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4대입법 강·온 갈등
국가보안법을 비롯한 4대 입법의 운명을 바라보는 열린우리당의 ‘현재’는 서로 으르렁거린다.
“한나라당이 끝내 반대하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라도 밀어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强)이라면,“야당이 완강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처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온(穩)이다.
그런데, 이런 강과 온은 ‘과거’를 바라보는 자리에서 기묘하게 화해한다. 그 코드는 후회다.‘강’이 “지난 9월 노무현 대통령이 국보법 폐지 입장을 밝혔을 때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푸념하면,‘온’은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지난 10월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전에 과거사 진상규명법이라도 통과시켰여야 했다.”고 한숨짓는다.
과거의 후회는 현재의 긴장보다 솔직하다는 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데는 아무래도 과거를 동원해야 할 듯싶다. 후회는 현실적 불가능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의 사선(射線)에서 ‘강’을 역설하는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4대 입법이 연내에 가능하겠느냐.”는 ‘가능성’의 질문 앞에선, 하나같이 위축된다.“되든 안되든 해야죠.”가 기자가 들은 가장 낙관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이런 빈곤한 솔직함마저 공식석상에 나오면 지조를 잃고 만다. 웬만한 ‘온’도 카메라 앞에서는 ‘강’으로 화장하기 십상이다.
지난 26일 국보법 등의 연내 강행 처리를 주장하는 당내 강경파 초선 의원들을 만나 “연내 처리 사실상 불가”를 토로했던(서울신문 11월29일자 보도) 천정배 원내대표는 29일 아침 상임중앙위원회 석상에서는 ‘강’을 역설했다.“한나라당이 끝끝내 (국보법) 상정조차 거부한다면 국회법에 규정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4대 입법의 연내 강행처리에 무게를 싣는 당내 시각은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천 대표가 이날 밝힌 ‘강’은 섬뜩하기보다는 쓸쓸한 느낌을 준다.
‘강’이 ‘강’답지 않은 데는, 법안 외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내년 3월 당 의장 선출 전당대회를 앞둔 당내 역학관계는 4대 입법을 바라보는 데 있어 보다 복잡한 시각을 요구한다. 재야파와 개혁당파 등 비(非)당권파는 벌써부터 “내년 전당대회에서 국보법 폐지 실패 등 당권파의 개혁 입법 실패를 심판하자는 논리를 내세울 것”이라고 벼르고 있다.
역설적인 것은 이들 비 당권파 대부분이 ‘강’의 범주에 든다는 점이다. 이들에게 4대 입법의 실패는 곧바로 당권 가도에 호재가 될 수 있다. 이런 메커니즘은, 이들이 4대 입법의 연내 처리에 그리 극렬하게 매달리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마저 던진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