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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오작교 건너보실까요”

    “사랑의 오작교 건너보실까요”

    “시화호에서 ‘오작교’ 건너 보실까요.”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8일 자사 미혼남녀에게 짝을 만들어 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화제다. 이 프로그램에는 수공을 비롯해 환경부, 국회 사무처, 토지공사, 주택공사,KT&G 등 6개 기관에서 추천한 미혼남녀 28쌍(56명)이 참가했다. 이번 행사는 곽결호 수자원공사 사장이 격오지에서 근무하는 미혼 남녀사원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고 유관기관 유대를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오작교 프로그램을 내놓자 수공에서만 처녀총각 32명이 신청했고, 환경부와 국회사무처 공무원도 참가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시화호에서 시작됐다.TV에서나 보았던 ‘사랑의 작대기’를 만들기 위해 모두 말끔하게 차려 입고 나왔고 진지했다. 하지만 처음 만나는 자리인지라 서먹서먹했다. 수공 직원의 안내에 따라 시화호 환경문화관을 둘러보고 갈대습지공원을 거닐며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황사가 짙어 날씨는 화창하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봄기운에 흠뻑 젖었다. 본격적인 짝맞추기는 자리를 옮기기 위해 버스를 타면서 시작됐다. 버스 좌석을 바꿔 가며 28명의 상대방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고 첫눈에 ‘전기가 통하는’ 커플도 생겼다. 본격적인 마음 맞추기는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오락과 대화의 시간을 나누면서 무르익었다. 곽 사장은 행사 중간에 예고 없이 나타나 참가자들에게 스카프를 선물하는 깜짝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종 아홉 커플이 탄생했다. 다섯 팀은 같은 회사 직원끼리 짝을 이뤘고 네 커플은 다른 기관 직원과 짝을 맞추는 데 성공했다. 커플들은 행사가 끝난 뒤 따로 만남을 갖는 등 본격적인 배필 만들기 작업에 들어갔다. 수공 도승찬 대리-주공 나혜진 대리 커플은 “행사 뒤에도 다음날 전화로 1시간 동안 사랑의 통화를 나눴고 주말에 종로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면서 “가족·가정의 소중함과 좋은 일터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세계쇼트코스수영] 박태환 또 은메달 ‘역영’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 야외 수영장.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출발대에 선 박태환(17·경기고·당시 대청중 3년)은 심판의 “준비” 구령에 그만 먼저 물에 뛰어들고 말았다. 이어진 ‘부정출발’ 판정. 국제수영대회에서 엄격하게 적용되는 ‘원스타트 룰’ 때문에 역대 한국의 올림픽 출전 사상 최연소(15살)로 나선 박태환은 어깨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눈물만 펑펑 쏟아냈다. 그러나 그는 1년 8개월 만에 ‘월드스타’로 변신했다. 한국 남자수영의 ‘기대주’ 박태환이 세계쇼트코스수영선수권대회에서 또 한 개의 또 은메달을 보태며 한국수영의 80년 역사를 거듭 고쳐 썼다. 박태환은 9일 중국 상하이 치종경기장에서 벌어진 대회 마지막날 남자 1500m 결승에서 14분33초28에 터치패드를 찍으며 세계 랭킹 1위 유리 프릴루코프(14분23초92·러시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신의 종전 최고기록(14분42초51)을 무려 9초 이상 앞당긴, 쇼트코스 세계 랭킹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틀 전 자유형 4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세계를 놀라게 한 건 물론, 한국 수영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메달 획득의 쾌거를 달성한 박태환은 이로써 이번 대회 2개의 은메달을 수확하며 세계적인 중·장거리 스타로 급부상했다. 박태환은 특히 자유형 400m에 이어 홈 관중의 열광적 응원을 등에 업은 ‘라이벌’ 장린(19)뿐 아니라 아테네올림픽 1500m 은메달리스트인 라슨 젠슨(미국)까지 큰 격차(16초27차)로 따돌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의 기대도 부풀렸다. 푸른색 반바지 수영복 차림의 박태환은 6번 레인을 배정받아 검은색 전신 수영복을 착용한 5레인의 프릴루코프와 초반부터 팽팽한 2파전을 벌였다. 박태환은 레이스의 1000m까지만 해도 프릴루코프에 불과 2초차로 따라붙으며 긴장감을 유지했으나 이후 페이스가 떨어져 2위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11월 마카오 동아시안게임 1500m에서 박태환에 0.05초 차로 금메달을 빼앗았던 장린은 14분42초82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러나 장린은 400m에 이어 이번에도 박태환에 큰 격차로 뒤져 현지 언론의 표적이 됐다. ●쇼트코스대회란 정규코스의 절반인 25m 길이의 풀에서 벌이는 경영대회. 올림픽 정식 종목은 아니지만 턴당 0.52초의 기록단축효과 등 박진감 때문에 미국·유럽 등지에서는 이미 ‘주류’로 편입됐다. 이번 대회에도 중장거리의 1인자 그랜트 해켓(호주)이 불참했을 뿐 세계 10위권 선수들이 대거 출전, 그 무게를 짐작케 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길섶에서] 수제비를 끓이며/이호준 뉴미디어국장

    밀가루에 찹쌀가루를 조금 섞어 반죽을 한다. 솥에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낸다. 감자, 호박, 양파를 얇게 자르고 대파를 어슷하게 썰어놓는다. 국물이 제대로 우러났다 싶으면 다시마를 건지고, 재래간장을 약간 넣은 다음 망에 걸러 맑은 국물을 낸다. 끓는 국물에 감자를 넣고 익히다가 호박, 양파를 차례로 넣는다. 끝으로 반죽을 얇게 펴면서 뜯어 넣는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추고 달걀을 풀어 넣는다. 집집마다 요리법이 다르겠지만 이상이 아내에게 배운 수제비 끓이는 법이다. 지난 휴일, 처음으로 직접 수제비를 만들어봤다. 다행히 입이 꽤 까다로운 큰아이도 맛있게 먹어줬다. 한때는 수제비 같은 밀가루 음식이라면 진저리를 칠 만큼 싫어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들을 보며 말씀하셨다.“어릴 적 질리게 먹어서 그럴 게다.” 하루 두끼뿐인 식사를 멀건 수제비나 국수로 때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나이가 들면서 밀가루 음식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내 안의 무엇이 변한 것일까. 이호준 뉴미디어국장 sagang@seoul.co.kr
  • 베이커리 카페 ‘초코크로아’

    베이커리 카페 ‘초코크로아’

    “빵에 감성을 넣었죠.” 사무실에서 만난 이윤선(42·여) 대표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 ‘초코크로아(이하 초크)’를 이같이 소개했다. 이 회사는 ‘외식 브랜딩’을 전문으로 한다. 초크는 초콜릿과 빵을 응용해 만든 귀여운 캐릭터 메뉴와 인테리어를 만든 빵집. 지난 2004년 말 1호점을 연 뒤 1년 5개월여만에 명동·압구정동 등 주요 상권에 15개나 들어섰다. 이 대표는 초크의 인기 비결에 대해 “단순히 ‘먹는 빵집’이 아닌, 다양한 것을 즐길 수 있는 곳로 만들었다는 점”이라면서 “특히 젊은 여성들의 감성에 알맞게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압구정동 초크 매장에 가면 일반 빵집과는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남’을 테마로 꾸며진 5층짜리 초크 매장에서는 먹고, 노는 것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2층에서 캐릭터 관련 팬시상품과 액세서리를 구경하고,3층에서 빵과 음료를 마신 뒤 4층 ‘문화체험공간’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직접 사진을 찍어볼 수 있다. 생일파티 등 다양한 행사를 예약해 진행할 수도 있다.5층에는 연인에게 프로포즈하기 알맞은 이벤트 공간 와인 바가 마련돼 있다.‘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민 빵집이 탄생한 배경에는 이 대표가 추구하는 ‘감성 마케팅’이 있다. 미각뿐만 아니라 시각과 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을 의미한다. “외식은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이벤트인데 딱딱하고 재미없는 음식점만 있다면 삶이 얼마나 삭막하겠어요. 재미를 느끼고 감성을 자극받는 외식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 대표가 만든 외식브랜드는 초크 이외에도 스파게티와 샌드위치를 주메뉴로 한 ‘스탠딩’, 죽과 차 등 전통 디저트를 판매하는 ‘나무아래’가 있다. 모두 ‘감성 마케팅’을 활용한 곳이라고 이 대표는 소개한다. 그는 마케팅 회사의 기획실장 등을 지낸 실력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브랜드 마케팅을 맡기도 한다. 현재는 한 기업과 함께 ‘매운 쌀국수’를 주제로 한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아주 ‘색다른’ 국수집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있는 미소를 보였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수도권플러스] 이달말까지 ‘악기와 옹기’ 전시회

    서울시는 이달말까지 북촌 헌법재판소 맞은편의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에서 ‘악기와 옹기’전시회를 연다. 전시회에서는 가장 청아한 소리를 낸다는 국수무늬기법을 복원해 만든 김복곤(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8호 기능보유자)씨의 15현 가야금과 향비파를 볼 수 있다. 또 국내 유일의 푸레옹기(유약을 입히지 않은 질그릇) 제작기능(〃·제30호기능) 보유자인 옹기장 배요섭씨의 어문 항아리와 요강 등도 전시된다. 또 셋째, 다섯째주 금·토요일에는 김씨와 배씨가 직접 작품 제작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문의 (02)3707-9431.
  • [2집이 맛있대]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옛마당’

    [2집이 맛있대]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옛마당’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영화동 ‘옛마당’은 수원에서 꽤 유명한 복요리 전문집이다. 그렇다고 분위기가 근사한 것도 아니다. 값도 적당한 편이고 안방처럼 가족적이다. 90%가 단골인 이집 손님들이 주로 찾는 요리는 복맑은탕(복지리). 복지리 맛은 육수에 달려 있는데 멸치, 무, 대파에 황태를 넣고 달인다. 육수를 내기 위해 별도의 고기를 넣지 않는 것은 강한 맛이 오히려 지리의 참맛을 느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리 국물맛이 시원하면서도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물을 끓일 때 수북이 넣어 주는 콩나물과 미나리는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특히 이 집은 적당히 데친 콩나물을 먼저 건져내 참기름과 양념장에 버무려 준다. 손님들은 마치 콩나물 비빔국수를 먹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이를 먹다 보면 복어 살이 알맞게 익는다. 콩나물을 살과 함께 고추냉이 초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홍어삼합은 ‘남도’의 맛이 그대로 배어 있다. 전남 나주가 고향인 주인 정찬경(49·여)씨가 직접 김치를 담가 3년을 묵히기 때문에 돼지고기와 어우러지는 홍어 삼합의 깊은 맛을 더해 준다. 함께 나오는 굴전과 갓김치 등 밑반찬도 푸짐하고 맛깔스러워 이 집을 찾는 손님들은 항상 과식하게 된다고 너스레를 떤다. 국물이 남으면 볶음밥도 좋지만 복죽이나 소면을 끓여 먹어야 복지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박정신 교수가 본 ‘식민지 조선의 희망과… ’

    우리의 근·현대의 역사는 대립과 갈등의 역사다. 이 시대를 살아야 했던 이들은 외세와 대립하고 그리고 우리끼리 갈등해 왔다. 그래서 이 대립과 갈등의 질곡을 지나온 이들이 당연히 지니고 있을 ‘한’이 이 시대의 역사를 연구하는 이들의 마음에 깊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해방된 후 우리의 근·현대사 연구가 본격화될 때‘식민사학 극복’이라는 기치를 높이 쳐든 ‘정의의 사도들’이 나타나 ‘우리’(我)와 ‘그들’(非我)을 구분하고, 친일과 반일, 순응과 저항, 식민근대화론과 내재적 발전론이라는 ‘우리 편’과 ‘그들 편’ 사이에 굵은 줄을 그어대고 ‘재판의 한 마당’을 펼쳤다. 이들의 후예들은 군사독재시대를 지나면서 민주와 반민주, 통일과 반통일, 개혁과 반개혁이라는 잣대를 우리 역사와 우리 사회에 들이대었다. 이들은‘새로운 사회’를 갈망하고 모색하는 작업이 그들만의 사명인 듯이 때로는 이념의‘거룩한 사도’로서, 때로는 앞을 꿰뚫는 예언자로서, 때로는 신념에 가득 찬 혁명가로서 우리 역사를 읽어왔다. 다양하고 복잡한 삶의 마당이었을 우리의 근·현대 역사를 둘로 나누어 한 쪽은 선이고 다른 한 쪽은 악으로 인식하는 학문풍토를 만든 셈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항하려는 듯 또다른 ‘선 긋기의 학문하기’가 나타났다. 해방이후 나타난 ‘정의 사도들’이나 군사독재시대, 이른바 비분강개의 시대에 나타난 ‘혁명의 사도들’처럼 이들도 그들이 비판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그룹이 그어 논 선의 다른 한 쪽에서 ‘정의의 사도들’인양 또는 ‘혁명의 사도들’인 양 복잡하고 다양한 우리의 근·현대사를 읽으려 하고 있다. 아무리 학문이 변증적으로 발전한다고 하지만 이들 또한 ‘우리 편’과 ‘그들 편’이라는 편 가르기를 하거나 이념의 다른 한 쪽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우리의 역사현상을 읽으려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양 쪽에서 벌이는 ‘이분법적 우리역사읽기’를 넘어서 복잡하고 다양했을 우리의 근·현대사를 인식하려는 새롭고 소망스러운 시도가 등장하였다. 우리의 학인들이 미국을 비롯한 서양나라나 일본에 줄지어 유학 갈 때, 반대로 좁다란 우물에 갇혀 우리 것 우리가 제일 잘 안다는 학문적 국수주의에 파묻혀 있을 때 홀연히 인도로 가 공부한 역사학자 이옥순이 이 작은 물결 그 한가운데에 있다. 그는 ‘여성적인 동양이 남성적인 서양을 만났을 때’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저술을 통해 이미 역사연구에서 ‘제국주의/민족주의’ 패러다임과 사이드의 오리엔탈리즘의 유용성을 보고, 그리고/그러나 이를 넘어서려는 ‘새로운 역사읽기’를 보여주었다. 이번에 그가 펴낸 ‘식민지 조선의 절망과 희망, 인도’는 그가 끈질기게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역사읽기를 더 발전시키고 더 구체화하는 작업의 산물이다. 일제 식민지시대 우리 지식인들의 인도 인식을 그 시대의 신문과 잡지에 나타난 수많은 인도에 대한 기사, 논설 그리고 기획 기사를 통해 담아내고, 당시 우리에게 인도는 어떻게 각인되었고 또 왜 그렇게 되었는가고 묻고 있다. 우리와 같은 처지의 인도를 바라다보는 당시의 ‘우리 마음’에는 동경·연민·동질성과 연대의식과 함께 문명화되지 못한, 서구가 만든 그 ‘타자’를 바라다보는 측은함과 내려다봄이 담겨져 있음을 실증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옥순은 바로 이 이중성과 모순성을 읽어낸 후 감히 이를 해석하고 설명하고 있다.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
  • 원더풀 아메리카/프레드릭 루이스 알렌 지음

    1920년대를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한다면, 그것은 아마 넓게 퍼져 허리까지 올라가는 치마를 입고 담배를 입에 문 채 춤을 추는 젊은 여인의 모습일지 모른다. 때는 바야흐로 ‘플래퍼(flapper)’라 불린 신종 여성들로 상징되는 젊은이들의 ‘반란의 시대’. 무한한 가능성과 낭만, 모순이 공존한 1920년대 미국은 요컨대 미국 역사상 가장 특별한 시대였다. 금주법을 시행하고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등 보수화의 물결이 일었는가 하면, 한편에선 성의 자유를 외치고 스윙재즈가 폭발적으로 유행하기도 했다. 미국사는 이 시기를 ‘광란의 1920년대(the Roaring Twenties)’로 규정한다. ‘원더풀 아메리카’(프레드릭 루이스 알렌 지음, 박진빈 옮김, 앨피 펴냄)는 바로 이 1920년대 미국의 다양한 얼굴을 다룬 책이다. 알 카포네,KKK단, 할렘 르네상스, 빨갱이 사냥, 잃어버린 세대, 라디오와 포드 자동차…. 이 시대를 특징짓는 현상들의 목록은 끝이 없다.‘하퍼스 매거진’ 등 유명 잡지 편집자로 명성을 얻은 저자는 극적인 사건으로 점철된 미국의 젊은 시절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1931년 처음 출간된 이 책은 1920년대를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히 그린다. 그래서 책의 원제도 ‘Only Yesterday’다. 책은 1918년 11월11일 1차대전이 끝난 때부터 이른바 ‘쿨리지 호황’을 극적으로 붕괴시킨 1929년 11월13일 주식시장의 대폭락까지 11년간을 다룬다. 이 ‘전후 10년기’는 미국사에서 특별한 의미와 독특한 풍취를 지닌 시기로 기록된다. 아직 제 갈 길을 찾지 못한 ‘젊은 제왕’ 아메리카의 정체성이 형성돼 가던 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차대전의 종결과 함께 반동적인 보수주의의 물결을 맞게 된다.1920년대 미국의 보수화를 가장 특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적색공포’. 윌슨 대통령 유고 당시 ‘반공주의 전사’로 맹활약한 미첼 파머 법무장관은 1920년 ‘빨갱이 사냥’으로 6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체포했다. 그런가 하면 정치가들은 “빨갱이에 대한 나의 모토는 S.O.S(ship or shoot, 추방이냐 사살이냐)다.”라는 위협적인 선언을 예사로 했다. 물론 이처럼 국수주의적이기까지한 보수적 사회 분위기가 1920년대 미국의 전부는 아니었다.1920년대 미국은 어느 때보다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활기찬 시기였다. 라디오와 자동차는 새로운 차원의 소비재 시대를 열었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전(全)국민적 스포츠시대가 열린 것도 이 때였다. 특히 라디오는 미국인들의 일상을 바꿔 놓은 ‘감동상자’였다.1920년 11월 웨스팅 하우스 전기회사가 피츠버그에 설립한 세계 최초의 상업 라디오방송 KDKA는 하딩과 콕스의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을 처음으로 중계해 관심을 모았다. 라디오 상업방송이 시작된지 1년도 안돼 라디오는 미국인의 필수품이 됐다. 라디오는 모든 걸 ‘쇼’로 만들었다. 가수 겸 배우 루디 발리는 라디오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콧소리의 크룬(croon) 창법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오늘날의 오빠부대 격인 ‘플래퍼’들을 가는 곳마다 몰고 다닌 그는 대중매체가 낳은 20세기 최초의 팝스타였다. 이 책은 이처럼 ‘사람’이 살아 있는 비공식 역사를 지향한다. 시시콜콜한 사건까지도 소상히 다룬다. 책에는 알 카포네가 뉴욕에서 시카고로 진출한 뒤 처음 들고 다니던 명함 문구(‘알폰소 카포네 중고가구 판매’)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매혹과 광기의 1920년대. 어느 때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임에도 이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책은 1920년대의 다양한 특성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그려 보여준다. 그 그림이 물론 완벽한 것은 아니다. 백인 주류사회의 시각에서 도시 중상류층에 초점을 맞춰 씌어진 만큼 이민자나 산업노동자, 흑인문제, 농촌 사정 등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오늘날 ‘제국의 오만’과는 좀 다른 1920년대 젊은 미국의 풋풋한 모습에 ‘원더풀’이란 말이 슬몃 새어나오는 흥미로운 책이다.1만 98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신상품]

    ●대한펄프는 아기 기저귀 ‘보솜이 천연코튼’을 새로 선보였다. 기저귀 표면에 방뇨 식별마크를 부착해 갈아 줄 시기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만든 게 특징. 대형 60개들이 또는 중형 72개들이 제품이 각각 2만 5000원대.●한국야쿠르트는 ‘하루우유’와 ‘청정농장 깨끗한 우유’를 내놓았다. 업체측은 “하루우유는 100㎖당 칼슘 250㎎,DHA가 10㎎이나 들어 있어 강화우유 중 칼슘과 DHA 함량이 가장 높은 수준”고 소개. 하루우유는 180ml 500원,930ml 2,000원이며 청정농장 깨끗한 우유는 200ml에 700원.●매일유업은 불가리아 정통 요구르트에 과일 알갱이를 넣은 컵 요구르트 ‘도마슈노 프리미엄 후르츠’를 출시했다. 과일 알갱이를 넣어 씹는 맛을 살렸고 튜블러 살균기를 이용, 열처리 시간을 최소화해서 신선함을 높였다고 매일유업은 말했다.‘베리믹스’,‘복숭아’ 2종이며 가격은 180㎖ 한 컵에 1500원이다.●웅진식품은 신제품 ‘자연은 151일 푸룬’을 27일 출시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푸룬’과 ‘플럼’ 과즙을 넣어 개발했다. 회사측은 “사과보다 식이섬유 5배, 카로틴 80배, 철분 11배, 칼륨 7배가 더 들어 있어 변비와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가격 180㎖들이 병 700원,1.5ℓ는 3000원.●농심은 녹두를 사용한 용기면 ‘녹두국수 봄비’를 새로 내놓았다. 녹두로 면을 만들고 튀기지 않았기 때문에 열량이 95㎉에 불과, 간식으로 ‘칼로리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가격은 28.1g,1000원이다.●백옥생은 미백과 주름개선 효과를 강화한 화장품 ‘명경지수HMF 링클&화이트 케어’를 출시했다. 피부의 색소침착을 억제하는 감초 추출물과, 미백 효과를 증진시키는 상백피, 복합활성 비타민이 들어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 중량 60㎖, 가격은 11만원선.
  • [30일 TV 하이라이트]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EBS 오후 11시55분) 사진은 번역이 필요 없는, 세계 어디서나 통용되는 ‘만국공통어’이다. 장애인, 혼혈인, 이주노동자 등 차별 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눈 밖에 나다’. 사진을 통해 ‘인권’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책 두 권을 소개한다.   ●청년 성공시대(SBS 오후 7시5분) 요리를 위해서 의대를 자퇴한 도전자, 입영까지 연기한 도전자,3년 연속 국제요리대회 수상경력이 빛나는 도전자 등 8명의 젊은이들이 자격증을 뛰어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시험을 거친다. 궁중의 임금님만이 드셨다는 수라상 요리 중에서 대표적인 요리 전과 적을 이용한 첫날 대결이 펼쳐진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전 10시25분) 5명의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리겠다며 세계 일주에 나섰다. 이들은 미국을 거쳐 유럽과 이란, 파키스탄 등 중동의 위험지역과 아시아 등 모두 24개국을 돌며 독도가 우리 땅임을 알릴 예정이다. 이들의 여정에는 북측 판문점을 통과한다는 계획 등 넘어야 할 숙제도 많다.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MBC 오후 8시20분) 액세서리를 팔아 처음으로 돈을 번 은민과 영심은 뛸 듯이 기뻐한다. 은민은 생활비를 더 벌어보겠다는 욕심에 태경과 함께 주유소에서 태경의 사촌동생 노릇을 하며 일을 배운다. 태경엄마는 은민의 임부복을 사고, 희정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한편 기훈과 태희는 국수집에서 우연히 마주치는데….   ●문화지대(KBS1 오후 10시) 인터넷을 통해 단순히 귀찮다는 어원에서 출발하여 급속하게 퍼지면서 각종 폐인 이미지와 함께 부정적 인식으로 자리잡은 ‘귀차니즘’. 그러나 귀차니즘은 아직까지 명확한 정의도, 근거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일상속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귀차니즘’의 문화를 들여다본다.   ●걱정하지마(KBS2 오전 9시) 선우의 오피스텔 앞에서 옥순에게 딱 걸린 미연은 카페로 끌려가 모욕과 협박을 당한다. 선우 또한 미연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술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병원에 갔던 연화는 암이 아니라 임신임을 알게 된다. 한편 세찬네 집에서는 자꾸만 밤늦게 귀가하는 은새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다.
  • “공직자들 비리로 9000억 날릴뻔”

    공직자들이 각종 비리로 지난 한 해 동안 무려 9000억원 가까운 혈세가 낭비될 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감사원이 발간한 ‘2005년도 감사연보’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정부투자기관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모두 1376건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변상·추징·회수·보전 등 국고에 환수된 금액은 2155억 5500만원으로 파악됐다.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감사에서 확인한 위법·부당 사례는 감사원 감사 결과보다 43배 이상 많은 5만 9235건이었다. 모두 6531억 7900만원이 국고에 환수됐다. 감사원 감사와 기관별 자체감사에서 지난해에만 8687억 3400만원의 예산 낭비를 막은 셈이다. 기관별로는 국가기관이 4023억 5200만원, 지방자치단체 1909억 7600만원, 정부투자기관 568억 5300만원, 기타 2185억 5300만원 등이었다. 감사원은 또 비리를 저지르거나 연루된 공직자 57명을 업무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요청하고,355명은 해당 기관에 징계·문책 등 인사조치를 요구했다.기관별로는 국가기관 소속 공무원이 197명으로 가장 많았고, 지방자치단체 164명, 정부투자기관 31명, 기타 2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인사조치된 사람 가운데 공무원의 경우 6급 이하 하위직이 111명으로 5급 이상 고위직 105명보다 많았지만, 정부투자기관은 과장 이상 고위직이 39명으로 5명에 그친 대리 이하 하위직보다 훨씬 많았다. 기관 자체감사에서는 모두 3771명이 신분상 불이익을 받았다. 국가기관 공무원이 804명, 자치단체 589명, 투자기관 506명, 교육자치단체 211명, 기타 1661명 등이었다. 자체감사에서 지적 건수가 많은 기관으로는 국가기관의 경우 행정자치부가 1327건, 노동부가 1318건, 국방부가 729건 등의 순이었다.자치단체에서는 대구시 1982건, 인천시 1945건, 전남도 1745건 등이었다. 정부투자기관으로는 한국철도공사 1867건, 한국전력공사 965건, 한국수자원공사 779건 등으로 나타났다.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2집이 맛있대] 공릉동 ‘뚝배기 바지락 칼국수’

    [2집이 맛있대] 공릉동 ‘뚝배기 바지락 칼국수’

    맛깔스러운 음식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뭘까? 좋은 재료와 음식솜씨에 더해 만드는 이의 정성이 담겨진다면 감동적인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이 세가지를 고루 갖춘 음식점이 있다. 노원구 공릉동의 뚝배기 바지락 칼국수가 바로 그집. 아파트 등의 건물에 가려 상호는 잘 안 보이지만 바지락 칼국수의 맛만큼은 인근에 소문이 자자하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 바지락은 신선함이 생명. 충청남도 서산의 갯벌에서 채취해 매일같이 서울로 배달된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바지락의 양 또한 대단하다. 이렇게 바지락을 많이 넣어서 남는 이문이 있을까 싶을 만큼 음식의 절반가까이가 바지락으로 채워진다. 음식점 주인 안인숙(44)씨는 “항상 같은 맛을 내기 위해 주방에서 저울로 바지락의 양을 잰다.”며 “일정한 양이 들어가지않으면 제맛이 나지 않는다.”고 은근히 음식자랑이다. 시원한 바지락 국물맛을 내기 위해 다시마나 무 외에는 다른 재료들을 넣지 않는다. 반찬으로 나오는 열무김치와 배추 겉절이의 맛도 일품. 열무김치는 이틀에 한번 정도 만들어 적당히 익으면 김치냉장고에 넣고 제맛을 잃지 않게 한다. 배추 겉절이는 매일 아침마다 만들어 항상 싱싱한 맛 그대로다. 사람이 손으로 반죽해 쫄깃쫄깃한 면발과 ‘애피타이저’격으로 나오는 보리밥도 자랑거리. 특히 보리밥은 안씨의 고향인 전라남도 무안에서 올라온 보리로 짓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보리밥에 열무김치 몇 쪽 얹어 고추장에 썩썩 비벼먹으면 식욕이 절로 돋는다. 얼큰이 칼국수도 사람들이 자주 찾는 메뉴. 바지락과 미역, 그리고 미더덕 등을 넣은 국물에 역시 고향에서 가져온 고춧가루를 풀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이렇게 좋은 재료와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의 값이 4500원. 채 5000원이 못 되는 ‘정겨운’ 가격이다. 명절 하루를 제외하고 일년내내 문을 여는 이집에 가면 ‘감동’을 먹고 온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김형효 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13)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

    지나온 세월동안 진리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인식을 위한 세미나들이 과거에 종종 있었다. 나도 거기에 참석해 본 적이 있었다. 보편성의 실재를 강력히 주장하는 분들은 보편성이 문화적 선진국들에서 전파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거기에 반대의견을 개진하면, 특수성을 보호막처럼 고집하는 국수주의자인 양 취급하려는 사고관행을 보았다. 그 경우에 내가 가장 자주 언급한 철학사상이 율곡의 이통기국론(理通氣局論=보편적인 理는 특수적인 氣의 제약과 같이 실존함)이었다. 나는 유가적인 율곡의 저 말이 진리를 하나로 회통시키는 본질사상과 다양한 사실들을 살리려는 실존사상을 아울러 융합시킨 이사상자(理事相資=진리와 사실이 서로 의지함)나 이사무애(理事無碍=진리와 사실이 서로 장애없이 교환됨)라는 불가적인 화엄사상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늘 생각해 왔었다. 나는 사상의 보편성을 늘 선진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사고방식을 관행으로 여기는 한, 우리가 세계사에 우뚝 솟은 좋은 나라의 성공사례를 역사에 결코 남길 수 없고, 늘 아류국의 후진성을 면치 못하리라 생각한다. 옛날에 보편성이 중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지금 그것이 서양 선진국에 있다고 여기는 것이나 전혀 다르지 않다. 중국 본토와의 교류가 터진 이후 별로 사상적으로 대단찮은 현대 중국의 책들이 번역되어 인기물이 되고, 그 주인공들을 불러 엄청나게 후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옛 사대주의의 업보를 언제 벗게될지 절망을 느낀 적이 있었다. 율곡의 ‘이통기국론’이나 화엄의 ‘이사무애론’이나 다 보편적인 진리는 구체적으로 실존하는 ‘여기와 지금’의 특수한 사실이나 기질의 제약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다산 정약용이 우리 조선을 늘 동국이라 칭하는 관행을 비웃으면서, 조선입장에서 보면 조선이 중국이고 중국은 서국이라는 말을 개진했다. 이런 생각을 국수주의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국수주의는 자존망대의 배타적인 사고관행이다. 이것은 황당한 코미디다. 모든 문화는 잡종의 만남이다. 문화적 순종을 찬양하는 일은 근친교배처럼 문화적 허약체질을 만들고 시들어 죽을 뿐이다. 그런데 그 잡종의 만남에 어떤 중심이 따로 없고, 다양한 기국(氣局)의 사실들이 곧 중심이 될 뿐이다. 보편성의 중심은 사실상 어디에도 없다. 모든 기국의 사실에 보편성이 이미 녹아 있다는 것이다. 보편성은 실재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그냥 인간의 본성이 좋아하는 기호일 뿐이다. 그런데 그 본성이 사람들에게 개성과 함께 동거해 있다. 개성과 본성은 이원적인 것이 아니고, 불일이불이(不一而不二=하나도 둘도 아님)나 부잡불리(不雜不離=섞인 것도 분리된 것도 아님)의 방식으로 실존할 뿐이다. 원효나 율곡이 다 이 점을 아주 강조했다. 이것을 우리는 진지하게 사유해야 한다. 김치나 비빔밥이나 된장찌개는 다 한국음식이다. 이 음식이 동시에 국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맛있는 한국음식을 개발하는 길 이외에 우리가 음식문화에서 어떻게 국제적인 경쟁력을 얻을 것인가? 누구나 다 외국음식들을 좋아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좋아하는 보편성이 그들의 특수성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통음식을 수구적으로만 지키려는 순수주의적 자세는 경쟁력에서 이기지 못한다. 왜냐하면 기(氣)의 특수성 속에 이(理)의 보편성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 하여도, 그 기의 특수성도 역시 고착적인 것이 아니라, 어떤 습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습관은 어떤 일정한 경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혀의 미각은 인간의 오감의 느낌 가운데 가장 변화에 둔감하다. 그러나 그것도 불변적인 것은 아니다. 기국의 제약성은 기국의 독자적인 폐쇄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미각의 기가 다른 나라의 미각의 기와의 차이의 변별성에 불과하다. 문화는 본디 잡종의 혼융이므로 순수한 것의 독존은 성립안된다. 한국인의 미각도 다른 나라의 것과의 교류관계 속에서 섞이는 혼융이다. 그런 한에서 관계의 차이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상관적 관계의 함수가 다르면, 자기의 맛도 조금씩 달라진다. 그러므로 기국은 자기문화의 어떤 습관화된 기호를 말하지만, 그 기호가 다른 문화와 맺는 상관관계의 함수에 따라 늘 변화를 빚는다. 기국도 시대의 인연에 따라 변한다. 김치도 임란 이후에 고추가 들어와서 맵게 변했다 한다. 그러나 기국은 늘 우리가 살아가는 실존적 살(肉)이다. 이 살을 떠나서 한국인이 성립하지 않는다. 살의 의미를 철학에 처음으로 도입한 이가 20세기 프랑스의 현상학자 메를로-퐁티다. 살을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한다. 사실상 살이란 객관적 도구를 통하여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이 느끼고 생각한다고 말해야 하리라. 왜냐하면 나의 느낌과 생각이 살과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고, 살과 함께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살은 주관적인 것인가? 그것은 주관적인 것도 객관적인 것도 아닌 상호주관적인 공통성을 띠고 있다. 살은 물론 내 몸이지만, 그 몸의 영역이 고착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다. 내 몸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모든 인연이 다 살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만 살일 뿐만 아니라,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현상과 사건도 다 살로서 연장된다. 살은 생활세계의 분위기다. 그래서 우리는 생활세계의 분위기와 함께 느끼고 생각한다. 이것이 문화다. 우리는 우리의 문화가 느끼고 생각하고 말하는 속에서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말한다. 그래서 기국으로서의 한국문화는 한국인을 낳고 자라게 하는 집단습관의 태반과 같다. 이 집단습관의 태반을 불교식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공동업(共同業)이다. 모든 인간은 다 살로서 생활하고 실존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놀지 않아야 살이 건강하고 행복을 노래한다. 살의 실존과 관념의 사상이 따로 헛도는 경우에, 살은 자신의 공동업이 인간본성의 본질에로 접근되는 해방과 행복의 길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하고싶은 말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무의미로 천대받는다. 그것은 삼국시대의 무속신앙이 외래 관념사상의 권위에 밀려 천대받아 온 것과 유사하다 하겠다. 살의 실존은 무의식적 공동업의 생활인데, 그 생활이 보편적 의미로 향하여 접목되려는 욕망을 가진다. 그 욕망의 표현이 곧 각 문화권의 관념적 사상이다. 기국이라는 무의식의 공동업은 율곡의 생각처럼 내용을 담는 특수한 기질(氣質)이기도 하고, 또 발현하는 기운(氣運)이기도 하다. 기질과 기운이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같은 의미를 달리 전하는 것이다. 몸은 제약의 기질이지만, 동시에 그 기질을 통하여 우리가 기운을 낸다. 기질이 머금고 있는 특수한 기운이 보편적 의미의 옷을 입고 솟아야 우리의 마음이 유의미해진다. 보편적 의미의 옷이 바로 율곡이 말한 이통(理通)이겠다. 그 의미의 보편적 옷이 다른 곳에서 수입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몸 안에 이미 주어져 있는 인간의 본성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율곡의 이통기국론은 보편적 이(理)가 기국의 살밖에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살의 기질과 기운 속에 함께 동거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화엄학처럼 해석하면,개성의 사실 속에 진여의 진리가 함께 동거하고 있다는 것과 같다하겠다. 개성이 곧 진여인 것은 아니지만, 개성의 발현을 떠나서 진여의 꽃이 피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은 개성의 업(業) 속에 진여의 출현을 가로막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 말을 좀 더 확대하면, 한국인의 상호주관적 공동업의 살 속에 본성인 보편성의 출현을 방해하는 악업이 깃들어 있다는 것과 같다. 한국적 관념의 사상이 한국의 정신문화인데, 이 정신문화가 실존적 살의 분위기와 어긋나 헛돌지 않으려면, 실존의 살이 안고 있는 업장의 병을 고치려는 구원의 사상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 관념의 사상이 살이 아파하는 병을 치유할 수 있게 되면, 그 살은 자신의 의미를 말하는 통로를 얻어 세상을 향하여 풍요하고 다양한 삶의 잔치에 높은 대우를 받으면서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마치 우리 음식이 자신의 기국을 통하여 세상이 다 좋아하는 세계적 음식으로 통하게 되는 것과 같겠다. 그러기 위하여 좋은 요리사의 창조가 선행되어야 한다. 살의 업은 장애이기도 하고, 동시에 물결이나 나무결과 같은 결이기도 하다. 장애와 결의 차이가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활용(11회 글)에 따라 구분된다. 즉 마음의 활용에 따라 우리를 방해하던 그 업이 오히려 우리를 생기나게 하는 결로 되살아난다. 그러므로 한국의 정신문화는 우리의 공통적인 마음을 잘 활용하는 법을 익히는 이치와 다르지 않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속에 깃든 특수성이 본성의 보편성과 접목하여 각자가 자기의 타고난 결대로 꽃을 피워 이타행을 하며 즐거워하는 찬란한 정신문화의 금물결을 세상에 반짝이게 하리라. 보편성은 밖에서 수입해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 있는 본성인데, 이것이 특수성과 함께 살아나는 길을 창조해야 한다. 그러면 왜 외국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외국을 공부해야 한국의 병과 결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를 알기 위해서 자기를 떠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기는 타자와의 인연에서 생기지, 홀로 독생(獨生)하는 것이 아니다. 보편성이 선진국에 있는 것이 아니듯, 특수성도 자기 것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독일에서만 나오고, 베르그송도 프랑스에서만 생긴다. 듀이는 미국에서만 탄생되며, 도스토예프스키는 러시아적 신비를 풍긴다. 왜 그럴까? 이 물음에 이통기국의 비밀이 있겠다. 성철스님, 청화스님, 숭산스님 등은 한국이 낳은 자랑스러운 고승들이다. 이 고승들의 실존을 한국문화의 이념형(Ideal type=사회문화의 특수성을 인식하기 위하여 경험적 현상들을 개념적 준거의 틀로 유형화하는 막스 베버의 사회학이론)으로 삼을 수 있을까?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남해안 섬주민 수개월째 급수제한

    봄가뭄으로 다목적댐 바닥이 쩍쩍 갈라져 드러나고, 남해안 섬에서는 몇달째 제한급수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농사철이 다가오면서 농민들도 애를 태우기는 마찬가지다. 29일 대전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센터에 따르면 전국 14개 대규모 다목적댐의 평균저수율은 40.6%로 예년(43.3%)에 비해 낮아졌다. 저수율은 한강수계인 소양강댐이 40.3%로 예년의 43.1%에 못 미치고 있다. 광주와 전남 9개 시·군에 먹는 물을 보내는 순천 주암댐은 저수율이 31.4%로 가장 낮았던 2002년(29.5%)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 1∼3월 광주지역 평균강수량은 65㎜로 예년 평균의 72%선이다. 또 ‘산불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강원도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영동지방 강수량이 예년의 40∼70%선이고 강릉은 28%에 그치고 있다. 순천시에서는 주암댐 수위가 예년보다 7m가량 내려간 90.5m를 기록하면서 댐 일부바닥이 드러나자 범시민 물 절약운동과 함께 제한급수도 검토중이다. 주암댐 관리단 강점동 운영팀장은 “주암댐이 가뭄으로 저수율이 떨어졌지만 앞으로 식수와 공업용수 등으로 175일 동안 급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봄철 갈수기마다 물이 달려 애를 태우는 신안군 흑산면과 완도, 여수, 진도 섬지역 등 전남도내 4개 시·군의 14개 읍·면 2만 8000여명의 주민들은 2∼6개월째 제한 급수를 받고 있다. 특히 ‘먹는 물이 홍어보다 귀하다.’는 흑산면에서는 지난 9월부터 6개월째 7일제 제한급수를 하고 있다. 흑산면 예리 안창우(63)씨는 “물을 공급하는 수원지 2개중 1개는 말랐고 나머지도 한달을 못 버틸 것으로 보여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여수항에서 배로 2시간 남짓 거리인 섬지역은 7일제 급수로 먹는 물을 실어나르고 있다. 주민들은 “세숫물조차 아까워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가 빨래할 때 쓴다.”고 전했다. 낙동강 수계인 안동 임하댐 인근인 임하면 임하1리 비닐하우스 경작 주민들도 지하수맥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물이 부족해 수박과 멜론·오이 등의 모종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은 습기 많은 저기압이 고기압에 막혀 우리나라를 통과하지 못해 가뭄이 이어지고 있으며,4월에도 기온과 강수량이 예년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봐 당분간 봄가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종합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허동수 지속발전기업協 회장 재추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는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을 회장으로 재추대했다. 환경부 장관을 지낸 곽결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을 새 감사로 추대했다.
  • 도심속 시골장터 모란시장

    도심속 시골장터 모란시장

    “이거 밑지고 파는 겁니다. 아주머니 인상이 좋아 보여서….” 모란시장 상인들이 물건을 팔면서 잊지 않는 ‘접대용 멘트’이지만 깎은 물건값 보다는 옛 시골 장터에서나 들을 수 있는 정겨움이 묻어나 기분이 좋은 곳이다. 국내 최대 민속 재래시장으로 군림하고 있는 모란장은 분당신시가지와 용인 택지개발 등 인근지역의 급속한 현대화 물결속에서도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찾는이가 매년 늘고 있다. 인근에 백화점과 할인매장 등 대형유통매장이 빼곡하게 들어섰지만 고향의 향수를 느끼려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다가 가격이 저렴한 생필품들을 구하려는 알뜰주부들로 여전히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 뿐인가. 모란시장에서는 개발에 밀려 서울에서 옮겨온 ‘이주민촌’인 성남 구시가지 주민들의 애환도 가득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삭막한 콘크리트 숲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 토종 재래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학습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란시장이 처음 선 것은 지난 1961년으로 알려져 그나마 정확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 ●향수 달래려는 어르신·알뜰주부들로 북새통 당시 평양이 고향인 한 예비역 육군대령이 재향군인들과 함께 지금의 모란장터(당시 경기도 광주군 중부면 탄리)에서 하천 개간사업을 하면서 생필품조달과 생활여건을 만들려는 수단으로 장터를 조성한 것이 모란장의 시초라고 한다. ‘모란’이란 명칭도 모란봉에서 따와 만들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성남시 수정구 수진2동 모란예식장 주변에 있었으나 1970∼1980년대에는 지금은 분당으로 이전한 성남시외버스터미널과 성남대로변에 형성됐다가 1990년대 초 지금의 수정구 성남동 대원천 복개지(3300여평)로 이전했다. 복개천 주차장부지로 평일에는 유료주차장으로 사용되다 장날이면 재래시장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4·9일 열리지만 개·닭 등 가축시장은 상설 끝자리가 4일과 9일인 날에 열리는 전형적인 5일장이지만 일반 재래시장과는 달리 개와 닭 오리 고양이 등 가축시장이 시장 외곽에 상설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시장에는 모두 950여명의 상인이 등록돼 있지만 소재파악이 안되는 떠돌이 상인까지 합치면 1600여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이곳 상인회의 추산이다. 장터입구에는 주로 농산물과 꽃집들이 자리잡고 있다. 또 애주가들을 위한 선술집은 초입에 있다. 닭똥집 등 포장마차 메뉴에서부터 개장국 칼국수 도토리묵 동동주 등 없는 것이 없다. 장날에는 어김없이 입구부터 가득메운 상인들과 주민들로 좀처럼 헤집고 나가기가 어렵다. 특히 주말에는 부모님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아이들도 가세해 시장을 꼼꼼히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다양한 먹을거리·구경거리 가격은 대채로 싼 편이다. 소주안주로 그만인 닭모래집은 한 포대에 3000원이고, 달랑 콩 한소쿠리 가지고 나온 할머니가 ‘몽땅 1000원’이라는 외침도 들을 수 있다. 소쿠리에는 집에서 낳은 강아지가 담겨 있기도 하고, 집에서 기른 대파나 양파, 호박 등을 한 소쿠리 이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재래시장이면 으레 자리잡고 있는 싸구려 의류시장도 줄지어 있다. 누더기를 걸치고 엿을 파는 각설이가 구수한 타령으로 어린이들을 불러모으고, 만평통치약이라는 굼벵이와 지네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약효야 어찌됐든 굼벵이는 1㎏에 10만원을 호가한다. ●애완견·개고기 장수 대조적 한쪽에서는 찌그러진 드럼통에 불을 피워 돼지고기와 생선, 메추리 등 재래시장 정취를 구워낸다. 곳곳에서 거리공연이 열려 광대들이 주민들 사이를 뛰어다니는가 하면, 이들을 뛰쫓는 개구장이들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시장 북서편에는 장날마다 애완견시장이 열린다. 한쪽에서 개고기를 좌판에 널어놓고 파는 것과 대조적이다. 시중에선 20만∼30만원하는 푸들과 말티즈, 슈나우저 등을 4만∼5만원대에 살 수도 있다. 혈통을 보여주기 위해 어미를 같이 데리고 나온 상인들도 많다. 한때 중국산이 판친다는 지적이 많아 상인들이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선거 앞두고 정치인 발길 부쩍 늘어 사람이 많아 지방선거를 앞둔 요즘에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좀처럼 찾지 않던 현직 시장도,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부쩍 시장 출입이 잦아졌다. 보신원이 많다 보니 개고기 반대모임회원들의 반대시위도 열린다. 특히 올해는 개띠해로 시위가 잦지만 보신원 상인들은 꿈쩍도 않한다. 이래저래 모란시장은 볼거리가 많다. 매년 5월에는 민속축제도 열린다. 서울 잠실에서 분당행 116번,119번을 타면 된다. 전철분당선과 지하철 8호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모란시장 바로옆 공터에 유료주차장도 있지만 30분당 15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안산시 호수공원 26일 개장

    각종 안전 및 편의시설이 부족해 논란 끝에 4차례나 연기됐던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호수공원이 완공 1년 3개월 만에 개장된다. 시는 오는 26일 오후 호수공원 중앙광장에서 시민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장식을 갖고 여성축구, 인라인 스케이트,X-게임 등 각종 대회와 공연을 개최한다. 안산 호수공원에는 호수와 갈대습지(2만평), 수변광장(2만 5000평), 중앙광장(7000평), 자연학습장, 전시장, 축구장, 농구장, 배구장, 인라인 하키장, 인라인 스케이트장 등의 각종 시설이 들어서 있다. 특히 갈대습지에는 조류를 숨어서 볼 수 있는 관찰대가 설치돼 있고 중앙광장은 동시에 2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어 대형 야외 공연 무대로 활용될 예정이다. 시는 조만간 호수공원내 3000여평의 부지에 수영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안산 호수공원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고잔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조성한 20만평 규모의 인공 호수로,2004년말 완공됐으나 시와 수자원공사가 안전 및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마찰을 빚으면서 4차례나 개장이 연기됐으며, 그동안 호수 주변만 부분 개방됐다.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오늘 ‘물의 날’] 시화 조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아

    [오늘 ‘물의 날’] 시화 조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찾아

    전기를 만들기 위해선 대형 댐 건설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내륙 댐 건설은 환경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난을 받고 있다. 때문에 산을 깎거나 강을 메우지 않고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조력발전소 건설이 유력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제14회 물의 날’을 맞아 친(親)환경적인 수자원 개발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시화조력발전소 건설현장을 돌아봤다. 경기도 안산 시화공단과 대부도를 잇는 12㎞의 시화방조제 중간 지점 작은 가리섬. 방조제가 건설되면서 섬은 사라졌지만 이곳에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조력댐 건설을 위한 막바지 가(假)물막이 공사가 한창이다. 시화방조제에서 바닷가 쪽으로 설치된 29개 원형 가물막이 시설이 장관을 이룬다. 원형 콘크리트 셀(덩어리)을 이동시키는 크레인 소리가 요란하다. 다음달부터 가물막이 안에 있는 물을 빼낸 뒤 바다 밑을 20m 파내고 수차(발전기)와 배수갑문을 설치하는 공사가 본격 시작된다. 안쪽 시화호에는 호수가 되살아나고 있음을 자랑이라도 하듯 은빛 숭어가 뛰놀고 있다. ●세계 최대 자연 친화적 조력댐 2009년 완공될 시화 조력발전소는 발전 규모가 세계 최대다. 프랑스 랑스 발전소가 24만㎾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비해 시화조력발전소는 25만 4000㎾를 생산할 수 있다. 소양강댐의 1.56배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방조제 밑에 길이 374.4m 규모로 건설되며 높이 29m, 너비 19.3m짜리 수차(발전기) 10기가 설치된다. 옆에는 높이 27m, 너비 19.3m짜리 수문 8개가 건설된다. 수차와 수문을 이어주는 높이 28.15m, 너비 27.01m, 길이 27.01m짜리 연결 구조물도 들어선다. 조력발전은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곳에 방조제를 만들고 밀물과 썰물 때 생기는 바깥 바다와 안쪽 호수의 물 높이 차이를 이용, 물을 호수로 끌어들이면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시화지역은 밀물 때 바다 높이가 시화호보다 무려 5.6m 높아 조력발전소 건설의 최적지다. 밀물이 한번 일어날 때 8000만t의 바닷물이 방조제 아래에 설치한 10개의 발전기 터빈을 통과하면서 전기를 생산한다. 두 차례 밀물을 이용해 하루 9시간 전기를 일으키는데 무려 50만 인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천혜의 자원 이용한 친환경 수자원개발 시화조력발전소는 세계 최대 규모보다 천혜의 자원인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한 친환경 수자원개발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미 건설된 방조제 아래에 설치하는 것이라서 강을 막거나 산을 깎지 않아도 된다. 별도의 방조제를 만들지 않아도 돼 댐 건설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무궁무진한 바닷물을 자원화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연간 86만 2000배럴의 기름 대체효과와 15만 2000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시화호를 거의 바다와 같은 청정 수역으로 바꾸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루에 호수로 들어오는 바닷물 1억 6000만t 가운데 4000만t은 발전기를 통해 나가고 1억 2000만t은 호수의 물을 순환시킨 뒤 수문을 통해 바다로 나간다. 한국수자원공사 박양수 수자원개발처장은 “한 달에 두 번은 시화호 물을 깨끗한 바닷물로 갈아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댐 옆에는 2만 1000평 면적의 에너지 관광단지도 조성된다. 시화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WBC] 세계를 움켜쥔 한국수비·홈런1위 이승엽

    ‘코리아 돌풍’은 준결승에서 아쉽게 사그라졌지만, 이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세계야구의 지형도는 송두리째 흔들렸다. 야구 세계화의 기치를 들고 출범한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당초 미국과 중남미의 ‘잔치’로 끝날 것으로 점쳐졌다.대회를 앞두고 주관방송사인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미국과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를 ‘4강’으로 지목했다. 특히 전문가 11명 가운데 6명은 베네수엘라를 우승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4강티켓을 거머쥔 것은 도미니카뿐. 나머지 ‘3강’은 이변의 희생양이 되었다. 4강의 빈 자리는 ‘변방 중의 변방’인 한국을 비롯, 일본과 쿠바의 몫이었다.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미국 선교사로부터 야구를 전수받았던 아시아가 이젠 종주국을 위협할 만큼 수준높은 야구를 구사한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린 셈. 또한 미국의 경제제재로 수익금 전액을 허리케인 이재민에게 기탁할 것을 약속하고 출전한 아마최강 쿠바 역시 결승에 오르며 미국의 오만에 칼을 꽂았다. 무엇보다 WBC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으로 폄하됐던 한국의 4강행이다. 당초 국내에서조차 아시아라운드만 통과하면 다행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고비마다 발목을 잡았던 ‘복병’ 타이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한국 드림팀은 아시아라운드 전승에 이어 8강 조별리그(1조)에서 멕시코와 미국, 일본을 차례차례 거꾸러트리며 6전전승으로 ‘4강신화’를 일궈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국발 돌풍’에 경악한 외신들과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한국 수비는 공기가 새어나갈 틈도 없이 완벽하며 일부 투수들도 빅리거로 손색없다.”고 치켜세우기에 바빴다. 또한 교과서적인 야구를 구사하는 일본과 선수 개개인에 재량권을 부여하는 미국의 장점을 절묘하게 섞어 놓았다며 감탄했다.프로야구 24년의 일천한 역사를 지닌 한국야구가 더 이상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우뚝 섰음을 입증한 대목이다. 한편 ‘라이언 킹’ 이승엽(요미우리)은 이번 대회에서 5홈런(1위) 10타점(공동1위)의 불방망이를 휘둘러 3년전 자신을 문전박대했던 빅리그 스카우트들이 땅을 치게 만들었다.좌·우투수와 구질에 관계없이 부드러운 스윙으로 아시아의 스타에서 월드 스타로 급부상한 것. 이승엽이 올시즌 요미우리에서 치명적인 부상 혹은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면 내년 미국 진출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자장면 원조 ‘공화춘’

    자장면 원조 ‘공화춘’

    한국인들이 하루 700만 그릇을 먹어 치운다는 ‘외식의 왕중왕’ 자장면. 맞춤법을 떠나 ‘짜장면’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자장면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이 아닌 우리나라 차이나타운에서 탄생했다. ●첫선 101년만에 근대문화재 등록 자장면을 처음 선보인 중국음식점 ‘공화춘(共和春)’이 태어난지 101년만인 최근 근대문화재로 등록됐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과 선린동 일대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공화춘(선린동 38번지)은 1905년 문을 열었다. 차이나타운에서 인천역 방향으로 난 샛길을 내려가다 보면 오른편으로 보이는 2층 건물이다. 일제시대와 6·25전쟁을 거치며 보릿고개를 넘어야 하던 시절에도 중절모 신사와 뾰족구두를 신은 부인은 물론 ‘외식’을 위해 몇달을 벼르고 벼른 서민들까지 설렘으로 문턱을 넘던 곳이다. 자장면을 먹는 순간만큼은 누구나 행복했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면발처럼 길게 이어졌으며, 아이들의 입가는 이내 꺼멓게 물들었다. ●중국인 부두근로자 위해 ‘개발´ 공화춘은 오래전 문을 닫아 지금은 을씨년스러운 모습이지만 안에서는 수많은 군상들의 웃음소리가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임오군란 다음해인 1883년 중국은 이 일대 5000평에 청국 조계지를 설정했으며 이후 자연스럽게 음식점들도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하나인 공화춘의 주인은 당시 인천항에서 일하던 중국인 노동자들이 값싸고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생각하게 됐다. 궁리 끝에 볶은 춘장(중국 된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 자장면을 발명(?)했다. ●1984년 문닫아 건물 비어 있어 자장면의 ‘신기한’ 맛은 곧바로 중국노동자뿐아니라 한국인들을 매료시켜 외식의 대명사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공화춘은 자장면을 개발한 덕에 중화루, 동흥루 등과 더불어 차이나타운을 대표하는 ‘3대 요릿집’으로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1984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주인이 화교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정부 정책에 불만을 품고 우리나라를 떠났다는 설도 있다. ●관할구청서 사들여 자장면박물관 추진 아무튼 현재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 건물로 방치돼 있으며, 중구는 이 건물을 매입해 자장면 박물관을 만들 계획이다. 건물은 화교 2명의 공동소유로 되어 있다. 공화춘은 대지 581㎡, 연면적 846㎡에 화강석을 기초로 한 조적구조로 지붕은 슬레이트로 되어 있다.2층 창호는 목제창이며 1층은 아치형 장식창이다. 특히 눈목자(目) 형태로 앞뒤에 일(一)자형 건물이 있으며 그 사이 공간에 4개의 건물이 연결돼 각 건축물 사이에 중정이 있다. 이런 건축물 형태는 청 조계지 당시의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영업중단 20여년째를 맞아 이제는 빛바랜 낡은 간판만이 이곳이 자장면의 발상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4년 전부터 새로운 공화춘 영업 한편 2002년 공화춘에서 차이나타운 중앙통을 통과해 위쪽으로 200여m 떨어진 곳에 새로운 ‘공화춘’이 문을 열어 영업을 하고 있다. 화려한 중국풍의 4층 건물인 이 업소는 옛 공화춘에서 일하던 주방장을 데려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검증은 안 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인천 차이나타운은… 인천 차이나타운은 화교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화교는 누구일까? 1882년 임오군란이 발발하자 청조는 한국을 돕는다는 핑계로 3000여명의 군대를 파견했다. 이때 군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40여명의 중국상인들이 함께 들어왔는데, 이들이 한국 화교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군대가 철수한 뒤에도 우리나라에 계속 머물면서 음식업 등 각종 상업활동에 종사해왔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 경인전철 맞은편에 있는 1만 8000평의 차이나타운에는 한때 5000여명의 화교가 거주했으나 박정희 정권 이후 화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정책에 불만을 품고 미국, 동남아 등으로 떠나 현재는 500여명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들어서면서 화교자본 유치를 통한 차이나타운 활성화 정책이 펼쳐지자 떠났던 화교 2세들이 다시 국내로 들어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천차이나타운에는 중국음식점 25개와 중국물품점 13개 등 40여개의 업소들이 자리잡고 있다. 아울러 파이러우(큰 대문 모양의 상징물), 삼국지벽화거리, 중국 사찰인 의선당, 한·중문화관, 화교학교 등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주변에는 맥아더동상이 있는 자유공원, 개화기 유물거리, 월미도 관광단지 등 볼거리가 많다. 차이나타운 내 25개 음식점 중 22곳은 중국인이, 나머지는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소 대부분은 비록 수타면은 아니지만 자장면 고향답게 2∼3대를 이어온 나름의 비법을 지니고 있다. 업소별 자장면 값은 2000∼3500원.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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