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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희화화 ‘전참시’ 이번엔 장애인 희화화 논란

    세월호 희화화 ‘전참시’ 이번엔 장애인 희화화 논란

    세월호 희생자 희화화 논란으로 7주간 결방했다 최근 방송을 재개한 ‘전지적 참견 시점’(MBC)이 방송 재개 한 주 만에 또 다른 희화화 논란에 빠졌다. 지난 7일 밤 방송된 ‘전참시’에서는 배우 신현준이 과거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맨발의 기봉이’의 기봉이 캐릭터를 재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개그 소재로 쓰인 이 장면에 장애인 희화화로 보인다는 논란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번지고 있다. 출연자들은 이날 ‘전참시’에 처음 출연한 신현준이 그간 연기한 캐릭터들에 대해 얘기하던 중 기봉이 캐릭터를 꺼냈다. 이영자는 신현준에게 “기봉이 인사 한 번 해주세요”라고 부탁했고 송은이는 “한 번만 해줘요”라고 재차 부탁했다. 이어 신현준이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더듬으며 기봉이를 재현하자 모든 출연진이 박장대소했다.‘맨발의 기봉이’는 지적장애인 마라토너 엄기봉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2006년 개봉 당시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비록 신현준이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를 재현한 것이긴 하지만 지적장애인의 어쩔 수 없는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웃음거리로 삼는 것에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한 네티즌은 방송 후 쓴 댓글에 “눈물이 난다. 내 아들이랑 비슷한 모습을 흉내내며 즐거워한다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라고 적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옛날 관점으로 생각했던 것 같은데 추세가 바뀌고 있다”며 “(지적장애인) 희화화가 맞고 조심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적었다. 방송 후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장애인 비하, 세월호 모독 프로그램 MBC ’전지적 참견 시점’ 폐지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도 등장했다. 앞서 ‘전참시’는 지난 5월 5일 방송에서 이영자가 어묵을 먹는 장면에 세월호 참사 보도 장면을 자료화면으로 사용해 세월호 희생자를 희화화했다는 논란을 겪었다. 이 일로 제작진이 교체됐고 7주간 결방됐다. 지난달 30일 방송에서는 “제작진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게재하며 방송을 시작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열린세상] 어느 신부의 ‘험담하지 않겠습니다’ 캠페인/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어느 신부의 ‘험담하지 않겠습니다’ 캠페인/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내가 다니는 성당(서울 돈암동 본당)에서는 지난 1월부터 ‘Stop Bad Mouthing’ 캠페인을 시작했다. 새로 부임한 주경수 신부가 제안한 ‘험담하지 않겠습니다’, ‘불평하지 않겠습니다’이다.다른 사람을 욕하거나 비난하고 불평을 늘어놓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1차로 3주 동안 실천해 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손목 밴드도 만들었고,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작은 선물도 준다. 도중에 한 번이라도 험담과 비난, 불평을 하는 순간 차고 있던 밴드를 다른 손목으로 옮겨 다시 시작한다. 주 신부가 이 캠페인을 시작한 이유는 물질적 나눔뿐만 아니라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말 한마디가 이웃에게 행복과 희망을 가져다주는 사랑의 큰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는 “프란치스코 교황도 ‘험담만 하지 않아도 성인이 될 수 있다’고 하면서 방문 앞에 ‘불평금지’ 포스터를 붙여 놓았다”고 했다. 지난 3월에는 최돈석 교장의 제안으로 경주 근화여고 학생들이 이 운동을 시작했다. ‘험담 NO, 불평 NO’라는 슬로건과 함께 손목 밴드를 착용하고 긍정적인 언어 습관을 가지겠다고 다짐했다. 최 교장 역시 이를 통해 학생들이 언어폭력을 버리고 감사·기쁨·사랑의 긍정적인 언어 습관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했다. 이와 비슷한 운동이 미국에서는 이미 10여년 전에 한 목사(윌 보웬)에 의해 펼쳐지기도 했다. 험담과 불평을 줄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자는 ‘불평 없는 세상’(A complaint free world)이었다. 그 효과는 놀라웠다고 한다. 대인 관계는 물론 조직과 공동체 분위기가 개선되고, 부부와 가족 관계도 회복됐다. 무엇보다 개인의 자존감이 향상되고, 스트레스 감소로 건강에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누구나 안다. 험담이 얼마나 무서운 무기이며, 뒤에서 남을 욕하는 것이 얼마나 비겁하고 추하며, 스스로에게 독이 된다는 사실을. ‘험담을 하는 사람은 입에, 듣는 사람은 귀에 악마가 숨어 있다’, ‘험담은 세 사람을 죽인다. 말하는 자와 듣는 자, 대상자’란 말도 있다. 교황도 “험담은 인격을 죽이고, 사람들을 죽이고, 사람들의 명예를 죽이는 살인자”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인류 역사에서 총칼에 죽은 사람보다 혀끝에 맞아 죽은 사람이 더 많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요즘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하루에 15~30번의 불평이나 험담을 내뱉는다. 직접 입으로 하는 것만이 아니다. 인터넷 댓글과 SNS라는 ‘입’으로 거침없는 악담과 욕설, 비난을 내뱉고 있다. 몇몇 월드컵 한국 대표 선수에 대한 악의적 비난에서 보듯 건전한 여론 형성과 정책 제안의 ‘마당’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까지 험담과 분노의 배설구로 변질돼 가고 있다. 미국 셰리 터클 교수의 말처럼 ‘대화를 잃어버리고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됐다. 수많은 이유와 그에 대한 우려와 탄식과 대책이 쏟아지고, 한편에서는 ‘Stop Bad Mouthing’이나 ‘선플 달기’를 펼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사람들의 입은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성현의 가르침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 옳다는 확증편향과 정파성에 사로잡혀 상대를 무조건 욕하고, 다분히 정치꾼에 불과한 미디어운동가(Media Actvist)들이 방송 진행자와 패널로 나와 대중의 분노를 이용한다. 인터넷 포털 역시 험담을 부추기는 온갖 장치로 댓글 장사를 하고 있다. 강제로 입을 닫게 할 수는 없다. 인터넷의 댓글을 없애고, SNS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몸에 이로운 세포까지 모두 죽이는 항암제처럼 자칫 건전한 비판과 논쟁까지 막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미디어와 말이 가진 긍정적 역할과 가치를 부정할 수 없고, 인터넷과 SNS가 소통과 여론의 ‘창’이 돼 버린 세상이다. ‘Stop Bad Mouthing’ 캠페인이 6개월째 이어지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선플 운동도 비슷하다. 언어는 습관이고, 습관은 중독이다. 흡연처럼.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결심과 정화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천사와 악마의 차이는 그 모습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 “美이민장벽 욕하면서 우리 앞 난민은 외면… 공존 배울 때”

    “美이민장벽 욕하면서 우리 앞 난민은 외면… 공존 배울 때”

    “고작 500명이 왔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혐오하고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묵살하는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4일 제주시 가톨릭회관 3층 교구장실에서 만난 강우일(73)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700만이 넘는 한국인들이 지금 해외 시민들의 관대한 수용으로 외국에서 더부살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민자 가족의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미국의 모습에 분노했으면서 정작 우리 마당에서 벌어진 일은 외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강 교구장은 지난 1일 “난민 배척은 인간 도리를 거부한 범죄”라는 내용의 사목서한을 발표했다.→사목서한이 큰 논란을 일으켰다. -생명이 위태로운 사람이 내 집 문을 두드릴 때, 그 문을 열기를 거부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를 저버리는 일이다.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묵살하는 것은 범죄라는 말이었다. →종교적·윤리적 호소임을 감안해도 난민 반대를 주장하는 정서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제강점기 연해주와 만주로 이주한 선조들, 임시정부를 꾸린 독립운동가들, 4·3 사건으로 일본으로 떠난 제주도민들이 모두 난민이었다. 수많은 난민을 양산한 6·25 전쟁은 아마도 1951년 체결된 난민 협약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난민 협약에 가입한 대한민국은 당연히 난민을 받아야 하는 국제법적인 의무가 있다. 예멘인 500여명 들어왔다고 해서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도리를 저버리는 위법적인 행위다. →그동안 다른 나라 이야기로 알았던 난민 문제가 우리 앞에서 벌어진 현실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10여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주의 큰 흐름이 나타났다. 이것은 고대부터 생존을 찾아 이어져 온 민족 이동이라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위정자들도 단순히 예멘 사람 500명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 벌어지는 ‘메가 트렌드’에 대한 이해 속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지금은 500명이지만, 더 많은 난민이 유입될 것이다. ‘인도주의’만으로 감당할 수 있나. -물론 무한정으로 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난민 수용 비율(4%)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낮다. 당분간 더 받아들여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하면 최하위 수준일 것이다. 처음부터 갑자기 많이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지금 단계에서의 우려는 그야말로 ‘기우’다. →경제적인 이유로 이주해 온 사람들도 받아들여야 하나. -우리가 다 먹여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경제구조 속에서 그들이 스스로 일해서 먹고살 수 있도록 해 주면 되는 거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에서도 난민 배척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유럽의 많은 국민과 지도자들은 지중해에서 조각배와 함께 가라앉는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경제적인 부담과 반대 여론 속에서도 힘이 닿는 데까지 도우려는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와 지도자들이 많다. →제주 난민 배척 국민청원이 60만을 넘었다. 일부 의견이 아니라 대세로 자리잡는 느낌이다. -일부 의견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세계적인 시야에서 난민 문제를 바라보고, 다른 민족에 대한 연대·공존의식을 터득해야 하는 시대라고 국민께 말씀드리고 싶다. 편협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넘어야 하는 시대인데 오히려 벽을 더 높이 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난민과 이주민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주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영역은 대부분 한국 사람이 기피하는 곳이다. 제주에서도 감귤을 따는 일에는 국내 노동력이 제대로 충원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산업도 이주노동자 없이는 작동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불안감을 넘어 잘못된 정보에 기반을 둔 혐오도 많다. -이슬람에 대한 가짜 정보가 굉장히 많은 것 같다. 물론 이슬람 중에 극단주의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이슬람 신자들은 우리처럼 평범하게 가족 간의 끈끈한 정을 갖고 산다. →출도(제주 밖으로 이동)제한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폐기했으면 한다. 지리적으로 좁은 제주는 일자리가 많지 않고 이슬람 문화를 이해하는 사람도 드물다. 예멘인들이 좀더 다양한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한국 사회에 적응할 길을 더 폭넓게 터 줘야 우리가 우려하는 문제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제주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제주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고승덕 변호사와 이촌파출소 간 송사의 전말…‘이촌파출소’ 운명은

    고승덕 변호사와 이촌파출소 간 송사의 전말…‘이촌파출소’ 운명은

    3만여명 주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파출소가 43년 만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이촌파출소’ 얘기다. 치안 공백을 우려한 주민들이 ‘파출소 존치’를 희망했지만 법원의 판단은 냉정했다. 파출소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한 원고의 주장은 토지 소유권자로서 정당한 권리 행사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파출소 강제 이전’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이 지역에서 신축 부지를 매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최소 100억원이 들 것이란 계산이 나왔기 때문이다. 파출소 신축 비용인 5억~7억원의 최대 20배가 부지 마련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40여년을 이촌동에서 살아온 이 파출소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43년 간 주인 3번 바뀐 이촌파출소 이촌파출소가 자리한 ‘꿈나무소공원’(1412.60㎡) 땅은 원래 정부(총무처) 소유였다. 1966년 이촌동 일대에 공무원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정부가 이곳을 공공시설 부지로 입주민에게 제공했고, 1975년 파출소가 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8년 뒤인 1983년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땅 주인이 총무처에서 공무원연금관리공단(현 공무원연금공단)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공단이 2007년 7월 이촌동의 다른 공원 부지인 ‘이촌소공원’(1736.90㎡)과 함께 일괄 매각하기로 했다. 감사원이 공단 소유 자산 중 수익을 내지 못하는 부지에 대해 처리 방안을 내라고 해 처분하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공단 설명이다. 부지 규모는 3149.5㎡(약 952평)으로, 매각 금액은 42억 8340만원(공고 기준)이었다. 입찰에는 유한회사 ‘마켓데이’만 입찰에 참여했다. 공단 측은 “매각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당시 단독 입찰도 허용했다”고 말했다. 공단은 매각 당시 공고문에 “경찰 지구대(이촌파출소)로 인한 사용제한 사항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확인한다. 우리 공단은 일체 책임지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마켓데이 측은 이 제약 조건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승덕 변호사 전면 등장...소송만 4개 2013년 9월 마켓데이 임원의 남편인 고승덕 변호사가 전면에 나섰다. 고 변호사측은 마켓데이의 법률대리인으로서 경찰청과 용산구청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은 크게 네 갈래로 진행됐다. 먼저 고 변호사 측은 2013년 “파출소가 땅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파출소 부지사용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 판결부터 지난해 4월 대법원 판결까지 모두 원고가 승소하면서 경찰은 10년간 밀린 사용료 1억 5000만원을 원고 측에 지급했다. 그리고 지난해 6월부터 매달 파출소 임대료 명목의 월세 243만원을 내고 있다. 고 변호사 측은 2014년 용산구청을 상대로 “공원 부지로 묶여 있는 것을 해제해달라”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3년여의 긴 소송 끝에 지난해 8월 대법원은 2020년 7월까지 공원구역으로 보전하고, 그 이후에도 공원구역으로 이용하려면 구청이 소유권자인 원고 측에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와 별개로 고 변호사 측은 2016년 11월 “용산구청이 마켓데이 소유 공원에 대해 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다”며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이 소송의 1심 판결은 오는 20일 나온다. 소송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고 변호사 측은 지난해 7월 파출소 건물 철거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청 예산에 이촌파출소 이전(移轉) 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까지 간 것으로 전해졌다. 1년여만인 지난 4일 1심 결과는 고 변호사 측 승리로 끝났다.●파출소 철거 결정에 경찰 ‘항소’ 맞대응 법원의 파출소 철거 결정에 대해 경찰은 항소를 하기로 했다. 가집행 정지 신청도 계획 중이다. 고 변호사 측이 파출소 건물 소유권을 넘겨 받기 위한 시도 자체를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경찰은 고 변호사 측과 협의를 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2020년 7월까지는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장·단기 임대차 계약을 하는 등 접점을 찾아본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 변호사 측에 접촉을 했지만 아직 연락이 안 닿고 있다”면서 “사용료 현실화 등 여러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의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현재 경찰은 이촌동 왕궁아파트 재건축이 마무리되면 신축 주민센터에 파출소까지 입주시키는 방안, 용산구 청파동의 청파치안센터로 이전하는 방안, 인근 부지를 매입해 신축하거나 인근 건물을 임대하는 방안, 주변 파출소와 통합 뒤 지구대로 격상하는 방안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청파치안센터로 이전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위치로부터 거리가 4.1㎞가량 떨어져 있어 이촌동이 사실상 치안 사각지대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주민들의 치안 불안이 없도록 이촌파출소의 업무는 중단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운명의 날 2020년 7월...구청 결단 남았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용산구청은 2020년 7월 전에 공원 유지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만약 이후에도 공원을 유지하려면 고 변호사 측에 토지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구청이 추산한 토지 보상금은 165억원 수준이다. 고 변호사 측이 매입한 42억 땅이 11년 만에 4배나 뛴 것이다. 파출소가 있는 부지는 57억원인데, 이촌소공원 부지가 108억원으로 2배가량 비싸게 평가됐다. 이마저도 협상 단계에서 200억원 넘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구청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이 되는 금액일 수밖에 없다. 용산구 측은 “현재로선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만일 공원을 유지한다면 주민들의 치안을 위해 파출소는 존치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치안 불안’ 이촌동 주민들...청와대 ‘청원’ 지난해 고 변호사 측이 파출소 철거 소송을 냈을 때 이촌동 주민들은 탄원서 서명 운동을 펼쳤다. 지난해 11월 15일부터 29일까지 서명 운동에 참가한 주민만 30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탄원서는 “이촌파출소는 1만 315가구, 3만 600여명 인구의 치안을 담당한다. 현재 다른 파출소 부지를 찾을 수 없는 상황으로 파출소가 없어지면 치안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면서 “재판장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주민들 탄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4일 법원 판결에 대해 이촌동 주민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우려의 글이 올라왔다. “이촌동에 파출소 있는게 좋은데 패소 안타깝다.” “파출소 없으면 이촌1동 치안은 어떻게?” “동네에 갈 자리가 있을까요.”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한 주민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이촌파출소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다. 이 청원자는 2007년 공무원연금공단이 파출소가 있는 부지를 매각한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검찰이 조사를 할 명분이 있다면 조사를 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유재산은 보호가 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지만 공익이 우선시되고 있던 부분을 사익이 침범해 사유재산의 보호를 외친다면 공익은 지켜지기 어렵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7일 이 청원에는 60여명이 서명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난민 수용 반대’ 靑 청원, 역대 최다 경신

    ‘난민 수용 반대’ 靑 청원, 역대 최다 경신

    예멘 난민들의 입국을 계기로 촉발된 난민수용 반대 청원이 6일 기준으로 63만명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지난달 13일부터 게시돼 있다. 이 청원 글은 불과 5일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받아,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로부터 답변을 들을 요건(한달 내 20만명 이상의 동의)을 충족했다. 이같이 난민수용을 둘러싼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일 비서실에 현황파악을 지시하기도 했다. 청원 동의는 역대 최대 동의를 얻었던 ‘조두순 출소반대’ 청원(61만 5354명) 기록을 가뿐히 넘겼다. 청원글 동의 기간이 한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난민 반대 청원의 동의 기록은 80만에 육박할 수도 있다. ‘난민은 제주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서 줄여야 한다’(7만 6000여명), ‘제주 체류중인 예멘 난민 추방 청원’(3만 7500여명), ‘예멘 난민 수용하기로 한 제주도의 도지사를 탄핵하고 제주도 특별자치도 지위를 해체해달라’(3만 1000여명) 등 비슷한 내용의 청원도 많은 동의를 얻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코르셋’ vs ‘찐따’ 교복/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코르셋’ vs ‘찐따’ 교복/황수정 논설위원

    4~5월쯤 동네 옷수선점에는 난데없는 ‘007 실랑이 작전’이 벌어진다. 중·고교생 딸을 둔 엄마라면 몸소 겪어 봤거나 십분 공감할 풍경. 아이 몰래 엄마는 교복 치마 길이와 통을 1㎝라도 늘려 달라고 맡기고, 이를 귀신같이 알아차린 아이는 다음날 득달같이 줄인다.여학생 교복이 여론의 입길에 올랐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불편한 교복을 수술해서 입는” 학교 현실을 언급하면서 불이 붙었다. 여학생 교복을 개선해 달라는 요구가 연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쌓이고 있다. 여성 인권이 사회 이슈로 크게 부각되면서 여학생 교복이 여론의 중심부로 깊숙이 들어온 셈이다. 학교와 가정에서는 한 번도 꺼진 적 없는 갈등의 불씨가 사실은 교복이다. 맹추위에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여학생들의 짧은 교복 치마는 학부모들에게 원성의 대상인 지 오래다. 엄마들 사이에서 악명 높기는 여름 교복이 더하다. 제대로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하게 딱 달라붙은 여학생 셔츠와 통 좁은 치마는 ‘감옥’이다. 최근 부산의 한 여중학교에서는 학교의 속옷 규제에 항의하는 집단 시위도 있었다. 상의 아래 입는 속옷을 흰색으로만 통일하라는 교칙에 학생들은 인권침해라고 반발한 것. 셔츠의 품이 넉넉했다면 애초에 논쟁거리가 될 수도 없는 문제였다. 더 짧게, 더 좁게 ‘라인’을 강조하는 대형 교복업체들의 경쟁은 해마다 치열하다. 배꼽을 간신히 덮는 짧고 좁은 상의는 어느 업체할 것 없이 마케팅 포인트다. 최고의 남녀 아이돌 스타들에게 무대 의상처럼 ‘핏’을 살려 입힌 교복 광고는 업계의 공식이 됐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몸에 붙어)좀 불편해도 핏은 ○○○브랜드가 최고”라는 말이 정설로 굳었을 정도. 학교가 공동구매 업체로 지정한 업체의 교복 대신 핏이 예쁜 특정 업체의 것을 비싼 가격에도 사겠다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광고 속 아이돌처럼 미니스커트로 줄여 입는 것은 기본. 무릎 위로 아찔하게 줄여 입는 유행을 혼자 무시했다가는 학교에서 “찐따”로 놀림받기 일쑤다. 현실이 이렇다. 교사들은 “몸에 붙는 스키니 교복이 학생들에게는 일종의 유행 코드다. 일일이 단속하자면 수업을 못 할 지경이어서 손 놓고 있다”고 푸념한다. 대통령의 한마디에 교육부가 일선 교육청으로 “학생 눈높이의 편한 교복을 입히자”고 부랴부랴 주문했다. 다수 교육감은 편한 교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발 늦었지 싶다. ‘코르셋 억압’을 견디는 동안 체육복까지 줄여 입는 교복문화가 십대의 체질로 굳어 버린 것 같으니. sjh@seoul.co.kr
  • [제주 난민 희망과 절망] 불안감 자연스럽지만 ‘혐오의 시선’ 해결에 아무 도움 안 돼

    갑자기 예멘인 500여명이 제주도로 몰려와 난민 신청을 하는 광경을 본 한국인들에게 ‘불안’은 자연스러운 반응일 수 있다. 추후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이미 발생한 상황이니 앞으로를 ‘우려’하며 대책을 세우려 노력하는 자세는 합리적인 대응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혐오’는? 국제이주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는 악성 루머에 휩쓸려 현 상황을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자세는 이미 불거진 난민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 난민 정책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난민 신청 불법으로 싸잡는 건 무리”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5일 “대량의 예멘인 난민 신청이 이뤄졌다는 이례적인 상황 때문에 극단주의적인 태도에 여론이 휩쓸리는 모습이 보인다”면서 “최근 예멘 난민 수용에 부정적인 기류가 부각된 여론조사는 다문화·이민자에 대해 점점 관대해지는 것으로 나타나던 기존 여론조사 추세와 정반대 양상”이라고 지적했다. 설 교수는 이어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선 예멘인들을 집단으로 싸잡아 이들이 불법 난민신청을 한 것처럼 보는 인식이 드러나고 있는데, 불법 신청 여부는 정부가 난민법에 근거해 개인별로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점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난민 발생국이던 한국, 의식은 제자리”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무슬림에 대한 혐오 감정이 예멘인 난민 신청자에게 투영된 모습”이라면서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 시기까지 난민 발생국이던 한국이 이제 난민 수용국이 됐지만, 그 기간 동안 의식의 변화가 크지 않았던 점이 이번에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이어 “독일 등 유럽 등지에서 무슬림 난민의 강력범죄를 접한 경험이 무슬림에 대한 경계심을 부추겼겠지만, 정작 이미 외국인 노동자 등의 지위로 국내에 들어온 많은 무슬림들이 강력범죄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사실은 무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외국인 범죄 확대는 루머” 해명 법무부는 이날 철저한 난민심사를 약속하는 동시에 그간 예멘인 난민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외국인 범죄가 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해 체류 외국인 수가 전년 대비 약 6.4% 늘었지만, 외국인 범죄는 약 17.6%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유럽 지역 반이민·반난민 정서 확산 현상과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해 미국은 약 2만 3000명, 독일은 약 25만 6000명에게 난민 또는 보충적 지위를 부여해 우리와 규모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광주 운암동 구급차 사고 블랙박스 영상

    광주 운암동 구급차 사고 블랙박스 영상

    지난 2일 광주 운암동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119구급차 사고 영상이 뒤늦게 주목을 받고 있다. 영상에는 119구급차가 길을 비켜준 차량을 피해 가던 중, 교차로 오른편에서 달려오던 은색 스타렉스 차량에 부딪히는 순간이 담겼다. 구급차는 균형을 잃고 옆으로 넘어졌고, 차에 있던 환자와 구급대원들이 차 밖으로 튕겨 나왔다. 구급대원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환자 쪽으로 다가가 상태를 확인했다. 한 대원은 고통이 가시지 않은 듯 환자 쪽으로 기어가 이를 살폈다. 이송 전부터 호흡과 맥박이 없던 90대 환자는 뒤따르던 구급차로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약 1시간 뒤 숨졌다.한편 광주 북부경찰서는 이 구급차를 운전한 소방서 직원을 5일 조사하기로 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구급차,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는 긴급상황 때 신호ㆍ속도위반을 해도 되지만, 사고가 나면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구급차 운전자의 선처를 요구하는 게시물에 대한 동의가 잇따르고 있다. ‘광주 구급대원 경찰 조사 및 처벌 억제’라는 제목의 청원 게시물엔 현재까지 1만 7000명이 동의했고, 유사한 내용의 청원도 계속 올라오고 있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
  • “법리상 의문점? 궤변” 국민청원…‘권성동 영장기각’ 허경호 판사 과거

    “법리상 의문점? 궤변” 국민청원…‘권성동 영장기각’ 허경호 판사 과거

    강원랜드 채용 비리 혐의를 받는 자유한국당 권성동(58)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권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이날 0시 15분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법리상 의문점이 있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권 의원은 서울북부지검에서 대기하다 기각 소식을 접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권 의원은 2012년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에 의원실 직원과 고교 동창 자녀 등 최소 16명을 선발해달라고 청탁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그는 2013년 9∼10월 “감사원의 감사를 신경 써달라”는 최흥집 당시 강원랜드 사장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자신의 비서관이던 김모씨를 채용하게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도 있다. 아울러 고교 동창인 또 다른 김모씨가 강원랜드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과정에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역시 권 의원의 구속영장에 적시됐다. 권 의원의 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영장을 기각한 사례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허 부장판사는 최근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부인 이명희씨,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안태근 전 검사장,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이명희씨는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허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의 야권·진보 인사 불법사찰 의혹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해서도 허 부장판사는 5월 30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볼 수 없고, 증거들이 수집돼 있어 증거 인멸 우려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여성 후배 검사를 성추행하고 인사보복을 한 의혹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해서도 허 부장판사는 4월 18일 “범죄성립에 다툴 부분이 많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방부의 수사를 축소하도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허 부장판사는 지난 3월 7일 “범죄사실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고,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일부 네티즌들은 허 판사의 구속영장 기각을 비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파면을 요구하기도 했다. 청원자는 허 판사의 판결을 ‘궤변’이라고 주장하며 “허 판사의 ‘기이한 판결’에 따라 허 판사도 공범으로 간주하여 파면 구속까지 했으면 좋겠다”며 판결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2월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파면을 요구하는 국민 청원이 올라온 바 있다. 당시 20만 명이 넘게 동의하며 청와대의 공식 답변 대상이 됐다.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 부장판사에 대한 국민 청원 내용을 전달했다. 김 부장판사는 “국회의원의 급여를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청원은 27만 명이 서명했지만 국회에 알리지 않았는데, 23만 명이 서명한 판사 파면 청원은 굳이 그 내용을 통지했다. 외부로부터 사법권 침해가 이루어진다면, 행정부가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역시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청와대에 요구하라”고 강조했으며, 이어 대한변호사협회는 “판사 파면 국민청원 전달에 우려를 표한다”는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여학생 교복 언급한 까닥은?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여학생 교복 언급한 까닥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여학생들의 교복에 대해 언급한 이유는 뭘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에게 문 대통령이 전날(3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아이들이 교복을 받으면 더 수선해서 몸에 딱 맞는 식으로 입는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의 취지는 여학생들이 편하게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새로운 교육감들과 협의해 점검해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불편한 교복 대신 생활복&체육복으로 대체해주세요’ ‘여자교복을 편하게 해주세요’ 등의 글이 올라온 상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센 척 한다” 여고생 집단폭행·강제추행한 10대들

    “센 척 한다” 여고생 집단폭행·강제추행한 10대들

    고교생이 또래 중·고교생들로부터 산과 자취방에서 집단으로 폭행과 성추행을 당한 사건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지난달 26일부터 이틀 동안 고교 2학년생인 A양을 관악산과 집 등에서 끌고 다니며 때리고 추행한 혐의(공동폭행, 강제추행)로 중학생 B양 등 10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경찰은 A양의 가족으로부터 지난달 27일 실종 신고를 접수하던 중 이 같은 피해 사실을 확인했다. A양은 사건 당일 가족에게 ‘친구 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말한 뒤 연락이 끊겼고, 다음날 경찰과 통화해 자신의 위치를 알렸다. 가해자 중 1명의 집 앞에서 경찰을 만난 A양은 당시 온몸에 멍이 들고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으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A양은 가해자들로부터 ‘센 척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지속해서 심한 욕을 듣고 협박을 받아왔고, ‘직접 오지 않으면 학교로 찾아가겠다’는 협박에 못 이겨 만나러 갔다가 주먹과 각목 등으로 구타당하고 성추행을 당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양의 가족은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해를 알리면서 엄중한 처벌과 소년법 폐지·개정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가족은 이 글에서 “(A양이) 온몸에 멍이 들고 가슴에 공기가 차서 식도에 호스를 낀 채 밥을 먹지 못하고 물도 마시지 못하고 있다”며 “가해자들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해자 중 1명이 만 14세 미만이어서 소년법상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 ‘촉법소년’이라고 언급하면서 “성인은 구속 수사가 가능한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벌을 받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 오후 12시 현재 1만 3000명 이상이 동의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엄벌’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돌파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엄벌’ 청와대 국민청원 20만 돌파

    자신의 딸을 집단 성폭행한 가해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로써 청와대가 공식 답변을 내놓게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가해자들은 떳떳이 생활하고 집단 성폭행당한 피해자인 저희 아이는 오히려 더 죄인같이 생활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에 참여한 인원은 4일 오후 6시 총 20만 명을 넘어섰다. 이로써 지난달 24일에 올라온 이번 청원은 ‘한 달 내 20만 명 이상의 동의’라는 청와대 공식 답변 요건을 충족했다. 자신을 15살 여중생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청원자는 “2018년 3월 저희 아이가 2000년생 남자아이 3명과 딸아이와 같은 또래 남학생 4명, 총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그런 과정에서 사진도 찍히고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청원자는 “사건이 있었던 후로 남자아이들이 ㅇㅇㅇ를 성폭행했다며 자랑스럽게 소문을 냈고 딸 애는 수군거림과 따돌림을 견디지 못해 대안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가해자 중) 네 명의 아이들은 소년원에 들어가고 나서도 그걸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며 “딸 아이가 목숨을 끊으려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는 걸 발견해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적었다. 청원자는 “그 사건이 일어나고 (가해자) 7명의 아이들이나 부모 쪽에서 어떤 사과 한 번도 못 받았고 피해자인 아이가 죄인처럼 숨어 지내야 했다”면서 “가해자인 아이들이 떳떳하게 생활하는 현실이 원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청원자는 “소년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는 재범의 생각이 들지 않게 강한 법의 심판을 요구 드린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익산 응급실 폭행 영상 보니…“솜방망이 처벌로 폭행 반복”

    익산 응급실 폭행 영상 보니…“솜방망이 처벌로 폭행 반복”

    익산에서 만취 환자가 응급실 의사를 마구잡이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9시 30분쯤 익산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A(46)씨가 의사 B(37)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다리를 발로 수 차례 폭행한 혐의(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불구속 입건, 조사를 받고 있다. 손가락이 골절돼 병원을 찾은 A씨는 당직의사인 B씨가 웃음을 보이자 “내가 웃기냐”면서 시비를 걸었다. 당시 폭행 현장이 담긴 CCTV 영상을 보면 A씨는 의자에 앉아 있던 B씨를 갑자기 주먹으로 여러 차례 가격한 뒤 쓰러진 B씨의 머리채를 잡았다. 이후 경비원이 다가오자 또 한번 발길질을 가했다. 이 폭행으로 B씨는 뇌진탕, 코뼈 골절, 치아 골절 등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상황을 찍은 다른 영상을 보면 B씨가 흘린 피가 응급실 바닥에 낭자해 있다. A씨는 경비원과 경찰이 출동한 상황에서도 B씨를 향해 “감방에 들어가더라도 나와서 죽여버리겠다”라고 소리쳐 B씨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 B씨가 의협신문과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A씨는 술에 취한 채 “입원을 원한다. 남자가 한 입으로 두 말 안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다른 환자의 엑스레이 영상을 보고 있던 B씨는 A씨의 말에 소리 없이 웃었고, 이에 A씨는 “너는 왜 웃냐? 내가 코미디언이냐?”고 시비를 걸었다는 것. B씨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네요. 술 드셨어요? 술 드시고 시비 걸지 마세요”라고 말하자 A씨는 이름을 묻고는 돌아가는 듯하다가 다시 돌아와 주먹을 휘둘렀다는 게 B씨의 주장이다. B씨는 “응급실 의료진들이 항상 폭행의 위험 속에 노출돼 있는데 솜방망이 처벌과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폭행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사건이 알려진 뒤 대한의사협회는 물론 각 지역 의사회들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구속 수사 및 처벌,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3일 전북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응급실에 담당 지역 경찰이 상주하도록 법제화하는 등 근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 사건 관련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25000명이 넘는 인원이 청원에 참여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피해자 어머니 국민청원에 15만 동의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피해자 어머니 국민청원에 15만 동의

    대구에서 한 여중생이 10대 남학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후 2차 피해까지 겪고 있다며 피해자의 어머니가 직접 국민 청원에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3일 약 15만명이 동의한 상태다. 3일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대구 모 중학교에 다니는 A양(15)은 B군(17) 등 6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지난 4월 6일 B군 등 6명에 대해 ‘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B군은 구속, 나머지 5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A의 어머니라고 소개한 C씨는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가해자들은 떳떳이 생활하고, 집단 성폭행 당한 피해자인 저희 아이는 오히려 더 죄인같이 생활하고 있다. 미성년자 성폭행범 처벌을 더 강화해 달라”면서 해당 사안을 올렸다. C씨는 “(성폭행) 가해자들이 자랑스럽게 성폭행 사실을 딸이 다니는 학교에 소문을 내고, SNS에서는 딸 아이가 남자애들을 꾀어서 관계를 했다는 허위 사실까지 올렸기 때문에 청원을 하게 됐다”며 현재도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정황을 밝혔다. 이어서 “그 일 이후 딸 아이는 소문이 돌면서 좋아하던 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대안학교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딸 아이가 목숨을 끊으려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는 걸 발견하고 둘이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또한 그는 “가해 아이들이나 부모들에게 어떠한 사과를 받지도 못했다”면서 “가해자인 아이들이 더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잘 생활하고 있다는 현실이 너무 원망스럽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강한 법의 심판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뉴스를부탁해]“기저귀, 현금으로 사라고요?” 성남 부모가 화난 진짜 이유

    [뉴스를부탁해]“기저귀, 현금으로 사라고요?” 성남 부모가 화난 진짜 이유

    성남시 아동수당 지역화폐 지급 논란아동수당법 위반은 아냐…9월부터 시행 가능상품권 가맹점 7679곳 중 육아 관련은 45곳아동수당 취지와 지역경제 활성화 무리하게 엮어“은수미 시장 월급부터 상품권으로” 비판도 경기 성남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은수미 성남시장과 아동수당 때문입니다. 정부는 오는 9월부터 6세 미만 아동에게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줍니다. 그런데 성남시만 이 수당을 현금 대신 지역에서만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성남 지역 주민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맘카페와 부동산카페,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은 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성남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정책을 철회하라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은 시장은 지난 2일 직접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가라앉기는커녕 설득력이 부족한 논리를 내세워 시민들의 불만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성남시 아동수당 지역화폐 지급 논란, 법 위반 소지는 없는지, 정부 입장은 어떠한지 짚어보겠습니다.아동수당은 만 6세 미만(0~71개월)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환경을 만들어 주자는 의미로 도입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었고 9월부터 시행됩니다. 주민센터나 온라인을 통해 신청하면 은행 계좌로 매달 수당을 받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성남시는 아동수당을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주겠다고 합니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은 시장의 공약이라는 이유입니다. 은 시장은 2순위 공약으로 ‘지역화폐 1000억원 시대 개막 및 지역상권 활성화 정책 추진’을 내걸었습니다. 지역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 아동수당, 청년배당,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비용을 단기적으로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주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성남 관련 인터넷 카페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런 내용의 공약이 있는 줄도 몰랐다’, ‘미리 알았다면 표를 주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은 시장은 지난 2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해명했습니다. 그는 “공약을 자세히 말씀드릴 기회가 없었다. 쉽게 풀릴 수 있었는데, 또 취임하자마자 토론과 숙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었는데 선거 기간 충분히 전달이 안 된 것 같다”며 사과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주는 것이 불법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 위반은 아닙니다.지난 3월 27일 제정된 아동수당법 10조 3항을 보면 “아동수당은 현금으로 지급한다”고 나옵니다. 다만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은 해당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는 다른 방법으로도 지급할 수 있다고 명시했습니다. 하위 법령인 아동수당법 시행령 10조를 보겠습니다. 아동수당을 지자체가 발행한 상품권으로 지급할 수 있다고 나옵니다. 지자체가 원하면 보건복지부와 협의 하에 그럴 수 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자체 조례를 만들어 아동수당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고 하면 중앙정부에서 못하게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지자체는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 결과와 상품권 지급 방법 등을 적은 세부사업계획을 복지부에 제출하고 실무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시행령상 이런 자료는 상품권 지급이 시작되기 6개월 전에 복지부에 제출돼야 합니다. 그렇다면 성남시가 9월부터 아동수당을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닐까요? 그게 또 그렇지가 않습니다. 아동수당법 시행령 부칙 2조는 아동수당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려면 시행일 60일 전에만 준비 자료를 복지부 장관에 제출하면 된다고 적어두었습니다. 새로 시행되는 법인 만큼 올해까지는 행정 편의를 위해 준비기간을 두 달로 줄여준 것입니다.성남시는 이미 복지부에 협조 요청 문서를 발송했습니다. 9월 1일부터 아동수당을 상품권으로 주는데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참고로 아동수당을 상품권으로 주겠다고 복지부에 협의를 신청한 지자체는 성남시가 유일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성남시민들의 불만은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상품권 사용처가 적고 사용하기 불편하다 ▲바쁜데 언제 매달 상품권을 타 가겠느냐는 것입니다. 첫 번째 문제가 가장 커 보입니다. 지역상품권을 쓸 수 있는 가맹점이 적어 육아용품을 구입하기 쉽지 않고, 가격면에서도 온라인 구매보다 비싸다는 불만입니다. 성남시에 따르면 성남사랑상품권 가맹점은 2015년 5277곳에서 2016년 7100곳으로 늘었고 지난해 9월 기준 7679곳에 달합니다. 그런데 성남시가 제공하는 상품권 가맹점 리스트를 조회해보니 육아용품과 유아의류를 취급하는 곳은 ‘베이비스타’, ‘베이비파크’, ‘아가방 성남제일점’, ‘디어베이비’, ‘토이앤맘 분당점’ 등 5곳 정도입니다. 산후도우미를 알선해주는 업체와 산후조리원은 39곳에 불과합니다. 아동수당으로 지급된 상품권을 쓸 수 있는 가맹점 수를 늘리는 것이 먼저라는 게 대다수 시민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은 시장은 정반대 입장입니다. 먼저 상품권을 지급한 뒤, 가맹점 수를 차차 늘려나가겠다는 겁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맹점을 확대할 생각이다. 온라인(가맹점)도 적극적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라면서도 “그건 시간이 좀 걸리기 때문에 우선 (상품권을) 전달해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아기 키울 때 필수품인 기저귀와 물티슈는 오프라인 상점에서 사는 것보다 온라인으로 대량 구매하는 소비가 일반적입니다. 값이 더 싼데다 집까지 가져다주니 편리해서 그렇습니다. H브랜드 기저귀 48매 1팩의 오프라인 마트 가격은 1만 6800원 수준인데, 인터넷 최저가는 1만 1310원입니다. 배송비 2500원을 더해도 온라인이 3000원가량 쌉니다. 무료배송이 되는 3팩 가격은 온라인으로는 4만 1900원이지만 오프라인으로는 5만 400원으로 가격 차가 8500원입니다. 유통 마진 때문입니다. 아동수당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면 동네 마트나 시장에서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사야 하는 것입니다. 성남시민들은 이런 불만에 대한 은 시장의 답변이 더 실망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은 시장은 인터뷰에서 “기저귀는 현금으로 쓰시라”고 했습니다. 아동수당으로 사지 말란 얘깁니다. 그러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아이들이 많이 다니니 친환경 급식이나 친환경 상품, 장난감을 지역사회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키우는 데 쓰라고 주는 복지수당의 용처를 왜 성남시장이 제한하느냐는 불만이 나올 법합니다. 상품권 지급 방법에 대해서도 문제 제기가 나옵니다. 아이 키우느라 바쁜 와중에 언제 주민센터로 상품권을 받으러 가느냐는 것입니다. 맞벌이 부부는 더욱 막막합니다. 이에 대해 은 시장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상품권을 수령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직장이든 집이든 원하는 곳으로 전달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230명을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생긴다고 덧붙였습니다.이처럼 아동수당의 지역화폐 지급을 관철하겠다는 은 시장의 입장은 확고해 보입니다. 다만 정책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이 납득할 만한 논리를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아동수당 도입 취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엮은 것은 애초부터 무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은 시장은 인터뷰에서 “우리 아이가 카페 주인도, 빵집 주인도 될 수 있는데 지역 경제와 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다. 대형쇼핑몰이 들어오면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더 힘들어진다”고 했습니다. “우리 애들이 대기업에만 입사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화폐의 원래 의도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라고도 합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지역 경제에 빨대 10개를 꽂았다면 (아동수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빨대 2~3개는 없앨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사는 공동체의 미래가 보장되는 것이다”라며 “대기업 갑질에 우리 아이들이 우는 일이 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동수당의 취지를 생각하면 맞다고도 보기 어렵습니다 아동수당은 어린 아이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권과 복지 증진을 위해 주는 것이지, 아이가 미래에 가질 직업을 염두에 두고 주는 것이 아닙니다. 또 대기업의 갑질 횡포는 갑을 사이의 불평등 관계를 해소하면서 바로 잡아야지, 아동수당을 상품권으로 준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은 시장은 아동 복지도 챙기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를 기대한 듯합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은 시장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대의’에 치우쳐 아동수당 수급가정, 실사용자의 편의는 간과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오죽하면 ‘지역경제 활성화하고 싶으면 은 시장 월급부터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겠습니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아동수당의 상품권 지급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입니다.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육아 관련 가맹점을 늘리고, 시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은 시장이 아동수당을 9월부터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정해진 답변’을 철회하지 않는 한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을 겁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고 장준하 선생 부인 김희숙 여사 별세···92세

    고 장준하 선생 부인 김희숙 여사 별세···92세

    평생 독립과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고(故) 장준하 선생의 부인 김희숙 여사가 2일 별세했다. 92세. 유족 측은 지난 2일 오전 11시24분에 김희숙 여사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준하 선생님 아들 장호준 목사님이 사경을 헤매는 어머니를 만날 수 있게 여권을 돌려주세요”라는 청원이 등장하면서 위독한 상태임이 알려지기도 했다. 장호준 목사는 박근혜 정부에 반대하는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여권이 무효화되면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고인은 1926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다. 고인은 장준하 선생이 정주 신안소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할 때 사제지간으로 만나서 1943년에 결혼했다. 이후 장준하 선생이 학도병으로 끌려가자 일제의 감시를 받았다. 고인은 해방 후인 1946년 1월에 월남해 김구 선생의 비서로 활동하던 장준하 선생을 다시 만났다.고인은 장준하 선생이 발행한 종합월간지인 ‘사상계’ 발행을 도우며 3남 2녀를 키웠다. 1967년 6월 제7대 총선 때는 옥중 출마한 장준하 선생을 대신해 유세에 나서며 장준하 선생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켰다. 장준하 선생은 1975년 8월 17일 경기 포천시 약사봉에서 등산하던 도중 사망했다. 유신독재에 맞서 물러서지 않고 투쟁한 장준하 선생이 단순 실족 추락사로 처리되면서 권력기관에 의한 타살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고인은 장준하 선생의 유해가 안장된 경기 파주시 장준하 공원묘지에 합장된다.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은 4일 오전 8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사형시켜주세요”…담론은 없고 ‘죄와 벌’만 남은 국민청원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취지다. 국민이 안건을 제안하면 각 부처 장관과 대통령 수석 비서관, 특별보좌관 등 정부 관계자가 답하는 방식이다. 단, 30일 동안 20만명 이상이 추천한 청원에 한해서다. 실제 몇몇 청원은 생산적 담론을 이끌었다. 소년법 폐지와 낙태죄 폐지, 권역외상센터 지원 확충 등에 관한 청원이 그 예다.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중 무엇이 우선인가, 비용이 수익을 초과하는 권역외상센터를 지원할 방법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주제로 논쟁이 벌어졌다. ● 마녀사냥의 터로 변한 청원 게시판 그러나 여기까지다. 국민청원은 점차 그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 일부는 ‘마녀사냥’의 터로 악용하기도 한다.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김보름·박지우 선수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에 약 61만명이 동의했다. 팀 추월 경기에서 두 선수가 노선영 선수를 따돌렸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충격을 받은 김 선수는 한동안 운동을 그만두고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최근엔 ‘사형’ 청원까지 나왔다. 배우 배수지씨가 이른바 ‘비공개 촬영회’의 실태를 폭로한 유튜버 양예원씨를 지지한 게 발단이었다. 지난달 양씨는 3년 전 어느 스튜디오에서 남성 20명에게 둘러싸여 합의되지 않은 촬영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배씨는 양씨를 지지하는 청원에 동의하고, 자신의 SNS에 관련 게시물을 올리면서 연대를 호소했다. 문제는 해당 청원이 사건과 관련 없는 스튜디오를 지목한 것이다. 잘못된 정보로 무고한 이가 피해를 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배씨는 아직 시시비비가 가려지지 않은 의혹에 대해 섣불리 여론몰이를 했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배씨를 사형하라’는 극단적인 청원이 올라온 배경이다. 이후 배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시인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 행정부 권한을 벗어난 질문과 답변 청와대가 청원에 답하는 방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2일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약 23만명의 추천을 받았다. 정 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하자,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로 국민들이 파면을 요청한 것이다. 이날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이승련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전화해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그러자 삼권분립의 원칙을 깬 ‘행정부 독주’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 비서관은 “행정부의 권한을 벗어나는 청원에 대해선 대처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청와대가 답변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선제적으로 제한을 두진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의 일방적인 삭제 조치 역시 논란의 대상이다. 지난 16일 ‘제주도 난민수용을 거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별다른 공지 없이 삭제됐다. 해당 글은 나흘 만에 15만명 이상이 동의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지만 ‘이슬람 사람들은 여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애 낳는 도구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성범죄는 불 보듯 뻔한 일’이란 문구가 청와대의 자체적인 심의에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삭제 기준은 홈페이지에 일괄적으로 공지돼 있으나 당사자에게 구체적 사유를 알리진 않는다. ‘삭제 기준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청원 글이 꾸준히 올라오는 이유다. 삭제 여부를 공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 비서관은 “현재 청원 게시판은 개인정보를 수집하지 않으므로 삭제되더라도 개별 연락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가능한 방법을 찾아 아이디어를 고안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 집단지성을 이용한 액체 민주주의 국민청원은 액체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대의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중간 형태인 액체 민주주의는 모든 의제를 시민이 직접 투표로 결정한다. 대부분 시민 스스로 판단하지만, 사안에 따라 신뢰받는 전문가 집단에 의결을 위임하기도 한다. 이 방식은 시민과 대표자 사이의 간극을 좁힌다. 더불어 조직적·수평적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의제마다 의견을 내는 주체와 정책에 반영하는 집단이 바뀌는 국민청원과 비슷한 지점이다. 액체 민주주의도 맹점은 있다. 모든 사람이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과 지식을 충분히 가지는 건 불가능하다. 목소리 큰 일부가 여론을 호도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얼마나 숙고하고 토론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또 소수의견이라도 여러 계정을 만들어 투표하면 다수의 의견으로 부풀릴 수 있다. 실제 지난 2월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청원의 경우 특정 커뮤니티에서 중복 투표를 독려해 참여 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졌다.액체 민주주의 실험을 먼저 시작한 유럽은 어떨까. 핀란드의 시민발의법은 시민이 직접 의회에 법안을 제출하거나 제안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온라인 플랫폼 ‘오픈 미니스트리’(Open Ministry)는 핀란드 시민들이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게 법안 작성부터 의회 제출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하나의 법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무수한 검토와 토론이 필요하다. 이를 개개인이 혼자서 할 수는 없다. ‘오픈 미니스트리’가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는 공론장을 제공하는 이유다. 프랑스에는 ‘의회와 시민’(Parlement et citoyens)이란 온라인 플랫폼이 있다. 의원들이 발의 예정인 법안을 영상으로 설명하면 시민들이 수정·보완할 사항을 제안한다. 제시된 의견 중 가장 많은 찬성표를 받은 의견은 다시 의원과 시민이 적합성 여부를 토론한 후에 반영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다듬어진 법안은 정식으로 의회에 상정된다. 핵심은 시민이 대의 민주주의에 모든 것을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단지성을 이용해 주권자로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 사적 감정의 표출에서 공적 담론의 생산으로 위 사례들은 철저히 ‘정책’과 ‘법안’이 중심이다. 더불어 시민이 사안을 정확히 이해한 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양질의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반면 국민청원은 ‘하소연’의 장에 가깝다. 억울함을 토로해 다수의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가 두드러진다. 그만큼 정책을 토론하고 담론을 형성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정 비서관은 “청원 게시판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공간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청원 범위를 제한하는 것엔 대다수 전문가가 우려를 표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와대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일지라도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장이라는 점에서 자유를 보장하는 현재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처럼 일부 혐오표현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한편으론 전문가 집단이 시민들의 여론을 분석하고 대안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형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방식이 찬성과 반대로만 나뉘는 이분법으로 가고 있다”면서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토론장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 개인 또는 집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혐오성 발언이 난무하는 현상도 짚었다. 이 교수는 “지금처럼 청와대의 자체 심의에 맡길 경우 검열의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실명제를 도입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울 것을 제안했다. ‘공공성’을 키워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원 게시판이 분노 표출이 아닌 공적 의견을 제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근본적으로는 의회가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는 인식이 약한 것을 문제로 꼽았다. 정당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공공성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때문에 “청원 게시판에 모든 걸 의존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경우 “결국 민주주의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호스조차 못 들어”… 여성소방관 체력검정 강화

    “호스조차 못 들어”… 여성소방관 체력검정 강화

    현장 열외… 대부분 사무직으로 소방직 여성 진출 악영향 우려 “전형적 행정편의주의” 반발 커 “입직자 단련시간 충분히 줘야”소방청이 여직원들의 체력 검정 기준을 크게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여성 대원들의 체력이 달려 화재 진압이나 환자 이송 등에 어려움이 많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10%도 채 되지 않는 소방공무원의 여성 합격 비율이 더욱 떨어져 소방직 여성 진출에 악영향을 준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소방청 고위 관계자는 1일 “소방공무원 채용 때 치러지는 체력 검정에서 여성 점수 기준이 지나치게 낮아 여성 수험생의 (체력검정) 합격률이 남성을 압도하고 현장 업무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평균적으로 남성의 65% 정도에 맞춰진 여성 체력검정 기준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 체력검정 시험은 악력과 배근력, 제자리멀리뛰기를 포함해 모두 6종목이다. 종목당 10점 만점으로 총점(60점)의 50% 이상 득점(30점)해야 한다. 예를 들어 20m 코스를 지칠 때까지 왕복하는 오래달리기 종목에서는 남성 만점이 78회지만 여성은 43회로 남성의 55%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남성 소방관은 “상당수 여성 구급대원은 힘이 달려 환자를 들것에 싣거나 나르지 못하고 여성 경방(화재진압) 대원도 물을 분사하는 소방호스 관창(노즐)을 혼자 들지 못한다. 심지어 일부는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소방차에 오르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김유식 한국국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여성 체력 기준이 외국에 비해 너무 낮게 설정돼 여성 소방관이 사실상 현장 가용 인력에서 제외되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소방청은 새 정책 마련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소방 수험생 상당수가 학원에서 체력검정 통과 요령을 배우고 있어 사교육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여성 체력검정 기준 강화 여부를 결정하고자 외부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해양경찰청 역시 지난해 12월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고를 계기로 전 직원에게 수영 습득을 지시하는 등 여성 체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스웨덴 등 거의 모든 유럽 국가에선 ‘비상 사태는 여성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소방관 체력 검정에 남녀 간 차이를 두지 않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경찰이나 소방 등 신체 능력을 우선하는 직업에서는 체력 검정 기준을 분리하면 안 된다”는 요청이 종종 올라온다. 한 청원인은 “여성이라고 화재가 비껴가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여성 소방관 대부분은 (체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3~5년 정도 현장에서 일한 뒤 대부분 사무직이나 행정직으로 빠져나가 인력 유출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여성 소방관은 “아시아 여성의 신체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여성 수험생들의 체력 검정 기준만 높이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면서 “차라리 입직 소방관에게 체력 단련을 위한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제공하는 쪽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방직에 여성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과거에는 덮고 넘어갈 수도 있었던) 현장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여군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지금은 다소 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남녀 간 신체 특성 차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장자연 동료’ 증언 “성추행 목격…검찰 진술 묵살돼”

    ‘장자연 동료’ 증언 “성추행 목격…검찰 진술 묵살돼”

    고 장자연씨의 동료가 장씨의 술자리 접대 현장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28일 저녁 방송된 JTBC 뉴스룸은 장씨의 동료로 장씨 사건 수사 과정에서도 진술을 했던 배우 A씨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A씨는 장씨 소속사 동료로 9년 전에도 일관되게 성추행 내용을 진술했으나 검찰이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는 2008년 9월 소속사 대표 생일 축하 술자리에 불려가 장씨와 함께 술접대를 강요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이 자리에는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정치인 B씨와 기업인들이 있었으며, B씨는 현장에서 성희롱 발언도 했다. A씨는 “여자는 뭐 라인이 이뻐야 된다. 성희롱적인 발언을 하셨다”며, “누가 제지하는 사람도 없어서 정말 뭐 대단하신 분이거나 (추측했다)”고 말했다. A씨는 특히 B씨가 장씨를 성추행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언니가 일어섰는데 다시 (강제로) 앉게 되는 상황이 2~3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와중에서 만져서는 안 될 부위도 만지셨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진술을 9년 전에도 일관되게 했다는 것이 A씨 주장이나, 검찰은 당시 진술을 번복한 B씨에 대해서만 “정치지망생으로 변명에 수긍이 간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하는 결정을 내렸다. A씨는 “언니 억울함을 풀어주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이 있었다. 언니 기일에 가까워지거나, 아무래도 저도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말들 때문에 힘들어졌다”고 안타까움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A씨는 국민청원이 큰 호응을 얻고 재수사가 결정되면서 용기를 얻어 인터뷰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진실을 알고자 하는 그런 바람과 간절함으로 인해 언니나 저나, 죄를 범하신 분들은 죗값을 치러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이제는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장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환호와 조롱…당신도 반복하고 있습니까

    광장에선 경기 뒤 청소·축제 즐기지만국민청원 등 온라인선 ‘마녀사냥’ 계속익명공간 속 욕구 분출·자기합리화 ‘과도기 현상’ 한국 축구대표팀과 독일 대표팀의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이 열린 지난 27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은 축제의 장소였다. 경기가 끝난 뒤 28일 새벽까지 축제를 벌인 시민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쓰레기를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같은 시간 인터넷상에는 특정 선수에 대한 ‘마녀사냥’이 계속됐다. 오프라인에서는 승패와 상관없이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었지만, 온라인에서는 줄곧 혐오 발언이 무차별적으로 발산됐다는 게 이번 월드컵 문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익명성 강할수록 과격한 감정 드러내”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의현(36)씨는 “광장이 너무 깨끗해서 놀랐다”면서 “시민의식이 놀랍게 좋아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김종수(23)씨는 “실력 차이를 누군가의 실수 때문에 16강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한국인의 안 좋은 습성 같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과도기적 현상으로 바라봤다. 대중들 앞에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공간에서는 가감 없이 자신의 의견을 내뿜는다는 것이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책임질 만한 희생양을 찾는다”면서 “익명성이 강화될수록 집단 속에 있을 때와 달리 본능적인 욕구, 감정을 드러내는 경향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온라인 공간은 여러 사람의 의견을 공유하는 장소”라면서 “자신과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더 극단적으로 변한다”고 강조했다. 자신들이 가진 현재의 감정을 강화시킬 수 있는 온라인 공간 속 논리가 나의 잘못된 의견, 감정을 ‘합리화’한다는 것이다. ●“집단심리… 찬반 좇는 이분법 사고”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집단 심리’가 작용한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일부 선동꾼들이 과격한 글을 남기고 남에 대한 공격을 했을 때 이를 무시하지 못하고 찬성 또는 반대를 해야 한다는 이분법적 사고가 작동하면서 이들을 좇아간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특히 오프라인에서는 약자인 이들이 온라인 선동을 통해 관심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과격한 표현들을 일삼는다”면서 “자신이 지닌 불안을 남에게 투영시키려는 행위”라고 말했다. 특히 월드컵 기간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특정 선수를 비난하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별리그 3차전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일부 선수의 입국을 금지해 달라’, ‘걸어서 오게 해 달라’는 황당한 주장이 실렸다. 노진철 경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상당수가 국민청원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면서 “이 공간에서 사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시민의식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는 하나의 징표”라고 주장했다. 노 교수는 “이러한 부작용이 심해지면 포퓰리즘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치가 일반 서민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청원 기능은 유지해야겠지만 굳이 청와대에서 운영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황당할수록 주목… 무시도 한 방법 전 교수는 “말도 안 되는 글을 올리는 사람들은 온라인 댓글을 썼을 때보다 더 주목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청원을 한다”면서 “누군가 황당한 청원을 올렸을 때 사회가 이를 관심 갖지 않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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