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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 차관 박천규 등 차관급 6명 인사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환경부 차관에 박천규(54·행정고시 34회) 환경부 기획조정실장, 해양수산부 차관에 김양수(50·행시 34회) 해수부 기획조정실장을 각각 임명했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에 민원기(55·행시 31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디지털경제정책위원회 의장을 발탁했다. 통계청장에는 강신욱(52)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기상청장에 김종석(60·공군사관학교 30기) 경북대 천문대기학과 객원교수를, 소청심사위원회 위원장에 박제국(56·행시 31회) 인사혁신처 차장을 각각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차관급 6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발표했다. 올 들어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 ‘가계소득 동향’의 표본 적절성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던 통계청장 인사를 둘러싸고 ‘경질설’이 제기된 데 대해 김 대변인은 “그것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 6일 공공기관 직원을 향해 고압적 언사를 한 일자리수석실 정모 행정관이 대기발령 조치됐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아는 형님’ 장성규 아나운서, 뜻밖의 가창력 “뉴스 빼고 다 잘해”

    ‘아는 형님’ 장성규 아나운서, 뜻밖의 가창력 “뉴스 빼고 다 잘해”

    ‘아는 형님’에서 JTBC 장성규 아나운서가 뜻밖의 노래 실력을 뽐냈다. 25일 방송된 JTBC ‘아는 형님’에는 ‘국보급 보컬’ YB 윤도현과 국카스텐 하현우가 일일 전학생으로 출연했다. 이날 ‘축제를 뜨겁게 만드는 노래’ 맞추기 코너에서 장성규 아나운서가 로커로 파격 분장한 채 등장해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을 개사해 불렀다. 고음을 내지르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에 하현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고 출연진 모두 박수를 보내며 놀라워했다. 방송 이후 장성규 아나운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당 방송 영상과 함께 “난 뉴스 빼고 다 잘한다 #아나운서가 할 얘기는 아닌 듯”이라는 글을 올려 웃음을 더했다. 한편 JTBC ‘아는 형님’은 매주 토요일 밤 9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는 형님’ 민경훈 “윤도현 덕분에 지금의 버즈가 존재”

    ‘아는 형님’ 민경훈 “윤도현 덕분에 지금의 버즈가 존재”

    민경훈이 윤도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25일 밤 9시에 방송되는 JTBC ‘아는 형님’에 ‘국보급 보컬’ 윤도현과 국카스텐 하현우가 일일 전학생으로 출연해 예능감을 뽐낸다. 윤도현은 록 밴드 계보를 잇는 후배 민경훈과의 과거 에피소드를 소개해 훈훈한 재미를 선사한다. 최근 진행된 ‘아는 형님’ 녹화에서 윤도현은 형님들 중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으로 민경훈을 선택했다. 그러자 민경훈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후 “버즈는 윤도현 덕분에 존재한다”고 밝혀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어 민경훈은 “버즈가 데뷔 전 YB의 전국투어 무대에 고정 게스트로 서면서 활동을 시작했다”며그 이유를 밝히고 은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에 윤도현 역시 버즈를 크게 칭찬해 따뜻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내 민경훈이 반전 에피소드를 덧붙여 두 사람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후문. ‘록 밴드’ 선후배 윤도현과 민경훈의 반전 에피소드는 25일 토요일 밤 9시에 방송되는 JTBC ‘아는 형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는 형님’ 하현우 “강호동이 호감 표시해...방송 끝나고 따로 연락하더라”

    ‘아는 형님’ 하현우 “강호동이 호감 표시해...방송 끝나고 따로 연락하더라”

    국카스텐 하현우가 오랜만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강호동과 다시 만났다. 25일 방송되는 JTBC 예능 ‘아는 형님’에는 ‘국보급 보컬’ 윤도현과 국카스텐 하현우가 일일 전학생으로 출연한다. 대한민국 대표 로커인 두 사람은 시원시원한 입담은 물론 직접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며 ‘귀호강’ 라이브 무대까지 선보인다. 최근 진행된 ‘아는 형님’ 녹화에서 하현우는 “일전에 방송에서 처음 만난 강호동이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하며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연락을 했다”고 밝혀 관심을 집중시켰다. 강호동은 하현우에게 기회가 된다면 방송을 함께 해보자는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다는 후문. 그 후 두 사람의 만남은 스케줄 문제로 계속 불발됐지만, ‘아는 형님’을 통해 마침내 ‘투샷’을 볼 수 있게 됐다. 하현우는 “사실 소속사에서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아지면 실언을 할 가능성이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어떻겠냐”라며 ‘아는 형님’ 출연을 만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하현우가 강호동과 꼭 함께 방송해보고 싶다며 출연을 고집한 덕분에 전학생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이날 하현우는 그간의 아쉬움을 해소하기라도 하듯이 예능에서는 처음 접하는 신선한 캐릭터로 큰 웃음을 안겼다는 후문이다. 명품 보컬 하현우의 ‘역대급’ 라이브 무대와 예능 나들이는 오는 25일 오후 9시 방송되는 JTBC ‘아는 형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진=JTBC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집현전 학사·中 사신 주고받은 시, 국보 된다

    집현전 학사·中 사신 주고받은 시, 국보 된다

    조선시대 집현전 학사로 활동한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이 1450년 중국 사신 예겸(1415∼1479)과 주고받은 시를 모은 문서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보물 제1404호 ‘봉사조선창화시권’과 보물 제1405호 ‘비해당 소상팔경시첩’을 국보로 지정 예고한다고 23일 밝혔다. ‘봉사조선창화시권’은 1450년 즉위한 명나라 경제(景帝)가 내린 문서를 전달하러 조선에 온 예겸과 집현전 학사들이 문학 수준을 겨루며 쓴 시 37편이 수록돼 있다. 양국 간의 외교를 수행한 일면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한·중 외교사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은 친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이들이 다양한 서체로 쓴 글씨가 남은 ‘봉사조선창화시권’은 조선 전기 서예사 연구에서도 귀중한 자료로 꼽힌다. ‘비해당 소상팔경시첩’은 세종의 셋째 아들인 비해당 안평대군이 1442년 ‘소상팔경’(瀟湘八景)을 주제로 당대 문인 21명이 쓴 글을 모은 유물이다. 소상팔경은 중국 후난성 소상(瀟湘)의 여덟 가지 아름다운 풍경을 뜻한다. ‘봉사조선창화시권’에 글씨를 남긴 정인지, 신숙주, 성삼문 외에도 박팽년, 안숭선, 이보흠, 최항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조선 전기 명사들의 필적이 남은 드문 자료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서적인 ‘이익태 지영록(知瀛錄)’과 조선시대 불상인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조살좌상’,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국립제주박물관 소장품인 ‘이익태 지영록’은 이익태(1633~1704)가 1694년 7월부터 1696년 9월까지 제주목사로 활동하면서 업무와 행정, 제주 역사를 기록한 책이다. 이미 보물 제652호로 지정된 이형상(1653~1733)의 ‘남환박물지’보다 작성 시점이 8년 빠른 것으로, 제주도 최초 인문지리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과 서울 칠보사 목조석가여래좌상은 모두 17세기 불상이다. 불암사 불상은 조각승 무염을 포함해 5명이 1649년 완성했다. 높이 67㎝의 아담한 크기에 머리에 연꽃과 불꽃 모양으로 장식한 보관(寶冠)을 쓰고 있다. 칠보사 불상은 광해군 부인 문성군부인 유씨가 친정 부모를 위해 발원한 왕실 사찰인 자수사와 인수사에 1622년 봉안한 불상 11점 중 하나로 추정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국보급 분수대서 나체로 셀카 찍은 남성

    국보급 분수대서 나체로 셀카 찍은 남성

    ‘분수의 도시’라 불리는 이탈리아 로마가 도를 넘은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급기야 국보급 유적 ‘조국의 제단’ 분수대서 나체로 셀카를 찍는 추태까지 발생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로마 경찰은 지난 19일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조국의 제단’ 분수대에 들어가 진상을 부린 관광객들을 공개 수배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들은 분수대에 옷을 벗고 들어가 물장구를 치거나 음료수를 마셨고, 심지어 속옷까지 벗어 성기를 노출하는 행동을 일삼았다. 이들의 추태는 당시 근처에 있던 러시아인 관광 가이드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이 가이드는 해당 영상을 SNS에 올리며 “이 청년들이 10분가량 분수대에 들어가 있는 동안 이들을 저지하는 경찰이나 시 당국자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국의 제단은 통일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사보이 왕가의 왕 비토리오 엠마누엘레 2세에 헌정하기 위해 건설된 공간이다. 1차 세계대전 등에서 목숨을 바친 무명용사들이 묻혀 있는 곳이기도 해 로마에서 가장 경건한 곳으로 여겨진다. 로마 시민들은 ‘조국의 제단’에서 벌어진 관광객들의 추태에 분노했고, 로마 경찰 측은 “관광객들의 행동은 터무니없으며, 국민들의 감정과 추모의 기억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로마 주재 외국 공관들에 “불법적이고 충격적인 행동”을 적발하는 데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며 용의자들의 모습이 찍힌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이 남성들을 추적하지 못했지만, 적발될 경우 최소 400유로(약 51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분수대에 뛰어드는 관광객은 로마 당국이 겪고 있는 지속적인 문제이다. 분수대에 들어가거나 신체 일부를 담그는 행위 등을 통제하기 위해 수백 유로의 벌금을 매기고 있지만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사진·영상=daily mail/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쑨양의 슬픈 예감

    쑨양의 슬픈 예감

    MVP 타이틀 인연 없는 中 쑨양 대회 3관왕·400m 3연패했지만 日 이케에 5관왕 가능성에 불안중국 수영의 간판 쑨양(27)이 어지간히 속이 상할 것 같다. 4년 전 인천아시안게임 때 라이벌 박태환과 자존심을 다투다 하기노 고스케(일본)에게 대회 최우수선수(MVP)를 빼앗긴 쑨양은 지난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아쿠아틱 센터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92의 기록으로 대회 3관왕에 올랐다. 이 종목 대회 3연패이기도 했다. 앞서 자유형 200m와 800m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런데 쑨양은 이번 자카르타·팔렘방대회에서도 2000년에 태어난 이케에 리카코(일본)에게 MVP를 내줄 상황에 몰려 있다. 이케에는 같은 날 여자 접영 100m를 우승하면서 계영 400m, 접영 50m, 자유형 100m에 이어 대회 첫 4관왕에 올랐다. 쑨양으로선 4×200m 자유형 릴레이에서 은메달에 그친 것이 아쉽게 됐다. 더욱이 쑨양은 주 종목인 남자 자유형 1500m에 출전하지 않는다. 4×100m 자유형 릴레이, 4×100m 혼계영, 4×100m 개인 혼영 출전자 명단에도 그의 이름은 없다.이에 반해 이케에는 2개의 금메달을 더 노려볼 수 있다. 22일 이번 대회에 새롭게 선보인 혼성 4×100m 혼계영 주자로 나서 예선에서 중국보다 5초 가까이 앞섰지만 결선에서 중국에 100분의36초 뒤져 은메달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23일 여자 4×100m 혼계영에도 나설 가능성이 있다. 6관왕에 올라 일본 여자 수영의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5관왕을 넘어서면 MVP 영예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회 첫 세계신기록도 이날 수영에서 나왔다. 중국 유망주 류샹(22)이 여자 배영 50m 결선에서 26초98에 터치패드를 찍어 자오징(중국)이 2009년 7월 이탈리아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작성한 27초06을 무려 9년 만에 100분의8초나 앞당겼다. 당시는 최첨단 소재의 전신 수영복이 금지되기 직전으로 세계기록이 마구 쏟아지던 때였는데 정작 금지된 뒤에도 자오징의 기록을 앞당기는 선수가 나오지 않았는데 류샹이 해냈다. 류샹은 2015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수영선수권 같은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전날 사격 여자 트랩에서 양쿤피(대만)가 세계기록 타이에 그친 뒤라 류샹의 세계기록 경신에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두 손 들어 환영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우리 문화재, 우리 손으로 파괴한 것 많아 통탄스러워”

    문화재 수난사 연구하는 정규홍씨가 말하는 ‘문화재’“우리 문화재의 과거사를 정리하다보면 ‘정말 이럴 수가 있을까’ 하는 가슴 아픈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일제 강점기 골동품상 이희섭(李禧燮)은 1934년부터 1941년까지 일본에서 조선대공예전람회를 7차례 엽니다. 전람회 한 번에 우리 문화재 1500점에서 3000점을 도쿄와 오사카에서 전시하고 모조리 팔아치웁니다. 이희섭은 도록을 7권 만들었지요. 도록에 실린 문화재 일부가 일본 국보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됐습니다. 7차례 전람회에 진열된 문화재가 1만 4516점입니다. 이뿐 아니라 이희섭은 서울에 ‘문명상회’라는 본점을 두고 도쿄와 오사카에 지점을 개설해 우리 문화재를 상설 전시해 팔아먹었습니다. 이렇게 일본으로 팔려나간 문화재가 최소 3만점에서 5만점에 이를 겁니다. 한 나라의 문화재가 통째로 옮겨진 것인데요, 한 개인이나 상인이 그렇게 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습니다. 통탄할 일이지요.” ●“조씨 문중, 가전 서적 700여권 일본에 스스로 갖다바쳐” 우리 문화재 수난사를 30년째 연구해 정리하는 정규홍(62)씨는 광복절 다음날인 1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알아본 일본이 빼앗아 간 것도 있지만 더 충격적인 것은 우리나라 사람이 스스로 갖다바친 것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완용(1858~1926)은 일본 야스쿠니 신사에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갑옷과 투구를 바쳤다는 기록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어느 조씨 가문에서는 일본 도쿄대박물관에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서적 700여권을 아주 싼 값에 넘겼다는 기사가 고고학 잡지에 나옵니다.” 어느 문중이냐고 묻자 정씨는 “기사에서 그것은 언급되어 있지 않고, 한자로 조나라 조(趙)가 적혀 있더라.”고 소개했다.정규홍씨는 1981년 교직 연수를 받으면서 석굴암에 대한 일본인들의 참담한 취급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그 후 헌책방 등을 돌아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 문화재 수난일지와 우리문화재 수난사, 유랑의 문화재 등을 펴낸 수난 문화재 전문가다. 문화재 수난사를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중학교 교사직도 그만뒀다. 그동안 정부나 관계당국의 지원은 전혀 없었다. 경북지역 문화재 수난사를 쓰면서 용역 의뢰받은 것이 당국의 지원 전부였다. - ‘돈 안 되는’ 우리 문화재 역경사를 정리하는 이유는.☞ 무슨 엄청난 사명감이나 그런 것이 있어 하는 건 아닙니다. 이 일이라는 게 희한하게도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희열감도 있고, 또 어떤 부분에서는 자존감이랄까 자존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 일종의 중독성이 있어요. 한번 빠져들면 잠자면서도 술마시면서도 그 생각이 들고, 꼬투리가 잡히면 잊으려해도 그게 안돼요. 강단에 있는 사람들은 강의 때문에 중도에 끊기는데, 난 그런 것도 없기에 이것 하나만 파고 들어갑니다. ●“문화재 수난사 정리 이유?···중독성에 희열감이죠”- 많이 힘들겠다.☞ 돈 안되는 일을 하니깐 무엇보다 집사람에게 미안하죠. 교직에 있을 때 월급받아 상당액을 이것 연구에 쏟아부었으니깐. 지방에 한번씩 현지 조사 다니면 교통비에 숙박비도 만만찮죠. 책도 사고, 도서관에서 자료 복사도 엄청 합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할때 복사비가 한장에 3원이었는데 이젠 50원으로 16배가 됐어요. 문화재 수난사에 관한 책을 냈는데, 잘 팔리는 분야가 아니라서···.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책 몇 권 주고 그걸로 끝이예요. 그래도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하니 시간은 잘 갑니다. - 그만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나.☞ 이번에 ‘요것만 정리하고 손 떼야지’하는 생각이 들 때도 가끔 있지요. 그런데 한 건을 정리하다 보면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기에서 또 다른 게 파생되어 나오고···. 그러다보면 숙제처럼 이만치 쌓입니다. 그러니깐 계속 손을 놓지 못하고 이러고 있습니다.- 수난 문화재가 그동안 왜 공식적으로 정리가 안 됐나.☞ 1945년 해방 직후에 박물관 관계자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해 정리해 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이 우리 문화재와 관련된 고적조사와 유적연구 등에 한국인의 근접을 못하게 했어요. 일본인들이 독점했거든. 해방 이후 이 분야에 관한 지식을 가진 한국 사람이 없었어요. 일본이 떠나고 나니깐 총독부박물관과 경주박물관에 남은 고적조사, 발굴보고서 등의 정리를 전혀 못한 채 박물관에 쳐박혀 있었던거지요. 아직도 다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유물 목록과 실물과의 대조가 정확하게 안 되어 있는 실정입니다. 인력 부족 탓이지만 국가적으로 재원을 투입해서라도 빨리 했어야 했는데···. 참, 안타까운 일이예요. ●“일제시대 한국인 유적연구 차단···유몰 목록과 사료 대조 못 해”- 문화재 수난 분야, 처음 연구는 어떻게 했나.☞ 처음엔 마땅한 자료가 없으니 헌책방을 많이 기웃거렸죠. 1981년 이후 헌책방에 다니면서 문화재 관련 책을 사모았죠. 그리고 황성신문과 대한매일신보 축쇄본을 돋보기로 보면서 자료를 모았죠. 또 일본인이 남긴 조사자료와 잡지 이런 것을 위주로 연관지어 보죠. 연관성이 있으면 메모를 해두는 거죠. 예컨대 발굴사업 보고서가 나오면 이게 당시 신문 기사에도 나옵니다. 기사와 고적조사 보고서가 약간 차이가 날 경우가 있거든요. 무덤 발굴의 경우 일본인들이 1차적으로 유물명을 기록하고 바로 박물관에 수장시키지 않고 1년간은 걔네들이 연구를 해요. 그 기간 유물이 분실될 수가 있어요. 실제로 분실이나 망실 그런 문헌이나 문서가 나와 있어요. 이를 비교해서 불법적인 것들을 찾아내는 것이지요. - 당시 일본이 얼마나 우리 문화재에 혈안이 됐나.☞ 일본의 각 대학이 잔치를 벌이듯이 우리문화재를 진열해 놓고 경쟁적으로 전람회도 가졌지요. 낙랑 유물부터 그때까지. 도쿄대 공과대와 문과대가 별도로 진열할 정도였으니. 당시 전람회 도록이나 기록들이 감춘 게 없이 매우 정확해요. 일본이 우리나라를 영구 통치할 줄 알았던 게지. 식민지 정착을 위한 하나의 사료로 삼기 위해 우리 문화재를 무자비하게 파괴하고 수집해 가져갔지. 그때 조선에는 1908년 설립된 ‘이왕가박물관’ 뿐이었거든. 1915년 12월에서야 조선총독부 박물관이 생기면서 법으로 유물 반출이 금지돼 있었지만 자신들이 보고서 작성을 핑계로 얼마든지 일본으로 가져갔지. 이런 단체로는 조선고적연구회가 대표적이지요. 당시 일본 도굴꾼들이 대거 몰려들어 우리나라 무덤을 다 파헤쳤죠. 1908년 이전에 고려 무덤의 경우 거의 다 파괴됐다고 보면 됩니다. 조선실록을 보면 수시로 어느 무덤이 파괴되고, 어떤 무덤은 4~5회에 걸쳐 도굴됐지요. 심지어 대낮에 총칼을 갖다놓고 후손들이 보는 앞에서 도굴하고···. ●“고려 무덤 마구 도굴···日대학들, 우리 문화재 진열 경쟁도”- 해방이 되면서 문화재 수난이 줄었나.☞ 1945년 9월8일 미군이 인천에 진주합니다. 그리고 9월20일 미군 300명이 부산항에 들어오지요. 미군은 가장 먼저 일본 군인의 무장해제와 퇴출이예요. 미군이 부산에 들어오기 전에 눈치빠른 일본인들이 문화재를 잔득 가지고 일본으로 나갔던 거죠. 미군이 10월 말쯤부터 일본 민간인을 퇴출시키죠. 그때 귀국 일본인에게 돈 1000원과 작은 옷보따리 정도만 허용하고 귀중품은 모두 압수했든거죠. 그러니깐 일본인들은 어선같은 것을 빌려서 밀항을 합니다.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와 이치다 지로(市田次郞), 공주에 있던 가루베 지온(輕部慈恩) 같은 이들이 어마어마한 유물을 가져간 것이지요. 이들에 빌붙어 밀한을 도운 게 한국사림이예요. - 미군에 의한 문화재 유출도 있었나.☞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귀국을 원활히 하기 위해 ‘세화인회(世話人會)’이라는 것을 만들었죠. 일본인들의 물품 같은 것을 맡아서 일본으로 보내는 일을 맡은거지요. 당시 서울역에서 화물을 부산으로 보내면 중간인 대전역에서 미군이 화물을 압수해 물자영단(物資營團)에 넘겨버리는 것이지. 그 물자영단 창고를 미군이 관리했는데, ‘우리 문화재나 귀중품은 박물관에 넘기고 나머지는 P.X에 넘긴다’고 말하지만 미군들이 마음대로 가져가거나 처분해버린 경우도 많았죠. 해방전후 골동계에서 유명한 이영섭이 부산에서 미군들과 친하게 지내며 물자영단에 있는 그림 1000점 이상을 싼 값에 샀지. 그가 샀던 그림들이 어떻게 흩어졌는지 알 수 가 없어. 또 한때 현재 심사정(1707~1769)의 그림으로 잘못 알려진 ‘맹호도’ 출처는 흥미롭지. 1946년 한 미군이 골동품 상인 두명을 일본인 창고로 데려갔지요. 골동품 상인들에게 감정을 요청해 감정해 주니 미군이 그 댓가로 주었던 게 맹호도이지요. 나중이 국립중앙박물관이 거금을 주고 사들였지만 미군에 의해 흩어진 문화재도 부지기수예요. ●“미군정기와 6·25 전쟁서 문화재 수난도 어머어마”- 6·25 한국전쟁 때도 문화재가 많이 파괴·유출되었다.☞ 6·25 때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파괴됐지. 성보문화재(불교문화재) 파괴가 가장 심했지요. 유엔군이 주민 소개령을 내리고 초토화작전을 펼쳤던거죠. 소개령이 떨어지니 사찰에선 중요 유물들을 갖고 나옵니다. 작전이 끝나고 돌아가보면 절은 없어지고 재만 남은 거예요. 그러면 그 유물들이 절로 들어가지 못하고 흩어진 것이죠.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오래된 절인데 건물만 새로 짓고, 유물이 없는 사찰이 많아요. 또 부산으로 피난 간 문화재는 극히 일부인데, 이마저도 용두산 대화재로 많이 불타버렸지요. 미처 피난하지 못한 우리 문화재는 미군들이 찾아내 저희들끼리 나눠 가졌습니다. 예를 들면 종묘에 있는 옥새와 금보(金寶·선왕이나 선비에게 올리는 추상존호를 새긴 도장) 이런 것이 상당히 분실됐지요. 1952년 신문을 보면 미군들이 옥새와 금보를 금은방에 가져와 감정해달라고 하다가 다른 미군에 의해 검거되는 그런 기사가 몇건 나옵니다. - 그 이후엔 문화재 수난이 더 없었나.☞ 1960~70년대에는 왠 도굴이 그렇게 많았는지 모르겠어요. 그때, 일본인 밑에 따라다니면서 도굴을 배운 기술자들이 그렇게 많이 도굴을 해요. 일재 잔재지요. 심지어는 집 짓는다하고 장막을 두르고 밤에 도굴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유물은 1970년대엔 이삿짐으로 위장해 미국에 갖다나르다 적발된 경우가 많지요. 유물을 모조품처럼 가장해서 밀수출하다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본 밀수전문가들과 한국의 중간 브로커들하고 짜고 가져간 것도 감당을 못할 정도로 많지요.- 지금까지 수난당한 문화재는 몇 점이 되나.☞ 1981년부터 올 4월까지 조사해 파악한 국외유출 문화재는 17만 2300여점에 이릅니다. 이것은 관공서·도서관·박물관 등 공식기록을 비교 조사한 것입니다. 임진왜란 당시를 포함한 것으로 낙랑시대부터 구한말까지의 유물입니다. 제 조사는 관공서 위주여서 개인소장은 거의 포함돼 있지 않거든요. 오구라가 반출한 문화재의 경우에는 극히 일부인 1100여점만 도쿄박물관에 기증됐고, 나머지 수천점은 일본 전역에 흩어져 있어요. 이런 식으로 개인이 소장한 것을 포함하면 100만점이 해외에 떠돌고 있지 않겠느냐고 추산합니다. ●“파악된 수난 문화재 17만 2300여점···실제론 100만점 넘을듯”- 국외 유출 문화재를 환수하려면 어떻게.☞ 현재 파악된 17만 2300여점은 물론이고 앞으로 소재가 확인되는 문화재에 대해 정부와 민간단체가 합심하여 경로 추적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 하기엔 너무 벅차지요. 어떤 과정을 거쳐 발굴해 소장했느냐는 경로 파악을 위해 고적 조사자료, 잡지에 실린 논문, 신문기사 한 줄까지도 축적해 종합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이렇게 계속 쌓아나가다 보면 불법성 드러날 것입니다. 불법성이 드러난 것은 환수 운동을 펼칠 수가 있는 것이지요. 한일협정 때의 ‘청구권 포기 규정’ 때문에 정부가 일본에 공식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 환수 부분은 민간단체가 적극 나서야지요. 정씨는 “문화재는 미래 세대에 전해야 할 귀중한 유산”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혼이자 공동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남아 있는 문화재 가운데 우리 손으로 파괴하는 것 즉, 함부로 관리하고 방치한 것은 없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좋은 것만 나열…백화점식 저출산 정책 전면 재설계해야”

    “좋은 것만 나열…백화점식 저출산 정책 전면 재설계해야”

    주거 복지·청년 고용 활성화 등과 혼재 흩어져 있는 인구정책 컨트롤타워 필요정부가 오는 10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을 대체할 장기계획을 구상하는 가운데 ‘백화점 나열식’ 정책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내년에 시행할 단기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난 정책처럼 백화점 나열식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2005년 제정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따라 이듬해부터 5년마다 수립한 인구정책이다. 이 계획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2008년 1.19명에서 지난해 1.05명으로 떨어졌다. 김종훈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20일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제3차 기본계획 중 일부는 저출산과 연결되지 않고 보기만 좋은 사회정책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청년고용 활성화 대책’은 노동시장 수급 변화에 대응하는 고용 대책으로 출산율 제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혼부부 주거지원 강화’는 주거복지 사업에 가깝지만 저출산 대책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그럼에도 지난달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지원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한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반대로 임신·출산에 대한 사회적책임 강화, 돌봄 지원 체계 구축, 육아휴직 등 모성보호 제도는 직접적인 저출산 대책이지만 ‘좋은 게 좋은 식’으로 정책이 혼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바람직한 정책 원리를 골고루 반영해 좋은 정책 수단을 담은 인구정책은 무능한 정책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다. 김 위원은 “인구정책이나 저출산·고령화 대응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부처에 산재해 있는 인구정책적 요소를 모아 조정, 조율, 관리해야 할 주체가 정부 조직에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그 역할을 맡을 인구정책 컨트롤타워가 어떤 형태여야 하는지, 얼마만큼 권한과 책임이 부여돼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유효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일본은 ‘1억 인구 총활약상’ 등이 정책 권한을 틀어쥐고 있지만 우리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영향력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소득 보장, 일자리와 고용, 보건의료, 교육 분야는 해당 정책 영역으로 복귀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며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라는 개념 대신 개인과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목표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서부산의료원 건립사업 속도....10월 예비타당성 신청

    서부산의료원 건립사업 속도....10월 예비타당성 신청

    서부산권의 의료격차 해소와 재난 의료 거점 공공병원 확보 등을 위해 설립을 추진 중인 서부산의료원 건립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오는 10월 기획재정부에 서부산의료원 건립 사업을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부산시에따르면 서부산의료원 설립을 위해 지역실정에 맞는 특화된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전문용역기관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타당성 용역 실시했다. 그결과,투자 측면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비용대비 효과 분석인 B/C 가 1.01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에따라 보건복지부는 부산시의 용역 결과 등을 바탕으로 자체 심의를 벌여 오는 10월 서부산의료원 건립사업을 국비 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기획재정부에 신청하기로 했다.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되면 한국개발연구원이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 평가해 사업시행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부산 사하구 신평동 신평지하철역 공영주차장에 건립 예정인 서부산의료원은 국비와 시비 등 2187억원을 들여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으로 지어진다. 이병문 부산시 보건 위생과장은 “정부 승인을 받기 위한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철저한 자료준비와 대응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 선정과 통과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메디컬 인사이드] 간암 환자 30%는 술 때문이야… ‘술푼 간’의 비명

    [메디컬 인사이드] 간암 환자 30%는 술 때문이야… ‘술푼 간’의 비명

    말기인 4기 사망 위험 1기보다 7배 종양 3㎝ 이하 땐 완치될 확률 높아 지방간·간염 등 환자 반드시 금주를간암은 국내 발생률 6위의 암으로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질병입니다. 대다수 일반인은 ‘술’이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학계 전문가들은 ‘B·C형 간염’을 훨씬 더 중요한 원인으로 꼽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왔습니다. 간암 환자 10명 중 3명, 적지 않은 비율로 술이 중요 원인으로 꼽혔습니다. 최근 신상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2010년 간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4596명의 진단 정보와 치료 정보를 분석했습니다. 분석 결과 간암 환자 평균연령은 59.2세로 50대가 31.5%, 60대가 28.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간암은 나이가 들면서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병으로 주로 중·노년층 환자가 많습니다. 간암 환자 중 B형 간염 환자는 63.9%, C형 간염 환자는 12.6%였습니다. 그런데 환자의 31.8%는 알코올성 간 질환을 앓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학계에서는 보통 음주로 인해 발병하는 간암의 비율을 10% 정도로 보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알코올성 간 질환을 경험한 것입니다. “술을 많이 먹어도 간암에 걸릴 위험은 낮다”고 되레 큰소리치던 애주가들의 변명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 합니다. 간암 환자의 사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진단 시기였습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사망 위험이 높아졌고 성별 사망 위험 차이는 거의 없었습니다. 말기인 4기 환자는 1기와 비교해 사망 위험이 7배나 높았습니다. 1기의 평균 생존 기간은 5년 2개월, 2기는 4년 8개월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3기는 2년 10개월로 절반 가까이 낮아졌고 4기는 1년 2개월에 불과했습니다. 1·2기 간암 환자는 절반이 5년 10개월~6년 8개월 사이에 사망했습니다. 3기는 절반이 사망하는 시점이 1년 8개월~2년 6개월로 훨씬 짧았습니다. 이렇게 병기별로 사망 위험 격차가 큰 이유는 간암 특유의 전이 위험 때문입니다. 원종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19일 “간암은 혈관 침범이 다른 암보다 많다”며 “혈관 침범은 암이 커질수록 점점 더 심해지기 때문에 암의 크기가 작을 때 미리 치료해야 다른 장기로 전이될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사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원 교수는 “종양 크기가 3㎝ 이하이고 조기에 발견하면 더이상 암으로 부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완치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습니다.그런데 간암은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상복부에 통증이 있거나 덩어리가 만져지고 복부 팽만감,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이 나타나면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됐을 때가 많습니다. 이경근 한양대병원 외과 교수는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복부 팽만감을 동반한 복수(腹水)는 간암이나 만성 간질환 진행 정도가 중등도 이상일 때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릅니다. 김범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심지어 간 기능의 절반이 망가져도 간은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며 “때문에 정기적인 간 검진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가 간암검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40세 이상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40세부터 정기적으로 간암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간경화증이 있으면 진단 시점부터 검진을 받는 게 좋다고 합니다. 간암 검사는 주로 혈액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동시에 받는 것이 좋습니다. 검진 간격은 6개월입니다.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간, 간염, 간경변 등 알코올성 간 질환은 50대 남성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김 교수는 “몸으로 흡수된 알코올 성분은 간세포에 지방을 축적시키고 알코올이 분해될 때 나오는 중간 단계 물질이 간세포를 손상시킨다”며 “따라서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술을 끊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많은 분들은 “나는 이미 늦었다”고 포기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하루라도 빨리 음주 습관을 교정하면 간암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합니다. 김 교수는 “특히 알코올성 지방간만 있는 초기 간 질환자는 금주를 하면 쉽게 완치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간암은 수술 환자 비율이 20% 정도에 그칩니다. 만성 간염 환자가 많기 때문에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 교수는 “간동맥색전술, 고주파열치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뿐 아니라 간이식도 활발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대륙의 위협’ 한·중 기술 격차 1년으로 줄어

    ‘대륙의 위협’ 한·중 기술 격차 1년으로 줄어

    한·중 기술 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 제품의 가격경쟁력도 올라가고 있다. 한국의 수출이 불안하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한재진 연구위원과 김수형 연구원은 19일 ‘한·중 수출구조 변화 비교와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120개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한 한·중 기술 수준 격차는 2014년 1.4년에서 2016년 1.0년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전자·정보·통신 기술 격차는 0.3년 줄었고 의료는 0.5년, 바이오는 0.2년 축소됐다. 중국이 앞서 있던 항공우주 부문에선 기술 격차가 4.3년에서 4.5년으로 0.2년 늘었다. 한·중의 수출 경쟁 구도도 심화되고 있다. 전체 수출 품목에서 한·중 수출경합도지수(ESI)는 2000년 0.331에서 2016년 0.390으로 2000년대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ESI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의 수출 구조가 유사해 경쟁이 심화한다는 의미다. 특히 석유화학, 철강, 철강제품, 기계,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정밀기기 등 8대 주력 품목의 ESI는 2011년 이후 상승해 2016년 0.470을 기록했다. 가격경쟁력에서 한국이 뒤처지고 있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우려로 위안화 가치는 떨어지고 있지만 북한 리스크 축소 여파로 원화 가치 하락폭은 다른 신흥국보다 크지 않다. 보고서는 “기술 투자, 연구개발(R&D) 지원, 원천 기술에 대한 개발 사업 확대 등 정부 주도의 기술경쟁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수출 구조를 개선하고 인도·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 시장 진출 등으로 수출 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불안하고 늦춰지고 쥐꼬리… 이런 연금을 30년 내라고?

    불안하고 늦춰지고 쥐꼬리… 이런 연금을 30년 내라고?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지난 17일 제안한 국민연금 개혁안에 국민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연금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지난 일주일 새 800건이나 올라왔다. 제도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공감하면서도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보험료도 계속 인상해야 한다는 점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분노는 단순히 보험료 인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국민들의 분노는 “내가 보험료로 낸 돈을 앞으로 못 받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됐다. 국민연금법 제3조는 ‘국가의 책무’에 대해 ‘연금급여가 안정적·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했을 뿐 지급 보장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도발전위원회는 이번 개혁안에서 “현재처럼 (지급 보장을) 명문화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못박았다. “국가가 지급 보장을 하기 때문에 굳이 명문화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였다. 위원회는 “국민 반발이 너무 거세면 ‘추상적 보장 책임’을 명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지급 보장 논의는 동력을 잃게 됐다. 위원회를 전면에 내세운 정부의 속내는 더 복잡하다. 미래 세대를 거론했지만 내부적으로는 국민연금법에 지급 보장을 규정하는 순간 국가 잠재부채(충당부채)가 급증해 대외신인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더 앞선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을 다른 특수직역연금과 비교하면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 않다. 2200만명이 가입한 국민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109만명)과 군인연금(18만명), 사학연금(28만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급 보장 조항을 근거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에는 지난해 각각 2조 3000억원, 1조 40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공무원연금은 2015년 개혁으로 그나마 지급률을 1.9%에서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7%로 낮추고 보험료율은 7.0%에서 5년간 9.0%로 높이기로 하는 등 ‘더 내고 덜 받는’ 개혁을 했다. 그러나 군인연금은 지급률 1.9%, 보험료율 7.0%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개혁 무풍지대’다. 이 연금들에는 앞으로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더 투입돼야 한다. 반면 특수직연금을 떠받치기 위해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법적인 보장이 없다. 이런 차이 때문에 이번 개혁안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정부는 “국민연금은 반드시 국가가 지급한다”고 강조하지만 ‘차별’이라고 여기는 민심을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다. 정용건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 지급 보장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독일 등은 적립금을 쌓아두지 않고 그해 보험료를 걷어 가입자에게 주는 ‘부과방식’을 채택했다. 그래서 지급 보장 명문화가 필요없다. 그렇지만 우리가 부과방식으로 갑자기 전환하면 보험료 부담이 급격히 커진다. 현재 9.0%(직장가입자 4.5%)인 보험료율이 3배 이상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서 위원회는 당분간 현재의 ‘부분 적립방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냈다. 2088년까지 국민연금 기금 ‘적립배율’(국민연금 지출 대비 적립금 규모)을 1배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별 제도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단순히 “다른 나라도 지급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대는 것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수의 국민들은 공무원연금과 달리 ‘쥐꼬리 연금’, ‘용돈 연금’이라는 비아냥을 받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이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문제를 거론한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올해 45.0%이지만 실질 소득대체율은 지난해 기준 24.0%에 그쳤다. 월평균 연금액으로 환산하면 52만원에 불과하다. 이것도 이론적인 분석일 뿐 지난해 국민들의 연금 실수령액은 월평균 37만원에 그쳤다. 공무원연금 수령액은 242만원이다. 물론 ‘퇴직금’ 명목으로 국민연금보다 훨씬 많은 보험료를 내는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직접 비교해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하지 않다. 소득 상승으로 국민연금 수령액도 앞으로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다른 노후보장 체계의 한 축인 ‘퇴직연금제도’가 부실하다는 점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2005년 정부가 도입한 퇴직연금은 올해 3월 기준 재정 169조원, 가입자는 540만명에 이를 정도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 퇴직자의 97.8%가 일시금으로 수령해 실상은 ‘천덕꾸러기’다. 지난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1.9%에 그쳐 621조원 규모인 국민연금 수익률(7.3%)의 4분의1에 불과했다. ‘연금’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게 무색할 정도다. 상황이 이런데도 운용 활성화 책임이 있는 정부는 근본적인 수익률 개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제도발전위원회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퇴직연금을 서로 연계해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할 수 있게 범부처 논의기구인 ‘노후소득보장위원회’(가칭)를 꾸릴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을 뿐 구체적 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가입자는 퇴직금 명목으로 받는 연금에 예산 지원 혜택까지 받고 있어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공적연금을 통합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을 통합했다. 윤홍식 인하대 행정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특수직역연금까지 모두 흡수해 단일연금 체계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혁안에 결국 연금수급 개시 연령의 연장 방안이 포함된 것도 국민 불만을 키운다. 문재인 대통령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거듭 “연금 지급 시기 연장을 고려한 적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위원회는 ‘67세’로 지급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공식 거론했다. 현재 45%인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40%로 낮추는 현행 규정을 유지(2안)하되 2028년까지 10년간 보험료율을 현행 9.0%에서 13.5%로 올린 다음 더이상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마련된 대책이다. 이렇게 하면 재정 안정을 위해 2033년 65세인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2043년까지 5년마다 1세씩 67세로 연장해야 한다는 것이 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래도 재정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보험료율 인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으로 규정대로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지 않고 45%를 유지(1안)하면 내년에 당장 보험료율을 11.0%로 올려야 하고 기금 적립배율 1배가 흔들리는 2034년에는 12.3%로 인상해야 한다. 이후에도 5년마다 한 번씩 보험료율 인상 논의가 불가피해진다. 1안은 보험료를 점차 더 내지만 ‘더 받는’ 방안이다. 하지만 많은 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낸 것보다 적게 받는다’고 오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조금만 마찰이 생기면 늘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오히려 커졌다”며 “국민들이 연금제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조금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후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도록 새로운 정책 지향점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개혁안에도 기초연금 연계 감액제도 폐지(노인), 출산 크레디트(여성)·군복무 크레디트(청년) 확대 등 보완책이 담겼지만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노후의 소득 보장이라는 목표 아래 부담은 낮추고 소득은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원점 상태에서 총점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미움받을 용기’ 없는 국회,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시킬까

    ‘미움받을 용기’ 없는 국회, 국민연금 개혁안 통과시킬까

    전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장치인 국민연금을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쪽으로 제도개편을 해야 한다는 밑그림이 나왔지만, 행후 입법화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여야 정치권이 개혁방안에 합의하지 못해 연금개혁안이 표류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4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와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발전위원회 등은 추계 결과, 국민연금기금이 2057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추산했다. 소진 시기를 2060년으로 잡았던 2013년 3차 재정추계 때보다 3년 앞당겨졌다. 정부는 국민의 거부반응을 의식해 이 방안은 어디까지나 민간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묶은 정책자문안일 뿐 정부안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방안을 포함해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 의견을 수렴해 올해 9월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해 10월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민연금 개편방안이 현실화하려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게 복지부 안팎의 관측이다.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재정안정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기성세대와 현세대, 미래세대가 서로 고통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현재 ‘낸 돈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 재정구조를 ‘적정 부담-적정 급여’체계로 바꿔야 하고, 그러려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것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적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보험료 인상 등은 없을 것”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상태여서 해법 찾기가 난망할 것으로 보인다. 소득의 9%인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일본(17.8%), 독일(18.7%), 영국(25.8%), 미국(13.0%), 노르웨이(22.3%) 등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보험료를 올리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었다. 애초 1988년 연금제도 도입 때부터 ‘보험료율 3%,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노후 연금수령액 비중) 70%’로, 보험료보다 워낙 후하게 지급하는 체계로 짜여있었기에 수지균형을 이루려는 조치였다. 1997년 1차 연금개편 때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2.65%까지 올리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가입자들의 반발에 부딪쳐 스스로 포기했다. 2003년 10월 노무현 정부는 16대 국회에서 15.90%까지 보험료를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낮추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됐다. 하지만 국회가 교체되는 어수선한 시기에 제대로 논의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하고 폐기됐다. 2004년 6월 정부는 원안 그대로 17대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여야 간 공방 끝에 공전했다. 2006년 보험료를 12.9%까지 올리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2007년 2월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그 대신 보험료율은 9%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득대체율만 60%에서 4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채택됐다. 결국 주무장관이었던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개혁 실패 책임을 지고 2007년 5월 장관직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2013년 7월 정부는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13∼14% 올리는 다수안과 현행대로 9%로 묶는 소수안의 복수 개편안을 마련했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백지화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했지만 5년에 3%포인트씩 두 차례 올라 1998년 9%가 됐고 지금까지 20년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 모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하지 않았다. 이번 정부의 연금개편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정치적 이해관계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총선(2020년)과 대선(2022년) 등의 굵직한 정치일정에 발목이 잡혀 방치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전문가들 “연금개편, 국민 불신·오해부터 해소해야”

    전문가들 “연금개편, 국민 불신·오해부터 해소해야”

    17일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제도개선 자문안이 공개되자 국민연금을 둘러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재정고갈 시기가 당초보다 3년이나 앞당겨지면서 ‘더 많이,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편될 것으로 보여서다. 국민연금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 불신을 해소하고,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하 순천향대 정보기술(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의 틀을 넘어 소득보장제도 전체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민연금뿐 아니라 기초연금, 퇴직연금, 공무원연금 등을 모두 포함해 전 국민의 노후 소득보장을 고민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후 소득보장이라는 목표 아래 부담은 낮추고 소득은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원점 상태에서 총점검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추상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국민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다 같이 재원조달을 분담하고 주어진 재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을 연금 개혁의 걸림돌로 봤다. 석 교수는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젊은 세대 역시 납입금 대비 수령액 비율인 ‘수익비’는 현재 연금 수령 세대에 비해 낮을 수 있으나 실제 수령액 규모를 살펴보면 손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활용해 국가의 소득보장 범위를 확대하는 등 큰 틀에서 통합적으로 평가하고 설계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우창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기금, 정부의 고른 재원조달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국민이 내는 보험료는 3~4%,기금운용의 수익률은 일부 위험자산을 늘리는 식으로 0.5~1.0% 정도 각각 올리고 정부가 1년에 2조~3조원을 50년 이상 꾸준히 지원하는 등 몇 가지 재원조달 방안을 적절히 조합하면 항구적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더는 국민연금 개혁을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 연구위원은 “국민연금 개혁은 미룰 만큼 미뤘다. 홍역은 한번은 앓아야 하는데 계속 미루다가는 홍역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며 “우선 자문위가 치열하게 논의한 내용을 듣고 우리 사회가 중립적으로 논의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노인 기초연금 확대가 소득분배 효과 가장 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세·재정 정책 가운데 기초연금 확대가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왔다. 소득 하위 가구 가운데 노인 가구와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보다 적극적인 소득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공동으로 ‘소득분배의 현황과 정책 대응’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망센터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초연금 확대, 아동 수당 도입, 소득세율 인상 등 3가지 정책이 소득재분배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기존 20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되는 기초연금 확대가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컸다. 기초연금 확대로 인한 평균 수혜 증가 폭은 18만 6000원이었고, 특히 소득 10분위를 기준으로 가장 낮은 1분위(하위 10%) 가구는 평균 45만원, 2분위 46만 1000원, 3분위 32만원으로 저소득 가구가 정책 수혜를 입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 센터장은 “1~3분위에 고령 인구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저소득 가구의 수혜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반면 다음달부터 만 6세 미만 아동이 있는 가구에 월 10만원(1인당)씩 지급되는 아동 수당은 가구당 평균 18만원 정도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 분위별로는 중산층 이상인 8분위 가구가 평균 37만 6000원으로 가장 큰 정책 수혜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고, 9분위 가구(26만 5000원)가 다음으로 높았다.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토론회에서 발표한 ‘가구소득 불평등의 동향과 특징’에 따르면 소득 5분위를 기준으로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에 속한 가구 중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비율이 해마다 늘어 올 1분기 기준으로 67.8%를 차지했다. 아울러 1분위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58.9%(1분기 기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28.4%)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강 연구위원은 “저소득 가구는 취업자의 주 소득마저 감소하고 있다. 빈곤 가구를 돕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빈곤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면적이고 확장된 소득분배 개선 정책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中, 유엔 분담금 세계 2위…입김 세진다

    中, 유엔 분담금 세계 2위…입김 세진다

    향후 3년간 예산 분담률 12%…日에 역전 재정 밀린 日, 안보리 상임국 진입 힘들 듯 한국은 2.0%… 193개 회원국 중 13번째중국이 내년부터 유엔의 정규예산 분담률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두 번째 국가가 된다. 그만큼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다. 유엔 재정 공헌도에서도 미국과 함께 명실상부한 ‘G2’가 되는 셈이다. 15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유엔 분담금위원회의 ‘2019~2021년 국가별 정규예산 분담률’ 산출 결과, 중국은 내년부터 3년간 유엔 전체 예산의 12.005%를 부담하게 됐다. 이는 2016~2018년 7.921%에 비해 4% 포인트 이상 상승한 것으로, 미국(22.000%)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반면 일본은 9.680%에서 8.564%로 낮아지며 분담률 순위가 3위로 내려갔다. 4위와 5위는 각각 독일(6.090%)과 영국(4.567%)이다. 유엔 분담금은 매년 회원국들이 지불하는 정규예산 재원으로 3년마다 유엔 총회를 통해 결정된다. 나라별로 얼마만큼을 부담할지는 전 세계 국민총소득(GNI) 합계에서 각국이 차지하는 비율에 근거해 산정한다. 단 정해진 계산식에 의해 같은 경제 규모라도 선진국의 부담액이 개발도상국보다 더 높게 책정된다. 분담률은 기본적으로 유엔 내 영향력을 말해 주는 지표로 인식된다. 올해 한국의 분담률은 전체 13위인 2.0%다. 북한은 0.005%로 193개 회원국 가운데 134번째다. 중국과 일본의 순위 역전은 갈수록 벌어지는 양국 간 경제력이 반영된 결과다. 중국의 경제 규모는 2010년 일본을 추월한 이후 지난해에는 2.5배까지 격차를 벌렸다. 일본은 약 20년 전 분담률이 최대치였을 때에는 20%가 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은 높은 재정 공헌도 등을 이유로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 넣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 마이니치는 “일본은 2016년부터 유엔 평화유지군(PKO) 예산에서도 중국에 밀리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유엔 정규예산에서도 존재감이 떨어지게 됐다”며 “이로써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입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욱 저하될 가능성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면서 “현 상황을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여 다양한 다자 간 외교의 추진 등 면밀히 대응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가 소식통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의 개발도상국을 상대로 일본과 중국이 치열한 외교·경제적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 중국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열린세상] 우리 파이를 남들이 다 가져가면 뭘 먹고 살지?/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열린세상] 우리 파이를 남들이 다 가져가면 뭘 먹고 살지?/이은우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2016년부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하고 있는 말 중 하나가 4차 산업혁명일 것이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작년과 올해 5월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현재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는가’란 동일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2017년에는 전체 응답자 2350명의 89%가, 2018년에는 2761명의 81%가 ‘그렇다’고 답했다. 즉 설문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인들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드론 등의 첨단과학기술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 혁명을 주도하는 나라가 새롭게 창출될 맛있는 파이를 선점하고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즉 기술천하지대본(技術天下之大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우리 정부나 기업도 이를 인식하고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해 왔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4.23%(2016년)로 4.25%인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총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69조 4000억원으로 세계 5위 수준이다. 국회나 정부는 이와 같은 높은 투자 수준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성과가 미진하다고 과학기술계를 다그치고 있다. 사실 연구개발 투자의 효과가 저조한 것은 우리 과학기술자들이 능력이 뒤처지거나 노력을 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과학기술자들을 둘러싼 연구개발 환경과 기술 실용화 제도상의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연구개발 성과 창출을 저해하는 가장 중요한 구조적 문제 중 하나가 과잉 규제다. 대표적인 것이 생명윤리 규제와 개인정보 이용에 관한 규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와 완전히 격리돼 있어서 경쟁이 필요 없다면 규제를 하더라도 생존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국가와 기업의 생사가 달려 있는 경쟁력의 핵심이며 세계 어느 곳이든 먼저 핵심 기술을 개발·활용하는 자가 절대적 우위를 가지게 된다. 미국·중국·일본 등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첨단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데 국민소득 3만 달러에 불과한 한국에서 미국이나 유럽 등의 선진국보다 훨씬 엄격한 생명윤리 규제를 적용하고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로 첨단생명공학과 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이 가로막힌 형국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유전자가위 기술 연구자들은 국내 규제를 피해 미국에 가서 실험을 하고, 미국·일본·중국 등이 데이터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동안 디지털 선진국인 우리나라는 방대한 개인정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위험을 너무 크고 심각하게 받아들여 이를 방지하는 데 몰두하는 동안 우리가 차지할 수 있는 크고 맛있는 파이를 다른 나라들이 다 가져가는 것을 보고만 있어야 하는지? 기술 경쟁에서 낙오하면 생명윤리나 개인정보 보호가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있을까?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낙오하면 우리는 도대체 뭘 먹고 살아야 하나? 우리나라가 추격자였을 때는 선진국의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에 위험에 대해서는 당연히 규제가 따라야 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길을 가야 하기 때문에 우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실용화하는 데 집중하면서 생길 문제에 대해서도 병행해 관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이다. 규제개혁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 바로 기존 이익집단의 저항 문제다. 이익집단의 저항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느냐가 규제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규제의 신설 또는 혁파로 인해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보는 집단의 이해득실을 정확히 파악한 뒤 사회 전체의 이익이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이해 당사자들의 손익을 서로 수긍할 수준으로 조정해 타협점을 찾아야 긍정적인 추동력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정부에서 영국의 ‘붉은 깃발 법’의 예를 들면서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 규제 혁파의 의지를 보이는 것은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지만,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규제 혁파로 4차 산업혁명의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온 국민이 함께 나눌 커다란 파이를 맛깔나게 굽는 장면을 꿈에라도 보고 싶다.
  • ‘朝鮮’ 지도의 나라

    ‘朝鮮’ 지도의 나라

    대동여지도 원본 전체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서 10월까지조선시대는 ‘지도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많은 지도와 지리서가 제작·편찬됐다. 중앙집권 체제였던 조선왕조에서 지도는 효율적인 통치와 전쟁 등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 자료였다. 실용적인 목적 외에 감상을 위한 용도로 제작되기도 했다. 지도에는 각 고을의 위치와 경계, 산천의 형세, 도로의 연결관계 등 기본 정보 외에도 조선시대 사람들의 국토관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 500년 조선왕조의 공간과 시간, 인간의 흔적을 기록한 지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14일 개막하는 특별전 ‘지도예찬’은 조선시대 지도를 새롭게 조망하기 위해 마련된 대규모 전시다. ‘동국대지도’(보물 제1582호), ‘대동여지도’ 목판(보물 제1581호) 등 중앙박물관 소장품 외에도 국내 20여개 기관과 개인이 소장한 지도와 지리지 260여점이 관객들을 맞는다. 전시 1부에서는 동아시아 중심의 세계 질서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했던 조선의 ‘공간’을 담은 지도가 소개된다. 조선의 국토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 주는 ‘조선방역지도’(국보 제248호), 국제 정세를 파악하려 했던 조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서북피아양계만리일람지도’(보물 제1537-1호), ‘일본여도’(보물 제481-4호) 등의 자료를 볼 수 있다. 과거로부터 축적된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는 지도는 2부에서 만날 수 있다. 세계지도 ‘천하고금대총편람도’나 전국지도 ‘조선팔도고금총람도’에는 역대 왕조의 변천과 역사적 사건들이 함께 수록돼 있다. ‘경주읍내전도’에는 조선 사람들이 바라본 신라의 고도 경주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3부에서는 통치를 잘 하려는 바람, 국토 수호에 대한 의지, 태평성대를 추구하는 마음 등 인간의 다양한 소망이 투영된 지도를 선보인다. ‘청구관해방총도’(보물 제1582호)와 같은 국방 지도나 ‘평양성도’, ‘전라도 무장현도’ 등의 회화식 지도가 대표적이다. 지도가 널리 사용되면서 등장한 작은 크기의 ‘수진본 지도’나 ‘명당도’ 등의 풍수 지도는 일상에서 사용된 지도의 실례를 잘 보여 준다. 아울러 조선 지도의 기틀을 마련한 조선 전기 문신 정척과 양성지, 18세기 ‘동국대지도’를 만들어 대형 전국지도를 크게 개선한 조선 후기 지리학자 정상기, ‘청구도’(보물 제1594호)와 ‘대동여지도’(보물 제850호) 등 조선지도학을 집대성한 조선 후기 실학자 겸 지리학자 김정호가 만든 명품 지도들을 접할 수 있다. ‘해좌전도’, ‘천하대총일람지도’, ‘팔도도 중 경상도 지도’, ‘관동방여 중 울릉도·우산도(독도) 지도’ 등 공개된 적이 없는 중요 지도와 지리지도 대거 소개된다. 특히 아파트 3층 높이로 펼쳐진 ‘대동여지도’ 원본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도 마련돼 있다. 오는 10월 28일까지. 4000~6000원. 1699-0361.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히드로 입국 심사 기다리는 데 2시간 36분 걸리면 어떨까

    히드로 입국 심사 기다리는 데 2시간 36분 걸리면 어떨까

    영국 런던의 관문인 히드로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느라 2시간 36분 줄을 선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지난달 6일(이하 현지시간) 유럽경제구역(EEA)이 아닌 나라의 여행객들이 이렇게 오랜 시간 줄을 선 채로 대기했을 정도로 이 공항의 입국 심사 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BBC가 13일 전했다. 같은 달 30일과 31일에는 EEA가 아닌 나라에서 온 여행객들의 95%가 당국이 약속한 45분 이하 대기 목표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연합(EU)과 EEA, 스위스인은 안면 인식과 여권 스캔으로 입국 수속을 밟을 수 있는 전자 게이트를 이용할 수 있지만 그 밖의 나라 국민들은 여권 심사관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이 통계를 취합한 버진 애틀랜틱은 승객들이 “절망했다”고 전했다. 크레이그 크리거 사장은 보안과 안전이 최우선이란 점에 동의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영국보다 훨씬 입국 절차를 잘 관리하고 있다며 “이렇게 납득할 수 없이 긴 줄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국경수비대뿐”이라고 농을 섞었다. 이어 “영국이 세계에 친기업적이란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 이 때 정부와 국경수비대는 매순간 모든 방문객에게 좋은 첫인상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존 홀랜드 카예 히드로공항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내무부가 “위험이 적은 나라들, 에를 들어 미국” 국민들은 전자 게이트를 이용하게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지난 주 브리티시 에어웨이의 알렉스 크루즈 사장은 일간 더 타임스에 편지를 보내 정부가 히드로 공항의 “국경의 코미디”를 다뤄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2시간 줄 서는 일이 빠르게 보통의 일이 되고 있다”며 비(非) EEA 여행객들의 처리 목표 시한을 넘긴 것이 올해 들어 지금까지 6000번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 내무부는 지난달 특히 상황이 좋지 않았던 것에는 컴퓨터 오작동 말고도 심사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어르신이나 어린이들의 입국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선을 다해 대기 시간을 줄이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조국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국경에서 수행해야 할 필수적인 체크를 느슨하게 하는 타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국경수비대가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고 여름이 지나면 히드로 공항에 추가 인력 200명이 배치돼 있을 것을 보장한다”고 덧붙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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