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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돌아본 정치권 2005 말… 말… 말…

    되돌아본 정치권 2005 말… 말… 말…

    임종 직전에라도 마이크만 들이대면 눈을 반짝이며 말을 한다는 정치인의 속성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치권은 2005년 한해에도 풍성한 말잔치를 벌였다. 한마디 ‘말씀’은 정국 흐름을 확 바꾸기도 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황당무계한 주장으로 실소를 사기도, 거침없는 독설로 상대의 가슴에 대못을 박기도 했다.‘혀’를 잘못 놀렸다가 도리어 화를 입는 ‘설화(舌禍)’도 허다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말의 달인’답게 ‘후끈한’ 발언으로 뉴스를 주도했다.“정부와 여당이 비상한 사태를 맞고 있다.”며 시작한 ‘연정(聯政·연립정부)’ 관련 발언이 그랬다. 그 강도는 갈수록 거세져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절반 이상을 내놓을 용의도 있다.(7월 6일)”“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하겠다.”“2선 후퇴나 임기단축을 시작할 수 있다.(8월30일)”며 점차 진화해 나갔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스토커”라고 반박했고, 당사자로 거론된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펄쩍 뛰며 제안을 거부했다. 여당에서도 문학진 의원 등이 “대통령이 신(神)이냐.”“예스맨은 더 이상 못해먹겠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대한민국 걱정 두 가지는 태풍과 대통령” 대통령의 직선 화법도 여전했다.9월초 외국 순방 길에서는 “대한민국에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는데, 하나는 태풍이고 하나는 대통령”이라면서 “대통령이 비행기 타고 외국에 나가니 열흘은 조용할 것”이라고 ‘자해’했다. 유전의혹 등 측근 비리가 불거졌을 때는 “밥을 먹어도 힘이 안 난다.”고 고백했다. 부인 명의로 된 대부도 땅 문제로 집중 포화를 맞은 이해찬 국무총리는 5월20일 기자간담회에서 “손학규 경기지사는 정치적으로 나보다 한참 하수”라고 말해 구설에 휘말렸다.10월2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는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과 2004년에 이어 ‘2라운드’로 맞붙어 “쓰나미 피해 지원을 했던 다른 나라 국회의원이 (방청석에)와서 보고 계신데 (그런)질문에 답변드리는 게 창피스럽다.”고 냉소했다. 다음날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에겐 “의원들이 품위있고 사리에 맞게 질문해야지, 답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해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김영삼 정부의 불법도청팀 ‘미림팀´과 ‘X파일´ 논란도 정국 흐름을 좌우했다. 국민의 정부 때도 일부 불법 도·감청이 있었다는 국정원의 ‘양심고백’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병원신세를 졌고,‘병상정치’라는 말도 나왔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는 “세상을 살다보면 이런 일, 저런 일이 있고, 별일이 다 있다.”고 토로했다.‘삼성 킬러’인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불법으로 도굴돼도 문화재는 문화재”라며 테이프 내용을 공개하자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은 두 차례 재보선에서 완패해 무력감을 드러냈다. 당에서는 ‘27대 빵’이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나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5월말 당 워크숍에서 “대중에게 비쳐진 여당 이미지는 ‘무능 태만 혼란’”이라고 일침을 놨다. 여당 의원들도 이에 공감했지만, 지지율은 갈수록 추락해 20%대로 곤두박칠쳤다.“태풍이 올 때는 납작 엎드려 있는 게 최선이다. 까불다가는 쓰나미에 다 휩쓸려간다.”고 몸을 사렸던 문희상 의장은 10월 재보선이 끝난 직후 ‘유구무언’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폭탄주 안 마셨지만 맥주잔 속 양주 마셨다” 한나라당은 연거푸 터져나온 술자리, 욕설 추태로 곤혹을 치렀다. 곽성문 의원은 골프장에서 맥주병을 던졌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감 기간에 피감기관과 술을 마신 데다 술집 여사장에게 성희롱이 담긴 욕설을 퍼부었다고 논란이 일었던 주성영 의원은 “폭탄주는 마시지 않았지만 맥주잔 속에 든 양주잔을 빼내 마신 사실은 있다.”고 해명하는 촌극을 빚었다. 박계동 의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송파구지역협의회 출범식에서 이재정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게 축사기회를 안 준다며 맥주를 끼얹어 국회 윤리위에 제소당했다. 최근에는 임인배 의원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처리에 반대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 여직원에게 “싸가지 없는 X” 등 욕설을 퍼부었다. 열린우리당은 “역시 많이 먹고 많이 마시는 돈 많은 정당”이라고 비아냥거렸고, 한나라당에서는 “미꾸라지 몇 마리가 연못 물 다 흐린다.”고 탄식했다. 비뚤어진 음주 문화를 바로잡겠다며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만든 ‘폭소클럽(폭탄주 소탕 클럽)’은 이후 회원들이 한두 잔씩 폭탄주를 다시 먹는 바람에 회원이 자연 감소했다.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도 취임 직후 “신고식 하느라 폭탄주를 다섯 잔이나 먹어 박진 회장에게 죄송하다.”고 고해성사했다. 와중에 ‘조용히 폭탄주 마시는 모임’인 ‘조폭클럽’도 생겨났다. 국회 행자위원회 의원들이 국감을 끝내고 저녁을 먹다가 발족했다. 엉터리 자료로 망신을 산 의원도 있다.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은 충청북도 국감에 앞서 ‘이원종 충북지사가 안기부 도청 X파일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질의자료를 배포했다가 부랴부랴 자료를 회수했다. 이 지사를 김영삼 대통령 때의 이원종 정무수석과 혼동한 해프닝을 벌인 홍 의원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으니 제발 잊어달라.”고 읍소했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10월초 ‘이해찬 국무총리가 1가구 2주택자’라고 밝혔지만, 이 총리는 이미 한 채 팔아버린 뒤였다. 총리는 발끈했고, 이 의원은 “집계상 실수였다.”고 사과해야 했다. 단식도 유독 많았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은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원내대표실에서 단식에 들어가 13일을 굶었다. 뒤늦게 심재철 의원이 5일 동안 단식했고, 안상수 의원은 “의원이 돌아가며 1일씩 단식하자.”며 숟가락을 얹었다. 쌀 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앞두고는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무려 29일 동안 44㎏이나 살이 빠지면서도 일체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비준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농촌을 살리자.”며 눈물을 보였다. 행정중심도시법에 대한 위헌심판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해지자, 해당 지역구인 무소속 정진석 의원은 “합헌 결정이 나기 전에는 햇볕을 볼 수 없다.”며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어앉아 열흘간 곡기를 끊었다. 여당의 선병렬·양승조 의원도 9일 동안 회관 1층 로비에서 ‘노숙’하며 단식했다. 한나라당 최장수 대변인 기록을 세운 전여옥 의원은 “차기 대통령은 대졸자여야 한다.”고 말했다가 집중 포화를 맞았다. 열린우리당의 전병헌 대변인은 취재진에 e메일을 보내 “(헷갈릴 수 있으니)‘전 대변인’ 약칭 대신 양쪽 대변인 이름을 모두 표기해달라.”고 잽싸게 요청했다. 차기 대권후보군의 말도 화제를 모았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영화배우 이은주의 자살을 접한 뒤 미니홈피에 추모글을 올려 “호스피스의 홍보대사였던 그가 막상 자신의 스트레스와 좌절감, 외로움을 들어줄 친구를 찾지 못했나보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모친을 여읜 직후 어버이날을 맞아 미니홈피에 애절한 사모곡을 올렸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공주’라는 별칭을 붙인 것을 가리켜 “전자공학 전공한 공주 본 적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동안 박 대표를 ‘수첩공주’라고 말해온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은 “봤다. 일본에는 전자공학 전공한 공주가 있다.”고 응수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솔직히 노무현과 이회창을 놓고 인간적으로 누가 더 맘에 드느냐 하면 노무현”이라고 말했다가 발끈한 ‘창(昌)’에게 공개 사과했다. 손학규 경기지사는 “‘경포대’라는 신조어는 경제를 포기한 대통령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가, 강원도의 거센 반발과 함께 열린우리당으로부터 “경기도가 포기한 대통령 후보”라는 핀잔을 들었다. ●“국회의장 모가지 뽑아놓든지…” 발언 면박당해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부 언론인과 학자가 친미파”라는 ‘독특한’ 해석을 내놓아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국회의장 모가지를 잡아 뽑아놓든지….”라고 했다가 열린우리당 서영교 부대변인에게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달라.”고 면박당했다. 열린우리당 조일현 의원은 한마디 말로 단연 스타가 됐다. 쌀 협상 비준안을 처리할 때 본회의장에서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몸으로 막자,“제 자신이 닭보다 더 험한 발을 가진 농부의 아들”이라며 마이크도 없이 찬성토론을 벌여 비준안 처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당 ‘구원투수’ 정세균 의장은 최근 당·정·청 워크숍에서 “수구 우파가 다음에 집권한다면 역사의 후퇴이며 재앙”이라고 말했다가 한나라당의 역공을 맞았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서울신문이 선정한 2005년 국내외 10대 뉴스

    ■ 국내 ●황우석교수 ‘줄기세포 논문’ 조작 파문 ‘국보급 과학자’에서 ‘허풍 과학자’로 전락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파문은 온 국민을 충격 속에 몰아넣었다. 아직 완전히 조사가 끝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초라고 했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믿을 수 없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난치병 환자들은 다시 절망에 빠졌고 한국은 국제적인 망신을 샀다. 어떻게든 성과를 빨리 보여주려는 조급성과 과학자로서의 윤리 상실이 부른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안기부·국정원 수천명 불법도청 확인 7월 도청테이프 한 개의 내용이 폭로됐다.1997년 삼성측 인사들이 한 음식점에서 정치권과 검사에게 금품을 주려고 논의하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이를 실마리로 국가정보기관의 불법도청 전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을 사상 처음으로 수색하는 등 다섯달 동안 수사를 벌여 김영삼 정부 시절 안기부 미림팀이 정·관·재·언론계 인사 수천명을 도청한 사실이 확인됐다. 도청 추방을 외쳤던 김대중 정부에서도 도청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이 구속됐다. ●정부, 8·31 부동산투기 억제대책 발표 연초부터 서울·수도권 신도시 아파트값과 전국 땅값이 폭등해 서민들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졌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급등은 일반 아파트로까지 번졌고, 판교 신도시 광풍은 주변 아파트값을 끌어올려 연간 아파트값 상승률이 11%(㈜부동산114 기준)를 넘어섰다. 결국 정부는 강력한 투기억제책이 담긴 ‘8·31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고, 연말부터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일부 투기억제 법률은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 국회 통과 12부4처2청의 국가기관을 수도권에서 충남 연기·공주로 옮기는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법안이 3월2일 전격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도 헌법소원에 휘말렸지만 헌법재판소가 합헌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법리논쟁이 일단락됐다. 여권은 청와대까지 옮기려던 당초 계획에서 다소 물러서긴 했지만 대통령선거 공약을 지킨 것으로 자평했다. 그러나 2007년 대선에서 정권이 바뀔 경우 재검토되거나 변경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 ●청계천 47년만에 복원 ‘생태하천으로’ 서울 도심을 흐르는 청계천이 47년만에 복원돼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다.1958년 콘크리트로 복개되면서 땅속에 묻혔던 5.84㎞ 물길이 10월1일 따사로운 햇볕을 되찾아 물고기와 새가 노니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공사 비용을 뛰어넘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성공적 하천복원 사례로 외국에 소개되기도 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도 오랜 단장 끝에 새롭게 문을 열어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는 도심의 명소로 거듭났다. ●‘독도 영유권분쟁’ 한·일 감정대립 격화 일본 시마네현이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안을 상정하고 주한일본대사가 서울 한복판에 앉아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면서 한·일 외교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3월16일 시마네현은 일본 정부의 묵인과 국수주의자들의 응원 속에 조례를 통과시켰다.6월20일 한·일 정상들은 냉랭하게 만났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10월15일 신사참배를 강행했다. 한·일 양국의 감정대립은 격화됐고 연말로 예정됐던 양국 정상간 정례 ‘셔틀회담’도 결국 무산됐다. ●기생충알 김치등 중국산 먹을거리 파동 10월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에 이어 기생충알까지 검출됐다는 당국의 발표로 중국산 식품 전체가 극도의 불신을 받았다. 검출된 알이 모두 미성숙란이어서 직접적인 위해를 끼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지만 한때 한국과 중국은 외교마찰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11월에는 일부 국내산 김치에도 기생충알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먹을거리의 국민건강 위협이 심각하게 부각됐다. 또 중국산 어류에 이어 송어·향어 등 국내 양식 민물고기에서도 발암물질인 말라카이트 그린이 검출됐다. ●한국축구, 월드컵 6회 연속 본선진출 한국축구대표팀이 6월9일 쿠웨이트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5차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대파하며 6회 연속 본선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월드컵 6회 연속 진출은 세계에서 9번째이고 아시아에선 최초다. 하지만 8월 초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2무1패로 꼴찌를 기록한 데다 8월17일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졸전 끝에 0-1로 맥없이 패배, 조 본프레레 감독이 경질되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새로 영입하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여성 악법’ 호주제 2008년 완전 폐지 50년간 여성계의 숙원사업이던 ‘호주제 폐지’는 2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물꼬를 텄다. 헌재결정후 50일이 안돼 국회는 민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호주제를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했다. 호주제는 여성권리의 신장, 한 부모 가족 증가 등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존속시켜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유림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었다. 유예기간을 거쳐 호주제가 완전 폐지되는 2008년 1월부터는 가족 관계를 개인별로 관리하게 된다. ●과거사규명·사립학교법 여야의원 격돌 17대 국회는 ‘과거사 규명’과 ‘사립학교법’의 격랑 속에 여야간 극한 대립을 불러왔다. 여야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사대상과 범위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빚었는데 지난 9일 ‘반쪽 통과’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두고 여야는 정면 충돌, 연말까지 급랭정국이 이어졌다. 한나라당의 장외투쟁, 종교계의 불복종운동, 사학재단의 신입생 모집 거부 경고 등으로 반발이 확산되자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불가’와 ‘단독 국회 개최’로 맞섰다. ■ 국제 ●카트리나 강타와 구겨진 미국자존심 8월29일 초강력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 멕시코만을 강타해 1306명이 숨지고 6644명이 실종됐다.‘재즈의 도시’ 뉴올리언스가 순식간에 물속에 잠겨 유령의 도시로 변하면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꼬리를 문다. 피해를 키운 연방정부의 늑장 대응은 초일류국가임을 자임해온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혔다. 특히 재난 대처 과정에서 첨예화된 흑백간 인종 갈등은 미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국제사회에 그대로 드러냈다. ●파키스탄 강진으로 7만5000명 사망 10월8일 발생한 리히터 규모 7.6의 파키스탄 강진은 7만 5000명의 사망자,350만명의 이재민이라는 엄청난 피해를 낳았다. 재난 앞에서 카슈미르 관할권을 둘러싸고 앙숙 관계였던 인도와 파키스탄은 국경을 개방, 구조작업에 나선 군인들을 오가게 했다. 그러나 영하 30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치는 겨울이 닥쳐왔다. 이재민들에게 제공된 텐트는 대부분 겨울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니어서 동사(凍死)자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조류 인플루엔자 전세계 확산 비상 ‘21세기 흑사병’으로 불리는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하던 AI가 9월 이후 중국과 동유럽을 거쳐 서유럽, 중동, 미주로까지 번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결과 현재까지 AI로 숨진 사람은 73명.WHO는 특히 치명적인 H5N1 바이러스의 사람간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AI가 역병(疫病)이 될 경우 1억명 이상이 숨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이슬람계 런던 연쇄 폭탄테러 이라크전에서 미국의 최대 우방인 영국의 수도 런던에서 7월7일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했다.9·11테러 이후 4년만에 세계가 다시 테러공포에 휩싸였다. 출근길 런던 시민들로 붐비던 지하철과 2층버스에서 발생한 테러로 56명이 숨지고 700여명이 다쳤다. 인명피해 못지않게 충격을 준 것은 테러범들이 영국에서 태어나 교육받은 자생적인 이슬람계 이민 2세들이라는 점이다. 이후 테러용의자를 사살하는 과정에서 영국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프랑스 이민자들 ‘인종갈등’ 폭동 ‘톨레랑스’의 나라 프랑스가 인종갈등으로 빚어진 폭동으로 불탔다.10월27일 파리 교외 무슬림 빈민가에서 경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했다. 이후 3주 동안 무슬림과 저소득층 이민자들이 사는 파리 외곽 지역에서 분노한 젊은이들의 방화가 들불처럼 번져나갔다.9000여대의 차량이 불탔고 약 3000명이 체포됐다. 이 소요사태는 이민자 2·3세의 사회통합문제, 실업, 빈부차 등 프랑스 사회가 안고 있던 모순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라크 주권정부 구성 행보 계속 혼란과 갈등이 노출되고는 있지만 주권정부 구성을 향한 이라크의 행진은 계속되고 있다.1월 제헌의회 선거를 통해 구성된 의회가 내놓은 새 헌법안이 10월 국민투표를 통과하면서 이같은 안정화 일정은 더욱 힘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치러진 총선 개표 결과 발표가 늦춰지면서 정파간 갈등과 혼돈이 초래되고 있지만 내년 1월 총선 결과가 나오면 총리 지명, 내각 구성 등 새 정부 출범을 향한 정치 일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 교황 보수파 베네딕토 16세 즉위 4월2일 26년 동안 재임해온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저는 전부 당신의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선종한 뒤 전 세계의 이목은 바티칸에 쏠렸다. 차기 교황 선출을 위한 네번째 콘클라베가 열린 같은 달 19일 오후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의 굴뚝에 새 교황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제 265대 교황으로 선출된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 ‘하느님의 충견’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데서 볼 수 있듯 대표적 강경 보수주의자로 평가돼왔다. ●자민당 과반의석… 고이즈미 개혁독주 우정민영화를 기치로 중의원을 전격 해산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도박’이 ‘대박’으로 나타났다.9·11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15년 만에 단독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고 개혁 독주를 시작했다.‘제왕적 총리’가 된 고이즈미 우경화도 탄력을 받았다. 취임 후 다섯번째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가 하면 아소 다로 외상 등 극우 인사를 내각에 중용해 이웃나라인 한국·중국과 최악의 외교마찰을 빚고 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 세계경제 긴장 연초만 해도 배럴당 40달러 안팎에 머물던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6월27일 사상 처음 60달러를 넘어섰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미국 멕시코 만의 석유시설 피해가 생긴 8월 말에는 10월 인도분 WTI 가격이 70달러를 넘었다.3차 오일쇼크가 오리라는 우려는 이후 유가가 하락세로 안정되면서 다행히 기우로 그쳤다. 고유가 쇼크로 정신이 번쩍 든 미국을 비롯한 에너지 소비대국들이 원자력, 석탄, 에탄올 등 대체에너지 사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독일 첫 女총리 메르켈 ‘좌·우 대연정’ 9·18 총선 후 두 달여의 연정(聯政) 줄다리기 끝에 독일 총리직을 거머쥔 앙겔라 메르켈. 조기 선거 승부수를 던진 7년 집권의 게르하르트 슈뢰더를 꺾었다.36년 만이라는 좌·우 대연정의 수장을 맡아 독일병을 치유하고 제2의 라인강 기적을 이룰지 주목된다. 취임 첫 날을 해외순방으로 연 메르켈은 유럽연합 예산안을 막후 조정으로 타결시켜 국제 무대 데뷔전도 성공리에 치렀다. 동독 출신과 여성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제2의 대처’로 탄생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블랙먼, 판사가 되다/린다 그린하우스 지음

    많은 사람들은 지난 2000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기억이 생생할 것이다. 박빙의 대결을 벌인 공화당 부시와 민주당 고어 두 후보. 백악관의 주인은 플로리다 주의 개표 결과에 따라 결정날 상황이다. 재개표 여부를 두고 여러 차례 법정절차가 이어진다. 국정 공백으로 야기될 혼란에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가운데 연방대법원이 최종적으로 나선다.‘더 이상 재검표를 진행하지 말라. 부시의 당선 확정이다. 고어는 승복한다. 만약 그가 승복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일은 미국에선 상상할 수 없다. 옳든 그르든 대법원 판결에 승복하지 않은 사람은 미국 국민 자격이 없다. 연방대법원엔 아홉명의 종신 판사가 재직한다. 그래서 판사 한 자리의 임명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요란한 것이다.‘아홉명의 늙은이’가 나라를 망치기도, 살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국 대법원 판사의 행적에 대한 국민 관심은 지대하다. ‘블랙먼, 판사가 되다’(린다 그린하우스 지음, 안기순 옮김, 청림출판 펴냄)는 1973년 역사적인 ‘로 대 웨이드’(Roe v.Wade) 판결의 판결문을 썼던 해리 블랙먼(1908∼1999)의 첫번째 전기이다. 흔히 ‘낙태 판사’로 알려진 블랙먼의 법조 인생과 사법철학을 조명한 저술. ●美 연방대법원 종신판사로 24년간 재직 저자는 뉴욕타임스 연방대법원 출입기자 출신으로, 지난 1988년 대법원 취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블랙먼이 소장했던 엄청난 분량의 문서에 접근했던 최초의 기자였던 그는 이같은 자료와 블랙먼의 구술을 바탕으로 블랙먼의 삶과 대법원 재임 중 일어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엮어냈다. 특히 법률 사건 뒤에 가려진 인간의 존재를 인식하고 낙태, 소수민족 우대정책, 사형, 성차별 등과 같은 논쟁에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데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던 판사로서의 블랙먼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방대법원은 현명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홉명의 판사들이 사건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다른 판사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생각하도록 설득한다. 특히 블랙먼이 판사석에서 보냈던 24년 동안, 그들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을 두고 격렬하게 토론하는 일을 거듭했다. 국방부 문서사건, 로 대(對) 웨이드 사건, 닉슨 도청테이프 사건, 바크 대 캘리포니아 대학 이사회 사건, 가족계획협회 대 케이시 사건 등이 결렬한 논쟁을 거쳤다. ●보수성향에서 진보의 최전선으로 특히 대법원 판사 지명때마다 진보냐 보수냐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데, 이를 가르는 한 획이 ‘낙태’와 ‘사형제도’에 대한 지명자들의 태도나 성향이다. 해리 블랙먼 또한 리처드 닉슨이 지명할 당시 미국 중서부 출신의 온건한 보수주의자라는 평이 나왔고, 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블랙먼은 나이 예순에 미국 연방대법원 판사가 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진보의 최전선에 서게 된다. 책은 블랙먼이 닉슨 대통령에게 지명된 1970년부터 24년간 대법관을 지내면서 그가 참여한 중요한 판결의 논의과정을 블랙먼의 눈과 글을 통해 조명했다. 1973년 블랙먼이 판결문을 작성한 ‘로 대 웨이드’ 사건 판례는 그 이전 100년간 낙태를 범죄로 간주한 미국 역사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그래서 이 판례엔 항상 ‘그 유명한’,‘역사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다. 평생 불려온 ‘낙태판사’라는 별명도 이때 얻었다. 저자는 지명 당시 보수파로 분류됐던 블랙먼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이끌어내기까지 새로운 생각을 향해 마음을 열었고, 자연스럽게 여성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진보주의자가 된 과정을 추적한다. ●‘로 대 웨이드´ 계기로 여성권리 위해 투쟁 이 과정에서 자신을 대법관으로 추천했던 친구 워렌 버거 대법원장과 가깝고도 불편한 관계를 그린 부분은 인간 드라마로서의 흥미를 돋운다. 블랙먼은 인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코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블랙먼을 중심으로, 우리와는 다른 미국 사법체계가 움직이는 원리, 사법체계의 정점에 있는 연방대법원의 일상을 유명 대법관들이 등장하는 일화와 함께 풀어놓아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중심잃은 신문’ 주장·설 따라 오락가락

    ‘중심잃은 신문’ 주장·설 따라 오락가락

    신문사가 PD저널리즘과 인터넷 언론에 패했다? 황우석 파문에 대해서만은 이런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체계적인 취재 훈련 없이 선정성에 물들었다.’고 무시당해온 PD저널리즘과 인터넷 언론이 신문을 눌러버린 셈. 왜 그랬을까? 지난 15일 MBC가 전격 편성·방영한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엔 이 질문에 대한 모든 답이 들어 있다. 황우석팀 연구성과의 진위여부는 아직도 불명확하다. 그러나 ‘PD수첩’은 ‘혈세가 들어가는데 그 실체는 왜 아무도 모르나?’라는 가장 기본적 질문에서 출발했다. 황우석팀 연구가 진실이라 해도 PD수첩으로서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난자에 관심 없다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 바로 난자문제다. 함께 생각해볼 문제는 입양이다. 난자와 입양은 무관해 보이지만 ‘여성’에 관심있는 사람은 금방 연결고리를 찾는다. 바로 ‘한국적 가족문화’다. 황우석팀의 연구는 ‘불임시술의 왕국’으로 임자없는(?) 난자가 풍부한 한국이었기에 가능했다.‘불임시술의 왕국’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 하나, 우리 아이가 없으면 우리 가족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고정관념 때문이다. 한국 여성에게 결혼은 곧 임신이다. 그래서 한국에선 임신이 어려울 경우 입양 대신 난자관련 시술에 매달리다 보니 시술법이 그 어느 곳보다 발달했다. 탤런트 신애라의 입양 소식을 미담으로 소개하고, 입양이 왜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도(문화일보 15일자 기사·조선일보 16일자 사설), 정작 입양과 난자의 연관성에는 무관심하다. 또 연구원 난자와 불법매매 난자를 썼다는 사실이 확인돼도 난자 관련 규정을 넣은 올 1월 ‘생명윤리법’ 시행 이전이니까 문제없다는,‘대단히 법치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황우석팀에 난자를 공급해온 노성일 미즈메디 이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팽(烹)당했다.’고 말한 점도 시사적이다. 그럼에도 난자 얘기만 나오면 ‘동양적 문화’라거나 ‘극렬 페미니스트들의 진부한 주장’이라고 말하기 일쑤다. 일부 철없는 네티즌들의 주장과 다를 바 없는 ‘어차피 버릴 난자, 좋은 데 쓰는데 뭐 어때.’라는 투의 기사까지 등장한다.(중앙일보 11월22일자 기사) 이런 와중에 한국여성민우회는 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인공생식법안’을 준비 중이다. 난자시술을 여성의 ‘재생산권(reproductive right)’으로 접근해 여성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법안이다. 여성민우회 정은지 여성건강팀장은 “생명윤리법이 부족하다는 점보다 남성은 물론 여성 스스로조차 이 문제를 알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모든 신문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익, 국익, 국익… 도대체 어떻게? 신문들이 황우석팀에게 그렇게 맹목적일 수 있었던 까닭은 원천기술로 인한 막대한 수입, 바로 그 꿈에 있었다. 그게 정말 가능할까. 애초 PD수첩에 제보했던 사람은 ‘배아줄기세포의 무한증식을 통제 못하면 치료용으로 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유전학자 악셀 칸 박사 역시 인터넷 언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난자가 필요하고, 줄기세포를 추출해야 하고,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의 체질에 맞춰야 하고, 끊임없는 검증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치료용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술적 어려움에, 난자의 지속적 공급이라는 현실적 어려움도 겹쳐 있는 것. 이와 관련해 초록정치연대 우석훈 정책실장이 월간 ‘말’지 12월호에 기고한 글이 눈길을 끈다. 우 실장은 그토록 시장과 국익에 열광하는 사람들처럼 황우석팀 연구가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다 줄 수 있는지 한번 따져 보자고 제안한다. 상업화에 30년의 세월이 들고 치료비가 5000만원이라 감안한다면 투자비는 2000억원, 수익은 250억원에 불과하다고 추산했다. 그는 치료용 배아줄기세포가 그렇게 전망 밝은 사업이라면 왜 민간기업들이 비행기의 1등석 제공과 같은 상징적인 행동 말고,‘직접 투자’와 같은 의미있는 행동에 나서지 않는지 되묻는다. 그 이유는 역시 상업화 자체가 불명확하고, 난자 문제에 발목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개발 속도는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고, 난치병 환자 치료라는 꿈이 실현된다면야 꼭 ‘투자 대비 수익’으로만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국익에 대해 이런 고민을 보여준 신문은 없다. ●2005년 논문의 ‘의미’마저 잊었나? 지난 16일 황우석과 노성일은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의 주장을 반박했다.‘노성일의 미즈메디에서 뭔가가 일어났고 검증해 보면 알 것’(황우석)이라는 반격에,‘나도 검증할 카드가 있다.’(노성일)고 맞받아친 내용이다. 양측 모두 자신이 옳다고 하고 있는 만큼 그 결과는 지켜볼 일이다. 그런데 결과와 무관하게 “(줄기세포가)1개면 어떻고 3개면 어떻겠느냐.1년 뒤에 논문이 나오면 또 어떻겠느냐.”는 식으로 발언하는 황우석 교수에 대한 문제제기가 눈에 띄지 않는다. 2004년 논문과 다른 2005년 논문의 성과는 배아줄기세포를 뽑아내는 성공률을 높였다는 데 있다.2004년에는 242개 난자에서 1개의 줄기세포를,2005년에는 185개 난자에서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어냈다.0.413%에서 5.945%로 성공률을 크게 끌어올린 것. 이는 노성일 이사장의 말처럼 임상과 상업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의미이자, 동시에 황우석팀의 연구가 ‘우연’이 아니라 ‘실력’임을 증거하는 대목이다. 즉 2004년 논문은 ‘그 정도 난자만 있으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비아냥을 받을 수 있다면,2005년 논문은 ‘황우석팀이 정말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구나.’라는 평가를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정작 황 교수는 ‘줄기세포가 1개면,3개면, 논문이 1년 뒤에 나오면’ 어떠냐면서 2005년 논문 취소 이유를 ‘이미 너무 많은 상처를 입어서’라고 설명했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수사법’일 수도 있지만, 제발 연구성과가 허구가 아님을 바라는 일반인들의 기대에 편승하는 ‘물타기’로 비춰질 수 있다.19일자에서부터 이 점을 문제삼는 기사들이 엿보인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쟁점이 원천기술 보유 여부보다 그 성공률이라고 명확하게 지적하는 기사는 찾기 어렵다. ●여전한 남 탓… 어느 정도 쟁점이 정리된 상황에서도 신문들의 보도태도는 문제 있어 보인다. 중앙일보는 황우석팀의 거짓논문이 어떻게 통할 수 있었는지 17일자 4면에서 다뤘다. 여기서 과학자 집단의 몸사리기를 지적했지만, 사실 몸을 사렸다기보다 신문들이 눈 감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한국의 젊은 과학도들은 뉴욕타임스가 칭찬할 정도로 활약했지만, 여기에 주목한 곳은 인터넷신문 프레시안뿐이었다는 점을 외면한 것이다. 중앙일보에 ‘황우석 우상화’에 관한 대목은 단 한줄도 없다. 기사 옆에 배치된 표에는 이 문제를 지적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뒤늦은 ‘정부 책임론’ 역시 중심 없기는 매한가지다.PD수첩의 취재윤리 문제가 불거지자 조선일보는 ‘황우석 옆에 정부는 없었다’(12월7일자 2면)며 돈만 집어주고 나 몰라라하는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나 황우석팀의 신뢰도가 떨어지자 ‘국정원이 24시간 밀착체크, 청와대는 정보 없었다’,‘청와대, 초기부터 황 교수 전폭 지원’(16일자 5면)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성공회대 김서중 교수는 “문제제기가 될 때마다 핵심이 아니라 곁가지만 보도하는 데 치중했다는 점에서 신문들의 보도태도는 PD수첩보다 더한 취재윤리 위반을 저질렀다.”면서 “독자들에게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들의 보도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밝혀주는 것이 혼란을 느끼고 있을 독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만 17일자 통사설을 통해 황우석 보도에 대해 사과했을 뿐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수사권 조정안 상반된 검·경 행보] “왜 檢흔드나” 수뇌부 반발

    정상명 검찰총장이 6일 강력한 어조로 여당의 수사권 조정안을 거부한 것은 일선 검찰의 반발이나 불만을 초기 진화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자칫 이번 사태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지도력이 상처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단반발로 비쳐질 경우 입법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와 수뇌부의 적극적인 대처 때문인지 일선의 반발 분위기는 다소 수그러들었다. 정 총장은 정치적 중립, 총장임기제 등을 거론하며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정 총장은 “왜 여당이 검찰을 흔드느냐. 정치권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고 총장의 임기를 보장했다고 말한 만큼, 그 뜻을 깊이 생각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논의를 거쳐 정부입법을 앞두고 있었는데 여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불쾌감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뇌부들은 최근 검찰이 신건·임동원씨 등 전 국정원장들을 구속하자 여당이 검찰을 길들이려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은 여당안대로라면 인권보호가 오히려 후퇴된다고 비판한다. 경찰이 스스로 종결하거나 검찰로 송치하지 않고 방치하는 사건에서의 인권침해 등을 피해자들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이 충돌해 효율적인 수사가 불가능하다는 것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검찰과 사법경찰관리가 대등 관계라면 검찰과 일반 공무원 중 단속업무 등을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관들과도 대등해져 수사에 혼란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경찰조직이 비대해져 헌법에서 규정한 영장신청과 집행구조도 침해할 수 있다. 검찰이 앞으로 법 개정 전까지라도 경찰이 맡고 있는 주요사건이나 장기미제·방치사건을 보고토록 하고 유치장 감찰과 호송업무지휘 등 수사지휘권에 속한 권한을 실질적으로 행사키로 해 경찰과 갈등이 예상된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장관들 “8·31부동산정책 조속 입법을”

    정부는 6일 각의 공동의결(국무위원 전체 의견) 형식을 빌려 8·31 부동산정책의 조속한 입법처리를 촉구했다. 이해찬 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부동산 입법이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어떠한 정책도 국민의 신뢰와 관심을 얻을 수 없다.”면서 “국무위원 전체 의견을 모아 입법화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전했다. 이 총리는 부동산값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는 최근 보도와 관련,“야당의 부동산정책 입법 지연으로 시장 혼선을 빚고 있다.”고 비난하고 “아파트값이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보도 역시 혼란만 부추길 뿐 실제로는 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이어 “한나라당은 종부세(종합부동산세)와 관련된 핵심법안을 지연시킬 경우 시장을 혼란시키고 정부 정책 수행에 발목을 잡는다는 국민의 거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총리의 8·31대책 입법 관련 발언을 국무회의 의결로 발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이를 이 총리가 받아들여 8·31입법 원안통과 촉구는 국무위원 전체 의견으로 공식 발표됐다.강혜승기자 1fineday@seoul.co.kr
  • [시사 키워드] 뉴라이트

    [시사 키워드] 뉴라이트

    이해찬 국무총리가 최근 “참여정부는 기본적으로 중도우파 정부”라고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총리는 국회에서 ‘레프트는 개혁이고 라이트는 지키는 것이라는 총리의 기준으로 보면 현 정부의 정체성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이 총리는 그에 앞서 서울대 강연에서 자유주의·중도우파를 표방하는 뉴라이트가 사회 전반에 나서는 것을 ‘문화 지체’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상반된 발언을 했다. ■ 포인트 뉴라이트가 출범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뉴라이트의 바람직한 활동방향과 한계는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다.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원래 좌익, 우익은 프랑스혁명(1789∼1799) 당시 국민공회에서 온건파인 지롱드당이 의장석을 기준으로 오른쪽 자리에, 급진파인 자코뱅당이 왼쪽에 앉은 것에서 유래됐다. 좌익은 사회주의·급진주의적인 사상을 일컫는다. 우익은 민족적·국수적인 성향을 말한다. 독일의 나치즘, 이탈리아의 파시즘, 일본의 군국주의도 우익이다. 요즘에는 자유방임주의, 자유민주주의, 신자유주의 등을 우파로 본다. 좌파는 평등을, 우파는 자유를 중시한다. 좌파는 사회주의, 분배를, 우파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성장을 추구한다. 그러나 어느 한쪽을 칼로 무를 자르듯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주의이지만 정책적으로 분배에 역점을 둘 수도 있다. 국가가 시장경제를 제어하는 수정자본주의도 있다. 일반적으로 좌파=진보, 우파=보수라고 보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은 있어도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진정한 좌파정당은 존재하기 어렵다. 좌파=진보라면 진보를 자처하는 열린우리당을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원래 의미의 좌파로 볼 수 있을까. 본래 의미의 좌파나 우파가 요즘에는 많이 퇴색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좌파에서도 진보적 좌파나 보수적 좌파가 있을 수 있다. 이 총리의 발언도 이런 혼용과 혼돈 탓이다. ●뉴라이트란 1980년대에 등장해 영국의 대처, 미국의 레이건 행정부의 정책기조를 이룬 사상이다. 케인스의 복지국가론을 비판하면서 공공정책을 위한 시장기구의 부활과 시민권의 제한이라는 두 가지의 뚜렷한 주장을 담고 있다. 국가 개입의 축소와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시장기구를 옹호하고 지나치게 인위적인 평등지향을 배제하고 재산권을 다른 시민권보다 우위에 둔다. 신보수주의라 불리지만 미국의 신보수주의 ‘네오콘’과는 차이가 있다. 네오콘은 강경 보수이고 뉴라이트는 중도적이면서도 개혁적인 성향도 띤다. ●한국의 뉴라이트 한국의 뉴라이트 운동은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좌익, 진보 성향의 인물들의 정계 진출에 회의를 느낀 보수성향의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단체가 여럿 있다. 김진홍(두레마을 대표) 목사를 중심으로 기독교 및 학계 인사들이 이끄는 ‘뉴라이트 전국연합’이 11월7일 출범했다. 이들은 비정치·비영리를 기본으로 하여 가치관 운동, 정신 운동, 도덕성 운동을 지향하며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순수 시민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뉴라이트 네트워크’와 같은 다른 뉴라이트 단체는 정치 참여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자유주의연대’의 신지호 대표는 이 단체를 ‘짝퉁’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10월18일에는 뉴라이트싱크넷, 교과서포럼,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의료와 사회포럼, 자유주의연대 등 8개 단체가 ‘뉴라이트 네트워크’를 창립했다. 네트워크는 “정치는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에 빠져 국정 혼란을 자초하고, 경제는 반기업 정서 확대와 성장 동력 저하로 자신감을 잃고 있다. 정부가 평준화에 대한 집착으로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가로막고 있으며 과거와의 대결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진보를 가장한 포퓰리스트들과 자기 혁신에 게으른 낡은 보수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떻게 볼 것인가 뉴라이트 운동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일부 보수적인 사람들이 좌편향돼 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누구나 사상의 자유가 있듯이 새로운 조류로 인정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장점을 따서 운동을 하겠다는 새로운 경향으로 주목받고 있다. 공허한 이념논쟁이나 정치투쟁에서 벗어나서 진정하게 국민들을 위한 운동을 펴겠다는 대목도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다시 보면 우파의 한 분파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고 성향이 모호하다는 말을 할 수도 있겠다. 좌파의 재집권 저지라는 목표는 정치 성향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 준다. 중도의 입장에서 사회의 통합을 위한 조정자 역할을 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단체가 아니라 결국 회귀점은 보수,‘올드 라이트’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비판이다. 손성진 기자 sonsj@seoul.co.kr
  • [열린세상] ‘無道’가 길을 잃다/오세훈 변호사

    창문으로 흘러드는 늦가을 햇살이 여유롭다. 퇴근 전에 차를 한잔 하고 있자니 홀로 만끽하는 여유가 사치스럽게 느껴진다. 참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나라다. 오늘도 역시 과거 정보기관의 도청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전직 국정원장이 구속되었다는 소식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대부분의 국민이 짐작했던 바이므로 사실 새로울 것이 없는 뉴스인데, 흥미로운 것은 그 소식을 접한 두 분 전직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응이다. 한분은 검찰의 구속이 ‘무도(無道)’하다 하시고, 다른 한분은 무도하다고 한 그 분이 ‘무도’하다고 하신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게다가 청와대까지 나서서 비판적 입장을 개진했다니 무엇이 옳은 것인지 필부들로서는 혼란스러울 뿐이다. ‘도리에 어긋난다’는 뜻의 무도하다는 말이 자못 길을 잃은 느낌이다. 대체 도리란 무엇인가? 세상이 다 아는 도청사실을 두 분 전직 대통령께서만 모르셨을 리 없다. 가령 백보를 양보해서 본인이 보고받은 정보보고가 도청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는 믿음에 이른바 ‘미필적 고의’도,‘인식 있는 과실’도 전혀 없었다고 가정하자. 그것 자체로 무능 내지는 무관심을 입증하는 바이며,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정보기관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감으로 가슴을 쳐야 할 일 아닌가? 세상에 도리라고 하는 것이 있다면 대국민 사과문 발표 준비로 분주할 시점이라 할진대, 사실이 아닌 일을 억지로 만들었다 하시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주지하다시피 구속영장 발부사유 중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다. 혹시라도 이렇게 도리가 아닌 주장을 하시는 전직 대통령으로부터 설득당하여 진술을 바꿀 가능성 때문에 검찰이 강정구 교수도, 두산 일가도 모두 피해간 구속을 마지못해 한 것은 아닐까? 또 이렇게 도리가 아닌 후임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보고 단지 공소시효 덕분으로 여론의 비난으로부터 피해 계신 전임 대통령께서는 어떻게 해야 도리이실까? 비록 실정법의 형량이 높지 않아 공소시효는 만료되었으되 떳떳하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일 터인데, 마치 남의 일 말씀하듯 하시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문득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하늘에 떠 있을 수많은 별들을 생각한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저 위에 별들이 얼마나 총총할 것인가. 이제 잠시 후 어둠이 내리면 별들은 필연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잠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닐진대 인권대통령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하여 일단 없다 하시고, 잠시 멀리 떨어져 있다 하여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손가락질하시는 모습을 보니 헛웃음만 나온다. 개성이 뚜렷한 두 분 전직 대통령이 이끄신 10년의 기간 동안 이 나라가 겪어야 했던 많은 일들이 문득 떠오른다. 세간에는 바람직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수많은 주장들이 범람한다. 피터 드러커는 평균 이상의 지성과 고도의 인격이 리더의 조건이라 하고, 짐 콜린스는 먼 훗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현재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주춧돌형 리더십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나라의 안정과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바람직한 리더상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제는 이렇게 비범한 리더십을 오히려 경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이제 평범한 필부들의 상식적 판단으로 동의할 수 있는 리더를 보고 싶다. 굴절된 역사가 투영된 평탄하지 않은 인생 역정은 그만큼 강한 개성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 개성은 때때로 상식과 부딪치게 되고, 이럴 때 그 지도자의 개성은 많은 국민을 당혹스럽게 한다. 우리는 여러 유형의 개성 있는 지도자를 보아 왔다. 개성으로 말하자면 현직 대통령도 누구 못지않다. 본인들은 그 개성을 소신이라 부르며 모든 가치에 우선해서 정책에 대입하려 하지만, 국민의 눈에 비친 그 위대한 소신은 생경할 뿐더러 국리민복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는 이제 탁월한 영도력의 영웅적 리더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독특한 리더도 원치 않는다. 그저 마음을 편안히 해 주는 지도자면 좋겠다. 이제 이 해프닝도 곧 잊혀질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일상은 모든 것을 삼킨 채 제자리를 찾아 돌아갈 것이다. 편안하고 여유 있는 오후가 사치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일상을 누리고 싶다. 오세훈 변호사
  • [사설] 민심 외면한 여당의 갈팡질팡 행보

    민심을 정말 모른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을 듯하다. 열린우리당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과연 이 당이 민심과 민생을 안중에 두고 있기나 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재·보선에서 잇따라 패한 끝에 비상체제를 꾸린 열린우리당이 활로의 하나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당 일각의 주장에 불과하다지만 내년 5·31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 일정과 당내 분위기를 감안할 때 통합론은 상당기간 이어질 모양새다. 우리는 열린우리당의 이런 움직임이 자신들에게 27전27패의 재·보선 성적표를 안겨준 민의로부터 동떨어진 것임을 밝혀두고자 한다. 설령 열린우리당의 민주세력 통합론이 어느 정도 명분을 갖추고 있다 해도 지금은 집권여당으로서 정기국회의 민생현안에 주력해야지, 섣부른 통합론으로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내일로 창당 2주년을 맞는 열린우리당의 현실은 참담하다. 정치개혁과 지역구도 타파를 내세워 ‘지역당의 기득권 세력’과 결별한 여당은 한때 지지율이 50%에 육박했고, 지난해 총선에서는 원내 과반인 152석의 압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 여당이 불과 1년 반 만에 지지율 10%대의 연전연패 정당으로 주저앉은 것이다. 어제 ‘국민과의 대화’에서 터져나왔던 것처럼 국정운영의 미숙함과 정체성 혼란, 당·정·청 부조화, 당 지도력 부재 등 원인 진단은 엇갈린다. 다만 분명한 것은 민주당과의 결별이 지금 지지도 추락의 직접적 이유는 아니라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의 해법도 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본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민심 이반을 초래한 내부요인을 찾아 하나씩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 열린우리당의 과제는 정기국회의 민생입법과 예산안 처리에 주력하는 일일 것이다.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추진하다 여의치 않자 선거제도 개편에 나서고, 그러다 돌연 민주당과의 통합에 고개를 돌리는, 이런 식의 갈팡질팡 행태는 그만해야 한다. 민주당과 통합하든 말든 열린우리당이 선택할 문제이겠으나, 국민들은 좌고우면하는 여당의 모습이 그저 불안하기만 하다.
  • [사설] 또다시 재선거 전패한 집권여당

    큰 선거, 작은 선거를 막론하고 국민의 선택은 항상 묵직하게 다가온다. 어제 전국 4곳에서 실시된 국회의원 재선거 개표 결과 한나라당 후보가 모두 승리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4월 국회의원 6곳을 비롯, 기초단체장·광역의원 등 23곳에서 치러진 재·보궐선거에서 야당·무소속 후보에게 패배한 데 이어 이번에도 완패했다. 전통적으로 집권여당이 재·보선에 약하기는 하지만 두차례 선거결과는 열린우리당으로서 너무 참담한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당지지도가 20%를 밑돌면서 열린우리당의 패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긴 했다. 그렇더라도 이렇듯 전패로 나타난 상황을 여당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대통령선거에 이겨 정권만 재창출하면 된다.”는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해 면모를 일신하지 않고는 집권당의 위상이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장 여권의 국정주도 능력이 위협받게 된다. 여당의 부진은 오락가락하는 노선과 더딘 경제회생 때문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론을 거듭 제기하면서 여권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다. 사학법 등 현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장률을 비롯한 경제지표는 호전됐으나 양극화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서민과 영세업자들에게 경기회복은 아직 먼 얘기로 들린다. 내각의 대권주자들이 당으로 돌아온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금세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한 개혁 메시지와 함께 경기회복이 바닥에서도 느껴지도록 해야 한다. 이번 재선거 역시 과열 양상이 빚어졌다. 한나라당은 시종 올인 태세였고, 열린우리당도 결국 중앙당 차원의 선거운동을 벌였다. 강정구 교수 발언을 둘러싼 이념논쟁, 색깔론은 선거판을 더 혼탁하게 만들었다. 정치권의 반성이 있어야 한다. 투표율이 4월 재·보선보다 다소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표성 논란을 잠재우려면 투표자가 적어도 유권자 절반은 넘겨야 한다. 투표참여자에 대한 인센티브제 실시 등 획기적 투표율 제고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 [金총장 사표 수리] 靑, 검찰 동요·반발에 ‘경고’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표 제출과 검찰 내부의 동요·반발에 대한 청와대의 분위기가 상당히 강경하다.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김 총장의 사표와 검찰의 동요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강한 경고성 발언으로 일관했다. 검찰 내부의 동요에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난다. 문 수석의 발언은 이날 주말을 김해에서 보내고 귀경하던 노무현 대통령과 전화 보고와 협의를 가진 뒤 나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 14일 울산 전국체전 참석을 마치고 거제도 부근의 외도와 김해를 방문했으며,16일 오전에는 김해 선영을 방문했다. 따라서 문 수석의 강도높은 경고성 발언은 사실상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문 수석은 메모를 읽으면서 청와대의 입장을 밝혔다. 문 수석은 김 총장이 스스로 법에 정해진 임기를 다하지 못한 점을 꼬집었다. 아울러 천정배 법무장관의 지휘서신에 검찰에서 검찰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것은 법리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로서는 매우 자존심이 상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박주선 전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주장했던 ‘거듭된 무죄’와 재독 학자인 송두율 교수의 사례를 들어 “검찰의 판단이 항상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문 수석은 송 교수의 경우 “아주 엄청난 사건으로 구속했으나 법원의 판결은 구속조치가 민망하게 나왔다.”면서 “국제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문 수석은 비검찰 출신인 강금실 법무장관 시절 검찰과의 충돌을 들면서 천 장관이 검찰 선배 출신이었다면 지휘에 검찰이 동요했을 지를 반문했다. 검찰의 순혈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주목되는 발언은 ‘시대정신’이다.“정부 내에서 시대정신 해석이 다를 경우 최종 해석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 있다.”고 강조했다. 문 수석은 야당이 주장하는 천 장관의 자진 사퇴와 해임 건의에 대해 “한나라당의 해임 건의가 있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한다고 적당히 타협할 일이 아니다.”면서 “법과 원칙, 법치주의 확립을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지켜가겠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정면돌파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발언 내용과 불구속 수사 논란에 대해서는 분리대응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문 수석 일문일답. ▶대통령의 시대정신과 검찰의 시대정신이 다르다는 것인가. -정부만이 시대정신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강정구 교수 사건에 대해서는 저희가 구체적인 내용을 알지 못한다. 언론 보도대로 보면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하지만 법무장관의 수사 지휘는 그런 부분이 아니다. 불구속 수사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우리나라의 구속률은 선진국보다 높다. ▶평검사들의 움직임에 어떻게 조치할 것인가. -법과 원칙에 따라 할 것이다. 검찰은 장관의 지휘권 행사에 독립 침해라고 단순히 생각하지 말고, 넓게 깊게 생각했으면 한다. 검찰도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을 텐데 신뢰와 독립을 위해 현명하게 극복해 나갔으면 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千법무 지휘권 발동 파문] 법무부, 2002년 이미 결론

    [千법무 지휘권 발동 파문] 법무부, 2002년 이미 결론

    법무부는 지난 2002년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을 폐지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 법무부 검찰국이 작성한 ‘법무·검찰 역할 분담검토’라는 내부보고서에는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폐지 문제 ▲검사 인사권의 대검 이관 문제 ▲법무부 내 검찰국 폐지 및 검사배치 금지 문제 등 법무부와 검찰의 분리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검찰국서 ‘역할 분담´ 보고서 작성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폐지 문제’라는 항목이다. 보고서는 법무장관의 지휘·감독권이 폐지되면 검찰권이 남용될 때 대통령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오히려 현재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더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서 “만약 대통령도 견제하지 못하게 검찰을 사법부처럼 완전 독립시킨다면 검찰권이 남용돼 통제 불가능의 국가 혼란 상태가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은 행정과 준사법 기능이 접촉하는 유일한 통로로 이 통로가 끊기면 검찰이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국정수행 방향과 어긋나게 권한을 행사할 경우 국회의 탄핵소추 외에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국민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은 권한에 정당성이 인정되지만 직업 관료인 검찰총장은 권한 행사에 민주적 정당성의 확보가 곤란하다.”면서 “검찰권 견제 차원에서 대통령의 법무부장관을 통한 제한적 관여를 인정하면서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고 권력분립 원리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한 검사는 13일 “당시 대검에서 장관의 지휘·감독권을 폐지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었다.”면서 “외국의 입법례 등을 토대로 국내 현실을 감안했을 때 지휘·감독권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폐지땐 정치적 중립성 더 훼손” 2002년을 전후한 시기는 각종 권력형 비리사건이 잇따르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던 시기였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아예 검찰을 법무부에서 분리시키자는 법무·검찰 분리론까지 나왔다. 그러자 대검 등에서는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적 영향을 받기 쉬운 법무부장관의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제한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법무부에 정식으로 폐지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은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을 폐지해야 정치권 등 검찰 외부의 부당한 간섭을 배제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했다고 한 관계자는 전했다. 또 법무장관의 지휘·감독권을 유지할 경우 검찰 조직의 계층적 구조로 인해 결과적으로 검사의 소신있는 사건처리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는 것이다. 김효섭 홍희경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대연정 논란 이젠 없던 일로 하자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어제 “연정 얘기는 끝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이 아직 대연정에 미련을 갖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집권여당 의장이 연정론을 확실하게 정리한 것은 잘한 일이다. 정책·지향점이 다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간 연정을 추진하는 자체가 국정을 혼란스럽게 할 우려가 있었다. 문 의장은 이번 발언을 식언(食言)으로 만들지 말기를 바란다. 노 대통령은 올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까지 대연정 등 정치적 사안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언급했었다. 이는 한시 조치로 여겨졌으며, 적절한 기회에 연정을 재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주 청와대는 대연정 논의 진행상황이 포함된 ‘독일총선 전후 정치분석 보고서’를 여야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 3만여명에게 이메일로 보냈다.“연정 재론 의도는 없으며, 독일 사례를 고민하자는 것”이라는 해명에도 불구, 연정론의 군불을 지핀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 의장의 연정론 종료선언 이후에는 이런 오해를 부를 언행이 없어야 한다. 특히 문 의장의 언급이 10·26 재선거 득표를 위한 일회용이어선 안 된다. 문 의장은 “(여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대통령의 연정 발언 때문이라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연정론 종료선언에는 열린우리당의 기존 지지층을 다시 결집시키기 위한 속내가 깔려 있음을 털어놓은 셈이다. 대다수 국민이 바라지 않는 연정론으로 급격히 떨어진 여당 지지율을 만회해보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재선거가 끝난 뒤 약속을 뒤집는다면 국민으로부터 더욱 외면받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문 의장 발언과 관련,“현실적으로 대연정 추진이 어려워진 점을 말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이어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밝혔으나 노 대통령과 문 의장간 이심전심이 있었기를 기대한다. 내년 이후에도 대연정 논란이 재연되어서는 안 되며, 대통령 임기단축 등 충격 조치도 당연히 없어야 한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비롯한 각 정당은 스스로의 정체성에 맞는 정책을 제시,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게 떳떳하다.
  • 인터넷 민원발급 ‘올스톱’

    인터넷 민원발급 ‘올스톱’

    행정자치부의 ‘전자정부’와 대법원·국세청의 인터넷 민원업무 등 사실상 정부의 인터넷 민원발급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법원과 일선 구청·동사무소 등 민원창구는 평소보다 많은 민원인이 몰려 혼란을 빚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9일 총리공관에서 이해찬 총리 주재로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사범에 대한 처벌강화 등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근절책을 찾지 못해 애를 태웠다.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은 이날 회의 뒤 브리핑을 통해 “회의에서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사범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한 민원서류 위·변조방지 종합대책을 10월 말까지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행정자치부과 국정원, 국세청, 대법원, 민간전문가 등으로 ‘인터넷 민원서류 보완대책특별반’을 구성,10월 말까지 인터넷 민원서류 위·변조 방지를 위한 종합방안과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행자부 전자정부 부서내에 민간의 해킹 전문가를 포함시킨 팀단위의 전담조직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해킹과 위·변조 여부를 판단하고 모니터하도록 할 방침이다. 오영교 행자부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위·변조를 막는 것은 창과 방패와 같아 완벽한 방법을 찾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면서 “하지만 1개월여의 연구를 통해 최상의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으로 위·변조를 했을 때는 일반 공문서 위조보다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인터넷 위·변조에 관여된 업체는 정부에서 발주하는 입찰에서 배제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앞으로 이용기관에 제출하기 위해 행정기관에서 민원서류를 발급해주는 것을 없애는 등 근본적인 대응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보공유시스템을 만들어 민원인이 민원서류를 내지 않고 대신 기관간 공유토록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전자정부와 법원 인터넷 민원이 중단되면서 각 기관에는 민원인이 크게 몰렸다.28일 오전 한 때 서울중앙지법 중부등기소의 부동산 등본 발급 사무실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20여 명의 민원인이 번호표를 뽑아들고 순서를 기다렸다. 그러나 오후 들어서는 대기자가 3배 이상 늘어나 북새통을 이뤘다. 서울중앙지법이 잠정 집계한 바에 따르면 인터넷 민원발급 서비스 중단 이후 지역 등기소를 포함한 중앙지법의 민원 발급량이 평소보다 약 12% 증가했으며 하루 민원인은 800명에서 1500명으로, 대기시간은 4분에서 30분으로 크게 증가했다. 대법원은 이날 인터넷 발급 서비스 중단으로 민원인이 일선 법원 등기과나 등기소로 몰려 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중앙지법 등기과 등 민원인들이 크게 증가한 지역에 무인 발급기를 추가 배치키로 했다. 서울 도봉구 등기소 관계자는 “인터넷 민원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평소보다 민원서류 발급을 위해 등기소를 찾는 주민이 30%가량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각종 사무실이 밀집돼 있는 서울 종로구청 민원실 관계자도 “평소보다 80∼100명가량 증가한 것같다.”면서 “빨리 정상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국감 초점] “대북지원 허리 휜다” 성토

    27일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의 한국전력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대북 송전 및 경수로 지원, 개성공단 전력 공급 등 대북 에너지 지원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민주당 이상열 의원은 “대북 송전 비용 추산은 명확한 산출 근거와 객관성을 갖춰야 하는데, 정부가 발표한 어설픈 비용 추계는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한전은 축소 발표에 급급하기보다는 명확한 산출 근거와 객관성을 갖춘 비용 추계로 국민의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순자 의원은 “도서지역 50개소 263가구, 벽지 지역 150개소 191가구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면서 “한전은 최소 1조 5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는 대북송전시설 건설사업에 보이는 적극성을 국내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가구에 우선 보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곽성문 의원은 “통일을 위해 인프라의 조기 구축이 필요하지만 세수 부족으로 올해 5조 1000억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각종 세금을 인상하려는 때에 대북지원에 막대한 통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윤성 의원은 “경수로 사업 비용은 1994년에 부담한 3조 2200억원, 새 경수로 부담액 1조원,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한전 사업중단 보상처리 218억원 등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국민의 혈세만 가중시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반면 열린우리당 최철국 의원은 “대북 송전은 북한경제발전, 남북경협 본격화, 남한의 연관산업 활성화, 통일비용 감소에 기여한다.”면서 “대북 송전 및 북핵 위기 완화를 통해 얻어지는 유·무형의 효과가 송전비용 이상”이라고 강조했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클릭 이슈] 서울대진학 고교순위·합격자수 공개 논란

    고등학교별 서울대 입학자 수를 보여주는 자료를 일부 언론이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까지는 신문과 방송 등 언론사들이 관련 내용을 취재는 하더라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서울대 입학자 수를 기준으로 고등학교의 서열을 만든다는 이유였다. 이는 언론사간의 암묵적 합의요,‘신사협정’이었다. 그러나 15일 일부 신문에 관련 내용이 보도되면서 ‘협정’이 깨졌다. 한 신문은 15일자 조간에 ‘명문고 출신 서울대 신입생 10년 전의 절반으로’라는 기사를 실었다. 한 석간 신문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2005학년도에 서울대에 10명 이상 진학시킨 고등학교 65곳의 실명과 합격자 수를 넣은 표를 합격자가 많은 순서대로 길게 ‘한 줄’로 배치했다. 표의 내용을 분석하고, 전날인 14일 서울대가 발표한 ‘1996∼2005학년도 합격자 배출 고등학교 현황’을 실었다. 서울대는 지난 14일 기자설명회에서 보도자료를 내면서 ‘서울대 입학생의 출신고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설명을 달았다.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서울대에 학생을 입학시키는 고등학교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학교별 합격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예로 든 일부 학교도 영문 머리글자로 처리하고,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학교 이름을 서너 개만 공개했다. 그러나 이 신문은 서울대에 합격한 고등학교의 실명과 합격자 수를 알아내서 공개했다. 고등학교를 컴퓨터 추첨으로 배정하는 방식인 지금의 평준화 체제에서 고등학교별 서울대 합격자 수가 공개되면 합격률이 높은 고등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위장전입을 하는 등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런 이유로 고교별 입학생 수를 공개하지 말라고 대학에 당부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국정감사 때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 일선 학교에서 ‘축 서울대 ○명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사라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일부 학원에서 학생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서울대 합격자 수를 현수막으로 내걸기는 하지만 틀린 경우가 많다. 교육부는 이 신문이 보도한 서울대 합격자 수도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교육부를 취재하는 출입기자단에서는 지난 98년부터 ‘대학입시 보도강령’이라는 것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지키고 있다. 해마다 상황에 따라 고치는 일종의 자발적인 윤리강령이다. 종로와 대성, 중앙, 고려 등 주요 대입 학원 6곳도 지난 2003년부터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기자단의 ‘2005학년도 대입 보도강령’을 보면 ▲국·영문 머리글자를 포함해 단위 고교별 및 특정 기초자치단체별 대학 합격자 수 ▲대학의 전체·계열별 수석 합격자 ▲수능 수석(만점자는 예외) ▲수능 점수대별 지원가능 대학 예상 표 ▲수능 총점·영역별 점수의 등락 예상 폭 등 5가지는 보도하지 않도록 돼 있다. 이를 어길 경우 최장 1년 동안 기자실의 출입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자율 강령이기 때문에 실제 실천 여부는 언론사의 양식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실제 보도강령을 만든 이후 이를 어긴 언론사가 서너 곳 있었지만 제재 결정에 반발, 흐지부지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사태가 확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에 대해 언론 스스로 보도를 자제해온 관행이 사실상 깨졌기 때문이다. 박융수 대학학무과장은 “관련 보도가 잇따를 경우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려대 김경근 교수는 “알 권리 차원에서는 학교의 실명을 공개할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여파를 생각하면 공개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송두율칼럼] 대연정의 한국적 조건

    [송두율칼럼] 대연정의 한국적 조건

    독일 총선이 며칠 후에 있다.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사민당(SPD) 슈뢰더 총리가 던진 승부수가 이번에는 실패할 것으로 내다보았던 여론조사 결과는 투표일을 일주일 앞두고 서서히 반전, 이제는 사민당이 기민당(CDU)과 기사연(CSU)의 보수연합과 함께 대연정을 수립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내다보고 있다. 원래 사민당과 녹색당(Die Gruene)이 한 축을, 기민당과 기사연 그리고 자민당(FDP)이 다른 한 축을 구성한 정치판도에 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PDS)과 사민당의 우경화된 노선에 등을 돌린 좌파 ‘선거대안:노동과 사회정의’(WASG)가 함께 새롭게 결성한 ‘좌익-민사당’(Die Linke.PDS)이 뛰어들었다. 그래서 위에 지적한 두 축의 어느 한 쪽도 의회의석의 과반수를 차지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게 되었다.‘좌익-민사당’의 힘을 빌려 다시 집권하지는 않겠다는 슈뢰더의 발언을 믿는다면 사민당 앞에 남는 길은 이제 보수연합과 대연정을 수립하는 길밖에 없게 되었다. 사실 사민당의 지도부 일각에서는 대연정은 죄악도 아니고 재정정책면에서는 보수연합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입장을 이미 제시하면서 그러한 가능성을 넌지시 열어 보이고 있다. 그러나 독일에서는 대연정에 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가? 대연정은 바이마르공화국의 혼란기에 있었고, 전후에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기민당의 키징거 총리와 사민당의 브란트 외무장관이 이끌었던 대연정이 1966년 말부터 1969년 사이에 한번 있었다. 바로 이 대연정이 1968년 독일사회를 송두리째 뒤흔들었던 강한 원외저항(APO)을 불러일으켰다. 서로 경쟁하는 두 거대 정당간에 있어야 할 필수적인 정책대결에 근거한 의회민주주의 역동성의 소멸은 결국 의회 밖으로부터 강한 압력과 도전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세계화라는 엄청난 압력 앞에서 독일적 복지국가의 총체적 개혁이라는 어려운 과제 앞에 여야가 힘을 합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라는 논리로써 대연정을 옹호하지만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의 약화에 대한 쓴 경험들은 먼저 대연정의 득보다는 실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에 대한 구상과 이를 둘러싼 논쟁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우선 몇 가지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 우선 내각책임제가 아니고 대통령 중심제인 한국에서는 독일의 대연정(grosse Koalition)보다는 프랑스의 동거정부(cohabitation)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다른 정당출신의 대통령과 총리가 함께 구성하는 정부형태로서 사회당의 미테랑 대통령 아래서 두 번, 그리고 시라크 대통령 집권시기에 한 번의 동거정부 경험이 있다. 이제는 대통령과 국회임기를 다같이 5년으로 만들어 이러한 불편한 동거정부의 재등장을 막아 보려고 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대연정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의 내용이다. 고질적인 지역감정이 정당정치의 정상적인 발전을 저해하기 때문에 지역적 구도를 넘어서는 대연정의 필요성이 이야기되고 있는 데 대하여 정당정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정치가 지역구도에 묶여 있다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정반대의 해석이 있다. 그러나 둘 다 원인과 결과를 너무 단선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역주의와 정당정치의 실종은 동전의 양면으로서 어디까지나 동시적인 해결과제다. 새로운 시대의 도전에 부응할 수 없는 현재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혁파하기 위한 화두로서 던진 대연정이라면 무엇보다도 내각제 개헌과 선거법의 전면적 개정도 동시에 제기되었어야만 한다.45년 전의 짧고, 또 부정적인 인상만을 남긴 내각제였지만 이제는 ‘제왕적 대통령’에 의존하는 정치문화도 꽤 약화되었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정책정당을 육성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서 독일식의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문제다. 자기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뽑는 첫번째 칸보다는 어떤 정당에 자기 표를 던지는지를 표시하는 두번째 칸의 의미를 특별히 돋보이게 하는 독일의 투표용지를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대연정의 한국적 조건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 [서울광장] 드골방정식으로 풀어본 연정론/진경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드골방정식으로 풀어본 연정론/진경호 논설위원

    1946년1월 프랑스 해방의 영웅 드골은 대통령직을 박차고 시골로 내려간다. 의회가 권한을 다 쥐고 있어서 대통령을 못 해먹겠다는 게 이유다. 취임한 지 불과 두 달여 만의 일이다. 사실 당시 프랑스 정국은 대통령을 선출한 하원이 권력을 쥐고 있었다. 마지막 각의에서 드골은 “정당들이 독점하는 정부 형태가 되살아났다. 나는 이런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강압적 독재를 펼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내가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딕 모리스,‘파워게임의 법칙’) 어디서 들어본 듯하지 않은가.‘여소야대 정국에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흡사하지 않은가 말이다. 연정(聯政)논란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노 대통령이 어제 “당분간 연정 얘기를 않겠다.”고 했지만 이미 연정 제의는 선거제도 개편 논란으로 탈바꿈해 정치권을 달구기 시작했다. 자신을 탄핵한 한나라당에 권력을 통째로라도 줄 테니 연정을 하자며 정국을 흔든 노 대통령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을까. 노무현식 정치의 ‘현란함’에 국민들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여기서 잠시 드골에게로 눈을 돌려본다.‘드골 방정식’으로 노 대통령과 연정의 함수관계를 한번 풀어보자는 얘기다. 노 대통령이 존경한다는 그에게 답이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사실 드골과 노 대통령은 흡사한 점이 아주 많다. 타협보다 승부를, 휘느니 부러지길 좋아하는 정치적 기질이 닮았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연세대 특강에서 드골을 이렇게 소개했다.“독일 괴뢰정부의 통치를 많은 프랑스인들이 수용했을 때 드골은 수용하지 않았다. 삶의 태도로써 대단히 중요하다.(중략)확고한 지지기반을 갖고도 결국 과반수를 못하고 불과 6개월이 안 돼 정권을 내놓았다.” 시류에 맞서는 소신과 승부사의 기질이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국민을 직접 상대하며 기존 정치질서에 도전하는 정치행태도 서로 못지 않다. 드골은 주요 고비 때마다 국민투표를 승부수로 삼았고, 이를 통해 대통령에 오르고 또 물러났다. 홈페이지와 메일로 국민을 직접 상대하고, 신행정수도 이전을 국민투표에 부치려 했고, 지금의 정치로는 나라의 발전을 생각할 수 없다고 호소하는 노 대통령을 연상케 한다. 드골의 대표적 업적인 과거사 청산이나 미테랑 대통령이 이어받은 지방분권 추진 역시 참여정부의 대표적 국정과제다.“할 소리 하겠다.”며 미국과의 대등한 동맹관계를 강조하고, 국방개혁을 프랑스로부터 벤치마킹한 것을 보면 알게 모르게 드골과 프랑스는 참여정부의 우리 정치에 아주 깊숙이 스며들어와 있는 셈이다. 노심(盧心)을 잘 안다는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이 “노 대통령은 지금 역사와 대화하고 있다.”고 했다지만 적어도 드골과 대화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대화가 어떻게 끝날지, 그래서 노 대통령이 ‘지역대결구도로 오염된 정치구조’를 어떻게 뜯어고치려 할지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정가에 떠도는 탈당설, 한나라당을 제외한 연정 추진설, 대통령직 사퇴와 대선·총선 조기실시설 등등 그 어떤 시나리오가 펼쳐질지 모를 일이다. 분명한 것은 “작년 여대야소 때는 뭘하다 이제 국회가 발목 잡는다고 하느냐.”“연정 얘기 그만하고 민생이나 잘 챙기라.” 라는 등등의 비난은 노 대통령에게 있어서 격이 다른 한가한 소리라는 것이다.“박근혜 대표가 할 소리 했다.”“대통령도 연정 얘기 않겠다고 하지 않느냐.”며 한나라당이 흡족해 한다면 정말 실수하는 것이다. 국민이 원튼 원하지 않든 노 대통령은 승부사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盧대통령·朴대표 청와대회담] 盧 “상생정치 하자” 朴 “권력은 국민이 준 것”

    [盧대통령·朴대표 청와대회담] 盧 “상생정치 하자” 朴 “권력은 국민이 준 것”

    -박근혜 대표 앞으로 연정 이야기는 하지 마시라. 경제에 전념해 달라. 국민이 바라는 것은 오로지 경제 살려 달라는 이야기였다. 민생 현장을 다니면 너무 장사가 안 돼서 먹고 살기 어렵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 국정의 첫번째 관심은 경제다. 우선순위 1번이다. 그러나 경제만 하고 있을 수는 없고, 다른 정책 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정책이 마음에 안 드는 분들이 왜 경제 안 하고 그렇게 하냐, 이러는데 경제에 관심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름대로 첫 순위는 항상 경제로 두고 있다. 연정은 불쑥 말한 게 아니다. 훈수나 조언도 야당이 할 일이지만 직접 한번 담당하실 수 있지 않나라는 것이다. 민생부문을 직접 맡아보라는 것이다. -박 대표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께서는 연정 다음에 또 다른 수가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지향하는 바가 또 따로 있으신가. -노 대통령 안 받으면 안 받는 대로 전략 같은 것이 있지 않겠느냐라는 뜻으로 말한 것 아닌가 싶다. -박 대표 연정은 합의의 국정 운영이다. 이렇게 달라서야 되겠는가. 얼마나 많은 혼란이 있겠는가. -노 대통령 인식의 벽이 두터운 것은 국회에서 토론으로 풀어나가면 된다. 한나라당의 정책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한번 나라살림을 맡아보면 세금을 깎자거나 정부 지출을 줄이자는 말을 쉽게 못 할 텐데라고 생각했다. 한나라당이 경제를 책임지고 맡는다면 세금을 더 이상 깎을 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제발 맡아서, 서로의 이해를 높이면서 하자는 것이다. -박 대표 그보다는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대로 한번 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노 대통령 맡으면 보는 게 달라지니까 한나라당이 맡아보자는 것이다. -박 대표 권력이란 국민이 부여하는 것이다. 어느 누구도 권력을 나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권력을 가진 만큼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 -노 대통령 한나라당은 내가 하야하길 바란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왜 ‘통째로’나 ‘임기 단축’이라는 얘기를 했겠나. 오해를 했나 보다. 탄핵할 때는 한나라당이 정권의 인수 의사가 있는 줄 알았다. -박 대표 한나라당은 오히려 그런 말씀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잘 되자고 야당으로서 조언하고 있다. -노 대통령 생각을 뛰어넘어 보자는 것이다. 경제·민생을 걱정하니 경제·민생만 맡든지 국정을 다 한나라당이 맡아도 국정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박 대표 한나라당은 그런 식의 권력을 원치 않는다. 국민이 줄 때만 권력은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다. 야당이 없어지는 것과 같은 말 아닌가. -노 대통령 상생의 정치는 한나라당도 주문한 것이다. 포용정치의 대표적인 사례는 정적이나 야당 정치인을 입각시키는 것이다. 정권을 누가 갖고 이런 얘기가 아니다. 야당이 지금 국정을 위기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여야 협력을 하자는 것이다. 합당하자는 게 아니다.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5) 고대의 비결 ‘고경참’은 ‘정감록’의 모태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5) 고대의 비결 ‘고경참’은 ‘정감록’의 모태

    서기 10세기경이 되자 천년을 버텨온 신라 왕조도 명이 다했던지 온갖 문제가 터져 나왔다. 국정은 기강을 잃었고 각지에는 호족들이 들고 일어나 국토가 분할되었다. 생산에 종사하던 대다수 민중의 마음도 신라 왕조를 저버렸다. 한반도는 수습하기 어려운 총체적 위기상황으로 빠져들었다. 이때 지방에서 봉기한 여러 영웅호걸들 가운데 두 사람이 두각을 나타냈다. 북쪽에 태봉을 세운 궁예와 남서쪽에 자리한 후백제의 견훤이었다. 시국이 어지러웠던 만큼 여러 종류의 예언이 난무했다. 당시만 해도 예언의 힘은 현대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막강했다. 특히 918년 봄, 궁예의 조정에 보고된 ‘고경참’은 태봉의 신하 왕건이 고려라는 새 왕조를 건립하는데 추동력으로 이용할 정도였다. 우리 역사에 ‘고경참’(古鏡讖)이란 예언서가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등극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하는데, 왕조교체를 예언하는 전통의 시작이었다. 이런 전통은 조선 후기에 등장한 ‘정감록’까지 죽 계속되었다. ‘고경참’은 두 권의 역사책에 실려 있다.‘삼국사기’와 ‘고려사’에 나오는데 ‘고려사’의 기록이 훨씬 더 충실하다. 이 예언서는 우선 발견된 경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중국 당나라의 상인 왕창근(王昌瑾)이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철원에 와서 상업에 종사했는데, 정명4년(918) 3월 철원 시장에서 기이한 노인을 만났다. 노인은 얼굴이 매우 잘 생겼고 수염이며 머리카락이 온통 새하얗다. 승복 차림에 옛날 관을 썼으며 고대의 복장을 하였다. 노인은 왼손에 세 개의 도마를 들었는데, 오른 손에는 사방 한 자쯤 되는 낡은 거울 하나를 높이 들고 있었다.(‘삼국사기’에는 노인이 왼손에 사발을, 오른 손에는 거울을 들고 있었다고 했다.) 그 이상한 노인이 중국인 왕창근에게 “내 거울을 사겠는가?”라고 물어왔다. 왕창근이 쌀 두 말을 주고 얼른 그 거울을 샀다. 그러자 노인은 쌀을 길가에 있던 거지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마치 회오리바람처럼 급히 사라졌다. 왕창근은 신비한 그 거울을 자기 가게의 벽에 걸어두었다. 잠시 후 햇빛이 거울에 비치자 거울에 쓰인 작은 글씨가 은은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깜짝 놀란 왕창근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거울을 가져다 궁예 왕에게 바쳤다. 궁예로 말하면 당시 한반도의 최강자 가운데 하나였다. 궁예 왕은 담당 관리에게 명령해 왕창근을 데리고 그 노인의 행방을 찾아보게 하였다. 그들은 한 달이 넘도록 노인을 찾아 헤맸으나 끝내 알아내지 못하였다. 이 때 동주(東州)의 발풍사란 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절엔 여래상의 앞에 전성(塡星 또는 鎭星이라 함)의 신을 본뜬 오래된 조각이 있었다. 우연히도 그 모습이 문제의 노인과 같았다. 전성의 신 역시 왼손엔 도마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거울을 들고 있었다. 영락없는 그 노인이었다. 왕창근은 기뻐하며 궁예 왕에게 이런 사실을 그대로 알렸다. 궁예는 감탄을 금치 못하고 신기하게 여겼다. 기대에 들뜬 궁예는 거울속의 예언이 궁금해졌다. 왕은 휘하의 담당 관리들에게 해석을 부탁했다. 술관들이 풀어 보니 천만 뜻밖에도 ‘고경참’의 내용은 궁예 왕의 부하 왕건이 등극해 삼국을 통일한다는 예언이었다. 술관들은 만약 사실대로 왕에게 보고할 경우 살아남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이 예언서의 등장을 계기로 왕건의 추종자들은 쿠데타를 서둘렀다.“왕창근이 얻은 예언서가 그와 같은데 왜 가만히 앉아 있다 못된 궁예 왕의 손에 죽으려고 하십니까?” 이 말을 듣고 마침내 왕건은 혁명의 칼을 뽑았다 한다. ●고경참의 내용은 영웅 일대기 같아 ‘고경참’의 내용을 좀더 정확히 알아보자.‘고려사’에 한문으로 적힌 그 내용을 우리말로 풀어 보면 무슨 뜻인지 알쏭달쏭한 대목이 적지 않다. 영웅의 일대기와도 같은 ‘고경참’의 내용을 주제별로 나눠보면 이렇다. 1. 영웅의 하강을 읊은 부분이 눈에 띈다.“삼수 중 사유(四維)로 내려간다.(三水中四維下) 상제가 아들을 진(辰)과 마(馬)에 내려 보내는 것이다.(上帝降子於辰馬)” 그런데 그 영웅이 누구인지를 알아보기는 어렵다고 했다.“자취를 어지럽히고 성명을 감추리라.(混跡遁名姓) 뉘라서 진(眞)과 성(聖)을 알까.(誰知眞與聖)”라고 말한 것은 그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뱀해에 두용이 나타난다.(於巳年中二龍見)”고 말해 영웅의 출현 시기는 밝혀졌다. 문제는 출현할 영웅이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이란 점이다.“하나는 푸른 나무에 몸을 감추리라.(一則藏身靑木中) 다른 하나는 검은 금(金) 동쪽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一則現形黑金東)” 그렇더라도 두 명의 영웅 가운데 마지막 승자는 한 사람이다. 그에 대해 “한 용은 성하고 다른 용은 쇠하리라.(或見盛或視衰)”라고 했다. 2. 영웅의 특별한 능력이 서술되어 있다.“밤이면 하늘에 오르고 낮이면 땅을 다스릴 것이다.(暗登天明理地)”라고 했다. 이 영웅은 “쥐해가 되면 큰일을 일으킨다.(遇子年中興大事)”고 했고,“법을 떨치고 뇌성이 진동하며 신령한 번개가 번쩍이리라.(振法雷揮神電)”라고 했다. 3. 영웅은 혼란기를 극복하고 드디어 나라를 통일한다고 했다.“먼저 닭을 잡고 뒤에 오리를 잡으리라.(先操鷄後搏鴨) 이를 일컬어 셋을 하나로 만들 운수라 한다.(此謂運滿一三甲)”라고 말한 것이 그러하다. 물론 모든 일을 영웅 혼자서 다 해내는 것은 아니다.“구름을 일으키고 비를 쏟으면서 사람들을 데리고 정벌하리라.(興雲注雨與人征)”라고 하였듯, 많은 사람을 동원하는데 영웅의 참된 능력이 있다. 마침내 영웅이 왕위에 오르면,“사유(四維)는 소의 해에 망하게 되어 있다.(此四維定滅丑)” 했고,“바다를 건너 여러 나라가 항복해 오기는 닭의 해이다.(越海來降須待酉)”라고 한다. 주변 국가들은 소해와 닭해에 정복된다고 보았다. 4. 끝으로, 영웅이 일으켜 세운 왕조는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했다.“이 용의 아들 삼사(三四)가,(此一龍子三四) 대를 바꾸어 여섯 갑자에 걸쳐 왕위를 이으리라.(遞代相承六甲子)” 얼핏 보아서는 정확히 계산이 안 되지만,6갑자라고 했으므로 나라의 수명이 360년은 된다는 것이다. ●왕창근·궁예왕은 그 뜻 파악못해 대강 이런 내용의 ‘고경참’을 처음 읽어본 왕창근이나 궁예 왕은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왕은 예언을 전문으로 담당하는 송함홍(宋含弘), 백탁(白卓) 및 허원(許原) 등에게 연구해서 풀이하라고 명령하였다. 술관들은 궁리 끝에 이런 식으로 해석했다. 삼수는 삼면이 바다란 뜻이니 한반도다. 그 가운데인 사유(四維)는 신라의 ‘라’(羅) 자를 파자한 것이다. 요컨대 영웅이 신라 땅에 태어난다는 것이 첫 구절이다. 그 다음 구절에 나오는 ‘마진’(辰馬)은 진한과 마한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아 옥황상제가 아들을 진한과 마한에 내려 보낸다고 보았다. 신라는 바로 옛날의 진한과 마한 땅이었다. 이어서 두 명의 영웅이 한 시대에 패권을 둘러싸고 다툴 것인데, 한 명은 ‘푸른 나무’ 즉 소나무가 많은 송악산 기슭에 태어난다는 예언으로 보았다. 술관들이 검토해 보니 송악 사람으로 이름을 용(龍)자로 지은 사람이 있었다. 왕시중(王侍中) 즉 왕건 장군이었다. 왕건은 본래 임금님 될 만한 관상이라 그가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한 명은 ‘검은 금’이라 ‘쇠 철’ 자로 시작되는 곳, 철원 동쪽에서 모습을 드러낸다고 해석했다. 태봉의 도읍 철원에 궁예가 즉위한 것을 상징했다. 처음에는 궁예 왕이 융성했다가 나중에 가서는 위태로워져 결국 왕건 장군에게 멸망당할 것이란 예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예언 가운데 “먼저 닭을 잡는다 했다. 나중에 오리를 잡으리라고 했다.”고 말한 부분은 이렇게 해석됐다. 닭은 계림을 상징하므로 신라, 오리라면 압록강을 뜻해 북부지방으로 여겨졌다. 요컨대 왕건 장군이 왕이 되면 먼저 신라를 무너뜨리고 나중에 압록강 지역을 거둔다는 뜻으로 짐작됐다. 세 사람의 술관은 ‘고경참’에 담긴 예언을 곧이곧대로 궁예 왕에게 보고할지 상의했다.“궁예 왕은 시기심이 많은데다가 걸핏 하면 아랫사람을 잡아 죽인다. 만일 사실대로 알린다면, 왕건 장군이나 우리나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이런 염려가 들어 술관들은 거짓말로 적당히 둘러대 왕을 속였다.(‘고려사’, 권 1) ●‘고경참’의 서술 전통은 ‘정감록’에 이어져 짧은 내용이지만 ‘고경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대여섯 가지 특징이 발견된다. 첫째, 한국에는 천신숭배(天神崇拜)의 전통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옥황상제가 아들을 이 땅에 내려 보낸다고 했고, 천신의 아들이 “밤이면 하늘에 오르고 낮이면 땅을 다스린다.”고 한 것이 그 증거다. 이런 내용은 단군신화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이규보가 쓴 주몽신화와 일맥상통한다. 둘째, 불교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법을 떨치고 뇌성이 진동하며 신령한 번개가 번쩍이리라.” 했는데, 여기서의 “법”은 불법을 가리킨다. 예언서에 등장하는 신비의 동물 “용” 역시 불교에서는 호법(護法)의 상징이다. 셋째, 후삼국의 통일뿐만 아니라 새 왕조의 수명이 예언되어 있다.“이 용의 아들 삼사(三四)가 대를 바꾸어 여섯 갑자에 걸쳐 왕위를 이으리라.”라고 했다. 왕건의 자손이 12대 360년간 왕 노릇을 한다고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왕조의 수명을 예언한 것은 ‘정감록’에도 자주 발견된다. 넷째, 해외의 여러 국가들이 새 왕조에 조공을 바치게 된다고 했다.“바다를 건너 여러 나라가 항복해 오기는 닭의 해이다.”라고 한 대목이 그것인데, 고려 시대에 등장한 여러 편의 예언서에서도 외국의 조공이 논의된다. 현대의 ‘정감록’ 신앙에서도 이런 전통이 남아 있다. 다섯째, 예언서의 표현 방식이 다분히 운문적 성격을 띠고 있다. 표현 방식에는 “사유”(四維)라든가 “흑금”(黑金) 따위의 파자(破字)와 상징이 채용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고려 때 등장한 예언서들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정감록’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여섯째,‘고경참’의 원래 저자를 사찰에 안치된 전성(土星과 같음)의 조각으로 간주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불교와 습합된 성신(星神) 신앙의 일단이 드러난다. 신라 경순왕 8년(934)의 기록을 보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성신을 신앙대상으로 삼았다.‘삼국사기’의 그 해 기록에는 “노인성(老人星 즉,南極星)이 보였다.”고 했고, 그 이듬해 경순왕은 시랑(侍郞) 김봉휴에게 명령하여 국서를 가지고 가서 고려 태조에게 항복을 청하게 하였다(‘삼국사기’, 권 12). 중국 고대의 기록을 살펴 보면 남극성이 나타나면 기존의 왕조가 전복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런 점은 ‘정감록’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고대 고구려인들이 남긴 벽화에서도 감지되듯 한국인들은 성신이 인간의 운명을 주관한다고 믿었다.10세기만 해도 토성의 신이 ‘고경참’을 통해 신라의 멸망과 고려의 흥기를 예언한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정리하면,‘고경참’의 서사 구조와 문체에서 확인되는 몇 가지 특징은 그 뒤 한국사회를 움직인 예언서에 대부분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점이다.‘정감록’의 원형은 ‘고경참’에까지 소급된다. ●태조 왕건과 역대 고려왕들은 비결을 믿어 실상 ‘고경참’의 예언은 역사적 사실과 거의 일치하지 않았다. 궁예와 왕건이 등장한 시기는 뱀해가 아니었고, 닭해에 외국이 조공을 바쳐온 적도 없었다. 신라가 소해에 망하거나 고려가 12대 360년만에 멸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가장 핵심적인 예언은 들어맞았다. 왕건이 등극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다는 예언이 현실로 나타났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고려왕실은 대대로 ‘고경참’을 신성시했다. 역사 기록을 살펴 보면, 태조 왕건은 ‘고경참’뿐만 아니라 도선국사(道詵國師)의 영향을 받아 풍수설에 입각한 예언을 무척 중시했다. 심지어 후손들을 위해 지었다는 ‘훈요십조’에 왕건은 예언설에 관한 조항을 세 개나 끼워둘 정도였다. 우선 제2조에선 도선의 풍수지리설을 따라 그가 미리 지정한 곳 이외에는 절대로 절을 짓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제5조에서는 서경(西京)의 풍수가 좋기 때문에 철마다 한 번씩 순행하여 지기(地氣)와 수덕(水德)을 지키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제8조에서는 풍수지리설에 따른 예언을 믿으라고 말했다. 여기서 보듯 태조 왕건은 단순히 민심을 선동하기 위해 풍수지리를 비롯한 각종 예언설을 이용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예언을 굳게 신봉했던 것이 분명하다. 고려의 역대 왕들도 예언서를 맹종하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예종 같은 이는 예언에 빠져있다시피 했다. 그는 ‘해동비록’(海東錄)이라는 종합적인 예언서를 편찬하도록 조치했고, 상당수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경에 용언궁(用堰宮)을 지어 분사(分司)제도를 확립했다. 한참 세월이 지난 뒤 고려 왕실은 ‘고경참’에서 한 가지 고약한 대목을 발견했다. 고려의 운수가 12대 360년에 그친다고 돼 있어, 여러 왕들이 불안에 떨게 되었다. 이의민과 같은 무장은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고려왕조는 12대에 끝난다. 뒤이어 이씨가 새로 일어난다(龍孫十二盡 更有十八子).”는 예언을 조작해 냈다. 이의민은 경주에서 일어난 반란군과 몰래 야합했으나 음모가 사전에 발각되어 목숨을 잃었다. ●근현대에도 위력을 떨친 비결 어느 책을 보았더니 현대 한국의 집권자들도 비결에 솔깃했던 모양으로 돼 있다. 전두환 대통령이 아직 집권하기 전에 유명한 지관 한 사람이 그에게 비기(記)를 보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귀의삼보(歸依三寶)나 삼이후예(三耳後裔)라. 입왕이십환(入王二十煥)이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니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귀의삼보”란 불교에 귀의한다는 뜻이다.“삼이후예”란 전(全)씨란 말이다. 시조의 이름이 섭(攝) 자인데 그 글자엔 이(耳)가 세 개나 들어 있어 그렇다.“입왕이십환”은 전두환 대통령의 이름을 파자(破字) 법으로 쓴 것이다. 요컨대, 전두환 장군은 대통령이 돼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며, 본래 불교와 인연이 깊다는 말이다. 이 예언이 적중한 바람에 그 지관은 이름을 떨치게 됐다는 말이 있다. 믿을 말인지 모르겠으나, 박정희 대통령도 간혹 예언에 귀를 기울였다고 전한다. 그런가 하면 1910년 경술국치로 나라를 잃게 됐을 때도 여러 종류의 예언이 나돌았다. 그 중에는 일제가 민심을 굴복시키기 위해 조작한 것도 있었다. 종묘 정문인 ‘창엽문(蒼葉門)’을 두고, 창(蒼)을 “이십 팔 군”(二十八君)으로, 엽(葉)을 “이십 팔 세”(二十八世)로 파자해 조선은 28임금(28대)만에 망한다고 했단다. 오늘 일도 모르거늘 하물며 내일 일을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바로 그런 까닭에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그러다 보면 예언의 포로가 되기도 한다. 푸른역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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