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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정국-해외시각] 美·日 주요언론 분석

    |워싱턴 백문일·도쿄 황성기 특파원|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결의가 한국내에 심각한 이념적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각국의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노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촛불 집회 등 후속 반응을 지켜보면서 아직도 한국사회에 이념의 골이 깊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13일 노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한국인의 반응을 ‘사상적’ 분열이나 ‘친노’ 대 ‘반노’ 세력의 대립으로 묘사했다.이는 노 대통령의 운명과 더불어 주한미군과 북핵 등 워싱턴의 중요한 이슈에도 파급효과를 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한국에서의 환호와 분노…깊은 이데올로기적 불협화음’이라는 제목에서 “한국전쟁 이후 가장 중요한 전략적 동맹국 가운데 하나인 이 나라가 직면한 현실적이고 극적인 상황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사상적 분열이 대부분 세대간 격차를 반영,노 대통령 지지자는 한국전에 대한 기억이 없는 젊은층으로 진보적인 정치를 논의하고 종국적으로는 북한과의 통일을 바란다고 밝혔다. 반면 나이가 많고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는 야당의 지지층은 노 대통령이 미국을 경원시하고 부유층을 겨냥한 계급 투쟁을 벌이는 것으로 비난한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한국내 정치 분석가들을 인용,보수적인 한국인들과 노 대통령을 지지하는 계층 사이의 대립이 격화하고 폭력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산케이 신문은 14일 “탄핵안 가결이 내달 총선을 앞둔 여야 정쟁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됐지만 근저에는 기득권층과 이를 개혁하려는 현정권의 충돌이 도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익성향의 이 신문은 이날 ‘노 대통령 한(恨)의 정치’라는 1면 머리기사에서 “노 정권의 주변과 지지세력이 선호하는 말이 ‘기득권층’으로 이를 변화시키려는 것이 노정권의 개혁과 변화”라며 “그러나 그런 사상적 배경을 감지한 기득권층을 비롯한 보수 비판세력은 노 대통령에게 점차 혐오감을 갖게됐고 ‘한나라를 통솔하는 대통령에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로서 탄핵-사임 요구에까지 내닫게 된 것이 이번의 사태”라고 주장했다. marry04@˝
  • [TV 하이라이트]

    ●회전목마(오후 7시55분) 수형은 결혼식 날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만 은교는 대답하지 않고 우섭과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는 것만 고백한다.우섭이 수련과 헤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전여사는 은교와의 사이를 수련네 부모에게 털어놓자고 하고,우섭은 은교 결혼 전날 밤 자신이 납치했던 과거를 눈물로 털어놓는다. ●인사이드 월드(오후 1시20분) 뉴질랜드의 밤나무 숲은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요정의 황금 숲으로 등장할 만큼 아름답다.뉴질랜드 숲을 가꾸는 역할을 하는 것은 케레루 비둘기다.하지만 나무를 갉아먹고 비둘기 알을 먹어치우는 주머니쥐 때문에 비둘기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주머니쥐를 퇴치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애니토피아(오후 9시10분)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스’시리즈 등을 소개한다.국내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방영 시간을 둘러싼 방송 총량제가 커다란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새로운 창작 애니메이션 시도도 확인해 본다.‘Ani-where’는 공각기동대 극장판인 ‘이노센스’의 소식을 전한다. ●르포 시대공감(오후 8시25분) 수경 스님,도법 스님,이원규 시인이 ‘생명과 평화’를 내걸고 전국 도보순례에 나섰다.이기심과 환경오염으로 점차 황폐화되어 가는 한국사회에 경고음을 내고자 함이다.생명과 평화의 중요성,친환경적 개발과 농촌의 소중함도 이야기하려 한다.지리산에서 시작한 그들의 걸음을 따라 가본다. ●그것이 알고싶다(오후 11시10분) 실미도 사건은 훈련병들을 사형수나 무기수로 단정지은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이들이 사고로 폭사한 것인지 자폭한 것인지 등 많은 의문이 남아있다.실미도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고 훈련병들의 명예회복 등 사건의 합리적인 마무리를 국가와 관련기관에 촉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황금의 시간(오후 10시) 심각한 청년실업을 다시한번 짚어보고 연예인들의 창업은 어떻게 이뤄지는가.직접 현장을 찾아가 그들의 성공노하우를 공개한다.서울 동대문 시장을 찾아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추운 날씨 속에서도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시장상인들에게 아름다운 삶을 배워본다. ●무인시대(오후 10시10분) 지영은 형옥을 부수고 화원옥을 탈출시키려다 전존걸 등 용호군에 포위된다.말리는 지순에게 지영은 씨가 다름을 밝히고 주먹질을 한다.이 사실을 들은 이의민은 아들 셋을 불러 나무라다 지영에게서 지순이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경악한다. ˝
  • [盧탄핵안 가결-탄핵심판절차] 盧·주선회 ‘악연’

    ‘검사와 피의자’에서 ‘재판관과 피소추인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을 맡은 헌법재판소 주선회 재판관의 ‘인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16년 전 주 재판관이 검사일 때 노무현 당시 변호사가 시국사건으로 구속됐던 것이다. 당시 노 변호사는 지난 81년 부산의 운동권 학생 30여명이 좌경학습을 했다는 이유로 빚어진 부림사건 등 80년대 시국사건의 변론을 도맡아 ‘시국사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노 변호사는 지난 87년 9월 시위과정에서 숨진 대우조선 이석규씨의 보상문제와 시체 부검에 관여했다가 제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됐었다. 노 당시 변호사는 바로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노 변호사가 구속됐던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당시 노 변호사의 구속영장 청구를 지휘했던 부산지검 공안부장이 바로 주 재판관이다. 노 변호사는 대우조선 사건 이전에 부산지검이 3차례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정도로 검찰의 ‘눈엣가시’였다.3차례 청구된 영장은 모두 기각돼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었다. 실제 검찰은 노 변호사의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부장판사의 집을 찾아가 영장 발부를 요청하는 ‘편법’을 쓰다 거절당하자 손을 들었던 상황이었다.따라서 노 변호사의 구속에는 주 재판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부산상고 출신에 진영이 고향이고,주 재판관은 진영 부근인 함안 출생에 마산상고를 졸업했다.나이는 노 대통령이 두살 위다.이런 저런 이유로 노 대통령과 주 재판관의 ‘인연’은 주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이날 주 재판관은 “주심은 여러가지 보고를 담당하는 등 절차적 의미를 가질 뿐이며 특별한 의미는 없다.”면서 “향후 절차를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법적 절차에 따라 심판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송두율교수 석방대책위에 편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서 15년형을 구형받은 송두율 교수가 최근 송 교수 석방대책위 앞으로 보낸 두 통의 편지에서 “구치소는 한국사회의 표본실이며,한국 사회는 갈등이 증폭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적었다. 대책위는 11일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에서 ‘송 교수 무죄석방 촉구 사회원로 기자회견’을 열고 편지 내용을 공개했다. 송 교수는 “구치소를 조그마한 한국처럼 느끼고,지난 37년간 경험치 못한 한국사회를 압축적으로 그리고 속성(速成)으로 배우고 있다.”면서 “현재 많은 정치인들,재벌기업 회장과 사형수까지 함께 생활하니 구치소야말로 한국사회의 표본실과 같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의 핵심을 잘 볼 수도 있다.”면서 “한국사회는 안팎으로 엄청난 갈등이 증폭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득권 세력은 갑자기 잃어버린 고지의 탈환에 혈안이 돼 자꾸 무리수를 두고 (개혁세력은) 정권을 잡았으나 이를 견고하게 다지고 개혁을 추동시킬 힘이 없다 보니 갈팡질팡하는,한마디로 주인없는 사회처럼 돼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입춘 추위는 정말 매서웠지만 오는 봄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면서 “‘매화는 한 번 추위를 겪지만 그의 향기를 팔지 않습니다.(梅一生寒不賣香)’”라는 말로 끝을 맺었다. 송 교수는 사회 원로들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리는 심정은 담담하다.”고 말하면서도 “‘국가보안법’은 한마디로 말해 ‘네모난 원형’을 그리려는 애초부터 무모한 법 적용이었다.”고 꼬집었다. 김세균 교수,홍근수 목사 등 사회원로 3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송 교수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라는 점을 입증할 증거가 제시되지 못했고 송 교수의 학문활동은 법률적 판단대상이 아니다.”면서 “송 교수는 남북 학술 교류에서 성실한 중재자 역할을 했을 뿐인 만큼 무죄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은주기자˝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7) 라오스 북부 방비엥

    라오스 북부의 작은 마을 방비엥은 여행자들의 당초 여행계획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곳이다.하루를 계획하고 온 사람은 이틀을,이틀을 생각했던 이는 나흘을 머물다 간다.특히 서양 배낭여행자들은 한달 이상 장기체류하는 경우도 많다.전부 도는 데 걸어서 10분밖에 안 걸리는 이 작은 마을의 무엇에 사람들은 그렇게 끌려서 떠나지 못하는 걸까. 방비엥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쏭강에서 튜브 타기,카약 투어에 참여하기,고산족 마을 방문하기,그리고 마을 구경하기 정도.이곳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노천시장을 구경하며 먹을거리를 사는 것도 일과중 하나이다. 시장 뒤쪽으로 늘어서 있는 집들은 대부분 나무판자나 대나무로 지어져있다.따로 기술자나 건축업자가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각자 알아서 짓는다.집 짓는 날은 온가족이 나와서 한가지씩 거든다고 한다.각자 지은 농산물을 가져다 사고파는 이곳 장터는 꼭 우리나라 옛날 시골 모습같다.그런데 이색적인 것은 여기서 파는 야생동물들이 가지각색이라는 점.야생쥐부터 야생너구리,박쥐까지 참 다양하다.요리법은 잘 모르겠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나름대로 맛있는 별식이라니,으∼(별식 좋아하는 한국 아저씨들이 봐도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방비엥에 있는 동안 날마다 이 신기한 시장구경을 하면서 우리도 다양한 과일을 흥정해서 사먹곤 했다.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외지인들에게 바가지를 잘 못 씌운다.아주 조금씩 가격을 더 불러놓고는 ‘500낍(60원 정도) 더 불렀는데,1000낍 더 불렀는데‘하는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들통날까 초조해서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친다.비싸다고 돌아설 듯 어깨만 살짝 틀어도 가격은 곧 내려가고,덤 없냐고 하면 쑥스러운 듯 웃으며 몇개를 더 얹어준다.(라오스에서도 똑같이 ‘덤’이라고 한다.) 초저녁에 개울가로 내려가면 자기들이 잡은 물고기구이 파티에 초대하고,마을을 산책하다 눈이 마주치면 조용히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바로 이런 순수한 사람들 때문에 여행자들은 이곳을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 같다.하지만 아쉬운 것은 이곳 역시 해를 거듭하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몇년 전까지만 해도 아름다운 산수를 배경으로 한 평화롭고 조용하던 작은 마을이 이제는 거리마다 여행자들이 넘쳐나고,각종 투어 프로그램에 게스트하우스며 외국인 입맛에 맞는 수십개의 레스토랑이 생겨나 마을의 모습도 신흥 관광지처럼 변해가고 있다. 태국여행을 할 때 북부 산악지대 치앙마이에서 고산족 방문이 포함된 트레킹에 참여한 적이 있다.그들만의 세계에서 오롯이 살아가고 있는 고산족을 만나길 기대했지만 실망스럽게도 어린이들은 피카추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전통의상 차림의 주민들도 관광객들을 위해 형식적으로 갖춰 입은 듯한 느낌이었다. 함께 트레킹을 했던 스웨덴 친구는 “순수한 지역민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너무 상업화한 나머지 고산족도 패키지 상품의 일부처럼 느껴진다.”고 아쉬워했다.요즘 치앙마이 트레킹 투어를 주선하는 에이전트들은 앞다투어 ‘새로 개발한,아직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지 않은 고산족 방문’이라는 문구를 프로그램 소개에 일률적으로 넣고 있다.라오스의 방비엥도,태국의 치앙마이도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관광코스가 됐지만 그 사람들만의 평온한 행복,오롯한 평화가 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게스트하우스 운영 김혜자씨 동남아 여행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가 된 ‘김치 아줌마’ 김혜자(63)씨.예순이 넘은 나이에 라오스를 처음 찾았던 그녀는 라오스가 좋아서,라오스의 순수한 사람들이 좋아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라오스엔 어떻게 오게 됐나요. -지난 99년 건강이 악화돼 38년간 몸담았던 교직을 떠나 동료교사 넷과 함께 딸에게 가이드를 부탁해 한달간 인도차이나로 자유여행을 떠났어요.태국과 라오스를 거쳐 캄보디아에 이르는 코스였는데 나이도 잊은 채 아주 즐겁게 여행했지요.특히 라오스 북부여행에서 만난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의 모습은 내 유년시절과 똑같아 발을 뗄 수가 없었어요. 인터넷 배낭여행 동호회에서 유명하던데. -처음엔 조금씩 메모를 한 것을 딸이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곤 했는데,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읽고 격려해주어서 적극적으로 연재를 하게 되었지요. ‘김치 아줌마’라는 애칭은 어떻게 생겼나요. -여행하면서 제일 힘든 게 음식이잖아요.더욱이 한국사람들은 김치를 먹어야 힘이 나지요.그래서 처음엔 우리가 묵었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부터 김치를 담가주기 시작했죠.그러다 보니 여행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나봐요.난 내 이름보다 그 별명이 더 좋아요.사람들이 기억하기 쉽고,정감도 있고. 라오스 어린이들을 돕는 일을 하시죠. -오랫동안 초등학교에 있었기 때문에 여행하면서도 어린이들 교육이나 학교시설에 관심이 많았어요.그래서 방문하는 마을마다 학교는 꼭 갔었죠.그런데 학교시설이 정말 엉망이었어요.학용품도 거의 없고.그래서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학용품을 수집해 전해줬죠.지금은 친한 교장선생님 한분이 자비로 라오스 시골에 학교를 하나 지어주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 盧대통령 “총선결과 재신임 연계… 진퇴 결단”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재신임 방법과 관련,“총선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뜻을 심판으로 받아들이고 진퇴까지를 포함하는 정치적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노 대통령이 사실상 총선을 재신임과 연계시킨 것에 대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야당은 (대통령)자리를 내놓으라고 하고,저도 스스로 재신임 약속을 했으니 자리를 걸고 책임을 지는 결단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이어 “자리에 집착하지도 않겠다.”면서 “구차하게 잔꾀를 부리지도 않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의 내용을 애매하게 하지 않을 것이며 명확하게 조건과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는 시기를 전후해 밝히겠다.”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입당 시기와 관련,“특검에서 측근들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을 보면서 늦지 않게 당과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탄핵발의와 관련한 야당의 사과요구에 대해 “잘못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시끄러우니까 사과하고 넘어가자는 뜻이라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거부했다. 이어 “탄핵은 헌정이 부분적으로 중단되는 중대사태”라고 전제,“이와 같은 중요한 국사(國事)를 놓고 흥정하거나 거래하는 선례를 남기는 것은 정치 발전에 이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저렇게 (국회 본회의장을 점거하고)있는데,지금이라도 야당이 (탄핵발의를)철회해주면 만사는 해결된다.”며 야당의 선(先) 철회를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불법 대선자금 규모와 관련,“대선 후에 측근들이 받은 것과 영수증을 변칙 처리한 부분은 불법자금에서 제외해야 한다.”면서 “그러면 10분의1 수준이 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총선과 재신임을 사실상 연계한 것과 관련,한나라당 은진수 수석 부대변인은 “재신임과 총선 연계를 노골적으로 제시한 것은 10분의1 약속을 파기하고 탄핵을 회피하기 위한 책략이며 국민과 의회를 협박하고 능멸하는 작태”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김영환 대변인은 “총선에 재신임을 거는 것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이 태도야말로 가장 직접적인 총선 개입 올인 전략”이라고 공격했다. 곽태헌 박정경기자 tiger@seoul.co.kr ˝
  • 닭다리 잡고 “꼭이요”

    내가 먹기는 마뜩찮고 남주기는 아깝다는 닭갈비(鷄肋).그 닭갈비가 누구나 즐겨먹는 국민음식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매콤 달콤한 양념과 갖은 야채가 닭고기와 어울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대여섯번쯤 뒤집기를 하고 나면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다.더구나 닭갈비는 값이 싸고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서 어딜 가나 인기 ‘짱’이다. ●맛깔스러운 닭갈비 인기 최고 이런 맛깔스러운 닭갈비의 시작에 얽힌 얘기도 재밌다.야유회때 닭백숙으로 즐기려던 사람들이 닭고기를 뼈째 숭덩숭덩 썰어 고추장과 함께 간단히 익혀 먹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설과,군부대가 유난히 많았던 춘천에서 외출나온 군인들이 마땅히 먹을거리가 없어 닭갈비가 생겼다는 전설같은 얘기가 전해진다. 이유야 어떻든 닭갈비가 춘천의 다운타운인 명동 뒷골목에 아예 ‘닭갈비 골목’을 형성하며 번성하기 시작한 것은 30∼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에는 드럼통으로 만든 화덕에 참숯을 넣고 불판에는 고구마와 양파를 뚝뚝 잘라 닭갈비를 구워냈다.고구마와 양파는 닭갈비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을 머금고 노릇하게 구워져 닭고기가 익기 전까지 먹는 에피타이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시절을 돌이켜 50∼60대 춘천사람들은 어른 팔뚝만한 왕 가위로 뼈까지 서걱서걱 잘라 먹던 초창기 푸짐했던 닭갈비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이후 참숯이 연탄을 거쳐 가스불로 바뀌었지만 드럼통 둥근 화덕과 재봉틀 쪽 의자의 모습은 여전하다. 닭갈비와 어우러지는 야채도 많이 바뀌었다.초창기에는 고구마와 양파가 전부였지만 요즘엔 양배추·대파,떡볶이 떡까지 섞여 나와 다양한 입맛을 맞추고 있다. ●춘천 닭갈비 맛 세계로 전파 춘천 명동의 ‘닭갈비 골목’은 이런 변천을 겪으며 전국으로 퍼져나갔다.초창기 이곳에서 닭갈비 하나만으로 성공한 골목사람들이 서울로,부산으로 옮겨가면서 닭갈비를 전국에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했다.지금은 미국·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 한국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면 닭갈비가 나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됐으니 감히 대한민국 대표음식으로 꼽을 만하겠다. 이곳 닭갈비 골목에는 20∼30여곳의 닭갈비 집이 수십년동안 들고나며 완전히 닭갈비집으로 자리를 굳혀 지금은 22곳이 저마다 휘황한 간판을 내걸고 성업 중이다.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틀로 찍어내는 듯한 체인점이나 프랜차이즈점과는 또 다른 매력이 물씬 풍기는 골목이기도 하다.자주 찾는 단골에게는 춘천 막국수를 후식 맛보기로 내며 꾸준히 찾게 한다.이런저런 이유로 이 골목에는 평일에는 하루 1500여명,주말이면 3000명 이상이 찾아 북새통을 이룬다.옛날에는 대학생들이 선술집을 대신해 주로 찾았지만 요즘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드라마 뜨면 닭갈비 난다 몇해전부터는 일본·중국·타이완 등 외국인들까지 찾아 성황이다.아예 여행사에서 상품으로 내놓으면서 춘절 등 이들 나라의 휴일이 낀 날에는 하루에도 1000명 이상이 찾아 닭갈비 골목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춘천 명동과 남이섬 등을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겨울연가’가 이들 나라에서 인기를 끌면서 춘천 닭갈비까지 뜨고 있는 셈이다.골목 곳곳에 드라마 주인공들의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닭갈비집 실내마다 일본어·중국어판 드라마 브로마이드가 붙어 더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닭갈비집들이 모여 결성한 춘천 명동 뒷골목 계명회 박성도(54·복천닭갈비 주인) 회장은 “얼마전 조류독감으로 뚝 끊겼던 손님들이 다시 찾고 있어 한숨 돌렸다.”며 “누구든지 한번 찾으면 다시 오고 싶은 영원한 닭갈비 원조 골목으로 가꾸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
  • [열린세상] 송두율과 알키비아데스/김상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교장

    시민은 국가의 부속품이 아니며,자유 의사에 따라 국가를 선택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자유로운 정신의 표현이었다. 개인이든 나라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대하는 법을 보면,그 나라나 개인의 성숙도를 알 수 있다.추상적으로 말해서 자기 아닌 타자에 대해 얼마나 개방적일 수 있는가를 보면 한 사회의 수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이를테면 송두율을 감옥에 가두는 한국사회와 알키비아데스(Alkibiades)가 살았던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를 비교해 보라. 알키비아데스는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에 벌어졌던 펠로폰네소스 전쟁 당시에 페리클레스의 뒤를 이어 아테네를 이끌었던 정치가이자 장군이다.특히 그는 이 전쟁의 분수령이 되었던 이른바 시칠리아 원정을 주도적으로 발의했던 사람인데,원정 부대가 출발하기 직전에 아테네 전역에서 헤르메스 신상이 훼손되는 사건이 있었다.평소에 알키비아데스의 성공을 시기하던 정적들은 터무니없게도 이것을 알키비아데스의 소행으로 몰아 그를 탄핵했다. 그는 이 문제를 깨끗이 마무리하지 못한 채 원정군 총사령관으로 시칠리아를 향해 떠났는데,원정대가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자마자 알키비아데스는 아테네로부터 소환을 요구받았다.상황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한 알키비아데스는 자기를 호송하는 배가 투리오이에 기항했을 때,배에서 도망쳐 적국인 스파르타에 망명하였다. 전쟁 중에 가장 뛰어난 장군을 적에게 넘겨준 것이 아테네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겠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스파르타는 알키비아데스의 제안에 따라 기민하고도 정확하게 대처하였고,그 결과 시칠리아 원정은 아테네 원정군의 전멸로 끝났다.사실상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승패는 이것으로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알키비아데스는 자유분방한 삶의 방식이 몸에 밴 사람으로서 스파르타에 동화되어 살 수 있는 위인은 되지 못하였다.스파르타의 왕이 전쟁터에 나가고 없는 사이 그의 왕비와 정을 통하여 아들을 낳을 정도였으니,소피스트적 개인주의에 깊이 영향받은 자유분방한 아테네인에게 스파르타는 역시 너무도 적응하기 어려운 획일적 사회였던 것이다. 스파르타를 떠나 아테네로 돌아가기로 결심한 알키비아데스는 당시 스파르타와 동맹관계에 있던 이오니아의 페르시아 태수(太守)에게로 가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스파르타와 아테네 함대 사이에 해전이 벌어졌을 때 아테네 함대를 도와 스파르타 함대를 크게 무찔렀다.이 일이 계기가 되어 우여곡절 끝에 그는 결국에는 개선장군이 되어 다시 아테네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테네 시민들은 이전에 공연히 죄없는 알키비아데스를 죄인으로 몰아 스파르타에 망명하게 함으로써 시칠리아 원정에서 참패한 것을 후회할지언정 그를 반역자로 몰아 감옥에 가두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도리어 아테네 시민들은 그의 머리에 황금관을 얹어주고 해군과 육군 모두의 전권을 장악하는 장군으로 추대하였다.그리고 과거에 그를 추방하면서 몰수했던 재산을 돌려주었다. 생각하면,아테네 시민들이 한때의 반역자에게 이리도 관대할 수 있었던 것은,나라를 선택하는 것이 시민의 천부적 권리라고 그들이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당시 아테네에는 성인이 된 후에 아테네가 싫으면 자기의 재산을 가지고 가족들과 어디로든 이주할 수 있는 자유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었다.그것은 시민이 국가의 부속품이 아니며,자유 의사에 따라 국가를 선택할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자유로운 정신의 표현이었다. 요사이 신자유주의다 뭐다 하면서 모든 부문에서 정부의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유행이다.그런데 다른 일에는 규제 없는 작은 정부가 좋다면서 시민의 사상과 정치 활동의 규제는 왜 풀지 않는가.송두율이 북한을 방문해 노동당 당원이 되었다 한들 그것이 우리들 각자에게 무슨 대단한 피해를 입혔는가.송두율을 석방하고,국가보안법을 폐지하라.시민에 대한 국가폭력의 역사는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다. 김상봉 민예총 문예아카데미교장˝
  • 중앙박물관 ‘토요명품감상’ 첫날 200여명 몰려

    국립중앙박물관의 ‘토요 명품 감상’에 문화유산 애호가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큐레이터와의 대화’라는 부제처럼 박물관의 전문학예직이 주도하여,하나의 주제로 5점 이하의 명품만 집중 감상하는 대(對)국민 서비스다. ‘토요 명품 감상’은 지난 6일 ‘금속공예’를 주제로 막을 열었다.금속공예를 전공한 이귀영 학예연구관은 이날 고려 현종 1년(1010년)에 만들어졌다는 국보 제280호 천흥사 동종을 설명하는 데 한 시간을 모두 소비했다.고려 범종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답다는 천흥사 종에서 시작한 설명은 자연스럽게 우리 종의 역사에서부터 한·중·일 범종의 특징으로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천흥사 종 하나만 봤을 뿐이지만,결과적으로 범종에 대한 종합적 지식을 섭취하고,기초적인 범종 감식능력을 터득할 수 있었던 셈이다. ‘토요 명품 감상’은 중앙박물관이 용산 이전을 앞두고 휴관하는 10월 말까지 매주 주제를 달리하여 이어진다. 13일은 국보 제61호 청자 어룡무늬 주전자,20일은 조희룡의 매화그림,서예를 주제로 하는 27일은 퇴계 이황의 칠언시를 다룬다.새달 3일은 국보 제83호 금동반가사유상,10일은 조선시대 반가(班家)의 사랑방,17일은 국보 제101호 법천사 지광국사현묘탑을 중심으로 감상한다. 현재의 중앙박물관은 고고·미술사 박물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용산으로 이전하면 역사 박물관의 성격을 강화하겠다며 역사부를 신설한 것이 최근이다.그동안 고고·미술사 박물관으로 만족스럽다고 하기도 어려웠다.옛 조선총독부 건물이 헐린 뒤 용산 박물관을 잇는 임시 박물관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초라한 느낌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늦었지만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데는 어디에 내세워도 자랑스러운 우리 미술품이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토요 명품 감상’은 보여준다.한 시간 이상 설명해야 할 만큼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간직한 범종을 갖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앞으로 감상할 반가사유상과 감은사 서탑 사리장엄구 등은 한 시간이 아니라 하루종일 설명하고도 모자랄 만큼의 의미를 담고 있다.청자와 백자·분청사기 등도 마찬가지다. 사실 ‘토요 명품 감상’은 중앙박물관이 국민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지난 1월 공표한 ‘대 국민 서비스 강화’방침에 따라 급작스럽게 준비한 프로그램이다.그렇지만 홍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첫날,예상을 두 배나 뛰어넘은 200여명의 관람객이 찾아왔다.국민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관람객은 몰려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중앙박물관은 실감했을 것이다. ‘토요 명품 감상’에 참가하려면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중앙박물관 2층 안내데스크를 찾으면 된다.(02)398-5140 중앙박물관 미술부. 서동철기자 dcsuh@˝
  • [10일 TV 하이라이트]

    ●아주 특별한 아침(오전 8시) 우리나라 부부 세 쌍 가운데 한 쌍은 남편이 아내를 때리며,아내를 때리는 남편 10명 중 7명은 자식도 때린다고 한다.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성의 현실을 살펴보며,가족구성원들을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지 가정폭력의 현주소와 이를 막을 구체적인 방안을 알아본다. ●과학과 미래(오전 8시30분) 오늘날 교량은 단순히 지역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뿐 아니라,사회·경제·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불국사 청운교,창덕궁 금천교,진천 농다리 등 선조들이 만든 다리의 역사를 짚어본다.또한 영국이 산업혁명으로 발전하게 된 교량과학의 역사와 외국의 눈부신 다리 기술을 살펴본다. ●시사다큐(오후 8시50분) 이라크 전쟁 발발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후세인이 체포된 후 2개월 동안 이라크를 북부에서 남부로 관통하며 각 지역별·종족별 민심을 파악한 현장 경험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그동안 이라크의 전후 복구와 치안을 맡았던 미군의 상황과 지역의 민심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인생극장 오 마이 갓(오후 10시50분) 실직을 하게 된 남편은 아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뿐이다.남편은 열심히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지만 취직은 쉽지 않고,아내는 그런 남편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결심한다.아내를 말리지 못한 남편은 아내가 일하는 곳에 찾아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아내의 사랑에 가슴아파한다. ●해결! 돈이 보인다(오후 7시5분) 모든 장사가 그렇듯 족발업 역시 하루 수백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하루에 족발 한 두 그릇 정도 배달하는 것이 고작인 곳도 적지않다.25년 전통의 족발업계 강자와,족발집 운영 5년동안 빚만 남긴 영세 족발집.이런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그 원인을 분석해본다. ●꽃보다 아름다워(오후 9시50분) 화가 난 영민은 동생 영수를 찾아가 어떻게 미옥에게 민이를 아이 아버지에게 맡기라고 할 수 있느냐며 영수의 뺨을 때린다.다음 날 영민은 결심을 하고 아버지를 찾아간다.아이 문제는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아버지에게 영민은 미옥과 바로 결혼 날짜를 잡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 ●백만송이 장미(오후 8시25분) 태일은 인환으로부터 혜란에게 걸려온 전화를 빼앗아 만나고 싶다고 말하지만 인환은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혜란을 만난 인환은 유학을 보내줄 테니 현규를 위해 떠나 달라고 말하고 혜란은 시간을 달라고 한다.민재는 혜란이 회사를 그만뒀으니 혜란의 문제로 싸우지 말자고 말한다.˝
  • 편집·사진기자協 공정보도 세미나

    한국편집기자협회(회장 박정철)와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강두모)는 3월 11,12일 경기 포천시에 있는 한화리조트에서 ‘4·15 총선 공정보도를 위한 편집기자기자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합동세미나를 열 계획이다.˝
  • [초등학교 선거열병](하)학부모 고백록과 대안. 외국사례

    “10만원,20만원씩 내는 돈도 문제지만,행사 때마다 얼굴을 내밀어야 했습니다.회장 엄마가 이렇게 바쁜 줄 몰랐습니다.” 서울 은평구 A초등학교 5학년인 딸을 둔 주부 오모(45)씨는 “한국의 초등학교는 ‘엄마’들의 지원이 없으면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겠다.”며 이같이 말했다.오씨는 이어 “아이에게 다시는 회장 선거에 나가지 말라고 부탁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오씨 등 ‘회장 엄마’들은 지난한해 ‘회장 엄마’로서 겪은 일을 이같이 솔직히 털어놓으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현행 회장제도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제발 회장만 하지 말아줘” 오씨는 지난해 1학기 딸이 처음 회장에 뽑혔을 때만 해도 크게 기뻤다고 말했다.내성적인 성격의 딸이 친구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아 흐뭇했다.기쁜 마음에 ‘당선턱’도 냈다.다른 임원 어머니와 음료수와 떡,빵을 돌렸다.어머니 3명이 4만원씩 부담했다.그때만 해도 ‘이 정도쯤이야.’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3월말에 교실 환경미화를 한다고 담임이 임원 엄마들을 불렀습니다.교실을 보면서 ‘쓸 만한 비품이 너무 없다.’고 혼잣말을 하더군요.” 이미 몇 차례 회장 엄마를 해봤던 다른 학부모가 눈치를 채고 담임에게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그제서야 교사는 책상이 너무 낡아 불편하다고 대답했다.교실을 환하게 꾸미려면 화분도 몇개 필요하다고 했다.결국 오씨는 책상을 사들고 학교로 찾아갔다.담임은 “얼마짜리냐.돈을 주겠다.”고 했지만 오씨가 돈을 받을 수는 없었다.그는 “처음부터 교사가 살 생각이었다면 왜 학부모에게 얘기를 꺼냈겠느냐.”고 말했다. ●스승의 날이 부담스럽다 이후로도 지갑을 열 일은 많았다.4월 봄 소풍 때는 5만원짜리 회 도시락을 준비해갔다.교사들끼리 어느 회장 엄마가 좋은 도시락을 가져왔나를 비교하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 회장 엄마의 부담은 스승의 날이 있는 5월에 최고조에 이른다.오씨는 “얼마짜리 선물을 해야 할지,혹 쩨쩨하다고 흉 잡히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전했다.고민 끝에 독특한 디자인의 주방용품을 선물했고,역시 주부인 담임 교사가 흡족해하는 것을 본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밖에도 체육대회 때 ‘목욕비’로 10만원을,명절에는 백화점 상품권을 건넸다.연말에는 허브가 들어간 5만원짜리 닭요리 제품을 선물했다.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고 이렇게 쓴 돈은 1년 동안 200만원이 넘었다. 오씨는 “학년 대표나 전교 어린이회장이 되면 단위가 더 커져 강남에서 전교 회장을 하면 1000만원 넘게 든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사서 월급도 학부모들이 마련 서울 강북의 B초등학교 학부모인 황모(37·여)씨는 “은근히 ‘부담’을 주는 교사도 문제고,자녀에게 해가 될까 두려워 잘못된 관행을 버리지 못하는 학부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꼬집었다.황씨는 단적인 예로 학교 도서관 운영문제를 들었다. 교육부가 도서관을 짓도록 권유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해 학부모가 부담하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이 학교의 경우도 사서 월급 70만원 중 부족한 40만원을 회장 엄마들이 부담한다. 학교운영위원회 밑에 있는 학부모회,명예교사회,녹색어머니회 등 각종 모임도 ‘돈 먹는 하마’나 다름없다.일단 가입비를 10만∼30만원 정도 내고,일이 있을 때면 따로 체면치레를 해야 한다. 황씨는 “에어컨을 설치하자고 학부모 전체에게 20만∼30만원씩 걷는 일도 있고,학교 화장실 청소비에 보태기 위해 강제적으로 어린이신문을 구독하도록 하는 비교육적인 행태도 부지기수”라면서 “사정이 이러니 학부모 사이에는 ‘돈이 없으면 아이를 회장시키면 안 된다.’는 빈정거림이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 ˝
  • 송두율 15년刑 구형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오세헌)는 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재독철학자 송두율 교수에게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4부(부장 이대경)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논고를 통해 “피고인은 73년 노동당 입당 이후 30년간 북한의 지령에 따라 대남 공작활동을 벌여왔다.”면서 “국가보안법이 적용돼 기소된 최고위급 인사인 데다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아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최후진술에서 “국보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는 반통일적 장애물”이라면서 “학문적 양심에 따른 학술활동을 시대착오적 법률로 재단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검찰은 “피고인은 91년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뒤 ‘경계인’이란 가면을 쓰고 주체사상을 남한사회에 전파하는 대남공작활동을 펼쳐왔다.”면서 저서·기고문 작성과 남북학술대회를 사례로 들었다.이어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을 들어 검찰은 “피고인은 남파공작원으로 남한 주요인사를 암살하진 않았지만,선전·선동 활동으로 우리 사회에 더 많은 해악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 변호인단은 이날 “황장엽 북한 전 노동당비서도 ‘외국인이 정치국 후보위원이 될 순 없다.’고 진술한 데다 국정원 자료에서도 북한은 ‘김철수’란 이름을 외부인사를 부를 때 흔히 사용했다.”며 정치국 후보위원이란 증거 또한 발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은주기자 ejung@ ■ 송두율교수 최후진술문 존경하는 재판장님 국내외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진행된 이번 재판에 많은 노고를 기울여주신 재판부에 우선 심심한 사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 드려 여러 재판 과정을 거쳐 지금에까지 이른 저의 심정은 여러 가지로 착잡합니다. 한편으로는 악몽 같기만 했던 지난 일이 일단 끝난다는 기대감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분단시대를 뒤로하고 이제 바야흐로 통일시대로 접어들었다고 기뻐하며 가슴 가득 희망에 부푼 많은 분들에게 이번 재판의 결과가 어떤 의미를 던질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가 보안법의 실체 외국 땅에서 40년 가까이 살아온 저로서는 지금까지 ‘국가보안법’ 하면 겨우 ‘반국가단체’, ‘고무-찬양’, ‘잠입-탈출’, ‘회합-통신’과 같은 단어정도를 연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넉 달 넘게 ‘국정원’ 조사로부터 시작해서 검찰의 심문조사를 거치며 지금까지 숨 가쁘게 이어져온 수 차례에 걸친 재판 과정을 통하여, 저는 ‘국가보안법’의 실체를 몸으로 터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국가보안법’을 저에게 적용하려는 검찰의 시도가 얼마나 심각한 모순을 안고 있는가 하는 것을 저의 변호인단 측에서 법적으로 충분히 지적했기 때문에 그것을 재차 여기서 반복할 필요를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 대신 ‘국가보안법’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에 대해서는 짧은 언급이나마 절실한 듯이 보입니다. 여러 가지 가운데 우선 두 문제만 지적하고자 합니다. 베를린 시의 중심에 있는 쇠네베르거 우퍼(Schoeneberger Ufer) 거리에는 재독 ‘대한민국’ 대사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부터 자동차로 겨우 10분 정도 떨어진 글린카 거리(Glinkastrasse)에는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외국인이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 대사관을 방문하여, 입국사증의 신청 등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의 ‘공소장’은 제가 이 대사관을 방문한 것이 “국가를 참칭한 반국가단체가 지배하는 지역”으로 들어가 ‘반국가단체’의 성원과 ‘회합-통신’한 죄를 범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지금 평양에 상주하는 독일대사관 직원들은 모두 ‘국가보안법’의 위반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서울에 있는 괴테 문화원(Goethe-Institut) 원장은 평양에 있는 괴테 문화원의 ‘독서실’을 함께 관장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 평양을 방문해야 합니다. 검찰의 논리를 따른다면 이러한 행위 역시 당연히 ‘잠입-탈출’ 죄를 범한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제 사건을 보고 충격을 받은 독일인들은 한국이 드디어는 ‘국가보안법’을 독일에까지 수출하려 하느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합니다. 뿐만 아니라 16년 전에 제가 독일말로 쓴 책의 내용을 문제삼아 역시 ‘국가보안법’에 저촉되는 양 검찰이 논리를 세우는 것을 보고 모두 아연실색하고 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매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제 도서박람회(Buchmesse)’가 열립니다. 이 행사기간 1871년 독일제국헌법을 제정 통과시킨 제국의회가 열렸던 파울교회(Paulskirche)에서는 인류문화의 지적보고인 책을 통해서 평화에 기여한 인사에게 유명한 평화상(Friedenspreis)도 수여됩니다. 내년 2005년에는 한국이 이 박람회 측에서 특별 선정한 ‘손님나라’(Gastland)가 되었습니다.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해서 ‘고금상정례문’이나 ‘직지심경’등을 인쇄해서 인류문화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문화 국에 대한 당연한 예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나라임에도 아직도 사상 관련 저술에 중세 때나 가능한 마녀 사냥 식의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반문화적인 현실을 이 세계는 어떻게 이해하겠습니까? 오늘의 세계는 문화를 존중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공안 검찰은 이러한 반문화적인 작태를 태연히 자행함으로써 한국의 국위를 너무나도 심각하게 실추시키고 있습니다. 검찰은 ‘실정법’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가보안법’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지상유일의 ‘분단국가’가 통일된 민족국가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반통일적 장애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은 세계화의 기치아래 ‘세계 시민사회(Weltbuergergesellschaft)’를 지향하는 오늘의 국제적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대학이 있는 뮌스터 시에는 ‘30년전쟁(1618~48)’을 종결시킨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Westfaelischer Friedensvertrag)’이 체결된 회의실에 아직도 보존되어 있습니다. 근세 국제법적인 의미에서 최초의 평와 조약이라고 불리우는 이 평화조약의 정신은 칸트의 ‘영구평화론(Zum ewigen Frieden)’을 거쳐 나치 독일을 피해 미국에 망명, 법을 통한 평화를 설파해서 초국가적인 평화기구인 UN의 설립정신에 기여한 한스 켈젠(Hans Kelsen)의 법철학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민족국가를 기초로 해서 국성 이러한 평화개념은 이제 민족 국가의 국경개념을 희미하게 만드는 ‘세계화’의 과정 속에서 국가대신에 ‘시민사회’에 근거한 보다 보편적이고 사해동포적인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탈현대적(postmodern)인 법 이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이미 밝히고 있는 원칙, 즉 남북은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 ‘특수한 관계’도 인정치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에 말한 ‘베스트팔리아 평화조약’이 전제하고 잇는 국민 , 국토, 그리고 주권이라는 기본요건마저 무시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17세기 중반의 법 이해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법 아닌 법입니다. 나의 ‘통일철학’ 그러나 저는 이 기회에 -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가고자 하는 심정으로 - 이러한 ‘국가보안법’이 이해하려고 시도하지도 않고 또 이해할 수도 없는 저의 통일 철학의 핵심을 간략히 밝히고자 합니다. 통일 문제를 말할 때, 언제나 저는 제일 먼저 ‘상생(相生)’의 원칙을 강조해 왔습니다. 불교적 용어로 이해되고 있는 ‘상생’은 ‘연기(緣起)’라는 개념을 전제합니다. 즉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이 가르침은 남북으로 갈라진 우리의 민족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는 ‘남이냐, 북이냐’라는 양자택일의 논리가 아니라 ‘남과 북’이 공유하는 관계를 중시하는 논리로서, 저는 큰 대나무와 저 작은 대나무가 실은 땅속에서 뿌리를 통하여 서로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비유를 들어 이 관계를 설명합니다. 1989년 봄, 비엔나에 있는 유명한 ‘문학의 집(Literaturhaus)’에서 행한 ‘탈현대의 고고학(Zur Archaelogie der Postmoderne)’이라는 강연에서 저는 대나무와 도토리나무의 비유를 들어 현대의 인식론적인 문제를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어미 대나무(母竹)로부터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일정한 거리에 죽순이 나오는데 이들이 서로 연결되어 번식하면서 무성한 대나무밭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러나 도토리나무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떡잎이 나오고 어느 정도 성장하지만 어미 도토리나무의 무성한 잎의 그늘 때문에 이 어린 나무는 자라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습니다. 대나무는 ‘관계철학’, 도토리나무는’주관철학’을 각각 상징합니다. 또 ‘관계철학’은 ‘상생’을, ‘주관철학’은 나만이 옳다는 ‘아만(我慢)’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상생’의 원칙에 입각할 때, 비로소 남과 북은 서로를 ‘자기 속의 타자(他者)’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하게 됩니다. 남과 북이 똑같다면 이미 통일이 이룩된 상태일 것이고, 남과 북이 완전히 다르다면 통일이야기를 꺼낼 필요조차 없는 상황일 것이기 때문에,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남북은 긴장 속에서도 계속 줄기찬 여유를 지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러한 태도는 통일을 어떤 ‘사건’이 아니라, 끊임없이 전개되는 ‘과정’으로서 바라보는 훈련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반세기 이상 서로 이질적으로 형성되어온 남북의 체험공간은 서로의 기대 지평을 달리 만들어 왔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라는 ‘과정’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서로가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는 그리하여 서로의 관점을 바꾸어 보는 ‘합리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평화적 수단을 통해 갈등을 해결한다는 이러한 원칙을 우리의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도 분명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비록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체제의 수립이라는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전쟁이 없다는 의미에서는 ‘소극적’인 의미의 평화 정도만이라도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 오늘의 한반도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상생’, ‘자기 속의 타자’, ‘과정’, ‘합리적인 대화’ 그리고 ‘평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제 스스로의 ‘통일철학’의 실현을 위해 ‘배제하고 동시에 통합하는 제3의 무엇’을 지향하고자 하는 ‘경계인’의 삶을 “기회주의적”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제 뇌리 속에는 초기 불교의 성전 ‘쌍윳따 니까야’의 함축적인 비유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즉, 흰 소와 검은 소가 서로 묶여 있는 것을 보고, 대개는 검은 소가 흰 소에, 또는 흰 소가 검은 소에 묶여있다고 보는데, 사실은 이 두 소를 서로 묶고 있는 것은 단지 ‘끈’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남과 북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비유는 남이 북에게, 또는 북이 남에게 묶여 있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이 남북의 ‘사이’를 생각해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현재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라는 ‘제3의 공간’이 전 한반도로 확장된다면, 위에서 지적했습니다만, 전쟁이 없다는 뜻에서의 소극적인 평화 정도는 가능하다는 발상으로 통하기 때문입니다. ‘경계인’의 의미 37년 만에 ‘경계인’으로서 제 조국 땅을 밟으면서, 저는 ‘조직 사회학’에서 종종 거론되는 다섯 마리 원숭이에 대한 우화를 생각했습니다. 원숭이 사육사가 매일 아침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 그 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습니다. 첫 번째 원숭이가 바나나를 따먹으려고 나무에 오르다가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원숭이도 흐르는 강한 전기에 놀라 연이어 포기했습니다. 이튿날 새롭게 우리 안에 들어온 다섯 번째 원숭이가 걸려있는 바나나를 보고 나무에 오르려고 하자 이미 혼난 경험이 있는 네 마리 원숭이가 다 나서서 그를 말렸습니다. 그러나 이 다섯 번째 원숭이는 이 만류를 뿌리쳤습니다.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는데도 네 마리 원숭이는 그 사실을 몰랐던 것입니다. 이 우화는 지식의 역할이 사회에서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드러내고자 한 것입니다. 즉 ‘지식은 조직을 멍청하게 만든다(Intelligenzmacht Organisation dumm)’는 역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하는 지식은 기존의 선입견을 파괴하고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는 이른바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Andersdenkender)’을 요구합니다. 국가보안법을 신주단지처럼 모시는 ‘국가정보원’과 ‘공안검찰’ 및 이른바 ‘거대 언론’,그리고 이에 덧붙여 기존의 선입견을 ‘지식’으로 포장하고 확대 재생산시켜온 이른바 ‘지식인들’이 바로 위에서 지적한 네 마리 원숭이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저는 동시에 이 사회를 항상 깨어있게 만드는 많은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다섯번째 원숭이는 ‘해방 이후 최대간첩’이니 ‘말 바꾸는 지식인’이라고 저를 매도하는 네 마리의 원숭이가 벌이는 그 시끄러운 굿판(Affentheater) 속에서도 달리 생각하고 행동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떤 사회를 건강하고 새롭게 만드는 지식체계의 구성은 사실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특히 사회의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이를 예방하는 문제는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복잡해질수록 더욱 어려운 과제로서 등장합니다. 또한 ‘위험사회’니 ‘보험사회’니 하는 말처럼, 위험이 항시적으로 도처에 도사리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우리들의 감각이 둔화하기 때문에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생태철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Gregory Bateson)은 재미있는 비유를 들어 설명합니다. 개구리를 미지근한 물에 넣어 점차적으로 조금씩 온도를 높여서 가열하면 이 개구리는 끊는 물 속에서 그만 죽습니다. 그러나 만약 끊는 물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이 개구리는 펄쩍 뛰어 밖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합니다. 이 비유는 분단 시대를 오래 살아온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국가보안법’이 민주화 진전에 따라 유명무실하게 되었다고 믿었던 많은 사람들에게 저의 입국을 전후해서 생긴 소용돌이는 분명히 큰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민족분단을 확대 재생산해온 우리의 의식구조 속에서 제 문제가 충격적이라면, 저는 차라리 이 충격이 지속적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을 놀라게 했던 모든 사건도 곧 잊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또 한번의 가능한 충격을 곧 있을 재판의 결과에서 기대해 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네 마리 원숭이가 벌였던 그 시끄러운 굿판이 결국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몰고 올 또 한번의 충격을 기대해 봅니다. 그러한 충격은 우리의 정신적 위기상황을 적극적으로 깨닫게 하는 일종의 ‘정신 생태학(Oekologie des Geistes)’을 가능케 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러한 ‘정신생태학’은 자연환경을 문제시하는 ‘생태학’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저의 문제를 계기로 해서 분단된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서로 화해할 수 있는 그러한 아름다운 나라로 한 걸음 더 다가섰으면 하고 저는 바랍니다. 최후진술을 마치면서 저는 부모가 난 땅을 난생처음 밟았다가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엄청난 충격을 경험했던 저의 자식들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거는 기대도 같은 맥락이라고 믿습니다. 이 나라가 깨어있고 또 건강해서 바로 그 때문에 사랑할만하다는 확신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판결을 저의 가족들이 기다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민족과 세계를 함께 생각하면서 걸어온 지난 40년 가까운 학자생활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전기(轉機)를 맞아 또 한번 비상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는 그러한 재판의 결과를 기대합니다. 온 나라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재판부의 미래지향적인 판결에 희망을 걸면서 저의 최후진술을 경청해주신 재판부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2004년 3월 9일 송두율 ˝
  • ‘친환경·균형’ 中경제 화두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이 25년 동안 지속한 고도성장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환경보호를 포함한 균형발전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중국경제가 기존 양적위주의 성장 정책을 유지할 경우 환경파괴와 빈부격차 등으로 인한 ‘경제 파멸’의 위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중국의 중장기 경제발전 전략을 책임지고 있는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은 8일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제2차회의 도중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경제의 붐은 투자 및 소비의 높은 증가,그리고 막대한 환경피해를 토대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한 뒤 “여기서 실패할 경우 중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제시한 7%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도 결코 낮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향후 7%대 미만의 경제성장 정책으로 ‘속도조절’을 시사했다. 이같은 차원에서 중국은 맹목적 경제성장에서 벗어나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올해 수도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6개 성·시(省·市)에서 ‘그린 GDP 지수’를 시범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국가통계국과 국가환경보호총국이 공동으로 마련한 그린 GDP는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생태·자연의 손실을 GDP에서 제외하는 개념이다.그린 GDP 추진실적을 앞으로 당·정 관리들의 인사고과에 반영시킬 예정이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통계국의 야오징위앤(姚景源) 총경제사는 베이징,저장(浙江),안후이(安徽),광둥(廣東),푸젠(福建),장쑤(江蘇)성 등 6개 성·시에서 우선 올해부터 수년간 그린 GDP를 실시한 후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칭화대(淸華大) 국정연구중심의 후안강(胡鞍鋼) 주임은 그린 GDP 도입은 중국이 경제발전의 중심을 급성장 위주의 ‘흑색발전(黑色發展)’에서 자연,환경과 균형잡힌 ‘녹색발전(綠色發展)’으로 전환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사회학연구소의 리페이린(李培林) 부소장은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지난 25년간 연평균 8% 이상 고속성장으로 환경파괴와 오염,인구 과밀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은행은 지난해 중국의 환경오염으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 손실이 전체 GDP의 8% 수준인 540억달러로 추정했다.중국은 지난해 전세계 석탄의 3분의 1을 소비했고 철강 27%,알루미늄 25%,시멘트 40%를 사용,세계 원자재 시장에서의 가격상승을 주도했다. 그린 GDP 지수 활용 계획은 이미 작년 10월 열린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6期 3中全會)에서 제시된 경제 개혁 청사진에서 기본틀이 마련됐다. 중국 북부는 사막화되고 중국 문명의 요람이었던 황허(黃河)는 밑바닥을 드러냈다.중국의 1인당 수자원은 2500㎥로 세계평균의 4분의 1에 불과한 반면 자원과 에너지 비용은 세계 평균에 비해 4배나 높은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파이낸설 타임스(FT)는 최근 “중국 도시의 90% 이상이 오염된 물로 고생하고 있고 6500만명 이상의 인구가 깨끗한 물을 찾아 이동했다.”고 전했다. oilman@˝
  • 한국을 빛낼 100종의 책 선정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하는 2005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번역,소개할 한국의 책 100종이 선정됐다. ‘2005프랑크푸르트 주빈국 조직위원회’ 산하‘한국의 책 100’ 선정위원회(위원장 황지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8일 한국문학,한국사·지리,철학·한국사상·동양학,종교·민속·언어,사회과학,과학기술,문화·예술,아동 등 8개 분야에 걸쳐 100종의 책을 선정했다.‘한국의 책 100’ 선정위원회는 지난 1월 말부터 한달 여 동안 3500종의 번역 후보도서에 대한 검토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100종을 가려 뽑았다. 책의 선정은 콘텐츠의 우수성,외국인의 가독성,번역 가능성,홍보성,시각적 장점,경쟁력 등 6개 요소를 기준으로 삼았다.번역 언어별로는 영어가 46종으로 가장 많으며 다음으로 독어(23종),불어(10종),일어(8종),스페인어(7종),중국어(6종) 순이다.˝
  • 히스토리채널 ‘북으로 간 사람들’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 이후 한동안 잊혔던 북한 체제와 북파공작원이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그렇다면 과연 우리의 뼛속 깊이 스며들어 있던 반공이데올로기는 현재 어떤 수준인가? 과거 목숨을 걸고 월북해야만 했던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였나? 제2·제3의 실미도 부대는 존재하지 않을까? 히스토리채널이 11일부터 3주 연속(목요일 밤 12시) 방영하는 ‘다시 읽는 역사,호외-북으로 간 사람들’을 보면 조금은 답답함이 풀릴 듯하다. 제1부 ‘경계를 넘다’편에서는 월북 인사들에 얽힌 의문에 한발짝 접근한다.서독 대사와 외무부장관을 지낸 최덕신,천도교 교령과 국민회의 상임고문의 자리에 있었던 오익제의 월북 이유를 살펴본다.특히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월북자인 부산대 윤노빈 교수에 대한 추적이 방송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다. 18일 방송되는 제2부는 ‘허락받지 않은 방북’.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9년 정부의 허락을 받지 않은 잇따른 방북사건에 대해 다룬다.전국 민족민주운동연합의 상임고문이었던 문익환 목사는 3월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두 차례 회담을 갖고 귀환했다.이어 작가 황석영과 평민당 서경원 의원이 비밀리에 방북했고,대학생 임수경은 제13회 평양축전에 전대협 대표로 참가했다.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문규현 신부도 입북,임수경과 함께 판문점을 통해 귀환했다. 25일 방송되는 3부 ‘북파공작원’편에서는 조국을 믿고 비밀리에 북으로 가야 했지만,국가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은 북파공작원의 실상을 조명한다.특히 제작진은 80∼90년대 초반까지 인천 장봉도와 선갑도에 실미도 부대와 같은 북파부대가 존재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그 실체를 집중 추적한다. 이영표기자 tomcat@˝
  • 인문학으로 과학읽기/이중원 등 엮음

    고대 그리스에서 철학이 생겨난 이래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인 문제는 철학자들의 고유 영역이었다.그러나 이제 그것은 더이상 철학자들만의 몫이 아니다.유전자의 비밀이 나날이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오늘날,인간 존재의 문제를 푸는 실타래의 한 끝은 이미 현대 생물학의 손에 넘어갔다.과학은 종종 인문학이 안고 있는 난제들을,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버리듯 명쾌하게 해결해준다.과학 또한 인문학적 사유와 상상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일이 적지 않다. ‘인문학으로 과학읽기’(이중원 등 엮음,실천문학사 펴냄)는 이와 같은 ‘과학과 인문학의 만남’ 주제를 다룬다.과학과 인문학의 융합은 최근 들어 한층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과학과 인문학은 여전히 긴장관계다.인간복제·맞춤아기 같은 과학적 성과들은 전통적인 윤리와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과학과 인문학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경계인’의 역할을 강조한다.이중원(서울시립대 철학과)·홍성욱(서울대 생명과학부)·임경순(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교수 등 13명의 저자들은 학제간의 구별을 넘어 과학과 인문사회학을 통합적으로 볼 수 있는 ‘복안(複眼)’을 갖춘 이들이다.책은 ‘과학의 철학적 쟁점’ ‘사회와 문화 속의 과학’ ‘동아시아의 과학과 근대성’ ‘과학기술정책과 한국사회’등 모두 4부로 이뤄졌다. 영국의 박물학자 찰스 다윈은 “비비(baboon)를 이해하는 사람은 존 로크보다 더 많은 형이상학적 업적을 남길 것”이라고 했다.과학의 알맹이에 귀기울이는 인문학자,그리고 자신의 연구를 음미할 줄 아는 과학자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함을 웅변하는 말이다.1만8000원. 김종면기자˝
  • [이런 책 어때요] 국사의 신화를 넘어서/임지현·이성시 엮음

    ‘국사의 해체’를 둘러싼 한·일 두 나라의 다양한 담론을 묶었다.한양대 임지현 교수는 “국사의 해체는 유럽 중심의 세계사에 대한 동경,제국과 근대에 대한 욕망을 버림으로써 ‘길들여진 타자’인 주변부 역사학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한편 와세다대 이성시 교수는 “우리에게 국사는 억압이며 배제요 은폐”라고 주장한다.역사를 일국사라는 하나의 틀 안에 가둬버림으로써 밑으로부터의 역사상(歷史像)을 묻어버리고 역사적 상상력의 결핍을 가져온다는 것이다.지금이야말로 ‘국사’에 갇힌 역사의식을 새롭게 재구성할 때라는 게 책의 결론이다.2만원.˝
  • [씨줄날줄] 서울/이상일 논설위원

    600여년전 어느 겨울 아침.밤에 내린 눈이 다 녹았는데도 북악산,인왕산과 남산을 잇는 능선에는 그대로 쌓여 있었다.수도의 성을 어떻게 쌓을까 고심하던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하얀 능선을 보자 무릎을 쳤다.“이것이야말로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한 그는 태조 이성계에 보고한 뒤 능선을 따라 도성을 쌓았다고 한다.눈으로 된 울타리라고 해서 ‘설울’이라고 불렀고 이것이 ‘서울’로 됐다고 한다.역사적으로 신빙성이 낮지만 조선시대 학자 이중환의 ‘택리지(擇里地)’에 나오는 서울의 어원이다. ‘서울’은 삼국시대 이래 도읍을 뜻하는 보통명사였다.한국의 수도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된 것은 광복 후인 1946년 8월15일부터다.그전까지는 백제때 ‘위례성(慰禮城)’,고려 문종때 ‘남경(南京)’,일제때 ‘경성(京城)’등 시대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불리었다.조선왕조는 ‘한성(漢城)’으로 불렀으며 광복 후 정부는 서울에 마땅한 한자 이름을 짓지 못했다.그러자 중국인들은 조선시대 한성을 따서 서울을 ‘한청’으로 불렀다. 얼마전 중국건설은행의 리셉션 때 필자는 소속인 ‘서울신문사’를 ‘한성일보사’라고 소개하면서 묘한 기분을 느꼈다.최근 서울시가 서울의 발음과 뜻에 맞는 중국어 이름을 공모중인데 이 가운데 ‘서울(徐 )’이라는 색다른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한국고서연구회 김시한 회장은 조선시대 학자 박제가의 글 등을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울은 무성함 또는 화원을 뜻하며 서울은 중국어로는 ‘쉬위안’‘쉬완’또는 ‘쉬위’등 3가지로 발음된다.보다 가깝게 발음하려면 ‘서아(徐兒)’등 엉뚱한 조어를 해야 한다. 중국사람들은 미국 워싱턴을 ‘화성둔(華盛頓)’,프랑스 파리를 ‘바리(巴黎)’등 원음에 가까운 한자를 골라 쓴다.그러면서도 일본 도쿄는 ‘둥징(東京)’으로,서울은 ‘한청’으로 부른다.우리가 수년전부터 중국인의 발음을 존중해 ‘북경(北京)’을 베이징’으로 고쳐 부른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한자문화권 국가 수도이름을 자기 식대로 부르는 것이다.서울의 새 한자 명칭을 정한다고 중화사상이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과연 그대로 불러줄까.괜히 서울을 가리켜온 수십개의 명칭에 또 한개를 추가해 국내외 사람들을 모두 혼란스럽게 만들지나 않을까. 이상일 논설위원 bruce@˝
  •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서갑수·최광식교수등 22명

    중국은 이미 오래 전에 발해를 자기 나라의 역사로 규정했다.그러나 고구려에 대해선 달랐다.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고구려사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사양용(一史兩用)’이란 것이었다.같은 고구려 역사를 두 가지로 사용한다는 뜻으로,고구려사가 중국사도 될 수 있고 한국사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곧,서기 427년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천도하기 전까지의 고구려사는 중국의 역사이고,평양 천도 이후는 한국사라는 얘기다.이것이 최소한 2002년 ‘동북공정’이 시작되기 전까지 중국의 고구려사 인식이었다.그러나 동북공정의 출범과 함께 중국의 입장은 ‘고구려사는 모두 중국사’란 쪽으로 바뀌었다.중국의 주장대로 고구려사가 중국사의 일부라면 고조선과 발해까지도 한국사에서 제외돼 우리 역사는 시간적으로 2000년,지역적으론 한강 이남으로 줄어든다.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인 서길수(서경대)·최광식(고려대) 교수 등 22명의 전문가가 집필한 ‘광개토대왕이 중국인이라고?’(중앙일보시사미디어 펴냄)는 동북공정으로 상징되는 한·중 역사전쟁의 전말을 체계적으로 다룬 첫 책이다.저자들은 먼저 중국이 사회과학원 산하 ‘변강사지연구중심’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동북공정의 실체부터 살핀다.동북공정의 기간은 5년으로,연구비는 관련 유적 정비를 위한 집단이주 비용까지 합하면 무려 3조원에 이른다. ●‘동북공정’은 치밀한 정치적 프로젝트 중국은 동북공정을 단순한 학술 프로젝트라고 강변하지만 그 예산규모만 봐도 중앙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정치적 공정임을 금방 알 수 있다.그런 점에서 동북공정은 일본의 역사왜곡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다. 이 책은 특히 중국 사회과학원이 펴낸 동북공정 2차 보고서격인 ‘고대중국고구려역사속론’의 ‘음모적’ 내용을 소상히 밝혀 관심을 끈다.동북공정의 실무 책임자인 마대정(66) 등이 작성한 이 책자엔 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실태와 문제점,동북공정의 구체적 추진 방향 등이 제시돼 있다. 보고서는 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자들이 일본 제국주의 어용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고구려 역사가 중국사에 속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남북한 학계의 고구려사 연구를 ‘동류합오(同流合汚)’,즉 더러운 것들이 모여 함께 흐른다는 식으로 간단히 봐 넘겨선 안된다는 도발적인 글귀도 눈에 띈다. 책자엔 중국측의 고구려 유물에 대한 지적소유권 요구 계획도 실려 있어 동북공정의 치밀함을 엿보게 한다.앞으로 고구려와 관련된 남북한의 출판물이나 전람회에서 전시되는 고구려 유물·유적에 대해 지적소유권에 따라 배상을 요구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여섯개 쟁점 일목요연 정리 책은 중국의 주장과 우리의 반박논리를 여섯 개의 쟁점으로 정리해 일반의 이해를 돕는다.책에 따르면 고구려가 중국 땅에 세워졌다는 주장은 영토패권주의일 뿐이며,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 아니라 명백한 독자 국가다.또 고구려 민족이 중국 고대의 한 민족이라는 것은 중화주의적 민족관에 불과하며,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중국 국내 전쟁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세계대전이다.왕씨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선, 고려가 고구려를 이어받은 사실은 중국의 정사인 송사(宋史)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한반도 북부(북한)지역이 중국의 역사라는 주장은 왜 허구일까.저자들은 현재의 중국 국경선 자체가 만주족의 정복왕조인 청나라가 개척한 것으로,만주족의 역사 또한 한족 중심의 중국사에 편입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위기의 한국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전문가들은 고구려 문제 해결엔 무엇보다 남북공조가 긴요하다고 말한다.예컨대 북한이 유네스코에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기술지원 등을 해주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이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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