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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 핫이슈&인물(2)] 국가정체성 논란

    지난 7월27일, 강정구 동국대 교수는 한 인터넷 매체에 “6·25는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며,(내전에 개입한)맥아더는 (생명과 통일을 앗아간)원수”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후 3개월 동안 온 나라는 국가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이념의 마녀사냥’이란 일부 비판 속에 검찰의 구속수사 방침, 법무장관의 불구속수사 지휘권 발동, 검찰총장 사퇴로 후폭풍이 이어졌다. 정체성 논란은 ‘어김없이’선거 쟁점으로 비화됐다. ●박근혜에게 강정구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최측근 의원은 8일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자.’라고 말했을 때도 국가 정체성 문제를 거론했지만, 당시에는 ‘한나라당=수구세력’이라는 역풍이 만만찮아 공론화시키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강 교수건은 얘기가 달랐다.”고 털어놨다. 박 대표는 강 교수의 ‘통일내전’발언에 처음부터 “우리의 가치는 꼭 지켜야 한다.”고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지난 10월18일 체제 수호를 위한 구국운동 선언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강 교수의 검찰 송치 직후 박 대표가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그런 사람들이 막 돌아다니면 대한민국 체제가 그냥 무너질 것”이라고 피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강정구에게 천정배는…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지휘로 정체성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던 지난 10월17일 동국대 비교사회학 강의실. 강 교수는 “검찰이 적법하게 법을 적용하는 법무부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면서 “천 장관은 인권의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01년 방북시 만경대 방명록 파문으로 기소된 강 교수는 “국보법 체제 하에서는 소모적 논쟁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천정배에게 박근혜는… 한나라당 박 대표는 천 장관의 불구속수사 지휘권 발동 당시 “왜 하필이면 강정구냐.”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에 천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검찰의 구속권 남용을 막을 책임이 있다.”면서 “지금의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던 시절과는 달리 더이상 중립성 시비가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환골탈태했다.”며 박 대표를 겨냥했다. 이는 “정치적 반대자를 용공으로 모는 유신독재로 회귀하려는 것”이라는 여당내 ‘박근혜 비판’과 다르지 않다. ●논란 이후 국가정체성 논란은 10·26재선거 직후 사그라들었다. 선거 직전인 14일 김종빈 검찰총장이 불똥을 맞아 중도 하차한 데 이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이 재선거 전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당시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를 지낸 한 의원은 “정체성 논란이 선거 호재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광복 60주년을 관통한 정체성 논란이 “한나라당을 필두로 한 수구보수세력의 ‘색깔론 총궐기’”(문 전 의장)로 기록될지,“정권 심장부가 앞장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파괴 기도”(박 대표)로 각인될지는 ‘분단시대’의 숙명적인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인혁당·민청학련 사건 전모] “독재정권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

    ●인혁당, 민청학련사건이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은 한일회담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셌던 1964년 8월14일 인혁당이란 반국가단체가 북한 지령을 받고 국가 전복을 시도했다고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사건이다. 서울지검 공안부 담당검사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를 거부했지만 당직 검사가 관련자 26명을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1965년 9월 대법원에서 전원 유죄판결을 받았다. 전국민주청년학생연맹(민청학련)사건은 1974년 긴급조치 4호가 발동된 상황에서 비상군법회의 검찰부가 유신반대 투쟁을 주도한 관련자 180명을 구속 기소한 사건이다. 중정이 인혁당 재건위를 그 배후로 지목해 관련자 23명 중 8명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이 2차 인혁당 사건이다.
  • 김황식 후보 “反국가단체 규정 필요”

    김황식 후보 “反국가단체 규정 필요”

    국회는 9일 김황식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박시환·김지형 등 대법관 후보 3인에 대한 검증작업에 돌입했다. 대법관 후보들의 임명동의안은 16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여야는 이날 열린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과거 판결성향을 비롯해 국보법 개폐,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사형제도 폐지 등에 대해 조목조목 캐물었다. 재산과 병역면제 문제는 큰 논란 없이 지나갔다. ●“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 열린우리당은 과거 국보법 관련 판결사례를 일일이 거론하며 보수적인 판결을 내렸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우윤근 의원은 90년대 중반 대표적인 간첩조작사건인 ‘남매간첩단’ 사건을 거론하면서 “국가 기밀을 너무 넓게 인정했다는 의견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선병렬 의원도 “국보법을 적용함에 있어 그 구성요건을 엄격히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는 기본태도를 준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보수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보수도, 진보도 아닌 중도”라고 밝혔다. 강정구 교수 발언과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에 대해서는 여야가 다시 대립각을 세웠다.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만경대방명록 사건으로 보석으로 풀려난 강 교수가 동종범죄를 저질렀다면 마땅히 구속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없는 나라는 없다.”면서 정당성을 역설했고, 신학용 의원도 “불구속 원칙을 지켜줘야 하는 법원의 직무유기로 법무장관이 대신 ‘총대’를 멘 것”이라고 거들었다. ●“강정구교수 발언 개인적으로 동의 안해” 김 후보자는 다른 질문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굽힘 없이 밝혔다. 강 교수 발언에는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밝혔다. 국보법과 관련해서는 “반국가단체 규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적단체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문제와 주로 관련돼 있기 때문에 처벌 폐지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또 대안마련을 전제로 사형제도 폐지를 옹호했고,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 주장에는 “사법권을 침해하거나 국민동의를 받을 수 없도록 행사되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여왕클럽’ 을 아시나요

    여왕 클럽’. 술집 이름이 아니다.‘여의도 왕따 클럽’으로 사사건건 지도부와 의견을 달리하고 당론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는 의원을 말한다. 지도부에겐 ‘눈엣가시’같은 존재다.‘여왕’은 여야 모두 존재한다. 우선 열린우리당에서는 ‘친노파’인 유시민 의원과 당내 중도파인 안영근 의원이 여기에 속한다. 특유의 공격적 화법으로 네티즌뿐만 아니라 당내에서도 한때 인기를 모았던 유 의원은 그러나 지금은 당내 상당수 의원들에게 기피 대상이 됐다. 이들은 ‘지적 권위주의에 바탕을 둔 독설화법’에 질린 듯하다. 한 의원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해 모두들 싫어한다.”면서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해 국보법폐지 논란에서도 지도부의 협상에 불만을 품고 농성을 주도했다. 지난 4월 전당대회를 앞두고도 ‘김근태계’의 손을 들어줘 노선싸움을 부채질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재 진행중인 친노-반노 내분 사태에서도 중심에 서 있다. 소속 의원들의 대통령 비판을 ‘당내 탄핵’이라고 몰아쳐 논란을 일으켰다. 또 기간당원제를 놓고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반발이 심하다.(기간당원제의 현실성에 회의적인)한 중진 의원은 “이번 기회에 유 의원을 털고 가자는 의원이 과반수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영근 의원은 당내 개혁 강경파로부터는 ‘보수꼴통’으로 몰리고 있다. 창당 당시 한나라당에서 당을 바꾼 5명의 인물, 소위 ‘독수리 5형제’ 출신이라 ‘출신성분’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온다. 노선갈등이 심각했던 지난 6월 사실상 개혁당파의 탈당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자신이 속한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로부터도 비난을 받아 결국 탈퇴했다. 최근에는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해 당내 분란을 더욱 부채질했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친노계가 출당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고진화 의원은 ‘왕따’가 굳어졌다. 국보법폐지 논란, 국방장관 해임결의안, 강정구 교수 파문에서도 줄곧 당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특히 지난 6월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결의안 표결 때 지도부의 ‘총동원령’에도 불구하고 혼자만 불참했다. 강 교수 파문에 대해서는 “학문과 사상의 자유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또 한번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같은 당 비례대표 출신 배일도 의원도 국보법 폐지 논란에서 폐지 기자회견까지 하는 등 지도부의 애간장을 태웠다. 행정중심복합도시 법안 처리 때도 수도권 의원들의 법사위 농성에 합류했다. 그러나 정작 해당 ‘여왕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소신’이라는 말로 ‘왕따’를 극복하려 해 네티즌을 중심으로 일정한 지지층도 갖고 있다. 고진화 의원은 자신이 배포하는 모든 자료에 ‘소신 고진화’란 말을 꼭 넣는다. 유시민 의원측도 “당을 떠나라는 말을 유 의원에게 직접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당당한 태도를 견지했다. 박준석 박지연기자 pjs@seoul.co.kr
  • 한나라 “국보법 폐지·反APEC 편향된 교육” 전교조 성토

    한나라 “국보법 폐지·反APEC 편향된 교육” 전교조 성토

    한나라당은 2일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최근 파문을 일으킨 전교조 부산지부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반대 교육자료와 관련, 특위를 구성하고 부산 현지 진상조사에 나서는 등 ‘전교조 공세’에 나섰다. ●“학교장 승인안받아… 교육부 방임” 의원들은 이날 문제의 동영상을 함께 본 뒤 전교조 홈페이지에 실린 ‘국가보안법 폐지 수업 자료’를 검토하면서 전교조를 성토했다. 지난달 31일 문제를 제기한 김기현 의원은 “학교장 승인없이 교원단체가 임의로 교육했고 교육부는 이를 방임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제주 4·3사건 수업자료에는 인두로 지지고 목을 매다는 장면 등 끔찍한 삽화가 있고 심지어 여기에 대글을 달라는 교재도 있다.”며 “특히 ‘악법 폐기 수업안’에는 고무찬양의 노래도 들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이런 편향된 의식화교육을 주입하는 것은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아기 반듯이 키우기 특위´ 구성 한나라당은 ‘우리 아기 반듯이 키우기 특위’를 구성키로 하고 전교조 자료의 교육 시행 여부, 교육감의 대처 등 진상을 파악한 뒤 대책을 촉구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전교조 공세’가 정체성 공방으로 비칠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표는 의총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반(反)APEC’ 동영상은 정치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잘 기르고 예의를 가르치는 진정한 교육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재섭 원내대표도 “색깔론으로 치부해 공방하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고 가세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정쟁 문제가 아니다.”며 “학부모 입장에서 절절한 심정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강정구교수 사건’과 언론/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지난 7월 말 강정구 교수가 한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글이 이념논란을 거쳐 검찰독립, 국가정체성 논란으로까지 진화했다. 소위 ‘강정구 교수 필화사건’에는 강 교수 주장의 타당성 논란 외에도 국가보안법과 학문의 자유, 수사기관의 구속남발과 인권문제 등 여러 가지 쟁점이 얽혀 있다. 우리는 이러한 쟁점들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통해 우리 사회를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건들이 지겨울 정도로 많이 일어났지만 이 사건이 또 문제가 된 것은,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관련 쟁점들을 생산적 논의로 이끌지 못한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역시 그렇다. 학자 한 사람의 학문적 견해가 국민을 이념적으로 분열시키는 과정에 이르는 동안 언론은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일부 언론은 역할을 다하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뉴스가치가 없는 이 사건을 처음부터 발 벗고 나서서 보도하고 원색적 사설을 남발하여 국민을 분열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런 점에서 이 사건에 관한 서울신문의 보도는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서울신문은 7월 말 강교수의 칼럼과 관련한 기사를 게재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인터넷 매체에 실린 강교수의 칼럼을 다음날 지면에 보도한 일부 보수언론의 기사에서 비롯됐다. 서울신문 10월14일자 ‘열린세상’에서 김민환 교수가 “전통적인 뉴스가치의 기준을 적용하면 강 교수의 주장은 기이성을 조금 가지고 있긴 하지만 흥미성도 사회적 중요성도 시의성도 없어 뉴스의 요건을 거의 갖추지 못한 셈”이라고 지적했듯이, 보도할 가치가 없는 것을 보도한 것이 이 사건의 시발점이었다. 일부 언론의 어젠다 설정이 성공하여 사건이 확대되자 서울신문은 10월14일자 사설을 통해 “우리 사회는 그러한 극단적인 견해에 국가안위가 위태로울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고 전제하면서 “강 교수의 주장은 학문적인 논쟁을 거쳐 공개된 검증을 하는 것이 국가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며 색깔론으로 사회가 분열될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장관의 불구속수사 지휘가 검찰총장 사퇴파문으로 이어졌던 15일자 사설에서는 “구속 만능주의 풍토는 반드시 바뀌어야 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수사와 재판에서도 명실상부하게 지켜져야 한다.”며 인권수사의 쟁점이 이념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했다. 또 17일,18일자 사설을 통해 인권수사 원칙의 문제를 국기문란으로 몰고 간 보수진영의 행태를 비판하고 사건의 근저에 있는 국보법을 아직도 처리하지 못한 정치권을 질타했다. 이처럼 서울신문은 사건이 내포한 다양한 쟁점을 생산적 논의로 이끌어가기 위해 일관된 자세를 견지해 왔다. 학생으로서, 내가 이 사건의 쟁점 중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학문의 자유에 관한 것이다.‘학문의 자유’는 서구사회에서 오랜 논쟁을 거쳐 자유사회의 근본생명으로, 진리추구의 전제조건으로, 사회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시민의 기본권으로 정립된 것이다. 또 “학문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학계와 대학사회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학문의 자유란, 연구결과물의 표현이 국가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위험성이 있는지에 대한 입증도 없이 대체로 애매모호하게 판시되는 ‘국가보안법상 이적성 여부’에 의해 쉽사리 제지당하는 자유였다. 게다가 이제는 정치권력보다 더 강력한 자본권력이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강정구 교수 제자들에 대해 취업상 불이익을 시사한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의 발언은 학생들에게 교수를 거부하라고 주문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학문의 자유가 갖는 민주주의적, 미래지향적 가치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가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언론이 이러한 논의를 선도해주기 바란다. 진정회 성균관대 경제학과 4학년
  • [사설] 정쟁이 아니라 성찰이 필요하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국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구국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하자 문희상 열린우리당 의장이 “수구보수세력들의 색깔론 총궐기”라고 맞받았다. 청와대도 나서 “되살아난 유신독재의 망령”이라고 박 대표를 공격했다. 정체성·색깔론을 둘러싼 헐뜯기를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국가보안법 개폐, 송두율 교수 사건, 맥아더동상 공방 등 시점만 다를 뿐이다. 한국정치의 퇴영성은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고 본다. 소모적 이념논쟁의 끝은 이번에도 뻔하다. 죽일 듯 대립하다가 10·26 재선거가 끝나거나 다른 쟁점이 생기면 슬그머니 사그라질 것이다. 상처만 깊게 하고, 사회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정쟁을 떠나 강정구 교수 파문을 성찰해보자. 머리를 맞대고 개선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를 제대로 짚어내 풀어줘야 국가사회가 발전하고 정치권이 칭찬받는다. 남북관계가 급격히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인식을 어디까지 용인할 것인지 먼저 정리해줘야 한다. 과거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긴 힘들다. 그렇다고 친북(親北) 행위를 무한정 허용할 수 없다. 이는 국가보안법 손질로 귀결된다. 여야가 한때 합의한 국보법 대체입법이나 대폭 개정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것으로 생각된다. 검찰 독립의 범위·방법도 차제에 구체화해야 한다. 법무부장관에게 수사지휘권을 부여한 검찰청법 규정이 검찰의 중립을 훼손하는지는 치열한 토론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과거에는 이 규정의 삭제를 요구했다가 스스로 지휘권을 발동했다는 구설에 오르고 있다. 정파를 초월해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로 보여준다.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는 있어야 한다. 다만 정치성을 띤 간섭이 안 되도록 지휘권 발동 요건을 명확히 제한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장외투쟁, 국회파행과 기자회견·성명전은 이제 그만하자. 여야 대표가 이번 사안을 논의할 TV토론을 갖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그래도 희망적이다. 말싸움에 그치지 말고 토론과 국회 논의를 통해 법·제도 개선안을 도출하기 바란다.
  • 끝없는 갈등…원인은 ‘국보법’

    끝없는 갈등…원인은 ‘국보법’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정부와 검찰은 여러 사안에 걸쳐 마찰을 빚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가보안법 문제다. ●정부 “시대에 맞게 신중적용을” 정부는 “시대의 변화와 국보법 폐지논의 등을 고려해 국보법 적용에 신중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검찰은 “국보법은 지금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실정법”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강 교수 사건도 국보법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17일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공안사건에도 검찰이 흔들림 없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지키라고 지휘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반면 김종빈 전 검찰총장은 같은 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남북 화해 등 변화가 있지만 국보법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상황으로 다른 사안과 같은 기준으로 구속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檢 “엄연한 실정법… 예외없어야” 2003년 10월 송두율 교수 사건도 갈등을 보여주는 사례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벌도 중요하지만 한국사회의 폭과 여유와 포용력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도 불구속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송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한총련 수배자 해제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일괄 해제하자.”고 했지만, 검찰은 “일괄 수배 해제와 불기소 처분은 법절차상 곤란하다.”며 반대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참여정부는 검찰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빈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노 대통령이 “검찰 수사도 불구속 수사원칙 확대라는 ‘시대정신’을 따를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반면 검찰은 남북관계가 변화했지만 체제의 안전 문제는 실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사설] 國基문란 논쟁 확대 경계한다

    이념성이 내포된 사건이 벌어지면 국가사회를 이분법으로 갈라놓는 일부 지도층의 행태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분열의 골을 메우지는 못할망정 들쑤셔서 도지게 만들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발언 곳곳에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또 존폐 논란은 있지만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있다. 그를 기소해 실정법위반 여부를 법원 판단에 맡기자는 데 검찰은 물론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 같았다. 다만 그를 구속하진 말라고 청와대와 천정배 법무장관이 제동을 걸었을 뿐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등 보수진영에서는 청와대와 천 법무의 행위를 ‘국기(國基)문란’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오늘 기자회견을 갖고 대여(對與) 구국투쟁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 교수의 돌출발언을 처리하는 과정이 자유민주주의를 뒤흔든다는 주장은 비약이다. 공안사건에서도 인신구속에 신중을 기하자는 생각이 국가 정체성을 뒤집는 잘못이라는 비난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10·26 국회의원 재선거를 겨냥한 정략이 깔려 있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득표의 유·불리를 떠나 국민들 마음을 이념으로 갈라 적개심이 가득 차게 한다면 언젠가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여권도 이념 논쟁 과열의 책임에서 비켜갈 수 없다. 현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을 이해시키지 못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반발하는 야당을 어떻게 설득하겠다는 것인가.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수구보수’,‘독극물’로 편가르기하는 습관도 버려야 한다. 오해살 부분이 없었는지 살펴보고, 검찰개혁은 무리없게 진행시켜야 한다. 대부분 이념 논쟁의 근저에는 국보법이 걸려 있다. 강 교수에게 적용되는 죄목은 국보법상 찬양고무죄이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단순 찬양고무죄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국보법개정안을 당론으로 내놓은 적이 있다. 한나라당 안대로 법이 고쳐지기만 했어도 강 교수 논란은 한층 수그러졌을 것이다. 국보법 폐지·유지 등 극단만을 주장하며 타협하지 못한 경직성이 지금까지 국론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현실을 여야 모두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 千법무 “검찰 인적쇄신 없다”

    千법무 “검찰 인적쇄신 없다”

    천정배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 행사와 김종빈 검찰총장의 사퇴 파문을 둘러싸고 여권과 한나라당이 갈수록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정국이 급랭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7일 여권 핵심을 겨냥,“국가보안법 무력화와 검찰 길들이기에 이성을 잃었다.”며 ‘정체성’ 공세를 강화하자 여권에서는 박 대표에게 “유신 독재의 안경을 쓰고 있다.”고 성토했다. 박 대표는 18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의 해명과 천 장관 해임을 촉구하고 장외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이에 여권은 검찰개혁과 국보법 개정 작업을 서두르는 등 여·야간, 여·검(檢)간 대치와 갈등 국면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박 대표는 이날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청와대와 정부·여당을 비롯한 온 정권이 총동원돼 대한민국의 체제에 도전하는 사람 구하기에 나섰다.”면서 “노 대통령은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할 의지가 있는가, 아니면 서서히 파괴하려는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며 노 대통령의 해명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은 이날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국법 수호의 최종 수호자인 대통령이 직접 나섰는데 검찰이 반발한다면 국가기강의 해이이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재정신청 확대 등 검찰개혁 관련 사안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김종빈 총장은 이날 퇴임사에서 “수사지휘권이 행사되는 순간 그동안 쌓아온 정치적 중립의 꿈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면서 “정치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고, 검찰이 권력과 강자의 외압에 힘없이 굴복하는 모습을 국민들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태와 관련, 일선 검사들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자제되고 있는 가운데 천정배 법무장관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검찰총장 인사에 따른 후속인사가 있겠지만 그 이상의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문책인사나 인적쇄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인 이용주 검사는 16일 밤 천 장관에게 용퇴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박찬구 박경호기자 ckpark@seoul.co.kr
  • [金총장 사표 수리] 국보법 논란 다시 가열될듯

    법무장관의 수사지휘 근거조항인 검찰청법 8조에 대한 개정 논의가 고개를 들었다. 수사지휘의 불씨를 제공한 강정구 동국대 교수 사건에서 촉발된 국가보안법 존폐 논란도 뜨겁다.●“문제 없어서가 아니라 사문화돼서 개정 안된 것”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의 선례는 앞으로 검찰의 중립성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조항의 개정이나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 범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도록 한 8조에 대해 2001년 참여연대는 “검찰의 독립성을 위해 삭제해야 한다.”며 입법청원을 냈다.법무부는 대응논리로 검찰권에 대한 견제장치가 필요하고 법무장관이 검찰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개정논의는 곧 사그라졌다. 조항에 대한 논박할 여지는 있지만, 조항 자체가 사문화된 상태였기 때문이다.●“핵심은 찬양·고무죄 조항 폐지” 강 교수 사건을 기회로 존폐논란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국가보안법 7조 1항 찬양·고무죄 조항 등의 폐지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국가보안법 폐지연대 김성란 사무총장은 “사회의 개폐 논의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관행적으로 구속수사를 하려고 했던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수단체는 “분단국가라는 특수상황 속에서 국가보안법은 체제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라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 국보법을 폐지하면 안 된다.”는 대응논리를 펴고 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千장관처리 여야 공조 가능성

    천정배 법무부장관 수사지휘 파문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확연히 갈리면서 정당별 공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이 신중하게 검토중인 천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비롯해 국가보안법,X파일 특별·특겁법 등 올 정기국회 쟁점법안에 대해서도 ‘짝짓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 “해임여부는 별개의 문제” 우선 천 장관의 거취를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진사퇴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반대입장이 확실하다. 한나라당이 천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거듭 자진사퇴를 요구하면서 보조를 맞추었다. 그러나 해임안 제출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조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다시 논의를 해 봐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우리의 주장은 천 장관이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는 것이지 해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국가보안법이 정기국회 최고 쟁점 법안으로 불거질 전망이다. 현재 국회 법사위에 국보법 개·폐 법안이 계류중이다. 지난해 말 여야가 ‘대체입법’이라는 절충점까지 간 적이 있지만 강정구 교수 파문을 계기로 이념 논쟁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민노당은 이번 파문이 국보법 폐지의 필요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규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따라서 열린우리당 내 국보법 폐지론자들과 범개혁노선을 형성해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이나 한나라당도 이에 정면대응하려는 기류다. ●X파일 관련법·사학법 쟁점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X파일관련법들도 부상할 조짐이다. 현재 법사위에는 열린우리당과 민노당이 각각 제출한 특별법안과 한나라당 주도로 야4당이 공동발의한 특검법이 회부돼 있다. 특히 열린우리당은 김영삼 정부 시절의 옛 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에,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 시절의 불법도청에 각각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민노당과의 공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도청 테이프 내용의 공개주체를 민간기구(열린우리당)로 할지, 특검(민노당)으로 할지 여부를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사학법은 여야 합의 시한이 오는 19일로 다가왔다. 일단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자립형학교와 열린우리당이 주장하는 개방형이사회가 걸림돌인데 일각에서는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상대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에 실패, 국회의장 직권상정이 될 경우 열린우리당은 민주당 등 한나라당을 제외한 야당과의 정책공조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검찰총장 사퇴 파장] 강정구 교수 사건 일지

    ▲2005년 7월17일 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 및 사수 보·혁대결▲27일 강정구 교수 “6·25 전쟁은 북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 칼럼 기고▲8월 22일 보수단체, 국보법 위반 혐의로 강 교수 검·경 고발▲9월 5일 경찰, 강 교수 첫 소환▲9일 경찰, 강 교수 2차 소환▲30일 강 교수 “한·미동맹의 본질적 속성은 반민족적·반평화적·반통일적” “1946년 여론조사 토대로 미국 개입 없었다면 공산화됐을 것”▲10월 4일 경찰, 강 교수 3차 소환▲7일 경찰,‘이적성 있다’민간연구소·구속의견서 검찰에 제출▲12일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 구속수사 의견 대검 보고, 천정배 법무장관, 검찰에 불구속 수사 지휘▲13일 대검 간부 긴급회의, 김종빈 검찰총장 입장표명 유보▲14일 김 검찰총장, 불구속 수사지휘 수용 밝힌 뒤 사퇴표명
  • [사설] 이념 한계 보여준 검찰총장 사퇴파문

    김종빈 검찰총장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대한 천정배 법무부장관의 불구속 지휘와 관련, 지휘를 수용하는 대신 사의를 표명했다. 조직의 안정을 위해 지휘를 수용하되 ‘사상 첫 지휘권 수용’이라는 내부의 반발을 감안해 총장직 사퇴라는 결정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천 장관은 김 총장의 사의를 반려할 뜻을 비쳤지만 검찰 조직과 정부는 강 교수 구속을 둘러싸고 극명한 시각차이를 보임에 따라 후유증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부정하는 듯한 강 교수의 주장이 구속할 만큼 중대 범죄냐 여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검찰은 강 교수를 불구속하면 국보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하는 반면, 천 장관은 검찰이 과거의 경직된 ‘공안’ 잣대를 들이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보·혁 갈등으로 몰고가는 이유다. 하지만 강 교수 사건의 전개과정을 돌이켜보면 검찰도 별로 큰 소리칠 바가 못된다. 강 교수의 주장이 국기를 문란시킬 정도로 중대 범죄라면 검찰이 진작 수사에 착수했거나 경찰 수사에 지휘권을 발동했어야 옳다. 검찰은 경찰이 수사를 떠맡은 뒤에도 계속 뒷짐진 채 한발 비켜나 있지 않았던가. 경찰이 구속의견을 내놓자 검찰의 지휘를 받지 않고 궁지로 내몰았다고 항변하는 것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송두율 교수 사건 때처럼 구속이 옳다고 판단했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소신껏 법을 집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장관에게 지휘 품신을 해놓고 막상 지휘권을 발동하자 ‘검찰의 가장 소중한 가치인 정치적 중립 훼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눈치를 보다가 자승자박한 꼴이 됐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을 빌미로 검찰권에 생채기를 내려고 해선 안된다. 검찰권의 약화는 결국 국가적인 손실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천 장관이 강 교수에 대해 불구속 지휘를 했다고 해서 무죄로 해석해선 안된다.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구속 만능주의 풍토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수사와 재판에서도 명실상부하게 지켜져야 한다.
  • [사설] 검찰, 불구속 수사 지휘 수용해야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사건에 대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법적·정치적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검찰 독립성을 훼손한 행위로 규정해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고, 대한변협과 보수층은 지휘권 발동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열린우리당이나 진보적인 학자들은 ‘6·25 전쟁은 통일전쟁’이라며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을 부인한 강 교수의 일련의 발언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면서도 ‘구속’에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문화된 것으로 여겨졌던 국보법 7조의 찬양·고무죄가 강 교수 사건으로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우리는 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의거해 불구속 수사토록 지휘권을 발동한 천 장관의 판단이 옳다고 본다. 검찰이 주장하는 ‘사안의 중대성’보다 천 장관의 ‘인권 옹호’가 우선돼야 한다. 보다 본질적으로는 강 교수의 주장은 학문적인 논쟁을 거쳐 정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우리 사회는 그러한 극단적인 견해에 국가 안위가 위태로울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 그늘진 곳으로 숨어들게 하기보다는 햇빛에 드러내 놓고 공개된 검증을 거치게 하는 것이 국가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 일각에서는 천 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독직사건을 비호한 일본의 사례에 비유하며 검찰에 치욕의 멍에를 씌우려 한다. 이는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사전조율이나 구두협의라는 형식으로 비공식적으로 검찰권을 흔들었던 것이 문제였지 법 규정에 따라 공개적으로 지휘권을 발동한 것은 결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투명성의 차원에서 본다면 오히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색깔론이 되살아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이념논쟁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할 게 아니라 국보법 개·폐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으로선 강 교수의 유·무죄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 [千법무 지휘권 발동 파문] 與 ‘강정구 발언’ 큰 시각차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이은 천정배 법무장관의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을 놓고 열린우리당 내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의견 스펙트럼상의 편차가 워낙 커 노선투쟁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의 입장차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부분 강 교수의 발언엔 동조하지 않지만 천정배 법무부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불구속수사를 지휘한 것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개혁강경파 의원들은 사법처리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고, 다른 쪽에선 “북한처럼 굶어죽고 싶으냐.”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김동철 의원은 강 교수 사법처리에 반대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김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은 대한민국 체제에 전혀 문제를 주지 않는다.”면서 “교수가 무슨 말을 했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도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우리 체제는 이제 그런 정도의 발언, 개인의 소신을 말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의원들도 많았다.‘386세대’인 송영길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집권 여당이 헌법에 따라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면서 보다 적극적인 태도표명을 요구했다. 홍재형 의원은 “강 교수의 의견과 180도 다르다.”면서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중도보수파인 안개모(안정적개혁을 위한 의원모임)’ 회장 유재건 의원은 “강 교수의 발언은 우리나라 헌법을 최우선에서 위반하는 것이다.”라면서 “걱정이 돼 잠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가 앞장서서 ‘오버’해서는 안된다.”면서 “우리당이 강 교수와 같은 의견을 가졌다가는 나라가 망한다.”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적화통일이 돼 지금 북한처럼 그렇게 굶어죽고 싶으냐.”고 힐문하기도 했다. 전날 정장선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강정구의 시대착오적 영웅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의미 없는 논쟁을 유발한 강정구 교수는 차라리 북한으로 가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까지 비판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내 국보법 존폐 논쟁이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난해 정기국회 이후 목소리를 자제해 온 국보법 폐지론자들로서는 국보법을 다시 이슈화시킬 수 있는 좋은 소재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립양상의 조짐이 보이자 지도부는 조기진화에 나섰다. 전병헌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천 장관의 불구속수사지휘는 이념적·학문적 해석 문제가 아니라 인권보호 차원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與 “이해” 입장속 역풍 우려 野 “법치와 국민정서에 배치”

    12일 천정배 법무장관의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불구속 수사 지휘권 발동과 관련, 정치권 기류가 심상찮다. 사상 초유로 검찰 수사에 관여한 법무장관이라는 점에서 인책론까지 거론되면서 10·26 재보선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할 분위기다.●靑,“논평할 입장 아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거리를 두겠다는 듯 공식 논평을 유보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법처리 반대’를 이미 표명한 터여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요건에 입각한 엄격한 판단에 기초해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본다.”면서 “법적 요건에 따라 구속 여부가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與, 일부 반발 열린우리당은 대체로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반발이 나오자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전병헌 대변인은 논평에서 “검찰 지휘권을 가진 분의 판단”이라며 “우리당은 강 교수 시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법적 처리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게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우리당이 어떻게 가려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이 실정법의 테두리 내에서 구속 수사 건의를 했을 텐데 불구속 수사 지휘를 하면 검찰이 어떻게 직무를 수행하겠느냐.”고 우려했다.●한, 천장관 해임건의안 주장도 한나라당은 발끈했다. 전여옥 대변인은 “국보법이 엄연히 있고, 국민들의 법정서가 있는데, 법을 지켜야 할 법무장관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본연의 역할을 배신한 것”이라면서 “검찰 개혁과 독립성을 강조했던 자신의 발언을 뒤짚은 것”이라고 천 장관의 ‘이중성’을 신랄히 비판했다.한나라당에선 천 장관 해임 건의안을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박정현 박준석 구혜영기자jhpark@seoul.co.kr
  • 강교수파문 행정·검찰권 충돌 ‘초유사태’ 오나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서면상 수사지휘권 발동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로 검찰 안팎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지휘권 발동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천 장관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1988년 민변 창립을 주도한 천 장관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로 알려져 있다. 재작년에는 법무부 국감에서 검찰의 수사권 남용을 지적하기도 했다. 천 장관은 지난 8월 “단호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지휘·감독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듯이 언젠가 사건에 개입하고 지휘할 것으로 예견됐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강 교수에 대해 구속 의견을 올리자 ‘수용 불가’를 선언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에는 ‘강 교수의 발언은 표현의 자유’라며 구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청와대와 여권의 견해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경찰의 지휘 요청을 받고 5일 동안 고심한 검찰의 선택은 결국 ‘구속’이었다. 국보법의 폐지 논의가 있었고 국보법 적용 사례가 급격히 줄어들기는 했지만 엄연한 실정법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검찰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지만 고심과 장고 끝에 중대한 국보법 위반 사례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지휘권 발동은 천 장관이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왔던 ‘인권 수사’의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이번 사건의 향방에 따라 공안 사건 등의 수사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으며 다른 미묘한 사건에서도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야당이 천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검찰 내부에서 반발 기류가 있어 자칫하면 여당과 검찰의 갈등이 심화되는 한편 집단반발로 번질 수도 있다. 법무장관의 지휘권은 법으로 보장돼있지만 발동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 지난 49년 당시 임영신 상공장관의 기소를 둘러싸고 구두로 발동된 적은 있다. 하지만 지휘권 발동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금기시됐다. 물론 의견을 좁히지 못해 갈등을 빚은 사례는 있다. 송광수 검찰총장 시절에는 송두율 교수 구속여부를 두고 강금실 법무부장관과 갈등이 생기며 지휘권 발동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현실화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와 법무부-검찰 조직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지난 54년 이른바 ‘조선(造船) 의혹’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격인 법무상이 검사총장(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가 내각이 총사퇴하기도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경찰청장, 강정구교수 구속 시사

    허준영 경찰청장은 5일 ‘한국전쟁은 북한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을 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해 구속 수사 방침을 강력히 시사했다.이날 국회 정보위의 경찰청에 대한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허 청장은 “강 교수에 대해 (국보법 위반 혐의로)구속의견을 검찰에 밝힌 바 있다. 최종 결정은 검찰과 조율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 (10) 한국 인권의 갈길-좌담회

    [인권선진국으로 가는길] (10) 한국 인권의 갈길-좌담회

    우리 인권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발전적인 미래를 모색해 본 ‘인권선진국으로 가는 길’ 시리즈를 마친다. 마지막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 곽노현(사진 왼쪽) 사무총장 및 아름다운재단 박원순(오른쪽) 상임이사와의 좌담을 마련했다. 서울신문 황성기 사회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에서 두 인권전문가는 “인권 상황은 개선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초보적 단계이며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제도·의식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와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사회자 먼저 우리 사회의 인권 상황을 총체적으로 진단해 본다면. ●곽노현 사무총장 인권위 출범 이전에는 피해자와 인권단체의 피나는 노력을 통해 인권이 발전해 왔다면, 이후에는 인권단체들이 문제제기자로 활동하는 가운데 인권위를 중심으로 법제·관행의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고 본다. 얼마 전 국제 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우리나라의 인권수준을 세계 58위로 발표했다. 좀 박한 순위가 아닌가 싶지만 인권위 진정내용과 각종 실태조사를 통해 보는 우리의 인권현실은 아직 그 정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다만 민주화의 진전과 활발한 시민사회, 인권위의 활동 등으로 빨리 개선될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다. ●박원순 상임이사 과거의 고문 등 심각한 인권 침해, 정치적 억압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국제 순위로 58위 정도인 것은 인정해야 한다. 국가보안법과 사회보호법이 시퍼렇게 살아 있고, 검찰 조사 때 변호사 입회 권리도 보장되지 않는 등 인권 침해가 온전히 일어날 가능성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경제적 권리로서의 인권이라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수도세 못냈다고 갑자기 물이 끊어지고, 임대료 안낸다고 단전시키는 상황이다.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차별 문제도 심각하다. 과거에 비하면 좋아졌지만 미래지향적 글로벌 스탠더드로 본다면 아직 멀었다는 것이 사실이다. -사회자 현재 우리 사회의 인권 현안으로 굵직하게 거론될 수 있는 것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곽 총장 극빈층의 생존권 문제, 비정규직 차별, 장애인의 이동·교육·노동권, 시설생활자의 인권, 사병 및 전·의경 인권, 학생인권, 양심적 병역거부 그리고 사상적으로는 국보법 문제가 있다. 이런 전통적인 문제들뿐만 아니라 생명윤리와 관련된 문제, 프라이버시 문제, 특히 정보수집기관의 도·감청 문제 등도 새롭게 대두되는 현안이다. ●박 이사 인권의 ‘목록’이 아직도 많다고 얘기할 수 있다. 정치적 권리나 시민적 자유 같은 것은 이미 보장됐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방심하면 언제든 날아가 버릴 수 있다.9·11 테러를 겪으면서 기본적 권리가 매우 퇴보하고 있는 미국이 좋은 예다. 충분히 확보되지도 않았지만, 노력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80년대 많은 이들이 피흘려 이룩한 자유마저 잃을 수 있다. 경제적 권리에 대해서는 국민과 정부 모두 박약한 것이 문제다. 먹고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을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헌법에 나와 있는데도, 법원이나 정부는 ‘예산이 있으면 주고 없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헌법이 규정하는 것을 하위법이나 정부가 안 지키는 것이다. 또한 그동안 우리가 귀기울이지 않았던 소수자들의 목소리도 중요하다. 예컨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총을 안들겠다는 것이지 병역을 안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대체복무를 시켜줘야 하는 것이 맞고, 이는 안보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과거 우리의 ‘둔탁한’ 눈으로 보지 못했던, 매우 중요한 새로운 인권의 목록들이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다. 예술적·문화적 요소들이나 환경권 역시 인권의 범주다. 인권 현안이란 몇가지로 말할 수 없고, 총체적인 문제이므로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하다. ●곽 총장 사실 정보화·노령화·세계화·생명공학·대테러리즘 시대는 만만치 않은 구조적인 인권문제를 안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도·감청 기술도 발달하고 생명윤리 문제도 대두하는 식이다. 말하자면 기존의 과제는 그대로 남아 있고, 오히려 새로운 위협 요인들이 등장하는 시점이다. 인권의 기본개념인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여러 자유와 권리의 보장이 필요한데, 이들은 서로 연결돼 있어 하나가 약해지면 다른 것도 위협을 받는다. 우리가 새로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인 상황에 대해 끊임없는 감시와 경계가 없으면 인권은 발전하기 어렵다. -사회자 효율성을 위해 최소한의 인권침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도청이나 CCTV(폐쇄회로) 문제가 그렇다. 이런 상충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곽 총장 인권을 ‘공공복리’와 같이 추상적인 것들과 계량할 때 매우 신중하고 보수적이어야 한다. 인권은 한번 뒤집히면 회복이 매우 어려운 속성을 갖고 있다. 도청 문제를 보면, 국정원은 국가정보를 위해 기본권 침해를 업으로 하는 기관이지만, 또한 이를 위해 매우 엄격한 법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CCTV도 마찬가지다. 허용한다 해도 법적 통제가 있어야 한다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 도시가 CCTV로 연결돼 있다면, 이것은 전자팔찌 차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 이사 정보·수사기관이 도청이나 CCTV에 의존하는 것은 정보나 자료를 편리하게 얻고자 하는 의도다. 얼마든지 과학적이고 정당한 방법들이 있는데도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단지 ‘쉽기’ 때문이다. 마치 과거 고문으로 진술을 편하게 받으려 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예전에 사르트르가 ‘도시에 시한폭탄을 설치한 혁명가들을 고문해 그 위치를 밝혀 여러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정당하지 않으냐.’ 하는 철학적 문제를 던진 적이 있는데, 결론은 ‘그래도 고문은 안된다.’는 것이다. 쉽게 허용한다면 끊임없는 인권침해의 명분을 만들어 준다. 그것이 과거 역사에서 나타난다. 범죄를 예방하려면 모두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면 된다. 편의주의적 발상의 연속이다. -사회자 사형제·국가보안법 등을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간 시각차를 좀처럼 좁힐 수 없다. 해법이 없을까. ●박 이사 인권에 관한 한 보수와 진보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 보수라고 인권을 생각하지 않고 진보라고 국가안보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문제는 마주앉아 얘기하지 않기 때문에 대립하는 듯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사형이나 국보법 문제를 제대로 토론해 본 적이 있었나. 또한 국보법이 어떻게 이념의 문제인가. 진리의 문제이며 팩트의 문제다. ●곽 총장 인권은 최소한의 공통분모라 할 수 있고, 진보와 보수가 공유하는 공통의 가치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권이 인간관·사회관과 별도로 존재할 수는 없으므로,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치충돌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란에 그 정도의 복잡 미묘한 주제들이 담겨져 있는지 의문이다. 비정규직이나 국보법 문제는 더 큰 공통의 언어로 볼 수 있다. 생명윤리 등 보다 복잡 미묘한 문제가 있겠지만 지금 거론되는 정도는 좀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박 이사 북한인권을 보는 차이는 이념의 문제보다는 불신의 문제다.‘왜 북한 인권에 침묵하느냐.’‘그동안 인권탄압에 침묵하더니, 북한 정권의 붕괴를 위한 정치적 목적 아니냐.’는 식으로 서로 공격의 수단으로 삼는다. 사실 과거에 인권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북한 인권에 관심 없을 리 없는데, 의심과 적대를 갖고 있는 것이다. -사회자 아직 초보적인 인권 상황을 한 단계 끌어올려 인권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박 이사 우선 제도의 측면이 중요하다. 아직도 군사정권에서 만든 악법들이 여전히 존재하거나 개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재심제도는 혁신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사업이 실패한 사람은 재기할 수 있어도 사법의 심판을 잘못받은 사람들은 재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제도 하나만 봐도 여전히 끔찍한 문제가 남아 있다. 의식의 문제에서는 인권단체의 역할과 인권교육이 중요하다. 외국 대학의 법대에는 인권 관련 과목이 여럿 개설돼 있는데, 한국은 어떤가. 인권 전문가들이 많아져야 하고 지자체마다 인권담당관도 있어야 한다. ●곽 총장 인권교육의 제도화는 매우 시급하다. 법집행기관 종사자들, 검경, 군교관, 교사 등의 인권교육은 아직 매우 형식적이다. 기업 역시 고용차별이나 인권감수성과 같은 교육이 거의 안 돼 있다. 이런 것을 기획·조직·개선하는 것이 인권위의 중요한 책무다. 그러나 인권위는 4800만명의 인권을 위해 200명이 종사하고 있을 뿐이다. 인권이 중요하면 투자해야 한다. 연목구어(緣木求魚)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는 인권단체의 열정과 헌신성에 기대했지만, 인권은 본래 국가의 기본적 책무이며, 우선순위를 놓고 인력과 재원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인권보장을 위한 투자 없이 법제개선이나 인권교육을 통한 의식변화 노력은 적지 않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정리 이효용 나길회기자 utilit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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