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협력대화에 부쳐/배긍찬 외교안보연 교수(특별기고)
◎아태지역 안보 통상협력과 연계돼야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6개국간의 신뢰구축과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동북아협력대화(NEACD)제5차 회의가 9일부터 12일까지 외교안보연구원에서 열린다. 당초 우리 정부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의 소지역 차원에서 동북아안보대화(NEASED)를 제의했으나 북한의 불참등으로 관련국들이 우선 그 전단계로 NEACD를 활성화하기로 한것이다.이번 회의를 앞두고 동북아 안보문제를 집중연구하고 있는 배긍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의 기고를 싣는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유럽과는 달리 역내 국가들간의 다자안보협력 경험이 일천한 지역이다.이 지역 국가들이 정치체제,경제발전 정도,사회·문화·인종적으로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때로는 이질적이기까지 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아태지역 국가들은 그간 안보협력을 위한 정치적 목적의식도 미약했으며 상호 대화채널 및 공동의 안보의제도 없었다.따라서 이들 국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역내 정치·안보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냉전종식이후 소연방의 붕괴와 아태지역에서 미국의 안보역할 감소조짐,이에따른 중국과 일본의 지역패권 경쟁 가능성 대두,역내 국가들의 군사력 증강추세등 안보환경의 변화가 가시화됨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다자간 정치안보 협의체 창설을 통한 협력확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이에따라 80년대후반 이후 러시아,한국,몽고,캐나다,호주등 다수의 아태지역 국가들이 각기 다른 목적과 참여대상국을 상정하는 다양한 형태의 다자안보협력 구상들을 정부차원에서 제기한 바 있다.그러나 현재 아태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 차원에서의 유일한 공식 다자안보대화 메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세안의 이니셔티브에 의해 출범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뿐이다.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된 94년 이후 세차례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무장관 회의를 통하여 아태지역 국가들이 이제는 점차로 안보대화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공식 출범한지 2년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간 신뢰구축,평화유지,예방외교,해상수색 및 구조등 각 분야에서정부차원 및 비정부차원의 회의들을 계속 개최해왔다.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해결에 관련 국제법을 적용시키려는 노력이라든지 유엔의 재래식 무기등록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처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유엔과 같이 범세계적 차원에서의 일반적 국제규범이나 규칙을 아태지역에 확대적용시키려는 시도들은 긍정적 진전으로 평가된다.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향후 아태지역 세력균형에 관건이 되고 있는 중국을 안보대화와 협의의 장으로 일단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반도문제와 관련하여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은 우리에게 유용한 외교의 장으로 활용돼왔다.한국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통하여 북한핵문제 해결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회원국들에게 인식시키고 남북대화 재개의 필요성,53년 정전협정의 유효성 확인,그리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지역 안보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동북아 문제를 보다 심도있게 다루기 위해서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과는 별도로 소지역 차원에서의 동북아지역 다자안보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이 문제와 관련하여 한국정부는 이미 94년 5월 방콕에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고위실무회의를 통해 동북아지역의 정부간 안보대화체로서 동북아안보대화(NEASED)를 제의한 바 있다.이후 한국정부는 95년 제2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서 합의된 바와 같이 동북아안보대화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틀 안에서 소지역 차원의 다자안보대화체로 추진하고 있다.동북아안보대화는 동북아지역 안보에 직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는 한국,북한,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6개국을 참여국으로 상정하고 있으나 북한의 참여거부로 아직 공식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향후 아태지역의 다자안보대화가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고려하여 동북아안보대화 구상의 실현을 아세안지역안보포럼과 연계하는 방안들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그리고 향후 아태지역의 안보협력과 경제협력이 각각 아세안 지역안보포럼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중구조를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정치,안보협력과 경제,통상협력이 연계된 종합안보라는 개념하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과 APEC의 활동이 어떻게 전략적으로 연계돼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