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주택정책 10년 전과 다른 점, 같은 점/김성곤 산업부 차장
‘분양권 전매 허용, 신축주택 구입시 양도세 한시적 면제, 재당첨제한 폐지, 국민주택규모 취득·등록세 한시적 면제….’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이 아니라 금융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가 취한 주택정책들을 모아 본 것이다. 정권이 두 번 바뀌어 10년이 흘렀지만 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10년의 세월을 무색하게 할 만큼 흡사하다.
당시 국민의 정부는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로 주택경기 부양책을 택했다. 2001년까지 줄줄이 규제를 풀었고, 예고한 규제를 다 풀기도 전에 금세 과열로 이어졌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방안을 시행하면서 그동안 풀었던 규제책을 다시 꺼내드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2002년을 전후한 시점에 있었던 현상이다.
7년여가 지난 지금 똑같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국회에 민영주택 분양가 상한제 폐지 법안이 상정돼 있는데 부동산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한 시책들이 나온다.
한동안 허겁지겁 부동산 규제를 풀었던 정부가 이제는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재건축과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뛰면서 정부가 수도권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췄고, 총부채상환비율(DTI)의 강화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처럼 정책들이 되풀이되는 것은 당시의 시장여건과 현재의 시장여건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이유다. 오죽하면 ‘단군 이래 새로운 부동산 정책은 더이상 나올 게 없다.’라는 말이 나올까.
하지만 2000년을 전후한 사정과 지금의 여건이 흡사하기는 하지만 똑같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점도 한둘이 아니다. 당시에도 시장의 양극화는 심각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수도권은 과열을 걱정할 정도지만 지방은 아직도 얼음장 같다. 2002년에는 재건축은 물론 일반아파트까지도 가격이 뛰었지만 지금은 재건축과 일반아파트 사이의 가격 양극화가 더 심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적인 변화다. 과거와 달리 독신자, 노년층, 신혼부부 등으로 대표되는 1~2인 가구가 늘어났다. 2008년 기준 서울의 1인가구 비중은 20%에 달한다. 20년 후면 이 비율이 50%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와 다른 점 가운데 또 하나는 주택의 공급과 수요의 중심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과 서울 근교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강북 재개발과 한강르네상스, 재건축 등으로 신도시보다는 도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제한적이다. 집값은 규제만 한다고 잡히는 것은 아니다. 공급도 수반돼야 한다. 재건축 규제를 풀기에는 이미 실기했다. 주택 공급측면에서 본다면 부작용을 감안하더라도 집값이 안정됐던 지난해 규제를 풀었어야 했지만 정부는 허송세월했다.
결국은 서울 근교주택의 공급 확대인데, 그 대안 가운데 하나가 보금자리주택이다. 오는 9월 말부터 서울 근교 4곳에서 보금자리 주택 4만여가구가 공급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 제2, 제3의 보금자리 주택단지가 나와야만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주택정책도 과거와 달리 유연하고 신속해야 한다. 한꺼번에 규제완화 보따리를 풀었다가 갑자기 덩어리로 묶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시장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정부 못지않게 정부의 대응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는 점을 주택정책 입안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김성곤 산업부 차장 sunggon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