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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쓰시마 단상/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열린세상] 쓰시마 단상/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7월16일부터 18일까지 쓰시마에 다녀왔다. 제주도보다 가까이 있는 이 섬은 과거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의 외교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자연풍광이 좋은 고요한 섬으로 남아 있다. 쓰시마 이즈하라(嚴原)의 슈젠지(修善寺)에서 고 황수영 선생께서 발의해 세운 ‘대한인 최익현 순국지비’를 보고는 울적해졌다. 정토종의 이 절은 지금은 게스트 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는데, 순국비는 그 납골원 어구에 간신히 자리하고 있었다. 관광 안내문이나 답사 보고문은 대개 최익현이 슈젠지에서 순국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이곳은 최익현이 함께 갇힌 문생들에게 치포관을 만들어 쓰라고 권했던 엄수영(嚴戍營)은 아니다. 최익현은 엄수영에 갇혀 있으면서 문생들이 상투를 드러낸 채 염발질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상투를 싸맬 크기의 검은 베 조각을 구해 머리를 덮으라고 했던 것이다. 엄수영은 이즈하라에 있던 병영이었고, 슈젠지는 최익현의 시신이 일단 안치됐던 절이다. 광무 10년인 1906년 최익현은 의병을 일으켰다가 순창에서 패해 쓰시마의 감옥에 갇혔다. 최익현은 일본의 문물이 크게 흥성한 것을 눈으로 보았고, 일본의 온순한 통역과 보병들을 만나 보고 타국에도 이웃이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최익현은 민족의 자존심을 지켜 단식을 했다. 민심의 동요를 우려한 이토 히로부미 통감은 쓰시마로 조선의 쌀과 보약을 보내라고 훈령을 내렸다. 일본 병사들이 부산에서 쌀을 가져오자, 최익현은 사흘 만에 일단 단식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울화증과 풍토병 때문에 반 년 뒤에 병사했다. 슈젠지에서 임병찬이 제문을 읽은 후 최익현의 시신은 부산 초량으로 운구됐다. 1907년 1월 11일의 일이다. 나는 최근 ‘국왕의 선물’을 집필할 때 최익현이 고종의 뜻을 따라 대원군을 탄핵해 고종의 각별한 관심을 받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다른 지식인들과는 소원해져서 의병을 일으킬 때 호응이 낮았던 사실을 적었다. 위정척사의 논리는 같았지만 당시 지식인들은 정치적 파벌 의식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지금도 그러하지 않은가. 한편 쓰시마 와니우라(鰐浦)의 한국전망대에는 ‘조선국 역관사 조난 추도비’가 있다. 2000년대에 들어 숙종 29년인 1703년 음력 2월 5일 정역과 부역이 탄 배가 조난하면서 112명이 사망한 사실이 밝혀져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 비석을 세운 것이라고 한다. 쓰시마 도주 소게(宗家)의 문서에서 실려 있는 기록을 근거로 했다면서, 격군은 물론 성씨 없는 많은 종자들의 이름을 추도비 앞의 부비(副碑)에 하나하나 새겨 두었다. 거기에는 112명 이외에 기록에 없으나 시신을 수습한 한 사람의 이름을 추기해 두었다. 그런데 ‘숙종실록’의 숙종 29년(1703) 2월 19일(갑오)의 기록에 “일본 도해선이 침몰하여 역관 한천석 등 113명이 모두 빠져 죽었는데, 임금이 호조에 명하여 구휼하는 은전을 별도로 거행하게 하였다.”라고 돼 있다. 곧 한천석 등 113명은 계미사행 때 풍기포(?崎浦)에서 변을 당한 것이다. 당시 왜인이 우리 측의 지참 물품을 조사하려 하자 한천석 등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싸움이 크게 일어나 조난을 당하게 됐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그렇거늘 조명채의 ‘봉사일본시문견록’을 번역한 책에는 계미를 인조 21년 즉 1643년으로 잘못 설명하고 말았다. 조선 후기에는 와니우라에 우리 통신사들이 오가며 조난자들을 제사 지낸 신당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의 추도비가 선 것은 저들의 호의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어느 공동체든 공통의 역사 기억을 가질 때 비로소 서로 결속할 수 있다. 역사 교육은 국수주의를 부추기는 것이 결코 아니다. 미국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미국 학교교육에서 역사 과목이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게티즈버그의 전몰자 수를 어린 학생들에게 외우게 할 만큼 자잘한 사실까지도 공통의 기억으로 형성시켜 나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쓰시마는 왜구의 거점이었고, 동아시아 감합무역의 중개 지점이었으며, 교린외교의 흑막 지역이었다. 우리가 우리와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 섬에 대한 역사 기억들을 뚜렷이 공유하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애석한 일이다.
  • 명동 찾은 외국 관광객들 필수코스 알고보니

    명동 찾은 외국 관광객들 필수코스 알고보니

     한류 열풍을 타고 올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K-팝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한국을 보기 위한 외국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동은 외국 관광객이 빼놓지 않고 방문하는 곳. 명동거리에는 어렵지 않게 외국 관광객을 목격할 수 있다. 외국인이 명동에 들르는 이유는 백화점 방문 외에도 화장품 쇼핑, 성형, 명소 탐방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다. 한국의 맛을 궁금해 하고 좋아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명동에는 외국인이 찾는 맛집이 늘어나는 추세다.  46년 전통의 ‘명동교자’는 외국인이 자주 방문하는 음식점 중 손꼽히는 곳이다. 명동교자의 칼국수는 이미 내국인에게도 유명해 인기가 아주 높다. 이곳에서 칼국수를 먹기 위해 줄을 서는 것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다.  오래된 구민회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일체 장식없는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명동교자를 찾는다. 명동교자의 인기는 육수와 면, 고명, 김치 등 4박자가 어우러진 칼국수로 요약된다.  육수는 닭육수를 사용한다. 닭을 5~6시간 푹 고아 간수를 제거한 뒤 천일염으로 간을 맞춘다. 면은 반죽을 한 뒤 2~3시간의 숙성을 거쳐 오래 끓여도 퍼지지 않는다. 쫄깃함이 일품이다. 신선한 면발을 제공하기 위해 숙성시킨 반죽은 현장에서 직접 뽑아 사용한다.  고명은 감칠나는 양념에 닭고기를 갈아 얹어 푸짐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는 당일 새벽시장에서 사온 배추에 태양초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어 만든다. 이외에도 돼지고기와 호부추, 무, 참기름을 섞어 만든 만두와 양념장에 비빈 비빔국수, 100% 국내산 백태와 서리태를 갈아 만든 콩국수도 명동교자의 인기 비결이다.  명동교자의 채경식 지배인은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 관광객 손님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한국 음식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좋은 맛과 인상을 줄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공기관 고졸자 채용 상반기 577명에 그쳐 올 목표의 23% 수준

    공공기관의 상반기 고졸자 채용이 올해 목표의 23% 수준에 그치는 등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288개 공공기관의 고졸자 정규직 채용은 577명으로 올해 총 채용목표 2508명의 23% 수준이라고 밝혔다. 기타 공공기관이 209명을 채용해 목표의 38.3%를 달성했지만, 공기업(19.1%)과 준정부기관(18.0%)이 부진했다. ●고졸인턴 748명… 합치면 52.8% 재정부는 고등학교 교과과정상 1학기 채용이 힘들어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또 고졸인턴으로 근무 중인 748명이 조만간 정규직으로 전환될 예정인 만큼, 실제 고졸 채용은 1325명(52.8%)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재정부는 고졸자 채용 확대를 위해 정규직 전환 상황을 점검하고, 군입대자 대체 채용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상반기 공공기관 전체 신규채용 규모는 8087명으로 올해 목표(1만 5269명)의 53.0%를 달성했다. 기타 공공기관이 4505명을 채용했으며, 준정부기관과 공기업은 각각 1852명(51.7%)과 1730명(38.0%)을 뽑았다. 재정부는 일부 공기업이 우수인력 배출이 많은 졸업시즌에 맞춰 하반기 채용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신규채용은 8087명 기관별로는 서울대병원이 652명으로 가장 많이 채용했고, 부산대병원(465명)·한국전력공사(434명)·한국수력원자력(291명)·한국토지주택공사(288명)·국민건강보험공단(286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업무별로는 복지노동(3473명)과 에너지·산업(1897명) 분야의 채용이 많았고, 사회간접자본(972명)·연구개발(686명)·금융(351명) 등이 뒤를 이었다. 신규 채용자 중 비수도권 지역인재는 3955명으로 48.9%를 차지했으며, 여성의 비율은 40.2%(3254명)로 집계됐다. 정부는 당초 공공기관 신규 채용 인원을 1만 3771명으로 정했으나, 지난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수립 시 일자리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1500명가량 규모를 확대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농심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농심

    농심은 올해 신개념 면류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라면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 라면시장은 유난스러웠다. 지난해 특색 있는 라면들이 잇따라 나오면서 장수 브랜드의 아성을 위협하기도 했다.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신라면’으로 시장을 독주하던 농심은 한때 움찔하기도 했다. 1위 기업으로서 주도권을 확실히 쥔다는 각오 아래 올해 10여개의 신제품을 준비하고 연초부터 적극적인 공세를 펼쳤다. 업계 정상에 오르기까지 축적한 제품 개발 비법과 독보적인 최첨단 시설을 바탕으로 국내 라면시장을 키우고 새로운 맛의 세계를 여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1월 튀기지 않은 건면 타입의 ‘후루룩 칼국수’를 출시해 신호탄을 쐈다. 이어 여수박람회를 기념해 외국인을 겨냥한 ‘블랙신컵’을 야심차게 발표한 뒤 ‘메밀온소바’ ‘즉석곰탕’을 연이어 선보였다. 아울러 매운맛 라면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진짜진짜’를 내놓는 등 업계의 형님답게 색다른 면류로 시장을 선도했다. 특히 제2의 신라면으로 불리는 진짜진짜는 고소한 매운맛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소비자의 입맛을 사는데 성공했다. 출시 3주 만에 라면시장 ‘톱5’에 진입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한 달 만에 1000만봉 이상 팔렸다. 신라면 브랜드를 바탕으로 농심은 중국 상하이, 칭다오, 선양 및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라면 및 스낵 생산공장을 보유, 글로벌 경영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해외에서 전년 대비 25% 신장한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한국수력원자력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수출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대대적인 조직문화 쇄신뿐만 아니라 납품제도 개선, 감사기능 강화 등 다각적인 혁신 노력에 들어간 것이다. 먼저 안전성과 이용률, 효율성을 중심으로 새로운 원전 운영 목표와 지표를 설정했다. 비상상황 대처 시스템 등 매뉴얼 개발과 원전 점검, 본부와 현장의 소통 강화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또 무리한 원전이용률 목표를 없애고 연속무고장 운전과 연계한 포상과 기념제도 등도 폐지한다. 즉 안전에 최우선을 두겠다는 의지다. 또 한수원은 최근의 납품 비리사건 등이 발생한 점을 감안, 조직문화 쇄신과 임직원 의식개혁 운동에도 앞장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차장급 이상 간부 2900여명이 ‘청렴 사직서’를 냈다. 따라서 단 한번의 비리로도 해임이 가능해진 셈이다. 또 호기당 60여명에 이르는 원전 운전원을 대상으로 주기적 인성검사와 외부 전문기관 컨설팅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 등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안전문화 전담조직을 신설,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내년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문화평가를 받을 계획도 세워 놓았다. 이와 함께 조직 단위별로 의식개혁 캠페인을 선정하는 한편 전문교육과 전문가 코칭교육 등도 실시키로 했다. 한수원은 순환보직 확대와 외부인재 영입을 통한 조직 건전성 강화 활동에도 주력하기로 했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한수원이 폐쇄적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조직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인사 시스템 도입과 외부 전문가 영입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한국수자원공사

    [“위기 넘어 미래로” 글로벌기업 新패러다임]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신경영’을 선언하고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공사의 발전전략은 물의 무한가치를 활용, 미래 성장동력의 주요 의제로 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우리는 물로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든다’는 목표의식을 갖고 세계적인 수준의 물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이다. 공사 관계자는 “향후 물산업은 물 순환체계 전반으로 분야가 확대될 것”이라며 “에너지 등 연관 산업과 이어져 복합산업으로 발전하면 2025년쯤 1000조원 규모로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능동적으로 물관리 기능 개편에 매진하고 있다. ‘물값 분쟁’ 등 현안을 해소하려면 효율적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신경영의 구호는 ‘G2G’(Green to Great)이다. 향후 10년간 물 중심의 녹색성장을 강조하면서도 양적 성장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으로 우수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이 담겼다. 여기에는 영속성과 리더십,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조직문화,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한 바람도 녹아 있다. 신바람나는 조직문화의 조성은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다. 최근 아라뱃길과 4대 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추진하면서 갖게 된 재무 위험과 위기의식을 극복하고,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다. 공사는 내부적으로 비전 달성을 위한 5대 전략사업을 정하고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해외 매출 50% 달성 ▲유역 댐관리 일원화 ▲수도사업 통합화 ▲친수공간 재창조 ▲녹색에너지 선도 등이다. 해외 거점국가 중심의 고수익형 복합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수력발전댐의 다목적댐화, 광역기반의 지방상·하수도 통합형 사업구조 실현 등을 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0) 강원 인제 방동약수로

    [길을 품은 우리 동네] (10) 강원 인제 방동약수로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방동골은 내린천 물이 시작되는 원류이다. 주변에는 마지막 원시림인 방태산과 점봉산, 진동계곡이 있다. 방태산과 점봉산은 인제 기린면에 위치한 백두대간의 지류이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드물어 아직도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을 간다는 최고의 목재이자 천연기념물인 주목나무가 자생한다. 또한 진귀한 약초와 버섯 등이 풍부하게 자생하고, 일급수에서만 산다는 열목어가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이다. 정감록에는 물과 바람과 불의 재난이 들지 않는다고 해서 ‘삼재불입지처’(三災不入之處)라고 했다. 각처에서 난을 피해 온 사람들이 화전을 일구고 숨어 살았다고 한다. 태곳적 신비를 간직하고 있는 방동약수로를 찾았다. ●방동골… 진동계곡물과 함께 내린천 원류 인제군 기린면 현리 덕다리에서 방동·진동방향으로 418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방태천이 나오고 방동교를 만나게 된다. 이 방동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방태산 자연휴양림과 대골이 있고 왼쪽으로는 방동약수(芳洞藥水)와 아침가리(조경동 계곡)에 연결된다. 방동2리에 위치한 약수터 주변은 깨끗한 계곡물과 함께 숲이 우거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방동약수는 톡 쏘는 맛을 내는 탄산 이외에도 철·망간·불소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한다. 일찍이 자연보호중앙협회에서 ‘한국의 명수’로 선정했을 만큼 유명해 새 주소 도로 이름에 반영됐다. 새 주소명에 등재된 방동약수로는 인제군 기린면 방동2리를 포함, 총 17㎞ 구간이다. 인제에서 내린천 지류를 타고 나 있는 지방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방동약수로 이정표가 보인다.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의 ‘내’(內)자와 인제군 기린면의 ‘린’(麟)자를 하나씩 따서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내린천 줄기는 65㎞에 달하는데 래프팅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이곳은 여름 휴가철이면 피서객들로 시끌벅적하다. 내린천을 끼고 나 있는 지방도를 따라 가다 보면 높이 솟은 산과 괴암괴석이 빚어낸 풍광에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하천 폭이 좁아지는 상류지역에 다다르면 맛집으로 꽤 이름이 알려진 ‘방동막국수집’이 나온다. 이곳에서 10여분 위쪽으로 올라가면 방동대교가 나오는데 다리 끝부분부터 방동약수로가 시작된다. 방동약수로 좌측으로는 진동계곡, 그 위쪽으로는 양양군으로 이어진다. 약수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좌측에 ‘방동약수’와 ‘아침가리’라고 씌어진 입간판이 보인다. 약수터까지 들어가는 길은 관광버스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도로가 잘 정비돼 있다. 인근 계곡은 높은 산과 울창한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계곡을 가로지른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자, 약수를 마시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손에는 약수를 담을 수 있는 용기들이 들려 있다. 약수가 나오는 곳은 한 사람만 들어갈 정도로 공간이 비좁아 차례로 줄을 서야 물맛을 볼 수 있다. 약수터에서 만난 한 아주머니는 “몇해 전 위장병으로 고생을 했는데 이 약수를 마시고 병이 말끔히 나았다.”고 자랑했다. 인제읍에 사는데 요즘도 약수를 떠가기 위해 자주 이곳을 찾는다고 했다. 위장병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병을 고치기 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약수로 밥을 지어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며 “쌀을 충분히 불린 후 약수를 붓고 밥을 지으면 철분 때문에 푸르스름한 빛깔을 내는 약밥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방동약수에서 나와 고개를 하나 넘으면 ‘아침 가리골’이 나온다. ‘아침에 잠깐 밭을 갈아도 다 갈 수 있을 정도로 작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방동약수로 인근에는 방태산 휴양림도 있다. 휴양림으로 들어서면 서늘한 계곡바람이 나무향과 함께 코끝을 자극한다. 계곡에는 2단으로 흘러내리는 ‘높은집 폭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15m 높이의 폭포에는 바위 속으로 굴이 뚫려 있어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공명효과를 내 더욱 크게 들린다. 한여름에도 깊은 산속의 물이라 얼음물처럼 차가워 한기를 느끼게 한다. 방동약수길이 시작되는 삼거리에서 왼쪽길은 또 다른 계곡물이 흘러내려 방동골 물과 합류한다. 이 계곡은 점봉산에서 발원되는 물길로 진동계곡이다. 진동계곡은 20여㎞에 달하며 곳곳에 야영장소와 소나무숲이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워낙 골이 깊어 생경한 지명들도 눈길을 끈다. ‘쇠나드리’는 소가 날아갈 정도로 바람이 세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조금 위쪽으로는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려 설피(겨울철 눈에 빠지지 않도록 신 바닥에 대는 넓적한 덧신)를 신고 다녀야 한다는 ‘설피밭’이 나온다. 이곳 사람들은 아직도 겨울에 설피를 신고 나들이를 하며, 동짓날 설피축제를 열기도 한다. 방태산과 방동계곡, 진동계곡은 태곳적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오지로 꼽힌다. 인제에는 곳곳에 군부대도 많다. 이곳에서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외진 곳이라는 것을 빗대 부르던 노랫말이 생각날 것이다.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도로가 포장돼 예전보다 접근이 쉬워졌다고 하지만 산과 계곡은 예전 그대로 깊고 장엄한 모습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인약수 인제에는 방동약수 외에 문화재청이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개인약수’(開仁藥水)도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인제의 개인약수, 양양의 오색약수, 홍천의 삼봉약수를 국가지정 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개인약수는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에 있는 약수로, 방태산 다섯 봉우리 가운데 주억봉 중턱에 깊숙이 위치해 있다. 개인약수는 해발 1080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약수다. 탄산약수로 철분의 약간 비린맛과 단맛이 입안에 감도는데 위장병과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곳 역시 약수의 명성을 인정해 새주소 도로명에 ‘개인약수로’라는 이름을 올렸다. 1891년 함경북도 출신의 수렵가인 지덕삼(池德三)이 처음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이 약수 주변에는 가문비나무, 전나무, 피나무, 주목 등 고목들이 우거져 용출하는 약수의 시원한 물맛을 더해준다. 입구인 미산계곡과 방태산 일대는 원시림과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이 계곡물 역시 내린천으로 흘러든다. 현재의 약수터 위에 ‘장군약수’가 있었는데 양쪽 겨드랑이 밑에 용 비늘이 세 개씩 붙어 있는 아기 장수가 혼자 마시고는 큰 바위로 덮어버려 아무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이 약수를 마시기 전에 육류를 먹거나 남녀가 부정한 일을 하면 물이 흐려진다는 속설이 있다. 글 사진 인제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11회는 인천 홍예문로를 소개합니다.
  •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①살기 위해 먹는 시대 ②먹기 위해 사는 시대 ③건강을 먹는 시대

    우리 사회는 지난 108년 동안 일제 강점기, 광복과 분단, 6·25전쟁, 산업화 등 굴곡의 변화를 겪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밥상의 형태도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의 밥상은 ‘살기 위해 먹는 시대’에서 ‘먹기 위해 사는 시대’를 거쳐 ‘건강과 즐거움을 찾는 시대’를 향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 개화기 조선의 밥상은 곤궁하기 짝이 없었다. 1800년대 후반 홍수와 가뭄 등 자연재해가 잇달아 농작물 생산이 부진했다. 그나마 수확한 쌀은 부패한 왕실과 관료들에게 빼앗기기 일쑤였다. 인구의 80%를 차지했던 농민들은 풀, 감자, 나무열매에 잡곡을 섞어 끓인 죽 등으로 입에 풀칠하기 바빴다. 하루 세 끼를 챙겨 먹기 어려웠다. 1895년 동경의학잡지에 실린 한인 상식(常食) 조사표는 조선 중류 서민층의 7일간 식사를 관찰한 결과 1일 2식을 했다고 적고 있다. 1910년 국권을 일제에 빼앗기면서 ‘밥상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토지조사사업으로 농민 대부분이 논밭을 빼앗긴 채 소작인으로 전락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시작되면서 곡물 수탈은 한층 심해졌고, 서민들은 영양 불량에 시달렸다. 이화여전(현 이화여대) 가사과 교수였던 방신영(1890~1977)이 1952년 펴낸 ‘우리나라 음식 만드는 법’을 보면 당시의 중하위 계층을 위한 권장 식단표가 나온다. 하루 두 끼 정도만 밥을 먹고 나머지 한 끼는 국수, 수제비, 찐빵, 고구마 등으로 해결하도록 제시돼 있다. 동물성 단백질 반찬은 일주일에 한 번 먹는 생선 조림이 유일하다. 식량 부족은 미국의 원조로 어느 정도 해소됐다. 우리 정부는 1955년 미국과 협정을 맺고 1964년까지 밀, 보리, 쌀 50만~60만t을 들여왔다. 이는 당시 국내 총 곡물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양이었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시기는 본격적으로 먹기 위해 사는 시대였다. 정부의 혼분식 장려운동으로 1인당 연간 밀가루 소비량이 1965년 13.8㎏에서 1969년 28.7㎏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1963년에는 국내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인 삼양라면이 생산되면서 라면으로 한 끼를 대신하는 가정이 늘어났다. 영양 측면에서는 여전히 미흡했다. 1962년 영양권장량이 처음 제시됐다. 25살 남자의 표준 영양권장량은 하루 에너지 2900㎉, 단백질 70g이었지만, 당시 국민 평균 하루 공급 열량은 1923㎉, 단백질 53.2g으로 기준치에 크게 못 미쳤다. 1972년 개발된 통일벼 등 다수확 품종의 보급으로 쌀밥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쌀이 풍족해지자 밥상은 양보다 질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곡류 위주의 식단에서 벗어나 동물성 식품, 우유, 과일의 소비가 급증했다. 이런 경향은 1인당 연간 식품 공급량의 변화에서 드러난다. 쌀의 1인당 연간 공급량은 1975년 119.8㎏에서 1979년 136㎏으로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감소했다. 2009년에는 81.3㎏으로 최고점 대비 54.7㎏이나 줄었다. 반면 육류 소비는 1975년 9.3㎏에서 2009년 43.3㎏으로 4.7배 늘었고, 같은 기간 우유류는 4.4㎏에서 53.3㎏으로 12배 이상 증가했다. 과일도 1975년에는 1인당 14㎏ 정도 먹었지만 2009년에는 47.7㎏으로 4.3배 증가했다. 1989년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밥상의 서구화가 본격화됐다. 2010년 3840가구를 대상으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한 결과 주 5~6회 외식을 하는 사람이 26.6%였고, 하루 1회 이상 외식하는 비율도 2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한국의 맛과 멋’은 지키고 방식은 현지화… 세계를 삼킨다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한국의 맛과 멋’은 지키고 방식은 현지화… 세계를 삼킨다

    “세계 5대 음식(태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중국)이 세계의 입을 20년간 지배했습니다. 커피가 명함을 내밀었지만 기호식품 정도였습니다. 세계는 20년 만에 한국 음식이라는 분출구를 찾았습니다. 단시간의 유행이 아니라 세계 6대 음식에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원을 받아 세계화에 나선 ‘꽁돈삼겹살’의 전영민(46) 위두 대표는 한식 세계화의 핵심은 외국인의 눈과 코를 사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맛을 보기 전에 눈과 코로 먼저 접해 음식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맛은 기본이다. 외국인들이 삼겹살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는 돼지 특유의 냄새 때문이다. 전 대표는 이 냄새를 없애기 위해 돼지고기에 허브향 파우더를 바르고 초벌구이를 한 뒤 식탁에 내놓는다. 삼겹살이 두꺼워 씹기 힘들다는 외국인들의 조언에 따라 돼지고기의 힘줄을 자르고 소시지를 구울 때처럼 칼집을 넣었다. 전 대표는 한식 재료와 조리 노하우 자체를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짰다. 직영점을 해외에 직접 내기보다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한식 재료와 조리사를 공급하는 것이다. 싱가포르, 베트남,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 등에 이미 수출했거나 수출을 앞두고 있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갈매기살이나 가브리살 등 돼지고기의 특수 부위를 좋아한다. 도가니탕 등 곰탕류는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미국에서는 삼계탕이나 고기를 구워 먹은 다음 공기밥을 볶아먹는 철판볶음밥이 인기다. 일본은 된장찌개를 즐기고 김치찌개에는 손도 안 대는 반면 중국에서는 김치찌개와 시큼한 김치찜이 최고의 인기다. 반면 된장찌개는 거의 먹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냉면이나 김치말이국수, 잔치국수 등이 인기다. 러시아 사람들은 부대찌개를 비롯해 기름진 음식을 특히 선호한다. 우리나라에서 삼겹살 1인분(180g)은 7000원 정도로 g당 39원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1인분(250g)에 21~23달러로 g당 90원 정도에 팔린다. 싱가포르도 g당 75원으로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비싸다. 꽁돈삼겹살이 중소기업 가운데 한식 세계화의 벤치마킹 모델로 거론된다면 CJ의 글로벌 한식 전문 브랜드 ‘비비고’는 대기업이 직영하는 형태의 성공 모델이다. 2010년 국내 론칭 이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UCLA 웨스트우드점과 사우스 베벌리힐스점, 중국 동방신천지점, 싱가포르 래플스시티점 등 4개국 핵심 상권에 진출했다. 영국 런던올림픽에 맞춰 런던점도 오픈할 예정이다. 비비고는 전통의 비빔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현지화에 성공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에서는 불고기 토핑 등을 넣고 전병에 말아서 먹는 비빔밥 랩 메뉴를 내놓았고 중국에서는 닭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식성에 착안해 닭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선보였다. 현지의 인기 메뉴가 거꾸로 한국에 적용되기도 한다. 화이트 치킨이 대표적이다. 매운 맛을 좋아하지 않는 미국인들의 식성을 감안해 고추장 양념의 레드 치킨 외에 화이트 치킨을 추가로 개발했는데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요식업계는 이 같은 한국 음식(K푸드) 열풍에 대해 K팝의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식에는 세계 5대 음식의 특성이 모두 녹아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했다. 한 종사자는 “고기를 함께 구워 먹고 같은 찌개를 그릇에 덜어 먹는 훈훈한 한식 문화에 외국인들이 빠지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 “우리나라의 수많은 음식을 어떻게 단순화시켜 내놓느냐가 K푸드 열풍을 지속시키기 위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오래된 한식당 100선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오래된 한식당 100선

    우리나라에서 오래된 한식당 100위 안에 오르려면 언제 생겼어야 할까. 정답은 1967년이다. 한식당을 적어도 45년은 운영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오래된 100대 식당이 가장 많이 남이 있는 곳은 서울로, 28개가 있다. 전남이 12개였고 부산(11개), 경남(9개), 충남(7개), 충북·대구·전북(각 5개) 순이다. 얼큰한 해장국이나 뜨끈한 설렁탕 등 탕 종류를 하는 곳이 34개로 가장 많았고 달큰한 불고기와 양념갈비를 하는 곳이 19개였다.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냉면이나 콩국수 등 면류가 14개, 한식의 대표가 된 비빔밥 등 일반 한식당이 10개였다. 이달 초 농림수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펴낸 ‘오래된 한식당’ 책자에는 한식당 100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04년 유원석씨가 문을 연 서울 종로구 공평동 이문설렁탕은 가장 오래된 집이다. 오래된 집 2위는 나주곰탕으로 유명한 전남 나주시 중앙동의 ‘하얀집’이다. 소의 뼈 대신 양지나 사태 등 고기 위주로 육수를 내기 때문에 국물이 맑고 달고 시원하다. 곰탕을 주문하면 끓는 가마솥에서 국물을 떠서 밥이 담긴 뚝배기에 서너 차례 토렴(국물을 담았다가 따라내는 과정)하는 과정이 입맛을 돋운다. 부산에서 밀면의 원조로 통하는 내호냉면은 1919년 이여순씨가 개업해 지금은 증손부인 이순복씨가 운영하고 있다. 오래된 집 3위다. 부산에 가서 물으면 우암 시장 뒷골목에서 눈 크게 뜨고 찾으라고 말해주는데 ‘밀면 대(大)’가 6000원이다. 4위는 박여숙씨가 1920년에 시작한 박달집이다. 전통개장국이 유명하다. 황구 등을 재료로 집에서 특별히 빚은 무술주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술이다. 개업주인 박씨는 평안도 평양시 신리에서 1920년대에 성천관이라는 상호로 개장국을 끓여 팔다가 1·4후퇴 때 월남해 강원도 삼척에 정착했다. 이후 3대째 손맛을 이어 오면서 부산으로 옮겼다. 설렁탕을 하는 안일옥은 1920년에 문을 열어 5위다. 이성례씨가 1920년대 말 안성장터 한 귀퉁이에 작은 무쇠솥 하나로 시작한 집으로 안성국밥의 시초라 불린다. 비빔밥을 파는 울산 함양집(1924년), 떡갈비를 빚어 내는 전남 해남 천일식당(1924년), 서울 평창동의 형제추어탕(1926년), 비빕밥이 주특기인 경남 진주 천황식당(1927년), 부산 기장곰장어(1929년)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 중구 다동 용금옥(1932년 개업)의 추어탕은 1973년 남북조절위원회 제3차 회의에 참석한 북한의 박성철 부주석이 이곳 추어탕의 ‘안부’를 물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꼬리 토막이 유명한 은호식당(1932년)이나 설렁탕이 특기인 잼배옥(1933년), 해장국으로 유명한 청진옥(1937년), 곰탕의 하동관(1939년) 등도 서울 중구, 종로구 일대의 오래된 식당들이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법원 “고리원전 1호기 안전성 소명하라”

    법원이 한국수력원자력(주)에 설계수명 30년을 넘긴 고리원전 1호기의 안전성을 구체적으로 소명하라고 요구해 관심을 끌고 있다. 부산고법 민사8부(부장 이재영)는 17일 계속된 ‘고리 1호기 가동중지 가처분 소송’ 항고심 세 번째 심리에서 한수원 측에 “고리 1호기가 안전하다는 주장만 하지 말고 어떻게 문제가 없어 안전한지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한수원 측이 제출한 자료는 서론과 결론만 나와 있다.”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의한) 현 시점에서의 조사과정과 그에 따른 데이터, 결과 보고서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주문은 정전사고 은폐로 가동을 중지했던 고리 1호기에 대한 IAEA 전문가 안전점검단의 점검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 후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또 일본 원자로 압력용기 전문가인 이노 히로미쓰 도쿄대 명예교수를 참고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부산시민 소송단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한편 월성원자력본부는 지난 16일 오전 10시 14분쯤 월성 1호기의 2번 디젤발전기 시험 중 디지털 여자(勵磁) 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발전기를 수동으로 정지하고 정비한 뒤 1시간 30여분 만인 오전 11시 49분 재가동했다고 밝혔다. 부산 김정한·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美소고기 한국수출 광우병후 되레 증가

    올들어 한국에 대한 미국의 소고기 수출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난 4월 말 캘리포니아주의 한 농장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이후에는 오히려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광우병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15일(현지시간) 미 농무부와 육류수출협회 등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 말까지 한국에 대한 소고기 수출량은 5만 112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 7638t)에 비해 24%가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5월 미국의 최대 소고기 수출대상국이었던 한국은 올해 같은 기간에는 캐나다, 멕시코에 이어 3위로 떨어졌다. 수출액으로도 올들어 지난 5월 말까지 2억 5270만 달러에 그쳐 전년 동기의 3억 1414만 달러보다 20% 줄었다. 그러나 월별로는 1~3월에 전년 동월 대비 대폭 감소세를 이어가던 대 한국 소고기 수출이 4, 5월에는 증가했다. 4월에는 1만 2398t(6055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달(1만 1633t, 5486만 달러)에 비해 물량 기준으로 6.6% 늘어났으며, 5월도 9790t(4786만 달러)으로 지난해 같은 달(9266t, 4447만 달러)보다 5.7% 증가했다. 일각에서는 4월 수출증가는 지난 3월 15일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미 육류수출협회는 “광우병 사태 이후 첫 번째 달인 5월에 주요국에 대한 소고기 수출이 다소 줄었으나 한국의 경우 오히려 수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고기는 한·미 FTA 체결 첫해 관세 인하 폭이 2.7%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FTA가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부고]

    ●유장준(서울신문 송파지국장)씨 장모상 16일 청주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43)254-1244 ●임영호(전 국회의원)씨 장인상 16일 대전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042)220-9972 ●김용상(전 한국은행 본부장)씨 별세 병주(롯데쇼핑)씨 부친상 최영준(엔씨소프트)씨 장인상 김직상(문일고 교사)흥상(한국정책금융공사 팀장)씨 형님상 15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9시 (02)2227-7597 ●김동욱(연합뉴스 인사부장)동수(자영업)동훈(국립축산과학원 연구사)씨 부친상 16일 중앙대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30분 (02)860-3510 ●박광준(녹십자 EA실 부장)씨 부친상 16일 충남 서산장례식장, 발인 18일 (041)664-4500, 669-6921 ●양기인(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씨 모친상 16일 전북 군산 중앙장례식장, 발인 18일 오전 8시 (063)464-0002 ●이덕인(GS그린텍 상무)경인(뉴질랜드 거주)성원(자영업)씨 모친상 이승건(한국수출입은행 국제금융부 팀장)씨 장모상 1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18일 오전 7시 (02)2258-5940 ●박근영(전 해태제과 사장)씨 별세 현열(대우인터내셔널 대만지사장)씨 부친상 김종선(기린 플렉서블 패키징 대표이사)권혁종(삼성생명 보험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씨 장인상 1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8일 오전 8시 30분 (02)3410-6902 ●황장진(코리아헤럴드 정치사회부장)씨 조모상 16일 가천대 길병원, 발인 18일 오전 6시 (032)472-3171 ●서강윤(대한항공 고문·전 국내홍보담당 상무)씨 별세 홍택(군 법무관)용택(경희대 약대 박사)씨 부친상 유민정(서울백병원 전공의)씨 시부상 16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8일 오전 (02)2227-7500
  • 대학생 천연기념물 지킴이 캠프

    사단법인 한국수달보호협회(회장 한성용)가 18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강원 화천과 양구 일대에서 제4기 대학생천연기념물지킴이단 캠프를 S-Oil 후원으로 운영한다. 캠프 기간에 천연기념물인 수달, 어름치, 두루미 전문가들의 생태와 보존활동에 대한 강의가 있다. 생태탐사 전문가와 함께 북한강변의 수달 생태군과 계곡의 서식지 조사, 양구 비무장지대(DMZ) 동물추적과 하늘다람쥐 보호, 무인카메라 회수 등의 활동도 펼친다. 전국에서 선발된 40명의 대학생지킴이단은 서울 마포구 공덕동 S-Oil 본사에서 발대식을 갖고, 화천 감성마을에서 소설가 이외수씨의 ‘수달과 청춘’이란 주제 강연을 들은 뒤 캠프 활동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화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고리1호기 민간전문가 안전점검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에 앞서 주민들이 추전하는 전문가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점검 결과를 검토한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자치위원회와 장안읍발전위원회는 1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된 고리1호기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주민이 추천하는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지식경제부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TF는 주민이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5~6명과 고리민간환경감시센터장, 지경부와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등 10명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다. 정부에서 추천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방안과 태스크포스의 운영기간에 대해서는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 운영은 홍석우 지경부 장관이 지난 14일 오후 오규석 기장군수와 고리원전 주변 지역 대표 등 30여명과 가진 간담회에서 결정됐다. 조창국 장안읍 주민자치위원장은 “민간전문가들의 안전조사에서 고리1호기가 안전에 문제가 없다면 정부의 재가동 계획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대표들은 고리1호기 원자로 압력용기의 건전성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 격납건물에 보관 중인 마지막 남은 감시시편을 꺼내 분석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주민들과 공동으로 검토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어떻게 구성할 지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이상고온 국제 곡물가격 껑충… 연말 물가 비상?

    이상고온 국제 곡물가격 껑충… 연말 물가 비상?

    최근 잠잠했던 국제 곡물가격이 다시 들썩이고 있다. 남미와 미국 등 주요 곡창지대에 지속된 이상 고온과 가뭄으로 인해 옥수수와 밀, 대두 등의 가격이 한 달여 만에 20~40% 급등했다. 보통 국제 곡물가격이 4~7개월 뒤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15일 농림수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옥수수 12월물 선물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부셸(옥수수는 25.4㎏, 소맥·대두는 27.2㎏)당 7.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6월 1일 5.10달러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6주 만에 45.1%나 치솟았다. 소맥(밀) 9월물도 같은 기간 6.30달러에서 8.47달러로 36.0% 급등했으며, 대두 11월물은 23.4%(12.58달러→15.52달러) 올랐다. 미국 중서부와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 심각한 가뭄이 들면서 주요 곡물 생산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는 올해 옥수수 수확량 전망치를 기존보다 12%가량 낮춘 3억 2766만t으로 조정했고, 내년도 재고 전망치도 큰 폭으로 낮췄다. 국제 곡물가격 급등은 4~7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수입물가에 전가된다는 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두부와 빵, 국수 등 식료품과 외식비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식품 물가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밀과 옥수수의 자급률은 각각 0.8%, 콩은 8.7%에 불과해 국제 곡물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동태평양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기상이변을 유발하는 엘니뇨 현상이 7~9월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제 곡물가격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엘니뇨는 2002~2003년 세계 곡물 생산량을 5326만t(2.8%)이나 감소시켰으며, 미국 옥수수 선물 가격은 50%나 급등하는 등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 농식품부는 농촌경제연구원의 ‘국제곡물 관측시스템’을 가동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현재 옥수수와 콩은 12월분까지, 밀은 10월분까지 물량을 확보한 상태지만, 곡물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내년 초 국내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부장은 “글로벌 복합 불황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농산물 시장의 불안정은 하반기 세계경제에 또 다른 짐이 될 수 있다.”며 “선제적 차원에서 주요 곡물 재고를 확대하고 다양한 공급선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이라크 주재 대사 망명 선언… 시리아 ‘이너서클’ 붕괴 가속

    반정부 시위에 대한 유혈 진압으로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시리아에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군 장성은 물론 대사·석유차관 등 정부 고위급 관리들까지 행렬에 동참하는 등 ‘이너서클’(핵심 권력집단) 붕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나와프 알파레스 이라크 주재 시리아 대사가 11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유혈 진압에 반대해 망명을 선언했다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지난해 3월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후 고위 외교관 출신의 망명자가 나오기는 처음이다. ●알아사드 비난… 터키행 유력 알파레스는 알자지라 방송을 통해 “시리아를 대표하는 대사 자리와 (시리아 여당인) 바트당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당원 동지들은 국민과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전락한 알아사드 정권에서 이탈하기를 바란다.”면서 “특히 군부는 대포와 총구를 국민을 살상하는 알아사드 정권의 범죄자들을 향해 겨눠 달라.”고 호소했다. 알파레스의 망명국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지만 터키행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라크 정부 관계자들이) 그의 망명 국가에 대해 12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성·석유차관 등 잇단 탈출 그의 망명은 알아사드 대통령의 친구이자 공화국수비대의 지휘관 중 한 명인 마나프 틀라스 준장이 지난 5일 터키로 전격 탈출한 뒤 이뤄졌다. 앞서 2일 대령을 포함한 14명의 장교와 군인 71명이 터키로 집단 망명했고, 지난달 21일에는 시리아 전투기 조종사인 하산 함마데흐 공군 대령이 미그21 전투기를 몰고 요르단 국경을 넘어 망명했다. 지난 3월에도 압도 후사메딘 석유차관이 알아사드에 반기를 들고 반군에 합류하기도 했다. 지난해 3월부터 알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정부군의 유혈 진압으로 1만 7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추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사설] 4대강 친수구역사업 속도조절 필요하다

    4대강 친수구역 조성사업의 윤곽이 드러났다. 정부는 그제 4대강 친수구역 첫 시범사업지로 낙동강 유역의 부산 ‘에코델타시티’(Eco-Delta City)를 선정했다. 2018년까지 5조 4000여억원을 들여 1188만여㎡(360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산업·물류·레저 복합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타당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기대하는 쪽에서는 ‘부산판 뉴딜사업’이라며 적극 반긴다. 반면에 시민단체 등에서는 홍수 피해와 환경 파괴가 우려된다며 전면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친수구역 활용에 관한 특별법은 한국수자원공사 등 공공기관이 4대강 주변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해 난개발을 막는다는 게 근본 취지다. 개발이익을 환수해 하천 관리나 유지 보수 등 공공목적에 사용하겠다는 뜻도 담겼다. 취지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친수구역특별법을 ‘수자원공사를 위한 법’ ‘강변을 마구 파헤치는 법’ 등으로 규정하는 시각 또한 엄존한다. 우리는 친수구역 조성사업은 4대강 공사 못지않게 신중히 추진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 4대강 사업으로 어차피 개발될 지역이라면 더욱더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본격화해 수자원공사의 4대강 공사비 8조원을 회수한다는 방침이지만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 성공 자체가 불투명하다. 4대강 사업에 버금가는 ‘메가 프로젝트’인 만큼 섣불리 추진하면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더구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특정 지역의 표심을 의식해 ‘쫓기듯’ 밀어붙이려 한다면 잘못도 보통 잘못이 아니다. 4대강 사업의 타당성조차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 그 후속사업마저 국민적 동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사회적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친수구역 지정을 굳이 임기 내에 마무리해야 할 이유는 없다. 보다 촘촘한 사업성 검토와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형 국책사업일수록 시간을 갖고 빈틈없이 추진해야 한다.
  • [시론] 공기업부채를 줄이기 위한 과제/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시론] 공기업부채를 줄이기 위한 과제/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우리는 쉽게 전기요금, 수도요금을 전기세, 수도세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는 틀린 표현이다. 요금이 세금이고, 세금이 요금인 것 같은가? 예를 들어보자.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건강보호개혁법 제정을 통한 시민들의 부담 증가가 대법원에서 합헌결정이 내려졌다. 늘어나는 부담을 세금이라고 해야 하는지 아니면 벌과금(페널티)이라고 봐야 하는지에 대한 유권해석이다. 롬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유사한 사례를 세금이 아니라고 했다가 이번 ‘오바마 케어’와 관련해서는 세금이라고 말을 바꾼 것을 놓고 대선 쟁점이 되고 있다. 사용자가 부담하는 요금과 전 국민이 능력에 따라 부담하는 세금을 분명히 구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말해준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공기업 부채 규모는 329조 5000억원에 달한다. 공기업의 부채는 현행 국가채무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공기업 파산 등 위험 상황 아래에서는 재정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국가재정 통계에서 이야기하듯 공기업 부채를 강 건너 불이라고 주장할 수만은 없다. 공기업 부채는 2006년 117조 7000억원에서 2010년 292조원, 2011년에는 329조 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미 이자가 이자를 낳는 구조로 들어섰다는 점에서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빚이 전체 공기업 부채의 절반을 넘어선다. 2010년 대비 부채가 크게 증가한 기업은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의 순으로 나타난다. 4대강, 경인아라뱃길 등 국책사업 또는 해외자원 개발 등이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다. 최근 공기업의 부채가 이렇게 급격하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공기업의 부채를 원인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미래 대비 중장기투자, 국가정책 추진 관련, 저렴한 공공서비스 제공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먼저 한전, 석유공사, 가스공사 등 에너지 관련 공기업의 국내외 시설투자가 확대되었다. 특히 해외자원 개발 관련 투자의 비용-편익분석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요구된다. 보금자리사업, 세종시 건설 등과 4대강사업 등 국가정책사업 추진에 공공기관 부채를 통한 재원조달기제가 동원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나 더,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 등 서민생활안정과 물가안정을 위해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한 결과, 원가보상률이 전기 87.4%, 가스 87.2%, 도로 81.7%, 철도 76.2%, 수도 81.5%에 그치고 있어 수요 관리의 문제와 함께 공기업 서비스의 가격구조를 왜곡하는 문제가 심화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요컨대 공기업 부채와 국가 부채의 관계는 통계가 문제가 아니라 공기업 운영과 관련한 의사결정 관행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근본적으로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해 공익성과 수익성의 균형 있는 추구를 위해서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첫째, 구분회계제도의 확산이 필요하다. 현재 부분적·단편적으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는 결산부문의 구분회계제도를 사업예산과 연계하여 국가재정과 공기업회계 구분의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 둘째, 공공요금 원가보상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셋째, 500억원 이상 사업에 대한 공공기관의 예비타당성 조사범위를 확대하고 그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2011년의 경우 전체 대상사업이 200여개에 달하나 상반기 12개, 하반기 3개 조사에 그친 것은 문제가 있다. 넷째, 2012년부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 기관을 대상으로 의무화한 중기재무관리개선계획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 계획의 구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에 대한 성과관리를 추적평가해 재정규율을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영평가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부채관리에 대해서는 공기업 재무 데이터베이스(DB)의 확충을 통해 상시·주기적 평가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하고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 [사설] ‘종군 위안부’ 아니라 ‘강제적 성노예’가 맞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모든 문서와 성명에서 ‘(일본군)위안부’(comfort women)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보도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클린턴 장관이 대체 용어로 제시한 ‘강제적인 성노예’(enforced sex slaves)라는 표현에 대해 겐바 고이치로 일본 외무상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란 용어가 일제의 야만적 죄상을 일깨우는 데 부적확한 용어라고 본다. 정부와 정치권은 피해 당사자인 우리보다 제3국에서 이런 문제점을 먼저 제기한 대해 깊은 자괴심을 느껴야 마땅할 것이다. 엊그제 미국 넬슨 리포트는 클린턴 장관이 ‘일본군에 의한 성노예’ 문제는 인간성에 반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범죄라는 측면에서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일본어 ‘위안부’를 직역한 표현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국제시민의 상식에 맞는 인식이다. ‘위안’의 사전적 의미가 뭔가. ‘위로하여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이 아닌가. 우리의 무구한 소녀들이 일제의 노리개로 나설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위안부란 표현은 애당초 몰역사적인 망발이었다.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 이전에는 오랫동안 정신대(挺身隊)로 불렸으나, 이 또한 정명(正名)이 아니다. 도대체 ‘나라를 위해 몸을 바친 부대’라는 명칭이 웬 말인가. 인생을 송두리째 유린당한 할머니들을 두번 죽이는 일이었다. 그 대타 격인 ‘종군(從軍) 위안부’도 자발적으로 군을 따라다닌 위안부란 뉘앙스로, 일제의 강요로 성노예 생활을 해야만 했던 실체적 진실을 감추려는 의도가 숨겨진 표현이다. 위안부라는, 일본 측이 만든 표현을 쓰면 부지불식간에 배상과 사죄를 거부하는 일본 국수주의 세력의 논리에 놀아나는 꼴이 된다. 차제에 우리도 공식 문서나 대일 협상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대체할 표현을 찾아야 한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1996년 일본군의 ‘위안소’ 설치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피해자인 할머니들이 속속 유명을 달리하는 상황이다. 하루 속히 이들의 한을 풀어주고 일본 정부로부터 최소한이나마 배상과 사죄를 받아내기 위해서라도 국제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낫다. 그런 차원에서 일제의 불법과 무도함을 알리는 ‘강제적 성노예’란 표현이 적확한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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