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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선택제 정규직 교사 신규채용 논란

    교육부는 정규직 교사가 최대 3년 동안 주 2~3일만 일하는 시간선택제 교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육공무원 임용령’ 등 관련 법령을 7일 입법예고했다. 시간선택제 교사를 신규 채용하는 문제는 교육계 의견을 수렴한 뒤 연내에 결정키로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 등 교육계는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시간선택제 교사를 전일제 교사와 동등한 자격과 지위, 62세 정년을 갖는 정규직 교육공무원으로 규정했다. 학생을 교육하거나 상담, 생활지도를 맡게 된다. 전일제 교사는 매년 3월 1일을 기준으로 3년 이내 시간선택제 교사로 전환할 수 있고, 전환 기간이 끝나면 시험이나 평가 없이 전일제로 재전환된다. 시간선택제란 용어 그대로 반나절만 근무한다면 현장에 혼란이 생길 것이란 지적에 따라 교육부는 주 2일 또는 주 3일 전일 근무 형태를 원칙으로 정했다. 단 교육감이 인정하는 특별한 경우라면 다른 근무 형태가 가능하다. 시간선택제 교사로 인해 부족해지는 수업시수는 총정원 범위 안에서 정규직 교사가 채운다. 교육부는 교육계 의견을 수렴해 시간선택제 교사 신규 채용 논의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올해부터 연 600명의 시간선택제 교사를 신규 채용한다’는 내용의 국정과제 시행은 다소 늦춰지게 됐다. 이번 입법예고를 시간선택제 교사 신규채용 도입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으로 해석한 교육계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교총은 “출산·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된 데다 방학이 있어 민간에 비해 교직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이 극히 드물다”면서 “정부가 추가로 기대하는 여성의 경력단절 방지 정책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어 “시간제 교직 개념을 도입한 영국은 국가 교육력 약화 문제를 겪고 있고, 독일에서는 정규직 시간제교사가 돈을 더 벌려고 피자배달이나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화제가 됐다”면서 “프랑스, 일본, 중국 등에서는 아예 도입하지 않은 제도”라고 덧붙였다. 예비교사 격인 수도권 사범대 네트워크 학생들도 “실질적인 청년고용효과는 미미하고 교육적으로 문제가 우려되는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 대신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었던 학급당 학생수 감축 계획을 시행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초등 임용고시 합격자 990명 가운데 38명만 발령받는 등 전국적으로 신규 교사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는 상황을 방치한 채 ‘전일제 정규직 교사-기간제 교사-시간제 정규직 교사’ 등으로 교사 신분만 복잡하게 만드는 정책을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데스크 시각] 김연아의 강점과 약점/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김연아의 강점과 약점/박상숙 산업부 차장

    “우리 애가 김연아 같은 멘털을 가져야 할 텐데 말야.”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두고 공부 걱정을 하던 후배의 교육관이 바뀌었다. 경쟁자가 누구든, 경연 순서가 어떻든, 늘 제 기량을 뽐낸 김연아의 강한 정신력을 닮아 험난한 세상을 헤쳐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후배 같은 이들이 많은지 검색창에 김연아를 치면 ‘멘털갑’이란 표현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멘털갑은 정신을 뜻하는 영어 멘털(mental)과 으뜸이라는 한자 갑(甲)을 합성한 유행어다. 김연아는 마지막이라는 이번 올림픽 무대에서 멘털갑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경기 전부터 쏟아져 나온 무성한 억측과 근거 없는 폄하에도 한 치의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빼앗긴 금메달’ 앞에서도 그녀는 “괜찮다”고 오히려 격앙된 국민을 위로했다. “더 간절한 사람에게 금메달이 갔다”는, 대인배다운 한마디는 전 세계인의 가슴 속에 불도장처럼 강렬하게 찍혔다. 실력에 합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면 누구라도 울분을 터뜨린다. 올림픽 2연패의 9부 능선에서 억울하게 물러난다면 더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의연하고 담대한 평정심으로 멘털갑임을 입증했다. 시대가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면 남다른 정신력을 가진 이들이 숭배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대입, 취업 앞에서 흔들리는 청춘부터 퇴직과 노후 불안에 떠는 황혼세대까지 그녀를 부러워하고 본받기를 다짐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그녀에게 열광하는 배경에는 물러남의 미학도 들어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분명히 알고 가는’ 김연아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래서 온 국민이 연방 “연아야, 고마워”를 외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같은 물도 소가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먹으면 독이 되는 법. 멘털갑이 악용되면 철면피가 된다. 권력의 주변에서 돈과 자리에 목매다는 이들도 불굴의 정신력을 발휘한다. 오전에 방송사의 마이크였다가 오후에 청와대의 입이 되려면, 보통 사람의 멘털로는 안 된다. 노추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칠전팔기에 한창인 왕년의 인물들도 ‘정신승리’만큼은 갑이다.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공기업 낙하산 인사를 철저히 방지한다는 대통령 업무보고가 나온 날에도 낙하산이 함박눈처럼 쏟아졌다. 정부기관도 이제 멘털갑의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생각할 도리밖에 없다. 게다가 낙하산이라고 다 같은 낙하산이 아니라고 되려 강변하는 데에는 두 손 다 들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점점 멘털 쪽에 있어서 을이나 병, 정들이 살기 어려운 곳이 되고 있다.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성공의 통과의례가 된 듯하다. 범인들의 ‘유리 멘털’로는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끊이지 않으니 말이다. 1년 전 오늘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를 선언하면서 취임했다. 국정 전반은 물론이고 염전노예나 안현수 귀화 문제 등 전방위에 걸쳐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하지만 정작 어두운 등잔 밑은 방치하는 듯하다. 일보다 자리를 우선하고 나라보다 조직이 먼저인 철면피들의 비정상적인 행진을 끊어내는 것이 시급하다. 한 블로그에서 김연아의 강점과 약점에 관한 글을 발견했다. 강점은 멘털, 약점은 국가란다.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면서도 러시아에 금메달을 도둑맞은 한심한 국력에 대한 비아냥이다. 스포츠 외교력에 국한된 얘기라고 치부하면 정말 답이 없다. alex@seoul.co.kr
  • [글로벌 시대] 창의성 교육의 성공적 조건들/정일용 OECD 한국대표부 공사

    [글로벌 시대] 창의성 교육의 성공적 조건들/정일용 OECD 한국대표부 공사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창의경제가 중요 화두다. 2012년 어도비(Adobe)사의 창의성에 대한 연구에 의하면 주요 선진국들의 성인 약 80%가 창의성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응답했다. 제3의 물결로 유명한 엘빈 토플러 등의 미래학자들은 21세기 특징으로 지속적 혁신, 프로-컨슈머, 정보통신기술의 혁명 등을 들고 있다. 이를 교육적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능력은 다양성에 기초한 창의적 능력이라고 압축해 볼 수 있다. 창의성 신장은 어느 날 갑자기 생성되는 게 아니라, 상당한 기간의 교육과 훈련을 통해 형성된다. 그동안 교육정책분야에서 이런 시대적 요구에 부응, 창의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학교현장에서 다양한 교육방식을 시도해 왔다. 예컨대 국정교과서의 검인정체제로의 전환, 선택과목의 확산, 학교의 다양화·특성화, 절대평가와 주관식 평가의 도입, 대학입학사정관제 등은 표준화와 집중화 방식을 탈피하고 개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신장하려는 정책의 일환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지적받고 있는 것은 개인의 다양성 반영이나 창의성 교육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창의성 교육이 나름대로 잘 시행되는 국가로 핀란드가 꼽힌다. 핀란드는 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권으로 유명하지만, 창의성·혁신성과 기업가정신 등을 가르쳐 경제발전에 기여할 인재를 양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필자의 의견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 없지만, 핀란드 사례를 중심으로 창의성 교육의 성공적 조건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 본다. 첫 번째는 교사에 대한 높은 신뢰다. 핀란드에서는 학생들의 학습에의 동기를 유발하는 교사의 학생지도 능력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평가는 절대평가 방식과 주관식 평가를 중심으로 한다. 이것은 교사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으면 시행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교사에 대한 신뢰 없이는 정답위주의 암기식 교육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개인별 다양성을 고려한 교육과정 운영이다. 학생의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학생 개인의 필요에 집중하며, 조기에 학생 문제에 개입할 수 있게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한다. 특히 고교과정에서의 개인별 학습계획과 모듈식 교육과정, 무학년제와 학생의 개별화 교육과정 이수를 지원하는 상담과정 운영 등이 그 예이다. 세 번째는 산업계의 적극적 협조다. 1990년대 초 핀란드 교육개혁 시, 다음과 같은 기업의 요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수학이나 물리학을 모르는 젊은이를 채용할 수 있다. 그러한 것을 가르쳐 줄 동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약 다른 동료와 협력해 일을 할 줄 모른다면, 창의적으로 생각할 줄 모르고, 또한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다.” 기업은 태도와 능력을 보고 채용하는 것이지 학점과 학위를 보고 채용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창의성 교육은 학교만의 노력으로 성취될 수 없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신뢰와 산업체의 적극적 협조가 뒷받침돼야 한다. 얼마 전 삼성의 총장 추천제가 대학가를 혼란스럽게 한 사건이 있었다. 기업이 얼마나 교육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다. 교육분야도 학부모와 사회의 신뢰와 협조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우리 모두 합심하여 노력한다면 해방 이후 우리가 보여준 대한민국의 저력을 또다시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고 믿는다.
  • [사설] 표절 시비 속 문대성 여당 복당 볼썽사납다

    꾀를 내도 죽을 꾀만 낸다는 말이 있다. 지금 새누리당의 모양이 꼭 그렇다. 집권당이 심각한 논문 표절 문제로 당에서 쫓겨나다시피한 문대성 의원의 복당을 결정하며 온갖 황당한 사설을 늘어놓고 있다. 논문 표절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체육계 등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일로 유독 문 의원에게만 가혹하게 기준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에다 IOC위원인 문 의원은 공(功)이 7이고 과(過)가 3이니 하며 법석이다. 국민정서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그들만의’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가 아무리 비정상의 정상화를 소리높이 외쳐도 정작 힘있는 여당이 이를 비웃듯 ‘관행대로’를 고집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정치개혁은 물론 정부가 사활을 거는 공공부문 개혁도 요원하다. 원칙이 실종된 마당에 앞에서 낙하산 근절을 외치면서 뒷전에서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황금 낙하산을 내려보내는 현실을 어떻게 탓할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은 문 의원이 탈당할 때 “공천 과정에서 논문 표절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점 국민께 죄송스럽다”고 사과했다. 혹시 그때 사과한 것을 후회라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 여론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막가파식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하기야 성희롱 혐의 등으로 확정판결까지 받은 제주지사의 입당도 받아들인 정당이니 도덕적 양심이나 정치적 이성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국민은 상궤를 벗어난 새누리당의 저열한 정치행위를 보며 적잖은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법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박사호(號)를 따고, 제 분야에서 명성을 쌓으면 어떻게든 국회의원이 되고 마는 사회는 분명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조리가 통한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새누리당의 비이성적인 행태만 봐도 어렵잖게 알 수 있다. 새누리당은 문대성의 복당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 한 정치 개혁을 말할 자격이 없다. 새 정치는 ‘새정치연합’만이 하는 것이 아니다. 국정 책임을 공유하는 새누리당이야말로 그 이름에 걸맞은 새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표절 의혹을 사고 있는 의원을 거느리고 있는 민주당이 문 의원의 복당을 비난하고 있는 것은 논외로 치자. 국민 중 열에 아홉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다. 대중의 지성을 외면하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명분 없는 복당 결정을 당장 철회하기 바란다.
  • “주민번호 대체할 모든 수단 연구”

    정부가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카드사 개인정보 대량유출 관련 국정조사에 참석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은 “오는 8월부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법적 근거 없이 주민번호를 수집 및 활용하는 것이 금지된다”며 “온라인에서 1400만명 이상 발급받은 아이핀을 오프라인에서도 사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 주민증 발급 번호, 휴대전화 인증, 공인인증서 등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주민등록법에 따르면 정보 유출에 따른 피해를 막으려고 주민번호를 바꿀 수는 없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 등이 생기면 주민번호를 변경할 수 있고, 생년월일·성별·출생지 등 고유한 개인정보가 아니라 난수표와 같은 임의적인 숫자로 번호를 부여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임의 숫자로 주민번호를 바꾸는 대상은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 신생아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려 행정 비용 및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개정안의 목표다. 지난 10년간 24만명이 생년월일이 바뀌었거나 행정착오로 번호에 오류가 있는 경우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했다. 정부는 주민등록번호의 전면적인 개편에 대해서는 “주민등록번호는 국가 발전의 정보 인프라로 전 국민의 주민번호를 모두 바꾸는 것을 배제하진 않지만, 경제·사회적 비용과 국민의 불편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민번호를 임의적인 숫자로 바꾸면 생년월일, 성별과 같은 개인정보가 노출되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현재 정부가 금융실명제를 이유로 금융기관의 개인정보 수집을 용인하고 있는데, 주민번호 이외의 방법으로 개인을 식별하면 된다”고 말했다. 임의 숫자로 된 주민번호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란 주장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임의 번호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개인정보를 관리하는 각 기관의 데이터베이스(DB)가 그 임의번호를 공유한다면 주민번호와 다를 게 없다. 공공기관별로 업무에 따라 출입국 관리에는 여권번호, 교통관리 업무는 운전면허번호를 사용하는 식으로 돼야지 주민번호처럼 일률적인 개인식별 번호가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훈민 변호사는 “전 세계로 유출돼 양쯔강에 사는 노인들도 하나씩 가지고 있다는 현행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국가 행정을 운영하는 것이 주민번호 도입 목적인 국가 안보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따라 18개 중앙행정기관과 6개 시·도에서 6000여명이 사용하는 공무원증의 현금카드와 전자화폐 기능을 삭제하기로 했다. 또 안행부와 각 시·군·구에서 관리하고 있는 전 국민의 주민등록번호 DB도 올해 안에 암호화할 예정이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소액 체불임금 정부가 선지급 뒤 법적 해결”

    “소액 체불임금 정부가 선지급 뒤 법적 해결”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내 집무실에서 만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고용 부문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며 “체불 임금으로 인한 취약계층의 고통을 해소하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취약계층을 위한 잘못된 고용 관행을 개선하는 데 정부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 이후 붕괴된 노정 관계 확립과 시간제 일자리 등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풀되 지금은 고용부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체불임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한데. -고용부가 고용률 70% 로드맵을 만들었을 때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기초고용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일자리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인데 그중 하나가 체불임금 문제다. 현재 체불임금에 대한 체납 제도가 있는데 근로자들한테 받지 못한 돈을 주고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기업이 진짜 파산 위기인지, 기업주가 나쁜 마음을 먹고 도망간 것인지 봐야 하는데 그러자면 법적인 프로세스(절차)를 많이 거쳐야 한다. 일단 소액인 경우 근로자들에게 먼저 줘 근로자들이 임금이 체불되더라도 생계의 위협을 받지 않도록 하고, 나중에 법적인 구상권,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 우리가 먼저 선제적,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체불임금 문제의 핵심을 풀면 더 많은 저소득 취약계층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도노조 파업 이후 노사 관계가 어렵다. 노조를 대화 테이블로 돌릴 복안은. -노사정 대화는 어느 한편을 위한 것이 아니다. 현안들이 되고 있는 통상임금, 근로시간, 임금체계 개편 이런 것들이기 때문에 노사정이 모여 대화를 하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다. 실무 차원에서는 많이 접촉을 하고 있다. 어떤 공통의 접점을 찾을 수 있겠는지, 노조 쪽에서 원하는 것은 뭔지, 정부가 원하는 것은 뭔지, 경영계의 사정은 뭔지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집행부가 들어선 지 얼마 안 되는데 이달 말이 지나면 대의원 대회도 끝나고 본격적인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하겠다. →최근에 고용부의 통상임금 지침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키는 것 같은데. -통상임금과 관련해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입법적 명확성을 확보하려 했다. 이를 위해서는 절차, 시간이 소요된다. 국회에서 논의가 돼야 하고 노사의 합의가 필요하고 기업에 미치는 영향도 커 일정한 사회적 논의와 협의를 거치자면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기존의 관행들은 인정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 한다는 명확한 원칙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하려고 한 것이다. 새로운 원칙과 방향에 따라 그걸 지도할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지침이 혼란을 촉발했다고 하기보다는 지도 지침이 없으면 현장에서 지도할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지도 지침은 입법적 명확성을 확보하기 전까지 과도기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다. →최근에 ‘경단녀’(경력 단절녀)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과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가 큰 것 같다. 지금 일자리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공공 부문부터 선도하고 그런 유연한 근무 시스템 인식 문화가 민간 부문으로 퍼져서 확산시키도록 하자는 전략을 세웠다. 민간 부문은 지금부터 기업들이 만들어 시간선택제가 좋은 인력들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좋은 사례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해임 이후 국무회의 분위기는 어떤가. 장관들의 소신발언이 줄었다는 지적이 있는데. -저는 꼭 해야 할 말은 소신 있게 한다. 이렇게 하는 게 대통령을 위해서 좋은 것이다. 국정의 큰 방향과 틀을 이해하고 소신 있게 나가야 하며 쭈뼛거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도 국정과제와 현안이 있을 때 장관들이 움츠러드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하는 것을 원한다. 대담 이종락 사회부장 정리 홍희경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사진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역사는 누구 편도 아니다/노주석 사회2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역사는 누구 편도 아니다/노주석 사회2부 선임기자

    역사는 여러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국사 교과서 논란이 풀린다. 임진왜란을 예로 들어보자. ‘임진년(1592년)에 왜구들이 일으킨 난리’가 우리식 해석이다. ‘조선과 일본의 7년 전쟁’쯤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학자도 있었지만 소수의견에 머물렀다. 왕이 중국으로 도망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일본과 일본인을 우습게 아는 한국인의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인식이다. 전쟁의 또 다른 당사자인 일본과 중국은 어떻게 볼까. 일본은 임진왜란을 ‘문록·경장의 역’이라고 부르는데 문록·경장은 당시 일왕의 연호이다. 문제는 정벌을 뜻하는 역(役)이라는 용어이다. 이 명칭에는 조선을 혼내준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우리가 세종 때 이종무의 출병을 ‘대마도 정벌’이라고 부른 것과 대동소이하다. 중국의 임진왜란에 대한 명칭은 ‘항왜원조(抗倭援朝)전쟁’이다. 왜구에 맞서 조선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이며, 중국이 6·25전쟁을 미국에 대항해서 조선(북한)을 도운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전쟁’이라고 명명한 것과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역사는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신대륙 발견’이나 ‘십자군 전쟁’은 유럽식 역사인식의 전형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착륙하기 이전 아메리카 대륙에는 1300만명의 원주민이 버젓이 살고 있었다. 원주민 처지에서는 총으로 무장한 ‘백색 괴물’의 침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예루살렘을 차지하고자 기독교 측이 벌인 9차례의 십자군 전쟁에서도 이슬람 측 시각은 철저히 무시됐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새역사교과서 역사왜곡도 마찬가지 아전인수격 해석의 소산이다. 역사를 읽는 방식이 중요해졌다.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E H 카가 갈파한 역사인식은 구닥다리가 됐다. 적어도 키스 젠킨슨의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식의 역사읽기에 적응해야 ‘지진아’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젠킨슨은 역사를 과거의 실체적 진실과 동일시하지 않았다. 역사란 역사가의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과거에 대한 일종의 재구성일 뿐이며 이데올로기적 담론의 산물로 보았다. 역사가가 전달하는 것은 승자의 역사이며 자신의 시각이다. 한 가지의 역사가 아니라 여러 가지의 상대적인 역사의 가치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그것이 고교 국사 교과서를 검정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국정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본다. 검정교과서의 독보다 국정교과서의 독이 더 해로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역사를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시도는 무익하다. 역사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기 때문이다. 어차피 ‘누구’를 위한 역사를 서술할 수밖에 없다면 여럿의 처지가 반영된 다양한 역사가 낫다. 조금 혼란이 있더라도,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취사선택이 가능한 다양함이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 국사 교과서 검정과 체제 개편을 둘러싼 이데올로기 논란에 함몰돼 허우적거릴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역사의 다양한 시각과 행간을 읽는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줄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한다. 지식전달보다 역사를 판단하는 시각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joo@seoul.co.kr
  • 6개월내 ‘국정’ 결정하나

    6개월내 ‘국정’ 결정하나

    박근혜 정부 들어 당정협의회에서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논의 주제가 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교육부와 새누리당은 지난해 8월 한국사를 대학입시와 연계하는 방안을 확정지었다. 5개월 만에 열린 13일 당정협의회에서는 역사 교과서 발행 체계 개선안을 올해 상반기 중 마련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동안 황우여·김무성·유기준 등 새누리당 중진 의원들이 주장해 온 ‘한국사 국정 교과서 환원 논의’에 가속 페달이 설치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교육부는 당장 지난 9일 서남수 장관이 밝힌 구상대로 ‘교과서 편수(편집과 수정) 기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설 태세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시작된 불똥이 다른 과목에까지 튈 조짐이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 환원 논란을 비판해 온 역사학계뿐 아니라 교육계까지 긴장하는 이유다. 한국교육과정학회장인 황규호 이화여대 사범대 교수는 “너무 잦은 개정이 학교 현장의 혼란을 부추기고 학교 교육의 질을 확보하는 데 악영향을 끼쳐 왔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편수기능 강화’나 ‘한국사 국정 교과서 환원’에 대해 역사학계 다수가 반대하는 이유는 황 교수의 지적대로 교육과정을 수시로 개편할 수 있는 현 체계 때문이다. 과거 교육부 편수기능이 강하고 국회에서 교육과정을 발표하던 일시 전면개정 체계 때에는 한 번 교육과정이 정해지면 5~7년 동안 유지됐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 10월 교육과정이 수시 부분개정 체계로 변경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노 전 대통령 시절에 만든 교육과정을 시행해 보기도 전에 폐기하고 이 전 대통령의 교육정책에 맞춰 새로운 교육과정을 꾸렸다. 교육과정 연구·개발뿐 아니라 교과서 제작 기간이 4~5개월로 짧아지면서 교과서 부실 논란이 과목마다 제기되다가 겨우 안정을 찾는가 했더니 박근혜 정부가 다시 교육과정에 손을 댄 셈이다. 그동안 한국사 국정 교과서 환원 등 논란 국면에서 “탈정치가 해법”이라는 주장을 펴 온 교육계와 역사학계는 당정협의회에서 6개월 내에 관련 이슈를 처리하기로 한 것 자체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서울광장] 교학사 교과서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서동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교학사 교과서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서동철 논설위원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야당으로 하여금 ‘역사교과서 친일 독재미화 왜곡 대책위원회’까지 만들게 한 ‘문제아’다. 하지만 논란이 빚어진 현대사 대목은 뜻밖에 여간 주의해서 읽지 않으면 보수적 의도를 알아차리기가 쉽지는 않았다. 5·16 군사정변을 다룬 대목만 해도 쿠데타라는 것을 명확히 적시하고 있다. 물론 쿠데타의 결과 오늘날의 경제발전이 가능했다는 느낌을 주도록 서술해 나간 것은 의도적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야당조차 경제 부흥이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功) 만큼은 부인만 하지는 않는 것 아닌가. 출판사 측이 밝힌 대로 진보진영의 집중공격을 받은 이후 내용의 상당 부분을 수정한 결과일 것이다. 분노가 치미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학자적 양심에 기반하지도 않은 서술로 평지풍파를 일으켰다는 뜻 아닌가. 욕먹으면 얼마든지 내용을 바꿔줄 수도 있는 정도의 부실한 학문적 소신으로 한국사 교과서 편찬에 나선 지은이들의 용기가 그저 놀라울 뿐이다. 결국 보수 시각 한국사 교과서의 보급이 사실상 좌절된 것도 역량을 제대로 동원하지 못하고 스스로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보수의 무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보수적 시각의 교과서가 추진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야당의 주장처럼 여당 실세의 주도로 보수적인 역사학자들을 불러모아 입맛에 맞는 교과서를 만들도록 했는지는 더욱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진보진영의 공세가 거세지자 교과서의 지은이라는 사람이 공공연히 여당 지도부와 자리를 함께하며 ‘외압’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교과서의 학문적 순수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이 만든 교과서가 역사에 대한 소신이 아니라 정치적 요구에 따라 쓰였다고 자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닌 게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으니 비난이 일자 스스럼없이 고쳐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교육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 의미가 있었다. 과거 금성출판사의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 편향 논란을 빚기도 했지만 한국사 교과서는 전체적으로 진보적 시각의 서술이 우세하다. 역사란 기본적으로 진보적 사고를 요하는 학문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럴수록 학생들에게 역사를 보는 시각의 다양성을 알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 교과서의 도입을 반대 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보수 교과서의 존재조차 부인하려는 진보진영의 움직임은 교학사 교과서를 추진한 보수진영 만큼이나 정치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교학사 교과서는 올해 새로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한 전국의 1794개 고교 가운데 단 한 곳에서만 채택됐다고 한다. 이 학교는 오는 3월 문을 열 예정이라니 아직은 학생도, 학부모도, 동문도 없다. 반대할 사람이 없어 채택된 것으로 보이지만 개교한 이후에는 같은 논란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상을 설득시킬 준비를 전혀 갖추지 못한 채 세상에 나온 교과서의 최후다. 진영 간 대결 양상의 ‘교과서 전쟁’은 결국 보수의 패배로 끝나가고 있다. 당분간은 교육 현장에 보수적 시각의 한국사 교과서는 아예 말도 꺼낼 수 없게 만든 처절한 패배다. 그 결과 다양한 시각의 역사 교육에 대한 기대는 저 멀리 물 건너갔다. 교학사 교과서에 관여한 사람들이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이다. 여당에서 한국사를 국정교과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시대를 거스르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도 보수 교과서를 출범시키지 못한 데 따른 분풀이성 무리수일 뿐이다. 진보진영도 교과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보수 시각 교과서의 보급을 가로막을수록 국정 교과서를 만들자는 목소리는 커지고, 사회적 혼란 또한 더욱 증폭될 것이다. dcsuh@seoul.co.kr
  • 손발 안 맞는 외교·안보라인… ‘대북 시그널’ 혼선

    정부 외교·안보라인 간 상충된 ‘대북 시그널’이 국내외 혼선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9일 “지난해까지 종북 담론을 앞세운 정부가 새해 들어 갑자기 통일 담론으로 바꿨다”며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며 한반도 통일 기반 구축을 국정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에 제안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와 남북 간 동질성 회복도 화두로 제시했다. 그 직후인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존 케리 국무장관과 회동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 급변 사태 등에 대비한 다자 협의를 강화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태용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고위 당국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이뤄진 윤 장관과 현지 특파원단의 간담회 내용을 종합하면 정부의 대북 기조는 북한의 불안정한 정세 대응과 적극적인 변화 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간담회에서는 북한 정세를 다루는 협의체에 중국의 동참을 희망하는 내용부터 기존 북핵 6자회담의 틀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도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남북 관계 개선 분위기를 언급한 지난 1일 신년사에 대한 정부 메시지도 ‘엎치락뒤치락’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그다음 날 “무엇을 제의했다고 해석될 여지는 별로 없다”고 평가 절하했고, 통일부는 3일 “북한 신년사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흘 만에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통일 담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 기조와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외교부도 윤 장관의 워싱턴 발언을 공식 부인했지만 당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관련국 간의 긴밀한 대북 협의는 필요하다. 그럼에도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내밀하게 다뤄져야 할 북한 체제에 대한 외교적 논의가 언론에 직접적으로 공개된 건 ‘자충수’라는 인식도 적지 않다. 전직 고위 안보관료는 “정부의 대북 시그널은 일관되고 분명해야 한다”며 “남재준 국정원장의 2015년 통일 발언,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 외교부 장관 발언 등을 보면 혼란스럽다”고 평가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사장 입김·회의록 조작 의혹은 조사 않고…교육부 “교과서 변경 외압 있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선정했다 철회한 전국 20개 사립고를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실시한 교육부가 8일 일부 학교에 진보단체들의 외압이 작용한 사실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이 학교들이 교학사판을 선정할 때 이사장의 입김이 작용하거나 교과서 선정을 위한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 회의록이 조작됐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는 조사를 생략해 ‘반쪽 조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나승일 교육부 차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국사 교과서 선정 변경 관련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7일 교학사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선정한 뒤 철회한 전주 상산고 등 전국 20개 고교에 대한 조사 결과다. 나 차관은 “일부 학교들이 일방적으로 매도당한 끝에 학교 현장의 혼란 방지를 위해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진보단체들은 학교 앞에서 시위를 하거나 조직적인 항의 전화를 걸며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교과서 선정을 번복한 학교가 법률적 제재 대상은 아니라고 최종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학교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진보단체를 대상으로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법적 대응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이 벌어졌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가 국민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으니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획일적인 국정 교과서로 돌아가자는 것은 역사 쿠데타이자 유신 회귀”라며 반발했다. 교육부는 한국사 국정 환원 주장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고 일축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문소영의 시시콜콜] ‘정상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어려운가!

    [문소영의 시시콜콜] ‘정상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어려운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2년 만의 첫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474비전’,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등의 약속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국민도 있겠으나 내심 기대했던 만큼 착잡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시대를 준비한다고 제시한 ‘474비전’은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처럼 들렸다. 경제성장 7%와 4만 달러 시대, 7대 강국 도약과 같은 ‘747공약’은 5년 뒤 공허했음을 입증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노무현 정부의 4.3%에 못 미친 2.9%였고,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그쳤다. 오히려 국가채무를 노무현 정부의 299조원에서 433조원으로 44.8%나 늘려 현 정부에 부담을 떠넘겼다. 그래도 ‘474비전’은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반박이 있겠다. 그러나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연봉 2000만원 미만인 나라에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된다고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까에 대해 의문이다. 재벌기업들이 사고를 쳤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자금을 밀어 넣는 등 국가와 국민이 고통을 분담한 지 16년 만에 관계가 역전됐다. 500조원대의 국가채무와 1000조원대의 가계부채로 국가와 국민은 부실해졌고, 재벌 등 대기업은 1만%대의 유보율을 자랑하며 현금을 쟁여 놓았다. 기업은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해 달라는 정부와 국민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고 있다. 16년간 아랫목만 반짝 따뜻했고 윗목은 내내 냉골이었던 결과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진정한 부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부자 감세와 원화 약세 등 당시의 경제정책이 부의 양극화를 가속한 탓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잘살아보세”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성공과 발전을 전제했지만 지금의 “부자되세요”에는 공동체가 빠져 있다. 그렇다고 40년 전 국가주도 개발경제로 되돌아간다고 양극화를 극복할 수는 없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으면서 내세운 ‘대박 통일’도 혼란스러웠다. 통일은 영토, 인구, 경제성장 등 모든 부문에서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출구다. 그러나 통일 어젠다를 특정인이나 조직이 독점해서는 대박 통일이 될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이 관저에서 홀로 보고서를 들추며 저녁을 지낸다는 사실도 걱정스럽다. 대통령에게 ‘마리 안통하네트’와 같은 시중의 별명이나 듣기 싫은 이야기를 직언하는 가족, 친구, 장차관들과 보내는 사생활이 필요하다. 진돗개들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처럼 공약이 줄줄이 무산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고, 현 정부 수반으로서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이 선거에 부정하게 개입한 의혹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다. 대체 대통령의 ‘정상’은 무엇일까. 그 기준이 1970년대 ‘한국적 민주주의’라면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문소영의 시시콜콜] ‘정상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어려운가!

    [문소영의 시시콜콜] ‘정상화로 가는 길’은 왜 이리 어려운가!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2년 만의 첫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474비전’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대박 통일’ 등의 약속에 가슴이 뜨거워지는 국민도 있겠으나 기대했던 만큼 실망하고 착잡했다. 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시대를 준비한다고 제시한 ‘474비전’은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처럼 들렸다. 경제성장 7%와 4만 달러 시대, 7대 강국 도약과 같은 ‘747공약’은 5년 뒤 공허했음을 입증했다.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노무현 정부의 4.3%에 못 미친 2.9%였고, 국민소득은 2만 달러에 그쳤다. 오히려 국가채무를 노무현 정부의 299조원에서 433조원으로 44.8%나 늘려 현 정부에 부담을 떠넘겼다. 그래도 ‘474비전’은 달성 가능한 목표라는 반박이 있겠다. 그러나 근로자의 절반가량이 연봉 2000만원 미만인 나라에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가 된다고 국민의 살림살이가 나아질까에 대해 의문이다. 재벌기업들이 사고를 쳤던 외환위기를 극복하고자 세금으로 조성한 공적자금을 밀어 넣는 등 국가와 국민이 고통을 분담한 지 16년 만에 관계가 역전됐다. 500조원대의 국가채무와 1000조원대의 가계부채로 국가와 국민은 부실해졌고, 재벌 등 대기업은 1만%대의 유보율을 자랑하며 현금을 쟁여 놓았다. 기업은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투자해 달라는 정부와 국민의 간곡한 부탁을 외면하고 있다. 16년간 아랫목만 반짝 따뜻했고 윗목은 내내 냉골이었던 결과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때 “진정한 부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부자 감세와 원화 약세 등 당시의 경제정책이 부의 양극화를 가속한 탓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잘살아보세”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성공과 발전을 전제했지만 지금의 “부자되세요”에는 공동체가 빠져 있다. 그렇다고 40년 전 국가주도 개발경제로 되돌아간다고 양극화를 극복할 수는 없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으면서 내세운 ‘대박 통일’도 혼란스러웠다. 통일은 영토, 인구, 경제성장 등 모든 부문에서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출구다. 그러나 통일 어젠다를 특정인이나 조직이 독점해서는 대박 통일이 될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이 관저에서 홀로 보고서를 들추며 저녁을 지낸다는 사실도 걱정스럽다. 대통령에게 ‘마리 안통하네트’와 같은 시중의 별명이나 듣기 싫은 이야기를 직언하는 가족, 친구, 장차관들과 보내는 사생활이 필요하다. 진돗개들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 ‘비정상의 정상화’나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미국 오바마 대통령처럼 공약이 줄줄이 무산된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았고, 현 정부 수반으로서 과거 정부에서 국정원 등 국가기관들이 선거에 부정하게 개입한 의혹에 대해 사과하지도 않았다. 대체 대통령의 ‘정상’은 무엇일까. 그 기준이 1970년대 ‘한국적 민주주의’라면 시대착오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사설] 공직인사 쇄신으로 새 각오 다질 때다

    공직 쇄신이 갑오년 벽두 정치권과 관가(官街)를 아우르는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국무총리실의 1급 공무원 10명 전원이 사직서를 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미 지난해 말이다. 일괄 사표가 총리실에 그치지 않는 것은 물론 쇄신 대상이 1급 공무원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 또한 가세했다. 해가 바뀌면서 개각과 청와대 참모 교체를 포함한 광범위한 인사 쇄신론이 고개를 들면서 구체적 대상자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선거 당시를 훨씬 웃도는 높은 지지율로 국민적 기대를 모으며 의욕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국민의 여망에 충실히 부응했느냐는 물음에는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기란 누구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출범 2년차를 맞아 새로운 추진력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박근혜 정부에서 쇄신론이 나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공직 인사 쇄신은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라고 할 만큼 쇄신의 필요성을 느끼는 정부가 흔히 쓰는 충격요법이다. 역대 정부도 예외를 찾기 어려울 만큼 국정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마다 인사로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따라서 정치적 의도가 실릴 수밖에 없는 인사 쇄신에는 문제점도 따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직사회의 복지부동(伏地不動)을 넘어선 복지안동(伏地眼動)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철도 파업을 장관들이 남의 일 보듯한다”고 질책하는 상황은 분명 정상적이라고 할 수 없다. 쇄신론이 나오자 ‘청와대가 결정한 것을 장관이 전달하는 시스템에서 공직자에게 책임을 묻을 수 있느냐’는 반발도 없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실상이 어떠하든 국정 과제를 정치적 목표로 치부하며 내가 나설 일이 아니라고 밀쳐놓는 공직자를 용인하는 정부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직사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쇄신이라면 그 범위는 넓을수록 좋다. 쇄신 대상은 소문에만 그치지 말고 2급 공무원 이하로 과감히 폭을 넓혀야 한다. 공직 사회가 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실패한 청와대 참모진의 일부 교체도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쇄신의 범위를 개각으로 확장할 것인지는 상당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본다. 자칫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 후보 차출의 의미만 부각되는 개각이라면 국민이 체감하는 쇄신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공직 후보자가 국회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이 재연된다면 국정의 답보 상태는 장기화 가능성마저 있다. 인사는 소문이 나는 순간부터 조직의 업무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인사설이 떠도는 동안 정부 조직 전체가 손을 놓게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래야 쇄신 분위기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 [기고] 장성택 처형과 국정원 개혁/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기고] 장성택 처형과 국정원 개혁/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북한에서 피의 숙청이 진행 중으로 ‘김정일 2주기’를 지나면서 정중동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어느 것이 소설인지 혼란스러운데, 김정은이 고모부인 장성택과 그의 측근 몇 명을 총살시켰지만 다른 측근들도 다수 희생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북한에서 피의 숙청은 권력이 바뀔 때마다 있어 왔다는 점에서 놀랄 일도 아니다. 정치적 숙청과는 별도로 지금 북한 전역에서 ‘사회주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음란물, 남한 영상물을 보았다는 이유로 공개총살이 진행돼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있다고 한다. 김정은은 지금 피가 끓는 나이다. 그 나이에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넘친다. 취직 걱정에 주눅 들어 있는 이 땅의 젊은이와는 영 다르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역사상 그 어느 독재자보다 강력하게 만들어 놓은 완벽한 독재 시스템을 제멋대로 활용하고 있다. 김정은은 김정일이 죽고 자신에게 주어진 독재의 칼을 지난 2년간 맘껏 휘둘러보았고 휘두르는 대로 상황은 전개됐다. 아마도 지금 그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북한발 공포통치를 보면서 김정은의 터무니없는 자신감이 대남도발로 쏠릴 경우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진다. 김정은은 측근들에게 “3년 내에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고 수시로 장담하고 있다고 한다. 대남도발이 여의치 않으면 핵무기 사용도 주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김정은이 정말 사고를 쳐서 무력으로 남북을 통일했다고 상상해 보자. 상상하기도 끔찍하지만 지금 북한 땅에서 진행되고 있는 숙청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숙청의 피바람이 불 것이다. 60년간 물든 자유와 자본주의 물을 빼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본보기로 죽어야 할까. 군인, 경찰, 공무원, 보수언론, 재벌과 기업가들이 일차적으로 그 대상이 될 것이고 아마도 국회의원들도 처단 대상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1차 처단 대상보다 더 우선해서 처리해야 할 존재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국정원이다. 김정은에게 있어 국정원이야말로 악질 중의 최악질, 눈엣가시일 것이기에…. 그런데 지금 국회에서는 국정원 무력화 작업이 진행 중인 것 같다. 국정원 개혁이라는 명분하에 국내 정보활동과 심리전 활동을 법으로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남조선을 힘 안 들이고 무장해제시키는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2인자 소리를 듣던 장성택이 체포된 지 3일 만에 변호사도 없는 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고 그 즉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현실을 목도하면서 법을 만든다는 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어느 의원은 장성택 실각설이 나오자 국정원이 개혁특위를 앞두고 또 물타기를 한다고 하였는데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할는지. 김정은이 피의 내부숙청을 끝내면 대남도발로 참혹한 북한 주민을 또다시 호도할지도 모른다. 의원들이 국정원 흔들기를 그만두고 우리의 어느 부분이 안보에 누수가 되고 있는지 따져 보는 전향적 사고를 할 의향이 없는지 묻고 싶다.
  • [北 장성택 전격 처형] 실각설~처형 긴박했던 11일

    [北 장성택 전격 처형] 실각설~처형 긴박했던 11일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제기된 후 처형 집행까지 열하루는 긴박함의 연속이었다. 장성택 실각설은 지난 3일 국가정보원의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은 지난 11월 하순 북한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공개처형했다며 “장성택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이후 한국과 일본, 미국, 중국 등은 정보라인을 총가동해 실각설의 진위를 캐는 데 주력했고, 온갖 보도가 난무했다. 특히 “실각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신중론이 고개를 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12월 17일) 추모행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왔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간담회에서 “‘장성택이 실각을 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남재준 국정원장과는 판단의 온도 차를 보였다. 장성택 측근의 망명설도 춤을 췄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7일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를 재방송하며 종전에 나왔던 장성택의 모습을 모두 삭제해 실각 가능성을 높였다. 결국 북한은 이틀 뒤인 지난 9일 장성택이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를 했다며 그를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출당·제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장성택의 모습을 기록영화에서 삭제하고 내보낸 다음 날인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장성택 숙청을 결정한 것이다. 이날 조선중앙TV는 장성택이 정치국 확대회의 석상에서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나가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내보냈다. 북한 매체는 숙청 사실을 공개한 뒤 “장성택과 그 일당을 설설 끓는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 등의 주민 반응을 전하며 처형 정당성 확보를 위한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북한이 숙청 공개 나흘 만인 13일 오전 장성택 처형 사실을 전격 공개하면서 한반도를 요동치게 했던 ‘초대형 사건’은 막을 내렸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장성택 처형까지…긴박했던 ‘11일’

    장성택 처형까지…긴박했던 ‘11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까지 불렸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북한이 전날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국가전복음모행위’ 혐의로 장성택에 사형을 판결하고 집행했다고 보도했다. 장성택의 실각설이 제기되고부터 그의 처형 사실이 공개되기까지 11일의 시간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를 조마조마하게 한 긴박함의 연속이었다. 장성택의 실각설은 지난 3일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게 보고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당시 국정원은 지난 11월 하순 북한이 장성택의 핵심 측근인 리룡하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을 공개처형했다며 “장성택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소식은 한반도 정세를 요동치게 할 메가톤급 뉴스이기에 한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는 실각설의 진위와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다음 날인 4일 ‘혁명적 신념은 목숨보다 귀중하다’는 장문의 글에서 “오늘 어느 한순간이라도 당에 충실하지 못하면 충신이 될 수 없다”, “충신은 99%짜리란 있을 수 없다” 등의 표현으로 최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강조했다. 이를 두고 장성택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신중론이 적지 않았다. 장성택이 실제로 실각했는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12월 17일) 행사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달 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장성택이 실각을 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장성택의 실각설과 관련해 온도 차를 보였다. 또 장성택의 측근이 망명했다는 미확인 정보가 언론에 나오는 등 각종 ‘설’(說)이 난무하기도 했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서 장성택의 실각을 사실상 확인하는 증거가 북한 TV로 나왔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7일 오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기록영화 ‘위대한 동지 제1부 선군의 한길에서’를 재방송하며 종전에 나왔던 장성택 부위원장의 모습을 모두 없앤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에도 주요 간부를 숙청하고 각종 매체에서 이들의 ‘흔적’을 지워왔다는 점에서 장성택의 실각은 사실이고 재기도 불가능한 것으로 보였다. 결국 북한은 이틀 뒤인 9일 장성택이 ‘반당·반혁명 종파행위’를 했다며 그를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고 당으로부터 출당·제명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장성택의 모습을 기록영화에서 삭제하고 내보낸 다음 날인 8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장성택의 숙청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중앙TV는 장성택이 정치국 회의에서 인민보안원 두 명에게 끌려나가는 장면을 담은 사진도 방송했다. 북한 매체는 숙청 사실을 공개한 뒤 “장성택과 그 일당을 설설 끓는 보이라(보일러)에 처넣고 싶다” 등의 주민 반응을 전하며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특히 강원도 인민위원회 간부들은 지난 11일 조선중앙방송에 나와 “장성택 일당이야말로 리승엽과 박헌영 일당과 꼭 같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마땅한 극악한 종파 무리”라고 말했다. 일본강점기 혁명가로 활동했고 해방 후 남로당을 조직해 활동하다 월북한 박헌영은 1955년 12월 북한 최고재판소 특별재판에서 ‘정권 전복 음모와 반국가적 간첩 테러 및 선전선동 행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장성택도 ‘국가전복’과 관련된 혐의로 중형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은 숙청을 공개한 지 불과 나흘 만인 13일 오전 장성택을 처형한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당초 장성택이 ‘반당·반혁명적 종파분자’로 낙인찍혔기 때문에 최소한 정치범수용소로 가는 중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장성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일한 여동생인 김경희 당비서의 남편이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고모부라는 점에서 이렇게 빠르게 사형당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모의 성적에 ‘자만’ 2차 합격에 ‘우쭐’… 면접서 방심하다 ‘눈물’

    모의 성적에 ‘자만’ 2차 합격에 ‘우쭐’… 면접서 방심하다 ‘눈물’

    국가직 5급 공무원 시험에서 최근 ‘이공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최근 5년간 5급 신규 채용 공무원을 분석한 결과 이공계 출신은 2008년 141명에서 지난해 206명으로 매년 꾸준히 늘었다. 올해 5급 공채에서도 일반행정직과 재경직 수석이 모두 이공계 출신이었는데, 이들은 그동안 물리, 화학, 기계 등의 분야에만 익숙했던 터라 처음 행정법, 행정학 등을 공부할 때 적잖게 고생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공직을 향한 열망 하나로 이를 극복한 이공계 출신 수석 합격자 세 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학교 1학년 때 묵자(墨子)가 자신이 관료가 되고자 하는 이유를 밝힌 글을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아 공직 진출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일반행정직에서 최고 득점을 받고 합격한 박경용(27)씨는 대학에서 화학교육을 전공했다. 그는 ‘농부가 된다면 세 명을 먹여 살릴 수 있고, 베를 짠다면 세 명에게 옷을 입힐 수 있고, 군인이 된다면 세 명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하지만 관료가 된다면 모든 천하의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 따뜻한 옷을 입으며 목숨 걱정 없이 살 수 있다’는 묵자의 말에 매료됐다. 그는 대학 신입생 시절부터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먹고 익숙지 않은 사회과학 관련 지식을 쌓았다. 박씨는 “고등학교 시절 문과 과목을 거의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군 복무 기간에 여러 사회과학 서적을 읽으면서 시험에 차근차근 대비했다”고 말했다. 2009년 8월에 전역한 박씨는 복학을 미루고 바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 자리를 잡아 본격적으로 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인터넷 강의를 활용해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등 일반행정직 필수과목을 학습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공부량이 방대했다. 그다음 해 있었던 1차 필기시험인 공직적격성평가(PSAT)에 무사히 합격했지만 주어진 시간에 비해 학습량이 많다고 여기다 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박씨는 “조금씩 심신이 지치다 보니 무력감에 잠을 자거나 남아공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다가 공부를 못하기도 했다”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휴대전화 DMB안테나를 잘랐던 경험이 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박씨는 2010년 첫 시험에서 낙방한 뒤로 공부에 더욱 몰입했다. 구슬땀을 흘린 끝에 2011년 2차 필기시험까지 합격해 최종 합격까지의 마지막 관문인 3차 면접시험을 앞두게 됐다. 그런데 방심이 문제였다. 박씨는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던 탓인지 면접 탈락 소식을 듣고 크게 상심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지난해에는 1차 시험부터 탈락해 그야말로 ‘멘붕’이 찾아왔다. 공무원 시험 시작 후 최대 위기였다. 그러나 박씨는 “당시 시련과 고난이 나중에는 스스로를 성숙하게 하는 자양분이 됐다”면서 마음을 바로잡았다. 고진감래를 믿으며 다시 펜을 잡은 박씨는 올 PSAT에 합격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 마침내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씨는 과거 급전직하 직전까지 갔던 경험을 떠올리며 “2차 시험 합격에 심취돼 면접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불합격의 쓴맛을 맛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공부 모임을 통해 다른 수험생과 적극적으로 수험 정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철저히 했던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재경직 수석 두 명 가운데 한 명인 김채윤(26·여)씨는 과학고 출신으로 대학에 입학해 생명화학공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김씨는 대학 졸업 후 주전공과 다른 길을 택했다. 김씨는 “학부 시절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경제학 수업에 흥미를 느껴 부전공으로 경영학을 이수했을 정도”라면서 “공직에 매력을 느낀 뒤 기존의 공학 지식과 새로 배운 경제학 지식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일반행정직이 아닌 재경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최종 합격의 길은 멀고 험했다. 김씨는 졸업 학기였던 2009년 하반기부터 5급 공채 시험을 준비했다. 그는 겨울 방학을 맞아 기출문제를 빠짐없이 풀면서 PSAT 공부에 몰두했다. 덕분에 1차 시험을 통과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러나 2차 시험이 걸림돌이었다. 시간 부족으로 재경직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이었던 국제경제학의 기본 내용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한 채 2차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초라했다. 재정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네 과목에서 과락을 받은 것이다. 저조한 성적을 어느 정도 예상했기에 김씨는 낙담하지 않았다. 그다음 해를 위해 2차 시험이 끝나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가 수험생활을 시작했다. 김씨는 “기초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일이 벅차고 매일 잠이 부족해 힘들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가 초심으로 돌아가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2011년, 2012년 5급 공채 시험에서 계속 2차 시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불합격 요인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행정학이 취약 과목이라고 판단하고 종전과 다른 방법으로 공부하기로 했다. 선택과목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한 통계학으로 바꿨다. 김씨는 “행정학과 관련한 자료 및 사례를 스크랩하면서 정리하는 습관을 길렀다”면서 “A4 용지 15매 분량으로 정리해 공부가 잘 안될 때마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가볍게 복습하고 시험 전날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밝혔다. 결국 김씨는 네 번째 도전 끝에 최종 합격의 기쁨을 맞았다. 김씨는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2차 시험과 관련해 “다양한 지식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잘 표현하는 연습도 고시 공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했다”면서 “평소 모의시험을 볼 때도 마치 실제 시험을 보듯 대비하는 연습을 처음부터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김씨는 “3차 시험을 준비할 때 신문과 방송 뉴스를 보면서 시사에 대한 관심은 항상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뒤 “개별면접에서 거짓 사례를 말하면 면접에서 탈락할 위험의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학고를 졸업하고 대학에서 기계 공학을 전공한 안경우(25·재경직)씨. 그도 공무원이 되기 위해 낯설기만 한 행정법, 행정학 등을 섭렵해야 했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 사회과학 과목들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들과의 만남이 원만했던 것은 아니다. 안씨는 “상경대학과 공과대학을 오가며 수업을 들었는데 각 수업에서 다루는 학문마다 요구하는 사고방식이 달라 혼란스럽기도 했다”면서도 “경제학은 다행히도 물리학에서 사용하는 수학 기법을 경제현상 분석에 적용할 수 있어서 다른 사회과학 과목에 비해 공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5급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했다. 작년 초 학교 안에 개설된 PSAT 특강을 수강해 1차 시험에 대한 감을 익힌 후 합격하겠다는 일념으로 신림동 고시촌에 들어갔다. 그해 2월 25일 열렸던 1차 시험을 가까스로 통과한 뒤 2차 시험을 치렀다. 결과는 참담했다. 행정법, 재정학에서 과락 점수를 받는 등 다섯 과목 평균 점수로 48점을 받았다. 합격선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안씨는 절치부심으로 올해 시험공부에 전념했다. 세밀한 공부 계획에 따라 시기별로 학습 방법을 달리하며 각 과목을 익혔다. 안씨는 “각 과목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모아 ‘단권화’(영역별로 노트를 따로 만드는 일)를 완료했고, 세 번째 ‘순환’(한 과목 내용 학습을 완료하는 기간) 이후 네 번째 순환 기간에는 학원 강의 대신 모의고사를 풀면서 자료 복습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안씨는 올해 2차 시험에서 합격선을 뛰어넘는 64.6점을 획득해 3차 면접시험 응시 자격을 받았다. 안씨는 교내에 구성된 공부모임을 활용해 면접시험에 대비했다. 단순히 면접 자세 및 말하기 태도만 교정한 것이 아니라 국정감사 정책 자료집 등을 통해 기획재정부 관련 현안을 정리하고, 특히 개별면접을 준비하기 위해 지난날의 경험을 되새기며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3주간의 면접 준비 일정은 그렇게 훌쩍 지나갔다. 꼼꼼한 준비 끝에 안씨는 김씨와 나란히 재경직 최고 득점자로 최종 합격했다. 수험 생활을 돌이켜봤을 때 안씨는 학원 모의고사 성적에 기분이 쉽게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학원 모의고사 성적에 너무 연연하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실전에서 정신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면서 “저도 올해 모의고사에서 합격선에 미달하는 성적을 받았으나 실전에서는 합격했다. 모의고사에서 미리 본인의 위치를 신경 쓰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실력 발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서울광장] 누가 국론을 분열시켰나/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누가 국론을 분열시켰나/문소영 논설위원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나라에서 살았던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헌법과 법에 대한 상식적인 해석이 사라진 이상한 나라 말이다. 음지에서 궂은일을 해야 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전면으로 나와 정치적 분란을 일으키는 행위를 일삼았다. 주적을 북한으로 재설정했다지만, 공작 대상을 주권자인 국민을 향한 것은 아닌가 의심할 만한 정황들이 있다. 청와대 등 권부에서 일했던 공무원들은 검찰총장의 혼외자식으로 지목된 소년의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위헌·위법행위라고 비판하면, ‘개인적 일탈행위’라고 반박한다. 적반하장에 답답한데, 대통령은 걸핏하면 ‘국론 분열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서릿발 같은 발언을 한다. 마치 카드 나라 여왕이 특별한 이유 없이 목청을 높였던 “처형하라”(off with his head)를 연상시킨다. 국론 분열을 좌시할 수 없다는데, 대체 어떤 국론을 어떻게 통일해야 한다는 건가. 국정원이 지난 대선에 선거 개입을 했는데 전혀 불공정 선거가 아니었다고 국민이 입을 맞춰야 할까. 검찰이 재차 변경한 공소장에 따르면 국정원이 121만건이 넘는 댓글 공작을 했다는데 ‘일부 국정원 직원의 개인적 일탈’이라는 국정원장의 주장에 동의하는 게 국론 통일인가. 나라를 지키고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비하라고 발족시킨 군 사이버사령부가 야당 대선 후보를 폄하하고 나쁜 정치인이라고 트위터를 하고 이를 대량 확산시킨 행위를 칭찬해야 할까. 법원의 영장 없이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실 역시 ‘개인적 일탈’이라는 청와대의 해명을 찰떡같이 믿어야만 국론이 통일된다는 건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조선시대처럼 국왕이 “네 죄를 네가 알렸다”하면, 사대부들이 부복한 뒤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소인을 죽여주옵소서”라고 해야 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을 가진 나라에서 대통령과 국민의 관계가 그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시대착오적 망상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발언이나 정부·여당의 정책은 모두 시시비비의 대상이다. 국민이 판단해 반대할 만한 정책은 반대할 것이고, 반대에도 정부·여당이 개선하지 않는다면 선거에서 야당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것이다. 국민주권 시대다. 흔히 민주주의의 적은 공산주의가 전부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민주주의의 적은 전체주의다. 이 전체주의에 1945년 한계를 드러낸 나치와 같은 극단적 국수주의체제나 역시 1989년 11월 종말을 고한 공산주의, 근대에 몰락한 왕권신수설에 의거한 절대왕정이나 봉건체제 등이 속한다. 츠베탕 토도로프 프랑스 국립 고등연구원 명예연구원장은 ‘민주주의 내부의 적’이란 책에서 민주주의 핵심을 다원주의라고 했다. 권력 획득의 과정이 비록 정당했다고 해도 민주주의 제도 구축과 최종 목적,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에서 이 다원주의, 다양성이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일사불란할 수도 없고, 일사불란해서도 안 된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달 예일대 명예교수도 ‘민주주의’라는 책에서 ‘(민주주의 체제는) 사회질서의 결함 즉 혼란·갈등이 불가피하지만, 일사불란함이 없어도 비민주주의 체계보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니 국론이 분열되지 않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전제는 잘못됐다. 서로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갈등은 당연하다. 이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서 합의해야 하는데, 그 책임은 리더에게 있다. 나를 따르라고 소리칠 것이 아니라, 따라갈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정부와 의견이 다르거나 기분 나쁜 발언을 했다고 배제하거나 정치적으로 탄압해서도 안 된다. 불법적인 과거 정부기관의 행위라도 현직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이 맞다. 더 늦기 전에 잘못을 시인하고 개선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symun@seoul.co.kr
  • [사설] 김진태호 검찰, 정치적 중립 시험대 올랐다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김진태 신임 검찰총장이 엊그제 취임했다. 혼외 자녀 의혹에 휘말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퇴와 국정원 댓글 수사 항명 파동으로 검찰 조직은 조타수 없이 표류하는 배처럼 혼돈에 빠져 있다. 이런 시점에서 키를 잡은 김 신임 총장의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구심점을 잃고 비틀거리는 조직을 일으켜 세워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개혁을 이뤄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정치적 중립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는 일이다. 정치 검찰이란 소리를 들었던 뼈아픈 과거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김 총장 앞에는 두 가지 시험지가 놓여 있다. 하나는 국정원 댓글 수사를 엄정하게 마무리짓고 공소유지를 빈틈없이 하는 것이다. 혹여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한 치라도 보였다가는 특검의 명분만 제공할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 하나의 시험지는 채 전 총장의 혼외아들 의혹과 관련한 정보 유출 수사다. 청와대 행정관까지 연루되었다는 정황까지 나온 이 사건 수사에서 한 점의 의문도 남지 않도록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1년 전 한상대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추락을 거듭했던 검찰의 위상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한다. 선·후배 사이의 갈등으로 곪아 터질 지경에 이른 조직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도 김 총장의 당면한 과제다. 포용과 화합으로 감싸 안으면서도 조직의 질서를 해치는 행위는 엄히 다스리는 단호함도 보여줘야 한다. 혼란 속에 중단됐던 검찰 개혁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올해 초 구성됐던 검찰개혁심의위원회는 변변한 활동도 없이 중단돼 또 한 번 개혁이 말 잔치로 끝날 것 같은 조짐도 없지 않다. ‘반부패부’ 신설이 개혁의 전부는 아니다. 대선 공약이기도 한 상설 특검 도입에 김 총장은 회의적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조직의 변호인처럼 행동한다면 신뢰 회복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국가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엄정한 법집행과 권한을 멋대로 남용하는 무소불위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권력은 약자를 위해 존재할 때 비로소 정의롭다. 김 총장이 취임사에서 말한 ‘바르고 당당하면서 겸허한 검찰’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라 믿는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꿋꿋이 불의에 맞서 싸우는 새 검찰총장의 뚝심을 우리는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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