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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공생발전, 가진 자가 먼저 손 내밀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새로운 국정지표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성장과 삶의 질 향상, 경제발전과 사회통합, 국가의 발전과 개인의 발전이 함께 가는 새로운 발전체계를 공생발전이라고 규정했다. 집권 후 국정운영 기조로 삼았던 녹색성장, 친서민 중도실용, 공정사회,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경축사의 절반 이상을 공생발전에 할애할 정도로 깊은 관심과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작 국민들의 마음에 와 닿을지는 의문이다. 일상에 지친 국민에게는 한마디로 공허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생발전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포용성장을 둘 다 가져가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일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먼저 가진 자들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본다. 공생발전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만 봐도 대기업의 반발과 비협조로 지지부진한 게 사실이 아닌가.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경제 5단체가 공생발전에 적극 동참을 선언하고 나선 일은 고무적인 일이다. 과거처럼 의례적인 구두선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심각한 부의 편중현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양극화 심화야말로 공생발전의 최대 적이다. 소수가 부를 싹쓸이하는 현실에서 대통령이나 정부가 어떤 말을 한들 서민들이 귀 기울이겠는가. 최근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신고자는 물론 임금근로자 소득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공생발전을 외친들 헛구호에 지나지 않는다. 이 대통령의 인식도 현실과는 다소 간극이 있는 것 같다.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8년 만에 소득 양극화 추세가 꺾여 완화되고 있고, 중산층 비율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년 상반기에 고용의 질이 좋은 상용직 일자리 60만개가 늘었고, 우리 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이며, 청년실업률은 다른 선진국보다 휠씬 낮다.”고도 했다. 수치로는 그럴지 모르지만 국민들의 체감지수와는 차이가 크다. 오히려 2013년 균형재정 달성이 훨씬 현실적이고 절박한 목표인 것 같다.
  • [데스크 시각] 신종 글로벌 양털깎기/오일만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신종 글로벌 양털깎기/오일만 경제부 차장

    숨가쁜 열흘이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시작된 글로벌 충격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산 넘어 산’이라고,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침체의 터널에서 간신히 빠져나오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터널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몇 번이나 터널을 더 지나야 희망의 불빛이 보일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문득 ‘양털깎기’(Fleecing of the Flock)란 말이 머리를 스쳐간다. 양털이 자라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한꺼번에 털(수익)을 깎아간다는 의미다. 글로벌 베스트 셀러(화폐전쟁·Currency Wars)의 저자, 쑹훙빙(宋鴻兵) 중국 환구재경연구원장이 만들어낸 용어다. 음모론적 시각도 없지 않지만 금융자본가들이 버블경제를 조성한 뒤 경제위기를 틈타 자산을 헐값에 사들여 엄청난 차익을 거둔다는 의미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이번 미 신용 강등 쇼크 등이 결과적으로 양털깎기와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현재 작동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스템 자체가 승자와 패자를 동시에 양산하는 제로섬 게임인 탓이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의 국부는 그야말로 헐값에 해외로 팔려 나갔다. 이 과정에서 재미를 본 주체가 누군지, 우리는 ‘론스타 사태’를 통해 분명히 인식하게 됐다. 이번 사태는 어떤가. 지난 열흘간 우리 증시에서 시가총액 200조원 이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이 금액은 올 국가예산(309조원)의 3분의2, 삼성전자의 올 매출목표(150조원)보다도 무려 50조원이나 많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를 시작으로 지난 14년간 국민들의 땀과 눈물이 밴 돈이다. 그런데 두번에 걸친 양털깎기 과정에서 일어난 대형사고, 즉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미 신용등급 강등 쇼크 모두 공교롭게도 미국이 진원지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사고를 친 미국보다 신흥국들의 피해가 극심하다. 미리 길목에 기다리고 있던 월가의 대형 금융사들은 떼돈을 벌었다. 경제위기 때마다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이 돈을 버는 경제구조와 흡사하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란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미국이 70년 만에 2등국으로 내려앉았다고 요란을 떨지만 기축통화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한 미국은 늘 승리자의 편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1944년 브레턴우즈 협정(금본위제도)으로 세계 기축통화로 공식 등극한 미국은 수차례의 경제위기에 직면하지만 극적으로 극복한다.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의 전비 확대로 경제가 악화되지만 1971년 8월 달러화의 금 태환(兌換) 정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그해 12월 달러화 가치를 7.89%나 급락시켰다. 당시 욱일승천하던 독일 마르크는 4년간 60% 가까이 가치가 치솟았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무역·재정의 쌍둥이 적자를 한꺼번에 털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26년 전인 1985년 9월 22일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G5의 재무장관들이 모여 일본과 독일의 환율 가치를 절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1970년대 말 터진 오일 쇼크로 휘청하던 미국 경제는 달러 약세라는 무기로 불황의 늪에서 벗어났지만 일본의 엔화는 무려 65%나 절상됐다.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의 혹독한 대가도 플라자 합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처럼 양털깎기는 대부분 통화전쟁을 수반한 것이 역사의 기록이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발표한 미국의 제로금리 유지정책은 우리에게 양날의 칼로 다가온다. 긴축정책을 펴지 않겠다는 확실한 의사표시로서 앞으로 양적완화 정책처럼 달러 약세 기조와 함께 글로벌 통화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새로운 양털깎기의 시기가 조만간 세계경제를 덮칠 것이란 오싹한 선언이기도 하다. 2차례의 위기를 경험한 우리로서 각 경제주체마다 눈을 부릅뜨고 미 신용 강등 이후의 사태를 지켜봐야 할 이유기도 하다. oilman@seoul.co.kr
  • 中 “중화의 아들 뤄자후이 돌아왔다”

    中 “중화의 아들 뤄자후이 돌아왔다”

    “뤄자후이(家輝)가 왔다.” 중국이 최초의 중국계 미국대사 부임을 적극 환영했다. 타이완에 대한 미국의 무기판매, 중국의 첫 항공모함 시험운항,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등 미·중 관계를 괴롭힐 ‘암초’들이 산재해 있는 가운데 첫번째 ‘화교 대사’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 12일 밤 9시 40분쯤(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2청사에 도착한 미국의 게리 로크(61) 신임 주중대사를 중국 이름 ‘뤄자후이’로 부르며 극도의 친근감을 표시했다. ‘중화의 아들이 돌아왔다.’ ‘100년 만의 귀향’ 등 다소 오버하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로크 대사의 소박한 입국 장면조차도 큰 뉴스거리가 됐다. 부인 및 세 자녀와 함께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로크 대사의 어깨에는 배낭이, 한 손에는 검은 서류가방이 들려 있었다. 어린 막내딸 매들린을 제외하고, 부인과 2명의 자녀들도 각자 자신들의 가방을 챙겨 들었다. 법제만보 등 중국 언론들은 14일 로크 대사의 부임 소식을 특집으로 다루면서 “각자의 짐을 손에 들고, 어깨에 메고, 대사 전용차 승차도 사양한 채 뤄자후이 일가는 여행길에 나선 평범한 중국인 가족 같았다.”고 전했다. 로크 대사에 대한 중국의 환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2009년 존 헌츠먼 유타 주지사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대 주중대사로 부임했을 때도 중국은 처음엔 중국을 잘 이해하는 ‘친중파’ 대사라며 극도로 환대했지만 양국 관계가 악화되면서 결국 얼굴을 붉히며 돌려보냈다. 지난 4월 중국을 떠날 때 외교부 간부들은 관례적인 이임인사도 받지 않았다. 로크 대사가 최초의 중국계 미국대사이긴 하지만 이민 3세로 완전한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중국 내는 물론 화교그룹에서도 “그가 결국 미국의 입장을 100%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말레이시아의 화교신문 남양상보는 “미국이 그를 키웠고, 교육시켰다.”면서 “중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는 할아버지의 기억밖에 없는 중국보다는 결국 성조기를 향해 예의를 갖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로크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과 주중대사관 공식 웨이보(微博)에 올린 글을 통해 자신이 자유와 평등, 기회의 땅인 미국의 가치관을 대표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공무원 신분으로서 대통령과 국민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주중대사가 되겠다.”면서 “자유, 평등, 기회라는 미국의 영원한 희망과 가치관을 대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전까지 상무장관을 역임하면서 중국을 상대로 미국산 제품 수입확대 및 위안화 절상 등을 줄기차게 요구했다는 점에서 대중 무역공세의 선봉에 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는 부임 일성으로 양국 간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양국 관계가 또다시 갈등으로 전환되는 ‘민감한 시기’여서 어깨는 한층 무거워 보인다. 로크 대사는 중국 남부 광둥성이 고향인 할아버지가 1910년대에 미국 서부 워싱턴주에 정착한 이민 3세이다. 워싱턴 주지사에 선출돼 연임했으며,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상무장관을 거쳐 주중대사에 임명됐다. 베이징 박홍환 특파원 stinger@seoul.co.kr
  • ‘BUY코리아’ 신청곡 언제쯤

    코스피 추락이 시작된 지난 2일부터 12일까지 9영업일 동안 외국인들이 팔아치운 주식 누적액은 5조 894억원이다. 폭락장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일 시가총액 1225조원 대비 0.42%에 달한다. 가끔 매수 우위를 보였던 기관·개미와 달리 줄곧 매도에 나선 외국인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1일 32.16%에서 11일 31.71%로 떨어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향배는 증시가 안정을 찾는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외국인 매도 공세가 끝나는 시점과 이들이 증시에 귀환하는 시점이 중요하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토대로 분석하면 외국인 투자자는 빠르게 탈출할 때와 달리 더딘 속도로 증시에 복귀하는 추세를 보였다. 리먼 사태 직전인 2008년 9월 12일 30.08%였던 외국인 비중은 추석 연휴 뒤 개장 3일 만인 18일 29.87%로 줄었다. 이후 추세적으로 30%대에 복귀한 게 2009년 7월 14일. 3영업일 만에 30% 밑으로 빠졌고, 복귀에 9개월이 걸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이 빠르게 탈출하고 더디게 복귀하는 원인이 ‘자동입출금기(ATM) 한국금융’의 위상과 관계 깊다고 14일 설명했다.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 요청을 하는데, 이를 소화하기 위해 펀드 운영자들이 팔기에도 쉬울뿐더러 당장 소폭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국내 주식을 가장 먼저 판다는 얘기다. 한 금융 전문가들은 “펀드들이 주식·채권·선물 등과 함께 중요하게 보유하는 자산이 현금인데, 출자자들의 요청에 맞춰 제때에 현금을 돌려줘야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투자자들이 현금을 돌려 달라고 요구하는 폭락장에서는 펀드 운영자들이 현금 확보에 힘쓰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펀드 자금들이 현금 확보를 위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반면, 펀드운영자들이 투자자 눈치를 보지 않고 자산을 마음껏 굴릴 수 있을 때 펀드자금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면서 “글로벌 증시가 안정을 찾을 때까지 외국인의 매도 공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훈 미래에셋 연구원도 최근 외국인 탈출의 가장 큰 원인을 차익실현 수요로 봤다. 이 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리먼 사태 때 외국인들의 순매도 금액이 외국인 보유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인데, 지난 11일까지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 시가총액의 1.46%를 팔아 치웠다.”면서 “외국인 매도 규모가 거의 정점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선진국보다 신흥국 증시의 수익률이 상승하고 있는데도 지난주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서 2008년 이후 최대 자금인 77억 달러가 이탈되었다.”면서 “글로벌 투자자의 위험 회피 의지가 선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기고] 새 항암제 개발 시스템 시동 걸렸다/김인철 항암신약개발 사업단장

    [기고] 새 항암제 개발 시스템 시동 걸렸다/김인철 항암신약개발 사업단장

    종종 뉴스를 통해 새로운 항암 물질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마치 새로운 치료제들이 곧바로 개발되어 암을 당장 정복해 줄 것 같은 부푼 기대를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런 우리의 기대만큼 신약의 출현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신물질이 치료제로 개발되기까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지금까지의 암 치료제 개발은 주로 제약회사나 대학 내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소규모 단위로 연구가 진행되다 보니 해외 다국적기업들의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연구 개발 성과가 헐값에 국외로 유출되는가 하면, 물질 개발자가 연구 논문, 비임상 시험, 기술 이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관여함으로써 비효율적이고 전문성이 떨어져 신약 출시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항암 물질 개발에 비해 신약 출시가 늦어지는 원인 중 하나였던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는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효율적이고 신속한 신약 개발을 목표로 국가 주도의 ‘시스템 통합적 항암 신약 개발 사업단’을 발족, 기술과 자본 그리고 인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신약 개발의 모든 과정을 통합·관리할 계획이다. 후보 물질이 발굴되면 시료 생산 전문가·비임상 전문가·임상 시험 전문가 그리고 시험 위탁 기관 전문가 등이 조직적으로 참여하여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신약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는 글로벌 항암 신약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후보 물질 개발에서 신약 출시에 이르는 전 과정을 세분화하고, 각 과정마다 최고의 전문가를 투입하였으며, 이 모든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100여건의 후보 물질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향후 최소 4건 이상의 기술 이전이 이루어지고 이 중 1건 이상의 글로벌 신약을 출시할 계획으로, 만일 1개의 신약이 출시될 경우 그 경제 효과는 연 매출 8000억원, 기술료 수익 1조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껏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새로운 개발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가동된다면, 충분한 잠재성을 갖고 있는 후보 물질들이 경쟁력 있는 신약으로 환골탈태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암 진료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암 치료제에 있어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다국적 제약사들이 높은 약가를 유지함으로써 암 환자들의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항암제 시장은 매년 57%씩 성장하고 있으나 이 중 29.7%만이 국내 생산으로, 현재 심각한 무역적자 상태에 있다. 글로벌 신약이 출시되면 건강보험의 재정 부담과 함께 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 또한 크게 경감될 것이다. 또한 암뿐만 아니라 다른 질환의 신약 개발 사업에 있어서도 적절한 롤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사업단의 발족을 계기로 세계 시장에서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HT(Health Technology)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세계 항암제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신약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길 희망한다.
  • [이번엔 프렌치 쇼크] 佛·英·獨·加·룩셈부르크 정치 리더십 위기에 직면 ‘AAA’서 강등 가능성

    ‘미국뿐 아니라 앞으로 5개 나라가 ‘AAA 클럽’에서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9일(현지시간) 현재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AAA를 받고 있는 15개국 가운데 프랑스와 영국, 독일, 캐나다, 룩셈부르크를 강등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지목했다. 포린폴리시는 지난 5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등급 강등 주된 배경이 정치권의 위기해결 능력 부재였던 것에 주목했다. S&P가 이처럼 정치적 위험 평가에 관심을 두는 한 총체적인 리더십 위기에 직면한 이 5개 국가를 주시하고 있다는 경고다. 프랑스는 여전히 AAA 클럽 ‘탈락 0순위’다. 각종 스캔들에 휘말린 정치권 때문이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2007년 대선 때 화장품회사 로레알의 대주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제1야당인 사회당의 유력 대선 후보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성폭행 재판을 받느라 바쁘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을 반대하고 프랑스를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에서 빼내려는 극우정당 국민전선당이 총선·지방선거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어 우려가 크다. 유로존에 속하는 대신 스스로 유동성을 공급해온 영국의 선택은 현 상황에선 일견 현명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년간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1% 이하에서 기고 있고, 나라 전체가 폭동에 휘말려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는 80%로 미국보다 6% 포인트나 높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고집과 강경함이라는 ‘철의 여인’ 특유의 마력을 잃으면서 독일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독일이 유럽 경제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메르켈 총리는 유럽 대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지만, 그녀가 최근 급진적인 자유무역주의자에서 복지국가 옹호론자로 입장을 바꾸면서 지지율은 2006년 이후 최저이고, 집권 기민당은 지방선거에서 완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룩셈부르크는 1인당 국가부채가 344만 달러(약 37억원)로 세계 최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1인당 GDP 덕분에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다. 하지만 룩셈부르크가 의존하고 있는 유럽 은행들과 투자펀드가 최근 가장 불안정한 분야인 만큼 ‘호시절’이 얼마나 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정악대금으로 원형 대금산조 처음 풀어낸 이생강 명인

    [김문이 만난사람] 정악대금으로 원형 대금산조 처음 풀어낸 이생강 명인

    조용히 눈을 감는다. 춤의 소리가 들려온다. 잔잔하던 가슴을 후벼 판다. 전신을 휘감아 돈다. 귀신을 일으키고 거친 바다를 잠재운다. 하여 신적(神笛)이다. 신라시대 설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한 대나무가 있었다. 낮이면 갈라져 둘이 되고 밤이면 하나가 됐다. 이때 용이 나타났다. ‘성음(聲音)의 이치로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사라졌다. 신기한 대나무는 곧 피리로 만들어졌다. 소리가 기가 막히게 아름다웠다. 흩어졌던 민심은 이 소리를 듣고 하나가 되고, 다들 안정이 됐다. 피리는 국보가 됐고 이름을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이라고 했다. ‘삼국사기’ 악지에 ‘악기를 불면 적군이 물러가고 병이 낫고 바람과 파도가 잔다.’는 기록이 남게 된 배경이다. 이후 대금(大笒), 중금(中笒), 소금(小笒), 단소, 퉁소 등의 악기로 무궁하게 이어졌다. 세월을 뛰어넘는다. 조선 후기 진도의 세습무 출신 박종기(1879~1939) 명인이 대금산조를 창시했다. 이때부터 무속음악으로 발전했고 오늘날 우리의 전통춤 무대에서 90% 이상 배경음악으로 삼을 만큼 중요하게 자리잡았다. 원래 대금의 종류에는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이 있다. 정악대금은 주로 궁중음악이나 양반들의 풍류음악을 연주하려고 만든 악기로 다른 악기와 합주할 때 적합하다. 관이 길게 돼 있는 것도 다른 악기와의 음정을 고려한 이유이다. 그런데 정악대금은 취구(吹口)가 작고, 손가락을 짚는 지공이 넓어서 다루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호흡 또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산조대금과 같은 꺾기나 깊은 농음(音), 다루치기(순간적인 지공의 개방을 통해 경쾌한 소리가 나도록 하는 기술)가 어렵다. 반면 산조대금은 대금산조 독주를 위해 만들어진 악기이다. 다양하고, 화려한 가락이 많아 손동작을 원활하게 하려고 정악대금보다 짧게 만들어져 손 움직임을 편하게 하는 특징이 있다. 그렇다면 정악대금으로 산조를 연주할 수 있을까? 박종기 명인은 당시 산조를 연주할 때 대금의 개량이 이루어지지 않아 정악대금으로 연주했다고 전해진다. 대금산조 이생강(75·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명인은 박종기 이후 최초로 정악대금으로 산조 한바탕을 최근에 풀어내고 ‘이생강 원형 대금산조’라는 제목으로 음반을 냈다. 나이도 나이지만 대금인생 70년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내가 아니면 누가 할 것인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을 던지며 만들어냈다고 했다. 우리 국악사에 큰 획을 긋는 일임이 분명하다.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이 명인을 만났다. 먼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 온 고등학생들에게 한수 가르쳐 주고 있어 잠시 기다렸다. “너무 (대금을) 흔들면 안 돼.” “네.” “호흡을 길게” “…” 제주도에서 온 학생도 있었다. 연습이 끝나자 이 명인은 괄괄한 목소리에다 경상도 사투리를 섞어 가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간다. “강원 신철원에서 제주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슨 말일까. 다시 물었다. “우리 아들(이광훈)이 제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초·중·고 학생들이지요.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저는 신철원에 있는 초등학생 700여명에게 단소를 가르쳐 주고 있지요. 학교에서 우리 국악을 하면 아름다운 교육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을 벌이게 되었을까. 이 명인은 지난해 강원 정동진에서 열린 전국 초등학교 교장모임에서 강연을 했다. 대나무의 소리 하나로 분위기를 확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더니 감동을 받은 일부 교장 선생의 뜻에 따라 시골 학교에서 조금씩 국악 붐이 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단소로 했지요. 원하는 학교에는 제가 단소를 보내 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대금으로 교체해 줄 때가 됐지요. 자금조달은 어떻게 하냐고요. 제가 공연을 하잖아요. 그걸로 담양에서 대나무를 사고 아는 사람한테 찾아가 수공비만 받고 싸게 대금을 만들어 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육용으로 만든 180여 가지 CD와 DVD 등도 보내주고 있지요. 아들은 제주에서 가르치고 저는 틈이 나는 대로 강원 지역에 가서 지도를 해줍니다. 요즘에는 유아용 ‘병아리 단소’도 만들어 어릴 적부터 국악과 친해지도록 권장하고 있지요. 어린애들이 단소를 부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이 명인은 신철원과 제주에서 시작된 단소 불기 운동이 중간 지점인 대전에서 만날 때 멋진 공연을 할 것이라며 웃는다. 잠시 얘기를 멈추는 사이 질문을 던졌다. “이번 음반을 낸 원형(原形) 대금산조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습니까.” “우리 국악에서 원형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살아 있을 때 원형 대금산조를 확실히 해놓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제가 1937년생입니다. 일흔이 넘었고 대나무 소리를 낸 지도 70년이 됐습니다. 살아 있을 때 남겨둬야 합니다. 원형 대금산조는 다른 것이 아닙니다. 제 스승(한주환)의 스승(박종기)이 했던 원형을 그대로 재현한 것입니다. 그걸 음반으로 제작했지요. 그래야 후배들이나 국악사를 공부하는 학자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나무 소리인생 70년을 맞아 정악대금으로 풀어낸 ‘원형 대금산조’ 음반에는 전체 63분 23초 길이에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굿거리, 시나위’ ‘자진모리’를 순서대로 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정악(正樂)은 ‘인쇄체’요, 산조(散調)는 ‘필기체’라는 것. 손가락을 잘 떼서 매끄럽게만 불면 되는 정악대금에 비해 산조대금은 개성 있는 꼴바꿈이 가능하며 선율이 다채롭고 인간 세계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다고 덧붙인다. 국악계의 한 평론가는 이번 음반을 낸 것과 관련해 “박종기의 탁월한 예술성을 한주환이 극복하며 대금산조의 중시조로 등극했듯이 한주환의 천재성을 극복한 유일한 재비가 이생강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라고 평했다. 이 명인은 반주악기로만 사용돼 온 대금으로 첫 독주를 시도했던 일화를 공개했다. “1960년 4·19 직후 에어프랑스 비행기가 서울에 왔습니다. 거기에 한국민속예술단 소속 무용수와 악사 등 33명이 타고 프랑스 파리에 갔지요. 춘향전을 무용극한 내용으로 공연을 하는데 주인공 안나영씨가 급히 맹장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대타로 제가 빈 시간을 채우기 위해 대금을 들고 무대에 섰지요. 아이러니하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민속악기 독주회를 처음 갖게 됐습니다. 우리 민속악기는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기가 높습니다.” 이후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참가공연을 계기로 여기저기에서 초청을 받아 50여개국 순회공연을 갖게 된다. 그의 대금에 대한 사랑과 의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가 낸 음반의 종류만 해도 500여 가지. ‘동백아가씨’ ‘목포의 눈물’ 등은 물론이고 우리가 익숙하게 아는 웬만한 노래는 죄다 대금으로 풀어냈다. 얼마 전에는 한국 전통무용음악을 집대성한 ‘춤의 소리’ 전집음반 50장을 한꺼번에 내놔 국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산조춤, 화관무, 부채춤, 살풀이, 승무, 농악 등이 총망라된 우리 전통 무용음악의 100년사를 담은 ‘백과사전’이라는 점에서 그랬다. 단지 대나무 구멍에서 나오는 소리일진대 청아하고 신기에 가까운 뻐꾸기 소리 등을 마구 뱉어내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눈을 감게 만든다. ‘이생강이 아니면 과연 누가 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는 앞으로 태교, 명상, 추억, 회상 음악 쪽에 방향을 맞춰 꾸준히 일상으로 파고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리랑’을 현대감각에 맞게 작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악의 원형과 현대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이 명인은 다섯 살 때부터 소금을 배웠다. 이후 11세 되던 1947년, 스승 한주환을 만나면서 대금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6·25전쟁으로 인해 부산으로 피란 온 당대 국악의 대가들과 자주 접한 것도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욕심이 커서 어떤 때는 하루 동안 열심히 뛰어 대가들에게 찾아가 ‘한수, 한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일취월장, 자신감을 얻은 그는 서양의 7음계를 우리 5음계에 접목시키는 작업을 했다. ‘대니 보이’(Danny Boy),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 등의 팝송과 재즈를 넘나들며 대금의 음역을 계속 넓혀 나갔다. 그랬더니 얼마 후에는 악보도 없이 ‘눈물젖은 두만강’ ‘목포의 눈물’ 등 우리의 전통가요까지 자유자재로 불 수 있게 됐다. 아버지에게 단소와 피리를 배우는 것을 시작해 대금의 한주환, 퉁소의 전추산, 피리의 오진석·임동석, 태평소시나위의 김문일 등 여러 스승에게 배우면서 스스로 ‘이생강류’라는 독특한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전통과 현대를 크로스오버하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온 명인의 열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이생강 명인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45년 광복 후 부산에 정착해 살았다. 다섯 살때 아버지에게 단소를 배웠고 이후 이덕희, 지영희, 전추산, 오진석, 방태진, 한주환 등을 스승으로 모시고 피리, 단소, 퉁소, 소금, 태평소, 대금 등을 익혔다. 1959년 임춘앵 여성국극단에서 대금반주을 했으며 1960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회 세계민속예술제 참가공연 때 처음으로 대금독주를 했다. 1977년 국내에서 첫 대금산조 개인 발표회를 가졌으며 이때 원형 대금산조를 처음 연주했다. 이후 세종문화회관 등 크고 작은 무대에서 20여 차례 개인발표회를 가지며 독특한 ‘이생강류’의 대금음악을 만들어오고 있다. 1988년 서울 올림픽폐회식 때 대금독주로 주목을 받았고 199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2007년 6월 ‘춤의 소리’ 전집음반 50장을 제작한 데 이어 지난달 최초로 정악대금으로 ‘원형 대금산조’를 풀어낸 음반을 냈다. 현재 죽향대금산조원형보존회를 운영하면서 한국국악협회 부이사장을 맡고 있다. 주요 수상경력으로는 전주 대사습대회 장원(1978), 신라문화재 대통령상(1984년), KBS국악대상(1984년), 서울시 자랑스러운 시민상(1994), 대한민국 국민상(1997), 한국국악대상(2002년) 등이다.
  • [씨줄날줄] 회고록(回顧錄)/최용규 논설위원

    회고록 집필로 훨씬 더 유명해진 이는 영국의 정치가 원스턴 처칠(1874~1965)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orld War) 회고록으로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01년 프랑스 시인 르네 쉴리프뤼돔(1839~1907)부터 2010년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에 이르기까지 노벨문학상 100여년 역사에 시인·소설가가 아닌 정치인이 이 상을 받기는 처칠이 유일하다. 정치가·웅변가 외에 저술가란 ‘고급스러운 훈장’이 붙은 것도 회고록 덕이다. 총리 재임시절 받았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혜경궁 홍씨(1735~1815)의 ‘한중록’(閑中錄)은 우리가 자랑할 만한 ‘국보급’ 자전적 회고록이다. 71세 때인 1805년(순조 5년)에 썼다. 남편인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중심으로 파란만장한 생을 회고했다. 한문본에는 泣血錄(읍혈록)으로 되어 있다. 눈물을 쏟고 슬피 울면서 기록했다는 뜻이리라. 회고록은 더 이상 한 시대를 풍미한 지도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예술·스포츠 스타에 이르기까지 외연이 크게 확대됐다. 회고록이라는 거창한 이름 대신 자전적 에세이로 명찰을 바꿔 달기도 한다. 우아하고 품위 있는 표현의 절제미는 사라진 지 오래다. 폭로투성이다. 미국 백악관 인턴이던 모니카 르윈스키는 1995년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를 폭로했다. ‘모니카 이야기’다. 클린턴은 탄핵, 이혼 위기로까지 몰렸다. 올봄 국내에서는 신정아의 자전적 에세이 ‘4001’이 화제를 몰고 왔다. 회고록은 과거에 있었던 중요한 사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인생 전반을 다루는 자서전과는 차이가 있다. 자기가 겪은 일을 기록하기 때문에 주관적이다. 자기 해명서나 변명서가 될 개연성이 높다. 1992년 대선 때 민자당 후보인 YS(김영삼)에게 선거자금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고백한 ‘노태우 회고록’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5·17 비상계엄 확대를 ‘서울의 인명·재산 보호를 위한 치안유지 차원’, 5·18 광주민주화 운동은 ‘유언비어가 진범’이라고도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에 이어 전두환 전 대통령도 회고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충복인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전 전 대통령이 회고록 등의 형태로 자신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힐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군사반란의 주범으로 한국현대사에 큰 오점을 남긴 5·6공 최고통치자들이 자기들의 역사를 고쳐 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최용규 논설위원 ykchoi@seoul.co.kr
  • 미국보다 유럽이 문제다

    10일 국내 증시가 7일 만에 반등에 성공하면서 미국발 신용등급 강등의 쇼크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유럽이라는 더 큰 산이 버티고 있어 시장 변동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은 어디까지나 단일 국가 내에서 벌어진 위기이고,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기축통화인 ‘달러’와 금에 버금가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라는 무기를 쓸 수 있다. 유럽은 다르다. 27개 국가가 모여 유럽연합(EU)을 만들었고 이 중 17개국은 단일 통화인 유로를 쓰는 ‘유로존’이다.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초 그리스에서 시작된 재정위기는 유럽 전역으로 번져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재정위기에 대한 유럽의 해법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두 나라는 ‘덩치 큰 문제아’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PIG 국가는 경제 규모가 작고 재정위기가 전면에 드러났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3, 4위의 경제국이어서 상황이 다르다. 이런 이유로 유럽중앙은행(ECB)은 7일(현지시간)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사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21일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한도를 늘려 회원국에 자금을 공급해 주기로 결정했지만, 여름휴가와 맞물리면서 각국 의회의 승인이 늦어지자 시장 안정을 위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만기가 9~10월에 몰려 있어 9월 위기설이 불거진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유럽의 돈줄’인 독일의 반대가 문제다. 독일은 ECB의 역할은 물가 안정이지 회원국의 국채 매입이 아니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FSF의 한도를 늘리는 데도 미온적이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독일 국민들은 회원국 자금을 지원하느라 자국 재정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반감이 있다. 독일의 두드러진 경제성장으로 인해 위기 의식이 희박해 양보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유럽 위기의 불씨를 끌 칼자루를 쥔 독일이 통 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시장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면서 “유럽 재정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유로존의 단일 채권인 유로본드를 발행함으로써 국채 금리가 높아 자본 조달 비용이 높았던 국가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美 ‘디지털 외교’의 1인자 “北주민, 美 도움없이 인터넷 자유 찾을 것”

    美 ‘디지털 외교’의 1인자 “北주민, 美 도움없이 인터넷 자유 찾을 것”

    위기의 미국 외교가가 ‘e-외교’에 주목하고 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이후 아프가니스탄전 등 ‘전쟁의 덫’에 발목 잡힌 채 아랍권역의 ‘재스민 혁명’을 맥없이 바라보며 정보력과 영향력 상실을 한탄했던 미국은 인터넷과 새로운 소통 도구를 활용한 외교 가능성에 눈을 돌린다. 미국의 디지털 외교전 최전선에 알렉 로스(40) 국무부 장관 혁신담당 수석 자문관이 서 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튜브 등 뉴미디어로 무장한 그는 외교관 대신 외국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려 애쓴다. 권위주의 국가에서 ‘인터넷 자유’를 끌어올리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그는 워싱턴 국무부 내 사무실에서 국내 언론으로는 서울신문과 첫 인터뷰를 갖고 “북한 주민 스스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정교한 디지털 생태계에 접속할 것이며 끝내 인터넷의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국무부가 아랍 권역 등의 ‘인터넷 자유’ 보장을 위해 추진해 온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는 최근 (인터넷 자유 보장을 위한) 12개의 프로그램 개발을 도우려고 모두 2800만 달러(약 300억원)를 투입했다. 그중에서 ‘여행가방 속 인터넷’(IIS)과 ‘패닉버튼’은 공개됐다. IIS는 (권위주의 국가 등에) 이동광대역통신망을 설치하는 것으로 거의 상용화됐다. 패닉버튼은 시리아 등에서 (반체제 인사 등이) 체포될 위기에 놓이면 비상 버튼을 눌러 체포 사실을 주위에 알리도록 고안한 제품이다. 버튼을 누르면 휴대전화 속에 저장된 모든 연락처도 함께 지워진다. 나머지 10가지는 기밀 사항이다. →북한에서도 ‘IIS’나 ‘패닉버튼’ 같은 기술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나. -우리는 특정 국가를 겨냥해 기술을 개발하지 않는다. 미 국무부는 지구상 194개국에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인터넷 자유를 위한 기술도 모든 국가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어떤 나라가 됐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북한에는 인터넷망이 거의 구축돼 있지 않다. 북한의 ‘인터넷 자유’를 돕기 위해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우선 북한 주변에는 활기 넘치는 ‘디지털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북한의 인터넷 자유는 미국의 도움으로 얻어지지 않을 듯하다. 외부 세계와 연결할 방법을 찾는 북한 주민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북한 정권이 ‘정보 정전’ 상태를 지속하려 한다면 이는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아랍의 봄’ 기간 동안 인터넷은 독재자 축출 도구로 활용됐지만 ‘반미감정’ 전파의 장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인터넷 자유’는 미국의 외교적 이익을 보장한다고 믿는다. 물론 네티즌이나 언론이 미국에 대해 좋은 말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며 이 같은 권리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예컨대 이집트와 튀니지 등의 혁명 과정에서 기술과 소셜 미디어는 큰 역할을 해냈다. 결성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정치운동 조직을 단박에 가능하도록 했고, 짧은 시간 안에 연대의 고리를 강화했다. 저소득층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며 (민주화 세력의) 리더십을 확산시켰다. 시리아나 이집트, 튀니지 등에서는 넬슨 만델라나 레흐 바웬사 같은 독보적 리더는 없다. 네트워크가 ‘혁명 지도자’가 된 것이다. →줄리언 어산지가 주장하는 정보의 자유와 미국이 강조하는 정보의 자유는 어떻게 다른가. -자유는 책임으로부터 나온다. 미국에서는 무기를 소지할 권리가 있지만 누군가에게 마음대로 쏠 권리를 준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말할 권리가 있지만 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할 권리가 보장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는 인터넷 자유가 있지만 그 자유가 포르노물 등을 인터넷에 올릴 자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인터넷에서 사기를 칠 권리나 지적 재산을 훔칠 권리가 주어진 것도 아니다. →한국의 정보기술 환경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굉장히 수준 높은 디지털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안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는 미국보다 낫다. 다만 한국의 디지털 환경 중 인터넷 카페 등에서 인터넷의 자유로운 사용에 제약이 있는 것이 아쉽다. ‘디지털 지문’ 같은 것은 경계해야 한다. →오바마 대통령·클린턴 국무장관과 모두 일해 봤는데, 두사람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훨씬 많다. 두 사람 모두 ‘머리’와 ‘가슴’, 지능과 동정심이 조화를 이룬 지도자들이다. →‘디지털 외교관’이자 비정부기구(NGO)의 창립자이며 혁신가다. 당신과 같은 꿈을 꾸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청년이라면 기꺼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성공한 사업가들을 보라. 여러 번 실패한 이들이 많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해고됐다가 돌아왔고, 구글 회장인 에릭 슈미츠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지배당한 회사에서 일했었다.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실험하는 데 머뭇거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실패에서 배우라고 독려한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일본 축구, 요즘 좀 한다던데…

    일본 축구, 요즘 좀 한다던데…

    ‘정치와 스포츠는 별개’라고 한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한·일전이다. 총만 안 들었지 전쟁이다. 그래서 태극전사들은 일본과 맞붙으면 ‘무조건 이긴다.’는 각오로 싸웠다. 기술과 전술보다 투지와 정신력이 우선이었다. 피치를 밟는 선수뿐만 아니라 관중, TV 시청자들까지 모두 전사가 됐다.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 왔다. 그렇게 해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투지와 정신력만으로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시절은 갔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개인기와 팀 전술이 앞서지 못하면 승리를 쟁취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조광래 감독 취임 뒤 두 번의 한·일전이 그랬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중심으로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던 일본의 신세대들은 투지의 태극전사들을 허탈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노련해졌다. 거친 압박에 흐트러지곤 했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빈틈을 파고들 줄 알았고, 결정력도 예전과 달라졌다. 무시하고 싶고, 부정하고 싶지만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16위다. 28위의 한국보다 12계단이나 앞서 있다. 그렇다고 한국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남아공월드컵 이후 실험과 변화를 거듭해 왔다. 체력과 투지만 앞세우던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 ‘패싱게임’과 빠른 템포의 축구를 추구하며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발버둥쳤다. 박지성과 이영표는 떠났지만 손흥민과 남태희, 윤빛가람과 지동원, 김영권과 조영철 등 젊고 재능 있는 신세대들이 선배들의 빈자리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들은 개인기와 경기 감각에서 선배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줬다. 몇 번의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한국 축구와 ‘조광래호’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 같은 변화와 함께 지난해 남아공에서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그제야 제대로 된 경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세계무대에서는 기도 못 펴는 ‘도토리’들끼리 서로 자기가 ‘아시아의 맹주’랍시고 티격태격하던 시절은 갔다는 뜻이다. 이제 일본은 이기기만 하면 그만인 상대가 아니라, 세계축구 무대에서 한 발 더 앞서가기 위해 꼭 이겨야 하는 상대다. 그래서 10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벌어질 역대 75번째 한·일전은 지금까지와의 대결과는 다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태극전사들의 투지 넘치는 눈빛, 통쾌한 골 장면과 함께 공격 점유율과 패스 성공률, 최후방과 최전방까지 1-2-3선의 유기적인 움직임, 공간 창출 능력 등을 유심히 관찰해야 할 이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이종정씨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에 이종정 전 국가보훈처 차장이 8일 임명됐다. 이 이사장은 보훈처 기획관리실장과 정책홍보관리실장, 보훈심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 [주40시간 근무제 확대 한달] ‘양보다 질’ 노동 패러다임 변화… 여가는 ‘1박2일’

    [주40시간 근무제 확대 한달] ‘양보다 질’ 노동 패러다임 변화… 여가는 ‘1박2일’

    “꺄악 엄마~”, “나 떨어질 것 같아 어떻게 해~” 지루한 폭우가 그친 뒤 삼복더위가 찾아온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고양시 원당 종마목장은 말들의 거친 숨소리와 말발굽 소리로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다. 이윽고 목장 안은 높은 톤의 여성들의 목소리와 웃음소리로 가득찼다. 여성들이 대다수인 한화케미칼 승마동호회 ‘각설탕’의 신참 회원들이 연습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말에 올라탄 채 초보자용 트랙을 따라 천천히 이동했다. 하지만 말이 조금이라도 속도를 낼라치면 입에서는 바로 탄성이 터져나왔다. 각설탕이 결성된 것은 지난 2007년 9월. 대기업에서 주 40시간 근무제(주 5일제)가 정착된 뒤였다. 동호회 이름은 2006년 개봉한 동명 영화에서 따왔다. 30여명인 회원은 신입사원부터 상무까지 연령도 직급도 다양하다. 전체 회원의 60% 이상이 여직원이다. 이들은 주말이면 서울 및 수도권 일대의 승마장을 찾는다. 주로 서울 뚝섬승마장과 원당 종마목장을 이용한다. 가끔은 서해 지역의 승마장으로 원정도 간다. 주 5일제 아니면 꿈도 꾸지 못했을 호사다. ●동호회로 업무효율성 상승 효과 회원인 최대희 대리는 “승마는 하루 종일 시간을 비워야 하기 때문에 주 5일 근무제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내기 어렵다.”면서 “승마로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고 재충전하는 것은 물론, 회사 동료들끼리 가족 못지않은 친분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올 1월 결성된 SK M&C의 익스트림 스포츠 동호회 ‘업앤다운(UP&DOWN)’도 주 5일 근무제의 수혜를 받았다. 인공암벽등반, 스킨스쿠버, 패러글라이딩 등 익스트림 스포츠는 시간이 많이 들어 주말에 주로 동호회 활동을 한다. 업앤다운은 좋은 체력을 요구하는데다 가끔 해외 원정도 떠나기 때문에 미혼의 20대 회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25명 정도의 회원들은 매달 초 투표를 통해 그달의 도전 종목을 선택한다. 여름에는 급류 래프팅과 번지점프, 가을에는 패러글라이딩 등을 한다. 회장인 김별 매니저는 “힘든 종목에 도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쌓여가고, 업무 효율성 역시 덩달아 높아지는 것 같아 회원들의 만족도가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소비지출 늘어 내수진작에도 도움 7일 재계 등에 따르면 주 40시간 근무제가 국내에서 처음 제도화된 것은 2004년 7월. 1000인 이상 사업장과 금융업권, 공기업 등에서 먼저 시행됐다. 이후 순차적으로 확대되던 주 40시간 근무제는 지난 7월부터 5~20인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영세자영업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근로자가 주 40시간 근무제의 대상이 된 셈이다. 휴식 시간의 증가는 근로자들의 여가생활 확대로 이어졌다. 주 40시간 근무제 시행 직후인 2004년 직장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전체의 83.1%는 “주 5일제 시행에 따라 라이프 스타일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한다.”고 응답했다. 늘어나는 휴일 활용 계획에 대해서는 ‘여행’이 30.1%로 가장 많았고 이어 ▲단순휴식(18.2%) ▲동호회 등 취미활동(16.7%) ▲영화관람 등 문화활동(14.0%) 순이었다. 여가 관련 소비지출 역시 확대됐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4년 7월 1일 주 5일 근무제가 처음 시행된 이후 가계의 여가 관련 소비지출은 3.4% 증가했다. 주 5일 근무제 시행 전인 2003년 3분기부터 2004년 1분기까지와 시행 후인 2004년 3분기부터 2005년 1분기까지를 비교한 결과다. 40시간 근무제의 정착은 ‘근면=미덕’과 ‘생산=경제성장’이라는 노동과 국가 경제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도 깨뜨렸다. 적절한 휴식을 통해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소비 진작을 통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놀토’ 문화가 상당히 정착된 최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워커홀릭의 천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연간 근로시간은 2074시간으로 OECD 평균(1600시간대)을 훌쩍 뛰어넘는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8위로 선진국보다 한참 처진다. 최근 고령화와 저출산의 영향으로 25~49세의 핵심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만큼, 40시간 근무제의 확대로 양적 노동 대신 질적 노동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유병삼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위노동시간 감소에 따른 생산량과 잠재성장률 하락은 불가피하다.”면서 “40시간만 일하더라도 기존 44시간 일했던 만큼의 효과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 재교육을 통한 노동생산성 증대와 투자효율성 제고 등을 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두걸·김승훈기자 douzirl@seoul.co.kr
  • [복지는 현장이다] 현 사회복지통합망 문제점과 해결책

    “수급자 한 사람에게 하루에 10명씩 찾아올 때도 있어요. 복지관에서 오고, 재가센터에서도 오고…. 다 도움을 주고 싶다고 오는 건데, 그렇다고 체계적으로 뭘 주는 것도 아니에요. 이건 아니다 싶어서 제가 직접 필요한 서비스만 받도록 조정했어요.” 서울 종로구청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들려준 일선 현장의 모습은 ‘교통정리’가 안된 우리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는 수요자의 복지 체감도를 높이기 위한 사례관리를 강조하지만 일선 담당자들에게는 공허한 메아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맞춤형 복지’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기성복’이나 다름없다.”는 대구시 모 자치구의 급여 담당 계장의 말은 이러한 인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은 맞춤형 아닌 ‘기성복’ 복지 “동 행정은 사실 전체가 복지서비스입니다. 1~2명의 복지직 공무원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죠.” 지난 6월 21일 만난 하을호 대전 가양1동장은 사회복지 전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 동에서 맡던 복지 대상자들에 대한 조사·관리업무는 현재 시·군·구 단위로 이관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선 읍·면·동에는 대부분 1명의 사회복지직 공무원만 남게 됐다. 사회복지통합관리망(행복e음)의 구축으로 전산화된 조사·관리 업무를 시·군·구가 맡고, 일선 동 현장은 ‘찾아가는 서비스’ ‘사례관리’에 집중하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전혀 달랐다. 대전시 사회복지직 공무원 김미현씨는 “예컨대 국민기초생계비 관련 문의는 이제 구 업무이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동으로 찾아와 서비스를 요구한다.”면서 “찾아가는 서비스는 많게는 일주일에 2~3번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 정부는 사회복지전달체계 개선을 위해 참여정부 시절 실시했던 동 주민센터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 체계를 2009년부터 개편해 왔다. 주민생활지원서비스는 동 행정을 행정민원담당과 주민생활지원(복지)팀으로 이원화해 복지행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실시했지만 6급 공무원의 승진요인으로 변질되고, 주민생활지원체계를 둘러싼 행정자치부와 보건복지부 간 혼선 등으로 제도는 정착되지 못했다. 실제 대전 동구의 경우 16개 동 가운데 사회복지직렬이 주민생활지원팀장을 맡은 곳은 단 1개동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행정직렬이 차지했다. 동구는 7월 조직개편으로 기존의 주민생활지원서비스팀을 해체했다. ●예산부족 탓만 말고 현장에 인력 투입하라 정부의 7000명 복지인력 증원과 ‘희망나눔지원단’ 설치 및 통합사례관리 강화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특단의 조치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력을 늘린다고 하는데 “예산이 없다.”는 식으로 반응해서는 곤란하다. 근무평정 제도를 바꾸거나 직제를 개편해 보다 많은 인력이 현장으로 갈 수 있는 행정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서울 도봉구는 올해 5월 1일 조직개편을 통해 복지 업무를 강화했다. 기존 조직을 복지정책과와 노인장애인과, 여성가족과 등으로 바꾸었다. 복지정책과는 행정업무 중심의 주민생활지원과로 바꾸어 기획업무를 강화했다. 또 복지 업무와 공공근로, 일자리, 공무원노조 관리 업무 등을 함께 맡았던 사회복지과는 노인장애인과로 변경해 순전히 복지 업무에만 전담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또 현장의 동 인력을 확충해 복지업무를 더욱 강화했다. 14개 동 주민센터에 복지 업무 담당자를 1명씩 충원했고, 시간제계약직도 16명을 더 늘렸다. 계약직 직원들은 특히 여성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충원됐다. 울산 북구는 근무평정에서 구 총무국과 같이 평가했던 동 주민센터 직원을 따로 나눠 평가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그동안은 구와 동 직원을 함께 평가해 연차가 높은 구 직원들이 자연스럽게 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승진도 당연히 구 직원 몫이었다. 하지만 구와 동 직원을 나눠 평가하면 동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든지 생긴다. 특히 승진 대상자들이 일선 동으로 가서 근무하고 동에서도 승진할 수 있도록 ‘메리트’를 준 것이다. 구에서 동으로 발령받으면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좌천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만, 평가방식이 바뀌자 이 같은 인식도 같이 바뀌었다. 오히려 구의 유능한 인력들이 동으로 가도록 힘을 실어 준 것이다. 실제 민선 5기 출범 직후 4명의 승진대상자들이 구에서 동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지난해 7월 구에서 동으로 인사이동한 농소3동 안희수 사무장(6급)은 “승진을 앞두고 동에서 근무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동 행정을 새롭게 경험하게 돼 직급이 올라가도 더욱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전달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결국 사람과 예산을 계속해서 투입해야 하는 비효율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사회복지청 신설, 종합복지센터 설치 등의 주장은 이러한 비효율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으로 거론된다.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서비스연구실장은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지자체 복지행정이 현금급여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가는 출발선”이라며 “자활·자립의 강화, 일자리 지원센터 등 고용 부문과의 연계 등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여군 장교가 민노당비 납부·시위 참석

    군 수사 당국이 4일 여군 중위 등 위관급 장교 2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군사관학교 국사 교관인 K 중위가 이적표현물을 소지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데 이어 군의 안보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군 관계자는 “최근 여군 중위 1명을 포함해 위관급 장교 2명을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관련 혐의를 확정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내부에선 여군 장교가 국보법 위반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높은 경쟁률을 뚫고 소수만이 선발되는 여군 장교들의 경우 엄격한 신원조회 등을 거치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에 가입해 활동했던 이 여군 중위는 임관 뒤에는 휴가 기간 진보단체가 주최하는 집회·시위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를 정기적으로 납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사 당국은 이와 함께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조직된 지하당 ‘왕재산’ 사건과 관련, 사병 여러 명이 연루된 정황을 잡고 참고인 신분으로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수사 당국은 이들이 사병 신분인 점 등을 감안해 해당 부대 안에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 관계자는 “아직까지 해당 사병들이 왕재산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사관학교 보통검찰부는 최근 해사 국사 교관인 K 중위가 마르크스의 ‘헤겔 법철학 비판’과 레닌의 ‘제국주의론’ 등의 서적을 소지하고 ‘김일성의 만주항일유격운동에 대한 연구’, ‘조선인민혁명군-기억의 정치, 현실의 정치’ 등 문건을 인터넷으로 내려받아 보관해 온 사실을 적발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군 검찰 조사 결과 K 중위는 사관생도를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는 이적성을 띠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군 검찰에서 확인한 결과 유사 사건에서 대법원이 이미 판례를 통해 국보법 위반으로 인정하고 있어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복지는 현장이다] 계획은 현장서 결과는 끝까지 추적… ‘맞춤형 복지’ 열어라

    [복지는 현장이다] 계획은 현장서 결과는 끝까지 추적… ‘맞춤형 복지’ 열어라

    복지정책의 지방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풀뿌리 복지’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복지 현장에 대한 세심한 기획과 집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각 지자체마다 구성된 지역사회복지협의체와 4년마다 수립되는 지역사회복지계획이라는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후한 점수를 줄 만큼은 아닌 것이 현실이다. 정부가 아무리 인력과 예산을 늘린다고 해도 일선 지자체가 제대로 계획하지 않고, 전달하지 않는다면 복지 체감도는 여전히 밑바닥일 수밖에 없다. 서울신문의 ‘복지 현장이 움직인다, 담론을 넘어 생활로’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계획부터 전달까지 민관 파트너십을 활성화하고, 관료제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정책 현장의 과제를 짚었다. 서울 성북구 장위2동은 지난달 주민 대상 토론회를 가졌다. 동이 지난 6월 폐휴지가 가득했던 관내 한 독거노인의 집을 청소해준 후 수도와 난방까지 개조할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한동네 사는 것도 편치 않은데, 동이 나서서 도움까지 준다는 말에 일부 주민들이 반발한 것이 계기가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동네에 사는데 함께 살 방법을 찾아보자.”며 토론회까지 연 것이다. 이번 모임을 준비한 것은 동 지역사회복지협의체였다. 주민 한 사람을 위해 지역민을 불러 모은 이 진풍경은 성북구가 동 단위까지 지역사회복지협의체를 만든 후 생긴 일이다. ●1기 복지계획은 판박이 수두룩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지역의 복지 현안를 논의하고 계획하는 기구다. 더불어 4년마다 수립되는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2005년 7월 사회복지법 개정과 함께 지역 단위까지 민관이 협력해 자발적으로 사회복지 전달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였다. 현행 법률에는 시·군·구 단위까지만 구성할 수 있지만 성북구는 운영조례를 개정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처음으로 올해 4월부터 20개 동마다 복지협의체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발굴하는 ‘풀뿌리 복지거버넌스’가 구축된 것이다. 이들은 향후 3기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에서도 동 단위의 복지수요를 반영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한다. 민지선 성북구 복지연계팀장은 “동에서 서로 인맥을 모아 학원연합회, 의료기관 등의 참여까지 이끌어내고 있다.”면서 “20개 동을 4개로 권역화해 각각의 서비스를 권역별로 공유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회의는 대부분 연 2~3차례만 열리고, 회의 내용도 협의체 구성, 지역복지계획를 맡는 용역기관을 선정하는 수준에 그쳤다. 성북구처럼 동 단위까지 협의체가 구성되는 일은 생각도 하기 어려웠던 일이었다. 협의체 업무를 전담하는 상근간사가 있는 지자체도 전체 230여개 시·군·구 가운데 104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서울의 경우 상근 간사가 있는 자치구는 7곳에 불과했고 부산, 대전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31개 시·군에 39명의 상근 간사가 활동하는 경기도가 기초단체에 과반 이상 간사를 배치한 유일한 광역 지자체였다. 협의체가 처음 만들어지고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을 실시했던 당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라는 말을 내 머리로 이해하기까지 3일이 걸렸다.”고 말한 한 공무원의 토로는 지역의 복지정책을 민관이 협의하고 계획하는 일이 얼마나 생소했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근 협의체 가운데 의미 있는 변화를 보이는 곳도 있다. 여성 인적 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충북 보은군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여성 리더 희망 아카데미’ 운영, 강원 강릉시의 ‘전문사례관리사 양성과정’ 개설 등은 협의체가 지역 색깔에 맞는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발굴한 사례다. ●단체장 취임 때까지 계획 수립 미루기도 부실했던 협의체 운영 때문에 1기 지역사회복지계획도 부실하게 만들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전체 230여개 지자체 가운데 협의체가 중심이 돼 계획을 만든 곳은 15군데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대학이나 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해 만들었다. 이 때문에 특정 대학과 기관이 7~9개 지자체의 용역을 독차지하며 ‘판박이’ 계획이 양산되기도 했다. 계획에 정부 정책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 실은 지자체도 적지 않았다. 이들 지자체의 복지계획은 지역 특성 반영이 미흡했고, 실현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도 역시 광역계획 위원회가 구성됐던 광역단체는 절반인 8곳, 기초단체 계획을 권고조정해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경우도 7곳에 불과했다. 계획 수립 시기와 단체장의 임기가 맞물린다는 점도 지역사회복지계획의 문제 가운데 하나다. 계획 수립과 지방선거가 모두 4년 단위로 실시돼 계획을 만드는 시점에서 새 단체장의 의중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새 단체장이 취임할 때까지 계획 수립이 늦어지는 사태가 번번이 발생했다. 안혜영 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수는 “신임 단체장이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면 자칫 선거 공약을 계획에 반영하는 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선거 전에 각 후보자에게 지역사회복지계획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을 마련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지역복지계획 “통합·협력·참여 담아야” 안 교수와 보건복지인력개발원이 평가를 진행 중인 2기 지역사회복지계획은 과연 1기와 비교해 얼마나 진전됐을까. 보건복지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30여개 시·군·구 가운데 협의체를 중심으로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한 데는 45곳으로 1기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단체의 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한 광역단체도 1기 때는 부산과 충북 정도였지만 2기 계획에서는 13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 수립에 내로라하는 복지 전문가들이 참여한 경기도나 수원시처럼 완성도가 높은 곳도 있다. 수원시 계획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유일하게 사업계획을 성과 관리 형태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예컨대 유아비만 예방 사업의 경우 연도별로 비만도 감소율을 2011년 5%에서 2014년 20%까지로 정하고 해마다 목표치를 달성했는지를 자체 평가하게 된다. 비만도가 감소한 아동 수를 따져보면 성과측정이 되는 셈이다. 대부분 지자체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수원시는 실제 사업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는지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계속해서 지켜보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또 계획 수립 과정마다 누가, 어떻게 참여했는지, 신규 사업이 어떤 부담을 주는지, 1기 계획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도 면밀히 담아냈다. 안 교수는 “지역복지계획은 기초·광역단체·중앙정부의 계획이 연계된 통합과 민관의 협력, 주민의 참여라는 3가지 방향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지방분권과도 연관된 과제”라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기고] 보훈처 창설 50주년을 맞으며/박승춘 국가보훈처장

    [기고] 보훈처 창설 50주년을 맞으며/박승춘 국가보훈처장

    6·25전쟁의 상흔이 짙게 깔려 있던 1961년, 전쟁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주 업무로 하는 군사원호청으로 출발한 국가보훈처가 올해로 창설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전 대한민국은 전쟁이 남긴 참화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고, 전사자 유가족은 물론 부상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시절이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최소한의 물질적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국가보훈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에는 공무상 숨지거나 다친 공무원들이, 90년대에는 참전용사와 제대군인들이, 그리고 2000년대 들어와서는 민주화 유공자와 특수임무수행자들이 보훈대상에 편입되는 등 국가보훈처는 끊임없이 그 외연을 확대해 왔다. 그리고 지금은 202만명의 보훈 가족을 지원하는 정부 핵심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 50년간 한길을 걸어온 국가보훈처는 그동안 국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을 예우하고 그들이 명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온 정성을 쏟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훈처의 역할과 기능도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난해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겪으면서,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 야욕과 이로 말미암은 호국안보의식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국민에게 일깨우고 재인식시키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물질적 보상이 중심이 되는 사후적 보훈은 물론, 이제는 정신적인 선양사업, 특히 젊은이들이 보훈의식을 갖도록 하는 선제적 보훈에 역점을 두고 보훈정책을 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젊은 세대에 대한 균형 잡힌 역사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 중 북한이 6·25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을 모르는 비율이 36.3%나 된다고 한다. 이는 모두 제대로된 나라사랑교육이 시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는 지난 6월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하고, 안보와 보훈의식이 상대적으로 미흡한 20~3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올바른 역사교육과 호국안보교육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히 보훈대상자들만이 아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호국보훈 문화를 확산하는 국가보훈처로서의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시대적 정신이자 소명이다. 새로운 영역에 대한 관리뿐만 아니라, 지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보상체계도 더욱 가다듬어 나갈 것이다. 노령화되는 국가유공자들을 위한 재가복지 서비스와 보훈요양원 및 휴양시설도 앞으로 더 활발히 운영하고자 한다. 또한, 증가하고 있는 30대의 젊은 제대군인들을 위해 사회적응교육과 양질의 전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한 국가가 제대로 서려면 경제력과 국방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국가에 대한 국민의 자긍심, 즉 나라사랑정신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올바른 보훈정신을 통해 함양할 수 있다. 국가보훈처는 5일 모든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비전 선포식을 갖고 앞으로 새롭게 열리는 보훈 50년을 향한 힘찬 각오를 다질 예정이다. 전쟁의 아픔을 생생히 담아냈던 초심을 잃지 않고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도록 희생하고 공헌하신 분들의 고귀한 정신을 선양할 때, 우리 대한민국은 과거를 거울삼아 더 큰 50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불에 탄 국보1호, 폭우에 훼손된 보물1호

    우리 문화재가 악마의 발톱에 노출된 채 몸살을 앓고 있다. 불과 3년 전 국보 1호 숭례문(남대문)이 방화로 잿더미가 되는 참사를 겪고도 문화재 관리는 여전히 부실한 상태다. 이번엔 보물 1호인 서울 흥인지문(동대문) 문루의 지붕 일부가 폭우로 떨어져 나가는 일이 벌어졌다. 104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고 그렇게 아우성을 쳤으면 당연히 그에 대비하는 ‘보물지키기’ 작전이라도 펼쳤어야 했다. 그러나 최소한의 문화재 보호의식도 찾아보기 힘들다. 관할 종로구청은 사고가 언제 일어났는지조차 몰랐다. 심지어 시민의 신고를 접수하고도 나흘이나 지나서야 보수작업에 들어갔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한번 망가진 문화재는 원형 회복이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알 것이다. 선제적인 보호대책은 고사하고 ‘응급환자’처럼 다뤄야 할 문화재 훼손 사건을 며칠씩이나 방치하다니 나사가 빠져도 한참 빠졌다. 엄중히 문책해 다시는 이 같은 문화재 수난사태가 없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 훼손된 것은 용마루와 연결되는 내림마루 부분으로, 용마루의 삼화토가 제대로 배합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공사라는 것이다. 또 폭우가 내리면 붕괴될 위험이 있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보수작업에 앞서 정밀진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문화재 보호·관리에 대한 인식을 가다듬는 일이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 문화재는 한둘이 아니다. 선사시대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는 46년째 침수로 날로 훼손돼 가고 있다. 2015년까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본목록에 등재하겠다고 큰소리 칠 때가 아니다. 보다 내실 있는 문화재 대책이 아쉽다. 문화재는 문화재청 전문가나 담당 구청 공무원이 대신 지켜주는 게 아니다. 이번 흥인지문 훼손 사실이 시민의 제보로 드러났듯 진정한 문화재지킴이는 바로 깨어 있는 국민 각자임을 명심해야 한다.
  • [이제는 공공외교다] “44개국 진출… 스페인 외교의 주연배우”

    [이제는 공공외교다] “44개국 진출… 스페인 외교의 주연배우”

    스페인 문화원인 세르반테스 인스티튜트의 카르멘 카파렐 원장에게 스페인 문화외교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대뜸 “독일이나 프랑스, 영국보다 우리가 훨씬 젊다.”고 답했다. 1991년 창립된 세르반테스 인스티튜트는 국가 차원의 문화외교를 최일선에서 담당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후발주자답게 유럽 내 문화외교 강국들의 장점을 최대한 수렴하고 있는 스페인 모델은 한국으로서도 눈여겨봐야 할 대상이다. 카파렐 원장은 커뮤니케이션이론을 전공한 교수 출신으로, 2007년 7월 첫 여성 원장으로 취임했다. →세르반테스 인스티튜트의 역사와 창립취지는. -1991년 창립된 공공기관이다. 카를로스 국왕이 명예원장이고 사파테로 총리와 외교부, 문화교육부 등이 협력해서 운영한다. 스페인어와 스페인문화를 알리는 것이 주요 목표다. 중남미까지 포괄하는 문화외교를 벌이자는 것이 창립배경이다. 스페인어 보급과 함께 스페인-중남미 사이에 다리 구실을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처음 조직을 만들 때는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 모델을 많이 참고했다. 하지만 굳이 범주를 나눈다면 스페인은 독일과 달리 정부주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원장을 지명하긴 하지만 원활한 임무 수행을 위해 원장 임기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국은 해외문화원 임기가 3년이라고 하자) 업무를 이해하는 데만 1년은 걸리는데 3년은 지나치게 짧다. 스페인은 4~5년 임기를 보장한다. →예산과 인력 규모 등 현황은. -예산은 국가재정 지원과 자체 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자체 수입은 스페인어 수업과 ‘델레’라고 부르는 스페인어 시험 수수료, 스페인어 교사 양성과정 등을 통해 충당한다. 공기업과 사기업 등에서 후원금도 받는다. 현재 44개국에 78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페인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에서부터 문화원을 확장해 왔다. 그래서 전체 문화원의 3분의2 이상이 유럽에 있다. 중남미에선 브라질에 상대적으로 많다. 브라질이 중남미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스페인어를 쓰지 않고 있는 데다, 스페인어 수요가 많다는 점 때문이다. →스페인 문화외교에서 세르반테스 인스티튜트가 차지하는 위상은. -스페인 공공외교의 ‘주연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열려 있는 공간이고 문화적 대화를 위한 장(場)이다. 근대 이미지와 전통 이미지를 함께 제공하는 공간이다. 또 각지에서 스페인 기업들을 간접적으로 많이 도와준다. 국가 이미지 향상을 통해 기업활동에 굉장한 메리트를 주고 있다. →재정악화가 문화외교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우리도 걱정이다. 다행히 사파테로 총리는 세르반테스 인스티튜트를 높이 평가한다. 다른 정부 부처는 일괄해서 15%씩 예산이 삭감됐지만 세르반테스 인스티튜트는 0.6%만 줄었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으로 구성된 ‘세르반테스의 친구’ 협회에서 많이 후원해 준다. 마드리드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中企임원 스트레스 세계 1위

    한국 중소기업들의 신시장 개척 의지는 강하지만 실제 사업 확대에는 제약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 세계 36개 국가와 비교할 때 한국 중소기업 임원들의 스트레스는 최고 수준으로 조사됐다. 2일 중소기업연구원이 글로벌 회계법인인 그랜트 손튼 인터내셔널이 조사한 세계 36개국 중소기업의 실태를 국내 중소기업과 교차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금융비용과 운전자금, 장기자본에서 제약 수준이 매우 높았다. 금융비용의 경우 부담 수준이 높다는 응답률이 49%로 36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 운전자금 조달 및 장기자금 확보에서도 제약 수준이 높다는 응답이 30%대에 달했고, 금융기관 협조 수준은 36개국 중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최하위를 차지했다. 국내 중소기업 임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할 때 스트레스 증가 응답률은 한국 중소기업은 74%를 기록해 독일 39%, 유럽연합(EU) 평균 48%보다 높고, 36개국 평균 56%보다 월등히 높았다. 국내 중소기업 임원들의 업무 스트레스의 원인으로는 자금 압박이 가장 컸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 전년 대비 고용이 증가한 비율은 43%로 36개국 평균인 27%보다 두드러지게 높았다. 미국은 17%, 독일은 18%에 불과했다. 국내 중소기업의 63%가 임금을 인상했지만 미국은 54%, 36개국 평균은 51%에 그쳤다. 우제현 연구원은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높은 업체가 전체의 25%에 달해 36개국(11%), 미국(10%)보다 두 배 이상 높고 임금 상승 압박도 경쟁국보다 크다.”며 “임금 상승이 지속될 경우 중소기업의 고용증가 추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날 중소 제조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3.3%가 올 하반기 신입 직원을 채용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채용 인원은 2.5명으로 집계돼, 2009년 하반기(1.1명)와 지난해 하반기(2.3명)보다 늘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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