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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AS] ‘1㎝ 쪽지문’ 용의자 무죄… 13년 전 강릉 노파 살인 이대로 묻히나

    [뉴스 AS] ‘1㎝ 쪽지문’ 용의자 무죄… 13년 전 강릉 노파 살인 이대로 묻히나

    얼굴에 테이프 감긴 채로 숨진 할머니 유일 증거 쪽지문 범인 못찾고 잊혀져 기술·장비 고도화로 작년 용의자 지목 용의자 “강릉 가 본 적도 없어” 항변 “범행과 무관할 가능성” 1·2심서 무죄 檢, 결정적 추가 단서 없어 상고 포기 살인 사건 현장에 유일하게 남겨졌던 ‘1㎝ 쪽지문’(부분 지문)의 ‘강릉 노파 살인사건’은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정보기술(IT) 등의 발전으로 10여년 만에 쪽지문 주인을 찾아내 용의자로 법정에 세웠지만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데 이어 검찰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사건 현장에 유일하게 단서로 남아 있던 쪽지문이 증거 효력을 잃으면서 또 다른 결정적 ‘스모킹 건(단서)’이 나오기 전까지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게 될 공산이 커졌다. 13년 전 강원도 강릉의 한적한 산골마을 외딴 집에서 발생한 강릉 노파 살인 사건을 놓고 벌인 진실 공방을 4일 들여다본다. 사건은 2005년 5월 1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정오쯤 강릉 산골마을인 구정면 덕현리에 사는 장모(당시 69세) 할머니가 손과 발이 묶여 누군가에 의해 피살된 채 집에서 발견됐다. 혼자 사는 장 할머니가 숨져 있는 것을 가장 먼저 발견해 신고한 사람은 이웃 주민이었다. 당시 신고 주민은 “현관 문과 안방 문이 열린 채 TV 소리가 들리는데도 인기척이 없어 방 안으로 들어가 보니 장 할머니가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숨진 장 할머니의 얼굴은 포장용 노란색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고, 손과 발은 전화선 등으로 묶인 상태였다. 장 할머니의 안방 장롱 서랍은 모두 열려 있었고, 금반지 등 78만원 상당의 귀금속도 없어졌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기도 폐쇄와 갈비뼈 골절 등이 원인이었다. 경찰은 범인이 포장용 노란색 테이프로 얼굴을 감아 숨을 쉬지 못하게 한 뒤 저항하는 장 할머니를 무차별 폭행해 숨지게 한 것으로 추정했다. 금품을 노린 강도살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인 경찰은 범인을 어렵지 않게 검거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건은 경찰의 초동 수사 실패로 장기 미제 강력 사건으로 남았다. 현장에서 범인을 단정할 증거와 목격자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세간에 잊혀졌다. 이후 사건은 지난해 9월 유력 용의자로 정모(51)씨가 체포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살인 현장에 유일하게 증거로 남아 있던 포장용 테이프 속 ‘1㎝ 쪽지문’ 이 근거가 됐다. 사건 당시에는 융선(지문 돌기)이 뚜렷하지 않아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당시 현미경을 동원한 육안으로 1㎝짜리 쪽지문을 검색해 범인을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문으로 범인을 찾는 데는 지문의 끊긴 점과 곡선 등 13가지 특징점이 또렷하게 나와야 하지만 당시 사건 현장에서 찾아낸 쪽지문은 융선이 불분명했다. 한마디로 지문의 특징점을 찾을 수 없어 지문 자료로 가치를 인정할 수 없었다. 더구나 당시 이미지 보정 기술과 원본 데이터베이스(DB, 융선 특징의 좌표화)의 해상도가 지금보다 현격하게 낮았다. 지문 검색 소프트웨어 성능 등 기술도 많이 부족했다. 쪽지문만 남긴 강릉 노파 살인 사건은 그렇게 10년이 넘도록 미제 사건으로 남아 해결을 보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지문을 해독하고 범인을 분류하는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장기 미제 사건 해결에 청신호가 켜진 것이다. 사건 이후 경찰은 2009~2010년에 걸쳐 고해상도 스캐너를 도입했다. 지문의 융선 특징을 좌표화하는 DB를 재구축하고, 지문 비교 프로그램도 교체했다. 2015~2016년에는 IT 발달에 따른 지문 감정 장비 성능이 좋아지고, 기술과 장비의 고도화에 따라 감정관들의 능력도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과학수사 발전으로 십수년이 지나 ‘융선’을 드러낸 1㎝ 쪽지문은 정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저항하는 노파의 얼굴을 포장용 테이프로 칭칭 감았는데 잘 떨어지지 않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은 뒤 테이프를 맨손으로 떼는 과정에서 범인이 자신의 지문을 남겼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용의자가 과거 절도 경력이 있고, 거짓말탐지기 검사에서 모두 거짓이 나온 점 등을 이유로 용의자를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했다. 용의자는 강하게 반발했다. 문제의 쪽지문은 테이프를 둔 자신의 오토바이가 도난당하면서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사망한 장 할머니 방에서 나왔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또 자신은 강릉에 가 본 적도 없고,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무 근거 없이 범인으로 몰렸다고 항변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12년 만인 지난해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법정에 세웠다. 현장에서 수거된 테이프에 남았던 쪽지문이 지문자동검색시스템(AFIS)을 통해 용의자와 지문 융선이 일치한다는 점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런데 해결될 것 같던 사건은 1심 재판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 9명 중 8명도 정씨가 무죄라고 판단했다. 구속됐던 정씨는 곧바로 석방됐다. 1심 재판부는 “지문 감정 결과에 의하면 정씨가 이 사건 공소 사실과 같은 범행을 한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 “그러나 범행과는 무관하게 남겨졌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범죄 증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공소심의위원회를 열어 심의 끝에 정씨 사건을 지난 1월 항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 1부는 지난 달 24일 살인강도 혐의로 법정에 선 정모(51)씨에게 또다시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피고인의 쪽지문만으로는 유죄를 인정하기 어려워 원심의 판단은 적법하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테이프에 남은 지문이 정씨의 것일 가능성이 크지만 노파 살해와 무관하게 남겨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본 1심 판결과 같은 취지다.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정씨는 “나는 죄가 없다”고 말한 뒤 황급히 법정을 떠났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한동안 법정을 떠나지 못한 채 부모의 한을 풀지 못한 억울함에 눈시울만 붉혔다. 피해자 가족들은 “비명에 가신 어머니의 한을 풀지 못해 너무 억울하다”며 “지문이 범인을 지목했는데 이제 와서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 끝까지 가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결국 검찰은 지난달 29일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춘천지검은 “상고심의위가 1, 2심 판단을 번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해 상고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강릉 할머니 살인사건은 ‘1㎝ 쪽지문’ 외에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영원히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13년 전에 벌어진 일이라 결정적 단서인 ‘스모킹 건’을 추가로 찾아내기 어렵고, 피고인이 알리바이를 입증하기에 한계가 있어 사건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허위사실 공표 무죄’ 김진태 의원 재판 비용, 국가가 보상해야

    ‘허위사실 공표 무죄’ 김진태 의원 재판 비용, 국가가 보상해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가 됐지만 무죄가 확정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가로부터 500만원이 넘는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형두)는 지난달 11일 김 의원의 형사재판 비용 보상청구 사건에서 국가가 김 의원에게 575만 6000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연합뉴스가 30일 보도했다. 김 의원은 지난 1월 대법원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본인의 여비와 일당, 변호인 보수 등에 대한 보상금 총 640만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무죄 판결이 확정된 김 의원에게 재판에 든 비용을 보상할 의무가 있다”면서 국선변호인 보수 등을 고려해 보상액을 575만 6000원으로 정했다. 앞서 김 의원은 2016년 제20대 총선 당내 경선 기간 개시일인 같은 해 3월 12일 선거구민 9만 2158명에게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실천본부) 공약이행평가 71.4%로 강원도 3위’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춘천시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실천본부가 19대 의원들의 개인별 공약이행률을 공표하지 않았는데도 김 의원이 마치 공표한 것처럼 허위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고 보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그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제20대 총선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2016년 10월 “김 의원이 (문자를 보낼 당시)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선관위가 검찰의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의 공소 제기 결정으로 김 의원은 결국 기소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이뤄진 1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며,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있어 고의가 인정됐다”면서 김 의원에게 당선 무효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실천본부가 김 의원의 공약이행률을 3위로 평가하고 공표했다는 문자는 일부 세세한 부분이 진실과 약간 다르거나 다소 과장됐다고 볼 수는 있어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해 허위사실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지난 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임금 30만원 내놔” 팀장 살해한 중국동포 징역 12년

    밀린 임금 30만 원을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설현장 인력팀장을 흉기로 살해한 30대 중국동포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심규홍)는 살인과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35)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과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5월 22일 오후 9시 20분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거리에서 인력팀장 A(27)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일용직 노동자인 김씨는 건설현장에서 A씨를 만났으며 이틀 치 임금 30만 원을 받지 못하자 대림동의 한 PC방에 있는 A씨를 찾아가 말다툼을 벌였다. 말다툼을 벌이다 PC방을 나선 김씨는 주먹으로 A씨의 얼굴을 때리다 뒤엉켜 넘어졌고 흉기를 꺼내 A씨의 가슴과 팔을 10여 차례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목격한 행인이 112에 신고해 경찰이 출동했지만 A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김씨는 범행 이틀 뒤 경찰에 자수했다. 김씨는 또 지난해 2월 인터넷을 통해 화장품을 판매한다고 속여 피해자 B씨로부터 300여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피해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들이 피고인을 강력히 처벌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살인 범행을 자수한 점, 임금을 받지 못하자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배심원들은 김씨의 살인과 사기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유죄 평결을 냈다. 배심원 중 4명은 징역 16년, 나머지 1명은 징역 1년의 의견을 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홍영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홍영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연루 법관들 탄핵 소추도 함께 논의” 한국당 부정적… 본회의 통과 미지수 특별법, 사법권 침해 위헌 논란 일 수도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사법농단과 관련 없는 법관으로 구성된 특별재판부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사법농단 연루자에게 관련 재판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특별재판부 도입 의지를 분명하게 밝힌 건 처음이다. 홍 원내대표는 “사법농단에 깊숙이 관여한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도 추진해야 한다”며 “동의하는 야당과 특별재판부 도입, 탄핵소추에 대해 함께 입법할 것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는 지난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박주민 의원이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영장 발부를 담당할 전담 법관을 선정하고 심리를 담당할 재판부를 구성해 관련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특별법을 발의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사법농단 관련 특별재판부 도입 문제를 꺼낸 것은 의혹을 밝히는 수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 단계에서 잇따라 영장이 기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심인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 검찰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임 전 차장마저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사법부 적폐 청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특별재판부 도입 발언은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공식화한 것으로 사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도 별개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의욕적인 움직임에도 특별법이 실제로 본회의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박 의원의 특별법에는 박 의원과 민주당을 포함해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 등 56명이 동참했다. 바른미래당의 분위기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 먼저거쳐야 할 법사위원회는 판사 출신인 여상규 한국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한국당이 사법농단을 부정하며 특별재판부를 반대하지만 다른 야당과 협력해 특별법 처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입법부의 사법권 침해라는 의미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지난 18일 최완주 서울고법원장은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서 “위헌 논란이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법상 법률이 정한 법관은 일반 법률과 법원이 자체적으로 정한 사무분담에 따라 사건을 배당하도록 했는데 이를 벗어난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재판 여러 건 받게 괴롭혀라”… ‘쪼개기 기소’ 남발하는 檢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재판 여러 건 받게 괴롭혀라”… ‘쪼개기 기소’ 남발하는 檢

    #1. 위조한 인감증명서로 대출을 받은 A씨는 사기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선고 뒤 검찰이 인감증명서 위조 혐의로 또 기소해 A씨는 징역 6개월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A씨 측은 “검사가 혐의 일부를 누락시켰다가 뒤늦게 기소해 한 번 받을 재판을 두 번 받았다”고 반발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늦게 기소한 것은 검사의 태만 내지 위법한 부작위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A씨 주장을 기각했다(1996년 2월 선고). #2.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재판 과정에서 유우성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증거가 조작된 정황이 드러나자 검찰은 유씨의 과거 사건을 들춰냈다. 환치기를 한 뒤 북한으로 약 26억원을 송금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성립됐지만, 4년 전 기소유예 처분으로 넘어갔던 사건을 다시 꺼내 기소했다(2014년 2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유씨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에서 배심원 대부분은 검찰의 행동을 ‘공소권 남용’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유씨 사건처럼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 아닌 일반 형사재판에서 법원이 ‘검찰권 남용’을 인정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1996년 인감증명서 위조 혐의 기소를 정당하다고 판정한 대법원 판례가 나온 뒤 오히려 기소 재량을 발휘하는 게 효율적인 수사로 인정받는 실정이다. ■2심 재판 끝나자 기다린 듯 또 기소… 다시 1년, 재판에 매달렸다 한 검사 두 지검서 기소당한 양씨 양자수(63·가명)씨는 유령 회사의 가짜 재무제표를 동원해 은행 사기 대출을 알선하던 금융 브로커였다. 지난 2016년 함께 범행을 저지르던 주범들이 잇따라 검거되자 양씨는 서울중앙지검에 자수서를 제출했다. 양씨는 자수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2차례 대출 사기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중앙지검은 양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양씨는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하지 않아 선고가 확정됐다.●자수한 2건 중 1건만 기소한 검사 그런데 확정 선고 뒤 2주가 채 되지 않아 양씨는 새로운 혐의로 기소됐다는 통보를 서울남부지검으로부터 받았다. 당초 남부지검은 중앙지검으로부터 1건을 넘겨받아 한 차례 조사만 진행한 뒤 더이상 양씨를 부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중앙지검 사건이 확정되자마자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야 남부지검이 갑작스럽게 기소한 것이다. 연이어 재판을 받게 된 양씨는 ‘사건을 묵혀 뒀다 시간차 기소를 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양씨 측은 “중앙지검에서 기소에 관여한 A검사가 남부지검에도 있었다”면서 “중앙지검에서 남부지검으로 옮기면서 사건을 가져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A검사에게 한꺼번에 자수한 2건의 사건을 시차를 두고 ‘쪼개기 기소’한 이유를 질의하려 했으나 A검사는 해외 체류 중이었다. 검찰은 A검사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검찰은 “양씨가 범행에 사용한 페이퍼컴퍼니 2곳을 각각 만든 주범들의 주소지가 달라 혐의별로 관할이 나뉜 것”이라거나 “기소는 늦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처럼 ‘행정적 이유’라고 설명했지만, 양씨는 혐의를 쪼개 2번씩 심급별 재판을 받느라 이중의 부담을 느껴야 했다. 변호사 선임 비용도 배가됐다. 남부지검이 기소한 사건은 1·2심을 거쳐 지난 8월 확정 판결이 나왔는데, 징역 1년 6개월이 또 나왔다. 결국 양씨는 1년 6개월씩 2번, 총 3년의 수감생활을 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저지른 두 건의 대출 사기 범행을 한꺼번에 병합해 재판을 받았다면 형량이 줄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양씨는 자수한 2건의 혐의 중 1건에 대해서만 재판을 받으면서 다른 1건의 혐의는 무마됐다고 지레짐작한 스스로를 자책했다. 한편으론 검찰이 결정하기 전까지 자신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수 없는 수사 구조에 무력감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다르다며 전출 간 지청서 재기소 양씨의 변호인은 검찰이 ‘의도적으로 시간차 (쪼개기) 기소’를 했다고 주장한다. 관할 문제로 사건이 쪼개져 배당된 것까지는 납득하겠지만, 같은 시기에 자수한 두 사건의 기소 시점이 지나치게 ‘순차적으로’ 이뤄진 데다 A검사가 두 번의 기소를 모두 담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법원은 ‘검사가 공소권을 남용했다’는 양씨 측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두 번째 기소 사건을 심리한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양씨와 공모 관계에 있는 주범이 다르고, 검사가 피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자의적으로 소추재량권을 행사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태만한 검찰권’을 두둔하는 듯한 법원의 판단은 ‘여러 건의 혐의를 수사한 검사가 일부 혐의를 먼저 기소한 뒤 1심 재판이 끝날 때쯤 다른 혐의를 기소해 피고인이 재판을 여러 차례 받게 했더라도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1990년대 중후반 정립된 이후 하급심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판매·밀수 따로 기소된 마약왕… 공소권 남용 다투고 ‘6번 재판 전부 무죄’ 풀려난 마약사범 마씨 2014년 8월 검찰이 ‘수도권 최대 필로폰 판매 조직의 수괴’라고 지칭한 보도자료를 낸 뒤 필로폰 180g(6000회분)을 판매한 혐의로 기소한 마모(51)씨는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그간 복역 기간을 합치면 20여년에 이르는 마씨는 2014년 검거 직전에는 필로폰에 취해 서울 시내에서 차량 도주를 시도하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마약에 손댔던 마씨를 처벌하느라 검찰은 사력을 다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 중 일부는 재판 단계에서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다투는 계기가 됐다. ‘범죄자 처벌을 위해서라면 쪼개기 기소를 해 병합(여러 혐의를 합쳐 한꺼번에 심리) 없이 재판을 여러 건 받도록 괴롭혀도 된다’거나 ‘유죄 입증을 위해서라면 검찰 수사에 협조하는 공범을 선처해도 된다’는 수사 관행이 검찰의 발목을 잡았다. ●두 사건 수사 끝내놓고1심 며칠 뒤 또 기소 마약 판매 전과 7범인 그의 재판 중엔 1·2·3심 전부 무죄 판결이 나온 경우가 있다. 검찰이 국제우편 등으로 멕시코에서 필로폰을 반입한 혐의로 마씨를 2012년 기소한 사건이다. 사실 검찰은 2011년 필로폰 판매 혐의로 마씨를 6번째 기소하던 시점에 이미 마씨의 필로폰 밀수 혐의 수사를 끝낸 상태였다. 2011년 두 혐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해 놓고 그해엔 마약 판매 혐의로만 기소하고, 이듬해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고 며칠 뒤 다시 마약 밀수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수사한 지 1년 만에 ‘쪼개기 기소’를 한 이유는 무엇일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피고인을 괴롭히려는 쪼개기 기소로 보인다”면서 “비슷한 시기 수사한 마약 판매 혐의와 밀수 혐의를 병합해 재판할 수 없도록 시차를 두고 기소, 피고인이 혐의별로 3심까지 총 6차례 재판을 받게 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마약 판매 1심은 판사 1명이 재판하는 단독 재판부에 배당되고, 이 재판 2심은 지법 형사항소부에서 심리한다. 하지만 형량이 센 마약 밀수 혐의의 경우 1심을 판사 3명이 재판하는 지법 합의부가 담당하고, 이 재판의 항소심은 고법 재판부가 심리한다. 이렇게 되면 2심 단계에서 관할 법원이 지법과 고법으로 구별되기 때문에, 두 개의 항소심이 병합될 수 없다. 2012년 마약 밀수 혐의를 기소할 때 검찰은 마약 판매 혐의 역시 더 찾아 기소했는데, 이와 관련해선 마씨의 범행을 증언한 공범 A씨에 대해 플리바게닝(사전형량조정)을 하는 방식 등으로 마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마씨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마약 투약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은 A씨가 자신의 항소심 선고 8일 전 검찰 조사에서 ‘마씨에게 필로폰을 산 일이 더 있다’고 추가 증언을 했고, 이후 A씨 항소심에서 검찰이 A씨 선처를 탄원해 1심 실형이 벌금형으로 감형됐다”고 판시했다. ●법원, 檢의 압수수색 영장 미발부 등 지적 마씨의 1·2·3심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을 들어 A씨 증언에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마씨가 A씨에게 마약을 판매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 마씨의 마약 밀수 혐의에 대해 사법부는 수사 1년이 지나 마씨를 기소한 ‘검사의 태만’에 대해 “소추재량권 일탈이 아니다”라며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검찰이 마씨가 들여왔다고 의심한 필로폰을 확보하면서 사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지 않은 하자를 지적하며, 마씨의 밀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쪼개기 기소’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는 수사 방식은 간첩·도박·마약 등 피의자에게 ‘범죄자 낙인’이 강하게 찍힌 사건이나 피고인이 여럿이어서 ‘죄수의 딜레마’가 작동하는 수사에서 주로 활용됩니다. 다음 회에서 혐의별로 자주 목격되는 잘못된 수사 관행을 탐구합니다.
  • 외도 의심해 아내 살해한 50대 남성, 1심 법원에서 징역 15년

    외도 의심해 아내 살해한 50대 남성, 1심 법원에서 징역 15년

    아내가 외도한다는 근거없는 의심으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에게 1심 법원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울산지법 형사12부(부장 이동식)는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5)씨의 국민참여재판에서 A씨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린 배심원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3월 30일 새벽 2시쯤 아내 B씨가 운영하는 울산 중구의 한 호프집에서 B씨를 주먹과 발로 때리고, B씨의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와 별거 중이었던 A씨는 평소 자신이 반대했던 호프집 운영을 B씨가 재개한 것을 두고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했다. 특히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는 의심까지 하고 있었다. 범행 당일 B씨 빌라 주변에 숨어 있던 A씨는 B씨가 빌라에서 나오자 뒤따라가 “어디 가느냐”고 추궁했다. B씨가 “술을 주문하러 간다”고 답하자 이를 확인한다는 구실로 B씨를 호프집으로 데려갔다. 이곳에서 A씨는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B씨를 폭행했다. B씨 휴대전화를 살펴보던 A씨는 다른 사람과 두 차례 통화한 기록이 나오고, 때마침 그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오자 격분했다. A씨는 30분 넘도록 폭력을 행사했고, 결국 B씨는 머리와 목을 심하게 다쳐 숨졌다. A씨는 재판에서 “B씨에게 상해를 가할 의도가 있었을 뿐 살인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배심원과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가정폭력을 저질러 오다가 급기야 아내 불륜을 추궁하던 중 무차별적 폭행으로 아내를 살해했다”면서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해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겪으며 죽음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이고, 자녀들에게도 치유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남기게 되므로 그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늙은 아내 살해한 남편도 치매”…법의 관용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늙은 아내 살해한 남편도 치매”…법의 관용

    ⑥ 가족이 말하는 ‘그’ 정오성씨 사례로 본 ‘처벌불원’ 판결문 “형량을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치매에 걸린 늙은 아내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것입니다. 하지만 수십년간 동고동락한 배우자가 치매로 허물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직접 겪어 보지 않곤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간병인 본인 역시 고령에 치매를 앓는 상황에선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한 상태에 다다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지난해 4월 인천지법 제15형사부 법정. 재판장 허준서 부장판사가 담담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낭독했다. 이날 선고가 이색적이었던 건 총 8장의 판결문 중 6장이 양형(형량을 정하는 일) 이유로 채워진 것이다. ‘범죄 사실-증거 요지-법령 적용-양형 이유’ 순으로 구성되는 판결문에서 통상 양형은 짧게는 한 문단, 길어야 1장 내외다. 재판부가 특별히 양형에 긴 시간을 할애한 것은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피고인 정오성(85·가명)씨가 처한 암울했던 현실과 아비를 용서해 달라는 자녀들의 호소를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씨는 지난해 1월 인천 자신의 집에서 말다툼하다 순간적으로 격분해 아내(85)를 살해했다. 아내는 5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했고, 정씨가 사실상 혼자 간병했다. 원래는 정씨 자녀 9남매 중 막내인 아들이 이들을 부양했다. 그러나 2012년 막내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노부부만 살게 됐다. 아내가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것도 막내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녀들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내처럼 심하진 않지만 정씨도 치매를 앓고 있었다. “어머니를 이미 끔찍한 사고로 잃었는데, 아픈 아버지마저 감옥에서 돌아가시게 하는 비극을 겪지 않게 해주십시오. 자식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병든 아버지가 간병 과정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정도로 심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자식들 모두 죄책감에 참담할 뿐입니다.” 정씨의 자녀들은 눈물로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형량(양형 기준)은 징역 5~8년이다. 살인 동기에 따라 5가지로 구분되는 살인죄 중 제1유형 ‘참작동기살인-가중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참작동기살인’은 특별히 참작할 동기가 있는 살인으로, 살인죄 중에서도 가장 형량이 가볍다. 다만 숨진 아내가 범행에 저항할 수 없는 ‘취약한’ 피해자였고,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는 점은 가중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양형 기준보다 크게 낮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은 고령화사회 진입과 가족해체 등에 따른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으로 비극적인 사태가 개인의 반사회적 성향이나 악한 마음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가족이 서로 상처를 보듬고, 어머니를 비명에 떠나보낸 슬픔과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도록, 아버지를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는 것도 법이 허용하는 선처와 관용”이라고 판시했다. 취재진이 지난 7월 이씨의 집을 찾아갔을 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웃들은 “6개월 전 자녀들이 이씨를 모셔 갔다”고 했다. 자녀들이 재판부와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서울신문이 분석한 ‘간병살인’(미수 포함) 판결문 108건 중 50건(46.3%)은 이처럼 남은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해 형량 감경(특별양형인자) 요인이 됐다. 선처를 호소한 50건 중 20건(40%)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16년 한 해 동안 선고가 난 살인사건 727건(1심 기준) 중 집행유예 비율이 20.2%(147건)인 걸 감안하면 2배가량 높다. 가족의 손에 의해 숨이 끊어지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배신감, 분노, 허탈함, 슬픔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이들은 이런 감정을 잊고 가해자를 용서한 경우가 많다. “갈 때 안 됐나. 빨리 가라. 몇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가라. 여러 사람 피해 끼치지 말고….” 지난해 10월 울산의 한 원룸. 김상철(23·가명)씨는 화장실 천장에 밧줄을 건 뒤 아버지(52)에게 모진 말을 퍼부었다. 이날 아들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요양시설에 있던 아버지가 소란을 피우다 쫓겨나 집으로 왔기 때문이다. 당뇨를 앓는 아버지는 한쪽 발목을 절단하는 등 거동이 불편했다. 젊은 시절 돈도 벌지 않고 가정폭력을 휘두른 아버지였지만, 김씨는 힘이 닿는 데까지 돌보고 요양시설로 모셨었다. 그런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김씨는 밧줄로 직접 아버지 목을 졸랐다. 한 10초 정도 당겼을까. 아버지가 켁켁거리며 발버둥치자 김씨도 이성이 돌아왔다. 손에 힘을 풀었고, 다행히 아버지는 병원에서 회복했다. 김씨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실형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친척은 물론 아버지까지 선처를 호소해서다. “나쁜 애가 아닙니다. 제가 술에 절어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리지 못했습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와중에도 학업에 열중해 대학에 진학한 애입니다. 대학도 장학금과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다니고 있어요.” 김씨도 아버지를 다시 요양시설에 모시고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와서 그 이야기를 물어보는 이유가 뭔데? 우리 시동생… 억울하게 죽었어.” 경기도 연천에 사는 김순래(80·여·가명)씨는 7년 전 일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30년 넘게 같은 마을에 살던 동서 이연순(당시 72·여·가명)씨가 치매에 걸린 남편(76·김씨 시동생)을 살해한 사건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했다. 처음에 김씨는 “자기도 사람이면 후회 많이 했겠지. 그래서 감옥 갔잖아. 하지만 가족들은 쉽게 용서가 안 돼”라며 이씨를 원망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1시간가량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감정의 변화가 엿보였다. “사실 힘들었어…. 남편 증세가 갑자기 나빠졌거든. 뜬금없이 벽을 보며 절을 하지 않나, 사람들이 독약을 뿌려 자기를 죽인다고도 하지 않나.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이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았지.” 이씨의 남편은 원래 요양시설에 있었지만, 기저귀를 찢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이씨도 고령인 데다 당뇨와 우울증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사건 전날 밤 남편은 이상행동을 말리는 이씨에게 손찌검을 했고, 온몸에 이불을 감은 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다음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술을 마시던 이씨는 자고 있던 남편을 둔기로 내리쳤다. “이씨가 젊은 시절 음식 솜씨도 좋고 상냥했어. 우리 시어머니로부터 항상 ‘며느리 중 네가 최고’라는 칭찬을 받았지. 말년에 이런 일을 벌일지는 꿈에도 몰랐어. 내 남편은 5년 전쯤 먼저 갔어. 사실 남편이 안 가고 치매에 걸렸다면 나도 버텼을까 싶기는 해. 한순간 욱한 감정만 참았다면 그렇게 감옥 안 갔을 건데….” 이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았고 자녀들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7명의 배심원 모두 실형을 결정했다. 이씨는 형기가 1년가량 남은 지난해 건강이 악화돼 가석방됐다. 조카가 이씨를 강원도로 모시고 갔다고 한다. 이씨 자녀들은 사건 이후 다시는 이 마을에 오지 않았다. 큰어머니인 김씨와도 연락을 끊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늙은 아내 살해한 남편도 치매”…법의 관용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늙은 아내 살해한 남편도 치매”…법의 관용

    정오성씨 사례로 본 ‘처벌불원’ 판결문 “형량을 선고하겠습니다. 피고인은 치매에 걸린 늙은 아내를 둔기로 내리쳐 살해했습니다.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것입니다. 하지만 수십년간 동고동락한 배우자가 치매로 허물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고통은 직접 겪어 보지 않곤 말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사건처럼 간병인 본인 역시 고령에 치매를 앓는 상황에선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한 상태에 다다랐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지난해 4월 인천지법 제15형사부 법정. 재판장 허준서 부장판사가 담담한 목소리로 판결문을 낭독했다. 이날 선고가 이색적이었던 건 총 8장의 판결문 중 6장이 양형(형량을 정하는 일) 이유로 채워진 것이다. ‘범죄 사실-증거 요지-법령 적용-양형 이유’ 순으로 구성되는 판결문에서 통상 양형은 짧게는 한 문단, 길어야 1장 내외다. 재판부가 특별히 양형에 긴 시간을 할애한 것은 그만큼 고민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피고인 정오성(85·가명)씨가 처한 암울했던 현실과 아비를 용서해 달라는 자녀들의 호소를 최대한 반영하려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씨는 지난해 1월 인천 자신의 집에서 말다툼하다 순간적으로 격분해 아내(85)를 살해했다. 아내는 5년 전부터 거동이 불편했고, 정씨가 사실상 혼자 간병했다. 원래는 정씨 자녀 9남매 중 막내인 아들이 이들을 부양했다. 그러나 2012년 막내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노부부만 살게 됐다. 아내가 급격히 건강이 나빠진 것도 막내아들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녀들 이름도 기억하지 못했다. 아내처럼 심하진 않지만 정씨도 치매를 앓고 있었다. “어머니를 이미 끔찍한 사고로 잃었는데, 아픈 아버지마저 감옥에서 돌아가시게 하는 비극을 겪지 않게 해주십시오. 자식들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아버지를 모시겠습니다. 병든 아버지가 간병 과정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이런 극단적인 결과를 가져올 정도로 심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자식들 모두 죄책감에 참담할 뿐입니다.” 정씨의 자녀들은 눈물로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사건의 경우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형량(양형 기준)은 징역 5~8년이다. 살인 동기에 따라 5가지로 구분되는 살인죄 중 제1유형 ‘참작동기살인-가중영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참작동기살인’은 특별히 참작할 동기가 있는 살인으로, 살인죄 중에서도 가장 형량이 가볍다. 다만 숨진 아내가 범행에 저항할 수 없는 ‘취약한’ 피해자였고, 범행 수법이 잔혹했다는 점은 가중 요인으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양형 기준보다 크게 낮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건은 고령화사회 진입과 가족해체 등에 따른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으로 비극적인 사태가 개인의 반사회적 성향이나 악한 마음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가족이 서로 상처를 보듬고, 어머니를 비명에 떠나보낸 슬픔과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도록, 아버지를 가족의 품에 돌려보내는 것도 법이 허용하는 선처와 관용”이라고 판시했다. 취재진이 지난 7월 이씨의 집을 찾아갔을 땐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웃들은 “6개월 전 자녀들이 이씨를 모셔 갔다”고 했다. 자녀들이 재판부와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서울신문이 분석한 ‘간병살인’(미수 포함) 판결문 108건 중 50건(46.3%)은 이처럼 남은 가족들이 선처를 호소해 형량 감경(특별양형인자) 요인이 됐다. 선처를 호소한 50건 중 20건(40%)은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16년 한 해 동안 선고가 난 살인사건 727건(1심 기준) 중 집행유예 비율이 20.2%(147건)인 걸 감안하면 2배가량 높다. 가족의 손에 의해 숨이 끊어지는 순간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배신감, 분노, 허탈함, 슬픔 등이 떠오른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되돌아온 이들은 이런 감정을 잊고 가해자를 용서한 경우가 많다. “갈 때 안 됐나. 빨리 가라. 몇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가라. 여러 사람 피해 끼치지 말고….” 지난해 10월 울산의 한 원룸. 김상철(23·가명)씨는 화장실 천장에 밧줄을 건 뒤 아버지(52)에게 모진 말을 퍼부었다. 이날 아들은 화가 많이 나 있었다. 요양시설에 있던 아버지가 소란을 피우다 쫓겨나 집으로 왔기 때문이다. 당뇨를 앓는 아버지는 한쪽 발목을 절단하는 등 거동이 불편했다. 젊은 시절 돈도 벌지 않고 가정폭력을 휘두른 아버지였지만, 김씨는 힘이 닿는 데까지 돌보고 요양시설로 모셨었다. 그런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자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김씨는 밧줄로 직접 아버지 목을 졸랐다. 한 10초 정도 당겼을까. 아버지가 켁켁거리며 발버둥치자 김씨도 이성이 돌아왔다. 손에 힘을 풀었고, 다행히 아버지는 병원에서 회복했다. 김씨는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실형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친척은 물론 아버지까지 선처를 호소해서다. “나쁜 애가 아닙니다. 제가 술에 절어 정상적으로 가정을 꾸리지 못했습니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와중에도 학업에 열중해 대학에 진학한 애입니다. 대학도 장학금과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으로 다니고 있어요.” 김씨도 아버지를 다시 요양시설에 모시고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깊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 와서 그 이야기를 물어보는 이유가 뭔데? 우리 시동생… 억울하게 죽었어.” 경기도 연천에 사는 김순래(80·여·가명)씨는 7년 전 일에 대해 어렵게 입을 열었다. 30년 넘게 같은 마을에 살던 동서 이연순(당시 72·여·가명)씨가 치매에 걸린 남편(76·김씨 시동생)을 살해한 사건을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아 했다. 처음에 김씨는 “자기도 사람이면 후회 많이 했겠지. 그래서 감옥 갔잖아. 하지만 가족들은 쉽게 용서가 안 돼”라며 이씨를 원망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하지만 1시간가량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서히 감정의 변화가 엿보였다. “사실 힘들었어…. 남편 증세가 갑자기 나빠졌거든. 뜬금없이 벽을 보며 절을 하지 않나, 사람들이 독약을 뿌려 자기를 죽인다고도 하지 않나. 대소변도 가리지 못해 이씨가 하루에도 몇 번씩 기저귀를 갈았지.” 이씨의 남편은 원래 요양시설에 있었지만, 기저귀를 찢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데려왔다고 한다. 이씨도 고령인 데다 당뇨와 우울증 등 지병을 앓고 있었다. 사건 전날 밤 남편은 이상행동을 말리는 이씨에게 손찌검을 했고, 온몸에 이불을 감은 채 데굴데굴 굴러다녔다. 다음날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술을 마시던 이씨는 자고 있던 남편을 둔기로 내리쳤다. “이씨가 젊은 시절 음식 솜씨도 좋고 상냥했어. 우리 시어머니로부터 항상 ‘며느리 중 네가 최고’라는 칭찬을 받았지. 말년에 이런 일을 벌일지는 꿈에도 몰랐어. 내 남편은 5년 전쯤 먼저 갔어. 사실 남편이 안 가고 치매에 걸렸다면 나도 버텼을까 싶기는 해. 한순간 욱한 감정만 참았다면 그렇게 감옥 안 갔을 건데….” 이씨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국민참여재판을 받았고 자녀들이 선처를 호소했지만 7명의 배심원 모두 실형을 결정했다. 이씨는 형기가 1년가량 남은 지난해 건강이 악화돼 가석방됐다. 조카가 이씨를 강원도로 모시고 갔다고 한다. 이씨의 자녀들은 사건 이후 다시는 이 마을에 오지 않았다. 큰어머니인 김씨와도 연락을 끊었다. 탐사기획부 tamsa@seoul.co.kr 탐사기획부 유영규 부장, 임주형·이성원·신융아·이혜리 기자
  • 법원 “궁중족발 사장, 건물주 죽일 의도 없었다”

    법원 “궁중족발 사장, 건물주 죽일 의도 없었다”

    1심 망치 폭력 등 인정 징역 2년 6개월상가 임대료 문제로 극심한 갈등 관계에 있던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본가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건물주를 폭행하고 행인을 차로 쳐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6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대해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여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4~5일 이틀간 열린 국민참여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살인의 고의’를 놓고 7명의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도 “피해자를 다치게 할 의도로 차로 돌진하거나 쇠망치를 피해자에게 휘둘러 상해를 가한 것에서 더 나아가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매우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 도망가는 피해자를 뒤쫓아가 폭행했고, 행인을 차로 치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배심원단도 이 부분은 만장일치 유죄 평결이었다.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미리 준비한 쇠망치를 휘둘러 피해자가 직접 맞았다”며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범행 시간이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평일 오전 출근 시간대인 점 ▲범행 발생 장소가 빌라, 상가가 밀집돼 폐쇄회로(CC)TV가 많이 설치된 곳인 점 ▲망치는 겁을 주기 위해 휘둘렀을 뿐이라는 점 등을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근거로 제시한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을 진행하는 동안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면서 “피고인 행위에 합당한 결과를 찾기 위해 재판부와 배심원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피고인과 피해자(건물주), 가족들은 앞으로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서로 분노하고 미워하며 고통 속에 살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 이후 상대방을 향한 원망의 감정을 마음속에서 걷어내고 진정한 행복을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궁중족발’ 사장 징역 2년 6개월…배심원 만장일치로 살인미수는 ‘무죄’

    ‘궁중족발’ 사장 징역 2년 6개월…배심원 만장일치로 살인미수는 ‘무죄’

    상가 임대료 문제로 극심한 갈등 관계에 있던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본가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가 국민참여재판에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건물주를 폭행하고 행인을 차로 쳐 다치게 한 혐의에 대해서는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6일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 대해 배심원단 평결을 받아들여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4~5일 이틀간 열린 국민참여재판의 핵심 쟁점이었던 ‘살인의 고의’를 놓고 7명의 배심원들은 만장일치로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도 “피해자를 다치게 할 의도로 차로 돌진하거나 쇠망치를 피해자에게 휘둘러 상해를 가한 것에서 더 나아가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특수상해와 특수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매우 위험한 도구를 사용해 도망가는 피해자를 뒤쫓아가 폭행했고, 행인을 차로 치고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배심원단도 이 부분은 만장일치 유죄 평결이었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미리 준비한 쇠망치를 휘둘러 피해자가 직접 맞았다”며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배심원단과 재판부는 ▲범행 시간이 사람들의 통행이 빈번한 평일 오전 출근 시간대인 점 ▲범행 발생 장소가 빌라, 상가가 밀집돼 폐쇄회로(CC)TV가 많이 설치된 곳인 점 등을 근거로 망치는 겁을 주기 위해 휘둘렀을 뿐이라는 점 등을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는 근거로 제시한 변호인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장인 이영훈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이 사건을 진행하는 동안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면서 “피고인 행위에 합당한 결과를 찾기 위해 재판부와 배심원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피고인과 피해자(건물주), 가족들은 앞으로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서로 분노하고 미워하며 고통 속에 살 것 같아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판결 이후 상대방을 향한 원망의 감정을 마음속에서 걷어내고 진정한 행복을 되찾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궁중족발 사건’ 가해자에 중형 구형…“임차인권리 보호 자리 아냐”

    ‘궁중족발 사건’ 가해자에 중형 구형…“임차인권리 보호 자리 아냐”

    상가 임대료 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다가 건물주에게 망치를 휘두른 ‘본가궁중족발’ 사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5일 이틀째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는 건물주 이모(60)씨가 사건이 일어난 지 석 달 만에 궁중족발 사장 김모(54)씨와 법정에서 마주했다. 다만 두 사람 사이에는 가림막이 세워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이틀째 열린 김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은 상가 임차인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분쟁이 있다고 해서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법이 정한 절차를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사적인 복수가 가능하지 않아 법이 있는 것인데 그걸 피고인은 무시했다”며 김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배심원들에게 요청했다. 앞서 이날 재판에서는 건물주 이씨와 김씨의 아내 윤모씨 등이 차례로 증인으로 나왔다. 이씨는 서로 깊은 감정싸움을 하던 김씨와 가림막을 둔 채 “무서웠다”는 말을 거듭 되풀이했다. 김씨가 자신의 자녀를 언급하며 “대를 끊어놓겠다”는 등의 협박 메시지를 보냈고, 망치를 들고 쫓아왔을 때, 폭행했을 때 등 김씨와 얽힌 상황에 대한 심정을 묻는 검사의 질문에 잇달아 “무서웠다”고만 했다. 특히 김씨가 망치를 휘둘렀을 땐 “살아야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가림막 뒤에 있던 김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이씨의 증언을 듣기만 했다. 반면 김씨의 아내인 윤씨는 “이씨가 애아빠(김씨)에게 끊임없이 문자와 연락을 해왔다”면서 “나중에 합의를 할 일도 있기 때문에 건물주와 임대인 사이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해서 차단할 수 없었다”며 또 다른 공포심을 언급했다. 윤씨는 특히 이씨와의 명도소송에서 패한 뒤에도 가게에서 나가지 않은 이유를 검사가 묻자 “건물주가 정당해서 얻어진 결과가 아니라 형평성을 잃어버린 법 때문”이라면서 “판결문이 건물주에게 너무 과도한 권한을 줬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평생 모은 재산이 가게 하나인데 그냥 나갈 수가 없었다. 법에서도 외면받고 보호받지 못해 저희는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었다”며 북받쳤다. 2009년부터 서울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하던 김씨 부부는 2016년 1월 이씨가 족발집이 입점한 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한 뒤 기존보다 4배 높은 임대료를 요구하면서 이씨와 갈등을 빚게 됐다. 이씨는 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렸다. 김씨는 이씨에게 건물명도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1월 패소했고, 12차례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김씨는 건물에서 빠져나가지 않기 위해 조리대 밑을 붙잡고 버티다가 경비 용역들에게 강제로 끌려나오는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지난 6월 6일 12번째로 이뤄진 강제집행이 모두 완료된 날이었고, 이씨와 김씨의 갈등은 더욱 극에 달했다. 맘상모(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 시민단체가 연대해 궁중족발 앞에서 집회도 가지며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촉구했다. 6월 7일 오전 8시 20분쯤 김씨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이씨를 망치로 폭행해 어깨와 손목 등을 다치게 하고, 이에 앞서 골목길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차량으로 이씨를 들이받으려다가 지나가던 행인 염모씨를 차로 쳐 전치 12주의 상해를 입도록 한 혐의(살인미수), 이씨가 사용하던 차를 들이받아 손해를 입힌 혐의(재물손괴)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들은 처음부터 배심원단을 향해 신경전을 벌였다. 검찰은 재판이 시작되자마자 “이 법정은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분쟁을 논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임차인의 권리를 어디까지 보호해줘야 할지를 논의하는 게 아니라, 피고인이 과연 사람을 죽이려고 했는지를 밝히는 자리입니다”라고 밝혔다. 김씨가 이씨에게 망치를 휘두르다 폭행한 6월 7일 그날의 현장만 증거에 의해 판단해 달라는 것이었다. 반면 변호인들은 “피고인의 입장에선 99를 가진 사람이 1을 빼앗는 듯한 억하심정이 있었다는 것을 좀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라면서 “피고인이 전혀 죄를 짓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지은 죄 만큼만 처벌해 달라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씨의 살인미수 등의 혐의에 대한 재판의 핵심 쟁점은 과연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냐는 것이다. 검찰은 “미리 준비한 길이 40㎝ 쇠망치를 들고가 이씨에게 여러 차례 휘둘렀고 이씨가 필사적으로 피하는데도 끝까지 추격해 머리 부위를 겨냥해 망치로 때렸다”며 김씨에게 고의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반면 변호인은 “자신을 괴롭힌 임대인을 혼 내주려고 한 것일 뿐 살인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 살인할 생각이 있었다면 피고인이 더 자주 사용하는 칼을 갖고 밤에 은밀히 불러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며 팽팽히 맞섰다. 이틀간 재판을 지켜본 국민배심원단 7명의 평의 결과를 바탕으로 6일 김씨에 대한 선고가 이뤄진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욕하고 때리는 치매 10년…아들은 수면제를 탔다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 욕하고 때리는 치매 10년…아들은 수면제를 탔다

    잠든 어머니 코·입 막은 40대 양성준씨“저 도둑년이 우리 집 살림을 거덜 내려고 하네. 나가, 이년아.” 양성준(47·가명)씨가 출근한 뒤 또 한바탕 난리가 났다. 상황이 급하다는 간병인의 전화를 받고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오자 어머니(당시 67세)는 지팡이를 마구 휘두르며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간병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들을 본 어머니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누그러졌지만 간병인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며 그 길로 짐을 쌌다. 또 일주일을 못 견뎠다. 2001년 환갑도 안 돼 뇌경색으로 쓰러진 어머니 몸에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찾아왔다. 거동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폭행과 폭언을 서슴지 않는 폭력적인 성향으로 바뀌었다. 어머니의 정신은 필라멘트가 다한 전구 같았다. 처음에는 한두 번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점점 빛을 잃다가 나중에는 아주 가끔 불이 들어오는 듯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소리를 지르는 통에 동네 주민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행동은 점점 과격해졌다. TV부터 전기밥솥, 전화기까지 살림은 남아나는 게 없었다.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하고 도둑이라며 욕설을 퍼붓던 어머니는 잠깐이나마 기억이 돌아오면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 때문에 네 동생이 힘들어. 죽고 싶어도 그것조차 쉽지 않구나.” 그도 잠시, 딸이 “그런 말 말고 건강하세요”라고 하면 또다시 욕설을 퍼부으며 돌변했다. 우울한 암전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2007년 아버지마저 간암으로 사망하자 간병은 오롯이 양씨의 몫이 됐다.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봐 암 투병 사실마저 숨겼던 아버지는 “네 엄마와 함께 가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꼭 요양원에 모셔라”고 당부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아들은 차마 그러지 못했다. 최대한 바깥일을 줄이고 집에서 어머니를 돌보는 시간을 늘렸다. 하지만 양씨가 없으면 꼭 사달이 났다. 어머니는 혼자 집 밖으로 나가 길을 잃어버렸다. 같은 신고가 반복되자 경찰들도 짜증스러워했다. 양씨가 종일 동네를 찾아 헤매다 보면 어머니는 길가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밖에서 문을 잠그고 출근을 하면 어머니는 몇 시간씩 괴성을 질렀다. 주민들의 원성은 더 커졌다.어머니를 요양병원으로 모셨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다른 환자를 슬리퍼로 때리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반복해 하루 만에 다시 집으로 모셔 와야 했다. 다른 병원에서는 어머니의 팔다리를 침대에 묶어 놓았다. 이런 어머니가 안쓰러웠던 양씨는 잘 때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자며 묶은 끈을 풀어드리고 병원에서 함께 밤을 새우고 출근하곤 했다. 잘되던 입시학원까지 접고 어머니를 돌봤지만 병세는 나아지지 않았다. 카드빚이 늘어났다. 끝을 알 수 없는 간병에 양씨도 지치기 시작했고, 고립감, 우울, 절망이 숨통을 조였다. 무엇보다 완전히 딴사람이 된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 아들 앞에서는 옷도 갈아입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짐 없던 어머니는 병원에 입원한 후 혼자서는 입지도, 먹지도, 볼일을 볼 수조차 없는 지경이 됐다. 식사도 거부한 채 움직이지 못하는 다리로 병원 현관에 기어나와 매일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몸무게가 15㎏이나 빠져 이미 산송장 같은 모습이었다. 병원에서는 어머니에게 주사로 영양분을 억지로 공급했다. 양씨가 올 때마다 어머니는 “제발 나가게만 해줘”라고 매달렸다. ‘짜르르 짜르르….’ 매미가 자지러지게 울던 2011년 8월 초, 휴가철이니 바람이라도 쐬어 드리고 싶다며 병원에 외박 신청을 하고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다섯 번째 병원. 옮긴 지 한 달 반 만이었다. 집에 오신 어머니는 아들이 주는 죽과 과일을 맛있게 드셨다. “어머니가 음식을 드시지 못하는 게 아니었어.” 양씨가 흐느꼈다. 어머니는 양씨가 건넨 수면제 다섯 알을 먹고 편안한 표정으로 잠들었다. 어머니 옆에 몇 시간이나 있었을까.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본 양씨는 테이프로 어머니의 입과 코를 막고는 어머니 품에 가만히 머리를 묻었다. ‘어머니 편하게 해드리고 저도 따라갈게요.’ 간병을 시작한 지 10년 만이었다. 자살에 실패한 양씨는 사흘 뒤 경찰에 자수했다. 양씨가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혼자서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던 걸 봐왔던 이웃주민들이 먼저 나서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법원은 양씨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당시 양씨와 같은 구치소에 있던 수감자로부터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듣고는 양씨의 사건을 맡게 된 변호사는 “아들은 구치소에 있으면서도 자신은 죄인이라 할 말이 없다며 스스로를 변호하려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2016년 출소했다. 서울신문은 양씨를 직접 만나려고 수소문했으나 연락을 끊은 채 살아가는 그를 찾을 수 없었다. 양씨의 이야기는 변호사와 경찰, 주민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종합해 재구성했다. 치매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의심과 망상, 그리고 폭력성은 치매 간병의 또 다른 고통이다. 이는 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가족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안겨 준다. 환자의 예상치 못한 돌발 행동 때문에 늘 긴장하게 되고,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사회적 고립과 우울증을 경험하기도 한다. 간병인은 치매 환자의 폭언과 폭행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폭력성은 간병인으로 하여금 우발적 살인이나 자살 충동을 부추기기도 했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외 3명이 2016년 발표한 ‘치매노인의 증상 정도가 부양자의 자살 생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치매 환자의 증상이 심해질수록 가족 관계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부양자의 자살 생각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병 범죄의 절반 이상이 치매 환자 가정에서 일어난다. 서울신문이 2006년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간병살인 108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3.7%)이 치매 환자를 간병하면서 일어났다. 33.3%(36건)는 평소 피해자가 자신을 돌봐온 가해자에게 폭력이나 언어폭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버지가 근거 없이 엄마의 외도를 의심하실 때 그게 치매 초기라는 걸 미리 알았어야 했어요. 좀더 일찍 대처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후회스럽죠.” 아버지의 치매 증상으로 쓰라린 경험을 한 정진규(48·가명)씨는 기자와 만나 아픈 기억을 털어놓았다. 정씨의 어머니 이옥자(75·가명)씨는 2011년 11월 남편의 머리를 변압기로 내려쳐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남편의 의심과 폭력이 날로 심해지더니 급기야 추석 때 온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네 엄마가 다른 남자와 놀아난다”며 한바탕 소란을 피운 것이다. 이씨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자 병원까지 찾아가 소동을 일으켰다. 폭력적인 치매 남편과 사는 건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다. 그러다 한순간에 폭발했다. 법정에 선 이씨는 “나는 이렇게 힘든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코를 골며 자는 남편이 치가 떨리게 미웠다”며 흐느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들은 이씨에게 살해의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남편을 헌신적으로 병수발해 온 점 등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건 이후 법원과 병원의 권유에 따라 정씨와 형제들은 아버지를 국립요양원으로 모셨다.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어머니는 서둘러 병원에 모시고 가 약을 복용하며 관리하고 있다. “치매가 의심되면 무조건 검사를 받고 약을 드시도록 하는 게 첫 번째예요. 증상이 심해지면 요양원에 모시든 요양보호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으세요. 가족이 직접 모셔야 자식 노릇 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게 최선이 아닐 수 있어요. 우리 가족이 혹독한 경험을 치르고서야 깨달은 거예요. 지금 두 분은 행복하세요.” 글 사진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궁중족발 사건’ 첫 국민참여재판…‘살인 고의’ 여부 쟁점

    ‘궁중족발 사건’ 첫 국민참여재판…‘살인 고의’ 여부 쟁점

    상가 임대료를 약 3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4배나 올린 건물주를 둔기로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업주의 첫 국민참여재판이 4일 열렸다. 검찰은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은 검찰이 김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무리하게 기소했다고 비판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10년 동안 ‘본가궁중족발’을 운영한 업주 김모(54)씨의 국민참여재판이 이날 열렸다. 김씨는 지난 6월 7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강남구 한 골목길에서 임대료 인상 문제로 약 2년 동안 갈등을 겪던 건물주 이모(60)씨를 망치로 폭행해 어깨와 손목 등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씨가 이씨를 살해하려고 결심하고 망치를 미리 준비했다. 이씨가 필사적으로 피하는데도 끝까지 추격해 머리 부위를 겨냥해 망치로 때렸다”면서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행 목적은 살인이었는데 경찰에 체포되면서 목적 달성을 못 한 것”이라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 등이 아닌, 오로지 김씨의 행위가 살인미수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자리인 만큼 증거에 의해서만 판단해 달라”고 배심원들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김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본인을 괴롭힌 임대인을 혼내줘 분을 풀려는 의도였다”면서 “살인 고의가 있었다면 출근 시간의 공개된 골목이 아니라 밤에 이씨를 1대1로 불러 칼을 사용하는 것이 (살인의)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맞섰다. 상해죄만 인정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변호인은 또 “김씨는 한 번도 (망치로) 이씨의 머리를 맞춘 사실이 없다. 이씨 머리는 골절이 전혀 없고 두피만 찢어졌다”면서 “언론 보도가 자극적으로 나가다 보니 검찰이 무리하게 살인미수로 기소한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의 범행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실제 범행에 사용된 망치 등에 대한 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오는 5일에는 피해자 이씨가 법정에 나와 증언하고, 검찰의 구형 및 변호인의 최종 변론이 이뤄진다. 배심원은 이를 바탕으로 김씨 혐의에 대한 의견(평결)을 재판부에 내게 된다. 재판부는 배심원 평결을 바탕으로 오는 6일 오후 2시 김씨에 대한 선고를 한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민참여재판 안내 없이 재판 진행…“다시 해야”

    국민참여재판 안내 없이 재판 진행…“다시 해야”

    국민참여재판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고 진행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김모(44)씨 상고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8일 밝혔다. 김씨는 방송국 PD를 사칭하면서 방송출연을 지망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연락해 방송에 출연시켜주겠다며 함께 술을 마시면서 성관계를 요구하며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1심 법원은 김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정보공개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2심 법원은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1심 재판에서 김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 여부에 관한 의사 확인절차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했다. 1심 법원은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안내하지 않은 채 4회 공판에서야 김씨에게 의사를 물어봤는데, 김씨는 당시 국민참여재판을 원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항소심에서도 김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고 1심의 절차적 위법을 문제 삼지 않겠다’고 진술했다. 원칙에 따르면 피고인에게 공소장 등을 보낼 때 국민참여재판안내서를 함께 송달해야 한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의 불희망 의사를 확인했더라도 국민참여재판안내서 등을 피고인에게 교부하거나 사전에 송달하는 등 충분한 안내를 하거나 희망 여부에 대한 상당한 숙고 시간을 부여하지 않았으므로,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는지에 대해 의사의 확인절차를 적법하게 거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재판 거래’ 구제 길 열리나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추진… ‘재판 거래’ 구제 길 열리나

    법안 발의 준비 중인 박주민 의원 “공정 재판 위해 독립 재판부 필요” 피해자 재심사유 특례 적용 등 논의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이 줄줄이 기각된 가운데,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법농단 관련 재판을 맡을 독립된 특별재판부 구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추진된다. 땅에 떨어진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의혹 해결 과정의 형식과 내용이 모두 공정하고 투명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사법농단 특별법 제정’ 공청회를 열고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 구성과 ‘재판 거래’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법안에 대해 논의했다. 특별재판부는 1948년 반민족행위처벌법에 근거해 설립된 특별재판부 이후 70년 만에 처음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당시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고등법원 이상 법관·변호사 6명, 시민사회 인사 5명 등 16명으로 구성됐다. 일제강점기 법관으로 근무했던 이들이 공정한 재판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특별재판부를 운영한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도 법원 내의 반발로 공정한 재판이 어려울 수 있는 만큼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의원과 서울변회의 주장이다. 실제 지난달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특별조사단의 3차 조사 결과와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2시간 30분여 만에 대법관들이 이에 반발하는 내용의 입장 자료를 냈다.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박 의원은 “사법농단 수사에 대한 법원 내 반발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사법부가 재판을 맡으면 ‘셀프 재판’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수사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사법농단 사건 관련 영장담당 판사와 재판부를 독립적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준비되고 있는 법안은 먼저 대한변호사협회와 사법농단 재판을 관할할 서울중앙지법(1심)·서울고법(2심) 판사회의, 시민사회(비법조인)가 3명씩 추천한 9명의 인사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돼 있다. 또 이 위원회가 수사 단계에서 압수·수색·검증·체포 등의 영장 심사를 맡는 특별영장전담법관 1명과 기소 이후 재판을 담당하는 특별재판부 판사 3명을 2배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게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된다. 재판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고 재판 상황은 방송을 통해 생중계하게 했다. 특별재판부 도입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최근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가 법원에 의해 발목이 잡히고 있다는 여론이 높아서다. 대법원은 검찰이 요청한 자료 중 법관 인사 자료와 주요 혐의자들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 메신저·이메일 사용 기록, 관용 차량 일지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자료 제출 거부 이유로 법관들의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임의 제출할 경우 증거 능력이 훼손된다는 이유를 들면서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한 데 이어, 지난 27일 청구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인사심의관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기각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재판 거래’ 등으로 인해 피해를 받은 이들에게 재심 사유에 관한 특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구제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임대료 갈등 논란’ 궁중족발 사건 가스 배관 끊은 관리인에 벌금형

    임대료 인상으로 갈등을 빚어온 건물주에게 세입자가 망치를 휘두른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과 관련한 부동산 인도집행(강제집행) 과정에서 세입자 측 가스배관을 끊은 건물관리인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조아라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3일 김우식씨가 운영하던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의 뒤편에서 펜치로 가스배관 50㎝를 잘라 훼손한(재물손괴) 혐의를 받았다. 그에 앞선 11월 9일은 김씨가 건물주 이모씨에게 낸 건물명도 소송에서 패소한 뒤 2차 강제집행이 시도된 날이다. 당시 김씨는 조리대 밑을 붙잡고 버티다가 경비 용역들에게 강제로 끌려나오는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재판에서 “인도집행 당시 안전을 위해 가스배관을 끊어놓았는데 이를 임의로 연결한 김씨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방화를 시도한 적이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스배관을 다시 끊었다”며 급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판사는 “당시 건물관리인과 건물주의 법익에 대한 위난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위험이 있었다 해도 수단과 방법이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씨에게 망치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오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의 심리로 첫 공판준비기일을 갖는다. 김씨 측은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단독]서촌 ‘궁중족발’ 가스배관 끊어버린 관리인 벌금형

    [단독]서촌 ‘궁중족발’ 가스배관 끊어버린 관리인 벌금형

    임대료 인상으로 갈등을 빚어온 건물주에게 세입자가 망치를 휘두른 이른바 ‘궁중족발 사건’과 관련한 부동산 인도집행(강제집행) 과정에서 세입자 측 가스배관을 끊은 건물관리인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조아라 판사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40)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13일 김우식씨가 운영하던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의 뒤편에서 펜치로 가스배관 50㎝를 잘라 훼손한(재물손괴) 혐의를 받았다. 그에 앞선 11월 9일은 김씨가 건물주 이모씨에게 낸 건물명도 소송에서 패소한 뒤 2차 강제집행이 시도된 날이다. 당시 김씨는 조리대 밑을 붙잡고 버티다가 경비 용역들에게 강제로 끌려나오는 과정에서 손가락 4개가 절단되는 중상을 입었다. A씨는 재판에서 “인도집행 당시 안전을 위해 가스배관을 끊어놓았는데 이를 임의로 연결한 김씨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방화를 시도한 적이 있어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가스배관을 다시 끊었다”며 급박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 판사는 “당시 건물관리인과 건물주의 법익에 대한 위난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그러한 위험이 있었다 해도 수단과 방법이 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A씨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한편, 이씨에게 망치를 휘둘러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오는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의 심리로 첫 공판준비기일을 갖는다. 김씨 측은 재판부에 국민참여재판을 받고 싶다는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치매 노모 살해 파기환송심 무죄

    치매 노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60대가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2부(이재희 부장판사)는 18일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노모(63)씨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노씨는 2015년 10월 치매를 앓던 늙은 어머니를 폭행해 상처를 입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부검 기록과 피해자 몸에 방어흔 등을 찾아볼 수 없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했다고 볼 수 없어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노씨는 어머니가 숨지기 전까지 혼자서 10년 동안 돌봤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재판에서 노모가 넘어지면서 장롱 등에 머리를 부딪쳐 다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해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1심 재판에서 재판부는 ‘전원일치 유죄’ 평결을 한 배심원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어 2심에서는 ‘형량이 가볍다’는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올해 2월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유죄 증명이 이뤄지지 않은 않았다며 무죄 취지로 대구고법에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미스 함무라비’ 고아라 김명수의 성장과 어른 성동일의 ‘뭉클 뒷모습’

    ‘미스 함무라비’ 고아라 김명수의 성장과 어른 성동일의 ‘뭉클 뒷모습’

    차원이 다른 생활밀착형 법정 드라마 ‘미스 함무라비’가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기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청률 역시 자체최고기록을 갈아치우며 마지막까지 빛났다.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 제작 스튜디오앤뉴)가 16일 최종회로 막을 내렸다. 16회 시청률은 수도권 5.9%, 전국 5.3%(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마지막까지 뜨거운 호평과 사랑 속에 종영했다. 이날 박차오름(고아라 분)이 던졌던 무모한 선의는 정의가 되어 돌아왔다. 누군가 해야 할 질문을 던진 박차오름 덕분에 마지막 재판에서 민사44부와 배심원은 일치된 판결을 내릴 수 있었고, 박차오름의 영향을 받은 젊은 판사들은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함께 목소리를 냈다. 박차오름의 징계는 모두의 노력으로 철회됐고 성공충(차순배 분)을 향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 NJ그룹과 민용준(이태성 분)은 박차오름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기자 김다인(공라희 분)이 찾은 진실로 무너졌다. 박차오름이 일으킨 변화가 맺은 결실이었다. 청춘 판사 박차오름, 임바른(김명수 분)의 성장과 진짜 어른의 품격을 보여준 한세상(성동일 분)이 책임을 지고 법원을 떠나는 마지막 모습까지 가장 ‘미스 함무라비’다운 결말은 뭉클한 여운을 현직 판사가 집필한 대본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미스 함무라비’는 기존의 법정 드라마와 달리 ‘사람’에 집중하는 민사재판을 통해 우리 삶을 돌아보게 만들며 매회 공감과 깊이가 다른 감동을 선사했다. 역대 JTBC 월화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 하는 등 작품성과 화제성까지 인정받은 ‘미스 함무라비’는 방영 내내 ‘인생 드라마’라는 호평이 쏟아졌다.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미스 함무라비’가 남긴 것을 짚어봤다. #‘사람이 먼저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미스 함무라비’표 하이퍼 리얼리즘이 선사한 묵직한 울림 현직 판사가 집필한 대본은 ‘재판’과 그 안의 ‘사람’을 생생하게 구현했다. ‘미스 함무라비’의 리얼리즘은 결국 사람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재판인 민사 재판으로 시작해 형사 재판, 국민참여재판까지 폭넓게 다루면서 핵심인 ‘사람’을 놓치지 않았던 ‘미스 함무라비’는 법과 재판을 통해 타인의 살갗 안으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했다. 현직 판사의 대본은 사건과 판결에 깊이와 리얼리티를 더했다. 재판 당사자들은 물론 그동안의 법정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법원 구성원까지 놓치지 않는 따뜻한 시선은 언제나 ‘사람’을 향했다.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우리 모두의 삶은 ‘미스 함무라비’만의 공감과 감동, 재미를 만들어냈다. #깊은 통찰로 던진 묵직한 화두, 약자에게 희망을 준 현실감 200% 공감 에피소드 직장 내 성희롱부터 내부 고발자의 해고, 교수의 제자 준강간, 형제들의 재산 분할, 가정폭력을 당하던 아내의 정당방위 사건까지 민사44부가 맡은 재판은 현실의 축소판이었다. 누구나 실제로 겪을 수 있는 진짜 사건들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뼈아픈 문제를 짚어내며 깊이 있는 통찰로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던 박차오름과 민사44부의 사람 냄새 나는 재판은 통쾌한 사이다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인생캐 경신 고아라X김명수의 재발견! 명불허전 성동일의 완벽한 시너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 마지막까지 빛났다! 이상주의자 박차오름, 원칙주의자 임바른, 현실주의자 한세상의 균형과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미스 함무라비.’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로 극을 이끌어간 고아라와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보여준 김명수, 친근한 소탈함과 묵직한 카리스마로 안정감을 준 성동일은 완벽한 싱크로율로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무엇보다 세 사람의 시너지와 완벽한 조합은 ‘미스 함무라비’가 가진 공감의 힘에 부스터를 장착시키며 폭발력을 발휘했다. 잔망스러운 연기로 깨알 웃음 메이커였던 류덕환, 걸크러쉬 팔색조 매력을 발휘한 이엘리야를 비롯해 이원종, 안내상, 이철민, 염지영, 이예은 등이 개성있는 연기로 법정의 현실감을 더했고, 특별 출연 및 단역 배우들까지 완벽한 연기력을 더해 ‘미스 함무라비’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검찰 “安, 사냥꾼처럼 덫 놓고 위계 악용” 질타

    검찰 “安, 사냥꾼처럼 덫 놓고 위계 악용” 질타

    檢 “담배 심부름 시켜 끌어들여 KTX·車·집무실 등서도 추행” 安측 “김씨, 무급으로 일할 만큼 결단력 뛰어난 여성…자발적” 피해자는 방청석서 꼼꼼히 메모“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늦은 밤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켜 끌어들였다.” 2일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형사합의 11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황윤재 검사가 낭독한 공소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2017년 러시아 출장 중에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요트, 호텔 등에서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KTX, 집무실, 관용차 등에서 강제로 입맞춤을 하거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김씨를 네 차례 간음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었다. 황 검사는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간음하고 추행했다”면서 “이성적 관계가 형성될 수 없는 상명하복의 위계 구조에 의한 전형적인 성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감에 의한 관계”라는 안 전 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나르시시즘적(자기에 대한 애착이 심한) 태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황 검사는 특히 “대선 캠프에서 김씨의 업무는 노예로 불릴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 전 지사의 변호인은 “성관계는 수평적인 연인 관계로서 애정의 감정을 가지고 합의 아래 이뤄졌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는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을 반성하며 즉각 사임했다”면서 “여론의 비판도 받아들이며 도덕적·정치적 책임도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김씨는 장애인도, 아동도 아니며, 결혼 경험도 있다”면서 “무보수로 캠프에 올 만큼 결단력이 뛰어난 여성이었다”며 김씨의 자발적인 선택을 강조했다. 오후 재판에서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보낸 메시지, 김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진료를 받으려 한 사실, 안 전 지사 가족이 김씨의 사생활을 파악하려 한 정황, 안 전 지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산부인과 진단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면서 “충남도청 조직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극히 낮았고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성범죄를 밝힐 환경이 아니었으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은 “피해자로 보기 어려웠던 김씨의 태도에 대한 진술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안 전 지사와 김씨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는 피고인석에 앉았고, 피해자인 김씨는 방청객 자격으로 방청석에 앉아 발언을 노트에 꼼꼼히 적어 가며 재판을 지켜봤다. 안 전 지사는 판사가 직업을 묻자 “현재 직업은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판사는 “지위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전 충남지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 앞에는 여성단체 회원들이 나와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재판 방청권 46석 추첨에는 75명이 응모했고, 응모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김씨는 6일 오전 비공개로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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