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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법의 낭비가 많은 사회/임태순 논설위원

    [서울광장] 법의 낭비가 많은 사회/임태순 논설위원

    대한뉴스에 나오는 1970년대 장발과 미니스커트 단속 장면을 보면 우리에게도 저렇게 공권력이 서릿발 같던 시절이 있었던가 싶다. 머리 스타일과 옷 입는 건 개인의 자유이건만 덥수룩한 장발의 젊은이가 머리를 조아리고 20대 아가씨들도 줄자를 재는 경찰에게 입도 벙긋 못하고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경찰이 시위대에 폭행당하는 것이 다반사인 요즘으로선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새만금 건설, 천성산 도롱뇽 사태를 불러온 KTX 건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등 대형 국책사업에 대한 격렬한 시위는 서로간의 시각이나 견해 차가 커서 빚어지는 일종의 양심범, 확신범의 영역이라고 쳐서 논외로 하자. 하지만 전력 수요가 많은 여름철 전력 성수기를 맞아 에어컨 가동 위반업소를 단속하는 것만 해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문 닫고 영업하면 손님이 들어오지 않는데 어쩌란 말이냐며 종업원들이 단속공무원에게 눈을 부라리는 걸 보면 권한이 주어져 있다 하더라도 단속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이 간다. 공권력이 약화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국민의 권리의식이 높아진 것을 꼽을 수 있다. 과거 같으면 공권력에 대해 따지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만 높은 교육과 해외 견문 등을 통해 보고 듣는 게 많아진 시민들은 법 집행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또 환경·인권 등 부쩍 힘이 커진 시민단체들은 이론을 바탕으로 정부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조직력까지 갖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권이 보수·개혁으로 교체되면서 정부 정책의 가변성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얼마 전 실시한 전국 단위의 학업성취도 검사만 해도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잡으면 폐지되거나 규모가 축소되지 않을까 싶다. 또 성장이냐 분배냐에 따라 금융·조세 등 경제정책은 물론 복지·노동정책이 180도 선회하기도 하니 정책의 정통성, 일관성은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또 공권력의 부당한 행사로 행정기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공권력이 조롱당하고 희화화된다. 공권력이 약화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단속의 약발이 먹혀들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처벌을 강화하는 쪽으로 법을 개정한다. 처벌이 강화되면 법을 잘 지킬 것이라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일례로 얼마 전 행정안전부는 운전 중 담배꽁초 투기행위에 대해 벌점 10점을 부과하는 것 외에도 범칙금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인상했다. 꽁초 투기에 대해 평소 3만원의 범칙금을 꾸준히 물렸으면 질서가 잡혔을 텐데 범칙금 인상만으로 투기행위를 잡으려 하니 잘될지 의문이다. 이처럼 과태료, 벌금을 상향조정하고 형량을 높이는 법의 낭비 사례는 여기저기서 쉽게 발견된다. 그러다 보니 법전은 누더기가 되고 법조문은 사문화되고 만다. 문을 열고 에어컨을 가동하다 적발되면 과태료를 물리는 절전대책만 해도 장사를 하는 영세사업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이다. 1차 적발 50만원, 2차 100만원, 3차 300만원을 물리는데 단속공무원이 웬만큼 강심장이 아니라면 주의를 주는 선에서 그치지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위반행위에 대한 과중한 처벌은 일시적으로 효과를 거둘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차 효력을 잃는다. 시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저항하면 공무원들도 단속에 나서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죄에 대해서는 거기에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하고 그 수위는 국민들이 공감하고 감내할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 과도한 처벌은 공권력에 대한 저항과 불신을 불러오고, 결국 공권력의 집행력이 약화된다. 공권력의 권위, 위엄이 손상됨은 물론이다. 공권력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정책 집행의 사회적 비용만 커지는 고비용-저효율의 악순환 늪에 빠진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시대에는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고효율-저비용 사회로 전환할 때가 아닌가 싶다. stslim@seoul.co.kr
  • [시론] 노인을 위한 계몽/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시론] 노인을 위한 계몽/김기봉 경기대 사학과 교수

    한국 인구가 마침내 5000만명을 넘었다. 우리는 이것을 ‘20-50클럽’이라는 말을 만들어서 자축했다. 한국이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의 국가들에 속하게 됐다. 이른바 5000년 역사에서 우리가 세계 7대 강국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가. 위대한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빛나는 업적의 이면에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이면서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라는 사실이 우리의 장래를 어둡게 만든다. 인구는 2030년 5216만명을 정점으로 하여 줄기 시작해 2045년쯤에는 다시 400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 한다. 이에 반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0년 545만명에서 2040년에는 1650만명으로 3배 증가한다. 그렇게 되면 생산가능 인구가 지금보다 20% 줄어들어서 2명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한다. 지금도 한국 노인층의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3.3%를 훨씬 넘어선 45%다. 국가재정을 확충할 생산가능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서 노인복지 비용을 계속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처한 어려운 상황이다.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의 안녕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다. 어느 시대에나 노인은 있었기에 노인문제가 없었던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전 시대에서 노인문제는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로 여겨졌지 공동체 전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사회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 인구학적 구조가 피라미드가 아니라 역삼각형으로 변함에 따라 노인들은 여성과 계급처럼 하나의 정치집단으로 의식화하고 있다. 계급투쟁이 아니라 세대투쟁이 가장 큰 사회적 갈등요인이 될 때, 해결책은 무엇인가? 사회복지 정책으로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늙는다는 것,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토대로 하지 않고는 노인문제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없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는 대사가 영화 ‘은교’에 나온다. 늙는다는 것은 소멸하는 과정이다. 육체가 낡고 정신이 희미해지는 건 노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다. 이 순리를 거슬러서 젊은이처럼 욕망을 충족하는 삶을 살고자 할 때 노인의 비극은 시작된다. 영화에서처럼 이 비극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는 꿈의 공장일 뿐이고,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직시할 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젊음을 우상화하는 근대는 노년과 죽음을 추방했다. 현대인들은 안티 에이징으로 늙음을 지우기 위한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 모든 기도는 ‘미션 임파서블’이다. 노년은 죽음이라는 인생 여정이 끝나 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표지다.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것이 죽는다는 것이고 가장 불확실한 것이 언제 죽느냐다. 그 죽음을 추방해서 망각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현대인들의 삶을 병들게 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다. 칸트는 “계몽이란 자기 자신이 책임이 있는 미성숙함에서 벗어남”이라고 정의했다. 이 같은 계몽을 위해 칸트가 제시한 모토가 “감히 알려고 하라.”이다. 오늘날 노인들이 자기 자신에게 책임이 있는 미성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늙음과 죽음에 대해 알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선조들은 죽음이란 내가 왔던 곳으로의 회귀라고 믿어서 ‘돌아가셨다’라고 표현했다. 죽음이 본래로의 회귀라면, 죽음은 결코 삶의 종말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삶이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므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목적지라고 말할 수 있다. 삶의 여행을 끝내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죽음이라면, 여행이 끝났다는 아쉬움은 있겠지만 어찌 슬프겠는가? 이런 초연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계몽을 하는 것이 고령사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가장 인간답게 사는 길이다.
  • [열린세상] 국격은 문화로 표출된다/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열린세상] 국격은 문화로 표출된다/모철민 예술의전당 사장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 주변을 배회하다 보면 태극기가 걸린 아파트 건물을 만나게 된다.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이다. 한국문화를 프랑스에 알릴 목적으로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외관은 초라해 보여도 역사는 30년이 넘는다. 박정희 정권 말기인 1979년, 136만 달러를 주고 아파트 지하 공간을 매입했다. 당시 우리는 1인당 국민소득 1700여 달러의 가난한 나라였다. 그럼에도 세계문화의 중심지 파리에 우리 문화를 알리겠다고 나선 과감한 결정은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일본이나 중국은 감히 생각도 못한 시절이었다. 일본은 1997년, 중국은 2002년 파리에 문화원을 열었다. 30여년이 흐른 현재의 한국문화원 모습은 어떤가. 굳이 비유하자면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 3만 2000달러에 달하는 집안의 중후하고 멋진 남성이 때묻은 유치원생 옷을 아직도 입고 있는 격이다. 비가 오면 때때로 천장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양동이로 받아내는 전시장은 궁색하고 어려운 여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일본, 중국과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며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K팝을 비롯한 한류 덕분에 그 활약상이 더 눈부시다. 필자는 정부에 몸담고 있던 작년 5월 파리에서 프랑스 한류 팬들이 연 한국의 날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당일 간단한 인사말을 하는데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열렬한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한류에 대한 그들의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파리뿐만이 아니다. 카자흐스탄의 수도 이스타나의 한류 공연에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방문국 문화부 차관의 연설에서는 차분하던 청중들이 필자의 인사말에는 중간중간 멈추어야 할 만큼 뜨거운 환대를 선사했다. 한류 덕분이다. 정부차원의 문화교류보다 더 깊이, 더 넓게, 더 친밀히 우리 문화는 그들의 감성을 파고들고 있었다. 국가 정상 간의 외교에서도 문화는 빼놓을 수 없다. 문화는 윤활유다.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음악외교로 유명했다. 클래식 음악 전문서를 출간할 만큼 안목이 높았던 그는 방문국 수반과 공연 관람은 물론 좋아하는 음악가에게 경의를 표하는 법도 알았다. 독일 방문 당시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오페라 ‘탄호이저’를 장장 5시간에 걸쳐 관람한 일화는 아직도 회자된다. 문화를 통한 스킨십이 협상 테이블에 놓인 골치 아픈 의제들을 상호 만족스럽게 풀어내는 데 일조했으리라. 우리 문화가 세계정상들의 화제에 오른 적도 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행사 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공식만찬과 회의를 개최했을 때다. 국제행사의 주최국으로 문화를 활용한 대표 사례다. 앞으로는 국가원수의 해외 순방에도 문화를 입혀야 한다. 지금까지 해외 순방은 패키지 형태가 주류였다. 유럽을 방문한다고 하면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몇 개 국가를 한번에 방문하는 식이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에 따른 맞춤형 방문이 어렵다. 짧은 체류 후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는 서둘러 다음 나라로 떠나야 했다. 오로지 비즈니스적인 무미건조한 일정이다. 변화를 줘야 한다. 파리는 바캉스 철을 제외하면 늘 세계적 수준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다. 화제의 공연과 전시는 언제나 파리시민들의 중요한 대화 소재다. 현지 외교관들도 이를 좀 알아야 현지인과 대화가 가능하다. 우리 대통령이 프랑스를 방문한다면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그 시점에 주목받는 공연과 전시를 보거나, 심지어 방문일정을 볼 만한 공연에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가령 정명훈씨가 지휘하는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연주를 양국 수반이 함께 듣는다면 그후 두 정상 간의 대화는 훨씬 더 부드럽고 자연스러울 것이다. 국격(國格)은 문화로 표출된다. 한류로 인해 비즈니스 식탁의 대화가 얼마나 풍성해졌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문화는 감성과 감동, 공감을 이끌어 내는 특별한 힘이 있다. 국가 간 외교와 비즈니스 혹은 사적 교류에서 문화를 함께 즐기고 지혜롭게 활용하는 것,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길은 바로 여기에 있다.
  •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한끼당 600g ‘고봉밥’ 大食→ 다양한 식재료의 ‘반찬 4종’

    [밥상 108년 5대 변천사] 한끼당 600g ‘고봉밥’ 大食→ 다양한 식재료의 ‘반찬 4종’

    서울신문이 대한매일신보로 첫발을 내디딘 1904년 한국인이 차려 먹던 밥상은 지금과는 크게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밥의 양이 지금보다 5배 이상 많았다. 개화기 당시 한국에 체류한 경험이 있던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밥상에 대한 인상을 기록으로 남겼는데, 공통적으로 ‘고봉밥’으로 대변되는 대식과 폭식을 특징으로 꼽았다. 영국의 여성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은 ‘한국과 이웃나라들’에서 “어릴 적부터 체득한 인생의 목적은 가능한 한 많이 배부르게 먹는 것이어서 매일 1.8㎏의 밥을 먹는 것도 위에 큰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다. 개화기 당시 농민이나 노동자들은 밥, 국, 김치로 한 끼니를 해결했다. 흉년과 조세 부담 때문에 흰 쌀밥은 잔칫상에서나 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보리, 팥 등을 섞은 잡곡밥을 3~4홉들이 그릇에 담았다. 한 끼에 480~640g 정도의 밥을 먹었다는 얘기다. 서민 대부분이 하루에 두 끼를 먹은 것을 생각하면 하루 밥 섭취량은 960~1280g으로, 현대 한국인이 하루 동안 먹는 쌀 222.62g의 4.3~7.6배에 이른다. 반찬은 주로 김치 한 가지였다. 미국인 선교사 제이컵 로버트 무스는 책 ‘1900, 조선에 살다’에서 “조선의 식단에는 많은 종류의 채소가 폭넓게 오르지만 그중에서도 무와 배추가 가장 일반적이다. 서양에서 채소를 먹을 때처럼 끓여서 먹지 않고 날로 먹거나 절여 먹는다.”고 적었다. 고기나 생선 등 동물성 단백질은 거의 섭취하지 못했고 제사나 명절에만 소고깃국을 구경할 수 있었다. 오늘날의 밥상에는 보통 3~4가지의 반찬이 오른다. 농촌경제연구원이 2009년에 작성한 식품수급표에 따르면 1인당 하루 평균 식품공급량은 채소류가 417.82g으로 가장 많고, 곡류(381.58g), 우유류(146.23g), 과실류(130.61g), 육류(118.59g), 어패류(96.98g) 등의 순서다. 값싼 수입식품이 들어오고 국민소득이 2만 달러가 넘으면서 다양한 식재료를 골고루 맛볼 수 있게 된 것이다. 100년이 넘게 지났어도 ‘김치 없인 못 사는’ 유전자는 고스란히 남았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201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1일 평균 섭취량이 많은 다소비식품으로 배추김치(71.4g)가 백미(181g), 우유(85.1g)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술을 좋아하는 민족성도 여전하다. 개화기 조선의 가정은 1909년 일제가 주세법을 만들기 전까지 막걸리·소주 등을 직접 빚어 저녁 먹을 때 반주로 곁들였다. 현대 한국인도 맥주(69g)와 소주(39.2g)가 다소비 식품 순위에서 나란히 4, 5위를 차지할 정도로 술을 즐긴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사설] 훈련병 운동화 보급 차질 책임소재 가려라

    육군이 5월 22일과 29일, 6월 5일 입대한 훈련병 7400여명에게 운동화를 지급하지 못했다고 한다. 예산부족 때문이다. 이 가운데 2800여명은 지난달 15일 뒤늦게 운동화를 받았지만 4600여명은 운동화 없이 지내다 언론에 보도된 이후인 오늘 지급받았다.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정치권에서 앞다투어 병영 복지를 논하는 시대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군 해명을 들어 보면 운동화 보급 차질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군에 따르면 훈련병 운동화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국회 등을 거치면서 켤레당 1만 1000여원으로 삭감됐으며, 납품업자들이 이 가격에 입찰에 응하지 않자 조달청이 납품가를 1만 6000여원으로 올렸으며 이러다 보니 예산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군은 여기저기 다른 예산을 전용해 메웠으나 운동화 회기 연도가 7월부터 시작되다 보니 부득불 5, 6월에는 손을 쓰기가 어려운 데다, 공교롭게도 260~280㎜의 운동화 수요가 밀려 감당하지 못했다고 한다. 군의 설명에는 이해가 가지만 7400여명의 운동화 예산이 1억원 남짓이란 점에선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3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쓰는 국방부가 1억원을 돌려쓰지 못해 부족함 없이 자란 신세대 장병들에게 운동화를 보급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서야 어떻게 온갖 돌발상황이 빈발하는 전쟁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물론 운동화는 전투력과 연관성이 적고, 훈련병은 일정기간 운동화 없이 지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쟁의 승패는 전투력 외에도 보급이 좌우한다. 물자 보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군 당국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국방부는 내년에는 운동화와 축구화도 지급된다며 파문을 진화하고 있지만 군수물자는 적기, 적소 보급이 생명이다. 기획재정부와 국회도 병사들의 필수품 예산은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
  • [열린세상] 20-50클럽과 중국의 소강사회론/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20-50클럽과 중국의 소강사회론/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

    지난 6월 23일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하면서 ‘20-50 클럽’이 새로운 유행어로 등장했다. 뜬금없다. 이 개념은 한 언론사와 민간연구소의 공동 연구기획으로 제기된 것인데, 국제사회에서 통용되지도 않고 공식적인 클럽도 아니다. 물론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000만명이라는 객관적 성과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지금 한국사회의 현실이 이런 신기루 같은 개념으로 자축할 만한 상황인가.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은 5년 전의 일이고, 인구 5000만 시대 진입도 그 실상을 들여다보면 씁쓸하기 그지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출산율과 최고 자살률, 그리고 최고 속도의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 인구는 계속 감소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인구대국이 실질적 의미를 가지려면 생산연령 인구의 증가가 중요한데, 우리는 정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체 근로자의 48%가 비정규직이며, 청년들은 일자리를 못찾아 아우성이고, 빈부격차와 사회양극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모든 국민들이 살인적인 경쟁구조의 틀 속에 갇혀 삶의 질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달성한 20-50클럽 국가,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이다. 기존의 신자유주의에 기댄 성장만능주의 정책기조의 일대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마당에 갑자기 무슨 엄청난 성취라도 이룬 양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그래서 20-50클럽이 뜬금없다는 것이다. 중국을 연구하는 필자는 한국의 국가발전 전략이나 새로운 개념이 나오면 중국의 그것과 비교하곤 한다. 중국은 2001년에 2020년까지의 국가발전 목표로 ‘전면적 소강(小康)사회’ 실현을 제시한 바 있다. 소강사회 개념은 중국 고전 ‘예기’(禮記)에서 따온 것인데, 사회발전 단계를 먹고 자는 것을 해결하는 온포(溫飽)사회, 좀 더 여유로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소강사회, 그리고 궁극적 이상사회인 대동(大同)사회로 구분한다.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양적 성장 위주의 경제발전 정책을 통해 20세기 말까지 온포단계를 실현했다는 평가에 근거하여, 21세기 초 20년 동안 ‘전면적 소강사회’ 달성을 국가발전 목표로 제시한 것이다. 중국을 연구하면서 느끼는 놀라운 사실은 중국사회 내부 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와 지도자들의 현실인식과 대응전략이 상당히 정확하고 선제적이라는 점이다. 모두 알다시피 중국사회 역시 극심한 빈부격차와 부패 만연 등의 문제가 적지 않다. 개혁·개방 이후 20여년간 이룩한 고도성장의 부작용 치유와 함께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요구되는 이중적 과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가 제시한 발전목표가 2020년 전면적 소강사회 달성인 것이다. 사실 외부 시각에서 보면, 국가발전 목표로서 소강사회와 같은 개념이 모호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달리 보면, 국가 장기발전 비전은 국민적 합의를 모으기 위한 총체적인 방향 설정이기 때문에 소강사회처럼 어느 정도의 포괄성과 융통성 있는 개념이 유리한 측면도 있다. 몇 년까지 소득 몇 만 달러 달성과 같은 정량적 목표보다는 차라리 더 낫지 않은가. 중국은 또한 자국의 국력을 논할 때 ‘종합국력’ 개념을 자주 사용한다. 일례로 인민해방군 산하 군사과학원이 자국의 국력을 측정하기 위한 공식(P=K×H×S)을 개발했다. K는 협조발전계수로서 국가 지도자들의 협조능력을 지표화한 것이고, H는 하드파워로서 인구·국토·경제력·군사력 등을 말한다. S는 소프트 파워로서 국가 지도이념, 국민의지, 문화역량 등을 의미한다. 이처럼 ‘종합’적 요인을 강조하기 때문에, 특정 분야의 발전만으로 국력을 과장하지 않는다. 중국이 자국의 발전수준을 ‘세계최대의 개발도상국가’라고 규정하면서 국제적으로 유행하는 ‘G2‘라는 용어를 수용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사고방식과 관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20-50클럽 국가론에서 그렇듯이, 우리가 보고 싶은 특정 분야의 지표만으로 국력을 과장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우리사회의 성과와 문제점, 강점과 약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국력과 미래 비전을 논할 때 진정한 국민적 합의와 감동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외형적 지표보다는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높은 그런 국가를 원하기 때문이다.
  • [옴부즈맨 칼럼] 6·25전쟁과 인구 5000만명 시대/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국민대 겸임교수

    [옴부즈맨 칼럼] 6·25전쟁과 인구 5000만명 시대/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국민대 겸임교수

    한해의 절반이 지났다. 상반기를 되돌아보며 결산하고 하반기의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7월이다. 개인적 결산 외에 국가적 의미에서도 6월 말을 기점으로 되새기고 준비해야 할 연대기적 사건 보도가 잇따라 있었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명을 돌파해 세계 7번째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했다는 6월 23일 자 보도와 한국전쟁의 상흔을 되새겨 보는 25일 자 ‘62주년 6·25전쟁 보도’가 그것이다. 6·25는 아직도 종북파 논쟁이 핫이슈가 될 정도로 ‘이념 대치’가 끝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잊혀진 전쟁’이 되어선 안 될 우리 역사의 상처다. 계속되어야 할 관심과 탐구의 대상이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인구 5000만 시대 도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온고(溫故)의 대상이 6·25전쟁이라면, 지신(知新)은 인구 5000만명 시대 도래였다. 2012년 하반기를 열며 언론의 이 두 가지 보도 태도를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도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서울신문의 보도는 어떠했는지 살펴보자. 25일 자 1면 사이드로 ‘포화로 한쪽 벽만 남은 가정집’ 사진을 싣고, 2면 전면을 할애한 ‘청소년 57%, 6·25 발발 연도 모른다’라는 국민 안보의식 여론조사 결과, 6·25 소년병 생존자들의 참전명예수당이 12만원으로 재일 학도 의용군의 98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논란, 이명박 대통령의 6·25 참전국 보은 순방차 콜롬비아 국빈방문 기사를 각각 실었다. 27면에는 6·25 참전용사에게 무공훈장 찾아준 홍성태 예비군 연대장 인터뷰, 한국전 참전 보답차 에티오피아에 교육후원한다는 한양대 기사, 31면에 6·25전쟁과 서울의 한옥 칼럼이 게재됐다. 다른 신문보다 지면 할애의 양적 면에선 앞섰지만, 질적 면에선 아쉬운 감이 있었다. 머리를 짜내고 발로 뛰어 준비한 자체 기획기사, 특집기사보다는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한 평면성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남북분단 상황이 오늘날 가지는 의미, 천안함, 연평해전 등 남북관계로 확장해 6·25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심층탐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칼럼이나 기획기사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6·25는 사설이나 칼럼에서도 우선순위에 밀렸다. 그나마 CEO칼럼에서 ‘6·25전쟁과 서울의 한옥’을 다루었지만, 한옥이 사라진 것에 대한 아쉬움에 그쳤다. 도하 각 신문의 관련 보도 태도 또한 이 궤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사설에서 ‘6·25전쟁 62주년’을 주제로 다룬 신문은 2개사(중앙일보, 한국경제신문) 정도에 불과했다. 국민일보가 관련 칼럼을 다룬 것이 고작이었다. 6·25전쟁이 ‘잊혀진 전쟁’으로 청소년 세대가 그 역사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기억조차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갈수록 이 같은 현상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6·25를 ‘과거 역사책 속 흑백삽화’로 다루거나 무관심한 기성세대와 언론의 책임이 크다. 역사를 되돌아보는 것은 과거에 매몰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미래를 준비하는 새 패러다임으로 주목할 역사적 사건은 대한민국 인구 5000만명 돌파였다. 서울신문은 발 빠르게 ‘메이저 코리아, 고령화가 덫’이란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다뤘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하는 의미와 대처방안에 대해 공격적으로 지면을 편성해 1, 2, 3면을 할애하고 심층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인구 5000만명 시대의 빛과 그림자에 대해 다양하고 깊게 조망하고 의미와 추정에 얽힌 뒷이야기를 함께 소개해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하는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고령화·저출산의 문제, 경북 군위군의 성공사례 등을 이론적 측면에서부터 실제 성공사례까지 다루는 전방위적 보도도 눈길을 끌었다.
  • [열린세상] 종교 없는 사회가 가장 도덕적이라니/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열린세상] 종교 없는 사회가 가장 도덕적이라니/박상익 우석대 역사교육학과 교수

    미국의 대통령 선거전이 종교 문제로 달아오르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동성 결혼’ 지지 선언을 하자,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오바마와 각을 세웠다. 보수 기독교계와 보수 성향 시민·사회단체들도 ‘오바마 규탄’을 외치며 행동에 나섰다. 그동안 모르몬교도라는 이유로 롬니에 거부감을 보이던 보수 기독교계는 ‘동성 결혼’을 계기로 롬니를 중심으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수 기독교계에서는 진작부터 오바마의 종교를 의심하고 검증하려 했다. 얼마 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전 교회 담임이자 멘토로 유명한 라이트 목사가 “오바마 부부는 교회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밝힌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증폭되었다. 최근 갤럽이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미국 성인남녀 1004명 중 44%는 오바마의 종교가 무엇인지 몰랐고, 대통령을 이슬람교도로 알고 있는 사람도 11%나 됐다고 한다. 오바마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자신을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적극적으로 소개한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오바마의 타종교에 대한 개방적 태도가 빌미를 준 셈이다. 종교 문제가 정치적 쟁점으로 떠오르는 미국 사회를 보노라면, 같은 서양 문명권이면서도 종교성이 지극히 약한 덴마크와 스웨덴을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사회학자 필 주커먼은 2005년 5월부터 14개월 동안 덴마크에서 살았다. 아내와 두 딸이 함께했고, 그곳에서 아이가 하나 더 태어났다. 아이들은 덴마크 학교에 보내 교육시켰다. 그는 수백명의 덴마크인·스웨덴인과 인터뷰를 진행해 두 나라의 종교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물이 ‘신 없는 사회’(마음산책)다. 주커먼에 의하면, 정치인과 공무원의 청렴도에서 덴마크는 세계 4위, 스웨덴은 6위며, 상위 20개국 중 대다수가 비교적 종교성이 약한 나라다. 지니계수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평등 면에서 덴마크는 세계 2위, 스웨덴은 4위다. 소득 평등이 가장 잘 이루어진 상위 20개국 중 대다수는 종교의 영향력이 약한 곳이다. 세계 경제포럼에 따르면 스웨덴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3위, 덴마크는 4위다. 20위권 국가 중 종교의 세력이 강한 곳은 미국(6위)뿐, 다른 나라들은 모두 종교성이 약한 곳이다. 가난한 나라를 위한 자선 행위를 살펴보면 덴마크는 2위, 스웨덴은 3위고, 세계 최빈국들에 가장 많은 원조를 하는 20개국 중 많은 나라가 확연히 비종교적이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한스-뵈클러 재단은 사회적 정의의 확립에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기준으로 각국의 순위를 매겼는데, 세계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인 덴마크·스웨덴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주커먼은, 만약 이 세상에 가장 ‘안전하고 견실한’ 사회가 있다면 덴마크가 바로 그런 곳이라고 단언한다. 흔히 기독교는 ‘빛과 소금’으로 자처한다. 그런데 종교성이 가장 약한 덴마크·스웨덴이 공무원의 청렴도, 경제적 평등, 사회적 정의, 최빈국 원조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은 대단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그뿐인가? 2011년 1인당 국민소득 순위를 보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각각 7위와 8위였고, 미국은 15위였다(한국은 31위). 두 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 나라이기도 한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후기산업사회 중에서도 가장 불평등한 나라에 속하며, 부자 나라임에도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예수는 “나무는 그 열매를 보고 안다.”고 했다. “말로만 주여, 주여 하는 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천국에 들어간다.”고도 했다. ‘열매’와 ‘실천’을 놓고 보면 미국보다 덴마크·스웨덴이 예수의 기준에 훨씬 더 부합하는 모범국가인 셈이다. 기독교의 굴욕이다. 매사에 미국을 준거로 삼는 우리에겐 충격이다. 미국 기독교는 동성 결혼이나 오바마 신앙 검증 같은 지엽적 문제로 바람몰이를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정의와 경제적 평등 같은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목표에 매진해야 하는 것 아닐까? 미국 기독교를 빼닮은 한국 기독교 또한 빈약한 ‘도덕적 열매’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 [사설] 병영문화 바꾸되 전투력은 강해져야 한다

    국방부는 엊그제 병사들의 외출·외박 확대 및 이등병 복무기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하는 병영문화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육군 사병의 경우 분기별 1회 외박(1박 2일), 월 1회 외출이 허용되는 등 복무 중 외출·외박이 10일에서 31일로 대폭 늘어나고 이등병 복무기간도 5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된다. 선진화 방안은 병사들이 훈련·작전보다 병영생활을 더 힘들어하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 2월부터 준비해온 것인 만큼 병영생활 개선에 역점을 뒀다. 입대동기끼리 내무반 생활을 하는 ‘동기생활관’을 확대 운영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화 방안은 통제와 수용이 아닌 자율과 책임의 병영생활, 군 복무 후 사회복귀 지원, 병사복지 개선 등을 통해 전투력을 강화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부대에서 다기능 공중전화기로 외부인의 음성·화상전화를 받고 문자도 주고 받을 수 있게 됐으며, PC와 인터넷 회선을 확충해 인터넷 학습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병사 급여도 내년에 26% 인상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고 디지털TV, 세탁기, 건조기 등도 연차적으로 교체될 예정이니 국민소득 1000달러에 못 미치던 시대에 군생활을 했던 기성세대의 눈으로 바라볼 일만은 아니다. 풍요 속에 살아온 신세대 장병들은 병영생활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불편해하고 부족을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병영문화 개선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선진화 방안은 병사들을 편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휴식 보장을 통해 교육·훈련을 강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려가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동기생활관 운영만 해도 선임병이 체득한 군생활의 정보가 후임병에게 전수되지 않고 기강이 해이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명령과 복종으로 이루어진 군의 지휘체계로선 경계할 일이다. 외출·외박 확대도 복무기간이 2년도 채 되지 않는 등 점점 단축되는 현실에서 과연 적정한 것인지 짚어봐야 한다. 설문조사를 보면 병사들은 휴가·외박 확대를 1순위로 들었지만 일반 국민은 가장 뒷순위로, 군간부들은 군인다운 군인 육성 다음으로 꼽았다. 교육과 훈련을 통해 전투력을 배가시키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점도 아쉽다. 신세대 취향에 맞는 훈련을 개발해 전투력 손상이 없도록 해야 한다.
  • [데스크 시각] 나에게 ‘저녁’ 줄 사람 누구인가

    [데스크 시각] 나에게 ‘저녁’ 줄 사람 누구인가

    5년 전 남미 칠레에 갔을 때다. 서울로 치면 한강쯤 되는 수도 산티아고의 마포초강. 아직 해가 다 들어가지 않은 이른 저녁인데, 아이들과 함께 둔치 공원에 나온 아빠들이 적지 않았다. 현지에서 나를 안내했던 20대 후반의 교포는 “퇴근하면 부지런히 집에 가서 아이들과 2시간쯤 놀아주는 것이 여기 남자들에겐 생활화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기업들이 이걸 잘 이해하지 못해 칠레에 처음 오면 특근, 잔업 등을 놓고 현지인과 마찰을 빚곤 한다.”면서 자기도 그런 적이 있다고 했다. 박찬호가 처음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던 1990년대 중반. 천문학적 연봉의 선수들이 펼치는 야구경기를 안방에서 TV로 만나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경기 자체보다 더 큰 인상을 받았던 것은 저녁시간에 꽉꽉 들어찬 관중석이었다. 그곳에서 미국 가정의 저녁을 보았다. 부모와 아이가 하나가 돼 응원을 하는 미국. 비슷한 시간대 서울 도심의 불 켜진 오피스 빌딩, 사람들로 넘쳐나는 음식점·술집들이 오버랩됐다. 연말 선거를 앞두고 지금까지 공개된 몇몇 대권후보 진영의 슬로건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손학규 민주통합당 고문의 ‘저녁이 있는 삶’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 등 다른 주자들이 앞으로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이 생활밀착형 카피를 능가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여론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이에 고무된 듯 손 고문은 정시퇴근제, 최소 휴식시간제, 노동시간 상한제, 여름휴가 2주일 확대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저녁이 있는 삶’에 주목하는 것은 독창적이거나 새로워서가 아니다. 해묵은 국가적 과제를 많은 사람들에게 꿈이 돼 버린 일상의 동경(憧憬)으로 엮어냈기 때문이다. 저녁은 자기 시간을 가꾸어 스스로 행복해질 가능성이 하루 중 가장 높은 때다. 많은 사람들이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밥을 먹고 대화를 하고, 수박 한통 들고 동네공원에 나가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싶어 한다.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며 행복을 느낄 수도 있고 별러 왔던 영어공부를 할 수도 있다. ‘저녁’은 삶의 질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우리 사회의 미래 청사진을 품고 있는 단어다. 2010년에 한국사람들의 평균 노동시간은 2193시간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일본(1733시간)에 비하면 한달에 38.3시간, 하루에 1시간 16분을 더 일한다. 가장 적게 일하는 네덜란드(1377시간)에 비해서는 하루에 2시간 14분이 더 많다. 똑같이 아침 9시에 출근한다면 네덜란드 사람들이 오후 5시 정각에 퇴근할 때 우리는 저녁 7시 14분에 퇴근한다. 집으로 직행하더라도 일러야 8시가 된다. 최근에 ‘20-50 클럽’이란 개념이 반짝하고 등장했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인구 5000만명을 달성한 세계 몇 안 되는 나라가 됐다는 그런 얘기였다. 한 보수언론이 주도한 이 ‘대국민 자존감 확충 프로젝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공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소득 2만 달러는 이미 2007년에 달성했지만 세계경제 불안, 환율 상승 등으로 1만 달러대로 떨어졌다가 2010년에 겨우 회복한 수치다. 우리 인구가 2030년부터 감소할 것이라는 어두운 예측을 이미 알고서 바라보는 지금의 5000만명 달성은 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20-50클럽’의 급조한 간판 아래 양극화, 행복지수, 자살, 이혼, 출산, 사망, 노령화, 교육비 등 문제들이 국제통계에서 나쁜 쪽으로 수위를 다투고 있다. ‘행복한 저녁’의 출발점은 경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일자리와 소득이다. ‘저녁이 있는 삶’은 결코 손 고문 한 사람만의 슬로건이 될 수 없다. 나에게 ‘저녁’을 제공해 줄 비전과 해법을 누가 갖고 있는지만 잘 관찰하고 연말에 표를 행사해도 실패한 투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windsea@seoul.co.kr
  • 6월23일 오후 6시18분, 5000만둥이 ‘태양’ 울다

    6월23일 오후 6시18분, 5000만둥이 ‘태양’ 울다

    대한민국 ‘5000만둥이’가 지난 23일 오후 6시 18분 태어났다. 주인공은 서울 중구 제일병원에서 유선영(30)씨가 자연분만으로 순산한 3.165㎏의 예쁘고 건강한 딸이다. 아기의 이름은 김태양으로 지었다. 태양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이정표인 셈이다. 통계청은 이날 오후 6시 30분에 인구 5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태양이는 12분 앞서 세상을 봤다. 유씨는 “아기가 대한민국 인구 5000만 시대를 여는 첫 아기로 태어나 기쁘다.”면서 “상징적이고 특별하게 태어난 만큼 밝고 건강한 아이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윤영 제일병원 산부인과 전문의도 “5000만둥이가 아주 힘차고 건강하게 태어난 것은 앞으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알리는 길조”라고 말했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영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김재욱 제일병원 원장, 이원희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등은 이날 병원을 방문해 5000만둥이의 출생을 축하했다. 복지부는 유씨 등을 비롯해 이날 출산한 7명의 산모에게 배냇저고리·베개·로션·수건 등 유아용품을 선물했다. 병원 측도 유씨에게 진료비와 1인실 모자동실 전액을 지원하고 건강검진권 등을 증정했다. 5000만둥이를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일본·미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을 넘은 국가가 됐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열린세상] 사회적 기품과 유약겸하(柔弱謙下) /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열린세상] 사회적 기품과 유약겸하(柔弱謙下) /박광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기품(氣品)이란 사람이 사회라는 집단화된 울타리 속에서 자기의 능력을 역할에 맞게 다듬고 키우기를 일생 동안 반복하면서 얻게 되는 기운의 크기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 기품은 삶의 반복과정에서 개인들의 가치관 등이 일관된 방향성을 띠고 시간을 거치면서 반영된 시대적 의지이기 때문에 강제되지는 않지만 공동체를 유지·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가치이다. 사람들의 조화로운 합의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사회적 기품은 개인들의 기품보다 우선하는 상위개념으로 사회의 건강 정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일종의 사회적 품격이다. 과거 “잘살아 보자.”는 사회적 기품을 살펴보면, 배고픔을 해결하여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삭막한 무한경쟁의 늪에 가두어 버림으로써 인심이 고갈된 척박한 사회로 변질시켰다. 물질은 넉넉해졌는지 모르지만 마음은 팍팍해졌다. 이제라도 닫힌 마음을 곧추세워 다시 멋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려면 개인이든 조직이든 구성원들의 현실적 자기성찰이 선행되어야 한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현실과 이상 사이의 커다란 간극을 메우기 위한 살인적인 경쟁만을 고집한다면, 그리고 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집착과 강박에 연연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이웃을 배려할 마음이 없게 된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내면의 상태를 세심히 살펴 당당하게 현실적 조건을 긍정적 태도로 수용할 때, 여유와 함께 아름다운 겸손과 배려가 사회적 기품으로 돋아날 수 있다. 오늘날 자기의 사사로운 이익만을 위하여 남의 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위기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수천년 동안 외부침략에도 굴종하지 않았던 강인한 혼과 불굴의 기개가 핏속에 흐르고 있다. 이웃이 어려우면 언제든지 달려가 유·불리를 떠나 거들어주던 따뜻한 기품들이 있다. 유연한 사고와 열린 사회로 가기 위해서 우리의 우월적 DNA를 언제든지 사회적 기품에 장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말이다. 지혜로운 사람들의 역할은 상대방을 이해의 거울로 삼아 자기를 반추하고 더불어 이롭게 사는 품격 있는 사회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약겸하(柔弱謙下)란 부드럽고 유연하며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는 것이 강한 것을 누른다는 의미로, 부드러움과 낮춤을 통해 세상을 슬기롭게 열어가자는 지혜가 함축된 노자의 말이다. 노자가 스승 상용(商容)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마지막 가르침을 구하자, “너는 혀(舌)가 있느냐?”고 물었고 노자가 “있다.”고 대답하자 다시 “이(齒)도 있느냐?”는 물음에 “이는 다 빠져서 없다.”고 답변한 데서 연유한다. 강한 것은 깨지고 부서져 없어지지만 부드러운 것은 오래간다는 뜻이다. 천하를 얻기 위한 삶의 태도는 타인에게 베풀되 자신에게는 엄격하게 마음을 다스려 나가라는 깨달음의 글이다. 오직 치열한 경쟁만이 살길이요, 강한 것만 최고의 덕목인 것처럼 여기는 오늘날의 세태에서 되새겨 볼 만한 말이다. 최근 언론은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인구가 5000만명을 넘는 ‘20-50클럽’에 가입했다고 발표하면서 우리의 경제력이 외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7번째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저출산과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이 ‘20-50클럽’ 안착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어 이를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유사 이래 가장 높은 경제적 기초체력과 구매력을 배경으로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나라의 경제규모를 감안해 볼 때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책임은 실종된 지 오래다. 심각한 사실은 서민들은 늘어가는 빚과 사라지는 자기 몫을 바라보며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소수 가진 자들의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면서 사분오열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다. 시급히 선진사회에 어울리는 행동규범과 사회기품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결된 하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로를 아끼고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기품으로 나라 전부를 채운다면 미래의 어떤 걱정도 풀어나갈 수 있음을 잊지 말자.
  • [커버스토리] ‘메이저’ 코리아 고령화가 덫

    [커버스토리] ‘메이저’ 코리아 고령화가 덫

    23일 오후 6시 36분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명을 넘어선다.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7번째로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는 것이다. 경제 규모로 볼 때 마이너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편입되는 셈이다. 내수를 통해 한 나라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최적의 인구는 1억명이라고 한다. 일본이 1987년에 세계 최초로 20-50클럽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도 1억 2000만명을 넘어선 인구 때문이었다. 강호인 조달청장은 22일 기자와 만나 “인구 규모는 국력이나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인구는 곧 국력이라는 얘기다. 그는 “2007년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4141달러로 세계 3위 국가였던 아이슬란드가 얼마 지나지 않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 구제금융을 받아 파산한 것은 인구 32만명으로 소규모 개방경제의 덫에 걸렸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인구 5000만명으로 규모를 키운 우리나라는 이제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둔 국가 장기 비전을 내놓아야 할 때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고령인구 증가 등의 숙제를 풀기 위해 ‘복지의 리모델링’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기종 통계청장은 “인구 5000만명 돌파는 경제·사회·복지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시기가 왔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창호 한국재활복지대학 총장은 “치매에 대해 정부가 간병인과 의료비를 지원해 주면 가족 구성원은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세금을 조금 더 낼 수 있다.”면서 “복지를 국가와 국민이 서로 투자하는 개념으로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2007년 기획예산처 재정전략실장 시절 국가미래전략인 ‘비전 2030’ 작성의 실무총책을 맡았다. 삶의 질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키우는 키워드는 역시 ‘복지’다. 경제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이번 정부가 경제 위기 등 현장의 문제에 대응하는 데 집중했다면 다음 정권에서는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대로 덜 쓰고 성장의 열매를 좀 더 많은 사람이 나누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를 볼 때 출산율을 높여 생산가능인구 감소세를 줄이는 한편 개개인의 행복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구 5000만명 시대는 앞으로 33년간 지속된다. 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2045년이면 우리나라 인구는 4000만명대로 줄어든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2010년 3598만 3000명에서 2040년에는 2887만 3000명으로 80.2% 규모로 줄어든다. 독일(78.4%)과 일본(75.5%)을 제외하면 주요국 중에 상당히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이다. 노인부양비(생산가능인구 가운데 고령자 비율)도 2040년 57.2%로 2010년(15.2%)의 3배를 넘게 된다. 북한도 2037년 인구가 2654만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감소한다. 통일시대를 맞더라도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하·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이젠 참전용사들 보훈복지에도 관심 쏟을 때

    6·25, 베트남전 참전용사들이 복지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65세 이상의 참전용사에겐 월 12만원의 명예수당이 지급되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것에 대한 보상으로는 너무 적다며 최저생계비 수준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무상급식·보육 등 복지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며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한다. 반면 65세 이상의 전직 국회의원에겐 월 120만원의 연금 혜택이 주어지니, 이유 있는 항변이라 할 것이다. 독립운동가, 6·25 참전용사, 연평해전 사상자 등 국가유공자에 대한 처우가 그동안 꾸준히 개선돼온 것은 사실이다. 1인당 국민소득(GNP) 100달러 수준이던 1960년대에는 예산부족 등으로 자녀 취업 및 의료 등 간접지원에 집중했으나, 경제력이 향상되면서 독립유공자, 상이군경 등에게 등급에 따라 월 40만~500만원 정도가 연금형식으로 지급되고 있다. 하지만 참전용사들에겐 수당이 전부다. 지급이 시작된 것도 지난 2001년으로 10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특히 소년병으로 참전해 일흔이 넘은 6·25 참전용사들도 수당 외에는 아무런 보상책이 없다. 넉넉지 않은 재정 때문이다. 올해 국가보훈처 예산은 총예산의 1.7%인 3조 9000억원이다. 각각 3.7%, 3.3% 수준인 미국, 호주의 제대군인부에 견줘 크게 모자란다.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연간 53조 6000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는 266개의 복지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참전용사들의 보훈복지 관련은 단 하나도 없다. 참전용사들이 정책에서 소외되는 것은 고령에 사회적 약자여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도 승객 없는 지방공항 건설, 재외국민 투표 등에 예산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국가의 정통성을 지킨 참전용사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때다.
  • 새달 1일 감정평가사 1차 시험 마무리 이렇게 ②

    새달 1일 감정평가사 1차 시험 마무리 이렇게 ②

    다음 달 1일 감정평가사(감평사) 1차 시험을 앞두고 있다. 지난주에 이어 서울법학원과 함께 과목별 마무리 대비법을 알아본다. ●경제원론, 지난해 출제경향 분석 중요 경제원론 40문항은 분야별로 미시경제학이 50%, 거시경제학이 30~40%, 국제경제학이 10~20% 출제된다. 지난해에는 미시경제학 21문제, 거시경제학 16문제, 국제경제학 3문제 등이 출제됐다. 난이도는 해마다 유동적이다. 권호근 박사는 “감정평가사 경제학 시험의 난이도는 연도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공인회계사 시험과 비교,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정도”라고 말했다. 중상급 이상 어려운 문제가 5~6문제 꼭 출제되고, 10문제 정도는 난이도가 낮은 문제가 출제되는 것이 특징이다. 권 박사는 “감정평가사 시험 출제경향은 2~3년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면서 “지난해 출제경향이 다소 바뀌어서, 올해도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시경제학은 최근 전통적으로 출제비중이 높았던 생산물시장이론과 시장의 실패 부분 출제비중이 줄었다. 대신 무차별곡선 이론을 비롯한 소비자선택이론 부분 출제가 늘었다. 지난해 소비자이론 부분에서는 그동안 출제되지 않았던 현시선호이론과 2기간 선택모형이 출제됐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거시경제학에서는 국민소득이론, 화폐금융론, 총수요·총공급 모형, 인플레이션과 필립스곡선이론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그간 비중이 작았던 경기변동이론을 비롯한 동태거시경제학 부문에서도 출제됐다. 국제경제학은 출제비중이 작아지고 출제 편중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실 국제경제학은 그동안 출제비중이 꾸준히 높아져 왔으나 지난해 3문제가 출제되어 비중이 크게 줄었다. 그마저도 한 문제는 거시경제학과 연결된 것이었다. 또 국제금융 분야에서만 출제된 것이 특징이다. 시험이 열흘 남짓 남은 상황에서는 수험생들은 난이도가 상급~중상급 이상인 문제들까지 다 풀어야 하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중급 이하 수준의 문제를 실수 없이 푸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특히 최근 감정평가사 문제에서는 소비자이론 부문에서 신경향의 문제가 다수 출제된 점에 주목해서 대비해야 한다. 또 객관식 문제는 깊이 있는 이해를 요구하기보다는 순발력을 요하는 문제가 다수이므로 필수 이론부문 암기는 기본이다. 이를테면, 거시경제학에서 투자승수의 공식, EC방정식 등과 고전학파와 케인스학파의 부문별 관점 차이 등은 꼭 암기해야 한다. ●부동산법규, 개정된 법은 출제범위 포함 안돼 부동산법규는 부동산 관련 법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법)을 중심으로 출제된다. 허광철 강사는 “부동산법규는 법조문 위주로 나올 수밖에 없다. 판례는 기출판례 중심으로만 정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국토법의 비중이 가장 큰데, 16문제 정도가 꼭 출제된다. 특히 현재 시행되는 법은 출제범위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국토법은 분야별로 개발행위허가제도가 2~3문제, 지구단위계획 분야가 2~3문제, 도시관리계획 분야가 4~5문제 출제된다. 아직 개정된 법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 유형의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을 보인다. 기존 핵심출제분야를 중심으로 정리하면 된다. 부동산 가격공시 및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서는 감정평가업자의 징계·업무정지·자격 등에 대한 문제의 출제 가능성이 크다. 감정평가사의 자격을 취소하려면 청문을 해야 한다는 점, 감정평가사 징계의 종류에는 자격등록취소와 2년 이하의 업무정지·견책 등이 있다는 점, 감정평가업자가 업무정지처분을 받을 경우 그 업무정지처분이 표준지공시지가의 조사·평가나 표준주택가격의 조사·평가 등에 관한 것일 때는 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감정평가법인일 땐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꼼꼼히 정리해 둬야 한다. 건축법은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개정된 부분이 출제 가능성이 크다. 지속 가능한 개발 실현과 자원절약형 건축 유도를 위해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국토해양부장관은 환경부장관과 협의하여 인증기관을 지정한다. 지정신청기간을 정해 그 기간의 3개월 전에 인정기관 지정에 관한 사항을 공고해야 한다. 또 인증신청이 되면 해당 건축물은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받기 전에 사용승인이나 사용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법령이 정하는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받을 때는 면제받는다. 심사분야는 토지이용·교통·에너지·재료 및 자원·수자원·환경오염·유지관리·생태환경·실내환경 등이다. 인증 등급은 최우수, 우수, 우량, 일반 등 4단계다. 판례는 표준비 공시지가나 개별 공시지가의 처분성 여부에 관한 것은 꼭 챙겨둬야 한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도움말 서울법학원
  • [‘그렉시트’ 운명의 날 D-2] “獨·佛은 그리스 포기 못한다”… 3가지 이유는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를 포기할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와 만나 최근 미국 뉴욕을 방문해 월가 전문가들과 면담한 결과를 이같이 전했다. 그리스가 오는 17일 2차 총선을 치르고 나면 3차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금융시장 일부 투자자들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확률을 100%로 보는 것과 상반된 관측이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그리스는 프랑스·독일 방위산업의 주요 고객이라는 점이다. 터키와 마주하고 있는 그리스의 국방비 지출은 유럽에서 1위다. 세계은행의 2010년 11월 발표에 따르면 그리스의 1인당 국민소득 가운데 국방비 비중은 4%로 세계 9위이자 유럽연합 1위였다. 한국처럼 국민개병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그리스의 국방비는 사병 복지가 아니라 고가의 무기 구매에 쓰였다. 그리스에 주로 무기를 파는 나라는 바로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 등이다. 유럽 최대의 무기 수입국이자 국방비 지출국인 그리스는 2008년에만 국방비로 93억 달러(약 10조원)를 썼다. 앙숙인 그리스와 터키는 오랫동안 에게해 해역 분쟁, 영공 분쟁 등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군비를 증강해 왔다. 둘째는 그리스의 지중해 연안 등에 막대한 유전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그리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터키가 이슬람 국가여서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벗어나게 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금융전문가들은 그리스의 위기가 과도한 복지 때문이라는 진단 자체가 잘못됐다는 평가도 내놓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07년 통계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 대비 정부의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은 그리스가 21.3%였다. 이는 덴마크 26.1%, 핀란드 24.9%, 스웨덴 27.3%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럽에서는 최하위 수준이라는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기고] ‘6·25 남침전쟁’으로 재명명해야/김희철 육군 소장·육군본부 정책실장

    [기고] ‘6·25 남침전쟁’으로 재명명해야/김희철 육군 소장·육군본부 정책실장

    북한은 6·25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왜곡한다. 종북세력들은 그들의 주장에 부화뇌동하여 6·25전쟁은 통일전쟁이며, 이를 방해한 미국은 민족의 원수라고 규정한다. 누굴 위한 조국해방전쟁이었으며, 누굴 해방했단 말인가? 1950년 6월 25일 남침한 북한은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고, 한 달 만에 남한의 92%를 적화했다. 김일성의 교시에 따라 북한군과 남한 내 좌익세력은 친미·친일·우익세력 등을 무자비하게 숙청했다. 당시 남한에는 세 부류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12만 2000여명의 무고한 시민이 무자비하게 학살됐다. 이는 난징 대학살, 바르샤바 게토(Warsaw Ghetto)의 유대인 학살과 함께 20세기 세계적 학살사건 중 하나로 기록될 정도다. 혁명의 주력군이라며 치켜세웠던 하층민도 마찬가지였다. 머슴은 악덕 지주의 앞잡이로, 노동자는 자본가의 하수인으로, 하급노동자는 지식계급의 주구(走狗)이자 무산 대중 착취에 앞장선 반동이라는 이유로 죽였다. 공산주의 원로인 박헌영은 미제의 간첩으로, 서울시 인민위원장이자 김일성의 수족이었던 이승엽도 실정과 간첩 혐의로 숙청했다. 조국해방전쟁의 은총을 입은 자는 김일성을 민족의 영도자로, 어버이 수령으로 죽을 때까지 받들어 충성하는 자, 소위 ‘김일성 민족’뿐이었다. 적 치하에 놓인 수도 서울은 필설로 형언키 어려운 고초를 겪었다. 농지 분배의 대가로 시민들의 재산을 몰수했고, 젊은이는 의용군으로 끌고 갔다. 노인과 아녀자들은 전쟁지원사업으로, 저명인사는 체제선전용으로 북으로 끌고 갔다. 이때 피랍자가 12만명이라니 이산가족의 상처는 여기에서부터 비롯됐다. 대한민국 국민이 경상도의 좁은 모퉁이에서 가쁜 숨을 몰아쉴 때 김일성은 “고양이 낯짝만 한 땅에 버티는 남조선 괴뢰도당을 하루빨리 남해에 쓸어 넣으라.”며 동족의 수장(水葬)을 다그쳤다. 당시 나이 어린 소년들까지 의용군으로 징집해 국군과 맞싸우게 했다. 형제가 마주 서서 총을 겨누게 한 것이다. 이런 천인공노할 잔인함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인민을 해방하겠다며 저지른 조국해방전쟁의 실체다. 전쟁을 겪은 우리 국민 중에는 북한군을 해방군이나 같은 민족으로 생각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공산당 이념을 맹종해 자유대한민국을 침략한 적구(赤狗)이며, 같은 하늘에 살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로 북한군을 규정했다. 전쟁 발발 63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은 참화를 딛고 일어나 사상 유례 없는 번영을 누리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 10위권의 수출, 정보기술(IT)산업과 철강, 조선, 자동차는 세계 최고수준이며, 의학과 생명공학에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참으로 자랑스럽다. 그러나 6·25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을 미 제국주의로부터 해방해야 할 식민지라고 호도하고, 종북주의자들은 앵무새처럼 이에 동조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25전쟁을 ‘6·25 남침전쟁’으로 명명하고,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좌익세력들이 해방이란 이름으로 저지른 죄악상을 똑똑히 알리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 ‘부채 몰락’ 스페인사태 한국도 일어날 수 있다

    ‘부채 몰락’ 스페인사태 한국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인구 규모, 1인당 국민소득,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2007년 기준)이 비슷한 스페인이 금융 및 재정 위기에 구제 금융을 신청했다. 스페인의 사례는 낮은 수준의 부채에도 재정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정부부채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에서 공동 개최한 ‘국가재정운영계획 공개토론회’에서 고영선 KDI 연구본부장은 “최근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매우 낮은 수준의 부채에서도 재정 위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우리의 국가채무도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 발발 전 스페인의 정부 부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6%였다. 2013년 예상치도 84%에 불과하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 중 스페인의 부채 비율이 가장 낮다.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 비율은 2007년 31%를 기록했고 2013년에도 31%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OECD의 정부 부채는 한국은행 통계를 인용, 정부 발표치와 약간 차이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07년 33.2%, 2013년 31.3%(전망치)다. 스페인의 인구(2010년 기준)는 4607만명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5052만명. 구매력을 기준으로 한 1인당 GDP(2010년 기준)는 스페인이 3만 1888달러, 우리나라가 2만 9101달러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면 이자 부담 때문에 복지 등 시급한 분야에 투입될 재원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고 본부장은 “국제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외곽에 있는 국가에서 먼저 자금을 회수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스페인에 비해 한국의 문제점이 하나 더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우리나라 외화 차입액 중 유럽에서 빌려온 금액의 비중은 31.9%(413억 달러)다. 2011년 말(33.6%)보다는 낮아졌지만 미국(28.8%)보다는 높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기고] 부정부패 사슬을 끊기 위한 제언/홍성태 前 한국JC 중앙회장

    [기고] 부정부패 사슬을 끊기 위한 제언/홍성태 前 한국JC 중앙회장

    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가 시작될 무렵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그뿐만 아니라 모든 역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이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불행한 말로를 맞이했다. 부정부패의 규모도 국민의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 액수이다. 아울러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후 임기를 지냈던 지자체장의 50% 정도가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처벌되었다. 또 우리나라 고위직이나 사회지도급 위치에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상당수 인물이 부정부패에 연루되거나 의심을 받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부정부패 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정권 말기로 치닫는 이명박 정권 역시 대통령 측근과 청와대 등 고위공직자들이 이미 상당수 부정부패 혐의로 사법처리되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에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인구 5000만명을 넘어서서 선진국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이런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나라인데, 어찌 고위직에 있는 인사들은 하나같이 부정부패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는 고질병일까. 아니다. 부정부패는 우리 시대에 남은 가장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국가 사회적인 합의 도출로 부정부패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원인은 간단하다. 국가 사회 지도급 위치를 차지하는 인사들이 지도자로서 검증되지 못했고, 도덕적인 가치관이 확고히 정립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그 잘못된 오류를 단절하는 국가 사회적 제도가 공평하지도 엄격하지도 못하고, 세월이 흐르면 용서까지 해주기 때문에 부정부패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선거 관련법의 규정과 실행을 보면, 우리가 고민하는 국가적인 부정부패를 쉽게 단절할 수 있는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선거 풍토가 비교적 깨끗한 편이다. 우리나라 선거법의 집행과정이 다른 법보다 엄격하고 투명하고 공평하고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부정부패 척결도 선거법과 유사한 제도를 만들고, 공평함과 엄격함으로 일관하면 된다. 국가적인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부정부패에 대해서 예외 없이 법을 적용하는 강력하고 독립적인 사법제도를 새로 만들자. 작금의 권력 시녀 노릇을 하는 검찰과 물러 터진 법원의 권위, 형량으로는 절대로 부정부패를 척결할 수 없다. 둘째,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사법처리된 자는 누구든지 일생 사면과 복권이 못 되도록 하고 절대로 용서를 못 받도록 제도를 만들자. 영원히 퇴출되어야 한다. 셋째, 부정부패에 연루되어 사법처리되면 부정부패 규모만큼의 확실한 추징은 물론 연루된 자 모두 선거법에서처럼 추가해서 몇 배 또는 수십배를 토해내는 회생 불가능한 제도를 확립해야 한다. 아무리 제도를 바꾸어도 부정부패의 고리를 단호히 끊을 수 있는 칼자루가 무디고, 세월이 지나가면 잊히고 용서되는 사회분위기로는 부정부패의 고리를 결코 끊을 수 없다. 문득 인도의 제12대 압둘 칼람 대통령이 생각난다. 그는 대통령이 될 때 들고 갔던 가방 하나를 퇴임할 때 그대로 들고 나왔다. 그의 전 재산은 단칸방에 책상 하나라고 한다. 부정부패의 단절을 위해 제도뿐 아니라, 당사자의 가치관과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 덥다, 세다…그래도 이길테다

    덥다, 세다…그래도 이길테다

    최강희호가 ‘외인부대’ 카타르 전력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스위스를 떠나 4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땅을 밟은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월드컵대표팀은 40도를 웃도는 무더위도 변수지만 카타르 대표팀의 조직력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분석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이틀 전 레바논전에서 막대한 오일머니를 앞세운 귀화선수들의 활약으로 승점3을 먼저 챙겼던 터라 생각은 다소 복잡하다. 카타르 명문 알사드에서 뛰고 있는 이정수가 팀 동료에게 “너희가 국가대표팀이 맞느냐.”고 묻자 “카타르가 프랑스와 다를 게 뭐냐.”고 반문했다고 할 정도다. 그만큼 귀화선수들이 많다는 얘기다. 레바논전에 출전한 선수들 중 카타르에서 출생한 선수들은 고작 2명. 올해 19세인 우측면 수비수 칼레드 무스타파와 공격형 미드필더 칼판 이브라힘이 전부다. 물론 9만 6967달러(약 1억 1500만원)에 이르는 국민소득도 외국인 선수 귀화를 조장하는 배경이 되지만 170만여명에 불과한 카타르 인구 중에는 순수 카타르인 비율이 30%가 채 안 되는 게 주된 이유다. 카타르 국적을 취득할 경우 주택과 차량, 의료, 교육 등을 무료로 제공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축구선수의 고액 연봉에 세금이 붙지 않는 점도 매력이다. 레바논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린 안드레스 퀸타나(우루과이) 외에도 핵심 수비수 카솔라와 미드필더 로렌스는 가나 태생이고 골키퍼 부르한은 세네갈 출신이다. 사령탑은 브라질 출신의 파울루 아우투오리 감독. 이 때문에 일부에선 ‘모래알 조직’이란 평가도 있지만 이번 레바논 원정에서 보여준 탄탄한 조직력은 카타르 축구를 다시 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물론 개인 기량에 의존한 플레이를 종종 펼친다는 약점도 있다. 최 감독은 “스페인과의 평가전 뒤 스위스에서 훈련하면서 카타르전에 대비했다. 최종예선 첫 경기인 만큼 매우 중요한 경기”라며 자신감을 보이면서도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표팀은 도하에서 첫날 밤을 보낸 뒤 5일 오후부터 본격적인 현지 적응 훈련에 나섰다. 훈련시간을 경기 시간인 오후 7시에 맞췄다. 카타르전은 현지시간으로 8일 오후 7시 15분에 열린다. 물론 한낮 살인더위를 피하자는 속내도 들어 있다. 스페인과의 평가전에서 1-4 패배의 쓴맛을 본 최강희호가 카타르전에서 승점 3을 챙기고 기분 좋게 귀국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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