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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식감독 데뷔작 ‘로드무비’/동성애자·몰락한 펀드매니저 절망과 일탈의 여행 뒤끝은?

    검은 톤의 화면을 가득 메우는 남정네 둘의 거친 몸짓과 헉헉대는 숨소리.관객들은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남성 동성애자들의 정사 장면을 꼼짝없이 지켜봐야만 한다.영화 ‘로드무비’는 그렇게 관객들을 불편하게 만들면서 시작된다. 거리에서 살아가는 동성애자 대식(황정민)은 몰락한 펀드매니저 석원(정찬)을 만나 사랑을 느낀다.자살을 시도하는 석원을 추스르고자 둘은 발길 닿는대로 여행을 떠나는데…. 화면은 놀랄 정도로 아름답다.서울역 지하도,동해의 쪽빛 바다,어두컴컴한 창고의 희뿌연 소금무더기 등등.제작진은 “전반부는 현실보다 거칠게 과장시킨 흑백 톤으로 채색해 동성애자들과 노숙자들의 절망을 가시화했고,후반부는 과장되게 화사한 색감으로 일탈의 정서를 표현해냈다.”고 밝힌 바 있다. 천성이 보헤미안인 김인식 감독의 속내는 동성애 영화인 ‘로드무비'가 아닌 그냥 로드무비를 찍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동성애는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큰 힘이지만,그것을 이성애 코드로 바꿔치기 해도 맥락상 문제는 없어 보인다.더군다나 동성애영화에 중요한 요소인 성적 주도권 결정문제,기존의 가족·직장·친구 등 사회와의 관계 재정립 문제 등에 대한 탐색이 거의 없다.외국영화에서 이미 다룬 문제라서 생략했다면 무엇하러 ‘한국사회에서의 동성애자 이야기’를 만들었나? 정상적인 성적 정체성에 관한 갈등을 보여줄 일주(서린)나 아내,아들도 도중에 사라져 버린다. 결국 김인식 감독이 만들어낸 것은 ‘지금 여기로부터 멀리’떠나는 사람들의 절박하고 간절한 이야기,로드무비였다.동성애 코드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공허하게 들리는 까닭은 처음부터 목표점이 달랐기 때문인 듯하다.어쨌든 데뷔작을 이 정도 완성도 높게 빚어내는 신인감독을 맞이한 점을 한국영화계는 자축해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영화계에 희소식 한가지 더.주연인 정찬과 황정민·서린 등의 성기·음모 노출 신에도 불구하고 ‘로드무비’는 ‘제한상영’이 아닌 ‘18세 이상 관람가’등급을 받았다.관계자들은 “특정 부위 노출에 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온 영상물등급 심의 관례를 볼 때 큰 사건”이라면서 “일부가 아닌 전체로 등급을 평가하려는 심의기준의 변화 조짐 아니겠느냐.”며 조심스럽게 희망섞인 전망을 내비치고 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정의구현사제단 내일 방북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일부터 9일까지 북한 조선가톨릭교협회(위원장 장재언)의 초청으로 대북 지원 모니터링 및 향후 대북 지원 협의를 위해 방북한다. 103명 규모의 방북단은 서울-평양 서해 직항로로 입북,조선가톨릭교협회와 대북 지원에 관해 협의하고 장춘 성당에서 남북한 신자들이 함께 미사를 봉헌할 예정이다.
  • 문부식씨 ‘과거 저항운동의 폭력성 성찰’ 발언 ‘파시즘 논쟁’으로 학계에 확산

    최근 문부식(43·당대비평 편집위원)씨의 발언을 둘러싸고 빚어진 이른바 '파시즘 논쟁'이 이번에는 학술토론회로 자리를 옮겨 뜨거운 논리 대결을 벌였다. 문부식씨는 최근 자신의 저서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를 통해 “”과거 저항운동이 분명한 민주주의적 가치와 저항을 표방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면책특권까지는 없다.””며 지난 89년 발생한 동의대 사태를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한 데 이의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한국산업사회학회(회장 서관모)는 문씨의 '파시즘 논쟁'에 학계의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로 하고 27∼28일 연세대 위당관에서 '정치변동과 사회개혁'을 주제로 연 2002년 비판사회학대회에서 '국가파시즘과 우리 안의 파시즘-문부식 논쟁의 재성찰'을 단일 분과로 선정, 주제 발표와 토론의 기회를 가졌다. 공제욱 상지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분과 대회에는 조정환(갈무리출판사 대표), 김진호(당대비평 편집위원), 김진석(인하대 교수), 조희연(성공회대 교수)씨 등이 나서 찬·반 격론을 벌였다. 조정환 대표는 '우리 안의 폭력에서 우리 안의 활력으로'라는 주제 발표에서 “”지금까지의 저항운동이 자본과 국가의 폭력에 초점을 맞춘 것은 자연스러우나 그 폭력에 맞서기 위해 저항운동이 스스로 군사조직화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문씨의 '우리 안의 폭력'론은 저항운동이 국가권력 장악을 위한 군사화 과정에서 지배계급의 모습을 닮아간 사실을 올바르게 지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가 응집된 폭력일 때 그것을 깨뜨리려는 저항폭력의 노선이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제 폭력비판은 국력비판으로, 국가권력 비판은 삶권력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역사의 근본적 힘인 '활력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강요당한 희생양의 침묵의 소리'라는 주제를 발표한 김진호 위원도 “”문씨의 폭력에 관한 주장을 둘러싸고 제각각 다른 문부식과 논란을 벌이고 있다.””며 “”그의 주장을 숙고할 시간보다 비판이 먼저 나왔다는 데 원인이 있다.””며 적극적인 옹호론을 폈다. 김 위원은 “”문씨 주장의 핵심 논지는 희생자 시선에서 사태를 읽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문씨가 이편 저편을 가르는 바리케이드 논법을 넘어서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희생제의를 만드는 폭력적 담론과, 자기 자신의 살 속까지 스며 있는 그 희생제의를 가슴저리게 성찰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의 제도화와 내재화의 문제에서 문씨는 후자를 특히 중요시한다. 그렇다고 전자를 무시한다는 비판은 지나친 단순화이자 공격을 위한 공격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일부에서 문씨가 근본주의적 비폭력을 주장한다고 얘기하는 것은 텍스트의 맥락성을 간과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비판론도 매서웠다. '위험한 근본주의에 빠진 일상적 파시즘론과 비폭력주의'를 발표한 김진석 교수는 “”극우적 권력이 여전히 발호하는 상황에서, 우리 안의 파시즘을 경계한다면서, 모든 폭력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하며, 그 입증이 무조건 선행돼야 한다는 문씨의 주장은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민주화운동들이 다소 폭력적으로 흐른 점도 있었으나 억압적인 권력의 폭력성이 그 이상인 상황에서, 어쨌든 폭력적으로저항하면 안 된다고 설교하는 일은 수상하고 뻔뻔하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약자의 폭력보다 강자의 그것을 먼저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 김 교수는 “”폭력을 성찰한다는 아름다운 이름 아래, 밖의 폭력보다 우리 안의 폭력이 더 근본적이라고 말한다면, 혹은 모든 폭력을 다 보편적으로 근절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밖에 엄연히 존재하는 폭력에 대해 이상하리만치 너그럽다면, 이 또한 근본주의적 폭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라며 “”우리 안의 폭력을 깊이 성찰한다면서 문부식이 조선일보에 대해서 전혀 성찰하지 않는 데 아연할 뿐””이라고 힐책했다. 조희연 교수는 '우리 안의 파시즘'이 갖는 문제의식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국가적 파시즘의 비국가적 토양, 비국가적인 억압성도 아울러 성찰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그는 “”우리 안의 파시즘과 (국가적)거대파시즘이 동일선상에 놓일 경우 억압과 불평등의 차별성을 흐리며 결과적으로 거대파시즘에 정당하게 부여되는 시선을 가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우리 안의 파시즘 논의를 국가파시즘 차원의 논의와 대립시킴으로써 이 논의가 진보담론의 확장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담론 혹은 보수주의적 담론의 확장에 기여하는 결과를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심재억기자 jeshim@
  • 5개언론사 여론조사 분석/ 후보 지지율 고착화 조짐

    추석 이후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일정한 수준에서 비슷하게 유지되면서 한동안 추세가 굳어질 듯하자 대선후보 모두가 긴장하고 있다. SBS 등 5개 언론사가 지난 23일 이후 파악한 민심(民心)의 향배는 5자 대결의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을 31.6∼34.7%,무소속 정몽준(鄭夢準) 후보를 27.1∼31.4%,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14.4∼21.8%로 묶어 두는 것으로 조사됐다.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와 이한동(李漢東) 전 국무총리도 각각 2%와 1% 안팎을 오르내렸다. 통합신당 후보로서 정몽준 후보가 이회창 후보와 양자 대결을 한다면 정몽준 후보가 근소한 차로 앞서지만 노 후보가 나서면 대체로 뒤지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영남에선 단연 이회창 후보의 지지도가 높은 데 반해 호남에선 민주당 후보가 아닌 정몽준 후보의 지지도가 높아 눈길을 끌었다. 추석 이전부터의 추이를 따지면 이회창·권영길·이한동 후보는 거의 변화가 없고 정몽준 후보는 약간 상승세인 반면 노 후보는 소폭 하락세인데,모두 큰 의미를 두기어렵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고착화에 대한 고민은 선두를 달리는 이회창 후보에게도 크다.‘고정 지지층’은 안정돼 가는 분위기지만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회심의 카드가 마땅치 않고 각종 변수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5자 대결에서 정몽준 후보를 리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오차범위 이내라 안심할 수 없다.특히 정 후보와 양자 대결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노무현 후보가 적당한 지지율을 확보해주는 편이 이 후보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후보는 정책여당의 국민경선 후보로서 위상이 흔들릴 정도로 지지율이 떨어져 민주당 내분의 원인이 되고 있다.TV토론과 인터넷 선거운동을 통한 제2의 ‘노풍(盧風)’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으나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민주당 안에서도 나온다. 정몽준 의원도 가혹한 정치적 검증을 아직 받지 못한 처지에서 거북이걸음같은 상승세를 그저 반길 수만은 없는 처지다.공식 출마선언 등 단기적으로 지지율이 높아질 조건인데도 5자 대결에서 여전히 이후보를 앞지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지율 분포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고정 지지층의 두께를 반영하기보다는 아직도 상당한 가변성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남은 대선기간 중 국민에게 ‘새로운 감동’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현재의 수치마저 유지하지 못하고 하락하는 출발선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 김형준(金亨俊·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부소장은 “여러가지 변수가 남았지만,대선이 임박할수록 각 후보가 TV토론과 정당조직의 대(對)국민접촉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대선의 판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경운기자 kkwoon@
  • 언론학자 안티조선 지지 선언

    강준만 전북대 교수 등 언론학자 34명이 25일 안티조선 운동 지지를 밝힌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남북 화해 협력을 방해하고 대선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등 대세에 역행하고 있는 조선일보를 극복하고 한국사회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 안티조선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단체와 시민들에게 지지와 격려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연합
  • 대선보도 우리의 다짐

    오는 12월19일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한매일이 선거보도에 일대 혁명적 변화의 문을 열겠습니다. 민영화 원년을 맞은 대한매일은 대통령선거에 대한 공정하고 심층적인 기사를 실어 유권자들에게 바른 선택의 기준을 제공할 것입니다.깊이 있는 취재,분석 기사를 통해 올 선거가 21세기 한국의 민주주의가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되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어느 편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인 보도로 새롭게 태어난 ‘공익정론’의 모범을 제시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대한매일은 다음과 같은 다짐과 방침을 독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공정보도 노력 배가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리 또는 불리한 기사를 의도적으로 작성하거나 편집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기사와 사진은 뉴스로서의 가치 판단 기준에 따라 게재하며 불편부당의 원칙을 견지하겠습니다. 지역주의 조장이나 금권타락선거 양상을 끝까지 추적,문제점을 적시함으로써 관련 후보자가 유권자로부터 배척받도록 하겠습니다. ■정책대결 유도.인물검증 ◇정당과 후보들의 공약과 정책을 면밀히 비교·분석해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가 되도록 유도하겠습니다.이슈 중심으로 쟁점을 심도 있게 보도하겠습니다.공약은 전문가의 분석을 거쳐 실현 가능성과 예산 집행의 효율성,우선 순위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겠습니다. 공직관·학력·경력·병역·납세·재산·전과 등 자질 검증 요소를 토대로 후보들의 도덕성과 공직수행 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하겠습니다.모든 후보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계획입니다. ■새 여론조사 기법 도입 ◇대한매일은 기존 언론들이 하고 있는 경마식 여론조사는 지양하려 합니다.여론조사 결과를 전문가들이 직접 분석하고,기사를 씀으로써 한 차원 높은 분석을 독자 여러분께 선사합니다.특히 응답률이 20% 안팎에 불과해 ‘표집오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기존의 조사와 달리 조사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응답률을 60% 이상으로 높임으로써 보다 정확한 조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일 응답자를 추적,여론의 변화를 심층 탐구하는 ‘패널조사’도 시행할 것입니다.유권자의 관심 사항도 조사,정치권이민심의 동향을 알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선거조사위.분석위 구성 ◇공정하고 분석적인 여론조사,정책대결 유도 및 인물 검증을 위해 한국조사연구학회(회장 朴龍治 서울시립대교수),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소장李南永 숙명여대 교수)와 함께 대선조사위원회와 분석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양 위원회는 여론조사 과정에서 있을지 모를 오류와 불공정성을 걸러내고,각종 현안을 심층 분석한 글을 정기적으로 지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사연구학회는 정치학·사회학·행정학·통계학·경영학 등 관련 10개 분야의 학자들과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전문가들을 회원으로 둔 우리나라 최고의 조사연구 전문가 모임입니다.KSDC 역시 이 분야 유수한 교수 및 전문가가 모인 여론조사 전문기관입니다. ■'소수의 목소리' 충실히 반영 ◇소수 정당이나 정파의 움직임과 의견을 전하는 데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여성·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집단’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이들의 요구가 선거를 통해 정치권에 전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젊은세대들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세대간 인식 차이를 줄일 수 있도록 인터넷에 나타난 여론도 지면에 충실히 전달하겠습니다. ■명예논설위원.자문위원 참여 ◇대한매일은 ‘전문가와 함께 만드는 신문’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맞춰 1300여명에 달하는 명예논설위원과 자문위원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이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대선후보 정책 검증단과 선거기사 자문단 등을 운용,어젠다 설정에서 후보 공약 평가와 차기정부 국정 과제 제시에 이르기까지 각 후보의 정책을 정밀분석하겠습니다.
  • [씨줄날줄] 사탑의 기회

    800여년 전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인 피사의 주민들은 사라센의 함대와 싸워 승리를 거두자 기념물을 하나 만들기로 했다.마을 대성당에 아름다운 종탑을 짓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사의 사탑(斜塔)이다.그러나 흰 대리석탑을 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1174년 착공했으나 196년만인 1370년 공사를 마쳤다.모래지반을 다지느라 공사 진척이 늦어진 탓이다. 해마다 1㎜씩 기울어 골칫거리였던 이 탑은 1591년 유럽의 이목을 모았다.이 곳 출신의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교황청에 맞서 탑에 올라 중력실험을 가진 것이다.삐뚜름한 탑의 기묘한 모습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사람들은 이 탑을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에 올려 놓았다. 이탈리아가 1990년 탑의 붕괴를 우려해 비공개를 결정하기 직전까지 순전히 탑하나만을 보기 위해 피사에는 한 해에 100만명의 관광객이 몰려 들었다.로마에서 세 시간 기차를 타고 달려와 관람료로 13달러쯤을 낸 다음,사탑의 294개 계단을 올라가 보고는 만족감에 젖어 다시 로마로 돌아갔다.사탑은 기운 것만 빼면 유럽의 여느 탑과 다름없건만. 이탈리아는 1992년 복구공사를 시작하면서 대단한 이벤트를 마련했다.전세계 토목전문가로 ‘사탑토목위원회’를 구성해 사탑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한 것이다.이들 전문가들은 2500만달러를 들여 지난해 탑을 43㎝ 일으켜 세웠다. 최근 국감자료를 통해 국보인 불국사 다보탑 등 3개 석탑이 해마다 조금씩 기울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문화재청의 관리소홀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이에 맞서 문화재청은 탑신 기울기 측정 결과 오차범위여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결국 말싸움의 또다른 소재로 그칠 공산이 크다. 차제에 이들 탑의 기울기를 관심거리로 대대적으로 확산시켜 보면 어떨까.외국 방송이며 신문들이 솔깃할 정도로 말이다.이탈리아가 기울어진 대리석탑과 복원작업 자체를 관광자원화한 것을 벤치마킹해 보면 뭔가 묘안이 나올 성싶다.석탑이 얼마나 기울었는지 잣대도 옆에 세우고 세미나도 여는 등 관광객을 유인하는 ‘발상의 전환’이 없는 게 아쉽다. 박재범 논설위원 jaebum@
  • 성형중독 후유증 심각, 30대 코·주름제거 이어 유방확대수술후 사망

    ‘외모지상주의’(lookism)와 ‘미용 성형’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성형 수술 후유증으로 목숨을 잃거나 정신질환을 겪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자신이 바라는 외모를 얻기 위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성형 수술에 나서는 바람에 습관적으로 수술을 하는 성형 중독증 환자가 생겨나고 급기야 심각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가 ‘성형 만능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평소 ‘빈약한 가슴’ 때문에 콤플렉스에 시달렸다는 이모(30·여)씨는 지난 14일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했다.이씨는 전날 서울 서초구 반포동 H의원에서 유방확대 수술을 받은 직후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었고,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미 숨진 상태였다. 그는 한달전 이 병원에서 코를 높이고 얼굴주름을 펴는 수술도 받았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3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를 토대로 이씨의 사망 원인을 수술 합병증의 일종인 ‘폐색전증’으로 잠정 결론지었다.이는 폐에 피를 운반하는 폐동맥이 혈전이나 지방세포 등으로 막혀 혈액을 제대로 보내지 못해 생기는 증상이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평소 환자가 갖고 있던 소인(素因)이 발병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씨의 회복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있었는지와 습관적인 성형수술이 부작용을 일으켰는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기관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같은 날 울산 남구 삼산동 H성형외과에서 지방흡입술을 받은 진모(22·여)씨도 목숨을 잃었다.입사 면접시험을 앞둔 김씨는 콤플렉스였던 허벅지 부분 살을 빼려고 수술을 받았지만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3월에는 뱃살을 빼려던 남성 회사원 유모(34)씨가 지방흡입술을 받은 지 하루만에 숨졌다.그는 사전 검사를 받지 않고 성형외과 수술대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7월말 “쌍꺼풀 수술이 잘못됐다.”며 병원에서 난동을 부린 여대생 김모(25·송파구 잠실본동)씨를 폭행 혐의로 두차례나 입건했다.김씨는 수술 다음날부터 의사들에게행패를 부리며 재수술을 요구한것으로 밝혀졌다. 의사들이 “수술 결과가 좋은 편”이라고 달랬지만 김씨는 막무가내였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강남 일대 성형외과에서 습관적으로 쌍꺼풀 수술을 받는 등 성형중독증과 정신질환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 백상창 소장은 “성형을 통해서라도 남들보다 외모상으로 우월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의식이 바로잡히지 않는다면 ‘성형 후유증’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지연기자 anne02@ ■성형중독증 실태/ 10개월간 7차례나 쌍꺼풀수술 우리나라 성형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외지(外誌)가 한국의 성형 열풍을 꼬집을 정도로 과열 양상이다. 내적 가치를 등한시하고 외모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 풍토와 물질만능주의가 갈수록 팽배하고 있어 성형수술 붐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성형수술 부추기는 사회-대중매체들은 성형수술을 ‘획일적’미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쯤으로 묘사하며,화장품을 구입하듯대중에게 성형수술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휴대전화용 국제통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S사는 최근 ‘전화비를 절약해 쌍꺼풀 수술을 했다.’라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돈을 모아서라도 수술을 받겠다는 여성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K신용카드 회사는 자사의 여성 전용카드 회원중 매달 20명을 무작위로 뽑아 성형수술비 명목으로 한사람에게 10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최근 동국제강이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3%가 “성형수술이 삶이나 성격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달 5일자 아시아판에서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1명이 성형수술을 받았다.”며 한국의 성형수술 열풍을 자세히 보도했다. 정확한 통계치는 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성형외과 전문의 600여명이 한해 10만∼20만건의 수술을 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문제점과 처방-여대생 김모(25)씨는 전형적인 미용성형 중독상태에 빠져있다.김씨는 지난 7월까지 10개월 동안 무려 7차례나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첫 수술 결과가 만족스러워 “조금만 더”라며 계속 욕심을 낸 것이 화근이었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환자의 20% 정도가 성형수술 관련 상담을 받고 있으며,일부 성형 중독자들은 잇따른 수술에 몸과 마음이 상하고 있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성형수술을 받기 전 충분한 상담을 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아무리 완벽한 수술이라도 흉터가 남기 때문에 수술이 반복되면 피부조직이 상하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면서 “사망 등 수술 후유증에 대해 충분한 사전 상담을 받지 못해 수술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준 한림대 교수(사회학과)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갈수록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때문에 성형수술 붐도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형일 대한미용성형학회 회장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성형수술 이전에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지연기자
  • 신의주특구장관 양빈 발탁배경/ 北, 외국자본에 신뢰얻기

    북한이 ‘신의주 특별행정구’초대 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인 양빈(楊斌) 어우야 그룹 회장을 내정한 것은 북한체제의 속성에 비춰 볼 때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일(金正日) 위원장이 외국인을 특구의 책임자로 등용한 것이 최종 확인된다면 그 자체로도 파격적인 일이다.더욱이 유일 주체사상을 강조해온 북한체제의 통치 관행에 비춰 볼 때는 가히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비견할수 있는 일대 사건인 셈이다. 신의주 행정특구는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나 연형묵(延亨默) 국방위원회 위원 겸 자강도당 책임비서 등 김 위원장의 최측근 가운데 경제 전문관료가 발탁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어쩌면 ‘위험한 도박’으로 보일 수도 있는 ‘특구 초대장관 외국인 임명’의 배경으로는 나진·선봉 경제특구의 실패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우선적으로 꼽힌다.외국자본의 신뢰를 얻어보겠다는 것으로,중앙당의 개입과 간섭으로 많은 외국 자본이특구를 외면해온 점을 극복해 보겠다는 것이다.중앙당에 복종하는 북한사람을 특구 장관에 앉히고서는 대외적인 신뢰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파악했기 때문이다.이와 함께 양빈 회장이 성공한 화교이고 북한과 경제협력에 우호적인 유럽연합(EU) 회원국 국적 사업가라는 점에서 향후 엄청난 화교 인맥·자본과 유럽 자본을 동시에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의 추천설도 이와 무관치 않다.중국사정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의 방중 때 장 주석이 양회장을 신의주 특구 책임자 등으로 중용할 것을 강력히 추천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양 회장의 재력과 경영능력 및 참신성,그리고 서구식의 합리적인 사고방식 등이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중국의 쑤저우(蘇州) 개발 방식을 채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중국은 상하이 인근에 위치한 쑤저우의 일부를 싱가포르에 넘겨 ‘쑤저우공업원구’를 건설,경제적 도약을 이룩한 바 있다는 점이 그 근거다.양빈 회장은 2001년 7월북측과 남새(채소)와 화초 재배 계약을 맺고 대북한 투자에 나서면서 상당한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김위원장의 이같은 모험이 성공할지는 현재로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분명한 것은 김 위원장이 극히 제한적인 개방으로는 북한경제의 활로를 찾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했다는 사실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
  • [공직자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히딩크 감독을 배우자

    지난 6월 월드컵 응원의 함성이 아직도 귓전에 맴돕니다.그 함성의 중심에는 온 국민을 열광시켰던 히딩크 감독이 있습니다.그는 네덜란드 사람이지만 국제적인 축구감독입니다. 그의 국제경쟁력은 축구의 전술과 전략에서도 나오지만 그의 언어경쟁력이 더 큰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네덜란드어뿐 아니라 프랑스어,스페인어,영어를 잘한다고 합니다.히딩크처럼 네덜란드 사람들도 영어를 포함해 한,두가지 언어를 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네덜란드가 유럽의 관문이 된 것이 로테르담이라는 국제항만으로 가능했을까요? 아닙니다.네덜란드어,독일어,영어가 자유롭게 사용되는 환경도 큰 몫을 했을 것입니다. 인구 100만 남짓의 벨기에 브뤼셀이 유럽연합(EU)의 수도로 자리잡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유럽대륙의 한 복판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도 있었지만 프랑스어·독일어·네덜란드어가 자유롭게 쓰이는 사회문화적 구조 덕분이었을 것입니다.이것이 브뤼셀이 워싱턴 다음의 국제외교도시로 공인받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21세기가 시작되면서 동북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되는 것을 국가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동북아시아의 지리적인 중심에 있습니다.남북철도가 연결되고 중국횡단철도(TC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시키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리적 이점이 힘을 발휘하기 위한 여건들도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 경쟁국들의 노력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싱가포르는 초등학교부터 영어로 교육하고 있습니다.중국은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더 자본주의적인 기업경영 환경을 만들어 세계 유수 기업의 생산 및 본사기능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러한 21세기의 비전과 위협 아래 ‘영어마을’을 조성하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마을이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삶의 공동체입니다.영어만으로 의사소통이 되는 마을! 다소 생소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영어가 쉽게 소통되는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영어공부를 쉽게 할 수 있는 영어인프라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가며 외국에 나가지않아도 국내에서 영어생활환경 속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학습공간,길에서 마주치는 외국사람들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영어 사용기반,이런 것이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이끌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그리고 그간 쌓아올린 경제력,거기에 외국어 구사인력의 양성,이것이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중심국가가 되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
  • 연세대 정현기교수 비판 “신춘문예는 상업적 문화권력”

    “문예지와 일간지의 신춘문예로 대표되는 문학제도가 아직도 한국사회에서 불변의 문학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동안 문단에서 거론 자체를 금기로 여긴 ‘문학권력’과,그 권력을 가능하게 하는 ‘문학제도’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비평서가 출간됐다. 정현기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최근 출간한 비평집 ‘한국 현대문학의 제도적 권력과 사회’(문이당)에서 “1960년대 후반부터 싹트기 시작한 문학작품의 상품화 과정은 물론 현대에 와서도 이 문학제도가 돈벌이의 수단이 되어 왔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유혹이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정 교수는 “서울을 중심으로 해마다 6∼7가지 일간 신문들이 신춘문예라는 신인 발굴제도를 통해 작가를 배출·양성하고,일간지라는 문학제도가 그들의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이를 십분 활용하는 일은 나무와 아교처럼 긴밀하게 엉키는 관계로 존속한다.”며 이런 유형의 문학제도 존속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한국의 문학제도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왕성한 조직력을 과시했다.”며,일제강점기하에서 창간된 ‘창조’를 예로 들어 당시 동인지형태의 문예지들이 민족어를 지키기 위해 초절(超絶)적으로 민족어 문학작품을 생산해 냈다는 점을 평가했다.당시 김동인 염상섭 정지용 이태준 등이 이끈 동인 문예지들은 민족의 영혼을 담아 낼 발판으로서의 권력구조를 만들었으나,결과적으로 이들이 창출한 문학권력은 일정한 집단을 결속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권 회복이 이뤄졌다 하더라도 타민족에 의해 국권이 혼란스럽고 집단의 정신이 흩어져 갈라설 위기에 처했을 때,그리고 한 민족집단이 극도의 정신적 결핍상태로 뒤덮여 있을 때 문학제도가 만들어 졌다.”고 해석했다.그는 구체적인 사례로 ‘창작과 비평’‘문학과 지성’‘문학사상’등을 명시하고 이같은 문학제도의 탄생을 ‘집단과 민족,그리고 민중에게 길을 여는 빛이고 꽃’이라고 평가했다. 무차별적인 서양이론 차용에 대해서도 비판했다.그는 저서 머릿말에서 “서양 이론으로 무장한 논객들이 이 나라에서 오랫동안 독판을 쳐왔다.”고 지적하고 “한국에 옮겨온 서양 지식 바이러스의 숙주,서양 지식의 한국인 프랑켄슈타인의 횡포가 어떻게 스스로는 물론이고 동포를 기죽여 왔는지를 밝힐 생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연세대 재직중인 5공화국때 해직돼 문학사상 편집주간 등으로 활동했으며,‘한국 근대소설의 인물 유형’‘한국 문학의 해석과 평가’등을 남겼다. 심재억기자
  • 책/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 - 한국 실정에 맞는 정부개혁이란

    한국의 실정에 맞는 정부개혁이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정부개혁은 역대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추진되어온 것이었지만,국민의 정부가 떠맡은 외환위기는 정부개혁을 온국민의 관심사로 만들었다.그러나 그때널리 유통된 정부개혁에 대한 담론은 적잖은 오류를 안은 채 지금도 여전히 재생산된다. 최근 출간된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열린책들 펴냄)은 ‘한국적 정부개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연구서이자 실무지침서다.저자는 고려대 행정학과 윤성식(49) 교수.그는 먼저 외환위기 이후 유일한 대안으로 꼽힌 신자유주의적 정부개혁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나아가 정부개혁과 관련해 한국사회 전체가 빠져 있던 상식적 오류와 편견들을 짚어낸다. 저자는 신자유주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한국에 적합한 정부개혁은 개혁 항목에 따라 신자유주의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오로지 기업활동의 자유만을 요구하며,회계의 투명성과 같은 덕목은 한국적 특성을 들어 거부하는 ‘신자유주의의 가면’은 단호히거부한다.저자는 김대중 정부는 진보세력의 지지를 받은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적인 철학의 신자유주의적 정부개혁을 추진,정체성을 상실한 개혁에 그쳤다고 진단한다. 정부개혁 모델과 관련,저자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는 뉴질랜드의 정부개혁이 사실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지난 99년 1년동안 뉴질랜드 오클랜드대에서 정부개혁을 연구한 저자는 뉴질랜드의 정부개혁에 대해 더 냉정한 평가를 내려야 한다고 말한다. 뉴질랜드 정부개혁의 기수는 노동당 내각의 재무장관이던 로저 더글러스로,그가 추진한 개혁은 ‘로저노믹스(Rogernomics)’로 불린다.가장 급진적이고 혁명적인 개혁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이 뉴질랜드 정부개혁은 새로운 제도의 실험장이었다.하지만 개혁을 추진하던 정권이 두번이나 바뀌고 십년이 넘도록 나라는 온통 홍역을 치렀다.무엇보다 국민 자신이 자기 나라가 개혁의 성공사례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인구를 포함한 국가의 규모가 다르고,정치적 전통이 다른 뉴질랜드가 한국의 개혁모델이 될수 없다고 단언한다. 최근 부쩍 주목받는 ‘CEO지도자론’도 비판의 대상이다.저자는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차이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너도 나도 경영학의 CEO를 운운하는 데 우려를 표시한다.저자에 따르면 CEO지도자론은 정부부문이 민간부문에 비해 절대적으로 무능하고 부패하다는 가정에 바탕을 둔다.이것은 신자유주의와도 연관된다.그러나 적어도 한국의 경우,이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저자의 견해다.1만 8000원. 김종면기자
  • 이런책 어때요/ 진보와 보수의 영국사 - 3세기에 걸친 英 근현대사

    1707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통합으로 영제국이 성립된 시점부터 영국이 국민투표로 유럽공동체에 가입하기로 결정한 1975년까지 3세기에 걸친 영국 근현대사를 다뤘다.영국사를 보는 관점은 대체로 세 가지로 나뉜다.휘그(자유주의)적 관점,토리(보수주의)적 관점,마르크스주의(사회경제)적 관점이 그것이다.영국 리즈대 교수인 저자는 ‘진보와 지속’을 중심개념으로 삼는 휘그적 관점에 선다.마그나 카르타,명예혁명,1832년 선거법 개정 등을 근거로 삼아 영국사를 관용과 자유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온 과정으로 파악한다.1만 5000원.
  • 386세대가 본 W세대/ 외국브랜드 친숙한 ‘어용학생’

    ‘386세대’가 낡은 세대가 되었다.업그레이드된 거리의 젊은이들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그들과 함께할 수 있겠지 생각도 해보지만 이미 몸은 중년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386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온 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고,아직 꿈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2002년 6월 거리로 쏟아져 나온 월드컵 세대의 붉은 물결에,386세대들은 그저 당황하며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와서 80년대를 돌이켜 보면 386세대는 어쩔 수 없는 커다란 역사의 굴레에 휩싸여 살았던 것 같다.그도 그럴 것이 20세기 말을 살아가면서 19세기형 교육을 받았고,대학을 졸업한 후엔 인터넷이 범람하는 21세기형 삶을 살아야했기에,당연히 시대착오와 자가당착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그 중에 떠오르는 우스꽝스러운 도상이 하나.월드컵 세대들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어용 학생’의 모습이다.‘좌익용공 학생’은 그래도 21세기에도 매스컴에서 간혹 들먹거린 적도 있고,TV 모 코미디 프로에서 ‘애국청년’으로 둔갑해 등장하였기에 그리낯설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어용 학생?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것이다. 서라운드로 돌입하기 이전인 80년대 한국사회는 그나마 스테레오 타입을 꿈꾸었다.그 스테레오 타입이 지나치게 부풀려지면서 흑백 논리가 만들어졌다.그 흑백 논리에 의하면 빨간 머리띠를 묶고 화염병을 든 좌익용공 학생의 반대편에 어용학생이 서있다.어용학생의 모습은 우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두 외국산 브랜드 제품으로 치장한다.허리에는 워크맨을 차고 한 손에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를 들고 다른 손에는 양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반미감정 및 계급감정이 심했던 당시로서는 그럭저럭 이해가 가는 도상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지금 대부분의 월드컵 세대들이 어용학생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워크맨 대신에 MP3와 핸드폰으로 대체되었을 뿐이다.그리고 당시 비난의 대상이던 외국산 브랜드는 너무 흔한 것이 되었다.그 자리를 ‘명품’들이 차지하고 있다.80년대 비아냥의 대상이었던 어용학생의 모습은 전 지구적 자본주의 하에서 너무나 평범한 스타일로 변해버린 것이다.80년대 타임지는 특별한 것이었다.접할 수 있는 외국의 정보가 그리많지 않았기 때문이다.또 그냥 보여줘도 크게 문제가 될만하지 않은 내용들을,어디선가 검열을 했는지,북한 관련기사나 특정 정치사안 관련 국내기사들은 시퍼런 도장이 찍혀 있어서 쉽게 읽을 수가 없었던 까닭이다. 이런 시대라서 아마도 월드컵 세대들이 386세대들 보다 휠씬 외국어를 잘 습득하고 있나 보다. ▶ 최금수 neolook.com 이미지올로기연구소장
  • 백악관 본뜬 저택서 한끼 600弗짜리 식사

    중국 최고의 부자중 한 명인 황 차오링(43)을 가리켜 직원들은 ‘황 대통령’이라고 부른다.항저우 외곽에 1000만달러를 들여 미국 백악관을 그대로 본따 지은 대저택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집무실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사진이 걸려 있고 바닥에는 미국 대통령 문장이 새겨진 카펫이 깔려 있다.황은 이것도 모자라 집 밖에 미국 역대 대통령들의 흉상을 조각한 러시모어산과 워싱턴 기념비를 축소해 세워놓았다.중국 최대 여행사 등 22개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그는 “돈은 꿈을 실현시켜 준다.”며 자본주의 예찬에 침이 마른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에서 중국 백만장자들의 호화로운 생활상을 집중 소개했다.이에 따르면 중국의 남자 신흥 백만장자라면 최고급 이탈리아제 수제 양복을 입고 벤츠나 검정색 롤스로이스를 몰며 한끼에 600달러짜리 식사는 기본이다. 여자들은 루이뷔통과 샤넬 정장에 펜디 고급 핸드백,금목걸이에 최신형 노키아 휴대폰을 갖고 다닌다.쇼핑과 태국·호주 여행은 기본.피부 미백효과가 있다면 뭐든 먹고 애완견을키운다. 중국사회과학원은 경제개혁·개방 이후 재산이 1000만달러(약 120억원)가넘는 백만장자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1999년 600만달러였던 중국의 50위 부자의 재산이 지난해에는 1억 1000만달러로 18배나 늘 정도로 중국의 고소득층은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의 신흥 갑부들은 경제개혁 이후 밤낮없이 일만 하며 부를 축적한 계층이다.상당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가난에 한이 맺혀 있다.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을 모은 이들의 ‘과시적 소비’는 세가지 형태로 나타난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첫째 해외 명품 제일주의다.중국 선천에 광고회사와 부동산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왕 더위안(35)부부는 주말이면 홍콩으로 건너가 해외 명품점을 돌며 쇼핑을 즐긴다.둘째 해외여행 붐이다.오는 2020년에는 1억명이 해외여행을 나갈 것으로 추산된다.셋째,자식들에 대한 투자다.외국의 기숙학교에 유학보내고 주말마다 승마 교습은 물론 2500달러를 들여 초상화까지 그려주는 부모도 허다하다. 중국의 빈부격차는 50년만에 최대로 벌어졌다.일부 계층의 과소비에 대한 일반의 인식도 부정적이다.베이징의 인민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이들이 불법·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균미기자 kmkim@
  • 정몽준과 대선정국/ 지지율 분석 - 전국 고른 지지… 텃밭없어 불안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공식 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구도를 탈피한 첫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지금까지의 여론조사로는 정 의원이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역대 선거의 경향으로 볼 때 선거전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지역구도에 따른 투표심리가 지배하면서 영호남으로 갈려 표가 양분되는 양상을 보여왔기 때문에 제3후보인 정 의원이 여론조사의 지지도를 대선까지 끌고갈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대한매일과 한국사회과학데이터센터(KSDC)의 지난달 16∼20일 조사에 따르면 정 의원은 서울에서 31.2%의 지지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24.2%)를 앞서는 등 수도권에서 1위를 유지하고 있다.대전·충청권에서도 정 의원이 이 후보를 근소하게 따돌렸다.다만 영남권에서는 이 후보에게 뒤졌다. KSDC 김형준(金亨俊) 부소장은 “이인제(李仁濟) 의원의 대선가도 낙마 후 충청권의 표심이 정 의원에게 기울었다.”며 “도덕성 평가에서도 정 의원이 이 지역에서 1위”라고 말했다.도덕성은 검증 과정에서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므로 지지율은 앞으로 요동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중앙일보가 창간 37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포함한 3자 대결에서 정 후보는 이 후보(36.3%)보다 6%P가량 떨어진 30.2%로 나타나 지지율의 가변성이 높음을 보여줬다.노 후보 지지율은 22.5%였다. 이 조사는 또 만약 정 의원이 노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에 성공해 통합신당후보로 이 후보와 양자대결을 벌일 경우 42.4%의 지지율로 이 후보(39.5%)를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지난 7일 코리아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정 의원은 호남 지역에서 25.3%의 지지율로 노 후보의 48.2%에 크게 못 미친다.이에 대해 김 부소장은 “8월에는 정 의원이 통합신당의 후보로 거론되면서 호남 유권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반면 9월 들어 그럴 가능성이 멀어지자 전통적 지지정당인 민주당 노 후보에게 표심이 되돌아갔다.”고 분석했다.이는 향후 노·정 단일화 여부와 신당의 방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여의도리서치의 송덕주(宋德柱) 이사는“정풍(鄭風)이 노풍의 양상과 비슷하다.”면서 “정 의원의 지지층이 상당 부분 노 후보와 겹친다.”고 분석했다.그러나 코리아리서치 김창영(金唱永) 연구2팀장은 “정 의원의 주된 지지기반이 수도권·충청권으로 그의 출마가 이 후보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의원이 영남에서의 변화가 미약한 반면 호남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커서 앞으로 정 의원의 지역구도 탈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격전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특이사항으로 꼽힌다. 박정경기자 olive@
  • [글로벌 시각] 잭 웰치의 카리스마

    잭 웰치는 카리스마를 가진 경영자의 전형인 듯 하다.최근 몇 년간 그의 카리스마는 더욱 부각됐다.하지만 과대평가된 카리스마와 성공과의 관련성은 확실치 않다. 이것은 유익한 교훈이다.특히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은퇴한 잭 웰치에게 제공한 특전과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다.GE는 웰치에게 은퇴 후에도 야구와 농구경기의 특별석 비용,전용기 사용권,뉴욕 센트럴파크에 있는 고급아파트 임대료,음식비와 세탁비,신문대금까지도 모두 제공키로 한 것이 드러나 최근 구설수에 올랐었다.왜 GE가 웰치에게 그런 혜택을 부여한 것인가? 그는 분명 자신의 생활 정도는 꾸려나갈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다. GE는 웰치를 보다 오랫동안 최고경영자로 남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하고 있다.그러나 GE가 그러한 제왕적 특권으로 웰치의 카리스마에 대한 환상을 유지시키려 했다는 것이 보다 나은 설명이 될 것이다.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는 고대문명사회에서든 현대 미국사회에서든 사회적 산물이다.그래서 다양한 상징물을 통해 그 카리스마를 유지하려 한다. 잭 웰치같은 최고경영자들에게는 전용기와 리무진,호화로운 집과 스포츠 경기의 특별석 등이 그런 역할을 한다.이런 상징물이 없다면 그들의 카리스마는 사라질 것이다. 그리스도교적 용어로 ‘성령의 은총’을 뜻했던 카리스마라는 단어가 처음부터 비즈니스에서 중요하진 않았다.1980년대 기업의 오랜 침체로 투자자의 시대가 열리고 이전의 경영자들이 고지식하고 변화하는 세계경제와 기술발전에 부합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은 혁신적인 최고경영자를 요구했다. 이같은 중요한 변화는 ▲기업용어에 ‘미션’‘비전’등의 종교용어가 등장하는 등 비즈니스에 종교적인 개념이 등장하고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주식투자에 손대면서 대중에 영합한 자본주의가 성장한 두가지 변화와 함께 이뤄졌다.언론은 비즈니스 뉴스에 대한 대중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기업활동에 대한 보도를 확대했다.그로 인해 사람들의 신망을 끌어내는 카리스마를 가진 최고경영자가 새로운 지도자 유형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1979년 다임러 크라이슬러의최고경영자로 뽑힌 리 아이아코카는 카리스마를 가진 첫 경영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정부 보증으로 15억달러의 자금을 끌어내 도산 직전의 크라이슬러를 회생시킨 그는 명성을 얻게 됐고 국가적 영웅으로까지 떠올랐다. 잭 웰치 역시 1999년 포천지로부터 ‘세기의 경영자’라고 칭송을 받았다.웰치의 업적은 확실히 성공적이었다.그는 직원들이 더 어려운 일을 해내도록 격려하거나 분석가와 투자자,언론과 대중을 현혹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그리고 그는 20년 재직기간 동안 GE의 가치를 130억달러에서 5000억달러로 끌어올리는 기적 같은 일을 해냈다.웰치가 카리스마가 넘치는 경영자들 중에서도 최고라는 것을 입증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파산 위험에 있는 기업조차도 살려놓을 것 같은 카리스마를 가진 최고경영자가 실제로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웰치의 신화도 지금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회사의 성공은 어느 정도가 진실이었는지,‘웰치 효과’는 얼마나 작용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GE의 주식은 그의 퇴임이후 4분의 1도 더 떨어졌다.아마도 잭 웰치의 재능보다는 카리스마의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 이러한 의문의 해답이 될 것이다. 래키시 쿠러나/ 미 하버드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 NYT신디케이트 특약
  • 진보논객 홍세화·윤상철씨, 양후보에 ‘고언의 글’

    연말 대선을 앞두고 각계각층에서 ‘선택의 담론’이 무성한 가운데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논객인 홍세화 ‘아웃사이더’편집위원과 윤상철 한신대 교수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게 ‘편지글’을 보내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 열망을 환기시키고 나섰다.이들은 최근 나온 반년간지 ‘시민과 사회’(당대) 하반기호가 마련한 특별기획에 각각 글을 싣고 ‘부패하고 무능·무책임한 기존 제도정치권’에 통렬한 자성을 촉구했다. 홍씨는 이 후보에게 보내는 글 ‘공화국의 정체성을 상기하기 바랍니다’에서 그를 ‘한국사회의 대표적 주류’라고 전제하고 “한국사회 주류는 일제 부역세력에 그 뿌리를 두었고,김구 선생보다 이승만을,장준하 선생보다는 박정희를 가까이 모셨다.”면서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모든 부문에서 일제 부역세력은 분단의 좌우 구도를 이용,‘반공’을 외치고 ‘종미(從美)’를 실천함으로써 다시금 지배계층이 될 수 있었다.”며 신랄한 주류 비판론을 개진했다. 이어 “특권의식과 오만을버리고 공부 좀 하라.”고 말한 홍씨는 “특히 이 후보가 공화국 대통령을 꿈꾼다면 지금이라도 공화국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그는 “조선일보를 벗하고 정형근씨를 오른팔로 두고 있는 이 후보에게 공화국에 대해 묻자니 말이 막힌다.”면서 “공화국은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로서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에게 법에 의한 권위가 행사되는 국가”라고 설명했다. 노 후보에게 ‘민주개혁의 정체성을 지키기 바랍니다’라는 글을 쓴 윤 교수는 “노 후보는 비주류적 속성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DJ(김대중 대통령)와 닮은 점이 많다.”면서 “특히 충성스러운 지지자 집단은 성(城)을 쟁취하거나 곤경을 견디는 데는 대단히 유리하지만,성을 통치하고 관리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며 ‘노사모’로 통칭되는 열렬한 지지자 집단의 운용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경선 과정에서 노 후보를 성원한 지지층은 까다롭고 가변적인 집단이어서 독자적인 정치적 쟁점을 만들어 국면을 주도하지 못하거나,구 정치행태를 보이면 언제라도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면서 최근들어 지지부진한 노 후보의 대선 행보 등 일련의 행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윤 교수는 “지난 지방선거 결과로 미루어 노 후보는 현정부의 부패 스캔들을 극복하는데 일단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그 문제는 일단 피하면 지나가는 소나기는 아니다.”라며 정치개혁에 대한 노 후보의 선택과 결단을 촉구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열린세상] 소신과 지식인

    개인적인 변명 같지만 신문,방송 등 언론에서의 내 주장내용과 관련하여 강성의 이미지가 돈다고 지적하시는 분들이 있다.평소 나는 우리 사회에서 적어도 지식인 또는 오피니언 리더의 입장에 있는 자라면 정치적,사회적 현안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혀야 하고,이때에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헌법의 정신이나 법의 일반원칙 또는 일반인의 건전한 상식에 비추어 볼 때,명백한 사안을 적당히 호도하거나 양비양시론적으로 접근하거나 왜곡하거나 침묵하려는 태도는 결코 지식인으로서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본다.더욱이 이러한 태도가 중립적이고 부드러운 타협적인 자세로 비쳐져서는 아니될 것이다.이러한 소신하에 나는 공직자로서,그 후 변호사 겸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하면서 한국사회가 당면한 현안에 대하여 그때그때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처럼 법과 원칙,상식에 입각한 일관성 있는 소신의 표명이 딱딱한 강성이미지로 비쳐진다면 그러한 불이익은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다만 나 자신은 초등학교 2학년때 1등에게 배정된 급장을 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남의 앞에 나서는 것이 부끄러워 집에 와서 종일 울었을 정도로 내성적인 성격이었다.지금도 감동적인 상황에 직면하면 쉽게 눈물이 나와 누가 볼까 해서 당황해 할 때가 많은 여린 성격의 소유자임을 고백한다. 우리는 흔히 지도자의 덕목으로 외유내강(外柔內剛)을 꼽고 있다.그런 이유로 요직에 임명된 자의 인물평에는 이 덕목이 단골메뉴로 등장한다.겉은 부드러운 듯하나 속으로는 강하고 꿋꿋하다는 의미는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는 필요한 덕목일지 몰라도 지도자나 리더에게는 오히려 외강내유(外剛內柔)의 정신이 요구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원칙과 소신에 입각한 결단력과 추진력을 갖춤과 동시에 내면으로는 순하고 부드러운 인간미를 간직한 사람이 난국을 타개하고 개혁을 추진하기에는 더 적합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각종 국가적 현안이나 사건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한 전문가 내지 지식인들이 중립적이고 불편부당한 사람으로 평가되어 요직에 중용된 사례를 보아왔다.그러나 그들은 가문을 빛내고 임명권자의 심기를 건드리지는 않았을망정 국민의 입장에서 원칙에 입각한 소신있는 정책을 집행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면 나만의 편견일까? 지금 우리 사회는 대통령에 당선만 되면 모든 것을 움켜쥘 수 있다는 후진국형 통치권 개념에 사로잡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 온 나라,온 국민이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그 와중에서 상대를 헐뜯고 격하시키는 편가르기식의 패거리 문화가 판치고 있다.격동의 시대상황을 타개해 나갈 국가적 비전이나 정책대안에 대한 논의는 사라진 지 오래다.크게는 대북 통일문제에서부터 가까이는 주5일 근무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건설적 대안모색을 위한 역지사지(易地思之)식의 합리적 토론이 부재한 상태다.이념논쟁이건 개혁정책이건 사건,사고이건 이에 대한 찬반 입장이 자신의 패거리 또는 자신의 지도자 입장에 따라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심지어 종교,문화,학술계에 대한 선호조차 자신의 패거리나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의 입장에 따라 영향을 받고 있다. 사회의 나침반역할을 해야 할 전문가와 지식인들은 소 닭 보듯 침묵하고 있다.아니 몸을 사리고 있다.이제 지식인들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밝히면서 상생의 정책대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침묵과 방관의 태도에서 벗어나 갈등과 불신으로 양극화된 사회상을 감시,비판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지식전문가’가 아닌 ‘지식인’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그리고 이들 지식인들의 목소리는 무조건 지지와 반대로 나뉘는 획일주의가아닌 합리적 상대를 인정하는 다원주의적 사고에 입각한 균형있는 외침이어야 한다. 국가진로의 모색과 정책결정에 있어서는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체제,인간의 존엄과 가치,절차적 정의를 중시하는 법치주의,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는 시장경제주의 등 헌법의 기본이념이 조화롭게 반영되는 외침이어야 한다. 이석연 前 경실련 사무총장 변호사
  • 조정래씨 한국사회·문단에 ‘쓴소리’/“대하소설 시대 아직 끝나지 않아”

    “필연성의 인식없이 모든 기준을 미국이나 서구라파에 두고 있는 이 땅의 지식인들의 행태는 창피스럽고 서글프다.” 필봉 하나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강건하게 지켜온 파수꾼’이라는 평가를 듣는 소설가 조정래씨가 한국 문단과 우리 사회에 준열한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조정래씨는 최근 출간된 계간 ‘내일을 여는 작가’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대하소설 ‘아리랑’을 집필하면서 일방 ‘한강’을 쓰기 위해 취재에 나섰던 때를 회고했다.그는 당시 자신과 만난 문인과 출판계 인사 대부분이 “이제 대하소설 시대는 끝났다.”는 말을 수없이 해왔다며 “지식인들이 대중(또는 작가)의 심층을 투시하지 못하고 영악스러울 만큼 사회현상의 표피만을 보고 조급하게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90년대 들어 국내·외적으로 대변화가 일어난 것은 분명하지만,그렇다고 하여 소설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는 착각과 오류는 어디서 기인한 것인가.”고 반문하고 “소설이 진실을 쓰고 감동어린 문학성을 갖추면 언제든지 많은 독자들을 만날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돌이켰다. ‘프랑스와 서구라파에서는 대하소설이 없다.한 권짜리 장편이되 길이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문단의 규정에 대해서도 “그 단호한 발언들이 가상하기만 하다.”며 일침을 가했다. 조씨는 “프랑스나 서구라파 여러 나라들이 우리처럼 수난과 질곡의 역사를 살았다면 그 땅의 작가들이 대하소설을 안썼을 것인가.”라고 묻고 “어쩌면 그런 사대주의 근성은 수천년에 걸쳐서 뿌리박혀온 우리 반도민족의 나약하고 기회주의적인 고질병인지도 모른다.”고 탄식했다. 그는 ‘태백산맥’등 일련의 작품을 써오거나 작가로서 겪은 체험담도 담담하게 털어놨다.수년 전 어느 재단에서 연 국제심포지엄에 초대된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소잉카에게 기자들이 “한국문학은 아직도 주변에 머물러 있는데 언제쯤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으냐.”는 질문을 해 그로부터 “좋은 작품은 스스로가 중심”이라는 대답을 들었다면서 “그때 따귀를 얻어맞는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귄터 그라스 방한 때도 이같은 질문은 되풀이됐다.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한 것에 대해서도 그는 베트남과 마오쩌둥의 사례를 들어 ‘일본인들을 죄악으로부터 해방시켜준 일’이라고 나무랐다. 그는 한국인들에 대해 관대한 베트남인들이지만 우리 청룡부대의 승전비와 시멘트 벙커까지도 ‘역사의 교훈’이라며 보존하고 있는 사실을 강조한다.또 마오쩌둥은 장춘을 방문해 즐비한 일제시대 건물을 보고 ‘모든 것이 우리 인민의 피땀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보존하도록 했으나 “우리의 단순하고도 몽매한 대통령은 거침없이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뿐만 아니라 그 일을 치적이라고까지 내세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지난 92년 사정당국이 ‘태백산맥’에 용공혐의를 씌워 수사를 벌였던 일에 대해서도 한마디를 했다.그는 이미 수백만부가 팔린 책을 두고 ‘학생이나 노동자가 읽으면 불온서적 소지·탐독혐의로 의법조치할 것이며,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는 것은 무관하다.’는 단서를 달아 문제삼지 않기로 했었다고 털어놓고 “나는 다시 태어나도 소설을 쓸 것”이라고 말을 맺었다. 심재억기자 jes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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