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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상도 2016/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상도 2016/강동형 논설위원

    상도(商道). 고인이 된 최인호의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고통받던 시절 200년 전 실존했던 의주 상인 임상옥의 일대기를 그렸다. 2005년에는 TV 드라마로 제작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임상옥은 재상평여수(財上平如水) 인중직사형(人中直似衡)이라는 유언을 남겼다.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 같다는 뜻이다. 물과 같은 재물을 움켜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고, 기업인은 저울과 같이 반듯해야 한다는 유훈이다. 그는 죽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그가 평생 마음속에 간직한 것은 계영배(戒盈盃)의 교훈이다. 가득 채우면 텅 비어 버리고 7할만 채우면 온전한 ‘계영배’를 곁에 두고 상업지도(商業之道)를 구했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전하고 싶은 주제를 ‘경제의 새로운 철학’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이 임상옥을 사표로 삼아 새로운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기를 소망했다. 최근 한 모임에서 “경제 주체 가운데 기업만 보이고 가계와 정부는 보이지 않는다”는 푸념 아닌 푸념을 들었다. 이 말을 듣고 생각난 게 상도와 계영배였고, 이 땅에 ‘기업가 정신’은 살아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겠지만 ‘기업이 이(利)를 추구하면서 의(義)를 함께 구하는 것’이 전통적 의미의 기업가 정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혁신과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봤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이 잘 살아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이 등장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기업가 정신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기업가 정신’을 ‘생산성 최적화와 적정 이윤’에서 찾고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이 ‘이윤 극대화’가 아닌 상생의 원리가 작동하는 ‘적정 이윤’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도’와 ‘계영배’가 갖는 기업가 정신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그 기업은 더욱 빛이 난다. 얼마 전 한미약품 임성기 회장이 직원들에게 자신의 주식을 나눠 준 것은 기업가 정신의 발로라 할 수 있다. 새해 벽두부터 좋지 않은 소식들이 전해지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중국의 불안정한 금융시장,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금수저, 흙수저 이야기로 시작되는 양극화 문제와 청년 실업 문제는 연초부터 화두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두 기자회견에서 일자리의 중요성을 얘기하며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고용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의 반응은 여전히 미지근하다. 한국은행과 한국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민총소득(GNI) 중 가계소득이 차지하는 몫은 1990년 70.1%에서 2014년 61.9%로 약 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기업소득은 17%에서 25.1%로 8%포인트 증가했다. 정부(국가)소득은 13%에서 13.1%로 제자리걸음이다. 이는 GNI 가운데 가계소득이 줄어든 만큼 기업소득이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또 2000년 기준으로 2014년까지 누적 경제성장률은 73.8%인데 제조업 평균 누적 실질임금상승률은 52.7%, 이를 전 산업으로 확대한 누적 실질임금성장률은 35.8%에 그쳤다. 이 역시 경제성장의 과실 가운데 근로자의 몫이 적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기업에는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이 쌓였고, 사회는 양극화와 청년 실업 문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제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기업은 정부와 가계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혁신적이며 창의적인 과감한 투자로 일자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적정한 이윤을 남기고 직원들의 임금과 주주 배당을 늘려야 한다. 대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대기업이 중견기업에,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에 적정한 용역비나 납품 값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기업과 하청업체, 재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이 각각 상위 기업의 60% 수준이라는 것은 상생 경영이 아니다. 기업이 못 하면 정부가 나서서 경제의 뿌리를 튼튼히 만들어야 한다. 헌법 119조 2항은 ‘적정한 소득분배, 경제주체 간 조화를 위해 정부의 조정 역할’을 명시하고 있다. 2016년! 기업이 ‘상도’를 회복, 실천하는 원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yunbin@seoul.co.kr
  • 잠재성장률 10여년 새 2%P 추락

    잠재성장률 10여년 새 2%P 추락

    2000년대 들어 잠재성장률이 2% 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저출산으로 인구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태라 사회·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의 강환구 모형개발팀장은 6일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추정 결과’ 보고서에서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이 연평균 3.0~3.2%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01~2005년 4.8~5.2%로 추정되던 잠재성장률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2% 포인트가량 떨어진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고 경제가 최대한 성장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잠재성장률이 이렇게 하락한 데에는 총요소생산성의 하락 요인 탓이 크다. 총요소생산성이란 자본, 노동 등 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했을 때 나타나는 생산성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뜻한다. 총요소생산성이 2001~2005년 잠재성장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 포인트였으나 2015~2018년에는 0.8% 포인트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강 팀장은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하락은 기술진보 둔화를 반영하며 서비스업의 생산성 정체, 한계기업 누증, 경제 각 부문의 불균형 확대 등에도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들어 가계소득이 국민총소득(GN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고 기업소득이 GN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 현상, 계층 간 소득양극화 심화 등도 잠재성장률을 깎아 먹는 요인이다. 문제는 떨어진 잠재성장률 수준의 경제성장도 최근에는 이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1~2014년 잠재성장률은 연평균 3.2~3.4%로 추정되지만 이 기간 동안 실제 성장률은 3.0%에 불과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2016년 10대 경제트렌드’에서 2%대 성장률이 반복되면서 잠재성장률이 3%대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2015~2019년 잠재성장률을 2.5%로 추정한 바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를 보완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이민을 받아들이는 문제는 이를 실행한 프랑스, 독일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여성 인력을 활용하고 고령층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北, 손전화 100명당 11명… 가입자 280만명

    北, 손전화 100명당 11명… 가입자 280만명

    ‘손전화’(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북한 주민은 전체 인구의 1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남한의 20분의1, 국가 전체의 명목 GNI는 40분의1에도 못 미쳤다. 15일 통계청이 발간한 ‘2015년 북한의 주요통계지표’에 따르면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는 280만명으로 인구 100명당 11.19명꼴이었다. 남한의 10분의1 수준이다. 남한은 100명당 115.54명으로 ‘1인 1 손전화’ 시대다. ●한국은 ‘1인 1 손전화’… 100명당 115명 통계청이 1995년부터 해마다 발간하는 남북한 주요통계에는 올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 통계표가 새로 추가돼 북한의 이동전화 가입자 수가 처음 수록됐다. 발간물에는 남북한을 비교한 주요 통계와 자연환경, 경제 총량, 남북한 교류 등 14개 부문 131개 통계표가 담겼다. 지난해 기준으로 북한의 인구는 2466만 2000명으로 남한(5042만 4000명)의 절반이 채 안 됐다. 명목 GNI는 34조 2360억원으로 남한(1496조 6000억원)의 44분의1, 1인당 GNI는 139만원으로 남한(2968만원)의 21분의1 수준이었다. 경제성장률은 북한이 1.0%, 남한이 3.3%였다. ●北 무역총액 76억달러… 韓의 144분의1 무역 총액은 격차가 더 컸다. 북한의 무역 총액은 76억 달러로 남한(1조 982억 달러)의 144분의1에 불과했다. 남한은 수출과 수입이 각각 5727억 달러, 5255억 달러였다. 쌀 생산량(215만 6000t)은 남한의 절반 정도, 도로 총연장(2만 6164㎞)은 4분의1 정도에 그쳤다. 발전설비 용량은 725만 3000kW로 남한의 13분의1 수준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구본영 칼럼] 한국 외교, 연미협중이 숙제다

    [구본영 칼럼] 한국 외교, 연미협중이 숙제다

    난사군도 해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부딪치면서 생긴 격랑이 한반도로 밀려올 기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후 회견에서 “중국이 국제 규범과 규칙을 지키지 않으려 할 때 한국도 말을 해 달라”고 했다. 그가 공개리에 주문한 대로 우리의 입장이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형국이 됐다. 한반도가 강대국들로 에워싸여 있음을 실감케 되는 요즘이다.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 간 한·중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끝난 듯했다. 한국산 김치와 삼계탕까지 대중 수출길이 트였다는 소식이 들릴 때까지만 해도. 하지만 리 총리가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상을 제의했다는 중국 측 보도를 접하고 등골이 서늘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이어 이어도 해역을 분쟁 수역화한다면 우리에겐 악몽의 시나리오다. 우리는 일본과는 미국의 ‘안보 우산’을 함께 받쳐 쓰고 있는 처지다. 그러나 아베 신조 총리의 대한 관계개선 의지는 여전히 미심쩍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의 조기 타결을 위한 교섭을 가속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방송에 출연해 “위안부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에 따라 완전하게 해결됐다”고 말을 바꿨다. 엊그제는 요미우리신문을 통해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에게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한 사실을 슬그머니 흘렸다. “함께 우산을 쓰면 연인이 되지만, 함께 비를 맞으면 동지가 된다.” 우리의 뒤통수를 때리는 아베의 행보를 보면서 떠올린 어느 논객의 책에서 읽었던 메타포다. 한·일은 근세사에서 차가운 역사의 소나기를 함께 뒤집어쓴 적은 있다. 숱한 청년들이 일제의 징용에 끌려가 죽었고, 가련한 이 땅의 소녀들은 일본군의 성노리개가 돼야 했다. 그야말로 원치 않은 억울한 희생이었다. 이런 과거사에 대해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 없이 한·일이 연인이나 동지가 되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미국이 중재한다고 될 일인가. 그렇다고 지레 의기소침할 이유도 없다. 어제 정부는 개발도상국에 무상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규모를 국민총소득(GNI) 대비 0.2%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2020년 ODA 규모는 4조원에 이르게 된다. 미국의 잉여 농산물로 허기를 달래던 산업화 세대가 일궈 낸 국격 제고의 징표다. 지금은 힘이 턱없이 모자라 열강의 각축 속에서 국권을 잃었던 구한말은 아니다. 그러나 온전히 마음 놓기는 아직 이를 듯싶다. ‘먼 길을 가기 위해선 부드러운 말(言)과 큰 몽둥이를 들어야 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미 대통령이 즐겨 인용했던 서아프리카 속담이다. 미·일과 중국이 노골적으로, 혹은 넌지시 자기 편에 줄을 설 것을 요구하는 요즘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경구다. 남중국해 사태는 윤병세 외교장관의 비유처럼 우리에 대한 러브콜일 순 없다. 어느 편을 들더라도 후환이 두렵지 않을 만큼 우리에게도 ‘큰 몽둥이’가 있다면 별문제겠지만. 아쉽게도 경제력·군사력 등 우리의 총체적 국력은 아직 취약하다. 통일과 번영으로 가는 긴 여정을 안전하게 가려면 ‘부드러운 말’로 주변 강국의 협력을 얻어 내야만 한다. 고난도의 과제다. 이런 판국에 어설픈 이념에 찌든 우리 사회 일부 인사들은 미국보다 중국을 더 가까이 하자는 주장을 편다. 무책임한 탈미 친중론이다. 시진핑 주석은 며칠 전 국제 싱크탱크 21세기위원회 대표들과 만나 “중국은 공격 유전자가 없다”고 했다. 만리장성도 방어를 위해 쌓았다는 걸 근거로 들면서다. 하지만 반만년 역사에서 중국은 공룡 같은 위험한 이웃이었다. 멀리는 고조선 멸망, 가까이는 중국이 북한의 편에서 참전한 6·25전쟁에서 체득한 사실이다. 까닭에 ‘원교근공’(遠交近攻)이라는 고전적 외교 전략을 싹 무시해선 안 될 법하다. 멀리 있는 미국이 인접한 중·일이 우리를 업신여기지 않게 하는 안전판임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베이스캠프가 든든하지 않으면 어느 히말랴야 고봉엔들 오를 순 없다. 한·미 동맹을 공고히 다지면서 중국과도 협력을 강화하는 ‘연미협중’(聯美協中)이 갈 길이다.
  • [열린세상] 국제개발협력의 한국형 모델이 없다/강태혁 한경대 교수

    [열린세상] 국제개발협력의 한국형 모델이 없다/강태혁 한경대 교수

    지난 9월 말 유엔개발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193개국 대표들이 모여 2030년까지 향후 15년간 개발 협력의 지침이 될 ‘지속 가능 개발을 위한 2030 의제’를 채택하는 자리였다. 여기에는 빈곤 퇴치, 기아 추방, 보건의료 말고도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인프라 구축 및 산업화, 생태계 보호 등 모두 17개 목표에 169개 세부 과제가 포함돼 있다. 막대한 투자 소요가 예상된다. 향후 매년 3조 5000억∼5조 달러로 추정되는 재원 마련을 위해 국제사회는 개발협력자금(ODA)을 확충하고 개도국의 조세 개혁, 사업 유형에 따라서는 민간 부문의 재원과 기술까지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인도주의적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개발 협력을 보다 확대하고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엔 기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숨겨 있음직도 하다. 세계 곳곳의 개도국들은 한국을 닮고 싶어 한다. 전후 식민지에서 독립한 가난한 동방의 은둔국 코리아, 그들 눈에 한국은 전후 폐허로 가난에 찌든 달동네 판잣집이 전부였다. 그랬던 한국이 반백년 만에 선진 민주국가 대열에 들어서 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변모했다. 그런 한국이니 개도국에는 그야말로 ‘닮고 싶은 나라’인 것이다. 이들 중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자유 수호를 위해 피를 흘린 나라도 있다. 한국개발협력단 단원을 마주한 현지인이 더듬더듬 말을 고른다.“우리 부친이 젊은 날 한국을 도우려고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다.” 망중한을 즐기는 군인 몇몇이 찍힌 낡은 사진 하나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는 주름진 손에서 가벼운 전율이 느껴진다. 파병 군인에게 추잉 껌을 구걸하며 꺼먼 손 내밀던 꼬마 소년이었을 반백의 단원과 마주한 늙수그레한 현지인은 복잡한 회한에 잠긴 듯 고개를 떨군다.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보통 사람의 인정이다. 인도주의니 인류애니 하는 고품격 어휘를 동원하지 않아도 우리의 발전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맡겨진 역할이 아닐까. 미래세대가 꿈을 펼쳐 나갈 세상으로 디딤돌을 놓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의 국제 개발 협력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에서야 비로소 기본법을 만들었다. 개도국 원조 사업에 투입하는 재원은 연간 2조원 규모다. 국민총소득(GNI)의 0.14% 수준이다. 국제사회에서 권고하는 지원 규모(GNI의 0.7%)에 훨씬 못 미친다. 퍼낸 곳간은 금세 눈에 들지만 채운 곳간은 표가 안 나는 법이다. 재원을 여러 나라로 나누다 보면 개발 협력이란 말이 민망한 규모다. 한정된 재원이나마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려면 더 진심 어린 고민과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 개발 역사는 짧지만 우리는 세계적으로 귀감이 될 일들을 많이 했다. 새마을 운동, 식량증산, 산림녹화, 과학기술, 인력개발, 수출진흥 등…. 많은 개도국들은 이것이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마법이라고 믿고 또 물어 온다. 그런데 우리는 찬사에 도취돼 으스대기만 할 뿐 그들에게 가르쳐 줄 지혜가 별로 없다. 새마을운동하라고 빌딩 지어 주고, 농촌 개발한다고 지하수 관정 뚫어 주고, 국민 교육 하라고 시골 학교 지어 주고, 메마른 산에 나무 심는 것만으로 한국의 발전 경험을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은 남이 지어 준 빌딩에서 새마을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선진국 원조를 받아 학교를 짓고 산림녹화를 하거나 농촌 개발을 하여 경제 개발을 이룬 것도 아니다. 즉흥적 아이디어나 특수 이해관계에 따라 단편적 유사 사업을 반복하는 것으로는 개발 협력이 잘 될 수 없다. 그들이 진정으로 한국에 원하는 것은 결코 그런 것들이 아니다. 한국형 국제 개발 협력의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 나름의 경쟁력 있는 개발 협력을 추진하려면 고유의 개발 경험을 재구성해 한국형 경제 발전 전략의 이론 모델로 재창출해야 한다. 이런 모델을 기초로 거시적 발전 전략을 개도국과 공유하고 그 틀 속에서 미시적 개발 협력 사업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여러 참여 기관의 다양한 개발협력 사업을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는 성능 좋은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 실질소득 4년반 만에 감소

    실질소득 4년반 만에 감소

    우리 국민의 실질소득이 4년 반 만에 감소했다.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는 하나 그만큼 우리 경제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투자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기 대비 0.1% 줄었다고 3일 밝혔다. 실질 GNI가 줄어든 것은 2010년 4분기(-1.9%) 이후 처음이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가뭄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으로 0.3% 성장에 그친 데다 배당소득을 받는 시점이 이동하는 등 특이 요인이 있어 실질 GNI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 7월 발표된 속보치(0.3%)와 같다. 5분기째 0%대 성장이다. GNI는 국민 소득을 측정하는 대표 지표다. 한 나라 국민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합친 개념으로 교역조건 변화도 반영한다. 수출입 상품의 교환 비율인 교역조건이 좋아지면 실질소득이 증가한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됐지만 해외에서 받은 배당소득이 2분기에서 1분기로 앞당겨지면서 GNI가 줄어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받아 간 소득을 뺀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지난 1분기 5조 6000억원에서 2분기 1조 30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1분기 GNI 성장률은 4.2%로 2009년 2분기(5.0%) 이후 가장 높았다. 시차 이동에 따른 ‘반짝’ 성장이었던 셈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대비 총자본형성을 뜻하는 총투자율은 28.0%다. 지난해 3분기(30.0%) 이후 3분기 연속 하락세다.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기도 하다. 노후에 대한 불안감과 11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에 눌려 소비가 위축되면서 총저축률은 35.3%를 기록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국민 소득 4년반만에 감소 “저성장 국면 본격화하나”

    국민 소득 4년반만에 감소 “저성장 국면 본격화하나”

    4년반만에 감소 국민 소득 4년반만에 감소 “저성장 국면 본격화하나” 우리 국민이 벌어들인 전체 소득이 4년 반 만에 감소해 한국 경제에 드리운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5분기 연속 0%대 성장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나온 결과여서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를 보면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에 머문 데 이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1% 줄었다. 국민소득이 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은 2010년 4분기(-1.9%)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분기 또는 연간 GDP를 추계할 때 국민소득에 관한 여러 지표를 함께 작성한다. 이들 소득지표는 특정 유형의 소득을 포함하거나 배제한다는 점에서 GDP와 구별된다. 소득지표 가운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것은 국민총소득(GNI)이다. 유엔(UN)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는 생산지표로는 실질 GDP를, 소득지표로는 실질 GNI를 편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1999년부터 GNI를 발표해오고 있다. GNI의 개념은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모두 합친 것이다. 현실에서는 국내 기업이 외국인을 고용해 생산활동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한국인이 중동 등 외국에 나가 생산활동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GDP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국외지급요소소득)을 빼고,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국외수취요소소득)을 더하면 GNI와 같아지게 된다. 국외수취요소소득에서 국외지급요소소득을 제외한 금액을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라고도 한다. 실질 GNI는 여기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까지 포함해 계산한다. 교역조건이란 수출가격을 수입가격으로 나눈 것으로 수출입 상품 간의 교환비율이다. 교역조건이 좋아지면 동일한 수출물량으로 사들일 수 있는 수입물량이 증가하게 돼 실질소득의 증가로 이어진다. 2분기 실질 GNI의 감소는 실질 GDP 성장률이 낮아진 상황에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늘고,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교역조건은 크게 개선됐지만, 소득 감소를 상쇄하지는 못했다. 2분기 실질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1조 3000억원으로 1분기 5조 6000억원보다 4조 3000억원 줄었다. 김영태 한국은행 국민계정부장은 “2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가뭄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으로 0.3%로 낮아진 데다 기업의 배당소득 수취시점 이동 등 특이 요인으로 실질 GNI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이 외국에서 가져오는 배당 소득의 수취 시점을 2분기가 아닌 1분기로 잡은 경우가 많아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1분기에는 늘고 2분기에 줄었다는 것이다. 김 부장은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은 원래 변동성이 큰 지표”라면서 “1분기에 실질 GNI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4.2%로 높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역조건 개선이 큰 상황에서 국내 기업의 배당소득 수취 시점 변동만으로 국민총소득이 줄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이 그만큼 부진하다는 반증이다. 실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익은 11조 3000억원에 달해 국외순수취요소소득 감소분을 크게 웃돌았지만 국민총소득 하락을 막지 못했다. 유가 하락이 국민의 지갑을 어느 정도 두텁게 하는 효과를 냈지만, 다른 여건의 악화로 결과적으로는 국민의 지갑이 얇아졌다는 의미다. GDP 성장률이 전기 대비 0.3%에 그친 데다 국민소득은 오히려 감소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메르스 사태와 가뭄 피해가 2분기 성장률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배경에는 가계부채 증가와 미약한 소비 및 투자심리, 흔들리는 수출경쟁력 등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하반기에도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등 대외적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일 요인들이 널려 있다. 이대로는 정부가 목표하는 올해 3%대 성장률 달성이 어려워지고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뒤따라갈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실질 GNI가 감소한 것은 실질 GDP가 부진한 영향과 전분기에 높았던 GNI 증가율의 기저효과가 반영됐다”면서도 “실질 GNI 감소는 최근 국민의 체감도와 일치하는 수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부진의 골이 깊고 경기 반등의 재료가 없는 상황”이라며 “유가 하락에도 하반기 소득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광복 70주년, 일류 국가를 향해 함께 뛰자

    이 아침엔 어깨를 펴고 한바탕 크게 웃어 보자. 일제의 질곡에서 벗어난 지 어언 칠십 성상(星霜). 광복 한국의 나이가 고희(古稀)가 됐다. ‘삼각산이 뒤집혀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것’이라며 애타게 기다리던 ‘그날’이 70년 전의 바로 오늘이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번영과 풍요를 누리기까지 광복 70년은 한 편의 서사시였다. 그토록 바랐던 해방의 희열도 잠시, 국권 피탈보다 고통스러운 동족 분열과 상잔(相殘)의 비극이 숙명처럼 들이닥쳤다. 금수강산은 두 동강이 났고 백성도 갈라졌다. 4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전쟁은 이 땅 위의 모든 것을 파괴했다. 잿더미 속에 남은 건 절망뿐이었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 암흑 같은 삶, 누구도 예외가 아니었다. 부모 잃은 아이가 길거리를 배회하고 집과 가족이 있다고 해도 먹을 것이 없었다. 기댈 곳은 우리 자신밖에 없었다. 극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 사고, 손발이 부르트도록 일하는 근면성, 굶주리면서도 불타올랐던 교육열, 위기 극복의 DNA를 품은 민족성으로 한국은 다시 일어서기 시작했다. 국내총생산(GDP) 3만 1000배 증가, 1인당 국민총소득(GNI) 420배 상승, 최고의 스마트폰과 자동차를 콧대 높은 선진국에 수출하는 나라, 미래성장동력인 정보기술(IT) 선도국, 70년 만에 이뤄낸, 유례없는 성장의 열매다. 자부할 것을 다 열거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이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으로서 명실공히 세계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그 짧은 기간에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비결을 모든 나라가 배우고 싶어 하는 소강국이 됐다. 우리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피땀으로 일궈 낸 자랑스러운 강토다. 하지만 선진국 진입을 목전에 두고 대한민국은 중대한 고비를 만났다. 고속 성장을 구가하던 경제는 어느새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외형적 성장을 이뤄 냈어도 양극화라는 쉬 고치기 어려운 고질병을 얻었다. 저출산 고령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돼 일할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노인층은 점점 두터워져 ‘늙은 국가’가 돼 가고 있다. 복지 수요는 급증해 도움이 필요한 국민을 먹여 살리는 데 해마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어야 한다. 취업과 연애, 결혼과 같은 인생 중대사마저 포기할 지경에 놓인 젊은 세대에겐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와 주변국의 상황은 더 엄준하다. 패전 70년 만에 일본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우경화로 치달으며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 압제의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고 피해를 뒷받침할 물증이 버젓이 있는데도 사죄하기는커녕 명백한 사실조차 부정하고 있다. 구한말의 한반도처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한국 외교는 더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다. 미국은 변함없는 동맹국이지만 중국 또한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으로 한국을 자기편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자칫하면 양쪽에서 압박을 받아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다. 북한은 어떤가.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고립돼 갈수록 망나니처럼 날뛴다. 제재 조치를 아랑곳하지 않고 핵 개발에 몰입하는 한편 육상과 해상을 가리지 않고 도발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는 이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위기일수록 비상한 능력을 발휘했던 우리 민족 아니던가. 총탄 세례도 뚫고 나왔고 국가 부도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도 금 모으기를 하며 극복했다. 땀과 눈물로 나라를 일으킨 아버지, 어머니가 든든히 살아 있다. 다시 뛰면 된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흩어져선 안 된다. 하나로 뭉쳐야 한다. 불행히도 날 선 대립과 갈등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다. 좌와 우, 빈과 부, 동과 서, 노와 사로 분열, 대치하고 있다. 사회 통합을 이루지 않고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말로만 통합을 외치고 뒤로는 발목 잡는 정치, 헐뜯는 정치는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양보와 이해 없이는 통합은 어렵다. 서로 입장을 바꾸어 한발씩 물러서는 배려가 필요하다. 대화를 통해 타협을 이끌어 내야 한다. 4대 부문(노동·공공·교육·금융) 구조개혁은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다. 노조든, 기업이든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나 혼자 잘살겠다는 이기심은 전체 국민의 불행을 부른다. 고도성장 덕에 생산직도 억대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시대다. 저임금으로 핍박받던 1980년대의 노조가 아니다. 일자리 없는 젊은 세대와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는 비정규직을 위해 막무가내식 태도는 버려야 할 때다. 경영 환경은 악화일로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져 일등 기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일이 빈번하다. 우리 기업이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노동개혁은 그래서 절박한 과제다. 경제 회복은 정부와 기업,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야 달성을 앞당길 수 있다. 리더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다. 현실을 바로 짚고 미래를 통찰하는 정책이 아쉽다. 기업의 생명은 시장을 선도하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 간단없이 이어진다. 미래의 먹거리 발굴을 게을리하다간 약육강식의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도태되기 십상이다. 국제사회의 발언권은 경제력에서 우선적으로 나온다. 미국과 중국, 일본을 따라잡고 누구도 얕잡아 볼 수 없는 경제력을 보유하는 날, 외교 무대에서도 큰소리를 칠 수 있다.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는 확실히 응징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세계 13위권인 한국 경제의 장래는 밝지 않다. 신흥국의 부상으로 2050년에는 17위권으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것은 예상일 뿐이다. 2차대전 종전 후 독립한 110여개국 중 한국은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국가다. 아무도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가 전쟁의 폐허에서 전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할 국가로 변모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예상은 깨지는 것이 더 많다. ‘잘살아 보자’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는 없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회가 왔다. 광복 70년의 성공 신화는 계속될 수 있다. 다시 새 출발의 큰 걸음을 내딛자. 그리하여 자유와 평화, 여유와 기쁨이 넘실대는 나라, 일류의 선진국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 풍요 속 그늘

    풍요 속 그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60여년 만에 3만 1000배 급증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도 420배가량 증가했다. 소비자물가는 36배 상승했다. 자동차 등록 대수가 1만 5750배 늘어날 정도로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그늘도 커졌다. 자살률이 인구 10만명당 8.7명에서 228.5명으로 26배 늘었다. 광복 이후 고도성장한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통계청이 10일 내놓은 ‘통계로 본 광복 70년 한국 사회의 변화’에 따르면 지난해 GDP는 1485조원으로 1953년(477억원)에 견줘 3만 1000배 증가했다. 세계 13위 수준이다. 1인당 GNI는 1953년 67달러에서 지난해 2만 8180달러로 늘었다. 1965년 소비자물가지수는 3.02로 지난해(109.04) 대비 36배 올랐다. 1965년에는 1만원으로 살 수 있던 물건을 지금은 36만원에 사야 한다는 얘기다. 1964년 1억 달러에 불과했던 수출도 지난해 5727억 달러로 세계 6위를 기록했다. 식민 지배와 전쟁 폐허 속에서 이 모든 것을 이뤄 냈다. 사회에서도 상전벽해가 이뤄졌다. 가구원 수는 1952년 평균 5.4명에서 핵가족화와 1인 가구 증가로 2010년 2.7명으로 절반 감소했다. 1970년 61.9세에 그쳤던 기대 수명은 2014년 81.8세로 20세가량 늘었다. 1965년 대비 2013년 17세 남자의 평균 키와 몸무게는 각각 9.5㎝, 13.9㎏ 증가했다. 같은 나이의 여자는 3.9㎝, 5㎏ 늘었다. 대학생 수도 1952년 3만명에서 지난해 213만명으로 급증했다. 압축 성장에 따른 어두운 그림자도 짙다. 범죄 건수는 1981년 인구 10만명당 935건에서 2012년 2039건으로 2.2배 증가했다. 자살률은 2000년대 들어 가파르게 증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정책조사실장은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고속으로 성장했지만 삶의 질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면서 “국민의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유엔 ‘빈곤 퇴치와 싸움’ 문제는 年4조달러 재원

    유엔 ‘빈곤 퇴치와 싸움’ 문제는 年4조달러 재원

    193개 유엔 회원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아·빈곤 문제 퇴치를 위한 개발 목표의 큰 틀에 합의를 이뤄냈다. 이를 위해 앞으로 15년 동안 매년 3조 3000억~4조 5000억 달러(약 3850조~5880조원)가 필요하다. 관건은 재원 확보에 달려 있는 셈이다.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2주 동안 진행된 회의에서 유엔 회원국은 ‘2030 지속가능개발 목표’(SDGs)에 최종 합의를 이뤘다고 로이터가 4일 보도했다. 유엔의 ‘2001~2015년 새천년개발 목표’(MDGs)의 후속이다. 회원국은 추가 논의를 거쳐 기아·빈곤 해결과 더불어 국내·국제적 불평등 감소, 지역 분쟁 종식, 난민 문제 해결, 기후 변화 대처 등을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계획으로 정리할 방침이다. 반기문(왼쪽) 유엔 사무총장은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가 가난을 끝내는 첫 세대, 그리고 너무 늦기 전에 최악의 지구 온난화를 막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4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만나 협조를 당부했다. SDGs의 성패는 안정적 재원 마련 여부에 달려 있다. 2016년 미국 정부 예산(3조 8000억 달러)에 준하는 재원이 매년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에서 회원국은 선진국이 국민총소득(GNI)의 0.7%를 개발도상국 지원용으로 내고, 0.15~0.2%를 개발이 지연되는 후발 개도국에 집중지원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를 강제할 수단은 없다. 수사나 말코라 유엔 사무차장이 “새 목표의 규모, 깊이, 어려움 등은 유엔에 도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SDGs는 다음달 25~27일 유엔 총회에서 공식 채택될 계획이다. 총회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연설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여러 글로벌 이슈 중에서 기아·빈곤 문제와 함께 기후변화 대처에 대해 연설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외신은 전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열린세상] 정부 3.0 시대의 공적개발원조 운영체계/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열린세상] 정부 3.0 시대의 공적개발원조 운영체계/김용환 서울대 초빙교수·전 문화관광부 차관

    해외에 나가 보면 그동안 우리나라가 참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세계 어딜 가도 한국인, 한국 제품, 한국 문화가 없는 곳이 드물다. 국내에도 외국인 거주자가 180만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관광객 1400만명을 포함해 연간 3000만명 이상이 국내외를 넘나들고 있다. 가히 대한민국은 전 세계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글로벌 시대의 주역임이 분명하다. 우리에게 공적개발원조(ODA)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 반세기라는 짧은 기간에 원조를 받던 최빈국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거듭난 세계 유일의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그동안 우리는 ODA를 통해 세계와 더불어 사는 홍익인간 정신의 진정성을 세계에 보여 줬다. 제국주의 국가들로부터의 피탈이라는 아픈 공통의 역사 경험은 우리나라 ODA의 현지 수용성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의 ODA는 남을 돕더라도 거만하지 않고 양손으로 주는 겸손함을 잃지 않았다고 자평한다면 무리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ODA 현장을 보면 무언가 2%가 부족하다. 21세기 수평적 네트워크가 일반화된 융합시대에 우리나라의 ODA 운영은 아직도 20세기 아날로그 체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형국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ODA 규모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융합 운영의 부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올해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2조 4000억원으로 국민총소득(GNI)의 0.16%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개발원조국(DAC) 평균인 0.31%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지난 5년간 우리의 ODA 증가율은 연평균 18%를 넘어서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국가재정 운용 계획에 따르면 2018년에는 ODA 규모가 3조원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한편 중국 등 신흥 원조공여국의 부상으로 ODA를 둘러싼 국가 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니 지금이야말로 지난 25년간 유지해 온 우리의 ODA 운영체계를 혁신할 시점이다. 우선 유·무상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20여년 전에 출범한 유·무상 분리 체계는 지금까지 그 골격이 그대로 유지된 채 형식적 연계에 머물러 있고, 유·무상 비중을 둘러싼 부처 갈등도 상존하고 있다. 반면 원조시장의 전문성·다양성·창의성이 강화되고 있고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니 물리적 일원화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유·무상 간 실질적 연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선연계, 후추진 원칙을 확립하고 강력히 실행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유·무상 원조 사업의 진행 사항이 망라된 종합정보망이 구축돼야 한다. 우리 기관 간 유사·중복 사업으로 현지에서 필요 없는 경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원조사업 현황 및 평가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선심성 원조사업에 대한 국민적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소액 살포형 분산지원은 지양돼야 한다. 현재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재정지원을 받는 민관 사업의 경우 수천만원 규모의 다기관 소액 살포형 분산지원이나 대기업이 수행 가능한 사업에 대한 지원은 과감히 축소하고 민·민 연계를 강화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 프로젝트형 사업은 사업 성과가 본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일정 기간 관리·운영을 의무적으로 지원하고 기술협력을 통해 현지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운영체계를 구축한다. 지원 대상국과 지원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중점 지원국을 선별해 왔으나 좀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방법을 전수한다는 관점에서 연수사업의 내실화를 도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중국 등의 물량 공세에 대응하려면 민관 협력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한다. 매년 4700명 이상 파견되고 있는 해외봉사단원들의 현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관리, 활용해야 한다. 우리 경제의 저성장, 고령화, 복지 소요 등에 따른 재정부담 능력을 고려할 때 지속 가능한 ODA가 되려면 소통과 협업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수원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윈·윈 전략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축소·개혁 이어 긴축… 英 “예산 40% 깎겠다”

    강력한 긴축재정을 선언했던 영국 보수당 정부가 이번에는 각 부처에 지출을 최대 40% 삭감하는 계획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지난 5월 출범한 보수당 2기 정부는 5년 안에 정부 재정을 흑자로 돌려놓겠다는 계획 아래 복지 축소, 세제 개혁에 이어 정부 지출 삭감을 추진하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2019~2020 회계연도까지 정부 부처의 지출을 삭감해 200억 파운드(약 36조원)를 절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이를 위해 각 부처에 향후 4년 동안 예산의 25%와 40%를 절약하는 두 가지 방안을 10월까지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구체적인 절약 방안이 담긴 정부 지출계획은 오는 11월 25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오즈번 장관은 정부 지출 삭감을 통해 2020년까지 재정 흑자를 달성하겠다고 공언했다. 재무부 추정치에 따르면 흑자 달성을 위해서는 2019~2020년 370억 파운드(약 67조원)를 절약해야 한다. 보수당 정부는 120억 파운드는 복지 축소로, 50억 파운드는 탈세 방지 및 세제 개혁으로, 나머지 200억 파운드는 정부 지출 삭감으로 확보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국민건강보험(NHS), 국가 안보, 해외 원조, 공립교육 분야는 삭감에서 제외된다. 지난 5월 총선 때 보수당이 공약했던 대로 NHS에 대한 지출은 늘리고, 학생당 투입되는 예산은 유지하며,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 해외 원조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0.7% 수준을 이어 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지출이 유지되는 부처도 예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또한 보수당 정부는 모두 3000억 파운드(약 540조원)에 달하는 국가 소유의 토지와 건물 가운데 일부를 처분, 흑자 재정을 달성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오즈번 장관은 “지난 (보수당 1기) 정부 때도 공공서비스의 질은 향상시키면서도 980억 파운드를 절약한 바 있다”며 “수입 안에서 살림이 가능한 영국을 만들기 위해 정부 지출 삭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미 보수당 1기 정부 때 평균 20.6% 지출을 줄인 부처가 더 큰 삭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은 “재정 절약은 단순히 인색하게 굴어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우선순위에 대한 전략적 결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뉴스 분석] 자산가 소득·해외투자↑ 소비 ‘낙수효과’ 없었다

    [뉴스 분석] 자산가 소득·해외투자↑ 소비 ‘낙수효과’ 없었다

    실질 국민소득이 5년여 만에 가장 많이 늘어났다. 이자·배당소득 등 자산가의 소득이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늘어난 소득도 가능한 한 쓰지 않고 저금해 저축률이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가 해외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소득 증가에 따른 ‘낙수 효과’는 사라졌다. 한국은행은 4일 올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전기 대비 4.2%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2분기 5.0% 이후 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실질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동안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한 것이다. 지난해 1, 2분기 모두 1.0%였던 실질 GNI 증가율은 같은 해 3분기 0.2%로 뚝 떨어졌다. 이어 4분기에 1.6%로 오르더니 올 1분기에는 유가 하락 덕으로 껑충 뛰었다. 김화용 한은 지출국민소득팀 과장은 “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이자·배당소득 증가로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이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외 순수취 요소소득은 우리 국민이 외국에서 노동·자본 등 생산요소를 제공한 대가로 받은 소득에서 외국인이 국내 생산 활동에 참여해 번 소득을 뺀 것이다. 늘어난 소득은 소비로 가지 않았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 중 총저축 비중을 나타내는 총저축률이 36.5%다. 이는 전기보다 1.8% 포인트 오른 것으로, 1998년 3분기 37.2% 이후 17년여 만에 가장 높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 3.6% 늘었지만, 최종소비지출은 0.7%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여윳돈이 늘어나 저금을 늘렸다기보다는 당장 생활비 압박과 미래 불안 등이 겹쳐 돈을 안 썼다는 의미다. 김영태 한은 국민통계부장은 “최근 소비 부진이 반영돼 저축률이 높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저축을 통해 마련된 돈은 결국 우리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의 소비와 투자 여력을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국내 투자는 부진한 반면, 해외 투자는 활발하다는 점이다. 국내 총투자율은 전기보다 0.6% 포인트 하락한 28.1%다. 이는 2013년 2분기 28.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반면 국외 투자율은 전기보다 2.5% 포인트 증가한 8.6%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3분기 8.7% 이후 가장 높다. 최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이 인도에 공장 추가 건설계획을 밝히고 있어 국외 투자율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기 대비 0.8%다. 지난달 발표된 속보치와 같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평등한 양질 교육 보장’ 인천선언 채택

    2030년까지 전 세계 교육의 방향타 역할을 할 ‘인천 선언’이 21일 인천 송도에서 채택됐다. 150여개국 교육부 장관 및 대표단, 국제기구·시민단체 대표 등은 이날 폐막한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2030년까지 모든 이들을 위한 포용적이고 평등한 양질의 교육 보장 및 평생학습기회의 보장’이라는 총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5가지 세부 교육목표를 발표했다. 포럼에서 글로벌 리더들은 4차례 전체회의와 6개의 주제별 토론, 20개의 분과회의를 통해 교육의 접근성을 높이자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회원국은 ▲최소 9년 이상의 의무교육을 통해 양질의 무상교육을 확대하고 ▲모든 국민이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과 양질의 직업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육의 평등성도 강조됐다. 이들은 교육 부문의 성차별을 없애고, 장애인·이주민 등 취약계층이 모든 수준의 교육과 직업훈련에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결의했다. 회원국들은 또 학습 성과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도 다짐했다. ▲교사 및 교육자 권익 향상 ▲공정하고 적합한 채용 및 훈련 ▲풍부하고 효과적인 지원 시스템 마련 등을 통해 기초 수학능력뿐만 아니라 높은 수준의 분석력과 문제해결능력, 인지능력, 대인관계 및 사회성 습득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효과적인 교육 서비스를 위해 정보통신기술(ICT)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 등의 평생학습기회 증진도 교육목표로 채택됐다. 이와 함께 분쟁 및 재난지역의 열악한 교육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탄력적인 교육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회원국들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들며 “교육이 사회 발전을 이끄는 핵심 원동력으로서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교육 재정에 최소한 국내총생산(GDP)의 4~6%, 공공지출의 15~20% 규모의 배분이 필요하다는 구체적 방안도 정해졌다. 선진국 국민총소득(GNI)의 0.7%를 공적개발원조(ODA)에 할당하는 기존 공약의 이행 등 개도국 지원을 위한 협력도 재차 강조됐다. 한편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가진 면담에서 아프리카 ICT활용 교육혁신 사업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르완다, 모잠비크, 짐바브웨 3개국의 문맹률을 낮추기 위한 유네스코의 ICT활용 교육 콘텐츠와 교사훈련 프로그램 개발 등에 한국이 2018년까지 모두 600만 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국민은 못 느끼는 ‘3만弗의 꿈’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경기나 나아지거나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환율 덕분이다. 그래서 국민의 체감과 차이가 더 크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 8180달러다. 전년 2만 6179달러보다 7.6%(2001달러) 늘어났다. 여기에는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3.8% 하락한 효과가 담겨 있다. 2013년 달러당 평균 1095원이던 환율은 지난해 1053원으로 떨어졌다. 원화 가치가 높아져 달러로 환산한 금액이 커진 것이다. 1인당 GNI는 2006년(2만 823달러)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9년째 2만 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1인당 GNI에서 가계가 가져가는 몫인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은 1만 5786달러로 전년(1만 4704달러)보다 7.3% 늘어났다. GNI 증가율(7.6%)에 못 미치면서 1인당 GNI 중 가계가 가져가는 몫이 56.0%로 전년(56.2%)보다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2.6%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러한 기업으로의 쏠림은 ‘임금 없는 성장’ 탓이다.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 위기 당시 2년 반 만에 실질임금이 정체에서 벗어났는데 2008년 이후 지금까지 실질임금이 계속 정체되고 있다”며 “생산성은 높아지는데 임금은 오르지 않아 ‘30-50 클럽’ 가입이 가계 입장에서 실감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30-50 클럽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인구 5000만명을 뜻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GNI가 3만 달러가 되면 7번째 가입국이 된다. 올해 가입하려면 GNI가 6.4%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0%대 물가상승률, 3%대 경제성장률이 예상돼 가입은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한국 법인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보니

    한국 법인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보니

    법인세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뜨겁다. 증세 찬성론자들은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증세를 택한다면 법인세를 가장 먼저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9년 법인세 최고세율을 3% 포인트 내린 만큼 이를 되돌리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판단에서다. 또 기업과 가계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기업이 더 많은 세 부담을 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재계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법인세를 인상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지금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법인세 비중이 최고 수준인데 여기서 더 올리면 경기만 침체된다는 이유에서다.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다 보니 자신들 입맛에 맞도록 법인세 관련 통계를 왜곡시키기까지 한다. ‘뜨거운 감자’ 법인세를 진실과 거짓으로 정리했다. ●우리나라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진실이다. 2013년 기준 총조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14.0%다. OECD 회원국(조사 대상 27개국) 가운데 노르웨이(20.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OECD 평균은 8.3%다. 다만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은 2011년 15.5%에서 점차 내려가는 추세다. ●가계와 기업소득 증가율을 고려하면 법인세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다? 진실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가계소득 비중은 1995년 70.6%에서 2012년 62.3%로 8.3% 포인트 떨어졌다. OECD 평균(4.2% 포인트)보다 2배 정도 더 하락했다. 반면 법인(기업)소득 비중은 같은 기간 16.6%에서 23.3%로 6.7% 포인트 올랐다. OECD 평균 증가율(1.6% 포인트)과 견줘 4배 이상 더 오른 셈이다. 가계소득의 경우 OECD 평균보다 두 배가량 더 나빠졌고 기업소득은 OECD 평균보다 4배 이상 더 늘어났다는 얘기다. 이런 통계지표를 감안하면 법인세 비중이 무조건 높다고 말할 수는 없다. ●부가가치세가 상대적으로 낮아 법인세 비중이 커 보인다? 진실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 비중은 4.4%로 OECD 국가 가운데 바닥 수준이다. OECD 평균은 6.8%다. 영국(6.5%)과 독일(7.3%), 프랑스(7.0%) 등 선진국들은 5% 이상이다. 우리나라 부가가치세 비중이 낮다 보니 총조세 대비 법인세와 소득세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높다? 거짓이다.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2%로 OECD 평균(23.4%)보다 낮다. 미국(35%)과 프랑스(33.3%) 등 선진국과 비교해도 10% 포인트 낮은 것이다. 여기에 각종 조세 감면을 빼고 실제로 내는 법인세의 실효세율은 이보다 더 낮다. 평균 실효세율은 2013년 14.68%까지 떨어졌다. ●법인세를 내리는 게 국제 추세다? 일부만 진실이다. 미국, 일본, 영국, 스웨덴 등은 최근 법인세를 낮췄지만 여전히 법인세율이 30%대인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호주 등은 내리지 않고 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씨줄날줄] 국민소득 3만 달러의 허상/김성수 논설위원

    “3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여는 초석을 놓겠다.”(2014년 1월 6일 신년기자회견), “올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고 4만 달러 시대를 향한 기반을 만들어 가겠다.”(2015년 1월 2일 신년인사회) 새해가 되면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소득과 관련해 시기만 앞당겨서 말했을 뿐 똑같은 얘기를 되풀이했다. 그만큼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 희망대로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 달러를 돌파할 것 같다.1인당 GNI란 한 해 동안 생산활동에 참여했던 가계, 기업, 정부가 국내와 해외에서 벌어들인 전체 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것이다. 1인당 GNI는 1970년 255달러로 시작해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1만 달러를,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에 2만 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 8000달러 안팎이다. 올해 3만 달러를 넘기면 2017년쯤에나 가능할 것이라던 당초 예상을 2년 앞서 초과 달성하는 셈이다. 국민 한 사람이 평균 3만 달러씩 벌게 되면 본격적인 선진국 대열에 드는 것은 사실이다. 축하할 일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살림살이가 전보다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왜 그럴까. 통계적 착시현상 때문이다. 1인당 GNI가 3만 달러라고 했을 때 환율을 1100원으로 계산하면 3300만원이다. 4인 가구라면 연소득이 1억 3200만원이다. 풍족하게 살고도 남을 만한 돈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실제로는 소득이 이만큼 되는 집이 많지 않다. GNI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 정부가 번 돈도 전부 포함된다. 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61% 정도다. 39%는 기업과 정부의 소득이다. 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줄고 있다. 반면 기업 소득의 비중은 갈수록 커진다. 가계와 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가계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은 3만 달러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친다. ‘환율효과’도 있다. 국민총소득은 달러로 표시한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환율이 떨어지면) 이에 비례해 GNI도 상승한다. 지난해 적용한 원·달러 환율은 1053원으로 전년(1095원)보다 42원이 낮다. 달러로 표시하면 가만히 앉아서 4% 상승 효과를 본 셈이다. 통계 기준을 바꾼 것도 국민소득 증가의 한 요인이다. 지난해 3월부터 기업 연구개발(R&D), 무기류 생산액 등이 새롭게 소득 통계에 잡힌다. 이로 인해 늘어난 국민소득만 1인당 3000~4000달러에 이른다. 이런 이유에서 국민들은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체감하지 못한다.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내수 침체는 여전하다. 새해 들어 공공요금은 줄줄이 오를 조짐이다. 갈수록 살기가 팍팍해지고 나아질 전망도 보이지 않는데,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이니, 4만 달러 시대이니 하는 구호만 외치는 것은 공허해 보인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서울&평양 리포트] 北 없는 살림 속 ‘신년 맞이’ 풍경은

    [서울&평양 리포트] 北 없는 살림 속 ‘신년 맞이’ 풍경은

    최근에는 다소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2013년 기준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38만원에 불과하다. 2870만원을 기록한 남한의 21분의1 수준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북한 주민들의 새해는 팍팍하기만 하다. 전체 국민의 37.5%인 930만명이 기아에 시달릴 정도로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북한은 새해가 밝아도 풍족하게 신년을 즐기지 못한다. 게다가 주민들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를 외우라거나 김일성·김정일 부자 동상에 헌화하라는 등 북한 당국의 닦달에 정초부터 바쁘기만 하다. 그럼에도 신년을 맞이한 북한 주민들의 얼굴을 살펴보면 잠시나마 옅은 미소가 엿보인다. 늘 힘든 일상이지만 이웃·친척들과 조촐하게 만든 음식을 나눠 먹고,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쓴 연하장을 주고받으며 조금이나마 시름을 잊어 본 것이다. 비록 없는 살림이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새해를 즐기며 좀 더 배부른 2015년을 꿈꾸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다. ●김정은 신년 불꽃놀이 ‘재정 탄탄’ 과시 의도 지난 1일 0시 평양 대동강변 일대에선 올해도 어김없이 대규모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새해를 축하하는 불꽃으로 김정은 정권 들어서는 매년 행해지고 있다. 북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관이지만 이를 텔레비전 화면으로 지켜보는 북한 주민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주민들은 밥을 굶고 있는데 잠시 예쁜 광경을 보자고 값비싼 불꽃을 허공에 쏘며 돈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는 “북한에선 새해 축포가 한 발 터질 때마다 ‘소 한 마리 값이 날아가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면서 “국가 재산인 소를 한 마리 훔쳤다고 공개 처형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소값보다 비싼 불꽃을 수백 발이나 쏘아 대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권 입장에서는 축포를 성대하게 쏴 사람들로 하여금 정부의 재정이 탄탄하다고 생각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꽃놀이와 더불어 북한 주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신년사다. 북한에선 매년 최고지도자가 발표하는 신년사가 새해 아침에 공개된다. 올해도 김 제1위원장은 조선중앙TV 화면에 나와 신년사를 읊었다. 늘 그렇듯이 지난해의 업적을 평가하고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신년 계획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이 신년사를 외워야 한다는 점이다. 신년사는 깨알 같은 글씨로 노동신문 두 면을 가득 채울 정도인데 대략 1만자 분량이다. 이를 놓고 북한의 각 사업소나 학교는 ‘신년사 통달 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여기서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다 외운 사람에겐 표창장이 수여된다. 반면 잘 외우지 못한 사람은 ‘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하다’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또 신년사에 명시된 새해 과업을 어떻게 하면 잘 수행할 수 있지에 대해 분과별로 토의를 나누기도 한다. 이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각 사업소는 과제를 만들어 수행하면서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낸다. 꼭두새벽부터 시작되는 헌화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1월 1일이 되면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 주변에는 북한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이 가득하다. 평양 외에도 전국 곳곳에 설치된 동상에 헌화 물결이 줄을 잇는다. 자율적으로 하든, 사업장별로 함께하든 헌화는 꼭 하는 편이다. 이에 앞서 12월 31일에는 단위별로 모여 김 부자 동상과 그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한다. ●집소주와 송편 먹으면 “새해 음식 최고로 먹었다” 북한 주민들이 새해에 가장 즐거워하는 부분은 맛있는 음식을 잔뜩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에는 남한의 떡국과 같이 특별한 새해 음식이 없지만 평소에 접하기 힘든 음식들을 먹으며 새해를 즐긴다. 장시장에서 사 온 돼지고기를 양념을 해 밥 위에 얹은 뒤 국물을 부어 먹는 돼지국밥이 대표적이다.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 원장은 “값이 비싸 돼지고기를 구워 먹을 정도로 많이 살 수 없는 주민들이 고육지책으로 국밥을 만들어 먹는다”면서 “그나마도 돼지고기가 적게 들어가면 ‘돼지가 장화를 신고 잠깐 건너간 맛’이라며 서로 농을 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평안도 지역에서는 만두국을, 함경도 지역에서는 전분으로 만든 녹말국수를 먹기도 한다”고 말했다. 돼지국밥을 다 먹고 나서는 떡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평소에는 먹기 힘들뿐더러 이웃 주민들과 나눠 먹기 위해 넉넉하게 한 말 정도 떡을 뽑는다. 이때 만드는 떡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송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추석 때 송편을 만들지만 북한에선 새해에도 송편을 빚는다. 여기에 집에서 만든 소주를 곁들이면 ‘새해 음식을 최고로 먹었다’는 평을 듣곤 한다. 신년 특집 TV프로그램에 대한 반응도 비교적 좋다. 매년 12월 31일 조선중앙TV는 ‘설맞이 공연’을 방영한다. 주로 어린 학생들이 나와 공연을 하는데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매년 ‘설맞이 공연’에 직접 참석해 아이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이 행사가 유명해지게 됐다. 게다가 김 주석 앞에서 솜씨를 뽐낼 수 있는 것을 인생의 영광이라고 생각한 학생들이 6개월 전부터 코피를 쏟아 가며 연습에 매진한 덕에 공연의 질도 상당히 높다. 그 밖에 새해에는 신작 영화나 아동 만화가 방영돼 주민들이 즐겨 보곤 한다. 탈북자 출신 강원철(33·고려대 대학원 북한학 석사과정)씨는 “평소에는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TV 시청이 쉽지 않은데 신년에는 특별히 전기를 더 공급해 줘 비교적 오랜 시간 TV 시청이 가능하다”면서 “새해가 되면 TV를 좀 맘껏 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제야의 종소리도 신년 분위기를 고취시키는 요소 중 하나다. 새해가 되면 남한에서 보신각 타종 행사가 열리는 것처럼 북한에서도 12월 31일 밤 12시를 기해 평양 중구역에 있는 평양종이 울린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과 마찬가지로 거리에 나와 종소리를 듣거나 TV로 타종 행사를 시청한다. 다만 남한에서는 불교적 해석에 의해 33번 타종하지만 북한은 12시 정각에 새해를 맞이한다는 의미로 12번 타종한다는 차이가 있다. ●남자 아이들 아침 일찍 술병 들고 집집마다 인사 북한에는 ‘정초에 남자가 가장 처음 대문을 열고 들어오면 한 해가 잘 풀린다는’는 속설이 있다. 이 때문에 1월 1일이 되면 어린 남자 아이들이 아침 일찍부터 동네 어르신들을 찾아 새해 인사를 하곤 한다. 이때 소년들은 한 손엔 술병을, 다른 한 손에는 소주잔을 들고 다닌다. 어르신께 절을 드린 후 한 잔씩 술을 따라 드리기 위해서다. 술을 받은 어른들은 아이에게 세뱃돈을 주기도 한다. 이때 새해 인사는 보통 ‘새해 축하합니다’라고 한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선 복이라는 단어를 미신 내지 봉건 잔재라고 생각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하장도 주요 새해 인사 수단이다. 북한은 기차가 발달해 있지 않은 데다 먼 곳까지 가려면 통행증을 받아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에 원거리에 있는 친지나 지인들과 만나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오랜만에 기별을 넣는 연하장에는 정성이 깃들 수밖에 없다. 중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연하장은 그림을 잘 그리거나 글씨를 잘 쓰는 사람에게 부탁해 특별히 멋들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요즘은 북한에도 휴대전화 보급이 200만대를 훌쩍 넘어 다소 시들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많은 북한 주민들이 연하장을 쓰고 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사설] 김정은의 북한 3년… 핵포기·개방이 살 길

    오늘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주기를 맞았다. 북한 당국이 연일 추모 분위기를 고조시켜 온 것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중심으로 체제 결속을 다지려는 수순일 게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에서도 유례없는 3대 권력세습은 겉보기엔 공고한 듯하지만 장기적으로 불안 요인을 잉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우리는 북한의 이런 불확실성은 국제적 고립을 자초한 핵개발 등 퇴행적 노선을 포기할 때만 해소될 수 있다고 본다. 조선중앙통신은 엊그제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업적으로 그의 고모부인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처형을 꼽았다. 이는 상식 선에서 보면 블랙 코미디일 게다. 하지만 김정은이 세습 3년 만에 무소불위의 1인 체제를 굳혀 가고 있는 징표로도 해석된다.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 아버지 시절 실세들을 숙청하고 고위 군간부들의 계급을 뗐다 붙였다 하며 길들이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징후다. 그럼에도 김정은 체제가 이제 확고한 반석 위에 자리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포정치로 마취된 권력 안정은 이른바 ‘묘지 위의 평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북을 상대하는 우리가 선군(先軍)주의와 선당(先黨)주의를 오가며 곡예를 벌이고 있는 김정은의 행보를 주시해야 할 이유다. 무엇보다 북 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피폐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주요 통계지표’를 보라. 지난해 남북 경제력 격차는 국민총소득(GNI) 기준으로 42.6배차, 무역액으로는 146배차였다. 1인당 GNI 역시 한국이 2870만원인데 비해 북한은 138만원에 불과했다.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얘기다. 다만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 경제가 미미하나마 성장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행은 2010년 마이너스 성장이던 북한이 2013년에는 1.3%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계했다. 그러나 이는 김정은의 치적이라기보다 북한식 사회주의경제의 파탄이 부른 역설일 뿐이다. 북의 배급체계가 마비됐을 때 ‘북한판 시장경제’인 장마당이 번성하면서 주민생활은 외려 호전된 사례라는 것이다. 북한이 살 길은 대내적으로는 인센티브제와 경제의 자유를 확대하는 등 체제를 개혁하는 일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마식령 스키장, 문수 물놀이장 등 그간 추진해 온 전시성 사업들 대신 주민생활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문호를 더 열어야 한다. 김정은의 핵·경제 병진 노선은 그래서 어불성설이다. 압록강 하구의 북한 황금평 경제특구에 중국 자본 유치 실적이 ‘제로’라는 사실은 뭘 말하나. 북이 몇 차례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자 ‘혈맹’이었던 중국마저 고개를 돌린 결과가 아닌가. 우리 또한 북의 불가측성에 합리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만일의 북의 급변 사태에도 기민하게 대처해야겠지만, 그 이전에 북한 정권을 연착륙시키는 게 더 바람직할 게다. 그러려면 체제 유지를 위해 몸을 사리며 개혁·개방에 소극적인 세습정권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점진적 개혁·개방을 유도해야 한다는 뜻이다. 북이 핵개발 포기를 명시적으로 선언하기 전에라도 내년엔 남북 간 이견이 적고 윈·윈이 될 수 있는 교류협력사업부터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방안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구매력이 소득 못 따라간다

    구매력이 소득 못 따라간다

    국내총소득(GDI) 증가 속도가 국내총생산(GDP)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소득은 늘었지만 교역조건이 나빠져 구매력이 그만큼 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총소득(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국민계정 개편 결과’에 따르면 1954~2013년 중 연평균 실질GDP 성장률은 7.4%다. 교역조건 변화를 반영한 실질GDI의 연평균 성장률 7.1%를 0.3% 포인트 웃돈다. 1980년대에는 실질GDI 성장률이 실질GDP 성장률을 웃돌았으나 1990년대 0.7% 포인트 차이로 역전된 뒤 2000년대 0.9% 포인트, 2010년 이후 0.4% 포인트 차이로 계속 밑돌고 있다. 이동원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차장은 “GDP 성장으로 소득은 늘었지만 구매력이 그만큼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1990년대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제품이 수출 주력 상품이 됐지만 가격은 떨어지고 유가가 불안정해지는 등 교역조건이 나빠져 주머니에 남는 소득은 생각보다 적다는 뜻이다. 가계가 느끼는 체감 경기는 더 나쁘다. 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75년 79.2%에서 지난해 61.2%로 줄어들었다. 반면 기업의 비중은 9.3%에서 25.7%로 뛰었다. 기업의 영업이익 증가만큼 가계의 주요 수입원인 임금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GNI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파르게 줄어들는 반면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가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하게 된 배경이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용어 클릭] ■국내총소득(GDI) 국내총생산(GDP)에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무역 손익을 더한 것으로 국내 생산물의 실질구매력을 나타낸다. ■국민총소득(GNI) 모든 국민이 국내외 생산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소득이다. 국내총소득(GDI)에서 외국인이 국내에서 번 소득을 빼고 국민이 해외에서 거둔 소득을 더해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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