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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군 퇴역 초계함 콜롬비아 바다 지킨다

    해군 퇴역 초계함 콜롬비아 바다 지킨다

    우리 해군의 퇴역 초계함(PCC)이 30일 콜롬비아에 무상으로 양도됐다. 해군은 이날 진해 해군기지에서 안양함(1200t급)을 콜롬비아 해군에 양도하는 행사를 열었다. 1983년 12월 해군 함정으로 취역해 30여년간 우리 영해를 수호하다 2011년 9월 퇴역한 안양함은 외국에 양도되는 첫 초계함급 군함으로 기록됐다. 이날 기념식은 국회 국방위원회 김성찬 의원과 정호섭 해군작전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식사, 6·25전쟁 참전 콜롬비아 전몰장병과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양도 경과보고, 인계인수서 서명 순으로 진행됐다. 콜롬비아는 6·25전쟁 당시 호위함 등 5100명을 파병한 중남미 유일의 참전국이다. 이날 진해를 출항한 안양함은 태평양을 건너 미국, 멕시코를 경유해 오는 9월 말 콜롬비아에 도착해 해양 경비 임무를 수행한다. 해군 관계자는 “앞으로 양도 함정에 대한 후속 군수지원과 차기 도태 함정에 대한 국외 양도 등 우방국과의 적극적인 방산 협력을 통해 국가 위상 제고와 국익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대한민국 혁신 리포트] 남북관계 대결 접고 주도권 쥐어야 미·중·일 각축 속 외교적 입지 강화

    동북아시아 정세는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한 주요 2개국(G2) 구도의 전개와 함께 영토·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심화로 역학 관계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반도 차원에서는 북한 김정은 체제의 강온 양면의 복합적인 도전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남북 관계는 현상 유지적 혹은 현상 악화적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추진이 중국·러시아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 구상은 미국·일본 주도의 경제 질서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강해 한국으로서는 곤혹스러운 양자 택일적 상황에 맞닥뜨린 모양새다. 미·중 간 상호 경쟁과 견제, 일본의 군사적 강국 지향 등 동북아 각축전에서 그 어느 시기보다 장기적 안목을 기초로 국익을 확대하는 전략적 청사진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에 대한 공통된 주문이다. 특히 우리의 외교, 안보 등 대외정책이 5년 주기의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국익 및 안보, 한반도 안정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된다. 우선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정세의 확고한 주도권을 쥐는 건 우리만의 ‘전략적 지렛대’가 될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같은 대북 포용 정책과 이명박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 등 지난 15년간의 남북 관계 틀이 이제 실리 및 북한과의 공존을 지향하는 방식의 접근법으로 옮겨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 특사의 미국 방문과 북·미 공동코뮤니케 발표, 2005년 9·19 공동성명 채택의 이면에는 각각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간 북핵 합의를 도출했던 사전 담판이 크게 작용했다”며 “한국이 남북 관계를 주도할 경우 동북아 및 한반도 정세에서의 외교적 영향력도 비례적으로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대북 지렛대 확대로 인해 한국의 외교력이 위축되는 반작용이 나타나는 등 남북 대결 기조만으로는 동북아 내 우리의 대외정책 발언권이 약화되는 구조적 취약점이 내포돼 있다고 분석된다. 구본학 한림대 교수는 “한국 외교는 유일한 동맹인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한·중 간 전략적 관계를 심화시켜야 한다”면서 “미·중 간 균형의 지점은 우리의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선택의 정당성과 논리적인 명분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면에 따른 상황 논리로 한쪽을 선택하거나 대응하는 식의 ‘전략이 수반되지 않는’ 외교로는 낭패만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美 4 : 中 3 : 日 2 : 露 1

    [이도운의 빅! 아이디어] 美 4 : 中 3 : 日 2 : 露 1

    동북아시아의 냉전구조에 어느덧 변화가 온 것일까.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전통적인 대립구도에 눈에 띄는 균열이 생긴 것 같다. 누가 진짜 친구이고, 누가 잠재적인 적인지 헷갈리는 복잡다단한 관계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에게 어느 나라가 더 중요한가. 상황을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 ● “역사상 가장 완벽한 동맹체제” 국가 간의 관계를 규정하는 것은 대외적인 명분과 실질적인 이해관계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는 우리 외교가 추구하는 대표적인 명분이다. 국가 간의 이해관계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안보와 경제통상이다. 우리나라에 미국은 명분과 이해가 일치하는 유일한 동북아 세력이다. 두 나라의 정상이 회담하면 발표문에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강조하는 문구가 포함된다.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국이다. 군사전문가들은 한·미동맹의 상징인 한미연합사가 ‘전 세계 군 역사상 가장 완벽한 동맹체제’라고 평가한다. 주한미군은 향후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핵 보유를 주장하는 북한뿐만 아니라 군사대국을 추구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을 견제하는 균형추 역할도 맡아야 한다. 미국은 과거 한국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역할을 해줬고, 한국도 경제성장에 맞춰 미국의 무기를 집중 구매하는 등 성의를 보여 왔다. 두 나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군사동맹에서 경제동맹으로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통상관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 “안보에는 윈윈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서로를 ‘라오펑유’(朋友)라고 부른다지만 실제로 두 나라는 수천년의 역사를 공유하는 가장 오랜 이웃이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가 내세우는 대외적인 가치의 절반만 공유한다. 시장경제를 통한 두 나라의 교역과 투자는 급격히 늘어났다. 중국은 우리의 최대 통상국이다. 그러나 두 나라는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지 못한다. 그런 탓인지 두 나라의 외교관계는 다소 일방적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와 중요한 외교 현안이 있을 때 협상을 통해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정한 방침을 ‘통보’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나라로 인식된다. 북한 핵 문제 해결과 장기적으로는 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놓치기 어려운 파트너다. 그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대중 관계를 강화해 가려 하지만, 미국은 약간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낸다. 미국의 외교관들은 “한·중관계 개선이 미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의 군인들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외교는 ‘윈·윈’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안보는 제로섬 게임”이라면서 “동맹은 적과 동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치보다는 실리? 일본은 우리나라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다. 그러나 일본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그런 가치마저 무의미하게 만든다. 일본이 북한에 접근한다고 해서 우리가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남북은 어떤 식으로든 북·일관계를 능가하는 외교적 이벤트를 만들어 갈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한·일관계는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장애물이 많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명분보다 실리로 접근해야 한다.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라는 국제적 위상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시베리아라는 거대한 기회의 땅을 품고 있다. 네 나라와의 관계를 10으로 보고 가중치를 준다면 4 : 3 : 2 : 1 정도로 하고 싶다. 현재로서는 명분으로나 실리로나 미국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한·미관계가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압도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은 오랜 친구이고 중요한 경제통상의 파트너이기는 하지만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라는 모호한 구호를 구체화하려면 역시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 [사설] 서울신문 창간 110주년을 맞으며…국익을 앞세우며 정도를 걷겠습니다

    서울신문이 18일로 창간 110주년을 맞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와 영욕을 함께하며 지낸 110년 성상(星霜)을 돌아보며 옷매무새를 바로하고 독자와 국민들께 새출발의 다짐을 드리고자 합니다. 국내 언론사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닌 본지는 구(舊)한말 항일 민족지 ‘대한매일신보’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국운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1904년 오늘 러·일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한반도에 왔던 영국인 기자 베델이 양기탁 등 민족진영 인사들과 손을 잡고 창간한 신문입니다. 이참에 우리는 서울신문이 국내 최고(最古)의 민족정론지라는 자부심만 내세우기에는 부끄러운 과거도 있었음을 고해성사하려고 합니다. 대한매일신보는 1910년 국권 피탈과 함께 총독부기관지 ‘매일신보’로 전락한 상흔을 갖고 있습니다. 1945년 광복 후 ‘서울신문’으로 속간해 1948년 정부 소유로 귀속되면서 2002년 민영화 후 독립언론으로 재탄생할 때까지 간혹 독자들의 따가운 시선에 직면한 적도 없지 않았습니다. 역대 정권이 때로 민의를 거슬러 권위주의 체제로 치달을 때 춘추의 필법으로 시비곡직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탓이었습니다. 본지는 6·25 전쟁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맞아 진중신문으로 국가의 정체성을 수호하는 데 일역을 담당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시기에 국민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시대정신을 이끌어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서울 중구 태평로(세종대로) 본사 사옥 로비에서 흉상으로 후진들을 굽어보고 있는 베델·양기탁 등 선각자들의 민족애와 언론 본연의 사명을 되새기면서 국권 수호에 앞장섰던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서울신문의 사시(社是)는 ‘바른 보도로 미래를 밝힌다. 공공 이익과 민족 화합에 앞장선다’입니다. 국익에 최우선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위해 소모적인 갈등을 지양하고 국민에너지를 하나로 결집하는 정론을 펴겠다는 다짐입니다. 사익보다는 국익을 앞세우고, 거짓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사실, 나아가 그 뒤편의 진실까지도 놓치지 않는 정론지로서의 위상을 지켜나가겠습니다. ‘세상을 향한 바른 외침’이란 창간 110주년 캐치프레이즈에 우리의 그런 의지가 고스란히 실려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회의 불의와 부조리에는 서릿발 같은 비판을 가하되 정파적 시각에는 매몰되지 않을 것입니다. 남북 분단의 질곡도 모자라 지역주의와 계층· 세대갈등에 이르기까지 갈가리 찢겨진 ‘갈등 공화국’이 우리의 현주소 아닙니까. 언론마저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선도적으로 조정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부추기는 당사자가 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및 남북정상회의록 공개 논란, 밀양 송전탑 건설 갈등,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및 사퇴압력 파문 등 우리 언론은 건건이 진영 다툼의 한편에서 갈등을 확대 재생산해 온 게 현실입니다. ●진영논리 배제 대원칙 언론의 위기를 말합니다. 그것은 단지 독자 수가 줄고, 시청률이 떨어져 언론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차원의 얘기만은 아닙니다. 진짜 위기는 언론의 본령인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돼 스스로 신뢰의 상실을 자초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신문은 어떤 정파적 유혹도 단호히 거부합니다. 우리 언론의 세월호 참사 보도를 보십시오. 다분히 선정적인 부정확한 보도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점을 지금도 자괴감과 함께 기억합니다. 물론 단 한 명의 승객을 구해내지도, 피해 가족의 비통함에 공감하지도 못하는 듯한 무능한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해 비극의 재발을 막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기보다는 정부를 궁지로 몰아 반사이익을 얻는 데만 골몰하는 정략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세월호와 다름 없는 위기의 ‘한국호(號)’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 경제규모는 세계 14위로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일군 나라로 찬사를 받던 우리가 ‘중진국의 함정’에 빠져든 꼴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10%의 비중이 전체소득의 45%를 차지하는 등 소득 양극화도 날로 심화되고 있습니다. 가중되는 청년 실업난과 노인 자살률의 증대는 우리 사회의 우울한 자화상입니다. 한마디로 우리 공동체의 재도약과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대타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복지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려면 증세나 경기부양에 대한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의 갈등에 빠져 국민통합의 구심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입니다. ●국민통합 구심력 절실 본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과제인 국가 혁신과 변화를 통해 국민의 잠재적 역량을 한데 모으는 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서울신문이란 공론의 장에서 만나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책 경쟁을 펼치도록 하겠습니다. 나아가 모든 정파가 서로 경청하면서 대화를 통해 공동체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찾아가는 숙의(熟議) 민주주의를 꽃피우도록 하는 모종밭의 기능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엊그제 ‘통일대박’을 꿈꾸며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 또한 진정한 사회통합이 전제돼야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신문은 뉴미디어 시대를 맞아 변화하는 매체 환경에 발맞추되, 언제나 독자와 진실의 편에서 언론의 본질적 소명을 다해 나갈 것임을 거듭 약속 드립니다. 그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융성과 국민 개개인의 행복에 이바지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서울신문은 소속사원들로 구성된 우리사주조합을 비롯해 정부, ‘국민기업’으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 포스코, 그리고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 등을 주주로 하는 공익정론지입니다. 어느 개인의 사유가 아니라 공적 소유인 만큼 사익이나 정파적 진영논리에 매몰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어느 언론보다 공정한 위치에서 우리 공동체의 이익, 다시 말해 국익을 우선시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입니다. 한층 격조 있는 대표적 정론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 [세종로의 아침] 교황의 메시지/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교황의 메시지/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요즘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보면서 떠올리는 말이다. 지난 반세기 줄곧 ‘혈맹의 동지’였던 중국·북한이 단절상태에 빠진 것이나 ‘같은 하늘을 함께 일 수 없다’던 북한·일본의 이상한 유착, 역사상 유례없는 한국·중국의 대등한 밀월…. 한결같이 우호와 친선을 내걸고 요동치는 합종연횡 관계는 그야말로 ‘세력전이(轉移)’의 시기임을 실감케 한다. 동북아의 점입가경 정세 속에서 최근 대중들이 가장 친근히 느끼는 우호·친선의 아이콘은 ‘판다’와 ‘미녀 응원단’일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한기념으로 한 쌍을 선물하기로 한 ‘판다’와 북한이 오는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 선수단과 함께 보내겠다고 발표한 ‘미녀 응원단’이다. 중국이 수교할 때마다 선물했다는 ‘판다’를 우호의 상징으로 한국에 보내겠다니 큰 선물임엔 틀림없다. 9년 만의 북한 ‘미녀 응원단’ 파견도 ‘북남관계 개선과 민족단합 분위기를 위해서’란 이유를 정부 성명을 통해 밝혔으니 새삼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그 ‘판다’와 ‘미녀 응원단’은 우리 대중들이 그저 마냥 반기고 즐거워할 우호·친선의 아이콘일까. 그 아이콘에 깔린 바탕화면을 한번 들여다보자. 여전히 동북공정 작업은 정밀하게 진행 중이고 중국어선의 우리 해역 불법조업을 둘러싼 마찰이 생길 때마다 적반하장식 으름장을 놓기 일쑤다. 이어도에 얽힌 배타적 경제수역(EEZ) 협상에서도 지금으로선 양보할 기색이 없어 보인다. 중국의 ‘판다’ 선물을 십분 반긴다 해도 ‘국익’을 위한 마음바탕이 읽히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민족단합’을 위한다는 북한의 ‘미녀 응원단’ 파견은 어떤가. 응원단 파견을 공표한 지 불과 며칠 만에 개성공단 인근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한 데 이어 김정은 국방위회 제1위원장의 지휘 아래 동해 비무장지대 북쪽 해안에서 방사포(다연장포)를 동원한 사격훈련을 벌이지 않았는가. 북한이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최고 수준의 입장표명이라는 ‘공화국 정부 성명’에서 적시한 그 ‘민족단합’의 외침이 어디를 향하는지 다시 묻는다면 생뚱맞은 짓일까. 오는 8월 교황 방한에 앞서 최근 교황의 한국 행선지 점검을 마치고 돌아간 교황청이 한국사회에 따끔한 한 마디를 남겼다. “교황의 방한 행사는 교황의 메시지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므로 교황의 메시지에 귀기울여 달라.” 교황의 방한행사와 화젯거리에 이목이 집중되는 지금 한국상황에의 우려인 셈이다. 교황 방한 한국준비위원회 측을 통해 정색하고 전한 경고의 메시지가 아닐까. 본질보다 외형에 치우친 언론 보도를 우선 겨냥한 당부일 수 있지만 모두가 새겨들을 경고라면 무리한 반응일까. 본질보다 당장의 외형과 현상에 쏠리는 아둔과 혼동. 교황청의 메시지에 ‘판다’와 ‘미녀 응원단’을 한번 얹어보자. 만나고 대화하자는 선한 마음까지야 폄훼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입에 발린 우호와 친선이 불렀던 숱한 재앙의 기억은 우리 머릿속에 너무 생생하다. ‘판다’가 너무 빨리 ‘미운 오리새끼’가 되지 않기를, 그리고 ‘미녀 응원단’이 ‘추한 몰이패’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kimus@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 대통령께 드리는 고언/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대통령님, 요즘 마음고생이 많으시지요? 세월호 참사로 죄 없는 어린 학생들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했으니 그 아픈 마음이 오죽했겠습니까? 모두 대통령께 책임만 물을 뿐, 대통령의 괴로움은 생각해 주지 않으니 정말 힘든 3개월을 보내셨을 겁니다. 뒤늦게나마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1년 6개월 전 대선과정에서 저는 당시 박 후보의 당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신념을 나름대로 가졌습니다.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당선이 확정된 직후 새벽 3시경에 받은 전화였습니다. 이름은 잊었지만 한겨레신문사를 퇴직한 전직 기자라고 신분을 밝힌 그분은 조금 취한 음성으로 제게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홍 교수 당신의 방송토론을 보고서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인 나도 박근혜 후보를 찍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제 선택이 옳았다고 자부합니다. 그렇지만 작금의 상황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을 보면서 자칫 저의 논평과 주장을 듣고 박 후보를 선택했던 분들에게 장차 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몇 가지 고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선 인사문제를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언론과 야권, 시민단체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사의 난맥상을 지적했으니 대통령께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을 겁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를 시작으로 윤창중 대변인, 윤진숙 장관을 거쳐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낙마에 이르기까지 인사는 파행을 거듭했지만 누구도 책임을 진 사람이 없습니다. 그뿐 아닙니다. 정홍원 총리의 사표를 반려함에 따라 세월호 참사에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습니다. 정부조직의 개편과 재개편, 누적된 인사적체에도 어떤 설명도 없고, 책임도 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은 책임지지 않는 국정운영에 냉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님, 사과를 하실 때는 확실하게 하십시오. 지금까지 몇 차례 사과하셨지만 대개 대변인이나 홍보수석의 입을 빌리거나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미리 준비한 사과문을 낭독하셨습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진정한 생각과 사과의 형식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유감 표명은 안 하느니만 못한 방식입니다. 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는 방식의 사과를 진정성 있는 사과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습니다. 지지도에 너무 연연하지 마십시오. 국민의 여론은 시시각각 변하게 마련입니다. 오로지 국민과 국익을 기준으로 판단해 확신이 서면 강력하게 밀고 나가십시오. 야권이나 국민의 반대가 있다면 대통령께서 직접 나서 진정성을 바탕으로 설득하십시오.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성은 국민의 동의로 이어질 것입니다. 여야 원내지도부와의 대화는 늦었지만 정말 잘하셨습니다. 앞으로 주기적 대화를 갖기로 한 것은 더욱 잘하신 일입니다. 사람들은 제왕적 대통령이라지만, 여의도의 협조 없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싫든 좋든, 잘하든 못하든 국회는 대통령이 반드시 끌어안고 가야 할 국정파트너입니다. 국회를 무시하거나 야당과 사사건건 대립하면 이룰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으며 그에 따른 국정 실패의 총괄적 책임은 대통령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강자가 후한 법이고, 지는 게 이기는 것이란 옛 성현의 말씀을 기억해 대립과 갈등이 있을 때엔 상대가 원하는 선물을 준비하십시오. 국민 행복과 국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 하겠습니까? 끝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십시오. 퇴근 후 보고서를 주로 읽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보다는 담당자를 불러 대면보고를 받거나 현장에 나가 직접 확인하십시오. 주말이든 저녁이든 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 세상 이야기도 들으십시오. 옛 왕들의 미행은 누구의 중계도 거치지 않고 직접 세상 민심을 확인하려는 게 아니었겠습니까? 특별한 때만이 아니라 늘 시장이든 거리에서든, 또는 논밭에서든 국민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들으십시오. 제가 주제넘은 소리를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또 대통령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했는지도 모릅니다. 옛말에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지만 행실에는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저 대통령의 성공을 바라는 작은 마음이라 여겨주십시오. 감사합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 “한미연합작전 구역에서도 한국 요청 있어야 파병”… 日 다짐받는 韓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가운데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주한 미군 사령관)이 설정하는 작전구역 내에서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우리 의사와 상관없이 일본 자위대의 한국 파병을 허용하는 등 이를 용인할 것이라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입장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9일 “한반도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이 설정하는 연합작전구역(KTO) 내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일은 우리 정부의 요청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용인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정부 입장을 미국과 일본 측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KTO는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미연합사령관이 지상, 해상, 공중에서 북한의 무력을 봉쇄하기 위해 한반도 인근에 선포하는 구역으로 한반도 전체를 의미한다. 연합사령관은 전시에 한·미 양국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이 구역을 설정한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한반도 안보와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한국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는 한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보다 더 구체적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받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 측 한미연합사령관이 유사시 한반도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전작권은 전시에서의 병력 지휘일 뿐 외국군이 우리 영역 내에 들어오려면 우리 동의가 필요하다”고 일반론적으로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 같은 입장이 정치적 선언에만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종건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한국에서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고 주한 미군과 그 가족들도 공격받는 상황에서 일본이 자국민을 철수시키겠다고 함정을 파견하면 한·미 당국이 과연 이를 막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朴정부 외교, 노무현정부 ‘동북아 균형자론’ 전철 피하려면

    우리 정부가 혼돈의 동북아 외교안보 지형에서 국익을 위해 균형외교의 시험대에 올라섰지만 나침반도 없이 안갯속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과거 ‘동북아 균형자론’을 앞세웠던 노무현 정부의 균형외교가 국내외에서 고립되며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전례도 있다. 전문가들은 노무현 정부 균형외교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주변국의 오해를 사지 않는, 절제와 명민한 대응 그리고 큰 그림의 전략적 사고와 냉철한 판단이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노무현 정부의 균형외교는 중장기적으로 미국이 동북아에서 철수해 힘의 공백 상태가 발생하면 중국과 일본 간 역내 패권 경쟁을 막고 중재할 수 있는 군사력 등을 배양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는 당시 한·미 동맹을 부정한다는 오해와 함께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 미·중 간의 균형자가 되는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한·미 동맹 위주의 외교안보 전략을 펼침에 따라 이 구상은 폐기됐다. 문정인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7일 “노무현 정부 균형외교가 미국을 버리고 중국편을 들어 고립을 자초한다는 식으로 왜곡됐다”면서 “한·미 동맹과 중국과의 동반자관계를 균형 있게 편다고 보면 노무현 정부와 비슷하겠지만 현 정부는 구체적 행동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의 균형외교는 균형자보다는 한·미 안보동맹을 기초로 한 ‘조율’(alignment)에 역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의 국력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의욕을 내세우기보다 변화하는 미·중 관계에서 치우침 없이 유연하고 실리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는 “한국은 강대국이 아닌 중견국가라서 현실적으로 미·중에 대한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강대국 사이에서 완전한 균형을 이루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강대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유연하고 명민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는 다자외교에서 안보적으로는 미국의 편을 들고, 대신 중국의 입장도 고려해 중국의 다자구상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는 입장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시론] 시진핑 방한의 외교적 의미/주재우 경희대 교수·브루킹스연구소 방문학자

    [시론] 시진핑 방한의 외교적 의미/주재우 경희대 교수·브루킹스연구소 방문학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3~4일 방한은 한·중 외교사에 이정표를 남긴 고무적인 외교 행보였다. 주지하듯 이번 방문은 중국 최고 지도자가 먼저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의 한반도외교의 ‘전통’을 깼다. 일각에서는 이의 지나친 의미부여로 중국이 곤란해질 수 있고 우리는 자칫 미·중 양 대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다고 자제를 촉구했다. 특히 중국이 일본과의 과거사문제 갈등으로 미·일로부터 우리를 끌어내기 위한 포석에 놀아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우리의 국익과 입장이 분명하고 명확하면 이런 우려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양국의 지정학적, 지경학적, 전략적 이익에 근간한 자발적 결정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한국을 먼저 방문함으로써 중국의 한반도 외교에서 ‘이념 중심’의 외교적 족쇄를 푸는 데 성공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국익중심 외교, 선린우호 정책과 실용외교를 꾀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수교 이후에도 중국은 북한 요인 때문에 유독 한반도 외교에서만큼은 국익이 아닌 이념이 지배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역대 최고 지도자와 후계자들은 이 전통을 지켰고 시 주석 역시 후계자 당시인 2005년과 2008년에 이를 실천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방한을 계기로 중국의 외교목표와 국익이 실질적으로 한반도 외교에 투영되는 계기를 스스로 창출했다. 이로써 중국의 한반도 외교에서 ‘북한 요소(factor)’의 중요성이 상당 부분 평가절하됐음이 방증됐다. 이는 중국의 대북정책의 기조 변화를 의미하지 않으나 한반도 외교를 보다 실용주의적으로 개진하겠다는 의지를 노정했다. 중국의 변화된 한반도 외교 접근법을 어떠한 국익 관점에서 이해해야 하는가. 중국의 북한 요소에 대한 평가절하는 우리와의 공조 필요성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선언에 대한 지지와 한반도에서 핵무기 개발의 확고한 반대 입장에서 드러났다. 북핵 관련 중국의 입장이 작년 6월 박 대통령의 방중 때 ‘유관 핵무기 개발’에 대한 위협 인식을 공유하던 수준에서 ‘핵무기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 입장으로 더욱 강경해진 사실에서도 입증됐다. 중국은 우리와 일본의 과거사문제를 공동 대응하길 강력히 희망했다. 그 단초로 우리의 위안부문제 공동연구에 합의했다. 우리의 국익은 미·일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중국과의 공조에 있다. 안보적 함의를 내포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중국이 제안한 내년의 전승 70주년 행사에 반드시 응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는 전승국으로서 이 행사가 의미가 있겠다. 그러나 우리의 광복과는 거의 무관한 것이다. 경제협력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도 우리의 국익관점에서 보면 미국과의 갈등요소가 적다. 연말까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 노력에 합의했고 통화 직거래 시장도 구축하기로 했다. 통화 직거래 시장은 우리와 중국의 대달러 통화가치가 날로 절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무역경쟁력을 보호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중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구상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 구상은 미·일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 견제용이 아니다. 후자가 개도국의 경제개발사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대신 동북아지역의 경제통합, 통일 한반도와 동북아 실크로드 등 한·중 양국의 ‘꿈’을 위한 인프라 구축 사업의 재원을 제공할 것이다. 이번 시 주석의 방한으로 중국의 비정상적인 한반도 외교가 정상화되는 계기로 연출됐다. 명확한 국익관에 입각한 중국과의 정상적인 국익중심의 협력은 한·미동맹과 같은 우리의 상수적인 국익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중국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중 간 경쟁이 악화돼 우리는 물론 중국 내에서의 국익에도 이롭지 않기 때문이다. 명확한 국익관은 우리가 미·중 양국을 날개 삼아 날아오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나진~하산 프로젝트 2차 실사단 파견

    북한과 러시아 경협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를 결정할 2차 실사단이 오는 14일 파견된다. 코레일은 8일 정부 부처와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 및 기술진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실사단이 14일 항공편을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하반기에 한·러 사업자 간 본계약 체결 협상이 이뤄질 것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실사단의 이번 평가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남북 교류 등 국익차원의 종합적 고려하에 이 사업을 장려해 나가기로 했으며, 앞으로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을 해 나갈 방침이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의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항만 현대화, 복합물류 사업 등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우리 기업 컨소시엄이 우회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상선, 코레일 등 우리 기업 3개사는 러시아 철도공사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이들 기업 관계자 18명은 앞서 지난 2월 나진항 현장 실사를 다녀왔다. 실사단은 18일 열리는 나진∼하산 프로젝트 개통식 참석과 함께 철도 개량 등 투자적정성과 물동량, 경제성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또 지난 1차 실사 때 참여하지 못했던 한국철도시설공단 관계자들도 합류해 5일간 선로 점검에 나선다. 향후 진행될 항만 인입 철도 건설과 관련해 철도와 항만의 연계성, 철도개량 방식 등도 따져 볼 계획이다. 민간 기업들은 항만에 대한 실사를 러시아철도공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가기관이 간첩이라 해 증거 위조… 잘못 깨닫고 뉘우치며 용서 빕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 조작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협조자 김모(62)씨가 사건 당사자인 유우성(34)씨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씨는 자필로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써 지난달 25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유씨 측에 전달했다. 김씨는 편지에서 “국정원이 저에게 답변서를 부탁할 때 그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고 주저했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 그 말을 믿었다”고 주장했다. 중국 국적인 김씨는 “국정원과 검찰이 곤경에 처했을 때 도와주면 앞으로 국적 문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국정원과 검찰도 한국의 국가 기관이니 믿었다”고 썼다. 이어 “우성군을 모해하려는 의도는 생각지 못했다”면서 “저의 잘못을 절실히 깨닫고 뉘우치며 우성군의 넓은 양해와 용서를 빈다”고 거듭 사과했다. 김씨는 지난 3월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시내 한 모텔에서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지금 국정원은 ‘국조원’(국가조작원)인데 ‘국보원’(국민생활보호원)으로 이름으로 바꾸고 거기에 맞게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또 유씨에 대해서는 “간첩이 분명하고, 증거가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면 외국으로 추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씨는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국정원으로부터 유씨가 간첩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증거를 위조했다”며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동북아 방정식 국익 앞세워 해법 찾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방한 활동을 통해 한국을 ‘친척의 나라’로 호칭하며 강도 높은 ‘러브콜’을 보냈다. 직접적인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미국, 일본 대신 중국과 손을 맞잡자는 제안을 한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항일 공동기념식 개최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등 우리 측으로선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제안도 과감하게 내놓았다. 동북아 정세가 격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앞에 또다시 고차원적인 외교 방정식 숙제가 놓인 양상이다. 어떤 해법을 내놓느냐에 따라 국가와 민족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팀의 어깨에 한없이 막중한 책무가 얹혀졌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세력 재편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미·일 대 북·중’이라는 전통적인 진영 간의 대결구도는 깨진 지 오래다. 아시아 회귀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 간의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각동맹 현 체제 유지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지원을 업은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채비를 갖췄다. 고노담화 검증 등 브레이크 없는 우경화 페달을 밟고 있다. 대북제재 해제에 이어 수교 카드까지 꺼내들어 북핵 공조의 균열을 초래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방한해 일본에 대한 공동대응을 제안하고, 북핵 공조를 또다시 확약했다. 북·중 혈맹관계를 확신한 북한이나 “설마”하며 한·중 정상회담을 지켜봤던 일본으로선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충격은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벌인 미사일 시위를 통해서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 주석이 북한과의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대해 이같이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는 까닭은 무엇인가. 결국 한국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의도가 아니겠는가. 아울러 한·미·일 3각동맹의 핵심 축을 흔들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여보겠다는 뜻도 없지 않을 것이다. 결국 미·중 사이에 낀 우리의 전략적 선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우리로선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하자니 이미 경제적으로 한 몸이 된 중국의 반발이 겁나고, 중국과 손을 맞잡자니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눈치가 보여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안팎 곱사등이 신세다. 그렇다고 한탄만 할 수는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국익이 최우선돼야 한다. 주도적 균형외교를 통해 우리의 전략적 몸값을 높여 한반도에서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이 중심이 될 수 있도록 강하면서도 부러지지 않는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우리의 생존과 직결된 북핵 문제부터 출발점으로 삼길 바란다.
  • [이영탁 미래와 세상] 선장의 역할

    [이영탁 미래와 세상] 선장의 역할

    세월호 사고는 언급하기조차 싫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에서 다시 끄집어내고자 한다. 만일 세월호 선박이 잘 정비돼 아무 결함이 없는 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이다. 배에 문제가 없었다면 선장이 좀 잘못하더라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그러다가도 금방 고개를 젓는다. 자동차나 비행기가 새것이라고 해서 사고가 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대형 사고는 대체로 기계적인 결함보다 무리한 운행이 더 큰 원인이다. 세월호의 경우에도 선박 자체의 문제보다는 관리 소홀과 운전 부주의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화물의 과적에다 침몰 직전 급격한 항로 변경이 대형 참사를 불러왔다고 한다. 실제로 멀쩡한 수송수단도 선장이나 조종사를 잘못 만나면 엄청난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이 어디 세월호에만 해당되겠는가.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세월호의 위험이 없는 곳이 없다. 가정도, 기업도, 국가도 지도자를 잘못 만나면 언제라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가정의 선장은 가장이요, 기업의 선장은 사장이다. 나라의 선장은 물론 대통령이다. 가장이든, 사장이든, 대통령이든 평소 멀쩡하던 가정이나 기업 또는 나라를 얼마든지 거덜낼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의 운전 미숙이나 부주의가 예기치 않는 참사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문제가 세월호에 그치지 않고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요즘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이 문제로 자주 거론되고 있다. 국정을 운영하는 방식이 시간적으로 과거식이고 공간적으로 폭이 좁다. 그 결과 다양하고 수준 높은 국민의 기대에 못 미쳐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고 있다. 급변하는 상황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하고 있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한 번 대형 사고를 내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뉴노멀’ 시대다. 정상적인 것의 기준이 달라졌다. 전에는 물건을 잘 만들어 이익을 많이 내는 것이 기업의 본분이었다면 지금은 착한 기업, 따뜻한 경영이 더 중요하다. 국가 운영방식도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와해성 혁신이라는 말이 있는데 기존의 것을 두고는 혁신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거의 경험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는 말도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케케묵은 소리다. 오늘의 성공은 미래 성공의 적이라는 ‘성공의 역설’을 꼭 기억할 일이다. 지금은 집단지성의 시대다. ‘우리는 나보다 똑똑하다’(We are smarter than me)는 말이 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고 해도 여러 사람의 지혜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너 나 없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무장하는 바람에 모두가 똑똑해졌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는 말은 ‘독고(獨考) 끝에 악수 둔다’로 바뀌어야 할 판이다. 무슨 일이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여러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들어야 한다. 이제 특별한 천재나 영웅이 없는 세상이 됐다. 지금 나라의 선장에 대한 불안감이 상당하다. 선장의 웃는 얼굴을 좀처럼 볼 수가 없다. 선장이 분명 실수를 했는데도 미안하다는 말을 듣기가 어렵다. 내 탓보다 남의 탓을 앞세우는 모습은 민망하기까지 하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마음을 고쳐먹거나 스타일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실수가 되풀이되고 그런 실수가 쌓여 큰 참사를 부르지 않겠느냐는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막중한 과제가 여럿 있다. 경제의 성장 동력을 되찾으면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는 일, 동북아의 안정과 번영을 주도하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대치 속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일, 그리고 무엇보다 남북통일의 기회가 왔을 때 소프트 랜딩하는 일 등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다.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선장의 평소 운전 스타일이 크게 달라지기를 간절히 기대해본다. 세계미래포럼 이사장
  • [뉴스 분석] 샌드위치 vs 균형외교… 위기이자 기회

    [뉴스 분석] 샌드위치 vs 균형외교… 위기이자 기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동북아의 외교·안보·경제 지형이 한층 복잡해졌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통해 중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중국은 ‘반일’(反日)을 고리로 한국과 손잡고 일본을 견제하려 한다. 일본은 미·중의 역학구도를 이용하면서 군국주의의 길도 마다하지 않으며 아시아의 맹주를 꿈꾸고 있다. G2(주요 2개국)가 패권을 놓고 동북아에서 충돌하는 가운데 일본마저 북한에 손을 내밀며 동북아에서 신합종연횡이 전개되는 상황이다. 미·중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국익을 추구해야 하는 우리의 외교 전략이 자칫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험도 이번 시 주석의 방한이 남겨 놓은 숙제다. 한국을 향한 시 주석의 구애로 동북아에서 한국이 가진 전략적 가치가 한 단계 더 높아졌음을 입증했지만 혼돈의 동북아 정세 속에서 이 같은 기대에 자위하고 있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균형 외교에 대한 질적 도약을 이뤄야만이 우리의 전략적 가치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6일 “중국은 우리를 설득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으려는 것이고 기존 한·미 동맹을 인정하되 반중(反中) 동맹이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균형 외교를 위해서는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고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3대 강국이 각축을 벌이는 상황에서 한국은 북한 카드를 활용하고 자기 몸값을 높이는 외교 전략을 수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점에서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에 동의를 나타낸 것은 향후 남북 관계에서 한·중이 전략적으로 함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점에서 단순한 ‘레토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오랜 친구’라는 한·중 두 정상이 1박 2일 동안 서로를 치켜세우는 사이, 수면 밑 한국 외교는 실리와 균형을 놓고 쉴 새 없이 흔들렸다. 시 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제안한 내년 ‘항일 공동기념행사’에 대해서도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당초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각의 결정은 모순… 아베만의 생각”

    “각의 결정은 모순… 아베만의 생각”

    2004년부터 5년간 고이즈미·제1차 아베 내각의 안보정책을 맡아 온 야나기사와 교지(68) 전 내각부 부장관보는 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이번 각의 결정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했다고밖에 설명되지 않는다”며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한 헌법 해석 변경을 거세게 비판했다. 야나기사와 전 내각부 부장관보는 ‘21세기의 헌법과 방위를 생각하는 모임’을 만들어 아베 내각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활발히 내고 있다. →이번 각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무력행사의 신(新)3요건을 보면 ‘일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타국이 무력 공격을 받아 일본의 존립이 위태롭고 국민의 생명·자유·행복 추구의 권리가 근본부터 전복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라고 상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논리 모순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개별적 자위권 외의 다른 수단은 없다고 해 왔는데 아베 내각이 이번 각의 결정을 통해 타국에 대한 공격이 일본 국민을 위험하게 한다고 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다시 말해 의미를 알 수 없는 각의 결정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로 미·일동맹을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있다. -이번 각의 결정은 미국이 원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주변국의 긴장이 높아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일본이 아시아 지역 내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결국 이번 각의 결정은 미국의 포괄적인 국익과 일치되지 않는다. 또 미국이 함께 싸우기를 바라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에 대한 니즈(수요)가 실제로 있는지도 의문이다. →왜 아베 정권이 이렇게 무리해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을 서두르나. -아베 총리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어서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전략적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결정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일본이 중국에 제2의 경제대국 자리를 내주고 자신을 잃은 상태에서 일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묻는 상황에 나온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의 평화헌법을 그대로 지켜 나갈 것인가, 아니면 손을 봐서 고쳐 나갈 것인가’인데 이는 적어도 10년을 내다보고 해야 할 문제다. 이렇게 해석 변경으로 간단히 바꿀 수 없는 문제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아베, 국민·주변국 속여온 셈”

    “아베, 국민·주변국 속여온 셈”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한 일본 정부의 1일 각의(국무회의) 결정과 관련, 하세베 야스오(58) 와세다대 대학원 법무연구과 교수는 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헌법 해석을 바꾸는 것은 정부가 헌법 9조의 올바른 의미에 대해 국민과 주변국을 속여 온 셈이 되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각의 결정을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일본 정부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헌법 9조에 의해 인정되지 않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필요하다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누차 말했다.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이번 각의결정은 헌법에 기초한 정치라는 입헌주의의 원칙에 도전한 것이다. 헌법 해석 변경은 즉 정부가 지금까지 잘못해 왔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헌법 9조의 의미에 대해 국민과 주변국을 속여 온 것이 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하지만, 실행하려면 정식 절차를 거쳐 개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일본의 국익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은 사이가 좋았지만 이라크에 같이 가서 영국에 득이 된 것은 없었다. 미국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군사적 행동을 거부해 왔는데, 앞으로 미국으로부터 요구받았을 때 거부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득보다 실이 많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이라는 무리한 수단을 써서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아베 총리와 주변인들은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아베 총리는 자민당 안에서도 대단히 특이한 위치에 있다. 그만큼 민족주의가 강한 이는 자민당 내 총리 후보자 중에 없다. 아베 총리의 정책을 이어받을 사람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아베 총리가 재직 기간 중 가능한 한 자신의 생각대로 정책을 실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관련법 정비로 실제로 집단적 자위권이 행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무력 행사의 신(新) 3요건을 보면 상식적으로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연립 여당인 공명당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실제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 일본 정치가들이 ‘만주·몽골은 일본 제2의 생명선’이라는 말을 썼던 것처럼 ‘호르무즈 해협(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 있는 해협으로, 전 세계 해상 수송 원유가 40%나 통과)이 일본의 생명선이다. 이곳에서 군사적 위기가 생긴다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정부가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한반도 유사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경우에 대해 우려가 많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본다. 북한은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게 최대의 목적이어서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위험성이 있는 곳은 오히려 타이완이다. 중국은 현상을 변경하려는 생각이 강하다. 중국이 국지적인 군사 불균형을 통해 타이완을 손에 넣으려고 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이렇게 되면 미국과 타이완이 일본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아베 ‘전쟁국가’ 선포… 日 ‘침략 DNA’ 부활

    아베 ‘전쟁국가’ 선포… 日 ‘침략 DNA’ 부활

    일본 정부가 1일 역대 내각의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허용된다’는 견해를 채택했다. 아베 신조 내각은 오후 총리관저에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가 공격을 당할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무력행사가 허용된다는 취지의 헌법 해석을 결정했다. 평화헌법 9조에 근거해 전수방위(방어를 위한 무력행사만 허용) 원칙을 지켜 온 역대 정권의 방침을 깨고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전환하게 됐다. 아베 총리의 목표인 ‘전후 체제 탈피’가 가시화된 것이다. 이날은 일본 자위대 발족 60주년 기념일이었다. 각의결정안은 “그동안 정부는 일본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한 경우에만 무력 행사가 허용된다고 판단했지만 일본을 둘러싼 안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향후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도 일본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다”고 명기했다. ‘무력행사의 신(新)3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집단적 자위권뿐 아니라 집단안전보장 분야에서도 무력행사가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또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낙도에서의 비상사태를 가정한 그레이존 사태(자위대 출동과 경찰 출동의 경계)에 대비해 발생 즉시 자위대가 출동할 수 있도록 출동 절차를 신속화하기로 했다. 특히 무력 행사의 요건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정권의 입맛대로 무력 행사 여부를 결정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한국 영토·영해에 들어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각의결정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으로, 일본이 전후 걸어온 평화국가로서의 길은 바뀌지 않는다”면서 “이번 각의결정으로 전쟁에 휘말릴 우려는 한층 사라질 것이다. 다시 전쟁을 하는 나라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향후 자위대법 개정 등 법제도 정비를 위한 팀을 만들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해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우리 요청 및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집단적 자위권이 남의 땅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서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서울광장] ‘쌀 정쟁’ 안 된다/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쌀 정쟁’ 안 된다/오승호 논설위원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12월 23일 경기 용인 유세 현장에서 “저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 직을 걸고 쌀 시장을 개방하지 않을 것입니다”고 공약한다. 우리나라가 우루과이 라운드(UR) 협상에서 쌀 시장을 부분 개방하기로 합의하기 1년 전쯤의 일이다. 당시 민자당 대통령 후보였던 김 전 대통령은 용인에 이어 이천 유세에서도 “쌀은 어떤 개방 압력이 오더라도 절대 수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기에 유명 쌀 주산지가 많은 점을 고려, 농민들의 표를 의식해 개발한 공약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공약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 UR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던 1993년 12월 9일 김 전 대통령은 ‘고립을 택할 것인가, 세계로 나갈 것인가’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담화문을 발표한다. 1995년부터 10년 동안 국내 쌀 소비량의 1~4%를 의무수입하는 내용으로 협상을 타결지은 것에 대해 대통령은 사과하고 농림수산부 장관은 사퇴하는 선에서 수습했다. 쌀 시장을 부분 개방한 지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면서 국민 정서는 많이 변했다. 1990년대 초만 해도 공무원들 사이에 ‘쌀 시장 개방’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금기시되다시피했다. 별 스스럼없이 쌀 관세화(시장 완전개방) 불가피론을 펴는 지금과는 천양지차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비정상적인 상태를 후세에 물려주지는 않겠다”는 우회적 표현으로 추가 관세화 유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다. 그는 “1년이라도 먼저 수입(관세화)을 하면 2만t이라도 적게 외국쌀을 들여올 거 아니냐고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다”고 소개했다. 쌀 관세화 유예 기간을 연장할수록 의무수입 물량이 매년 늘어나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쌀 시장 개방에 줄곧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올해는 정부가 마련한 토론회에 참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토론회 참석 자체를 거부했던 것에서 진일보한 셈이다. 반면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는 쌀 시장 개방의 불가피성을 피력한다. 쌀 관세화 추가 유예와 시장 개방 가운데 어느 쪽이 국익에 도움을 줄지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2004년 관세화 유예를 10년 연장하는 대신 의무수입물량을 20만 5000t에서 40만 9000t으로 두 배 늘렸다. 필리핀은 지난달 관세화 유예를 5년 재연장하는 대가로 수입량을 35만t에서 80만 5000t으로 2.3배 증량했다. 이럴 바에야 높은 관세를 매겨 시장을 개방해도 지금처럼 5%의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의무수입물량 이외에는 더 들어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셈법이다. 지난해 국내산 80kg짜리 쌀 한 가마니 가격은 17만 5086원으로 미국산(6만 3303원)의 2.8배, 중국산(8만 5177원)의 2.1배다. 미국산에 180%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값은 국내산과 같아진다. 쌀 수출국들과 협상을 해봐야 알겠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관세율이 300~500%에서 정해질 경우 수입쌀은 국내산보다 훨씬 비싸진다. 다만 국제쌀 시세의 변동이나 높은 관세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기에 상수(常數)가 아닌 변수(變數)다. 정부는 당초 지난달 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쌀 시장 개방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2주 이상 뒤로 미뤘다. 원(院) 구성이 된 만큼 국회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정치권은 7·30 재·보선을 앞두고 표만 의식해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부디 국회는 진흙탕 싸움을 하지 말고 수준 높은 토론을 벌이기 바란다. 논리적 사고를 토대로 여론을 수렴해 정부에 조언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통상 문제에서 수세적 입장만 취하고 있다. 선진국들은 걸핏하면 우리나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다. 우리도 미국·중국 등 쌀 수출국들의 통상 현안에서 시비를 걸 만한 사안은 없는지, 공격적인 통상 외교로 막힌 통로를 뚫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통상정책의 컨트롤 타워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쌀 문제를 푸는 데 조정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평가받는 시험대에 올라 있다. osh@seoul.co.kr
  • 정부 ‘동북아 안보질서 파장’ 주시

    일본 아베 신조 내각이 1일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결정한 데 대해 우리 정부는 동북아시아 안보 질서의 ‘새로운 현상 변화’라는 점에서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과거 침략 역사를 부인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야스쿠니 신사 참배부터 독도 영유권 주장, 고노 담화 검증까지 한반도를 향한 과거사 도발을 이어 가고 있는 아베 총리가 집단적 자위권 총괄 기획의 중심에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기류가 짙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전후 방위안보정책의 중대한 변경’으로 규정하는 동시에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대한 영향은 ‘불용’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본이 이날 집단적 자위권 행사 사례로 제시한 낙도(외딴섬)에서의 불법 행위 대처 관련 내용은 ‘독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별도의 문제’라고 일축했다. 또 성명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 범위를 ‘미·일 안보 동맹의 틀’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후속 조치로 일본과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에 나선 미국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일 방위협력지침은 일본 및 주변 지역에서의 유사시 자위대와 미군의 역할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진정으로 과거의 침략 역사를 청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전후 체제의 탈피를 시도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리 요청 없이 한반도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건 한·미·일 3국 모두 불가능하다고 본다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럼에도 주일 미군이 주한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하는 현실과 유사시 한반도 내 일본인 보호를 명분으로 일본의 군사적 개입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을 갖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으로 묶인 미국과 일본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방위 확약 및 중·일 영토 분쟁 등 미·일 대 중국의 대결 구도 강화가 한반도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일본 집단적 자위권, 전가의 보도 아니다” 외교부, 일본 헌법해석 변경에 공식입장

    ‘일본 집단적 자위권’ ‘전가의 보도’ “일본 집단적 자위권, 전가의 보도 아니다”라고 외교부가 공식 입장을 내왔다. 일본이 1일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해석을 변경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한반도 안보와 우리의 국익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사안은 우리의 요청 및 동의가 없는 한 용인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저희는 항상 일본의 집단자위권 관련 논의가 평화헌법의 기본 이념하에 과거사로부터 기인하는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노 대변인은 ‘(집단자위권 행사로) 한반도 급변사태 발생 시 일본이 미국과 함께 개입할 수 있게 되느냐’는 질문에는 “집단자위권이라는 것이 남의 땅에 들어와서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라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그는 “일본 측에서 각의 결정 내용을 발표하면 그 이후에 종합적으로 (정부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변인은 집단자위권 행사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는 “집단자위권이라는 것은 동맹을 상정하는 것인데, 동맹은 남의 나라 땅을 침략할 때는 적용이 안 된다”며 “해당이 안 되는 사항”이라고 답했다. 이밖에 그는 납북 일본인 재조사 및 일본의 대북제재 해제와 관련한 북일 접촉에 대해서는 “북한 및 북핵 문제에 있어 한미일 3국 공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3국 공히 인정하고 있다”며 “그런 맥락 하에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은 계속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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