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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시백 좁은문, 대형마트·온라인으로 넓힌다?

    정부의 하반기 소비 진작 대책인 ‘신용카드 캐시백’ 사용처를 놓고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캐시백 사용처가 지나치게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큰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소비를 유도하려면 사용처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6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민주당은 7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도 캐시백 사용처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캐시백은 기재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말 당정 협의를 거쳤던 사안이지만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민주당은 대형마트 등도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전통시장에서 국밥만 100만원어치 사 먹으란 말이냐”며 캐시백 사용처에 제한이 많은 걸 꼬집었다. 하지만 기재부는 대형마트 등은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재정을 투입하는 소비 진작책이 골목상권에 돌아가는 게 경기 회복 불균형을 완화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 2월 거리두기 완화 이후 회복 곡선을 그리고 있다. 2월엔 설 명절 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15.0%나 증가했고 3월과 5월에도 각각 2.1%와 5.6% 늘었다. 민주당은 가전제품을 비롯해 내구재도 캐시백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시골집 세탁기 하나 바꿔 주고 싶다’ 같은 욕구가 많다”고 예를 들었다. 하지만 가전제품 등도 캐시백 대상이 될 경우 ‘보복 소비’ 쏠림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기재부는 애초 대형마트에서 소비를 하더라도 일부 내구재에 대해선 캐시백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카드사가 개별적 구매 품목을 추출해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카드 캐시백은 소비 진작뿐 아니라 ‘K’자 회복의 하단에 위치한 계층에 대한 지원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이 매출 동향이 나쁘지 않다면 사용처에 제한을 두는 게 옳다”고 말했다.
  • 이번엔 캐시백…민주당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확대”, 정부 “골목상권 살리기”

    이번엔 캐시백…민주당 “대형마트, 온라인쇼핑몰 확대”, 정부 “골목상권 살리기”

    정부의 하반기 소비 진작 대책인 ‘신용카드 캐시백’ 사용처를 놓고 당정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캐시백 사용처가 지나치게 제한돼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도 포함하는 방향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큰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소비를 유도하려면 사용처 제한이 불가피하다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6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민주당은 7일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대형마트와 온라인쇼핑몰 등도 캐시백 사용처에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한다. 캐시백은 기재부가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말 당정 협의를 거쳤던 사안이지만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민주당은 대형마트 등도 포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지난 5일 “전통시장에서 국밥만 100만원어치 사 먹으란 말이냐”며 캐시백 사용처에 제한이 많은 걸 꼬집었다. 하지만 기재부는 대형마트 등은 회복세가 뚜렷한 만큼 재정을 투입하는 소비 진작책이 골목상권에 돌아가는 게 경기 회복 불균형을 완화하는 길이라는 입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보면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 2월 거리두기 완화 이후 회복 곡선을 그리고 있다. 2월엔 설 명절 효과로 전년 동월 대비 15.0%나 증가했고 3월과 5월에도 각각 2.1%와 5.6% 늘었다. 지난해 18.4%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온라인쇼핑몰 매출은 올 1분기 14.3% 성장한 데 이어 지난 4월과 5월에 각각 16.5%, 17.6% 상승했다. 민주당은 가전제품을 비롯해 내구재도 캐시백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 의장은 “‘시골집 세탁기 하나 바꿔 주고 싶다’ 같은 욕구가 많다”고 예를 들었다. 하지만 가전제품 등도 캐시백 대상이 될 경우 ‘보복 소비’ 쏠림 현상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 기재부는 애초 대형마트에서 소비를 하더라도 일부 내구재에 대해선 캐시백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카드사가 개별적 구매 품목을 추출해 구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의 카드 캐시백은 소비 진작뿐 아니라 ‘K’자 회복의 하단에 위치한 계층에 대한 지원 의도도 담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이 매출 동향이 나쁘지 않다면 사용처에 제한을 두는 게 옳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기본소득은 ‘당당 반론’경선연기·개헌은 ‘뒷짐’

    기본소득은 ‘당당 반론’경선연기·개헌은 ‘뒷짐’

    재원 대책 등 기본소득 비판 적극 반박“오세훈 안심소득 관심 부탁” 불만 표시反이재명 연대 움직임은 의도적 무시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을 앞두고 여권 내 견제 수위가 고조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의제인 기본소득 비판에는 적극 대응하고, 경선연기 및 개헌론 등 후발 주자들이 띄운 이슈에는 ‘무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자신이 펼쳐 놓은 판은 더 키우고, 자칫 불리하게 끌려 갈 수 있는 이슈와는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9일 기본소득 비판에 “정책 완결성을 높여 주는 것이니 언제나 환영한다”며 3200자 분량의 글을 올려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이낙연 전 대표의 재원 대책 지적과 이광재 의원의 시범실시 역제안,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효과 미비 주장에 각각 답했다. 이 지사는 재원대책으로 중기 조세감면에 따른 25조원 확보, 장기적으로는 국민 동의를 전제로 한 기본소득세 확대를 언급했다. “전면실시는 위험하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는 경기도가 시행 중인 특정연령대의 청년기본소득, 시행이 임박한 농촌기본소득 시범실시를 예로 들었다. 연간 50만원으로는 도움 되지 않는다는 정 전 총리의 지적에는 “장기적으로는 대다수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만원 또는 400만원은 목숨이 오갈 큰 돈”이라고 반박했다. 야권 인사들의 비판에 “설렁탕집 부러우면 돼지국밥 간판이나 바꾸고 말해라” 등 날 선 반응을 내놨던 것과는 달리 여권 경쟁자들에게는 예를 갖추되 정책 논쟁을 키우려는 의도다. 특히 “보편복지를 추구하는 민주당 당원으로서 기본소득 간판을 걸고서도 ‘차별급식 시즌2’를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에도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야권이 아닌 자신을 공격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반(反)이재명 연대의 고리가 된 경선 연기론과 개헌론에는 “민생이 먼저”라는 메시지로 대응하고 있다. 1위 주자가 반응하면 주목도가 높아질 것을 경계한 것이다. 오는 21일 민주당 예비경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경선 연기 논의는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이재명, 기본소득은 ‘당당 반론’…개헌·경선연기 ‘뒷짐’

    이재명, 기본소득은 ‘당당 반론’…개헌·경선연기 ‘뒷짐’

    이재명 당내 견제에 전략적 선택이낙연·이광재·정세균 등에 적극 반론“오세훈 안심소득에나 관심을” 불만도더불어민주당의 대선 예비경선을 앞두고 여권 내 견제 수위가 고조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의 의제인 기본소득 비판에는 적극 대응하고, 경선연기 및 개헌론 등 후발 주자들이 띄운 이슈에는 ‘무시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자신이 펼쳐 놓은 판은 더 키우고, 자칫 불리하게 끌려 갈 수 있는 이슈와는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9일 기본소득 비판에 “정책 완결성을 높여 주는 것이니 언제나 환영한다”며 3200자 분량의 글을 올려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페이스북에 이낙연 전 대표의 재원 대책 지적과 이광재 의원의 시범실시 역제안,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효과 미비 주장에 각각 답했다. 이 지사는 재원대책으로 중기 조세감면에 따른 25조원 확보, 장기적으로는 국민 동의를 전제로 한 기본소득세 확대를 언급했다. “전면실시는 위험하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는 경기도가 시행 중인 특정연령대의 청년기본소득, 시행이 임박한 농촌기본소득 시범실시를 예로 들었다. 연간 50만원으로는 도움 되지 않는다는 정 전 총리의 지적에는 “장기적으로는 대다수 국민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만원 또는 400만원은 목숨이 오갈 큰 돈”이라고 반박했다. 야권 인사들의 비판에 “설렁탕집 부러우면 돼지국밥 간판이나 바꾸고 말해라” 등 날 선 반응을 내놨던 것과는 달리 여권 경쟁자들에게는 예를 갖추되 정책 논쟁을 키우려는 의도다. 특히 “보편복지를 추구하는 민주당 당원으로서 기본소득 간판을 걸고서도 ‘차별급식 시즌2’를 주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안심소득에도 관심을 부탁드린다”며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야권이 아닌 자신을 공격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반(反)이재명 연대의 고리가 된 경선 연기론과 개헌론에는 “민생이 먼저”라는 메시지로 대응하고 있다. 1위 주자가 반응하면 주목도가 높아질 것을 경계한 것이다. 오는 21일 민주당 예비경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만큼 경선 연기 논의는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자연스럽게 소멸할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청춘맨숀 모던보이와 ‘삐-루 ’ 한 잔, 구상·이중섭과 노포 속 추억 한 잔

    청춘맨숀 모던보이와 ‘삐-루 ’ 한 잔, 구상·이중섭과 노포 속 추억 한 잔

    지난주에 대구를 찾았다. 광역시인 대구에는 많은 명소가 있지만 오로지 ‘힙성로’를 둘러보기 위함이다. 서울에 힙지로(을지로)가 있다면 대구에는 힙성로(북성로)가 있다. 요즘 대구 시민과 관광객에게 인기몰이 중인 북성로 일대를 부르는 별칭이다. 철가루 휘날리던 공구 상가와 토끼굴 같은 한옥 골목이 있던 낡은 원도심이 젊은 셰프와 바리스타, 예술가들이 모여드는 트렌드 중심 거리로 탈바꿈했다.●북성로 공업사 골목… 기술·예술 복합창작 공간으로 탈바꿈 망치나 너트, 혹은 십자와 일자 드라이버에다 드릴까지 갈아 낄 수 있는 근사한 전동공구를 사려고 간 것은 물론 아니다. 쓸 일도 없거니와 무척 화가 났을 때 외엔 이런 걸 찾지도 않는다. 북성로를 찾은 이유는 ‘이곳에 오면 뭔가 기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귀에 낯선 이들이 많을 테니 우선 북성로(北城路)가 뭔지 알아보자. 북성로는 대구 한복판의 옛 대구읍성 북쪽 거리를 이른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상인들이 많이 들어와 상권을 형성하며 순식간에 커졌다. 이 지역을 모토마치(元町)라 불렀다. 혼마치(本町)로 경계를 이룬 길 건너 포정동에도 일본인 거류민이 몰려왔다. 옛 대구읍성이 허물어진 자리에 새로운 중심가 모토마치가 조성되면서 일본인들에 의해 꽤 분주한 상권이 생겨났다. 근대식 극장, 식당, 다방 등 최신 상업 시설이 들어와 거리를 채웠다. 일본 미나카이(三中井) 백화점 조선 1호점도 이곳에 들어섰다. 백화점엔 조선 팔도에 보기 드문 엘리베이터도 있었다.조선인도 그 사이를 비집고 점포를 냈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도 이곳에 국수 등 식료품을 팔던 삼성상회를 열며 창업했다. 지금도 그 자리가 보존돼 있다. 늘 돈이 돌던 곳이라 신기한 현대 물품들이 선을 보인 곳이기도 하다. 각지에서 ‘모던보이’와 ‘신여성’이 모여들며 커피와 ‘삐-루’, 댄스 등 신문물을 즐겼다. 요즘으로 따지자면 스타필드 1호점에다 현대명품아울렛, 홍대 클럽가, 이태원 먹자골목이 동시에 한곳에 생긴 것이다. 우현서루 같은 민족교육기관도 들어섰다. 당시 대구에서 활동하던 시인, 소설가 등 문인과 화가, 음악가 등 예술인들도 향촌동과 북성로 일대에 모여 전시회나 발표회를 여는 등 문예의 요람이 되기도 했다. 신문 기사도 쓰고 자기 글도 쓰는 언론인도 모였다. 마치 19세기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 거리 같았다. 국내 최초 음악감상실인 ‘녹향’(현 대구문학관 지하1층)도 광복 직후인 1946년 이곳에 자리를 틀었다. 구하기 힘든 음반을 들여다 놓고 고급 축음기로 들려줬다. 1950년대 북성로에 공구와 소재, 기계부품 가게가 생겨난 것은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자를 팔던 거리에서 유래됐다. 이후 대구에 섬유와 식품산업이 발전하며 관련 부품과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지창 역할을 담당했다. 자본과 기술이 서울을 넘볼 정도였다. 북성로는 대한민국 산업을 대표하는 공업 거리가 됐고, 한때 “마음만 먹으면 탱크도 만들어 낸다”는 말이 돌았다. 그 기술이 지금은 예술이 됐다. 공구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북성로기술예술융합소 ‘모루’가 있다. 장인의 경지에 오른 기술인과 예술인들의 컬래버레이션(이종협업)과 기술 전승을 목적으로 세운 공간이다. 원래 ‘달방’(월세방)을 하던 쪽방여관 건물을 ‘기술×예술’ 복합창작 공간으로 바꿔 놓았다. 북성로의 정체성을 여실히 내보이는 곳이다. 현재는 북성로 1가와 바로 붙은 향촌동이나 교동, 서성로 일대까지 뭉뚱그려 ‘힙성로’라 부른다. MZ세대에겐 좁은 골목길과 낮은 건물,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세련된 카페와 갤러리, 공방, 베이커리, 바(Bar)가 기존 노포와 함께 공존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힙’(hip)했던 덕이다.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하다는 ‘힙’이다. ●철물점 옆 모퉁이 카페 … 젊은 작가 모이는 문화놀이터 옛 북성로는 ‘아재들’의 거리였다. 평균연령이 마흔을 족히 넘었고 성비는 8대2 정도로 중년 남성 비율이 높았다. 서울로 따지면 영등포구 문래동 일대와 닮아 있었다. 1980년대 초반, 길거리에서 눈만 마주쳐도 싸우자고 덤벼들던 ‘춘추전국’의 시대엔 아마 발걸음조차 딛기 꺼리던 곳이었을 게 분명하다. 대구은행 북성로 지점을 끼고 돌면 온통 철물점이다. 가게마다 트럭들이 ‘스뎅’(스테인리스) 봉과 파이프를 내리고 모터를 싣는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풍경이지만 수창초등학교로 향한 좁은 골목을 들어서니 작은 카메라를 든 젊은 남녀가 셀피를 찍고 있다. 벽면에는 알록달록 벽화가 그려졌고 얼핏 봐도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들도 두셋 돌아다니고 있다. 달달한 블루베리 요거트를 마실 수 있는 모퉁이 카페도 있다. 북성로엔 이처럼 구(舊)와 신(新)이 공존한다. 영신(迎新)하긴 했어도 아직 송구(送舊)하진 않았다. 북성로의 수십년 역사 중 아주 생경한 풍경일 테지만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갑자기 ‘물’이 바뀐 것은 아니다. 1976년부터 전매청 연초제조창 직원 관사로 사용됐던 수창청춘맨숀은 2016년 문체부 도심 재생 사업에 선정되며 환골탈태했다. 낡은 아파트 숙소의 외벽은 그대로 살리면서 내부를 ‘문화 놀이터’로 만들었다. ‘수창청춘맨숀’으로 명명한 뒤 젊은 작가들이 입주하고 저마다 자신의 창의력을 뽐내는 무대이자 갤러리가 됐다. 얼마 전 유엔이 발표한 연령 구분에 따르면 65세(그것도 만으로)까지 청년이니, 누구든 청춘맨숀에 들러 쉬어 간대도 어색하지 않을 선택이다. 수창청춘맨숀에서 8월 26일까지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이다’를 전시한다. 이달 매주 토요일 오후 4시에 거리극, 창작국악, 낭독뮤지컬, 다원예술 등을 소재로 수창청춘극장도 열린다. 일본인 상권이 장악한 북성로였지만, 항일애국지사 150명을 배출한 사학 우현서루(友弦書樓)도 있었다. 현재 북성로 대구은행 자리가 바로 우현서루다. 우현서루는 을사늑약 체결 직전인 1904년 이상화 시인의 조부 이동진 선생이 창설한 사학이다. 큰아들 소남 이일우 선생은 1만여권의 서적을 수입해 들여 놓고 매년 젊은 지식인을 뽑아 먹이고 재워 가며 가르쳤다. 1911년 일제에 의해 강제 폐쇄될 때까지 구국 운동의 요람 역할을 했다.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 시인은 소남의 조카다. 이곳을 거쳐 간 독립지사들의 이름만 들어도 놀란다. 박은식(상해 임시정부 대통령), 이동휘(임시정부 국무총리), 장지연(황성신문 주필), 여운형(조선건국동맹), 김지섭(이중교 폭탄투척 지사) 등이다. 폐쇄 이후엔 훗날 대륜고등학교의 뿌리가 된 교남학원이 들어섰는데 교사가 이상화, 학생이 이육사였다. 건물 밖에 우현서루 이미지를 형상화해 놓았고. 내부에는 유물과 관련자료를 전시하고 있다.●이중섭 드나들던 백록다방 재현한 향촌문화관 북성로에서 중앙로 쪽으로 길을 건너면 오른쪽으로는 포정동, 왼쪽으로는 향촌동이 나온다. 서울에서 충무로나 종로 일부까지 ‘힙지로’라 부르듯, 보통은 포정동, 향촌동, 교동 일부까지 묶어서 ‘힙성로’라 지칭한다. 북성로에 큼직큼직한 산업시설이 많았다면 향촌동 쪽에는 일제강점기부터 자잘한 상업시설이 즐비했다. 꽃자리 다방 등 다방과 술집, 여인숙과 골목 사이엔 주택도 많은 데다 늘 대구역을 오가는 이들이 많아 향촌동 좁은 골목이 인산인해를 이뤘다.현재 힙성로의 힙한 매력은 어쩌면 70여년 전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동성로와 수성못 주변에 ‘빼앗긴 상권에도 봄은 다시 왔으니까’ 말이다. 향촌문화관에 가면 그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당시 ‘리즈’ 시절을 보냈던 향촌동 풍경이 여러 전시물 형태로 있다. 대구 최초 대중교통 부영버스가 거리에 서 있고 오랜 대폿집과 막걸리집이 있다. 피란을 온 이중섭이 매일같이 드나들며 담배 쌈지에 그림을 그렸던 백록다방(현 갤러리모델 자리), 호수다방, 화월여관(현재 판코리아 성인 콜라텍) 등도 디오라마와 포토존으로 현실 속에 재현해 놓았다. 3, 4층은 대구문학관이다. 시인 구상을 비롯해 현진건, 조지훈, 박두진 등이 대구 향촌동에서 서로 교분을 쌓으며 지냈다. 신상옥, 최은희 등 영화인도 이곳에 있었다. 향촌동 술집 대지바(현재 공사 중)에서 만나 술잔을 기울이며 시구를 나누고, 르네상스 음악감상실(현 판코리아 식당)에서 예술혼을 양육했다. 식민침탈 중에도, 동족상잔의 전쟁 중에도 향촌동은 너른 가슴으로 문학을 잉태하고 예술을 생산했다. “함께 읽고 더불어 크게 웃어주게나.” 향촌동에 살던 시인 구상은 이윤수에게 보낸 편지에 이렇게 썼다. 현재 대구문학관은 대구에서 활동하던 문인들의 육필 원고를 전시 중이다.●‘초토의 시’ 출판기념회 열렸던 꽃자리 다방 1930년대부터 대구 원도심 역할을 톡톡히 해 온 것이 현대에 들어선 오히려 개발을 더디게 했다. 너른 부지가 필요했던 개발 세력은 고불고불한 골목에 낡은 왜식 한옥과 초라한 저층 건물 투성이였던 향촌동과 북성로를 외면했던 것이다. 경상감영 공원이 위치한 포정동부터 향촌문화관까지 향촌동 골목을 둘러보면 화려했던 당시의 영화가 낡은 건물 사이로 투영돼 보인다. 대보백화점, 무궁화백화점 등 당시로선 으리으리한 중대형 유통 시설에다 양화점, 양장점 골목까지 이어지며 ‘대구 멋쟁이’들의 아지트가 되었다.맛 좋은 식당도 즐비했다. 그 유명한 뭉티기(생고기 육회)도 이곳에서 시작했다. 생고기며 불고기, 국숫집, 찌짐(전)집, 만두집, 냉면집, 곰탕집, 돼지국밥집 등이 향촌동 나들이를 나온 손님들로 긴 줄을 드리웠다. 저렴한 여인숙과 여관, 호텔 등도 곳곳을 채우며 영남 중심도시 대구의 숙박 기능을 담당했다. 극장 만경관 옆 사보이호텔은 1980년대 이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했다. 한때 목욕탕이 딸린 여관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새 단장을 하고 다시 그 이름을 지켜 오고 있다. 덕분에 당시 향촌동 식당가의 불빛은 늦은 밤까지 이어져 대구의 뜨거운 밤을 밝히기도 했으나 1980년대 이후 동성로와 반월당, 수성못 인근으로 대구 중심 상권이 옮겨 가면서 ‘구 시내’로 몰락하는 듯했다.향촌동의 이미지는 2010년에 들어 비로소 재해석됐다. 골목 사이로 젊은 예술가들이 들어왔고 노회한 도시를 지키던 터주들은 이를 반겼다. 수제화 골목에는 달달한 디저트를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와 향긋한 커피를 내리는 커피숍, 북카페 등이 들어왔다. 20·30대 시민과 관광객이 너도나도 향촌동을 찾기 시작했다.공구거리 북성로의 정체성을 재해석해 너트와 스패너 모양 마들렌을 구워 파는 북성로 공구빵(베이커리09)도, 예스러운 분위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한옥 카페 퍼센트(%) 14-3, 직접 볶아 내린 커피가 맛있는 카페 향촌도 명소다. 예전 구상의 ‘초토의 시’ 출판기념회가 열렸던 자리를 루프톱 카페로 바꾼 꽃자리 다방, 골목 안 여인숙을 개조한 카페 ‘대화의 장’ 등은 금세 인스타그램 성지로 떠올랐다. 좋은 공간이 하도 많아 힙성로 카페 투어를 다니려면 시애틀 못잖게 ‘잠 못 드는 밤’을 각오해야 한다.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저렴한 가격에 세련되고 단단한 솜씨의 수제 구두를 살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반세기 골목을 지켜 온 구둣방도 덩달아 매출이 올랐다. 공방이 인기를 끌며 그야말로 명실상부한 ‘한국의 밀라노’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한밤에 북적이는 노포… 3000원에 맛보는 석쇠 불고기 원래 여름에 뜨거운 대구라지만 요즘 대구의 밤도 뜨겁다. 힙성로에 한옥이나 옛 여인숙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와 부티크 호텔이 들어서며 맛난 음식에 술 한 잔 걸치는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고 가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같은 힙성로 구역 내에도 권역은 조금 다르다. 교동 쪽에는 새로 생겨난 현대식 바나 카페가 많고 중앙로를 건너오면 오래된 식당과 주점이 많다.원래부터 유명했던 ‘북성로 돼지불고기’와 ‘북성로 우동’을 필두로, 50년 이상 자리를 지켜 온 노포들에 젊은이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60년 전부터 생고기를 팔던 대폿집 ‘너구리’는 ‘옛날국수’와 합치며 낮엔 국수, 밤에는 술 손님을 받는데 가격이 아주 저렴하다. 넉넉한 양은 냄비 국수(현지에선 국시) 한 그릇에 단돈 2000원. 오리지널 경상도식 진한 멸치육수 국수를 맛볼 수 있다. 3000원을 더 내면 돼지고기를 얇게 저며 간장 양념에 재워 구워 낸 ‘석쇠 불고기’를 ‘반 인분’ 시켜 먹을 수 있다. 반 인분이라니, 얼마나 합리적인가. 무조건 2인분을 시켜야 되는 집이 수두룩한데 말이다. 게다가 소주 반 병도 팔면서 싫은 기색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힙성로의 경쟁력은 충분하지 않은가. 이 일대는 죄다 노포다. 모두가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한성식당을 찾았다. 한 입 크기로 얇게 저며 내 불맛에 충실한 석쇠갈비와 쿰쿰한 된장찌개와 함께 마지막 금복주 한 잔의 얼큰함을 즐긴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 70여년 전 어느 밤 이 변함없는 골목길을, 화가 이중섭도 시인 구상도 역시 비틀대며 걷고 있었을 것이라 가만 상상해 보니, 무척이나 영광이며 감회가 새롭다. 왜 낡아빠진 원도심 따위가 내게 이토록 확고한 여행 동기를 부여했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것 같다. 글 사진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힙성로 여행 체크리스트 (지역번호 053) 어떻게 가지? 대구 지하철 1호선 중앙로 역에서 내리면 된다. 2, 3호선 청라언덕 역이나 1, 2호선 반월당 역에서 내려도 그리 멀지 않다. 버스는 대구콘서트하우스 앞이나 경상감영 앞 등의 노선을 타면 된다. 동대구역에선 401번, 909번, 708번, 급행1번 등이 경상감영공원 앞까지 간다. 뭘 먹지? 이 지역에는 노포들이 많다. 국수와 만두는 꼭 챙겨 먹어야 한다. 뭉티기(생고기)를 즐겨 보는 것도 좋다. 대구식 양념장이 색다르다. 좀더 새로운 스타일을 원한다면 동성로로 넘어가면 된다. 다락방만두는 찐교스, 군만두 등이 맛있고 저렴하다. 마산식당은 씨락육국수(시레기 육개장국수)와 돼지국밥이 유명하다. 한성식당은 석쇠갈비와 오뎅탕으로 술안주하기 좋은 곳. 된장찌개도 일품이다. 옛날국수(너구리 본점)는 2000원이란 황송한 가격에 멸치육수 국수를 맛볼 수 있다. 저녁에는 생고기와 간처녑을 먹으러 많이 찾는다. 상주식당은 추어탕으로 유명한 70년 동성로 노포다. 배추를 넣고 시원하게 끓여 낸다. 어디서 잘까? 여인숙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모텔도 많지만 조금 낙후된 편. 도보로 이동하기 좋은 리버틴호텔도 있다. 간단한 조식도 준다. 헤븐스토리호텔은 대구역과 가깝다. 중앙로 역과 가까운 2월호텔(동성로점)은 진골목, 약령시 등에 접근하기 편리하다.
  • 메뉴는 화합의 비빔밥… 분위기는 ‘따로국밥’ 공방

    메뉴는 화합의 비빔밥… 분위기는 ‘따로국밥’ 공방

    김기현 “집 가진 것도 못 가진 것도 고통”안철수 “단순한 병입 백신 협력 아쉬워”文, 파랑·빨강·노랑·주황 섞인 넥타이 선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26일 청와대 오찬 간담회에서는 주요 국정현안을 두고 여야 간 기싸움이 이어졌다. 청와대에서는 화합을 의미하는 비빔밥을 준비하며 방미 성과를 공유하는 훈훈한 분위기를 기대했으나, 국정 전반에 대한 국민의힘의 공세가 이어져 긴장감이 가득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방미 성과와 관련, “55만명 군인에 대한 백신이 확보된 것은 다행스럽지만, 한미 백신 스와프를 통한 백신 확보가 되지 않은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포문을 열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모더나 위탁생산에 대해 “단순한 병입 수준의 생산 협의에 머물렀다는 게 (아쉽다). 우리가 더 노력해서 기술이전까지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은 방미 성과보다는 경제·사회 현안에 발언 시간 대부분을 할애했다. 김 대행은 제대로 식사할 시간도 없이 ‘쓴소리’를 건넸다고 한다. 김 대행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집을 가진 것도 고통이고 못 가져서 고통이고 팔 수도 없어 고통”이라며 “애꿎은 국민들이 투기꾼으로 몰리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인사와 관련해서는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행정안전부, 법무부 장관, 선관위 상임위원 등을 중립적인 인물로 교체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특정 정당 소속이라 불공정하게 선거 관리가 된 게 없지 않으냐”고 답했다. 김 대행은 오찬 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과 큰 인식 차이를 체감했다”면서 “상당수 질문에 대통령의 답변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편 정의당 여영국 대표는 중대재해 문제에 신경 써 달라는 취지로 김용균재단에서 제작한 배지와 고 이한빛 PD 어머니의 에세이집을 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여 대표는 “전달하는 것을 시민과 언론이 지켜보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그런데 청와대 의전담당에서 못마땅했던지 검사한다고 들고 갔다가 비공개 전환 후 슬며시 들고 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오찬에서는 화합을 의미하는 비빔밥이 준비됐다. 문 대통령은 회동 뒤 참석자들에게 협치의 의미를 담은 파랑·빨강·노랑·주황 등 각 당의 4가지 색이 사선으로 들어간 넥타이를 선물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부산한 비탈길 골목길 하늘길…테스형 경규형 맛있는 이바구

    부산한 비탈길 골목길 하늘길…테스형 경규형 맛있는 이바구

    서울신문은 13일부터 ‘이우석의 미시(微視)여행’을 3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국내 여행지를 매우 좁게 설정해 현미경처럼 샅샅이 훑어보자는 취지의 코너입니다. 연재를 담당할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은 ‘언어유희의 달인’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여행전문가입니다. 글 곳곳에 심어 놓은 저자 특유의 ‘유머 코드’에 즐겁고 놀라운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부산에 초량동이 있다. 부산역 바로 앞이다. 서울로 따지면 서울역 앞 청파동, 아니 산비탈로 올라서야 하니 후암동쯤 되겠다. 가파른 건 비슷하다. 생각해 보니 목포역 앞에도 유달산이 있다.(왜 역 앞엔 늘 산이 있을까.) 아무튼 초량에 올라가면 부산 역사를 볼 수 있다. 부산역 역사(驛舍)도 보인다. 지명에 산(山)자가 들어가는 부산의 속살이 초량이다. 목포가 항구라면, 부산은 산이다. 부산은 도시 곳곳이 바다에서 수직으로 치솟은 산들이 빼곡하기 때문이다. 부산 산복도로는 그 산(山)의 배(腹)를 가른다. 천국의 계단(stairway to heaven)이랄까. 고개를 들고 엉덩이는 빼고 하늘을 향한 계단을 딛고 하염없이 걸어야만 오를 수 있던 동네에 차로 오르내릴 하늘길이 생겨났다. 산복도로는 멀리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산을 휘휘 감으며 마을을 가르고 하늘과 땅을 나누고 있다. 약 반세기 전 생겨난 부산의 허리띠 산복도로, 그중에서도 초량의 이야기다. ●왜구 침입 잦던 목초지서 19세기말 개항도시 초량은 부산의 원도심이다. 근대도시 부산이란 곳이 생겨나면서 가장 먼저 발달한 마을이다. 지금이야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국제도시로 위용을 당당히 과시하고 있지만 부산은 확실히 조선시대까지는 변방이었다. ‘가마메’란 이름의 부산이 조선 성종 때 부산(釜山)이란 이름으로 문헌에 처음 등장했고 동래(동래, 해운대, 수영 등)와 동평(지금의 부산 도심), 기장현으로 나뉜, 그야말로 촌구석 취급을 당했다. ‘왜구’랬을까? 잦은 왜구의 침입 탓이었다. 16세기 동래도호부로서 경상좌수영과 왜관이 부산포에 설치된 다음에야 부산(사실은 동래)은 뭔가 그럴싸한 도시 기능을 하게 됐다. 조선 후기 들어 조정은 사중면 초량에 왜관과 객사를 세웠고 이곳에서 왜와 외교를 했다. 초량은 그저 교통이 좋은 목초지대일 뿐이었지만 19세기 말 갑자기 주목받았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개항장에 속했던 까닭이다. 일제(메이드 인 재팬이 아니다)와 청(효녀 아니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초량은 국제도시의 이미지를 줄곧 지켜오고 있다. 팽창을 노렸던 일제는 철도와 선박편으로 한반도, 대륙과 연결하기 위해 부산을 주목했고 교통 주거 인프라 등 도시개발을 서둘렀다. 간척을 통해 넓어진 초량 일대는 항만(북항)과 철도를 연결하는 교통과 물류의 중심지가 됐다. 청 역시 중앙부두와 철도 건설로 생겨난 일자리를 찾아온 자국민 ‘쿨리’(苦力)를 위해 청관을 세웠다. 지금도 초량 부산역 앞에는 차이나타운이 남아 과거 조계지 시절의 근대사를 엿볼 수 있다. 처음엔 ‘남의 문화유산답사기’였지만 지금은 우리 역사가 됐다. 한국전쟁은 부산에 인구가 대거 유입되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10만여명에 불과하던 부산에 피란민이 몰려들며 무려 140만명이 모여 사는 대한민국 임시수도가 되니 당장 거주지가 태부족이었다. 산기슭밖에 없었다. 너도 나도 산에 올라가 판잣집을 지었다. 물론 초량 뒷산에도 올라갔다. 하늘까지 층층 이어진 달동네가 생겨나게 된 사건이다.●백제병원·남선창고… 사람·돈 돌던 이바구길 높이 올라가면 그 역사가 자세히 보일까 싶어 초량을 올랐다. 해발 0m 근처인 부산항, 부산역에서부터 400m 남짓한 구봉산으로 오르는 길. 그 옆이 초량(草粱)이다. 부산역에서 길을 건너면 ‘초량 이바구길’이 시작된다. 부산시와 동구청이 부산의 옛 ‘이바구’(이야기의 사투리)를 들으며 시티투어를 하는 관광 코스로 지정했다. 재미나고 놀라운 이야기가 많이 숨어 있다. 지금 하늘을 찌를 듯한 마천루가 득실한 해운대와 비교하자면 낡은 원도심 마을이겠지만 애초 초량은 사람도 돈도 돌던 곳이다. 한국전쟁 전에는 함흥과 원산 바다에서 내려온 배가 초량(그때는 이 일대가 바다였다) 앞에 대고 명태며 고등어를 쏟아냈다. 그래서 이곳에 있던 수산물 창고를 북선(北船) 창고라 불렀다. 선창 일거리만 해도 넘쳐났다. 전국에서 생선 장수들이 몰려들고 청요릿집엔 손님들로 바글바글했다. 전쟁 후 북선 창고는 남선 창고로 이름이 바뀌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최대 수산물 유통 중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일제가 물러가고 미군이 상륙하면서 ‘빠’니 ‘비어-홀’이라고 부르는 술집들이 가득한 ‘텍사스촌’이 초량에 생겨났다. 말하자면 서울 이태원 격이다. 이곳을 통해 나온 달러와 군수물자가 부산 국제시장은 물론 전국을 돌았다.‘이바구길’은 초량 외국인 골목에서부터 출발한다. 차이나타운 아래로 러시아 키릴문자와 필리핀 간판이 가득한 유흥가를 그냥 지나치려고(정말이다) 했지만 이곳에 ‘이바구’가 숨어 있다. 1927년 최용해가 지은 첫 근대식 개인종합병원 구 백제병원(국가등록문화재 제645호)이 초량 외국인 거리에 있다. 김해 출신인 최용해는 일본에서 의대를 나와 일본인 아내와 함께 부산으로 건너왔다. 동양척식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당시 부산에서 최고 높은 5층 벽돌건물을 짓고 백제병원(그런데 왜 신라병원이 아닐까?)을 열었다. 처음엔 병원이 잘됐지만 돌연 사건이 터졌다. 관리들이 데려온 행려병자 시체를 병원 4층에 보관했던 것이 들통났다. ‘돈 없는 환자가 가서 죽으면 시체를 병원에 두고 표본으로 쓴다’는 소문이 돌았다. 겁을 먹은 환자들이 외면하며 급격히 상황이 어려워졌다. 결국 최용해는 일본으로 야반도주했다. 이후 백제병원은 대형 청요릿집과 예식장 등으로 바뀌었지만 모두 사라졌다. 그나마 여지껏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은 차라리 다행이다. 현재는 1층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건물은 일부 허물어진 역사의 잔흔 그대로이지만 그 안을 채우는 커피향만큼은 세련되고 파릇하다. 부산시는 백제병원을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때 부귀영화를 누렸던 남선 창고는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창고를 가득 채웠던 명태처럼 온데간데없지만 상업과 물류의 지력(地歷)만큼은 여전하다. 우연인지 그 자리엔 현재 할인마트가 생겼는데 옛 창고의 담벼락 일부만 남았다. 1900년대 생겨난 국내 최초의 근대 물류 창고였던 남선창고는 노르웨이 베르겐의 ‘브뤼겐’(한자동맹 중심지)처럼 당시로선 엄청난 규모의 물류조합을 운영하며 명성을 떨쳤다. 전국에 명태를 공급하던 곳이지만 직접 명태를 서울로 공급하는 경원선이 개통되고, 초량 앞바다가 매립된 후 해운 물류 중심이 부산항으로 옮겨가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 그 누가 알았으랴, 바다가 사라질 줄은.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반대가 되니 좋은 뜻만은 아닌 듯하다. 여기까지만 평지다. 이제 산길을 올라야 한다. 초량초등학교 담벼락에는 옛 마을의 서정성을 노래한 이야기들이 그려져 있다. 초량초교는 전통이 오랜 곳이다. ‘소크라테스의 아우’인 가수 나훈아와 코미디언 이경규, 음악감독 박칼린이 이 학교를 다녔다. 아, 나훈아의 ‘테스형’은 다른 곳을 나왔다. 아테네 아고라에서 토론을 통해 공부했다. 초량초교 동문 선후배인 이들은 각각 1947년생, 60년생, 67년생이니 시대는 달랐지만 초량의 변화 속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내려다보며 꿈과 재능을 키웠을 것이다. 대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초량에는 ‘명태 눈깔을 빼먹으면 노래를 잘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남선 창고가 있던 곳이니 예능인을 많이 배출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노래를 잘 부르는 미래의 가수를 위해 누군가는 눈깔이 없는 명태를 먹었다.●168계단 줄기 삼아 작은 골목 가지처럼 연결 길가에는 1893년 지어진 초량교회가 있다. 일제강점기에 신사 참배 반대를 이유로 죽임을 당했던 주기철 목사가 있었던 교회로 개신교에선 뜻깊은 장소로 알려졌다. 한강 이남 최초의 교회로 무려 130년 가까이 됐다. 초량은 얼마나 신식 문물이 빨리 들어온 곳이었나. 길은 가파르지만 그리 힘들지는 않다. 이따금씩 부는 바닷바람이 땀을 식혀 준다. 제주 올레길처럼 이바구길에는 곳곳에 쉼터가 있다. 쉼터 역시 옛 분위기가 오롯이 남아 있다. 딱 추억 속 ‘점빵’ 풍경이다. ‘이바구 정거장’에선 국수나 음료를 팔고 ‘168 도시락국’에선 시락국밥과 추억의 도시락을 판다. 쉬어 가며 감성도 충전할 수 있다. 168이란 숫자의 의미는 가게에서 나오면 바로 알 수 있다. 하늘까지 뻗었다고 해도 믿을 만큼 높은 계단길이 쉼터 앞에 펼쳐진다. 고개를 끄덕여야 할 만큼 눈에 꽉 들어찬다. 우물가부터 산복도로까지 이어진 계단이 아찔하다. 168개의 계단이다. 페루 마추픽추의 계단과 닮았다.계단을 큰 줄기 삼아 양옆으로 작은 골목이 가지처럼 이어진다. 초량사람들이 물을 긷기 위해 오르내리던 168계단은 초량 마을을 이어 주는 동맥이며 소통의 통로다. 지금은 모노레일이 생겨나 ‘도가니’에게 미안하지 않다. 기계 레일 탓에 정취는 덜하지만 인정은 여전하다. 이곳에서 만나는 이웃들은 어김없이 인사를 나눈다. 관광객들도 인사를 하지 않으면 어색할 만큼 모노레일 캐빈 속 공간은 따스하다. 소통이란 이처럼 자연스러워야 한다. 중간에 내리면 168빵카페가 있다. 고소한 빵과 커피 향에 이끌려 저절로 내리게 된다. 일명 ‘홍신애빵집’이라 불리는 곳이다. 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차렸다. 홍씨는 초량 여행을 많이 다닌 듯하다. 테라스에 의자를 놓고 갓 구워 낸 빵 조각을 씹는 그 순간이 초량 이바구길 여행의 딱 중간쯤 된다. 영락없는 전망 휴게소 역할이다. 옆길로 새면 김민부 전망대가 나온다. 고교 1학년 때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천재 시인 김민부를 기린 이름이다. 그는 이 집에 살았다. 전망대는 실로 근사한 풍경을 간직하고 있다. 푸른빛을 띠는 바다를 두고 아래에 다닥다닥 이어진 작은 집들의 지붕을 통해 ‘부싼 싸람’의 진면목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는 지금 보이는 저 바다를 그리며 “일출봉에 해 뜨거든 날 불러주오, 월출봉에 달 뜨거든 날 불러주오”라고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했을 것이다.●블록 쌓아 올리듯… 만화같은 산동네 지붕들 옥상마다 놓인 파란색 물탱크, 허공을 가르는 목욕탕 기둥들 사이로 하늘을 향해 난 계단, 블록을 쌓아 올린 듯 차곡차곡 이어진 집들이 만화 같은 산동네 풍경을 이루고 있다. 우리 집 지붕이 남의 집 마당이 되고 또 우리 마당은 아랫집 지붕으로 이어진 길이 되는 반도체처럼 집약된 집 더미. 전란을 피해 내려와 산에 살기 시작한 사람들, 반세기가 지나니 말씨도 마음씨도 진짜 부산 사람이 되었다. 높이 오르니 부산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가 보였다. 여기서 좀더 오르면 산복도로가 나온다. 수직적인 길로 이뤄진 산동네를 모두 수평으로 꿰는 넓은 신작로. 비행기처럼 높은 길을 달리는 버스는 뒤뚱뒤뚱거리며 부산의 허리를 연결한다. 산복도로 곳곳에 수려한 전망이 펼쳐진다. 산복도로에서 바라본 경치란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바다와 항구, 마을과 철도, 교량과 배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이란 것은 어디서 또 찾을 수 있을까. 여기다 ‘유치환의 우체통’ 등 곳곳에 깃든 이야깃거리는 서정성과 낭만까지 곁들여 있다. “여봐요, 백신은 맞았나요?” 1년 후 나의 미래로 보내는 편지를 썼다. 과거 추억이 서린 풍경을 바라보며 현실 속 걱정을 함께 적었다. 세상을 내려다보며. 좀더 눈을 가늘게 뜨고 보면 마음속 무엇이 현실에 투영돼 겹쳐 보인다. 산복도로에서 보는 세상은 초고층 마천루 호텔방에서 담는 ‘근사한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우체통 앞에선 상상의 나래가 활짝 펴진다. 늘 힘들게 오르내리지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먼 바다를 바라보며 꿈을 키웠을 어느 이름 모를 초량의 아이를 떠올려 본다. 그 아이는 어떤 감상을 마음속에 쌓아 가며 자랐을까. 부산에 대한 추억이란 것이 전혀 없다 할지라도, 무슨 영화 속 이야기일지라도 상관없다. 연인과, 가족과 함께 이곳 이바구길을 함께 걸으며 초량이 지켜온 반세기의 이야기들을 듣고 살며시 뭔가를 상상해 본다면? 그 포근한 이야기란 차가운 유리투성이 도시의 것보다는 썩 좋을 듯하다. 바다로 열린 청마의 우체통에선 많은 상상들이 미래로 전송되고 있다. 글 사진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초량 여행 체크리스트 뭘 먹지? 50년 부산 중심지 초량엔 먹거리가 많다. 부산에 사는 이도 부산을 오가는 이도 초량을 찾아 대선 소주잔을 기울여 온 세월이 켜켜이 쌓인 까닭이다. 산복도로에서 더 올라가면 360도 전망의 구봉산 초량공원, 길을 따라 내려오면 돼지불고기를 파는 기사식당 거리와 만난다. 일명 ‘불백거리’인데 값싸고 푸짐한 식사를 즐길 수 있어 택시 기사뿐 아니라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찾는다. 좀더 내려오면 이름난 초량 돼지갈비 골목도 있다.은근히 잘하는 고깃집이 많은 곳도 부산이다. 그렇다. (서울 사람들이 생각하듯) 부산 사람은 아침에 회를 먹고 점심에 생선구이, 저녁에 곰장어 등 생선만 먹고 살진 않는다. “집이 부산이세요? 그럼 집에 배 있겠네요?” 식으로 사고하는 것에 대해 부산 시민들은 매우 어이없어 한다. 구석구석에는 돼지국밥집, 시락국밥집, 유명한 밀면집도 있다. 전국 민물 양식장에서 ‘부산 갈메기’들을 죄다 쓸어 왔는지 문전성시를 이루는 메기탕집도 있다.168빵카페=부산 동구 영초길 191번길 8-1. (010)9330-8544. 168도시락국=부산 동구 영초길 191. (051)714-2619 소문난불백=부산 동구 초량로 36. (051)464-0846 초량밀면=부산 동구 중앙대로 225. (051)462-1575. 은하갈비=부산 동구 초량중로 86 (051)467-4303. 우리돼지국밥=부산 동구 초량로 27-1번길 (051)468-5623. 초량메기탕=부산 동구 초량로 15. (051)464-3398. 어딜 가지? 초량은 범일동, 보수동, 중앙동 등과 이어진다. 영화 ‘아저씨’ 촬영지로 유명한 범일동 매축지 마을은 좌천역에서 나와 육교를 건너면 된다. 격렬하게 매운 떡볶이와 조방낙지로 유명한 곳도 범일동이다. ‘범죄와의 전쟁’ 촬영지인 중앙로는 부산역 쪽으로 건너면 나온다. 어쩐지 익숙하다 할 거다. 맞은편에는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등장한 보수동 계단이 있다. 헌책방 거리와 자그마한 카페들이 있어 요모조모 둘러볼 것이 많다. 여행상품은? 반값 할인을 뜻하는 ‘반할부산’은 열차와 연계한 다양한 부산여행상품 ‘진짜부산트레킹’을 판매한다. 원도심투어를 비롯해 흰여울마을과 달맞이고개, 황령산 등 다양한 지역 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1899-2550. 초량 이바구길 투어는 부산여행특공대(busanbustour.co.kr)에서 당일(반나절) 버스투어 상품으로 판매한다. 일정은 오전 9시 50분 부산역 이바구버스 정류소 앞 집결 후 증산전망대, 유치환의 우체통, 초량 168계단&모노레일 탑승, 초량 1941, 초량전통시장(불백골목) 경유 낮 12시 30분 부산역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2만원. (051)469-4113.
  • 깍두기·어묵탕만 재사용? 14곳 더 있었다…이름 공개 [이슈픽]

    깍두기·어묵탕만 재사용? 14곳 더 있었다…이름 공개 [이슈픽]

    적발 업소명 공개 조치‘무기한 영업정지’ 맞먹는 처벌깍두기를 재사용한 돼지국밥집과 손님이 먹은 육수를 재사용한 어묵탕집 사건을 계기로 부산시가 지역 식당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업소 14곳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에 부산시는 음식 재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적발 업소명을 해당 구·군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하기로 했다. 음식 재사용 업체는 일반적으로 ‘영업정지 15일’ 행정처분을 받는데, 업소명 공개는 사실상 ‘무기한 영업정지’에 맞먹는 훨씬 강력한 효과를 낸다. 관광객이 몰리는 여름철이 오기 전에 실추된 도시 이미지를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과(특사경)는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식품접객업소 2520곳을 대상으로 기획 수사를 벌여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소 31곳을 적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적발 업소 중에선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일반음식점이 14곳으로 가장 많았다. ●12곳 적발…추가 조사에서 2곳 더 나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사용·보관한 업소는 8곳, 육류·수산물 원산지 미표시나 거짓 표시한 업소 4곳, 불결한 환경에서 음식을 조리한 업소 5곳 등이었다. 특사경은 최근 동구 한 돼지국밥집에서 깍두기를 재사용한 일이 드러난 이후 남은 음식 재사용 여부를 중점적으로 단속했다. 지난달 7일 한 동영상 사이트에선 손님이 먹다 남긴 깍두기를 직원이 반찬통에 넣고, 그 반찬통에서 깍두기를 꺼내 다른 손님에게 전달하는 돼지국밥집 모습이 방송돼 파문이 일었다. 해당업소는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받고 최근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이달 18일에는 중구의 한 어묵탕집에서 손님이 먹던 어묵탕 국물을 뜨거운 육수통에 쏟았다가 다시 토렴하듯 담아주는 모습이 인터넷 게시판에 공개돼 비난 여론이 쇄도했다. 글 작성자는 다른 손님이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할 때 유심히 육수통을 지켜보다 이런 모습을 발견했다. 곧바로 자신도 국물을 데워달라고 해 증거영상까지 촬영했다. 이 식당은 ‘안심식당’으로 알려져 네티즌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 가게도 영업정지 15일 행정처분을 받았다.깍두기 재사용 사건이 벌어지자 특사경은 지난달 11일부터 17일까지 부산 지역 식당들을 조사해 12곳을 음식 재사용으로 적발했다. 예상보다 적발업체가 많이 나온데다 ‘어묵탕집’ 사건까지 발생하자 수사기간을 이달 21일까지로 연장해 음식점 2곳을 추가로 단속했다. ●지자체 홈페이지에 적발 업소명 공개 부산시는 적발된 업소 26곳은 검찰에 송치하고 위생 불량 업소 5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남은 음식을 재사용한 업소에는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해당 구군 홈페이지에 업소명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경덕 부산시 시민안전실장은 “시민의 안전한 외식문화를 위해 앞으로도 지도단속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찬 재사용 등 불법행위 신고·제보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부정·불량식품신고센터(국번없이 1399)나 부산시 홈페이지 ‘위법행위 제보’ 등에서 할 수 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어묵탕 재탕한 ‘안심식당’…업주가 올린 사과글[이슈픽]

    어묵탕 재탕한 ‘안심식당’…업주가 올린 사과글[이슈픽]

    먹던 어묵탕 육수통에 쏟았다 다시 꺼내“코로나로 민감한 시기에 이건 아니다”식당 측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구청, 영업정지 15일 처분…경찰 고발 부산 유명식당이 손님이 먹던 어묵탕을 데우기 위해 육수통에 쏟았다가 다시 꺼내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식당은 수십년 영업해 온 식당인 데다 ‘안심식당’으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식당 측은 사과글을 올리고 영업을 중단했다. 이 식당은 고발 글이 올라온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많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글을 올렸다. 이어 “여러분의 지적으로 잘못된 부분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고객 여러분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위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더욱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며 개선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에 대한 조사 요청이 올 경우 성실히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식당은 지난 19일부터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여행 중 한 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음식을 육수통에 넣었다가 빼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어묵탕을 주문해 먹다가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봤다. 이 때 식당 측이 손님이 먹던 국물을 육수통에 부은 뒤 다시 육수통에서 국물을 퍼내 손님 테이블로 가져다줬다는 것이다. 작성자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이 먹던 음식도 데워달라고 요구했고, 식당 측이 먹던 음식을 육수통에 넣었다가 빼서 다시 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동영상 캡처 사진 2장도 함께 공개했다. 그러면서 “설마 제 눈을 의심해 저희 것도 데워 달라고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희 것도 육수통에 그대로 국물을 부어 토렴을 하네요”라며 “코로나 때문에 안 그래도 민감한 시기에 이건 아닌 것 같다.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고 입에 물고 빨던 숟가락을 넣었다 뺐다 한 국물을 말이죠”라고 했다. 부산 중구청은 19일 오후 해당 식당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고, 온라인 커뮤니티 글 작성자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구청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15일 행정 처분과 함께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안심식당도 못 믿어…식당 재사용 논란 계속 아울러 해당 식당이 안심식당으로 확인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는 더 커지고 있다. 안심식당은 ‘덜어먹기 가능한 도구 비치·제공’, ‘위생적 수저 관리’, ‘종사자 마스크 착용’ 등을 준수해 위생 문제가 검증된 것으로 알려진 식당을 말한다. 지난달 부산 동구 한 돼지국밥 식당에서 손님이 먹다가 남긴 깍두기를 재사용하다 문제가 된 데 이어 이번 사건까지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분노하고 있다. 최근 경남 창원의 한 동태탕 집도 손님이 남긴 탕을 재탕하는 장면이 목격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네티즌은 “수십년 영업한 맛집이자 안심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국물을 육수통에 넣어 토렴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영업정지 15일은 너무 약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 측이 올린 사과글에 대해서도 일각에서는 ‘성의 없이 짧은 사과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식당의 사과글에 대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추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지를 같이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어묵 재탕’ 부산 식당 자진 영업중단 “진심으로 사죄”

    ‘어묵 재탕’ 부산 식당 자진 영업중단 “진심으로 사죄”

    손님이 먹던 어묵탕을 육수통에 넣어 재사용해 물의를 빚은 부산의 한 어묵 맛집 업주가 사죄의 글을 올리고 영업을 자진 중단했다. 이 식당업주는 국물 재탕 신고 글과 사진이 올라왔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다 사과의 글을 올렸다. “먼저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많은 고객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여러분의 지적으로 저희 식당의 잘못된 부분을 인지하고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이어 “저희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고객 여러분의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위생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더욱 안전하고 믿음이 가는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며 개선될 때까지 영업을 중단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식당은 19일부터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당 측은 또 “조사 요청이 올 경우 성실히 임하겠다”라고도 했다. 식당 측이 사죄 뜻을 밝혔지만,수십 년 영업해온 지역 맛집인데다 안심식당인 사실이 알려져 비난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 네티즌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수십 년 영업한 맛집이자 안심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국물을 육수통에 넣어 토렴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라며 “영업정지 15일 행정 처분은 너무 약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달 부산 한 돼지국밥 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깍두기를 재사용하다가 문제가 된 데 이번 사건까지 이어지자 네티즌들은 먹던 음식을 재사용하지 못 하게 하자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 지난 18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어묵탕을 데워달라고 하자 육수통에 넣었다가 뺀 뒤 손님 테이블로 가져다주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이런 장면을 담은 영상 캡처 사진 2장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부산 중구청은 19일 오후 해당 식당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벌였고,온라인 커뮤니티 글 작성자 주장이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구청은 이 식당에 영업정지 15일 행정처분을 내리고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형사 고발할 예정이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국밥 이어 어묵탕도… ‘음식 재탕’ 식당 결국 영업정지

    국밥 이어 어묵탕도… ‘음식 재탕’ 식당 결국 영업정지

    부산 한 유명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어묵탕을 데워 달라고 하자, 육수통에 쏟았다가 다시 꺼내줬다는 인터넷 글이 사실로 확인됐다. 부산 중구청은 19일 오후 해당 식당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벌여 온라인 커뮤니티 글 작성자 주장이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에서 식당 주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담긴 주장이 사실임을 시인했으며, 이르면 20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15일 행정 처분과 함께 경찰에 형사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여행 중 한 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음식을 육수통에 넣었다가 빼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보면 작성자는 지난 17일 부산 중구 한 유명 식당에서 어묵탕을 주문해 먹다가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봤다. 작성자는 이 때 식당 측이 손님이 먹던 국물을 육수통에 부은 뒤 다시 육수통에서 국물을 퍼내 손님 테이블로 가져다 줬다고 했다. 작성자는 이런 사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이 먹던 음식도 데워달라고 요구했고, 식당 관계자가 먹던 음식을 육수통에 넣었다가 빼서 다시 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성자는 동영상 캡처 사진 2장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동영상이 아니어서 전후 관계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없었으나 구청 조사로 진실 여부가 가려진 것이다. 지난달 부산 동구 한 돼지국밥 식당에서도 손님이 먹다가 남긴 깍두기를 재사용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관할 기초단체는 해당 식당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15일간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고 형사고발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입에 물었던 숟가락 넣다뺐다 한 국물, 그대로 육수통에”…식당업주 시인(종합)

    “입에 물었던 숟가락 넣다뺐다 한 국물, 그대로 육수통에”…식당업주 시인(종합)

    중구청 “현장 점검에서 사실로 확인”영업정지 15일·경찰 고발 방침 부산 중구의 한 음식점에서 어묵탕 육수를 재사용한다는 주장의 글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와 논란인 가운데 해당 업주가 음식 재사용을 인정했다. 이에 부산 중구청은 해당 업소에 대해 15일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고 업주를 형사고발할 계획이다. 1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산 여행 중 한 식당에서 손님이 먹던 음식을 육수통에 넣었다가 빼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보면 작성자는 지난 17일 부산 중구 한 유명 식당에서 어묵탕을 주문해 먹다가 다른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국물을 데워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을 봤다. 작성자는 이 때 식당 측이 손님이 먹던 국물을 육수통에 부은 뒤 다시 육수통에서 국물을 퍼내 손님 테이블로 가져다줬다고 밝혔다. 해당 장면을 목격한 작성자는 이런 사실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자신들이 먹던 음식도 데워달라고 요구했고, 식당 측이 먹던 음식을 육수통에 넣었다가 빼서 다시 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고 말했다. 작성자는 동영상 캡처 사진 2장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캡처 사진을 보면 한 직원이 국자로 국물을 뜨는 모습이 담겨있다. 글 작성자는 “설마 제 눈을 의심해 저희 것도 데워 달라고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저희 것도 육수통에 그대로 국물을 부어 토렴을 하네요”라면서 “바로 계산하고 이러면 안 된다고 하니 그건 ‘먹던 게 아니라 괜찮은 거랍니다’(라고 해명했다)”고 설명했다. 작성자는 “코로나 때문에 안 그대로 민감한 시기에 이건 아닌 것 같다. 침 튀기면서 이야기하고 입에 물고 빨던 숟가락을 넣었다 뺐다 한 국물을 말이죠”라고 덧붙였다. “식당 주인, 글이 담긴 주장이 사실임을 시인” 부산 중구청은 19일 오후 해당 식당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벌였고, 온라인 커뮤니티 글 작성자 주장이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 구청 관계자는 “현장 조사에서 식당 주인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담긴 주장이 사실임을 시인했다”며 “이르면 20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15일 행정 처분과 함께 경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부산 동구 한 돼지국밥 식당에서는 손님이 먹다가 남긴 깍두기를 재사용하는 모습이 동영상으로 촬영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관할 기초단체는 해당 식당을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15일간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리고 형사고발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산모와 미역국

    [정종수의 풍속 엿보기] 산모와 미역국

    한국인의 몸에는 미역의 DNA가 들어 있다.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미역과 인연을 갖고 태어난다. 삼신할미가 아기를 점지하고 태중에서 열 달 동안 잘 키워 주고 순산시켜 주었다고 해 쌀밥과 미역으로 정성껏 삼신상을 차려 삼신할미를 위했다. 출산하면 먼저 산모에게 삼신상에 차렸던 쌀과 미역으로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이를 ‘첫국밥’이라 한다. 우리에게 미역국은 ‘태어난 날’인 생일을 상징한다. 미역은 바다에서 나는 띠와 채소라 하여 해대·해채, 달달한 맛이 난다고 해 감곽이라고 한다. 산모가 먹는 미역은 ‘해산미역’이라 하여 가격을 깎지 않고 부르는 대로 준다. 미역을 접으면 ‘명 자른다’라고 해 절대로 꺾지 않고 새끼줄로 묶어 준다. 산모에게 끓여 줄 미역을 사서 어깨에 거는 것을 보고도 왼쪽에 걸면 아들이고, 오른쪽에 걸면 딸이라고 해 미리 성별을 점쳐 보기도 했다. 산모는 미역국을 하루에 네 끼 혹은 여섯 끼를 세이레(21일) 동안 먹는다. 요즈음도 출산을 하면 반드시 미역국을 먹어야 하고 그래야 제대로 산후 조리를 했다고 여긴다. 예부터 미역국은 산후선약(産後仙藥)이라 하여 산모가 출산한 후에 바로 먹었다. 반면 유럽에서는 흐물흐물거리고, 잡초라고 해 먹지 않는다. 중국의 임산부들은 피를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얻기 위해 미역국 대신 닭고기국을 먹었다(이규경, ‘오주연문산고’). 현대 과학자들이 산모의 미역국 효용을 증명했듯이 미역은 출산 후 상처를 아물게 할 뿐만 아니라 모유 분비를 촉진하고 피를 맑게 하는 효과가 탁월해 일찍부터 산모의 영양제로 애용됐다. 산모가 미역국을 먹기 시작한 것은 그 역사가 오래됐다. 고려 사람들은 고래가 새끼를 낳은 뒤 미역을 뜯어 먹어 산후의 상처를 낫게 하는 것을 보고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고 한다. 당나라 때 서견(659~729)이 지은 백과사전인 ‘초학기’에 나오는 구절이다. 고려시대는 이미 “미역을 중국에 수출했으며, 11대 문종은 1058년 곽전(藿田ㆍ바닷가의 미역을 따는 곳)을 하사했고, 26대 충선왕은 1301년 미역을 원나라 황태후에게 바쳤다”고 고려사는 기록했다. 1123년 송나라 사신으로 온 서긍이 개성에 와 보고 들은 것을 가지고 쓴 ‘고려도경’에도 “미역은 고려에서 귀천이 없이 널리 즐겨 먹고 있으며, 그 맛이 짜고 비린내가 나지만 오랫동안 먹으면 그저 먹을 만하다”고 했다. 실학자 성호 이익도 ‘성호사설’에서 미역국은 임산부에게 신선의 약만큼이나 좋은 음식이라고 했다. 허준은 ‘동의보감’에서 “미역은 독이 없고, 몸을 따뜻하게 해 답답한 것을 없애고 뭉친 기를 풀어 주며, 오줌을 잘 나오게 한다”고 했다. 조선 왕실에서도 왕비나 공주가 아기씨를 낳으면 미역국을 끓여 주었다. 산모의 미역 효능에 대해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막 새끼를 낳은 고래에게 먹혀 뱃속에 들어갔더니 그 안에 미역이 가득 붙어 있었으며 오장육부의 나쁜 혈이 모두 물로 변해 있었다. 고래 뱃속에서 겨우 빠져나와 미역이 산후 조리에 효험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고 했다. 명나라 때 의학서인 ‘본초강목’에도 미역은 성장을 촉진하고 산모에게 좋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뿐 아니라 유모나 버려진 아기를 거두어 기른 사람에게도 미역을 나누어 주었다. 정조는 1783년 걸식하거나 버려진 아이들을 구호하기 위해 열 살부터 일곱 살까지는 한 아이당 매일 쌀, 된장과 함께 미역 두 잎씩을 주고, 여섯 살부터 네 살까지는 매일 쌀과 된장, 미역을 한 잎씩 주었다. 또 가난해서 젖을 먹지 못하는 아기를 하나 데려다 키운 여자에게는 매일 미역 두 잎과 쌀 한 되, 장 두 홉을 주었다.
  • “깨끗해서” 깍두기 재탕…부산 돼지국밥집 “새롭게 시작”

    “깨끗해서” 깍두기 재탕…부산 돼지국밥집 “새롭게 시작”

    손님이 먹다 남긴 깍두기를 재사용해 논란이 된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이 29일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한동안 영업을 중단했던 이 국밥집 업주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열심히 할 테니 도와달라. 내 잘못이 크다. 손님들에게 너무 죄송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는 동안 잠도 자지 못했다는 업주는 “코로나 시국에 반찬을 재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일이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은 많지만, 기본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에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국밥집은 앞으로 깍두기를 비롯한 김치, 새우젓, 된장 등 갖은 반찬은 손님이 직접 갖다 먹을 수 있도록 셀프코너를 만들겠다며, 가게 입구 거울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쓴 글귀를 붙여놨다. 먹다 남긴 깍두기 재사용 포착 지난 7일 아프리카TV BJ파이는 수익금 기부를 목적으로 고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돼지국밥 서빙 이벤트를 생방송했다. 손님이 먹다 남긴 깍두기를 한 직원이 반찬통에 넣고 다른 직원이 그 반찬통에서 깍두기를 꺼내 다른 손님의 그릇에 담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됐고, 생방송 시청자들은 댓글로 반찬 재사용 문제를 지적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반찬 등을 재사용하다 단속되면 영업정지 15일의 행정처분이 내려지고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BJ파이는 사과방송을 켜고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 식당에서도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고 있을 정직한 소상공인분들께도 상처를 드린 것 같다. 식당은 위생 관리를 바로잡고 처벌도 즉시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찬을 재사용한 직원은 “오늘 처음 일을 했다. 김치가 깨끗해서 순간적으로 넣었다”고 해명했고, 고모 또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사설] 정책 대결 하랬더니 막말공방, 유권자 우습게 보나

    4·7 재보선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우려했던 대로 거대 양당 간 막말 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유세에서 “제가 (2019년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할 때 ‘무슨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지적했더니 과한 표현이라고 한다. 야당이 그 정도 말도 못 하나”라며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에 거듭 비유했다. 그러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에서 “내곡동 땅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거짓말하는 후보, 쓰레기다. 쓰레기를 잘 분리수거해야 한다”며 오 후보를 쓰레기에 비유했다.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우리 부산은 3기 암환자와 같은 신세”라고 빗대자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암과 투병하는 환우들도 모독하는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국밥을 먹고 있는 오 후보 사진을 올리고 “MB(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하자 이준석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식탁 앞에 앉아서 담배 피우면 노무현 아바타냐”라고 맞받아치는 유치한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엘시티 아파트를 두고 ‘대마도 뷰’라고 하자 국민의힘이 박영선 후보의 도쿄 아파트를 놓고 ‘야스쿠니 뷰’라고 맞공격한 것도 저급하긴 마찬가지다. 선거라지만 막말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23일 오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 간 단일화로 선거 구도가 확정되면서 여론은 건전한 정책경쟁을 기대했다. 자치단체장의 업무는 시민의 살림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거대 양당은 그런 기대에 부응하기는커녕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막말을 주고받으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 자라나는 학생들이 뭘 보고 배울지, 외국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볼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특히 치매, 암 등을 언급하는 것은 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금기시돼야 한다는 점에서 개탄스럽다.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으로 선진국 대접을 받는 한국이 정치 분야에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거대 양당이 이처럼 대놓고 막말을 주고받는 것은 각자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얄팍한 계산은 유권자의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막말로 정치 혐오증이 높아진 국민은 결국 대안을 찾으려 할 것이다. 당장은 양당 구도가 영원할 것 같지만 막말들이 쌓이면 정치판 물갈이에 대한 욕구도 커질 것이다. 남은 기간만이라도 여야는 유권자의 수준을 존중하는 품위 있는 선거운동을 펼치기 바란다.
  • “吳 국밥 식사, MB 아바타냐”…여야, 유치한 ‘국밥’ 논쟁

    “吳 국밥 식사, MB 아바타냐”…여야, 유치한 ‘국밥’ 논쟁

    “국밥…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인가?” “담배 피우면 노무현 전 대통령 아바타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아바타’ 싸움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캠프의 집행위 부위원장을 맡은 윤건영 의원실은 지난 26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 전 대통령이 2007년 대선 선거운동 당시 국밥을 먹는 사진과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25일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국밥을 먹는 사진을 나란히 놓고 “MB 아바타인가, HOXY(혹시)?”라는 문구를 덧붙인 이미지를 올렸다. 2007년 대선 당시 서민적인 이미지를 내세우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 활용한 국밥 식사 사진을 오세훈 후보가 따라하고 있으며, 오세훈 후보가 이 전 대통령의 ‘재현’일 뿐이라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이에 오세훈 캠프 대변인을 맡은 조수진 의원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박영선 후보가 각각 국밥을 먹는 사진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민주당 측 논리라면 문 대통령과 박영선 후보도 ‘MB 아바타’가 된다고 꼬집은 것이다.오세훈 캠프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은 이준석 전 최고위원 역시 페이스북에 “윤건영 의원이 유치하게 오세훈 후보가 국밥 먹는다고 ‘MB 아바타’라고 올렸는데 귀 당(민주당)의 ‘MB 아바타’ 모음 올려드린다”며 박영선 후보를 비롯해 김부겸 전 의원, 박용진 의원, 이낙연 전 대표가 국밥을 먹는 사진 모음을 올렸다. 또 “국밥집에서 국밥 먹는 게 ‘MB 아바타’의 성립 요건이면 식탁 앞에 앉아서 담배 피우면 노무현 아바타인가”라고 반문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서울포토] “앗 뜨거워” 유세중 국밥 먹는 오세훈 후보

    [서울포토] “앗 뜨거워” 유세중 국밥 먹는 오세훈 후보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의 한 음식점에서 유세도중 식사를 하고 있다. 2021. 3. 25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아낌없는 위안을 주는, 국밥의 미학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아낌없는 위안을 주는, 국밥의 미학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앞으로 남은 생 동안 단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어떤 음식을 고를까. 국민 소울푸드 떡볶이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달콤매콤함이 매력적이지만 아무래도 매일 끼니로 먹기엔 내 몸에 미안할 것 같다. 치킨도 마찬가지. 맛과 영양을 고려한다면 탄수화물과 채소가 균형 잡힌 김밥도 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혹시 그날이 온다면, 상상을 하다가 결정했다. 마지막까지 먹을 단 하나의 음식은 바로 국밥이다.제아무리 산해진미라도 매일 먹어야 한다면 고역일 터. 정말로 국밥만 먹고 살 수는 없겠지만 일상의 영역에서 맛과 영양, 가격 그리고 푸짐함이 주는 만족감까지 생각한다면 국밥만큼 매력적인 선택지가 또 있을까 싶다. 뜨끈한 국물과 밥 그리고 고단백질 고명. 딱히 먹고 싶은 메뉴는 없지만 든든한 한 끼가 생각날 땐 어김없이 국밥집을 습관적으로 찾게 된다. 흔하디 흔한 음식이지만 한 발짝 떨어져 낯설게 국밥을 바라보면 꽤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식문화다. 주재료인 고기를 기준으로 보면 설렁탕이나 곰탕, 육개장 등 소고기 국밥과 순대국밥, 돼지국밥 같은 돼지고기 국밥으로 나뉜다. 둘 다 재료만 다를 뿐 기본 원리는 유사하다. 국밥의 미학은 식재료의 낭비 없는 활용에서 출발한다. 고기를 얻기 위해 소와 돼지를 키우지만 상품 가치가 있는 부위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등심, 안심, 삼겹살 등 소비자 선호 부위를 제외하면 다른 부위는 대부분 부속 취급을 받는다. 국밥은 외면받는 살코기나 잡뼈, 머리, 꼬리 등으로 국물을 낸다. 버릴 것 없이 식재료를 온전히 활용하는 게 비단 한국의 국밥만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속 부위는 언제나 서민의 몫이었다.뼈를 넣고 오래 끓인다고 국물 맛이 더 좋아지는 건 아니다. 살코기가 아닌 부위라면 국물이 탁해질 뿐 특별한 맛이 더해지지 않는다. 국물에 깊은 맛을 더해 주는 건 뼈가 아니라 살코기와 지방의 역할이다. 국밥용 살코기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저렴한 부위를 쓴다. 소는 배 쪽 부위인 양지를, 돼지의 경우 삼겹살과 목살은 비싸 다릿살로 맛을 우려낸다. 머릿고기는 값이 싸면서 국물에 맛을 더하고 동시에 푸짐한 건더기로도 쓸 수 있는 기특한 부위다. 국밥에 매료된 것도 맛과 식감이 다양한 머릿고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흔히 접하는 순대국밥 대다수는 실은 순대가 아닌 머릿고기가 주인공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값싼 부위니 인심 후하게 내줄 수 있어 좋고, 손님은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지역마다 순대국밥의 캐스팅은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전라도에서는 내장도 주연일 만큼 강한 존재감을 내뿜는다. 암뽕순대나 막창순대는 꼭 맛봐야 할 별미다. 서울에서 순대국밥의 퀄리티를 국물이 얼마나 깔끔하고 머릿고기가 얼마나 좋은지로 판단한다면 병천순대로 유명한 천안에서는 오리지널 캐스팅, 즉 순대의 맛을 더 중시한다. 순대국밥은 자고로 순대가 맛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다. 당면순대가 아닌 속재료를 제대로 넣고 만든 순대로 끓인 국밥은 머릿고기 순대국밥과는 또 다른 맛의 지평을 펼친다. 생각해 보면 소의 머릿고기를 사용해 만든 국밥은 ‘소머리국밥’이라고 부르면서 왜 ‘돼지머리국밥’은 없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종종 사극에서 주인공이 주막에서 국밥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때문에 순대국밥이나 돼지국밥이 역사가 오랜 음식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대중화한 건 현대에 와서다. 1960년대부터 축산업이 본격적으로 기업화되며 돼지나 소의 부산물이 대량으로 값싸게 시장에 풀려 오늘날 같은 국밥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론 설렁탕이나 고깃국에 된장이나 간장을 풀어 만든 장국밥은 그전부터 있었지만, 1960년대 이후 국밥의 헤게모니는 부속을 푸짐하게 이용한 국밥들이 쥐게 됐다. 천안 병천순대국밥이나 양평 선지해장국밥 등 우리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화된 국밥집의 시작도 이때부터다. 영양 만점, 보양식이란 이름이 붙은 음식들이 그러하듯 국밥은 상당한 고칼로리 음식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뿐만 아니라 간을 맞추기 위해 사용되는 상당한 양의 염분, 건더기와 국물에 두루 포함된 지방은 음식이 부족하고 영양 결핍이 많았던 과거에는 소중한 한 끼 역할을 했지만 요즘 같은 ‘과잉의 시대’엔 다소 부담스러운 한 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푸짐하게 내어놓은 따뜻한 국밥 한 그릇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모든 걸 기꺼이 감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꽃샘추위가 매서운 요즘 같은 날에는 더더욱 말이다.
  • 속이 든든, 힘이 불끈… 한 뚝배기 하실래요?

    속이 든든, 힘이 불끈… 한 뚝배기 하실래요?

    16시간 푹 고아낸 육수쫄깃한 수육 일품 콜라겐아미노산 풍부… 기력보강에 탁월 골퍼들 입소문 타고 국밥 거리 문전성시 지금은 코로나 직격탄… 손님 절반으로 뚝 ‘소머리국밥’은 한우 사골을 푹 고아 만든 국물에 쫄깃한 소머리고기를 넣어 만든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속풀이 해장국인 ‘효종갱’과 함께 경기 광주 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광주는 경상도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이 지나던 길목으로 광주에서 묵을 때 지친 선비들이 보양식으로 먹던 음식으로 전해진다. 설렁탕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식이 소머리국밥이다. 소고기와 뼈를 함께 넣고 끓여 사골국물을 내는 것은 같다. 이 사골국물에 양지머리를 넣으면 설렁탕, 소머리고기를 넣으면 소머리국밥이다. 곤지암에 소머리국밥 거리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다. 원조는 최미자 할머니로 알려졌다. 최 할머니는 1980년대 초 지금의 곤지암고등학교 인근에서 연탄불에 끓인 소머리국밥을 팔았다. 인근에 중부컨트리클럽과 그린힐CC 등 골프장이 대거 들어서면서 골퍼들에게 입소문이 나 손님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1987년에는 중부고속도로 곤지암나들목이 생기면서 손님이 더욱 많아졌다. 이후 인근에 생긴 스키장 손님이 더해지면서 20여곳의 식당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됐다. 주말이면 골퍼들이 몰려 30~40m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관광버스가 단체 손님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곤지암에는 한때 20곳이 넘는 소머리국밥집이 있었으며 전국에서 손님들이 찾아오는 등 유명세를 탔었다. 하지만 경기침체와 광우병 파동 등으로 쇠퇴해 현재는 골목집소머리국밥, 구일가든, 동서소머리국밥, 본가소머리국밥, 배연정소머리국밥 1·2관, 최미자소머리국밥 등 7곳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선비들의 보양식서 서민들의 보양식으로 지난 18일 점심시간인 낮 12시에 찾아간 곤지암소머리국밥 거리는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더욱 썰렁해졌다. 현재 남아 있는 7곳 가운데 들어간 골목집소머리국밥도 손님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 노부부 두 쌍과 인근의 사무실 직원으로 보이는 젊은이 몇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식사하고 있었다. 1980년대 초 문을 연 골목집소머리국밥은 박영자(71)씨가 30여년 운영하다가 2009년부터 아들인 전태근(43)씨가 합류해 맛을 전수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한숨을 짓는 전 대표는 “2000년대 초 소머리국밥이 한창 인기가 있을 땐 하루에 500~600명이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 건물을 뺑 둘러 줄을 섰다”며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진정돼 곤지암 소머리국밥의 명성을 회복하고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0년 역사의 곤지암 소머리국밥은 푹 고아 낸 진한 육수와 야들야글하고 쫄깃한 수육맛이 일품이다. 우선 소머리는 한우를 골라야 잡내가 없다고 한다. 전 대표는 “소머리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한 차례 삶은 후 찬물에 다시 씻은 뒤 지방을 제거하고 숙성 과정을 거친다”면서 “소머리뼈와 사골을 16시간 이상 고아 만든 육수에 소머리고기를 넣고 3~4시간 삶으면 쫄깃쫄깃한 수육이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소머리에는 잔털이 많이 있는데 이것을 깨끗이 제거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우설(소혀)은 냄새가 나므로 1차 데친 후 따로 삶아 하얀 껍질을 벗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대형 솥에서 소머리뼈와 사골을 밤새 끓일 땐 수시로 기름을 떠내고 물을 보충해 줘야 해서 잠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정성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예부터 소머리국밥은 뼈와 위장에 좋고 기운 보강에 탁월한 효능이 있는 보양식으로 알려져 사계절 내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 온 음식이다. 소머리와 사골을 푹 끓여 낸 고단백 음식이다. 쫀득쫀득한 살들이 많은데 이곳에 콜라겐과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푹 고아서 우려낸 만큼 영양이 풍부한 아미노산이 흡수되기 쉽게 국물에 우러나 있다. 철분,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해 면역력을 높여 주고 힘든 육체 운동을 한 뒤 먹으면 좋다. 기력을 회복시켜 주는 음식인 것이다. 곤지암 인근의 직장인 A(56)씨는 “진한 사골국물에 쫀득쫀득한 머리고기가 질리지 않아 점심시간에 자주 온다”며 “퇴근할 때는 수험생 아들의 건강식으로 자주 포장을 해 간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에서 왔다는 B(76)씨 부부는 “국물이 구수하고 고기가 부드러워 기력이 달리는 노인들의 보양식으로 그만”이라며 “친구들과 와서 머리고기로 반주도 들곤 하는 30년 단골”이라고 말했다.●광주시, 소머리국밥 거리 되살리기 나서 광주시가 곤지암 소머리국밥 거리 명성 되살리기에 나섰다. 광주시는 음식 문화거리 지도와 종합 안내도를 제작해 곤지암을 찾는 방문객들이 소머리국밥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당에는 포장용기 등 위생용품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강선 곤지암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점을 알리기 위해 경강선 전철 내 광고판을 설치하고 시 홈페이지(www.gjcity.go.kr)와 블로그 등을 통해서도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소머리국밥을 주제로 한 지역 축제도 준비하고 있다. 글 사진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모 동태탕 식당 ‘곤이 재사용’ 걸리자 “팔팔 끓였으니 괜찮지 않나”

    모 동태탕 식당 ‘곤이 재사용’ 걸리자 “팔팔 끓였으니 괜찮지 않나”

    경남 창원 진해구의 한 동태탕 식당에서 식재료를 재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식당 측은 항의하는 손님에게 ‘끓였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대응해 공분을 일으켰다. 지난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음식물쓰레기로 장사하는 곳을 알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지난 11일 밤 경남 창원시 진해구의 한 동태탕 식당에서 생선 곤이를 재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주방이 보이는 자리에 앉아 무심결에 조리 과정을 지켜보게 됐는데, 곤이를 추가 주문하자 식당 직원이 작은 냄비에서 곤이를 덜어내 큰 냄비에 넣고 끓이는 모습을 봤다고 한다. 이후 다른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나간 뒤 글쓴이는 주방을 유심히 살폈는데, 식당 직원이 손님이 남기고 간 음식을 글쓴이 것을 조리하던 큰 냄비에 넣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재탕하는 거냐”고 항의하자 직원이 횡설수설하며 “개밥 주려고 끓였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식당 영수증을 공개하며 실제 경험담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날 글쓴이가 식당에 전화를 걸어 당시 상황을 설명하자 식당 업주는 재탕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 뒤 문제의 직원에게서 전화가 오더니 “약값으로 20만원을 줄 테니 (없었던 일로) 넘어가자”고 말했고, 글쓴이가 ‘돈은 필요없다’고 했더니 ‘약 먹고 죽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며칠 뒤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곤이가 냉동이라 녹이는 데 시간이 걸려서 손님이 먹다 남은 것을 넣었다”, “팔팔 끓여줬으니 상한 음식은 아니지 않느냐”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며 글쓴이는 분개했다. 글쓴이는 “이런 집은 장사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같은 일 하시는 분들이 피해를 입지 않길 바라며 쓴다”고 했다. 통화 녹취록을 보관한 글쓴이는 관할 구청에 문제의 식당을 신고했다. 진해구청 문화위생과 관계자는 식품위생법 위반 행위를 확인했으며, 처분 사전통지서를 발부할 예정이라고 19일 밝혔다. 또 식당 업주가 없는 자리에서 직원이 한 행동이었더라도 업주가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부산의 모 돼지국밥집에서 깍두기를 재사용하는 장면이 개인방송 생중계 중 포착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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