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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일 남은 노동개혁법… 접점 못 찾는 勞政

    20일 남은 노동개혁법… 접점 못 찾는 勞政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경찰에 자진 출두해 체포됐다. 지난달 ‘1차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 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로 피신한 지 25일 만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노동 개악 저지’를 위한 총파업을 예고했다. 국회를 상대로 노동 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연내 일괄 처리를 요구하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는 집권 4년차 국정 운영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야 정치권은 입법권과 여야 합의, 국민 기대를 저버리는 ‘3포 국회’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경제 재도약과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정년 연장과 임금체계 개편,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등을 거듭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개문발차’ 식으로 정기국회 종료 이튿날인 이날부터 12월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했지만 새정치민주연합과 의사일정과 처리 안건 등에 대해 아무런 합의도 하지 못한 상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야당이 (민주노총과) 연대해 노동 개혁을 반대하는 것은 우리 경제를 망치겠다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국회는 청와대 말씀을 열심히 받아쓰는 자만 생존하는 국무회의나 청와대 비서관회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임시국회에서 노동 개혁 관련 법안, 기업활력제고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남은 숙제들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월 임시국회가 노동 개혁 등 쟁점 법안 처리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 의장이 이날 쟁점 법안에 대해 “직권상정은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만큼 여야 합의 처리 외에는 묘수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노동 5법·경제활성화법 장기 표류 위기… 朴대통령 “답답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청와대 회동을 통해 노동개혁 법안과 경제활성화 법안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추진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데드라인’으로 설정한 연말을 넘길 경우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을 넘어 추진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 있다. 이날 회동은 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공식 발표는 이날 오전에 이뤄졌지만, 청와대가 전날 오전에 새누리당 지도부에 연락해 회동 일정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동이 박 대통령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뜻이며, 여기에는 박 대통령 스스로 국정 현안에 대한 절박감을 갖고 있다는 ‘상황 인식’도 전제돼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해 “(법안이 제출된 지) 1437일이 됐다”,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처음 제출한 2001년부터 15년 동안 (국회 통과가) 안 되고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하며 여야의 협조를 촉구했다고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가 회동 후 브리핑에서 전했다. 김 대표와 원 원내대표는 브리핑 과정에서 박 대통령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안타까움을 표했다”고 수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실제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가 당초 이번 정기국회에서 합의 처리키로 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은 처리 일정조차 못 잡고 있다. 여야는 또 노동개혁 5대 법안을 합의 처리키로 했지만 여당은 ‘연내 처리’에 야당은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합의’에 방점을 찍고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박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국회 통과를 강력히 요구해 왔고, 노동개혁은 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인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의 요체이다. 연내 처리가 불발될 경우 내년 4월 총선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집권 4년차 국정 운영 동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국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챙긴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경제가 어렵다고 걱정만 하는데 걱정을 백날 하는 것보다 경제활성화법들, 노동개혁법들을 통과시키다 보면 우리 경제가 살아나고, 국민 삶도 풍족해지고, 가계부채 문제도 일자리가 많이 생겨 자연히 해소되는 거 아니겠느냐”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70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청년들이 학수고대하는 법’, 기업활력제고법은 ‘경제 체질이 튼튼해지는 법’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회동 내용은 진지했으나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박 대통령이 “정기국회 내내 애를 많이 쓰셨다”고 인사말을 건네자, 김 대표는 “애만 많이 쓰고 별로 시원찮아서…”라고 답해 분위기를 띄웠다. 원 원내대표도 “제가 요즘 별명을 하나 새로 얻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의 스토커라고 한다”면서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서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에 (야당에 합의) 도장을 받으러 졸졸졸 따라다니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여야 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박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와의 회동을 제안하거나, 반대로 국회 처리를 재차 압박하는 ‘고강도 메시지’를 추가로 제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이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간 정면 대립으로 내홍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야의 법안 처리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자칫 법안을 둘러싼 ‘정치 공방’으로 비화될 여지도 다분하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재계는 변혁 중] 롯데그룹

    [재계는 변혁 중] 롯데그룹

    ‘은둔의 기업’ 롯데가 1967년 창사 이래 올해만큼 세간에 회자된 적이 없다. 연초 잇따른 제2롯데월드 안전사고로 그룹 이미지가 타격받고 한여름엔 창업주 신격호(94) 총괄회장과 장·차남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신동빈(60) 회장은 연거푸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서기도 했다. 이 와중에 신 회장은 삼성의 화학사업을 3조원에 인수하는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키며 승부사 면모를 과시했다. 재계 5위로 우뚝 선 롯데가 지금의 성장통을 어떻게 극복할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맡은 2004년 이후 35건의 인수·합병(M&A)을 성공시켰다. 이렇게 불린 계열사가 83곳에 이른다. 롯데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면 유통 중심의 시너지군(群)과 화학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롯데그룹 전체 매출 81조원 가운데 유통이 43%인 35조원을 벌어들였다. 21%인 17조원이 화학부문의 실적이다. 롯데쇼핑을 주축으로 한 유통사업은 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 등 대부분의 채널을 확보하고 있다. 유통은 식품과 관광·서비스, 금융, 건설·제조업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 역할을 한다. 국내 시장의 포화와 내수 부진으로 유통업 성장이 정체되자 롯데는 2009년부터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일개 계열사는 미약하지만 뭉치면 힘이 생긴다”는 신 회장의 지론에 따라 중국 선양과 칭다오, 베트남 호찌민에 모두 5조원을 들여 복합단지를 개발 중이다. 롯데건설이 짓고 백화점, 호텔, 영화관, 테마파크, 쇼핑몰 등이 들어서는 거대한 제3, 제4의 롯데월드다. 화학은 롯데의 차세대 성장동력이다. 지금은 유통부문의 절반에 못 미치는 규모이지만, 지난달 인수한 삼성 화학계열사 3곳의 매출(4조 3000억원)을 합하면 21조원대로 껑충 뛴다. 롯데는 삼성의 화학사업을 인수하면서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고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개척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내년은 ‘원 롯데 원 리더’ 신동빈 체제를 평가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경영권 분쟁 마무리를 비롯해 호텔롯데 상장, 그룹의 숙원인 123층 롯데월드타워 완공 등 산적한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그만큼 그룹 사령탑인 정책본부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쟁 중에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대로 연말 있을 롯데 임원 인사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을 지켜야 하는 신 회장이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그룹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60대 이상 고참급 임원을 그대로 껴안고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그룹 정책본부장인 이인원(68)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 사이의 갈등을 중재할 유일한 인물로 꼽힌다. 정책본부 운영실장인 황각규(60) 사장은 각종 M&A를 주도한 인물로 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린다. 대외협력단장인 소진세(65) 사장은 신 회장의 국감 출석을 무탈하게 방어했다는 평을 받는다. 일각에서 지략가인 황 사장과 현장 경험이 많은 소 사장이 견해차로 충돌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오지만, 그룹 발전에 보탬이 되는 ‘긍정적인 갈등’이라는 시각도 있다. 계열사 사장 역시 유임에 무게가 실린다. 노병용(64) 롯데물산 사장은 내년 말까지 월드타워 완공이라는 중책을 수행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롯데쇼핑 대표를 맡은 이원준(59) 사장도 교체 가능성이 작다. 일부 문제가 됐던 계열사 대표 교체설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제기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을 빼앗긴 이홍균(60) 롯데면세점 대표(부사장)는 신 회장이 “(면세점 탈락은) 99%가 내 책임”이라고 언급해 ‘면죄부’를 받았다는 평가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권을 재승인받은 강현구(55) 롯데홈쇼핑 사장은 급한 불은 껐지만 최근 나온 재승인 취소설이 부담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사장단 인사의 핵심은 롯데쇼핑 대표의 교체 여부인데 신헌 전 사장이 사퇴하면서 지난해 말 대표들이 대거 이동해 올해 인사 요인은 적다”면서 “다만 그룹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핵심 계열사 대표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베이비붐 세대… ’ 19일 심포지엄

    ‘베이비붐 세대… ’ 19일 심포지엄

    한국정책재단(이사장 임태희)은 오는 19일 오후 1시 30분 경기 성남시 분당수서로 한국잡월드에서 ‘베이비붐 세대,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라는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연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안상훈 서울대 교수 등이 참석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국가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고 은퇴자의 경험과 경륜을 활용한 서비스 모델, 일자리 지원에 따른 경제적 기대효과 등에 대해 논의한다.
  • [정치이슈 Q&A] 친박발 개헌론 실체인가 허상인가

    [정치이슈 Q&A] 친박발 개헌론 실체인가 허상인가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일부가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수명을 다했다”면서 개헌론을 띄우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지난해 10월 개헌론을 꺼냈다가 하루 만에 청와대를 향해 사과했던 상황과 정반대 양상이다. 여권 내에서 금기시됐던 개헌론에 대한 족쇄가 풀릴지 주목된다. Q 친박계가 개헌론을 제기한 근본적 원인은. A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한계.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가 어렵다”고,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지난 12일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각각 공개적으로 밝혔다. 19대 국회 들어 국회선진화법 등으로 국정 운영 동력이 약화된 탓이다. 여기에 내년 20대 총선 후에는 정권 말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레임덕’(권력 누수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Q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세력인 친박계가 직접 나선 정치적 배경은. A 유력 대선주자가 없기 때문.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대선후보가 없는 현 시점이 개헌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고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그동안 ‘4년 중임 대통령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온 것과 달리 친박계 일부에서는 ‘이원집정부제’를 거론하고 있다는 게 차이다. Q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의 가장 큰 차이는. A 행정부 아닌 입법부 내 영향력 증대. 이원집정부제는 외치(外治)는 대통령이, 내치(內治)는 총리가 분담하는 방식이다. 또 대통령제에서는 정치적 연대의 대상이 여당을 제외한 야당끼리라면 이원집정부제에서는 여당이 제1야당을 제외한 제2, 제3의 야당과의 연정을 선택할 수 있다. 친박계로서는 국회 내 기반을 공고히 하고,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Q 홍 의원이 ‘대통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총리는 친박계 중진’을 띄우는 이유는. A 정치적, 개인적 관계. 개헌을 추진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는 있지만 아직은 친박계의 ‘전체 의견’으로 평가하기는 이르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13일 “이원집정부제는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홍 의원은 반 총장과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동창이기도 하다. Q 개헌론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A 개헌 자체보다는 시기가 문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개헌론에 대해 “민생 경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헌 자체에 대한 의견이라기보다는 개헌론이 제기된 시점의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노동개혁 등 주요 국정 과제를 매듭지은 뒤, 내년 총선이 끝난 뒤에 같은 입장을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만약 개헌을 추진한다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Q 개헌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A 반반. 개헌은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해야 한다. 국회(재적의원 3분의2 찬성)와 국민(전체 유권자 과반수 투표, 투표자 과반 찬성)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현재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인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도 개헌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문제는 개헌의 방향성이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정치적 셈법’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론이 공론화될 경우 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할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이유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野 국정화 저지 키워드는 ‘감성’

    野 국정화 저지 키워드는 ‘감성’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및 민생 챙기기를 투 트랙으로 ‘장기 투쟁’에 돌입한 새정치민주연합이 6일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7일 광화문광장 집회에 이어 열흘 만에 열리는 두 번째 장외 투쟁이다. 그동안 원내·외 병행 투쟁을 펼쳤던 새정치연합은 이날부터 국회 농성을 중단했지만, 국회 밖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문화제’를 개최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렸다. 빗속에서 열린 이날 문화제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 당원, 시민 등 100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행사 중간에는 예술 특수 중학교인 예원중학교 재학 시절 피아노를 전공했던 이종걸 원내대표가 직접 피아노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이 원내대표가 1980·90년대 학생 운동권에서 많이 불렸던 ‘상록수’, ‘그날이 오면’을 다소 서툰 솜씨로 연주하자 참석자들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연주가 끝나자 이 원내대표는 머쓱한 듯 “40년 만에 쳤다”고도 했다. 규탄 연설 순서에서는 문재인 대표만 마이크를 잡았다. 문 대표는 “정부·여당은 국정 교과서를 색깔론으로 밀어붙이다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자, 지금은 거꾸로 통일을 위해 국정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며 “만약 북한이란 존재가 없다면 새누리당 정권이 어떻게 존립할 수 있었겠는가. ‘적대적 공생’이라는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규탄사가 최소화된 문화제는 축하 공연, 시인 출신인 도종환 의원의 시 낭송, 국정화를 반대하는 시민 인터뷰 영상 상영 등으로 채워졌다. 강경 발언만 난무하는 기존 장외 집회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투쟁 방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갈수록 투쟁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강공 일변도 대신 국민 감성에 호소하는 문화제 방식을 택한 것이다. 자칫 투쟁이 정쟁으로 비쳐지는 것을 방지하고, 내년 총선까지 국정화 이슈를 장기화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한편 새정치연합은 국정화 저지 투쟁의 일환으로 정당 및 학계·시민사회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동투쟁기구를 출범시킬 계획이었으나 시민단체 등과 사전에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탓에 차질을 빚고 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안철수-비주류 심야회동 “이대로는 선거 못치러”

    안철수-비주류 심야회동 “이대로는 선거 못치러”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심야에 비주류 국회의원과 모였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프레임에서 탈피해 당의 혁신과 통합을 기치로 내건 비주류 모임인 ‘정치혁신을 위한 2020모임’ 멤버들이 5일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했다.  혁신을 고리로 새 비주류 결사체를 추진하는 의원들이 최근 낡은 진보청산을 외치며 문재인 대표와 각을 세우는 안 전 대표와 보조를 맞추면서 그동안 국정교과서 문제로 잠잠했던 당내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 조짐이다.  ‘2020모임’은 10여명 안팎의 결사체로 내주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안 전 대표는 5일 밤 여의도에서 김영환 강창일 김동철 노웅래 문병호 권은희 최원식 황주홍 등 비주류 의원 8명과 만나 당내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다가오는 총선이 어렵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계파간 차이를 극복하며 당이 살 길을 찾는데 주력하자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서도 야당이 힘이 없고 분열돼서 정부가 강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문병호 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요즘 당내 상황도 어렵고 해서 총선 승리를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우리도 자성하고 당이 좀 단합하고 하나의 목소리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욕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자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 참석자는 “이대로는 선거 못 치른다는 걱정하는 마음에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해 주류 세력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문 의원은 “비노는 그동안 모래알이다, 힘이 약하다 그런 지적들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늘 많은 분이 모였고 다들 개인이나 계파 이익보다 당의 승리를 위해 양보하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힘의 관계”라며 “대화하고 소통하고 양보하고 기득권을 내려놓을 생각이 있지만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리도 무기를 가지고 있어야 하니까 그런 것”이라고 덧붙엿다.  또 “다음에는 김부겸 전 의원도 ‘번개 모임’에 초청하고 당의 중요한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 하려고 한다”며 당내 주요 인사들과 두루두로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회동에서 주로 다른 의원들의 얘기를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앞서 국회에서 개최한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학생과의 간담회에서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대학생과의 간담회에서 “국민은 물갈이를 굉장히 바란다. 물은 제도나 문화, 관행이고 고기는 사람”이라며 “썩은 물에서는 좋은 고기가 금방 죽고, 썩은 물에 살 수 있는 고기만 산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소선구제가 바뀌지 않는 한 국회의원 300명 전원을 바꿔도 똑같다”며 “올해가 선거제도를 바꿀 동력이 드물게 생긴 기회인 만큼 조금이라도 낫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로의 후보단일화 결정에 대해 “대선 후보 양보가 제 평생에 가장 힘든 결단이었다”며 “대의를 위해 희생했다. 심약한 사람은 절대 못한다”고 말했다. 3년전인 지난 2012년 11월 5일은 대선 후보이던 안 전 대표가 문 후보와의 단일화를 제안한 날이다.  그는 전날 자신과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요구 공동성명에 대해 문재인 대표가 당과 함께 했으면 더 좋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개인이 아니라 두 사람이죠.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받아쳤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재인 “국정교과서에만 매달릴 순 없다. 경제·민생도 챙기겠다”

    문재인 “국정교과서에만 매달릴 순 없다. 경제·민생도 챙기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와 관련, “길게 내다보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에 대한)이 동력을 어떻게 잘 이끌고 갈 것인가 하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지만, 긴 기간 역사교과서에만 매달릴 수 없다”면서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로텐더홀 농성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역사 국정교과서를 기필코 저지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끝까지 다져야 한다”며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역사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긴 과정 동안 지치지 않고 끝까지 싸워 나가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정말 한심하고 개탄스럽다”며 “우리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살려내지 못한다면 야당으로서 자격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발언은 조만간 로텐더홀 농성과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을 접고 원내외 병행투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문 대표는 “정부·여당은 경제와 민생을 말할 자격이 없다”며 “경제·민생을 걱정하고 살리려는 의지가 있다면 이 중요한 시기에 민생과 아무런 상관 없는 역사 국정교과서문제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국력을 낭비하고 국민을 분열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역사 국정교과서를 반드시 막아내는 것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것을 함께 병행해서 성공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서울광장] 역사 쓰기 과거사 알기/주병철 논설위원

    [서울광장] 역사 쓰기 과거사 알기/주병철 논설위원

    유명한 역사학자 한 분이 어느 모임에서 참석자들에게 대뜸 6·25 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물었다고 한다. 놀랍게도 반반이 나왔다고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북침은 남한이 북한을 쳐들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쳐들어온 걸 남침이라고 표현했고, 북쪽이 남쪽을 침략한 것을 북침이라고 했을 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쟁의 한 단면을 보여 주는 사례다. 정치권의 이념 논쟁에 역사학계의 이해관계에 따른 셈법, 학교 현장의 주입식 교육의 문제 등이 얽힌 한국사 교과서 논쟁은 이렇게 복잡하다. 하지만 현행 교과서가 편향성을 배제한 것이라고 보지도 않지만 국정화가 최선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는 데 상당수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편이다. 적어도 미래 세대를 위해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는 당위성은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것이다. 그 대안이 국정화밖에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 국정화를 액면 그대로 생각해 보자. 우리의 역사를 왜곡되지 않고 알차고 바르게 기술한다는 전제가 있다면 국정화만 한 수단도 없다. 방대한 자료 수집과 연구에 드는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고, 훌륭한 집필진을 확보하는 일은 정부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데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게 만든 교과서와 출판사 중심의 검인정 교과서가 경쟁하면 결과는 뻔하다. 문제는 국정화 추진 의도에 대한 강한 불신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공식 발표한 정부는 다음달 5일 고시를 한 뒤 본격적으로 추진할 태세다. 지금으로선 신뢰와 리더십이 생명인 정부가 쉽게 물러설 것 같지는 않다. 방향을 정한 뒤 추진하겠다고 하면 하는 게 정부다. 일관성 없는 정책이 더 불신을 초래한다는 걸 정부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정화 추진에 대한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국정화는 곳곳에서 걸림돌을 만날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면 적어도 두어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 번째는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근현대사 부분을 빼는 것이다. 정말 불가피하다면 극히 일부분에 한해 넣어야 한다. 역사와 과거사는 분명히 구분돼야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평가와 판단이 정리된 부분이다. 과거사는 평가와 판단의 대상이다. 그 대상이 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당사자들이 멀쩡히 살아 있는 한 하지 않는 게 순리다. 그렇지 않고서는 누군가가 또 고치려 들 게 뻔하다. 근현대사는 아직 역사로서 영글지 않은 과거사이기 때문에 한국사 교과서에 포함하지 말고 사회과목 등에 넣어 학생들이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토론하고 배우도록 하면 된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수능시험에 내지 않으면 될 일이다. 예전에도 그랬던 적이 있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에는 역대 왕조의 정사(正史·정통 사서)로 인정되는 24사서(史書)가 있다. 청(淸)의 건륭제(1735~1795) 때 만든 것으로 명나라가 멸망한 1644년까지 기록하고 있다. 청나라가 망하고 새로 수립된 중화민국 정부 역시 원사(元史)와 청사고(淸史稿)를 갖고 있지만 정통 사서로 넣지는 않고 있다. 적어도 왕조가 끝나고 200년 가까이 지나지 않으면 정사로 기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로 치면 조선시대까지가 진짜 역사인 셈이다. 두 번째는 새 교과서 제작 기간이다. 정부는 2017년 3월 새 학기 시작 전까지 새 교과서를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한 나라 중 하나인 터키만 보더라도 방대한 자료 등을 촘촘히 수집·연구·정리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이 때문에 터키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의 궤적을 오롯이 담은 국정 교과서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한다. 이 정부 임기 내에 제대로 된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 내놓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역사는 좌우가 없다. 이를 둘러싸고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달려드는 건 우리밖에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가 아무리 잘 만들겠다고 약속해도 역사와 과거사를 구분 짓지 않는 한 국정화는 또 다른 편향성을 놓고 의심과 불신만 증폭시키게 될 거다. 정부가 국정화 추진에 대한 진정성을 인정받을 때 국정화는 추동력을 얻고 역사에 남을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 누구든 어떤 이유로든 역사를 모독한다는 소릴 들어서는 곤란하다. bcjoo@seoul.co.kr
  • 與 “민생” 野 “책임”

    새누리당이 승리한 10·28 재보궐선거 결과를 놓고 여야는 29일 희비 쌍곡선이 교차했다. 국회의원, 광역단체장 선거가 빠진 ‘초미니’ 재보선이었지만 교과서 국정화 대치 전선에서 후풍(後風)이 거셌다. ●새누리 “朴정부 정책 국민이 받아들인 것”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 체제가 지난해 7·30, 10·29 재보선에 이어 올해 4·29, 전날 재보선까지 4연승을 거둬 고무됐다. 세월호 참사, 성완종 리스트,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여론이 싸늘한 시점마다 치른 선거여서 더욱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시·도당별 여론조사를 통한 상향식 공천으로 ‘민심형’ 후보를 내세웠던 점을 주요 승인으로 분석했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승리로 국정 동력이 확보됐다”며 “민생에 집중할 때”라고 야당을 압박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를 낸 20곳 중 15곳의 승리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 개혁, 올바른 역사 교과서 필요성, 경제 회생의 호소를 국민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은 “심지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서도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됐다”며 “새정치연합은 국정 동반자로서 민생을 챙기는 자세로 돌아가라는 준엄한 명령을 국민이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정치연 일각 ‘문재인 책임론’… 文 거부 재보선 연패 고리를 끊지 못한 새정치연합 일각에선 지도부 책임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지만 문 대표 측은 단호히 거부했다. 비주류 수장 격인 박지원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에도 적당하게 넘어가면 내년 총선도 적당하게 진다. 문 대표가 대권가도로 가야 하는 결단을 내릴 때”라며 사실상 문 대표 사퇴를 압박했다. 안철수 의원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불리한 여건 속에서 치러진 선거지만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며 “앞으로 더 강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문 대표를 측면 겨냥했다. 그러나 문 대표 측 관계자는 “국정교과서 투쟁에 당력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불순한 의도”라고 반박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일본 지방재정 탐방(하)] 고령화 등 현안 배정받은 20분간 자유 질의·답변

    [일본 지방재정 탐방(하)] 고령화 등 현안 배정받은 20분간 자유 질의·답변

    회의실에 들어가기 전에 구의회 사무처 공무원이 다시 한번 주의를 줬다. “우산과 지팡이는 반입 금지입니다. 녹취와 촬영도 안 됩니다. 휴대전화도 꺼 주세요. 회의 도중 대화나 발언을 할 수 없습니다.” 뭘 이렇게까지 빡빡하게 하는 건지 답답함을 느끼며 일본 도쿄도 이타바시 구의회 회의실로 들어섰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일본 지방의회 결산심사를 견학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한국정부회계학회와 정부 관계자들을 압도했다. 지난 23일 이타바시 구의회 방문은 어렵게 성사됐다. 결산심사는 일본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결산심사장에는 외부인사 참관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의회에 한일의원연맹이 구성돼 있는데다,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던 나카무라 도라아키(中村虎彰) 구의원이 적극 주선해 준 덕분에 가능했다. 촬영은 물론 메모도 금지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지켜야 했다. 이타바시라는 이름을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판교’가 된다. 공교롭게도 경기 성남시에 있는 판교와 한자도 똑같다. 모두 널다리(널빤지로 만든 다리)에서 유래했다. 인구는 54만명으로 서울 노원구(58만명)보다 조금 적지만 구의원 숫자는 노원구의회(21명)의 두 배가 넘는 46명이나 된다. 자민당 15명, 공명당 11명, 공산당 9명, 시민클럽 6명, 민주당 4명, 무소속 1명으로 이뤄져 있다. 질문과 답변에 제한 시간을 두는 한국과 달리 구의원들은 각자 배정받은 20분 동안 자유롭게 질의하고 답변을 들었다. 이날은 이타바시 구의회 결산심사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토론이 더욱 활발했다. 모든 절차를 마친 뒤 구의원 대부분이 기립해서 결산심사안을 가결시켰다. 공산당 소속 구의원들은 기권했다.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을 견제하기엔 야당이 약했다. 올해 결산심사에서 가장 큰 현안은 고령화 대응과 지역마다 있는 공공회의장(집회소) 통폐합 문제였다. 가와구치 마사토시(川口雅敏) 구의원은 “구청에선 공공회의장을 통폐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구의원들은 주민 여론도 있고 해서 자기 지역구 안에 있는 회의실을 없애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는 내년 3월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라며 “이용률을 기준으로 없앨 곳은 없애야 한다고 본다”고 답했다. 또 다른 쟁점은 고령화 대책이었다. 나카무라 구의원은 “민관 협력을 통해 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는 방안을 많이 다뤘다”며 “나 역시 노인종합복지관 운영예산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고 소개했다. 이타바시는 현재 주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그는 “일본은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서 정부 힘만으론 대책에 한계가 있다”며 “구청에서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시민단체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방자치 역사가 오래됐다. 한국에선 동일한 기준에 따라 지방재정을 중앙정부가 관리하지만 일본은 지자체끼리도 정보 공유를 하지 않을 정도로 독립성이 강하다. 한국에선 최근 지방교부세 배분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추세이지만 일본은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고유 재원”이라며 인센티브 강화에 회의적이다. 반면 한국보다는 유연한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세입에서 지방채 비중이 높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한·일 간 지방재정제도를 연구하는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는 일본 지방자치의 원동력을 탄탄한 세입 기반, 그리고 자율성과 책임성을 살리는 재정 운용에서 찾았다. 그는 “불확실한 세입 기반이 한국 지방자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며 “자본 규모 등 외형 기준으로 과세하는 일본식 지방법인세 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본 역시 지역 간 불균형 해소가 현안”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부터 수평적 지방재정조정 제도 개혁을 실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도쿄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문재인 “TF 논란… 靑서 직접 운영” 원유철 “野 국민 분열 앞장서 답답”

    새정치민주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한 27일 국회 밖으로 나가 촛불을 들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교육·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국정교과서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는 당 소속 국회의원들과 시민 등 1000여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野 광화문광장서 첫 대규모 장외 집회 국정화 저지를 위해 그동안 1인 시위와 서명 운동에 주력해 온 야당이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연 것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표는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태스크포스(TF)’ 운영 논란과 관련, “황우여 교육부 장관의 뜻이 아닌 청와대에서 직접 운영한 것”이라며 “국정화 확정고시에도 굴하지 않고 집필 거부, 대안교과서 운동을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TF 사무실을 급습한 야당 의원들을 ‘화적떼’라고 비판한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향해서는 “막말한 것을 사과하고 최고위원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선봉에 내가 설 테니 새누리당과 모든 수구꼴통 보수 세력들은 나를 따르라고 했다”며 “친일 미화와 유신 찬양을 위해 박 대통령은 국민과 역사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비난했다. ●야당 지도부 오늘부터 순회 홍보 투쟁 수위를 놓고 고심하던 야당이 길거리로 나선 것은 국정화 최종 고시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저지 동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투쟁의 무게 중심을 장외에 둘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로 장외 투쟁을 장기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신 당 지도부는 28일부터 ‘역사 교과서 체험 투어 버스’를 타고 각 지역을 순회하며 국정화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기로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디딤돌 삼아 국정화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길거리에서 촛불시위를 부추기고 국민 분열을 앞장서는 야당의 행태에 숨 막히는 갑갑한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국정으로 국정 추동력 확보 나선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은 한국사 교과서에 관한 발언의 강도와 적극성의 정도가 1차적 관심사다. 국정화의 당위성을 피력하는 정도에 그칠 것인지, 대국민 호소로까지 나아갈 것인지에 따라 이후 정국의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현재 반대가 찬성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 여론의 흐름에 반전을 시도하려 한다면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그 무대로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평소 스타일로 볼 때 이번 시정연설을 정국 운영의 추동력을 배가하기 위한 기회로 사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22일 여야 지도부와의 ‘5자 회동’에서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터여서 시정연설은 좀더 적극적이고 세부적인 설득의 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한 박 대통령은 민생법안 처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미래세대’와 ‘청년일자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처음으로 3년째 계속되는 시정연설이지만, 국회는 여느 때보다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누리당은 시정연설을 통해 예산안·주요 법안 통과에 있어 여론 조성을 통해 야당을 압박하며 협조를 이끌어 내길 원하면서도 교과서 문제를 어떻게 다룰까 주시하고 있다. 시정연설이 연말을 지나 내년 초까지의 정국을 좌우할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역시 마찬가지다. 27일 아침 의원총회를 소집해 시정연설 참석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고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전했다. 한편 국회 관계자는 이날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 직전 20여분에 걸쳐 티타임 형식으로 여야 지도부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총대 멘 ‘무대’… 靑과 가까워지나

    총대 멘 ‘무대’… 靑과 가까워지나

    새누리당 김무성(얼굴) 대표가 최근 정국을 뜨겁게 달군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등 양대 쟁점에 총대를 메는 모습을 보이면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변화를 이끌어 낼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청와대 5자 회동에서 ‘(국정화는) 친일 미화, 독재 미화 교과서’라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참고 있는데 그만하라”고 박 대통령의 ‘호위 무사’를 자처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와 관련해서는 문 대표가 ‘(여야 대표의) 합의 내용을 대통령이 뒤집을 수 있느냐’고 따지자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기에 합의가 완전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버팀목’ 역할도 했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이러한 공조 체제는 올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던 당·청 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청와대는 현기환 정무수석을 통해 김 대표에게 정국 현안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으며, 이후 김 대표가 보여준 일련의 행보에 대해 사의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김 대표의 지원을 국정 운영의 동력으로 삼고, 김 대표는 여권 내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이해도 맞닿아 있다. 김 대표는 반환점을 통과한 남은 정기국회에서 박 대통령이 강조한 노동개혁 5개 법안과 경제활성화 3개 법안, 새해 예산안,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등에서 ‘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은 관심은 박 대통령과 김 대표 사이에 이른바 ‘핫라인’이 구축될지 여부다. 김 대표는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이나 현 수석과는 수시로 접촉하고 있음에도 박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대화는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물밑 소통 여부는 당·청 간 정치적 오해가 쌓일수록, 공천 룰을 둘러싼 잡음이 커질수록,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더욱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종북·좌파”… 與의 홍보 전략

    새누리당과 정부는 현행 교과서가 ‘좌파 편향적’으로 기술돼 있다는 점을 중·고교 역사 교과서 단일화, 사실상 국정화를 추진하는 첫 번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현행 중학교 역사 교과서(9종)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8종) 상당수가 종북 세력의 시각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학부모 세대를 대상으로 “우리 아이 역사 교과서를 보신 적이 있느냐. 한번 보시라”는 구호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젊은 층을 겨냥해서는 “균형 잡힌 역사 의식을 갖기 위해 역사 교과서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담은 동영상 제작을 검토 중이다. 검인정 교과서의 역사적 사실 왜곡, 오류 사례를 모아 정리한 사례집도 발간하기로 했다. 관련 세미나와 공청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1일 역사 교과서 정상화 추진 당정 협의에서 “좌편향 역사 교과서는 반한·반미·친북 성향 기술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고, 국민 주권에 근거한 헌법 대신 민중 주권에 근거한 김일성 주체사상과 계급투쟁론에 근거한 민중사관을 우리 아이들에게 교묘하게 주입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정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한국사가 필수과목이 된다는 점도 국정화 추진 동력으로 삼고 있다. 교과서가 단일화되지 않으면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8종 모두를 공부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역사적 사실이 교과서마다 서로 다르게 기술돼 있어 수능에서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여권의 ‘국정화 추진 논리’ 중 하나다.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A교과서는 구석기 시대가 100만년 전쯤부터 시작됐다고 하고, B교과서는 10만년 전, C교과서는 30만년 전이라고 기술하고 있다”며 교과서 단일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정화는 역사 교육의 다양성을 해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여권은 “공부를 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8종이 아닌 1종만 공부하기 때문에 교과서 한 권에 통합된 내용을 담는 것이 오히려 다양성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디지털 사회혁신의 현황과 발전방향 모색” 포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원장 송종국)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김흥남)과 공동으로 오는 14일 오후 2시부터 유네스코 회관 11층 회의실에서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위한 디지털 사회혁신의 나아갈 방향은?”을 주제로 “과학기술+사회혁신”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포럼은 최근 경제, 사회, 환경 등 각 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주목 받게 됨에 따라 최근 유럽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정책화되고 있는 ‘디지털 사회혁신’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각계 과학기술 전문가가 참석하는 이번 포럼에는 ▲김종선 STEPI 연구위원이 “시스템 전환을 위한 디지털사회혁신의 중요성”을, ▲김민수 ETRI 책임연구원이 “디지털 사회혁신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이재흥 비영리IT지원센터장이 “디지털 사회혁신 공공정책수립에 대한 시민사회 제언”을 각각 발표한다. 주제발표 후에는 송위진 STEPI 사회기술혁신단장을 좌장으로 구자덕 한국컴퓨터재생센터장, 이상돈 한국정보화진흥원 책임연구원, 임홍탁 KAIST 교수의 패널토론이 이어질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오늘의 눈] 역사교과서 국정화 오답노트의 재구성/장형우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역사교과서 국정화 오답노트의 재구성/장형우 사회부 기자

    자신의 믿음을 상대에게 설득하되 강요해선 안 된다는 상대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 사회 제도의 핵심은 다양성 보장이다. 다양성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하나의 개인과 집단은 오판(誤判)을 할 수 있지만, 여러 개인과 집단의 생각이 공론의 장에 자유롭게 펼쳐진 가운데 토론을 통해 서로 충돌하고, 때로 타협함으로써 내려진 공동체 전체의 결정은 잘못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인류사회는 제국주의와 전체주의로 인한 두 번의 세계대전과 이어진 냉전 등 값비싼 대가를 치른 뒤 이 평범한 원리를 깨달았다. 다양성 보장이 필수적인 영역은 학문과 교육이다. 19세기 최고의 수학자로 꼽히는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는 ‘직선 밖의 한 점을 지나 그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 존재한다’는 유클리드 기하학의 다섯째 공리를 부정함으로써 타원기하학과 쌍곡기하학의 기초를 세울 수 있었다. 오직 하나의 답만 존재할 것으로 여겨지는 수학에서조차도 다양성이 발전의 원동력이 되는데, ‘가치 있는 사실’을 ‘선택’하고 ‘해석’하여 과거를 재구성하는 역사학에서는 오죽할까. 한국은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하지만, 정작 일본은 2차 대전 패전 뒤 검인정 교과서 발행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극우파의 역사왜곡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 또 청소년기에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배웠기 때문에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를, 다나카 요시키는 ‘은하영웅전설’을 쓸 수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앞장서 추진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과정에서 교육 주체인 교사와 학생, 학계 등은 배제돼 있다. 헌법이 정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해치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위험한 것은 “학생들이 역사를 하나로 배워야 한다”는 도그마로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이다.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으면 교육부가 검정 과정에서 고치라고 지시하면 된다.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국정으로 역사를 배우라는 것은 부정이 있다고 민주주의의 본질인 선거를 없애자는 것과 같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10월 유신으로 대통령 선거를 없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해방 뒤 첫 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던 장본인이다. zangzak@seoul.co.kr
  • [사설] 여권 국감 이후 국정개혁에 올인해야

    올해 국정감사가 오늘 막을 내린다. 최악의 국감이라는 혹평답게 국감 기간 내내 잡음과 파행이 끊이지 않았다. 입법부의 행정부 견제라는 본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정치권은 공천룰과 선거구 획정 문제에 정신이 팔려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여야 대표가 공천룰과 재신임 논란 등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내년 4·13 총선과 관련해 가장 기초적인 선거구 획정과 공천룰조차 없는 상태라 국감 이후에도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는 빈손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태라면 국정 개혁마저 위태로운 지경이다. 현 정부는 임기 반환점을 돌아서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었다. 애초 중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정치쇄신, 복지 등에서도 체감할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제다. 집권 전반기 경기는 후퇴했고, 민생은 더 힘들어졌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나 싶더니 전·월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민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국감 이후 여권은 국정개혁의 동력을 다시 살려야 한다. 안심전화 국민공천제 도입 문제를 둘러싼 여권 내부 분열을 하루빨리 정리하고 공천특별기구 구성을 위한 인선에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말기를 바란다. 국정의 한 축인 여권이 내년 총선을 둘러싼 권력 게임에 빠져들수록 나라는 엉망이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은 그리 한가하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처음으로 2%대로 전망했다. 정부가 3.1%로 경제성장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국제사회는 저성장의 덫에 걸린 한국 경제를 그리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경제 살리기는 요원하고 청년 실업 문제도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렵사리 성공한 노사정 대타협은 아직 미완성이다. 공공·금융·교육개혁 등은 제대로 시작도 못 해 본 상황에서 곳곳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4대 개혁 완수와 경제활성화, 민생 챙기기를 위해서는 내각이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이다. 장관이 출마에만 온통 관심이 쏠려 있으면 업무 차질이 불가피하다. 관료들도 장관의 거취가 빨리 정리돼야 복지부동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청와대가 비서실 참모 가운데 출마 희망자의 사의를 수용하며 교통정리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 아니겠는가.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제 살리기 관련 법안과 4대 개혁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더욱 심각한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다. 벌써 국회의원들의 마음은 선거판에 가 있다. 당장 이번 정기국회만 끝나면 내년 초부터 총선 바람이 우리 사회에 몰아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2016년 총선 이후에는 정치권 전체가 2017년 대선 모드로 접어들 것이고 현 정부의 국정 개혁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커진다. 얼마 남지 않은 골든타임에 국정개혁의 속도를 내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 집권 여당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충돌] 강경한 靑 “총선 룰 급한 불 못 끄면 개혁 망친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충돌] 강경한 靑 “총선 룰 급한 불 못 끄면 개혁 망친다”

    30일 오전 8시를 조금 넘긴 시간까지만 해도 총선 룰에 대해 청와대는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낮 12시가 못 돼 ‘청와대 주요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5가지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뭔가 중요한 판단과 결정을 거쳤던 듯 보인다. 미국 뉴욕 방문을 마친 대통령 전용기가 착륙한 지 6시간 20분 만이다. 청와대는 일단 ‘총선 룰’ 문제가 국정의 발목을 잡을 만큼 여권 내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본다. “총선 공천 룰 갈등은 모든 현안을 삼킬 수 있는 ‘정치적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이날 청와대의 한 인사는 말했다. 청와대는 무엇보다 총선 룰 문제로 계파 갈등이 심화하면서 당·청 관계도 삐걱대 남은 하반기 국정과제의 추진 동력을 상실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는 최근 17년 만의 노사정 대타협을 국정의 주요 모멘텀으로 삼고 있다. 이후 노동 개혁 후속 조치와 교육 개혁 및 경제활성화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려 하고 있다. “내년 이후의 정치적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정치적으로 예민한 일들을 다룰 수 있는 시한은 사실상 올해까지가 아니겠느냐”는 게 그간 청와대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지난 7월 당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까지 이어진 ‘충돌’을 감수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청와대는 10월 이후의 외교 일정도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 외교도 여론의 지지가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정치 논란이 장기화되면 외교 역량에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 등을 위해 순방을 떠났을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상하이 개헌 발언’을 내놓았을 때도 이러한 이유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었다. 다만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김 대표가 뜻을 굽히지 않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갈등은 적어도 당분간 누그러지기 어려워 보인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한 청와대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노동개혁] “이기권 장관 고생하셨다” 이례적 격려한 朴대통령

    [노동개혁] “이기권 장관 고생하셨다” 이례적 격려한 朴대통령

    지난 15일 국무회의에 국무위원들에게는 다소 생경한 장면이 연출됐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노사정 대타협과 관련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고생하셨다”며 각별하게 격려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정 국무위원에 대해 그런 표현을 쓴 일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노동계를 비롯해 협상 당사자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청와대는 요즘 잇단 ‘호재’에 긴장 속에서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남북 관계와 외교에 이어 정부의 두 번째 개혁 과제였던 노동 개혁까지 ‘깔딱고개’를 넘으면서 여세를 이어 국정 동력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 국무회의 자리에서 박 대통령이 추석 대비를 위해 세세한 지시를 내린 것도 이런 맥락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무위원들이 추석을 앞두고 재래시장을 시찰 나가서 20만원어치만 사오면 상인들이 크게 실망한다. 100만~200만원어치는 사야 한다”고까지 언급, 회의장에 웃음이 터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AA-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는 뜻밖의 소식도 날아들었다. 민경욱 대변인은 16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 대치 상황도 있고 대내외 경제 리스크도 있는데 우리가 역대 최고 등급을 받았다”면서 “밖에서 우리를 보는 척도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대변인은 “다른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에 의하면 일본보다 (우리의 신용등급이) 위고, 피치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보다 우리가 위 등급”이라면서 “실제적으로 선진경제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데 이번 재평가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상향 조정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여론조사 업체인 리얼미터의 지난 14일 발표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1.7%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1.3% 포인트 오른 것으로 지난해 9월 넷째주에 51.8%를 기록한 이후 약 1년 만에 최고치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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