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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 역사교과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뺀다

    ‘6·25는 北의 남침’ 표현 유지 중·고교생들이 2020년부터 배울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빠졌다. 반면 6·25 전쟁과 관련해 논란이 됐던 ‘남침’(북쪽에서 남쪽을 침범)이라는 표현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번 집필 기준을 놓고 보수·진보 진영이 엇갈린 반응을 내놔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이념 논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수행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육과정 및 집필기준 시안’ 정책연구 최종 보고서를 2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최종 보고서에는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제외됐다. 이 표현은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11년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에는 포함됐다가 이번 평가원 최종 보고서에서는 빠지게 됐다.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는 유엔이 1948년 12월 한국의 독립 문제와 관련한 결의문 제195호에 나온 표현으로 해석을 둘러싸고 진보·보수 진영 간 논쟁이 이어져 온 사안이다. 남북한이 1991년 유엔에 동시 가입했으므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는 게 평가원 정책연구진의 입장이다. 아울러 지난 2월 공청회 이후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도 ‘자유’를 뺀 ‘민주주의’로 수정하고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이전의 표현도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기로 했다. 임시정부의 법통과 독립의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정책연구진은 6·25전쟁 서술과 관련해 기존 집필 기준인 ‘북한 정권의 전면적 남침으로 발발한 6·25전쟁의 전개 과정,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살펴본다’는 내용 중 ‘남침’이라는 표현을 빼는 수정안을 검토했다. 그러다 지난 2월 공청회를 통해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념 논쟁을 불러왔다. ‘남침’ 표현은 집필기준이 아닌 교육과정에 추가됐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6·25전쟁이 남침이라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라면서 “집필기준보다 상위 기준인 교육과정에 ‘남침’ 표현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최종 보고서 마련은 지난해 5월 31일 국정 역사 교과서가 폐지되면서 새로운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 마련 요구에 따라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평가원이 진행했다. 교육부는 역사학계의 중론과 여론을 고려하고 자체 구성한 교육과정심의회를 통해 평가원의 최종 보고서를 심의, 의결한 뒤 행정예고를 거쳐 7월 중 고시할 예정이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文 “적폐 문책, 중하위직에 불이익 안 돼”

    文 “적폐 문책, 중하위직에 불이익 안 돼”

    문재인(얼굴) 대통령은 10일 부처별로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활동과 관련, “정책상 오류가 중대한 경우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정부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책적 오류에 관여한 중·하위 공무원에 대한 처벌을 최소화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국정농단으로 규정하면서 교육부 실무집행자 10여명에 대해 ‘신분상 조치(징계·행정처분)’를 요구해 논란을 빚은 사례를 염두에 둔 언급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부처별 적폐청산 TF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일부 혼선이 있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어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데 있는 것이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면서 “명백한 위법 행위는 사법처리가 불가피하겠지만 단지 정책상 오류만으로는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부처는 그런 방침을 분명히 밝혀서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역사교과서 진상조사위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국정화 추진 관련자 25명을 수사 의뢰하고 공무원 10여명에게 신분상의 조치(징계·행정처분)를 하는 방안을 교육부에 권고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동호회 엿보기] 계급장 떼고 얘기 합시다, 일할 맛나는 교육부 위해

    [동호회 엿보기] 계급장 떼고 얘기 합시다, 일할 맛나는 교육부 위해

    ‘교육부 내부 문화나 문제에 대해 토론할 회원을 모집합니다.’2016년 11월, 교육부 내부 온라인 게시판에 낯선 내용의 모집 공고가 올라왔다. 20년차 공무원인 박진하(51·학교안전총괄과) 사무관이 올린 글이었다. 간혹 동아리 회원을 찾는다는 글은 올라오지만 야구, 낚시 등 업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동아리가 대부분이었다.# 갑갑한 조직문화 불평 대신 떠들고 개선책 찾기 박 사무관은 “교육부 내부 문화가 다른 부처에 비해 조금 경직됐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은데 노조 등 직원 입장을 모아줄 기구가 없어 늘 아쉬웠다”면서 배경을 설명했다. 조직 문화에 갑갑해하지만 말고 한 번 모여 떠들어보고, 개선책을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그렇게 5명이 모여 시작한 동아리 ‘일맛나’(일할 맛나는 교육부 만들기 모임)는 1년여 사이에 회원 수가 20명쯤으로 늘었다. # 소통법부터 국정교과서까지 ‘수요 토론회’ 주제로 일맛나 회원들은 매달 2·4주 수요일에 만나 조직 내부 문제를 토론 테이블에 올리고 의견을 나눈다. 지금껏 ‘우리는 왜 야근을 많이 해야 하나’, ‘부처 내 소통은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등을 놓고 토론했다. 4급부터 8급까지 다양한 직급이 모이지만, 토론할 땐 ‘계급장’을 떼어 놓는 게 원칙이다. 직급이나 직함 대신 이름에 ‘님’만 붙여 동등한 관계로 이야기한다. 다른 회원이 의견을 낼 때 처음부터 반박하지 않고 차분하게 듣는다. ‘브레인 스토밍’이 끝나면 의견 하나하나에 각자 견해를 덧붙이는 식으로 토론이 진행된다. 토론이 끝나면 주요 의견 등을 A4 용지 2장 정도에 담아 공유한다. 필요하면 장·차관실과 정책보좌관실, 인사과 등 상급자나 관련 부서에 전달한다. 일맛나 회원인 이준세(31) 학생건강정책과 주무관은 “다른 부처에서 교육부로 파견 오는 직원도 많은데 업무 팁을 전달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있었다”면서 “‘깨알 팁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해 장관께 의견을 전달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 토론서 나온 ‘직급별 협의회’ 실제 도입하기도 일맛나 회원들의 난상토론이 실제 조직 문화를 바꾸기도 했다. 교육부 내 각 직급을 대표하는 공무원들이 모여 내부 의견을 수렴하는 직급별 협의회를 구성한 게 대표적이다. 박 사무관은 “토론 과정에서 직급별 협의회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실제 일맛나 회원들이 주축이 돼 지난해 6월 협의회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또 일맛나 회원들의 건의로 올해 초에는 교육부 내부에 온라인 익명 게시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교육부 전체 모여서 공개 토론회 해보고파” 회원들은 이제 더 큰 토론 모임을 꿈꾼다. 일맛나 회장인 박 사무관은 “우리 회원뿐 아니라 교육부 구성원 전체가 모여 조직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공개 토론회를 해보고 싶다”면서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매달 한번씩 주제를 바꿔가며 수다를 떨어보는 게 다음 목표”라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국정 교과서 단죄, 교과서 개입 현 정권도 경계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 조사위원회’가 어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헌법 가치를 위반한 행위였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조사위는 국정화를 주도했던 이들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황우여·이준식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이 모두 포함됐다. 역사 교과서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치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지나간 일이더라도 엄중한 진실을 재확인하고 넘어가는 작업은 시대적 요구였다. 국정화 작업을 단죄하기 위해 미리 정해 둔 정치적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도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국정 교과서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정책이었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견을 달지 않는다. 두고두고 아프게 새겨야 할 반면교사다. 이런 사정인데 역사 교과서를 대하는 현 정부의 태도가 표리부동하다는 지적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난감한 일이다. 한 손으로는 정권이 역사를 독점하려 한 국정 교과서를 단죄하면서 한 손으로는 같은 과오를 빚고 있다는 우려가 들린다. 교육부는 내년 초등학교 6학년 국정 사회 교과서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광화문 촛불 집회 사진을 실을 방침이다. 촛불 집회로 전 정권의 대통령이 탄핵됐고 현 정부가 탄생한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더라도 교과서의 역사 기록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처리한다면 이전 정권의 국정교과서를 단죄할 자격을 스스로 잃는다. 더군다나 초등 사회 교과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국정본이다. 촛불 시위에 맞섰던 여론이 엄연히 존재했던 이상 사회적 논의나 합의 과정 없이 뚝딱 처리할 사안은 아니다. 진보·보수 진영의 쟁점인 건국 시점 관련한 표기도 그렇다. 1948년 8월 15일을 사전 논의 없이 어물쩍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꾼 것도 당당할 수 없는 문제다. 집필자조차 모르게 손질돼 “도둑 수정”이란 험한 소리까지 듣는다. 역사적 사실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 그 공간을 열어 두고 고민하게 해야 교육 자료로서도 진정한 가치가 있다. 정권이 달라졌다고 그때마다 입맛대로 바꾼다면 역사 교과서는 누더기가 된다. “내로남불” 혀 차는 소리가 역사 교과서에까지 들려서야 되겠는가.
  • 고석규 조사위원장, 결과 발표 후 “교육감 출마” 빈축

    고석규 조사위원장, 결과 발표 후 “교육감 출마” 빈축

    고석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장이 국정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몇 시간 뒤 “교육감에 출마하겠다”고 밝혀 처신 논란이 일고 있다.고 위원장은 28일 오후 3시 20분쯤 기자들에게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 발표’라는 이름의 자료를 보내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식 브리핑을 한 지 4시간여 만이다. 그는 자료 끝에는 “역사에 중차대한 일인 진상조사위원장을 맡아 진실을 밝히고자 했고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고자 한다”면서 “전남교육감 후보로 보수 진영도 포용하는 ‘스펀지 같은 교육감’이 되고자 한다”며 사실상 출마 선언을 했다. 논란이 일자 고 위원장 측은 약 1시간 뒤 교육감 관련 언급을 삭제한 자료를 다시 배포해 ”본인과 상의가 되지 않은 보도자료를 배포해 죄송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조사 결과 발표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의뢰 권고 여부를 번복해 논란이 일었다. 그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박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수사 의뢰를 권고하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교육부가 배포한 150쪽 분량의 결과 보고서에는 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 위원회는 이후 ‘박 전 대통령도 수사 의뢰 권고 대상’이라고 참고자료를 배포했지만 번복한 이유에 대해서는 ‘착각했다’거나 ‘확정되지 않았다’는 등 관계자마다 다른 답변을 내놨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국정교과서 朴정부가 기획·감독…교육부는 손발

    국정교과서 朴정부가 기획·감독…교육부는 손발

    “역사 제대로 안 배우면 혼 없어” 朴, 2013년 논설실장들에 피력 2회 여론조사 후 비밀TF 가동 2015년 ‘차떼기 여론조작’까지‘총감독은 박근혜의 청와대, 행동대장은 교육부.’ 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가 28일 발표한 국정화 추진 과정은 이렇게 요약된다. 검인정 체제로 발행되는 기존 역사 교과서 대부분이 ‘좌편향’이라고 생각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시켜 국정화를 기획했고, 교육부는 별다른 저항 없이 손발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의 발표 내용을 바탕으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과정을 재구성했다.“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않고 자라면 혼이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10일 언론사 논설·해설위원들을 만나 이런 말을 던졌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순간이다. 다음달인 8월에는 뉴라이트 등 보수 학자들이 쓴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독재 미화라는 비판 속에서 검정 심사를 통과해 논란이 됐다. 조사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그해 10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교과서를 바로잡으려면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전쟁에 임하는 자세로 나서야 박근혜 정권 5년 내에 좌파를 척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시기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의 시나리오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냈다. 2013년 10월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이학재 의원은 “국가적 통일성을 위해 역사 교과서는 국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고, 염동열 의원은 “(역사 교과서를 위한) 중립적 검정위원회를 만들거나 국정교과서로 가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2014년부터 노골화됐다. 교육부는 여론 기반을 다질 목적으로 두 차례 여론조사를 한다. 교육부는 산하기관인 한국교과서연구재단과 교육과정평가원에 여론조사를 맡기면서 비용도 지급하지 않았다. 형법상 직권남용 등이 적용될 수 있는 행위다. 청와대는 2015년 실무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옹호했던 김정배 당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장을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임명한 게 신호탄이었다. 비슷한 시기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에게 “교육부 내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교육부 2인자였던 김재춘 전 차관은 교육부 관료인 오석환씨를 단장으로 공무원 21명이 투입된 비밀 TF를 만든다. ‘차떼기’ 여론 조작도 이때 발생했다. 교육부는 2015년 10월 국정교과서 행정예고를 하면서 찬반 의견을 수렴했는데 동일한 양식의 찬성 의견서 1000여장이 트럭에 실려 무더기로 접수됐다. 조사위가 찬성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동일인이 100장 넘게 내기도 했고, 인적사항란에는 ‘이완용’, ‘조선총독부’ 등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언급하며 국정교과서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청와대는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가이드라인)의 세부 내용까지 치밀히 관여했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 기준을 만들던 2015년 9월 청와대 행정관이 21개의 ‘수정 요구’를 담은 문서를 교육부에 전달한다. ‘동학농민운동 관련 내용과 독립협회 활동의 한계를 담은 내용을 삭제해 달라’거나 ‘남북 평화 모색 활동과 관련한 내용도 없애 달라”, “(경제발전 과정과 관련한 항목에서) ‘사회 양극화’와 ‘환경오염’을 삭제해 달라”는 등의 요청이 담겼다. 또 “‘새마을운동 성과와 한계를 서술한다’는 문장에서 ‘한계’를 빼고 ‘의의’를 넣어 달라”고도 요청했는데 실제 편찬 기준에는 ‘새마을운동이 농촌 근대화의 일환으로 추진됐고 이 운동이 최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음에 유의한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청와대 의견 21건 중 18건이 편찬 기준 최종본에 반영된 것으로 조사위는 판단했다. 청와대는 또 우호 여론 조성을 위해 교수 102명의 국정화 지지 선언을 기획했고, 교육부가 시민단체 명의로 국정교과서 홍보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도록 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朴·김기춘 입맛대로…국정교과서 각본 짰다

    朴·김기춘 입맛대로…국정교과서 각본 짰다

    박근혜 정부 때 추진됐던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청와대가 치밀하게 기획한 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교육부,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직권남용 혐의로 추가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역사 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석규 조사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이 국정화를 독단적으로 결정해 추진했고 김 전 실장 후임인 이 전 실장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이 위법한 수단과 각종 편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위법 행위를 주도했거나 관여한 공무원과 민간인 25명에 대해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수사 의뢰 대상은 박 전 대통령과 김·이 전 실장, 서남수·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 김 전 교육문화수석 등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이성계 때 고려 강역도 계승…‘철령~공험진’까지 엄연한 조선 땅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이성계 때 고려 강역도 계승…‘철령~공험진’까지 엄연한 조선 땅

    조선왕조실록·세종실록 살펴보니 세종 압록강~두만강 확장은 가짜 4군6진 설치 일부 신도시 세운 것 현 국정·검인정교과서 ‘기재 오류’국정·검인정을 막론하고 현행 국사 교과서가 일본인 식민사학자들이 조작한 역사, 즉 ‘가짜 역사’를 추종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조선의 북방강역도 마찬가지다. 현행 교과서는 모두 세종 때 최윤덕과 김종서가 4군 6진을 개척해서 조선의 북방강역이 압록강~두만강까지 확장되었다고 쓰고 있다. 세종 전까지 조선의 국경선은 압록강~두만강까지도 아니었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 때 만든 중학교 국정교과서는 “세종 때 최윤덕과 김종서에게 4군6진을 설치하게 하고 충청·전라·경상도의 주민을 이주시켜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영토를 개척하였다”라고 쓰고 있다. 현행 검인정교과서도 다르지 않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삼화출판사)는 “세종 때에는 4군과 6진을 설치하여 압록강과 두만강을 경계로 오늘날과 같은 국경선을 확정하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출판사만이 아니라 모든 검인정 교과서가 마찬가지다. 교과서 편찬 기준이 이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조선의 북방강역에 대한 1차 사료는 ‘조선왕조실록’이다. 실록은 조선의 북방강역에 대해 어떻게 서술하고 있을까. ‘태조실록’은 태조 4년(1395) 12월 14일자에서 “의주(義州)에서 여연(閭延)에 이르기까지의 연강(沿江) 천 리에 고을을 설치하고 수령을 두어서 압록강을 경계로 삼았다.…공주(孔州)에서 북쪽으로 갑산(甲山)에 이르기까지 읍(邑)을 설치하고 진(鎭)을 두어…두만강을 경계로 삼았다”라고 쓰고 있다. 태조 이성계 때 이미 압록강~두만강 연안에 읍과 진을 두어 다스렸다는 뜻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세종 때 압록강~두만강까지 국경을 확장했다는 현재의 교과서 내용에 대해 ‘가짜 역사’라고 수없이 말하고 있다. 세종 때 최윤덕이 개척한 4군의 끝이 여연(閭延)이고 김종서가 확장한 6진의 끝이 경원(鏡源)이다. 그러니 현행 교과서의 논리대로라면 최윤덕, 김종서의 북방 개척 이전까지 여연과 경원은 조선의 강역이 아니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인용한 ‘태조실록’ 4년 12월조는 여연이 이미 태조 이성계 때 조선 강역이었다고 쓰고 있고 같은 ‘태조실록’ 재위 7년(1398) 2월 3일자도 ‘경원부는 부사(府使) 1명을 두고 영사(令史) 10명, 사령 20명 등을 둔다’고 기록하고 있다. 경원은 태조 이성계 때부터 이미 부사를 파견해 다스리던 조선 강역이었다. ‘태조실록’ 7년(1398) 2월 16일자는 동북면도선무사 정도전이 경원부에 성을 쌓았다고 기록하는 등 태조 때 이미 조선 강역이라고 거듭 말하고 있다.●태종과 영락제의 국경조약 더 중요한 것은 조선의 북방 경계가 압록강~두만강도 아니라는 점이다. 태조 이성계는 재위 1년(1392) 7월 28일 즉위 조서에서 “국호는 그전대로 고려라 하고 의장(儀章)과 법제(法制)는 한결같이 고려의 고사(故事)에 의거한다”고 말했다. 고려의 의장과 법제를 계승했다는 말은 고려의 강역도 계승했다는 뜻이다. 태조 이성계를 비롯해서 정종·태종·세종 등은 모두 고려의 북방 강역이 현재의 요령(遼寧)성 심양(瀋陽) 남쪽 철령(鐵嶺)과 흑룡강(黑龍江)성 목단강(牧丹江)시 남쪽 공험진까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특히 태종은 이 국경선을 명나라 영락제로부터 다시 확인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태종은 재위 4년(1404) 5월 19일 예문관 제학(藝文館提學) 김첨(金瞻)과 왕가인(王可仁)을 명나라 수도 남경에 보내 두 나라 사이의 공식적인 국경선 획정을 다시 요구했다. “밝게 살피건대(照得), 본국의 동북 지방은 공험진부터 공주(孔州)·길주(吉州)·단주(端州)·영주(英州)·웅주(雄州)·함주(咸州) 등의 주(州)인데, 모두 본국의 땅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태종은 명나라 영락제에게 공험진 남쪽 땅에 대해서 설명했다. 고려 고종 45년(1258) 12월 고려의 반역자 조휘와 탁청 등이 압록강 북쪽~두만강 북쪽 땅을 들어 원나라에 항복하자 원나라에서 그곳에 쌍성총관부를 설치했지만 공민왕이 재위 5년(1356) “공험진 이남을 본국(本國·고려)에 다시 소속시키고 관리를 정하여 다스렸다”는 것이다. 이후 명나라가 심양 남쪽 지금의 진상둔진(陳相屯鎭)에 철령위를 설치하려 하자 고려 우왕이 재위 14년(1388) 밀직제학 박의중(朴宜中)을 명 태조 주원장에게 보내 “공험진 이북은 요동에 다시 속하게 하고 공험진부터 철령까지는 본국(고려)에 다시 속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명 태조 주원장이 “철령 때문에 왕국(고려)에서 말이 있다”면서 철령~공험진까지를 그대로 고려 강역으로 인정했다는 설명이었다. 태종은 김첨에게 압록강 북쪽 철령과 두만강 북쪽 공험진이 본국(本國·고려 및 조선) 강역이라는 시말을 자세히 적은 국서와 지도까지 첨부해서 영락제에게 보냈다. ●여진족들의 귀속권 문제는 압록강 북쪽~두만강 북쪽에 사는 여진족들의 귀속 문제였다. 여진족들이 세운 금(金)나라가 원나라에 붕괴된 이후 국가가 없었으므로 명나라에서 여진족들도 사는 이 지역을 자국령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이 지역에는 삼산(參散) 천호(千戶) 이역리불화(李亦里不花) 등 여진족 10처 인원(十處人員)이 살고 있었다. 처(處)란 여진족들로 구성된 집단 거주지역을 뜻한다. 이역리불화는 이화영(李和英)이란 조선 이름도 갖고 있었는데 조선 개국 1등 공신이자 이성계의 의형제였던 이지란(李之蘭)의 아들이었다. 태종은 이 여진족들은 조선에서 벼슬도 하고 부역도 바치는 조선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삼산 천호 이역리불화 등 10처 인원은 비록 여진 인민의 핏줄이지만 본국 땅에 와서 산 연대가 오래고…또 본국 인민과 서로 혼인하여 자손을 낳아서 부역(賦役)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그곳에 살고 있는 여진의 남은 인민들을 전처럼 본국(本國·조선)에서 관할하게 하시면 일국이 크게 다행입니다.” 국서와 지도를 가지고 명나라에 갔던 김첨이 돌아온 것은 다섯 달 정도 후인 태종 4년(1404) 10월 1일이었다. 김첨은 영락제의 칙서를 받아 돌아왔다. “상주(上奏)하여 말한 삼산 천호 이역리불화 등 10처 인원을 살펴보고 청하는 것을 윤허한다. 그래서 칙유한다.” 삼산 천호 이역리불화 등 10처 인원이 사는 요동땅이 조선 강역임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로써 조선과 명나라의 국경선도 철령과 공험진이라는 사실이 영락제에 의해 재차 확인되었다. 태종은 조선과 명의 국경선이 심양 남쪽 철령부터 두만강 북쪽 공험진까지로 확정된 사실을 크게 기뻐하고 계품사 김첨에게 전지(田地) 15결을 하사했다. 세종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은 재위 8년(1426) 4월 근정전에서 회시(會試)에 응시하는 유생들에게 내린 책문(策問·논술형 과거)에서 “공험진 이남은 나라의 강역이니 마땅히 군민을 두어서 강역을 지켜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 서술하라고 명령했다. 세종 때에야 조선의 국경선이 압록강~두만강까지 확장되었다는 현행 국정·검인정교과서로 배운 학생들이라면 100% 낙방했을 것이다. ‘세종실록’ 21년(1439) 3월 6일자에 명 태조 주원장이 “공험진 이남 철령까지는 본국(조선)에 소속된다”고 했다고 기록한 것처럼 조선의 국경은 압록강 북쪽 철령부터 두만강 북쪽 700리 공험진까지였다. 최윤덕, 김종서 등은 조선 강역 내에 일부 신도시를 세운 것이지 강역을 확장한 것이 아니다. 아직도 이케우치 히로시가 조작한 고려, 조선의 북방강역을 교과서로 가르치는 나라, 역사학자가 아니라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으로서도 크게 부끄러워하고 분노해야 할 일이다. 국사편찬위원회와 교육부 등 당국자들의 책임은 말할 것도 없다.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압록강 서북쪽 ‘철령’은 요동… 일제때 함경남도 안변이라 우겼다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압록강 서북쪽 ‘철령’은 요동… 일제때 함경남도 안변이라 우겼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자국사가 암기과목이 된 유일한 국가일 것이다. 국정·검인정을 막론하고 교과서에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많으니 따지지 말고 외우는 것이 점수 잘 맞는 유일한 방법이 됐다. 철령의 위치도 그중 하나다. 고려 우왕 14년(1388) 명나라에서 철령위(鐵嶺衛)를 설치한 것은 한국사의 줄기를 바꿔 놓았다. 이에 반발한 우왕과 최영이 요동정벌군을 북상시켰는데,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해 조선을 개창했기 때문이다. 조선 개창의 계기가 된 철령위에 대해서 현재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고려 후기 명나라가 안변(安邊), 곧 철령 이북의 땅에 설치하고자 했던 직할지”라고 설명하고 있고 국정·검인정 교과서도 이를 따르고 있다. 명나라가 철령위를 설치한 곳이 함경남도 안변이란 것이다. 철령위를 설치한 곳은 동쪽인 함경남도 안변인데, 정작 고려군사는 왜 동쪽이 아니라 북쪽인 요동으로 향했을까? 앞뒤가 안 맞으니 따지지 말고 외우는 수밖에 없다. ●철령 두고 다투는 주원장과 고려 우왕 철령은 명나라의 정사인 ‘명사’(明史)에 다수 나온다. ‘명사’ ‘조선열전’은 철령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이보다 앞서 원나라 말기에 요심(遼瀋:요양과 심양)에서 병란(兵亂)이 일어나자 백성들이 난을 피해 고려로 이사했다. 황제(명 태조 주원장)가 고려의 말을 사는 기회에 수색령을 내리자 요심 백성 300여호가 돌아왔다.”(‘명사’ ‘조선열전’) 원나라 말기 요령성 일대에서 병란이 일어나자 백성들이 고려로 이주하면서 철령의 귀속 문제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시작부터 요령성에서 발생한 이야기지 함경남도에서 발생한 이야기가 아니다. 명 태조 주원장은 홍무(洪武) 20년(1387) 12월 우왕에게 국서를 보내 이렇게 통보했다. “철령 북쪽과 동서의 땅은 예부터 (원나라) 개원로(開元路)에 속해 있었으니 (명나라) 요동에서 다스리게 하고, 철령 남쪽은 예부터 고려에 속해 있었으니 본국(고려)에서 다스리라. 서로 국경을 확정해서 침범하지 말라.”(‘명사’ ‘조선열전’) 주원장이 철령의 동서북쪽은 명나라 땅이고, 남쪽은 고려 땅이라고 통보하자 우왕은 요동정벌군을 북상시키는 한편 재위 14년(1388) 4월 표문을 보내 “철령 땅은 실로 우리 조상 대대로 지켜왔으니 예전처럼 고려 땅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주원장은 “고려는 예전에 압록강(鴨綠江)을 경계로 삼았는데 지금은 철령이라고 꾸미니 거짓임이 분명하다”면서 불화의 단서를 만들지 말라고 받아쳤다. 압록강이 고려 경계라는 주원장의 말은 압록강 서북쪽이 명나라 땅이라는 주장이지 함경남도가 자국령이라는 주장이 아니다. 두 임금은 압록강 서북쪽을 가지고 다투는 것이지 함경남도는 관심 사항 자체가 아니다. 주원장은 철령을 개원로(開元路) 소속이라고 말했는데, 개원로는 원나라가 요동지역을 다스리기 위해 설치했던 관청이다. 그 치소(治所·다스리는 관청)를 중국에서는 지금의 길림(吉林)성 장춘(長春)시 북쪽 농안(農安)현으로 보고 있다. 주원장이 고려 국경선을 압록강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은 고려 고종 45년(1258)의 사건에 있다. 이해 고려의 반역자 조휘(趙暉)·탁청(卓靑) 등이 화주(和州) 이북의 땅을 들어서 항복하자 원나라는 여기에 쌍성총관부(雙城摠管府)를 설치하고 자국령으로 삼았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자국사가 암기과목이 된 유일한 국가일 것이다. 국정·검인정을 막론하고 교과서에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가 많으니 따지지 말고 외우는 것이 점수 잘 맞는 유일한 방법이 됐다. 철령의 위치도 그중 하나다. 고려 우왕 14년(1388) 명나라에서 철령위(鐵嶺衛)를 설치한 것은 한국사의 줄기를 바꿔 놓았다. 이에 반발한 우왕과 최영이 요동정벌군을 북상시켰는데, 이성계가 위화도에서 회군해 조선을 개창했기 때문이다. 99년 후인 공민왕 5년(1356) 5월 공민왕은 이 땅을 되찾기 위해 평리(評理) 인당(印)을 서북면병마사(西北面兵馬使)로 삼아 “압강(鴨江:압록강) 서쪽 8참(站)을 공격”하게 하고, 밀직부사(密直副使) 유인우(柳仁雨)를 동북면병마사(東北面兵馬使)로 삼아 두만강을 건너게 했다. 이 구강수복전쟁으로 고려는 압록강~두만강 북쪽의 옛 강역을 수복했는데, 명 태조 주원장이 압록강 서북쪽에 철령위를 설치하자 우왕이 반발한 것이다.●중국 사료가 말하는 철령의 위치 ‘명사’ ‘지리지’에 따르면 철령위는 둘이 있다. 하나는 주원장이 홍무 21년(1388) 옛 철령성에 설치했던 ①철령위다. 또 하나는 고려의 반발에 밀려 홍무 26년(1393) 북쪽의 옛 은주(銀州)로 이전한 ②철령위다. ①·② 두 철령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 ‘명사’ ‘지리지’는 철령의 위치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철령 서쪽에는 요하(遼河)가 있고 남쪽에 범하(汎河)가 있다. 또 남쪽에 소청하(小河)가 있는데, 모두 요하로 흘러들어간다.” 철령이 함경남도 안변이면 그 서쪽이 랴오닝성 요하일 수는 없다. 또한 근처의 모든 강이 요하로 흘러갈 수도 없다. ‘명사’ ‘지리지’는 또 ①철령위에 대해서 “봉집현(奉集縣)이 있는데, 즉 옛 철령성으로서 고려와 경계를 접하고 있다. 홍무 초에 현을 설치했다가 곧 폐지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려와 경계를 접했다는 봉집현이 명나라에서 ①철령위를 설치했다가 고려의 반발 때문에 폐지한 철령이라는 설명이다. 봉집현의 위치는 ‘요사’(遼史) ‘지리지’에 나온다. 거란족이 세운 요(遼:916~1125)나라 ‘집주(集州)·회중군(懷衆軍)’에 봉집현이 있었는데, 원래는 발해가 설치한 현이라는 것이다. 중국학계는 ①철령위가 있던 봉집현을 현재 심양(瀋陽) 동남쪽 55㎞ 진상둔진(陳相屯鎭) 산하 봉집보(奉集堡)로 보고 있다. 요령성 본계(本溪)시 조금 북쪽인데, 이 일대는 원래 철광(鐵鑛)으로 유명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철령(鐵嶺)이란 이름으로 불린 것이다. 중국 학계에서도 요령성 진상둔진이라는 철령위를 한국 학계는 함경남도 안변이라고 우긴다. ‘요사’ ‘지리지’는 또 봉집현이 속해 있던 집주·회중군은 “한나라 때는 요동군 험독현(險瀆縣)에 속해 있었다”고 말한다. 요령성 진상둔진이 위만 조선의 도읍지 자리에 세운 한나라 요동군 험독현 자리라는 기록인데, 한국 학계는 위만조선의 도읍지를 지금의 평양이라고 우긴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명나라는 요령성 진상둔진에 ①철령위를 설치했다가 고려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홍무 26년(1393) 심양 북쪽의 고 은주(銀州)로 이전하고 ②철령위를 설치했다. ②철령위는 현재 심양 북부에 있는 철령(鐵嶺)시 은주구(銀州區)다. ①철령위나 ②철령위나 모두 요령성 내에 있었다. ●후세 교육까지 망치는 식민사관 여진족이 세운 금(金·1115~1234)나라의 정사인 ‘금사’(金史) ‘지리지’는 “봉집현은 본래 발해의 옛 현이다. 혼하(渾河)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혼하는 심양과 본계 사이를 흐르는 강이다. 중국 사료들은 주원장이 1388년 설치했던 ①철령위는 심양 남쪽 진상둔진이고, 1393년 이전한 ②철령위는 심양 북쪽 철령시 은주구라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이케우치 히로시는 1918년 ‘조선 우왕 때의 철령 문제’에서 함경남도 안변을 철령이라고 우겼다. 안변 남쪽에 철령(鐵嶺)이라는 고개가 있는 것에 착안한 대사기극인데, 이를 조선총독부의 이나바 이와기치, 조선사편수회 간사이자 경성제대 교수인 쓰에마쓰 야스카즈가 뒤를 따랐다. 그리고 “일본인 스승님들 말씀은 영원히 오류가 없다”라는 한국 역사학자들이 100년째 추종 중이다. 나아가 이 사기극을 국정·검인정 교과서에 실어서 미래 세대들의 정신세계까지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 선조들의 피 서린 강토와 역사를 팔아먹고, 나라의 미래까지 팔아먹고 있건만 이를 바로잡아야 할 책임 있는 당국자들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인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 [씨줄날줄] 고은과 ‘여론’ 교과서/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고은과 ‘여론’ 교과서/황수정 논설위원

    성 추문에 휩싸인 고은 시인이 결국 중·고교 교과서에서도 퇴출된다. 손주뻘들이 공부하는 교과서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성 추문으로 흔적이 지워진다는 사실은 그지없이 초라하고 볼품없다. 시인 본인에게도 그 어떤 징벌보다 비참하고 쓰라릴 처분이 아닐까 싶다.중·고교 검정교과서들 중에 고은 시인의 작품이 실린 사례는 26건. 이들을 게재한 출판사들은 오는 5월까지 문제의 부분들을 교체하거나 삭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어느 한 곳도 예외는 없다. 검정교과서는 국정교과서와 달라서 민간 출판사가 자율로 만든 뒤 검정 심사를 받는다. 내용 수정의 권한은 출판사와 저자들에게 있다. 교육부가 최종 승인을 하면 바뀐 내용은 학교로 전달되고 일선 교사들은 그에 맞춰 수업을 하게 된다. 시인의 추락에는 변명이나 두둔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미투의 성난 여론 한켠에 조심스럽게 반문하는 시각이 없지는 않다. 작품의 예술성과 작가의 도덕성을 반드시 동일시 해야 하느냐의 문제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교과서들에서 득달같이 퇴출되는 과정은 석연찮기도 하다. 검정교과서의 내용은 출판사에 결정권이 있다. 그렇다고 교육부의 의중을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출판사는 없다. 사태를 관망했던 교육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투 운동 지지 발언을 하자 출판사들에 교체 여부를 결정하라고 요청했다. 사실상 가이드라인이었다는 후문이 들린다. 교과서 논란은 이즈음 또 있다. 초등 6년생들의 국정 사회교과서에서는 1948년 8월 15일이 ‘대한민국 수립’으로 기술됐다가 느닷없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뀌었다.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을 건국 시점으로 보는 진보 정권의 견해가 반영된 결과다. 교과서 집필 책임자가 배제된 채 졸속으로 변경돼 소란은 더하다. 두 사안은 크게 다른 듯하지만 쟁점은 닮은꼴이다. 교과서가 이념을 투사하는 도구, 사회 감정을 실시간 반영하는 온도계일 수 있는가의 논란이다. 침묵하는 다른 목소리들을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고은 시인을 혹독하게 단죄하는 방법은 어쩌면 그를 교과서 갈피갈피에 오래오래 머물게 하는 것일 수 있다. 교과서 퇴출로 잊히게 하는 것은 가장 간단한 면죄부일 수 있다. 18세 선거권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현실이다. 문학 작품과 작가의 성 윤리를 학생들 스스로 고민해 볼 기회를 넘겨주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일까. 문학과 사회 문제를 넘나드는, 의미 있는 교육적 메타포는 결코 될 수 없는 것일까.
  • [영상]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중 9%만 해결됐다

    [영상]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중 9%만 해결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1년을 맞아 촛불집회 주역들이 촛불이 남긴 100대 개혁 과제를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기록기념위원회는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권이 교체된 지 10여개월이 지났지만 촛불의 요구 과제는 9%밖에 해결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박석운 퇴진행동 기념위 공동대표는 “지난해 국회가 즉각 반영해야 할 우선 과제로 제시한 6대 긴급현안 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중단을 빼면 세월호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사건 진상규명, 국정교과서 폐지, 성과퇴출제 등 노동개악 중단, 언론장악금지법 처리 등 5개 현안이 해결됐거나 해결 중에 있다”고 평가했다.그러나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난해 2월 발표한 100대 과제 중에선 단 9개만이 해결됐고, 39개의 과제는 진척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으로 권력형 성문제가 부각되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임금 차별, 차별금지법 제정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촛불집회의 사회를 맡았던 박진 퇴진행동 기념위 촛불백서 팀장은 “촛불집회에서 광장의 승리를 맛본 사람들의 목소리가 미투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퇴진행동 기념위는 국회시민정치포럼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탄핵을 넘어 새 시대를 향한 입법 및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도 열었다. 박명림 연세대 정치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촛불시위-촛불탄핵-촛불대선을 잇는 마지막 단계는 촛불개혁”이라면서 “핵심 과제인 입법과 개헌이 이루어져야만 성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퇴진행동 기록기념위는 오는 5월 18~19일, 24일에 각각 촛불기념 학술토론회와 국제토론회를 개최한다. 준비 중인 촛불백서와 촛불기념조형물, 촛불 다큐 영화도 5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고려는 함경남도 남부까지?… 총독부 학설로 끌어내린 2000리

    [이덕일의 새롭게 보는 역사] 고려는 함경남도 남부까지?… 총독부 학설로 끌어내린 2000리

    역사학은 사료로 말하는 학문이다. 검경의 수사나 법원의 재판이 증거로 결정 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료는 크게 1차 사료와 2차 사료로 나눈다. 1차 사료가 당시에 쓴 직접 증거라면 2차 사료는 1차 사료를 가지고 쓴 저술 등으로서 간접 증거다. 당연히 1차 사료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고려사에 대해서는 ‘고려사’(高麗史)와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가 기본적인 1차 사료다. 고려와 같은 시대였던 나라들의 정사(正史)인 ‘송사’(宋史), ‘요사’(遼史), ‘금사’(金史), ‘원사’(元史), ‘명사’(明史) 등도 1차 사료다. 또한 고려 인종 원년(1123)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도 직접적인 목격담이니 1차 사료다. 고려사에 대해 연구할 때는 이런 1차 사료들이 기준이 된다.●윤관의 9성이 함경남도? 박근혜 정권 때 만든 국정교과서나 현행 검인정 교과서를 막론하고 고려의 북방 경계는 압록강 서쪽에서 함경도 원산 부근의 함흥평야라고 설명하고 있다. 동북아역사재단에서 국고 47억원을 들여 만들다 폐기된 ‘동북아역사지도’와 ‘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마찬가지였다. 고려는 서북방에 북계(北界), 동북방에 동계(東界)라는 두 행정구역을 두어 관할했는데 이들은 동북방 동계의 북쪽 끝을 함경남도 남부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려는 만주는커녕 한반도도 3분의2밖에 차지하지 못한 작은 나라이고, 이들에게 세뇌된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이들은 예종 2년(1107) 평장사(平章事) 윤관(尹瓘)이 여진족을 몰아내고 설치한 9성이 함흥평야 부근이라고 주장한다. 나아가 원(元)나라가 설치한 쌍성총관부(雙城摠管府)도 이 지역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고종 45년(1258) 조휘(趙暉)와 탁청(卓靑) 등이 이 지역의 화주(和州) 등을 들어서 몽골에 항복하자 쌍성총관부를 설치했는데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고려 후기 몽고가 고려의 화주(和州·지금의 함경남도 영흥) 이북을 직접 통치하기 위해 설치했던 관부”가 쌍성총관부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함흥평야 부근이 윤관의 9성 지역이자 쌍성총관부 지역이란 주장이다.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모든 1차 사료는 달리 말하고 있다. 인종 원년(1123) 사신으로 왔던 송나라 서긍(徐兢)은 ‘고려도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고려는 남쪽으로는 요해(遼海)로 막히고 서쪽은 요수(遼水)에 맞닿고, 북쪽은 거란의 옛 땅과 접하고, 동쪽은 대금(大金)과 맞닿는다.” 고려 서쪽 강역은 압록강이 아니라 지금의 랴오닝성 랴오수이(遼水)에 맞닿는다는 것이다. 서긍이 말하는 요해(遼海)는 바다가 아니다. ‘금사’(金史) ‘지리지’는 동경로(東京路) 산하 징주(澄州)를 ‘본래 요해주’(遼海州)라고 말하고 있다. 요해에 대해 중국 학계는 요동반도 남단의 랴오닝성 하이청(海城)시로 비정한다. 고려 북방 강역의 서남쪽은 지금의 랴오닝성 하이청시이고 서쪽은 랴오수이(遼水)라는 것이다. 요동반도 대부분이 고려 땅이라고 당대의 송나라 학자가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고려 동쪽은 금(金)나라라고 말했다. 함경남도 남부가 고려의 동계라면 금나라는 동해 한가운데 있어야 한다. 고려에 직접 왔던 송나라 사신의 설명은 국정·검인정 교과서의 설명과 전혀 다르다. 그럼 ‘고려사’는 무엇이라고 말할까.●조선 사료가 말하는 고려의 동계 ‘고려사’ ‘지리지’는 동계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비록 연혁과 명칭은 같지 않지만 고려 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공험(公) 이남에서 삼척 이북을 통틀어 동계라 일컬었다.”(‘고려사’ ‘지리지’ ‘동계’) 고려 동계의 북쪽 끝이 공험이라는 것이다. 과연 공험은 지금의 함경남도 남쪽 부근일까. ‘고려사’ ‘지리지’는 “평장사 윤관이…병사를 거느리고 여진을 쳐서 쫓아내고 9성(城)을 두었는데, 공험진(公鎭) 선춘령(先春嶺)에 비석을 세워 경계로 삼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윤관이 쌓은 9성의 가장 북쪽이 공험진 선춘령인데, 그곳에 고려 땅이라는 비석을 세웠다는 것이다. 이 공험진 선춘령이 고려 강역의 북쪽 끝이다. ‘세종실록’ ‘지리지’는 ‘함길도 길주목 경원(慶源)도호부’조에서 두만강가에 있는 경원에서 북쪽 700리가 공험진이라고 말하고 있다. ‘동국여지승람’ 함경도 회령(會寧)도호부의 ‘고적’(故跡)조는 공험진 선춘령에 세웠다는 비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선춘령 : 두만강 북쪽 700리에 있다(在豆滿江北七百里). 윤관이 땅을 넓혔는데 여기까지 와서 공험진에 성을 쌓고 드디어 고개 위에 비석을 세워 ‘고려지경’(高麗之境)이라고 새겼다. 비석 사면에 모두 글씨가 있었는데 호인(胡人·여진족)들이 다 지워버렸다.” 당대에 쓴 모든 1차 사료는 고려 북방 국경인 공험진 선춘령에 대해 두만강 북쪽 700리라고 말하고 있다. 함경남도 남부라고 말하는 사료는 하나도 없다. ●더욱 심해지는 총독부 역사관 두만강 북쪽 700리 공험진을 2000여리 남쪽의 함경남도 남쪽으로 바꾼 장본인은 일본인 식민사학자 쓰다 소키치와 이케우치 히로시 등이다. 이 두 식민사학자가 조선총독부와 만주철도의 돈을 받아서 윤관의 9성을 함흥평야 부근이라고 왜곡한 것을 한국 사학계가 지금껏 추종해서 정설(定說)이라고 우기는 중이다. 중국은 “이게 웬 떡이냐”라면서 두만강 북쪽 700리 공험진에서 함경남도 남부까지 고려 강역 2000여리를 가져갔다. 고려 예종과 윤관 그리고 고려 군사 14만여명이 지하에서 땅을 치며 통곡할 일이다. 이 문제 해결은 간단하다. 역사학적 방법론에 따라 고려 북방강역을 두만강 북쪽 700리까지 끌어올리면 된다. 그러나 한국 역사학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지난 2월 8일 한국고대사학회(회장 하일식) 등 14개 학회는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하대 고조선연구소를 감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연구소가 국비로 고려 국경을 두만강 북쪽이라고 연구해서 발표했으니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고려 북쪽 강역이 함경남도 남부라고 그린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재개를 요청했고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김도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22일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 감사원 앞에서 정요근 덕성여대 교수는 고조선연구소의 연구 내용이 “고려왕조의 영토가 한반도를 넘어 중국 동북 3성과 러시아 연해주 일대까지 뻗어나갔다는 허황된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면서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코리아 히스토리 타임스). 그러나 누구의 말이 “허황된 내용”인지 공개 학술토론을 제안하면 일체 거부한다. 지금을 총독부 세상으로 생각하고 감사원을 움직여 총독부 학설을 유지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감사원 앞 시위처럼 한국 역사학의 몰락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장면도 없겠지만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는 것은 적폐청산 목소리가 드높은 새 정권 들어서 이들이 더욱 기세등등해졌다는 점이다. 국민에게 ‘새 정권이 설마’ 하는 믿음이 아직 남아 있을 때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 [커버스토리] 새 학기 선생님은 ‘공문처리반’

    [커버스토리] 새 학기 선생님은 ‘공문처리반’

    “가끔 내가 아이들 가르치려고 교사가 됐는지, 공문 만들려고 됐는지 헷갈릴 정도예요.” 서울 강남 지역 초등학교 교사인 김경혜(여·가명)씨는 1년 내내 공문과 씨름한다. 특히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과 국정감사를 앞둔 9월은 폭탄 수준의 공문이 학교에 투하된다. 김씨가 지난 한 해 국회의원실로부터 받은 공문은 70여개였다. 그는 “체육관 천장에 어떤 조명 장치가 달렸는지 알려 달라거나 체육관 개방 현황을 보고하라는 등 교육과 관련없는 자료 요청도 많다”면서 “‘살충제 계란’ 등 사회 이슈가 터지면 비슷한 자료를 중복적으로 요구하는 각 의원실 공문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교육부 등으로부터 이미 자료를 받고도 새로운 내용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새 학기를 맞아 학생들을 파악하고, 수업 준비하는 데 몰두해야 할 교사들이 김씨처럼 잡무에 깔려 신음하고 있다. “공문에 답하느라 정신없이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다 보면 하루가 다 간다”는 말은 교직 사회에서 흔한 푸념이 됐다. 평균 10대1의 경쟁률(2018학년도 서울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 기준)을 뚫고 교단에 선 교육 공무원들은 잡무 탓에 토론 수업 등 새로운 시도를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 ‘잡무 폭탄’은 공교육의 비극이 시작되는 발원지이기도 하다.# “수업보다 서류작성 능력으로 승진” 불만도 이 같은 현실은 서울신문이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교원 92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응답자의 97.9%가 ‘학기초나 학기 중 행정업무 탓에 수업 준비에 지장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응답 교사 10명 중 8명 이상(82.7%)은 ‘담당 업무 중 교육(수업·학생 관리)이 아닌 행정업무 비율이 30%를 넘는다’고 답했다. 특히 학기 초인 3월에 행정업무 집중도는 다른 달에 비해 절반 이상 증가한다는 대답이 50%에 달했다. ‘학기 초(3월) 행정업무는 학기 중 다른 달에 비해 얼마나 늘어나느냐’는 질문에 47.9%가 ‘50% 이상 늘어난다’고 답한 것이다. 가장 큰 잡무 원인은 교육부와 교육청, 국회 등에서 쏟아지는 공문이다. 이번 설문에서 ‘교사들이 업무 과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부분’을 묻자 가장 많은 421명(45.5%)이 ‘불필요한 공문 등 행정업무 절차 간소화’를 꼽았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초·중·고등학교 1307곳이 접수한 공문은 729만 2972개다. 학교 1곳당 평균 600여개 의 공문을 처리했다는 얘기다. 교육부나 다른 정부부처에서 요구한 공문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 방과후 활동·각종 위원회 구성에 교과서 배포까지 교사들이 감당해야 하는 잡무에는 공문 처리만 있는 게 아니다. 학교 내 각종 위원회 구성, 방과 후 학교 운영 지원, 교과서 선정·파본 확인·배포 등도 모두 교사의 몫이다. 특히 행정 일을 총괄하는 교무부 소속 교사들은 종일 잡무에 시달린다. 수도권의 한 중학교 교무부장인 A씨는 “교무부가 매년 초 구성해야 하는 교내 위원회가 학교운영위원회 등 10개가 넘는다”면서 “최근에는 교육부에서 ‘외부 인사를 위원회에 많이 참여시키라’고 지시해 섭외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흔히 교사 하면 정시 출퇴근하는 ‘꿈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보직을 맡은 교사들은 학기 초 매주 주말 근무해야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다. A씨는 “교무부장은 교감이나 교장 승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자리로 여겨져 그나마 하려는 선생님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승진 보장이 안 되는 다른 보직은 하려는 사람이 없어 매년 폭탄 돌리듯 맡긴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능력이 아닌 서류를 만드는 능력으로 승진 여부가 갈린다”는 불만도 나온다. 현장의 한 고교 교사는 “교장·교감 등 관리자들이 교육 당국에서 떨어지는 불필요한 잡무는 막아 줘야 하는데 승진에 영향을 받을까봐 그러지 못한 일도 있다”고 말했다. # 행정인력 부족한 지방선 교사가 컴퓨터까지 수리 학기 초에는 잡무가 배로 늘어난다.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에서 새로운 사업을 많이 벌이는 데다 신입생 등의 정보를 전산화하는 작업도 해야 한다. 정작 중요한 수업 준비나 학생과의 친밀감 형성, 생활 지도 등은 뒷전으로 밀린다. 수도권 고교에서 근무하는 9년차 교사 B씨는 “학기 초는 1년 수업 운영 계획을 짜야 하는 중요한 시기이고 담임을 맡았다면 학생 중 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은 없는지, 급식 때 피해야 하는 음식은 없는지 등 세세하게 파악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도 학기 초 교사들의 잡무를 줄여 주겠다며 3월 한 달을 공문이 없는 ‘학생 집중의 달’로 지정하고 불필요한 공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차갑다. 편법만 난무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 서울 지역의 한 초등학교는 교사들이 공문은 남기지 않으면서 하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폭력(학폭) 처리도 교사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지난해까지는 학폭 신고가 접수되면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처리하도록 했었다. 이 때문에 학폭위를 담당하는 교사들은 행정 업무가 몰리고 학부모 민원까지 들어야 해 부담감을 호소해 왔다. 교육부가 올해부터 사소한 학폭 사안은 굳이 학폭위를 열지 않아도 되도록 했지만 업무량이 크게 감소할지는 미지수다. 서울 강북 지역의 한 중학교 교감은 “학폭 외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에 대한 학부모 민원도 많다”고 말했다. 교원 인력이 적은 지방 학교는 더 열악하다. 경남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는 정보화 담당 교사가 교내 모든 컴퓨터 기자재를 관리하고, 학교 내 폐쇄회로(CC)TV 관리 업무도 한다. 이 학교의 31년차 교사 C씨는 “학교 내 행정실에서 쓰는 컴퓨터가 고장나면 관리자가 따로 없어 교사가 직접 수리한다”면서 “CCTV도 설치만 업체에서 할 뿐 관리나 제반 사항은 모두 교사 담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업에 필요한 기자재를 사는 일도 교사가 다 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행정이 주업무고 수업은 부차적인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 지역·학교별 다른 교육환경도 고려해야 김인순 전남 목포여중 혁신부장은 “10년 전부터 주입식 수업이 아닌 학생 중심으로 수업 방식을 바꿔 보겠다는 생각으로 한 시간 수업을 위해 3~4시간씩 준비한 적도 있다”면서 “하지만 행정 업무 탓에 수업 준비를 학교에서 할 수 없어 퇴근 뒤나 주말에 따로 해야 했다”고 말했다. 고교에서는 잡무 탓에 학생 진학 자료로 쓰이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을 꼼꼼히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함승환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역·학교별로 교육 환경이나 여건의 차가 큰데도 모든 학교가 교사 1명당 가르쳐야 할 학생수를 똑같이 정하는 등 기준이 획일적”이라면서 “교육 여건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학교에서는 학생당 교사수를 늘리는 등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교육정책은 그동안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만 집중해 왔다”면서 “앞으로는 기존에 진행 중인 불필요한 사업들을 어떻게 줄여 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자치단체장 25시]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 총력… 영호남 상생 발전 이끄는 고령

    [자치단체장 25시]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 총력… 영호남 상생 발전 이끄는 고령

    곽용환(60) 경북 고령군수는 새해 들어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있다. 5개 광역시 22개 시·군이 참여·협력하는 ‘가야문화권지역발전 시장·군수협의회’(이하 가야문화권협의회·의장 곽용환 고령군수)를 9년째 이끌면서 역점적으로 추진 중인 ‘가야문화권 개발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2015년 19대 국회에 제출된 이후 현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돼 있다.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사업’이 정부 100대 국정 과제로 채택되고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 지역 정치권 및 지자체들도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 등을 위한 결집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 중심에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곽 군수가 있다. 13일 군수실에서 만난 곽 군수는 의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곽 군수는 “올해 안으로 가야문화권 특별법을 반드시 제정해 찬란했던 가야문화를 재조명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영·호남 상생발전을 앞당기도록 하겠다”고 야심찬 청사진을 펼쳐 보였다.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 이유와 배경을 소개해 달라. -영호남 5개 시·도(대구, 경북, 경남, 전북, 전남)에 걸친 가야국의 문화유산을 발굴·복원·정비해 역사적으로 재조명하고, 국가 균형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법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가야문화는 영호남에 걸쳐 넓게 분포돼 있으나 그동안 국가발전정책에서 소외돼 낙후성을 면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 특별법 제정을 위해 국회 공청회와 학술대회, 가야문화 기획전시회 개최 등 분위기 조성에 힘을 모았다. 가야문화권 25개 지역의 국회의원과 시·군 자치단체장이 참여하는 ‘가야문화권 지역 발전을 위한 포럼’도 운영하고 있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영호남 내륙의 경제·문화 거점 및 공동 발전을 위한 비전과 추진 전략 수립이 가능해진다. 또 가야문화권 신성장 동력 육성, 지역별 특화 방안 마련, 상생 및 동반 성장을 위한 연계·협력 사업 추진에 탄력이 예상된다. ▶가야문화권 특별법 제정은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나. -애초 19대 국회 회기 내 통과를 목표로 추진됐으나 아쉽게도 20대 국회로 넘어왔다. 지지부진하던 특별법 제정이 문 대통령의 가야사(史) 관련 발언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빠르면 올 상반기 통과도 기대된다. 물론 국회 의사 일정이 변수다.▶가야문화권 영호남 지자체들이 가야문화권협의회를 중심으로 뭉치고 있다. -2005년 10개 시·군으로 발족된 가야문화권협의회는 현재 5개 광역시 22개 시·군(달성·고령·성주·상주·의령·함양·창녕·산청·거창·합천·함안·하동·고성·김해·장수·남원·임실·구례·곡성·광양·순천·여수)이 참여하는 거대 행정협의체로 발전했다. 부산·창원·사천 등 3개 지자체도 가입을 앞두고 있다. 특히 현 정부 들어 8개 지자체가 가입 또는 가입 예정으로 가야문화권 전체가 결집하고 있다. 협의회는 가야문화라는 공통된 역사 인식을 갖는 시·군 상호 간 공동 발전과 영호남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야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도 주력하고 있다. -2013년 12월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비롯해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등 3개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다. 2015년 3월엔 세계유산 우선 등재 추진 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앞으로 가야고분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도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한 뒤 201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2020년 7월 등재 결정을 기대한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과 경남북, 고령군, 김해시, 함안군 등 6개 기관이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가야고분군 등재추진단’도 발족해 적극 가동하고 있다.▶가야사 대중화에도 힘쓰기로 했는데. -가야사가 우리 국민들에게 단순히 ‘잊힌 왕국’ ‘신비의 왕국’ ‘철의 왕국’ 정도로 인식되는 정도다. 하지만 최근 연구·조사를 통해 가야의 역사·문화가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으며, 영호남의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른 고대국가로 발전했음이 밝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 고대사를 삼국시대가 아닌 사국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이론이 힘을 얻고 있다. 문화재 및 학술계를 넘어 가야사의 대중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앞으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시행하고, 초·중등 교과서에 가야사 기술 비중을 높이도록 관련 학계와 적극 협의하겠다. ▶정부의 가야문화권 조사·연구가 진행되는 가운데 고령에서 대가야 유물이 대량으로 발굴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렇다. 지난해 처음으로 대가야 최고지배층의 생활공간으로 보이는 대가야 궁성지 추정 해자(垓字)와 성벽 터가 발견됐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신라와 대치하던 요새인 봉화산성도 발견됨으로써 대가야의 국가 발전 수준과 위상, 국방력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지난달에는 지산동 대가야고분군에서 당시 대가야와 신라·백제권의 교류 양상을 짐작할 수 있는 다량의 유물과 고구려 벽화에서 보이는 마구류가 출토됐다. 5세기 중·말엽부터 6세기 전반 대가야 번성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곽묘 74기에서 금동관모(金銅冠帽), 금동삼엽문환두부 등의 유물과 말방울(馬鈴), 철제 갑옷편(小札), 철탁, 등자, 재갈, 안장, 말등 기꽂이 등의 마구류가 나온 것이다. 또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한 인골이 출토돼 대가야인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전망이다.▶대가야체험축제는 고령군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대가야체험축제는 경상북도 최우수축제 3년 연속 지정, 문화체육관광부 문화관광축제 11년 연속 지정, 2016 대한민국 문화관광 우수축제, 3년 동안 세계축제이벤트협회(IFEA) 금상으로 선정됐다. 매년 축제 때면 국내외 관광객 30만명 이상이 찾는다. 올해 14회째를 맞은 대가야체험축제는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간 ‘신(新)4국의 개벽’이라는 주제로 다채롭게 열린다. 특히 이번 축제는 사상 처음으로 가야문화권협의회 22개 시·군 전체가 축제에 참가하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이다. 또 세계적인 축제로의 도약을 위해 국제학술대회, 세계 현(絃)의 페스티벌, 아시아 관광도시 시장 회의도 함께 개최한다. ▶가야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 사업 외에 고령군과 관련한 3개 사업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선정됐다는데 뭔가. -김천~거제 간 KTX(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사업비 약 4조 7740억원·총연장 181㎞), 대구~광주 간 동서내륙철도 건설(191.6㎞), 대구산업선 철도 건설(서대구역~대구국가산단·34.2㎞) 등이다. 고령이 이들 사업의 중심에 위치해 최대 수혜지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대가야 르네상스 시대가 머지않았다. 고령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고령군은… 1600년 전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과 어깨를 나란히 해 온 대가야의 도읍지다. 가야금을 만든 악성 우륵의 출생지로 유명하며 도시 전체가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역사·문화 유산이 산재해 있다. 가야 지역의 유일한 벽화고분인 ‘고아동 벽화고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앞둔 704기에 달하는 지산동 대가야고분군, 주산성,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순장 묘(지산리 44호분), 대가야 왕릉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한 낙동강과 맞닿고 대구와 가까운 데다 광주대구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가 지나고, 국도 26·33호선이 교차하는 등 교통 요충지다. 면적은 384.10㎢로 도의 2%에 그치며 23개 시·군 가운데 울릉군(72.56㎢) 다음으로 작다. 전국 82개 군 중에서도 다섯 번째로 작다. 행정구역 및 인구 또한 8개 읍·면에 3만 400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민의 행복과 대가야 르네상스 실현을 통한 글로벌 문화·관광 도시로 발전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
  • 고1 교과서 가격 16% 내린다

    고1 교과서 가격 16% 내린다

    올해 초·중·고교 일부 학년의 검정교과서 가격이 최고 33% 인하된다. 출판사들은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가격 인하를 강요했다며 반발했다.교육부는 13일 한국장학재단에서 ‘교과용도서심의회’를 열고 2018학년도 검정도서 신간본 가격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의결안에 따라 각 학년별 검정교과서 평균 가격은 전년도 평균 가격보다 중학교 1학년 2933원(33%), 고등학교 1학년 1382원(16%), 초등학교 3·4학년 141원(3%)이 각각 내려갔다. 6년 만에 교육과정이 개정됨에 따라 초등 3·4학년과 중·고교 1학년은 올해부터 새롭게 바뀐 교과서로 공부하게 된다. 이 중 국가에서 만드는 국정교과서를 제외하고 새로 발행되는 검정교과서는 58책(과목)으로 각 출판사별 교과서를 합치면 모두 413종이다. 학년별로 보면 초등 3·4학년은 음악·미술·체육·영어 등 8책의 새 교과서를 쓰고, 중1은 18책, 고1은 27책이 새 교과서로 바뀐다. 교과서 평균 가격이 가장 많이 인하된 중학교 1학년의 경우 2013년 가격 자율화 체제에서 대폭 인상된 것에 따른 기저 효과가 있었다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출판사 대표인 교과서현안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의 검정교과서 신간본 가격은 백지 노트값도 안 되는 부당하고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면서 “교과서 주문이 이뤄지기 전에 교과서 가격을 확정해 수요자가 품질과 가격, 즉 상품적 가치를 보고 교과서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출판사와의 이견에 대해서는 향후 교육부와 출판사가 추천한 전문가 및 교사, 학부모, 시·도교육청 담당자 등이 참여하는 ‘교과용도서제도개선협의회’(가칭)를 구성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고은 시인, 정말 추하게 늙었다”…유승민, 교과서 시 삭제 주장

    “고은 시인, 정말 추하게 늙었다”…유승민, 교과서 시 삭제 주장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최영미 시인의 원로시인 성추행 폭로와 관련, 고은 시인을 강하게 비판했다.유승민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현직 여검사의 고발에 이어 최영미 시인이 고은 시인의 문학계 성추행을 고발했다”면서 “매우 추악하고 충격적이다. 이런 사람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니, 대한민국 수치가 될 뻔했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는 “고은 시인에게 두 마디만 말 하겠다. 정말 추하게 늙었다. 그리고 권력을 이용해서 이런 성추행을 했다면 정말 찌질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은 시인의 시를 국정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학계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 문인이 여성 문인이나 신인 문인에게 성추행·성폭행을 가한 것이 광범위하다면 한국 문학을 대표하는 자들이 인간 자격이 없고 존엄이나 양식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승민 대표는 “이런 사건은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면서 “검사 성추행 사건은 진상조사단이 공정하게 수사를 못 하는 만큼 상설특별검사제도 도입을 주장다”고 했다. 유승민 대표는 “여성 인권을 평소 주장하던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여기에 동참하길 바란다”면서 “당대표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에는 기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유승민, 김여정 방남에 “靑, 흥분해 정신 못 차릴까 걱정”

    유승민, 김여정 방남에 “靑, 흥분해 정신 못 차릴까 걱정”

    유승민 “고은, 추하게 늙었다…교과서에서 시 삭제해야”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8일 북한 김정일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의 평창 동계올릭픽 참석을 위한 방남에 “청와대가 너무 흥분해서 정신 못 차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여정이 오는 목적은 대북제재의 압박을 피하고 남남, 한미 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유 대표는 “청와대 입에서 백두혈통이라는 부적절한 단어가 튀어나온 것도 놀랍지만 김여정이 오든 김정은이 직접 오든 남북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안보이고 핵무기 제거”라며 “한미동맹이 해체되면 안보 기반이 해체되는데 이러한 위험한 상황을 아무도 막지 못하면 결국 국민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최영미 시인이 폭로한 문단의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시인 고은에 대해 “고발 내용을 보면 매우 추악하고 충격적으로 정말 추하게 늙었다”며 “권력을 이용해서 성추행했다면 찌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고은 시인의 시를 국정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6·25 남침’ 삭제한 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국정교과서 폐기 반년 만에 다시 이념 논쟁의 복판에 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마련 중인 중학교 역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이 그 진앙이다. 논란은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대체한 것과 침략 전쟁의 주체를 밝히지 않은 채 ‘6·25 전쟁’으로 표현한 대목이다. 이 중 6·25 관련 부분의 경우 현행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은 ‘6·25 전쟁의 개전에 있어서 북한의 불법 남침을 명확히 밝히고’라고 돼 있는데 새 집필 기준 시안(試案)은 ‘6·25 전쟁의 전개 과정과 피해 상황, 전후 남북 분단이 고착화되는 과정을 살펴본다’라고 적고 있다. 벌써 정치권 안팎은 벌집 쑤셔 놓은 듯 시끄럽다. 전쟁을 기술하는 데 그 배경과 영향 등을 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침략의 주체다. 역사학계에서 6·25 남침설은 정설로 굳어졌다. 일부 북침설에서부터 당시 남측이 북측에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등의 주장이 있지만, 정설은 아니고 믿는 국민도 없다. 그런데 전쟁의 배경과 이후 여파 등을 기술하면서 그 주체를 기술하지 않은 것은 어색하기만 하다. 아무리 시안이라고 해도 너무 미숙했다. 자유민주주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역사 교과서에서는 문제없이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가 혼용돼 왔다. 이후 2007년 노무현 정부 집필 기준에서는 ‘민주주의’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이후에는 새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를 썼다. ‘사회과 교과서에 민주주의라는 표현도 사용 중이어서 이를 통일화하는 과정’이라는 교육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 개헌안에서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사라졌다가 실수로 빠졌다며 4시간 만에 정정, 정체성 논란으로 비화된 판이다. 여기에 역사 교과서까지 끼어들면 우리 사회의 소모적 논란은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교육부는 최종안에 전쟁 유발의 주체를 명기하고, 전쟁 배경과 그 여파 등도 함께 기술해야 할 것이다. 아니면 이번 사안이 사회적 파급력이 큰 만큼 ‘정책숙려제’ 대상으로 삼아 좀더 심사숙고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여야 모두 역사 교과서와 관련된 당리당략적 해석과 이에 따른 과도한 논쟁도 삼갔으면 한다. 교육부의 최종안이 나온 다음에 시시비비를 가려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 ‘자유’에 갇힌 역사교과서

    ‘자유’에 갇힌 역사교과서

    중·고등학교 역사(한국사) 교과서 새 집필 기준을 둘러싸고 이념 논쟁이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역사 교과서와 관련한 문제는 국민적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5일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새 검정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안에는 기존에 ‘자유민주주의’라고 썼던 용어를 ‘민주주의’로 수정하는 안이 포함됐다. 또 6·25전쟁에 대해서도 기존에는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내용이 명시됐지만 새 집필 기준에는 남침이라는 표현 대신 ‘6·25전쟁의 배경과 전개 과정을 살펴본다’는 표현으로 고쳐졌다. 전우용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교수는 “세계 역사학계에서도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기준으로 삼는 곳은 드물다. ‘민주주의’라는 말 자체가 자유라는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데 굳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더 어색하다”면서 “6·25전쟁도 남침은 이미 국내외 역사학계에서 정설로 굳어진 개념인데 집필 기준에 넣는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다. 마치 ‘세종대왕은 한국 사람’이라는 집필 기준을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반면 박인현 대구교대 교수는 “현행 헌법에는 우리나라 체제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입각했다고 명시돼 있다. 1987년 국민들이 직접 선택한 것”이라면서 “헌법상 내용이 이런데 일각에서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뭐가 다르냐고 주장하는 건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또 “6·25전쟁이 (북한에 의한) 남침이었다는 명확한 표현을 뺀 것은 이 전쟁을 다른 시각에서 보려는 의도가 담긴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일단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실무를 담당하는 정책 연구자들에게는 입단속에 들어간 모습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과 여론 수렴 과정 등을 거쳐 올 상반기 중에는 새 교과서 집필 기준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주의나 남침 등 문구 수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유용태 서울대 역사학과 교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개입 없이 학계 등에서 독립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임시 기구를 만드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5개 역사 관련 학회는 감사원에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여했던 정부기관과 정부출연기관에 대한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김병준 전 부총리 “보수가 국가주의 속에서 길을 잃었다”

    김병준 전 부총리 “보수가 국가주의 속에서 길을 잃었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17일 “보수가 국가주의 속에서 길을 잃고 있었다”면서 그 사례로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들었다. 김 교수는 이날 자유한국당 2기 혁신위원회 첫 심포지엄 강연자로 참석해 “어떻게 국정교과서로 국민의 역사 인식을 확일화시키겠다고 하느냐”고 덧붙였다. 대구·경북(TK) 출신인 김 교수는 박근혜 정부 말기에 총리 후보자로 지목됐다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열지 못해 지명 자체가 무산됐다. 김 교수는 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가개혁의 방향모색’이라는 주제의 강의에서 그는 정치권의 ?과도한 국가주의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 등을 지적하고 “보수도, 진보도 다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장이나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데 국가가 칼을 들고 나서는 것이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논란에 대해 “가상화폐 문제에 법무부가 왜 나오느냐”면서 “그것도 국가주의의 몽상, 미몽”이라며 현 정부도 비판했다. 김 교수는 여야 진영을 대표하는 친문재인계와 친박근혜계를 모두 비판하며 “총선 때 친박, 친문이라고 하며 싸우는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소리는 아무 데도 없다”면서 “국민은 패자가 됐다”고 말했다. 또 “(정치권이) 패권주의 권력을 잡고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운영한다”면서 “이것이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김용태 혁신위원장은 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과 심포지엄 초청의 연관성에 대해 “별개의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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