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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청소년 ‘스쿨미투’, 실질적인 대응 방안 내놔야

    학교 내 성폭력과 여성 혐오를 고발하는 ‘스쿨미투’가 심상치 않다. 지난 토요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청소년 250여명이 스쿨미투 집회를 열었다. 학생의날을 맞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은 작정하고 집회에 참여해 피켓을 들고 학교 성폭력 사례를 고발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의 대부분은 여학생들이었다. ‘친구야 울지 마라, 우리는 끝까지 함께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청소년 참가자들은 학교 성폭력을 낱낱이 증언했다. “여자는 허리를 잘 돌려야 한다”, “내 무릎에 앉으면 수행평가 만점을 주겠다” 등 교사들의 성희롱 발언을 교실에서 들어 왔다니 황당할 뿐이다.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에 들불처럼 번졌어도 스쿨미투는 사실상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피해 사례가 학교별로 고발되기는 했어도 공론화하지 못하고 번번이 묻혔다. 피해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힘든 학생 신분인 데다 진학과 취업 등을 빌미로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현실 탓이다. 주말 집회에서도 학생들은 피해 사례를 다른 학교끼리 대독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스쿨미투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하지만 여학생들의 학교 내 크고 작은 성폭력 피해 문화는 뿌리 깊다. 지난 3월 서울 용화여고 졸업생 96명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 교사들의 상습 성폭력 사실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침묵을 강요받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따지면 두발 자유화 등으로 학생인권 보호 운운하는 정책은 한가할 정도다. 지난달 교육부는 미성년자·장애인 대상의 성희롱이나 불법촬영(몰카) 등의 성비위를 저지른 교원에게는 중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스쿨미투를 통해 성폭력 피해를 밝힌 학생에게 2차 가해를 한 교사는 파면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전히 허울 좋은 대책일 뿐이라는 점이다. 스쿨미투를 폭로한 학교의 80%가량이 사립학교인데, 정작 정부의 징계가 적용되는 범위 바깥에 있다. 스쿨미투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 방안과 방지 매뉴얼이 꾸준히 손질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구두선의 정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한다.
  • “또 가해자는 술 핑계” 아파트 경비원 뇌사 사건에 들끓는 여론

    “심신미약 내세워 법망 빠져나가려는 행태” 피해자 아들 靑 국민청원에 2만명 “동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이 술에 취한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가해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피해자의 아들 최모씨는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회복이 불가능한 아버지는 살인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살인죄가 적용돼야 마땅하다”고 호소했다. 이 글은 4일 현재 동의 건수 2만건을 돌파했다. 최씨는 또 “가해자가 반성의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술을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범행을 시인하지 않고 있다”면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내세워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첫째 딸아이가 할아버지 어디 있느냐고 물으면 가슴이 멘다”면서 “아버지가 뇌사 상태인데 합병증까지 더해져 상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 주셔서 이 사건의 가해자가 꼭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기사 댓글과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가해자 최모(45)씨의 평소 행실에 대한 제보가 잇따랐다. 가해자의 위층 집에 살았다는 한 시민은 “(최씨는) 층간소음 때문에 저런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다”라면서 “만취 상태로 새벽 1시, 3시, 4시에 찾아와 집 문을 발로 차고 문을 열어줄 때까지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새벽 술에 취한 상태로 경비원(72)을 폭행한 가해자 최씨는 지난 1일 중상해 혐의로 구속됐다. 최씨는 경찰 조사에서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아 폭행했다”고 진술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똑같은 살인범인데 누군 가리고 누군 밝히고…기준 뭡니까

    똑같은 살인범인데 누군 가리고 누군 밝히고…기준 뭡니까

    현행법은 잔혹·공익성 등 4가지 고려 심의위원 7명뿐… “여론 눈치” 지적도 전문가 “비공개 이유 구체적 설명해야”최근 흉악 범죄가 하루를 멀다 하고 발생하면서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살인범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4일 강원 춘천에서 일어난 예비신부 살해사건 피해자의 어머니는 같은 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면 피눈물 흘리는 엄마가 나오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살인마가 사회와 영원히 격리조치될 수 있도록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지난달 4일 경남 거제에서 20대 남성이 폐지를 줍던 50대 여성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한 청원 글에도 “강력범죄자의 신상 정보를 모두 공개해 달라”는 요청이 담겨 있다. 앞서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성수(29)는 얼굴과 이름이 공개된 후 치료감호소로 보내졌다. 하지만 위 두 사건의 피의자는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채 검찰로 넘겨졌다.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은 ▲범행 수단의 잔인성과 중대한 피해 ▲충분한 범행 증거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재범 방지·범죄 예방 ▲피의자가 성년일 것 등 4가지 기준이 모두 충족되는 범죄 사건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준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는 각 경찰청·경찰서 소속 의사, 교수, 변호사 등 외부전문가 등 7명으로 구성되는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심의위는 최근 명확한 기준에 따라 결정을 내리기보다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결정을 내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강신업 변호사는 “국민이 청와대 청원으로 난리를 쳐야 심의위가 눈치를 보고 신원을 공개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개 기준에 대해 “범행이 얼마나 잔인한지, 공익에 부합하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고, 신원 공개에 참여하는 주체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영희 변호사는 “사건마다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가 애매할 수밖에 없다”면서 “신상을 비공개하는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무분별한 신상털기 등과 같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검찰 단계로 넘어간 이후 뒤늦게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례법에 따라 검찰도 신상을 공개할 순 있지만 검찰에는 심의위가 별도로 없어 여부를 결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 경찰이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살인범이 검찰 단계에서 드러났을 때, 또 이번 거제 살인사건처럼 경찰 수사 단계에서 ‘상해 치사’ 혐의를 받던 피의자에게 검찰에서 ‘살인’ 혐의가 적용됐을 때에도 문제가 된다. 뒤늦게 신상을 공개했다가 ‘뒷북 조치’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음주운전 해놓고 훈계한 의원님, 봐주는 국회…“공천 배제해야”

    음주운전 해놓고 훈계한 의원님, 봐주는 국회…“공천 배제해야”

    李 “많은 국민들 경각심 갖는 계기 되길”책임 미룬 발언에 의원직 사퇴요구 빗발여야, 비판 논평 한 건도 없이 감싸기만국회 윤리위 열려도 징계 가능성 낮아“의원 최고의 공포인 공천 제한만이 답”지난달 31일 면허정지 수준으로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빗발치고 있지만 정작 국민을 대표하는 여야 정치권은 침묵하고 있어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의원의 음주운전 사실이 알려진 지난 1일 이후 4일 현재까지 여야 5당 중 비판 논평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평소 입버릇처럼 적폐청산을 외쳐 온 더불어민주당,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위장전입 등 어떤 흠결도 그냥 넘어가지 않고 국회 마비까지 불사하며 발끈해 온 자유한국당은 물론 가장 개혁적이라는 정의당마저도 이 의원의 음주운전을 못 본 척하고 있다. 음주운전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사회문제라는 점에서 그 어떤 현안보다 국민의 대표기관이 비판에 앞장서야 함에도 눈을 감고 있는 것은 ‘동업자 정신’ 말고는 해석이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8년 현재 대한민국 국회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단면이라는 비판도 곁들여진다. 민주평화당은 이 의원의 원내수석부대표 당직 사퇴서를 2일 수리했으며 5일 당기윤리심판원에서 징계 여부를 논의키로 했다고만 밝혔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도 오는 15일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두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공산이 크다. 윤리특위는 올해 하반기부터 비상설특위로 격이 낮아진 데다 20대 국회 출범 이후 22건의 국회의원 징계안 등이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국회 때도 41건의 징계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임기만료로 폐기되거나 철회됐다. 윤리특위가 국회의원들로만 구성돼 있어 회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만 끌며 봐주는 게 관례처럼 굳어진 것이다. 현역 의원 중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이들이 각 당에 두루 포진한 현실이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조사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전과 현황(2016년 4월 기준)에 따르면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의원은 모두 18명이고 음주 측정을 거부한 의원도 2명이나 있다. 동료 의원들의 ‘봐주기’ 기류를 읽어서인지 이 의원은 훈계조 사과를 내뱉어 또다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의원은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저뿐 아니라 많은 국민께서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는 이 의원을 비판하거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60여건이나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우리 국민 대다수가 언제 음주운전을 하고 있단 말인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그 사람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화를 자초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선처를 받은 음주운전자는 또다시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재범률은 45%에 이르고 3회 이상인 경우는 20%에 달했다. 정치권이 음주운전 문제에 경각심을 제대로 갖게 하려면 공천 심사 시 음주운전 여부를 엄격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의원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건 공천”이라며 “각 당이 음주운전자에 대한 공천을 제한하는 쪽으로 당헌·당규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박현갑의 틈새보기]양진호와 리선권 발언 되짚어 보기

    [박현갑의 틈새보기]양진호와 리선권 발언 되짚어 보기

    사람의 말과 행동은 인격의 표현이자 그 사회 문화의 그림자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폭행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냉면’ 발언의 진위를 놓고 화제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나올 수 있는지 짚어본다. 기자는 직·간접적인 취재를 통해 리 위원장이 상대방이 듣기에 따라서는 모욕적으로 들리는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양진호 회장은 사이코패스일 가능성 높아 국내 웹하드 업계의 쌍두마차격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전직 직원을 회사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의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지는 등 사회적 공분이 확산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아직도 돈과 명예를 조금 가졌다고 폭행을 일삼는 세상이 개탄스럽다”면서 “전 직원의 인권을 유린하고 모욕에 폭행까지 한 양진호 회장을 철저히 수사해 달라”며 촉구했다.양 회장의 폭행 갑질은 지난달 30일 뉴스타파와 진실탐사그룹 셜록이 해당 폭행 장면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2분 47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양 회장은 위디스크 전직 개발자 A씨를 폭행한다. A씨가 위디스크 고객게시판에 양진호 회장 이름으로 조롱성 댓글을 달았다는게 이유였다. 양 회장은 2015년 4월 8일 경기도 분당 위디스크 사무실에서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A씨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붓고 무릎을 꿇리게 하는가 하면, 뺨과 뒤통수를 손으로 때린다. 그런데 이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다. 해당 영상은 양 회장이 직접 촬영을 지시해 기록한 영상이어서 더욱 큰 충격을 낳았다. 양 회장의 사이코패스적 행태도 분노를 일으키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직원들의 행태도 납득하기 어렵다. 왜 그럴까? 한국폴리텍대학의 배재홍 심리학 박사는 2일 양 회장의 행동에 대해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불안장애 애착같다. 어릴 때 인격장애도 있었던 것같다”고 말한다. 어릴 때 부적절한 애착 형성으로 정서 및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사회적으로 부를 축적하면서 강한 지배욕구에 대한 애착을 비이성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양 회장 본인이 문제의 폭행영상을 촬영하도록 시켰다는 점은 자신의 눈밖에 나는 직원은 확실히 혼낼 수 있음을 다른 직원들에게도 각인시키는 효과가 있다. 침묵은 ‘방관자 효과’ 때문 A씨 폭행당시 제지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방관자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위기에 처한 사람을 본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각자가 느끼는 책임감이 적어져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 방관하게 되는 현상이다. 1964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키티 제노비스(Kitty Genovese) 살해사건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해 3월 13일 새벽 미국 뉴욕 퀸스 지역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강간범에게 살해됐다. 35분간이나 계속된 강간 및 살인 현장을 자기 집 창가에서 지켜본 사람은 모두 38명이었으나 이들 중 어느 누구도 제노비스를 도와주거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타인을 도와주려는 것은 선하고 이로운 행위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신고하면 경찰에 조사받으러 나가야 하는 등 여러가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양 회장 폭행당시 직원들도 생존을 위해 방관자로 남는 것을 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의로운 사람을 키워내는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방북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는 말을 했는지 여부를 두고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여러가지 정황을 보면 리 위원장이 함께 점심을 먹었던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대북 경협 진척이 부진한 데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무례하게 비칠 발언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만약 리 위원장이 그같은 무례한 발언을 했다면 2가지 측면에서 사정을 추정해볼 수 있다. 충성심의 발로? 우선 김정은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에서 나왔을 수 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은 지난달 31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리 위원장 발언에 대해 “아주 안 좋은 행동”이라고 비판하면서 “조평통위원장이 지금 착각을 하는지 아니면 승진을 하기위해서 충성을 맹세하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하면 일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3권이 분리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와 달리 공산당 일당체제인 북한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눈에 드느냐 안드냐는 생존의 문제인 만큼 이같은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리 위원장은 지난달 5일 평양 남북고위급 회담에서도 퉁명스럽고 공격적인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우리측 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회담시각보다 2~3분 늦게 회담장에 나타났는데 기다리던 리 위원장 등 북측 참석자들에게 “시계가 고장났다”며 농담성 해명을 하자, “내가 시계를 당장 가서 좋은 걸 좀 사야 되겠어, 자동차라는 게 자기 운전수를 닮는 것처럼 시계도 관념이 없으면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 떨어진단 말이에요”라고 공격적으로 말한다. 말하자면 자신은 김정은 위원장을 닮아 철두철미하게 처신하고 있음을 은연 중 드러낸 것이다. 의도된 간보기 발언일 수도 전략적으로 계산된 발언일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50% 후반에서 60%를 오가는 상황에서 남측의 경제대표들이 북측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이는 지 알아보려고 의도적으로 공격적 발언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남측 동향을 꿰뚫고 있을 조평통위원장이지만 집권초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남측의 경제계 인사들이 대북투자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아보려고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배 박사는 이와 관련,“자본주의 실상을 모를 리 없는데 경제계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권력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려 했을 수 있다”면서 “본인의 권력을 과시하는 것일 수 도 있고, 전략적 포석으로도 보인다”고 했다. 어느 쪽이든 군 출신인 리 위원장의 공격적인 발언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사고체제의 차이를 보여준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모든 결정은 당이 하며, 경제계 인사들은 당의 지배 아래 있다고 인식한다.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인들인데...”라는 이언주 의원 발언과 대조적 3권 분립이 보장되고 정치권력보다 경제권력이 더 장수하는 한국사회의 인식은 이 사건에 대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의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리 위원장 발언에 대해 정부차원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나라 경제가 위기인데 바쁜 분들 억지로 동원해서 이런 얘기나 듣게 하나”면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인들인데 북한 정권이 어찌 감히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투자해 달라고 싹싹 빌어도 북한 같은 폐쇄국가에 투자할 리가 만무한데 무슨 배짱으로 이러는지”라고 꼬집었다. 박현갑 논설위원 eagleduo@seoul.co.kr
  • 도민 제안에 충북교육감이 답한다

    도민 제안에 충북교육감이 답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같은 소통공간이 충북도교육청에 마련됐다. 충북도교육청은 홈페이지(http://www.cbe.go.kr)내 열린교육감실에 ‘충북교육 청원광장’을 열고 ‘도민 청원제도’ 운영에 들어갔다고 31일 밝혔다.청원광장은 충북교육 현안과 정책에 대한 도민 의견이나 제안 등을 수렴하는 온라인 소통채널이다. 30일 동안 3000명 이상 공감을 얻은 청원은 교육감 또는 부서장이 30일 이내 영상이나 서면으로 답변한다. 3000명 이상 공감을 받지 못해도 정책수립과 학생교육에 유용한 청원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 글쓰기를 하거나 공감하기를 진행하려면 ‘충북교육 청원광장’에 접속해 본인 인증 또는 SNS(페이스북, 네이버 등)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된다. 정치적 목적이나 상업성 광고,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내용,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 허위 사실 또는 개인정보를 담은 청원은 삭제될 수 있다. 일반민원, 부패?공익신고 등은 ‘충북교육신문고’를 이용하면 된다. 김병우 교육감은 “도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교육정책을 추진하겠다”며 “충북교육 청원광장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엄마 죽인 아빠의 보복 두렵다…국가가 남은 가족 보호해 줘야”

    “엄마 죽인 아빠의 보복 두렵다…국가가 남은 가족 보호해 줘야”

    ‘엄마를 살해한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린 ‘등촌동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 A씨가 30일 국회에 직접 나와 절규했다. 지난 22일 어머니를 잃은 A씨는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30분간 출석해 “가정폭력은 더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남은 유가족을 국가가 돌봐줄 수 있는 실질적인 법이 마련되길 원한다”고 호소했다.이날 여가위는 A씨의 신상이 노출되지 않도록 회의장 모퉁이에 참고인이 앉을 수 있는 별도의 의자를 놓고, 90도로 접히는 경첩 모양의 가림막을 쳤다. 가림막 틈에도 흰 종이를 추가로 부착해 노출을 완전히 차단했다. 또 참고인이 입장할 때는 소회의실과 대회의실 연결문을 국회 관계자들이 우산을 펼쳐 모습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국회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A씨의 목소리도 음성변조를 거쳐 중계됐다. 전혜숙 여가위원장도 “참고인의 신상에 관한 어떤 정보도 공개되지 않도록 언론과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이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허술한 가정폭력 가해자 격리조치 및 임시조치 이후 모니터링 제도를 개선하고자 참고인으로 출석해 달라는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청에 용기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증언에서 “(아버지가 우리를) 손을 묶고 때린 적도 있었다”며 “지금도 저희 가족 모두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가해자인 아빠가 우발적 범행이나 심신미약으로 감형돼 출소 후 가족에게 보복할까 너무 두렵다”며 “본인은 6개월만 살고 나오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속적 가정폭력과 사회적 방관으로 인한 제2, 제3의 피해자가 없도록 실질적인 법 개정, 피해자 신변을 보호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법 제정을 원한다”고 호소했다. A씨는 “2015년 2월 엄마가 아빠에게 폭행당한 상태로 들어왔다”며 “얼굴에 주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맞아 부은 상태였다. 얼굴이 전부 피멍투성이에 눈도 못 뜨고 말을 못할 정도로 입이 부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복이 두려워 선뜻 신고를 하지 못하다 제가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사건 발생 전 가정폭력 신고기록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친부를 불구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제가 신고했고 가해자(아빠)는 겨우 2시간 만에 풀려났다. 추가 기소도 없었다. 용기를 내 신고했음에도 무시당했었다”며 “(경찰에서 풀려난 후) 집에 돌아와서 집기를 던지며 엄마를 데려오라고 저희 가족을 밤새 괴롭혔다”고 말했다. 2016년 두 번째 경찰 신고 당시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A씨는 “경찰서에 갔더니 경찰이 엄마에게 처벌을 원하느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보복이 두려워서 처벌하더라도 처벌의 강도가 미미하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경찰이 ‘맞다’, ‘실질적으로 가해를 가하지 않아서 처벌은 미미할 것이니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신고앱을 깔아서 신고하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아빠는 다시 집에 와서 우리에게 폭력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떨리는 목소리지만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 간 A씨의 발언에 회의장 공기가 무거워졌다. 답변을 듣던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진 장관은 “어제 A씨의 이모부, 이모님, 세 자매를 만났다”며 “다음 피해자가 나일 수도, 내 자매일 수도, 내 이모일 수도 있는 그런 불안감에 떠는 가족들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철저한 후속 조치를 약속했다. A씨의 어머니는 지난 22일 오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남편 김모(49)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다음날 A씨를 비롯해 피해자 자녀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가해자인 친부를 사형시켜 달라고 했고, 3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15만여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20만명이 넘으면 청와대나 관련 부처가 답변을 내놓는다. 사건 당일 체포된 김씨는 지난 25일 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라 구속됐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강한나 망언 후폭풍...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한국에서 추방해달라”

    강한나 망언 후폭풍...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 “한국에서 추방해달라”

    일본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한국 연예인 성형수술을 지적한 방송인 강한나 발언에 후폭풍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그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 27일 일본 요미우리TV ‘토쿠모리! 요시모토(特盛!よしもと)’에 출연한 강한나가 한국 연예인 성형을 꼬집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한국에서는 연예인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도 성형 수술이 성행하고 있다”며 “내가 알기로는 한국 연예인 100명 중 99명이 성형 수술을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연예인 친구들이 많은데, 만날 때마다 얼굴이 변한다”며 “‘(수술)했다’고 말하진 않지만 보고 있으면 부끄러워한다”고 전했다. 강한나는 “나는 성형을 하지 않았다. 코가 작다는 말을 많이 듣고 성형 권유를 받긴 했다”며 자신의 성형 의혹은 부인했다. 강한나의 이 같은 발언이 현지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이를 접한 한국 네티즌은 분노를 표했다. 네티즌은 그가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송에 나와 근거 없는 내용을 주장한 데다, 한국 이미지에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한편 2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그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강한나 방송인을 한국에서 추방해달라”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그는 “자기 나라 이미지를 깎아 먹는 국민”이라며 강한나를 지적, “일본 국적 취득하게 한국 국적을 박탈해달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30일 오전 9시 기준 232명이 동의했다. 한편 강한나는 일본 웨더뉴스 웨더쟈키(기상캐스터) 출신으로, 한국에서도 KBS2 ‘생방송 세상의 아침’, KBS1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등에 리포터로 출연한 바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27일 보수단체·당당위·남함페 등 서울 곳곳에서 집회

    27일 보수단체·당당위·남함페 등 서울 곳곳에서 집회

    서울 도심 곳곳이 대규모 집회와 행진으로 혼잡할 것으로 예측된다.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 2주년 기념 집회와 ‘곰탕집 성추행 판결’ 규탄대회가 열린다. ‘당신의 가족과 당신의 삶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혜화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어 부산지법 동부지원의 곰탕집 성추행 판결을 비판한다. 한편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남함페)도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연다. ‘당당위’ 집회에 3000여명, ‘남함페’ 집회에 5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경찰은 양측의 집회 장소 간 거리를 100m가량 유지해 충돌을 방지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부산지법 동부지원이 지난달 5일 부산의 한 곰탕집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된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A씨 부인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남편이 억울하게 누명을 썼다고 주장하자 “피해자 말만 듣고 유죄를 선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법부를 규탄하기 위해 결성된 당당위는 이번 집회가 성 대결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남함페는 당당위 집회를 ‘성범죄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로 규정하고 맞불 집회를 계획했다. 보수 단체들의 대규모 집회도 예정돼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에 반발하는 석방운동본부와 국본, 일파만파, 자유대연합, 구명총, 국민평의회가 이날 집회를 연다. 가장 규모가 큰 석방운동본부는 오후 3시 30분 서울역부터 세종문화회관까지 4000여명이 3개 차로로 행진할 예정이다. 민주노총 또한 오후 1시 30분 청와대 사랑채부터 세종로 로터리까지 총파업 결의대회·행진을 벌일 예정이며 3000여명이 참석한다. 서울진보연대도 오후 3시 30분 광화문 남측광장에서 ‘서울 민중대회’를 열 계획이며 약 500명이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다양한 문화 행사들이 서울 도심에서 열린다. 전태일 재단이 주최하는 ‘2018 전태일 거리축제’가 청계천 전태일다리에서 열리고, 통일부가 기획한 ‘2018 통일문화 기획 행사’도 오전 10시부터 광화문 북측 광장에서 열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더 이상 ‘남의 집 일’로 남겨둘 수 없는 가정폭력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서 40대 여성이 전 남편에게 잔인하게 살해된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결혼 이후 20여년 간 남편의 폭행을 당했고 이혼한 뒤에도 폭력과 협박을 피해 4년간 6차례나 이사를 다닌 사연이 알려져 안타까움과 충격이 더하다. 세 딸들을 데리고 전 남편을 피해 다니다 결국 목숨을 잃은 사건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참사나 다름없다. 피해자의 딸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아버지는 극악무도한 범죄자이니 영원히 사회와 격리시켜 달라는 글을 올렸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형을 내려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오죽했으면 친딸이 그런 절박한 호소를 했을지 그동안 겪었을 폭력의 굴레를 가늠할 만하다. 흉포해지는 가정폭력은 사회적 경각심 부족과 허술한 법 제도 탓이 크다. 가정폭력을 그저 ‘남의 집 일’로 여겨 간섭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신고가 되더라도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가 드물다. 경찰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가정폭력 사범으로 검거된 16만 4020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에도 못미치는 1632명이었다. 보복이 두려워 가족 피해자들이 대부분 처벌을 원치 않는 데다 경찰도 엄중하게 대응하지 않은 결과다. 경찰의 초동 대처에서부터 법원 판결까지 대부분 여성인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 보호 및 유지’를 입법 목적으로 수사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반 폭력 사건이었다면 형사 처벌을 받을 일도 가정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로 접근금지 명령 등의 미약한 처분에 그치기 일쑤다. 가정폭력 사범 기소율은 2014년 13.3%에서 2016년 8.5%로 갈수록 떨어진다. 이번 등촌동 사건의 피의자도 거듭된 가정폭력으로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고서도 피해자를 계속 위협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사회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경찰이 현장의 폭력 상황에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을 ‘피해자와 가족의 안전보장’으로 개정해 가해자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자는 목소리도 높다.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정폭력 가해자는 처벌할 수 있도록 가정폭력법을 손보는 작업도 국회가 더는 미루지 말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 가정폭력 살인사건에 뿔난 여성계 “국가는 반성하라”

    가정폭력 살인사건에 뿔난 여성계 “국가는 반성하라”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국가는 없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이 가정폭력에서 비롯된 끔찍한 결말이란 사실이 밝혀지자 여성단체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피해자 인권’보다 ‘가정 유지’에 초점을 둔 현행 법이 비극적인 사건을 낳았다는 것이다. 여성계는 “가정폭력범은 형사 처벌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며 법 개정 서명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여성인권실현을 위한 전국가정폭력상담소연대, 한국여성의 전화 등 여성단체는 오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 강력 규탄 기자회견’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 단체들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의한 여성 살해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국가 가정폭력 대응 시스템의 전면 쇄신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또 “최근 발생한 등촌동 살인사건의 분명한 수사와 엄정 처벌을 촉구한다”면서 지난 23일 피해자 딸이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올린 청원에도 서명해달라고 덧붙였다. “제2, 제3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아빠에게 사형을 선고받게 해달라”는 이 청원에는 이날 오전 13만 3000여명이 동참했다. 여성 단체들은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현행 법의 목적 조항인 제1조에는 ‘가정폭력범에 대해 보호처분을 함으로써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 3월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이 법의 주요 목적을 피해자와 가족의 안전 보장에 둘 것’, ‘가해자 형사 처벌 보장’, ‘접근금지 명령 위반 시 체포 의무 정책 도입’ 등을 권고했지만 아직까지 법령은 개정되지 않았다. 경찰청에 따르면 가정폭력 신고 접수 건수는 2013년 16만 272건에서 지난해 27만 9058건으로 7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검거 건수도 1만 6785건에서 3만 8489건으로 129.3% 늘었다. 다만 검거 인원 중 구속된 인원 비율은 여전히 1%대에 그친다. 혐의 부족으로 불기소되거나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전체 가정폭력 사건 중 76.5%(지난해 기준)에 해당되는 폭행, 협박 사건은 피해자의 의사가 중시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돼 혐의가 입증돼도 처벌이 어렵다. 가정폭력범에 대한 접근금지 명령 등 임시조치도 현행 법은 과태료 규정밖에 없어 현행범 체포가 어렵다는 점도 가정폭력 사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은 ‘가정폭력 체포 우선주의’를 채택해 대부분 도시에서 적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시조치 위반 시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효과적으로 격리하기 위해서는 현행범 체포가 가능한 징역, 벌금형 조항과 유치장 유치 규정이 추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K-9 폭발사고 ‘전신화상’ 이찬호 병장 “진상규명조차 안 돼…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K-9 폭발사고 ‘전신화상’ 이찬호 병장 “진상규명조차 안 돼…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비참한 건 움직일 수 없어 자살할 수도 없었다”지난해 8월 K-9 자주포 사격훈련 도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었던 이찬호 예비역 병장이 25일 “자살 생각 했지만, 더 비참한 건 움직일 수조차 없어 자살도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다. 이찬호씨는 이날 KBS1라디오 ‘오태훈의 시사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생존자 중에서는 제가 제일 많이 다쳤고 겨우 목숨만 건질 수 있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찬호씨는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이면서 재활치료 받으면서 수술을 몇 차례 앞두고 있다. 화상은 다들 알다시피 최고의 극한의 고통을 동반하고 치료과정도 길고 고되지 않나.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고. 그래서 저는 절망감, 자살시도, 자살 생각으로밖에 채워지지 않았다. 그게 너무 힘들었다”면서 “더 비참했던 것은 움직일 수조차 없어서 그냥 멍하니 창문만 바라보면서 자살을 할 수조차 없었다는 거다”라고 말했다.이찬호씨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과 막막함을 전했다. “현재 병원에 입원해서 재활치료 중이고요. 추후 수술을 차례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화상환자들끼리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제가 과연 현실에 놓여지면 어떤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 수 있을지가 걱정이 많이 되죠. 저는 아직 25살밖에 안 됐고 결혼도 해야 되고 안정적인 직업도 가져야 되는데 막막하죠.” “전역시 月 500만~600만원 치료비 걱정···부당함 알리려 앞당겨 제대” K-9 자주포 폭발사고는 지난해 8월 18일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해 장병 3명이 사망하고 전신 화상은 이찬호씨를 롯한 4명이 크게 다쳤다. 이 사고로 배우의 꿈을 접고 치료에 전념해오던 이 병장은 지난 5월 페이스북에 “보상과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 없이 9개월이 지났다. 전역 시 한 달에 500만~700만원 드는 (병원) 비용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전역을 한달 미룬 사정을 공개했다. “치료비를 생각한다면 제가 한 6개월 정도를 미룰 수 있었지만 이런 부당한 일을 사회에 알려야 된다고 생각했고 더 이상 제2의 피해자가, 제2의 이찬호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치료비라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저는 좀 일찍 전역을 했어요. 왜냐하면 군 소속일 때는 지휘관의 허가가 필요하고 군법에 위배가 될 수 있어서 방송에 나올 수조차 없어요. 이런 군대라는 폐쇄적인 구조여서 알릴 기회가 없었던 거죠.” 이에 ‘자주포 폭발사고로 전신화상을 입은 장병을 치료해 주시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이 청원글은 3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후 국가보훈처는 지난 9월 이 병장을 국가유공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찬호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던 상황에 대해 자신은 기절해 있어서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고 했다. 대신 가족들이 정보를 찾아 동분서주했던 사연을 털어놨다. “사고 직후도 아니고 사고 몇 시간 후에 위급하다고 연락 왔다“며 미비한 대처 매뉴얼을 꼬집었다. ”가족은 나라에 아들을 맡겼으니 국가가 해결해줄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는 그는 “치료비 문제로 군대를 연기했지만 연기신청도 6개월밖에 안 된다. 나라에서는 이중배상금지법 때문에 보상금을 받을 수가 전혀 없었다. 또 K-9 자주포를 만든 한화 제조업체에서는 기계결함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면서 저한테 아무런 보상금을 준 게 없다”라고 부연했다.‘전역 직전에 훈련하다가 다쳤는데, 전역 후에도 치료비를 지급해줘야 했지 않나’라는 질문에는 “저희가 힘든 일을 부탁하는 것도 아니고 당연한 일을 부탁하는 건데도, 이게 개선된 게 전역 후 6개월밖에 지원이 안 된다는 거다”라며 “외부병원은 개인사비로 부담해서 치료를 받아야 되고, 전역 후 또 보훈처로 넘어가면 보훈병원에서만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게 외부병원은 위탁승인이라는 과정과 절차를 밟아 허가가 떨어져야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런데도 많은 장병들은 개인사비로 치료를 받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시대의 미래를 짊어질 꿈많은 청춘, 소모품 아냐···당연한 걸 바래” 그는 이렇게 인터뷰를 끝맺었다. “아직 해결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진상규명도, 누구의 책임도, 누구의 처벌도, 어떠한 보상도 (없이) 아직도 자주포는 사용되고 있으며 해외로 수출되고 있습니다. 이 시대의 미래를 짊어질 꿈 많은 청춘들이 나라를 위해 아무런 대가 없이 의무를 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소모품이 아닙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바라는 겁니다. 선진국인 만큼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요. 그리고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과 잊지 않고 응원해 주시는 시민 분들께 정말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어요”“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증거···누구나 마음의 상처 잘 아물길” 한편 이 병장은 이달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이야기”라며 자신의 사진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은 이 병장의 화상 자국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는 “그대들의 흉터에 박수를 보냅니다.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있겠죠. 마음의 상처든 뭐든 그 상처가 잘 아물길. 흉터는 상처를 극복했다는 증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수지 측 “도의적 책임 느끼지만..” 스튜디오 명예훼손 소송에 입장

    수지 측 “도의적 책임 느끼지만..” 스튜디오 명예훼손 소송에 입장

    가수 겸 배우 수지 측 변호인이 ‘비공개 촬영회’ 스튜디오로 지목된 원스픽처 스튜디오의 명예훼손 소송과 관련 입장을 밝혔다. 2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원스픽처 스튜디오가 수지와 국가, 청와대 국민청원글 게시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이날 법정에는 원스픽처 스튜디오 측 변호인과 수지 측 변호인이 참석했다. 수지 측 변호인은 원스픽처 스튜디오와의 조정 의사에 대해 “법률적으로 수지가 이번 행위에 대해 불법 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며 “원스픽처 스튜디오 측에 사과를 한 것 역시 법률적인 책임을 인정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수지 측 변호인은 “원스픽처 스튜디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갖고 있지만 조정과 보상 등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수지와 이야기를 나눠보고 조정 등에 대해 검토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유명 유튜버 양예원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3년 전 서울 합정역 인근 스튜디오에서 피팅 모델 사진 촬영 과정에서 집단 성추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스튜디오 이름을 언급하며 양예원의 성추행 피해 조사를 요구했고, 이를 수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명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해당 스튜디오로 지목된 원스픽처 스튜디오 측은 “피해자 분께서 공개한 촬영 날짜는 저희 스튜디오 오픈 이전이고 이후 인수한 스튜디오를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이에 수지가 직접 사과했지만 원스픽처 스튜디오는 공식 카페를 통해 “국민청원 게시자와 수지, 국가 및 시민 2명을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수지는 내년 방영 예정인 드라마 ‘배가본드’에서 이승기와 호흡을 맞춘다. 현재 모로코에서 촬영 중이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대만, 탈(脫)원전 정책 다음 달 24일 국민투표에 부친다

    대만, 탈(脫)원전 정책 다음 달 24일 국민투표에 부친다

    전력 수급 불안에 시달리는 대만이 다음달 24일 지방선거와 함께 탈(脫)원전 정책의 폐기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 25일 타이베이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중앙선거위원회는 지난 23일 “차이잉원(蔡英文) 정부가 내세운 ‘2025년 비핵(非核)국가‘ 정책의 폐지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국민청원이 법정 요건을 충족함에 따라 국민투표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6년 대선에서 “2025년까지 원전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차이잉원 총통은 집권 2년차인 지난해 1월 전기사업법 95조 1항에 ‘2025년까지 가동 중인 모든 원전을 완전 중단시킨다’는 조항을 신설해 탈원전을 되돌릴 수 없도록 못 박았다. 전체 6기의 원전 중 4기를 가동 중단했으나 정전 사태가 잇따르면서 전력 수급 불안 문제가 불거졌다. 대만전력에 따르면 올 4~8월 여유 전력이 10% 이상인 상태를 의미하는 녹색 신호가 켜진 날은 13일밖에 안 된다. 수요가 공급에 육박할 때 켜지는 황색 신호가 연일 이어지고 있으며, 이보다 경계등급이 높은 주황색 신호가 켜진 날도 18일이나 됐다. 지난해 8월에는 인위적 실수로 대만 전국 가구의 절반이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시민운동가 황스슈(黃士修), 국민당 출신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 등의 주도로 ‘탈원전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국민청원 운동이 벌어졌다. 그 결과 법정요건인 28만 1745명을 넘어서는 29만 2654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투표가 이뤄지게 됐다. 탈원전 폐지안은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 투표한 상태에서 찬성(탈원전 정책 폐지)표가 다수일 경우 가결된다. 가결될 경우 탈원전 법안은 효력을 잃는다. 지방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이번 국민투표는 탈원전 폐지 여부를 포함해 총 10개 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동시에 이뤄진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강서구 아파트 살인’ 피의자 영장심사 출석…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강서구 아파트 살인’ 피의자 영장심사 출석…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 아내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49)씨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25일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씨는 범행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김씨는 이날 오전 9시 56분쯤 서울남부지법에 도착했다. 검은색 패딩과 마스크, 모자를 착용한 모습이었다.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곧바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김씨는 지난 22일 새벽 4시 45분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전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 쌓인 감정 문제 등으로 전 아내를 살해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피해자의 딸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의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강서구 등촌동 47세 여성 살인사건의 주범인 아빠는 절대 심신미약이 아니고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면서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청원했다. 피해자의 딸은 또 “어머니는 25년 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다. 수차례 살해 협박 끝에 결국 죽임을 당했다”면서 김씨가 평소 딸에게 “엄마 죽이고 나서 감옥에서 6개월만 살다 나오겠다”는 말을 했다.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한 서울 강서경찰서는 “과거 가정폭력 혐의로 신고된 사실이 있다”면서 “철저한 계획범죄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25년간 가정폭력 시달린 엄마, 결국 살해당해”

    “25년간 가정폭력 시달린 엄마, 결국 살해당해”

    “아빠 협박에 결혼… 수차례 살해 위협”“어머니는 25년간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수차례 살해 협박 끝에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해된 이모(47)씨의 딸 김모(21)씨는 24일 양천구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이씨의 빈소에서 터져 나오는 슬픔을 억누른 채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김씨는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는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다. 사형을 선고해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딸 김씨에 따르면 아버지 김모(48)씨의 폭력은 25년 전 시작됐다. 이씨는 헤어지고 싶어 했으나 “헤어지면 죽여버리겠다”는 흉기 협박에 원치 않는 결혼을 해야만 했다. 폭력은 계속됐지만 딸을 위해 이씨는 폭력을 견디고 또 견뎠다. 2015년 2월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온 이씨는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한 아버지 김씨에게 얼굴을 심하게 얻어맞았다. 당시 18살이던 딸이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아버지 김씨는 연행된 지 하루 만에 풀려나 집으로 돌아왔다. 결국 이씨는 이혼 소송을 냈고 그해 9월 남남이 됐다.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 김씨가 끊임없이 찾아와 모녀는 4년 동안 6차례나 이사를 거듭했다. 2016년 흉기를 들고 찾아왔을 때 아버지 김씨는 또 경찰에 연행됐으나, 보복을 두려워한 이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풀려나고 말았다. 아버지 김씨는 평소 딸에게 “엄마 죽이고 나서 감옥에서 6개월만 살다 나오겠다”는 말을 했다. 또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이씨의 주변을 맴돌며 동선을 파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버지 김씨는 이씨가 아침 일찍 수영장에 간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아파트 앞에서 기다렸다가 이씨를 살해했다. 흉기는 현장에 그대로 두고 도주했다. 딸 김씨는 “아버지는 엄마를 죽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날 잡아가라는 뜻으로 흉기를 두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4일 아버지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가정폭력 혐의로 신고된 사실이 있다”면서 “철저한 계획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잔혹 범죄자가 약자 행세… 국민 정의감이 폭발했다”

    “잔혹 범죄자가 약자 행세… 국민 정의감이 폭발했다”

    “국민의 정의감이 공적으로 분출됐다고 생각합니다.”경찰대 교수이자 범죄심리분석관(프로파일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52) 의원은 24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의 심신미약 감형 논란에 대해 “약자가 아니면서 약자인 척하며 감형을 받는 것은 평등하지도, 정의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부분”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까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04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사건 관련, 심신미약 감형에 반대하는 데 찬성했다. →이번 사건을 어떻게 보나. -누구든지 PC방이라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흉기를 든 범죄자의 무자비한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사회적 관심을 높여 줬다. 경찰이 출동한 상태에서도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누가 나를 지켜줄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첨가됐다. →피의자의 심신미약 감형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은데.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피의자도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소년 강력범죄와 관련해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또 하나는 음주 감경 문제까지 연이어 나오다 보니까 국민 입장에선 범죄에 대해 평등하게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거다.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우울증이나 기타 정신과 치료 전력 등을 내세워 감형을 받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게 국민들의 공감대이면서 전체적인 법감정이다. →심신미약 감형 제도 자체의 문제인지. -영국에서 19세기 수상에 대한 총격 범인이 자신의 정신병을 주장해 심신 상실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당시 영국 국민이 분노하고 거리로 쏟아져 나와 만들어진 규칙이 ‘맥노튼 룰’이다. 우리는 형법상 10조에 있는 책임성에 대한 조각사유를 규정한 것 외에 구체적인 심신미약 규정 마련 노력을 안 해왔다. 그러다 보니 오직 판단할 수 있는 건 판례밖에 없다. 매번 판사들의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해당되는 결정을 다른 상황과 다른 시대 변화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상태는 옳지 않다. 국회에서도 반성하고 형법 10조를 가다듬을 필요성이 있다. 법원에서도 양형 기준이나 내부 규칙을, 법무부에서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심신미약이나 정신과적 질환과 범죄의 관계에 대한 규정 완비가 필요하다. →경찰의 초동 대처에는 문제가 없었나. -현재의 법과 규정하에서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다만 현장에서 경찰관이 그 형제의 행동, 태도 등에서 위험성, 공격성 등을 발견했다면 거기에 대해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적절했느냐는 문제는 야기될 수 있다. 향후 입법 정책적으로는 영국의 반사회적 행동규제법 등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장 출동 경찰관이 신고 등을 통해서 위험성이 야기되는 시비, 다툼 혹은 경미한 폭력행위 등 공격성의 표현을 인식했을 경우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경찰의 강제 조치가 가능한 입법이다. →피의자의 동생도 공범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는데. -일반적인 국민들의 의혹은 상당히 근거가 있어 보이고 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사건 처음 발단 과정부터 동생은 함께 있었다. 다른 반대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한 형이 흉기를 가져오는 동안 동생이 망을 보며 피의자가 다른 데로 가지 않도록 지키는 모습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또 현장에서 동생이 피의자를 붙잡는 모습이 영상에 보인다. 흉기에 의한 피습을 당한 사람을 붙잡는 것을 말리는 것으로 인식한다는 게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커지는데. -1980년대 이후 범죄심리학계와 정신의학계의 연구 결과는 정신과적 질환이 강력 범죄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증거는 없다는 거다. 정신과적 질환이 위험하다는 것은 사회적 편견에 불과하다. 만약 위험하다면 먼저 조치를 취하지 못한 사회적 책임 문제로 귀결된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곰탕집 성추행’ 항소심 첫 공판, 비공개로 진행 ‘안갯속’

    ‘곰탕집 성추행’ 항소심 첫 공판, 비공개로 진행 ‘안갯속’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남성이 항소심 재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했다. 항소심에서 추가 증거가 제시될지에 관심이 모였지만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돼 선고 때까지는 상황을 알 수 없게 됐다.24일 부산지법 형사3부(부장 문춘언)는 지난달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A씨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재판장의 의사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변호인 측은 재판 공개 여부에 대해 “별다른 의견이 없다”고 밝혔지만 재판장은 “사건 내용이 공개되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변호인 2명과 함께 이날 재판에 출석해 1심 재판 때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적으로 부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곰탕집 성추행 재판을 준비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A씨가 성추행하지 않았다는 폐쇄회로(CC)TV 영상분석 결과를 확보했다”면서 “항소심 재판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이날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됐고 A씨의 변호인도 “재판부가 재판 진행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면서 말을 아꼈다. 사건이 비공개로 진행되자 법정을 찾은 방청객들은 허탈해하며 법정을 나갔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박정호(64)씨는 “워낙 실제로 만졌는지 안 만졌는지에 대해 논란이 많아서 진실이 어떻게 가려지는지 직접 보러 왔다”면서 “사회적으로 주목받는 사건이라 특별히 공개 재판을 진행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검찰이 구형한 300만원보다 무거운 징역형이 선고되자 A씨의 아내가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알려졌다. 논란이 확대되자 피해자 여성 B씨가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사실만 말했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A씨도 지인을 통해 B씨 인터뷰 내용에 항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지난 12일 법정구속된 지 38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참혹한 살인으로 비극적 결말 맺은 ‘25년 가정폭력’

    참혹한 살인으로 비극적 결말 맺은 ‘25년 가정폭력’

    “엄마 죽이고 감옥서 6개월이면 나온다고 해극악무도한 아빠 사형시켜 주세요” 靑청원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25년간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수차례 살해 협박 끝에 결국 죽임을 당했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살해된 이모(47)씨의 딸 김모(21)씨는 24일 양천구의 한 장례식장에 차려진 이씨의 빈소에서 터져 나오는 슬픔을 억누른 채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 앞서 김씨는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는 사회와 영원히 격리해야 하는 극악무도한 범죄자다. 사형을 선고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씨에 따르면 아버지 김모(48)의 폭력은 25년 전 시작됐다. 이씨는 김씨와 헤어지길 원했으나, 김씨가 “헤어지면 죽여버리겠다”며 흉기로 협박해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해야만 했다. 결혼 이후에도 김씨의 폭력은 계속됐다. 하지만 이씨는 아이들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견뎠다. 2015년 2월 김씨는 친구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갔다 온 이씨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하고 이씨의 얼굴을 심하게 때렸다. 당시 18살이었던 딸은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에 연행된 지 하루 만에 풀려나 집으로 돌아왔다. 이씨의 ‘합의이혼’ 요구를 김씨가 거절하자 이씨는 이혼 소송을 냈고 결국 그해 9월 이혼했다. 하지만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모녀는 4년 동안 6차례 이사를 거듭했지만, 김씨는 이씨와 딸이 사는 집을 수소문해 끊임없이 찾아왔다. 2016년 김씨가 흉기를 들고 찾아왔을 때 이씨는 김씨를 타일러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식당 주인에게 눈빛을 보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이 김씨를 연행했으나, 이씨는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경찰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했고 김씨는 또 풀려났다. 김씨는 평소 딸에게 “엄마 죽이고 나서 감옥에서 6개월이면 나올수 있다”는 말을 했다. 또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졌음에도 이씨의 주변을 맴돌면서 동선을 파악하고 살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씨가 아침 일찍 수영장에 간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이씨의 아파트 앞에서 기다렸다가 이씨를 살해했다. 흉기는 현장에 그대로 두고 도주했다. 딸 김씨는 “아버지는 엄마를 죽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날 잡아가라는 뜻으로 흉기를 두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4일 김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김씨는 과거 가정폭력 혐의로 경찰에 신고된 사실이 있다”면서 “철저한 계획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PC방 살인사건’ 수사 놓고 ‘여론 딜레마’에 빠진 경찰

    ‘PC방 살인사건’ 수사 놓고 ‘여론 딜레마’에 빠진 경찰

    여론에 등 떠밀려 수사 결과 뒤집으면 ‘과잉수사’여론에 상관없이 절차대로 수사하면 ‘부실수사’“김성수 동생, 공범·방조 아니다”던 경찰뒤늦게 동생 상대 ‘거짓말탐지기’ 검사 진행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피의자 김성수(29)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의식하기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경찰은 애초 이 사건을 일반적인 살인사건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 사건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목소리가 팽배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분노 살인 정도로 생각했지, 피의자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될 것이란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건이 커진 이유는 바로 분노한 여론 때문이다. 경찰도 김성수의 신상공개가 여론에 등 떠밀린 결과임을 부정하진 않았다. 가해자 측의 ‘심신미약자’ 주장과 피해자를 진단한 전문의의 적나라한 글로 인해 쌓인 공분, 그 결과 폭발적으로 늘어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엄벌 촉구’ 동의 건수 등에 경찰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찰이 국립법무병원에 김성수의 정신 감정을 의뢰한 것이 ‘심신미약자 감형 반대’ 여론에 따른 긴급조치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정신감정을 의뢰하는 것이 수사 절차상 흔한 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의 계획성과 공범 여부 등을 조사하는 것이 주요 역할이고,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은 검찰의 기소단계에서 이뤄지는 것이 통상적 절차라는 것이다. 지난 2월 강서구의 한 자택에서 ‘퇴마 의식’을 하다 딸을 숨지게 한 30대 여성도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은 있었지만, 경찰은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로 넘겼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정신과 전문의는 “조현병(정신분열증), 정신지체와 달리 우울증만으로 경찰이 정신감정을 의뢰한 것은 의아스러운 측면이 있다. 충분히 조사한 다음 진행해도 되는데 다소 섣부른 감이 있다”면서 “여론이 시끄럽다 보니 명분 쌓기 용으로 피의자를 치료감호소로 보낸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검찰의 요청이 있었고, 우울증 진단서만으로는 현실 검증력, 사물 판단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치료감호소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현장에 있었던 김성수의 동생은 공범이 아니다”라고 밝혔다가, ‘동생도 공범’이라는 여론이 높아지자 뒤늦게 보강 수사에 나섰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24일 동생 김모(27)씨의 공모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김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검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공범으로 입건된 상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경찰의 수사가 여론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경찰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여론의 비판이 높다고 해서 수사 결과를 뒤집으면 ‘자기 부정’이 되고, 경찰의 첫 수사 결과를 고수하면 부실수사 의혹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론이 아무리 거세다 해도 법을 초월해 과잉수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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