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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지마, 괜찮아… 내일이 있잖아

    “울지마, 괜찮아.” 대한민국의 어린 소녀들이 30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일본과의 국제축구연맹(FIFA) U-20(20세 이하) 여자월드컵 8강전에서 90분 내내 투지를 불태웠지만 1-3으로 져 4강 진출이 좌절됐다. 2002년 캐나다대회로 시작, 다섯 번째 대회 만인 2010년 대회(독일)에서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적이 있는 한국은 이로써 ‘난적’ 일본의 벽에 막혀 2회 연속 메달은 물론 4강 진입에도 실패하고 도쿄 하늘에 눈물을 뿌렸다. 일본과의 역대 상대 전적도 1승5패로 열세는 더 깊어졌다. FIFA 랭킹 15위의 한국보다 3위의 일본이 역시 강했다. 더욱이 런던올림픽 축구 3~4위전이 주는 압박감, 최근 한·일 관계의 악화가 불러온 갑작스러운 관심이 어린 소녀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한 듯했다. 사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운 좋게 참가했다. 지난해 U-20 월드컵 지역예선을 겸해 베트남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여자축구대회에서 일본에 패해 4위로 본선 진출이 좌절됐지만 대회 개최지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일본으로 변경되면서 개최지 일본이 자동 출전권을 얻게 되자 갈 곳 없는 티켓을 운 좋게 잡은 것. 이후 한국은 지난 조별리그에서 강호 이탈리아와 브라질을 잇달아 꺾어 일본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심 기대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전술적인 면에선 미드필드에서부터 지고 들어갔다. 과감한 2선 침투도 아쉬웠다. 이른 시간에 실점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은 전반 8분 한국의 골키퍼 백패스를 가로챈 시바타 하나에(20)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말았다. 한국은 전반 15분 이금민(18·현대정과고)이 상대 수비를 제치고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전은하(19·강원도립대)가 침착하게 머리로 받아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이 대회 4번째 골.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은 미드필더 다나카 미나·다나카 요코의 콤비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4분 뒤인 전반 19분 시바타에게 또 실점했다. 시바타는 미나의 측면 패스를 받아 마음 놓고 왼발로 슈팅, 추가골을 터뜨렸다. 기세가 오른 일본은 전반 37분 미드필드에서 한국 수비수를 흔들며 괴롭힌 다나카 요코가 히카리 다카기의 크로스를 오른발로 가볍게 차 쐐기골을 박았다. 한국은 후반 23분 이금민을 빼고 이소담(18·현대정과고)을 투입해 총공세에 나섰지만 추격 골을 만들기엔 체력과 시간이 모자랐다. 런던에 이어 2회 연속 한·일전 승리를 낚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한국 여자축구의 앞날이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여곡절 끝에 본선 무대를 밟고도 단기간에 경기력을 끌어올린 뒤 브라질 등 정상급 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의 긴장감 속, 적진 한가운데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선제골을 내준 뒤 바로 동점골을 넣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모습에서도 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이유는 충분하다. 한편 나이지리아는 앞서 열린 멕시코와의 또 다른 8강전에서 연장 후반 4분 터진 데제레 오파라노지에의 헤딩 결승골로 1-0으로 이겨 4강에 가장 먼저 진출했다. 나이지리아는 31일 북한-미국의 8강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고두심이 들려주는 요리의 정석

    1986년 MBC ‘오늘의 요리’를 진행했던 배우 고두심이 케이블채널 올리브가 제작한 ‘고두심의 요리의 정석’에서 맛과 비법을 전하는 내레이션을 맡으며 26년 만에 요리 프로그램에 복귀했다. ‘고두심의 요리의 정석’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식 54개를 선정해 요리법을 전하는 한식 완전 정복 프로그램이다. ‘김치명인’ 강순의(65), ‘옥수동 명가’ 심영순(71), ‘반가 음식의 대가’ 김막업(70) 등 국보급 대가 3인의 요리 강좌로 만날 수 있다. 고두심은 조리 과정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소개하면서 “엄마가 딸에게 물려주고 싶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갈 예정이다.
  •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전자발찌 모델이 필요하다/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전자발찌 모델이 필요하다/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였고, 그중 한 명은 가정주부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들이다 보니 성범죄 대책 전반에 대한 논의는 물론 전자발찌 무용론, 전자발찌 소급·확대 적용론, 소급 적용의 위헌론, 전자발찌의 인권침해론 등 갖가지 주장과 제안들이 언론매체를 채웠다. 특히 전자발찌 확대적용론과 무용론이 눈에 띄었는데, 모순돼 보이는 두 의견에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피의자 중 전자발찌를 차지 않았던 한 명에게는 전자발찌 소급·확대 적용론을, 전자발찌를 찬 채로 범죄를 저지른 다른 한 명에게는 전자발찌 무용론으로 입장이 쏠린 탓인데 두 입장을 비교정리한 언론보도는 없었던 것 같다. 서울신문은 일련의 기사를 통해 단순한 전자발찌 효과보다는 성범죄자 이웃 주민의 알 권리에서부터 전자발찌 관리대책 등 성범죄 관리정책 전반의 문제로 접근, 수준 높은 기사를 선보였다. 그러나 전자발찌 확대적용론과 무용론 사이에서는 적절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8월 23일 자 지면의 ‘장신구로 전락한 전자발찌’라는 기사는 형사사법체계 속에서 전자발찌가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분석 없이 결론을 내린 듯해 다소 아쉬웠다. 전자발찌가 성범죄를 막는 데에 정말로 도움 되는지 여부를 알려면 전자발찌가 형사사법체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전자발찌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의 명령으로 행동반경이 일정구역 이내로 제한된 수많은 범죄자를 사람이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위치추적기를 채워 대상자의 소재지를 감시하는 장치가 전자발찌이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경우에 즉각 출동해서 제지하는 것은 전자발찌가 아닌 사람의 몫이다. 전자발찌는 발목에 찬 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재발을 방지하는 예방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전자발찌 착용자의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언론매체가 다룬 적도 있고 전자발찌 도입 이후에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14.8%에서 1.67%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전자발찌가 소용없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전자발찌는 심리억제 외에도 위치추적을 통해 법집행 인력의 조기출동을 돕고 범죄자의 행동을 막을 기회도 높여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전자발찌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인데, 전자발찌를 적극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도시계획에 의해 주거구역이 다른 구역과 잘 분리돼 있어 전자발찌 착용자의 출입제한 구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교통 대신 집과 사무실 바로 앞까지 승용차를 운전해 간다. 즉, 전자발찌 착용자와 마주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지와 상가·학교·유흥가가 혼재돼 있어 전자발찌 착용자의 출입제한 구역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인구가 많고 늦은 퇴근과 야간의 모임 등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밤늦게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동반경 제약이나 인근 주민에 대한 경보 효과가 미국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전자발찌는 미국과는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스마트 기기를 범죄자 몰래 터치하거나 버턴을 누르면 자동으로 경찰신고와 위치추적이 되는 행정안전부의 SOS 안심서비스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다른 수단과 결합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에선 전자발찌가 진화해 상습 음주자의 음주 여부도 측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전자발찌가 담당할 역할이 현실에 맞게 변화했으면 한다. 전자발찌는 발달한 IT 기반시설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위치만 추적하는 전자발찌를 넘어 착용자의 인권침해 논쟁 여지가 적고 더 효과적이며 신규서비스도 가능한 한국형 기기와 제도가 속히 탄생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박원순 “安, 민주 경선 쉽지 않아” vs 법륜 “함께 길 모색해야”

    박원순 “安, 민주 경선 쉽지 않아” vs 법륜 “함께 길 모색해야”

    안철수(얼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여야의 검증 공세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범야권 주자 위상을 가진 그의 신당 창당론이 재부상하고 있다. 특히 안 원장의 정치적 조력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이 22일 잇따라 안철수-민주당의 대선 연대 방식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민주당으로 들어가 경선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안 원장) 본인이 만약 출마 생각이 있다면 결국 민주당에 입당해 (단일화 경선을) 하거나 (무소속으로) 민주당 후보와 경선하는 방법이 있다.”며 “이는 유권자들의 인식과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네거티브 대응하며 외연확장 나설 듯 그럼에도 “저의 경우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민주당에 입당하는 것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좋겠다고 많은 분들이 조언했고 실제 여론도 그랬다.”며 “다수의 유권자들이 기존의 정당이 아닌 새로운 정치 흐름을 원하기 때문에 안 원장이 민주당으로 들어가 경선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발언은 안 원장이 현재 무소속 ‘시민후보 출마’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법륜 스님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시대정신과 대통령 선거’라는 주제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 간의 단일화 구도에 무게를 둔 발언을 내놓았다. 법륜 스님은 “(현재)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가) 운영 능력이 없고, 운영 능력은 있지만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낮은 사람이 있다.”며 “두 개를 잘 조합해 저 사람이 하면 잘하겠다는 것과 참 좋은 사람이라는 사람이 함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인사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법륜 스님의 발언은 안 원장과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를 야권의 대선 승리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49대51로 겨우 이겨 정권을 잡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40대60으로 이겨 정부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원장과 민주당의 정권교체에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치권은 안 원장이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 대응하며 정치적 외연 확장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 일단이 창당 수순이라는 전망이다. 안 원장 스스로 대선 출마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먼저 듣겠다고 한 만큼 당장은 신당 창당을 부인하지만 기성 정치를 불신하는 그의 선택지가 그리 많지는 않다는 판단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안철수 경계론’은 팽배하다. 이해찬 대표가 전날 “9월 말 경선이 끝나면 민주당 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언했고, 윤호중 사무총장은 “입당을 전제하지 않는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는 없다.”고 강경 기조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 확대되는 안 원장에 대한 ‘거친’ 공세의 이면에는 여야 정치권의 경계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권 일각이 제기한 안 원장과 재벌 2~3세의 브이소사이어티 포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명 전력, 룸살롱 논란뿐 아니라 민주당도 ‘슈퍼부자 증세론’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이 안 원장을 적극 변호하던 모습도 사라졌다. 박영숙 안철수재단 이사장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안 원장이 최종 결단을 하는 순간 전체 계획이 나오지 않겠느냐.”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뒀다. ●檢, 국보법 위반 조사… 安측 ‘일방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이정회 부장검사)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북한에 V3 백신 프로그램을 제공했다며 보수단체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 최근 고발인 조사를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원장 측 관계자는 “V3 자체를 북한에 보낸 적이 없다. 사실 자체가 다르다.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말했다. 안동환·황비웅기자 ipsofacto@seoul.co.kr
  • ‘1년 내 만기’ 단기외채 다시 증가… 대외채무 관리 적신호

    ‘1년 내 만기’ 단기외채 다시 증가… 대외채무 관리 적신호

    외채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우리나라가 외국에 갚아야 할 빚이 3분기 연속 증가했다. 무엇보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다시 늘어나면서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오름세로 돌아섰다. 빚의 질(質)과 빚 갚을 능력이 동시에 악화된 셈이다. 단기외채 관리 강화와 함께 외국인 투자자금 대거 유출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채무는 4186억 달러로 3월보다 61억 달러가 늘었다. 지난해 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증가세다. 특히 단기외채가 크게 늘었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단기외채는 6월 1414억 달러로 3월보다 56억 달러 증가했다. 전체 외채 가운데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33.8%로 3월 대비 0.9% 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나라가 외채를 갚는 데 쓸 수 있는 준비자산인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45.3%로 석 달 새 2.3% 포인트 높아졌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만이다. 한은 관계자는 “외국은행의 한국지점(외은지점)이 단기외채를 많이 들여오면서 전체 단기외채가 늘었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반면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받을 돈인 대외채권 잔액은 5067억 달러로 3월보다 24억 달러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갚을 돈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받을 돈인 순대외채권 잔액(총대외채권-대외채무)은 881억 달러로 3월보다 84억 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와 증권투자 등을 포함한 외국인투자가 8767억 달러로 불어나면서 순대외부채도 1066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외채권과 채무 등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나라는 순채권국이지만 대외자산 등을 기준으로 하면 1000억 달러 넘는 순외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외채 비율도 2009년 말 41.4%에서 2010년 35.4%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35.7%까지 상승했다. 극심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영국(410.7%), 프랑스(179.7%)보다는 양호하지만 브라질(16.2%), 멕시코(24.7%) 등 신흥국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경제 규모와 수출의존도가 클수록 무역 거래 증가에 따라 외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7월부터는 단기외채가 다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국보다 채무 수준이 양호하다고 하더라도 유로존 위기 등이 심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단기외채 규모와 비중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정부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향후 글로벌 경제가 회복되는 시점에 국제금리가 정상화되면 원화채권에 집중 투자한 외국인 자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뿌리를 뽑아주세요”/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뿌리를 뽑아주세요”/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외래를 볼 때 환자나 보호자가 하는 난감한 질문 중의 하나가 지금 치료 받는 병의 뿌리를 뽑아달라는 것이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병이며 때에 따라서는 평생 약물로 조절해야 한다고 설명하면 환자나 보호자는 매우 실망한다. 이러한 경향은 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강하게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뿌리를 뽑아준다는 감언이설에 쉽게 속아 엉뚱한 길로 접어드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고혈압을 보자. 고혈압이라는 병은 한 번 나타나면 지속하는 질환이다. 약을 계속 복용하여 혈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나중에 뇌 심혈관계 질환을 비롯한 여러 합병증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도 약을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병 자체가 지속하는 경우라서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것임에도 약을 한 번 쓰기 시작하면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하여 아예 처음부터 먹지 않으려고 한다. 물론 약을 복용하지 않고 운동과 체중 감량으로 경계성 고혈압이 정상으로 가는 예도 있지만, 이 경우도 체중관리와 운동이라는 치료 요법을 통하여 조절되는 상황으로 봐야 한다. 장기적인 약 복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처럼 인터넷에 질병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계속 이러는 것을 보면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은 뭔가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을 가진 경우가 많다. 계속해서 약을 복용하며 병과 같이 살아가는 것을 매우 찜찜하고 개운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 두번째는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위나 간 등 장기가 손상된다고 흔히 생각한다는 점이다. 물론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다. 실제로 약 설명서를 보면 한 쪽 정도에 걸쳐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이 누구에게나 나온다는 뜻은 전혀 아니며, 실제로 약을 복용하기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은 뜻밖에 드물고 소수의 환자에게서만 나타난다. 더군다나 극히 일부분의 약을 제외하고는 장기적으로 복용한다고 해도 간이나 위에 손상이 가지 않는다. 아마 과거에 관절염 또는 결핵약과 같이 위장 장애와 간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잘못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약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약이 체내에 축적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 약은 흡수되면 짧은 기간 분해과정을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된다. 사실 대부분 질환은 조절하는 병이다. 한마디로 감기나 급성 폐렴 등과 같은 경우가 아니면 뿌리를 뽑는 질환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이런 질환 한두 개 없이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신기할 지경이다. 만성질환의 관리는 그 질병과 같이 살아가면서 잘 다독거리는 것이라는 어느 분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사람은 각자가 모두 다른 특성이 있다. 하루 한 끼 먹고 괜찮은 사람, 하루 다섯 끼를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고, 잠을 4시간만 자도 되는 사람이 있지만 하루 10시간을 자도 잠이 부족한 사람이 있다. 만성 질환도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된다.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이러한 특성이 있게 되었고 그래서 어떤 성분을 섭취해야 하는 것이 약물치료다. 현재도 계속 훌륭한 약물이 개발되고 있지만, 고전적인 의미에서 세계 3대 명약은 아스피린, 스테로이드, 페니실린으로 친다. 이 중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제외하면 둘 다 병을 조절·관리하는 약이다. 요즘 급격하게 느는 우울증도 뇌 신경세포 간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부족이 원인이다. 다른 사람에 비하여 이 농도가 옅은 것뿐이고 그래서 보충하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고인이 되었지만, 미국 CBS 방송의 마이크 월리스 기자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밝히면서 꾸준한 약물치료를 통하여 삶의 존엄성을 다시 찾게 되었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이는 다른 질환에도 모두 적용된다. 특별한 방법으로 뿌리를 뽑을 생각을 하지 말고 지속적인 치료 관리로 삶의 질을 지켜나갈 일이다.
  • [열린세상] 중국 우주굴기의 원천/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 우주센터장

    [열린세상] 중국 우주굴기의 원천/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 우주센터장

    중국의 우주굴기(宇宙?起)가 무섭다. 중국은 최근 자국 기술로 세계 세번째 실험용 우주정거장인 톈궁 1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를 발사, 자동·수동 도킹 실험에 성공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중국은 이미 1970년 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개량한 창정(長征) 1호 로켓으로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 ‘둥팡훙’(東方紅)을 발사하며 러시아, 미국, 프랑스, 일본에 이어 세계 다섯번째 위성 자력 발사 국가가 됐다. 이후 지속적인 우주 개발을 통해서 현재는 우주기술력 종합순위에서 일본을 제쳤고, 유인우주선 기술만으로는 세계 3위의 우주강국 반열에 올랐다. 중국이 어느 날 갑자기 우주강국이 된 것은 아니다. 수천만 아사자가 발생한 1950년대 대약진운동 시기의 경제적 후진과 1960년대 문화혁명기의 사회적 대혼란에도, 중국은 마오쩌둥이 주창한 양탄일성(兩彈一星·원자탄, 대륙 간 탄도탄, 인공위성)의 전략무기체계 개발을 꾸준히 추진하며 우주기술의 기초를 쌓았다. 이를 통해 로켓기술을 확보한 중국은 1992년 유인 우주계획인 ‘프로젝트 921’ 가동과 1993년에 항공우주 기술개발 전담 조직인 국가항천국(NRSC)을 설립하며 유·무인 우주선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마침내 ‘신의 배’라 불리는 선저우(神舟) 우주선 발사와 함께 우주 유영에도 성공한다. 중국은 계속해서 우주정거장 건설과 유인 달탐사 계획까지 거침없이 밝혔다. 오늘날 중국의 우주기술 발전은 중국 지도부의 세대를 초월한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탄일성’부터 ‘프로젝트 921’까지 우주개발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실패와 인명 참사가 있었지만, 중국 지도부는 오히려 전폭적인 지원으로 뒤를 받쳤다. 우주기술을 포함한 중국의 과학기술 우대정책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현대적 의미에서 중국의 우주기술 개발을 주도한 로켓 전문가 첸쉐썬(錢學森) 박사는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국방과학자문위원회를 이끌었고, 독일 미사일 기지 조사위원장 등을 역임하였지만 공산당원이라는 혐의로 미국의 탄압을 받았다. 마오쩌둥은 1950년부터 천쉐썬 귀국 공작에 착수, 미국과의 5년간 담판 끝에 거물 간첩 맞교환 방식으로 1955년 그를 중국으로 데려왔다. 귀화 후 중국 우주 개발의 아버지라 불릴 정도로 지대한 역할을 한 그는 중국에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국보급 과학자로 극진한 예우를 받았다. 그가 병석에 있을 때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이 수차례나 문병을 갔을 정도다. 그의 장례식은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장으로 거행돼 중국 전·현직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하여 마지막까지 최고의 예우를 아끼지 않았다.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이 같은 애정은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차원 높은 이공계 중시정책으로 이어졌으며, 그 결과 중국 내 과학자들의 사기 진작은 물론 세계 정상급 수준의 유학파 우수 과학자들의 유턴이 줄을 이었다. 지금의 과학기술 강국 중국이 만들어진 이유를 여기에서 찾아도 무방할 정도다. 승승장구하는 중국의 우주기술 발전과 이를 통한 국가적 위상 제고를 보며 우리의 과학기술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초지일관으로 견지한 과학기술에 대한 중국 정부의 철학과 태도가 잉태한, 오늘날 돌돌핍인(??逼人·기세등등하게 상대를 압박한다)하는 자세의 중국을 보며, 이공계 기피현상이 가속화되는 우리의 현실을 쓰디쓰게 바라볼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 인구와 자원이 부족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만이 국가의 성장동력이라는 데는 반론이 없다. 차세대 성장동력이자 우리 국민의 먹거리가 달렸지만, 오로지 성공만을 좇아 일희일비하는 풍토가 지속하는 한 우리나라 과학기술 발전은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실패를 극복하면서 50년 이상 지속적인 우주 개발을 통해 황금의 결실을 보고 있는 중국이 보여준 과학기술에 대한 중단 없는 지원, 그리고 과학기술자 또는 전문 인력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그야말로 교훈으로 삼아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그래야 국가의 미래가 있다.
  • 美 싱크탱크, 교묘한 日 편들기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관련 싱크탱크가 교묘하게 일본 편을 드는 듯한 보고서를 냈다. 한·미 동맹보다는 미·일 동맹을 우선시하는 미국 내 일반적인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 워싱턴DC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5일(현지시간) 발간한 ‘미·일 동맹 보고서’에서 “두 동맹(한국과 일본)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역사적 견해차를 부활시키고 민족주의적 감정을 이용하려는 유혹을 떨쳐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과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공동 집필한 이 보고서는 한·일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하는 것 같지만, 일본의 사과나 전향적 자세를 촉구하는 대목은 하나도 없이 피해자인 한국과 가해자인 일본을 동일선상에 놓고 무턱대고 손을 잡으라는 논리여서 결과적으로 일본 측 입장에 기울어 있다. 보고서는 특히 최근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관련 판결과 일본 정부의 미국 내 위안부 기념비 건립 반대 로비를 모두 “정치적 행동”이라고 싸잡아 비판했다. 민간인 징용 피해자의 개인적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한국 사법부의 판결과 역사적 치부를 감추려는 일본 정부의 로비를 동일하게 불순한 행위로 간주하는 무리수를 둔 것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 정부는 (한·일 사이의) 민감한 역사 문제에 대해 판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의 비양심적인 역사 왜곡 행태를 방조하는 듯한 입장을 보였다. 외교 소식통은 “대다수 미국 인사들이 속으로는 한국보다 일본을 더 좋아하는 데다 ‘중국 봉쇄’라는 목적에만 혈안이 돼 한·일 간 과거사를 주변적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여행가방]

    ●오션월드 막바지 여름 할인이벤트 오션월드는 20~31일 주중에 한해 3+1 이벤트를 벌인다. 리조트 회원과 대학생이 현장 매표소에서 오션월드 입장권 3장을 구입하면 1장이 무료다. 이와 별도로 대학생은 26일까지 동반 1인 포함 1인당 3만원(토요일은 3만 3000원)이다. 18일 오후 2시 오션월드 야외 람세스 무대에선 인기그룹 10㎝의 콘서트가 펼쳐진다. ●휘팍, 20일부터 벌개미취 축제 휘닉스파크는 오는 20일부터 ‘벌개미취 축제’를 개최한다. 토종 야생화인 ‘벌개미취’는 만개하면 연보랏빛 카펫을 연상케 하는 꽃으로, 봉평의 명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객실과 중식, 웰니스 숲길 트레킹, 케이블카 이용권 등으로 구성된 ‘벌개미취패키지’와 13만~16만원의 바비큐 파티 상품도 출시했다. (033)330-6038. ●웅진플레이도시 마지막 여름나기 경기 부천의 종합테마파크 웅진플레이도시는 오는 9월 2일까지 ‘마지막 여름나기’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오후 6~10시 워터파크와 스파를 이용할 수 있는 ‘서머 나이트권’은 1만 6000원이다. 여기에 3900원만 더하면 생맥주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실내 스키장에서는 1+1 이벤트 & 무료체험 이벤트를 벌인다. 대학생 반값 할인 행사도 벌인다. 홈페이지(www.playdoci.com) 참조. ●여수세계박람회 독일관 금상 수상 2012 여수세계박람회에 참가한 독일관이 박람회 기구(BIE)로부터 금상을 수상했다. 독일관광청은 지난 12일 폐막한 여수박람회에서 독일관이 박람회 테마인 ‘살아 있는 바다, 숨쉬는 연안’을 잘 구현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여행경비 가장 싼 나라는 모로코 전세계 여행가격 비교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가 여행객 10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여행 경비가 가장 싼 나라는 아프리카의 모로코였다. 또 가장 저렴할 것으로 예상됐던 인도가 실제로는 태국보다 비쌌고, 영국이 조사대상 30개국 가운데 9번째 저렴한 국가로 집계되는 등 여행객들이 생각하는 저렴한 여행지와 실제 경비 간에 큰 차이가 있다고 스카이스캐너는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실제경비는 각국의 식사와 숙박비 등 1일 리조트 체류 비용을 계산했다. 홈페이지(www.skyscanner.kr) 참조.
  • [기고] 지역에서 시작한 나라사랑/박춘희 송파구청장

    [기고] 지역에서 시작한 나라사랑/박춘희 송파구청장

    얼마 전 주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웃지 못할 소리를 들었다. ‘애국가의 작곡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한 초등학생이 자신감 넘치는 목청으로 ‘베토벤’이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의 허무맹랑한 장난이라고 넘기기엔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국민의 인간적 삶을 보장한다. 손기정 옹이 따낸 눈물의 금메달에서부터 보트피플, 탈북 난민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나라 없는 사람들의 설움을 근현대사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다. 이처럼 국가는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울타리이지만 그에 대한 인식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민의례를 거부하고, 갖가지 이유를 들어 애국가를 폄하하려는 이들도 등장했다. 아무리 국가보다는 개인, 우리보다는 나를 중시하는 풍조가 만연한다 하더라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애국가와 국민의례마저 간소화라는 명분 아래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구청장직을 수행하면서 참석했던 크고 작은 행사를 되짚어 보면 역시 국민의례를 간략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고, 더러는 아예 생략하는 행사도 있었다. 간소화라는 개념은 ‘빨리빨리’ 문화의 소산이다. 이를 평가절하하거나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최소한의 의식마저 잠식당하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두고볼 수만은 없었다. 지역에서부터 나라 사랑의 분위기를 다잡아야 했다. 필자와 직원들, 그리고 주민들이 마음을 합쳤다. 이내 ‘태극기 달기’, ‘애국가 부르기’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지난 6월에는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해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부터 종합운동장까지 이어지는 올림픽로 한복판에 태극기를 약 3㎞에 걸쳐 게양했다. 이후로도 동(洞)마다 태극기 거리를 지정하고, 국경일이 되면 태극기 달기, 태극기 그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현행 주택건설기준에 관한 규정상 태극기 꽂이 설치에 관한 기준이 없는 20가구 미만의 공동주택에도 태극기 꽂이 설치를 의무적으로 시행해 총 3700여개의 태극기 꽂이를 새로 만들었다. 애국가를 부를 기회도 늘려가고 있다. 동별 애국가 부르기 대회는 물론, 모든 행사마다 애국가 제창 순서를 빠뜨리지 않고 있다. 참석한 주민들에게는 그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유도했다. 태극기를 향해 서서 모든 주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이제 송파에서만큼은 낯선 광경이 아니다.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에서부터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신세대 엄마들, 거동이 힘든 장애인들까지도 무더위와 불편함을 감내하며 국민의례와 애국가 부르기에 기꺼이 동참해 줬다. 나라 사랑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새삼 일깨워 준 것이다. 올여름 우리는 유난히도 애국가와 태극기를 자주 접했다. 제30회 런던올림픽의 이야기다. 지구 반대편에서 울려퍼지는 응원의 함성에 우리 모두는 하나가 됐다.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경기장을 바라보며 우리 모두가 느낀 가슴 벅찬 감격, 그 내면에는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이 자리잡고 있는 건 아닐까. 제67주년 광복절을 맞았다. 이제는 작은 행동으로나마 나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때다.
  • 윤동주 육필원고 모교 품에

    윤동주 육필원고 모교 품에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육필원고와 유품 등이 시인의 모교인 연세대에 기증된다. 연세대는 윤동주 시인의 가족 대표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등이 지난 13일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방문해 시인의 육필원고 및 유고(遺稿), 유품 등을 연세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에 기증할 원고와 유품에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나의 습작기의 시 아닌 시’, ‘창’ 등 육필원고 129편과 1940~50년대에 처음 한국어로 발행된 윤동주 시집, 영어·불어·일어·중국어 등으로 된 번역 시집과 시인의 개인 소장도서 등이다. 윤동주 시인은 1941년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문과를 졸업하면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발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자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에 하숙집 후배였던 고 정병욱 서울대 교수에게 이 원고를 맡겼다. 정 교수는 이 원고를 잘 간직했다가 1948년 시집으로 발간했다. 홍종화 연세대 문과대학장은 “13년 전에 연세대에서 윤동주 기념사업회를 꾸리면서 가족들과 윤동주 시인을 기리는 일을 계속해 왔다.”면서 “가족들이 유품을 개인적으로 보관하기보다 국보급 자산인 시인의 유품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싶다는 의미에서 기증의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홍 학장은 이어 “처음 공개되는 유품은 당시 윤동주 시인의 시적 세계를 가늠할 수 있는 학술적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인간 윤동주를 살펴볼 수 있어 새로운 학술 연구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는 유품 기증을 계기로 윤동주 시인이 연세대에 다닐 때 머물렀던 기숙사를 윤동주기념관(가칭)으로 바꿔 시인의 민족정신을 계승하는 역사의 장으로 활용하기로 했으며, 기증 유품은 정리 과정을 거쳐 특별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이종원 선임기자 카메라 산책] 농촌진흥청, 케냐·에티오피아 농업기술 전수현장을 가다

    2009년 이탈리아 라퀼라. G8 확대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이 빈곤했던 시절의 식량위기를 극복한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끈다. 그는 “내 아버지가 케냐에서 미국으로 유학 왔을 당시에 케냐는 한국보다 잘살았지만, 이후 케냐를 비롯한 많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사이 한국은 부국(富國)이 됐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보릿고개’ 시절을 겪은 한국의 ‘녹색혁명’은 아프리카인들에게 가장 탐나는 발전 모델이 되고 있다. 이에 농촌진흥청이 검은 대륙에서 펼치는 농업기술 전수사업의 현장을 찾았다. 최근 케냐 직항편이 취항하면서 13시간 비행으로 한층 가까워진 아프리카. 케냐는 해발 1700m의 고산지대로 7~8월에도 아침 저녁은 물론 낮에도 쌀쌀하다. 케냐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이면서도 생산성은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것을 거둬들이는 수준이다. 수도 나이로비에서 북서쪽으로 25㎞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센터. 한국에서 파견된 연구원들과 현지인들이 시험 재배한 무의 수확이 한창이다. 현지인 작업반장인 찬둘라(37)씨는 어른 머리통만 한 큰 무를 손에 들고 활짝 웃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 가서 선진 농법을 빠짐없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KOPIA는 농촌진흥청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아시아·남미의 15개 개발도상국에서 농업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사업이다. 농촌진흥청 김현순 국외농업기술과장은 “한국의 씨감자와 고품질 쌀 생산기술은 물론 그린 빌리지 조성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진 연구원은 “전기·통신 등 기반시설도 부족하고, 열대성 질병과 문화적인 이질감이 있지만 우리가 선진 농업기술로 케냐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우리의 ‘소 번식기술’을 아프리카에 전파해 축산발전과 농가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국제축산연구소(ILRI) 파견연구원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조창연 박사는 “과학적으로 체계화된 수정란이식기술을 케냐 현지에 적용,우유와 고기 생산량을 늘림으로써 빈곤 퇴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긴 가뭄으로 메마른 아프리카에 최소한의 물로 농작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도 전수하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한국·아프리카 농식품기술 협력협의체(KAFACI)의 국가별 맞춤형 시범사업의 하나로 올해부터 에티오피아에 농경지 물 관리기술 지원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에 농업연수를 다녀왔던 솔로몬 아세파 에티오피아농업연구청장은 “전 국민의 85%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에티오피아가 잘살 수 있도록 보다 많은 한국의 선진 농업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코피아센터 조현묵 소장은 “시설하우스를 이용한 고품질 채소 재배와 축산기술 개발이 중점사업”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유일의 6·25 참전국,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말라리아·에이즈·영양결핍 등으로 인한 영아사망률 세계 1위…. 아프리카 53개국 중 최빈국인 에티오피아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에티오피아의 수도 아디스아바바는 ‘새로운 꽃’을 의미한다. 코피아센터 이신영 연구원은 “한국의 농업기술로 에티오피아에 ‘새로운 꽃’을 활짝 피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우리나라의 아프리카에 대한 농업원조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지원이다. 스스로 자국의 농업성장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해 재현하도록 하는 새로운 사업방식이다. 박현출 농촌진흥청장은 “단순한 자원 획득이나 서구와 같은 물질 중심 원조가 아닌, 식민지와 가난이라는 공감대 속에서 현지인들의 정신과 삶을 바꾸는 것이 핵심”이라며 “개도국 농민들의 소득을 증가시키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사업”이라고 덧붙였다. 아프리카는 현재 한국의 앞선 농업기술과 경험에 목말라 하며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절대빈곤’이라는 우리의 역사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된 발전 경험이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 동질감과 함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지의 검은 대륙에서 ‘농업 한류’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글 사진 케냐 나이로비·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jongwon@seoul.co.kr
  • 꼴찌 김수지 4년 뒤엔 금빛 입수

    꼴찌 김수지 4년 뒤엔 금빛 입수

    “다이빙을 하는 매 순간이 무섭다.”던 키 149㎝의 가냘픈 소녀가 10m 높이의 다이빙대에 올랐다. 파란 눈의 외국인 관중들이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그녀는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한국선수단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김수지(14·천상중)가 9일 다이빙 여자 10m 플랫폼 예선전을 마쳤다. 결과는 215.75점으로 출전 선수 26명 가운데 최하위. 예선 1위인 천뤄린(중국·392.35점)에 176.60점이나 뒤질 만큼 세계무대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김수지는 5차례 시기를 모두 끝내며 “후회하지 않는 시합을 하겠다.”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김수지가 다이빙을 처음 시작한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수영을 배우러 갔다가 ‘멋있어 보여서’ 그만 뛰어들었다. 2011 전국소년체전에서 다이빙 종목 3관왕을 거머쥐며 가능성을 보인 김수지는 지난해 11월 13세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에 ‘깜짝 발탁’됐다. 지난 2월에는 런던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다이빙 월드컵에서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올림픽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김수지는 런던으로 떠나기 전 “서양 사람들과 대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목표를 밝혔다. “키 크고 눈이 파란 사람이 너무 신기하다.”는 게 이유였다. 런던에 가면 꼭 놀이공원을 가고 싶다는 소녀다운 계획도 세웠다. 김수지는 “런던 놀이공원에는 한국보다 더 무섭고 스릴 넘치는 기구가 많다고 들었다. 한국 놀이동산이랑 많이 달라 무척 기대된다.”며 눈을 반짝였다. 꿈 많고 감수성이 풍부한 건 여느 또래들과 같지만 태극마크를 단 김수지는 올림픽을 위해 강행군을 거듭했다. 새벽 5시 20분에 일어나 밤 10시에 잠이 들 때까지 하루 종일 물에 뛰어들었다.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을 지켜보는 가족 때문이었다. 김수지는 “국가대표가 되자 무뚝뚝한 아빠 얼굴에 미소가 가득 넘쳐흘렀다.”면서 “두 오빠들도 ‘우리 수지가 올림픽에 나가게 돼 너무 좋다’고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김수지는 15세 나이로 2004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한 박태환보다 어린 ‘유망주’다. 조성원 다이빙 대표팀 코치도 “기술 습득 속도도 빠르고 나이에 비해 굉장히 승부욕이 강하다.”면서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수지에게 이번 올림픽은 ‘연습’이다. 4년 뒤 리우올림픽에서는 부쩍 성장한 김수지의 ‘금빛 다이빙’을 볼 수 있지 않을까.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건보료 직업·지역 구분없이 개인소득 따져 부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직장과 지역 가입자 구분 없이 개인별 총소득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자는 안을 내놨다. 추가 재원 확보를 위해 소비세율을 올리는 방안도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건강보험공단쇄신위원회는 9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올해 초 발족 후 지금까지 검토한 건강보험 부과 체제 개선 방안을 ‘활동보고서’ 형태로 공개했다. 개선안의 핵심은 현행 직장·지역 가입자 구분을 없애고 모든 가입자에게 총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하는 단일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현재는 직장가입자가 근로소득의 5.8%를 보험료로 내고, 지역가입자는 소득에 따라 사업소득, 이자·배당소득 등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낸다. 개선안은 직장인이건 자영업자이건 가입자의 모든 소득을 따져 보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위원회는 또 소비세인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주세 등을 0.54% 포인트씩 올려 추가 징수분을 보험료 재원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되면 현행 10%인 부가가치세는 10.54%가 된다. 건보공단 측은 “새 부과 체계에선 전체 가입자 2116만 1000가구 가운데 92.7%가 보험료가 줄어드는 반면 7.3%인 153만 8000가구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선택진료제를 폐지하고, 현재 6인실인 기준 병실을 4인실로 상향조정하는 등 현재 62.7%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2017년까지 8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제안했다. 건보공단이 제시한 안에 대해 정부는 일단 선을 그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단 측이 제시한 개선안을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 볼 것”이라며 “소비세율 인상 등은 여러 부처가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부과체계 개선안은 단지 쇄신위원회의 연구 결과일 뿐”이라며 “부과 체계를 바꾸려면 다양한 계층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토론회에서도 건보공단 개선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패널로 나선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부과체계 개편은 필요하지만, 소비에 대한 별도 부과는 앞뒤가 맞는 논리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소비에 대한 부과는 별도 재원 확보 방안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백의 서울대 사회과학대 교수 역시 “소비 부분을 왜 재원에 포함하고 어느 부분에 부과할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면서 “특히 소비세란 술이나 담배 등 사회적으로 해가 되는 것에 부과하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 부과하고 안 할지, 또 저소득층의 소비에는 어떻게 부과할지 등을 논의하면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부가세 인상과 건보 재원의 직접적인 매칭은 부적절한 것 같다.”면서 “부가세 인상은 국가 최상위 레벨에서 결정돼야 하는 것으로 건보공단에서 건보 재정을 위해 인상해야 한다는 식의 제안은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건보공단 측은 한국재정학회 등이 진행 중인 또 다른 건보 재정 연구가 10월쯤 마무리되면 이번 공단 실무안과 비교해 공평성이나 실현 가능성, 수용성 등이 높은 방안을 선정해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훈민정음 해례본 절도범 재판중 “기증 의사”

    사라진 훈민정음 해례본(상주본)이 되돌아온다. 상주본을 훔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배모(49)씨가 국가에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배씨는 9일 대구고법 제1형사부(이진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재판 결과와 관계없이 국민과 후손들을 위해 상주본을 기증할 생각이 없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한참을 생각한 뒤 “기증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씨는 “(기증할 의사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국가에 상주본 보관을 위탁해 보고 추후에 기증 여부를 결정하는 방법을 택하는 등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싶다.”며 몇 가지 조건을 달았다. 배씨는 지난 5월 10일 이후 4차례에 걸쳐 항소심 재판을 받았지만 기증 의사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상주본은 2008년 피고인 배씨가 집 수리를 위해 짐을 정리하던 중 발견했다고 밝혔지만 얼마 뒤 상주의 골동품업자 조용훈(67)씨가 배씨가 상주본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이후 대법원은 배씨가 조씨의 가게에서 다른 고서를 사면서 상주본을 몰래 가져간 점이 인정된다며 조씨의 소유권을 인정했고 배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지만 숨긴 상주본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상주본의 소유권자로 확정 판결을 받은 골동품업자 조씨는 지난 5월 상주본을 되찾으면 문화재청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었다. 훈민정음 혜례본은 창제 의의를 밝힌 예의(例義)뿐 아니라 자모의 쓰임새를 설명한 해례(解例)가 함께 들어 있는 판본을 말한다.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두 번째 혜례본으로 상주에서 발견돼 ‘상주본’이란 별칭을 얻었다. 국보 70호이자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 해례본보다 보존 상태가 좋고 소리와 표기에 관한 연구자의 주석도 달려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1심과 같이 징역 15년을 구형했고 변호인은 무죄를 주장했다. 배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올림픽과 국가주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올림픽이 뜨겁다. 참가한 선수들의 승리 이야기와 그들을 응원하는 함성이 열대야만큼이나 뜨겁다. 가장 감동을 주는 장면은 역시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승리의 소감을 이야기하는 선수들의 인터뷰다. 그런데 메달을 딴 선수들의 인터뷰에도 문법이 있고 격이 있어 보인다. 1972년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하계 올림픽에 참가한 북한의 리호준은 세계신기록으로 북한에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후 “적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쐈다.”고 했다. 국제사격연맹은 이 야만적인 인터뷰에 대해 북한이 사과하도록 하였다. 죽기 살기로 승리만을 추구하는 전사의 모습이었다. 40년 후의 런던 올림픽에서 북한의 안금애 선수는 유도에서 첫 금메달을 딴 후 “조국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땄다. 김정은 동지에게 금메달로 기쁨을 드렸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기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진화한 흔적이 뚜렷하다. 전투적 적개심이나 지배자에 대한 충성 다음 단계로 나타나는 것이 국가주의의 모습이다. 올림픽을 국가의 우월성이나 인종적 우수성을 과시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메달의 영광을 국가에 바친다는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본래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나라별로 메달을 집계하여 국가 순위를 매기는 것조차 공식적으로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국은 메달 수와 색을 따져 나라별 순위를 매기기에 정신이 없다. 한국은 금메달을 우선 고려하여 국가별 순위를 매기고, 미국은 전체 메달 수를 기준으로 순위를 집계한다. 국가의 영광을 거론하는 것보다 더 보편적이고 깊은 감동을 주는 것은 불굴의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이야기다. 유난히 눈에 띄는 참가자가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의족 스프린터, 26살의 피스토리우스다. 남자 육상 400m 준결승 조 경기에서 그는 꼴찌로 결승점을 통과했다. 그러나 1위로 골인한 키라니 제임스는 뒤로 돌아 배에 붙어 있던 이름표를 피스토리우스와 교환하고 손을 잡았다. “피스토리우스와 함께 여기 출전한 지금이 잊지 못할 순간”이라고 승자는 말했다. 피스토리우스는 “결승점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모두 친구다. 그게 올림픽”이라고 화답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대체로,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발전한 나라일수록 올림픽의 열기를 국가주의로 직결시키지 않는다. 인간 자체가 존재론적으로 국가를 벗어나 생존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그냥 내버려 두어도 승리 일부는 국가의 몫이 되는 판에, 인위적으로 국가주의에 불을 지르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방식, 중계방송의 내용, 응원하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그런 성숙함이 필요해 보인다.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에 따라 어떤 종목은 아예 경기내용을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승리, 그것도 국가의 승리에 대한 열망이 지나쳤다. 역시 백전노장의 차범근 전 감독이 해설하는 축구 중계는 무게 중심을 잘 잡고 있었다. 얼핏 국가의 승리에 대한 열망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방송이 누구보다 우리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로 간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나친 국가주의는 승리의 기쁨도 격을 낮추고, 패배했을 때 의연한 자세를 견지하기도 어렵게 한다. 올림픽의 본래 목적인 스포츠 정신과 지구촌의 축제 혹은 화합이 오갈 데 없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88올림픽이 있던 해 필자는 영국으로 유학을 갔다. 지도교수는 처음 만났을 때 요크셔 지방의 육상선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울 올림픽에 참가했던 영국의 육상선수 가운데 요크셔 지방의 선수 한 명이 지도교수 동네에 살았다. 영국보다 덥고 습한 서울 날씨에 대비하느라 그는 동네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거기서 맹연습을 했노라고 지도교수는 이야기했다.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영국 사람들은 그런 선수를 높이 평가한다는 이야기였다. 마침 중국에서 체조선수로 키우려는 어린 아이의 다리를 찢고 밟는 사진이 외신에 실려왔다.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숭어처럼 찢어질 듯 입을 벌린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 아이의 얼굴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 노르웨이, 4년 전 패배 갚아주마

    노르웨이, 4년 전 패배 갚아주마

    다시 노르웨이다. 4년 전 베이징올림픽 결승의 문턱에서 심판의 명백한 오심을 등에 업고 한국 여자 핸드볼에 통한의 패배를 안긴 그 노르웨이를 이번에는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만난다. 상황도 4년 전과 빼닮았다. 준결승전. 한국은 이번 올림픽 조별 예선전부터 매 게임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다. 준결승 상대인 노르웨이와는 이미 지난 1일 한 차례 맞붙어 후반 종료 직전 골을 넣으며 27-27 무승부를 만들었고, 또 다른 유럽의 강호 덴마크와는 25-24로 1점 차 신승을 거뒀다. 8강전 상대는 한국보다 세계 랭킹이 6단계 높은 2위의 러시아였다. 선수 평균 신장이 179.8㎝로 한국보다 7㎝ 이상 큰 팀이다. 지난해 12월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5골 차이로 완패한 쓰라린 기억 때문에 ‘트라우마’도 우려됐다. 8강전이 열린 8일 런던 올림픽파크 코퍼 복스. 우려한 대로 시작은 불안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후 7분이 다 되도록 한 골도 넣지 못하고 0-2로 끌려갔다. 그러나 한국의 변형 수비가 러시아의 공격을 흔들면서 기회를 잡기 시작했고, 전반을 14-11로 마쳤다. 후반까지 팽팽한 경기가 계속됐다. 종료 50여초를 남겨 둔 상황에서 러시아는 24-23으로 따라붙었고, 종료 신호음이 울리기 직전 한국의 반칙으로 ‘9m 프리드우’ 기회를 잡았다.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 경기 종료 이후 골문을 통과한 노르웨이의 슛으로 억울한 패배를 당했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러시아 빅토리아 질린스카이테의 손을 떠난 공은 한국 수비벽에 막혔고, 동시에 경기도 끝났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이날 승리로 1984년 LA올림픽에 처음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뒤 올림픽 8회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한국은 1988년 서울대회와 1992년 바르셀로나대회에서는 2회 연속 결승전에서 노르웨이를 꺾으며 금메달을 차지했고, 1996년 애틀랜타와 2004년 시드니에선 은메달을 거머쥐었다. 오심으로 결승 진출이 좌절된 베이징올림픽에서는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을 땄다. 한국이 메달권에 들지 못한 대회는 역시 노르웨이에 져 4위에 그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이 유일하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열린세상] 서글픈 6080과 한국의 연금정치/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60세부터 80세 연령층(6080)의 빈곤문제가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자식 뒷바라지에 인생 대부분을 보낸 이들 세대의 월소득이 70만원에 불과해 저소득층의 삶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전체 연령층 평균소득의 67%에 불과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높은 상대빈곤율도 사회통합 차원에서 간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가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연금 논쟁에 불을 지폈다. 노인빈곤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는 2002년 OECD의 정책 권고 이후 기초연금제도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이다. 10년 이상 보험료를 내야 하는 국민연금과 달리, 조세방식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 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노인 빈곤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과 OECD의 제도 도입 권고에도 제도 운용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는 기초연금 도입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2040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연금을 충당하기 위한 정부지출이 급증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2008년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제도는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70%에게 월 9만 4600원의 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연금액이 부족하고, 정치적 타협과정에서 어정쩡한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제도 속성이 모호해 제도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개편방향으로는 대상자를 늘려 모든 노인에게 지금보다 더 많은 연금을 지급하자는 입장과 한정된 정부의 재정을 고려해 대상자를 지금보다 점차 줄이되 도움이 더 필요한 취약노인 중심으로 연금을 더 올려 주자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노인 빈곤 해소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노인 표 확보를 위해 각 당이 대선공약 카드로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서양에서는 연금제도 개편 논의와 관련된 ‘연금정치’(Pension politics)라는 말이 보편화된 지 오래다. 어떠한 연금정책을 쓰느냐에 따라 정권이 뒤바뀌기도 했고 나아가서는 국가의 명운도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길을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복지국가의 대명사로 지칭되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오랜 논란 끝에 인구 고령화 대처 차원에서 노인 모두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포기하는 대신, 취약 노인계층에게 정부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를 개편하였다. 반면에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노인대국 일본은 오히려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방향으로 연금개편안을 제시해 많은 전문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연금정치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연금 개편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OECD가 때마침 우리 연금정치 방향에 대해 거들고 나섰다. 올 5월 OECD는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주장했던 권고안을 철회하고, 투입비용 대비 정책효과가 적은 현재의 기초노령연금 대신 좀 더 혜택이 필요한 취약노인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하라는 새로운 권고안을 제시했다. 제대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현재의 노인에 대해서는 준보편적인 제도를 유지할지라도, 앞으로 노인이 될 세대는 취약계층을 중점 지원하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OECD의 권고안은 독일의 연금개혁과 유사하다. 1990년대 휘청대던 독일은 ‘어젠다 2010’을 실천에 옮긴 게르하르트 슈뢰더라는 걸출한 정치인 덕분에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 및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개혁안을 실행에 옮긴 뒤 선거에 패해 총리직에서 물러난 슈뢰더 총리처럼 당장은 피해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한 정책 방향을 소신 있게 밝힐 수 있는 정치인, 그리고 이러한 정치인이 거목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줄 수 있는 국민,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연금정치가 아닐까.
  • ‘어게인 2002 신화’… 브라질도 넘어라

    ‘어게인 2002 신화’… 브라질도 넘어라

    4일(현지시간)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경기장에서 영국단일팀을 꺾고 한국축구를 올림픽 첫 본선 4강에 올린 홍명보 감독은 승리의 원동력으로 정신력을 꼽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영국을 꺾은 소감은. -우선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끈 선수들이 고맙다. 밤늦게까지 성원해 준 국민에게도 감사드린다.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고, 체력 문제를 걱정했는데 예상 외로 잘 견뎌줬다. 정신적으로 영국보다 강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 번도 선발로 안 나왔던 지동원을 선발 투입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곳에서 1년 동안 심한 마음고생을 했고, 분명히 보여주지 못한 점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동원은 상대 선수들과 경기를 해 봤고, 적응됐기 때문에 자신 있게, 힘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도 있었다. →부상으로 뜻하지 않은 교체 카드 2장을 썼는데. -세 장의 카드를 다 썼으면 적절하게 상황에 따라 배치했을 텐데 김창수, 정성룡의 부상으로 쓸 수 있는 건 한 장뿐이었다. 기성용이 쥐가 났는데 ‘키핑’해 줄 수 있는 공을 뺏기면 공격권을 내 주니까 교체할 수 없었다. 구자철 혼자 공수를 책임지는 건 힘들다고 판단해서 백성동을 넣었다. →김창수 부상과 잇단 페널티킥 때의 심경은. -김창수가 팔을 다친 것은 시기적으로도, 스쿼드로도 안타까웠다. 두 번의 페널티킥을 줬는데 선수가 흥분하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정성룡이 하나를 막아서 무승부로 끝냈다. “잘하고 있고 조금 더 공을 소유하면서 공격하라.”고 한마디 했다. →영국이 승부차기에 약하다는 걸 알고 미리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넣어 줬는지. -그동안 영국이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에서 울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기회가 올 것이란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에게 얘기하지는 않았고, 키커들에게 집중력 있게, 연습한 대로 차 달라고 했다. →4강전 상대가 브라질인데. -다음 경기에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버틸지 점검한 후에 전략을 짜야 한다. 이틀 만에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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