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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정치적 불평등과 막말, 어디까지인가/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정치적 불평등과 막말, 어디까지인가/허만형 중앙대 행정대학원장

    대한민국의 자부심은 반세기 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점이다. 산업화는 고도성장의 밑거름이 돼 2015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7000달러를 넘겼다. 잘사는 나라처럼 보이던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도 우리 아래다. 3만 2000달러로 세계 24위인 일본보다 3계단 아래 27위가 한국이다. 고비는 있었지만 민주화의 성공으로 대통령을 국민 손으로 직접 뽑고, 5년마다 정권 교체도 된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로 나누어 실시되는 지방자치도 외형적으로는 안정적이다. 그런데 산업화와 민주화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소득 불평등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심각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이른다. 싱가포르는 42%, 일본은 41%, 뉴질랜드는 32%이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2.5%로 1999년 통계 작성 후 최고치다. 고도성장이 불평등 심화라는 사회경제적 문제를 초래했다는 증거다. 지식인을 비롯한 국민 대다수가 이런 불평등의 심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적 불평등은 특정 집단의 정치권력 독식을 뜻한다. 직선 대통령도 독식이 지나치면 독재로 불릴 수 있다. 독식은 권력자에 대한 추종으로 이어지고, 반대급부로 자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전·현직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청와대에 입성하면 장·차관과 공공기관장 등 자리가 그들에게 주어진다. 전문성보다 권력과의 거리 순으로 기관장, 임원, 심지어 비상근 자리까지 챙긴다는 말도 돈다. 이런 정치적 불평등 풍토에서 계파가 자라고, 줄서기가 일상화되지 않을 수 없다. 정치적 불평등 폐해는 중국의 ‘관시’를 방불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계파 싸움은 총선 때만 되면 치열해진다. 과거에는 양김의 상도동계와 동계동계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이, 박근혜 대통령의 친박과 진박 등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친문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친김이 가세할 태세다. 한때 ‘친이에 의한 친박 학살’로 친박연대가 급조됐지만 이제 친박에 의한 공천 탈락자 중심의 비박연대가 거론된다. 선거 때마다 ‘친○’가 등장해 피선거권의 기회균등보다는 상대편 찍어 내는 기회박탈 행태는 정치적 불평등의 극단적 사례다. 이게 우리의 정치 현실이다. 계파가 있어도 계파 간 공정 경쟁을 하면 정치적 불평등은 해소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여당을 보면 당대표는 비박이고, 공천관리위원장은 친박인데 두 인사 사이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트럼프 수준의 막말이 오갔다. 신문에서 본 당대표와 공천관리위원장의 언사가 가관이었다. “무식한 소리”나 “침 뱉는다”라는 등의 저속한 말도 예사였다. 미국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에게 경고를 보냈는데 우리는 지도부가 막말을 서슴지 않았다. 독식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라 그런지 상대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야당 쪽을 보자. 안철수·김한길 의원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친노 패권주의를 넘어 정치적 평등이 명분이었지만, 추가 합류한 천정배 의원을 포함한 3인의 갈등으로 위기다. 그들이 떠난 야당은 더민주로 당명을 바꾸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는데 그 중심에 김종인이라는 인물이 섰다. 그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이었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참모였다. 그가 박근혜 후보와 싸웠던 문재인 후보 진영에 가서 친노 다수를 공천에서 배제했다. 아무 배나 갈아타는 야릇한 선택이 정치의 일상인지 몰라도 그의 손을 거쳐 간 야당 공천이 참으로 아이러니다. 정치적 불평등 폐해는 경제적 불평등보다 심할 수 있다. 선택받은 집단과 버림받은 집단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그 갈등은 사회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현 여당에서 친이에 의한 친박 배제가 4년 전에 있었고, 이제 친박에 의한 친이와 비박 배제로 재현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한 집단의 정치권력 독식은 경제적 불평등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 특정 정치집단의 등장은 특정 경제집단과의 야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원칙은 이렇다. 각인에게 기회가 균등히 배분될 때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은 정당성을 얻는다.
  • 지갑닫는 가계… 더 멀어진 ‘국민소득 3만弗’

    지갑닫는 가계… 더 멀어진 ‘국민소득 3만弗’

    일각선 “중진국 함정 빠졌나” 우려도 1인당 국민소득이 6년 만에 줄어들면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더 멀어졌다. 경기 침체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계는 더욱 지갑을 닫고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 7340달러라고 밝혔다. 2014년 2만 8071달러보다 2.6% 줄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첫 감소세다. 1인당 GNI는 2006년 2만 823달러로 처음 2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그 이후로 3만 달러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GNI는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인당 GNI 3만 달러’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기준으로 많이 인식돼왔다. 특히 2014년에 3만 달러 근처까지 갔다가 줄어들어 아쉬움이 더 크다. 선진국 문턱에서 10년째 주저앉고 있어 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1인당 GNI가 지난해 줄어든 것은 경제성장률이 저조한데다가 원화마저 약세를 띠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로 3년 만에 가장 낮다.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31.5원으로 2014년(1053.1원)보다 7.4% 올랐다. 올해도 1인당 GNI 3만 달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어 수출 부진은 여전하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6% 줄어들었다. 수출 부진을 보완할 내수마저도 부진하다. 지난해 가계의 순저축률은 7.7%로 전년(6.3%)보다 1.4% 포인트 올랐다. 2000년(8.4%) 이후 1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2년 3.4%와 비교하면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후, 일자리, 주거 불안 등으로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은 떨어지고 저축률은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의 ‘2015 가계동향’에서도 지난해 가계의 평균 소비성향(소득에 대한 소비의 비율)은 71.9%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문재인 “박근혜 3년, 국민 삶 나빠졌다”

    문재인 “박근혜 3년, 국민 삶 나빠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6일 “박근혜 정부 3년간 국민 대부분의 삶이 나빠졌다”며 “이번 총선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강조하듯 경제선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기도 남양주갑 총선 후보로 전략공천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현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더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문 전 대표는 “경제성장률·국민소득 하락, 실업률·가계 부채 상승이 현 정부 3년간의 성적표”라면서 “그동안 부모가 고생해 자식에게 더 좋은 세상을 넘겨줬는데 이젠 자식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포용적 성장을 해야 경제와 민생을 살릴 수 있다”며 “당 대표를 맡았던 동안 경제 정당을 강조한 것도,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선거 사령탑에 앉힌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조 후보는 당 대표를 그만둘 무렵 삼고초려해 모셨는데 인재 영입의 화룡점정이라는 평을 받았다”며 “조 후보와 함께 선한 정치, 정의로운 정치를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조 후보 개소식에는 김원기·임채정 전 국회의장, 최재성·최민희 국회의원,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도 참석해 조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조 후보는 “남양주는 제2의 고향이자 정치적 고향”이라며 “남양주에서 정의를 바로 세우고 강한 남양주를 만드는데 남은 생을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새누리당 심장수, 국민의당 유영훈, 민중연합당 이기원, 무소속 이인희 후보와 맞붙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롯데百 ‘쪼개고’ 신세계 ‘합치고’

    롯데百 ‘쪼개고’ 신세계 ‘합치고’

    롯데, 패션 세분화한 엘큐브 개점 신세계, 최대 쇼핑 테마파크 준비 유통업계의 맞수가 장기 불황, 점포 포화 상태 등으로 성장세가 멈춘 업계의 신성장 동력으로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세분화된 전문점으로 ‘뺄셈’ 방식을, 신세계는 쇼핑·여가·레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쇼핑몰로 ‘덧셈’ 방식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상권에 영 스트리트 패션 전문점 ‘엘큐브’(el CUBE)를 개점한다고 23일 밝혔다. 엘큐브의 영업 면적은 630㎡ 규모로 10~20대 여성이 선호하는 인기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를 모아 놨다. 우길조 롯데백화점 MD전략부문장은 “전문점 출점으로 빠르게 변하는 상권 트렌드를 반영해 개성이 강한 젊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이 출점하지 않은 지역에 출점할 경우 그 지역 상권에 맞춘 패션, 리빙, 화장품 등의 세분화된 전문점 형태로 신규 고객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롯데백화점의 이런 시도는 일본 이세탄 백화점이 2012년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 형태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세탄 백화점은 지난해 기준 화장품, 패션·잡화 등 6개 콘셉트의 전문점 113개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점 총매출만 3000억원에 이른다. 반면 신세계는 신규 고객 창출 방안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쇼핑 테마파크 개점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9월 경기 하남시에서 문을 여는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이 주인공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쇼핑몰의 쇼핑객 평균 체류 시간은 최대 3~4시간이다. 이를 24시간의 개념으로 바꿔 도심이 아닌 교외에서 쇼핑과 여가 외에 레저까지 하루 종일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신세계의 전략이다. 1조원이 투자된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의 연면적은 45만 9498㎡로 유통 채널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 안에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해외명품 로드숍, 스파, 영화관, 일렉트로마트와 같은 전문 매장, 테마파크와 경기장을 모두 입점시킬 계획이다. 특히 스타필드 퍼스트 하남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이름까지 지었을 정도로 공들여 준비하고 있는 점포다. 정 부회장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가족과 연인 단위의 쇼핑객은 늘고 있는데 도심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유통업의 경쟁 상대는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박용만 상의회장 “임시국회서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박용만 상의회장 “임시국회서 경제활성화법 통과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7일 간담회를 열고 “지난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국회에서 경제 관련 법안 논의가 실종돼 초조하고 안타깝다”면서 “남은 임시국회 나흘 동안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국민 경제는 그로 인해 힘을 받고, 박수 속에 끝나는 19대 국회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경제 관련 입법 논의가 실종된 것을 보면 국회가 이제 국민의 살림살이나 경제에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깝다”고 하소연한 뒤 “엄동설한 속에 160만명이 넘는 분들이 (입법촉구) 서명에 간절한 염원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특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을 우선 통과 대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국민소득이 2만 5000달러를 통과할 시점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서비스산업 비중이 70%가 넘지만 우리는 60%가 안 된다. 그 10% 포인트의 격차를 일자리로 환산하면 69만개”라며 법안 처리의 시급함을 강조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사설] 中 ‘중속성장’, 구조개혁으로 경쟁력 키워야

    중국이 마침내 7% 이상 고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시대의 막이 내렸음을 공식 선언했다. 리커창 총리는 그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4차 전체회의에서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6.5~7.0%로 제시한 13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인 ‘13·5 규획’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고도성장세를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속 성장 경제로 전환한 것이다. 리 총리가 제시한 6.5~7% 성장률은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의 두 배로 늘려 중국의 모든 국민이 의식주 걱정 없이 안락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수치다. 중국 발전전략의 핵심을 혁신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산업의 고도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게 리 총리의 방향이다. 중국의 중속 성장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권이다. 세계 각국에 물품을 공급하는 생산기지이자 엄청난 양의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13·5 규획은 향후 중국이 과잉설비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설비 감축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결국 기간산업 전반에서 기업 통폐합과 공장 폐쇄로 이어져 대규모의 실업자 발생과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무역의 약 4분의1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로서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력을 튼튼히 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처럼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에 대한 공급과잉 문제를 안고 있어서다. 이들 산업에 대한 산업 고도화, 기술혁신을 통한 신사업 발굴이 절실하다. 경제 회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계기업 정리도 서둘러야 한다. 대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제구조 개선,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규제개혁의 강력한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26.1%에 달했다. 중국 의존을 줄이지 않으면 중국 경제 침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언제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통해 무역 영토를 넓힐 필요가 있다. 중국의 중속 성장 시대가 우리 경제에 악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대로 대처한다면 경제구조개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中 ‘6%대 성장’ 공식화하나… 재정적자·국방비 증액도 관심

    中 ‘6%대 성장’ 공식화하나… 재정적자·국방비 증액도 관심

    중국 양회(兩會)가 3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과 더불어 시작된다. 10일 남짓 이어지는 양회에서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4년차 로드맵이 발표된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장기 발전 계획인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 2016~20년)이 실행되는 첫해인 만큼 모든 정책이 13·5규획의 발전 이념 구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전인대는 정부가 제출한 정책 사업에 대한 예산안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구로, 전인대가 내놓은 청사진을 보면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어디에 쏟아부을지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시장에 명운이 걸린 한국 기업으로서는 전인대의 맥을 짚어야 향후 활로를 개척할 수 있다. 5일 전인대 발표 ‘2016 정부업무보고’는 재정 운영 가늠 척도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하는 ‘2016년 정부업무보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자리에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 국방예산 증가 폭이 발표되기 때문이다. 이 3개 지표는 중국 재정 운용을 가늠하게 하는 척도다. 중국 거시정책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올해 성장률 목표치가 6.5~7.0% 수준이 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무디스 등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이 6.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이 만약 6.5%를 성장률 목표치로 제시하면 중국 경제가 지난 30년간의 고속 성장 신화를 공식 마감하고 ‘중·고속 성장 시대’로 본격 진입한다는 의미가 있다. 반면 이번 전인대에서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7.0%로 제시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예고하는 것이다. 올해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기준금리 인하가 아니라 재정지출 확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준금리 인하는 미국 달러화와의 금리 차를 벌려 외화 유출의 빌미가 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도 2016년에는 재정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따라서 지난해 2.3%였던 GDP 대비 재정 적자 비중이 최소 3%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중국의 재정 집행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수치는 국방예산 증가율이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2011년 이후 매년 10% 이상의 증가세를 이어 왔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일 중국 군사 전문가들의 예측을 토대로 국방예산 증가율이 2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최근 항공모함 추가 건조 계획을 밝히고 새로운 전략미사일 운용 부대인 로켓군을 창설하는 등 올해를 전면적인 ‘군사 굴기’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미국, 일본과 군비 경쟁을 치러야 한다. 5개 발전 이념인 ‘혁신·협력·녹색·개방·공동 향유’를 주목하라 시 주석은 지난달 23일 공산당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에서 중국 경제 발전의 2개 기준을 제시했다. ‘2개 시부’(是否, ~인지 아닌지)로 명명된 이 원칙은 경제를 운영하면서 ▲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 ▲인민에게 실질적인 행복감을 주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으로, 이번 전인대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덩샤오핑이 제시했던 ▲사회주의 생산력 발전에 유리한가 ▲사회주의 국력을 강화시키는 데 유리한가 ▲인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는 데 유리한가의 ‘3개 유리’(有利) 기준을 심화한 것이다. 덩샤오핑이 양적 발전을 강조했다면 시 주석은 질적 발전을 강조한 셈이다. 이 원칙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확정된 13·5규획의 연장선 위에 있다.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과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의 두배로 확대해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한다는 게 13·5규획의 핵심인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올해부터 5개 항의 발전 이념을 추진한다. 5개의 발전 이념은 혁신, 협력, 녹색, 개방, 공동 향유다. 혁신 발전의 핵심 요소는 창업, 인터넷 플러스(인터넷과 기존 산업의 융합), 빅데이터, 제조 강국 건설(중국 제조 2025), 서비스 산업 발전, 정부기구 축소 및 권한 이양 등이다. 협력 발전은 신형 공업화·정보화·도시화·농업 현대화의 촉진을 말한다. 녹색 발전은 자원 절약과 환경보호를 국가 기본정책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에너지사용권·오염물질배출권·탄소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기업에 대한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방 발전은 연해 지역의 글로벌 합작과 경쟁 참여를 더욱 촉진하고 글로벌 영향력을 가진 선진적 제조 기지를 육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1세기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은 개방 발전의 핵심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발전의 과실을 공동으로 누리겠다는 이념이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공공서비스를 늘리고 7000만명에 이르는 농촌 빈곤층 퇴치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농민공 자녀 및 여성·노인에 대한 돌봄서비스 체계도 구축한다. 두 자녀 전면 허용과 고령화 사회 대비 전략도 공동 향유 발전 이념에서 나왔다. 10대 전략 산업, 한국과 겹쳐… 中 산업 고도화는 ‘위기이자 기회’ 중국 정부가 제시한 발전 방향을 따라가다 보면 거대한 시장과 만나게 된다. 당장 두 자녀 정책 시행으로 매년 500만~600만명의 신생아가 증가해 연간 1000억 위안(약 18조원) 규모의 소비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빈곤 퇴치와 고령화 사회 대비 프로젝트는 교육·의료 시장의 급팽창을 불러온다. 서비스 산업의 한 축인 관광을 보면 중국 정부는 2020년 국내 여행객 규모를 65억명으로 추산한다. 해외 여행객은 1억 7000만명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칭화대 국정연구원 후안강 원장은 “중국은 GDP와 도시화율 측면에서는 이미 샤오캉 사회에 진입했다”면서 “2020년이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가장 큰 중산층 사회가 될 것이며 각국은 중국 관광객을 수용할 호텔 부족으로 큰 고민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산업의 고도화는 한국엔 위기이자 기회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가 1일 발표한 ‘한·중 경쟁력 분석’을 보면 중국의 산업구조가 고부가가치·고기술 위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중간재 자급률도 높아져 소비재 중심의 수출구조가 중간재 및 자본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에 석유화학제품, 철강재, 전기전자부품, 기계부품 등의 중간재를 주로 수출하던 한국으로서는 중국 수출이 더욱 줄 수밖에 없으며 해외시장에서 오히려 중국과 경쟁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특히 중국이 2025년까지 독일, 일본, 미국과 같은 제조업 강국이 되겠다고 선언한 ‘중국 제조 2025’ 프로젝트에서 선정한 10대 전략 산업은 한국의 미래성장동력 19대 산업과 대다수가 겹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차세대 정보기술(IT), 항공우주장비, 해양 엔지니어 설비, 신에너지 자동차, 신소재 등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중국의 산업 및 무역구조 변화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대응 정도는 상당히 미흡하다”면서 “우리나라가 강점인 분야를 중심으로 한 선택과 집중 및 부품 소재에서 최종 조립까지 이어지는 산업 기반의 완결성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보완 관계를 이용해 중국의 산업 발달을 우리나라 관련 산업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연구원 이문형 북경사무소장도 “시스템 반도체, 클라우딩, 빅데이터, 스마트 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용어클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중국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로 국회와 비슷한 기구다. 공산당이 결정한 주요 정책과 인사를 승인하고 의결한다. 지역 대표와 직능 대표 등 2900여명으로 구성되며 국정 계획과 예산안을 심의, 의결한다. 상설 기관인 상무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매년 3월 초에 상징적으로 한 번만 열린다.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정책자문회의로 전국위원회와 상무위원회로 구성된다. 국정 계획을 토의하고 제안, 비판하는 역할을 한다. 전인대와 동시에 열려 이를 묶어 양회(兩會)라고 한다.
  • 평생 벌어도 집 못사는 사회의 ‘대안 찾기’

    평생 벌어도 집 못사는 사회의 ‘대안 찾기’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이원재 지음/어크로스/328쪽/1만 5000원 1960년에 100달러를 밑돌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에는 3만 달러에 육박해 55년 만에 300배가량 늘어났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도 300배 행복해졌을까. 지난 20년간 가파르게 치솟은 자살률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는 사회관계망 지수를 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경제평론가인 희망제작소 이원재 소장은 이 책에서 아버지 시대의 성장, 소득 담론이 불어넣은 희망과 약속이 어떻게 깨져왔는지 밝힌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 본격 진입한 우리가 새롭게 성찰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학업을 마친 후 평균적인 직장에 취업하고 열심히 일해서 내 집 마련을 꿈꾸고 은퇴 이후에 작은 가게를 꾸리며 적절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대했던 아버지 세대의 인생 계획은 자식 세대에게는 도달 불가능한 목표가 돼 버렸다. 아들의 나라에서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 구성원들의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파국이 예고되어 있다는 저성장 시대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소장은 아버지 세대가 굳게 믿는 성장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이 더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보고 이에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사회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책의 1부에서 아버지 세대에 만들어진 삶의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지고 있는 자식 세대의 현실을 냉정히 살펴보고 2부에서는 다섯 가지의 핵심적 경제 이슈인 성장, 소득, 일자리, 기술, 노후 등에 대한 새로운 사고를 일깨운다. 그리고 3부에서는 우리가 옮겨가야 할 사회와 새롭게 마련해야 할 선택지를 제시한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단독] “KIST는 성공했다”… 46년 만의 응답

    [단독] “KIST는 성공했다”… 46년 만의 응답

    1970년 3월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에는 필립 보페이 기자의 ‘한국과학연구소, 개발도상국의 모델일까?’라는 기사가 실렸다. 4년 전(1966년 2월) 아시아의 작은 개발도상국에 세워진 연구소의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 본 분석기사였다. 대상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였다. KIST가 설립됐던 1960년대 중반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00달러가 채 되지 않았고 대부분의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고작 8700만 달러(당시 가치로 약 235억원)에 불과했고 산업연구는 전무했다. 당시 국내에는 80여개의 정부와 민간 과학연구기관이 있었지만 대부분 존재가치가 없는 것으로 평가됐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보페이 기자는 “총 2400만 달러가 투입된 KIST 건립은 한국의 과학기술과 산업화 기술의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KIST 설립 아이디어를 제시한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관 도널드 호닉 박사의 입을 빌려 “린든 존슨 미국 대통령과 박정희 한국 대통령의 합의로 설립된 KIST 같은 형태의 연구소는 본 적이 없으며 ‘다른 개발도상국에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만 46년이 지난 올해, 사이언스는 KIST 이병권 원장의 특별기고를 2월 26일자로 실었다. ‘KIST 창립 50주년, 기적을 넘어’라는 제목의 기고는 46년 전 사이언스의 전망과 비교할 때 불가능할 것 같았던 격세지감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원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의 후유증과 경제난으로 극빈국 중 하나였던 한국이 2015년 기준 국민소득 2만 7000달러, 2016년 정부 R&D 예산 12조 6380억원 등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국가로 초고속 성장하게 된 것은 과학기술 덕분이며 그 뒤에는 국내 최초의 종합연구기관인 KIST 설립이 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KIST를 모태로 한 16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연구개발과 상용화 노력으로 농업 중심 경제를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기계·부품, 석유화학 등을 포함한 기술기반 산업경제로 탈바꿈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오늘의 눈] 근시사회와 과학/유용하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근시사회와 과학/유용하 사회부 기자

    “그야말로 잃어버린 8년이에요. 과학기술에서 1년 차이는 다른 분야의 10년 차이와 같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데, 요즘엔 당장의 성과에 연연하다 보니 긴 안목으로 보는 정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거죠.” 얼마 전 과학계 인사 몇 명과 저녁 자리를 갖고 과학기술계 돌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참석자 한 명이 던진 한마디였다. 말인즉 이명박(MB) 정부가 과학기술부를 해체하면서부터 우리나라 과학정책에서 장기적 안목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 내놓는 과학기술 정책이라는 것들이 대개 길어야 5년 앞을 보고 추진하는 근시안적인 정책들, 혹은 외국 사례들 베끼기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와 국내 과학기술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장 선진화된 과학기술 정책 시스템으로 평가받던 과기부를 해체했다. 당시 과기부를 없애고 교육과학기술부를 신설한 이유 중 하나는 일본의 사례였다. 일본은 2001년 ‘작은 정부’를 목표로 문부성과 과학기술청을 통합해 문부과학성을 설치했다. 그러나 일본은 과학기술 정책 약화를 우려해 문부과학성과 별도로 총리 산하 내각부에 장관급인 과기정책 담당 대신을 따로 두고 관련 정책을 총괄하도록 했다. 이번 정부는 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산업기술인 정보통신기술(ICT)과 중장기적 전망과 정책이 필요한 과학을 붙여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했다. 또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을 혁신하겠다며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회처럼 상용화 연구에 강한 정부출연 연구소를 육성하겠다는 정책도 내놨다. 프라운호퍼 소속 연구소들은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연구들을 하지만 평균 연구 기간 5~10년의 중장기 과제들이 많고, 연구소 운영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을 정도로 독립성과 자율성이 보장된다. 최근 ‘근시사회’라는 책을 펴낸 미국 저널리스트 폴 로버츠는 “현대사회는 미래를 생각하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을 보는 ‘근시’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근시 상태에 빠지면 개인의 특수성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다른 사람을 추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현재의 효율성 때문에 미래를 망각하게 된다.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1967년 4월 21일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되지 않던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 중 유일하게 과학기술 전담 부처인 과학기술처를 세워 40여년간 눈부신 과학기술 발전을 이끌어 온 것은 현재의 부족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빈곤의 철학’ 덕분이었다. 그렇지만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는 과학기술 정책 부처,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 같은 정부의 국정 과제에 과학기술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는 모습, 일관성 없는 R&D 정책 등 최근 10년간 정권의 변화 때마다 나타난 모습에서는 근시 상태에 빠진 ‘철학의 빈곤’이 느껴진다. 개인의 근시는 안경이나 콘텍트 렌즈 또는 외과 수술을 통해 보정이 가능하다. 그렇지만 국가의 미래를 바라봐야 할 과학기술 정책에서 철학의 빈곤과 근시안은 무엇으로 고칠 수 있을까. edmondy@seoul.co.kr
  • [최광식 문화가 있는 삶] 도약의 계기가 될 평창동계올림픽

    [최광식 문화가 있는 삶] 도약의 계기가 될 평창동계올림픽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강원 평창에서 제23회 평창동계올림픽대회가 열린다.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평창올림픽의 의미는 크다. 이 대회가 성공하느냐 마느냐에 현 정권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할 바로미터도 될 수 있다. 특히 이 대규모 스포츠 축제를 문화를 융성시키고 관광 산업을 발전시키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정부 주도로 개최한 1988년 서울올림픽은 전 세계에 한강의 기적을 알리고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 이하였지만 경제 효과는 4조원에 이르렀다. 한편 2002년 한·일 공동 월드컵대회 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중진국의 다이내믹한 모습을 보여줬으며, 당시 경제효과는 10조원이나 됐다.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달러가 되지 않던 때였다. 우리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선진국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예상 경제효과는 20조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 이상인 시기가 될 것이다. 종래 하계올림픽 개최국은 20여 개국이지만 동계올림픽 개최국은 10여 개국밖에 되지 않는다. 개최국은 대부분 선진국으로 동계올림픽은 선진국형 올림픽이라 할 수 있다. 참가국 수는 하계올림픽보다 적지만 참가국은 대부분 선진국과 중진국이다. 인천아시안게임엔 45개국 1만 3000명이 참가했었으나 평창동계올림픽엔 80여 개국 2만 6000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개막을 선언할 예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2월 24일까지이므로 2월 25일 폐막식에 차기 대통령이 참석할지 국무총리가 참석할지 미지수이나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 여부는 사실상 박근혜 정부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산업적으로 성공하려면 선수단과 임원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서 경기를 보고, 강원도를 비롯한 한국의 명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강원도 지역뿐 아니라 여러 지역을 엮어서 네트워크화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평창 지역은 오대산 자락으로, 남쪽으로 태백산, 북쪽으로 설악산, 금강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따라서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는 지역을 관광자원으로 잘 활용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동절기라 날씨가 춥기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생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오대산과 설악산뿐만 아니라 금강산까지 갈 수 있다면 어떠한 추위에도 세계의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다. 강원도는 분단국가인 한국의 분단도이다. 이를 극복하는 계기로서 그 이야기를 스토리텔링화하고, DMZ를 개방하여 생태평화공원을 볼 수 있다면 통일시대에 대비하는 평화올림픽과 환경올림픽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계속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대회 직전 북한이 또다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어 참가국은 물론 참가자 수가 대폭 줄어 김이 빠져버리는 반쪽 올림픽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러면 평화와 선진국을 향한 우리의 염원은 그야말로 공염불로 끝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서라도 차츰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온건책을 적절히 구사해야 대회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 기회에 한국 문화의 정수인 ‘한글’을 대중화, 정보화, 세계화하는 각종 아이디어와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참가국의 국가 및 선수 이름 등을 영문과 함께 한글로 표기하여 선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외에 각종 기념품들도 한글을 활용한 디자인으로 제작한다면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문화올림픽과 평화올림픽으로 성공하여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려대 교수
  • [기고] 세 살부터 배워야 안전 지켜진다/김명현 한국소방안전협회 회장

    [기고] 세 살부터 배워야 안전 지켜진다/김명현 한국소방안전협회 회장

    스페인이 낳은 천재 화가 피카소. 그는 처음부터 천재는 아니었다. 유명 작가의 그림을 수없이 습작했고 심지어 그림을 훔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많이 보고 또 경험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많은 작품이 재해석돼 그려졌다. 벨라스케스의 명작 ‘시녀들’을 분석해 그린 58점의 ‘시녀들’ 그림이 이를 증명한다. 끝없는 배움이 천재를 만들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서는 매년 각국의 교육 수준,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척도로 삼아 인간개발지수(HDI)를 매긴다. UNDP 보고서 ‘재해 위험 저감을 위한 개발 도전’에선 놀라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케냐, 네팔 등 HDI 하위 50개국은 세계 자연재해의 11%를 차지했고 매년 사망자의 53%가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는다. 반면 HDI가 높은 경우 1.5%만이 자연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그 차이의 원인을 배움, 즉 교육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교육의 힘은 실로 무섭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아낌없이 교육에 투자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규모는 32조 9000억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로 평균의 3배나 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교육 영재들은 오로지 국어·영어·수학 위주로 배우고 사회에 나온다. 소화기 1대가 아닌 영어 단어 하나가 목숨을 살리게끔 사회가 만든 것이다. 재난 사고 때마다 예방을 외치지만 메아리처럼 돌아올 뿐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가 역설한 ‘안티프래질’(충격을 받을수록 더욱 강해지고 성장한다는 뜻)의 개념을 무색하게 만드는 현실이다. 내적 동기가 활발한 청소년기의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 행동 자체를 즐기는 능동적인 시기인 만큼 이때의 소방교육은 평생 몸에 습관으로 기억될 수 있다. 중장년기의 경우 외적 동기가 지배적이다. 행동에 보상이 필요한 수동적인 상태여서 교육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어릴 때의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 안전사고 예방 3개년 기본계획’의 일환으로 ‘안전한 생활’ 초등학교 저학년용 교과서를 제작하기로 했다. 2017년부터 적용된다. 주당 1시간이란 짧은 시간이 할당돼 실효성을 판단할 순 없지만 분명 환영할 일이다. 다만 교과서 위주가 아닌 소화기 사용, 심폐소생술 실습, 피난 체험 등 기본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머리에 각인돼 즉각 반응한다. 중국 사상가 순자는 ‘봉생마중 불부이직’(蓬生麻中 不扶而直) 백사재열 여지구흑’(白沙在涅 與之俱黑)이라고 썼다. 쑥은 삼밭 사이에서 자라면 곧게 자라고 하얀 모래도 진흙에 섞이면 검게 변한다는 뜻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소방 안전 의식을 배울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천재 피카소와 HDI 하위 국민 중 누가 후손이길 바라는가.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진실한 사람’ 키케로/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진실한 사람’ 키케로/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기원전 63년 로마의 탁월한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BC 43)는 로마 공화정 최고의 공직인 집정관 후보로 출마했다. 키케로는 귀족 출신이 아닌 기사 계급인 데다 정치 신인이었다. 당시 안토니우스와 같은 쟁쟁한 명문가 출신 정치인들과 경쟁하면서 승리를 위해 분투했다. 집정관이 되겠다고 나선 형을 보면서 동생 퀸투스가 키케로를 위해 권고한 선거 전략 가운데 흥미로운 게 여럿 있다. ‘출신 환경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천성과 노력으로 얻은 풍부한 자질을 적극 활용하라’, ‘유권자의 호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주제를 택해 기대감을 주도록 애써야 한다’는 대목 등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띄는 전략은 지지자와 협력자를 확보하기 위해 키케로가 ‘진실한 사람’임을 확신하게 만들라는 조언이다. 일시적이고 선거용이 아닌 지속적이고 굳건한 우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라는 취지의 권고다. 이는 예산 폭탄과 특혜의 보장 등 선심성 거래를 통해 우정과 유대를 만들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철저한 공화주의자였던 키케로의 정치 철학에 대한 불변성을 유권자에게 강조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실제 동생 퀸투스의 선거 전략이 주효했는지 키케로는 절대 다수의 지지를 얻어 집정관에 당선됐다. 그리고 그 뒤로 로마 시민의 믿음에 부응하면서 로마 공화정을 끝까지 사수하다 최후를 마쳤다. 요즘 시중에도 ‘진실한 사람’들의 경합이 주목을 끈다. 세상에는 진실한 사람이 넘친다. 하지만 인간사의 상황에 따라 요구되는 진실의 기준은 여럿이다. 사랑하는 남녀 간에는 지고지순한 사랑이 최고의 진실일 테다. 학자에겐 치열한 탐구정신과 독창성이 탁월한 진실이 될 터. 정치인에겐 당파적 이익보다 국민들이 염원하는 시대적 화두에 충실히 응답하는 것이 진실의 덕목이 아닐까. 국회의원은 입법자이자 국정의 감시자다. 국회의원은 선량(選良)이라 불리기도 한다. 말의 뜻 그대로 무언가 탁월하기에 뽑힌 사람들이다. 따라서 응당 가장 탁월하고 진실해야 할 사람들이다. 특히 약속을 지키는 신뢰의 정치인이라면 금상첨화. 모든 정당의 후보들이 이런 사람들이라 믿고 싶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야말로 탁월한 입법과 정책 창안을 이끌 사람들이 선출돼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탈피하고 경제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기필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설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사설] 신성장 동력 발굴에 한국의 미래가 달렸다

    미래창조과학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 6개 부처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한 성장 동력 확충’이라는 슬로건으로 80조원을 ‘창조경제’에 투입하는 내용을 담은 신년 업무보고회를 가졌다. 업무보고의 핵심은 3대 추진전략 중 ‘역동적인 경제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창조경제 구현과 미래에 대비한 투자를 위한 실행 파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국민소득 4만 달러인 나라의 공통점은 바탕에 문화·관광수입 1만 달러를 깔고 있다. 우리가 이들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산업생산력 제고만으로는 어렵다. 문화·관광 산업 분야의 소득이 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문화와 관광을 앞세운 정부 정책에 공감한다. 핵심 분야는 문화융성, 관광산업 육성, 바이오 헬스 육성, 민간투자 촉진 등 4가지다. 먼저 문화융성을 위해 올해부터 300개 기업에 1000여명의 예술가를 파견해 경영전략부터 상품기획, 조직문화 개선 등 ‘인문학적 상상력’을 기업에 접목하기로 했다. 산업과 문화가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두 번째는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2017년까지 관광객 2000만명을 유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장밋빛 계획이라고 폄하하지만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고 본다. 과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연간 600만명이던 서울시 외국인 관광객 수를 1200만명으로 늘린다고 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으나 2014년 1142만명을 유치, 거의 목표치에 도달했다. 세 번째는 바이오 육성 방안이다. 신약개발 등 제약산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이는 한미약품이 가능성을 입증했다. 제2, 제3의 한미약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신약의 신속한 시장 진입을 돕고, 약값 책정 때 우대하는 등 규제를 완화한다. 비교 우위에 있는 국내 의료기술을 브랜드화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네 번째는 민간투자 촉진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되 신성장산업의 창출을 민간기업이 주도하도록 했다. 민간기업은 투자 여력이 충분할 만큼 사내 유보금을 쌓아 두고 있다.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제성장과 양극화 및 청년 실업 등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청사진만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려면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며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 단기 성과에 만족하거나 집착해서도 안 될 것이다. 가령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없다. 때로는 좌절과 예산 낭비를 경험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십 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는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라는 말이 있다. 허물이나 잘못을 고치는 일을 꺼려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열린세상] 새해의 한국 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강태혁 한경대 교수

    [열린세상] 새해의 한국 경제, 어떻게 할 것인가/강태혁 한경대 교수

    지성인 집단이라는 대학교수들은 지난해를 가리켜 혼용무도(昏庸無道)라고 했단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무질서 속에 혼란스러운 한 해였다는 말이다. 실제 한창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할 5월부터 한국 경제는 연타를 맞았다. 예상치 못한 중동호흡기증후군이 범인이었다. 연이어 부패 고리에 연루된 정치권 스캔들이 터지고, 여권 내부 불협화음은 배신의 정치와 진실한 사람 공방으로 한 해를 허송했다. 야권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집안싸움은 계속됐고, 발목 잡기나 하면서 해를 보냈다. 문인들과 대학교수까지 가세해 반지성적인 표절 시비로 몸살을 앓았다. 기성세대의 무책임·무절제한 탐욕으로 빚어진 혼돈 속에 사회는 갑과 을로 고착화되고, 기성세대의 갑질에 미래세대의 꿈은 무너져 내렸다. 연이은 정쟁은 내일을 예측할 수 없게 했고, 예측할 수 없는 내일을 걸고 경제활동에 나설 사람은 없었다. 정부는 해외 경제 여건을 탓하고 여의도를 원망했다. 힘든 여건 속에서도 선방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세계 평균 수준의 성장, 안정된 물가, 아직은 괜찮은 재정수지 등 외형적인 거시지표가 그만하면 됐다고 자족했다. 그런데 정치사회적 난기류 속에 2015년 경제성적표는 빈한했다. 3% 성장은 달성해 보겠다는 의욕으로 추경까지 동원했지만 “혹시?”는“역시!”로 그치고 말았다. 경제성장률 2.7%(예상). 연이은 뒷걸음질로 수출강국의 체면은 구겨진 지 오래고, 수출입 1조 달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수출액 증가율 -7.9%(잠정). 수출 둔화에 대비해 내수를 키워야 한다는 말은 끝내 구두선에 그치고, 수출도 내수도 안 되니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전투적 노조의 일자리 보전 투쟁과 맞물려 제도권 밖의 청년들은 비정규직으로 겉돌고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두 배가 넘는다. 청년실업률 10%(6월). 여도 야도 언필칭 민생을 외쳤지만, 서민 경제는 시름시름 앓고 있다.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주택담보대출, 대학생 학비 지원이라는 등록금 융자 등 저금리에 맛들인 빚잔치에 가계부채는 늘어만 갔다. 가계부채 1200조원, 국민소득의 80%. 이제야 알았다는 듯 정부는 대출 규제를 조자룡의 헌 칼처럼 휘두르고 있다. 바야흐로 미국의 금리 인상 파고가 태평양을 건너오면 가계부채는 대규모 금융부실로 이어질 시한폭탄이 됐다. 한반도 반쪽은 2015년을 그렇게 보냈다. 경제가 어렵기는 이웃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 열강을 꿈꾸고 있다. 강한 일본, 강한 경제, 풍요로운 국가를 건설한다는 아베노믹스에 안간힘이다. 잃어버린 20년을 회복하기 위한 재생의 10년 계획 달성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 않은가. 대륙 중국의 힘은 더이상 물량 공세나 인해전술만이 아니다. 최첨단 기술제품을 최저 가격으로 우후죽순 출시해 우리 시장을 빼앗고, 13억 시장을 무기로 신생 부호가 속속 국제무대에 깜짝 등장해 지구인을 놀라게 한다. 한때 아시아의 네 호랑이 중 하나였던 한국이 언제부턴가 두 거대 골리앗 사이에 낀 다윗의 형국이다. 두 공룡의 가쁜 숨소리에 동북아는 소용돌이 조류에 휩싸이고 일엽편주 한국호는 지금 항로를 못 찾고 있는 것 아닌가? 잘나가던 고성장의 달콤한 미몽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 정치 계절을 앞두고 벌이는 네 탓 공방이나 에멜무지로 던지는 허황한 풍선 공약에 도취해 있을 계제가 아니다. 올해를 또 그렇게 보낼 것인가. 새로운 경제 생태계 조성이 급하다. 저성장 시대의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새 물길을 찾아 경제체질을 강인하게 다져 놓아야 한다. 그래야 큰물을 만나도 위축됨 없이 뛰어들 수 있지 않겠나. 가능성에 도전하는 기업에 기회의 문을 활짝 개방하고, 둥지를 갓 털고 나온 스타트업도 힘껏 활갯짓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좋은 시절 벌어 놓은 곳간 알곡 빼먹을 궁리나 하는 기업인이나, 피와 나락을 구분하지 않고 손쉬운 돈벌이만 탐하는 기업은 도태돼야 한다. 경제 생태계가 건강해야 창업도 되고 일자리도 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15년도 한국의 경쟁력이 26위라고 했다. 해마다 뒷걸음질이다. 올해 새로 출범하는 20대 국회에 희망을 품어 본다.
  • “조선업 물량 폭주 없다…살길은 오직 기술력 이젠 질적 성장으로 정체성 전환할 때”

    “조선업 물량 폭주 없다…살길은 오직 기술력 이젠 질적 성장으로 정체성 전환할 때”

    정성립(66)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부잣집 도련님의 자세는 벗어던지고, 알바하는 자세로 영업하겠다”고 한 말이 가슴속을 파고들었다. 침체 국면에 놓인 조선업의 ‘새 길’을 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의 메시지로 다가왔다.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14일 옥포조선소로 찾아가 정 사장을 만났다. 본론부터 꺼냈다. 첫 질문을 던졌다. →조선(造船), 희망이 있는 건가. -중기적으로는 희망이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예전과 같은 호황이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산업에서 조선산업이 차지하는 위치가 성장산업이었다면 지금부터 향후 조선업이 차지하는 방향은 여태껏 누려 왔던 위치를 지켜 가는 게 최선이고, 어떻게 하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하느냐가 큰 과제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게 성장산업으로서의 전망이라면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주요 산업으로서 고용을 많이 유지하면 적어도 20~30년간은 그런 측면에선 희망이 있다고 본다. →지난해 연간 수주량이 중국에 뒤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을 너무 만만하게 본 것은 아닌가. -자연스러운 역사적 현상이다. 노동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소득이 올라가면 그 나라의 조선산업은 경쟁력을 잃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도 1950년대 영국, 1960년대 스칸디나비아, 1970년대 일본, 1990~2000년대는 한국이 경쟁력을 가졌다. 결국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3만 달러, 4만 달러로 간다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렇지만 우리보다 조선산업의 역사가 오래된 유럽은 아직도 여객선이 남아 있고, 미국은 군함과 첨단 선박을 만들고 있다. 여전히 기술력과 엔지니어링을 갖춘 선진국들이 해당 분야 톱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조선산업도 물량 위주의 조선이 아니라 기술 위주의 조선산업으로 정체성을 바꿔야 하는 전환기가 왔다. →그럼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풍부한 기술인력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우리에게 좋은 신호는 중국이 조선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동시에 발전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이다. 중국의 경우 섬유산업과 최첨단 전자, 정보기술(IT)산업이 함께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젊은 인력이 첨단 산업 쪽을 선호하고 있다. 조선산업은 상대적으로 작업 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젊은 중국 친구들에게 매력 있는 산업은 아니다. 조선산업과 첨단 휴대전화 산업이 같이 간다고 하면 우수 인력이 어디로 가겠는가. 중국 조선소는 우수 인력을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겁낼 것 없다. 중국이 양적으로는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는 아직도 어려움을 적잖이 겪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 30~40년 동안 쌓은 기술이 축적돼 있지만 중국은 이런 축적된 기술이 없다. 중국에 발주한 외국 선주들이 최근 한국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처음 기대했던 품질과 납기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중국이 생각보다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사람인데 우리의 수준은 어떤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우리가 일본을 앞지르게 된 원동력도 기술력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조선에서도 일본이 기술력 면에선 한국에 앞선다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기술력에서도 조선은 우리가 압도적인 우위다. 왜냐하면 1980년대 한국 조선산업이 치고 올라올 때 일본이 쓴 정책은 표준선형 정책이었다. 한국의 노동력을 감당할 수 없으니 여러 종류의 배를 만들기보다는 한 가지 종류에 집중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배는 가격이 1000만~1억 달러에 이른다. 기성복과 같은 일본 표준선을 사느니 한국에서 자기네들 입맛에 맞는 배를 발주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판단 착오였고 그게 한국과 일본의 순위가 역전된 이유다. 그 덕택에 우리는 설계인력을 많이 양성했고 기술력도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대한민국의 조선업은 두 가지 분야다. 일반 상선과 해양인데 이 둘은 시장이 다르다. 우선 해양 쪽은 3~4년은 어려울 것 같다. 매우 심각한데 이유는 기름값이다. 2010년을 전후해 대한민국 조선소들이 대량 수주했던 것은 오일 회사들이 배럴당 100달러대의 기름값으로 충분한 자금력을 확보해 발주를 많이 했기 때문이다. 심해저에서 기름을 캐기 위한 대형 구조물의 발주량이 쏟아졌다. 그렇지만 지금 오일 컴퍼니들이 희망적으로 말하는 유가는 배럴당 50~70달러다. 이런 유가에 채산성을 맞출 수 있는 오일 개발에 한정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처럼 해양공사의 러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30달러 선에서는 앞으로 2~3년간 어려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선박 시장은 1990년대 말부터 계속 호황을 겪어 왔다. 보통 선박은 5년 주기로 호황, 불황의 사이클이 있다고 했는데 그런 흐름을 무시한 호황이었다. 이는 중국이라는 세계경제에 없었던 어마어마한 시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도 성장이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 나타나지 않는 한 지금 있는 배들이 노후화돼 그걸 대체하는 수요 정도가 앞으로의 시장을 끌고 갈 것이다. 5년 주기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그럼 대우조선해양의 살길은 뭔가.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안에서도 기술력 면에서는 다른 경쟁자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우리가 전 세계 액화천연가스(LNG)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특허 기술을 사용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그 경쟁력을 선주들에게 인정받아 수주를 한 것이다. 누차 강조했지만 앞으로 갈 길은 기술력이라고 본다. 기술 개발에 좀 더 집중하고 자동화 측면에 투자 내지 신경을 더 써서 생산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경쟁력은 세계 톱클래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회사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는데. -지난해 5월 1일부터 집무를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우조선해양은 빅3 중에서도 가장 안정된 회사라는 생각을 갖고 취임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아주 어려웠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드리고 그만큼 질책도 받았다. 상당히 가슴 아프고 참담한 시절이었다고 본다. 결과를 놓고 보면 대우조선해양이 국민들에게 상당한 심려를 끼친 것은 맞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회사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부도덕하고 무능한 사람들로 매도되는 건 너무 가슴이 아팠다. 남아 있는 직원들은 사실 지시받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회사가 어려워진 만큼 회사를 살리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100% 수긍한다. →현장을 둘러보니 안정을 찾은 것으로 보여진다. 회사 전망은 어떤가. -올해와 내년이 지나면 빅3 안에서도 가장 안정되고 수익성이 좋은 회사로 탈바꿈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빅3 중 가장 시련을 많이 겪은 회사다. 1980년대 후반에는 노동운동으로 몸살을 앓았고, 대우그룹이 해체되며 워크아웃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렇지만 2000년대 초에는 빅3 중 생산성과 수익성이 가장 좋은 회사였다. 내가 장담하건대 우리 직원들에게는 고난을 이겨 내는 DNA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런 정신을 살려 밑바닥부터 정리하는 기회가 된다면 올해에는 정상화 되고, 내년에는 그 효과가 날 것이다. 후년에는 적어도 조선 3사 중에서는 가장 안정되고 생산성과 수익성 면에서 선두에 서는 조선소가 되리라 믿는다. →직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채권단이나 대주주의 어려운 결정으로 유동성 위기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차례다. 더이상 불안해할 필요는 없고, 작년에 겪은 어려움과 아픔을 디딤돌로 삼아 다시 도약하자. 거제 최용규 부국장 ykchoi@seoul.co.kr
  • [시론] 한·일 재무당국 정경분리 전통 되살려야/최중경 동국대 석좌교수·동국정경연구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시론] 한·일 재무당국 정경분리 전통 되살려야/최중경 동국대 석좌교수·동국정경연구원장·전 청와대 경제수석

    1999년 1월 1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제2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재무장관회의가 열렸다. 외환위기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때라 이규성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은 유럽의 재무장관들을 상대로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음을 알리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여기서 이 장관은 국제금융시장 분위기를 바꾸는 회심의 한 방을 터트렸다.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재무상과 함께한 자리에서 당시로서는 꽤 큰 액수인 5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 스와프(맞교환) 협정 타결을 발표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기극복 능력을 평가하는 계기가 됐음은 물론이고, 아시아 국가 간 최초의 통화 스와프 협정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었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훗날 아시아 국가 간 통화 스와프 네트워크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씨앗이 됐다. 이렇게 탄생했던 한·일 통화 스와프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아이디어를 내고 실무협상을 담당했던 필자가 느끼는 감회는 크다. 그때에도 한·일 어업협상의 여파로 한·일 간 정무적 분위기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양국 재무관료들 사이에는 묵시적인 합의가 있었다. 정경분리 원칙을 지킨다는 것이었다. 실무협상 파트너인 마루야마 준이치 당시 재무성 외환과장에게 통화 스와프 아이디어를 처음 제시했을 때 “재무당국 간 실무적 합의만 이뤄지면 별다른 장애는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후 일본의 우경화와 일부 정치인들의 언행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경색됐지만 정경분리의 전통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외환보유고가 국제 기준에 비춰 아직도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통화 스와프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보인다. 통화 스와프가 필요한지의 여부에 관한 기술적 판단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제금융시장에서 통화 스와프 중단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한국이 어려울 때 일본이 외면할 것이라는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에게는 부담 요인이 된다. 한국의 자신감 표현이라고 이해한다면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외환위기 다음해인 1998년 일본수출입은행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우리에게 제공하자 유럽계 은행에서 신용공급을 조심스럽게 재개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유럽계 은행 관계자의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일본은 유럽이 한국을 들여다보는 창이기 때문에 일본이 신용공급을 재개하면 한국의 상황이 좋아졌다는 시그널로 이해한다”는 취지였다. 이제 17년이 지났고 1인당 국민소득, 외환보유고, 대외채무(외채), 경상수지 등에서 큰 진전을 이뤘으니 더이상 유럽이 일본을 통해 한국을 들여다보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과 척지고 사는 것을 경제, 금융의 시각에서는 어떻게 보는지 점검해 볼 필요는 있다. 외환위기는 주요 7개국(G7)인 영국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에 관련 경제지표들이 많이 좋아졌다고 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의 숙명이고 경제대국 일본도 100% 장담은 금물이다. 외환위기 방어망은 두터울수록 좋은데 통화 스와프를 굳이 걷어 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통화 스와프야말로 인출 전에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양질의 방어망’ 아닌가. 통화 스와프 협정 폐지가 정무적 관계 경색에 따른 한·일 재무 당국 간 자존심 싸움 때문이라면 크게 잘못된 일이다. 한·일 양국은 산업적으로 서로 얽혀 있고 경쟁하면서 협력도 해야 하는 관계에 있다. 정경분리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한·일 양국 모두에 손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한·일 재무 당국 간에 감정적인 틈이 생기는 것은 결코 환영할 일이 못 된다. 한·일 재무 당국 간에 실무급부터 고위 레벨까지 스킨십을 쌓는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재무 당국 간 연례 축구 경기도 재개하고 퇴직관료(OB)끼리 만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한·일 정상이 만났으니 이제 재무 당국 간에 실마리를 풀 때다.
  • “낯선 위기 온다… 의료 서비스 등 새 동력 찾아라”

    “낯선 위기 온다… 의료 서비스 등 새 동력 찾아라”

    역대 정부의 경제팀을 이끌어 온 원로들은 새해 우리 경제가 ‘새로운 위기’에 봉착했고, 이를 극복하려면 구조 개혁을 완수하는 동시에 새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란, 미얀마 등 신시장 개척에 힘쓰고 의료 서비스 산업을 활성화하는 등 새로운 성장 동력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도 제시했다. 전직 경제 수장들과 전·현 정부의 브레인들은 3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고 입을 모았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1997년과 2008년이 ‘금융의 위기’였다면 지금은 일시적 경기침체가 아닌 만성적이고 구조적인 성장 둔화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는 “올해가 지나면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데 성장이 정체되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 이르지 못한 채 중소득 규모 국가로 전락하고 만다”고 우려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제조업 중심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한 가운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저성장의 문턱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여권의 대표적 경제통인 이한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데 실물경제의 성장은 멈췄고, 가계 및 기업의 부채가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정부의 정책수단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 모두 소진했기 때문에 새해 돌발적 변수에 무방비 상태”라고 진단했다. 성장은 정체되고, 정책수단마저 없는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대량 실업 등 환란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 원로들은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한목소리로 ‘구조 개혁’의 완수를 꼽았다. 권 전 부총리는 “앞선 정부들과 달리 후반기라도 지지해 주는 힘이 강한 현 정부는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구조 개혁, 규제 완화, 노동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했고, 윤 전 장관은 “국회에 막혀 있는 개혁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전 장관은 “강성 노조, 강성 야당이 시급한 개혁을 막고 있다. 선거가 중요하다”고 했고, 이 전 원내대표는 “원칙대로 구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박 전 수석 역시 “서비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동 개혁 등 고용 창출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 원로들은 올해 한국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청년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강 전 장관은 “올해 위기의 시작은 민간 소비의 위축이며, 그 첫째가 청년 취업 상황의 악화”라고 지적했다. 권 전 부총리는 “지금 같은 투자 위축 상황이 이어진다면 고용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윤 전 장관은 “수출이 좋아진다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냉정한 분석을 내놨다. 그는 “이미 수출은 기술 집약적 품목 중심이다. 청년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선 수출을 늘려 가면서 내수를 키우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전 수석은 “우리 경제가 근본적, 만성적 위기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청년 실업”이라면서 “다소 부작용이 있더라도 일단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강 전 장관은 “성장 동력이 어디에 있는지는 기업이 제일 잘 알기 때문에, 투자의 걸림돌을 없애 주면 된다”고 했다. 권 전 부총리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한 초원지대 진출을 적극 타진하면서, 중동 지역 및 핵 타결 이후 국제사회에 편입된 이란, 미얀마 등지로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과거 우수한 학생들이 공대에 가서 중화학공업을 일으켰다면, 지금은 우수한 학생들이 의대에 간다”면서 “그래서 의료 서비스만큼 유망한 산업이 없다. 의료를 중심으로 서비스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전 수석 역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서비스업이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동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제대증’ 받은 최경환 “청년취업문제 아쉬워”

    ‘제대증’ 받은 최경환 “청년취업문제 아쉬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청년들이 취직하기 시작한다는 말을 듣고 퇴임하고 싶었는데, 경기와 구조적인 문제로 속시원하게 해소를 못 했다”며 아쉬워했다. ‘제대증’을 받고 조만간 여의도로 복귀할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단의 송년 다과회에 참석해 “청년들 일자리 걱정이 없어지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포부를 갖고 (지난해 7월) 경제부총리에 취임했는데 그런 부분을 해결하지 못해 가장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구조개혁 추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구조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다. 여러 고통과 저항을 설득해 입법화가 필요한데, 이런 부분을 좀 더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역대 어느 부총리가 그걸 (구조개혁 필요성을) 몰랐겠나. ‘나 있을 때는 욕먹기 싫고 남이 하겠지’ 하면서 수십년간 누적돼 온 적폐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욕을 먹었지만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부분적으로도 성과를 냈다”면서 “100%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첫 단추는 끼웠다”고 자평했다. ‘구조개혁은 하나도 안 하고 빚만 잔뜩 내서 잔치만 하고 갔다’는 일각의 비판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가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마지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올해는) 지도에 없는 길을 쉼 없이 달려온 한 해였다”며 “수출 감소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충격을 극복하고 국민소득 2만 달러 이상의 주요 국가 중 세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경제 규모도 세계 11위로 두 단계 상승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기고] 공공 PR, 공보에서 소통으로/정은영 문화체육관광부 여론과장

    [기고] 공공 PR, 공보에서 소통으로/정은영 문화체육관광부 여론과장

    공공PR에 새바람이 분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취업·창업 지원 정책을 알리기 위해 청년의 눈으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실행한다. 일·가정 양립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현대미술 작가는 예쁘게 시간표를 만들고, 가족들은 그 시간표를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후‘가족행복 시간표’를 만든다. 창조경제·공공개혁 등 핵심 개혁을 홍보하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의견을 묻기보다 학회·시민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공공의 지혜를 구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일방향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정책정보를 전달하는 ‘공보’에서 수요자의 참여, 다양한 민간자원과의 협업을 통한 ‘쌍방향 소통’으로 홍보 방식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은밀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키고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공PR의 관점에서 무엇으로 국민을 유혹할 것인가? 올해 발간된 책 ‘대중유혹의 기술’(오정호 지음, 메디치미디어)을 보면 ‘대중의 무의식을 이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케이블 방송 시청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응답하라 1988’처럼 대중이 함께한 기억, 상처, 욕망을 자극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을 유혹할 수 있는 무의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2004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우리가 하나 되어 설렜던 것처럼,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꿈’일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공무원인 나와 국민을 설레게 하는 꿈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1인당 GNP가 가장 높은 잘사는 나라일까? 아니면 가난하지만 행복지수 1위라는 부탄과 같은 나라일까? 올해의 흥행작 ‘베테랑’의 인상적인 대사가 떠오른다. 형사 서도철의 아내가 명품백 뇌물을 뿌리친 후 경찰서로 서도철을 찾아와 했던 말이다. “잘살지는 못하더라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고. 영화는 물질 만능주의시대에 돈과 대비되는 가치로서 ‘쪽’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 한마디에 단박에 유혹당했다.‘쪽’은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긴 하지만, ‘쪽팔리지 않게’라는 어구 속에는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참되게 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쪽’이라는 단어가 1300만명을 기쁘게 했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이제 품격, 국격 등의 단어에 흔들릴지 모른다. 그것이 우리를 꿈꾸게 할지 모른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부국도 아니요, 강국도 아니요, 문화로 아름다운 나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품격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나라로 만들 수 있다. 품격은 이벤트나 이미지로, 선전과 홍보로 높아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품격은 정책의 방향이자 미래 트렌드이다. ‘품격의 대한민국’이라는 꿈을 갖고, 그대(국민)를 유혹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공공소통의 시대, 공무원으로서의 밥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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