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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형칼럼] 레임덕 콤플렉스

    [이경형칼럼] 레임덕 콤플렉스

    7·3개각이 단행된 이튿날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 정부가 끝날 때까지 속앓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회의에 차관들이 대리 참석을 많이 하면 ‘대통령이 힘 빠졌다.’는 식으로 신문들이 쓸까봐 우려했다며 심기의 일단을 보였다.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육부총리 내정 등 청와대 참모 출신의 내각 전진 배치를 두고, 언론에선 지방선거의 민심에 역주행하는 코드 인사라며 연일 비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대통령도 이래저래 ‘속앓이’를 하겠지만, 무엇보다 듣기 싫은 소리는 ‘힘 빠진 대통령’이라는 말일 것이다. 임기가 있는 자리엔 필연적으로 레임덕이 있게 마련이다.5년 단임제 현행 헌법 체제 이후 역대 대통령이 모두 임기 말년에 비슷한 탄식을 했다.6공의 노태우 대통령은 3당 합당 이후 YS(김영삼)쪽으로 ‘힘’이 이동하면서 일찌감치 레임덕을 맛보았고, 기(氣)가 엄청 셌던 그 YS도 임기 말에 가서는 이회창 지지세력에 의해 ‘03 마스코트’가 패대기쳐지는 수모를 당했다.DJ(김대중)도 임기말 1년전부터 측근들의 비리로 힘이 빠지다가 끝내 아들들을 감옥에 보내기도 했던 것이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여권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자신감 상실과 축소지향적 사고의 팽배다. 여러 곳에서 감지되는 민심 이반과 야권에 대항할 만한 차기 대권 주자의 부재 등이 자신감 상실의 주된 원인일 수 있다. 또 지금부터는 일을 새로 벌이기보다 서서히 마무리하는 시기이므로 국정 운영에 있어 축소지향적 사고가 작동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축소지향적 사고의 밑바닥에 레임덕 콤플렉스가 자리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레임덕에 빠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조바심이 과잉 방호 장치를 만든다는 뜻이다. 이른바 ‘대통령의 남자들’을 내각에 추가 포진시킨 이번 개각 중 특히 김 전 실장을 부총리로 기용한 것을 보면 그런 감이 든다. 본인의 탁월한 능력 여부를 떠나 현 부동산 정책을 주도하면서 ‘세금 폭탄’발언으로 서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 인사를 하필이면 교육부처의 수장으로 내정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바깥 세상의 돌아가는 얘기를 듣기보다는 확실한 ‘내 사람’‘내 철학’으로 무장을 하겠다는 비장함이 너무 과도하다. 이번 개각이 국정 운영의 일관성 유지 원칙에서 이뤄졌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믿고 싶지만,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왠지 고슴도치가 주변에 미동만 있어도 온 몸의 가시를 곧추세우듯이 임기 말의 벙커 보강 작업에만 몰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어떤 대통령인들 임기 마지막 날까지 ‘힘 빠진 대통령’으로 남아있기를 원하겠는가. 올 정기 국회만 지나면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펼쳐질 판인데, 지금부터 단속을 잘 하지 않으면 정말 국정이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분권형 총리’를 더 고집할 필요도 없고, 내각의 친정(親政)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그리고 386비서관들 스스로 레임덕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성찰하기 바란다. 아직도 1년 반이 남아 있다. 국정 운영의 시야를 넓게 보고, 사고에 여유를 가지면서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쫓기듯 정책을 밀어붙이면 ‘폭탄’ 같은 거친 말이 나오고, 그 파장은 폭풍으로 되돌아오는 법이다. khlee@seoul.co.kr
  • 극한대립 치닫는 ‘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부와 반대단체의 대결 구도가 첨예화하고 있다. 오는 10일 서울에서 열리는 2차 본협상과 맞물려 반대단체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협상이 이미 본궤도에 올랐음에도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학계와 정치권까지 가세해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협상 진행 방침을 철회하거나 수정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반대단체도 협상을 중단하라는 요구말고는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 때문에 정부와 반대단체가 각각 ‘마이웨이’를 고집할 경우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300여개 단체로 이루어진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10만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같은 날 민주노총도 현대자동차 등 개별사업장의 단체교섭을 미룬 채 ‘한·미 FTA 협상 저지를 위한 총파업’에 들어간다. 민주노총은 범국민운동본부의 집회에 맞추어 광화문에서 ‘국민총궐기의 날’ 행사를 갖기로 했다. 올 들어 분규가 줄어드는 등 노사관계가 안정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FTA가 하투(夏鬪)의 빌미가 되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5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한·미 FTA 진행상황을 점검하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반대단체에 양보할 뜻이 없음을 완곡하지만 분명히 했다. 그는 “한·미 FTA는 참여정부 후반기의 핵심 정책”이라면서 “12일 반대단체들의 범국민대회가 협상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한·미 FTA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오해를 해소하고, 합리적 토론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신 정부는 7일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기로 했다.이동구 장세훈기자 yidonggu@seoul.co.kr
  • [사설] 난맥상 바로잡는 개각 되어야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주 초 경제·교육 부총리와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바꾸는 소폭 개각을 단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덕수 경제 부총리와 김진표 교육 부총리는 그간 정책 수립 및 집행 과정에서 갖가지 혼선과 마찰을 일으킨 바 있어 이들을 교체해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더욱이 이번 개각은 열린우리당의 5·3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민심 수습책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리는 ‘보유세 강화, 거래세 인하’라는 부동산 세제개혁의 원칙과 교육 양극화 해소정책의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좋은 정책이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를 무시하거나 성과주의에 밀려 치밀한 사전 검토 없이 시행에 들어갈 경우 엄청난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한 부총리는 무능과 리더십 부재로 국민들을 실망케 했고, 김 부총리는 무소신과 철학 부재로 교육현장에 혼란을 몰고왔다. 후임자는 해당 분야의 철학과 소신, 업무 추진력, 그리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되어야 한다. 더 이상의 국정 난맥상을 막기 위해서는 코드 인사니 회전문 인사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 부총리는 중심을 잘 잡아야 하고, 교육 부총리는 교육의 평등성과 수월성을 조합해 안정적인 교육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러나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은 공교롭게도 전·현직 청와대 정책실장들이다. 직책의 특성상 대통령과 뜻이 다를 경우 아무래도 소신을 펼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빚어진 갖가지 정책 혼선의 책임론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일부 인사는 의견수렴 노력이 미흡하고 해당 분야의 문외한이란 점도 거론된다. 권오규 정책실장이 경제부총리가 될 경우 50여일만에 세 자리를 맡게 되는데, 참여정부 인재풀의 협소함을 방증한다. 그간의 국정 난맥상을 개각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인선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혼선이 잦은 부처를 대상으로 개각 폭을 넓히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 [옴부즈맨 칼럼] 지방선거제 문제점 지적할 때/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5·31 지방선거가 끝난 후 신문은 여당이 참패한 이유와 전망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여당의 실정과 대통령의 국민정서에 대한 몰이해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그리고 향후 정계 개편의 방향과 내년 대선에 미칠 영향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신문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문이 선거 결과를 놓고 시시비비를 하고 있지만 과정에 대해서는 별다른 논의가 없다. 선거기간 동안에도 그랬지만 지나치게 선거의 결과에만 집착하고, 향후 정국에 대한 ‘봉사 문고리 잡기’식의 예측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흔히 지적되는 ‘경마 저널리즘’이 선거 이후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참 공약을 한 후보가 실제로 당선되었는지, 유권자들은 올바른 한 표를 행사했는지, 왜 정당중심의 투표결과가 나타났는지에 대한 보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나치게 선거 후에 누가 승자와 패자인지, 그리고 이들의 장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에 집착하고 있다. 투표 다음날인 6월1일 서울신문의 보도를 보면,‘대권가도 활짝 박근혜’,‘책임론 기로에선 정동영’,‘노대통령 향후 국정운영 방향은’과 같은 기사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 다음날인 6월2일 지방선거 특집 면에서도 ‘당 정체성·진로 못 찾아 허우적’,‘압승 부메랑 돌아올라 몸 낮춘 한나라’ 등과 같은 기사로 가득하다. 그나마 표심을 분석한 ‘말만 서민정당, 노점상도 부자당 찍어’와 같은 기사가 경마저널리즘을 비켜간 사례이다. 선거과정과 결과에 대한 보도에서 더욱 아쉬웠던 것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점이다. 대부분의 내용이 광역단체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지방선거의 취지를 무색게 했다. 뿐만 아니라 복잡한 선거제도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유권자들이 혼란을 겪었다. 이는 신문뿐만 아니라 방송을 포함한 모든 언론의 보도 태도였다. 투표 시점까지 유권자들은 자기 지역에서 누가 출마했는지를 정확하게 몰랐다. 거리를 가득 메운 플래카드와 명함은 오히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구분하는 데 혼란만 더했다. 기초의원의 중선거구제와 1인 6표제 등으로 후보 분간이 너무 어려웠다. 후보에 대한 정보 파악을 지나치게 유권자의 몫으로 돌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서울신문 만이라도 지역 특별판을 만들어 선거제도와 후보자를 소개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신문이 이번 선거에서는 1명이 한번에 3장씩 두 번에 걸쳐 6장의 투표용지에 기표해야 했다. 이러한 투표절차의 복잡함 때문에 유권자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 어느 지역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유권자의 잘못된 기표로 투표기가 한 투표함의 투표용지 가운데 6.5%를 분류하지 못했다.6.5%이면 득표율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당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와 언론은 유권자에게 투표에 참여하라고 종용만 했을 뿐이지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 그나마 서울신문은 투표 하루 전인 5월30일에 친절하게 그림과 도표까지 동원하여 투표방식을 설명했다. 그러나 투표방식에 대한 설명은 일회성이 아닌 반복보도를 통해 유권자에게 알려야 했다. 선거후 유권자의 선거결과에 대한 궁금증도 충분히 풀어주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선택한 후보자가 어느 정도 득표했는지가 가장 궁금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별 출마자와 득표결과를 속시원하게 제시한 보도는 없었다. 심지어 이미 당선자의 발표가 끝난 선거 다음날까지도 후보별 득표 현황 정보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울신문만 하더라도 6월2일자에서 지역별 당선자만을 보도했을 뿐이다. 지방선거후 선거과정과 제도에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적하고 대안을 찾는 보도를 접하기 어렵다. 지나치게 선거결과와 향후 정국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측과 해설 기능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찾아 보도하고 이를 개선하도록 독려하는 기능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정민 전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5·31 표심과 정국](2)노대통령의 선택은

    [5·31 표심과 정국](2)노대통령의 선택은

    노무현 대통령은 1일 지방선거 결과가 여당 참패로 나오자 “민심의 흐름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 과제들은 충실히 최선을 다해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국정 운영의 기조나 방식에 대한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다는 얘기로 들린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에 대해서는 “멀리 보고 준비하며 인내할 줄 아는 지혜와 자세가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논평은 간결하지만 함축하고 있는 의미는 노 대통령의 속내만큼이나 복잡다단해 보인다. 지난해 4·30 재·보선과 10·26 재선거에서 전패했을 때도 노 대통령은 전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터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처음으로 입을 뗐다. 정권의 심판으로 비쳐진 이번 선거 결과를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논평에 담긴 내용은 노 대통령이 현시점에서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게 청와대측의 입장이다. 민심의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정책의 기조를 바꿀 수 없는 노 대통령의 현 처지를 보여준 셈이다. 당장엔 국면을 타개할 ‘묘수’도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국정 운영의 기조와 스타일은 앞으로 진행될 정치 상황과 맞물려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태호 대변인 역시 “선거 결과는 총체적으로 민심이 반영된 결과로서 수용한다는 뜻”이라면서 “현 시점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정책들이 잘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바뀌었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처지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물론 집권 여당 내부에서조차 대통령에게 ‘근본적인 변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결국 집권 후반기의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변화는 불가피하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이탈을 되돌리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써온 ‘폭탄성 발언’과 같은 국면전환용 직설화법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분위기다. 오히려 권력누수 현상만 재촉할 뿐이다. 여당 탈당카드도 마찬가지다. 가시화될 정계개편의 소용돌이 속에서 노 대통령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의 지지기반마저 더 허약하게 만들 가능성이 큰 까닭에서다. 국정과제 추진과정에서 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고 탈당은 역발상을 중시하는 노 대통령으로서도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노 대통령은 논평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당의 참모습이 나오는 법이고 국민들은 그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이라며 당의 ‘초심’을 주문했다. 여당에 대한 일종의 애정 표시로도 들린다. 노 대통령은 이미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민주당과의 통합론에 대해서도 “당은 멀리 보고 가야 한다.”면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적이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은 나름대로의 ‘정공법’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국정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개각 카드’가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사람들로 채워질 경우, 야당과의 대립각만 첨예해져 적잖은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 관료 출신들의 입각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국정과제는 궤도 이탈 없이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한미FTA 쟁점 이렇게 넘자](10)정치 경제적 효과

    국내 기업인들은 오래 전부터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요구해 왔다.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을 가진 미국에 관세를 물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스크린쿼터나 농산물 시장개방 등에 대한 한국 내부의 반발이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한국은 올해 들어 미국이 바라던 이같은 선결요건을 모두 들어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라는 선물까지 더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까. ●“국내 투자 늘면 한·미동맹 견고”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중심전략을 국정과제의 핵심으로 정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와 대외신인도, 의료·법률·금융 서비스 시장의 낙후성 등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게다가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국과의 갈등은 한·미 동맹의 틀에 균열을 가져왔다. 경제자유구역과 금융허브 등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 금융기관들의 참여가 절실한데 지금까지는 미미한 형편이다. 국제금융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북한 문제를 빌미삼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저평가하고 있다. 지금 같은 한·미간 외교적 기조나 경제정책 방향으로는 한국이 동북아 허브의 중심이 되기보다는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희생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됐다. 하지만 FTA라는 경제적 고리로 미국과 손을 잡는다면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로의 직·간접 투자가 늘면 싫건 좋건 한·미 동맹은 견고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미국과의 동맹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국익 관점에서 바라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예상되는 한·일, 한·중 FTA 체결에서 우리나라가 기득권을 갖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위기 이후 흐트러진 긴장감을 조여, 경쟁력을 제고하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중국 팽창 견제하려는 미국의 노림수 미국이 일본을 제쳐두고 지난해 한국을 FT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자 혈맹을 자처하던 일본은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미국으로서는 한국과의 FTA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중국 때문이다. 사실 미국이 FTA를 통해 한국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은 우리보다 적다. 그 대신 미국은 한국과의 FTA로 한국과 중국의 접근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통해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증대에 힘썼으나 ‘아세안+한·중·일’의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특히 역사인식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일본에 똑같은 반감을 나타내자 미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이 경제원조를 통해 북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듯 한국 경제가 중국권에 포함될 경우 한·중 협력은 정치·외교 등으로 강화될 수 있다. 미 조야에서는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유현석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한·미 갈등을 봉합할 필요가 있는 미 행정부가 해결의 실마리를 FTA에서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반대세력과의 협상이 더 큰 문제 한·칠레 FTA 체결과 쌀 협상 반대 등을 겪으면서 국내 시민단체와 농민들의 협상력과 조직력은 크게 강화됐다. 여기에다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인들의 시위는 대중적 인기도와 맞물려 국민들로부터 적지 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으로 불거진 외국계 자본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과 한국내 반미감정 등은 한·미 FTA를 경제·통상 문제가 아닌 ‘친미 대 반미’ 또는 ‘신자유주의 대 반신자유주의’의 이념적 문제로 몰고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한 미국과 FTA 협상을 맺고도 국내 이해관계 때문에 국회에서 비준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은 물론 국내에서의 정치적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게 뻔하다. 이 때문에 한·미 FTA 협상은 국가간 협상보다 국내 협상이 더욱 힘들 것으로 점쳐진다. 유 교수는 “한·미 FTA의 잠재적 피해 집단과의 협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간 이해 관계자들의 압력을 지나치게 의식,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면 FTA도 놓치고 한·미 동맹도 붕괴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통상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노대통령 향후 국정운영 방향은

    노대통령 향후 국정운영 방향은

    노무현 대통령은 5·31 지방선거의 결과에 착잡할 듯하다. 말그대로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이 훨씬 버거워질 수밖에 없다. 양극화 해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 국정과제를 원만하게 끌어 가는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현 시점에서 국정운영의 기조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정치권의 흐름에 맞춰 국정운영의 방식이나 방향도 다소 유동적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미 지방선거에 대비한 국정 운영의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일단 지방선거와 연관을 짓지 않더라도 개각은 불가피할 것 같다. 개각은 국정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한 동력이다. 천정배 법무부장관 등 당 출신 각료들의 당 복귀가 빨라질 수도 있다. 나아가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 유시민 복지부장관 등도 당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내의 역학 관계가 복잡다기하게 진행되는 까닭에서다. 노 대통령의 탈당도 국면전환의 한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최근 서울신문의 여론조사결과, 지방선거 이후 “노 대통령이 초당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 열린우리당을 탈당해야 한다.”는 질문에 33.4%가 ‘찬성’,13.7%가 ‘반대’했다. 그러나 탈당의 반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노 대통령은 이미 ‘당·청 분리 원칙’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단지 ‘당과의 거리두기’로 비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당내 대권 후보군들이 자유롭게 현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은 뻔하다. 또 ‘대화 정치’를 강조하는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 등 야당에 협조를 구하는 데도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진행되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논의될 수도 있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하고 있다. 개헌은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정국의 돌파구로 작용하기는 어렵다. 노 대통령이 지난 2월26일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개헌과 관련,“대통령의 영역에서 벗어난 일인 것 같다.”고 밝힌 것처럼 국회에서 다룰 일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레임덕(권력누수현상)’을 막을 수는 없다. 역대 정권에 비해 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으로 힘 쏠림은 국정운영에 대한 주도권의 약화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남은 임기에 국정과제의 이행과 국정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특유의 ‘정치적 카드’을 꺼낼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고 국면전환을 노린 ‘큰 그림’은 아닐 성싶다. 열린우리당의 지방선거 패배는 당의 내홍뿐만 아니라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자칫 ‘정치적 술수’로 비쳐져 더 큰 혼란만 야기할 수 있는 탓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7월 보궐선거,8월 임시국회,9월 정기국회 등의 일정에 따라 복안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박홍기기자 hkpark@seoul.co.kr
  • ‘방북수행 명예회복 좌절’ DJ측 불쾌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25일 법정 구속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둘러싸고 동교동과 현 정부 사이에 파인 골이 더 깊어지는 느낌이다. 박 전 장관의 방북 수행을 통한 대북자금 ‘특검’명예회복 시도가 일단 좌절됐기 때문이다. 전날 대통령 직속 기구인 동북아 시대위원회 이수훈 위원장이 KBS에 출연,DJ의 방북 의제를 공개 비판한 것도 DJ측을 불쾌하게 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측은 25일 파기환송심에 앞서 박 전 장관의 ‘무죄 석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박 전장관과 임동원 전 국정원장, 이기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 특검 연루자들을 DJ 방북 필수 수행원으로 꼽아놓은 상태. 특히 박지원 전 장관은 매일 동교동 김 전 대통령 자택으로 출퇴근하며 임 전 원장 등과 함께 방북 전략을 짜온 것으로 알려졌다. 열차방북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김 전 대통령측은 박 전 장관이 구속된 데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 이미 2년 가깝게 형을 살고, 지병이 있어 보석된 상태”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경환 비서관은 “김 전 대통령은 대북송금 특검은 잘못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이수훈 위원장은 23일 DJ가 방북해 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한 것과 관련,“참 답답하다. 준비가 너무 번잡하게 되는 것 아닌가 한다. 정부는 별 기대하는 바 없다.”며 동교동측과 북핵문제 해결을 우선시하는 정부와의 불협화음을 시사했다.DJ측은 “혼란스럽고 이해하기 힘든 발언으로, 정부 관계자들이 사려깊게 말씀해 주길 바란다.”고 유감을 표시했다.김수정 구혜영기자 crystal@seoul.co.kr
  • [서울광장] 여권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이목희 논설위원

    [서울광장] 여권이 흔들리는 진짜 이유/이목희 논설위원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언행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경험한 이가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정치분석가 사이의 갭이 왜 이렇듯 생길까.‘5·31’ 지방선거 이후의 정국은 제대로 예측할 수 있을까. 상당한 식견을 가진 분과 함께 고민해 봤다. 노 대통령의 지역주의 타파 집념을 간과하면 이번에도 그의 정치행위를 정확히 전망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노 대통령과 가끔 만나는 인사는 “대통령이 퇴임 후 부산에서 국회의원 출마를 생각해보겠다는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바보 노무현’이란 말을 들어가며 지역주의에 대항해왔다. 그를 바탕으로 대통령에 올랐다. 지역주의를 깬 지도자로 역사에 기록되기 위해서는 체면과 상식에 연연하지 않는다. 지역주의 타파의 당위성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노력 또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도한 집착이 국정과 정치를 왜곡시킨다면 속도와 방법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지역주의 타파에서 노 대통령은 일관성이 있을지 모른다. 그것이 열린우리·민주당 분당 등 뺄셈정치로 갔다가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으로 선회하는 등 무리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게 문제다. 여권 내부가 흔들리고 지지율이 정체되는 부작용이 심각하다. 그 결과 지역주의 타파는커녕 정권의 힘만 약화시키고 개혁 전반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만들고 있다. 참여정부가 좌측 깜빡이를 켠 채 우측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근본원인이 된다. 보수파는 좌측 깜빡이를 보고 노무현 정권을 비난한다. 진보파는 우측으로 가는 정책을 보고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방선거가 임박하자 열린우리당 인사들은 호남표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 영남에서는 지역감정 타파를 외치며, 호남에서는 지역주의에 편승하려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정체성 혼란이 가중될 뿐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당의 지방선거 성적표는 초라할 것 같다. 선거 패배는 자초한 측면이 크므로 어쩔 수 없다고 치자. 지방선거 이후가 관건이다. 노 대통령이 고집을 누그러뜨리지 않는다면 나라가 다시 회오리에 휩싸이게 된다. 지방선거 후 노 대통령이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데 정치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임기단축을 내세운 개헌이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한 판흔들기 관측이 나온다. 어떤 형식이든 지역주의 타파라는 분석요소의 가중치는 여전히 높다고 봐야 한다. 노 대통령을 둘러싼 일부 영남권 참모들은 ‘영남정권 재창출론’을 펴고 있다. 그래야 지역주의가 타파된다고 주장한다. 호남출신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대권획득은 정권재창출 의미가 약하다고 여긴다. 비슷한 맥락에서 고건 전 총리 영입에 소극적이다. 유시민 복지부 장관과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을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는 배경이 된다. 한명숙 총리, 김근태 의원 등 비호남권 출신도 검토대상에 올려 놓았다. 반면 여당의 상당수 중진들은 민주당과의 재결합을 추진할 뜻을 굳혔다고 한다. 지방선거 후 여권이 또 분열할 위기에 처한 셈이다. 노 대통령과 핵심참모들은 지나온 3년을 반추해 보길 바란다. 이제부터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명제에 너무 집착해 국정 전체를 왜곡시키거나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거에 지역주의를 깨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초석을 까는 심정으로 접근할 때 오히려 결과가 좋아질 수 있다. 상식과 순리, 그리고 개혁의 마무리가 집권 후반의 좌표가 되어야 한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중동판 ‘햇볕 정책’

    팔레스타인에 대한 서방의 원조가 재개된다. 미국과 유엔, 유럽연합(EU), 러시아는 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중동평화 당사자 회담을 열고 최근 서방의 원조중단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팔레스타인에 의약품과 의료시설 등 ‘인도적 지원’을 재개키로 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 1월 무장조직 하마스가 총선에서 승리한 직후 팔레스타인에 대한 모든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지 4개월 만이다.●EU·러 압박에 美 입장선회? 무엇보다 미국의 태도변화가 눈에 띈다. 그동안 미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인정을 거부하고 폭력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지원을 중단하면서 하마스 내각의 숨통을 죄어 왔다. 하지만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하마스의 과격한 정책과 행동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이 위협받아선 안 된다.”면서 “미국이 1000만달러 상당의 의약품과 의료시설을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아랍연맹 국가들이 2월 하마스 지원을 결의하고 러시아가 지난 6일 1000만달러를 팔레스타인에 긴급 지원한 데 이어 EU 역시 지원대열에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EU와 러시아가 이날 회담을 앞두고 미국정부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입장의 재고를 강하게 요구했다.”면서 “미국의 변화는 이같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하마스 길들이기는 계속 미국은 그러나 이번 결정이 하마스에 대한 기존 입장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분명히 했다. 지원품이 하마스의 손에 전용되는 것을 막고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400만달러는 현지 지원단체를 통해, 나머지 600만달러는 유엔아동기금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직접 지원한다는 구체안까지 세웠다. 라이스 장관은 “다른 국가들도 하마스가 주도하는 정부에 직접적인 현금지원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재정난으로 존립이 위태로워지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붕괴를 막기 위한 ‘잠정적 국제 메커니즘’ 마련을 위해 EU가 주도적으로 나선다는 데에는 양해를 했다.하마스 정권에 대한 봉쇄가 자칫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붕괴로 이어져 이 지역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세계은행 “봉쇄 계속되면 팔 자치정부 붕괴” 실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처한 상황은 서방측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은행이 이날 발표한 보고서는 “16만 5000명에 이르는 공무원 임금이 체불되고 이스라엘을 통한 소비재 반입이 중단되면서 팔레스타인은 경제적으로 최악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를 통치불가능 상태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앞서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도 4자회담 당사국들에 서한을 보내 “봉급을 지불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정치·안보적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며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날치기공방등 ‘혹한정국’ 예고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여야 강경대치 상황은 당초 예상과 달리 싱겁게 끝났다. 열린우리당은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군소정당과 손잡고 6개 법안을 큰 어려움없이 처리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재오 원내대표까지 팔을 걷어붙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향후 여야관계는 다시 한번 혹한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날치기’ 공방은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사학법 재개정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도 계속될 것 같다. 2일 여야간 득실 계산도 복잡하다. 우선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양보 권고’에도 불구하고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당의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경우,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현실적 우려가 컸던 것 같다. 다소 볼썽사나운 모양새를 연출하긴 했지만 책임지고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도 나름의 소득이었다고 당 지도부는 자평했다. 그러나 민노당을 끌어들이기 위해 4월 임시국회 주요 쟁점이던 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포기하고, 공청회는 물론 법사위도 거치지 않은 ‘주민소환제’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면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또 노 대통령의 ‘양보 권고’를 정면 거부한 것도 향후 당·청 관계에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그야말로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아무 것도 얻은 것 없이 열린우리당의 일방통행에 너무도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거리라면 노 대통령의 ‘사학법 양보 권고’를 얻어낸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사학법 재개정의 명분을 축적했다는 이유에서다. 4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의 최대 목표는 ‘사학법 재개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 연말부터 올 2월까지 계속했던 장외투쟁까지 접었던 터다. 본회의 직후 원내대표단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특히 민주당의 본회의 참석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것은 전적으로 원내대표단의 책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재오 원내대표로서는 최대 위기를 맞게 된 셈이다. 이번 일이 당내 역학구도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여야간 경색 국면으로 ‘5월 임시국회 소집’ 가능성은 옅어 보인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에게 “김원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한 법안은 5월 임시국회로 넘긴다.”는 등 4개항의 제안을 했던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결국 원내대표간 타결을 거부하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자 이 원내대표는 “5월 국회 제안도 없어졌다.6월 국회로 넘어갈 것”이라고 천명했다.“폭도 열린우리당”이라고 거친 표현을 쏟아냈듯이 감정의 앙금이 쉽게 가시지 않을 분위기다.전광삼 황장석기자 hisam@seoul.co.kr
  • [데스크시각] 한국외교의 현주소/박정현 정치부 차장

    군사력뿐 아니라 외교에 의해서 나라의 흥망이 결정되기도 한다. 중국의 송나라와 요나라가 맺은 ‘단연지맹’은 실패 외교의 본보기로 꼽힌다. 송의 진종은 1004년 요나라의 침입을 받자 직접 정벌에 나서지만 요나라가 화평을 요구하자 무기를 내려놓고 덜컥 동맹을 맺는다. 오랑캐라면서 얕보던 요나라를 형제의 나라로 부르고, 매년 비단과 은을 상납한다. 이런 단연지맹이 나온 뒤 금나라는 요나라와 송을 차례로 멸망시킨다. 청나라는 초기에는 나라의 문을 걸어잠그는 쇄국정책을 펴다가 나중에는 “이적이 될지언정 집안의 노예는 되지 말자.”는 극단적인 외교정책을 폈다. 유연하지 못한 외교는 결국 망국으로 이어졌다. 단연지맹에 11년 앞서 고려가 보여준 외교는 성공 외교의 대표적 사례다. 거란은 낙타 50필을 사신과 함께 보내 친선을 요구하지만, 고려는 오히려 낙타를 굶겨죽인다. 발끈한 거란 장수 소손녕은 80만 대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넘지만, 넓은 대지에서 펼쳐지는 전투에 익숙한 거란의 기마병은 산악에서 맥을 추지 못한다. 그래서 고려와 거란은 협상을 맺게 되고, 서희는 거란에 조공을 하려 해도 여진이 가로막고 있어 갈 수 없었다는 논리로 설득한다. 고려는 거란에 조공을 더 많이 하는 대신에 청천강에서 압록강까지의 땅을 받는다. 이른바 서희의 담판외교다. 담판외교가 성공한 데는 뛰어난 화술도 작용했겠지만, 거란의 고려 침공 목적이 송을 견제하려는 데서 비롯됐다고 본 서희의 탁월한 국제정세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독도대응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고 주권수호 차원에서 정면 대응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25일 특별담화는 사실상 선전포고에 가깝다. 경제적 이해관계와 문화 교류까지 거론한 것은 경제적·문화적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배수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일관계는 수교 41년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다. 수교 이후 최대의 사건은 이미 지난주에 일본이 저질렀다. 일본은 그동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역사를 왜곡하면서 우리와 입싸움을 그치지 않아 왔다. 시마네현의 독도 조례 제정도 중앙정부의 묵인 아래 진행된 지방정부의 ‘행위’쯤으로 치자. 해상보안청의 탐사선이 도쿄항을 떠나 독도를 코앞에 둔 사카이 항에 정박한 일은 일본의 말이 처음으로 ‘행동’으로 나타났다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독도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를 놓고 일본의 연말 선거용이라는 등의 관측이 분분하다. 하지만 최근의 동북아 정세를 살펴보면 단순한 국내 정치용이란 해석에는 의문을 가져볼 법하다. 담화를 보는 국민들은 속이 후련하다고 느끼겠지만, 감성적으로 접근하기에는 동북아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러시아와도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과는 댜오위타이(센카쿠 열도)섬, 러시아와는 북방 4개섬을 놓고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100여년전 구한 말 열강이 각축을 벌이던 혼란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어떤 이는 일본의 중국 견제를 놓고 ‘제2의 청일전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일본과 미국은 올해 초 자위대와 미 해병대의 연합상륙작전을 벌이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테면 해양세력의 연대요, 강화다.21세기 세계질서의 최대 관심은 해양세력인 미국과 대륙세력인 중국의 충돌이라고들 한다. 시카고대학의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솟아오르는 중국이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을 봉쇄하리라고 예고한다. 옛 소련에 했던 것처럼. 중국이 북한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신밀월관계는 14년전 우리나라와 중국이 수교할 당시와 분명 다른 기류다. 우리는 이런 틈바구니에 서 있고, 한·미 동맹에 금이 가 있다는 얘기는 새롭지 않다. 얽히고설킨 동북아의 역학 구도에서 대한민국의 위치를 냉정하게 둘러봐야 할 시점이다. 단연지맹의 우를 되풀이할지, 서희의 지혜를 본받을지는 우리의 선택이다. 박정현 정치부 차장 jhpark@seoul.co.kr
  • 미군기지 환경오염 ‘이중잣대’ 빈축

    미군기지 환경오염 ‘이중잣대’ 빈축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협상이 양국간 이견으로 1년여 제자리를 맴도는 가운데 미 당국의 ‘이중 잣대’가 빈축을 사고 있다. 미국 정부가 본토내 폐쇄·재정비 대상 군기지의 57%에 이르는 면적을 환경오염지로 인정,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정화작업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반면 주한미군기지의 사정은 딴판이다. 반환예정 기지면적의 2∼5%만 오염됐음에도 불구하고,“국내기준에 따라 미군이 치유해야 한다.”는 우리측 요구는 철저히 묵살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한미군기지 2%는 ‘죽은 땅’ 이런 사실은 25일 본지가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실과 공동으로 입수한 미국 정부의 ‘군환경복원프로그램(DERP) 1994년도 연차보고서’를 통해 확인됐다. 이듬해 봄, 미 의회에 제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폐쇄·재정비 대상 육·해·공군 기지 105곳을 대상으로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부지의 43%만 ‘환경적으로 적합(environmentally suitable)’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참조) 미 정부는 나머지 57%의 오염부지에 대해선 정밀조사와 오염원 제거 등 치유작업을 거쳐 해당 주 정부 등에 순차적으로 이양하고 있는 중이다.2004년도 DERP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의 폐쇄·재정비 대상 기지는 모두 5150곳으로, 이 가운데 3958개 기지에 대한 오염치유 작업이 완료된 상태다. 그 동안 미국정부가 군 환경복원에 투입한 돈은 모두 30조원이며, 오는 2032년까지 35조원이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주한미군기지의 오염 비율은 이와는 사뭇 다르게 나타났다. 오는 2011년까지 반환될 62개 주한미군기지 가운데 환경오염 조사가 끝났거나 진행되고 있는 곳은 모두 27개 기지. 이 가운데 경기 파주시 캠프 하우즈를 비롯한 15개 기지·사격장은 오염조사가 끝난 상태다. 본지가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후속 쟁점사항 및 향후 대책(2005년 10월 환경부 작성)’ 문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들 15개 기지 면적145만평 가운데 5%인 7만여평이 각종 기름과 유해화학물질, 중금속 등으로 오염됐다. 논밭이나 공원·체육용지, 학교부지 등으로 쓸 수 없는 땅이다. 특히 15개 기지 면적의 2%에 해당하는 2만 2000여평은 도로를 놓을 수도, 공장을 지을 수도 없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돼 사실상 ‘죽은 땅’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수는 OK, 토양오염은 NO” ‘미국 내 군기지는 57% 오염, 주한미군기지는 2∼5%’라는 차이는 양국간 서로 다른 환경오염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토양오염기준을 별도 설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100개 이상 항목을 인체유해 오염물질로 규정한 뒤 이들 오염물질의 인체 위해성을 일일이 적용해 환경복원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에서 규제하고 있는 항목은 17개에 불과하다. 앞으로 반환될 주한미군기지에 대해 환경오염 조사를 하더라도 나머지 80여개 오염물질로 인한 피해는 실상조차 파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황상일 박사는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이나 농약류 등이 국내 토양오염기준 항목으로 포함돼 있지 않은 상태”라면서 “추후 이런 오염물질로 인해 인체 위해가 발생하는 사태에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협상은 미국의 이중적인 잣대로 1년여 겉돌고 있다. 환경부가 주축이 된 우리 정부의 요구는 ‘국내 환경기준에 따른 치유 및 반환’으로 요약된다. 미 정부가 자국 내에 적용하는 기준보다 크게 미흡한 요구지만 미 당국은 이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중이다. 주둔군지위협정(SOFA) 및 관련 합의서에 따라 ▲반환지의 오염치유 책임이 미군에게 있으며 ▲한국정부의 환경법령과 기준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인체에 해로울 정도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일 경우에만 오염치유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를테면 오염된 지하수는 인체 위해성이 있으므로 지하저장유류탱크 제거 등 조치를 취할 용의는 있지만, 지하수 오염의 원인이 되는 토양오염은 당장 급박한 위험이 아니므로 책임질 수 없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오염부지의 치유 범위와 수준에 대한 이견으로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한미군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하수는 몰라도 토양오염은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한미군의 주장은 설득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토양오염이 장·단기적으로 지하수 오염으로 연결돼 결국엔 인체에 해를 끼친다는 ‘상식’마저 인정하지 않은 주장이기 때문이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결국 환경오염 치유책임을 떠넘기려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원부처 압박으로 환경부는 궁지 우리 정부 부처간 이견도 주한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협상의 또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협상기간 동안 환경부는 ‘국내환경기준 준수’라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해 왔지만, 협상의 지원부서인 외교통상부·국방부 등은 “국내기준보다 완화한 기준을 제시하라.”며 오히려 환경부를 압박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상은 지난해 10월 환경부가 작성한 ‘반환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후속 쟁점사항 및 향후 대책’ 문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환경부는 “협상 관계부처의 기준완화 요구로 혼란을 자초하고 있다. 환경부가 협상을 주관하고 국방부·외교통상부는 지원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협상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하지만 사정은 더 나빠진 상태다. 윤광웅 국방부장관이 나서 아예 환경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섰을 정도다. 윤 장관은 지난 20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이 환경문제에 대해 최상의 성의를 보이고 있는데, 환경부만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고 공박하기도 했다. 지난 21일 열린 ‘한·미동맹 안보정책구상(SPI)’ 제 7차 회의는 환경오염 치유에 대한 양국간 이견이 거듭 확인되면서 구체적인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오는 5월 미국에서 열리는 8차 회의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정부 당국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한나라 “좌파정부 본색 드러낸것”

    야권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냉담했다. 특히 ‘좌파 신자유주의’ 발언에 정체성 시비를 제기했다. 한나라당 이방호 정책위의장은 “참여정부가 좌파정부라는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좌파정부에 대한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신자유주의라는 형용사를 붙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계진 대변인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국민의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고 혹평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국정혼란과 인사혼란에 이어 정체성 혼란마저 온 것 같다.”고 혹평했다. 민주당 이상열 대변인은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보다는 참여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인터넷 강좌’를 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사설] 분권형 유지하려면 제도 보완해야

    후임 총리 인선과 관련, 열린우리당 지도부 인사들이 밝히는 요구사항은 두갈래로 요약된다. 첫째는 5월 지방선거 이후로 총리 인선을 연기해달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분권형 책임총리제를 재검토한 뒤, 계속하려면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자는 옳지 않은 주장이지만 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청할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정부는 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실제는 인치(人治) 양상이 이전 정권 못지않다. 당초 분권형 책임총리제는 원내 제1당에 총리직을 준다는 구상에서 시작했다. 야당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청와대는 외교·국방과 장기 국정과제에 전념하고, 총리실은 일상 행정을 주도하는 것으로 책임총리제가 변질되었다. 또 이해찬 전 총리가 노 대통령의 신임과 여당의 뒷받침으로 힘을 가지면서 마치 실세총리가 책임총리를 일컫는 듯 혼란스러워졌다. 이 전 총리가 물러나자 책임총리제 존폐 논란까지 일게 되었다. 노 대통령은 책임총리제 골격을 유지할 뜻을 밝혔다. 이제는 성격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사람에 시스템을 맞춰나가는 식은 곤란하다. 정동영·김근태씨 등 이른바 실세가 내각을 떠나자 책임장관제가 공중에 떠버린 전철을 다시 밟아서는 안 된다. 정당과 관계없이 행정실무를 책임지우는 총리제를 선택한다면 분권형을 강조하지 않는 쪽이 낫다. 반대로 명실상부한 책임총리제를 유지하려면 그에 걸맞은 시스템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힘이 집중됐던 이 전 총리는 일에 치였고, 집중적인 로비대상이 되었다. 책임총리의 업무와 인사권의 범위를 법이 아니더라도 각종 규정으로 정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대통령 주변 관리처럼 총리도 친인척과 측근을 관리해주는 제도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후임 총리로 화합형만을 강조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정쟁을 일으키지 않아야 함은 기본이다. 국정과제를 마무리지으려면 친화력과 개혁성, 업무추진력을 겸비해야 한다. 여성장관이 1명뿐인 상황을 감안,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이 제안한 여성 총리도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 “책임감 강한 女지도자 배출”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합니다.” 참여정부 초대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지은희(59) 덕성여대 신임 총장은 13일 “사회를 이끌어 나갈 여성 지도자를 키워내야 하는 막중한 자리에 서게 됐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14대1의 경쟁률을 뚫고 총장에 선임된 지 총장은 “덕성여대는 탄탄한 재단과 정신적 지주, 훌륭한 교수 등 미래가 필요로 하는 여성인력을 길러내는 데 걸맞은 저력을 갖고 있는 대학”이라고 말했다. 지 총장은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등을 지낸 개혁 성향의 여성·사회 운동가 출신으로 1981년부터 10년간 덕성여대 강단에 서기도 했다. 일본군 위안부, 노동문제, 남북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여성계를 대표해 활동해왔고 96∼2001년 진보진영 최대 여성단체인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를 지내면서 이미경, 한명숙씨의 뒤를 잇는 여성운동가로 자리매김했다. 지 총장은 “학교가 민주화 과정을 겪으면서 다소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는 내부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야 할 때”라면서 “민족적 의식과 실천을 바탕으로 설립된 학교인 만큼 설립 취지에 맞게 진취적이고 책임감 강한 여성 지도자를 키우는 데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고학력 여성의 사회 참여도를 현재 57%에서 최소 10% 이상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구성원과의 원탁회의를 통해 대학을 유능하고 재능있는 여성지도자를 길러내는 요람으로 만들겠다. 사회는 여성에게 열려진 공간이 많고 유능한 여성들이 그런 공간에서 활동하도록 하려면 여자대학도 필요하다.”고 말해 남녀공학 전환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소 미숙함이 있었을지 몰라도 국정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많은 부분에서 변화의 새 바람을 일으켰다.”고 평가했다. 공식 취임은 16일이다.연합뉴스
  • 이총리 거취 ‘안개속’

    이해찬 총리의 거취 문제가 ‘안개’ 속에 휩싸인 형국이다. 지난 5일 이 총리의 대국민 사과 발표 이후 당내에서는 ‘총리 교체론’과 ‘유임론’이 뒤엉켜 흐르는 기류가 확연했다.5·31 지방선거에 초점을 맞추는 당 일각의 목소리와 국정 운영의 커다란 틀에 집착하는 청와대와의 시각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 총리의 거취 표명 직후 “이대론 지방 선거를 치르지 못한다.”는 교체론이 세를 얻어갔다. 대선의 전초전인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총리 골프 파문이라는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앞세웠다. 하지만 지난 7일 청와대측 고위 관계자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총리 교체론’에 쐐기를 박으면서 사태는 반전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김근태 의원계와 ‘친노파’ 등도 “감성보다 이성을 근거로 이 총리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며 무분별한 교체론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 총리 거취문제가 이처럼 당내 계파별, 당·청 갈등으로 번져가자 정동영 의장이 8일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앞세워 전면적인 당내 혼란 해소를 시작했다. 정 의장은 이날 확대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대통령이 귀국 후에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실 것”이라며 “그때까지 개인적인 의견 표명을 극력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사실상의 ‘함구령’을 내렸다. 그는 “상황이 어려울수록 단일 대오를 유지해야 하고 단합하는 여당의 모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당 차원의 함구령 이면에는 당내 분열과 당·청간 갈등을 해소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두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자칫 이 총리 거취문제가 ‘계파별 파워게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차단하려는 의중도 포함돼 있다.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노 대통령의 귀국 시점인 14일쯤이면 이 총리 거취와 관련된 여론이 가닥이 잡힐 것이고 노 대통령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핀 뒤의 ‘결단’이 가능할 것이란 추론이다. 김한길 원내대표가 이날 “총리의 거취와 관련해 다른 당내 목소리는 결코 정국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거든 대목과 맥이 닿는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열린세상] 참여정부의 교육정책 3년,그리고 2년/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참여정부 3년을 맞아 국정평가 토론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어느 분야 할 것 없이 잘했다는 평가는 없고 2년차의 평점보다 낮아졌다는 평가까지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 분야는 2년째 평가 때보다 평점이 올라갔다. 대입제도의 혼란 속에서도 부적격교사 퇴출제와 교원평가제 도입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평균을 밑돌기는 마찬가진데 이는 정부가 특정이념 세력과의 애매한 관계설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을 국민의 정부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직전 정부이자 지지 세력, 국정 방향이 역대 정부들 중 가장 유사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정부 교육정책은 문민정부의 ‘5·31교육개혁’ 정책의 방향과 틀을 계승했다. 최초의 여·야 정권교체로 탄생한 국민의 정부지만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로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국민의 정부는 IMF로 인한 예산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중학교 과정을 의무교육에 포함시켰고 교육여건을 개선하고자 교실당 학생 수를 30여명 수준으로 낮췄다. 고교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문민정부 때 제안된 자립형 사립고의 시범운영을 확정했고, 교육청 반대로 시행하지는 못했지만 서울지역의 자립형 사립고 설립도 적극 권고했다. 반면 대선 공약과 출범 당시의 국정과제에서도 밝혔듯이 참여정부 교육정책의 기조와 방향은 ‘자율성과 다양성’이다. 정부 개입을 최소로 줄이고, 학교 현장의 교육주체들이 각각의 의무와 권리 범주 내에서 상호 협력과 견제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과 적성에 맞는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 ‘자율성과 다양성’은 후퇴했거나 역행했고 평등이념이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거기에 정부와 교원단체들 간의 정책협의 체제가 강화되면서 정책수립 과정에서 정부와 교원단체들 간의 담합은 더욱 견고해졌고 대표성 없는 일부 학부모단체의 ‘들러리 놀음’으로 일반 학부모들의 권리와 목소리는 더욱 방치되고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평등 이념을 내세운 단체·집단이 정치적 압력이나 물리적 투쟁으로 정부를 몰아세웠고 교육에 대한 다양한 욕구, 수월성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기득권·몰염치로 매도하면서 갈등과 대립을 심화했다. 남보다 뛰어나려는 노력이나 욕구가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적대감의 표적이 되고 학벌타파라는 이름으로 억압되는 현상을 정부가 부추기지 않았던가? 교육에서 평등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수월성 또한 중요하다. 교육기회의 균등이 확보된 시점에는 책무성이 강조되는 수월성 추구가 세계적 추세이자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다. 정부의 역할은 평등성과 수월성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일이다. 교육 기회·조건에서는 평등성이 보장되고 교육결과에서는 수월성이 강조돼야 한다. 정부는 올해를 ‘교육격차 해소 원년’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경쟁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는 계층·지역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소홀히 하거나 억압한다면 정부의 의도가 특정 계층이나 특정 이념을 근간으로 한 하향평준화에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이는 일반 학부모들의 권리 침해는 물론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학교 급에 따라 평등성과 수월성의 비중을 달리하는 것이다. 초ㆍ중학교에서는 교육내용의 균등성과 교육기회 평등성이 강조되고, 고교ㆍ대학에서는 다양한 학교와 교육 프로그램으로 수월성이 강조돼야 한다. 교육개혁은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적 지원에서 시작되고 완성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만 더 하자. 진정 평등교육이념을 실현코자 한다면 교육 격차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유아교육을 의무교육 체제에 포함시킬 것을 제안한다. 유아교육비 지원만으로는 안 된다. 유치원 1년만이라도 의무교육체제로 편입해 교육기회는 물론 교육의 질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중학교를 의무교육화했다면 참여정부는 ‘유치원 의무교육화’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남은 시간은 이제 2년이다. 남승희 명지전문대 교수·바른교육권실천행동 공동대표
  • “철지난 이념 집착… 정체성 훼손”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의 ‘지방정부 교체론’에 대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무능론’으로 맞서며 이틀째 공세 수위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20일 ‘노무현 정부 3년 국정파탄 국민대보고회’를 개최했다. 당 정책위원회와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정치·안보·경제·사회 등 분야별 실정에 대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박근혜 대표는 축사에서 참여정부 3년에 대해 “철 지난 이념에 집착하면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본 가치를 흔들어 정체성을 훼손하는 데에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했다.”고 비판했다. 김태효 성균관대 교수는 발제에서 “북한에 대한 어떤 압박도 반대하느라 6자회담이 교착됐고 한·미관계도 악화됐다.”며 “기득권 타파 등 국내정치에 몰입하느라 4강외교는 현안 따라가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참여한 ‘현장보고’에서는 거친 발언이 이어졌다. 탈북자 김태산씨는 “노 대통령은 김대중과 김정일의 각본에 의해 정권에 올라앉은 꼭두각시에 불과하다.”고 원색 비난했다. 뉴라이트교사연합 두영택 상임대표는 “개정 사학법과 3불정책으로 대변되는 노 정권의 교육정책과 전교조 교육 때문에 우리 교육이 질곡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고 주장했다. 주부 김효선씨는 “노 대통령과 이해찬 국무총리는 가짜배기 불량서민”이라며 “태풍 ‘매미’가 와도 오페라 구경에 넋을 잃고 부부가 나란히 드러누워 눈꺼풀 수술에만 신경을 쓰는 ‘서민 대통령 노무현’에게 서민들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라고 외친다.”고 힐난했다.경북대 학생 김경욱(4학년)씨는 “지금 대통령은 대학생들의 미래를 뺏고 있다.”며 “청년이 꿈과 도전을 가지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참석자들은 노 대통령의 부분개각 방침에 대해 “그 자체로 관권선거이자 국정파탄”이라고 비난했다.이규택 최고위원은 “정동영 의장이 당선 다음날 대통령 후보라도 된 듯 대구로 내려가 정국을 혼란·분열의 골로 몰아가며 야당·국민을 죽이는 ‘살생정치’를 하고 있다.”고 가세했다.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리니지 파문’ 게임산업 긴급진단

    ‘리니지 파문’ 게임산업 긴급진단

    수만명의 개인정보가 게임 사이트 등록에 버젓이 사용되는 좀처럼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게시판에는 연일 분노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제2, 제3의 리니지 사태’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누가 어떻게’ 명의를 도용했느냐를 밝히는 문제도 중요하지만,‘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는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게임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의 세금을 쓰는 한국에서 개인정보 침해, 게임 중독 등 폐해가 갈수록 심해지는 이유를 진단해 본다. ‘이 지경이 되도록 놔두다니….’ 온라인게임 ‘리니지’ 명의 도용 피해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게임강국 만들기’에만 급급해 부작용 예방에 소홀했던 정부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부작용 예방 예산이 정보통신산업 진흥 예산의 10%도 안 되는 데다, 게임 중독자 수, 아이템 거래 현황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말만 정보화 세계1위 정보통신부가 2006년 게임·영상·모바일 산업 등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에 편성한 예산은 1309억원. 그러나 인터넷중독 예방에 편성한 예산은 9억 4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문화관광부도 최근 올 게임산업 진흥에 135억원을 쓴다고 했지만 건전 게임문화 조성 예산은 10억원 정도다. 개인정보 보호분야에 대한 투자도 미미하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발간한 ‘2005년 국가정보보호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보화 예산 2조 707억원 중 대략 5%가 정보보호분야에 투입됐다. 정보화 순위는 1위인데도 정보보호 분야에 8∼10%를 투자하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매년 ‘게임 산업을 키우겠다.’며 수백억∼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중독자 예방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노력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온 것이다. ●부작용 대책도 중구난방 그나마 적은 예산은 기관별로 제각기 쓰이고 있다.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민간단체 등이 따로따로 부작용 예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게임 중독자 수, 게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 등 부작용 개선을 위한 기본적인 사항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위원회, 한국정보문화진흥원 등이 중독자 비율 등을 내놓고 있지만,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작게는 2∼3%부터 30∼40%까지 내놓는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관계자는 “게임 중독이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못지않게 심각한 병폐임에도 ‘게임 중독’의 개념조차 아직까지 명확하게 세우지 못한 게 사실”이라면서 “문제되고 있는 ‘아이템 거래 현황’도 주요 업체의 매출과 개인들이 하는 얘기를 듣고 대략적으로만 파악하고 있다.”고 실토했다. ●“사람이 죽는데도 큰일 터져야 대책” 문화관광부에서는 게임 문제 해결을 전담할 종합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니지에 빠져 직장까지 그만뒀다는 김모(27·여)씨는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했지만 믿고 털어놓을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다.”면서 “정신과를 찾은 친구들도 있지만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민태중(27)씨는 “게임에 빠져 파탄난 가정을 주변에서 숱하게 봤다.”면서 “몇해 전부터 문제가 불거졌는데도 큰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대책을 발표하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법으로 게임의 역기능을 막아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지난 13일 젊은이들의 온라인 게임중독을 막기 위해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할 경우 이를 규제하는 법규를 도입할 계획임을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업계 보안실태 훔친 주민등록번호로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했던 게임업체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9월 ‘리니지’에 5만명 이상의 명의가 도용된 사건이 적발됐음에도 주민등록번호 도용에 대한 적극적인 방지 노력은 없었다. 이번 사건이 터진 뒤에야 ‘휴대전화 인증제’의 부분 도입이 결정됐다. ●큰 사건 터져야 막는 것은 매한가지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측은 “전자 인증제를 검토하는 단계였으며, 지난해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 계정 도용을 막는 시스템을 올해부터 가동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번과 같은 ‘즉각적인 반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 가입이 ‘실명확인’만 거치면 손쉽게 이뤄지는 반면 탈퇴 절차는 훨씬 까다로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입 때는 나몰라라 하던 주민등록증 확인을 탈퇴 시에는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원하지도 않은 가입인데 탈퇴가 어렵다.”는 항의가 빗발치자 탈퇴 절차를 간소화시켜 홈페이지에서 바로 가능토록 변경했다. 더욱이 ‘리니지’와 같은 방식으로 계정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업체들이 상당수 있어 제2, 제3의 리니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제2, 제3의 ‘리니지 사태’ 가능성 커 넥슨이 새로 서비스를 시작한 ‘제라’의 경우 실명 확인 뒤 등록하는 절차가 리니지와 매우 흡사하다. 지난 15일 출시 당일 최고 동시 접속자수가 4만명을 돌파한 이 게임의 등록에는 아직 새로운 도용 검증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았다. 넥슨 관계자는 “아직 과금 제도가 결정되지 않아 계정 개설에 관한 대책을 세우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게임업계가 보안 관련 인력 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직원수가 700∼800명인 한 게임업체의 보안 전담요원은 5∼8명 수준이다. 많은 포털업체들이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 요원을 수백명씩 두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게임문화진흥팀장 김진석 과장은 “여러 가지 안전 시스템을 갖추기도 전에 회원수가 급격히 늘어나 생긴 부작용”이라면서 “개별 게임업체의 노력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정부와 게임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역기능 해소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중독자 대책은 없나 국내 게임산업은 ‘차세대 핵심 문화’와 ‘역기능 산업’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띠고 있다. 우리나라의 게임산업은 최근 들어 연평균 10% 내외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게임 중독자라고 할 수 있는 과몰입자는 100명당 3명꼴에 이른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4년 현재 게임이용자 중 과몰입자는 2.9%로 나타났다. 하루 2시간 이상의 게임이용자 중에는 조절능력 상실 등 병리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정보문화원은 인터넷을 많이 이용해 온 N세대가 20대 후반이 되면서 성인중독자도 상승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처럼 담배나 마약과 같은 중독성을 지닌 게임의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와 같은 타율적 규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게임업체의 자율적인 규제, 교육, 시민·사회단체의 참여 등이 휠씬 더 중요하다. 문화관광부 김정훈 서기관은 “건전한 게임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며 “‘게임에 중독되면 큰일 난다.’거나 ‘무조건 안 된다.’는 식의 일방적인 교육과 홍보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체험을 통해 스스로 느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문화부는 청소년 등 각 연령층에 맞는 게임문화 교육교재 개발·보급에 나섰다. 만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준비된 프로그램 체험을 통해 게임의 유해성을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했다. 또 올해 게임 중독 전문클리닉을 3∼5개 정도 시범적으로 지정, 운영할 계획이다. 대학, 시민단체, 게임업계 등과 연계해 상담 및 치료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산업발전과 건전한 게임 이용을 저해하는 아이템 현금거래 및 관련 불법행위 등에 대한 규제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런 장치와 별개로 게임업체의 자정노력을 주문했다. YMCA 시민중계실 김희경 간사는 “업체 스스로 필터링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성인인증을 철저히 하고 게임의 중독·유해성 등을 사전에 경고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아이템 현금거래 막아야 온라인게임 리니지의 대량 명의도용 사태가 발생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템을 온·오프라인에서 현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게임을 좀 더 즐기기 위한 수준이라면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를 도용해가며 대규모로 계정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게임 아이템 시장 규모는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아이템 시장은 2002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뒤 2003년 4000억원,2004년 7000억원 등으로 매년 급신장하고 있다. 아이템 거래사이트 관계자는 “거래되는 게임 아이템의 80% 이상이 리니지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매출은 1000억원 미만이다. 이처럼 게임 아이템이 돈이 되자 200개가 넘는 아이템 거래사이트가 성행중이다. 회원이 200만명이 넘는다는 I사는 리니지 아이템만 하루 1만건 이상(10억원) 거래된다고 밝혔다. 중국이나 국내에 전문 게이머들을 고용, 리니지 아이템을 대량으로 획득, 판매하는 이른바 ‘리니지공장’도 성행하고 있다.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을 사고 파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게임상에서 아이템을 현금으로 거래하거나 외부에서 구매한 아이템을 사용하다 적발되면 계정을 압류하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이뤄지는 현금 거래를 막을 권한이 없을 뿐더러 동시접속자가 최대 18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모든 사용자들의 아이템을 점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엔씨소프트측은 2002년부터 아이템 현금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해 달라는 ‘입법청원’을 벌여왔다고 밝혔지만 게임업체들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리니지 이용자들은 “리니지 이용자의 상당부분은 획득한 아이템을 팔기 위해 ‘노가다’를 하고 있다.”면서 “아이템 현금거래가 사라지면 리니지 인기도 시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관광부가 뒤늦게나마 아이템 현금거래 등 온라인 게임 역기능에 대한 종합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하면서 아이템 현금화 금지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일부 게임업체와 국회에서는 차제에 아이템 거래를 양성화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 관계자는 “아이템 거래는 네티즌들이 게임에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상호 거래하는 권리금의 개념”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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