠버의 교훈과 세종시 출구전략/한희원 동국대 국가정보법 교수

    온국민이 열광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1500m 쇼트 트랙 결승에서 금·은·동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순간 우리 선수들끼리의 판단 잘못으로 올림픽 메달 2개가 달아났다. 최선을 다하는 스포츠맨십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부터, 매일 정치인들이 싸우는 것만을 본 당연한 귀결이라면서 차제에 정치인들이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았다. 지난 여름방학에 전 세계에서 온 학생들이 참석한 하버드대학교 입학설명회의 스크린이 한국제품이고, 아이비리그와 MIT 등 유수한 대학의 입학담당자들의 손에 한국산 휴대전화가 들려 있는 것을 목격한 필자로서는 국가지도자들의 다툼 가운데 국가의 미래발전, 그리고 대외적 이미지는 어떻게 될지 참으로 걱정이 앞선다. 결론적으로 세종시 문제는 치열한 이성적 논의와 정치지도자의 진정한 결단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다. 세종시 논쟁의 논리는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그동안 잘 부각되지 않았지만 통일대비론이다. 두 번째는 국가안보론을 포함한 행정효율론이다. 세 번째는 지역균형발전론이다. 마지막으로 약속이행론이다. 통일대비론과 행정효율론이 우리의 현실에서 긴요하다면 행정부처 이전을 백지화한 세종시 수정론이 맞을 것이다. 수도권의 과밀화와 집중화를 염려하는 지역균형발전론과 약속이행론의 관점이라면 원안 고수의 입장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논리에 바탕을 둔 논쟁은 당연히 글로벌 국제사회의 변화무쌍함을 통찰하는 정치지도자의 혜안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현실정치가의 모습을 주창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되돌아 보아야 할 이유가 있다. 일국의 정치지도자는 재선만을 고민하는 정치인이나 정치를 업으로 하는 정치꾼과는 달라야 한다. 중국의 초석을 이룬 마오쩌둥, 작지만 커다란 오뚝이 덩샤오핑, 티베트의 당서기로 몰리며 변방으로 휘둘렸다가 다시 권좌에 오른 공대 출신의 후진타오,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대외적으로는 스탈린과 처칠을 간단히 휘어잡고 국내로는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며 미국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4선 대통령이 되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모두 현실정치의 대가들로, 그들 정치지도자에게는 국제정치에서도 ‘약속은 국가이익을 위한 방책’일 뿐이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2010년 다보스포럼에서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가 한 주장을 곱씹어 보아야 한다. 퍼거슨 교수는 지난해 영국 더 타임스가 세계의 경영사상가 50인 중 한 사람으로 선정한 인물로 ‘차이메리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는 “북한이 아주 갑작스럽게, 그리고 아주 빨리 10년 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기 한 달 전인 1989년 여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칼럼을 썼고, 실제로 한 달 뒤에 베를린장벽은 무너졌던 예지를 가졌던 인물이기도 하다. “중국이 더 이상 북한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때가 바로 북한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시점이 될 것”이며 “10년 후에도 한국이 여전히 분단된 상태로 남아 있다면 놀라운 일이 될 것”이라는 퍼거슨의 지적은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세종시 논쟁의 중심이 되어야 할 기준이다. 통일한국의 수도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에 대한 미래예측과 급변하는 국제질서를 염두에 두고도 세종시에 대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는 공동성명으로 현 단계에서의 논의 중단을 선언해야 한다. 새로운 변수로서 북한체제의 전개과정을 면밀히 살핀 후에 판단하기로 하는 국가의 미래과제로 보류하는 해법이 요구된다. 그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편하게 하고 모두 승자가 되는 세종시 출구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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