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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상하는 中 그래도 美가 한수 위

    부상하는 中 그래도 美가 한수 위

    경제, 외교, 군사 등 여러 분야의 수면 위아래에서 미국과 중국은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대국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또한 미국이 가장 많은 나라에 해외 군사기지를 두고서, 가장 많은 미군을 해외에 파견하고 있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라는 사실 역시 두 말 할 나위 없다. 20세기 들어 발생한 대부분의 국제분쟁에 미국이 개입했음 또한 물론이다. 하지만 미래를 전망하면 얘기가 조금 달라진다. 중국이 공식적으로 주요 2개국(G2)이 됐으며 머지않은 시간, 2020~2030년 즈음이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긴 해도 그 가능성은 커지고 부정하는 이들이 많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미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중국 경제성장 관련 보고서에서는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중국이 올해 안에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세계은행 발표를 소개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030년이 되면 중국의 GDP가 미국보다 약 36% 정도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뿐 아니다. 2013년 말 미국 의회 청문회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력이 지난 10여년간 질적으로 지속적인 증강을 이룬 가운데 가까운 시일 내에 해군력은 서방 선진국에 필적하고, 미국을 위협할만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실제 2012년 취항한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비롯해 핵탑재 잠수함, 스텔스기,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했다. 또 음속의 10배에 달하는 극초음속 비행체 발사실험을 진행,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이 여러모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렇다고 중국의 미국 추월이 결정된 미래는 아니다. 미국 진보진영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소속이면서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 사상가로 꼽히는 로버트 케이건 선임연구원은 ‘현재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종말을 맞는다면 20세기 초와 비교해 우리가 입는 파괴와 손실이 훨씬 적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어 한 걸음 더 나아가 ‘미국은 쇠퇴하고 있는가? 스스로 미국의 질서를 포기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잇따라 던진다. 그의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다. 그는 최근 ‘미국이 만든 세계’(The World America Made)를 펴내면서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단일 국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물론 그 역시 중국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못한다.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중국을 꼽는다. 양적인 규모로만 보면 이번 세기 안에 미국경제를 추월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최강대국이 될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인도, 일본 등 아시아 다른 강대국들이 모두 무너져서 중국에 종속돼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논거다. 이 밖에 중국자본주의가 여전히 국가자본주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자유경제질서에 어긋난다는 점 등이 중국의 경제적 패권에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전 세계에 민주국가라 부를 수 있는 나라는 10여 개 국가 정도였지만 70년이 지난 지금, 세계에는 110여 개 국가가 민주주의를 실행하고 있고, 급속한 경제성장도 이뤄졌으며, 그 중심에 미국의 역할이 있다고 자부한다. 국익의 추구 속에서도 기본적으로 자유와 인권의 수호자 역할을 해왔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종의 미국의 ‘자화자찬 성과보고서’로 읽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미국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 체계 및 기조,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향후 방향성을 짚어볼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은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 없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이들이라도 미국의 강점과 기존의 현대사 속에서 수행했던 역할을 선입견 없이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TPP는 FTA 한계 보완… 새 글로벌 통상질서 주도 가능성

    TPP는 FTA 한계 보완… 새 글로벌 통상질서 주도 가능성

    한국과 중국이 지난달 25일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을 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3대 거대 경제권과 양자 FTA를 마무리했다. 정부는 이제 ‘메가 FTA’로 불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에 진력할 계획이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TPP 가입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2013년 7월 TPP에 합류했다. 정부 측은 당시 총선과 한·미 FTA에 따른 사회적 피로감 등이 겹치면서 TPP 얘기를 꺼낼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한·중 FTA 협상 중에 불필요하게 미국 주도의 TPP에 가입해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53개 국가와 양자 FTA로 경제 영토를 73.5%까지 확대했는데 왜 TPP 가입이 계속 얘기되는 걸까. 둘 중에 경제적 효과는 어떤 게 더 클까. FTA가 국가 대 국가 간 이뤄지는 양자 간 무역장벽을 없애는 것이라면 TPP는 미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12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 간 FTA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 캐나다, 멕시코,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칠레, 페루 등 12개국이 모여 있다. TPP 내 핵심인 미국과 일본은 정치적 일정과 시장 선점 효과를 앞두고 관세 협상에서 한 발씩 양보, 타결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라디오 연설에서 “중국이 아닌 미국이 21세기 무역질서를 새롭게 써 나가야 한다”며 미국 의회에 TPP를 신속하게 체결할 수 있는 신속협상권(TPA·일명 패스트트랙)을 행정부에 부여해 달라고 촉구했다. 내년 미국 대선 일정을 감안해 연내 의회 비준을 마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는 세계 경제시장의 주도권을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뺏기지 않으려는 미국의 조치로 보인다. 이처럼 기존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던 무역 규범과 통상 질서는 TPP, RCEP, EU와 미국 주도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등 FTA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경제 블록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TPP, RCEP, TTIP 등 거대한 새 경제권들이 WTO 이상의 통상협정 수준을 원하고 그들이 시장 질서와 규칙을 정해 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빠지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TPP에는 가입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세계 통상시장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 측 견해다. 그렇다면 왜 미국이 주도하는 TPP여야 할까. 산업부에 따르면 TPP 12개국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전 세계 GDP의 37.1%로 중국 주도 메가 FTA인 RCEP(29.0%), EU(23.4%)를 크게 웃돈다. 교역 비중은 전 세계 교역의 25.7%, 인구는 11.4%를 차지한다. 다른 메가 FTA보다 높은 수준의 포괄적 자유화도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TPP는 한·중 FTA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국영 기업 개혁부터 표준, 위생, 심지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거래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수준 높은 FTA를 추구하고 있고, 일본 시장을 여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단순 양자 협상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농수산물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일본의 관세율(농수산물 평균 19.0%)이 철폐·인하될 경우 다른 FTA 체결로 피해가 예상되는 우리 농수산업계에는 호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들이 추가적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최근에는 중국도 TPP에 우호적인 입장을 표시해 향후 다자 간 협상에서 새로운 통상질서 구축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은 TPP가 가장 높다는 평가다. 경제적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TPP가 나온 배경에는 양자 FTA의 한계를 보완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양자 FTA가 늘어나다 보니 FTA별로 다른 원산지 규정과 통관절차, 양식 등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과 인력이 더 들어 당초 예상했던 거래비용 절감 효과가 떨어진다. 스파게티 국수가락같이 나라별로 다른 규정이 얽히고설켜 부작용이 난다는 ‘스파게티볼 효과’다. 특히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미국 따로, EU 따로, 아세안 따로 FTA 수혜 요건을 맞추려다 보니 FTA 활용률이 떨어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은 59.8%로 대기업(80.3%, 평균 69.4%)에 크게 못 미쳤다. TPP가 체결되면 이런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TPP 12개국 간에 체결된 30건의 FTA의 원산지 기준을 통합한 단일 원산지 기준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TPP와 양자 FTA가 모두 발효된 경우라면 기업이 유리한 FTA를 선택하면 된다. 우리나라는 TPP 참여 12개국 가운데 일본, 멕시코를 제외한 10개국과 9건의 FTA를 이미 맺었다. ‘누적원산지’ 기준 혜택도 TPP의 장점으로 꼽힌다. 누적원산지는 생산 과정에서 FTA 상대국의 원산지 재료(역내산 원산지 재료)를 사용한 경우 그 재료를 국내산으로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중간재 수출 역시 TPP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산·대만산 부품·소재 대신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국산을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TPP 12개국에 대한 중간재 공급 규모는 2012년 기준 연간 한국 1181억 달러, 일본 1260억 달러다. 반대로 TPP에 참여하지 않으면 TPP 참가국인 일본 등 다른 경쟁국의 부품·소재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는 FTA 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미주 대륙의 생산거점인 멕시코에 대한 기계, 자동차 부품 등의 중간재 수출로 자동차(30%), TV·화물(15%) 등 제조업 수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정부는 미국·EU·중국 등 3대 경제권과 체결한 양자 FTA에 TPP를 합치면 우리의 경제 영토가 73.5%에서 81.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5년간 한국의 TPP 12개국에 대한 투자는 944억 달러로 세계 투자의 44.4%를 차지했다. 산업부는 TPP 참여 후 발효 10년이 되면 GDP가 1.7~1.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무역수지는 연간 2억~3억 달러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의 TPP 가입이 사실상 기존 12개국 간의 협상틀이 모두 마련된 다음 만장일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어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이다. 협상 내용을 토대로 경제 효과 재분석과 가입 명목으로 지불해야 할 대가들의 손익계산서를 따진 뒤 가입 시기를 정하는 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창환 단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0년 전에도 미국, EU와의 FTA 체결 때 무역수지, 고용창출 효과, 성장률, 외국인 투자 효과에 대해 정부와 국책기관 등이 비교했는데 EU는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서는 등 예측 모형이 현재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면서 “어차피 늦어진 만큼 기존 예측 모형이 무엇이 잘못됐는지 면밀히 검토해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자 FTA를 거의 못한) 일본 같은 나라는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우리나라는 장단점이 엇갈릴 수 있는 만큼 전략적으로 조용히 준비하는 게 좋다”면서 “누적 원산지의 경우도 모든 품목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파급 영향, 협상안, 가입 요구 조건의 실익 여부를 꼼꼼히 따져 본 뒤 6개월 뒤에 가입해도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특파원 칼럼] 소모적 ‘사드 논쟁’ 이제는 끝내야/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특파원 칼럼] 소모적 ‘사드 논쟁’ 이제는 끝내야/김미경 워싱턴 특파원

    “사드요? 사실 우리한테 별 필요 없어요. 북한의 미사일 공격 가능성에 대한 대비는 돼 있습니다.” 최근 워싱턴DC에서 만난 한국의 군사전문가는 한국과 미국 간 ‘뜨거운 감자’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국 내 배치 문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아무 망설임 없이 이렇게 답했다. 그런데 왜 논란이 되느냐고 물었더니 “기술적으로는 필요 없지만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계를 완성하고 한·미·일 간 MD 협력 강화 등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한국 군 당국도 비싸고 좋은 무기를 마다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한국 내 사드 배치 논란은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이 미 국방부가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기 위해 부지 조사를 했다고 보도한 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이를 확인하면서 불거졌다. 사드 배치는 곧 미국이 일본과 함께 추진하는 MD에 한국이 편입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졌고,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사드 배치를 자국에 대한 견제용이라고 반발하면서 동북아 안보 상황의 뇌관으로 부상했다. 올 들어 사드 논란은 점입가경이다. 미 정부 당국자들은 사드 배치를 한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가 공식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말을 바꾸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미국이 사드 협의를 공식 요청한 적은 없다면서도 필요성은 언급하는 등 어정쩡한 태도를 이어 가고 있다. 결국 한민구 국방장관은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에서 사드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고백’하고야 말았다. 1개 포대 가격이 1조원에서 1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은 소모적 논쟁만 낳을 뿐이고, 우리의 입지를 넓히기보다 오히려 미·중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의 혈세를 고려할 때 사드가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왜 필요한지를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결정이 나면 국민을 설득하고 나아가 중국·러시아를 설득해야 한다. 사드 배치가 국익에 맞다고 판단되면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주변국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안보를 위한 외교다. 그러나 한·미 동맹을 고려해 미국이 강조하는 한·미·일 MD 협력 강화를 위해 사드 배치를 추진한다면 재고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 10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발표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연기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전작권 전환을 결정한 뒤 미국의 압력으로 당장 필요 없는 차세대 전투기 F35 구입 등 대가를 치르게 된 아픈 경험을 한 바 있다. 사드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버려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한·미 동맹은 더이상 군사동맹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발전하는 한·미 동맹의 바람직한 앞날을 위해서라도 사드를 둘러싼 양국 간 잡음은 멈춰야 한다. 사드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글로벌 동맹에 맞는 이슈 협의에 시간을 더 쏟아야 한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집단과 에볼라에 대한 대처, 기후변화, 원자력 협력 등 머리를 맞댈 일이 너무나 많다. chaplin7@seoul.co.kr
  • [직격인터뷰] “친박이든 유승민이든 대통령의 막힌 소통구조 뚫어야 산다”

    [직격인터뷰] “친박이든 유승민이든 대통령의 막힌 소통구조 뚫어야 산다”

    제주는 역시 바람이 많은 지역이었다. 9일 낮 12시 제주공항에 착륙하려던 보잉 747 여객기는 강풍 때문에 무려 25분 동안이나 상공을 맴돌다가 간신히 착륙했다. 오후 3시 도착한 제주도청 2층의 지사실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제주도민들의 부름을 받고 60%의 지지를 받아 당선됐지만 도의회와 현지 언론이 중심이 된 ‘괸당’(眷黨에서 나온 말로 끼리끼리를 의미하는 제주 방언) 문화를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원 지사는 ‘서울시민’, ‘육지 것’이라는 비아냥 속에서도 ‘새 역사는 변방으로부터 온다’는 말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에서 온 기자들을 만난 것이 진짜 반가운 듯 정치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답변을 이어 갔다. →지난해 2월 출간한 저서에서 한국 정치를 ‘미친 정치’로 정의했다. 한국 정치는 왜 미쳤다고 보나. -제목이 좀 자극적이어야 베스트셀러가 되지 않을까.(웃음) 지역감정으로 대변되는 진영 대결, ‘끼리끼리’ 패거리 의식을 지적한 것이다. 한 발짝만 떨어져서 보면 다 보이는데 멀쩡한 사람도 그 안에 들어가면 휩쓸리게 되고 안 미칠 수 없다. 나도 그랬다. →‘당권을 잡으면 공천 개혁을 가장 먼저 하고 싶다’고 했다. 어떤 공천을 하고 싶은가. -공천은 결국 선거제도와 맞물린다. 지금 같은 지역·이념 대결 속에선 아무리 좋은 사람을 내세워 봐야 설 자리가 없어진다. (방법은) 여론조사가 가장 정당하다. (공천은) 결국 국민이 해결할 문제지 제3자가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순간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위험이 있다. 공천이 아니라 사천이 된다. →국회의원의 대다수는 개헌을 주장하지만, 국민 일반 여론은 싸늘하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나. -개헌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다. 또 진정한 자기 개혁이나 기득권 내려놓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국민적 공감대가 없다. 제헌국회, 4·19, 6·29처럼 헌정 중단의 위기가 오지 않고선 (개헌은) 어렵다. 대통령이 경제활성화와 국정과제에 전념하려는데 ‘개헌하라’고 하면 무리한 요구다. 어차피 대통령 선거 때는 온 국민의 편이 나뉘는데, 그때 하는 것이 낫다. 유력 대선 주자 또는 당선된 대통령 간 합의가 되고 국민이 투표로 용인하면 개헌이 가능하다. 총선 때 국민투표를 하자는 주장은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이슈 선점 싸움에 불과하다. →대통령 직선 내각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수 내각제는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힘들고 국론 분열의 부작용이 많다. 국가원수의 기능을 국민 통합, 권력 분산 및 안정성의 측면에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나온 타협책이다. →현 정부 인사에 대한 비판이 많다. 원인이 뭐라고 보나. -대통령이 생생하고 변화무쌍한 민심, 현장의 목소리와 정보를 가감 없이 다 수렴해야 한다. 그런데 그 수렴 기능이 중간에서 막혀 있다. 예컨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도 대통령을 직접 만나기 어렵고, 대통령이 모든 국정운영의 의사 결정을 다 하는 것 아닌가. →청와대 문건 유출 파동 등을 어떻게 지켜봤나. -실제로 비서 수준인 참모들이 권력 농단을 했다고 보진 않는다. 중요한 건 무엇인가 막혀 있고 권력 구조가 경직돼 있다는 것이다. 권력 내부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 취지를 잘 수용하고 자기 혁신하는 방향으로 가면 태도점수 면에서 국민들이 용서하고 밀어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번엔 (대통령의) 태도 면에서 국민들이 너무나 많이 실망해서 점수를 잃었다. ‘근거가 없다’, ‘엉뚱한 공격이다’, ‘국민들이 휘둘린다’는 식으로 대통령이 직접 본인 판단을 앞세우면 아무리 옳아도 국민이 보기에 대통령의 소통 방식은 아니다. →현 정부에서 검사 출신이 중용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서 어떻게 보나. -법을 전공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논리의 틀에 의한 법적 심판에 익숙하다. 법적 심판의 권위는 국가관이다. 하지만 국가의 원천은 국민의 살아 있는 소리다. (율사 출신은) 국민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국가 질서 입장에서 훈계의 대상으로 착각할 수 있는 함정이 있다. →야당이 지금까지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역할을 제대로 못해 왔다. 이유가 뭘까. -우선 통합진보당, 종북의 문제가 걸린다. 야당이 그동안 ‘민주’, ‘반독재’란 나름의 투쟁적인 틀 위에서 존립 명분을 가져왔는데 종북 문제에서 얽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았다. 국민들이 보기에 뒤죽박죽인 셈이었다. 연장선상에서 야당이 그간 관행적 투쟁을 많이 했다. 세월호 문제가 그랬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찬성하다가 정권이 바뀌니 (반대로) 돌아서는 등 주장의 진정성이 타격을 받았다. 야당 내부적으로 소위 김대중 흐름과 노무현 흐름 간의 주도권 다툼 때문에 공동 행동이 가능한 단일 집단을 만들지 못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경쟁에서 이인영 후보가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왔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유권자들은 세대교체 열망이 없는 것일까. -세대교체란 구호가 아니라 그 콘텐츠가 미흡했다. 단순히 젊은 사람으로 바꾸는 게 세대교체가 아니다. 문제는 새로운 정치방식과 비전이다. 80년대 운동권의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지도부가 이끌던 방식으로 어떻게 21세기를 이끌겠나. 바뀐 세상을 공부해야 한다. 민주화에 기여했다는 공으로 국민을 가르치려 하거나 ‘지금 시대의 잣대는 우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주도는 괸당 문화가 뿌리 깊다. 기득권층과 타협할 것인가, 끝까지 뿌리를 뽑을 것인가. -저는 기본적으로 개혁주의자다. 그러나 그간 의정 활동에서 개혁의 실패 사례도 많이 봐 왔다. 개혁은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고, 현실 가능한 목표를 잡되 일단 설정하면 국민과 함께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목표 설정과 실제 추진 과정에서 격차가 커지면 정책의 신뢰도에 금이 간다. 당장 관료들부터 추이를 지켜보다가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 같으면 (정책을) 흔드는 데 가세해 국정추진 동력을 잃게 된다. →중국 자본의 제주 투자는 기회요인이 더 큰가, 위험요인이 더 큰가. -우선 기회다. 제주의 입지적 요건을 바탕으로 제주도의 정체성, 대한민국 국익과 투자자·도민의 상호 이익을 위해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당장 돈의 흐름이라는 단기적 이익 때문에 장기적 가치를 잃어버려선 안 된다.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평가는. -잘하실 것 같다. 워낙 부지런하시고 정치적 감각이 뛰어난 분이다. 다양한 상대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필요한 정치적 질서를 만드는 경륜과 능력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분이다. →전임 이명박 정부에서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됐다. 지금도 계파 소속감이 있나. -전혀 없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당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나. -김 대표는 정이 많고 뚝심도 있지만 크게 무리하기보다 조화를 추구하는 분이다.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속으로 많이 하실 거다. 어차피 집권당은 대통령을 도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 대표가 중심을 잘 잡으시지 않겠나. 문제는 민심을 잘 수렴해 대통령의 소통에 막힌 구조가 있다면 뚫어 줘야 하는데, 대통령과 당 양쪽에서 이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만 살자’고 하면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이 쪼개져 나간 전례처럼 된다. 유 원내대표는 소신 있게 당·청 간에 민심을 당심 형태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본인이 깃발 들고 나서서 부딪치기보다는 (소통을) 뚫어 주는 역할에 집중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한다. →최근 친박(친박근혜)계가 급격히 힘을 잃은 이유는 뭐라고 보나. -정치인(집단)은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면서 건강한 긴장 관계와 개방성을 담아내야 더 강력해진다. 측근이나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이 강력해야 권력을 준 사람의 위상이 더 커진다. 그런 위임이 약하지 않았나 싶다. 진정으로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의미에서 ‘충박’(忠朴), 대통령을 이롭게 하는 ‘이박’(利朴)이 필요하다. →멀리서 대통령을 후원하는 ‘원박’(遠朴) 역할을 하면 되겠다. -국정이 잘 돌아가고 긍정적인 분위기가 우러나야 도정에 바로 에너지로 전달된다. 지금 국민들이 느끼는 건 거리감이다. 그 부담은 도정으로 직결된다. 이건 계파 따질 것 없이 공동 피해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지지받아야 우리도 덩달아 지지받는데, 요즘은 긴장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 참여를 환영하나. -반 총장처럼 국제적 위상을 가진 지도자가 나온 게 굉장히 자랑스럽고 개인적으로도 좋아한다. 그러나 정치는 자신의 정치적 야망이 타인과 양립할 수 없이 경쟁하는 순간 혹독한 공격을 뚫고 지지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다. 그런 부분에서 경험이나 검증이 되었는지는 현재로선 물음표다. 정리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진그룹] 인천 창고서 ‘한진상사’로 출발… 2019년 세계 10대 항공사로

    [재계 인맥 대해부 (2부)후계 경영인의 명암 한진그룹] 인천 창고서 ‘한진상사’로 출발… 2019년 세계 10대 항공사로

    1945년 11월 인천 해안동의 한 허름한 창고. 당시 25세의 청년 조중훈은 ‘한진상사’라는 현판을 내걸었다. 회사 이름엔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이라는 다소 거창한 포부를 담았다.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트럭 1대였지만 조씨는 이곳에 터를 잡으면 일거리 걱정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해방과 함께 인천항에는 중국 상하이에서 건너온 운동화, 양복, 밀가루 등의 생필품들이 밀려들었고 누군가 이런 물건을 실어 날라야 했기 때문이다. 이 창고가 올해로 만 70살이 된 한진그룹의 모태다. 한진상사는 5년 만에 종업원 40여명에 트럭 30대를 보유한 단단한 회사로 자라났다.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사업은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 탓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조중훈 회장은 모든 것을 앗아간 전쟁에서 기회를 찾았다. 한진은 1956년 무렵 주한 미군 용역사업에 참여했다. 한진상사는 미군 운송권을 독점하다시피 따냈다. 가용 차량만 500대에 이르는 번듯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됐다. 1961년에는 주한 미군 통근버스 20대를 사들여 서울~인천 간 좌석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한진고속의 시초다. 한진그룹은 월남전 미군의 군수물자 수송을 맡으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베트남에 파병 중인 미군 장교들을 끈질기게 설득해 1966년에 주월 미군사령부와 790만 달러의 군수물품 수송 계약을 체결했다. 그 후 1971년 종전 때까지 5년간 벌어들인 외화는 총 1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25~200달러 안팎이었다. 1968년에는 한국공항과 한일개발을 설립하고 인하공대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듬해인 1969년에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간곡한 권유로 만성적인 적자를 보이던 국영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본격적으로 항공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한항공공사는 당시 동남아 11개국 항공사 중 꼴찌에 금융 부채만 27억원에 달했다. 조 회장은 훗날 “대한항공공사 인수는 국적기 사업을 국익 차원에서 이끌어야 할 소명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고 회고했다. 1977년에는 육·해·공을 잇는 종합 수송 그룹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로 컨테이너 전용 해운사인 한진해운을 설립했다. 1990년대 들어 조 회장의 주요 관심사는 2세 경영 체제 확립이었다. 4명의 아들을 모두 주력 계열사에 포진시킨 그는 장남 양호씨는 대한항공, 차남 남호씨는 한진중공업, 삼남 수호씨는 한진해운, 사남 정호씨에게는 한진투자증권 등의 금융사를 맡겼다. 1990년대 후반엔 정치적인 격랑도 있었다. 박정희 정권부터 김영삼 정권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맺었다면 김대중 정권 때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1997년 대한항공의 괌 추락 사고 이후 2년 만에 다시 상하이 공항에서 비행기가 추락하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족벌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국무회의에서 대한항공에 대한 고강도 제재 의사를 내비쳤다. 3개월간 조사 인력만 240여명이 동원된 국세청 조사에서 한진그룹은 무려 1조 395억원을 불법적으로 빼돌린 사실이 적발돼 5416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이어진 검찰 수사에서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정권은 “정치적 배경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재계에선 여전히 “박정희부터 김영삼 정권까지 한진그룹이 보여 온 ‘반DJ 행보’가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이후 한진호의 키는 2세들이 넘겨받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해운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조남호 회장은 중공업계열, 조정호 회장은 금융계열사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각각 제조와 금융그룹을 키워 가는 모양새다. 2006년 사망한 삼남 조수호 회장이 맡고 있던 한진해운은 부인 최은영씨가 8년간 회장직을 수행해 오다 지난해 초 조양호 회장에게 넘겼다. 한진그룹은 2014년 12월 말 현재 지주회사 한진칼 아래 대한항공, 진에어, 한국공항, 에어코리아(이상 항공 부문), 한진해운(해운 부문), ㈜한진(육상운송), 한진관광, 정석기업, 칼호텔네트워크(관광·호텔·레저 부문), 한진정보통신(정보 서비스 부문) 등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148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대한항공은 전 세계 45개국 126개 도시를 취항 중이다. 대한항공은 창사 5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는 매출액 25조원을 달성해 항공여객 부문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진해운도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170여척의 선박으로 전 세계 60여개 정기 항로를 운항하며 연간 1억t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는 세계적인 선사로 발돋움했다. 덕분에 한진그룹은 2013년 기준 매출 24조 7760억원, 자산 총액 39조 5220억원 규모의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한진은 예기치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 땅콩 회항으로 대두된 3세의 ‘오너 리스크’ 때문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한진그룹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달갑지 않고, 일각에선 대한항공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창업주 가문에 계속 경영을 맡기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고생을 모르고 자란 데다 경험이 짧아 능력과 품성이 검증되지 않은 3세들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이 올바르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로 칠순을 맞은 한진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靑 “국익에 도움 안돼” MB측 “국가 위한 충정”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둘러싸고 전·현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0일 사전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아 회고록에 담긴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와 남북관계 비사 등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평소 자신의 언행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외부에 여과 없이 알리는 행위를 꺼리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의 ‘속내’를 지적하고 정책에 ‘훈수’를 두는 듯한 회고록 내용은 두고 볼 수 없는 사안일 수 있다. 실제 청와대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언급, 사실상 이 전 대통령의 해석을 정치공학적 접근이자 정략적인 해석으로 보고 있다. 남북 간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지적이 언론에서 많이 있고, 저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남북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현 정부 입장에서는 회고록 내용이 남북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비쳐질 수 있다. 이명박 정권 진영에서는 회고록을 ‘국가 운영을 위한 충정’에서 나온 것으로 여기지만, 현 정권 입장에서는 ‘국정 운영에 대한 훼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극명한 시각차가 노골화될 경우 전·현 정권 간 대립으로 치달을 수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여권 내부 계파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 있고, 특히 내년 20대 총선과 맞물려 친박(친박근혜)-친이(친이명박) 간 해묵은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전·현 정권 간 갈등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는 점에서 지금 당장은 양측이 확전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저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회고록 내용을 둘러싼 파문을 키울 경우 국정 운영의 또 다른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전 대통령 측 진영에서도 현 정권이 아닌 과거 정권의 정책을 놓고 논란이 거셀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날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을 피한 채 자리를 떴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MB 회고록 전·현 정권 충돌 조짐

    MB 회고록 전·현 정권 충돌 조짐

    청와대가 30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출간이 전·현 정권의 충돌 양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국회는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을 앞두고 있어 파문은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는 내용과 관련,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는 2005년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으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안이고, 그 이후 지방선거, 총선거, 2007년 대선 때 당의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라면서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 세종시 이전은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관점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남북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 “지금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한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지적은 언론에서도 많이 있다”고 비판했다. 회고록에서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돈거래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놀라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북한 측의 비밀접촉 제안이 현 정부에서도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각각 선을 그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이명박 회고록 논란 “외교·안보, 朴 정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 회고록 논란 “외교·안보, 朴 정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 회고록 논란 이명박 회고록 논란,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30일 곧 출간을 앞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를) 박근혜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회고록에서 이 분야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배경을 밝혔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성공한 것만 넣으면 자기 자랑인데, 회고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이나 이런 것에 대해 실패한 비공개 접촉은 공개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 회고록의 남북 접촉 비사(秘史) 공개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최소한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들은 모르고 가라는 건데, 언제까지 그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미 외교 등을 포함해 모든 걸 공개할 수 없어 이 부분은 상당히 깎아서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전 수석은 당시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무산된 것이 “북한의 갑질”을 고치려 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진전되면 그 진전에 따라 지원되는 건 국민들도 이해하고 용납되지만,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돈이나 쌀의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해 봤는데, 그 결과가 뭐냐. 그런 방식이 성공했으면 그 길로 계속 갔을 것”이라며 “북한이 자기들이 ‘갑’인 것처럼 행세하는 건 맞지 않다.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갑질하는, 조공받는 태도를 고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을 때 돈을 내놨다는 얘기는 남북 접촉을 하면서 북쪽에 ‘여비’를 대줬던 건데, 이건 관례처럼 돼있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몇 억 달러, 몇십 억 달러를 주는 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데 대해선 “관련 기록을 찾아보고, 확인해 저술했다”며 회고록 내용이 ‘팩트’라고 강조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기 때문에 회고록을 쓰는 입장에서 이 전 대통령도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부분의 소개와 관련, “자칫 고인을 비난하는 꼴이 돼 굉장히 신중했다. 회고록에 밝히지 않은 내막은 그보다 훨씬 더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회고록에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한게 당시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는 2007년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도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유세를 요청했다”며 “박 대통령이 충청도민들에게 수십군데 지원유세를 하면서 약속한 그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내용들이) 이미 여러 차례 당시에 보도도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는 2005년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으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안이고, 그 이후 지방선거, 총선거, 2007년 대선 때 당의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MB 회고록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이번 일을 계기로 신구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MB측이 경계하는 상황에도 이번 회고록 발간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대선승리 이후 세종시 이전은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그런 관점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인의 소신이나 신뢰를 버리는 정치스타일이 아닌 것을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MB가 회고록에서 남북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 “지금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지적은 언론에서도 많이 있다”고 말했으며, 기자들이 “청와대에서도 우려하고 있는가”라고 되묻자 “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고록에 나온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돈거래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놀라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고록 내용 가운데 북한 측에서 비밀접촉을 제안했다는 것이 현 정부에서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 정부에서는 외교정책은 투명하게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방금 얘기한 그런 막후, 이런 얘기는 불필요한 오해는 안 하는게 좋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에 대해 “백지화는 아니다”라며 “추진단에서 마련한 안의 경우 2011년 자료를 기준으로 했는데 지금은 2015년이어서 좀 더 업데이트된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 원내대표단하고 정책위의장이 바뀌면 당정회의에서 그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정책을 집행할 때는 현실적으로 집행됐을 때 예상하지 않은 문제가 제로가 되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개선안이 발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당정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청와대 MB 회고록 논쟁,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청와대 MB 회고록 논쟁,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청와대 MB 회고록 청와대 MB 회고록 논쟁, MB 측 “외교·안보, 朴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 이명박(MB) 전 대통령 측은 30일 곧 출간을 앞둔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외교·안보 분야를) 박근혜 정부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회고록에서 이 분야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 배경을 밝혔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날 “국가정보원이나 외교부 등의 상층부가 바뀌었기 때문에 전임 정부에서 이 부분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하게 알려야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수석은 “성공한 것만 넣으면 자기 자랑인데, 회고록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북한과의 비공개 접촉이나 이런 것에 대해 실패한 비공개 접촉은 공개하지 말라는 원칙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 회고록의 남북 접촉 비사(秘史) 공개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어 “남북관계는 시간이 지나면 최소한을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국민들은 모르고 가라는 건데, 언제까지 그러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한미 외교 등을 포함해 모든 걸 공개할 수 없어 이 부분은 상당히 깎아서 넣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전 수석은 당시 정상회담이 여러 차례 무산된 것이 “북한의 갑질”을 고치려 한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시기에 정상회담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다만 과거와 똑같은 방식으로는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상황이 진전되면 그 진전에 따라 지원되는 건 국민들도 이해하고 용납되지만, 정상회담을 하는 조건으로 돈이나 쌀의 대규모 지원을 요구하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상회담을 해 봤는데, 그 결과가 뭐냐. 그런 방식이 성공했으면 그 길로 계속 갔을 것”이라며 “북한이 자기들이 ‘갑’인 것처럼 행세하는 건 맞지 않다. 돈은 돈대로 받아먹고 갑질하는, 조공받는 태도를 고치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베이징 등에서 접촉했을 때 돈을 내놨다는 얘기는 남북 접촉을 하면서 북쪽에 ‘여비’를 대줬던 건데, 이건 관례처럼 돼있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몇 억 달러, 몇십 억 달러를 주는 건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데 대해선 “관련 기록을 찾아보고, 확인해 저술했다”며 회고록 내용이 ‘팩트’라고 강조한 뒤 “노 전 대통령이 고인이기 때문에 회고록을 쓰는 입장에서 이 전 대통령도 오히려 신중하게 접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수석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부분의 소개와 관련, “자칫 고인을 비난하는 꼴이 돼 굉장히 신중했다. 회고록에 밝히지 않은 내막은 그보다 훨씬 더 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이날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회고록에서 2009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정운찬 총리의 대망론을 견제하기 위해 세종시 수정안을 반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이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한게 당시 정 총리를 견제하기 위해서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오해에서 한 것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는 2007년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도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지원유세를 요청했다”며 “박 대통령이 충청도민들에게 수십군데 지원유세를 하면서 약속한 그런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런 내용들이) 이미 여러 차례 당시에 보도도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세종시 문제는 2005년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으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안이고, 그 이후 지방선거, 총선거, 2007년 대선 때 당의 공약으로도 내걸었던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이처럼 MB 회고록에 대한 불편한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이번 일을 계기로 신구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사태가 전개될지 주목된다. 특히 국회의 자원외교 국정조사 등 MB측이 경계하는 상황에도 이번 회고록 발간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대선승리 이후 세종시 이전은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 정 전 총리의 세종시 수정안 얘기가 나왔을 때 당시 박 대통령은 정치적 어려움 속에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그런 관점을 갖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문제가 정치공학적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는 것은 과연 우리나라나 국민이나 당의 단합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개인의 소신이나 신뢰를 버리는 정치스타일이 아닌 것을 여러분이 잘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MB가 회고록에서 남북문제를 거론한 것과 관련, “지금 남북문제, 남북대화를 비롯해 외교문제가 민감한데 세세하게 나오는 것이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이런 지적은 언론에서도 많이 있다”고 말했으며, 기자들이 “청와대에서도 우려하고 있는가”라고 되묻자 “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회고록에 나온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돈거래 얘기’가 나온 것에 대해 “놀라운 일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고록 내용 가운데 북한 측에서 비밀접촉을 제안했다는 것이 현 정부에서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안다”며 “현 정부에서는 외교정책은 투명하게 한다는게 기본 방침이다. 방금 얘기한 그런 막후, 이런 얘기는 불필요한 오해는 안 하는게 좋겠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이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안 마련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에 대해 “백지화는 아니다”라며 “추진단에서 마련한 안의 경우 2011년 자료를 기준으로 했는데 지금은 2015년이어서 좀 더 업데이트된 것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 원내대표단하고 정책위의장이 바뀌면 당정회의에서 그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처리할 문제”라며 “정책을 집행할 때는 현실적으로 집행됐을 때 예상하지 않은 문제가 제로가 되는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내 개선안이 발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당정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리 본 MB회고록] “이건희 사면은 IOC 설득 위한 승부수”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승부수’라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다음달 2일 출간되는 자신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삼수 만에 성공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으로 IOC 위원들을 설득할 사람이 필요했다”면서 “IOC 위원으로 활동하던 이 회장이 자격이 정지된 상황이었고, 공동 유치위원장이던 김진선·조양호 위원장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이 회장의 사면복권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했다”고 적었다. 이어 “국익을 선택해야 하는지 아니면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갈림길에 섰다”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이 회장과 함께 78명의 경제인에 대한 특별사면을 정부에 요청했는데 이 회장만 ‘원포인트 사면’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회장이 건강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년 반 동안 11차례 해외 출장을 강행하며 평창 유치에 힘을 보탰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자 좀처럼 감정을 내비치지 않던 이 회장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보였다”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모든 공을 주위로 돌리는 이 회장을 보면서, 나는 원포인트 사면으로 그가 그동안 평창 유치에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마음고생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글로벌 시대] 역내 연계성 증진으로 외교지평 넓혀야/정해문 한·아세안 사무총장, 전 주그리스·태국 대사

    [글로벌 시대] 역내 연계성 증진으로 외교지평 넓혀야/정해문 한·아세안 사무총장, 전 주그리스·태국 대사

    최근 수년 사이 동아시아와 태평양 국가들 간에 연계성 증진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물리적·제도적·인적 연결 고리를 유기적·효율적으로 엮어 개발격차 해소 및 상호의존도 심화를 도모함으로써 역내(域內) 통합 촉진과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는 구상이다. 우리 정부가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은 연계성의 범위를 아시아는 물론 유럽까지 확대하고 있다. 오늘날 연계성 담론은 아세안에서 촉발됐다. 2010년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을 채택하고 연계성 증진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함으로써 2015년 말 공동체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연계성에 관한 동아시아 정상회의 선언’, 2012년 ‘연계성에 관한 아세안+3 정상회의 선언’을 통해 아세안 주도로 동아시아 지역 연계성 사업을 본격 추진할 정치적 합의를 도출했다. 더 넓게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2014년 ‘APEC 연계성 청사진’을 정상 선언문 부속 문서로 채택해 2025년까지의 연계성 증진을 위한 목표 및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한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도 2014년 의장 성명을 통해 유럽과 아시아 간 연계성 증진을 통해 금융·경제협력을 강화해 가기로 했다. 인류 공동체 발전과 연계성 증진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역사의 진운(進運)과 궤적을 같이해 왔다. 인류의 역사는 연계성 증진을 위한 부단한 시도의 연속이라 하겠다. 연계성 강화는 이동 시간을 단축시키고 비용을 절감시키며 제도를 표준화하고 소통과 만남을 촉진함으로써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삶의 질을 높여 준다. 나아가 지역 통합과 공동체 실현에 핵심적 역할을 하며 지구촌 구성국 간 시공의 거리를 일일 생활권으로 압축함으로써 인류의 번영에 기여한다. 연계성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유럽연합을 들 수 있다. 유럽 대륙은 연계성 망이 마치 씨줄날줄로 촘촘하게 짜여진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대륙을 관통하는 정보통신·철도·고속도로·항공망에 이어 국경 없는 역내 자유로운 인력 이동과 제도 표준화로 단일 시장 실현 등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도의 연계성 망을 갖추어 전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연계성 증진 문제는 역내 다자정상회의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으며 정상들의 공동 관심사가 되고 있는 만큼 연계성 논의는 앞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에는 연계성 개념도가 체계적으로 잘 정리돼 있다. 여러 다자협력 채널을 통해 동시에 논의 중인 연계성 증진 사업에 어떻게 참여하는 것이 역내 통합 촉진과 우리의 국익 신장에 기여하며 동아시아 지역 협력에 주도적 역할을 해 온 우리의 외교지평을 더 한층 확대할 수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가 경쟁력을 갖는 제도적 연계성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교통카드 호환 제도, 자동 출입국관리 시스템 등 우리의 정부 혁신 및 전자정부 모범 사례는 역내 제도적 연계성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다. 동시에 유라시아 지역에서 우리의 주요 관심사인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 유라시아 복합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자 하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 구상이 아·태 지역 연계성 증진 사업과 보조를 맞추어 순항할 수 있도록 이해 당사국의 공감과 지지를 규합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시론] 중국 내 北·中관계 논쟁의 본질/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시론] 중국 내 北·中관계 논쟁의 본질/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

    최근 중국에서는 ‘기조론’(棄朝論)에 대해 뜨거운 논쟁이 이어졌다. 기조론은 ‘방기조선’(放棄朝鲜), 즉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뜻한다. 중국 내 기조론자들은 크게 두 가지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가 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관념이고, 둘째는 북·중 사이에 많은 모순과 분쟁이 있으며 북한이 중국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도 않아 중국에 ‘마이너스 자산’(負資産)이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지난해 11월 27일자 중국 환구시보에는 전 중국조선사연구회 비서장을 지낸 리둔추(李敦球) 교수가 기조론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그는 세 가지의 반론을 펼쳤다. 첫째, 중국과 북한은 독립적인 주권국가이므로 국가이익의 불일치와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며, 문제는 이러한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고 통제하는가에 있다. 둘째, 중·일 관계는 영토, 역사 인식, 동아시아 국제정세 등 전략적인 차원에서 조화가 불가능하나 북·중 관계는 지정학적으로 서로가 필요한 관계다. 셋째, 냉전의 유산이 남아 있는 동북아 정세에서 북·중은 지정학적으로 근본적인 이익이 일치하며 이는 동북아 정세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12월 1일 전 난징군구 부사령관 왕훙광(王洪光)이 리 교수의 주장을 비판하는 글을 환구시보에 게재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는 동북아 정세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 점에서 리 교수가 주장하는 지정학에 근거한 북·중 간 근본적인 이익의 일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북한이 그간 핵개발과 미사일 실험 등에서 중국과 의논하지도, 중국의 의견을 존중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이러한 북한의 도발들이 중국의 근본적인 이익을 침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중국의 대북 관계는 국가이익에 기반을 두어야 하며 중국은 북한을 끌어들이지도, 포기하지도 않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로 다음날 차오스궁(曹世功) 중국국제문제연구기금회 연구원이 이번에는 왕의 주장과 기조론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는 기조론은 결국 중국의 국가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보았다. 북핵 문제에서도 이는 분명히 지역의 평화를 깨는 문제이지만 만약 핵 문제로 북한을 포기한다면 이는 북한 비핵화 차원에서도 감정적인 대응이고 전략적 사고의 결핍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오늘날 국제 정세에서 지정학적 개념이 떨어졌다는 주장에 의문을 표하며 그렇다면 왜 미국은 한국 및 일본과의 동맹을 강조하며 아시아 회귀 정책을 채택했는지 반문했다. 결국 북·중이 갈라서면 양측 모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한반도 전문가인 장롄구이(張璉?) 중앙당교 교수는 왕훙광의 주장에 일부 동의하며 만약 남북한이 충돌하면 중국은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찬룽(金燦榮) 인민대 교수는 중국은 국익과 지역의 평화를 보호할 것이며 누가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면 그 행위를 반대할 것이지만 그 국가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아오 포럼에서 나온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인용하며 ‘기조’와 북한을 끌어안는 ‘옹조’(擁朝) 모두의 과장된 접근을 경계했다. 이러한 중국 내 북·중 관계의 논쟁을 살펴보면 주의를 기울여야 할 두 가지의 특징이 있다. 첫째, 이들 논쟁의 본질은 변화하는 동북아 정세하에서 어떤 대북 정책이 중국의 이익을 더 높일 수 있는가다. 둘째, 이러한 논쟁들은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정세 변화 가능성에 따른 세밀한 대북 전략의 개발로 점차 진화해 가고 있다. 즉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동북아 정세 특히 역내 미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조 변화에 따른 대북 정책이 기조론과 옹조론 사이를 오가며 많은 변화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희망적 사고에 기인해 3차 핵실험 이후 북·중 관계의 냉각을 너무 과장하지 않아야 하고, 미국이 최근 대북 강경책을 꺼내자 중국 측에서 지난 8일 김정은의 생일에 북·중 우호 관계 ‘16자 방침’을 다시 꺼내든 것에 쉽사리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향후 미·중 관계 변화를 살피며 오히려 중국보다 한발 빠른 대북 정책의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 [사설] 日, 끝내 정신적 불구 국가 되려 하나

    일본 정부가 민간 출판사의 교과서에 군 위안부와 관련한 내용 삭제를 용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우켄 출판(본사 도쿄 소재)은 지난해 11월 20일 자사의 현 고등학교 공민과(사회) 교과서 3종의 기술 내용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연행’ 등의 표현을 삭제하겠다며 정정 신청을 냈고,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12월 11일 이를 승인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우켄 출판의 고등학교 ‘현대사회’ 2종, ‘정치·경제’ 1종 등 총 3개 교과서에서 ‘종군 위안부’, ‘강제연행’ 등의 표현이 삭제된다. 매년 연례 행사처럼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역사 퇴행’이란 고질병이 또 도진 것이다. 한술 더 떠 스우켄 출판사는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열거한 내용을 통째로 없애는 동시에 일본 정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전쟁 책임 문제가 남아 있다는 내용도 삭제했다. 일본의 전쟁 책임을 흐리는 방향으로 이뤄진 교과서 기술 변경을 일본 정부가 허용한 만큼 3월 말∼4월 초에 있을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정부가 이처럼 일부 교과서 출판사의 정정 신청을 승인한 것은 지난해 8월 아사히신문이 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증언한 요시다 세이지의 주장을 토대로 쓴 과거 기사를 취소한 이후 군 위안부 강제성 부정 행보를 강화해 온 아베 정권의 행보와 맥이 닿는다. 지난달 14일 치른 중의원 선거 공약에는 “허위에 기반한 근거 없는 비난을 단호하게 반박하고 일본의 명예와 국익을 회복하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적시돼 있다. 또 “일본 영토에 관한 기술을 충실히 하고 새로운 교과서 검정 기준에 근거해 교과서 검정을 진행한다”는 내용도 공약에 담았다. 일본군 위안부, 독도를 둘러싸고 이어온 종전 반인륜적·반역사적 행태를 이어 가겠다는 그릇된 뜻을 노골화한 것이다. 어린 학생들에게 거짓 역사를 가르쳐 과거의 치부를 덮겠다는 계산이라면 분명 오산이다. 극우주의와 군사대국을 반대하는 일본의 양심 세력들마저 경악하게 할 교과서 왜곡은 일본 사회를 끝내 정신적 불구로 만드는 역사적 책동과 다름없다. 자국 국립공문서관에 보관된 위안부 법정 기록까지 부인하는 몰염치를 서슴없이 자행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진실의 하늘’을 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아베 정권이 역사 만행을 계속해서 자행하는 한 주변국과의 밝은 미래는 기약하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 연구 우수 교수·1억 이상 특허소득 발명가…특별귀화 대상 해외 인재 ‘눈길’

    연구 실적이 우수한 대학 교수, 우리 국민 1인당 총소득(GNI)의 5배 이상의 연봉을 받는 운동선수, 1억원 이상의 특허권 소득을 올린 발명가…. 정부가 국익을 높이기 위해 유치하려는 해외 우수 인재의 기준이 눈길을 끈다. 법무부는 7일 이 같은 특별귀화 대상 해외 우수 인재 기준을 관보에 고시했다. 해외 우수 인재에게 복수 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은 2011년 1월 시행됐으나 최근 4년간 유치 실적이 낮다고 판단한 법무부가 제도를 적극 홍보하기 위해 그동안 내부 지침으로만 활용하던 선정 기준을 처음 공개한 것이다. 현재까지 우수 인재로 평가돼 특별귀화한 경우는 쇼트트랙 국가대표 공상정 선수 등 63명이다. 기준에 따르면 노벨상, 퓰리처상, 올림픽 금메달 등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았거나 저명한 인물은 별다른 조건 없이 우수 인재로 인정된다. 법무부는 ▲과학·인문·사회학 등 학술 ▲문화·예술·체육 ▲경영·무역 ▲첨단기술 등 분야별로 평가 기준을 구체화했다. 처음에는 동포·비동포 구분 없이 일괄 적용됐으나 동포에 대한 평가 기준을 완화했다. 학술 분야의 경우 동포는 국내외 4년제 대학의 교수직으로 2년 이상 재직한 경력이 우수 인재 인정 요건이지만 비동포는 5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공인된 기관으로부터 수상한 경력과 주요 학술지 논문 게재 실적 등을 통해 특별 귀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중남미 집결시킨 시진핑의 ‘안방 외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8~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중남미국가공동체(CELAC·셀락) 포럼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중국의 올해 첫 ‘홈그라운드 외교’(主場外交)를 선보인다고 관영 신화망이 6일 보도했다. 통신은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중국과 셀락 간 협력을 위한 지도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며 ‘홈그라운드 외교’를 거듭 강조했다. ‘홈그라운드 외교’는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힘을 기르다)에서 ‘적극작위’(積極作爲·적극적으로 역할을 한다)로 바뀐 시진핑 시대의 외교를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다. 해외 각국 정상들을 안방으로 불러들여 자국의 국익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의제를 제시하는 공격적인 외교를 말한다. 시 주석이 지난해 열린 상하이(上海)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 정상회의와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에서 각각 ‘아시아 안보관’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축을 내세웠던 것처럼 이번 회의도 중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할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시 주석은 이를 위해 회의 첫날인 8일 개막식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라우라 친치야 미란다 코스타리카 대통령 등과 축사를 함께할 예정이다. 주칭차오(祝靑橋) 중국 외교부 라틴아메리카사(司) 사장은 기자설명회에서 “회의에는 셀락 회원국 33개 국가 중 30개 국가에서 20명의 외교장관을 비롯해 일부 국가의 경제무역, 관광, 과학기술 분야 장관 등 40명이 넘는 장관급 관료가 참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비선 실세 의혹’ 실체 없음 결론…‘용두사미 정치수사’ 전철 우려

    ‘비선 실세 의혹’ 실체 없음 결론…‘용두사미 정치수사’ 전철 우려

    ‘정윤회씨 국정 개입 문건’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 결과가 5일 발표된다. 언론 보도를 통한 명예훼손 여부 등 일부 미진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최종 수사 결과나 마찬가지다.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한모 경위 등의 문건 유출 책임을 묻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선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수사 대상과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정치권의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특별검사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용두사미’에 그쳤던 역대 주요 ‘정치 사건 수사’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청와대 관계자들의 고소로 검찰이 이번 사건을 맡자마자 검찰 내 일각에서는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 ‘옷로비 사건’을 떠올렸다. 무성한 의혹에도 수사 결과가 초라했던 당시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 사실이다. 국정조사나 청문회 정도로 해결해야 할 정치적인 사안을 검찰에 떠넘긴다는 시각도 지배적이었다. 옷로비 의혹 사건은 김대중(DJ) 정부 2년차인 1999년 터졌다. 당시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 사건과 함께 헌정 사상 최초로 특검법이 도입돼 국민적 이목이 집중됐다. 외화 밀반출 혐의를 받고 있던 신동아그룹 최순영 회장의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의 구명을 위해 당시 김태정 법무부 장관 부인에게 고가의 옷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시작됐다. 당시 서울지검은 “옷로비 실체가 없다”고 결론 냈으나 이후 특검팀은 “옷로비 시도는 실제로 있었으나 실패했다”고 결론을 뒤집었다. 하지만 다시 사건을 넘겨받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이씨 등의 자작극”이라고 결론을 되돌렸다. 이 때문에 “두 차례 검찰 수사와 한 차례 특검과 청문회를 통해 드러난 것은 한 유명 디자이너의 본명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참여정부 들어서는 전임 DJ 정부의 대북 송금 의혹이 논란이 됐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측에 거액을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2002년 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듬해 2월 검찰은 남북 관계 등 정치적, 국제적 측면에서 국익 등을 이유로 수사 유보를 선언했다. 이후 특검 수사가 시작됐고, 당시 특검은 박지원, 임동원, 이기호 등 국민의 정부 핵심 인사와 현대그룹 고위 관계자 등을 사법 처리하는 등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기간 연장 거부로 수사가 중간에 중단됐고 이후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은 현대 비자금 사건 수사 때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자살하는 등 역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는 BBK 특검이 급박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투자회사 BBK에 대한 실소유 의혹 및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벌였으나 2007년 대선 직전 “이 후보와는 관련이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이듬해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 취임하기 전까지 39일 동안 특검 수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특검도 이 대통령의 BBK 개입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 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사설] ‘알레르기 반응’ 보일 것 없는 한·미·일 정보 공유

    정부가 오늘 미국·일본과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국방 당국 간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지만 뒷공론이 무성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 대국화나 중국의 반발 가능성 등을 내세우면서다. 이런 반대 논거를 100% 무시할 순 없다. 그러나 이번 약정은 가시화하지 않은 실(失)만을 강조하기보다 얻게 될 안보상의 득(得)을 균형 있게 짚어 볼 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물론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꺼림칙해하는 여론도 있다. 아베 정부의 집단자위권 도입에 빌미를 준다는 우려도 그 하나다. 그러나 이번 약정으로 한·일이 공유하는 것은 ‘북한 핵·미사일 정보’에 국한돼 있다. 약정이란 용어가 말하듯 한·미 간 혹은 미·일 간 ‘군사비밀보호협정’에 비해 극히 낮은 단계다. 그런데도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일 수도 있다. 일본의 국수주의적 우경화뿐만 아니라 정부가 자초한 탓도 크다는 얘기다. ‘밀실 추진’ 논란 끝에 포기한 이명박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떠올렸을 때 그렇다. 그러나 이번 약정으로 우리에게 실보다 득이 많다고 본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발등의 불 같은 현실적 위협이라는 차원에서다. 북한이 최악의 경제난으로 재래식 무기보다 비대칭 전력 강화에 부심해 온 건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엔 핵탄두 소형화에다 사전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 발사 미사일 개발 징후도 포착됐다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개발이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사전·사후 정보는 다다익선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일본이 휴민트(인적정보)는 몰라도 대북 시진트(전자·통신정보)는 우리보다 나은 측면도 있다. 일본이 더 많이 보유한 정찰위성과 이지스함 등으로 추적 중인 북의 핵 실험장과 미사일 기지 정보 등을 기를 쓰고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유사시 북의 대량살상무기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우리다. 그렇다면 정부는 국민에게 3국 약정의 당위성을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 일본과의 정보 공유가 국익에 보탬이 된다면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 접근하는 게 차선의 선택일 게다. 그 연장 선상에서 보면 중국이 반대할 것이란 이유로 3국 정보 공유를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미국 중심의 대중 견제 체계에 가세한다는 오해를 사서도 곤란하지만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현실적 위협에 손 놓고 있어서야 될 말인가. 북핵 억지에 소극적인 중국의 태도 변화를 견인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안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당당하게 설득해야 한다.
  • [사설] 미·북 사이버戰 피해 없도록 만전 기해야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가 어제 한때 일제히 다운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대부분 오후에 복구됐다고는 하나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외부 세력의 해킹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특히 미국이 영화제작사 소니픽처스 해킹 세력으로 북한을 지목하며 ‘상응한 대응’을 천명한 직후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북한이 본격적인 사이버 전쟁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그제 정례 브리핑에서 “(소니 해킹) 대응 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해 ‘사이버 보복’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기도 하다. 정황만 갖고 북한의 인터넷 다운 사태를 미국에 의한 것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얻을 실익이 없다는 점에서 반북 극우단체나 국제 해커 집단이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도 한다. 지난해 4월 국제 해커 집단 ‘어나니머스’는 북의 대남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해킹해 회원 명단을 공개하고 북한 웹사이트를 일시 마비시키는 사이버 공격을 가한 바 있기도 하다. 그러나 실상이 어떠하든 이번 사태는 소니 해킹으로 촉발된 북·미 간 대립을 더욱 고조시키고 이에 맞춰 한반도의 긴장 수위도 한층 높일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식 의제로 채택하고, 미 정부가 자신들을 사이버 범죄 집단으로 규정한 데 대해 극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제는 국방위 정책국 성명을 통해 백악관은 물론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해 초강경 대응전에 나설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은 우리와 일본 등 우방국들과 함께 대북 사이버 공조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분간 북·미의 가파른 대치가 불가피해 보인다. 고리·월성 원전 해킹 세력으로 북한이 지목되고도 있으나 이를 넘어 북·미 간 대치 속에서 북이 우리에게 본격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강도 높은 대응을 벼르고 있는 미국에 추가적인 사이버 공격을 가하기 부담스러운 북이 애먼 우리를 희생양으로 노릴 공산이 크다고 봐야 한다. 관계 당국의 사이버 대비태세 강화는 물론 여야 간 논란 속에 표류하고 있는 사이버테러방지법도 국익 차원에서 제정을 검토하기 바란다.
  • [기획] ‘탈출수단’ 없는 공수특전대... 살아 돌아오지마?

    [기획] ‘탈출수단’ 없는 공수특전대... 살아 돌아오지마?

    지난 18일 UN총회에서 북한 인권결의안이 채택되고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북한 인권 문제가 정식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북한의 반발 수위가 점차 도를 넘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각지에서 대규모 군중이 동원된 가운데 북한인권결의안을 주도한 미국과 일본에 대한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고, 김정은은 미국을 식인종과 살인마에 비유하며 폭언을 퍼부었으며, 국방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핵전쟁 위협을 꺼내들고 나왔다. 북한이 인권 문제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북한 내에서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공론화될 경우 체제 정통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 대한 국지적 무력도발과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한미정보당국이 예의 주시하고 있는 곳은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과 평안북도 영변 소재 핵시설이다. 특히 영변은 북한 최대의 원자력연구단지가 위치한 곳으로 원자로는 물론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시설이 갖춰진 곳이며, 무기급 핵물질은 물론 핵무기 은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곳이다. 한미연합군은 전면전 상황이나 북한 급변사태 등이 발발할 경우 영변 등 전략시설에 전투기와 미사일을 이용한 공습은 물론 특수부대를 침투시켜 핵무기를 회수 또는 파괴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놓았지만, 문제는 ‘특수부대 침투’는 미군의 도움 없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 특수부대의 생명, ‘발’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액트 오브 밸러'(Act of Valor)를 보면 정글 속 게릴라들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투입되는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 실(Navy SEAL)이 등장한다. 이들은 게릴라 점령 지역에 수송기를 이용해 투입되어 작전을 수행하고, 헬기로 투입된 특수전용 보트를 이용해 추격해온 게릴라들을 섬멸한 뒤 유유히 작전지역을 탈출해 기지로 복귀한다. 영화 속 이야기 같지만 미군에게는 일상이다. 특수부대는 기본적으로 적 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이다. 즉, 바다가 되었든 하늘이 되었든 전장을 우회해 적의 배후 깊숙한 곳에 은밀히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의지대로 언제 어느 곳이든 신속하고 은밀하게 침투할 수 있는 특수부대는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에도 테러, 인질 및 재난사태에 투입되어 국익 수호와 국민 보호의 첨병으로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은 특수부대 개개인의 장비 현대화만큼이나 침투 지원 수단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은 육군과 해군, 공군에 별도의 특수작전지원부대를 조직해두고 있다. 미 통합특수전사령부 지휘를 받는 공군특수전사령부에는 악천후 속에서도 특수부대를 침투시킬 수 있는 MC-130 계열의 침투용 항공기는 물론, 적지에 고립된 특수부대에게 105mm포와 40mm 기관포 등으로 공중 화력지원을 제공해줄 수 있는 AC-130 계열 화력지원기, 좁은 평지에 수직으로 착륙해 특수부대를 태우고 고정익 항공기처럼 빠른 속도로 탈출이 가능한 CV-22 오스프리(Osprey)부터 MQ-9 등 무인공격기 등 200여 대 이상의 각종 항공기가 배치되어 있다. 이것도 부족해 미육군특수전사령부 예하에 180여 대의 헬기로 구성된 제160특수작전항공연대를 두고 있다. 이 부대는 소규모 병력을 실어 나를 수 있는 MH-6/AH-6과 같은 소형헬기는 물론 빈 라덴 사살 작전을 통해 이름을 알린 MH-60M 중형헬기, MH-47G와 같은 대형헬기까지 다양한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하늘뿐만 아니라 바다에서의 침투와 탈출을 돕기 위해 미해군특수전사령부 산하에 SWCC(Special Warfare Combatant-Craft Crewmen)라 불리는 보트 부대도 두고 있다. 이들은 헬기나 수송기로 수송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중무장 특수전용 보트를 보유하고 있으며, 바다는 물론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 내륙에서도 지원 작전이 가능한 전력이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러시아와 중국 역시 특수부대의 장거리 침투 및 탈출을 위한 다양한 수송수단을 마련하고 있고, 특히 유럽 각국과 러시아는 공중수송이 가능한 소형 전술차량과 장갑차까지 보급하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특수부대의 전투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함도 있지만, 제대로 된 베테랑 특수작전요원을 양성하는데 7~10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되고, 대원들에게 ‘살아서 돌아올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다’라는 희망을 줌으로써 사기를 높여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특전사의 현실은 선진국들의 모습과는 괴리가 대단히 크다. ▲ 특전요원들아, “죽으러 가라” “죽으러 가라"(Go for break) 미국과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무공훈장을 받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던 故 김영옥(金永玉) 대령이 속해 있었던 미육군 제442보병연대의 슬로건이었다. 이 부대는 가미가제(神風)와 같은 자살 돌격 부대가 아니라 주로 일본인들로 구성된 보병부대였으나,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인들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미국을 배신할 것”이라는 미국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목숨을 내던지고 싸워 혁혁한 전공을 세운 부대로 유명하다. 이 부대가 사라진 지 반 세기가 넘어가지만, 한반도에는 아직도 ‘Go for break'를 외치는 부대들이 있다. 하나는 북한의 ’자살돌격부대‘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의 ’특전사‘이다. 북한의 자살돌격부대들은 ’수령 결사 옹위를 위한 총폭탄 정신‘으로 죽기 위해 전장에 뛰어드는 광신도지만, 특전사는 ’돌아올 방법이 없어‘ 불가피하게 죽을 수밖에 없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 육군에는 중장이 지휘하는 군단급 부대인 특수전사령부가 있고, 이 사령부 예하에 6개의 공수특전여단(空輸特戰旅團, Airborne Special Forces Brigade)을 두고 있다. 이들은 공수특전여단이라는 이름 그대로 공중을 통해 투입되는 특수전 부대지만, 미군의 도움이 없다면 이들은 ‘공수’가 아니라 ‘도보’나 ‘차량’으로 이동해야 한다. 공군에 C-130H/J 수송기 16대와 CN-235 수송기 20대가 있지만, 이들 전력이 모두 특전사 대원들을 실어 나르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일반 수송기이기 때문에 특수작전 침투용 항공기에 요구되는 전천후 비행 능력과 급격한 기동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수전 병력 후방 침투 지원 임무를 지원하는 것은 제15혼성비행단 제255특수작전비행대대와 육군항공작전사령부에서 그때그때 지원되는 헬기 전력이 전부다. 공군은 C-130H 수송기에 제한적이나마 특수전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량사업을 진행하고는 있으나, 이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특수작전 지원기체 보유 숫자가 한 자릿수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유사시 동시에 투입 가능한 병력은 1개 대대 수준에 불과하다. 수송기가 없다고 헬기로 대체가 가능한 것도 아니다. 육군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헬기 전력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100여대 가량 있는 UH-60은 각 야전군에서 끌어다 쓰기 바쁘고, 나머지는 기령이 30년 이상 된 UH-1H나 500MD와 같은 ‘어르신’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험하게 비행해도 탑승한 병력들과 함께 추락해버릴 가능성이 높아 특수전 지원은 꿈도 꿀 수 없다. 후방 보급과 물자 수급 임무를 모두 포기하고 보유한 수송기를 총동원하더라도 6개 여단 가운데 2개 여단 병력 정도만 공수가 가능한데, 문제는 이렇게 모든 전력을 동원해 2개 여단을 북한 후방에 침투시키더라도 이들을 다시 데려올 수는 없다. 10여명 안팎의 특전팀이 자신들보다 수백 배 많은 병력의 포위를 뚫고 수백km를 도보로 탈출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이 때문에 북한 유사시 영변 등 내륙에 위치한 핵 시설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경우 시설 파괴는 가능할지 몰라도 핵무기 회수와 투입부대 귀환은 불가능하다. 제대로 침투용 항공기도 없기 때문에 침투 자체도 어렵겠지만, 작전 지역에 낙하한다 하더라도 소규모 경무장 특수부대만으로는 영변 핵시설의 경계 병력을 뚫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에 1시간 이내 병력투입이 가능한 반경 70km 범위 안에 3개의 군단급 부대를 배치해 두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는 전차와 장갑차로 중무장한 제425기계화군단이고, 다른 하나는 ‘폭풍군단’이라 불리는 특수부대인 제11군단이다. 영변 핵시설에는 이 11군단 예하 제82경보병여단 5대대, 총참모부 직속 제64보병연대 1대대, 인민보안성 직속 제64경비대대 등 최정예 경비병력 1,700여 명의 지상병력과, 수십여 문의 대공포와 지대공 미사일을 보유한 제56고사총여단이 경계를 맡고 있다. 이런 곳에 차량은 고사하고 소화기(小火器)로만 무장한 수십 명의 특전사를 일반 수송기로 투입시킨다는 것은 임무를 수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서 죽으라는 것이다. 영변뿐만 아니라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생산시설, 평양 등지에 있는 특각 등 특전사의 타격 표적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전사 대원들이 제아무리 일당백의 전투능력과 초인에 가까운 체력을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이들의 생환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 살아서 돌아올 ‘동아줄’을 달라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미국에게 있지만, 특전사의 전시든 평시든 작전통제권이 한국에게 있으며, 연합특수전사령부를 구성, 미군이 작전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특수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즉, 미군에게 작전통제권이 없고, 미군은 지원자 입장이기 때문에 한국이 아무리 급하더라도 자신들의 정치적・군사적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전력을 지원해줄 수밖에 없다. 즉, 침투용 항공기 전력을 미군에게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전사의 적 후방 작전 소요는 너무도 많다. 김정은을 비롯한 지휘세력에 대한 제거나 핵무기와 핵물질 또는 북한 각지에 흩어져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회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추적 및 파괴, 후방 저항세력 규합 등 하나같이 극도로 위험한 임무들뿐이다. 이 때문에 작전지역까지 특전요원들을 투입할 수 있는 수송수단은 물론 작전지역에서 대규모 적 병력과 조우했을 때 포위망을 뚫고 나올 수 있는 화력 및 기동수단, 그리고 임무를 완수한 뒤 안전하게 복귀할 수 있는 수송수단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이 가운데 그 어느 것도 제대로 갖춰진 것이 없다. 개별 전투원들의 체력이 아무리 우수하고 전투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작전지역에 침투할 수 없고, 침투하더라도 살아서 나올 수 없다면 ‘최정예 특수부대’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특전사는 오래 전부터 침투용 항공기 전력이 필요하다고 읍소해왔고, 특히 전인범 중장이 사령관으로 취임한 이후부터는 침투와 탈출 임무에 유용한 CV-22, MH-47 등 항공기 도입을 주장해 왔으나, 이러한 요구는 예산 부족과 전력 증강 우선순위에서 밀린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사시 적 대량살상무기를 신속하게 제거하고 저항세력을 규합해 전쟁 조기종결과 전후 조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는 특수전용 무기체계의 우선순위가 뒤에 있다면 도대체 어떤 무기체계가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인가? MC-130과 같은 전문 침투용 항공기가 아니라면 CV-22나 MH-47과 같은 항공기들은 호위함 1척, 전투기 2~3대 수준의 비용인 3,000억~4,000억 원의 비용이면 수십 대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 측면에서 크게 부담이 가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군 수뇌부와 통수권자의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을 넘어 적 후방 사지(死地)로 들어가는 것을 업(業)으로 삼는 이들에게 적어도 살아서 돌아올 동아줄 하나 정도는 던져 주는 것이 국민으로서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이일우 군사통신원(자주국방 네트워크 사무총장)
  • [데스크 시각] 혹시나, 역시나/박상숙 국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혹시나, 역시나/박상숙 국제부 차장

    독일의 음식 공유 운동을 소개한 본지 기사 ‘독일엔 있다, 거리 냉장고’<11월 28일자 12면>가 얼마 전 한 인터넷 포털을 달궜다. 냉장고가 집 밖에 나온 것은 넘치는 음식을 버리지 말고 필요한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하자는 데서 비롯됐다. 음식 쓰레기도 줄이고 연대 의식도 키우는 기발한 아이디어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그런데 반응은 무 자르듯 양극으로 나뉘었다. ‘독일은 대단하다’는 찬사와 ‘우리나라에선 안 된다’는 부정이었다. 그들의 시민 의식이 부럽다면서도 한국에 저런 냉장고가 있다면 음식 쓰레기로 가득 차거나 누군가 음식을 싹쓸이해 갈 것이라며 냉소를 쏟아냈다. 쓰레기 분리 수거,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 공공장소 흡연 금지 등 다른 나라가 수십 년에 걸려 할 일을 수년 만에 이뤄낸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패배적으로 변했을까. 아랫물이 맑으려 해도 윗물이 바뀌지 않으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무력감이 누적된 탓이 아닌가 싶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을 보면서 재벌 3, 4세들은 헌법이 금지하는 사회적 특수계급을 현실로 만드는 세력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온라인 세상에선 “역시 최고의 스펙은 탯줄”이라는 자조와 허탈이 넘쳐났다. 조 전 부사장의 전횡은 법의 심판을 받는다고 하지만 솔직히 작금의 정치 상황이 아니면 유야무야되고도 남았다는 비아냥도 많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세력의 행태도 무기력증을 심화시킨다. 이른바 ‘정윤회 문건’에 대한 청와대, 새누리당, 검찰의 대응은 세인의 시나리오를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하급자들의 실수에서 기인한 해프닝이며, 더 이상의 수사는 국론 분열을 조장하니 이쯤에서 접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자는 뻔한 결말이 임박한 듯하다. 요즘 ‘문건’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대(對)테러작전을 위해 수감자들을 잔혹하게 고문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추악한 민낯이 드러났다. 흑인을 사살한 백인 경관에 대한 잇단 불기소 처분에 이어 엽기적 고문 수법이 낱낱이 밝혀지면서 북한, 중국 등 인권 후진국으로부터도 조롱을 받았다. 보고서가 세상 빛을 보기까지 두 정치인의 결단이 있었다. CIA가 ‘국익’을 내세우며 갖은 협박과 방해 작전을 폈지만 상원 정보위원장인 81세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의원은 “우리의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잡고, 여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공개를 감행했다. 베트남 참전 용사로 자신도 고문 피해자였던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당론에 맞서 파인스타인 편에 서는 소신 있는 행동으로 박수를 받았다. 이런 극적 반전은 우리에겐 드라마에서나 존재한다. 현실엔 “진돗개가 실세”라는 유머(!)를 구사하는 대통령과 그 말에 박장대소로 화답하는 ‘십상시’ 같은 집권 여당 의원들만 있을 뿐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민을 상대로 “수평적 당·청 관계” 운운하던 이들이었다. 단체로 까마귀 고기라도 삶아 먹은 것인지 의혹 해명을 요구하는 한마디도 못하다니 세금 환급이라도 청구하고 싶을 지경이다. 국민의 대표자들조차 이토록 무기력한데 어디서 희망과 기력을 길어 올리겠나. 역사가 우리에게 준 유일한 교훈은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혹시나 했더니 이번에도 역시나다. alex@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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