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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충격 성장률 0.08%P 하락” “삼풍백화점 붕괴때보다 영향 클 것”

    세월호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08% 포인트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월호 충격을 공식 반영한 첫 경제전망이어서 눈길을 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1%로 수정한다고 8일 밝혔다. 기존 전망치는 4.0%다. 새 국민소득 통계기준 적용에 따른 성장률 ‘자동 상승’ 효과가 0.2% 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올해 성장 전망을 0.1% 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 이유로 ‘연초의 신흥국 금융 불안, 연말정산 환급액 감소,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 등에 따른 소비와 투자 회복 지연’을 들었다. 연구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2분기(4~6월) 소비자심리지수 월평균이 지난해 말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한 결과(시나리오1),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08%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4∼5월 줄어든 소비가 여름 휴가철로 이연되면 성장률 변동이 없고(시나리오2), 소비심리 저하가 3분기까지 이어지면 성장률이 3.9%까지 떨어질 것(시나리오3)으로 보이지만 그 가능성은 시나리오1에 비해 모두 낮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박성욱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으로 국민이 24시간 관련 소식을 접하는 점, 정부에 대한 실망과 어린 학생들이 숨진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의 영향이 삼풍백화점 붕괴 때보다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금융연구원의 수정 전망치는 국내외 기관 가운데 높은 편이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4.0%, 기획재정부는 3.9%, 국제통화기금(IMF)은 3.7%로 각각 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내놓은 ‘5월 경제동향’에서 “내수 회복세가 약해지면서 전반적인 경기 회복 속도가 완만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열린세상] 한국호의 주행속도를 조금만 늦추자/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한국호의 주행속도를 조금만 늦추자/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1986년 필자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운전면허 시험을 볼 때 경험이다. 당시 실기시험 중에는 경찰관이 차에 동승하는 주행시험이 있었다. 경찰관이 동승 중 내리는 지시사항 가운데 주행차선을 변경하는 것이 포함돼 있었다. 지시가 내려지면 방향지시등으로 주행 차선을 변경하겠다는 신호를 먼저 보내고 변경하는 방향의 뒷바퀴 부분을 육안으로 확인한 뒤에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를 위반하면 불합격이다. 이것은 사각지대에 있을지도 모를 자동차를 확인하는 안전규정을 준수하는지 시험하기 위함이다. 영국에서도 인상적인 안전문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1995년 9월쯤이니까 지금부터 19년 전이다. 당시 영국의 북동쪽에 있는 뉴캐슬에서 런던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버스 안에 예비 운전사가 동석해 무척 어색한 적이 있었다. 나중에 이유를 들어 보니, 당시 영국의 대중교통 운전사들은 1일 법정운전시간에 관한 안전규정에 따라 장거리 운행은 보조운전사와 교대로 하도록 돼 있었다고 한다. 운전사가 엄격하게 안전운행 규정을 준수하는 문화는 일본 또한 뛰어나다. 필자는 공무로 일본 교토를 방문하는 일이 잦다. 오사카 칸사이 공항에서 교토까지 리무진 버스를 이용하는데 운행 시간은 2시간 30여분 소요된다. 칸사이 공항과 교토를 왕복하는 중에 1시간 30분쯤 경과하면 동일한 장소에서 일정시간 동안 반드시 휴식을 취한다. 안전규정 준수는 승객에게도 해당된다. 미국에서 크루즈를 타면 출발 후 30여분은 비상대피 훈련을 한다. 배가 출항하면 모든 승객은 방으로 가야 하고 모든 승객이 객실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그때부터 비상사태에 대비한 대피훈련이 실시된다. 이렇게 많은 나라들이 안전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이유는 현대사회가 다양한 측면에서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한편으로 인간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우리가 안전에 유의하지 않을 경우 커다란 재해로 이어질 위험도 더불어 안겨주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현재 한국은 선진국 수준의 주택보급률을 자랑하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중 교통체제를 구축한 나라다. 수백명이 거주하는 공동주택과 수백명이 동시에 탑승하는 지하철, 고속철도 등의 교통수단, 버스를 활용한 대중 교통수단이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러나 우리는 공동주택과 대중 교통수단은 갖췄지만, 그것을 안전하게 이용하는 자세는 갖추지 못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아파트 베란다를 확장하고 새시를 설치하는 등의 아파트 변형이 합법적인 것이라 오해하고 있다. 거주하는 주민들이 완강기의 위치와 사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훈련을 실시하는 공동주택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한 우리의 관심과 태도는 경제발전에 대한 조급함, 그리고 어쩌다 발생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한 무관심에 기인한다. 우리는 지난 30여년 경제발전에 전력을 다했다. 1960년대 국민소득 90달러도 안 돼 외국의 개발원조를 받았던 우리나라는 이제는 국민소득 2만 5000달러를 달성해 반대로 개발도상국가에 개발원조를 하게 된 유일한 국가가 됐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경제발전을 향한 맹목적인 관심과 조급함 때문에 우리는 안전 불감증에 걸리고 말았다. 경제발전에 몰입한다고 해서 다른 가치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관권선거 등의 부정선거로 인해 선거의 정당성이 훼손되고 정부의 정통성이 위협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나 결국 민주화를 향한 열망으로 공정한 선거문화를 만들었으며 지방자치의 재개라는 정치발전을 이룩했다. 성공적인 지방자치는 나름대로 여·야 간 정권교체를 이루는 토대가 돼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크게 기여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의 동시적 달성은 세계 국가로부터 많은 부러움과 배움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우리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결국은 우리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핵심적 열쇠임을 알 수 있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함께 달성했듯이, 우리가 위험사회 대비를 위해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보였던 만큼의 열정과 노력을 다한다면 안전의식이 살아 움직이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사회를 만들기에 한국호의 운행속도가 너무 빠르다면 운행의 속도를 다소나마 늦추자. 안전한 나라를 위한 대의에 국민적 합의를 이뤄 우리나라가 안심할 수 있는 사회를 천천히, 그렇지만 늦지 않게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씨줄날줄] 경제대국 변천사/손성진 수석논설위원

    대항해 시대 이후의 세계 경제패권은 16세기엔 스페인, 17세기엔 네덜란드, 18·19세기엔 영국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경제이론과 통계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근대에는 한 국가의 경제력을 추산할 방법이 없었다. 고전학파의 선구자 윌리엄 페티가 국민소득의 개념을 처음 도입했지만 통계적인 관점에서는 미흡했다. 그 뒤 국민소득 추계 방식이 발전하면서 1789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19세기 들어 일본, 영국, 미국, 독일이 이어서 국부 통계를 공식적으로 내기 시작했다. 얼추나마 국가 간 비교도 가능해진 것이다. 대영제국으로 군림하던 영국을 미국이 추월해서 세계 1위의 경제대국에 오른 때는 1872년이라고 한다. 이는 서양 중심의 시각에서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경제대국 순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 인구를 곱한 총 GDP를 기준으로 한다. 소득도 소득이지만 인구가 많아야 순위에 낀다. 12세기 초 북송시대에 인구가 1억명을 넘었고 19세기에는 4억명을 넘어선 중국은 20세기 이전에도 최상위에 있었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면적과 인구(약 3억 1880여만명)가 세계 3위이며 1인당 GDP가 5만 2000달러를 넘는 미국은 지난해 총 GDP가 16조 7242억 달러로 세계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그러나 4위의 면적과 1위의 인구(약 13억 5500여만명),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이미 일본을 제친 중국의 기세는 무섭다. 지난 10여년간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순위는 변화를 거듭해 왔다. 2001년 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중국-이탈리아-캐나다-멕시코-스페인이던 것이 지난해엔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브라질-영국-러시아-이탈리아-인도로 바뀌었다. 영토가 넓은 신흥국들이 치고 올라온 게 눈에 띈다. 이는 물가수준을 감안하지 않는 명목 GDP이며 물가를 감안한 실질 GDP로 따지면 크게 달라진다.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올해 중국의 GDP가 미국을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이 영국에서 넘겨받은 바통을 142년 만에 중국에 넘겨주는 셈이다. 예상보다 몇 년 앞당겨졌다. 물가를 고려하지 않아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는 시점은 2020년 전후가 될 것이라고 한다. 또 2030년이 되면 중국의 GDP가 미국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 2003년 세계 11위였던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8년 15위까지 떨어졌다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은 러시아, 멕시코, 인도, 호주 등이 우리를 딛고 올라섰다. 땅이 좁고 인구가 정체 상태에 접어든 우리가 기댈 곳은 기술 혁신밖에 없는 듯하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 “외국인 카지노 유치 2년 걸려… 인천을 ‘규제 자유 특구’로”

    “외국인 카지노 유치 2년 걸려… 인천을 ‘규제 자유 특구’로”

    “글로벌 서비스산업의 전진기지로 거듭날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규제 완화 시범특구로 지정해 각종 산업의 시험대로 삼을 수 있는 과감한 개혁이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 영종지구 사업을 맡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종철(54) 청장은 28일 정부의 규제에 대해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썩은 빗장’, 침대 크기에 맞춰 다리를 자르는 ‘야만’이며 스스로에 대한 자해 행위”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 청장은 감사원 국책과제감사단장 등을 지내다 공모를 통해 선발돼 이곳에 파견된 현직 공무원 신분이다. 그는 “감사원에 재직할 때는 정부 규제가 이렇게 심각한지 몰랐다”며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규제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각종 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공무원이지만 공직사회의 규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평소 규제 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규제 개혁에 대한 철학과 소신은. -규제 개혁은 창조행정이 뒤따르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평소 내 소신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도 ‘규제는 암 덩어리’라는 표현을 했는데 백번 동의한다. 물론 규제는 국가와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본 틀이다. 그러나 한번 규제가 만들어지면 그와 관련된 이해관계망이 형성돼 현상을 유지하려는 속성을 띤다. 즉, 사회는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법령이나 제도는 더디게 변화한다. 사회 발전과 이를 규율하는 법령 간의 차이가 경제, 사회, 문화를 융성하게 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규제 개혁과 함께 ‘창조행정’을 강조하는데. -규제의 빗장을 풀어도 창조적인 행정이 없으면 어떤 규제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글로벌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규제가 변화의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규제가 없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담당 공무원들이 창조행정으로 그 빈틈을 메워야 한다. 기계적인 행정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잘살게 하겠다는 열정과 영혼이 있는 창조행정이 돼야 온전한 규제 개혁이 가능하다. →경제자유구역이 ‘경제규제구역’이라는 비난이 있다. 현장에서 느끼는 규제는 어떤가. -인천경제자유구역에는 47개 법률에 따른 450여개의 규제가 작용하고 있다. 중앙 부처가 다수의 규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그 자체가 엄청난 규제 덩어리라고 생각한다. 송도의 미분양 아파트 사례를 보면 핵가족화에 따라 아파트는 점점 중소형화돼 가고 있는데 청장 부임 이후 송도에 와 보니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개발 초기에는 당시 1인 가구 수를 기준으로 중대형 수요에 맞춰 개발 계획을 짰는데 지금은 1가구당 인원이 줄어들어 중대형을 기피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에 개발 계획 변경 승인을 요청했지만 2년이 넘도록 바뀌지 않고 있다. 개발 시행사도 힘들고 우리 입장에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서 곤란하며 그에 따라 개발 및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다른 규제는 없나. -학교 시설을 짓기 위해 전기, 수도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도로를 굴착해야 하는 상황인데 관련 법에 3년 이내에 건설된 도로는 굴착하지 못하게 돼 있어 애를 먹은 적이 있다. 규제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를 못 가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적도 있다. 콘도미니엄 분양을 5인 1계좌로 해놓는 규제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다. 외국 대학 유치와 관련해서도 학교가 국내에서 이익을 내면 본국으로 송금을 못 하게 해놓고 손실은 본교가 떠맡게 하는 규제도 있다. 현장의 이 같은 고통을 중앙 부처가 나서서 해결하지는 못할망정 개발을 막지는 말아야 한다. 인력 운용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10년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인구가 8배나 늘었는데 직원 수는 비슷하다. 또 경제청이 2012년 21억 달러(약 2조 1700억원)의 실적을 달성해 경기도 실적(12억 달러)을 넘어서고 기능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 인력 증원은 불가능하다는 점은 큰 문제다. 이런 기계적인 행정이 어디 있나. 중국은 경제특구를 만들면서 경제 법령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고 하는데 참고할 만하다. →얼마 전 우리나라 최초로 외국인 전용 카지노 복합리조트 투자를 이끌었는데. -처음에 외국인 카지노를 유치한다고 했을 때 경제청 직원 대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는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필요한 핵심 사업이고 시대의 대세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식으로 밀어붙여서 2년이나 걸렸다. 얼마나 시간 낭비인가. 박근혜 정부 1호 규제 철폐 사례다. →규제 완화와 서비스산업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는데. -서비스산업은 우리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보약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필수적인 길이기도 하다. 서비스산업은 집적화의 효과가 큰 만큼 분산형보다는 집적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이런 집적화에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인천항, 수도권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교통망, 우수한 인력 등이 그것이다. 또 우리가 하고 있는 사업의 성격 역시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해 4월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글로벌 서비스산업의 전진기지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정책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다. 기재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테니 다만 일부 권한이라도 달라고 하고 싶다. 경제청 예산의 국가 지원은 10%도 안 된다. 예산의 90%는 송도 땅을 매립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1년에 5000억~6000억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우리 힘으로 사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상황인데 왜 권한은 중앙 부처가 다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규제 완화 시범특구 지정을 주장하고 있는데. -기존의 규제를 완화하는 데는 정치권 등 각종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있을 수 있고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인천경제자유구역을 시범특구로 지정해 ‘테스트 베드’로 삼자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국토 면적의 0.2%, 전체 인구의 0.4%로서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최적의 규모다. 추후 결과를 평가해서 규제를 원래대로 유지하거나 아니면 다른 지역으로 시범특구 모델을 확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리 병원, 외국인 학교, 외국인 전용 카지노, 투자이민제 등이 실험해 볼 수 있는 현안이다. 규제 완화를 실시할 때 기계적, 획일적인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한번에 시행할 것이 아니라 시범적으로 여러 형태를 시행해 봐야 한다. →정부의 규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과 방법이 필요한가. -규제 개혁을 성공으로 이끄는 3대 원칙으로 과감성, 행정 개혁 동시 추진, 사후 평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규제는 시장이 반색할 정도로 과감히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규제를 풀어도 딱 안 될 만큼만 푸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규제를 조금씩 완화하면 오히려 혼란과 부작용이 생기고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또 법령상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행정 개혁도 수반돼야 한다. 거창한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것도 행정 개혁의 일종이다. 이를 위해서는 감사원과 여타 감사기구, 사정기구의 동참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공무원이 눈치를 안 보고 소신 행정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규제는 사전 심사 방식으로 억제하고 푸는 규제는 사후 모니터링 및 평가를 반드시 실시해 부작용과 효과 등을 점검해야 한다. 취임 직후 삼성바이오단지에 대한 허가를 내준 적이 있는데 규제 요건이 많았지만 삼성의 제품 생산 스케줄에 맞춰 최선의 노력을 했다.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투자자의 필요에 맞는 정책을 펴야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규제 완화의 모범 지역이 되고 그 힘으로 대한민국의 서비스산업 육성을 이끄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다. 이를 위해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았고 미천한 신하는 죽지 않았습니다’(尙有十二 微臣不死)라고 말한 이순신 장군의 심정으로 모든 일에 임할 것이다. 정부 역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규제 완화 시범특구로 지정하는 문제를 전향적으로 추진해 주기 바란다. 대담 조현석 사회부 차장 hyun68@seoul.co.kr 정리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이종철 청장은 ▲1960년 ▲경남 마산 ▲서울 장훈고 ▲연세대 ▲행정고시 29회 ▲서울대 행정대학원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 대학원 ▲감사원 재정금융감사국 과장 ▲감사원 국책과제감사단 단장 ▲감사원 감사실장
  • [사설] 정치권 막말로 국민적 분노 부추길 생각 말라

    세월호 사건으로 국민이 겪는 트라우마는 심각하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후진적이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고 있다는 최근의 소식은 선진국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참사를 겪고 있는 국민을 더욱 우울하게 한다. 그동안 의식의 진화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국민 각자가 주머니를 불리는 데만 전력투구했다는 뜻이니 ‘경제 동물’은 남을 비판할 때 쓸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는 당연히 희생자를 크게 줄이거나, 아예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제 살길을 찾는 데만 급급했던 선원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럴수록 해양 교통수단의 안전을 관리하고, 사고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당국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은 크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대통령을 자유롭게 비판하는 것은 민주 사회의 국민만이 가진 특권의 하나다. 절대 왕조 시대조차 ‘보지 않는 곳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고 했다. 그런데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의 정균환 최고위원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대통령을 겨낭한 막말 글이 게시돼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트위터에는 어제 오전 “국민주권 강탈한 당선범”이라며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판한 글이올랐다. 같은 당 이종걸 의원이 2012년 막말 파문을 일으켰던 표현과 다르지 않은 수위였다. 앞서 그의 트위터에는 지난 20일과 22일에도 ‘당선범’이라는 표현으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이 올랐다. 정 최고위원은 파문이 일자 모두 해킹당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진상은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해킹당했다고 해도 이런 글이 SNS에 떠오르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권의 척박함을 방증한다고 하겠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에는 온갖 유언비어가 쏟아진다. 한쪽에서는 “사체를 부검해보니 불과 몇 시간 전 사망이라네요”라거나 “실종자 가족 사이에는 속이고 들어온 정부 측 인사가 있다”고 정부와 국민을 이간질하는 괴담을 쏟아낸다. 다른 쪽에서는 “북괴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 단체들이 정부 전복 작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맞불을 지른다. 이런 철없는 움직임에 정통야당 인사들까지 가세해서야 되겠는가. 얼마 전 새정연의 장하나 의원은 트위터에 “(이렇게 구조가 더디다면)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고 적어 파장을 자초했다. 이런 망언들이 사회혼란을 부채질하는 것을 넘어 자신이 몸담은 조직에도 해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대한민국 ‘임금 없는 성장’

    기업의 소득증가율이 가계의 3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다 보니 가계는 경기 회복세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법인)의 가처분소득은 최근 5년간 80.4% 증가했다. 해마다 16.1%씩 소득이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26.5% 늘었다. 연평균 5.3% 증가에 그친 것이다. 기업의 3분의1 수준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 형편이 아무리 좋아져도 가계로 돈이 흘러들지 않는 ‘임금 없는 성장’이 계속됐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2만 6000달러를 기록한 1인당 국민소득(GNI)이 올해 3만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1인당 GNI를 2만 9250달러(원·달러환율 1030원, 성장률 3.9% 추정), 현대경제연구원은 최대 3만 535달러(환율 950원, 성장률 4.0% 전제)로 각각 내다봤다. 이는 소득 증가보다는 원화 강세에 따른 달러화 환산액 증가에 상당 부분 기인한다. 실제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에서 기업과 정부 몫을 제외한 가계의 실질소득(PGDI)은 56.1%(1만 5000달러)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통계 비교가 가능한 21개국 중 16위다. 18~21위는 세금이나 사회보험료를 많이 걷는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등 복지국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17위인 에스토니아를 빼고서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씨줄날줄] 수학여행 폐지론/문소영 논설위원

    수학여행(修學旅行)은 글자 그대로 학생들에게 현장학습 및 단체생활의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적 목적의 숙박여행을 말한다. 근대적 교육이 실시되기 시작한 1900년대 초부터 시행돼, 1945년 광복 후 일반화됐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까지 수학여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근대화의 일환이자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학생 신분만이 누리는 특혜였던 셈이다. 여행지도 경주나 공주·부여, 해인사·송광사 등에서 비행기로 이동하는 제주도까지 확대됐다. 하루거리의 소풍보다 학생들이 숙박하는 수학여행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교 수업을 중단하고 부모의 간섭에서도 벗어나는데다 친구들과 낯선 곳에서 추억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벼운 탈선도 빼놓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1970~80년대 남학생들 사이에 간신히 왕복 차비만 갖고 떠나는 무전여행이 인기를 끌었던 것과 마찬가지 맥락이다. 학생만의 특혜였던 수학여행은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 때 학생의 규모가 커지자 관리의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소득의 상승과 1988년 해외여행 허용 등이 수학여행 무용론을 불러온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1980년대 수학여행지를 국내가 아닌 해외로 돌렸듯이 한국도 국외로 여행지를 변경해 지속됐다. 현재 수학여행은 한국과 일본에만 존재한다. 수학여행 폐지를 반대하는 이들도 적잖다. 특히 개별적 여행이 어려웠던 1960~80년대에 수학여행에서 즐거운 경험과 추억을 쌓은 학부모 세대가 그러하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수백명의 통제하기 어려운 청소년을 낯선 곳에서 몇 명 안 되는 교사의 인솔로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이 어불성설이 아닌가. 또 당시 형편없이 질 낮았던 숙박 서비스와 맛없는 음식 등이 떠오르지 않는가. 게다가 학생 단체여행은 1970년대에는 기차 탈선사고로, 1980년대 이후에는 관광버스 전복사고 등으로 많은 사상자를 내 문제가 됐다. 교육 당국은 사고 이후 늘 일시적으로 수학여행을 금지했지만, 잊을 만하면 다시 재개했고 사고는 반복됐다. 이번에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희생시킨 세월호 침몰사고가 추가됐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6000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근대화의 일환으로 시작된 수학여행을 지속할 필요가 있을까? 가정에서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겨서 가족단위의 여행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까지 활성화됐다. 개별 학생이 신청하면 10일 안팎의 현장체험학습도 따로 갈 수 있다. 수학여행이 국내 관광사업 활성화에 꼭 필요한 요소가 아니라면, 대규모 단체 수학여행은 이제 그만두고 다른 대안을 찾을 시점이 아닐까 한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미국 NTSB라도 벤치마킹하자

    [주병철의 빅! 아이디어] 미국 NTSB라도 벤치마킹하자

    1997년 8월 6일의 얘기다. 대한항공 보잉 747기가 괌에서 추락한 날이다. 괌사고 특별취재팀이 꾸려져 일원으로 현지로 날아갔다. 1차 취재 대상은 탑승자의 생존 여부와 구조 상황이었다. 믿을 곳이라고는 정부가 임시로 마련한 비상대책반이 유일한 창구였다. 하지만 대책반의 정보 부재에다 언론의 조급증이 더해져 신문과 방송에서는 무리한 속보들이 잇따랐다. 구조작업이 순조롭지 않았음에도 사망자 숫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늘어만 갔다. 사고 현장 주변에 나도는 근거 없는 얘기를 여과 없이 기사화했기 때문이었다. 유족들의 불안감도 극도로 커져 갔다. 이를 제대로 정리한 게 괌으로 파견 나온 미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였다. NTSB는 사고지역 조사 착수에 앞서 유족과 언론 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가졌다. 매일 아침·저녁 두 번 브리핑하고, 당일 구조 작업 진척 상황과 다음 날 작업 일정 등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유족들과의 일문일답도 약속했다. NTSB는 이를 지켰고, 유족들은 구조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접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후 유족들이 NTSB를 욕하거나 고함치는 일은 적어도 없었다. 덕분에 언론도 취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무책임한 속보 경쟁이 줄어들었고, NTSB의 발표에 근거해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우리 언론들은 부끄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당시 언론들의 속보경쟁으로 사망자 숫자가 NTSB의 공식 발표와는 차이가 너무 나는 바람에 창피함을 무릅쓰고 바로잡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 얘기를 꺼낸 건 진도 여객선 침몰 대참사 때문이다. 대형 사고의 경우 원인 분석을 해보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일들이 계속 쌓여 있다가 터지는 게 대부분이다. 이번 사고 역시 이 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허술한 사전예방 조치, 현장의 안전수칙 준수 결여, 허둥대는 사후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선장이 먼저 대피하고 승객들을 선실에 대기하라고 지시한 것은 누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억장이 무너질 뿐이다. 더구나 사고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어설픈 사후 대응은 한심하기 그지없다.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한테 유족들이 구조작업을 빨리 해달라며 울부짖고, 참다 못해 대국민 호소문까지 내는 상황을 보면 대한민국은 과연 안전한가 하는 회의에 빠져들게 된다. 당초 전원 구조됐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하고, 부처 간 혼선으로 자중지란이 생기는 것 등도 납득하기 어렵다.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앞으로 두 가지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안전수칙 준수는 매뉴얼 탓을 하기보다는 당사자들의 책임 의식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안전사각 지대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을 수 없도록 강력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부처 간의 혼선을 줄이고 신속하고 일관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NTSB와 같은 독립된 기구 설립을 검토해볼 만하다. NTSB는 주요 교통사고의 원인을 조사해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독립된 미 연방 교통조사기관이다. 해안경비대가 1차 조사권을 갖는 해운 사고를 제외하고 연방 및 주정부가 실시하는 모든 종류의 교통사고 조사에서 우선권을 갖고 있다. 연방 및 주정부는 사고조사 이후 작성하는 NTSB의 보고서가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이를 적극 반영해 재발 방지에 활용하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달러, 경제대국 10위권을 넘나드는 나라에서 툭하면 터지는 후진국형 사고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가정이 파탄지경에 이른다면 국가가 존립할 이유가 없다. 얼마 전 경주 리조트 체육관 지붕 붕괴 사고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이번 참사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자식을 집 밖으로 내보내는 자체를 불안해하고 있다. 자식을 군대 보내는 것보다 더 무섭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안전에 관한 한 불감증을 넘어 ‘모르쇠’ 수준이다. 정부는 ‘안전 업그레이드’에 제대로 올인해야 한다.
  • [사설] 후진적 참사 못 막으면 선진국 진입 요원하다

    참담하다. 진도 여객선 침몰 참사는 우리 사회의 후진국형 재난대응체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사고 발생에서부터 후속 대응, 정부의 조치까지 무엇하나 과거 대형 참사와 비교해 나아진 것이 별반 없다. 참사가 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재난 예방·대응 체제의 개선을 되뇌었지만, 충분히 막을 수 있고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고가 반복됐다. 수많은 어린 학생들의 목숨을 무신경한 사회와 무책임한 어른들이 앗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비통한 일이다. 해양경찰청(해경)은 어제 이번 사고가 ‘무리한 변침(變針)’ 때문에 일어났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항로를 변경하다 뱃머리를 급격히 돌리는 바람에 선상의 화물과 자동차 등이 한쪽으로 쏠렸고 이 때문에 무게중심을 잃었다는 얘기다. 20년이나 된 낡은 선박을 2년 전 일본에서 들여온 뒤 경영 효율성을 높이려고 무리하게 구조를 변경했고 이에 따른 복원력 상실이 사고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이야 어떻든 수익을 올리면 그만이라는 장삿속에 어린 학생들과 시민들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이번 참사 역시 인재(人災)라고 할 수 있다. 이뿐이 아니다. 초동대응만 제대로 했더라도 희생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선장과 기관사 등은 승객들에게는 ‘제자리를 지키라’고 안내방송을 하고는 제일 먼저 배를 버리고 탈출했다. 비상시 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는 의혹이 드는 이유다. 상황을 안이하게 인식했거나 판단을 잘못했다는 변명은 있을 수 없다. 조타실을 지키며 마지막까지 탈출을 지휘하고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것이 선원법상 선장의 임무다. 대다수 실종된 승객들은 안내 방송만 믿고 있다가 앉아서 화를 당했다. 정부 당국과 관련 기관의 대처도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조난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세월호가 절반 이상 가라앉았을 때에야 늑장 출동했고, 초기 상황을 안이하게 판단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배가 완전히 침몰한 뒤에야 대규모 구조 장비를 추가 투입했다. 한 술 더 떠 중대본과 해경은 사고 직후 실종자 집계를 두고 오락가락했고, 피해 학교인 안산 단원고를 관할하는 경기교육청은 한때 ‘학생 전원 구조’라고 밝히는 등 우왕좌왕했다. 재난 대응체계가 겉돌고 있는 사이 침몰 여객선에 갇힌 학생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엄마, 배가 반쯤 기울어져서 아무것도 안 보여요.’,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아네(안에) 사람 잇(있)다고 좀 말해줄래’ 등의 긴박한 메시지를 보내며 생사를 넘나드는 불안과 공포에 떨었다. 무고한 학생들의 희생을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최악의 순간에 가동됐어야 할 구명 장비도 먹통이었다. 세월호에는 침몰 시 자동으로 펴지는 25인용 구명뗏목 46개가 실려 있었지만, 정상 가동된 것은 하나뿐이었다.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의 안전성 검사에서 합격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형식적인 장비 점검에 그쳤다는 의혹을 살 만하다. 여객선이 침몰할 때까지 2시간 20여분 동안 위기의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재난 대응체계는 이처럼 유명무실했다. 한마디로 재난대응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다. 이러고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운운할 수 있겠는가. 재난대응체계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정작 승객 구조를 도운 이들은 한배를 탄 학생과 시민이었다. 50대 승객은 커튼과 소방호스로 로프를 만들어 20여명의 목숨을 구했고, 단원고 2학년생은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고는 뒤늦게 탈출했다. 20대 선사 여직원은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끝내 고인이 됐다. 이번 참사는 1993년 292명이 사망한 서해 페리호 침몰 사고 이후 최악의 해양 사고로 기록될 듯하다. 과연 우리 공동체의 재난대응체계는 20년 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나아졌는가. 정부와 이번 사고 관련 당사자들 모두는 엄중히 자문해 보기 바란다.
  • [약진하는 공기업] 관행 지우고 혁신 키우고… 튼튼한 국민경제 주춧돌로

    [약진하는 공기업] 관행 지우고 혁신 키우고… 튼튼한 국민경제 주춧돌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포함된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는 ‘공기업 개혁’이다. 지난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담화문에서 3대 목표 가운데 하나인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비정상적인 제도와 관행들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며 그중에서도 공공부문 개혁을 강조했다. 현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강조한 것은 경제 활성화를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려고 해도 수백조원에 달하는 공기업 부채를 해소하지 못하고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공염불이 될 목표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기업들은 빚더미에 앉은 상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2년 말 기준으로 전체 공기업의 부채는 493조 4000억원으로 500조원에 육박한다. 2008년 전체 공기업 부채 규모가 290조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새 200조원 이상 부채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2017년까지 부채를 455조 1000억원 수준으로 42조원을 줄이기로 한 것도 더 이상 부채 수준이 늘어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의 추진 전략에 맞춰 공기업들도 변하고 있다. 주요 38개 공기업은 중점 관리기관으로 선정돼 부채 감소 계획 등을 실천하고 이행 실적을 3분기 말에 평가받기로 했다. 공기업들 스스로가 위기의식을 느끼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각자 방식대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각 공기업의 특성을 살려 수익을 내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 美·日 연봉근거 밝히는데… 한국은 깜깜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행된 대기업 임원별 보수공개제도가 기업의 투명성 확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제도적 보완이 요구된다. 비슷한 제도를 가진 미국, 일본은 연봉 기준 시점과 산출 근거를 밝히고 있지만 한국은 허술한 제도로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하는 숫자놀음, 흥밋거리 위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서울신문이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업계 1위 자동차기업 대표들의 연봉공개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구체적으로 산정 근거를 밝힌 나라는 미국이었다. 올 초 물러난 미국 1위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대니얼 애커슨(66) 전 회장은 2012년 1110만 2808달러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 급여로 170만 달러, 주식 기준 보상으로는 933만 달러를 받았다. 미국 GM의 2012년 당기 순이익은 61억 9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2.7% 감소한 데 비해 연봉은 44.1% 증가했다. 이익은 떨어졌지만 급여가 오른 것은 주식 기준 보상액이 2011년 594만 달러에서 933만 달러로 크게 늘어서다. 반면 한국은 임원 연봉 책정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지난달 31일 현대자동차가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정몽구 회장의 지난해 연봉이 56억원이란 것만 나와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당기순이은 8조 9935억원으로 전년 대비 700억원이 하락했는데 이에 견줘 정 회장의 연봉이 오른 것인지 내려간 것인지 알 수 없다. 근거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한국 임원 연봉은 일반 국민소득과 비교해 볼 때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3개국 자동차기업 대표들의 연봉과 지난해 기준 각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을 비교한 결과 정 회장의 연봉은 한국의 1인당 GNI 대비 206.2배를 더 받았다. 애커슨 전 회장과 도요타 사장의 연봉은 각각 204.4배, 36.9배였다. 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설치를 규정해 연봉 산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수능한국사 ‘10개 유형’ 안에서 쉽게 출제

    수능한국사 ‘10개 유형’ 안에서 쉽게 출제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게 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필수 한국사 과목은 기존 수능 한국사의 쉬운 문제보다 더 쉽게 출제된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0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한국사 예시문항 12개를 공개하면서 “수업을 성실하게 들으면 풀 수 있는 평이한 수준으로 내겠다”고 밝혔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주관하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비교하면 3급 시험보다 쉽게 내기로 했다. 특히 9등급 절대평가 방식을 도입, 일정 점수를 얻은 학생은 모두 1등급을 받게 된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본부장은 “고교 졸업자로서 갖춰야 할 역사적 지식과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사교육 없이 학교 수업만으로 대비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 알기 ▲역사에서 중요한 용어나 개념 이해 ▲역사적 사건 흐름 파악 ▲역사적 상황 인식 ▲시대 상황 비교 ▲역사 탐구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 탐구 활동 수행 ▲사료의 핵심 내용 분석 ▲자료 분석을 통한 사실 추론 ▲역사 자료를 토대로 개연성 있는 상황 상상 ▲역사 속 주장과 행위의 적절성 판단 등을 10가지 문항유형 중에서 문제를 내기로 했다. 한국사 교과서가 다루는 선사시대부터 현재까지가 시험 범위다. 문항 수는 사회탐구 10개 과목 중 하나인 현행 한국사의 문항 수(20문항)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확한 문항 수, 배점, 시험 시간 등은 ‘2017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오는 8월에 결정되고, 이 시험을 치를 최초 세대인 고1 학생들은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 새 한국사 문항을 연습하게 된다. 예시문항 등 한국사 시험 안내자료는 평가원 홈페이지(kice.re.kr)와 수능정보 제공 사이트(suneung.re.kr)에서 볼 수 있다. 평가원이 유형별로 제시한 10개 문항을 뜯어보면 ‘대동법과 관련된 설명으로 옳은 것은’이라거나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의 사회 모습으로 적절한 것은’이란 식의 굵직한 역사적 사실관계를 묻는 문항이 많았다. 기존 한국사에서 난이도 높은 문제로 여겨지던 도표를 활용한 문제 역시 ‘1970~1978년 1인당 국민소득이 급증한 원인에 대한 분석’을 묻고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수출 산업 육성’을 답으로 고르게 하는 등 보다 단순해진 게 특징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새정치연합 무공천 논란 이제 끝내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요구한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이 무산됨에 따라 6·4지방선거 기초자치단체 선거 무공천 방침에 대해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에 놓였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일정을 감안할 때 수 일 안에 무공천 방침을 둘러싼 당내 논란을 정리해야 할 시점에 다다른 것이다. 창당 명분이 기초선거 무공천이라는 점에서 이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뜻과 기초선거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야권 후보들의 혼란 등을 감안해 무공천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당 안팎의 현실론이 맞부닥친 진퇴양난의 상황이지만 어떻게든 이제 중지를 모아 출구를 찾아 나설 시점인 것이다. 돌이켜 보면 기초선거 공천 여부를 둘러싸고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여야 간 논란과, ‘여당 공천-야당 무공천’이라는 기괴한 비대칭 선거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빈약하고 일천한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초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와 자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정치학적 고찰이나, 양자의 조화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국가 차원의 제도적 방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 없이 그저 정당공천 존폐만 결정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양 호도하고 서로를 기망한 결과가 지금 초유의 혼란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당공천 폐지를 요구하는 여론에 밀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가 앞다퉈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고, 이후 눈앞의 유불리를 따지는 데 매몰된 여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2013년 4월 재·보선(새누리당 무공천)과 2014년 6월 지방선거(새정치연합 무공천)에서 한 번씩 무공천을 주장하고 실천해 온 현실이 이를 말해준다. 선거 때마다 경선룰이 뒤바뀌는 여야 내부의 모습까지 들여다보노라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다는 이 나라의 선거 풍토가 대체 어느 지경을 헤매고 있는 건지 답답한 심경을 금하기 어렵다. 어제 새정치연합을 찾은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은 “각 당이 지방선거체제로 전환한 시점에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박 대통령의 뜻을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 전했다. 이에 두 대표는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나 양해가 아닌 걸로 생각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향후 대책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해서 밝히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다만 김 대표는 앞서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공천폐지 결의대회에서 “약속을 지키는 자가 손해 보고, 어기는 자가 이익을 보는 정치가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기초선거 예비후보들의 고통을 결코 방관하지 않겠다”고 말해 무공천 방침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당공천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새누리당이 파기하고, 박 대통령이 이에 침묵하는 것은 정치 신뢰 차원에서 분명 비판 받을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숱한 논의 과정에서 전문가 다수가 공천 폐지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심각할 것으로 지적했음에도 이를 무시한 채 공천 존폐 논란을 선거용 대립 구도의 소재로 삼는 것도 진정한 책임정치의 모습이라 하기 어렵다.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향배는 이제 당 지도부와 성원들의 결단만을 남겨 놓았다. 무공천을 고수하든, 방침을 바꾸든 선택은 새정치연합 몫이다. 그리고 그 논의 과정과 결론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지방선거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무엇이든 국정을 볼모로 삼는 극단의 선택은 없어야 할 것이다.
  • [글로벌 시대] 학생의 꿈과 끼를 살리는 명인인증제 도입/정일용 경북 교육청 부교육감

    [글로벌 시대] 학생의 꿈과 끼를 살리는 명인인증제 도입/정일용 경북 교육청 부교육감

    2013년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에 실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종전과 마찬가지로 읽기, 수학과 과학에서 상위권이었다. 본인이 주OECD 한국 대표부에 근무하면서 만난 회원국 관계자들은 한국 학생들의 높은 학업성취도를 부러워하며 그 비결을 묻곤 했다. 필자는 국민의 뜨거운 교육열과 우수한 교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답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학업성취도는 늘 상위권이지만 학생의 학업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도 검사에서는 하위권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21세기 사회는 지식경제 또는 창조경제시대라고 한다. 따라서 21세기는 즐겁게 공부하고 일하는 자를 필요로 하는 사회이다. 한국은 1960년대에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됐지만, 뜨거운 교육열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해 경제개발계획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를 바라보고 있고, 세계 14위의 경제규모로 발전했다. 그러나 뜨거운 교육열은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과 지나친 학벌중시라는 부작용을 낳았고, 창조경제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 데도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학생들의 학업 흥미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정책이 도입됐다. 예를 들면, 교과별 특성과 수준별 수업을 위해 도입된 수학교실·과학교실 같은 교과교실제, 탐구학습, 다양한 진로와 연계한 특성화고 운영, 상대평가가 아닌 성취도 평가방식 도입, 그리고 최근 도입한 자유학기제 등이다. 그러나 아직도 학생들의 학생 흥미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 산행 후 한 음식점에 들렀다. 주인 겸 주방장은 음식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하도 잘 설명해 먹기도 전에 침이 입안에 가득 고일 정도였다. 전문가에게 음식 디자인도 배우고 있고, 연구소와 협력해 사상체질에 따른 음식도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그는 단지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음식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파는 것이었다. 그 열정이 새로운 음식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개발, 그리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이어졌음을 느꼈다. 음식점을 평가하는 유명한 미셀린 평가가 있다. 미셀린 평가에서 별을 받으면 음식 값은 몇 배 이상 뛰고 주방장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른다. 프랑스에서는 젊은 요리사들이 미셀린 별을 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자부심도 강하다. 자기 직업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가가 국가적 과제다. 결국은 교육이다. 어려서부터 소질과 적성에 따른 진로선택을 잘 지도하는 한편, 사회적으로는 자기 직업에 자부심을 갖도록 어떤 분야든 직업 명인을 인정하고 대우해야 한다. 최근 TV에서 다양한 분야의 명인이나 달인을 발굴해 알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직업의 귀천을 떠나 많은 노력 끝에 경지에 오른 분들에 대한 인정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이 자기 흥미 분야에 기꺼이 진출하도록 하고,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명인이나 달인의 꿈을 안고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도록 유인하는 문화와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독일의 마이스터처럼 명인인증을 받으면 그 분야에서 석·박사급 이상의 대우를 받게 하고, 필요 시 재정지원을 해 생계 걱정 없이 능력계발과 후계자 양성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사교육 과열과 과도한 학벌중심주의를 타파하고 창조적 인재를 양성해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뛰어넘어 발전할 수 있다.
  • 211兆 늘어난 공공 지출, 국책사업 탓에 적자

    211兆 늘어난 공공 지출, 국책사업 탓에 적자

    이명박(MB) 정부는 토목 정부로 불릴 만큼 4대강 등 대규모 국책사업을 많이 벌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파고를 넘기 위한 측면도 있었지만 ‘747 공약’(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강국)을 지키기 위한 불도저 사업이 많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기업의 부채가 급증하면서 폐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이런 사업들이 전체 국가 재정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는 종합적으로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 실상을 보여주는 통계가 처음 나왔다. 한국은행이 3일 내놓은 ‘공공 부문 계정의 신규작성 결과’에 따르면 정부와 공기업을 합한 공공 부문 수지(총수입-총지출)는 2012년 6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20조 1000억원)에 비해 적자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2007년 흑자(17조 3000억원)였던 공공 부문 수지는 이듬해 MB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적자(6조원)로 돌아서 5년 내리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4대강·혁신도시·보금자리주택 등 MB 정권의 국책사업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2009년에는 적자액이 58조원까지 불어났다. 공공 부문 통계는 정부(중앙+지방) 기관 및 기금 5071곳과 한국전력·LH 등 비금융 공기업(지방 공기업 포함) 167곳, 산업은행·금융감독원 등 금융공기업 15곳 등 총 5253곳(2012년 기준)을 대상으로 했다. 국민소득 계정에 관한 국제기준이 바뀌면서 한은이 새 기준에 의거해 처음으로 별도 산출했다. 우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치만 뽑았지만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단순한 부채 통계와는 차별화된다. 한은 관계자는 “공공 부문 수지가 계속 적자를 보이고 있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공공 부문 총지출은 2007년 460조 1000억원에서 2012년 671조 9000억원으로 211조 8000억원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7.9%로 이 기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5.7%를 웃돈다. 경제 규모보다 공공 부문 씀씀이가 더 빠르게 늘었다는 의미다. 총지출 가운데 GDP에 잡히는 소비와 투자는 305조 3000억원으로 명목 GDP의 22.2%다. 이 비중은 2007년 21.7%에서 2009년 25.3%로 높아진 뒤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한은 측은 “공공 부문 지출은 사회재분배 기능이 강하기 때문에 소비·투자 비중이 높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4대강 사업 등이 투자로 잡히면서 2009년에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분석했다. 국제비교가 가능한 GDP 대비 일반정부의 총지출(450조 8000억원) 비중은 2012년 32.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42.4%)보다 낮았다. 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 D -16 국가직 9급 필기 마무리 가이드

    D -16 국가직 9급 필기 마무리 가이드

    지난해보다 262명이 더 많은 총 3000명의 9급 국가공무원을 선발하는 올해 공개경쟁 채용시험이 오는 19일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원서접수 기준의 경쟁률은 64.6대1로 지난해(74.8대1)보다 낮지만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몰린 탓에 여전히 합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고등학교 240여곳에서 시행되는 필기시험을 위해 남은 2주 동안 수험생들이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에듀윌’ 강사들로부터 주요 과목별(필수과목 3개, 선택과목 중 행정학개론, 사회) 학습법을 들어봤다. 국어 과목은 크게 ‘문법’(음운, 품사, 문장, 형태소 등), ‘한문’(한자어, 한자성어), ‘독해’(문학, 비문학) 영역으로 나뉜다. 조창욱 강사는 “전체 20문제 중 문법, 비문학 독해 부문에서 약 80%가 출제되는 것이 최근 국어 과목의 특징”이라면서 “매년 일정한 영역에서 비슷한 문제 유형들이 등장하므로 출제경향에 맞게 대비하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고 한문 공부를 소홀히 할 수는 없다. 한자어는 어휘의 문맥적 의미를 파악하거나 유의어를 찾는 문제, 두음법칙 및 사잇소리 현상과 관련한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다.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주요 한자어는 물론 한자성어를 반복 학습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 길이가 길고 소재가 낯선 비문학 지문이 자주 등장하는 추세이므로 이에 대한 준비도 중요하다는 것이 조 강사의 설명이다. 제석강 영어 과목 강사는 마무리 학습법으로 “평소에 공부하던 어휘책을 반복 정리하고 수험서 단원별 핵심 문법 사항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하루에 독해 지문 2~3개를 보면서 실전 감각을 마지막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 과목 출제영역 중 ‘문법’은 4문제 정도 출제되지만 수험생 간 점수 차이가 많이 나는 문제다. 제 강사는 “주로 수의 일치, 시제, 부정사와 동명사, 분사구문 등이 문제로 활용됐다”면서도 “최근에는 접속사와 전치사를 구별하는 문제, 관계대명사 및 관계부사 등을 다루는 문제도 눈에 띄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결국 문법 전 영역에 걸쳐 고른 학습이 요구된다. 국어와 마찬가지로 독해 지문의 길이가 길어지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9급 공무원시험 한국사 과목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자료 제시형’ 문제(지문을 읽고 특정 역사적 사실을 유추한 뒤 그 사실과 연관된 것을 보기에서 골라내는 유형)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 정치사, 문화사 관련 문제 수가 많아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신형철 강사는 “교과서나 참고서에 나오지 않은 새로운 자료가 자료제시형 문제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만일 모르는 내용의 지문이 나온다 하더라도 글을 읽다 보면 익숙한 용어가 분명히 나올 것이다. 당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사 과목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신 강사의 예상이다. 그는 “지엽적인 문제가 한두 개 정도 나와 난도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어떤 단원에서 지엽적인 문제가 나올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외 다른 문제들을 틀리지 않도록 기본 내용을 꼼꼼하게 정리하라”고 권했다. 행정학개론 과목 남진우 강사는 “7개 영역(기초이론, 정책론, 행정조직론, 인사행정론, 재무행정론, 행정환류론, 지방행정론) 중 그동안 출제되지 않았거나 출제되더라도 한 문제 정도에 그쳤던 ‘지방행정론’ 출제 비중이 최근 들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방행정론 영역에서는 지방자치법, 지방재정법, 지방세법 등이 출제 대상 법률들이다. 자치권의 종류, 주민참여제도, 지방의회 의결사항, 지방자치단체 권한 등이 해당 영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소재들이다. 남 강사는 “지난달 먼저 실시된 사회복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의 행정학개론 문제 난도가 낮은 편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쉬운 문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종학 강사는 사회 과목에 대해 “올해 사회에서는 지난해 국가·지방직 공채시험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내용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법·정치 영역에서는 사회계약설, 정부기구, 행정쟁송제도, 경제 영역에서는 기회비용, 조세, 국민소득지표, 가계·기업 경제활동, 사회·문화 영역에서는 정보사회, 관료제, 사회집단, 개인과 사회구조 등의 내용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오승호의 시시콜콜] 휴대품 면세한도 ‘부자 대 서민’ 논쟁 말길

    [오승호의 시시콜콜] 휴대품 면세한도 ‘부자 대 서민’ 논쟁 말길

    이명박 정부 때 규제개혁의 상징은 전봇대 뽑기였다. 전남 영암 대불공단에 있는 전봇대는 조선부품 운송에 큰 지장을 준다는 지적에 따라 2008년 1월 철거됐다. 당시 이 대통령 당선인이 지시한 뒤 이틀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상징은 손톱 밑 가시뽑기다. 지난달 20일 박 대통령 주재로 규제개혁 끝장토론이 열린 이후 국토교통부는 일반화물차량을 개조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을 합법화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규제개혁장관회의를 한 지 5일 만에 전광석화처럼 처리했다. 푸드트럭은 당분간 손톱 밑 가시뽑기의 모범사례로 회자될 것 같다. 규제개혁 과제에는 해외여행 휴대품 면세한도 문제도 포함됐다. 끝장토론에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천송이 코트’ 구입과 관련한 액티브 엑스(Active X) 문제 등과 함께 제기했다. 전경련은 2012년 9월에도 ‘골목길 전봇대’에 비유하면서 면세한도를 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높여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심윤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한도를 800달러로 높이는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달 27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면세한도 상향 문제는 ‘신중 검토’로 분류돼 연내 결론 내기로 했다. 끝장토론에서 제기된 51개 과제 가운데 푸드트럭이나 액티브 엑스 없는 쇼핑몰 등 42개는 ‘수용’으로 결론났다. 하지만 면세한도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만큼 민감한 사안인 듯하다. 면세한도 400달러는 1988년 이후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은 720달러, 일본 2000달러, 미국 800달러, 중국 820달러 등이다. 홍콩은 한도가 없다. 지난해 한도 이상 구매한 내국인은 113만명, 1인당 평균 구매액은 827달러다. 2007~2011년 면세한도로 적발된 건수는 4만 6450건, 이들에게 부과된 가산세(30%)는 14억 8300만원이다. 상향조정론자들은 물가상승과 국민소득 증가 등을 이유로 든다. 면세품을 살 기회가 적은 사람들에게 400달러 한도는 오히려 불편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여행객 규모는 1370만명으로, 중복 인원을 고려한 해외여행 경험 비율은 17% 수준이다.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쪽은 국민 위화감 조성이나 세수 감소를 이유로 꼽는다. 두 쪽 논리의 타당성은 나름대로 있을 것이다. 다만 ‘부자 대 서민’ 프레임 논쟁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편익 관점에서 해법을 찾으면 된다. 논설위원 osh@seoul.co.kr
  • [커버스토리] “크루즈산업 시작 단계 中 부자들 서울서 쇼핑 관광루트 개발 시급”

    [커버스토리] “크루즈산업 시작 단계 中 부자들 서울서 쇼핑 관광루트 개발 시급”

    “크루즈 산업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는 데다, 국제 경기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21세기 유망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를 ‘크루즈산업 원년’으로 선언한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28일 “미국, 유럽 등에서는 19세기부터 크루즈 관광이 보편화됐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면서 “올해도 급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크루즈선 입항이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기본적으로 크루즈 수요가 급증했지만, 센카쿠열도 문제 등으로 중국인들이 당초 기항지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선회한 게 작용했다고 본다. 그러나 해외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기에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오는 9월 열리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전후해 크루즈 입항이 줄을 이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기간에 숙박시설이 부족하면 크루즈선을 이용할 수도 있다. →크루즈산업이 대표적인 융복합산업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해운·항만은 물론 호텔·관광·물류·문화 등 다양한 기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루즈산업이 활성화되면 여행사, 면세점, 레저시설 등의 업종이 직간접으로 수혜를 받게 된다. 외화 획득과 고용 증대 효과도 적지 않아 어느 관광산업보다 지속 가능한 관광 형태다. →인프라 부족 문제가 지적되는데. -인천의 경우 크루즈관광에 적합한 루트가 없고 쇼핑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크루즈로 들어온 중국 부자들이 서울에서 지갑을 열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화갯벌과 외국인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분단 상황을 연계시킨 관광루트 개발이 시급하다. →크루즈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전망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으면 크루즈 산업이 본격화된다는 분석이 있다. 현재 전 세계 크루즈 시장 규모는 362억 달러에 이른다. 지금까지 미국(55%)과 유럽(33%)이 크루즈시장을 주도해 왔지만 최근 아시아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 크루즈 시장도 이 흐름을 타고 있으므로 꾸준히 발전할 것이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 북핵보다 인도적 지원 먼저 명시… MB 때보다 대북 접근 유연

    북핵보다 인도적 지원 먼저 명시… MB 때보다 대북 접근 유연

    박근혜 대통령의 28일 ‘드레스덴 연설’은 역대 대통령들이 독일에서 밝힌 대북제의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명박 정부 때에 비해 다소 유연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대통령도 과거 대통령들처럼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이룬 독일이 남북에 소중한 교훈이 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대북제안은 예상했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메시지 전달의 순서에는 전례와 비교해 차이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3월 베를린자유대학 연설에서 “북한 당국이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남북경협을 제안했다. 첫 번째 제안이 남북경협이었고 그 다음으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특사교환 등을 제안했지만, 북한의 군사 도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인도적 문제(이산가족) 해결을 가장 먼저 제안하고 북핵 문제는 연설 마지막에 밝혔다. 복합농촌단지 등 농축산 문제 해결을 제안한 것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독일 연설을 연상하게 한다. 김 전 대통령은 1995년 3월 베를린에서 “북에 곡물을 비롯한 원료와 물자를 장기 저리로 제공할 수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반면 여전히 북핵 문제를 언급했다는 점은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겠다는 구상)과 같은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때보다 대북 메시지가 좀더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다. 주목되는 점은 박 대통령이 과거 북핵 문제의 접근법으로 제시한 ‘북핵밥상론’이 보다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박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해 “한국은 미국과 같은 단계적 접근이 아닌 ‘한 상’에 해법을 모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타결하는 방법이 익숙하다”는 이른바 ‘밥상론’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연설에서 북한이 핵 포기 시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 등을 추진할 수 있겠다고 밝힌 대목은 핵 포기 이후 북한 체제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으로 평가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연설지역으로 서독이 아닌 동독을 선택했다는 점은 역대 대통령들과 다르다”면서 “상징적으로 ‘통합이 이뤄지고 나서 공산지역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북한에 보여주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석 기자 ccto@seoul.co.kr
  • “쉬운 과제부터 접근… 관계 개선 실마리” “비핵화 전제…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남북 주민 간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 동질성 회복을 골자로 하는 드레스덴 선언을 제시해 향후 현실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의 제안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 대박론’의 연장 선상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쉬운 과제부터 해결한다는 ‘선이(先易), 후난(後難)’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전임 이명박 정부 기조보다는 진일보한 접근이라는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온다. 반면 5·24 대북 조치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가 없었고,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직시할 때 자칫 ‘말의 성찬’으로 끝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이 독일식 흡수통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대통령의 지금까지의 남북관계 발언은 ‘선 비핵화 후 남북관계’라는 도식 속에서 이뤄졌으나 이번 연설은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정치적으로 분리한 탄력적 상호주의”라면서 “우리 입장에서 접근하기 쉬운 과제인 산림이나 농촌, 민생인프라 개선을 제시했고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을 언급하면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를 제안한 점은 남북관계 개선의 전향적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비핵화를 선결조건으로 내건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제안과는 차별화했다”며 “오히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남북 간 화해 협력을 강조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남북관계에서 취할 수 있는 방식과 내용을 총망라한 셈”이라면서 “핵을 포기하면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 주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보다 유연하고 전향적이지만 노무현 정부의 10·4 선언보다는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기 위한 남북 간 후속 고위급 대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으로서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을 한국 주도의 독일식 흡수통일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며 “북한이 우리 측 제안을 독이 든 사과로 볼 수 있는 만큼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이번 제안은 이명박 정부 북핵 해법의 인도주의적 버전이지만 북한을 변화시킬 지렛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이번 연설은 새로운 내용이 없어 5·24 제재 조치와 북핵 문제를 넘어설 비전과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안석 기자 cct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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