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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미 소고기 검역 중단할 거면 빨리 하는 게 낫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가 다시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미국에서 6년 만에 광우병 소가 발견되면서 국론은 갈리고,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여권이 미 소고기 검역 중단 등에 대해 일치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책임이 크다. 당·정·청은 국익과 국민정서를 함께 헤아리는 결정을 신속히 내려야 한다. ‘광우병 파동’의 재점화 조짐에 대처하는 여권의 자세가 영 미덥지 않다. 새누리당은 미 소고기에 대한 검역 중단을 촉구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이를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검역 강화를 공식입장으로 내놓았다. 여권이 대미 통상마찰 우려와 여론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꼴이다. 4년 전 촛불 시위 악몽을 떨쳐내지 못한 것은 물론 어떠한 교훈도 얻지 못한 듯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는 사이에 진보단체들은 내달 2일 서울에서 촛불 시위 4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선 광우병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괴담’도 나돌고 있다. 이번에 미국의 늙은 젖소에서 비정형 광우병이 발견되었지만, 다른 소에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한다. 미 소고기로 인해 국민의 건강을 해칠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는 셈이다. 까닭에 현 시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깔린, 비이성적인 주장으로 국민의 불안심리를 자극하거나 반미 정서를 부추기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정부의 일관성 부재나 무소신이 국민의 불신을 외려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2008년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하겠다.”는 광고까지 냈던 정부가 이제 와서 “광고문구는 생략되고 압축적인 것”이라고 딴소리를 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더욱이 정부 스스로 광우병 진상을 파악하려고 민관합동조사단을 미 현지에 파견한다는 입장이 아닌가. 그렇다면 조사단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정보를 확인할 때까지라도 일단 검역을 중단하는 게 논리적 일관성에도 부합한다. 시간을 끈다고 한·미 간 무역 마찰 소지가 없어질 리도 만무하거니와 여론만 악화될 뿐이다. 정부는 ‘가장 좋은 것은 올바른 결정이지만, 제일 나쁜 결정은 아무 결정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경구를 상기하면서 대미·대국민 설득에 적극 나서기 바란다.
  • “정부가 이란수출 의존 中企 고사위기 내몬다”

    “정부가 이란수출 의존 中企 고사위기 내몬다”

    대기업에는 중소기업을 살피라던 정부가 정작 중소기업의 고충을 외면하면서 ‘상생 정책’에 거꾸로 가고 있다. 정부가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에 동참하면서 한국수출입은행이 수출기업에 무역금융을 우선 지원하던 제도(포페인팅)를 일방적으로 봉쇄하면서 이란 수출에 의존하던 중소기업들이 고사 직전에 놓였다. 국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은 이해되지만, 아무런 사전예고도 없이 돈줄을 막아버리는 정책적 실수 또는 무관심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종이류 수출업체인 A사 사장은 “수출입은행의 포페인팅이 막히면서 이란 거래은행은 기업은행과 우리은행뿐인데, 두 은행은 수출환어음 매입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6개월~1년 후 대금 회수의 책임을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면서 “정세가 불안한 중동 무역에서 리스크와 360일(어음결제일) 뒤의 자금회수 조건을 기업이 모두 떠안는다면 자칫 파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즉 기업은행이나 우리은행의 수출환어음 조건으로 수출했다가 만약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수출기업은 은행에서 지원받은 대금을 은행에 물어내야 한다는 말이다. 기존에 수출입은행의 포페이팅을 통할 경우, 은행과 공동책임지는 것과 비교하면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이미 받아놓은 이란과 수출 계약도 무산 위기에 놓였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B사의 임원은 “포페이팅을 감안해 5월에 10억원어치 섬유 원료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는데, 이제 와서 계약 조건을 바꿀 수도 없는 일”이라면서 “정부가 수출을 늘리자며 독려하다가 국제정세를 핑계로 하루아침에 태도를 바꾸니, 영세 중소기업은 문을 닫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이란 수출은 지난해 60억 6800여만 달러이며, 국내 2000여개 기업들이 수출에 참여하고 있다. 수출 비중의 81.6%가 철강재, 섬유, 자동차 부품 등을 연간 100만 달러(10억원) 미만으로 수출하는 중소기업이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에 무역금융의 단일 창구 노릇을 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포페이팅 거래는 기업의 정식 계약서만으로도 수출입은행이 사전에 대금을 지급해 주는 지원 제도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자금 융통이 쉬울 뿐만 아니라 자금 회수도 수출입은행과 수입국 은행 간의 거래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금 회수에 대한 위험성을 덜 수 있다. 따라서 이 거래를 갑자기 막아버린 것은 중소기업을 사지로 내모는 꼴이다. 지식경제부는 국익 차원에서 이해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김화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수출입은행의 무역금융을 막기 전에 수출기업에 미리 알리고 유예기간을 주지 않은 것이 문제라는 말이지, 국익을 위한 외교적 조치를 잘못했다는 말이 아니다.”면서 “중소기업의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미국 눈치 보기’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 등 비석유부문의 거래는 지난해 12월 29일 제정된 미국 국방수권법(대이란 제재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 지배구조의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의 무역금융은 지레 겁먹고 뒤로 물러설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표한형 중소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미 수출계약이 완료된 부분은 정부가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을 통해 직·간접이고 한시적이라도 보증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열린세상] 벼랑 끝에 선 아리랑국제방송/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열린세상] 벼랑 끝에 선 아리랑국제방송/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국가 중 하나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라 국제화 시대에도 불구하고 공항이나 시내에서 영어로 된 안내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런 프랑스가 2006년부터 ‘영어’를 비롯해 아랍어와 프랑스어로 24시간 뉴스만 전문으로 내보내는 국제방송 ‘프랑스 24‘를 운영하고 있다. 이 방송이 출범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이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다. 그는 국제무대에 프랑스의 목소리를 전달할 TV채널이 없다며, 프랑스의 국위 선양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서는 영국의 BBC나 미국의 CNN과 같은 국제뉴스방송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라크의 요구를 받아 프랑스 의회와 정부, 방송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끝에 출범시킨 것이 ’프랑스 24‘이다. 러시아도 비슷한 문제인식 아래 2005년부터 ‘러시아 투데이’라는 24시간 뉴스 전문 채널을 영어 등으로 방송하고 있다. 영국은 훨씬 오래 전부터 ’BBC 월드‘, 독일은 ’도이치 벨레‘라는 명성 있는 국제방송 채널을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17년째 아리랑 국제방송을 실시하고 있다. 아리랑 국제방송은 외견상으로만 보면 크게 성장했다. TV의 경우 ’아리랑 월드‘ 등 3개 채널을 통해 영어, 아랍어 등 7개 언어로 24시간 국제방송을 하고 있다. 아리랑 국제방송의 해외 수신대상 가구는 9700만 가구에 달한다. 그렇다면 아리랑 국제방송은 별 탈 없이 지금 순항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하루하루 벼랑 끝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리랑 국제방송이 안고 있는 문제는 하나 둘이 아니지만 핵심은 재정, 운영주체, 관리감독기관, 유사 국제방송과의 관계 설정으로 집약할 수 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문제는 심각한 재정난이다. 운영 재원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재단법인의 설립 모태가 되는 보유기금에서까지 매년 50억원 이상을 빼내 운영재원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다. 최초 기금 704억원에서 지금은 238억원이 남아 있고 2015년이면 기금이 완전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 재정이 취약하니 우수 인력의 이탈이 잦고, 제작비가 부족해 프로그램의 질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방송 운영주체가 민법상 재단법인이라는 것도 공적 지원과 안정적 방송운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법인의 지도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부족한 운영재원의 상당부분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지원받는 관계로 아리랑 국제방송은 양쪽의 눈치를 보면서 생존하는 형국이다. 2003년부터 ‘KBS 월드’라는 해외방송을 실시하는 KBS와의 중복 논란도 해묵은 현안이다. 중병을 앓고 있는 아리랑 국제방송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그간 국회차원에서 다양한 입법 추진 시도가 있었으나 대부분은 법안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무산되었다. 아리랑 국제방송이 국내보다 해외를 겨냥한 방송이어서인지 정치권이나 정부 내에서조차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 있는 것이 그 원인이다. 그러나 아리랑 국제방송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어떤 형식으로든 결론을 내야 할 시점이다. 아리랑 국제방송의 그간의 공과와 앞으로의 역할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 만일 국익차원에서 의미 없는 방송이라고 판단되면 깨끗이 문을 닫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목소리와 문화,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는 유용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아리랑 국제방송의 문제가 장기간 표류한 데는 이해관계 기관 나름의 이유와 고충이 있고, 방송구조 개편과 맞물릴 수 있는 등 어려움이 있지만 조직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대승적 차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마침 국회도 곧 새로 출범한다. 또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까지 출범시킬 정도로 국격과 국가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이 번듯한 국제방송 하나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수치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가능하면 연내에, 늦어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아리랑 국제방송이 거듭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 아리랑 국제방송의 결단과 노력을 기대한다.
  • [사설] 안보리 성명만으론 북한 바뀌지 않는다

    북한이 지난 13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도한 데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사흘 만에 기존의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추가 도발을 억제한다는 내용의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북한이 앞으로 로켓이나 미사일을 추가로 발사하거나 핵 실험에 나설 경우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에도 합의했다. 주 유엔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번 성명에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안보리 성명은 관련국들이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있지만 북한을 바꿀 수는 없다. 안보리 성명이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겠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안보리의 제재를 그다지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 실험을 할 때마다 관련국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를 논의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상황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는 보여주기식 의장성명 같은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대북 정책을 한국과 관련국들의 정부가 고심해야 할 시기다. 마침 올해는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국 대부분이 선거 등으로 인한 정치 리더십의 교체를 가져왔거나 앞두고 있기 때문에 정책 변화를 모색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시기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북한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올해 말 대선을 통해 집권이 가능한 정치 세력들이 북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 정부는 심혈을 기울였던 ‘2·29 합의’가 내동댕이쳐지는 충격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대북 정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도 예고된 대로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면 현상유지에만 몰두하는 한반도 정책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이로운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새로 등장한 북한 지도부도 현 상태로는 집권세력은 물론이고 체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남북한의 통일이다. 남북한은 물론 주변국의 새로운 지도자들이 그런 인식을 바탕으로 한반도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 ‘최초의 아시아계 세계은행 총재’ 김용號 어디로

    김용 신임 총재가 이끄는 세계은행은 66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초의 유색인종 총재이자 세계은행에 한 번도 몸담은 적이 없는 ‘아웃사이더’라는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김 총재의 성향상 세계은행이 앞으로 개발이나 성장보다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 등 ‘분배’에 더 치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 김 총재는 지난 10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은행은 빈곤완화 및 경제발전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중진국에 살고 있는 빈곤층을 인식하고 이에 현실 대응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다음 날 세계은행 이사들에게 보낸 성명에서도 “세계은행이 가난한 이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을 위해 정의와 포용, 존엄성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교육·보건 전문가로 조직강화 예고 앞서 김 총재는 2000년 발표한 저서 ‘성장을 위한 죽음’(조이스 밀렌 미 등 공저)에서 신자유주의와 기업 주도의 성장 정책이 개발도상국의 중산층이나 빈곤층의 삶을 더 어렵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반(反)성장주의자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자 김 총재는 “세계은행은 이미 많이 변했고 경제성장보다 특정 사회나 문제에 적합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중시하는 경향이 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김 총재의 근본적 성향 자체가 분배에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로 보인다. 세계은행 조직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김 총재는 11일 성명에서 “세계은행 조직에 대한 개혁을 통해 세계은행이 보다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국들의 의견은 물론 민간·공공 영역에 있는 고객과 직원들의 말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도 했다. 김 총재가 교육·보건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 부문 조직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래도 미국인… 美국익 최우선시할 듯 김 총재는 또 개도국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세계은행 수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자신이 아시아 출신인 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지명한 배경이 신흥국과 개도국들의 반발을 의식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11일 성명에서 김 총재는 자신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랐고, 여러 대륙에서 일한 덕택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존재하는 세계은행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국적이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미국의 국익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中 보란 듯… 美·필리핀 합동 군사훈련

    중국과 주변국 간의 영유권 분쟁이 치열한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필리핀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해 역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필리핀은 16일부터 남중국해 팔라완과 루손섬 일대에서 연례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14일 밝혔다. 27일까지 계속될 이번 합동훈련에는 미 태평양 사령부 소속 미군 4500여명과 필리핀군 2300여명이 참가한다. ‘발리카탄’으로 불리는 이번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지휘소 훈련(CPX)과 야전훈련, 인도주의적 민간지원 훈련 등으로 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은 지난주 남중국해의 스카보러(중국명 황옌다오) 해역에서 중국 어선들을 체포하려던 필리핀 함정과 중국 초계정이 6일 동안 팽팽한 대치극을 벌인 직후 실시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이매뉴얼 가르시아 필리핀군 대변인은 “우리 목표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게 아니라 해양안보를 굳건히 하고 국익을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아시아 지역에서의 역할 강화를 꾀하고 있는 미국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방국을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가 이번 훈련에 담겨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어 남중국해 주변에서는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北 지도체제 큰 타격 없을 것” “김정은 이른 시일 방중 가능성”

    “北 지도체제 큰 타격 없을 것” “김정은 이른 시일 방중 가능성”

    북한이 지난 13일 실시한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발사가 실패했다. 장거리 로켓의 발사 실패 원인은 무엇이며, 향후 김정은 체제의 안정 여부와 3차 핵실험 강행이 이뤄질지, 국제 정세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지 등에 대해 해외 한반도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 “국제사회, 中 제재 동참에 초점” 니콜라스 해미세비치 한미경제연구소 소장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를 어떻게 보나. -김일성 탄생 100주년에 맞춰 중요한 선물로 만들려고 야심차게 추진해 온 일인데 실패했으니 북한 입장에서는 난처하게 됐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실패로 입지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나. -어느 정도는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려 했고, 평화적 위성 발사라면서 전 세계 언론인들을 불러모았는데 실패했으니 북한 입장에서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등이 워낙 강력해 더 이상 추가할 제재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북한에 어떤 제재가 더 가해질 수 있을까. -기존 제재를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이다. 특히 결의안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중국 같은 나라가 제재에 적극 동참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또 미국 정부가 식량지원 계획을 취소하는 것도 제재의 일환이 될 것이다. →중국이 제재에 협조할까. -중국은 북한이 로켓 발사에 실패한 점을 제재에 반대하는 명분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이번 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북한과의 관계는 영영 틀어진 것일까, 아니면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보나. -어쨌든 로켓 발사가 실패했기 때문에 성공했을 경우보다는 미국 정부가 더 여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다시 개선된다 하더라도 ‘2·29합의’ 수준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시 합의가 이뤄진다면, 미국은 ‘미사일’은 물론 ‘위성’이라는 표현도 합의문에 반드시 넣으려 할 것이다. →북한이 곧 3차 핵실험을 감행할까. -두고 봐야 한다. 북한 입장에서는 로켓 발사에 실패했기 때문에 일단 실패 원인을 분석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金, 긴장 고조땐 핵실험 할 수도”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실패로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의 입지가 타격을 받을까. -미사일 발사는 기본적으로 ‘고(高) 위험’ 도박이다. 외부세계뿐 아니라 북한 내부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지만 발사에 실패했다고 해서 북한 내부적으로 김정은 등의 권력기반에 영향이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기존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 등이 워낙 강력해 더 이상 추가할 제재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북한에 어떤 제재가 더 가해질 수 있을까 -기존 제재안의 빈 틈을 메우는 결의안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국이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을 철저히 단속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이 대북제재 유엔 결의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 것은 위키리크스 폭로에서도 드러났다. 중국을 통해 미사일 부품이 거래되는 것을 규제해야 한다. 북한 기업뿐 아니라 미사일 관련 거래에 이용되는 중국 내 은행과 회사 등의 이름을 적시해야 한다. →중국이 협조할까. -북한을 제재하지 않으면 북한의 호전성만 키워주고 그에 대응하는 한·미·일 동맹만 강화시켜 준다는 점을 중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의 도발은 중국의 국익에도 배치된다는 점을 주지시켜야 한다. →북한이 곧 3차 핵실험을 감행할까. -유엔이 제재를 가하면 그에 대응해 3차 핵실험을 할 수도 있다. 2009년에도 그런 전례가 있고 최근 한국 정보당국도 그런 가능성을 예견했다. 이번 로켓 발사는 장기 도발 계획의 일환일 수 있다. 문제는 긴장이 고조될 경우 검증되지 않은 젊은 독재자(김정은)가 오판을 해서 그의 아버지보다 더 위험한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로켓실패 즉각 발표는 정권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 양시위(楊希雨) 中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 →북한 위성 발사가 실패했는데. -북한은 이번 경험을 토대로 위성 발사 실험을 재개할 것이다. 다만 발사 실패로 국제사회가 강경하게 반응할 여지가 줄었고, 잔해가 다른 나라에 피해를 입히지 않은 점은 북한에 긍정적이다. →이번 발사가 이전과 다른 점은. -과거에는 발사가 비밀리에 이뤄진 반면 이번에는 공개리에 하는 등 유독 투명성을 강조했다. 위성 발사로 초래될 북·미 관계 악화 등 정치적인 손해를 만회하기 위한 목적이다. →위성 발사 실패로 김정은 등 북한 지도부가 타격을 받을까. -아니다. 1998년과 2009년 ‘광명성 1호’와 ‘광명성 2호’를 각각 발사했을 때 국제사회가 실패를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위성이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번에는 실패 사실을 즉각 발표했다. 이는 정권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김정은 지도체제가 안정적이라고 보나. -내년에 최고인민회의 관문이 한번 더 남았으나 최근 법률상·형식상 리더십을 완성했다. 군부와의 권력 투쟁설은 근거가 없다. →유엔에서 대북제재가 논의 중인데. -안보리에서 내려지는 어떠한 결정도 향후 대화 여지는 남겨 둬야 한다. 중국은 추후 대화의 가능성을 없애는 안보리의 어떠한 결정에도 반대한다. →유엔 차원 이외의 가능한 제재는. -미국이 금융 제재를 가할 수 있다. →북한이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은 위성 발사가 관련국의 제재를 촉발하고 이에 북한이 핵실험으로 맞대응할 것이란 가정 속에서 나온 가설이다. 핵실험 여부는 각국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중국은 관련국들의 냉정과 억제를 촉구하고 있다. →미국이 식량 지원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식량지원 취소는 북·미회담 합의 폐지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북·미 관계는 물론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킨다. →문제의 해결 방안은. -관련국들간 직접 대화를 통한 회복이다. 지금은 대화는 없고 공중에 대고 자신의 입장만 떠들면서 힘을 과시하는 형국이다. 물론 안보리에서도 적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해도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핵실험은 최악의 경우이지만 그렇더라도 제재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더라도 여전히 6자회담이 가능하다고 보나. -6자회담 이외에 더 좋은 방법이 없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한·미·일 등 관련국들이 6자회담에 참여하지 않을 텐데. -(관련국이) 6자회담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문제를 해결할 다른 방법이 없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장·단기 목표는. -6자회담을 통한 대화 재개다. →향후 한반도 정세 전망은. -충돌 없는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선거 국면이고, 북한도 강성국가 건설을 위해 내부에 집중할 것이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北주민 실망·불만 고조될 수도” 이소자키 아쓰히토 日게이오대 교수 →이번 로켓 발사 실패가 김정은 체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나. -이번 로켓 발사는 김정은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이어서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실망감과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 그러나 로켓 발사 실패가 김정은 체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거나 권위 실추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오히려 단결의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본다. →로켓 발사 실패가 중·장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에 미칠 영향은. -북한이 로켓 발사 실패 사실을 즉시 발표한 것이 무엇보다 주목된다. 이는 당 간부들을 중심으로 국내를 단결시켜 앞으로 성공을 향한 상황을 정리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핵실험,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위성 발사의 구실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제재가 실효성이 있을까. -국제사회 제재가 실효성이 있었다면 북한이 로켓(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1998년, 2009년, 그리고 이번 등 세 차례의 로켓 발사가 모두 체제 개편과 헌법 개정의 고비에 이뤄졌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로켓 발사도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에 즈음해 국위 선양과 김정은 체제 출범을 축하하는 의미가 크다. 북한이 이런 논리를 펼 때 중국 등의 반대로 국제 제재는 이뤄지기가 힘들 것으로 본다. →북한 내 일본인 처 송환과 납치 문제 해결 전망은. -일본 정부는 대북 외교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정말로 납치 문제가 지상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보다 다각적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北, 中에 대한 의존도 높아질 듯” 이즈미 하지메 日시즈오카현립대 교수 →로켓 발사 실패에 북한의 김정은 체제가 어떻게 대처할 것으로 보나.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로켓 발사는 원래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의 움직임이 멈추거나 변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김정은 체제는 로켓 발사 실패가 없었던 일인 것처럼 점점 언급을 줄여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로켓 발사에 돈이 낭비됐다며 주민들 불만과 비판이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불만과 비판을 줄이기 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고, 김정은이 중국을 이른 시일 내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실효성이 있을까. -국제사회의 제재는 성립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이에 반대할 것이고 북한을 압박할 경우 북한이 핵 실험을 강행하거나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도발적 행동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동북아 평화를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주변국에 보낼 것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한·일 간 정보 공유에 문제가 없다고 보나. -군사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보 공유가 이뤄진다면 좋겠지만 좀처럼 공유가 힘든 실정이다. 하지만 일본과 미국, 한국과 미국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정보 공유가 보다 원활하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북한 내 일본인 처 송환과 납치 문제 해결 전망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패가 북·일 관계의 진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속도내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 속도내나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예상 외도 과반수를 차지하자 주요 국책사업이 어떻게 추진될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야당이 강력하게 반대한 제주 해군기지(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제주 해군기지는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인 이슈로 등장, 새누리당의 ‘국가안보사업 계속추진’과 민주통합당 등 야권연대의 ‘공사 중단 전면 재검토’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왔다. 그러나 야당의 패배로 주도권이 밀리게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은 “야당이 노무현 정부 당시에 국익과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자신들이 앞장서 추진했던 해군기지 건설을 이제 와서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연대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중단과 재검토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해군 해상 준설 등 공사 박차 해군은 12일 서귀포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 노출암 발파작업과 해저면 평탄화를 위한 해상 준설공사 등을 벌이는 등 기지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은 14일 강정마을에서 3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해군기지 공사 중단과 백지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강정마을회 내일 공사중단 요구 집회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제주도민 대다수가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백지화 운동을 계속하기로 했다. 제주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재윤·강창일·김우남 후보 등이 모두 당선됐다. 김재윤(서귀포시) 당선자 등은 “지금 당장 공사를 중단해야만 갈등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며 “19대 국회에서 해군기지 특위를 구성해 해군기지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경전철 부담금 20년간 年 1000억원 우리나라 첫 정부시범 민자사업인 부산·김해 경전철 적자 문제도 해결될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 개통됐지만 추진과정에 수요 예측을 엉터리로 하는 바람에 부산과 김해시가 내년부터 20년간 해마다 1000억원이 넘는 비용을 민간사업자에게 지불해야 할 처지가 됐다. 김해시의 경우 20년간 1조 5000억원을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해양부와 사업자 측은 협약 당시 경전철 하루 이용객을 17만 6000명으로 예측했으나 개통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은 2만 3000여명에 그치고 있다. 김해시와 부산시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기 때문에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부담금 가운데 50%를 국비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해갑 민주통합당 민홍철 당선자는 “국가시범사업으로 선정한 정부도 당연히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중앙재정에서 MRG 금액 중의 일부를 부담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전철 민자사업은 현행 국비지원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아 적자 발생 시 해당 지자체가 사업자에게 일정비율의 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 제주 황경근·창원 강원식기자 kkhwang@seoul.co.kr
  • 朴 “위험한 이념폭주 막자” 韓 “오만한 정권 심판하자”

    朴 “위험한 이념폭주 막자” 韓 “오만한 정권 심판하자”

    ■ “민생 정당 새누리뿐…약속 반드시 실천” 박근혜 위원장의 마지막 호소 “두 당 연대의 위험한 이념 폭주를 막아낼 수 있는 건 오직 새누리당뿐입니다.” 4·11 총선을 하루 앞둔 10일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여의도 당사에서 지지층을 향해 투표를 독려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총선 전 유권자들을 향한 마지막 호소임을 의식한 듯 박 위원장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고 말끝마다 힘이 실렸다. 얼굴 표정 역시 여느 때와 달리 비장했다. 박 위원장은 “오늘 절실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말문을 연 뒤 “혼란과 분열을 택할 것인가, 미래의 희망을 열 것인가, 바로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 북한은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협박하고 있고, 주변국들과의 영토 분쟁, 해상 분쟁도 갈수록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는데, 철 지난 이념 때문에 이렇게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저버려도 되는 거냐.”면서 “이런 세력이 국회의 과반을 차지하게 되면, 우리 국회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 연대를 공격했다. 박 위원장이 선택한 마지막 유세 지역은 역시 112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50여곳이 오차 범위 내에서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수도권이었다. 박 위원장은 오전 11시부터 밤 11시까지 1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서울 북부와 경기 동북부·남부 등 수도권 13곳을 차례로 훑는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박 위원장은 오전 11시 20분쯤 서울 동작구 상도2동 장승배기 사거리에 도착, 마지막 총력 유세를 시작했다. 붉은색 새누리당 점퍼 차림에 오른손에는 여전히 붕대를 친친 감은 채였다. 거리를 빼곡히 메운 1000여명의 시민들은 “박근혜!”를 연호했고, 일부 시민들은 박 위원장에게 장미꽃을 선사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의 연설에는 이날도 ‘민생’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일자리걱정, 보육걱정, 취업걱정, 노후걱정을 없애기 위한 우리 새누리당의 ‘가족행복 5대 약속’을 반드시 지키겠다.”면서 “민생을 최우선으로 삼아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정당, 새누리당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후 서울 마포구 신촌로터리에서 열린 서대문·마포·은평 합동유세 때부터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세장을 찾은 시민들은 자리를 꿋꿋이 지켰다. 박 위원장은 오후 도봉구 차량유세와 노원구 합동유세를 마친 뒤 경기 지역으로 이동해 의정부·구리·용인·수원·화성을 차례로 찾았다. 이어진 박 위원장의 마지막 유세 장소는 역시 ‘정치 1·2번지’인 종로와 중구였다. 당초 일정에는 없었지만, 급하게 일정이 추가됐다. 이날 서울 종로에 출마한 자유선진당 김성은 후보가 사퇴 선언을 하면서 홍사덕 후보로 단일화된 점과 선거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종로와 중구의 ‘상징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황비웅·이성원기자 stylist@seoul.co.kr ■ “투표는 밥…與 찍으면 밥상 초라해진다” 한명숙 대표의 마지막 호소 “여러분 모두 투표하십시오. 국민사찰 시대를 마감하고 혹독한 이명박 정권의 추운 겨울을 끝내고 이제 개나리 만발하는 봄을 선사하겠습니다. 오만한 이명박·새누리당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 주십시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4·11 총선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10일 0시부터 선거운동이 종료되는 밤 12시까지 최대 격전지 서울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24시간 ‘무(無)수면’ 투표 독려 지원 유세를 펼쳤다. 한 대표는 이날 하루 동안 무려 23곳 유세라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했다. 한 대표의 마지막 유세 일정은 노동계 표심 잡기로 시작됐다. 이날 0시 한국 노동운동의 선구자로 불리는 고(故) 전태일 열사가 일했던 동대문 평화시장을 전 열사의 여동생인 전순옥 비례대표 후보와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이석행 전 민주노총 위원장, 정호준 중구 후보와 함께 찾았다. 오전 3시 30분에는 은평구 수색동의 한 택시운수업체를 찾아 택시기사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한 대표는 오전에는 서울 내 민주당의 불모지 ‘빅3’ 지역인 서초·강남·송파로 달려가 후보들을 지원 사격했다. 오후에는 초접전 지역인 동대문을(민병두 후보), 중구(정호준), 종로(정세균), 영등포을(신경민), 서대문갑(우상호) 등을 차례로 방문해 총력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정부심판론’과 ‘투표 참여’에 방점을 찍었다. 송파을(천정배) 유세에서 “투표는 밥이다. 서민·민생 경제를 살릴 사람에게 투표하면 맛있는 밥상이 가정에 오르지만 1% 부자만을 위한 정책을 쓰는 새누리당에 투표하면 밥상은 초라해질 것”이라면서 “투표하러 가는 길은 봄으로 가는 길”이라고 호소했다. 강남을(정동영)·서초을(임지아) 유세에서는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느냐. 새누리당이 표 달라고 하기가 염치 없으니까 간판을 바꿔 단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물이 고이면 썩고 부패한다. 새누리당만 찍으면 일 안 해도 당선되기 때문에 노력을 안 한다.”며 변화를 당부했다. 한 대표는 건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대학가 주변에서 투표 참여 캠페인을 열고 “청년, 학생들 투표하고 데이트 가고 여행 가라. 투표하면 반값 등록금, 청년 일자리 반드시 실현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김한길(광진갑) 후보 지원 유세에서는 김 후보 아내인 최명길씨와 황신혜·손창민·정찬 등 연예인이 총출동했다. 한 대표는 “권력을 국민을 위해 쓰라고 줬더니 죄 없는 민간인, 연예인들 뒷조사하고 이메일 뒤지며 괴롭힌다.”면서 “투표하면 국민이 이기고 하지 않으면 이명박 정권이 이긴다.”며 거듭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한 대표는 송파구 지원 유세를 마치고 자리를 옮기려던 순간 전날에 이어 또다시 계란 투척 공격을 받았다. 근처 아파트 베란다에서 날아온 계란은 한 대표가 서 있던 곳 2m 앞에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 선대위 대변인은 “백색테러”로 규정했다. 강주리·이범수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이외수 곤욕’ 다른 생각 인정하는 계기 삼자

    소설가 이외수씨가 총선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곤욕을 치렀다. 이씨는 그제 새벽 트위터에 “제가 살고 있는 강원도 중에서도 낙후된 접경지역, 철원·인제·양구·화천을 이끌어갈 새누리당 정치인 한기호 후보를 응원한다. (한 후보는)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다. 호탕한 성품의 소유자”라는 글을 올렸다. 이씨를 옹호하는 글도 있었지만, 이씨가 이러한 내용을 남기자 일부 네티즌들은 “제정신이 아니군. 그냥 닭대가리 인증을 하는구나.” “새누리당 인물을 추천하는 따위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씨는 그동안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이씨가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니, 실망한 네티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원색적으로 비난할 일은 아니다. 논란이 커지자 이씨는 “자기네 정당 후보 여러 명 추천해 드렸는데 그때는 가만히 계시다가 다른 정당 후보 딱 한명 추천해 드리니까 불쾌감을 드러내시는 분들. 저는 공약이나 활동 검토한 다음 제 소신대로 소개하겠다고 미리 말씀드린 바 있다.”고 일축했다. 이씨는 그제 강원도 춘천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안봉진 후보를 추천했고, 민주통합당 정동영 의원(서울 강남을)을 지지하는 글을 트위터에 남기는 등 그동안 야권 후보를 추천해 왔다. 이씨의 말마따나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한 것은 한 후보가 유일무이하다.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손가락질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은 인정할 수 없고,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위험하다. 진보 성향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트위터에 “이외수 형님의 선택, 물론 저와는 생각이 다르다.”면서도 “타인의 생각을 인정하자.”는 글을 올린 게 맞는 얘기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견해를 존중해 주고 포용해 주는 보다 성숙한 사회가 돼야 한다. 오늘 실시되는 총선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도 최근 지적했듯이 소위 진영 논리에 빠져서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후보보다는 국익을 생각하는 후보를 뽑는 게 맞다.
  • 식어버린 ‘티파티’

    “티파티(Tea Party)는 2010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하원을 탈환하는 데 주역이었다. 하지만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백악관을 수성하는 데 도움을 줄 것 같다.” 풀뿌리 보수주의 유권자 운동으로, 미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공화당의 부활을 가져왔던 티파티가 태동 3년 만에 공화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보수성향의 폭스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티파티를 좋아한다는 미 국민은 30%에 그친 반면, 싫어한다는 의견은 51%에 달했다. ABC방송 여론조사에서도 티파티를 강력 지지한다는 의견이 15%로 강력 반대한다는 응답자 26%에 크게 못 미쳤다. 이런 인기 추락을 반영하듯 올해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티파티를 언급하는 공화당 후보들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대규모 티파티 행사 역시 올해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2010년 선거에서 공화당의 약체 후보들이 티파티 돌풍에 힘입어 하원에 무더기 입성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2010년 티파티 바람으로 혜성과 같이 당선된 조 월시, 앤 버클 하원의원 등은 지금 그 영광이 ‘주홍글씨’가 돼 궁지에 몰려 있다. 반면 민주당 후보들은 티파티를 공격 소재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의 빌 패스크럴 하원의원은 총선을 겨냥한 선거광고에서 “티파티를 멈추게 하려고 출마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의 수전 보나미치 의원은 올 초 보궐선거에서 패스크럴 의원과 비슷한 광고로 톡톡히 재미를 보며 승리했다. 티파티가 이처럼 속절없이 추락하게 된 것은 지난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여야 협상의 배후에서 극단적인 강경 목소리를 내 미국을 국가부도(디폴트) 위기로 내모는 데 주된 역할을 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이때부터 미 여론은 티파티가 정파적 이익을 위해 국익 훼손마저 불사하는 이기적 집단이라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민주당 홍보 전략가 존 랩은 “티파티는 국민들 사이에서 더 이상 인기 있는 풀뿌리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중산층 주류 시각을 반영하지 못하고 극단적 시각을 가진 위험한 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쪽에서는 풀뿌리 유권자 운동의 특성상 일사불란한 조직기반을 갖추지 못한 점을 티파티의 쇠락 원인으로 꼽는다. 단기적으로는 파괴력을 발휘했지만, 구심점이 없다 보니 시간이 가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실제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티파티는 단일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하면서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사설] 진영논리보다 인물 보고 찍으라는 말 옳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전남대 특강에서 4·11 총선 참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첫째, 진영 논리에 빠져서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분들이 아니라 국익을 생각하신 분들이 있다면 그분을 뽑는 게 맞다. 둘째, 자꾸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적임자다. 셋째, 증오·대립·분노보다 온건하고 따뜻한 분들이 있다. 인격이 훨씬 성숙하신 분을 뽑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조직화된 소수 이익단체의 의도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젊은 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되 미래가치에 부합하는 인물 위주로 투표권을 행사하라는 얘기다. 오늘날 젊은 층의 ‘멘토’로 존경받고 있는 안 원장로서는 적절한 화두를 던진 것으로 이해한다. 안 원장의 지적처럼 현재 우리 정치권은 지역적으로 분화된 잘못된 정치지형에 편승해 분열과 대립을 부추겨 반사이익을 챙기고 있다. 유권자들에게 박탈감과 증오심만 자극한다. 그러다 보니 진영 논리에 갇혀 후보자 개개인의 역량이나 인품은 뒷전으로 밀린다. 몇몇 정치인이 잘못된 정치지형을 타파하기 위해 고전분투하고 있으나 진영의 파고를 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이를 바로잡는 길은 깨어 있는 시민의식밖에 없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오염된 젊은 층이 떨치고 일어서야 한다. 중앙당 위주의 과잉정치, 증오의 정치를 넘어서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말을 들어보면 인격을 알 수 있다.’는 조언은 유권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편지나 전언(傳言) 등의 방식으로 불쑥 내뱉는 안 원장의 ‘정치 마케팅’에 비판적인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애매모호한 행보로 ‘몸값’을 올리려는 기회주의적인 처신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앞으로 원칙과 기본을 환기시키는 선으로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치권도 안 원장의 발언을 아전인수 식으로 호도하지 말기 바란다.
  • [선택 2012 총선 D-7] “野, FTA 말바꾸기 사과하라” vs “정부, 재협상서 국익 훼손”

    [선택 2012 총선 D-7] “野, FTA 말바꾸기 사과하라” vs “정부, 재협상서 국익 훼손”

    4·11 총선에 출마하는 각 정당 비례대표 후보들이 3일 첫 TV 토론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민간인 불법 사찰 등 현안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특히 이상일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과 김기식 민주통합당 전략기획본부장,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초박빙 판세를 의식한 듯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주고받았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이번 비례대표 후보자 토론회는 이들 외에 함영이 자유선진당 홍보국장, 이지영 창조한국당 부대변인, 홍세화 진보신당 공동대표 등 6개 정당 후보들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여야의 기싸움은 한·미 FTA를 둘러싸고 가장 뜨거웠다. 중앙일보 논설위원 출신인 이상일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 맺은 한·미 FTA에서 바뀐 것은 자동차 분야밖에 없다.”면서 “한명숙 민주당 대표가 당시 국무총리로 있을 때 담화문까지 냈는데 (이제 반대한다면) 이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격했다. 이에 김기식 후보는 “국민의 이익과 상황 변화에 따라 당연히 정책 판단도 바꿔야 하며 서민에게 어려움을 주는 한·미 FTA는 고쳐져야 한다. 전면 재협상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참여정부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대표는 “나름대로 책임 의식이 있기 때문에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 것”이라면서 “한·미 FTA 재협상 과정에서 국가의 이익이 훼손됐고, 농어민과 중소상인에 대한 손실 보장 대책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고친 게 자동차뿐인데 분노의 언어로 얘기하지 말라.”고 받아치자 김 후보는 “분노의 언어가 아니라 법관들조차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을 말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이명박 정권이 독선적인 국정운영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며 정부의 탓으로 돌렸다. 이 후보는 “유 대표는 당당한 분이다. 경기지사 출마 때는 한·미 FTA 지지한다고 했다가 전국농민총연맹에서는 FTA 지지를 사과했다. 한 대표는 답이 없네.”라고 꼬집자, 유 대표는 “제가 답변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죠?”라며 무시 전략을 택했다. 민간인 불법 사찰 논란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웠다. 김 후보가 “2년 전 사건이 불거졌을 때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은폐했다. 총선 직후에 청문회를 하겠다.”며 참석하지 않는 검찰총장 등 고위관계자에 대한 처벌 규정 강화를 제안하자, 이 후보는 “민간인 사찰은 인권유린이고 민주주의 파괴 행위로 이 정부의 설명과 특검이 필요하다.”며 청와대와 선긋기를 하면서도 “(민주당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자고 하는데 검찰을 믿는 건지 되묻고 싶다. 제도 문제와 청문회는 19대에서 토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현 정부의 ‘세종시 백지화’를 막은 주체를 놓고서도 다퉜다. 이 후보가 “세종시는 이명박 정부에서 수정하려는 것을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투쟁해서 막았다.”고 강조하자, 김 후보는 “세종시를 누가 추진했는지는 다 알고 있다. 박 위원장이 한 것처럼 말하는 건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국회와 정당 혁신 방안과 관련, 유 대표는 “재·보궐 선거가 많은데 원인 제공을 한 정당은 후보 공천을 할 수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 선거사범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영 후보는 “현 양당 체제에서 정치권이 스스로 자기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제도가 잘 마련돼도 국회 운영이 잘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주리·최지숙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그린피스 간부 입국 거부 속좁은 것 아닌가

    세계 각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마리오 디마토 동아시아사무총장 등 3명이 그제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인천공항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이 법무부가 지정한 ‘국익유해자’였기 때문에 절차대로 법을 집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14조에 따르면, 공공의 이익이나 안정을 해칠 위험이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법무부장관이 입국을 금지시킬 수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언제, 어느 기관이 입국 거부를 신청했는지는 해당 기관의 요청에 따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린피스 본부와 서울사무소는 입국 금지에 대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에 반하는 목소리를 묵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린피스는 이번 한국 일정을 통해 한국판 탈핵 시나리오를 발표하고, ‘에스페란사호’라는 선박을 투입해 강원 삼척 등 신규 원전 건설지역에서 선상시위를 벌일 예정이었다고 한다. 설사 이들이 그런 문건을 발표하고, 시위를 벌인다고 한들 그것이 심각하게 우리 국익을 해치는 것인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또 이들의 시위에 영향을 받을 우리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원전 강국 가운데 하나다. 원전 건설의 공기 단축과 가격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최근 몇 차례 사고가 있었지만 가동률도 세계 1위에 해당한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베트남 등지에서 원전 수출을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원전에 찬성하는 목소리뿐만 아니리 반대하는 목소리도 포용할 수 있는 열린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만일 이들이 박원순 서울시장 등 야권 인사들을 만나기로 한 것도 입국 거부의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됐다면, 이 또한 옹졸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 [서울광장] 그래도 ‘희망’을 뽑자/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그래도 ‘희망’을 뽑자/오병남 논설실장

    4·11 총선이 코앞이다. 연말 대선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선거여서 관심이 높다. 그러나 국민은 썩 내키지가 않는다. 흔쾌히 밀어줄 정당이나 후보가 확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모든 정당이 태산을 옮기고도 남을 기세로 쇄신과 변화를 외쳤지만, 공천 혁명은 없었다. 공식 선거운동은 초반부터 네거티브 전쟁의 조짐이 뚜렷하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인지 국민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온 나라를 들쑤셔 놓았던 여야의 공천은 ‘3월의 광란’으로 부를 만큼 뜨거웠지만, 구태와 코미디가 판치면서 실망만을 남겼다.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으로 변신한 것이 고작이다. 국민의 환골탈태 기대는 ‘늙고 낡은 기득권 정당’의 과거 프레임을 뚫지 못했다. 야당이라고 나을 것은 없다. ‘친노’는 민주통합당을 접수했지만, 대표상품으로 내놓은 국민참여 경선은 동원 경쟁으로 전락했다. 야권연대에 매몰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형국을 자초한 것도 딱한 일이다. 국익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표만 좇다 스스로 머쓱해졌다. 중도개혁의 넓은 표밭은 제쳐놓고 ‘왼쪽 3%가 당락을 가른다.’는 선거공학에만 매달린 건 안타깝다. 역공의 빌미를 줘 ‘정권 심판’의 파괴력을 스스로 반감시켰으니 말이다. 줏대 있고 사려 깊은 행보를 했더라면 의석은 물론 집권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여야 모두 외부인을 등장시켜 공정공천을 분식했지만, 결국 하향식 공천의 한계를 되풀이한 셈이다. 낡은 방식 그대로 허둥지둥하다 보니 민주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못했다. 아무리 지역기반이 탄탄해도, 의정활동이 훌륭해도, 전문성이 있어도, 지도부의 낙점 없이는 공천받을 수 없다는 건 민주주의가 아니다. 국민의 선택보다 지도부의 선택이 사실상 금배지를 가름하는 현실이야말로 정치권 폐해의 원점이나 마찬가지다. 지역일꾼을 뽑는 총선인데 공식 선거전은 초반부터 마치 대선을 치르는 형국이다. 누가 제1당 자리를 차지하느냐, 여소야대냐 여대야소냐에 따라 차기 대권의 향방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 지지율이 날마다 요동치고, 수도권 선거구 60~70곳에서 지지율 5% 포인트 이내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 격렬함의 방증이다. 벌써부터 서로 물어뜯으며 바람몰이에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면 국민이 바라는 정책선거는 이번에도 틀린 것 같다. 더구나 국민 입장에서는 여야 정책의 차별성을 가리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묻지마식 복지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다 보니 어떤 정책이 어느 당의 것인지조차 헷갈릴 판이다.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당이 무상급식을 내세워 톡톡히 재미를 본 뒤 생긴 현상이다. ‘판박이 공약’의 내용도 설익고 엉성하다. “여야 모두 경제 공약의 실현가능성, 합리성, 효율성 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빈약하다.”는 한국경제연구원의 질타는 정곡을 찌른다. 총선과 대선을 치른 이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공천 실망과 선거전의 혼탁함으로 국민은 이미 피곤하지만, 그래도 선거는 좋은 것이다.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를 입법 활동보다는 싸움의 장으로 만든 인물은 기필코 바꿔야 한다. 사실상 막을 내린 18대 국회에는 아직도 정부가 제출한 법안이 405건이나 잠자고 있다지 않은가. 용케도 공천을 따냈지만 부패와 비리, 편법과 네거티브에 전 인물, 국민을 장기판 ‘졸’ 정도로 여기는 인물도 걸러내야 한다. 이들의 빈자리를 서민의 고단함을 덜어 줄 인물, 국익을 위해 당당한 인물, 시대정신과 알찬 정책으로 페어플레이를 펼친 인물, 청렴한 새 인물로 채우는 것이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드는 일이다. 정치 쇄신 요구는 쇳물을 녹일 만큼 뜨겁다. 그러나 ‘꼭 투표하겠다.’는 유권자는 절반을 조금 넘는다. 자가당착이다. ‘청년들의 꿈을 찍자.’는 청년유권자연맹의 호소처럼 남은 선거전에 눈을 부릅뜨고, 한번쯤 공약과 정책을 따져보는 수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4월 11일 그래도 ‘희망’을 뽑자. obnbkt@seoul.co.kr
  •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朴, 종로 등 16곳 강행군 공사장·시장서 민생 부각

    [박근혜·한명숙 서울·수도권서 첫 유세격돌] 朴, 종로 등 16곳 강행군 공사장·시장서 민생 부각

    “자신들이 그토록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국민을 설득하고 약속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해군기지 건설, 이런 것을 야당이 됐다고 다 폐기하자고 한다면 세계 어떤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을 믿어주겠습니까.”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4·11 총선 첫 지원 유세를 시작한 29일 낮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 광장에 모인 시민 500여명이 ‘박근혜’를 연호했다. 종로 홍사덕, 중구 정진석 후보 지원에 나선 박 위원장은 환호를 만끽할 틈도 없이 곧바로 다시 차에 올라야 했다. 동대문구 제기동의 경동시장에서 동대문갑에 출마한 허용범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아침 8시 15분부터 시작해 5번째 일정을 소화했고 앞으로 11곳이 남았다. 박 위원장은 이날 하루 종일 서민과의 스킨십 강화에 주력했다. 영등포갑(박선규 후보)을 방문해서는 건물 공사장 인부에게 “언제 준공되느냐.”며 관심을 보였고 양천갑(길정우 후보)에서는 재래시장인 신정제일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격려하며 ‘민생 챙기기’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한 상인이 “아이고, 너무 반갑네요.”라며 인사하자 박 위원장은 “경기가 안 좋아서 예전보다 힘드시죠?”라며 격려했다. 박 위원장은 거리에서 환경미화원과 신문배달원 등도 놓치지 않고 일일이 인사하며 지지를 부탁했다. 측근인 강서갑의 구상찬 후보를 돕기 위해 들른 화곡본동 시장에서는 지나가는 유권자들에게 “많이 도와주십시오.”, “잘 부탁드립니다.”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시장 상인들에게도 인사하며 지원을 부탁했다. 오후 신영수 후보와 신상진 후보 지원을 위해 들른 경기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시장에서는 시민들의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서울 중·동부와 경기 동·남부 지역 16곳을 돌았다. 일정은 거의 10분 단위로 빡빡하게 짜였다. 박 위원장은 차량으로 이동하면서 끼니도 도시락으로 해결했다. 선거 참모들은 “박 위원장을 지역구로 끌어들이려는 후보들의 요구는 협박에 가까울 정도”라고 했다. “박 위원장의 방문을 성사시키는 게 후보의 능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위원장의 후광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거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존경합니다.” “열렬한 팬입니다.”라는 환영의 말도 많았지만 박 위원장은 이날 녹록지 않은 수도권 민심을 피부로 느껴야 했다. 영등포을에 출마한 권영세 후보를 돕기 위해 찾은 대림역 8번 출구 앞에서 출근길 유권자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지만 외면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한 선거운동원이 “박근혜 위원장과 인사하고 가세요.”라고 거들려 하자 박 위원장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입장을 바꿔 봐도 나도 그럴 것 같다. 지금 모두 바쁘셔서….”라며 말렸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부산 간 朴 “野 철지난 이념 매몰”

    부산 간 朴 “野 철지난 이념 매몰”

    새누리당 박근혜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이 27일 야당 바람과 당내 악재에 휘청이는 부산을 다시 찾았다. 지난달 24일 첫 방문 이후 한 달 사이 세 번째다. 이번 발걸음은 총선을 불과 2주 남기고 낙동강 벨트를 비롯한 부산·경남 민심이 예사롭지 않음을 방증한다. 사상갑의 손수조 후보가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공약의 말바꾸기 논란에 휩싸였고 사하갑 문대성 후보는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북·강서을의 김도읍 후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텃밭에서 판세가 출렁이자 이날 일정을 급하게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불과 5시간여 동안 낙동강 벨트 전역을 훑었다. 최전선인 북·강서을 지역의 화명동 길거리 유세를 시작으로 해운대·기장을의 기장시장, 진을 개금시장, 사하을 장림시장 골목을 후보들과 함께 누볐다. 남구을 서용교 후보의 선거 사무소 현판식과 부산시당 선대위 발대식도 챙겼고 손수조 후보를 만나 직접 격려도 했다. 중앙당 사무처 당직자 4명은 앞서 지난 24일 급히 인사발령을 받고 사상구로 파견됐다. 한 관계자는 “손 후보가 정치 신인이다 보니 여러 문제 제기에 미숙하게 대응한 점이 있었다.”면서 “안정적으로 선거를 치르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손수조 카드’를 버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날 일정에는 앞서 백의종군을 선언한 김무성 전 원내대표가 힘을 보탰다. 부산시당 선대위 발대식에서 김 전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너무나 당연한 백의종군 결정에 많은 국민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공천 탈락한 다른 6명의 동료 의원들도 당 조직을 공천 후보에게 인계하는 등 선거지원에 나섰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박 위원장은 민주당의 이념 공세를 맹공격하며 부산에서 정권심판론을 잠재우려고 애썼다. “이념에 빠진 야당과 민생을 우선하는 새누리당 중 누가 승리해야 국민이 행복해지겠느냐.”며 민주당을 정조준했다. 이날 아침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첫 회의에서도 “지금 야당은 철 지난 이념에 사로잡혀 국익을 버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한·미 동맹과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정당과 손잡고 자신들이 추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도 모두 폐기하고 있다. 이들이 다수당이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라고 말했다. 허백윤·부산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통상마찰보다 국익 우선” 인사동 저질 외국산 퇴출

    외교통상부의 문제 제기로 논란을 빚었던 서울 인사동과 전주 한옥마을의 저가 외국산 기념품 퇴출 대책이 원안대로 추진된다. 외교부는 당초 서울시에 “세계무역기구(WTO) 다자간 무역협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지만 통상마찰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해 퇴출 정책에 찬성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외교부는 22일 서울시와 종로구, 전주시 등 해당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문화지구 안에서의 저질의 외국산 공예품 범람은 분명히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규제하는데 동의한다.”면서 “다만, WTO 협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관련 조례 제정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시 조례에 광범위한 개념인 ‘외국상품 금지’ 등의 문구를 넣으면 통상마찰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고유의 전통상품이 아닌 제품은 금지한다.’ 등의 방식으로 규정을 보다 세밀하고 명확하게 만들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인사동을 관할하는 종로구와 서울시는 조만간 법률 자문을 받은 뒤 ‘서울시 문화지구 관리 및 육성에 관한 조례’ 개정 작업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전주시도 자체적으로 조례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남아있다. 서울시 조례로 외국산 저가 기념품 등 판매 금지 대상을 규정해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미약해서다. 종로구는 법률 자문을 받아 문화체육관광부에 “조례보다 상위법령인 문화예술진흥법을 개정해 명확한 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아직 묵묵부답인 상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박근혜 “과거부정 세력에 국민 삶 못맡긴다”

    박근혜 “과거부정 세력에 국민 삶 못맡긴다”

    4·11 총선을 최전선에서 이끌게 된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21일 야당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앞세운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총선 중앙선대위 발대식 및 공천장 임명식에서 박 위원장은 때때로 목소리를 높이고 당원들의 박수를 유도하는 등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민주통합당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불필요한 이념 싸움으로 변질시키거나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는 구태 정치는 이제 타파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의 과거를 부정하고 국민에게 드렸던 약속까지 뒤집는 세력에게 국민의 삶을 맡길 수 있겠는가.”라며 야권을 맹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구태 정치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분열과 갈등이 커지고 있나.”라고 반문한 뒤 “국익은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이념의 잣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고, 한·미 동맹을 반대하고, 대기업 해체를 외치는 세력이 국가를 장악한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공천장을 받은 총선 후보들을 향해 “국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면서 “지키기 어려운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말고 한번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여러분의 승리가 곧 애국이라는 절박한 사명감을 갖고 이번 선거에 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당원들에 대해서도 “당원 동지 한 분 한 분이 새로운 정치를 만들 전사들”이라면서 “가장 깨끗한 선거운동으로 여러분의 승리가 가장 당당한 승리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덧붙였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열린세상] 제국주의에 선악은 없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열린세상] 제국주의에 선악은 없다/허동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지난 한달간 4차례에 걸쳐 원로 사학자인 최문형 선생의 특강을 들었다. 한국연구재단 주최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하는 인문강좌’에서였다. “한국 근대사에 있어 올바른 역사 인식의 저해 요인은 역사 연구의 쇄국화에 있다. 원인과 결과를 따로 분리해서 기술하면 그 역사는 이미 가치를 잃게 된다.” 좌정관천(坐井觀天)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국제사적 시점에서 역사를 보아야 한다는, 한국 사학계에 주는 고언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마지막 강의에서 노학자는 물었다. 1905년 을사늑약 이후 일제가 ‘병합’을 공식 선언할 때까지 왜 5년이란 세월이 걸렸는지 그 이유를 아느냐고? 평생 학문 연구에 천착해 남다른 업적을 쌓은 석학의 일갈(一喝)이 죽비소리처럼 미몽을 깨운다. 의병의 줄기찬 저항 때문이었다는 한국 사학계의 통설은 진정한 원인이 아니었다. 러일전쟁에서 진 러시아는 일본의 한국 지배를 막을 힘이 없었다거나,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영·일동맹을 맺은 후 미·영이 일본의 한국 지배를 용인했다는 우리의 통념도 틀린 것이었다. 당시 만주에 대한 기득권을 지키려 한 러시아는 일본에 여전히 버거운 존재였다. 만주 이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미국도 일본의 독식을 수수방관하지 않았다. 일제가 한반도를 집어삼키는 데 5년이나 걸린 이유는 만주 이권을 둘러싸고 러·미와의 갈등 해소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은 열강에게 만주에 대한 문호 개방과 기회균등을 보장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공수표에 불과했다. 열강은 일본의 만주 지배를 막기 위한 카드로 한국을 이용했다. 우리는 외교권을 빼앗겼지만 1906년 러시아 총영사로 부임한 플란슨은 신임장을 일왕이 아닌 고종황제에게 제정했다. 포츠머스 조약에서 러시아는 일본의 한국 보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지 병합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논거였다. “대한제국의 주권 불가침을 인정하며 국제사회에서 이를 밝힐 수 있도록 대표를 초청한다.” 1907년 니콜라이 2세는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 우리 대표를 초청했다. 그러나 그해 6월 넬리도프 러시아 대표는 본국의 훈령에 따라 우리 특사의 회의장 입장을 거부했다. 왜냐하면 몇 달 사이에 러시아의 대유럽정책이 독일과 보조를 맞추던 것에서 영·불과 협력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일본과의 적대관계가 해소되었기 때문이었다. 만주에서의 이해가 일본과 합치한 러시아가 수수방관하자, 일제는 고종을 폐위하고 ‘정미7조약’을 강박해 내정 관할권까지 강탈해 갔다. 그러나 일본은 아직 대놓고 한국을 삼킬 수 없었다. 일본의 만주 지배를 반대하는 미국이 걸림돌이었다. 미국은 1909년 태프트 정권이 들어선 이후 만주 침투에 박차를 가해 ‘만주 제철도 중립화안’을 내걸고 러·일 두 나라의 만주 분할을 차단하려 했다. 그러나 미국의 포석에 위협을 느낀 것은 일본만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1910년 7월 제2차 러일협약을 맺어 일본의 한국 ‘병합’을 허용했다. 독일에 대한 포위망을 구축하려 했던 프랑스와 영국은 각각의 동맹국 러시아와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만주에 일본과 같은 사활이 걸린 이해를 갖고 있지 않았던 미국은 대일 전쟁을 벌일 생각이 없었으며 그럴 능력도 없었다. 대한제국은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그때 열강 중 어느 하나 우리 편은 없었다. 중국이나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과 러시아도 자국의 국익을 위주로 우리를 이용했을 뿐이다. 침략할 능력이 있거나 없을 뿐 제국주의에 선악(善惡)은 물론 최악(最惡)·차악(次惡)도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개화기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장기 지속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징은 열강의 이해가 엇갈리는 세력 각축장이라는 점이다. 주변국의 동향에 대한 위정자들의 오판과 무지가 어떤 참극을 빚는지를 잘 말해주는 대한제국의 슬픈 역사가 우리의 진로를 비추는 등대로 다가서는 오늘. 우리가 찾을 ‘징전비후’(懲前毖後)의 교훈은 자력 없이 남의 힘을 이용하는 책략만으로는 다시 돌아온 제국의 시대에 우리의 생존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견실한 자강만이 우리의 번영을 지키는 방패일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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