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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⑨-KCC 그룹

    KCC 하면 아직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페인트 ‘숲으로’ 하면 ‘아∼’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금강고려화학의 영문 첫글자를 아예 사명으로 정한 KCC는 조금만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과 매우 밀접한 기업이다.KCC 제품 없이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유리, 창호재, 바닥재 등 웬만한 건축자재는 거의 다 만든다.“없는 것은 시멘트와 철골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1958년 8월, 스물두살의 대학생이 “장형의 유학 제의를 뿌리친 채” 직원 일곱명을 데리고 서울 영등포에 ‘금강스레트공업주식회사’를 세운 게 KCC그룹의 출발이다. 땀에 흥건히 젖어 ‘슬레이트’를 직접 찍어내던 대학생 사장이 바로 오늘날의 정상영(69) 명예회장이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왕 회장)의 막내동생이기도 하다. “왕 회장의 형제나 자식들은 대부분 크든 작든 기업체를 떼어 받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오롯이 혼자 힘으로 기업을 일으켰다. 공장의 벽돌 한 장, 물빠지는 배수로 위치, 못 하나까지 직접 얹고 정하고 박았다.” 정 명예회장과 30년 가까이 동고동락해온 한 임원의 얘기다.KCC가 짧은 시간 안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현대’라는 확실한 납품처 덕도 있었지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창업주의 저력을 빼놓을 수 없다. KCC그룹은 지난해 1조 9000억원의 매출과 1300억원의 순익을 올렸다.KCC건설(옛 금강종합건설), 코리아오토글라스(자동차유리 생산업체), 고려시리카(유리원료 제조사), 금강레저(골프장 운영업체) 등 7개 계열사 모두가 흑자를 내고 있는 재계 서열 29위(공기업 제외)의 알짜그룹이다. 특히 건축·산업자재 부문에서는 2위와의 격차를 갈수록 넓히며 독주하고 있다. 자산규모는 4월1일 현재 3조 5300억여원으로 현대백화점그룹(3조 7800억원)과 비슷하다. ●왕회장도 꺾지 못한 막내의 고집 그 자신 “공부가 싫어 소학교 졸업장이 전부가 된 것이 아니었기에, 아우들은 유학 아니라 그 이상도 해주고 싶었던”(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 가운데) 왕 회장은 동국대 경영학과에 다니던 막내동생 상영(SY)도 유학보내려 했다. 그러나 SY는 “나도 내 사업을 하겠다.”며 고집을 피웠다. 왕 회장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던 현대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현대가 사람들은 “막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유학자금을 불모지나 다름없던 건자재 사업밑천으로 털어넣은 SY는 “통금시간(밤 12시)에 맞춰 퇴근하고 해제 사이렌(새벽 4시)에 맞춰 출근”했다. 운도 따라주었다. 때마침 새마을운동이 일어나면서 초가 지붕이 속속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뀌었고, 금강스레트는 찍어내기가 바쁘게 팔려 나갔다. 제법 돈이 모이자 젊은 상영은 슬몃 욕심이 생겼다. 당시 인기있었던 초콜릿시장 쪽을 기웃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장형의 호된 꾸지람이 돌아왔다.“초콜릿은 네가 아니어도 할 사람이 많다. 이왕 사업을 할거면 국가경제에 도움되는 것을 하라.” 정신이 번쩍 든 SY는 이때부터 건축·산업자재 국산화에 매달리며 한 우물만 팠다. 변변한 기술 하나 없이 선진국이 장악하고 있던 도료(74년), 유리(87년), 실리콘(2003년) 사업에 차례로 진출했다. 다들 “무모하다.”며 말렸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13년이나 걸려 완공한 전주의 실리콘공장은 SY의 뚝심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그룹을 이끌고 있는 정몽진(45) 회장은 언젠가 사석에서 “전후복구사업과 수입대체 사업으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했다는 아버지의 자부심은 큰아버지(왕회장)에 못지 않다.”고 말했다. 불같은 성정도 비슷하다. 왕 회장에게 혼쭐나 넋이 나간 현대건설 임원이 출입문 대신에 캐비닛 문을 열고 들어갔다는 일화가 유명하듯,KCC에는 한 임원이 정 명예회장에게 야단맞던 도중에 기절한 실화가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아들들이 소신껏 일하도록 부러 13층 회장실에는 출근하지 않는 정 명예회장은 대신 지방공장 순시로 ‘취미’를 바꿨다. 전국 13개 시·도에 모두 공장이 한 곳씩 있어 발길 닿는 대로 불쑥 들러 젊은 날 자신이 직접 들여놓은 설비들을 살펴보곤 한다. ●5개국어 능통한 정몽진 회장 SY는 아들만 셋을 두었다. 지난 2000년 그룹 경영을 장남인 몽진씨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명예회장으로 물러 앉았다. 이 해는 그룹의 양축인 ‘금강’(슬레이트 등 무기화학 전문)과 ‘고려화학’(페인트 등 유기화학 전문)이 합병돼 매우 중요한 시기였다. 장남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 회장은 미국 조지 워싱턴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이다. 귀국후 1991년 고려화학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예나 지금이나 비즈니스 영어는 그룹 안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 러시아어 등 5개 국어에 능통하다. 중국 곤산의 페인트공장 준공식 때는 유창한 중국어로 식사를 해 현지인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실리콘 기술 개발을 위해 해외 과학자들과 담판을 벌일 때도 통역 없이 직접 설득에 나섰다. 이런 그를 보고 정 명예회장은 임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외국어를 저렇게 잘 하는 거야.”라고 했다고 한다. 물론 왕 회장을 닮아 칭찬에 인색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 앞에서는 일절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이 그룹의 기반을 닦았다면 정 회장은 ‘3대 키워드’로 제2 도약을 노리고 있다. 첫번째 키워드는 해외다.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3곳(중국 2, 싱가포르 1)인 해외 생산공장을 앞으로 3년 안에 5개를 더 지어 8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환경 파괴를 대체할 차세대 성장산업인 실리콘과 건자재 유통도 핵심 키워드다.“유통을 빼앗기면 이름없는 하청업체로 전락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한 임원의 얘기다.“명예회장님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스타일이다. 그러다보니 다소 보수적이다. 반면 회장님은 해외유학파답게 세계시장의 변화와 큰 흐름을 빨리 읽어낸다.” 장남 특유의 카리스마가 있으면서도 세 아들 가운데 가장 털털해 친화력이 좋다. 한때 고려대 ‘막걸리 시범조교’로 활약했던 술 실력을 바탕으로 해마다 경기도 여주 남한강변에서 임직원들과 삼겹살 소주 파티를 벌이곤 한다. 요즘에는 위장이 나빠져 와인으로 주종을 바꿨다. ●SY의 또다른 자부심 둘째 아들 몽익 둘째 아들 몽익(43)씨는 미국 시러큐스대학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을 전공했다. 이어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국제재정학 석사학위를 땄다. 그는 이 전과정을 4년만에 끝마쳤다. 금강과 고려화학 합병 직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도록 경영시스템을 새로 구축한 주역이 바로 그다. 최근에는 사무실 기기를 최신 오피스용 가구로 교체하고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시켰다. 그룹의 보이지 않는 경쟁력을 강화시켜온 덕분에 올 2월 KCC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물론 직급은 총괄 부사장으로 같은 대표이사인 형보다 아래다. 입사(89년 금강)는 형보다 2년 빠르다. 적절한 긴장관계를 통해 건전한 경쟁을 이끌어내려는 정 명예회장의 의도가 엿보인다.KCC 지분을 몽진(17.7%)-몽익(8.82%)-몽열(5.29%) 세 아들에게 모두 나눠준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은 형보다 더 꼼꼼한 편이다. 과묵해서 임원들이 말붙이기를 다소 어려워한다. 의외로 운동은 형제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고 잘한다. 고등학교 때는 전국체전에서 승마로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농구·스키·수영 실력도 프로급이다. 골프는 싱글(핸디 10)에 가깝고 엄청난 장타다. 반면 정 회장은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 클래식이나 재즈 등 집에서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정 회장이 동생 얘기가 나오면 사석에서 곧잘 하는 얘기가 있다.“딜(deal)은 아무래도 내가 좀 더 강하다. 그러나 디테일은 동생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내가 협상을 통해 골격을 세우면 그 골격에 맞게 디테일을 짜는 것은 몽익이다.” 유난히 용산고 출신이 많은 것도 KCC가의 특징이다. 막내 몽열씨를 빼고는 3부자(父子)가 모두 용산고를 나왔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용산고 출신이다. 모교에 대한 정 명예회장의 애정은 유명하다. 장남 몽진씨가 이른바 ‘뺑뺑이’로 용산고에 배정됐는데도, 발표난 그 길로 친구들에게 한 턱 냈을 정도다. 용산고에 승마반도 만들어줬는가 하면 농구 코트까지 지어줘가며 허재 등을 영입, 오늘날의 ‘농구 명문’으로 키워냈다. 몽진씨와 몽익씨는 고등학교-대학교(고려대)-대학원(조지 워싱턴) 동문이기도 하다. ●‘스위첸’ 성공시킨 ‘리틀 정상영’ 셋째 아들 몽열 89년 미국 FDU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스물여섯살의 나이에 고려화학에 입사한 셋째 아들 몽열(41)씨는 97년 금강종합건설 상무가 되면서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건설 체질’이다. 공사판에서 소주잔 기울이기를 좋아하고, 낭만도 아는 기분파다. 그러나 한번 화가 나면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 그룹 임직원들이 정 명예회장 다음으로 무서워하는 존재다. 정 회장도 “우리 형제 가운데 아버지를 가장 많이 닮은 아들이 막내”라며 “몽열이가 화나면 나도 무섭다.”고 농반진반 얘기할 정도다. 작고 단단한 체구나 사업 수완도 아버지를 빼닮았다. 2003년 사장으로 승진한 몽열씨는 주택사업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2년 만에 ‘스위첸’(아파트)과 ‘웰츠타워’(주상복합)를 유명 브랜드 반열에 올려놓았다. 여기에는 정 사장의 정보기술(IT) 지식도 한몫 했다. 컴퓨터학을 전공한 그는 일상생활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IT를 일찌감치 접목시켰다. 선진국형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고, 공사를 맡은 주택의 소프트웨어에도 “유별날” 만큼 공을 들였다. 덕분에 KCC건설은 도급순위 32위, 신용도 9위의 중견업체로 성장했다. ●‘창업동지’ 조은주 여사 현대가의 가풍이 그렇듯 정 명예회장은 연애결혼을 했다.“큰형님 회사(현대건설)를 드나들면서 경리팀의 동갑내기 아가씨에게 반해” ‘작업’을 건 것이 결혼까지 이어졌다. 조은주(69) 여사다. 서울 진명여고를 나온 조 여사는 당시 이화여대에 합격해 놓고도 등록금이 없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독립군이었던 외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군인이 된 아버지가 6·25전쟁 때 전사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고 한다. 결혼 후에도 조씨는 ‘대학생 사장’을 남편으로 둔 덕분에 물일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슬레이트공장 인부들의 밥이며 새참은 으레 그의 몫이었다. 직원들 식사를 지어 나르는 일은 그후로도 20년 넘게 이어졌다. 지금도 서울 서초동의 구사옥에서 근무하는 고참 직원들 가운데는 사원식당에서 밥을 짓는 조 여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가 적지 않다. ●큰며느리는 음대… 셋째며느리는 미대 자유연애로 결혼한 정 명예회장은 아들들의 ‘사랑’에도 너그러웠다. 몽진씨는 서울대 음대에서 플루트를 전공한 홍은진(41)씨와 ‘소개팅’으로 만나 결혼했다. 홍씨는 한때 아이스크림 ‘퍼모스트’로 유명했던 옛 퍼모스트유업 사장의 딸이다. 전자부품회사인 ‘퍼시픽 컨트롤스’ 홍준 사장이 처남이다. 그렇다면 소개팅 주선자는 누구일까. 다름아닌 사촌형 정몽윤 현대해상 이사회 의장이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촌동생에게 친구의 처제인 음악도를 엮어준 것. 정 의장과 죽이 맞아 처제를 소개팅 장소로 내몬 이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치과 주치의이자 성균관대 교수인 임순호 박사다. “연애할 때 플루트를 불어주던 모습에 반해 결혼했다.”는 정 회장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며 “결혼후에는 한번도 플루트를 들어보지 못했다.”고 투덜대곤 한다.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과의 혼사는 몽익씨에 이르러 이뤄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정숙씨의 딸 최은정(42)씨가 부인이다. 가톨릭 계통인 일본 성심대학 교육심리학과를 나왔다. 최씨의 언니 은영씨는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과 결혼했다. 조 회장이 몽익씨의 손위동서인 셈이다. 막내 몽열씨는 큰형수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울대 미대를 나온 이수잔(35)씨와 결혼했다. 독특한 이름 때문에 외국인이라는 오해를 받지만 한자이름이다.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장인이 ‘쌓을 잔( )’자를 썼다고 한다. 여자들의 사회활동을 싫어하는 가풍 탓에, 큰동서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동시에 그림을 접었다. 막내 며느리답게 활달한 편이다. ●‘숙부의 난’ 할 말 많지만… 정 명예회장은 조카 며느리인 현대그룹 현정은(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였었다. 현대가 사정에 밝고 당시 분쟁에도 깊숙이 개입했던 한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한 명예회장님의 생각은 분명하다. 현 회장의 외가를 포함해 정씨 집안 사람이 아닌 제3자가 큰형님이 평생을 바쳐 일군 현대를 넘보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등 관련 지분을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는 것은 이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라고 설명했다. 자금난에 시달리던 정몽헌 회장에게 200억원을 조건없이 내준 것이 ‘의리’가 아니라 ‘경영권을 염두에 둔 계산된 행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 “지나간 상처를 다시 헤집고 싶지는 않다. 명예회장님도 더이상 언급하지 말라며 함구령을 내리셨다. 다만 이 말만은 하고 싶다. 명예회장님은 장조카인 고 정몽필 인천제철 사장이 아버지(왕 회장)와의 갈등으로 방황할 때 형님 눈치 보지 않고 우리 회사 부사장 자리를 선뜻 내줬다. 또다른 조카가 외환위기로 자금난에 시달릴 때 70억원을 조건없이 빌려준 분도, 몽헌 회장이 군 복무를 6년이나 할 때 뒤를 봐준 분도, 명예회장님이었다.” ●“숫자는 기본” 전문 경영인들 건장한 체격의 김춘기(59) KCC 대표이사 사장이 단연 첫손에 꼽힌다. 정몽진 회장이 “(그룹에)꼭 필요한 분”이라고 언급한 이다.75년 고려화학으로 입사해 꼬박 30년을 KCC와 함께했다. 특히 영업쪽에서 잔뼈가 굵었다. 마당발 인맥과 철저한 고객관리로 KCC의 영업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말단사원에서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이력도 흔하지는 않지만 ‘국가대표 스키선수’라는 경력이 더욱 눈길을 끈다. 강원도 강릉에서 나고 자란 그는 중학교때 우연히 본 스키영화 ‘백령의 왕자’에 푹 빠져 스키선수가 됐다. 대학생(경희대)때는 동계 유니버시아드와 올림픽 대회에도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그러나 취직과 동시에 “스키는 깨끗이 잊었다.”고 김 사장은 털어놓았다. 꼼꼼함은 모든 임원들의 공통점이지만 김 사장은 유난히 치밀하고 숫자에 밝다.“노력은 능력을 앞선다.”는 게 30년 직장생활의 신조다. 김 사장의 좌우 양쪽으로는 정몽진 회장에 버금가는 영어 실력으로 수출을 책임지고 있는 김영호(55·부사장) 해외본부장과 전문 무기화학 지식으로 제품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정복동(58·부사장) 생산기술본부장이 포진하고 있다. 금강레저 박연구(51) 대표와 고려시리카 이성수(53) 대표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전문인력들이다.“학교 공부는 다소 게을리했을지 몰라도 추진력과 친화력은 (전교 1등보다)훨씬 낫다.”는 KCC의 독특한 사풍이 반영된 결과다. 코리아오토글라스 주원식(62) 사장과 금강화공의 한상기(57) 중국 곤산·신세균(55) 베이징 법인장,KCC 박성완(47) 싱가포르 법인장 등은 전문 기술인맥의 계보를 잇고 있다. 일본 아사히글라스 출신의 시마나가 모토야스(61) 부사장 등도 KCC를 떠받치는 핵심 인력들이다. hyun@seoul.co.kr ■ 정상영 일가 ‘밥상머리 교육’ 정상영 명예회장의 세 아들 부부는 한주 걸러 일요일 오후 5시면 어김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울 이태원 본가를 찾는다. 온 가족이 저녁식사를 같이 하기 위해서다.“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며 자식들과 아침식사-사실상 새벽밥-를 함께 했던 왕 회장에 비하면 며느리들의 부담이 한결 덜하다. 음식도 각자 집에서 ‘주특기’ 한가지씩을 싸들고 와 끓이기만 하면 된다. 며느리들의 음식솜씨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 한 토막. 정 명예회장은 며느리를 들이면 반드시 반년씩 데리고 살았다. 그래야 가풍도 익히고 속정이 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대학 내내 플루트만 불다온 큰며느리가 음식을 잘 할 리 만무했다. 둘째며느리에게 기대를 걸었다. 요리학원을 다녔다는 재벌가의 둘째며느리는 “듣도 보도 못한 음식”을 내놓았다. 견디다 못한 정 명예회장은 급기야 “이러다가 굶어죽겠다.”며 하소연했다고. 그 며느리들이 ‘사원식당 주방장’으로 명성을 날렸던 시어머니의 특별지도 아래 지금은 ‘선수’가 됐음은 물론이다. 정 명예회장은 자식들에게 매우 엄격하다. 그 영향을 받아 정몽진 회장도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아들 명선(11)군을 굳이 외국인 학교나 사립학교가 아닌 집 부근의 일반 공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학교도 자가용을 태우지 않고 걸려서 보낸다.“어렸을 때부터 보통사람, 못사는 사람의 삶도 느껴봐야 한다.”는 지론에서다. 다만 큰딸 재림(15)양은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귀국해 “성적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 외국인 학교에 보냈다. hyun@seoul.co.kr ■ 정 명예회장 ‘씨름꾼 경영론’ 왕 회장이 ‘빈대의 철학’으로 유명하다면 정상영 명예회장은 90년대 중반 ‘씨름꾼 경영론’으로 회자됐다.“씨름은 씨름꾼에게 맡겨야 한다.”는 단순 명쾌한 논리였다. 정 명예회장은 “씨름꾼이 아닌 사람이 씨름판에서 승리하기 어렵듯 기업간의 경쟁은 기업가에게 맡겨야 한다.”며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강조했다.KCC그룹의 사시인 ‘맡은 자리의 주인이 되자’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는 왕 회장의 지론이기도 하다. 지역 거상들이 장악하고 있던 총판(판매실적에 관계없이 물건값 선지급) 체제에 맞서 팔린 만큼만 대금을 지급하는 코카콜라식의 ‘루트 세일’을 도입해 유통 혁명을 일으킨 것이나, 당시로서는 ‘생뚱맞기’ 그지없는 슬레이트 홍보영화를 만들어 275개 시·군에 배포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도 큰형에게 영향받은 ‘발상의 전환’이었다. 이렇듯 정 명예회장에게 있어 왕 회장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형이라기보다는 아버지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차이만 스물 한살이었다. 조카인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는 두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젊었을 때 잠깐 초콜릿사업에 눈돌린 것 외에는 한번도 한 눈을 팔아본 적이 없는 그가 1970년 8월 현대차 부사장으로 홀연히 옮겨간 것도 “와서 미수금 70억원을 해결하라.”는 장형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이자까지 회수해주고 다시 KCC로 돌아왔을 때는 1년 반이 흘러 있었다. 훗날 정 명예회장은 “중요한 시기에 내 사업에 공백을 가져 아쉬워한 적은 있었어도 불평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회고했다. 여기에는 다른 주장도 존재한다. 왕 회장이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막내동생을 가까이 대했던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KCC측은 펄쩍 뛴다. 한 임원의 얘기다. “92년 대선 패배 이후 두문불출하던 왕 회장이 다시 산업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95년 KCC의 여주 유리공장 3호기 점화식에서였다. 또 거동이 심하게 불편해지기 전까지 왕 회장이 거의 매일같이 들러 골프를 친 곳이 금강CC였다. 라운딩 멤버는 언제나 정상영 회장이었다.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왕 회장 성격에 이런 일이 가능했겠는가.” 정 명예회장도 세상 사람들의 짐작 이상으로 장형에게 극진했지만, 왕 회장 역시 막내동생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사장

    [한국을 빛낼 중견기업]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 사장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부족한 제가 우리사회의 ‘경쟁력’ 덕분에 이렇게 회사를 키우고 또 작지만 장학재단까지 만들게 됐습니다.” 최근 사재 50억원을 털어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해 화제를 모은 반도체·LCD(액정표시장치)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 황철주(46) 사장. 자그마한 체구에 말투도 워낙 조용조용해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업계에서 황 사장은 ‘작은 거인’으로 통한다. 혼자 맨몸으로 일군 회사는 창립 10년 만인 올해 매출 2240억원을 내다보는 중견기업으로 급성장했다. 보통사람들 같으면 이 정도에서 만족했겠지만 그는 연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부으며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주성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지난해 13%.2003년에는 85.6%였고 2002년에는 126.4%로 매출보다 연구개발비가 더 많았다. ●‘남들만큼 해서는 남들을 앞설 수 없다’ 경기도 광주의 주성엔지니어링 본사 건물 곳곳에는 가로 13m, 세로 9m의 대형 태극기와 함께 황 사장의 지론을 담은 ‘격문’들이 나부끼고 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황 사장이 지금껏 걸어온 상상을 초월하는 ‘성실’과 ‘혁신’이 담긴 격문이다. 주성의 아침은 매일 7시30분 회사 구내식당에서 황 사장과 12명의 임원이 아침식사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식 출근시간은 9시지만 사장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7시까지 출근하자 요즘은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조기출근’을 하고 있다. 황 사장의 부지런함은 ASM이란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의 영업대리점 직원으로 일하던 8년 동안 주말도 없이 일에 매달린 데서 잘 나타난다. 황 사장이 새벽 6시면 어김없이 서초동 정류장에서 기흥공장으로 출발하는 삼성전자 출근버스를 타고 저녁 10시면 기흥에서 출발하는 마지막 퇴근버스에 몸을 실어 모두들 삼성전자 직원으로 오해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ASM의 고객사였던 삼성전자는 이같은 황 사장의 성실함을 높이 사 훗날 그가 독립했을 때 반도체 장비를 주문하는 인연으로 이어진다. 황 사장은 또 아무도 생각지 못한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는 데도 탁월하다. 주성은 지난달 임원들 전원에게 한달간의 ‘강제 휴가’를 지시했다. 창립 이후 1년차 이상 전 직원들에게 1년에 한달씩 휴가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대부분 밀린 업무 등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자 아예 임원들에게 강제로 휴가를 ‘명령’한 것이다. 황 사장은 “일주일 쉬는 것으로는 본인이나 조직에 별 도움이 안 된다.”면서 “한달 동안 남아 있는 직원들은 휴가간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고 임원의 역할을 대신 하며 책임감도 배울 수 있어 조직 관리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주성의 한 임원은 “처음 1주일 동안은 나 자신도 그렇고 집에서도 하도 걱정을 많이 해 불안했다.”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알아서 자기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을 시킬 때는 무서울 정도로 집요하다는 평이다. 주성의 한 임원은 고객사들의 요청에 못 이겨 장비 단가를 10% 정도 낮춰야겠다고 황 사장에게 보고했다. 황 사장은 그 자리에서 “원하는 대로 해주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하지만 “대신 당신이 원가를 10% 이상 낮춰서 공급하라.”는 단서가 붙은 승낙이었다. 결국 그 임원은 밤을 새워가며 원가절감 방안을 찾아냈다. 황 사장과 주성 임직원 200여명은 창사 10주년 기념으로 지난 12일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오대산 25㎞를 야간 행군했다. 해외사업장의 외국인 직원까지 열외 없이 전 직원에게 해마다 해병대 ‘지옥훈련’을 시키는 것도 ‘독종 정신’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반도체장비도 1위를 할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1669억원, 순이익 340억원을 달성한 주성은 올해 224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버거워 보이지만 황 사장의 진짜 목표는 2007년 매출 1조 2000억원,2009년 2조 5000억원으로 반도체 전(前) 공정 세계 1위로 등극하는 것이다. 4년 만에 매출 10배가 가능할까. 황 사장은 “창업 당시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지만 지난 10년간 우리보다 100배,200배 더 큰 회사들과 싸우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위기도 많았다.”면서 “어플라이드 머티리얼(APMT·미국),TEL(일본) 등 세계적인 장비업체들이 지난 수십년간 일군 성과를 우리는 10년 만에 이룩한 만큼 ‘1등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실제 주성의 공격적인 행보에 기존 장비업체들이 단가를 15%나 낮출 정도로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APMT의 자회사인 AKT가 ‘특허소송’을 걸어 온 것도 주성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주성은 최근 세계 최초로 8세대 LCD용 PECVD(화학증착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올해 안으로 인텔,AMD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업체에 300㎜ 웨이퍼용 ALD(원자층증착) 장비 공급을 완료할 예정이다. 특히 ALD의 경우 지난해 전세계 시장 점유율 20%로 초기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LCD 장비는 올해 매출 5억 8400만달러로 25%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이어 8세대 이후에서는 7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황 사장은 “우리나라가 지금 메모리 반도체,LCD에서 세계 1위를 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반도체·LCD 장비 회사도 한국에서 나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회사를 떠나는 것이 목표” 황 사장은 ‘인재욕심’이 많다. 지난 2002년 매출이 226억원으로 곤두박질치고 순손실이 875억원에 달할 정도로 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직원들이 떠날까 봐’ 제일 두려웠다고 한다. 직원 가운데 석·박사급 34%를 포함해 57%가 R&D 인력이다. 세계 최고 수준인 1인당 2.4건의 특허 출원(총 577건)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가 장학재단을 만들기로 한 것도 한국의 경쟁력은 사람에게서 나오는데 요즘 ‘이공계 기피현상’ 등 곳곳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인텔,IBM 등 세계적인 기업을 방문해 봤지만 우리나라만큼 현장 인력들의 수준이 높은 곳이 없었는데 앞으로도 그럴지는 의문스럽다.”면서 “이공계 대학뿐만 아니라 공업계 고교에서 좋은 인력이 나오지 않는 것도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황 사장은 그동안 인터뷰 등에서 “직원들에게 봉급이나 복지 등에서 세계 최고 대우를 해줄 수 있을 때 회사를 그만두겠다.3∼4년 후에는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혀 왔다. 실제 주성의 임직원들은 “황 사장이 목표대로 주성을 2009년 세계 최고의 장비회사로 만들면 회사를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떠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매출 1조 관건은 해외시장 진출” 동원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주성엔지니어링의 올해 실적을 매출 2420억원, 영업이익 590억원으로 내다봤다. 이는 주성이 공표한 매출 목표치인 2237억원을 넘는 수치지만 내부목표인 3495억원에는 크게 못미친다. 민 애널리스트는 또 내년 매출은 2780억원으로 1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2007년 1조 2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주성의 목표와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인다. 민 애널리스트는 “지금까지 어려움을 딛고 잘해 왔다고 보지만 앞으로 매출 1조원대로 도약하려면 국내를 벗어나 미국이나 일본 시장에 의미있는 규모로 진출해야 한다.”면서 “APMT나 TEL, 히타치 등 세계적인 장비회사들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사업 아이템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인수합병(M&A)이나 신규사업 진출을 통해 토털 솔루션 업체로 변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해외경쟁사의 견제, 경쟁 심화, 보수적인 고객사들의 장비 구매 패턴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정영훈 애널리스트는 “주성이 PECVD 등 지금까지 LCD 장비시장에서 이룩한 성과는 높이 살 만하다.”면서 “하지만 현재 2000억원 수준인 매출을 1조원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회사측의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애널리스트는 “매출 1조원으로 세계 톱 10 장비회사로 도약하려면 현재 LG필립스LCD,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업체 위주인 사업구조를 해외로 더 넓혀야 한다.”면서 “특히 향후 1∼2년 동안은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해줄 LCD장비외에 삼성전자, 인텔,TSMC 등 세계적인 반도체업체와 거래를 더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황철주 사장은 ▲1959년 경북 고령생▲85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졸▲86∼93년 한국ASM 근무▲93년 주성엔지니어링 창립▲95년 법인 전환▲부인과 1남▲2004년 한국의 100대 주식부호 75위(950억원, 현재 1040억원) ●주성엔지니어링 ▲97년 3월 경기도 유망중소기업 선정▲98년 9월 벤처기업 과학기술부 장관상▲98년 11월 철탑산업훈장▲99년 11월 1000만달러 수출의 탑▲99년 12월 반도체장비 국산화 기여공로로 산업자원부 장관상▲2001년 8월 LP CVD HSG 세계일류상품 선정(산자부)▲2001년 11월 2000만달러 수출탑▲2002년 4월 신화이엔지 계열편입▲2003년 8월 제4회 한국반도체 기술개발 경진대회 대상(반도체산업협회)▲2005년 3월 무한 계열편입▲직원 289명(연구개발 152명)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⑥-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룹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3남인 정몽근(63) 회장이 이끌고 있다. 9남매(8남 1녀) 가운데 작고한 몽필씨를 제외하면 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 이어 두번째 ‘큰 형님’이지만 MK(몽구),MH(몽헌),MJ(몽준) 등 이른바 3M으로 불리는 화려한 다른 형제들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적이 거의 없다. 원래 나서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데다 처음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이래저래 세간에서 멀어진 ‘황태자’가 됐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역사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부친의 후광으로만 생각하지 못할 정 회장의 ‘몫’이 있다. 역시 ‘왕 회장’의 아들답게 때로는 부친과의 담판을 통해 새 사업을 추진하고, 때로는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경영상의 문제들을 다른 형제들과 대화로 풀어내며 회사를 일궈왔다. 그가 1974년 현대백화점의 전신인 금강개발산업주식회사를 맡을 당시 회사는 현대그룹 주력사인 현대건설의 외곽 지원업체에 불과했다. 개발시대에 쭉쭉 뻗어나가던 현대건설이 진출하는 국내외 현장에 식품과 의복 등 잡화류를 공급하고 동부이촌동 등 6개의 금강슈퍼마켓 등을 운영하던 작은 회사였다. 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은 현재 주력사업인 백화점외에 홈쇼핑, 지역케이블 방송사업 등 계열사 20개를 거느린 유통그룹으로 우뚝 섰다. 지난해 매출이 5조 2500억원, 영업이익은 3300억원에 이른다. ●부친 설득해 한강가에 세운 명품백화점 현대백화점 사람들은 정 회장을 사실상의 창업자라고 말한다. 다른 형제들이야 자동차, 중공업 등 부친이나 삼촌들이 키워온 중후장대한 기업을 물려 받았지만 정 회장의 출발은 그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한 임원은 “기껏해야 현대건설의 하청업체 수준이었던 회사가 그룹사로서의 입지를 굳히기 시작한 것은 바로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을 지으면서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가 된 압구정 본점을 짓고 그 이후 이윤을 남겨 1988년 무역점을 짓고 또 다른 백화점을 문여는 등 새 점포가 늘어나면서 지금의 그룹사로 발전된 것이라는 얘기다. 70년대 중반 이후 압구정동은 대규모 현대아파트단지가 들어섬에 따라 건축법상 근린상가를 의무적으로 지어야 했다. 당시 현대아파트의 건설주체인 한국도시개발(현대산업개발)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에 백화점 진출 의사를 타진했으나 반응은 시큰둥했다. 당시 아파트만 덩그러니 서 있고 배나무 밭으로 황량했던 이 곳은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누가 봐도 백화점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았다.“현대가 백화점 사업에 성공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극언을 서슴지 않던 기업인이 있을 정도였다. 이 때 정 회장은 백화점 진출 의사를 밝혔다. 예상대로 그룹 안팎의 반대에 부딪혔다.“현대가 유통경험이 없는 데다 아파트 단지 배후에 한강이 흐르고 백화점 옆에 고가도로(동호대교 연결)가 가로지르는 등 사업 타당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일본 도쿄에 있는 다카시마야 백화점 후다코다마가와점의 성공을 예로 들며 부친을 적극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 백화점은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주변에 강이 흐르고 부촌에 자리잡고 있어 입지 여건이 비슷했다. 정 회장은 청운동 본가를 찾아가 사업 보고서를 보이며 백화점 사업을 고집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왕 회장도 아들의 집념 어린 설득에 결국 사업 참여를 결심했다. 현대가에서는 이를 두고 “몽근이한테도 이런 사업에 대한 의지와 추진력이 있었느냐.”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때 정 회장의 뚝심이 발휘된다. 다른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하며 신규 출점을 주저하고 저가 정책을 추진할 때 정 회장은 오히려 거꾸로 가는 정책 결정에 손을 들어줬다.98년 부도위기에 놓인 서울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을 인수해 신촌점으로, 울산 주리원 백화점 2곳을 인수해 울산점으로 탄생시키고, 서울 천호점도 문 열었다. 최고급 인테리어와 상품을 앞세워 ‘명품 백화점’임을 일반에 각인시키며 고급화 전략을 폈다. 이같은 정 회장의 역발상 기조에 대해 당시 유통의 흐름을 거슬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런 정 회장의 정면 돌파형 리더십이 현대백화점의 성공 기반이 됐다고 평가한다. ●삼국지 꿰뚫는 ‘리틀 왕회장’ 정 회장의 이런 일면은 평소 삼국지 등 각종 전략 서적을 즐겨 읽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그는 신규 백화점 출점후 임원들과 갖는 자리에서 ‘적벽대전’ 등 삼국지에 나오는 얘기들을 즐겨 인용한다. 중국 삼국시대 양쯔강 남안에 있는 적벽에서 위나라 조조가 오나라의 손권, 촉나라의 유비 연합군과 치른 전투 내용을 줄줄이 꿰며 승전 전략을 소개한다. 현대백화점의 한 임원은 “정 회장은 삼국지에 나오는 장수 이름과 전투 내용을 거의 외우다시피한다.”고 전했다. 그는 실제로 삼국지에 등장하는 ‘장수’ 형상이다. 골격이 큰 몸집에 굳게 다문 입, 솥뚜껑처럼 큰 손과 발은 여지없이 현대가의 혈통을 지닌 남자임을 보여준다. 나이 들면서 얼굴에 돋아나는 검버섯과 걸음걸이를 보면 부친인 왕 회장과 흡사하다.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스타일도 마찬가지다. 세간에는 한때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매일 오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내에 있는 백화점 본사 4층 회장실에 출근, 굵직한 사업의 방향타 역할을 한다. 서울 시내 6개 백화점과 중동점 등 7개 백화점 가운데 하루에 2∼3군데의 백화점을 순시하는 이른바 ‘점 순회’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 점포당 30분 정도 걸린다. 비슷한 시간대에 항상 나타나는 정 회장을 보고 매장 직원들이 인사하면 “어잇!”하며 꼭 화답을 한다. 매일 출근하다시피하니 직원들도 정 회장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매장을 지나다 고객들을 만나면 먼저 지나가도록 자신은 비켜 서는 서비스 정신도 몸에 배었다. 정 회장의 현장 중시 스타일도 부친과 닮은 꼴이다. 백화점 신축 공사 현장에는 늘 그의 발걸음이 닿는다. 공사장에서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안전모를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왕 회장’을 보는 듯하다고 현대백화점 맨들을 말한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항상 대화로 풀 것을 강조한다. 한번은 건설 현장에서 이뤄진 브리핑 도중 간부들간에 이견이 생기자 정 회장은 “여러 사람의 의견이 함께 반영되는 것이 최선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투박한 외모와 달리 자상한 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얘기한다. 백화점을 둘러보아도 상품이 진열돼 있는 멋진 매장보다 주차장, 식품 작업장 등 구석진 곳을 먼저 찾는다. 어려운 여건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서다. 봉투에 넣지도 않고 자신의 지갑에서 20만∼30만원씩 꺼내 “소주에 삼겹살이나 하라.”며 격려금을 건넨다. 다음날 이들을 만나면 “회식 잘 했냐.”는 인사도 잊지 않는다. 지난해 정 회장 생일에는 시내 모음식점에서 전·현직 임원들을 초청, 식사를 함께 하기도 했다. 이날 정 회장 부부는 물론 장남 지선씨 부부도 나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는 또 ‘주차장 제일론’을 갖고 있다. 임원들이 상품과 서비스, 매장 환경을 중요시한다면 정 회장은 임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설은 주차장”임을 내세운다. 현대백화점 목동점·미아점의 주차장 진입로 폭이 다른 백화점과 비교해 훨씬 넓은 것은 여성 고객들을 위해서다. 주차장 하나에도 “고객을 최우선으로 배려하라.”는 정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는 셈이다. ●황산덕가(家) 손녀 며느리로 맞아 경복고, 한양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현대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평사원으로 있던 우경숙(54)씨와 결혼, 슬하에 지선(33), 교선(31) 등 2남을 뒀다. 부친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여성스러우면서도 야무진 외모에 차분하고 깔끔한 성격의 우씨를 내심 며느리감으로 점찍었다는 후문이다. 우씨의 친정은 평범한 집안으로 부친은 우호식 전 현대그룹 고문이다. 우씨는 중앙여고를 졸업했다. 장남 지선씨는 경복고와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현대가 3세들이 대부분 미국 유학파이듯 그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사촌형제들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외아들 의선(35)씨와 가깝다. 아무래도 지선씨가 손아래 동생이다보니 의선씨로부터 사업상 조언을 받는다는 후문이다. 사업외에 여러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사이다. 지선씨는 고교 동창의 소개로 만난 동갑내기 황서림씨와 2001년 10월 정 회장의 서울 성북동 자택에서 결혼, 장남 창덕(1)군을 두고 있다. 서림씨는 황산덕 전 법무장관의 손녀로 서울예고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대학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성격이 활달하고 대인관계가 좋아 선후배와 교수들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기억했다. 지난 97년 삼성문화재단이 선정한 문화예술인재로 뽑혀 장학금을 받으며 미국 뉴욕대에서 미술관 경영을 전공했다.99년부터 1년간 세계 3대 미술관 중의 하나인 뉴욕 근대미술관 뉴미디어 부서에서 부지배인을 맡았고,2000년 3월부터 5개월 동안 세계적인 일본 멀티미디어 작가 마리코 모리의 스튜디오 조교를 지냈다.2000년 7월부터 뉴미디어와 교육 인터넷사이트에서 웹 프로듀서로 근무하기도 했다. 지선씨는 서림씨를 처음 보는 순간 아내로 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특히 밝고 쾌활한 성격을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서림씨 역시 정 부회장의 과묵하고 남자다운 면이 좋았다고 한다. 교선씨는 경복고, 외국어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아델파이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땄다. 대학시절 청바지와 면티를 입고 다니는 등 소탈하게 생활해 같은 학과 친구들조차 그가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현대가의 3세라는 사실을 몰랐을 정도다. 같이 학교를 다닌 친구들에 따르면 지갑에 돈도 별로 없이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버스를 몇번씩 갈아타고 통학하는 등 검소한 생활을 했다. 부드러운 성격에 논리도 갖춰 친구들 사이에 이견이 생기면 중재역할을 맡곤 했다. 한때 미대 진학을 고려 했을 정도로 그림에 재능이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대원강업 허재철 부회장의 2녀 중 장녀인 승원(30)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승원씨는 이화여대를 졸업한 뒤 미국 컬럼비아대 치과대에 다녔던 재원이다. 교선씨와 승원씨는 학교가 같은 미국 뉴욕에 있어 유학시절 자연스럽게 1년6개월 정도 사귀었다. 현대가와 사돈을 맺은 허 부회장은 32년간 스프링과 차량 시트 등 자동차 소재의 국산화에 앞장선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대원강업의 오너겸 전문경영인이다. 연 매출 3600억원 정도다. ●현대백화점 이끄는 파워 엘리트 하원만 현대백화점사장은 1978년 입사해 기획·관리·영업·구매·마케팅 등 백화점 업무를 두루 거쳐 2003년 1월 현대백화점 사장에 오른 백화점통이다.“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생활문화를 제안하는 곳”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현대백화점’을 새 전략으로 내걸고 있다 부드러운 외모이지만 승부욕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이다.“음식재료나 요리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식품 책임자를 할 수 있냐.”며 지난해 식품 책임자 전원을 요리학원에 다니게 했다. 또 여성 심리를 모르고는 유통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직원들에게 여성 심리를 알 수 있는 책 읽기와 ‘엄마를 잡아라’나 ‘왓 위민 원트’와 같은 영화 감상도 권하는 섬세한 스타일이다. 지난해 백화점협회장으로 취임, 일본백화점협회와의 68년 만의 교류방문 등을 펼치고 있다. 경청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사장은 영업·관리·기획 등 백화점의 주요 포스트를 두루 거쳤다.2003년 부사장을 달고 현대백화점그룹 경영지원실장을 맡아오다 지난 1월 경영지원실의 기능과 역할이 대폭 강화되면서 기획조정본부 사장을 맡고 있다. 기획조정본부는 그룹내 투자·인사 등 주요 핵심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조직으로 다른 대기업의 구조조정본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최근 경기침체로 인한 유통업계 불황 타개를 위해 구조조정의 중추적 역할을 맡기도 했다. 회사내 권위, 형식, 온정주의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 사장은 평소 메모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기억력이 비상해 보고하는 임직원들이 땀을 흘릴 정도다. 열가지 사안을 한가지로 압축해 신속정확히 처리하는 업무방식과 건강 및 체력관리 등 자기관리가 워낙 치밀해 빈틈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간부들과 소줏잔을 기울이는 회식자리에서는 위트나 유머로 웃음바다를 만들곤 해 인간적 매력도 있다는 평이다. 김태석 현대백화점 H&S·현대푸드시스템 사장은 78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경리·회계·재무 등 관리 및 지원업무를 거쳤다. 지난해 말까지 백화점 영업본부장직을 맡다가 올부터 현대백화점H&S와 현대푸드시스템의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고 있다. 김 사장은 일, 생활 모든 면에서 폭이 넓은 CEO이다. 특히 진솔한 대화를 통한 친화력있는 리더십이 돋보인다. 일본 전국시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를 다룬 ‘대망’을 임직원들의 필독서로 권한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기 업무에 자긍심을 가질 것과 직무에 필요한 다양한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는 등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광균(부사장) 한국물류 대표는 74년 현대그룹에 입사, 현대백화점 천호점장·무역센터점장·현대백화점 H&S 대표이사를 거쳤다. 낙후된 물류 시스템을 바꿔 유통 경쟁력을 높이는 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반백의 머리와 걸쭉한 목소리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오랜 지기처럼 느껴지게 하는 친화력을 갖고 있다. 홍성원(부사장) 현대홈쇼핑 대표는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출신으로 ‘열린 CEO’라는 의견수렴 제도를 운영, 현대홈쇼핑의 무형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으며, 홈쇼핑업계의 후발주자로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일 새벽 집 근처 산 바위에 앉아 하는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명상에서 얻은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감성적으로 표현한 일일쪽지를 이메일 형태로 아침마다 전직원에게 보내 새로운 업무 활력을 제공한다. 최신 유행가도 따라 부르고 패션 감각을 갖고 있으며 젊은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 bori@seoul.co.kr ■ 장남은 백화점, 차남은 H&S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후계 구도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정 회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두 아들에게 백화점 관련 주식을 증여하며 자신의 지분을 계속 축소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장남 지선(33)씨는 현대백화점 지분 15.72%에 현대푸드시스템의 현대백화점 지분 4.3%를 더해 사실상 20.02%의 백화점 지분을 확보, 최대 주주가 됐다. 차남 교선(31)씨도 지난해 처음으로 부친으로부터 현대백화점 H&S의 주식 56만주(10%)를 증여받아 2대 주주가 됐다. 지선씨는 현대백화점, 교선씨는 현대백화점 H&S로 형제간에 경영권 관할이 가시화된 것이다. 현대백화점 H&S는 여행사 현대드림투어와 기업들의 명절 선물사업을 하는 백화점 특수판매 회사로 이뤄져 있다. 지선씨는 2001년 현대백화점 기획실장(이사)으로 기획·인사·재무·조직관리 등 핵심 업무를 두루 맡아왔다.2003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부회장 직함을 달면서 지선씨는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던 백화점 경영에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 등 계열사들을 세차례에 나눠 한달에 한번씩 경영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계열사의 투자·인사는 물론 업무 조정·통합 역할까지 진두지휘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여전히 경영수업 중이라고 생각하지만 정 부회장은 실질적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걸쳐 부회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선씨는 부회장이 되자 마자 어려움에 처했다. 경기침체로 백화점 업계가 불황을 겪으면서 현대백화점은 다른 유통업체와 달리 할인점이 없는 사업구조와 신규사업 진출 부진으로 미래 성장성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 부회장은 최근 회사의 미래성장 엔진 발굴에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다.“유통이든 유통이 아니든 수익을 내 회사에 도움이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신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회사 역량 강화를 위해 외부 자문도 구하라.”는 제안도 했다. 그렇지만 “사업을 하다보면 구름도 끼고 햇볕도 드는 것”이라면서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다. 또 지난 1월 조직개편을 단행, 기존의 경영지원실을 기획조정본부로 승격시키며 조직 장악에 나섰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관심이 많아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매칭그랜트’제도 도입을 지시하기도 했다. 임직원이 매달 봉급에서 일정 금액을 자발적으로 기부하면 회사에서도 그만큼의 금액을 출연해 사회공헌기금을 마련하는 이 제도는 유통업계에서는 처음 시도됐다. 정 부회장은 사내에서 “과묵하면서도 매우 꼼꼼하고 생각이 깊다.”는 평을 듣는다. 주요 회의에서도 다른 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에 소신껏 자기 의견을 제시한다. 소수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흔쾌히 수용하고 정책방향을 수정하는 합리적인 스타일이다. 정 부회장은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아버지를 꼽는다. 올해 계열사별 신년 업무 브리핑 이후 간부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아버님은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얘기를 듣는 스타일로 나도 아버지처럼 훌륭한 커뮤니케이터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웬만해서 지치지 않는 강인한 체력도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자산이다. 동생 교선씨는 지난해 1월 경영지원실 산하 경영관리팀장(부장)을 맡은 데 이어 올해 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로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일을 배우는 단계여서인지 매사에 열심이다. 형 지선씨보다 선이 굵고 상당히 활동적인 성격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이들 형제는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사 사무실 4층에서 나란히 근무하고 있다. bori@seoul.co.kr ■ ’숨은 실세’ 우경숙 고문 정몽근 회장의 부인 우경숙(54) 고문은 현대가의 다른 며느리들과 달리 회사 경영에 참여한 활동파다. 현대가의 딸과 며느리들이 대부분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시로 소리없이 문밖 출입을 했던 집안 분위기를 감안할 때 상당히 이례적인 케이스다. 훗날 고 정몽헌 회장의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것과도 사뭇 다르다. 우 고문은 사실 정 회장과 결혼후 현대가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남편을 내조하는 전형적인 주부에 머물렀다. ●비서실 근무하다 며느리 낙점 현대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현대가에 시집와서인지 우 고문은 시부모를 극진하게 모셨다고 한다. 본격적인 백화점 사업을 하기 전인 70년대 후반 울산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시절, 우 고문은 수시로 울산 방어진 수산시장에서 ‘참전복’을 공수해 청운동 본가로 보냈다.“정말 복 덩어리 음식이 참전복인 만큼 어른들 건강에 좋다.”며 살이 통통한 자연산만 고집했다. 잘 익은 제철 과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처럼 가정사에만 신경쓰던 당시 우 고문의 대외 활동이래야 1985년 백화점사업을 시작하기 전 서울 압구정동 본사의 작은 건물 직원식당에서 창립기념일 등에 참석하는 수준이었다. 우 고문은 회사 행사에서 시어머니인 변중석 여사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직접 떡과 과일 등을 담아주는 일을 했다고 당시 직원들을 기억한다. 그러던 우 고문은 백화점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부터 96년까지 우고문은 상무 직급을 달고 현대백화점의 신상품 개발 담당 업무를 맡았다. 유통업계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으로서는 롯데, 신세계백화점과 경쟁하기 위해 고급화·차별화 전략이 절실했던 시기다. 그래서 백화점 PB(자체브랜드)개발에 주력했다. 상품개발부 직원 30여명과 함께 그가 개발한 자체브랜드는 ‘시그너스’‘벨라지’‘아르모니아’ 등이다. 특히 아르모니아는 강남의 전문직 여성들 사이에 한때 붐을 일으킬 정도로 히트를 쳤다. 96년에는 전세계에 10개의 매장만 운영할 정도로 신규 매장 출점에 까다로운 이탈리아 하이패션 브랜드 ‘지비에르돈나’를 압구정점에 유치하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명품 브랜드 유치 수완도 당시 상품개발 부문에서 같이 일했던 직원들로부터 우 고문은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패션을 보는 안목과 미적 감각이 남다르다.”는 평을 들었다. 계절에 앞서 주력 상품을 고르는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고 의견을 내놓아 담당 바이어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틈틈이 집에서 그리는 서양화 실력은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나면 미술전이나 각종 전시회를 찾는 것도 우 고문의 패션 센스와 맥을 같이 한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그는 최근 몇년사이 점포수 확대와 홈쇼핑 등 사업 다각화가 이뤄지고, 현대백화점이 현대백화점 H&S와 분할되는 과정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계열사간 투자, 인사에 관한 업무조정 및 중재가 필요한 시기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의 역할이 부각됐던 것이다. 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우씨’집안에서 백화점 경영을 섭정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2003년 장남인 지선씨가 그룹 부회장을 맡으면서 우 고문에게 쏠리던 시선은 상당 부분 거두어졌다. 온화한 성품이지만 장남의 후계구도를 굳히는 과정에서 우 고문의 역할이 다소 과장되면서 실제 이미지와는 다르게 알려지기도 했다. 그는 두 아들이 경영에 적극 참여하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다만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 사무실을 두고 이곳에서 지인들을 만나기도 하고 백화점 분위기도 살핀다. 가끔 백화점 영업이나 환경에 대해 세심한 조언을 해 매장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다.500평 규모의 현대백화점 본점 옥상을 잔디공원으로 바꿔 고객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토록 한 것도 그의 아이디어다. 지난해부터 백화점 직원과 협력사원이 함께 하는 지역 사회단체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우 고문이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bori@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 (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③-현대·기아차 그룹

    [2005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현대家 ③-현대·기아차 그룹

    정몽구(67^MK) 현대·기아차그룹 회장과 격의없이 지내는 지인들은 정 회장을 이렇게 평가한다. “곰같은 외모에 뱀같은 머리를 지녔으며 여우같은 행동가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는 현대의 한 고위임원은 서슴없이 정 회장을 ‘지략가’라고 정의했다. “현대차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차써비스 네 집안이 합쳐진 회사다. 그런데도 큰 잡음이 없다. 카리스마만 갖고서는 이렇게 이끌 수가 없다.MK가 대단한 지략가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햇볕도 잘 들지 않는 땅(서울 원효로)에서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을 만든 이가 MK다. 다른 아들들이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한테 기업을 물려받은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는 사실상 창업자나 마찬가지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이 결코 요행이나 우연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제 정 회장은 2000년 9월 그룹에서 독립한 지 불과 4년만에 현대차를 세계 6위 반열에 올려놓았다. 독립 당시 10개에 불과하던 계열사 수는 28개로 불어났으며, 종업원 수도 10만명을 넘는다. 총자산 규모 67조원(3월14일 현재)에 올해 매출목표액 85조원, 재계 서열 3위다. ‘싸구려 현다이’라고 비웃던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제 현대차를 두려움의 존재로 인식한다. ●갤로퍼 신화에서 품질경영까지 서울 경복고와 한양대 공업경영학과를 나온 정 회장은 현대건설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현대자동차써비스(74년)와 현대정공(77년)을 잇따라 설립하면서 일찌감치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이후 기아차를 인수해 자동차 전문그룹을 만들기까지 평생을 차(車)와 함께 했다. 그를 가까이서 본 고위임원의 얘기다.“세상 사람들은 보여지는 외모와 어눌한 말투만 보고 MK의 저력을 더러 간과한다. 그러나 현대정공 시절, 그는 일일이 차를 뜯어보고 조립하면서 갤로퍼 신화를 만들어냈다. 차에 관한 한 누구보다 전문가다.” 그런 정 회장이 충격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다.98년 미국 JD파워의 신차 품질조사에서 현대차가 꼴찌를 한 것이다. 이듬해, 그 이듬해에도 꼴찌권을 맴돌았다. 엄청난 모멸감에 휩싸인 그는 “이제부터 등수는 잊어라. 대신 무조건 품질을 끌어올려라.”라고 일갈했다. 현대·기아차의 보도자료에서 ‘세계 톱5 진입’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품질본부가 즉각 하나로 합쳐지고,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품질 회의가 꾸려졌다. 올초 쏘나타는 ‘세계에서 가장 결함이 적은 차’로 선정(컨슈머 리포트지)됐다. 몇년 전의 수모를 보기 좋게 설욕한 것이다. ●부인 이정화여사 실질적 맏며느리 정 회장은 평범한 ‘실향민’ 집안의 셋째딸(이정화·66)과 결혼해 1남3녀를 두었다. 고향이 이북인 부인 이씨는 손위동서인 이양자씨가 91년 암으로 세상을 뜨자 이때부터 집안의 실질적인 맏며느리 역할을 도맡아 했다. 시아버지 생전에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3시30분이면 청운동 시댁으로 달려가 아침을 준비하곤 했다. 시어머니(변중석)가 이 무렵 거동이 불편해져 병원 신세를 졌기에, 대식구의 아침 준비는 오롯이 며느리들 몫이었다. 틈날 때마다 현대아산병원을 찾아 시어머니를 돌보는 일도 맏며느리인 그의 몫이다. 시어머니가 그랬듯,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다. 이렇다할 직함도 없다. 굳이 찾자면 그룹 계열사인 ‘해비치 리조트’(제주도 다이너스티 골프장과 콘도 등을 운영하는 회사)의 개인 대주주라는 정도다. ●외아들 의선… ‘ES 시대’ 개막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는 정 회장의 막내 외아들이자 현대가의 종손인 의선(35·ES)씨가 한 축이 돼 이끌고 있다. 이달초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담당 사장 겸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자동차부품 전문회사) 부사장도 맡고 있다. 본텍·글로비스·엠코 등 비상장 계열사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너 3세’의 프리미엄만을 업고 사장에 오른 것은 아니다. 휘문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나온 그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정 회장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다는 ‘현대정공 자재부’에 94년 과장으로 입사, 현장감각을 익혔다. 이후 기아차 슬로바키아공장 건설 등 굵직한 해외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면서 차세대 리더로서의 잠재능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전 기아차 수출 500만대 돌파 기념식때는 임원들의 넥타이를 기아차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즉석에서 통일시켰을 만큼 회사에 대한 애착과 감각이 남다르다. 자기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면서도 상대에게 겸손하다는 느낌을 준다. 직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우스갯소리도 곧잘 해 평이 좋다. 생전에 정주영 회장이 지선(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씨와 더불어 가장 예뻐했던 손주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의 사촌여동생이 미국에 유학을 오자 본격적으로 ‘작업’에 들어가 95년 결혼에 성공했다. 훗날(2000년) INI스틸에 흡수된 당시 강원산업 정도원 부회장의 딸 지선(32)씨가 부인이다. 스물다섯, 스물둘의 나이에 일찌감치 결혼한 두사람은 딸 진희(9)양과 아들 창철(7)군을 두고 있다. ●의사집안 대 잇는 큰사위 정 회장의 큰딸 성이(43)씨는 저명한 정형외과 전문의 고 선호영 박사의 둘째아들 두훈(48)씨와 결혼했다. 역시 의사인 두훈씨는 현재 대전 선병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목동 선병원, 중촌 선병원, 선치과병원, 건강증진센터, 유성 선병원 등이 모두 같은 계열이다. 서울집(한남동)과 대전을 오가며 병원 일을 보고 있다. ●금융 사업 이끄는 둘째 사위 93년 현대차 원효로 사옥에서 프로젝트팀 형태의 현대오토파이낸스㈜로 출발한 현대캐피탈은 우리나라에 자동차할부 금융업을 처음 선보였다. 그러나 ‘카드 사태’ 등으로 현대카드가 어려워지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가 정태영(45)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이다. 정경진 종로학원장의 아들이자 MK의 둘째딸 명이(41)씨의 남편이다. 한 임원의 얘기다.“그 분(정태영 사장)은 스스로를 오너의 사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이 아깝다며 골프조차 안친다. 회사가 안정될 때까지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골프에 할애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는 식이다.” 당장의 실적에 연연하지 않고 착실히 손실을 털어낸 덕분에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은 올해 ‘동반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 불어불문학과와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궁금한 게 있으면 실무자에게 직접 휴대폰을 걸어 물어봐 직원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현대차 근무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던 제갈걸(53) 부사장, 옛 현대그룹 문화실장을 지낸 김상욱(52) 전무 등이 그와 함께 금융소그룹을 이끄는 핵심 브레인들이다. ●꿈의 철강 라인업 셋째 사위-조카 한보철강(현 당진공장) 인수를 계기로 그룹은 열연(당진공장)-냉연(현대하이스코)-스테인리스(INI·BNG스틸)로 이어지는 철강 풀라인업을 달성했다. 이 꿈의 라인업에 정 회장의 셋째 사위와 조카들이 포진하고 있다. 김원갑(53) 부회장과 함께 현대하이스코(옛 현대강관)를 이끌고 있는 신성재(37) 사장은 현대정공에 근무하던 시절, 정 회장의 동갑내기 셋째딸 윤이씨를 만나 결혼했다. 미국 페퍼다인대학 MBA 출신이다.98년 현대하이스코로 옮겨 수출부장,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이달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영업본부장 시절에 1조원대에 머물던 연간 매출액을 2조 3000억원대로 끌어올려 ‘장인’의 인정을 받아냈다. 김 부회장은 78년 현대건설 경리부로 입사해 건설과 자동차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 전문가다. 이계안 현 열린우리당 의원이 2001년 7월 현대차에서 물러날 때 함께 사표를 냈지만 정 회장이 다시 발탁했다. INI스틸(옛 인천제철) 김무일(62) 부회장도 빼놓을 수 없는 철강 인맥이다. 정통 철강맨은 아니지만 취임하자마자 한보철강 인수를 보기좋게 성공시켜 정 회장의 신임을 확실하게 굳혔다. 지난해 4월 현대·기아차 구매총괄본부장(부사장)에서 사장을 거치지 않고 곧장 INI스틸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했다.‘수처위주 입처개진’(隨處爲主 立處皆眞·언제 어디서건 그 곳의 주인이 돼라)이 좌우명이다. 김 부회장이 지인에게 털어놓은 현대차의 타이어사업 진출 무산 뒷얘기가 재미있다.90년대 초반 현대차는 현대정공을 통해 타이어사업 진출을 모색했다. 그러나 정주영 명예회장이 “공예산업(타이어에 홈을 파는 작업을 공예에 비유)은 안된다.”고 하는 바람에 막판에 철회했다고한다. ●LS전선·김&장과의 혼사 BNG스틸은 젊은 나이에 타계한 동생 몽우씨를 생각해 MK가 조카들에게 대부분 맡긴 회사다. 몽우씨의 세 아들이 모두 이 회사에 있다. 큰아들 일선(35)씨가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룹이 2000년 말 삼미특수강(BNG스틸의 전신)을 인수할 때 실무를 맡아 내부사정에 밝다. 철강의 꽃으로 불리지만 유통구조는 낙후된 스테인리스 업계에 서비스센터(코일센터)를 도입해 새 바람을 일으킨 이도 그다. 운동을 워낙 잘해 그룹사 축구시합때면 직접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다. 사촌인 의선씨와는 생일이 일주일 밖에 차이 나지 않아 어려서부터 유난히 친했다. 유학중에 ‘어린 신부’를 만난 것도 똑같다.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일선씨는 같은 대학 심리학과로 갓 유학온 여섯살 연하의 구은희씨를 만나 96년 결혼했다. 현대가 내로라하는 재벌 집안과 처음 혼사를 맺는 순간이기도 했다. 은희씨는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딸로, 구태회 LG전선(현 LS전선) 명예회장의 손녀이다. 결혼할 때 스무살이었다. 지금은 세 아이(창현·진주·창민)의 엄마다. 일선씨의 동생 문선(31)씨도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김&장 법무법인 김영무 대표변호사의 딸 선희(31)씨가 부인이다. 재정부에서 이사로 근무하다 미국 연수길에 올라 현재 미시간대학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다. 올 연말에 귀국한다. 미국 버클리대학 회계학과를 나온 막내 대선(28)씨는 지난해 11월 품질혁신부 대리로 BNG스틸에 합류했다. 아직 미혼이다. ●MK의 용병술 현대차그룹의 인사 시스템은 ‘예측 불허’다. 그런데도 떠난 사람들 가운데 그룹을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 전직 고위임원의 분석이다. “MK는 아버지를 몹시 어려워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자신 아버지와 몹시 닮았다. 우선 그룹내에서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현대차그룹에는 2인자가 없다. 웬만한 간부는 회장에게 모두 직접 보고한다. 충성 경쟁을 유발하는 셈이다.” 그는 “빈번한 패자부활과 적절한 견제도 MK 용병술의 특징”이라고 했다. 이를 그룹내 파벌싸움의 산물로 보는 이도 있지만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납지 않는 MK의 치밀하게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이 더 많다. ●자동차 전문인맥 ‘탱크 박사’ 김동진(55) 현대차 부회장이 단연 눈에 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전문 엔지니어로 국방연구소에서 ‘K1탱크’ 국산화를 주도하다가 78년 정 회장에 영입됐다. 정의선 사장과도 가깝다. 중국시장을 거의 개척하다시피하고 있는 화교 출신의 중국통 설영흥(60) 부회장과 ‘갤로퍼 신화’의 숨은 조력자 전천수(59·생산노무담당)사장, 정동영 통일부 장관 등 정·재계에 발이 넓은 채수일(52·방송인 이숙영씨 남편) 고문도 빼놓을 수 없다. 이사대우 5년 만에 사장이 된 MK의 대학후배 최한영(53·전략조정실장겸 마케팅총괄본부장)사장은 한때 ‘MK의 입’으로 불렸었다. 본인은 “99년 해외출장중에 갑작스럽게 홍보실 컴백 명령이 나 사표쓸 생각까지 했었다.”그렇지만, 곧이어 터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누구보다 MK의 의중을 정확히 짚어내 파격 승진을 거듭했다. GE캐피탈과의 자본제휴, 글로비스 지분 매각 등을 주도한 재무통 채양기(52·기획총괄부본부장)부사장도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다. 그가 쓴 ‘채권관리 실무교본’은 지금도 채권 전문가들 사이에 필독서로 꼽힌다. 그룹 ‘암행어사’ 인 이전갑(58·감사실장)사장, 품질경영 전도사인 서병기(58·품질본부장)사장, 신차 기술개발 주역인 김상권(59·연구개발본부장)사장, 미국시장 공략의 중책을 맡고 있는 최재국(57·국내외 영업기획담당)사장, 김수중 전 사장의 계보를 잇는 ‘영업의 귀재’ 이문수(57·내수영업본부장)부사장, 치밀한 홍보맨 이용훈(55)부사장 등도 현대차를 이끄는 중추세력이다. 기아차의 선두주자는 단연 김익환(55) 사장이다.‘오너 아들’과 대표이사를 같이 맡고 있어 적잖은 부담이지만 도약의 기회이기도 하다. 영업·수출·홍보를 두루 거쳐 실무에 밝다. 외모만큼이나 선이 굵다. 양쪽 날개로는 구태환(50·재경본부장)부사장과 김용환(49·해외영업본부장)부사장이 있다. ●‘오랜 동반자’ 정공 인맥 현대·기아차 출신들이 ‘신측근’으로 분류된다면, 현대정공과 현대차써비스 인맥은 ‘전통가신’으로 분류된다. 유홍종-박정인-김동진-김익환으로 이어지는 정공 인맥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일화 한토막. 언젠가 MK가 해외출장지에서 뜬금없이 막걸리를 찾았다. 현대차 출신들은 난색을 지었다. 정공 출신들은 “어떻게든 구해보겠다.”며 나가 정말로 막걸리를 구해왔다. 유홍종(67) BNG스틸 회장은 MK와 양궁 신화를 함께 써내려간 정공 인맥의 대부다. 그 뒤를 잇는 박정인(62) 현대모비스 회장은 현대차써비스가 일개 사업소(현대차 원효로사업소)에 불과했던 72년,MK를 처음 만났다. 이후 자재부장과 경리담당 대리로 황금콤비를 이루면서 30년 넘게 MK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인터넷 화상회의·전자결재 등을 정착시킨 ‘스피드 경영’으로도 유명하다.“맹꽁이”가 부하직원들을 나무라는 가장 심한 욕일 만큼 점잖지만 허점이 너무 없어 오히려 겁날 때도 있다는 게 아랫사람들의 얘기다. 서울 양재동 사옥을 사들일 때 점쟁이까지 불러 감정한 것으로 유명한 이중우(57) 다이모스(자동차부품회사) 사장, 등산 마니아인 김평기(60) 로템·위아 사장, 이여성(55) 서울시메트로 구호선 사장, 정석수(53) 현대파워텍 사장 등도 정공이 ‘뿌리’다. 서비스업체(해비치리조트) 사장에서 하루아침에 그룹의 신생 건설사업을 책임진 김창희(52) 엠코 사장도 시선이 쏠리는 인물이다. hyun@seoul.co.kr ■ 인간 정몽구회장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아침 꼭 라면으로 해장하는 버릇이 있다. 폭탄주 20잔도 끄떡없을 만큼 주량이 세지만 절제력이 강해 실수하는 일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폭탄주보다 소주를 즐긴다. 해외출장길에 수행원들이 맨먼저 챙기는 것도 소주와 라면이다. 아버지(고 정주영 명예회장)를 닮아 먹성이 소탈하다.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에는 서울 양재동사옥의 지하2층 중역식당을 애용한다. 임원들의 구내식당행도 개의치 않는다. 이는 아버지와 다른 면이다. 왕 회장은 임원들이 구내식당에 나타나면 “밖에 나가 사람들 만나라고 접대비를 줬더니 기껏 안에서 먹는다.”며 불호령을 내리곤 했다. 가정적인 면모도 아버지와는 딴판이다. 주말이면 아들딸 사위들과 함께 곧잘 산을 찾는다. 대신 골프는 별로다. 좋아하지 않다보니 실력도 그저 그렇다. 여느 현대가 사람처럼 ‘새벽형 인간’이다.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아침을 먹고 6시30분쯤 출근한다. 대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든다. 그를 가까이서 본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는 “겉 인상과 달리 마음이 매우 여리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잘 자르지 못한다. 현대차는 한때 이사만 100명에 이르렀었다. 더는 버틸 수 없는 포화상태에 이르러서야 MK는 “진급한 숫자만큼 자르라.”며 지난해 구조조정을 지시했다. 어눌한 말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처음 그를 접하는 사람들은 말뜻을 해석하느라 진땀을 흘린다. 해석이 쉬워질 때쯤이면 “참모들보다 서너배는 빠르다.”는 그의 머리회전에 진땀을 흘리게 된다고. 어떤 이는 이를 “아버지의 ‘방목’과 형제간 경쟁과정에서 터득한 본능적인 생존지수”로 해석했다. 효심도 남다르다. 한 현직임원의 얘기다.“일을 하다 보면 종종 과거에 잘못 벌여놓은 일과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면 MK는 ‘이거 참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고 잘했다고도 할 수 없고‘하며 말을 흐린다. 한번도 대놓고 선친때 일을 지적한 적이 없다.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섭섭한 감정이 남아 있을 텐데도 말이다. 형제들 일도 마찬가지다. 장남으로서의 원초적 책임감 내지 부담감을 늘 갖고 있는 느낌이다.” 경영권 분쟁때 동생(정몽헌)과 그토록 부딪쳤건만, 그 동생이 2003년 8월 계동사옥에서 몸을 던졌을 때 맨먼저 사고현장에 달려가 시신을 수습한 이도 그였다. 한 전직 임원은 “빈소 뒤에서 나를 붙잡고 우시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hyun@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홍성추 부장(부국장급·반장) 박건승·정기홍·류찬희·김성곤·최광숙차장 안미현·주현진·류길상·김경두기자
  • “생각을 바꾸면 혈세를 아낀다”

    ‘발상의 전환’ 공무원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노력이 예산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례1 원효대교와 서해대교 같은 ‘콘크리트 상자형 교량’을 건설할 때 안전을 위해 반드시 넣어야 하는 철근의 양은 정해져 있다.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고 표준설계에 따라 다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건설교통부 노성렬 사무관은 과연 종전의 기준대로 철근을 넣어야 하는지 의심을 품었다. 시뮬레이션 기법으로 측정해보니 30∼40%의 철근을 빼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례2 해군함정에 들어가는 CRM엔진 및 부품은 이탈리아가 독점 공급한다. 문제는 부품 하나를 바꾸려해도 6개월 이상 걸릴 뿐 아니라 제조회사가 계속해서 가격을 올려받는 것이다.1개당 3만 5000원하던 것을 나중에는 7만 2500원까지 요구한 것. 그러자 해양경찰청 송나택 경정은 연구끝에 해당 부품을 아예 국산화했다. 그러자 1개당 가격이 1만 5000원으로 떨어졌다. 사례3 병무청 송엄용 과장은 등기우편으로 전달되던 모집병 입영통지서를 이메일 방식으로 바꿨다. 우리나라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1위여서 송신실패율이 0.6%에 불과했다. 병무청은 모집병 외에 징병검사, 현역병 입영, 병력동원훈련 소집 등도 이메일로 확대할 예정이다. 기획예산처는 이같은 공무원들의 아이디어로 절감한 정부예산과 늘어난 국고수입이 지난해 1조 8000억원에 달했다고 24일 밝혔다. 예산절감은 36건 2923억원, 수입증대액은 116건에 1조 5960억원이다. 이들 아이디어를 낸 16개 기관 공무원 448명에게는 최고 2600만원 등 모두 18억원이 예산성과금으로 지급된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전국 8곳에 IT클러스터 구축

    전국 8곳에 IT클러스터 구축

    우리나라를 동북아시아의 정보기술(IT) 허브로 만들기 위해 인천 송도와 서울 상암동 등 전국 8개 권역에 IT 클러스터(집적단지)가 구축된다.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4일 이같은 내용의 올해 정보통신부 업무계획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권역별 추진 분야는 ▲인천 송도(RFID·전자태그) ▲서울 상암(콘텐츠) ▲원주·강원(BT+IT) ▲대전·충청(R&D 특구) ▲대구·경북(내장형 소프트웨어, 메카트로닉스)▲광주·전라(광통신) ▲부산·경남(지능형 물류) ▲제주(텔레매틱스) 등이다. 정통부는 특히 공항이 가까워 접근성이 좋은 송도에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7907억원을 투입, 코드 자동인식기술인 RFID,USN(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관련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설계·제조·시험시설과 경영·기술 컨설팅을 지원하는 대규모 IT허브를 조성할 계획이다. 진 장관은 송도 허브 구축과 관련,“해외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부문은 입지조건이 가장 뛰어난 곳에 두되 그렇지 않은 부문은 지방에 배치, 균형발전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또 IT 컨설팅 서비스를 활성화해 지식정보 서비스 분야에 10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함께 경기 활성화를 위해 행정·지식DB 확충과 IT 인프라 개선에 4171억원을 투입한다. 또 올해를 ‘소프트산업 육성 원년’으로 삼아 공개·내장형 소프트웨어의 전략적인 육성과 정품 소프트웨어 구매환경 조성을 통해 2010년까지 국산화율을 40%로 확대하기로 했다. 과학기술부는 올해를 ‘우주개발의 원년’으로 설정,‘스페이스 코리아(Space Korea)’ 붐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같은 내용의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하고,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올 상반기중 ‘우주개발 진흥법’을 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기부는 과학마인드 확산 운동인 ‘사이언스 코리아’의 올해 주제를 ‘스페이스 코리아’로 정하고 다양한 우주관련 행사를 마련한다. 오는 11월에는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를 발사하고, 과학위성 2호와 아리랑 3호 및 5호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정기홍 장세훈기자 hong@seoul.co.kr
  • 포스코, 中企에 1조3000억 지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상생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포스코는 1조 3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신규지원책을 마련했으며, 삼성은 협력업체 현금결제액을 5조원 더 늘리기로 했다.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국내 경기에 윤활유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금결제 확산…자금난 숨통 포스코는 3일 각종 공급물량과 외상판매 등을 늘려 중소기업에 총 1조 3000억원을 신규지원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중소기업 거래대금을 전액 현금결제하기로 한 데 이어 나온 두 번째 조치다.“중소기업이 가장 소중한 파트너인 만큼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이구택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우선 중소기업과의 거래규모를 지난해 6조 400억원에서 7조 2700억원으로 1조 2300억원 늘렸다. 거래조건 완화와 외상판매 확대 등으로 1060억원의 금융지원 효과도 끌어냈다. 중소기업들의 원자재난 해소를 위해 이들 기업에 대한 철강재 공급물량을 지난해보다 136만t 증가한 763만t으로 늘리고, 냉연 및 스테인리스 제품의 현금판매 때 적용하던 할인율을 종전 1∼2%에서 1.5∼2.5%로 올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에서 설비를 사들일 때 먼저 지급하던 선급금 비율도 종전 10%에서 20%로 올려 자금 숨통을 터줬다. 포스코의 판매전문 자회사인 포스틸도 외상기간을 종전 40∼70일에서 10일을 추가 연장하기로 하는 등 중소기업 지원에 동참했다. 삼성전자도 이날 1만 5000여 중소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현금결제 규모는 지난해 9조원에서 14조원으로 5조원 늘어났다. 1000만원 이상 거래에 대해 일반 중소기업의 경우 기존 55일 후에, 우수 협력사 모임인 ‘협성회’ 회원사는 40일 후에 지급되던 결제대금이 전액 현금으로 바뀌는 것이다.1000만원 이하 거래는 이미 전액 현금 결제를 해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11월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위해 구매업무 규정과 감사절차, 위임절차 등 구매시스템 전반을 개선한 데 이어 이달 1일부터 모든 협력업체에 대해 납품 및 용역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는 1000여곳, 연간 결제액은 3600억원가량이다. SK㈜도 결제 시기를 납품 후 14일 이내에서 올해부터 7일 이내로 앞당겼다.LG전자는 협력회사가 시설 확장 및 해외진출을 추진할 경우 소요자금을 20억원 한도 내에서 연리 4%로 지원해 주고 있다. ●기술이전 등 상생방식도 다양화 현대차는 최근 자체 개발한 신기술을 평화발레오라는 부품업체에 과감히 넘겨주었다. 이번에 넘긴 DMF(듀얼 매스플라이 휠) 기술은 그동안 독일·일본 등 외국기술에 의존해 오던 것을 3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국산화한 것으로, 자동차 파워트레인 부문에서 정숙성 향상과 내구성을 보장하는 핵심기술이다. LG전자는 지난 2002년부터 본사와 협력업체를 하나로 묶는 ‘M2M’(머신 투 머신) 통합 프로젝트를 실시, 지난해만 30여개사에 시스템을 구축해 줬다. 안미현 류길상기자 hyun@seoul.co.kr
  • 자동차부품 첨단경쟁 가열

    ‘차(車) 안의 혁명’을 잡기 위한 시장경쟁이 치열하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통상 2만여개. 부품 하나하나가 모두 돈이고 기술이다 보니 업체들의 각축전이 뜨겁다. 디지털멀티미디어 방송(DMB) 수신이 가능한 최첨단 길 안내 지도가 나오고, 자유자재로 성형이 가능한 초경량 부품도 속속 국산화에 성공하고 있다. 선진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활발하다. ●DMB와 길 안내가 동시에 르노삼성자동차와 SK텔레콤은 24일 첨단 텔레매틱스 시스템(INS-700) 개발 및 실용화를 위한 업무 제휴 협약을 맺었다. 이 시스템은 3차원 입체 영상의 대용량 네비게이션 화면을 통해 실시간 교통 정보는 물론 최단거리 경로를 신속하게 알려 준다.7인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대형 모니터를 이용하기 때문에 요즘 화두인 DMB 시청도 가능하다. 르노삼성 김중희 상무는 “기존 텔레매틱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진화된 시스템”이라고 장담했다. 내년 상반기에 소비자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용접없는 부품 국산화 성공 철강업체인 포스코와 현대하이스코는 용접을 거의 하지 않고 차 부품을 만드는 최신공법 ‘하이드로포밍’(Hydroforming·액압성형)을 놓고 맞붙었다. 하이드로포밍이란 강판을 튜브 형태로 만든 뒤 바깥에 프레스를 대고 튜브 안으로 물과 같은 액체를 강한 압력으로 밀어넣어 가공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복잡한 형태의 부품이라도 액압(液壓)이 고르게 작용해 두께와 강도가 균일해지고 용접 부위가 최소화돼 무게가 줄어든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차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원가도 절감된다. 엔진을 지탱하는 받침대의 경우, 원가는 15%, 무게는 30∼40% 감소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는 수입에 의존했다. 먼저 웃은 쪽은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하이드로포밍 방식으로 차 뒷바퀴 받침대 2400개를 처음으로 만들어 지난 23일 르노삼성차에 공급했다. 현대하이스코도 울산공장에 하이드로포밍 생산라인을 최근 완공했다. 늦어도 5월부터는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현대차 그룹, 지멘스와 합작법인 설립 현대차 그룹은 이르면 5월 독일 지멘스사와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지멘스의 부품설계기술을 토대로 차체제어모듈(BCM) 개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BCM은 브레이크, 에어백, 에어컨, 파워윈도 등 다양한 전자장치들을 통합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현대·기아차의 구매 규모만 연간 수천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이공계 박사 장교복무…국방 연구인력 확충

    이공계 박사 장교복무…국방 연구인력 확충

    국방 연구인력 확충을 위해 이공계 박사 출신을 장교로 채용하는 ‘박사 장교제’가 도입된다. 또 대형 국가연구개발(R&D) 실용화사업 대상으로 자기부상열차 등 10개 과제가 선정돼 오는 4월까지 타당성 조사가 이뤄진다. 정부는 2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명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주재로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같은 내용의 ‘국방연구개발비 투자계획’과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 추진계획’ 등을 심의해 확정했다. ●국방연구개발비 2배 이상 확대 박사 장교제와 관련, 오 부총리가 “이공계 박사 장교제를 정식 도입할 수 있도록 검토할 수 있느냐.”고 묻자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적극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이공계 박사 인력은 국방과학연구소(ADD) 등 군 지정기관에서 장교로 군복무를 하게 되며, 의무 복무기간이 지난 뒤에도 본인이 희망할 경우 계속 근무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박사 장교제 도입시기와 자격요건 등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군의 첨단화와 무기체계의 국산화를 위해 국방비에서 국방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우리나라의 국방연구개발비는 9293억원으로 전체 국방비 20조 8226억원의 4.5%에 불과하다. 반면 선진국들의 국방비 대비 국방연구개발비 비중은 미국 13.8%, 프랑스 13.0%, 영국 12.2%, 러시아 10.0% 등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방연구개발비 비중을 2006년 5.3%,2007년 6.1%,2008년 7.0%,2009년 7.2%,2010년 7.8% 등으로 늘린 뒤 2015년 이전까지 10.0%로 확대할 방침이다. ●“실용화사업에 채권 발행 검토” 또 이날 회의에서는 대형 국가연구개발 실용화사업 대상과제로 자기부상열차 등 기존 7개 과제에 세계 최초의 치매 치료약물 ‘AAD-2004’ 등 3개의 과제를 추가로 선정, 오는 4월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다. 아주대 의대 곽병주 교수팀이 개발한 AAD-2004는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가 뛰어나고 낮은 독성으로 신약개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소형 항공기, 중성자 빔을 이용한 나노공정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실용화사업에도 정부가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그동안 실용화사업으로 검토됐던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 교수팀의 광우병 내성소와 연료전지버스 등은 단기간에 실용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번 타당성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정윤 과학기술연구개발조정관은 “주관 부처별로 오는 4월 말까지 예비타당성 조사를 벌인 뒤 상반기중 본격적인 실용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과제별 실용화 소요예산이 수백억, 수천억원에 이르는 만큼 원칙적으로는 주관 부처가 재원을 확보하되 과학기술 채권 등 별도 재원확보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국책銀, 中企·벤처 지원 ‘앞장’

    국책銀, 中企·벤처 지원 ‘앞장’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지원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이들 기업의 금융거래를 지원하기 위한 국책은행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투자·수출금융 등 맞춤식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은 18일 올해 벤처기업에 1조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난해(6766억원)보다 122%나 늘어난 규모로, 신생벤처 등에 대한 직접투자 2500억원과 대출 1조 2500억원으로 나뉜다. 눈에 띄는 것은 창업초기단계와 성장·성숙단계로 나눠 맞춤식 지원을 한다는 것. 창업초기 벤처는 ‘뉴스타트벤처펀드’를 통해 과거 실패 경험이 있더라도 신제품 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을 업체당 최고 2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기술력이 우수하면 25억원까지 신용대출도 받을 수 있다. 산은은 또 성장·성숙단계 벤처를 대상으로 금리를 0.8%포인트 낮춰 1000억원 한도로 대출해주기로 했다. 올해 총 20조원의 중소기업자금을 공급할 예정인 기업은행은 정책금융자금 17조 3000억원 중 설비투자에 가장 많은 규모인 4조 5000억원을 책정했다. 중소기업의 사업장 마련과 기계설비 확충에 중점 지원한다. 부품·소재 및 원천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하는 기업에는 1조 1500억원을 지원한다. 소기업 및 영세 소상공인 발굴에 1조 5000억원, 기술력을 갖춘 벤처기업 및 창업활동 지원에 2조 5000억원이 투입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뿐 아니라 만기연장 등 회생방안과 컨설팅·마케팅서비스 등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중소기업 수출입자금 지원 규모를 지난해 2조 8000억원에서 올해 3조 4000억원으로 늘리고 내년에 3조 8000억원,2007년에는 4조 1000억원까지 확대하는 3개년 계획을 내놨다. 수출입은행은 또 전주·청주·울산 등 지방 3개 도시에 지점을 개설해 지방의 수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두바이 사무소를 통해 중동지역 거점네트워크를 구축, 중소기업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SK, 2차전지소재 국내 첫 개발

    SK㈜가 충전을 통해 반복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의 핵심소재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SK㈜는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의 핵심소재인 ‘세퍼레이터(Separator)’를 국내 최초, 세계 세번째로 독자 개발해 사업화에 착수한다고 29일 밝혔다.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는 크게 음극재와 양극재, 전해액, 세퍼레이터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폴리머 소재로 만드는 세퍼레이터는 수십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기공을 통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은 막되, 전해질 이온은 통과할 수 있게 하는 핵심소재다.SK㈜는 “지난해부터 개발에 착수한 뒤 축적된 화학기술과 최첨단 나노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SK㈜는 현재 대덕 SK기술원에 설치한 시험 생산설비를 통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양산체제를 구축해 내년중 제품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리튬이온전지용 세퍼레이터는 세계적으로 일본의 아사히화성과 토넨만이 원천기술을 보유해 두 회사가 세계시장을 양분해 왔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CEO 칼럼] 동기유발은 스스로 하는것/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주) 대표이사 사장

    [CEO 칼럼] 동기유발은 스스로 하는것/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주) 대표이사 사장

    일선기업에서 주5일 근무제 시행이 일반화될 무렵, 직장인들이야 덤으로 굴러온 토요일 하루(사실은 한 나절이지만)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를 구상하는 등 마음이 설을지도 모르지만, 회사를 책임 맡고 있는 경영인에게 그것은 ‘빼앗긴 반 공일’이었다. 일주일에 4시간을 싹둑 잘라내고도 변함없는 경영성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특히 시간이 돈이나 마찬가지인 제조업 분야의 경영 책임자들에게 더 심했을 것이다. 내가 맡고 있는 회사는 정보통신 부문 장비 제조회사인데,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던 그 무렵이 바로 새로운 광전송 장비의 연구개발이 막바지에 이른 시기였다. 나는 속이 탔지만, 그렇다고 다른 회사 직원들은 금요일 저녁부터 ‘꽃놀이’ 계획을 세우고 있는 터에 연구원들에게 주말 근무를 강요할 염치가 없었다. 개발하고 있던 장비는 통신장비 업계에서 진입장벽이 두껍기로 정평이 난 까다로운 제품인데다, 이미 경쟁업체에서 많은 연구원을 투입해서 유일하게 국산화를 앞둔 상황이었다. 그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실패한다면 회사 전체의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우리 회사도 시류를 거스를 수 없어 일단 주5일 근무제를 공식적으로 시행했다. 그런데, 휴무일인 토요일에 회사에 나갔다가 나는 작지 않은 감동을 맛봤다. 자신이 맡은 일의 스케줄이 미진하다고 판단한 연구원들이 주말인데도 회사에 나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 자발적인 근무는 일요일까지 이어졌고, 그들의 열의 덕분에 우리는 소수의 인원으로 광전송 장비의 자체개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각종 연구조건이 상대적으로 불리했고, 급여도 넉넉한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런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원인을 나름대로 추론해 보았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보상을 위해 일하는 열 사람보다 재미에 빠져 일하는 한 사람이 더욱 소중하다.’고. 우리 회사가 그 이전에도 3G(세대) 중계기와 최근 휴대인터넷 중계기 개발을 경쟁사에 앞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이런 자발적 참여 덕분이었다. ‘동기 유발’이라는 말은 교육현장뿐 아니라 기업 일선에서도 널리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의 심리에 작용해야 유발되는 그 동기를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경영책임자나 관리자들이 쉽게 풀 수 있는 숙제가 아니다. 일에 대한 대가를 넉넉히 받고, 내가 맡은 업무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는 것, 승진, 칭찬, 특별휴가 등 이런 것이 동기 유발에 영향을 주는 일차적인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단순하고 행동유발적인 요인만으로 진정한 동기가 유발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금 거친 말을 사례로 들자면 위에 열거한 외부조건이 넉넉하다 해도 구성원들이 퇴근 후 술자리에서 “에이, 더러워서 못 해먹겠다.”는 불만을 무시로 쏟아놓는 회사라면 직원들을 조직 안에 붙들어 두는 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그들의 일에 대한 열정을 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야 하고, 업무에 대한 욕구가 충만해야 하며, 무엇보다 맡은 일에 대해 성취감을 맛볼 수 있어야 진정한 내적 동기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쯤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으나 ‘이렇게 하면 된다.’는 정답을 제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결국 강물을 마시느냐 마느냐는 말(馬)이 알아서 할 일이지 마부가 억지로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나 구성원 각자의 동기 유발을 저해하는 요인은 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관료주의나 번거로운 형식주의, 감독자와의 충돌과 갈등, 교육훈련의 부재로 인한 업무미숙, 직무수행을 위한 자원과 시간의 부족, 최종 기한에 대한 압박과 불안, 경직된 조직체계로부터 받는 위협 혹은 두려움, 직원들의 기여를 평가하지 않는 감독(관리)자…. 적어도 이런 요인들을 말끔히 걷어낸 그 지점이 바로 스스로 동기유발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서두칠 이스텔시스템즈(주) 대표이사 사장
  • [원高시대 마인드를 바꾸자] (중) 중소기업이 문제

    [원高시대 마인드를 바꾸자] (중) 중소기업이 문제

    외환당국은 원화 강세가 국내 물가와 내수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하지만 기업들은 “실물을 모르는 소리”라면서 펄쩍 뛰고 있다. 특히 지난 1년 이상 지속된 수출 호황에도 활기를 찾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그나마 수출시장에서 가격경쟁력마저 잃게 됐다고 호소한다. 대기업과 달리 환율관리가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자칫 줄도산의 우려속에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선적 미루고 수출대금도 못찾아 17일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경기도 반월공단의 자동차부품업체 S사는 지난달말 40만달러어치의 수출품을 배에 선적했어야 하나 홍콩측 수입업체에 양해를 구하고 납기일을 15일간 늦췄다. 목적지 도착시점의 달러화로 환율을 계산해 수출대금을 결제받기 때문이다.3개월전 주문을 받았을 때와 비교하면 약 5만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출을 못하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지만 지난 분기 때 받은 달러화 수출대금이 홍콩은행에 있으나 환수를 차일피일 미루면서 자금난까지 겹쳐 이중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서울소재 200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중소기업의 84.0%가 ‘환율하락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대기업(종업원수 300명 이상)은 65.6%만 이같이 대답해 환율하락의 피해는 중소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환차손에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대답도 대기업은 5.5%에 그친 반면, 중소기업은 28.5%나 돼 환관리 취약성을 드러냈다. 중소기업의 45.4%는 ‘적자수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종에 따라 희비 엇갈려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기업들이 수출호황을 누릴 때,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다행스럽게 수출판로가 있던 중소기업들은 고유가와 원자재난 속에서도 힘겹게 수출전선을 지켰다. 그러나 환율하락으로 수출 위주의 중소기업들은 적자 수출이 불가피해졌다. 외환당국의 분석처럼 원화가치 상승으로 내수가 회복된다면 내수기업은 모처럼 불황 탈출의 호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의 업종별 영향 분석도 희비가 엇갈렸다.▲섬유, 신발 등 가격경쟁력의 비중이 높은 업종 ▲자동차 등 부품국산화율이 높은 업종 ▲조선 등 계약과 발주의 기간 차이가 큰 업종 등과 관련된 중소기업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반면 ▲정유, 철강 등 원자재 비중이 높은 업종 ▲항공, 해운 등 달러화 부채가 많은 업종 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전문가들은 가격경쟁력의 하락을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 달러화 약세로 상대적으로 수입가격이 떨어진 고품질의 원자재를 채택, 품질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선물환거래, 환율보상 외화예금, 환변동보험 등과 같은 환변동대책을 세워 기업경쟁력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아울러 위안화 절상 등으로 구매력이 높아지는 중국시장을 집중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소장은 “환율하락은 한계기업을 골라내는 ‘옥석 가리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중소기업은 경쟁력있는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 송장준 박사는 “어차피 수출은 환율변화에 민감한 만큼 이번 기회에 중소기업들은 하늘에서 비 내리기만 바라는 천수답에서 벗어나 대기업처럼 저수지를 만들어 변화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박해식 연구위원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적극적인 중국 진출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운 김미경기자 kkwoon@seoul.co.kr
  • LG전자, 지상파 DMB폰 세계 첫 개발

    LG전자, 지상파 DMB폰 세계 첫 개발

    이동중에 고화질 방송시청이 가능한 위성 및 지상파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서비스가 내년 초로 예정된 가운데 국내 단말기 업체들의 DMB단말기 출시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LG전자는 15일 세계 최초로 지상파DMB 수신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개발했다고 밝혔다.CTO(최고기술책임자)인 백우현 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 이벤트홀에서 열린 시연회에서 “지상파DMB 단말기에는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시스템온칩(SoC)을 탑재했다.”면서 “내년 2월에 사업자가 선정되면 지상파DMB 단말기의 대중 보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지난 5월 위성DMB 단말기를 동시에 선보였다. 당시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칩을 탑재했지만 LG전자는 일본 도시바의 C2칩을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LG전자의 지상파DMB 단말기 개발 발표와 관련,“내년 초 지상파DMB 서비스 시작과 함께 지상파DMB 단말기도 보급할 계획”이라면서 “내년 3월에는 위성 및 지상파DMB를 동시에 수신할 수 있는 ‘원칩’ 개념의 DMB 범용 수신칩을 개발, 휴대전화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사장도 이날 시연회에서 “자체 개발 칩을 탑재한 위성DMB 단말기도 연말 내놓을 계획”이라면서 “내년 말에는 위성 및 지상파DMB 겸용 단말기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신 칩의 국산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세계 DMB 단말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 축적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34년 일군 회사팔아 도서관 기증

    서울대 출신 사업가가 평생을 일궈온 회사를 팔아 모교에 도서관을 기증했다. 기업이나 재단이 아닌 개인이 서울대에 도서관을 기증하기는 처음이다. 태성고무화학 창업자인 정석규(76)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은 34년간 경영한 회사를 지난 2001년 매각한 자금으로 서울대에 시가 30여억원 상당의 전자도서관을 건립, 기증했다. 서울대는 3일 오전 정운찬 총장과 정 이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갔다. 후두암으로 투병하는 중에도 도서관 건립을 열성적으로 추진한 정 이사장은 “1999년 미국 보스턴 방문 당시 하버드대 내 도서관이 100개를 넘고, 대부분이 동문의 기부로 건립된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사회가 대학에 관심을 갖고 재투자해야 대학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공과대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계속 추가 지원하겠다.”면서 “1차로 4억원을 ‘신양공학연구기금’으로 출연하고, 올해말까지 10억원을 입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 이사장은 1951년 서울공대 화공과 출신으로 67년 태성고무화학을 창업, 산업용 고무제품 국산화를 위해 노력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年수출 2000억달러 돌파… 세계 12위

    年수출 2000억달러 돌파… 세계 12위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수출역사 56년만에 이뤄낸 것으로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컴퓨터, 선박 등 5개 품목(수출비중 48%)이 주도했다. 그러나 핵심부품과 장비의 국산화율이 낮아 외형에 비해 실속은 덜하다는 지적도 많다. ●40년만에 2000배 성장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22일 “우리나라 수출이 오늘로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선언하고 “이는 수출 1억달러 달성 이래 40년간 연 평균 21.1%라는 유례없는 수출증가율을 기록해온 결과”라고 말했다. 올 들어 우리나라의 수출은 전년동기 대비 34.4%의 증가율을 보이며 어려운 경제를 혼자서 떠받쳐 왔다. 국제 원유도입 가격이 19.0%(두바이유 배럴당 32.6달러 기준)나 오르고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등 악재가 많았으나 중국시장의 부상, 미국경제 활성화, 환율안정 등에 힘입었다. 반도체 등 5대 품목의 수출액만도 815억 7800만달러에 달했다. 산자부는 연말까지 2500억달러 수출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1948년 1400만달러로 시작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64년 1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이후 40년만에 2000배로 성장했다.2000억달러는 멕시코를 제외한 남미 38개국 전체 수출액(2119억달러)과 맞먹는 것으로 국민1인당 4167달러어치에 이른다. 세계 수출순위도 64년 90위에서 12위로 뛰었다. ●수출이 늘수록 이익률은 줄어 한국무역협회는 5대 수출품목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아 해당품목의 국제수요에 따라 수출이 출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부품·장비의 국산화율이 낮아 수출이 늘수록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기형적인 구조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대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세계시장(337억달러)의 34.5%를 점유하고 있지만 공정·조립·검사 등 장비는 일본 등에 주로 의존해 국산화율이 22%에 불과하다. 휴대전화도 카메라폰 등에 필요한 첨단부품과 원천기술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 3대 생산업체의 이익률이 2.9∼20.2% 등으로 들쭉날쭉하다. 자동차·선박은 부품 국산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나 수출단가가 낮아 이익률이 10%에 못미치고 있다. 무역연구소 김극수 연구위원은 “5대 수출품은 10대 차세대 성장산업과 연계돼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원가 절감, 브랜드 마케팅 등 고수익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경제플러스] 동부제강 김정일부회장 동탑산업훈장

    동부제강의 김정일 부회장이 15일 개막된 제 12회 대한민국 기술대전에서 산업기술진흥 유공자 동탑산업 훈장을 수상했다. 동부제강은 산업기술 개발 및 설비기술의 국산화 등을 통해 수출증진과 국내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동탑산업 훈장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 [뜨는 기업] ㈜에프에스티

    [뜨는 기업] ㈜에프에스티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갈수록 증가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늘면 늘수록 고가의 장비수입이 그만큼 늘기 때문이다.특히 반도체·컴퓨터 등 주력 수출품목의 해외 의존도가 평균 40%를 상회하고 있어 이들 부품소재 산업의 기술 자립이 절실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반도체 장비 및 재료의 국산화를 선도하고 있는 업체가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 동천면 영천리 (주)에프에스티(www.fstc.co.kr)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외 내로라하는 첨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해주고 있다. ●삼성전자·타이완 TMC등에 납품 현재 삼성전자와 LG마이크론을 비롯해 피케이엘,하이닉스반도체,영국의 포트로닉스,타이완(臺灣)의 TMC 등이 주요 고객들이다.이들 업체에 펠리클·칠러·IPA드라이어(반도체 세정장비) 등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핵심 부품을 공급해 주고 있다. 87년 설립된 화인반도체가 전신인 에프에스티는 88년 국내 최초로 펠리클(포토마스트용 보호막) 국산화에 성공을 거두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이는 매년 매출액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온 덕분이다. 그 결과 98년 반도체 식각 공정용 온도조절창치인 칠러 개발에 성공했으며 2000년 CE 인증,2001년 SEMI-S2 인증을 획득했다.2002년에는 장비제조업체인 기가트론을 인수해 IPA 드라이어(반도체 세정장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또 2001년에 LCD용 대형 펠리클 개발에 착수한 데 이어 올해 초 390ⅹ610mm의 펠리클을 LG마이크론에 처음으로 공급했다.올 하반기에는 850ⅹ1200mm의 대형 펠리클을 개발완료 예정이다.현재 LCD용 대형 펠리클 시장은 일본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데 에프에스티의 진입으로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매출액의 10% 연구개발에 투자 게다가 에프에스티는 해외 유수업체와의 꾸준한 기술협약과 파트너십 체결 등으로 연구개발력 향상및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해왔다. 2001년 세계 최대 펠리클 공급업체인 미국 포트로닉의 품질 시스템 감사를 거쳐 펠리클을 공급한바 있으며,2002년 일본 LCD검사장비 전문업체인 레이저텍과 에이전트 계약을 맺어 칠러의 해외 마케팅에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10억원.이는 2002년 125억원에 비해 68% 증가한 것으로 뛰어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올해는 LCD용 대형 펠리클 생산에 힙입어 42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설정했다. 장 사장은 ‘국내 반도체 장비 및 재료 기술의 발전에 비해 해외시장에서의 기술 신뢰도와 브랜드 파워가 낮기 때문에 국내 기업간의 협력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며 “빠른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한편 고객에 대한 애프터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두산重 김대중사장 ‘고속질주’

    두산重 김대중사장 ‘고속질주’

    중공업 업계에 두산중공업 김대중(56) 사장의 ‘고속 질주’ 행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김 사장이 진두지휘하는 두산중공업이 올들어 중동지역에서 발주되었던 담수플랜트를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공사 규모만 해도 10억 5000만달러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담수플랜트는 바닷물을 민물로 바꿔 생활용수·공업용수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두산중공업은 카타르에서 2억 7000만달러 상당의 대규모 민자 담수와 발전 플랜트 공사 수주에 성공,이달 말 본계약을 체결한다.이에 앞서 지난 5월 쿠웨이트 사비야 프로젝트 3억 7000만달러,지난 6월 리비아 벵가지 400만달러,8월 오만 소하르 4억 1000만달러 상당의 담수 플랜트 사업을 수주했다. 이같은 올해 실적은 현재 오일달러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동지역에서 발주된 대형 담수프로젝트를 100% 수주하는 쾌거다. 특히 지난 3월 말 두산중공업이 준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하루 1억갤런(45만t)이라는 세계 최대 생산량,규모 대비 세계에서 가장 짧은 공사 기간으로 명성을 입증했다.이같은 경쟁력은 자체기술로 설계에서부터 기자재 제작,시공,시운전에 이르기까지 일괄 도급방식으로 수행하는 등 담수설비 전 공정을 100% 국산화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력과 인적자원이 강점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한자까지 똑같은 이름을 쓰는 김 사장은 지난해 3월 두산중공업과 인연을 맺은 이후 줄곧 앞만 보고 달려 왔다.밀착 해외 영업을 위해 1년에 절반 정도 해외에서 머물고 있다.이번 노무현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수행했다. 김 사장은 올해 이들 중동지역외에 지난 5월 인도를 방문,3억 7000만달러 상당의 화력발전소 건설 수주도 성사시켰다.최근에는 중국의 원전사업 프로젝트의 입찰을 위해 중국을 챙기고 있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다 보니 국내에 머물 때도 서울과 공장이 있는 창원을 번갈아 머물며 직원들과 호흡을 같이 한다.특히 그는 취임 이후 노사분규로 만신창이가 된 회사를 살리기 위해 첫 일정으로 노조 사무실을 방문,6000여 임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대화를 나눌 정도로 노사화합에 역점을 두어 왔다. 노사화합과 현장경영을 토대로 그는 취임 당시 중공업분야에서 ‘신인’이라는 우려를 씻고 굵직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따냄으로써 이제 중공업분야의 전문 경영인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주불사형으로 알려진 그는 두산중공업 이전 시절 주류업계의 ‘히트상품 제조기’로 불리기도 했다.OB맥주,청하,설중매,그린,산 등 두산의 주류 히트상품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기고] 저성장 한국경제 돌파구는?/이광수 경원대 겸임교수·대천실업대표

    우리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4%대로 떨어지는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였다는 민간경제 연구소의 발표가 있었다. 가계부채가 458조원으로 1997년 외환위기 때의 211조원의 2배를 넘었다.이 수치는 가구당 2994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다.더구나 전체 가계대출 잔액중에 은행 대출이 60%를 훨씬 넘는다.이는 금융기관이 수익성이 높은 소비금융 즉 가계대출과 모기지 론 즉 주택 담보대출 그리고 신용카드 대출을 집중적으로 유도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또 최근 대한 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바에 의하면 중요기업의 64%가 향후 2년간 설비투자를 할 계획이 없다고 응답하였다고 한다.이야말로 몇 년전 독일에서 있었던 투자파업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실제로 2·4분기까지의 설비투자율은 8.9%로 98년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더구나 생활 물가를 나타내는 체감물가가 5.8%까지 상승하여 2년11개월만에 최고의 상승폭을 나타냈으며 수입 물가도 5년10개월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은행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 있으나 반기업 정서의 확산으로 말미암아 투자유인이 퇴색되어 수요의 진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이 회복 직전의 일본 경제를 보는 듯하다.한국은행은 치솟고 있는 오일 가격이 50달러를 초과할 때 이러한 침체속의 물가 상승 현상(스태그플레이션)이 심각히 대두될 가능성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원유가가 10달러 상승하면 소비자 물가는 17% 오르고 성장률은 1.3% 떨어지며 국제수지는 80억달러가량 추락한다는 것이 정설이다.물론 모건스탠리사도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가 아님을 확인시켰으나 안심할 일은 아닌 듯싶다.아울러 그나마 잘 나가고 있는 수출 전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의 수출입성장률 추락,금리인상 가능성 및 물가를 포함한 통화공급 등 경제지표가 앞으로 몇달간 뚜렷이 악화될 것으로 보여 대중국 수출 주종 품목인 소재 부품 산업에 큰 타격을 미칠 것 같다.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우리 경제의 돌파구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첫째 가계부채와 신용 불량자 문제는 단계적인 해결이 바람직하다. 상환기간을 그 능력을 감안하여 연장해주면서 이자를 감액하여주고 채권 은행의 주도로 부실 채무자들의 직업 훈련 및 산업 전선 재배치를 할수 있도록 정부 측면의 정책적인 배려가 있어야 하겠다. 둘째 금융기관도 지금까지의 수익성,안정성 위주의 소비자금융만을 유도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기업의 투자 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생산적 기업 금융을 적극 개발하여 설비투자를 진작시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정부도 추락하는 설비투자율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투자세액 공제,무이자 특별 금융 실시 그리고 설비투자 우수업체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을 과감히 실시하여야 한다. 셋째 예상되는 스태그플레이션과 유동성 함정에 대비하여 금리인상에 의한 인플레심리의 사전차단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이자율이 올라야만 지금 시중에 떠다니는 400조원의 부동 유휴자금이 금융권으로 흡수되어 산업 투자자금화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있을 일본과의 FTA 협상에서나 중국 경제지표의 악화로 인한 영향에서 대일 적자요인의 상승 및 대중 수출 감소의 피해는 다름 아닌 부품 소재 산업이다.일본에 의존하여 대일 적자분을 중국 수출로 만회하는 안일한 기술 이동의 성격을 하루빨리 벗어나 부품 소재 국산화가 100% 달성되는 날까지 기업도 기술 개발 투자의 5% 이상 책정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국산화 개발 성공시 해당 기업에 감면세 혜택 및 기술 개발 장려금의 지급 등으로 기술개발의 적극적 권장을 실시하여야 한다. 이광수 경원대 겸임교수·대천실업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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