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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위기의 한국사 교육] 일베와 中·日의 역사왜곡

    최근 ‘욱일승천기’(旭日昇天旗)의 이미지를 합성한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확산되고, 이 사진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내는 댓글들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한 사립대 학생들이 만든 이 사진에는 욱일승천기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남녀 학생 7명이 나치식 거수 경례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논란이 커지자 “역사적 의미를 간과한 채 이런 사진을 촬영하게 된 것에 대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모양이 예쁘다”, “(욱일승천기 모양이) 멋있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을 중심으로 왜곡된 역사관이 최근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다. 제대로 된 한국사 교육과 시민교육의 부재 속에 ‘1020세대’가 온라인상의 그릇된 역사 인식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걸그룹인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저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아요”라면서 ‘민주화’ 용어를 잘못 사용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여기서 ‘민주화’는 인터넷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사용하는 집단 괴롭힘과 강권 등을 뜻한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전씨는 “‘전효성으로 민주화시킨다’는 글을 여러 게시판에서 자주 접했다”면서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에게 권유한다는 뜻이라고 무의식중에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가수 김진표도 지난해 방송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한 일베식 표현 ‘노운지’를 사용해 문제가 됐다. 김씨는 “단어의 어원이 그런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운지’는 높은 곳에서 아래로 떨어지다라는 뜻으로, 일제강점기 이후 쓰이지 않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인터넷에서 왜곡된 역사 인식이 담긴 단어들을 습득했다고 했다. 온라인 관계에 집착하는 경향이 큰 1020세대의 특징이 반영된 탓이다. 일베 등 과격한 인터넷사이트들이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감수성이 예민한 1020세대를 흡수하는 모습이다. 과격한 표현과 역사 뒤집기가 기성 권위에 대한 ‘쿨’(멋있는)한 도전으로 여겨지면서 모방 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역사 왜곡을 일종의 놀이로 보고, 학업 스트레스와 대화 단절 등 오프라인상의 불안감을 인터넷 공간에서 해소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실제 일베에서 인기 있는 글은 기성세대가 믿는 진실을 과격한 언어로 파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5·18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거나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온라인 우익 현상을 연구해온 와카미야 요시부미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12일 “요즘 젊은이들은 미묘한 역사 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한국도 일본처럼 근현대사나 인문교양 역사를 많이 배우지 않는 것이 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방지원 신라대 역사학과 교수는 “일베 현상보다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는 온라인에서 주고받은 잘못된 역사 인식을 학교 교육 등 현재의 정규 교육이 바로잡을 수 없다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中, 우리 고대사 중국사로 둔갑 시도…日, 軍위안부 등 침략사실 부정 ‘혈안’

    [위기의 한국사 교육] 中, 우리 고대사 중국사로 둔갑 시도…日, 軍위안부 등 침략사실 부정 ‘혈안’

    #사례1 지난해 7월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시에서 1600년 전인 광개토대왕 시기에 제작돼 고구려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비석이 발견됐다. 하지만 중국 연구팀은 보고서에서 이 비석에 나오지도 않은 내용인 ‘중국 고대종족의 하나인 고이(高夷)족이 고구려인의 기원’이라고 명시해 고구려가 중국에 속한다고 강변했다. #사례2 지난 3월 31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 200여명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와 ‘조선인 위안부는 거짓이다’, ‘불령 조선인은 다케시마(독도)를 반환하라’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같은 사례는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행태와 그릇된 역사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은 주로 고구려와 고조선을 비롯한 우리 고대사를, 일본은 최근의 우경화 추세와 맞물려 침략과 관련한 근현대사를 왜곡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폄하해 중국사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동북공정’ 사업은 2007년 공식적으로 종료됐지만 그 영향은 현재진행형이다. 중국은 교과서에 기원전 3세기 진(秦)나라가 쌓은 장성(長城) 동쪽 끝이 현재 북한의 평양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 당나라에서 인쇄돼 신라에 전래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중국학계를 중심으로 고조선의 성격을 재조명해 이를 중국사의 일부로 간주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특히 신석기·청동기 시대 우리 민족의 활동 무대였던 중국 만주 남서쪽의 랴오허(遼河)지역을 중국 문명의 원류로 부각시키기도 한다. 고광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12일 “중국은 조선족 등 소수 민족의 정치적 분열과 혼란을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이 같은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면서 “우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동북지역의 역사문화 관광지를 꾸준히 개발해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로 홍보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사왜곡 대상은 주로 종군위안부와 독도 영유권, 식민지배 등이다. 일본 정치권의 망언 수위도 심각하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4월 국회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국제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역사적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도 “위안부는 어쩔 수 없는 필요한 제도”라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일본 우익의 그릇된 역사인식은 교과서 기술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1993년 고노 관방장관의 담화 이후 중·고등학교 역사교과서에서 확대되던 위안부 관련 기술이 우익의 비판으로 2001년도 중학교 교과서 검정부터 점차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일본 실교출판의 역사교과서는 ‘위안부로 전장에 내보낸 사람도 적지 않았다’라는 문구를 ‘위안부로 전장에 내보낸 사람도 있었다’로 바꿨다. 김민규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일본의 우경화는 20여년간의 경기 침체와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대응 심리로, 여기에 일본 제국 시절에 대한 향수가 겹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때 기부약속들… 아직도 출연 예정인가요?

    그때 기부약속들… 아직도 출연 예정인가요?

    대기업과 일부 정치인들이 법정이나 선거 국면에서 약속한 사회공헌기금 출연 등의 기부 약속을 대부분 지키지 않으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만간 추가 출연할 것”이라는 답변부터 “받을 단체가 없다”까지 다양한 변명을 내놓고 있지만 길게는 6년째 같은 변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부 약속이 그때그때 불편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부 약속에 대한 법적 강제력을 동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수백억원대의 회사 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06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특별사면을 받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2007년 사회공헌 기금 8400억원을 기부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2011년 8월까지 6500억원 상당의 본인 명의의 글로비스 주식을 출연하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향후 추가 출연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기름유출 사고 뒤 태안에 지원하기로 했던 지역발전기금 1000억원을 전달하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수년째 기금을 받을 단체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기금을 활용할 방안도 정해지지 않았고 지역 단체들은 기금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2006년 국민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로 계약하며 사회공헌기금 10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채 한국사무소를 철수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약속한 6억원의 사회 환원을 아직 실행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의 사회환원 약속은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미납 문제로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회 환원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일으킨 기업들이 종종 사회발전기금 등을 약속하는 것에 대해 기업 이미지의 손상을 최대한 막고 법적인 이득을 챙기기 위함이라고 지적한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의 김선웅 변호사는 12일 “거액의 사회발전기금을 약속하면 여론의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업들이 이용하는 사례”라면서 “법정에서 사회공헌을 약속하면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기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로는 법적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 지적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김한기 국장은 “사회공헌 약속에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기업 총수 등이 궁여지책으로 약속한 뒤 여론이 잠잠해지면 입을 닫거나 용두사미식으로 실천하다 마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이나 정치인 등이 기부 약속을 실천하는지를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필요하다”며 “미국처럼 법정에서 감형에 영향을 미치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사법 방해죄’를 적용하는 법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문화마당] 적반하장에도 수준이 있다/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문화마당] 적반하장에도 수준이 있다/계승범 서강대 사학과 교수

    조선시대 대간제도는 언로(言路)의 보장 차원에서 중시되었다. 일국의 성쇠가 언로의 개방 정도에 따라 좌우된다는 유교적 신념 덕분이었다. 민초들의 자유로운 의견 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던 당시에 대간의 발언은 상당한 힘을 갖고 있었다. 구체적인 증거 없이도, 사론(士論)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고위 관료를 순식간에 낙마시킬 수 있었다. 증거 제시 없는 탄핵을 당시에는 풍문탄핵이라 불렀다. 여기서 풍문이란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의식 있는 선비들 사이에 받아들여지는 신빙성 있는 공론을 의미했다. 따라서 탄핵받은 관료는 일단 사직부터 하고 나서 시비를 제기하는 게 상례였고, 대개 탄핵의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진실 규명 없이 유야무야 넘어가서는 후에 언제라도 더 큰 탄핵의 빌미가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국왕으로서도 쉽게 처결하기 어려웠다. 증거도 없이 풍문탄핵만으로 대신을 처벌한다면 왕실의 후원세력인 권세가의 불만을 살 것이 뻔했고, 그렇다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간을 처벌하면 언로를 막는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것이 명약관화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의 문물을 정비한 왕으로 알려진 성종 때 이런 고민이 많았다. 풍문탄핵을 처리하는 마땅한 법규가 없는 상황에서 성종은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결하곤 했다. 사헌부의 이맹현(李孟賢)이 권신 한명회(韓明澮)의 수족인 김순성(金順成)을 탄핵했을 때, 성종은 증거도 없이 사소한 일로 대신을 탄핵했다는 이유로 사헌부 관원 전원을 좌천시켰다. 이때는 성종 즉위 초기로 대간보다는 권신들의 지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권신들을 견제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같은 풍문탄핵임에도 대간을 옹호하면서 피탄핵자를 은근히 압박했다. 조선사회에서 풍문탄핵을 허용한 이유는 간단했다. 하위 관원으로서 고위직의 대신을 탄핵할 때마다 일일이 증거를 요구한다면, 탄핵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공감대 때문이었다. 풍문탄핵이 비록 후대에 당쟁에 휩쓸려 타락했어도 그런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상호 신뢰가 형성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대 한국사회에서 대간의 역할은 주로 언론이 맡는다. 취재원을 함구해도 추궁하지 않고 오보를 내도 별다른 처벌을 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언론의 순기능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신뢰와 합의가 전제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 일부 종편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방송을 내보내 사회적 물의를 불러일으켰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는 법정제재 의견을 냈다. 특히 “5·18 때 북한군이 광주에 온 근거가 있는가?”라는 한 심의위원의 질문에 한 종편의 담당자는 “오지 않았다는 근거는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전근대 조선시대 대간도 비록 증거 없이 풍문으로 탄핵할지언정 저런 수준 이하의 되물음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증명의 1차 책임이 발론자(發論者)에게 있음을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런 식이라면 “아니면 말고” 식의 언론폭력이 이 금수강산을 멍들이고 파멸시킬 것이다. 적반하장에도 수준이 있다. 2013년 대한민국 언론이 전근대 조선시대보다 못해서야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 [위기의 한국사 교육] “교육과정 급조… 학습도구 역할 못해”

    [위기의 한국사 교육] “교육과정 급조… 학습도구 역할 못해”

    ‘2009년 국사, 2010년 국사와 한국 근현대사, 2011년 한국사.’ 2009년부터 내리 3년 동안 고등학교 교실에서 배우는 역사 과목명이 변했다. 2009년 고등학교 1학년생이 2학년이 됐을 때 한 해 후배인 1학년은 새로운 과목명의 교재를 썼다. 2014학년도부터는 과목명은 유지되지만 중학교에서 정치사와 사회사를 배우고 고등학교에서 문화사와 경제사를 배우는 새로운 교육과정이 적용된다. 역사 교과서의 변화를 담은 역사책이 필요할 정도의 변화다. 역사 교과서 논쟁에 맞춰 과목을 바꾸다 보니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난다고 교사들은 우려했다. 한 고교 역사 교사는 “진보 집권 시기에 근현대사가 중요하다고 해서 근현대사 교과서를 따로 떼냈다가 지난 정부에서 국사 과목을 선택 과목으로 지정한 데 대해 비판이 일자 다시 이를 합쳐 한국사로 만드는 식으로 역사 교육과정 개발이 급조되고 있다”면서 “요즘 한국사 교과서를 보면 구석기 시대부터 조선 철종 이전까지 수십만년의 역사가 교과서 비중의 30~40%를 차지하고 고종 이후 150여년 동안의 역사 비중이 60~70%에 이른다”고 말했다. 결국 교실에서의 학습 도구인 교과서의 ‘질’에 만족하지 못하는 교사가 늘어났다. 김민정 서강대 교수가 156명의 중학교 역사 교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교사의 70%가 교과서 내용과 참고 자료를 섞은 별도의 학습지를 만들어 교재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교사 10명 중 7명은 현재 사용 중인 역사 교과서의 학습 분량이 적절하지 못하다고 인식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역사 수업에서 교과서는 대체 가능한 교수·학습 보조자료 중 국가에서 인정한 교재 정도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교과서뿐 아니라 역사 교육 자체도 파행 현상을 겪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역사를 선택하는 학생이 드물어지자 사실상 수능 문제 풀이식 수업에 집중하며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고등학교 3학년 2학기에 역사 과목을 집중 이수시키는 학교도 생겼다. 역사 교육을 강조하는 교육부도 진보·보수 간 역사 교과서 논쟁에서 터져 나온 이슈를 정리하기에 바쁠 뿐 근본적인 역사 교육 강화책 마련은 뒷전이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11일 “교과서에 쓸 기준 용어인 편수자료에 전두환의 군사 반란인 12·12에 대한 규정이 아예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군사 반란과 내란을 교과서에서 여전히 ‘12·12사태’로 표현하게 방치하는 것은 역사 교육 축소를 방관한 교육부의 또 다른 잘못 중 하나”라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2) 10년 이상 반복 교과서 논란

    [위기의 한국사 교육] (2) 10년 이상 반복 교과서 논란

    보수·진보 진영 간 중·고교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은 10년 넘게 반복된 해묵은 논쟁이지만 현 사회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진행형 이슈’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편향성 논란을 최초로 제기한 측이 역사 전공자가 아닌 국회와 언론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역사학계가 총동원돼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수 진영은 북한 역사학계의 관점과 닮은 1980년대 운동권의 민중사관이 최근 역사 교과서에 반영됐다는 주장을, 진보 진영은 뉴라이트 등의 의견이 일본 극우파 의견과 닮은 꼴이란 주장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보수 진영 학자들이 모인 한국현대사학회의 ‘중·고등 한국사교과서 분석과 제언’ 학술대회에서 나타난 현행 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2008년 뉴라이트 사관(史觀)을 담은 대안교과서에서 보인 인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학술대회에서 오영섭 연세대 이승만연구소 연구교수는 “동학농민운동을 조선 사회를 변혁하고 외세 침략에 맞서려 한 투쟁으로 본 관점은 북한 학계와 닮은 점”이라고 비판했다. 현대사학회 회장인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현행 교과서들은 해방 후 좌익이 신탁통치를 받아들인 것이 소련의 지시 때문이란 점을 감추고 있다”며 현행 교과서의 편파성을 주장했다. 한국현대사학회 소속 학자들은 기존 교과서에 대한 비판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고교 교과서 집필 참여를 선언했다. 이들이 주도한 역사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검정 본심사를 통과해 8월에 마무리되는 최종 합격 심사 중에 있다. 보수 진영의 역사 교과서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한 것은 처음으로, 이들이 주도한 교과서가 최종 합격될 경우 역사 교과서 논쟁이 고교 현장에서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역사 교과서 왜곡 대응팀을 꾸려 한국현대사학회가 주도한 교과서 배급에 대비하고 있다. “뉴라이트와 관련 없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한 한국현대사학회 측은 광주시교육청 등이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과서 집필을 책임 진 이명희 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1일 “최종 합격 전이라 교과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이승만 대통령 시절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됐던 사실을 분명히 명기했고, 5·16쿠데타에 대해서는 쿠데타가 외래어이기 때문에 군사정변으로 서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 역사 교과서 논쟁에서 심판 격인 교육부가 보수 측 주장을 수용한 사례가 많다는 점에서 광주시교육청의 대응이 적절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2002년 당시 근현대사 교과서가 김대중 정부를 미화했다는 비판에 근현대사 교과서 검정위원이 일괄 사퇴하는 내홍을 겪은 뒤 교육부는 교과서 4종을 수정, 배포했다. 2004년 금성출판사가 내놓은 근현대사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국회 국정감사 지적 이후에도 교육부는 교과서 206곳에 대해 수정을 지시했다. 2011년 한국현대사학회가 중·고교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에 ‘민주주의’란 표현 대신 ‘자유민주주의’란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했을 때도 교육부는 이 주장을 수용했다. 2008년 뉴라이트 시각을 담은 대안교과서 출판 당시 학교 채택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대응하지 않은 것을 빼고는 교육부가 늘 보수 측 주장을 받아들인 셈이다. 동학농민운동, 각종 단체의 독립운동 활동에 대한 평가, 해방 후 찬탁·반탁 논쟁에 대한 평가 등 근현대사 사건 대부분에 대해 보수·진보 진영 간 이견은 좁히기 어려운 상태다. 보수 측인 권 교수는 “현행 교과서 대부분이 대한민국 건국 이후 지속된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폄하하거나 북한의 전체주의와 균형을 맞춰 서술하고 있다”면서 “현행 교과서가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왜곡된 역사 교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보 측이면서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자인 주진오 상명대 역사콘텐츠학과 교수는 “검정 기준을 통과해 현행 교과서에 나타난, 대다수 역사학자가 공유하는 역사인식을 좌편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면서 “뉴라이트야말로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친일을 정당화하고 독재를 불가피한 선택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 양 진영의 충돌이 역사 논쟁에 대한 거부감과 피로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한국사 대입수능 필수 과목화 왜 못하나

    우리 사회의 새로운 걱정거리는 한국사 인식에 대한 젊은 세대의 취약성이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마저 갖추지 못한 모습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할 지경이다. 실제로 고교생들의 인식 수준은 충격적이다. 한국전쟁이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묻는 질문에 69%가 ‘북침’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서울신문과 진학사가 공동으로 실시한 ‘2013 청소년 역사인식’ 조사 결과라니 놀랍다. 당연히 현행 6종의 한국사 교과서는 모두 한국전쟁을 ‘남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 만큼 조사 결과가 차라리 좌편향 역사교육의 탓만이라면 우려가 크긴 해도 허탈하지는 않을 게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의 설명은 이렇다. 학생들이 한국전쟁에 대한 관심 자체가 적은 데다, 북침(北侵)이라는 용어조차 정반대인 ‘북한의 침략’의 준말쯤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부실한 한국사 교육이 역사인식의 오류를 넘어 인문학 기반의 황폐화로 치닫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사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에 이중적 가치관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관과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는 삼일절이나 광복절이 아니더라도 넘쳐난다. 하지만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질 기회는 학교 교육에서부터 사실상 박탈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는 2004학년도까지 국사라는 이름으로 사회탐구 영역의 필수과목이었지만, 이후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는 비율은 2005학년도 27.7%에서 지난해는 6.9%까지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사는 골치 아픈 암기과목으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사는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서울대 지원자가 아니라면 굳이 관심을 갖지 않아도 되는 과목으로 굳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청소년에게 한국사는 진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계륵(鷄肋)보다도 못한 존재가 됐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한국사는 집중이수제 과목이어서 많은 고교에서 한 학기에 모든 과정을 끝내고 만다. 문제의 본질은 물론 젊은 세대의 한국사 인식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원인이 대학입시에 있다면 해결방안의 상당 부분 또한 그곳에서 찾으면 된다. 마침 박근혜 정부는 어느 정부보다도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역사학자가 아닌 현실 정치가인 윈스턴 처칠조차 “과거를 더 멀리 볼수록, 미래도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설파하지 않았나. 지금처럼 박약한 역사인식을 양산하는 한국사 교육으로는 미래를 열어 나가기란 갈수록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하루빨리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청소년들조차 다수가 그 당위성을 인정하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고 본다.
  • [서울형 어린이집 비리 온상] 美·캐나다, 비영리 민간 보육시설 60% 넘어

    ‘어린이집’의 비리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현상일까. 미국·유럽·일본 등은 어떤 형태의 보육 시스템을 갖춰 보육 선진국으로 불리게 됐을까. 미국과 영국 등 해외 선진국의 국공립 보육시설 비중은 천차만별이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높고, 민간 운영이라도 비영리 시설 비중이 높아 공공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11일 육아정책연구소 ‘우리나라의 보육실태와 외국사례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워킹맘 중심의 종일제 보육을 실시하고 있다. 인가 보육소는 국공립이 48.6%, 민간이 51.4%다. 그런데 민간 시설 가운데 90%를 사회복지 법인이 운영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1.9%에 불과하다. 반면 시장 중심의 미국은 정부가 나서는 비율이 다소 낮은 편이다. 공립 부설 시설이 8.0%, 헤드스타트(저소득층 교육 지원 제도)가 9.0%다. 그러나 종교단체나 비영리 법인 및 개인 등에 의해 비영리로 운영되는 시설이 65%에 이른다. 캐나다도 정부가 운영하는 시설은 적지만 전체 보육 기관의 약 68%를 비영리 민간 단체 등에서 운영한다. 프랑스의 유아학교는 100% 공립이다. 영아가 다니는 집단 보육 시설의 64%는 지방 정부, 29%는 부모협동 단체 등이 운영한다. 미취업모를 위한 일시 보육시설의 49%는 지방 정부, 45%는 단체, 7%는 부모협동단체가 운영한다. 집을 직접 방문해 아이를 돌보는 가정 내 보육의 경우 부모가 직접 고용하는 비율이 90%이고 나머지 10%는 가정보육기관을 통하는데 가정보육기관도 82%는 지방정부가, 12%는 단체가 운영한다. 영국의 경우는 종일제 시설은 정부가 11%, 비영리 기관이 22%를 담당한다. 취약 계층 아동을 위한 아동센터는 68%가 공공 공급이다. 복지 강국 스웨덴은 유아학교의 74.9%, 레저타임센터의 87.2%가 공공시설이다. 가정 내 보육도 82%가 공공 서비스를 이용한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어린이집의 비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공립의 비중을 늘리면서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을 강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역사 인식 없는 청소년들

    [위기의 한국사 교육] 역사 인식 없는 청소년들

    ‘1020세대’의 빈약한 역사 인식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최근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본 심사를 통과하면서 이념 논란이 격화하는 등 한국사 교육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신문은 총 4회에 걸쳐 원인과 쟁점, 대안과 해법 등을 짚어 본다. 청소년들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무관심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한국사의 처지와 맥을 같이한다. 초·중·고교 교육과정에서 한국사는 국·영·수 등 주요 과목에 치여 달달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10일 서울신문과 입시전문업체 진학사의 설문조사 결과 고교생 가운데 상당수는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데 찬성한다’고 답했지만, 정작 자신은 수능에서 한국사를 택하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외울 것이 많다’거나 ‘등급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69%(349명)를 기록한 반면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은 33%(169명)였다. 이 같은 이중적 태도는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 과목에 대한 인식을 보여준다. 수능 사탐영역이 선택과목으로 돌아선 2005학년도부터 수능에서 한국사를 선택하는 수험생 비율은 해마다 줄었다. 같은 시기 서울대가 지원 자격으로 한국사 필수 선택을 제시하면서 중·하위권 학생들의 한국사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됐다. 유명 학원의 입시 설명회에서는 “서울대 안 갈 거면 한국사를 택하지 마라”와 같은 얘기가 중요한 입시 전략처럼 소개되고, 일선 교사들도 이를 그대로 따라가는 실정이다. 서울의 인문계고 3학년 담임교사 최모(32·여)씨는 “한국사를 택하는 6~7% 남짓한 인원 가운데 대부분이 상위권에 속해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확 내려간다”면서 “이런 사정을 아는데 학생들에게 선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4학년도 수능부터 사탐 최대 선택과목 수가 2과목으로 줄어드는 것도 한국사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수능까지 한국사와 근현대사를 포함해 최대 3과목이었던 선택과목이 2개로 바뀌고 한국사와 근현대사가 한국사 하나로 통합되면서 학생들의 선택 폭이 더욱 줄었다. 선택과목 수가 2과목인 상황에서 범위가 넓고 외울 것이 많은 한국사나 동아시아사를 택하는 학생들이 극히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학기에 배우는 과목 수를 줄여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된 집중이수제도 역사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선사시대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역사를 한 학기에 모두 끝내려니 배경을 이해하기도 전에 사건을 외우는 데 바쁘고, 기본 상식조차 쌓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태조 왕건이 세운 나라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85%(430명)의 학생들이 ‘고려’라고 답했지만, 고조선(6%·31명), 고구려(5%·25명), 조선(4%·20명)이라는 오답을 내놓는 학생들도 많았다.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인물을 고르는 질문에는 95%(481명)의 응답자가 을사오적 중 한 명인 이완용이라고 답했지만 5%(25명)는 단재 신채호 선생을 꼽았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올해 수능부터 사탐 선택과목이 2개로 줄어 한국사 기피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사탐의 선택 과목화와 집중이수제 등이 학업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떨어뜨리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고교생 69% “한국전쟁은 북침”…무너지는 우리 청소년 역사인식

    [위기의 한국사 교육] 고교생 69% “한국전쟁은 북침”…무너지는 우리 청소년 역사인식

    국내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안경’을 가장 먼저 떠올리거나,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서울신문이 입시전문업체인 진학사와 함께 최근 전국의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내놓은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49명)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했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모두 한국전쟁의 발발 형태를 ‘남침’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북침(北侵)과 남침(南侵)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헷갈리거나 전쟁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고교생들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만을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구 선생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대부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과 같은 개념을 연결하는 수준에 그쳤다. ‘도시락 폭탄’과 ‘손가락’, ‘도산’ 등 다른 독립운동가와 혼동하거나 ‘어린이날을 제정하신 분’이라는 황당한 답변도 나왔다. ‘민주화’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도 ‘잘은 모르지만 긍정적인 뜻’,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 나쁜 뜻으로 쓰는 말’로 답하는 등 뜻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등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역사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사실들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를 외면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사의 근간 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학생들 친일청산·민주화 이해 못해 區에서 역사관 관할, 격에 맞지 않아”

    [위기의 한국사 교육] “학생들 친일청산·민주화 이해 못해 區에서 역사관 관할, 격에 맞지 않아”

    “서대문형무소는 친일과 반독재의 살아 있는 현장이죠. 하지만 예전과 달리 친일파 청산과 민주화의 당위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입구에서 ‘친일인명사전 학교보내기’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는 김영수(47)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은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며 씁쓸하게 말했다. 방문객 중 관심을 갖고 운동의 취지를 물어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40대 이상의 장년층이어서다. 자신을 86학번이라고 소개한 김 위원은 “시위에 나서지 않으면 죄책감을 느꼈던 우리 세대와 요즘 ‘1020세대’는 전혀 다른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오는 10월이면 문을 연 지 105주년을 맞는 서대문형무소는 우리 역사 교육의 살아 있는 현장이다. 일제시대 독립운동가들이 옥고를 치렀던 이 형무소는 1998년 11월부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관람객 수는 57만 9115명, 이 가운데 외국인도 6만 2888명으로 집계됐다. 박경목(42) 서대문형무소역사관장은 “주로 부모님과 함께 체험 학습을 하러 온 학생들과 단체 관광객이 많다”면서 “외부 강연을 나가다 보면 10·26이나 5·18은 물론 경술국치의 주역인 이토 히로부미를 누가 저격했는지도 모르는 학생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휴일인 지난 9일 가족들과 함께 충북 청원군에서 상경했다는 윤종필(45)씨는 “암울한 역사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을 직접 찾았다”면서 “학교에서 역사교육을 등한시하기 때문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서울시나 문화재청이 아닌 서대문구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관할한다는 점은 그 역사적 중요성에 비춰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대문형무소는 백범 김구와 도산 안창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 9만여명이 투옥된 역사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국가보훈처가 관리하는 천안 독립기념관만큼이나 민족의 아픔을 여실히 보여준다. 대한제국 말기인 1908년 10월 일제에 의해 ‘경성감옥’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곳은 1923년 5월 ‘서대문형무소’로 바뀌었고, 1945년 8·15 해방 이후부터 1987년 10월까지 서울교도소·서울구치소로 운영됐다. 박 관장은 “개발독재시대 정부의 역사인식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나마 다행”이라면서 “역사 교육을 보완하기 위한 체험장으로서 전국 학교를 대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우리 현대사의 현장을 널리 알리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공정교육을 아시나요?

    ”한국 교육의 무게중심이 바뀐다.” 최근 ‘공정교육’에 대한 관심이 이는 가운데 부산의 한 교육 관련 사회적 기업이 전국 처음으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공정교육 캠프를 개최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공정교육은 학문적 역량과 함께 겸손과 부드러움을 갖추고 창의적인 탐구정신과 열정적인 기상이 조화된 인재 양성에 그 목표를 두고 있다. 또 학문탐구와 도덕적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품성을 겸비하고 지역 발전을 위한 열의와 희망을 실현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인재양성을 지향한다. 사회적기업 ㈜가온누리인재양성사업단은 ‘가온누리리더십캠프 Dream Up’ 행사를 부산 해운대구 우동 아르피나 유스호스텔에서 오는 15~16일과 8월 31일~9월 1일 등 두 차례 연다고 10일 밝혔다. 첫 행사는 부산 동래교육지원청 및 북부교육지원청 내 68개 중학교가 대상이며, 두 번째 행사는 남부교육지원청, 서부교육지원청, 해운대교육지원청 내 102개 중학교가 대상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지역 170개 중학교 3학년 재학생 중 리더십이 뛰어난 복지대상 학생 1명씩을 추천받아 참가비 전액 무료인 교육 기부형식으로 치러진다. 가온누리리더십캠프는 ▲꿈을 설계하는 ‘놀·이·터’(놀면서 이야기하는 터전 만들기) ▲학생리더들과 함께 생각을 공유하고 결과를 도출해나가는 ‘O·S·T’(자유토론방식), ‘World Cafe’(열린 토론)와 관련된 영상을 1분 내외로 표현하는 손바닥필름 ▲스스로 ‘우리가 만들고 싶은 부산’을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공유하는 ‘What do you want’ ▲나에게 쓰는 사명서인 편지 ▲가족 간 공감대 형성을 위해 부모 초청 손바닥필름제를 통한 색다른 방식의 캠프수료식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가온누리는 공정교육 캠프 행사를 내년에는 초등학교, 2015년에는 고등학교에까지 확대 시행할 방침이다. 또 2016년에는 대구지역까지 확대하는 등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행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김기훈 대표는 “이제는 청소년들을 창의적 인재로 키우는 현명한 방법을 찾아야 할 때”라며 “공정교육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힘써겠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위기의 한국사 교육] 예능프로가 한국사 강의하는 시대…1020세대 빈곤한 역사인식 방증

    역사교육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당시 도입된 집중이수제가 공부의 효율성만 강조한 탓에 한국사에 대한 ‘1020세대’의 관심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지적한다. 특히 1020세대의 빈곤한 역사인식이 사회 문제로 확산되면서 TV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서 한국사를 ‘강의’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다. 역사학자들은 역사교육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으면 이 또한 흥미 위주의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진단한다. 지난달 11일과 18일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2회에 걸쳐 ‘한국사’를 주제로 진행됐다. 프로그램은 아이돌 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한국사 퀴즈를 풀고 3교시에 걸쳐 한국사 강의를 듣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시청자 상당수는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이 아이돌 가수와 함께 한국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자 반기는 분위기였다. 당시 시청률은 13.4%와 14.3%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청소년 시청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들은 홈페이지와 블로그, 트위터 등에 “개념 있는 예능 프로그램”, “한국사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반응을 올렸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는 “정부보다 무한도전이 낫다”고 꼬집어 단순히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을 넘어 정부의 역사인식 및 정책 부재에 일침을 놓았다. 전문가들은 역사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서는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동시에 역사인식에 대한 정부의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한종 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10일 “한국사 알리기에 예능 프로그램까지 나섰다는 건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자꾸만 밀려나는 현실을 방증하는 것”이라면서 “이제는 학교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능의 경우 일회성에 그칠 수 있으며, 과거 모 방송사의 ‘역사스페셜’도 좋은 교양 프로그램이었지만 시청률 때문에 시간대가 밀려나더니 지난해 폐지되고 말았다”면서 “제대로 된 교육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태웅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집중이수제 때문에 한국사 등의 과목이 완전히 밀려났다”면서 “선진국들이 역사 교육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학계는 물론 교육계와 시민사회 등의 전방위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성동구 다문화 주부들 요즘 너도나도 콧노래 왜

    성동구 다문화 주부들 요즘 너도나도 콧노래 왜

    성동구는 10일 결혼과 함께 한국 국적을 취득한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대상으로 무료 성·본 창설 및 개명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1600여명 정도 되는 결혼 이민자들이 한국 국적을 얻은 뒤에도 복잡한 개명 절차에다 비용 부담 때문에 이름을 고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중앙지부와 손을 맞잡았다. 이제까지 한국 국적을 얻은 결혼 이민자가 한국식 이름을 갖기 위해서는 직접 법원을 방문, 자기 돈을 들여 성·본 창설 및 개명 허가를 얻어야 했다. 여전히 한국 문화와 언어, 관습에 익숙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자기 시간과 돈을 들여 하기에는 벅찬 일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성동구는 올해 초 무료작명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지원 사업은 여기에다 법률적 문제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단순히 성·본 창설, 개명허가 대행 서비스만 제공하는 게 아니라 민사, 가사, 형사 등 각종 무료 법률 구조 사업은 물론 국적취득 전후 과정을 통한 법생활 교육 사업 등도 함께 해서 법률적 문제를 잘 몰라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없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과정은 관련 서류를 갖추고 구청 이주민지원팀에 문의하면 구청과 법률구조공단이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무료로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고재득 구청장은 “한국 사회에 대한 귀속감과 문화적 동질감을 갖게끔 해 한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결혼이주민 무료법률 지원사업이 크게 도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고교생 10명중 7명 “한국전쟁은 북침”

    고교생 10명중 7명 “한국전쟁은 북침”

    국내 고등학생 10명 가운데 7명이 한국전쟁을 ‘북침’으로 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백범 김구 선생에 대해서는 ‘안경’을 가장 먼저 떠올리거나,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등 근·현대사의 핵심적인 사건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서울신문이 입시전문업체인 진학사와 함께 최근 전국의 고등학생 5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0일 내놓은 ‘2013년 청소년 역사인식’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49명)가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답했다. 현재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6종 모두 한국전쟁의 발발 형태를 ‘남침’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북침(北侵)과 남침(南侵)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헷갈려 하거나 전쟁의 발발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고교생들은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만을 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구 선생에 대해 간략하게 서술하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대부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과 같이 개념을 연결하는 수준에 그쳤다. ‘도시락 폭탄’과 ‘손가락’, ‘도산’ 등 다른 독립운동가와 혼동하거나 ‘어린이날을 제정하신 분’이라는 황당한 답변도 나왔다. ‘민주화’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도 ‘잘은 모르지만 긍정적인 뜻’,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에서 나쁜 뜻으로 쓰는 말’로 답하는 등 뜻을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응답자의 24%(121명)는 4·19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6·10항쟁을 군사 반란에 해당하는 12·12정변과 혼동하기도 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은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등 그동안 사회적 합의를 통해 역사의 근간으로 여겨졌던 사실들이 점차 무너지고 있다”면서 “청소년들이 우리 역사를 외면하는 상황이 계속되면 한국사의 근간 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1020세대’의 빈약한 역사 인식이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최근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가 국사편찬위원회의 본 심사를 통과하면서 이념 논란이 격화하는 등 한국사 교육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이에 서울신문은 총 4회에 걸쳐 원인과 진단, 대안과 해법 등을 짚어 본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절대 강자’ 진종오

    ‘절대 강자’ 진종오

    진종오(34·KT)는 새로 바뀐 서바이벌에도 끄떡없는 사격의 ‘절대강자’였다. 진종오는 6일 창원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 둘째 날 남자 일반부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201.0점을 쏴 금메달을 땄다. 2위 목진문(청원군청·197.8점)을 3.2점 차이로 누른 여유 있는 승리였다. 전날 50m 권총에서도 우승한 진종오는 가볍게 대회 2관왕에 올랐다. 거침없는 질주다. 진종오는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를 목에 걸었다. 50m 권총에서 1위에 올라 한국 사격 최초로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고, 10m 권총 우승으로 대회 2관왕을 꿰찼다. 위업을 달성하고 슬럼프를 겪을 법도 하지만 진종오의 고공 행진은 여전하다. 올림픽 한 달 뒤인 작년 9월 경찰청장기 50m 권총 본선에서 탈락하며 바닥을 쳤지만, 10월 전국체육대회에서 10m 공기권총 금메달로 금세 제 궤도를 찾았다. 결선 방식이 바뀌어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진종오는 변치 않는 실력을 뽐냈다. 잠시 태극마크를 내려놓고 소속팀에서 훈련한 진종오는 지난달 대통령경호실장기 사격대회에서 2관왕에 오르며 날갯짓을 했다. 올해 처음 나간 국제대회인 뮌헨월드컵에서도 10m 공기권총 금메달로 이름 값을 톡톡히 했다. 귀국 직후 치러진 이번 한화회장배 대회에서도 2관왕을 했다. 진종오는 “사격을 워낙 좋아한다. 바뀐 규정도 재미있다 보니 기록이 잘 나오는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을 때 기사를 보면 내가 못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더라. 그런 게 오히려 활력소가 된다”는 농담까지 건넸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8월 부산 세계인구총회 국가조직위원장 박은태

    [김문이 만난사람] 8월 부산 세계인구총회 국가조직위원장 박은태

    한도 끝도 없는 우주, 그 가운데 묵묵히 하루 종일 혼자 돌아가는 지구가 있다. 수많은 생명체가 그 위에 기대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사계절을 함께 호흡하며 살아간다. 물론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맬서스의 ‘인구론’을 잠시 들여다본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자연대로라면 과잉 인구에 따른 식량 부족은 피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빈곤과 죄악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마 인구와 자원이 아닐까 싶다. 지난해 10월 지구 상의 인구는 70억명을 돌파했으며 2050년에는 100억명 시대가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전체적으로 지구 상의 인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부 감소하는 나라도 더러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 추세 등으로 몇 년 뒤에는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진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인구 문제는 이미 중요한 국가적 화두로 떠올랐다. 오는 8월 부산에서 이 같은 문제를 이슈로 한 제27차 세계인구총회(IUSSP)가 열린다. 21세기 아시아에서는 처음 개최되는 총회다. 8월 26~31일 일주일 동안 전 세계 140여개국의 학자 4000여명이 참가해 총회 사상 최대 규모의 학술대회가 열린다. 세계 각국이 떠안은 인구 문제와 함께 우리나라의 저출산율로 인한 여러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질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은다. 이 총회를 진두지휘하느라 여념이 없는 박은태 국가조직위원장을 지난달 31일 만났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36년 동안 ‘사단법인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어 나름대로 인구 문제에 관한 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특히 그는 이번 총회를 한국으로 유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여, 이번 총회의 성격과 의미에 대해 먼저 물었다. “유엔의 지원하에 21세기 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역사상 최대·최고의 ‘인구 유엔총회’입니다. 특히 인구 70억명을 돌파한 시점에 열리는 대회여서 전 세계의 내로라하는 인류학자 4000여명이 참가 신청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인구와 세계의 미래’라는 주제 아래 2000여편의 논문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래저래 세계 각국에서 대단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요.” 이에 따르는 기대 효과 또한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첫째는 한국과 부산의 브랜드 가치 상승이다. 둘째는 여러 학자들 간 학술 교류를 통해 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타개하는 획기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유엔이 고민하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다산 지역의 영아 및 산모 사망률 증가 문제도 심도 있게 다뤄진다. 다산 국가들은 과거 한국의 성공 사례였던 가족계획, 산아제한운동 등에 많은 관심을 보여 이를 위한 다큐멘터리 등 여러 자료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박 위원장은 설명한다. 다산 국가 80%, 저출산 국가 20%로 이뤄진다. 이번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되자 다산 국가들이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산 국가에서는 매년 영아 50만명, 산모 50만명이 죽어 가고 있으며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산모가 아들을 못 낳으면 석유를 뿌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이번 총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만큼 총회 기간 중 아·태(아시아·태평양) 지역 특별 세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아·태 지역을 연구하는 권위 있는 학자 35명이 특별 초청된다. 아·태 지역은 세계 인구가 집중돼 있으며 다양한 인류문화가 살아 숨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특별 세션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 통일 이후 한반도의 인구 문제 등을 다루고 통계청 관계자들을 상대로 새로운 인구조사 기법 등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번 총회가 끝나면 ‘부산 이론’을 내놓을 생각입니다. 부산의 출산율은 몇 년 전만 하더라도 0.9명으로 전국에서 제일 낮았습니다. 2008년 봄부터 여러 세미나 등을 통해 출산율을 올리자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요. 그랬더니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꼴찌를 탈출했고 이젠 서울이 그 자리에 있습니다. 이번 총회가 끝난 이후 부산의 출산율은 더 올라갈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부산 이론’이지요.” 현재 우리나라 출산율은 1.22명이며 이번 총회를 계기로 0.2명이 더 늘어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따라서 이번 총회 기간에 국내와 외국 학자 공동으로 제안서를 만들어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한다. 고령화 문제에 대해서는 “2050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평균연령이 56세에 이르고 45년 후면 우리나라 인구 40%가 노인으로 구성된다. 북한보다 더 비참해질 수도 있는 사회적 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하면서 “삼성경제연구소의 연구 결과대로라면 앞으로 노동이민청을 신설하고 노동이민을 1000만명 이상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노동 인구는 그만큼 줄고 있다”고 거듭 우려했다. 이 때문에 이번 총회에 대해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서 부산에 총회를 유치하게 됐을까. 세계인구총회는 올림픽처럼 4년마다 개최되는 ‘인구 유엔총회’다. 21세기 들어서는 2001년 브라질 살바도르, 2005년 프랑스 투르, 2009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열렸다. 그다음으로 유치 신청을 한 나라는 우리나라(부산)와 호주 애들레이드, 캐나다 밴쿠버였다. 호주의 경우 IUSSP 총재가 호주 출신이고 밴쿠버는 3번째 도전이라는 점에서 부산보다 유리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프랑스에 있는 총회 사무국을 직접 찾아 신청서를 냈다. 사무국 관계자는 “도대체 부산이 어디 있으며 무슨 볼거리와 어떤 문화가 있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자 박 위원장은 “투르나 마라케시도 과거 그 나라의 수도였다. 부산도 한국전쟁 당시 수도였으며 주변에는 세계 제1의 조선소가 있고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주 불국사와 마이애미 해변을 능가하는 해운대가 있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도 개최할 만큼 아름다운 문화 도시다”라고 적극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라케시 총회 때 태극기가 그려진 부채를 만들어 더운 날씨를 ‘공략’해 관심을 끌었다. 이후 점차 분위기가 좋아졌다. 2010년 1월 IUSSP 이사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에서 이사진을 만나 마지막 홍보전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대동맥 파열 등으로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을 겪기도 했다. 결국 이런 노력으로 부산 유치의 결실을 맺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2001년 살바도르 총회 때 한국에서 못할 일이 없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파리에 위치한 총회 사무국에 여러 차례 드나들면서 부산을 알렸고 2009년 총회 유치위원회를 결성하면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술회한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 그리고 미래 한국을 이끌어가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입니다. 특히 인구학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번 세계인구총회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참가하는데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학 발전을 위한 토대와 경험을 쌓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좋지만 그 결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국민 전체가 생각하는 틀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결국 의식의 전환을 비롯해 종교단체와 여러 사회 단체가 이에 동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화제를 그가 36년째 이끌어 오고 있는 인구문제연구소로 돌렸다. “원래 인구문제연구소는 1965년 국회에서 국립으로 설립되도록 법으로 정해졌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인간 문제를 연구하는 곳이 관변이어서는 되겠느냐고 하는 바람에 사단법인으로 바뀌게 됐지요. 초대 이사장은 경제지리학자이자 육영수 여사의 오빠인 육지수씨가 맡았습니다. 이후 6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규상씨가 2대 이사장, 한국경제학회 창립자이자 서울대 총장을 지낸 신태환씨가 3대 이사장을 맡았습니다.” 박 위원장이 이사장 제의를 받은 것은 그 후 얼마 뒤 미주산업 대표로 잠시 있을 때였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했으나 경제기획원 등록 1호 연구소라는 점과 연구소를 원래대로 국립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연구소 이사장을 맡은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일본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인구 문제가 국가의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대부분 국립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인구 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생겨야 합니다. 국가의 미래는 결국 인구에 달려 있거든요.” 현재 인구문제연구소는 1년마다 정기적인 심포지엄을 개최, 교수들의 논문을 통해 꾸준히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매년 국제세미나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시 부산 세계인구총회로 돌아온다. “역대 최대 규모인 2013 부산 총회에서는 인구와 관련한 각종 세계적 문제에 대한 분명한 돌파구가 제시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박은태 위원장은… 佛서 경제학 박사학위… 36년 동안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맡아 1938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중퇴한 뒤 프랑스로 건너가 소르본대학에서 1970년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귀국 후 연세대 상경대학 경제계획 담당 강사(1971년), 단국대 무역학과 교수(197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산업공학과 대우교수(1975년), 미국 하버드대 객원교수(1990년) 등으로 일했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 상임이사, 재무부 금융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1992~1995년 14대 국회의원(민주당, 서울 강동구)을 거쳐 국회기업전문화연구회 대표, 미국 브리검영대(BYU) 경제학 초빙교수(1999년), 대한석유협회 회장(2002년) 등을 역임했다. 현재 프랑스 ESSEC 경영대학원 한국지부장, 사단법인 인구문제연구소 이사장 겸 소장, 제27차 세계인구총회(IUSSP) 국가조직위원장 등을 맡고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수출 유공자 표창(상공부 장관, 1976년), 석탑산업훈장(1982년), 룩셈부르크 대공국 기사 작위(1985년), 베이징대학 마인초박사 인구과학 영예상 표창(2001년) 등이 있다. 주요 저술로는 신한국경제론(1985년), 영문판 KOREAN ECONOMY(1999년), 현대경제학사전(2001년) 등이 있다.
  • 장전하라, 강철심장

    장전하라, 강철심장

    진정한 ‘강심장’만 살아남는다.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로 최고 성적을 쏘았던 사격대표팀이 안방에서 명사수를 가린다. 5일부터 일주일간 경남 창원종합사격장에서 열리는 ‘2013년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에 진종오(KT), 김장미(부산시청), 최영래(청원군청) 등 올림픽을 달궜던 건맨들이 뜬다. ‘꿈을 향한 장전, 내일을 향한 도전’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격 꿈나무부터 장애인부까지 총 380여개 팀, 2600명의 사격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겸하기에 더 후끈하다. 관전 포인트는 바뀐 규정이다. 기존에는 결선에 오른 8명의 선수가 10발씩 쏜 뒤 예선·본선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가렸다. 60발의 예선 점수를 그대로 안고 본선을 치르기 때문에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었다. 하지만 국제사격연맹(ISSF)은 올해부터 본선 성적으로 8명을 추린 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변경했다. 결선에서 처음 8발을 쏜 뒤 가장 점수가 낮은 선수가 탈락하고, 2발을 쏠 때마다 낮은 점수의 선수 한 명씩 떨어뜨리는 ‘서든데스’ 방식으로 박진감을 높였다. 점수가 아닌 순위 경쟁이 된 것. 1발을 75초 안에 쏴야 했던 시간도 50초로 줄어 선수들의 긴장감, 피로도가 높아졌다. 결선 사격이 10발에서 20발로 늘어나면서 꾸준한 체력과 냉정한 마인드컨트롤이 부쩍 중요해졌다. 승부처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 ‘철심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규정이 바뀌면서 관중들은 훨씬 재미있어졌지만 선수들의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하다”면서 “새 방식에서는 기록보다는 탈락하지 않는 게 승패의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4월 안방에서 열린 ISSF창원월드컵에서 한국은 노골드(은 1, 동 2)로 적응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창원에는 런던올림픽 2관왕 진종오가 뜬다. 올해 태극마크를 반납한 진종오는 개인 훈련을 하면서 대회를 골라 다니고 있다. 4월 강원도 동해에서 열린 실업단사격대회에서 개인전·단체전 금메달을 땄고, 지난달 ISSF뮌헨월드컵에서도 정상에 서는 등 기량은 여전하다. 특히 ‘쫄깃한’ 서바이벌 방식에서도 흔들림 없이 1위를 수성한 게 고무적이다. 올림픽챔피언 김장미도 지난달 ISSF포트베닝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명중시키며 장전을 마쳤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朴정부, 정책 우선순위·구체 내용 밝히고 속히 연착륙시켜야”

    박근혜 정부 100일을 맞아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지각 출범한 만큼 정책 우선순위, 구체적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연착륙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책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명쾌하게 나와야 한다”면서 “새 정부가 여러 정책들을 한꺼번에 이야기하다 보니 산만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예를 들자면 창조 경제 얘기를 한창 하다가 경제 민주화 화두가 나오고, 또 부처 간 협업을 강조하면 어느 것을 우선하고 있다는 건지 국민들이 헷갈린다”면서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교수는 “경제 민주화보다는 박근혜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인 창조경제를 앞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창조경제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 정책의 우선 순위로,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인사 방식, 당·정·청 관계에 대해 ‘시스템 복원’, ‘투명한 결정 과정’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방식에 대해 “시스템이 아닌 사람에 의존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인사를 하더라도 어느 지점에서 의사결정이 일어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책임은 누가 지는지 좀더 투명해졌으면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당·정·청 관계에 대해서 “사안이 발생하면 당·정·청 3자 간에 활발하게 만나서 터놓고 협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면서 “당·정·청 간 협의 테이블을 제도화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앞에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도록 청와대 내부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개혁동력이 가장 높은 정권 초반에 기득권 반발이 큰 검찰 개혁, 세제 개편, 경제 민주화 등에 대해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실장은 “인사 실패와 윤창중 대변인 사건, 북핵 안보 위기 등에 대해 수동적으로 대응한 측면이 크다”면서 “박 대통령이 좋든 싫든 귀를 열고 들으려는 국정 운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책임총리제·책임장관제 복원, 공공기관장 임기 보장제를 주문했다. 백 교수는 “대선공약이었던 책임 내각이 이른 시일 내에 정착해야 하고 대통령이 국가를 혼자 경영하려는 성향 역시 개선해야 한다”면서 “청와대 수석과 관료들에게 권한을 적절히 나눠주고 국가 운영권을 배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 측면에서 창조경제, 경제 민주화, 갑을관계 개선 등에 대한 실체적 이해가 부처별로 미진하다고 백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경제민주화를 하면 경제도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명확한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장 임기 보장에 대해 백 교수는 “대통령과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기관장 임기를 법으로 보장한 취지는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말고 소신경영해서 경영 성과로 평가받으라는 의미”라면서 “공공기관 설립과 운영 취지를 대통령이 배려했으면 한다”고 제시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국가 개조가 필요한 중대한 시점임을 깨닫고 국정운영 기조를 새롭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원전사고 문제는 에너지 체제의 대전환을 꾀해야 하고, 경제 민주화는 경제 체제 전반에 대한 대수술을 해야 풀어낼 수 있는 문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국가적 과제들은 단순한 대응 차원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과 비전 속에서 재설계를 해야 한다”면서 “시급하게 대처하기 위해 미봉책을 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복지국가·평화국가 기조도 단순히 레토릭 차원이 아니라 본질적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北 리스크’ 관리 美 지지 확보·中 공조 성과… 인사난맥 ‘오점’

    [박근혜 대통령 취임 100일] ‘北 리스크’ 관리 美 지지 확보·中 공조 성과… 인사난맥 ‘오점’

    박근혜 대통령이 4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임기 5년 동안 국정의 틀을 짜는 중요한 시기에 안팎으로 어느 정권과 비교해도 시련과 도전이 거센 시기였다. 취임 초 고위공무원들의 잇단 낙마파문에 이어 ‘박근혜 인사 1호’인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파문 및 경질은 박 대통령의 ‘나 홀로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 시스템 부재가 빚은 전형적인 ‘인사 실패’라는 평이다. 반면 북한 도발 및 개성공단 사태 등 ‘북한 리스크’ 관리는 확고한 한·미공조 속에서 일관되고 침착한 대응을 유지하며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을 받고있다.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서 평가가 엇갈린다. 저성장 기조와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악재 속에 힘들게 도출한 공약 가계부와 부동산 대책, 추경예산안과 주요 대선공약인 4대 사회악 근절 및 경제민주화 추진은 여전히 논란의 한복판에 있다. ■정치 靑 내부 경직된 문화 … 주요 정책 로드맵도 차질 지난 100일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는 활동 공간이 적었다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치했으나 평가는 엇갈렸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긍정적인 측면을 눈여겨봤다. 그는 “이전 정부와 다르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정권 초반에 조용하고 차분한 행보를 보인 게 이전 정권과 다른 점”이라고 평가했다. 윤 실장은 “아직 국민들이 대통령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국면이 되지는 않았다”면서 “대선 때 대통합을 강조했던 연장선상에서 청와대 대통합위원회 등의 역할을 강조하면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의 경직된 문화와 당청 간 소통의 부재 등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정부조직법 통과는 출범 이후 바로 시작돼야 하는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치력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줬다”면서 “앞으로 청와대에서 이니셔티브를 갖고 주도적으로 이슈를 끌고 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리더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청와대 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리더십을 깨알 리더십이라고 하는데 이는 좋은 현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지나치게 대통령 중심으로 가다보면 모든 일을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백종섭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는 “새 정부 출범이 50여일이나 늦어지면서 이 시기에 긴요한 주요 정책 로드맵도 늦어진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라오스의 강제 북송 문제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보면 박 대통령이 정부 조직과 국정 전반에 대한 장악력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박 대통령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가 낮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외교·통일·안보 北 ‘도발후 보상’ 불허… 원칙적 입장 견지 호평 새 정부의 틀이 채 갖춰지기도 전에 밀려온 ‘북한발(發) 악재’는 걸음마도 떼지 못한 박근혜 정부를 가시밭길로 몰고 갔다. 핵심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첫 삽을 뜨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혔고, 북한과의 강(强) 대 강 대결로 대화는 단절됐으며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개성공단도 잠정 폐쇄됐다. 남북관계 회복의 불씨는 갈수록 수그러들고 있는 상황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강변일변도 정책, 유연성이 부족한 접근 때문에 남북관계에 불안 요소가 커졌다”며 “신뢰가 특히 중요한데, 말싸움과 기싸움이 이어져 남북 간 신뢰는 더 크게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보다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박근혜 정부가 대북 문제에 있어 ‘도발 후 보상’이라는 과거 패턴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한 것은 바람직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춘근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통상 북한에 당근만 주고 결과물은 받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변하라며 공을 넘겼다”며 “태도변화를 이끌어낼 단호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미국의 협력과 지지를 이끌어 낸 것도 성과로 꼽힌다. 또 한·미 동맹 60주년을 맞아 향후 60년 미래에 대한 양국관계의 발전방향을 정립함으로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와 달리 중국과의 공조도 잘 이뤄졌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거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과 외교난맥상을 여실히 보여준 라오스 탈북청소년 9명의 북송 사건 등은 오점으로 남았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외교안보 부처 간 조정체계를 회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중구난방식의 정책조정 과정을 정비해 예측가능성을 좀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복지·노동 기초연금·무상보육 등 공약 이행 재원대책 부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 등 복지·노동 공약은 유권자들은 물론 전문가들에게 전체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100일을 맞은 현재 공약이행 가능성을 두고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애초 복지·노동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마련 대책이 부실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책후퇴 조짐이 나타나면서 공약을 실천할 의지가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인 보건복지 분야 공약이었던 기초연금을 둘러싼 논란은 재정추계에 대한 고민 없이 내놓은 공약이 초래한 혼란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노인층 지지를 얻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은 당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소득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월 4만~20만원씩 차등지급’하기로 하면서 약속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마저도 소득에 관계없는 보편 지급 조항까지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정부안에서도 적지 않다. 무상보육을 둘러싼 중앙·지방 논쟁은 복지재정을 누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복지전달체계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다양한 고민을 정부에 던져주고 있다. 당장 서울시에서는 이번 달부터 양육수당 부족 사태가 현실화한다. 진주의료원 폐업도 정부·여당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공공의료 확충 공약이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총선 당시부터 경제민주화 쟁점을 선점하며 강력한 정책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에는 대기업 규제완화와 투자 장려도 강조하고 있어 노동계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 의지에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경제 고용창출 제자리걸음… 능동적 경제성장 대안 절실 “처음 3개월, 6개월 이때 (국정과제를) 거의 다 하겠다는 각오로 붙어야 된다.”(올 2월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전에 유난히 ‘속도전’을 강조했다. 각종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난제들은 힘이 실리는 정권 초반이 아니면 풀어내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차분한 기조’가 유지됐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좋게 말하면 ‘관리형 모드’로 일관했고, 나쁘게 말하면 ‘리더십 실종’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현 정부 경제팀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은 아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새 정부 출범(2월 25일) 이후 거의 한 달 만인 3월 22일 임기를 시작했다. 이후 ‘새 정부 경제정책 추진방향’(3월 28일),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4월 1일), ‘추가경정 예산’(추경·16일), ‘투자 활성화 방안’(5월 1일), ‘벤처 활성화 대책’(5월 15일), ‘공약 가계부’(5월 31일) 등 굵직한 대책들을 연달아 내놨다. 하지만 문제는 일련의 정부 대책이 경제성장의 대안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성격보다는 경기 침체의 골을 메우는 소극적인 대응에 그쳤다는 점이다. 추경은 경기 후퇴에 따른 12조원의 세수 확보가, 4·1 부동산 대책은 부동산 경기 침체 회복이 목적이었다. 벤처 활성화 대책 등은 ‘대기업이 독점한 구조를 놔둔 채 벤처 창업만 독려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효과도 제한적이다. 전월 대비 전산업 생산 증가율은 2월 1.1%에서 4월 1.6%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소비자심리지수도 2월 102에서 5월 104로 제자리걸음이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최근 “민생경제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은 제자리 걸음이고 경제 성장률도 저조해 ‘민생경제 대통령’이라는 약속은 실종된 느낌”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대학장은 “아베노믹스는 화끈하게 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구호만 요란할 뿐 구체성이 없이 표류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앞으로는 경제 부흥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각론에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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