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국익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정홍원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안전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인도네시아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 북한 핵실험
    2025-12-19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6,687
  • 국힘 불참 속 김부겸 총리 인준안 국회 통과…與 “임혜숙·노형욱도 채택” 野 “폭거”

    국힘 불참 속 김부겸 총리 인준안 국회 통과…與 “임혜숙·노형욱도 채택” 野 “폭거”

    찬성 168·반대 5·기권 1·무효 2표박병석 의장, 김부겸 임명동의안 직권 상정국민의힘 “오기 인사 폭거” 반발김기현, 文에 면담 요청…“결단해달라”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재석 의원 176명 중 찬성 168명, 반대 5명, 기권 1명, 무효 2명으로 가결됐다. 지난달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지 27일 만이다. 이로써 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 세번째 총리이자 제47대 총리로서 취임하게 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상정, 표결 절차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후보자의 인준안이 처리한 뒤 상임위원회를 열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 보고서를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표결 불참 앞서 여야 합의 불발로 인사청문특위에서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이뤄지지 않자 박병석 국회의장의 직권으로 임명동의안이 상정됐다. 총리 인준 표결과 장관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연계해 온 국민의힘은 이날 박준영 해수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에도 나머지 임혜숙 과기·노형욱 국토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 강행 움직임에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보궐선거에 승리했다고 사사건건 발목 잡고 어깃장을 놓고 국정을 마비시킬 권한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런 식의 딴죽걸기, 발목잡기가 바로 오만”이라고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오기 인사이자 야당을 거부하는 폭거”라면서 “재보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지도부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서 스스로 달라지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오늘로써 허언이었음이 분명해졌다”고 맞받아쳤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장관 후보자와 총리 인준을 연계하지 않겠다”며 총리 인준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혜숙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민주당 “인내의 시간 끝났다”“야당 총리 인준 꽃놀이패 삼아” 앞서 신현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당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김 후보자의 총리) 인준안이 처리된 후 2개의 상임위도 소집해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윤호중 원내대표가 말했다”고 전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이미 총리 인준 처리 시한이 4일 지났는데 (민주당은) 그간 인내의 시간을 가졌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만남을 포함해 야당과 9차례 협상했다”면서 “또 민주당은 총리 인준안 처리를 (장관 후보자들과) 따로 하자고 요청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국난이라는 엄중한 시간에도 야당은 총리 인준을 꽃놀이패로 삼았다”면서 “야당이 과연 국정을 생각하고 있느냐 의심될 정도로 야당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신 대변인은 “지금까지 여러 협상, 인내의 시간 통해서 야당이 국정운영에 대해 전혀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여당으로선 국정, 국익에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오늘 본회의를 열어서 인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가 국민 정서에 맞춰서 자진사퇴까지 했음에도 (국민의힘이) 저렇게 협상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힘이 말하는 내로남불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원총회에서 2명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있었나’라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또 ‘14일 장관 보고서를 채택하자는 의견은 있었나’라는 질문에도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김기현 “산수 숫자 놀음 안돼, 文 결단해야”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이 부적격 판정한 장관 후보자 3인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김 대표 대행은 민주당이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계기로 김 총리 후보자 인준 및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을 강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와 장관을 선정하면서 한 명이 자진사퇴 했으니 나머지 세 명에 대해서는 임명하겠다는 이런 식의 산수에 의한 숫자 놀음으로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 “이 문제는 인사권자가 결단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기브미 초콜릿’ 논란의 황교안…여야 “나라망신” 직격

    ‘기브미 초콜릿’ 논란의 황교안…여야 “나라망신” 직격

    정치 활동 재개 후 방미 일정에 나선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방미 중 발언으로 잇단 구설에 올랐다. 황 전 대표의 방미정치를 두고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박 9일 일정으로 방미에 나선 황 전 대표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엔 코로나19 백신이 넉넉하다. 말 그대로 쌓여 있다”고 한국 정부 방역 대응을 비판하면서 “21세기판 ‘기브미 초콜릿’ 참 슬픕니다”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 어린이들이 미군들에 “초콜릿을 달라”고 했던 상황을 빗댄 것이다. 지난 12일에는 방미 성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주요업체 백신 1000만개를 한미동맹 혈맹 차원에서 대한민국 측에 전달해 줄 것을 정·재계 및 각종 기관 등에 공식 요청했다”며 “특히 국민의힘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부산·제주 등이라도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 분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고 전해 논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연일 황 전 대표 행보를 비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국익은 완전히 뒷전인가 싶다. 대한민국의 총리까지 하신 분이 하실 행보로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인가.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나”라며 “코로나로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국민 앞에서백신까지도 편가르기 도구로 이용하는 전직 총리의 어설픈 백신 정치가 국민들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고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 낯 뜨겁다. 제발 이러지 좀 말자”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태가 커지자 황 전 대표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13일 입장을 내고 “오로지 청와대, 정부, 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였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저는 ‘국민 편가르기’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장 의원님을 비롯해 이 일로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린다”며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한 절규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이수혁 “6월 전 백신 받기 위해 백악관·국무부 접촉”

    이수혁 “6월 전 백신 받기 위해 백악관·국무부 접촉”

    이수혁 주미대사가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부터 6월 전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특파원 화상 간담회에서 이 대사는 백신 확보를 위해 “백악관과 국무부 인사를 접촉하고 있다”며 “미 정부에서 한국의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화이자 고위 임원과도 접촉하며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화이자·모더나 백신 공급시기 단축 및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협력 등과 관련해 사전 협의 중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이 대사는 미국의 백신 독점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비난에 대해선 “미 정부는 백신 및 원료의 수출을 법적으로 통제하지 않고, 사실상의 통제도 없다고 설명한다”며 “국내용 유보 물량이 적정 수준으로 관리되면 미국 백신업체의 수출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대사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역대 어느 회담보다 실질적이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또 한미 양국이 만족할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취임 100일 만에 완료된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결과적으로 우리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실용적이고 실질적인 대북전략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문대통령, 다음달 21일 워싱턴서 한미정상회담...“쿼드 의제 포함 사실 아냐”

    문대통령, 다음달 21일 워싱턴서 한미정상회담...“쿼드 의제 포함 사실 아냐”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회담 성사청와대 “한미동맹 굳건함 재확인”쿼드 관련 개방·투명·포용 원칙 강조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5월 21일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대면 정상회담이 조기에 개최되는 것에 대해 청와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수석은 또 “양 정상이 이번 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양 정상과 국민들 간 우정을 바탕으로 양국 간에 포괄적이고 호혜적인 협력관계를 확대 발전시켜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의 진전을 위한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방안을 비롯해 경제 통상 등 실질협력과 기후변화, 코로나19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으로 알려진 4개국 협의체인 ‘쿼드’(미·일본·호주·인도)가 이번 회담 의제로 정해졌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개방성, 포용성, 투명성 등 우리의 협력 원칙에 부합하고, 국익과 지역·글로벌 평화협력, 번영에 기여한다면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이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바이든 대통령이 5월 21일 백악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방문이 철통같은 한미동맹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동맹을 더 강화하고 협력을 확대하기를 기대한다고도 덧붙였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협약파기 이어 반중 테러·新동맹까지… 사면초가 ‘일대일로’

    협약파기 이어 반중 테러·新동맹까지… 사면초가 ‘일대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경제 영토 확장 사업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에 균열이 생겨나고 있다. 일대일로란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바닷길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진출을 모색하는 ‘해상 실크로드’를 합친 개념이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130여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대일로를 뒤흔들 사건들이 잇따라 일어났다. 호주에서는 일대일로 협약 파기 발표가 나왔고, 대표적 친중 국가인 파키스탄에서도 중국 대사를 노린 것으로 보이는 호텔 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유럽연합(EU)과 인도는 일대일로를 대체할 제3국 인프라 공동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밤 파키스탄 남서부 발루치스탄주 최대 도시 퀘타의 한 호텔에서 폭탄이 터졌다. 최소 4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쳤다. 폭발 당시 현장에는 없었지만, 이 호텔에는 파키스탄 주재 중국 대사 농룽 일행이 투숙 중이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는 자폭 테러였다”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 탈레반은 2001년 미국 9·11 테러를 지원한 오사마 빈라덴을 숨겨 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는 다른 조직이다. 발루치스탄은 파키스탄 내 대표적 저개발 지역으로 아프가니스탄, 이란 등과 접하고 있다. 천연자원이 풍부해 여러 분리독립 단체들이 독자적인 국가를 꾸리고자 중앙정부에 맞서고 있다. 일대일로의 거점인 과다르 항구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에 대한 경제 종속이 심해지는 것을 두고 현지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중국이 ‘일대일로’라는 명목하에 저개발국에 인프라를 지어 주고 이로 인한 이득을 고스란히 챙기는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도 21일 빅토리아주 정부가 외국 정부와 교환한 업무협약(MOU) 4건을 취소했다. 이 가운데 2건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자 중국 정부와 2018~2019년에 체결한 것이다. 페인 장관은 “네 건의 MOU는 호주의 외교 정책에 위배되거나 우리의 대외 관계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이번 결정은 호주 연방의회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법안에 따른 조치다. 연방정부 외무장관이 주정부의 계약 일부를 거부할 수 있는 것이 골자다.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양국 관계에 더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결국 스스로 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로이터통신은 “EU와 인도가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프라 개발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8일 EU·인도 화상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자금 조달 방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다분히 중국과 대립 중인 EU와 인도가 일대일로 사업에 타격을 주고자 기획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 EU 외교관은 “투자 대상국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해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것보다 더욱 매력적인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 자본이 세계를 지배하려는 움직임을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핵심은] 일본 빠져나갈 구멍 만들어준 위안부 판결

    [핵심은] 일본 빠져나갈 구멍 만들어준 위안부 판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2차 소송 재판이 열린 21일. 재판을 지켜보던 이용수 할머니는 실망감에 끝내 눈물을 보였다. 그러고는 패소를 직감한 듯 선고 도중 자리를 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민성철)는 21일 이날 고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제 관습법과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일본국을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소를 각하했다. 2016년 12월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5개월 만이다. 핵심 ① 국가면제 주장하는 일본에 힘 실어준 법원 재판부는 일본 정부가 그간 주장해온 국가면제론을 인정했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이 이론을 들어 이번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을 상대로 유럽 국가에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소송을 냈지만, 국가면제를 이유로 각하된 사례도 언급했다. 앞서 지난 1월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는 유사한 소송에서 반인도주의 범죄 행위에는 국가면제를 적용할 수 없다면서 “피고(일본국)는 원고에게 각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 준 것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1차 판결도 실제로 추심이 이뤄지기는 힘들 전망이다.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가 따로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지만, 강제집행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색된 한일관계가 자칫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국가가 면제해준 피해자들의 소송비용까지 지급하라고 했으나 기존 재판부가 바뀌면서 뒤집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비엔나 협약 등 국제법을 위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핵심 ② 두고두고 발목 잡는 한일 위안부 합의 박근혜 정부가 2015년 12월 발표한 위안부 합의가 또다시 발목을 잡았다. 재판부는 2015년 이뤄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외교적인 요건을 구비하고 있고 권리 구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수렵하지 않은 등 내용과 절차에서 문제가 있지만, 이 같은 사정만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에는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반영할 수 없다”며 “비록 합의안에 대해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는 거쳤고 일부 피해자는 화해·치유재단에서 현금을 수령했다”고 부연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굽히지 않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할머니 측은 기자회견 후 보도자료를 배포해 “1월 판결과 정반대 판결이 내려지고, 우리 법원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법 정의 요구를 무시해버리면 국제사회에서 이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 우려를 나타낸다”고 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판결”이라며 “항소심에 정의와 인권의 승리를 기대하며, 범죄 인정과 사죄 운동을 계속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 정부에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을 것을 거듭 제안한다”고 밝혔다.핵심 ③ 외교적 노력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하라? 위안부 문제는 외교적으로 해결하라는 게 법원의 취지다. 재판부는 선고 말미에 “피해자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고, 대한민국이 기울인 노력과 성과가 피해자들의 고통과 피해를 회복하는 데는 미흡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해 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외교적 포섭을 포함한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통해 “이번 손배 청구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회복이라는 데 대해 진지한 고민 없이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면서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떠넘기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은 정부 차원의 언급은 삼가겠다면서도 “당연한 결과”라며 반색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이번 (위안부 판결) 건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계속해서 한국이 국가로서 국제법 위반을 시정하는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도록 강하게 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의 회복을 바라는 정부의 외교 셈법은 이로써 더 꼬이게 됐다.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원칙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판결을 가지고 일본과 협상을 벌여야 한다. 반면 일본은 이번 판결로 책임 회피에 대한 정당성을 얻었다. 평생을 눈물로 보낸 할머니들이 웃을 수 있었던 시간은 1차 판결이 나고 단 3개월뿐이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이재용 사면해 백신-반도체 딜” 제안에 선 그은 ‘文 복심’

    “이재용 사면해 백신-반도체 딜” 제안에 선 그은 ‘文 복심’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위해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면해 ‘백신특사’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원칙에 어긋난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윤건영 “‘백신용 사면’은 원칙에 어긋나”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반도체 문제에 집중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백신 확보를 위한) 딜을 하기 위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는 질문에 “참 어려운 문제”라고 답했다. 윤 의원은 “사법적 문제와 백신 문제가 등가되는 문제냐, 죄를 짓고 감옥에 계신 분을 백신 구해온다고 사면해줄 거냐”면서 “백신 수급 상황이 불안정하게 보이니 가용 자원을 모두 활용하라는 취지로 본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만 이럴 때일수록 원칙을 흐트리지 않고 차분하게 지나고 나면 좋은 소식도 들릴 것이다. 대통령한테 백신 맞으라고 할 때와 맞을 때가 (비판 내용이) 다르지 않았냐”면서 “원칙적으로 한발한발 뚜벅뚜벅 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원칙에 따르면 백신용 사면은 아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 거냐”고 묻자 윤 의원은 “예, 민감하니까”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첫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 의원은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곤 한다. 그가 백신 확보를 위한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안 된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한 것이다. ‘백신-반도체’ 협상카드로 ‘이재용 사면’ 거론최근 정치권과 재계 일각에서는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해 반도체 수급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 백신-반도체 맞교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장성민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금은 코로나19 문제를 위해 우리가 미국을 향해 백신요청을 해야 할 상황임과 동시에 미국 또한 자국의 반도체 산업을 위해 한국을 향해 반도체 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시점”이라며 “이러한 절묘한 시점에 이재용 부회장을 사면하여 반도체 외교와 백신 외교를 통해 국익을 살리는 대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은 지난 1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가진 간담회에서 “고 이건희 회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섰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면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이를 관계 기관에 전달했다고 언급했으나 주무부처 장관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사면이나 가석방 등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과 관련해 징역 2년 6개월을 받고 수감 중이다. 그러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당합병’ 관련 재판은 이제 막 시작한 참이다. 이날 첫 재판이 열려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수감 후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만기 출소는 내년 7월이다.전날 문재인 대통령은 오세훈·박형준 신임 서울·부산시장과의 오찬 자리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건의에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답변 뒤 더 이상 사면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고, 이재용 부회장 사면 문제도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박차고 나온 이용수 할머니, “국제사법재판소 간다” 눈물

    박차고 나온 이용수 할머니, “국제사법재판소 간다” 눈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2차 소송이 각하되자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 의지를 밝혔다.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단체들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의 책임을 저버렸다면서 재판부를 규탄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민성철)의 일본 정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판결 선고를 직접 듣기 위해 법원을 찾은 이 할머니는 패소 가능성이 짙어지자 선고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법정에서 일어섰다. 법정을 나온 이 할머니는 “너무 황당하다. 결과가 좋게 나오든 나쁘게 나오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겠다. 이 말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택시를 타고 떠나기 전 눈물을 흘리며 “저는 피해자들 똑같이 위해서 하는 것이지 저만 (위해서) 하는 게 아니다. 그것만은 알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송을 대리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통해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외면하고 국제인권의 흐름에 역행하는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이번 손배 청구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회복이라는 데 대해 진지한 고민 없이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했다”며 “책임을 입법부와 행정부에 떠넘기고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사법부의 책임을 방기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인도에 반하는 범죄에 대해서도 국가는 무조건 면책된다는 선례를 남겼다. 피해자들과 의논해 이른 시일에 항소 절차를 밟겠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한 오늘의 판결을 역사는 부끄럽게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뒤집힌 판결, 더 꼬이는 한일… 위안부 할머니 속도 뒤집혔다

    뒤집힌 판결, 더 꼬이는 한일… 위안부 할머니 속도 뒤집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한 국가의 주권 행위는 다른 나라에서 재판받지 않는다는 일본 측의 ‘국가면제론’을 재판부가 수용한 결과다. 유사한 소송에서 승소 결과가 나온 지 3개월 만에 엇갈린 판단이 나오면서 정반대 판결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게 됐다. 위안부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정부 정책은 물론 한일 관계 회복도 난항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 민성철)는 21일 열린 고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 등 20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제 관습법과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르면 일본국을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며 소를 각하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한일 위안부 합의’ 1주년을 맞은 2016년 12월 소송이 제기된 지 4년 5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1월 같은 법원 민사합의34부(부장 김정곤)는 유사한 소송에서 일본 측의 국가면제 주장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며 “피고(일본국)는 원고에게 각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 줬다. 피해자 측은 “고무적인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일본 측은 즉각 반발했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같은 달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판결이) 곤혹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언급할 만큼 한일 관계가 경색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앞선 소송의 판결과 정반대 판결을 내놓으며 “국가면제의 예외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국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예외를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은 일본과의 교섭을 포함해 대·내외적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법원이 피해자 인권보다 국익을 우선시했다”고 반발하면서 항소 의지를 드러냈다. 이미 확정 판결된 지난 1월 소송과 달리 이번 소송은 장기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한일 관계 회복을 꾀하는 우리 정부로서는 각각 둘로 나뉜 사법부 판단에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졌다. 피해자 중심주의를 외치면서도 피해자들을 설득시킬 만한 논리도, 외교적 해법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판결로 일본의 태도는 더 강경해질 전망이다.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요구하는 여론도 부담이어서 갈등 상황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1월 판결이 뒤집힌 것은 아니고 정반대 판결이 공존하는 상황”이라면서 “한일 관계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거나 전환점이 만들어지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날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겠다”면서 “일본 정부는 위안부 합의 등에서 표명했던 사죄와 반성의 정신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시론] 유럽 탄소통상장벽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시론] 유럽 탄소통상장벽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정서용 고려대 국제학부 교수

    요즘 우리 정부와 산업계는 유럽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CBAM) 도입에 대한 걱정이 크다. 유럽연합(EU)이 역내 그린뉴딜을 적극 추진하면서 EU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탄소 가격에 따른 수입품 가격을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탄소통상장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2007년쯤에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하다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 3월 EU 의회의 보고서 채택에 이어 6월쯤이면 EU 집행위원회의 초안이 마련이 예상되면서 EU에 의한 새로운 통상장벽 도입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면 철강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수 있다. EU의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도입에 대한 우리의 대응은 EU의 의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우리의 경쟁력 강화 기회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중 글로벌 기후 리더로서의 역할을 포기하면서 EU가 반쪽의 글로벌 기후변화 리더십을 발휘해 왔다. 그동안 우리는 그린뉴딜 정책, 국내 배출권거래제도 운영 등에서 EU와 절대적 협력을 해 왔다. 하지만 이들 EU 정책도 기본적으로는 EU 자체의 국익 달성을 위하는 데 초점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U의 그린뉴딜이 2020년 시행될 때만 해도 EU는 국제 협력보다는 EU를 위한 그린뉴딜임을 강조했다.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도 바로 EU 자체의 산업 경쟁력 보호에 주요 목적이 있다. 국경 조정 방법의 하나로 거론되는 EU 배출권거래제도 확대를 위해서인지 관련 유엔 기후변화 시장 메커니즘 협상에서도 EU식 규칙의 세계 표준화를 주도하려고 하는 듯하다. 유엔 기후협상에서 EU가 제시하는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EU는 우리를 비롯해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대 발언에 부딪힌 후에 같은 발언을 자제한 바도 있다. 지구 사회의 기후변화 문제 대응을 EU식으로 주도하려는 EU와 총론에서는 협력하되 탄소국경 조정과 같은 각론에 와서는 우리나라의 국익을 고려한 대응책 마련이 중요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저탄소 경제를 실현하고 그 과정에서 자국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EU식 탄소국경 조정밖에 없을 것 같지는 않다. 기후 리더로 다시 돌아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유럽식 탄소국경 조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존 케리 미 기후특사는 EU의 탄소국경 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곧 미국 주도로 개최될 기후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크게 다뤄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EU의 탄소국경 조정은 주요 동반 국가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주요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 러시아 등도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고,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새로운 통상장벽에 대한 우려를 표할 가능성이 크다. EU가 실제로 탄소국경조정메커니즘 안을 6월에 채택하더라도 막상 시행까지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 규정에 부합하면서도 EU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만족시키는 조치의 시행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제도가 더 선진적으로 보일 수 있고, EU가 가장 선호하는 국경 조정 방법으로 보이는 배출권거래제도를 확장해 적용하는 것도 문제다. EU의 무상 할당 제도로 인해 이미 WTO의 보조금 협정 위반 가능성 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통상장벽이 도입되더라도 모든 분야가 아니라 일단은 철강 등 몇 가지 품목에 대해서만 우선적으로 적용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새로운 통상장벽이 될 수 있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해 관련 정부 부처들은 국제사회 주요 국가들의 동향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면서도 우리 국익과 산업 경쟁력을 지킬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산업계도 수소환원 제철 기술 등과 같이 제품의 탄소집약도를 낮출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저탄소 기술 상용화를 서두르고 정부에 이를 활용한 국제 표준화에 앞장서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는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우리의 기술과 제도 기반의 새로운 글로벌 표준을 만들어 내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 [사설]첫 한미정상회담 확정, 한미동맹 더욱 다지는 계기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하순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고 청와대와 백악관이 어제 각각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대면 정상회담이어서 상견례적 성격도 있지만 워낙 양국 간 현안이 많은 시점이어서 실질적인 합의 내용도 중요한 상황이다. 우선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평화 정착 방안에 대해 양국이 같은 목표와 방법론을 설정해야 한다. 과거 한미 양국 정부에서 대북 접근법을 두고 이견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는 점을 잊지말고 초장부터 시각차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말로 접어들고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초라는 시기적 차이는 있지만, 미국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정해지는 중요한 시점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정부의 전력투구가 요구된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문 대통령의 방미에 즈음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거기에 한국 정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등 군사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이 동맹으로서 상호 최대의 이익을 거두고 잡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상호 존중 기조 아래 긴밀히 협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또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4차산업 분야에 대한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분야를 직접 챙기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치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동맹으로서 상생 호혜적인 방안이 도출되도록 노력하는 게 기본 자세여야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우리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한국의 입장을 당당히 주장해야 한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코로나19 백신 수급 등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달 미일정상회담에 이어 다음달 한미정상회담을 잇따라 갖는 것은 미중 갈등 국면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도 있어 보인다. 한미동맹의 기조를 굳건히 다지면서도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훼손되지 않도록 지혜로운 외교력이 요구된다.
  • 40개 시민단체,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국회비준동의 거부 기자회견 열어

    40개 시민단체,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국회비준동의 거부 기자회견 열어

    불평등한 한미 소파(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 국민연대(상임대표의장 이장희), 평화통일시민연대, 남북경협국민운동분부 등 40개 단체는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국회 비준동의 거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은 한-미 SOFA 협정 제5조(시설과 구역-경비와 유지) 제1항(합중국은, 제2항에 규정된 바에 따라 대한민국이 부담하는 경비를 제외하고는, 본 협정의 유효 기간 동안 대한민국에 부담을 과하지 아니하고 합중국 군대의 유지에 따르는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로 합의한다)에 예외조항을 담아 분담의 의무를 추가로 규정한 불평등에 불공정을 더한 특별협정으로 타결되었다”며 “이렇게 합의되었다고 발표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의 국회비준동의 거부를 강력히 촉구하고자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3월 5일부터 7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제9차 회의에서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협상이 최종 타결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번 합의한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을 통해 2019년 9월 양국간 협상이 공식 개시된 지, 1년 6개월 만에 협상이 타결되어 약 1년 3개월간 이어져 온 한미협정 공백이 해소되었으며, 한미동맹의 발전과 연합방위태세의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 국회 비준동의 거부 기자회견에서는 “이번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타결에 대해 미국의 일방적 국익만 반영되고 대한민국의 국익에는 다음과 같이 반하는 사실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국회는 비준동의를 거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11차 한미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를 위반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라는 우리 국익에 반하기에, 전면 무효화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 한-미 SOFA협정 개정 입법 통과에 다양한 미국의 압력 등 어려움이 있어왔고, 앞으로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의 주권을 당당히 주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요구는 지속될 것”이라며 “이를 반영하기 위해 민의의 전당인 대한민국 국회는 한-미 SOFA협정 개정을 위한 법률안 입법을 반드시 이루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광장] 美 반도체 동맹 vs 中 반도체 굴기/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美 반도체 동맹 vs 中 반도체 굴기/오일만 논설위원

    12일 미국 백악관이 주최한 ‘글로벌 반도체 화상회의’는 미중 패권전쟁의 주요한 변곡점이다. 2018년 7월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4차산업 혁명의 핵심 분야로 전이되는 형국이다.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는 쿼드 정상회의를 통해 군사·안보 포위망을 형성한 미국이 반도체로 전장터를 확전한 것이다. 국가 경제의 사활이 걸린 반도체 산업 분야의 지각변동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미중 간 싸움에 그치지 않는다. 유럽연합과 일본, 대만은 물론 한국도 참전(?)해야 하는 세계 대전으로 확전될 운명이다. 이번 반도체 회의는 반도체 칩 부족을 타개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상은 미국의 안보전략과 닿아 있다. 최근 70명 이상의 미 상·하원 의원이 국가 안보 차원에서 중국에 대응할 반도체 산업 지원을 촉구한 서한을 보냈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번 회의를 주재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회의에 깜짝 등장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리는 21세기에 다시 한번 세계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동맹의 가치를 내세운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쇼크 시기 미국의 동맹을 통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면서 반도체 안보의 확보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향후 반중(反中) ‘반도체 동맹’으로 확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담겨 있다. 미국이 반도체 패권에 집착하는 것은 반도체 기술이 미국의 안보와 군사적 패권 유지를 위한 절대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에는 반도체가 1만개 이상이 들어가고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첨단 무기의 핵심 부품이다. 미중 패권전쟁은 결국 반도체 기술에서 결판난다는 의미다. 2017년 미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회의가 중국 반도체 산업의 부상을 심각한 국가안보 위기로 규정할 정도로 위기감이 높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 직후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재검토를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대규모 지원에 착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반도체 생산 능력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37%였지만, 현재 12%로 급격히 감소한 상태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을 자체 육성하거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초조감이 묻어난다. 실제로 미 의회는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키면서 반도체 생산 촉진을 위해 연방정부가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조항(Chips for America Act)도 담았다. 미국의 반도체 정책은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부활과 함께 기존 공급망을 장악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의 반도체 동맹은 미국·일본·대만 간에 진행 중이다. 중국과 아시아 맹주를 다투는 일본과 중국의 병합을 두려워하는 대만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올해 1분기 추정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대만의 TSMC가 56%, 한국의 삼성전자가 18%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 SMIC는 5%에 불과했다. 세계 반도체 생산이 아시아에 집중된 점에 착안한 것이다. 중국은 이미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다. 중국 국무원은 반도체가 정보기술 분야의 핵심이자 경제 사회발전과 국가안보를 지탱하는 전략적·기초적·선도적 산업임을 강조했다. 10년간 160조원을 투자해서 15%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5%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6년이 지난 상황에서 반도체 자급률이 15%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지지부진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중국 정부가 반도체 대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패권을 선언한 미국이 메모리 분야의 강국인 한국을 동맹이라고 봐줄 이유가 없다. 타깃은 중국이지만 화살이 곧 한국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역시 반도체 기술과 인력 확보를 위해 한국 기업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대만·일본은 뭉치고, 다른 한편에선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는 중국이 버티고 있다.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의 첨예한 대립이 우리에겐 양날의 칼이다. 리스크도 크지만 미국과 중국의 다급한 구애를 우리 반도체 산업의 발전으로 연결해 국익을 도모할 기회다. 돌이킬 수 없는 미중 패권전쟁은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이고 우리의 지정학적 가치와 함께 반도체 강국 대열에 오른 한국의 몸값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과천부터 기듯’ 우리의 가치를 스스로 낮춰 어느 한쪽에 붙으라고 다그치는 것은 굴욕적인 현대판 사대주의나 다름없다.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만이 시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oilman@seoul.co.kr
  • 기업가치 뛴 LG·SK… K배터리, 中 제치고 세계 1위 등극 ‘시동’

    기업가치 뛴 LG·SK… K배터리, 中 제치고 세계 1위 등극 ‘시동’

    SK이노, 위험 요소 걷어내 주가 11.9%↑김준 사장 “美 조지아 공장 등 투자 확대” LG는 승리 예견 동력 약해져 0.6% 올라김종현 사장 “기술력 더 발전… 선제 투자” 올들어 세계 배터리시장 中 독주 체제로재계 “실제 공급 2~3년 뒤 세계 1위 전망”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마침표를 찍고 나니 두 기업의 가치도 덩달아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산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경쟁하는 동시에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협업하는 것이 국익과 개별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모두 부합한다”며 LG와 SK의 법적 분쟁 종식을 반겼다. 배터리 사업 확장에 눈엣가시 같던 소송전이 모두 해결되면서 이제 ‘K배터리’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하는 일만 남았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11.97%(2만 8500원) 급등한 26만 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은 0.62%(5000원) 소폭 상승한 81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폭이 큰 이유는 SK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에 따른 미국 사업 철수 위기’라는 위험 요소를 걷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조원의 배상금을 받아낸 LG는 법적 분쟁의 최종 승자이긴 하지만 이미 승리가 예견됐던 터라 주가 반등의 동력은 SK보다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각사 직원들에게 배터리 분쟁 타결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성장 의지를 다졌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30년간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됐다”고 자평한 뒤 “앞으로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대규모 배터리 공급을 확대해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제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을 비롯해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세계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독주 체제로 흐르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1.7%까지 상승하며 19.2%의 LG에너지솔루션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5%대의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점유율을 모두 더해도 중국 CATL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양사 배터리 수주에 걸림돌이 됐던 소송전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중국을 바짝 추격하면 계약 후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 2~3년 뒤엔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화해하니 주가 오른 LG-SK… 세계 1위 시동거는 ‘K배터리’

    화해하니 주가 오른 LG-SK… 세계 1위 시동거는 ‘K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 마침표를 찍고 나니 두 기업의 가치도 덩달아 뛰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산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경쟁하는 동시에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협업하는 것이 국익과 개별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모두 부합한다”며 LG와 SK의 법적 분쟁 종식을 반겼다. 배터리 사업 확장에 눈엣가시 같던 소송전이 모두 해결되면서 이제 ‘K배터리’는 중국을 제치고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하는 일만 남았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일 대비 11.97%(2만 8500원) 급등한 26만 6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 LG화학은 0.62%(5000원) 소폭 상승한 81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 상승폭이 큰 이유는 SK가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패소에 따른 미국 사업 철수 위기’라는 위험 요소를 걷어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조원의 배상금을 받아낸 LG는 법적 분쟁의 최종 승자이긴 하지만 이미 승리가 예견됐던 터라 주가 반등의 동력은 SK보다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두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각사 직원들에게 배터리 분쟁 타결에 대한 소회를 밝히면서 성장 의지를 다졌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30년간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됐다”고 자평한 뒤 “앞으로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로 대규모 배터리 공급을 확대해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이제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을 비롯해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올해 들어 세계 배터리 시장은 중국의 독주 체제로 흐르고 있다. 올해 1~2월 중국 CATL의 점유율은 31.7%까지 상승하며 19.2%의 LG에너지솔루션을 큰 격차로 따돌렸다. 5%대의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의 점유율을 모두 더해도 중국 CATL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양사 배터리 수주에 걸림돌이 됐던 소송전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중국을 바짝 추격하면 계약 후 실제 공급이 이뤄지는 2~3년 뒤엔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국민의 대통령, 진영의 대통령/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국민의 대통령, 진영의 대통령/최광숙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민심에 토를 달지 않겠다.”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후 9일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도종환 위원장의 첫 일성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 50여명도 “강성 지지층만 의식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반성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은 “개혁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집권 이후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민의 분노에 직면해 양분된 여권의 노선 갈등은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 하나같이 청와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이다. ‘문재인 보유국’을 자랑하던 여당에서 이런 곡소리가 터져 나오니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국정 기조를 바꾸자니 친문 지지층이 떨어져 나갈 것이고, 기존 국정 기조를 고집하면 민심은 더 멀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년간 나라를 뒤흔든 추미애·윤석열의 갈등에도 ‘침묵’으로 몸을 숨겼지만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다. 부동산과 세금 등 정책 실패에 대한 성난 민심을 반영할지 말지, 양자택일의 두 갈래길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 현 정부는 그동안 ‘노무현 가치’를 강조했는데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야 할 때라고 본다. 노 전 대통령은 진보정권을 표방했지만 취임 후 달라졌다. 대선 때는 “반미면 어때”라고 했지만 취임 후 지지층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 한미 FTA 타결,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으로 국정 방향을 틀었다. 문 대통령도 저서 ‘운명’에서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이라크 파병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이 국가경영”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결단의 대가는 혹독했다. 친노 지지층들이 대거 이탈해 지지율이 떨어지고, 설상가상 여권의 분화까지 이어져 결국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친노 진영에서 스스로 ‘폐족’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도 “사람들은 지나가다 돌부리에 넘어져도 노 전 대통령을 탓했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하는 데 있어 흠결도 있었지만 적어도 진영의 벽에 갇히지 않고 국익을 위한 ‘큰 장사꾼의 안목’(한미 FTA 담화문)으로 국정에 임한 데 대한 평가는 인정받고 있다. 당시 ‘노무현 좌파 이해찬’과 ‘노무현 우파 김병준’으로 대변되는 이들 간의 치열한 노선 갈등이 있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이번 선거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정책만 보더라도 진영 논리에서 출발한 정책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여실히 보여 줬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집 가지면 보수, 집 없으면 진보”(저서 ‘부동산은 끝났다’)라고 했다. 부동산 정책을 주거 안정이라는 민생 문제로 접근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접근한 것인데, 결과는 집값 폭등이 세금 폭탄으로 이어지면서 집 가진 자와 없는 자 모두에게 분노를 유발했다. 국정 운영이 국가 전체의 이익, 전체 국민의 이익보다 자신의 진영에 이익이 되는 쪽으로 펼쳐진다면 그건 대통령이 아니라 한쪽 진영의 보스로 전락하는 길이다. 집권 후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은 문 대통령은 인물과 정책에 있어 대전환의 결단이 필요하다.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의 대대적 교체가 즉각 이뤄져야 한다. 김빠진 ‘뒷북’ 개각으론 민심을 잡지 못할 것이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등 국정 전반의 정책기조 변화 없인 국민 신뢰를 되찾기 어렵다. 당내 일각에서는 ‘질서 있는 쇄신’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친문 지지층 눈치를 계속 보고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다시 이런 진영 논리에 힘이 실린다면 국정 쇄신은 물론 내년 대선도 힘들다.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진영의 대통령으로 남을 것인가. 문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다. bori@seoul.co.kr
  • “공익 위한 삶 살고 싶다”… 지재권 ‘선수’서 ‘심판’ 변신

    “공익 위한 삶 살고 싶다”… 지재권 ‘선수’서 ‘심판’ 변신

    변리사 등 거친 지식재산 30년 전문가여성 최초 융합복합기술심판장에 임용경력 풍부하지만 공직자로서는 새내기“우리나라의 특허 심사·심판 최고 수준특허분쟁이 IP 관심 높일 계기 될 수도”“글로벌 기업 또는 대기업 간 특허 분쟁이 지식재산(IP)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25일 고위공무원이자 경력개방형직위인 특허청 특허심판원 융합복합기술심판장(10부)에 여성 최초로 임용된 윤선영(53) 수석심판장은 5일 서울신문 인터뷰에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이렇게 에둘러 표현했다. 지식재산은 기업 경영뿐 아니라 국가 연구개발에 필수 전략이나 여전히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윤 심판장은 지식재산 분야에서 30년간 몸담은 전문가다. 2000년 변리사시험에 합격해 로펌 등에서 대리인으로 활동했고, 기업에서 지식재산 전략을 총괄 지휘하기도 했다. 경제적 혜택과 화려한 경력을 뒤로한 채 공직의 길을 선택한 배경은 단순했다. 그는 “특허가 세상의 전부이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앞만 보고 왔지만 로펌이나 기업을 위한 활동이 아닌 공익적 이슈를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윤 심판장은 공직자로서는 새내기다. 경력은 풍부하지만 아직 단독심판은 하지 않고 있다. 한 달간 3인 합의체 심결에 4건 정도 참여하며 업무를 익히는 중이다. ‘선수’로 뛰다 ‘심판’(審判)으로 활동하는 소감을 묻자 “지재권 분쟁의 1심 역할이다 보니 정확하고 일관된 판결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은 포지션에 따라 뇌구조가 달라지는 것 같다”며 “대리인일 때는 심판이 빠르거나 늦어도 의심하고 심판관 질문을 오해하기도 했는데 심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가 된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심사·심판 수준에 대해 주저 없이 최고 평점을 줬다. 윤 심판장은 “특허 선진5개국(IP5)에서도 우리나라에 등록된 기술을 거절하는 사례가 드물다”며 “심사 결과에 대한 분쟁이 심판이고, 심판 결과에 불복해 재판까지 이어지는 비율이 낮은 점 등을 살펴보면 우리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경력개방형직위가 민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직에 녹아낼 수 있는 ‘연결고리’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2% 아쉬움을 표했다. 개방형직위가 기관의 특성과 상황에 맞춰 정해지면서 민간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딱 맞는 옷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심판장은 “(특허청은) 최고 우수 인력과 가장 빠른 산업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국익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과 동기를 부여해 사기를 높여 줄 수 있는 뒷받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사설] 한미동맹을 가스라이팅에 비유한 국립외교원장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최근 낸 책에서 한미동맹을 ‘가스라이팅’(gaslighting)에 비유해 논란을 유발했다. 그제 온라인으로 출판간담회까지 하는 바람에 책은 주목받았다. 김 원장은 책에서 “한국은 한미동맹에 중독돼 왔다. 압도적인 상대에 의한 가스라이팅 현상과 닮아 있다”며 “(가스라이팅은) 사이비 종교를 따르는 무리에서 자주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미국 백악관 청원에 ‘문재인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라’는 한국인의 청원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이 한국의 이성을 마비시킨 가스라이팅의 사례”라고 주장했다. 가스라이팅이란 상대방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해 지배하는 것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데이트 폭력이나 사이비 종교의 양상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국립외교원은 외교부 산하 기관이고 원장은 차관급이다. 이런 인사가 외교적 언사를 사용해야 하는 한미동맹에 대해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를 썼다는 것 자체가 매우 경솔하고 충격적이다. 김 원장의 주장을 요약하면 한국 국민이 미국의 교묘한 심리 조종에 길들여져 사이비 종교처럼 추종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5000만 한국 국민의 수준을 모욕하는 발상이다. 한국 국민은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동맹이 외교안보적·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인생을 파탄 내면서까지 가해자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가스라이팅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김 원장의 논리대로라면 미군이 대규모로 주둔하고 있는 일본과 독일 등 유럽 선진국 국민들도 모두 가스라이팅 상태가 된다. 한국은 이미 미국에 주권을 당당히 요구하며 국익에 가장 유익한 협력 방안을 찾고 있다. 이러니 김 원장의 가스라이팅 운운은 현실 분석에도 맞지 않는다. 김 원장이 오히려 철지난 1980년대식 반미(反美)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나 스스로 되짚어 봐야 한다. 외교부도 이 일을 “학자의 개인적 소신”으로 축소해선 안 된다. 학자적 소신은 퇴임하는 8월 후에 표출해도 됐다. 국립외교원장은 학자가 아니라 엄연히 공직자인 만큼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겹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을 파고들면 한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대북 정책 확정, 한미일 협력 증진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로 3자 협의와 함께 한미·한일 양자 협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 양국 간 조율된 전략 마련,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한미일 협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을 향한 강력한 압박 신호이기도 하다. 당장 정 장관은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 당일 중국 푸젠성 샤먼으로 전용기를 타고 이동한 뒤 이튿날인 3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담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지만, 중국 측의 치밀한 계산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인 대만과 인접한 샤먼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단순히 한중 간 협력 증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잘 보여 준다.이번 회담에선 한중 간 현안,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 글로벌 이슈 등이 의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장관은 “한미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이 미국에 밀착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한국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중국도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정 장관을 통해 한국은 반중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방미와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은 회담 이후 내부 선전 목적으로 한국과의 회담 결과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해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 ‘국익과 일치하는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이처럼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이은 회담이 한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구도에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하게 건설적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도 “한중이 북한의 도발에 반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며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킬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도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날 곧바로 일본 담당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일본에 급파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을 해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도발과 담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고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불리는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중 기싸움에 낀 한국… ‘한반도 평화’ 고리로 협력 공간 넓혀야

    미국과 중국의 정면충돌,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각각 미국과 중국 방문 길에 오른다.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와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겹치면서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과 함께 미중 간 ‘협력의 공간’을 파고들면 한국이 한반도의 운명을 주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온다. 청와대는 서 실장이 2일(현지시간) 미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에서 열리는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위해 미국을 방문한다고 31일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 측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미·한일 양자 협의도 예정돼 있다. 청와대는 “대북 정책 관련 한미 양국 간 조율된 전략 마련, 한미동맹 강화, 글로벌 현안에 대한 한미·한미일 협조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다만 한미일 공조 체제 강화는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을 보다 두텁게 만드는 것으로 중국을 향한 압박 신호이기도 하다. 한미일 안보사령탑 회의는 사실상 한국시간으로 3일 열리는 셈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중국 푸젠성 샤먼에서 정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회담을 한다. 정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회담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우연히 시기가 겹쳤다”고 말했지만, 중국 측의 치밀한 계산이 먹혀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때 양안 갈등이 첨예했던 샤먼에서 회담이 개최되는 것도 이번 회담의 성격이 단순히 한중 간 협력 증진에만 있지 않다는 걸 잘 보여 준다. 이번 회담에선 한중 간 현안, 한반도를 비롯한 지역 문제, 글로벌 이슈 등이 의제로 올라오는데, 이 과정에서 미중 갈등에 대한 의견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 장관은 “한미의 굳건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한중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우리의 기본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지만, 한국이 미국에 밀착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카드를 내걸며 한국으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아내려고 할 수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시 주석 방한은 한한령이 최종적으로 철회되는 의미를 지닌다”면서 “중국은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정 장관을 통해 한국은 반중 전선에 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들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이유로 이번 방미와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쿼드(미·일·호주·인도 등 4개국 협의체)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정 장관이 한미 외교국방 장관(2+2) 회의에서 ‘국익과 일치하는 어떤 협의체와도 협력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에도 이처럼 쿼드 참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얘기해야 한다”면서 “그 얘기도 못한다면 한국은 ‘흔들면 흔들리는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연이은 회담이 한국의 외교 공간을 넓혀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 장관은 “미국과 중국이 경쟁 구도에 있지만 협력의 공간도 굉장히 많다”며 한반도 평화 문제가 대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 정착에 대해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을 통해)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매우 솔직하게 건설적 방향으로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신 센터장도 “한중이 북한의 도발에 반대한다는 점은 의견이 일치한다”며 “중국에 북한의 도발을 자제시킬 것을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정 장관은 한일 관계 개선도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에 대해 강하게 대처하면서도 이날 곧바로 이상렬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국장을 일본에 급파했다. 고위급 협의 채널을 가동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향해 “언제 어디서든 만날 용의가 있다”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이어 “미국이 한일 관계 개선에 협력을 해 주는 것은 환영하지만 기본적으로 (이 문제는) 한일 양국이 풀어 나가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북한의 최근 군사적 도발과 담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매우 유감”이라고 단호한 표현을 쓰면서도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입구’로 불리는 종전선언이 북미 관계의 불신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북한도 종전선언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미국도 긍정적으로 검토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