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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단체장 25시] 수박 특구·농어촌도로… 함안군수의 무르익는 ‘애향의 꿈’

    [자치단체장 25시] 수박 특구·농어촌도로… 함안군수의 무르익는 ‘애향의 꿈’

    차정섭(65) 경남 함안군수는 우체국 말단 공무원 출신이다. 차 군수는 어린 시절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졸업 뒤 바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1년 쉬고 다음해 인근 창녕군 남지고에 수석 합격, 3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그는 고교를 졸업한 해인 1969년 서울신문에 실린 체신부 공무원 채용시험 공고를 우연히 보고 원서를 내 시험에 합격했다. 차 군수는 “서울신문의 공무원 시험 공고를 본 덕분에 고위직 공무원을 하고 군수까지 될 수 있었다”며 “서울신문과의 인연이 특별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1969년 경남 진해우체국에서 9급 공무원으로 출발해 공보처 총무과장, 국무총리실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홍보관리관 등을 거쳤다. 보건복지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원장(차관급)을 끝으로 2011년 6월 퇴직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함안군수에 당선됐다. 차 군수는 만학도로 학구파이다. 1982년 방송통신대에 입학한 뒤 1988년 동국대 행정학 석사와 2002년 명지대 교육학 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중앙 공직 무대에서 학벌과 실력이 쟁쟁한 동료와 경쟁하다 보니 학업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생겼고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차 군수는 “공직 생활을 하면서 기회가 되면 행정경험을 살려 고향에서 군수에 도전할 생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고향 군수의 꿈을 이룬 그는 군정에 대한 열정과 의욕이 넘친다. 직원들은 차 군수가 토·일요일도 없이 현장을 뛰어다닌다고 귀띔했다. 차 군수는 특히 ‘현장중심 행정’을 강조한다. 그는 “현장에 나가 보면 사무실에 앉아서는 보이지 않던 답이 떠오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긴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차 군수와 동행 취재했다. 오전 9시 차 군수는 전망이 확 트인 군청 옥상 정원에서 이삼희 부군수를 비롯한 간부공무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현안 등을 얘기하며 이날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직원들과 편안한 자리에서 자유롭게 대화하는 격의 없는 소통을 좋아한다. 차 군수는 “간부회의를 딱딱한 분위기의 사무실에서만 하지 말고 시원한 옥상 정원에 둘러앉아 편하게 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며 ‘군청 옥상 정원 미팅’을 제안해 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수시로 옥상모임을 한다. 오전 10시 30분 수박산업 특구 현장 심사단이 현장 확인을 위해 함안군을 방문했다. 차 군수는 군수실에서 심사단을 접견하고 전국 최고 품질의 함안 수박 자랑과 함께 특구 지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함안은 우리나라 최대 수박 생산지로, 1900년대부터 수박을 재배했다. 현재 1636농가가 1666㏊에 수박 농사를 지어 한 해 6만 5022t을 생산해 898억 85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재배면적은 전국의 13%, 경남의 47%다. 군은 함안 수박생산단지를 수박특구로 지정받아 수박을 지역 대표 특화작물로 육성하기 위해 지난 8월 중소기업청에 특구지정을 신청했다. 그는 “특구로 지정받으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176억 7600만원을 들여 재배기술전문화와 품질 향상, 시설고도화 등을 추진해 전국 최고의 명품수박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전 11시쯤 산인면 운곡리~칠서면 회산리를 잇는 농어촌도로 선형개선공사 현장을 찾아 진행 상황 등을 확인했다. 이 사업은 차 군수가 여러 차례 현장 확인을 하는 등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노력해 이뤄낸 성과다. 해당 도로 구간은 두개 면 지역을 잇는 중요한 통로이지만 굴곡이 심해 겨울철 사고 위험이 높았다. 오래전부터 도로 선형개선사업이 검토됐지만 140억~15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 때문에 미뤄졌다. 차 군수와 해당 직원들은 여러 차례 현장을 확인하고 논의와 분석을 거듭한 끝에 산을 깎는 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암석을 팔아 사업비를 충당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총공사비 135억여원 가운데 105억 200만원은 공사장에서 나오는 암석 판매 대금으로 충당하고 군 예산은 28억 1100만원만 투입해 공사하고 있다. 지난 8월 착공해 2018년 완공 예정이다. 차 군수는 “산인·칠서면 농어촌도로 선형개선 공사는 발상을 전환하면 어려운 일도 해결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5월 개통된 국도 30호선 가야읍 우회구간 진출입 연결도로 개설사업도 차 군수의 현장행정이 빛을 발한 사례로 꼽힌다. 가야읍 중심지로 다니던 화물차 등 대형 차량들이 이 연결도로를 이용해 통행이 편리한 우회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읍내 간선도로 교통사고 위험과 주변 차량소음·공해 등이 크게 줄었다. 차 군수는 “읍내 간선도로와 주변 우회국도 현장에서 수시로 교통상황을 확인·점검해 봤더니 우회도로로 진출입할 수 있는 연결도로 개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함안군은 가야읍 신음리에 함안군 ‘말산업육성공원’(44만 9460㎡)을 운영한다. 말 공원 안에는 경주마 휴양·조련시설(29만 8998㎡)과 함안승마장(15만 462㎡)이 있다. 현재 공원에 경주마 46마리와 승용마 24마리 등 모두 86마리가 있다. 휴양·조련시설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장에서 경주를 마친 말이 다음 경주를 준비하며 한 달여 동안 휴식하는 곳이다. 이용료는 한 마리당 한 달 100만원 선이다. 승마장은 실내외 마장과 외곽 승마코스 등을 갖췄다. 회원이 아니어도 이용료를 내고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차 군수는 이날 오후 말산업육성공원을 방문해 시설운영 상태 등을 둘러봤다. 그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되면 승마가 새로운 레포츠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돼 함안군이 선도적으로 말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경제 말산업육성공원 소장은 “승마는 전신운동에 좋고 특히 척추와 허리 강화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일장이 선 가야전통시장에서 열린 한마당 노래잔치 행사장을 찾은 차 군수는 “전통시장 육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한 뒤 무대에 올라 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열창해 박수를 받았다. 상인들과 주민들은 격려차 전통시장을 한 바퀴 도는 차 군수를 “일도 열심히 하는데 노래도 잘한다”며 반갑게 맞았다. 차 군수는 함안군 법수면 백산리 박윤규씨 파프리카 재배 하우스 시설과 군북면 월촌면 강대훈씨의 겨울수박 재배 비닐하우스 시설 현장을 찾았다. 박씨는 “파프리카 재배농가가 갈수록 늘어나 수입이 조금씩 낮아지지만 다른 농사에 비해 아직은 괜찮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파프리카 재배면적은 21㏊(28농가)로 전국 재배면적의 3.5%, 경남의 10%다. 한 해 2137t을 생산해 100여억원의 수입을 올린다. 함안지역은 아라가야의 고장으로 말이산 일대에는 당시 왕들의 무덤인 대형 봉분 1000여기가 2㎞에 걸쳐 있다. 차 군수는 “가야 시대 최대 고분군인 말이산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함안군에는 16개 농공산업단지에 3000여개의 기업이 있다. 근로자 4만여명은 대부분 창원시 등 외지에서 출퇴근한다. 차 군수는 “이들이 함안으로 옮겨 오도록 공단 배후 지역 5곳에 모두 1만 가구 규모의 미니복합 타운 조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함안군은 농업과 공업이 지역 경제의 두 축이다. 남강과 낙동강을 끼고 경남의 중심에 있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경남 최대 도시 창원시와 서부경남 중심도시인 진주시와 경계를 이뤄 발전 잠재력이 풍부하다. 1990년 5만 9820명까지 줄었던 인구도 꾸준히 증가해 현재 6만 8902명으로 늘었다. 차 군수는 “함안의 지리적 여건과 장점을 적극 살려 인구 10만명이 넘는 시로 만들겠다”고 강한 의욕을 보였다. 차 군수는 2020년이면 인구가 10만명을 넘어 시로 승격될 것으로 전망했다. 함안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부고]

    ●이철승(흥우건설 대표이사)씨 모친상 황희철(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전 법무부 차관)씨 장모상 8일 부산 동아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51)256-7011 ●신형철(산업은행 감사)승철(한국은행 국민소득총괄팀장)형원(해맑은연합소아과 의사)형금(다솜약국 약사)씨 부친상 신형주(사랑요양병원 의사)유희철(전북대 의과대학 교수)씨 장인상 9일 전북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63)250-2450 ●박영상(대한노인회 청도군지회장)씨 부인상 병희(농협재단 사무총장)씨 모친상 9일 대구 동산의료원, 발인 11일 오전 6시 (053)250-8141 ●서경석(방송인)씨 부친상 8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30분 (02)2227-7550 ●임성락(전 한국장기신용은행 상무·전 한국FP협회 전무)경락(전 두산인프라코어 전무)씨 모친상 이진우(전 대양 대표이사 부회장)씨 장모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30분 (02)3410-6903 ●김형환(데일리스포츠한국 편집국 부국장)씨 부친상 9일 의정부중앙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31)847-4444 ●강화길(춘천 MBC 부장)씨 모친상 9일 강릉의료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10-6370-2400 ●김영재(전 전국전매노조 부위원장)씨 별세 준옥(제일감정평가법인 대표이사)용철(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승철(도서출판 청산 대표)씨 부친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2)3410-6912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불안없는 나라 살맛나는 국민(장기표 지음, 구사 펴냄) 지난 50년간 학생운동, 노동운동, 재야 민주화운동을 이끌어 온 저자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나아갈 바를 제시했다. 저자는 “모든 국민이 자아실현을 통해 행복을 누리는 국가 건설”을 대한민국의 청사진으로 꼽는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을 내다보는 대한민국에 돈 없어 공부할 수 없는 학생, 돈 없어 병원 갈 수 없는 환자, 집 없어 고통받는 국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는 저자는 부정부패 척결과 조세제도의 혁명적 개혁을 통한 ‘국가정상시스템으로의 변혁’만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에게 참다운 행복과 희망의 밝은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310쪽. 1만 5000원.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앤더슨 쿠퍼·글로리아 밴더빌트 지음, 이경식 옮김, 세종서적 펴냄) CNN 간판 앵커이자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히는 앤더슨 쿠퍼가 미국 3대 재벌가의 상속녀로 평생을 유명 인사로 살아온 어머니의 아흔한 번째 생일날부터 1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쓴 회고록. 돈, 명예, 권력을 모두 손에 넣은 이들이지만 먼저 세상을 뜬 남편(아버지)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들(형)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은 둘 사이를 오랫동안 멀어지게 했다. 죄책감에서 벗어나 마침내 서로를 용서하기까지 모자가 나눈 진솔한 대화는 행복이 멀리 있지 않고, 거대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380쪽. 1만 6000원. THIS IS FILM POSTER(이관용 지음, 리더스북 펴냄) 영화 ‘명량’, ‘터널’, ‘범죄와의 전쟁’, ‘복수는 나의 것’ 등 19년간 300여편의 포스터를 만든 아트디렉터 이관용 디자이너가 펴낸 국내 최초의 영화포스터 아트북. 저자가 직접 디자인한 베스트 영화 포스터 51컷과 함께 포스터가 만들어진 배경 및 노하우가 수록됐다. 또한 20년간 비약적인 발전을 해 온 한국 영화의 역사도 담겨 있다. 한국 영화 포스터는 왜 주로 배우의 얼굴만 담아낼까. 저자는 “흥행의 60% 이상을 주연배우에 대한 선호도와 티켓 파워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주연배우는 늘 그 배우가 그 배우다 보니 관객이 한국 영화 포스터를 지루해한다”고 지적했다. 280쪽. 2만 8000원. 이즈미 도쿠지, 일본 최고재판소를 말하다(이즈미 도쿠지 지음, 이범준 옮김, 궁리 펴냄) 70년간 유지돼 온 일본 헌법과 사법 체계를 비판적으로 살펴본 책. 저자는 1963년 도쿄 지방재판소 판사보를 시작으로 최고재판소 사무총장, 도쿄 고등재판소 장관 등을 거쳐 2002년 11월부터 6년 3개월간 최고재판소 재판관으로 일한 법조인이다. 정통 법관 출신이면서도 최고재판소 재판관 시절 적극적으로 소수 의견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옹호하는 것은 재판소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헌법에 보장된 사회적 소수자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국민주권과 기본권이라는 두 바퀴를 가진 일본 사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424쪽. 2만 5000원. 자살폭탄테러(탈랄 아사드 지음, 김정아 옮김, 창비 펴냄) 2001년 9·11 테러 이후 자살폭탄 테러는 이슬람교도의 의무인 ‘지하드’(성전)를 실천하려는 이슬람의 독특한 죽음문화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나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뉴욕시립대 인류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문명 대 야만’, ‘기독교 대 이슬람’, ‘정당한 전쟁 대 악마적인 테러’라는 서구의 학자와 언론의 이분법적 사고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테러와 전쟁으로 일상이 된 폭력의 공간을 돌아보면서 윤리적으로 선한 살상과 악한 살상을 구별하는 행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248쪽. 1만 5000원.
  •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엄청난 대한민국’의 本

    [유쾌한 꼰대씨 송복이 말하는 나, 우리, 대한민국] ‘엄청난 대한민국’의 本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가 집필하는 특별기획연재 ‘나, 우리, 대한민국’이 오늘부터 격주로 목요일자에 게재된다. 송 교수는 최근 저작을 통해 한 시대를 이끄는 역사의 동력은 무엇인가를 분석했다. 노 사회학자인 그는 한국 사회의 변화와 변혁을 가져오는 힘이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물리력에 기초한 강력한 리더십’이었다면 민주화 이후의 시대에서는 사회의 상층부를 구성하는 지도층의 책임 의식, 희생정신과 실천,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보았다. 송 교수의 특별기획연재는 첫 회의 ‘아, 우리 대한민국’처럼 작은 제목의 주제로 이어 나가며 앞으로 1년간 연재될 예정이다. 송 교수는 일련의 연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상층은 누구이며 급격한 경제발전에 따라 형성된 ‘뉴리치 뉴하이’의 실체를 분석하고 이들의 특혜와 책임을 따져 그들을 깨우쳐 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역사에 있어 한 시대의 부침과 그 사회의 변동과 융성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양극화로 치닫는 오늘의 한국 사회를 치유하는 방안도 제시할 예정이다. 늘 역사와 시대의 리얼리티와 그 속의 진실을 직시하고 날카롭게 분석하며 독특하고 재미나는 스토리를 엮어 나가는 송 교수의 연재물이 독자 여러분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으로 믿는다. 편집자주 이명박 정부 때 실세 중의 실세라는 한 의원이 일 년여의 외유에서 돌아와서 강연을 했다. “내가 외국에 나가 보니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엄청나더라. 국위가 그렇게 높을 수가 없었다.” 그러고는 그 이유를 3가지를 들어 간단히 설명했다. “첫째로 오랜 기간 독재 치하에서 벌였던 꾸준한 민주화 운동이고, 두 번째로는 끈질긴 노동운동이고, 세 번째로는 기업들이 열심히 일해 주어서였다.” 강연이 끝나고 난 뒤 그 의원과 친교가 있는 내 제자 의원에게 그 의원과 함께하는 자리를 한번 마련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나는 단도직입으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이 의원 말대로 그렇게 ‘엄청난 나라’가 된 데는 두 사람의 탁월한 지도자와 두 부류의 뛰어난 조직이 있어서라고 했다. 두 사람의 지도자는 이승만과 박정희이고, 두 부류의 조직은 기업과 군대다. 우리 기업에 대해선 저번 강연에서 의원도 말한 바 있다. 의원이 그날 말한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공헌이 크다 해도, 그 공헌은 본(本)이 아니고 말(末)이다. 앞의 본이 되는 공헌이 있어서 뒤의 말 또한 공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도자로 이승만과 박정희 두 대통령은 아무리 과(過)가 있다 하여도 그 공(功)은 우리의 축복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있어 우리를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열에 올리고, 6·25전쟁에서 살아남게 하고, 한·미 동맹을 공고화해서 오늘날 우리 대한민국의 기틀이 잡혔다. 이승만 아닌 다른 분이 대통령이었다면 6·25나 한·미 동맹은 차치하고 무엇보다 ‘자유민주주의’를 알았겠는가. 당시 정치 지도자들 중 자유민주주의가 어떤 이념, 어떤 제도인지 글을 통해 어렴풋이 아는 사람은 있었어도, 그 자유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고 체득해서 그 실체를 진정으로 아는 지도자는 없었다. 오직 이승만 대통령만이 독보적이며 유일무이였다. 아직도 김구 선생을 말하는 이들이 많다. 분명 김구 선생은 독립운동을 이끈 민족의 대 지도자다. 그러나 김구 선생은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해 본 적도 없고 공부해 본 일도 없다. 6·25가 일어나던 바로 전해, 이북에 가서 김일성을 만나고 온 김구 선생이 당시 자유중국 초대 주한 공사 류위완(劉語萬)에게 한 말이 지금도 기록에 명백히 남아 있다. “내가 이북에 가서 이북 실정을 보니 이남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 무엇보다 김일성이 엄청난 군대를 양성해 놓고 무기도 엄청났었다. 지금부터 김일성이 가만히 있고 이남에서 온 힘을 다해 3년 동안 군대를 기른다 해도 김일성 군대에 맞설 수가 없다. 김일성이 틀림없이 그 강군을 몰아 쳐내려올 것이고 이남은 속수무책으로 인민공화국 치하로 들어간다. 그런 대한민국 그런 이승만 정부에 내가 어떻게 협조할 수 있겠는가.” 당시 정치 지도자들 중 김구 선생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몇이나 되었겠으며, 있다 해도 그 누가 유엔군을 불러오고, 미군을 남의 나라에서 제 나라 전쟁하듯 하게 할 수 있었겠는가. 산업화는 아무 지도자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960년대 140개가 넘는 신생국 중에서 산업화에 성공한 나라는 유일하게 우리뿐이었다. 자원도 풍부하고 자본도 기술도 우리에 비할 바 아니었던 많은 신생국들이 어째서 산업화에 성공하지 못했는가. 1960년대 내가 기자로 뛸 때 필리핀 마닐라를 다녀온 기자들이 한결같이 “필리핀 천국이더라. 마닐라 천국이더라”라고 했다. 그때 필리핀의 연 국민소득이 우리의 3배인 240달러였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90년대 초 우리 GDP는 필리핀의 8배가 되었다. 우리보다 3배 잘살던 나라가 8분의1 수준으로 못사니, 필리핀 GDP가 1배 늘어날 때 우리는 24배 늘어났다는 것이다. 필리핀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 대다수가 우리와 필리핀 격차만큼 컸다. 1994년 싱가포르대학에서 열린 ‘아시아 경제사회 전략회의’라는 학술 콘퍼런스에 참가했을 때 각국에서 온 경제·사회학자들이 한국이 그렇게 발전한 이유가 뭣인지를 따졌다. 나는 교육열이 높은 우리의 유교문화를 주요인으로 해서 페이퍼를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모든 학자들이 교육열은 한국만 높은 것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 모두의 공통이라 했다. 그때 인도에서 온 경제학자가 말했다. “나는 그 답을 안다. 바로 박정희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처럼 산업화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독재는 경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른 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우리는 경제도 뒤떨어지고 독재도 경험했다”고 말해 한동안 분위기가 침잠했다. 1950년대는 물론 60년대와 70년대 초까지도 사실 우리 기업은 국제적으로 ‘구멍가게’였다. 국가자본주의 정경 유착은 피할 수 없었다. 기업에 대한 질타, 반기업 정서도 자연발로적이었다. 그것을 뚫고 지난 세기 1980년대를 넘어 오늘날, 이런 기업들이 있어 무역 1조 달러, 세계 경제대국 10위권에 들어가는 나라가 됐다. 이런 기업들을 만든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박태준 등 그 이름을 이루 다 들먹일 수 없을 만큼 많은 우리 기업인들은 참으로 위대했다. 대학가는 매일같이 최루탄이 터지고 거리마다 민주화 운동이 치열했지만 기업들은 한 길로 부를 증대하고 부가가치를 높였다. 그래서 지금의 이 ‘엄청난’ 대한민국이 있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군(軍)다운 군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오직 지금의 군대가 군대다. 정확히는 6·25를 거치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구 군대와 같은 군대를 만들어 냈다. 조선조 500년은 문치(文治)의 나라였다. 적으로부터 국가를 지켜 낼 정규군 직업군(professional soldier)이 없었다. 그래서 일본 낭인(人)조폭이 궁 안으로 들어와 한 나라의 왕비를 죽여도 속수무책이었다. 국가란 무엇인가. 교과서에서는 국가 구성의 3요소로 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든다. 그러나 현대의 다원사회에서는 그런 구성 요소를 가진 ‘국가’는 한 나라 안에서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대학도 기업도 병원도, 심지어는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그들만이 점유하는 땅(영토)이 있고 그들만이 가진 구성원(국민)이 있고 그들만의 정책 혹은 의사 결정권(주권)이 있다. 그렇다면 이들 집단 혹은 조직과 대한민국은 무엇이 다른가. 단 하나, 대포와 기관총을 가진 군대가 없는 것이다. 현대국가의 정의는 ‘적나라한 물리력의 독점체’다. 국가만이 적나라한 물리력, 곧 군대를 가질 수 있다. 그런 군대를 역사적으로 가져 보지 못한 우리는 그런 군대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사실상 국가가 아니었다. 6·25를 겪으면서 그런 군대를 가졌고, 명실공히 ‘현대국가’가 되었다. 지금 우리군은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가져 보는 가장 조직화된(well-organized) 조직이고, 가장 전투력이 센(well-combative) 조직이며, 가장 효과적으로(well-effective) 기능하는 조직이다. 처음부터 우리 군의 놀라운 점은 6·25 사상 가장 격렬하고 처참했던 낙동강 중류의 그 유명한 다부동 전투에서 백선엽 장군이 이끄는 신참병이나 다름없던 우리 군대가 김구 선생이 그렇게 놀라워했던 김일성 군대를 완전히 격파하고 임시수도 대구를 지켜 낸 것이다. 다부동 전투(1950년 8월 1~23일)는 김일성이 3만 명의 정예병을 총집결해 8월 15일까지 대구를 점령한다는 총공격령에 따라 치러진 전투다. 이 전투를 고비로 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런 군이 있어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 어떤 국가든 선진국이 되는 데는 5단계를 거친다. 먼저 중앙정부가 있는 국가가 만들어지고 (이를 state-building이라 한다), 그 다음 국민이 형성되고(nation-building), 그리고 산업화해서 경제가 발전해야 하고(economic-development), 그런 다음에 민주주의 국가가 된다(democratization). 그리고 복지국가(wellfare state)로 들어간다. 우리는 지금 두 분의 지도자와 두 부류의 조직에 의해 복지국가의 초기 단계에 들어서 있다. 현재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바로 보인다. 지식의 뿌리며 줄기는 내 왜곡된 주관이 아니라 내 의식의 객관화에서 만들어진다. 송복(79) 명예교수는 ▲서울대 정치학과 졸 ▲서울신문 기자 ▲서울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아이오와, 워싱턴대 객원 교수 ▲저서 : ‘한국사회의 갈등구조’ ‘동양적 가치란 무엇인가’ ‘열린사회와 보수’ ‘특혜와 책임’ 등 다수
  • [열린세상] 법치 수준이 높아야 경제도 성장한다/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열린세상] 법치 수준이 높아야 경제도 성장한다/이공현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요즈음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 경제와 관련된 희소식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해운업과 조선업을 생각하면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커다란 기둥들이 무너져 내린 느낌이 든다.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구조적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뉴노멀 시대에 각 나라는 저성장 극복과 성장잠재력 확충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나 미국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에서 보듯이 무역장벽을 높여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경제는 어떠한가.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2018년이면 생산인구의 감소로 소비가 하강하는 인구절벽이 다가온다는 경고가 들려온다.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늘려도 실제로 돈이 돌지 않아 물가와 소비가 제자리걸음이다. 과도한 가계 대출의 증가로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초래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부르는 시한폭탄이 터지지 않을까 불안하기만 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예상하면 걱정이 커진다. 정부도 창조경제를 내걸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창업·중소기업 육성을 선도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촉진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성장동력을 회복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올해 3% 미만의 경제성장률 예측을 보면 그 성과는 미약하기만 하다.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일찍이 국부론에서 법률제도가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서술했다. 사유재산권이 보장되지 않고 계약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상업과 제조업이 발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가 권력이 정당한 절차를 통해 법을 집행함으로써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는 것을 필자는 경제활동에서의 법치주의라고 생각한다. 먼저 국가 권력이 개인의 의사가 아니라 객관적 법에 의해 행사됨으로써 사회현상 및 국가 작용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국민과 기업은 국가 기관이 정해진 법에 의해 행동하고 타인도 법을 따를 것이라고 신뢰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 신뢰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만약 타인의 잘못으로 개인과 기업의 권리가 침해되면 법적 절차에 따라 재판기관으로부터 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법치주의에 따른 경제활동은 이해관계가 다양한 현대사회에서 개인과 기업의 신뢰 관계를 증진하고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법치가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경제발전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세계은행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발표한 세계거버넌스지수(WGI) 중 법치지수에 따르면 법치 수준이 높을수록 소득 수준 또한 높은 경향이 뚜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리고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공공부문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부패인식지수(CPI)에 따르면 법치와 부패는 동전의 앞뒤와 같이 밀접한 관계를 나타낸다. 다른 여건이 같다면 법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것이 투자율을 높이는 것보다 경제발전에 효과가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법치 수준은 어떠한가. 2013년 세계은행이 평가한 한국의 법치 수준은 전체 211개국 중 45위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만 보면 34개국 중 최하위인 27위다. 특히 OECD 평균지수보다 약 26% 뒤떨어져 있어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많다. 우리의 법치 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선진화된다면 국민 1인당 실질소득이 최소 18.7% 이상 개선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06년 2만 달러를 넘어선 이래 3만 달러의 문턱에서 10년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야말로 경제활동에 가장 큰 장애라고 한다. 이제 “법 따로, 경제 성장 따로”라는 문구가 통하지 않는 사회가 돼야 한다. 소위 김영란법의 시행이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다고 많은 국민이 걱정한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가 법치를 통한 경제성장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볼 때가 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 [열린세상] 흔들리는 대한민국, 누가 중심을 잡을 것인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열린세상] 흔들리는 대한민국, 누가 중심을 잡을 것인가/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1993년 세계은행 총재였던 폴 울포위츠는 한국의 존재 자체가 개도국의 희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만큼 한국의 발전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기적과 같은 역사였다. 1960년대 이후 한국의 발전은 강력한 국가에 의한 장기간에 걸친 일관된 경제 및 산업정책, 높은 교육열, 안목 있는 정치지도자, 그리고 무엇보다 기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신을 희생해 온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이룬 모든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대다수 선진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 수준으로 올라서는 데 평균 8년이 걸렸지만, 한국은 13년째 2만 달러의 늪에 빠져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 이후 성장을 거듭해 온 주력 산업들이 여기저기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만 정부는 선제적 구조조정은커녕 시장 원칙을 고수한다면서 손을 놓고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고도성장기와 비교해 보면 그 답은 명백하다. 5년 주기로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을 잃은 지 오래다. 오히려 정권이 교체되면 앞 정권의 정책과 업적을 지우기에 바쁘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가 됐는데도 경제주체들은 각자의 이익만 추구한다. 재벌기업은 3세를 넘어 4세까지 물려주기에 바빠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관심이 없다.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면서 임금은 훨씬 더 받고 있는데도 노조는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주머니만 채우려 든다. 정치권은 세월호 사건, 밀양 송전탑 사태, 제주 해군기지, 사드 배치 등 불의의 사고나 국가안보 관련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오히려 부추긴다. 정치인들은 오로지 재선에만 관심이 있지 정작 중요한 국가와 국민의 미래엔 관심이 없다. 오히려 현 정권이 실패해야 다음에 자신들이 정권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서 모든 이슈에 무조건 반대한다. 정치 지도자들도 오기싸움, 감정싸움에 빠져 누구도 양보하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택은커녕 입에 담지 못할 저질 언어로 서로 비난하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강변한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북한 핵과 미사일이 현실화돼 방어할 무기체계를 도입해 배치하려 해도 내 고장에는 절대 안 된다고 우긴다. 미래세대를 위하기는커녕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지우더라도 나만 살겠다고 각종 무상복지 정책을 요구한다. 이쯤 되면 오히려 이만큼이나마 유지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어떻게 한 세대 만에 세계가 부러워하던 이 나라, 이 국민이 이렇게까지 추락했는가.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단 두 가지만 지적한다면 하나는 교육의 실패요, 다른 하나는 신뢰받는 정치 지도자의 부재다. 경쟁에서 이겨 내고 남을 밀쳐 내는 것만 가르쳤으니 누구도 자신 외에 돌아보는 사람이 없다. 나보다 우리가 중요하다는 공동체 의식이 사라지니 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것을 참지 못한다. 국가안보가 백척간두에 서 있어도 내가 사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못 참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우리 교육의 총체적 실패를 웅변적으로 말해 준다. 계파나 당파의 이익을 넘어 국민의 눈높이에서 신뢰를 받는 정치 지도자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도 위기의 원인이다. 바른 지도자는 먼저 양보하고 희생함으로써 상대가 양보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번지르르한 공약으로 국민을 일시적으로 속여 당선된다 한들 신뢰를 받지 못하는 정치 지도자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교육은 일조일석에 되는 일이 아니니 제쳐 놓고라도 작금의 위기를 벗어나려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품격과 미래에 대한 혜안을 가진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대소와 경중, 선악과 미추를 따질 줄 알아 작은 것은 양보하고 나라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천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내년이면 우리는 또다시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정치 경력에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거나 행동을 바꾼 사람은 믿을 수 없다. 항심(恒心)을 가지고 늘 일관된 언행을 보여 온 사람을 선택하자. 그런 사람이야말로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아 줄 수 있을 것이다.
  • [수요 에세이] 김영란법으로 사회변혁 이루자/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수요 에세이] 김영란법으로 사회변혁 이루자/장태평 더푸른미래재단 이사장·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이번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시행 과정을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가 많이 흐리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법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한 3만원 이상의 식사,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 비용 기준이 너무 엄격하여, 이를 완화하고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그런데 이러한 요구를 국회와 사회단체 등에서 공개적으로 내놓고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는 우리 사회에 일정 수준의 부정이 관행화되어 있고,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사회의 이목을 끄는 사건이 터지면 의례히 공직자들의 금품수수 등 비리사건이 함께 달려 나왔다. 최근에도 대우조선 관련 비리 사건을 포함한 몇몇 대형사건에서 판검사와 언론인까지 연관되었다는 보도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운동경기에 비유하자면, 일반 선수들만이 부정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심판들까지 부정행위를 하게 되어 막장까지 도달한 심각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나 지도자들의 모습이 참으로 형식적이고 관행적이어서 더욱 절망감을 느낀다. 정말 이것은 아니다. 장관 인사청문회 제도를 운용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실컷 후보자의 비리와 무능을 온 국민들 앞에서 공격하고 증명하듯이 해놓고서는, 심지어 국회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아도 임명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처음 제도를 시작하던 때의 추상같던 사회적 분위기가 사라졌다. 그래서 국민들은 고위층이 다 그렇고 지도자들이 다 그런 사람들이라고 실망하고 비난하며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사회에 비리의 논리와 관용성을 파급시키고 있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더 심하다는 얘기도 있다. 높이 올라갈수록 부조리가 더 커도 용인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공직자의 반부패 시책과 청렴운동이 강력하게 시행되어 왔는데, 참으로 실망스럽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기술 면에서 이미 선진국 수준이고 민주화도 어느 정도 달성하였다. 한류를 통해 문화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고, 올림픽 등 스포츠 면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국가청렴도는 세계 40위 내외를 오르내리면서 만족스럽지 못하다. 점수로는 100점 만점에 56점이라 한다. 청백리를 숭상하던 우리 선조들에게 죄송할 뿐이다. 우리나라가 한때 미래에 발전할 4마리의 용으로 지칭될 때 4마리에는 싱가포르도 함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싱가포르는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달러 수준으로 동양의 1위는 물론이고, 세계 선두그룹에 속하고 있다. 우리는 반도 못 따라가고 있다. 싱가포르의 장점은 공직자나 국가의 청렴도가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싱가포르는 청렴한 국가를 만드는 데 그 어느 나라보다 큰 노력을 기울였다. 그것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부패한 집권세력 때문이라고 한다. 그 나라에 투자를 하고 거래를 하더라도 집권층에 많은 뇌물을 주어야 한다. 공직의 자리도 돈으로 거래가 된다. 그 돈들은 선진국에 개설한 개인 은행구좌로 들어간다. 실력이 있어도 발탁되지 못하고, 경쟁력이 있어도 채택되지 못한다. 그러니 발전할 기력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잘 발전되어 왔다. 부정부패도 어느 정도는 잦아들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면, 이제 한 번 더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학연이나 지연 등 비합리적인 인맥사회에서 실력 중심의 경쟁사회로 완벽하게 전환해야 하고, 적당히 봐주고 적당히 눈감아주는 감성적 사회에서 엄격한 합리적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의 무서운 눈초리가 필요하다. 그 핵심이 공직자의 청렴성 문제이다. 이번 김영란법은 그래서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 한다. 오히려 정부와 모든 국민들이 함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과거 교통위반을 하면 교통경찰관에게 의례히 면허증과 일정한 돈을 주었다. 그러면 눈감아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현상은 볼 수 없다.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작은 문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은 결국 큰 부정을 잉태하는 것이다. 김영란법을 계기로 함께 노력하여 제2의 싱가포르를 만들자.
  • 10년째 3만달러 못 넘는 국민소득… 2018년 돼야 진입

    10년째 3만달러 못 넘는 국민소득… 2018년 돼야 진입

    “3만弗=선진국 무의미” 주장도 다른 나라는 진입에 평균 8.2년 우리나라가 2018년이면 선진국의 관문처럼 여겨지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06년 2만 달러에 진입한 국민소득은 10년째 3만 달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소득이 경제성장률과 환율 변동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3만 달러 진입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일각에서는 ‘3만 달러=선진국’이란 공식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2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중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8년 3만 1744달러를 기록, 처음으로 3만 달러의 벽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20년(3만 317달러)에 3만 달러대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 것과 비교하면 2년가량 빠르다. 지난해에는 2만 7214달러였다. 예산정책처는 실질 GDP 증가율(경제성장률)이 2016년 2.6%에서 2018년 2.9%로 점차 오르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155원에서 1081원으로 내려 원화 가치가 절상되는 것을 전제로 이런 전망을 내놨다. 1인당 GDP가 2018년 3만 달러를 돌파하면 2006년 2만 달러 진입 후 12년 만이 된다. 다른 선진국은 평균 8.2년이 걸렸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 190개국 가운데 지난해 기준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25개국이다.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가장 빨리 도약한 나라는 스위스로, 단 2년이었다. 캐나다(15년), 프랑스(13년), 싱가포르(12년) 등은 오래 걸린 편이다. 3만 달러 진입이 지연된 이유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큰 영향을 줬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명목 GDP 성장률이 연평균 5.4% 성장했으나 원화 가치가 956원에서 1131원으로 18.4% 하락하면서 달러로 계산되는 1인당 GDP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예산정책처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정책처의 전망이 다소 낙관적이라는 평을 내놨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면 원화 가치가 오를 수 있으나 2018년까지 2% 중반대 성장을 벗어나기 어려워 보여 환율 하락을 전제로 한 전망이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강만수, 동창 회사서 억대 뇌물

    강만수, 동창 회사서 억대 뇌물

    한성그룹서 운영비·현금 등 받고 산은 행장시절 180억 특혜 대출 대우조선해양에 부당한 투자 압력을 행사한 의혹 등을 받고 있는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고교 동창 임우근(68) 한성그룹 회장 측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직간접적으로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747공약’(연 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 도약)으로 대표되는 이명박(MB) 정부 경제정책을 입안한 그는 MB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특보 등을 맡으면서 한때 ‘킹만수’라고 불리었다. 하지만 이날 검찰에 소환된 자리에서는 평소의 당당함 대신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이날 서울고등검찰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향해 “평생 조국을 위해 일했고,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면서 “제가 오해를 받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잘 풀리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전 행장은 지난달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70이 넘는 나이에 10년이 넘는 중죄에 해당하는 피의자가 됐다고 생각하니 인생이 너무 허무하다”고 소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강 전 행장은 1970년 5급 공무원시험(행정고시) 수석 합격 이후 구 재무부, 재정경제원 등 경제부처에서 30여년간 재직한 엘리트 경제 관료 출신이다. 과거 우리나라 경제 권력의 정점에 있던 ‘모피아’(재무부+마피아)의 상징이기도 했다. 재무부 이재국장(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시절엔 인사 불이익까지 감수하며 당시 장관의 지시를 거부해 ‘강고집’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1998년 재정경제원 차관 때 ‘IMF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은퇴한 뒤 10년간 야인 생활을 하다 MB 정부 출범과 함께 ‘실세 장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환율은 주권’ 등 논란을 불러온 발언도 서슴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당시 그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두터웠기 때문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강 전 행장을 이날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대우조선이 지인 김모씨의 바이오 업체 B사에 거액을 투자하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대우조선은 2012~2013년 B사의 연구개발 사업에 44억원을 지원했다. 검찰은 또 강 전 행장이 주류 수입업체 D사의 관세 분쟁에도 개입해 B사의 김씨가 부당한 이득을 챙기도록 도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2011년 5월 관세청과 관세 부과로 분쟁 중이던 D사로부터 조세 관련 공무원에게 로비를 해 주겠다며 3억 25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최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이날 강 전 행장을 상대로 한성기업의 모기업 극동수산이 산업은행으로부터 60억원대 특혜 대출을 받게 도왔다는 의혹도 캐물었다. 이 대출금을 포함해 한성기업은 2011년 산업은행에서 18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검찰은 당시 한성기업과 관계 회사들의 신용등급, 재무 여건 등에 비춰볼 때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보다 더 많은 대출이 집행됐다고 보고 이 과정에서 강 전 행장의 지시나 관여가 있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특히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산업은행장으로 부임하기 전 한성기업 경영 고문으로 위촉돼 현금과 사무실 운영비, 해외 출장비 등 억대의 금품을 한성기업 측에서 지원받은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강 전 행장과 임 회장 사이의 특수 관계가 특혜성 대출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 뇌물죄 적용 대상이다. 검찰은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해운 구조조정, 방향 설정부터 미숙했다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해운 구조조정, 방향 설정부터 미숙했다

    급전 수혈로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한 고비를 넘기는 양상이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 새 벌어진 ‘극도의 아노미(혼란)’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냉정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첫 단추’나 다름없던 한진해운 처리 과정에서 정부가 총체적인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내서다. 구조조정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는 ‘방향 설정’에서 미숙함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처음부터 한진해운을 단순히 사기업으로만 볼 것인지, 국가 기간산업(물류)으로 접근할 것인지 방향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구조조정 원칙을 중시하는 금융위와 산업 측면의 영향을 중시하는 해양수산부 간에 힘의 균형이 맞지 않은 점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치권 입김’이 상대적으로 덜 강한 해운업의 특성도 정부의 ‘엉성한’ 뒷처리를 야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과거부터 해운업은 일개 산업이지만 조선업은 정치 게임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한진해운의 지역사회 고용유발 효과는 3000명으로 추산된다. 반면 대우조선해양은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국민소득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용 효과도 13만명이나 된다. 조선사 생사는 정치권이 가장 민감해 하는 표심(票心)과 연결된다. 이 때문에 2000년대 중반 성동조선을 시작으로 조선사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이후 줄곧 지역 정치인들의 입김이 끊임없이 작용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인 대우조선(산업은행 지분 49.7%)과 채권단 지분이 20%밖에 안 되는 한진해운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면서 “(한진해운 대주주의 고통분담 없이) 채권단이나 정부가 먼저 나서 회생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고 강변했다. 이런 일련의 패착을 돌이켜 보면 결국엔 ‘컨트롤타워 부재’로 귀결된다. 여론의 집중포화가 쏟아지자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진해운 관련) 금융 이슈는 금융위원장이, 물류 관련은 해수부 장관이 중심이 돼 논의해 왔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금융위는 해수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소극적 대응을, 해수부는 한진해운의 비협조를, 산업부는 금융위의 독선을 탓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책임은 ‘약체’ 경제부총리에 있다는 게 지배적인 목소리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장관은 “어차피 각 부처는 자신들의 입장에서 논리를 세우고 주장을 설파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를 조율하고 국가경제라는 큰 틀에서 밑그림을 그려야 할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무대책 정부가 됐다”고 쓴소리했다. 또 다른 전직 관료는 “국내 1위, 세계 7위의 해운선사를 법정관리 보내면서 어떻게 이렇게까지 대비가 허술할 수 있는지 아무리 친정이라지만 이해가 안 간다”고 허탈해했다. 부실의 주범인 한진해운이 ‘대마불사’(큰 기업은 죽지 않는다)를 맹신하며 ‘배 째라’로 버틴 것은 두고두고 심판할 일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주주 고통 분담이 수반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로 갈 수 있음을 한진해운과 한진그룹 측에 수차례 신호를 보냈지만 ‘설마’ 하며 버텼고 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에도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제학 교수는 “물류대란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기는 했지만 대기업 오너들에게 확실한 메시지를 준 것은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물류는 국제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질서 있는 퇴각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 경주 참사로 잃은 딸 꿈 위해 바누아투에 학교 지은 아버지

    경주 참사로 잃은 딸 꿈 위해 바누아투에 학교 지은 아버지

    지난 7월 중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에서는 ‘혜륜유치원’ 개원식이 열렸다. 한국과는 무관해 보이는 이 나라에 세워진 유치원 이름이 ‘혜륜’인 배경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있다. 바누아투에 혜륜유치원을 세운 사람은 현대중공업에 근무하하는 한국인 고계석(51)씨다. 고씨는 2014년 뚤때 딸 혜륜이를 사고로 잃었다. 그해 겨울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렸던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에서다. 당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강당 지붕이 무너지며 많은 사상자를 낸 이 참사 현장에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던 혜륜 양이 있었다. 깊은 슬픔에 빠져있던 어버지 고씨는 선교사가 돼 평생을 봉사하면서 살고자 했던 딸의 꿈을 대신 이뤄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고민 끝에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학교를 짓는 일이 못다 핀 딸의 꿈을 대신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학교를 짓는 데 든 4억여원은 유족보상금으로 받은 6억여원에서 나왔다. 그 결과 모두 5개의 교실에 1개의 사무실을 갖춘, 국민소득 3000달러에 불과한 바누아투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2층짜리 국립 유치원이 탄생했다. 교육시설이 열악한 바누아투에 자리한 혜륜유치원은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한번에 20여명씩 총 50여명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다. 유치원을 제외한 나머지 교실들은 조만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로 탄생할 예정이다. 고씨는 유치원과 학교 건립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했을 뿐만 아니라 혜륜유치원의 마무리 공사에도 직접 참여하고 비품을 일일이 챙겨 넣는 등 바누아투를 여러 번 오가며 유치원 개원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유족보상금의 나머지 2억원은 딸이 입학할 예정이던 부산외국어대학교에 소망장학회를 설립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돕는 데 썼다. 고씨는는 “아직도 떠난 딸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 전엔 눈가에 눈물이 먼저 스친다”면서 “그럴 때마다 바누아투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떠올려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은 “2분기 경제성장률 0.8%”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이 0.8%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나왔던 속보치(0.7%)에 비해 0.1% 포인트 높아졌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2016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375조 3336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8%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1.2%) 이후 가장 높고, 1분기(0.5%)보다는 0.3% 포인트 상승했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임시공휴일 지정 등이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유가가 오르고 기업들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늘면서 전 분기보다 0.4% 감소했다. 실질 GNI가 감소한 것은 2014년 3분기(-0.2%) 이후 7분기 만에 처음이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홍용표 “北 통치자금 줄어…김정은 압박 받아”

    홍용표 “北 통치자금 줄어…김정은 압박 받아”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대북제재의 효과와 관련해 “북한의 달러 경제, 지도자층의 통치자금에 미치는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비핵화 국제회의’에 참석한 홍 장관은 30일(현지시간) 알마티의 한 호텔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통치자금이 줄었고 이로 인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층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홍 장관은 “북한은 대북제재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 인민 경제를 말하는데, 실질적으로 북한을 통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6개월 경과에 따른 효과를 평가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지표를 보면 7월 북·중 교역 규모는 6월에 비해 줄었다”며 “6월에는 다소 늘었지만, 올해 4월부터 추세를 보면 감소하고 있다. 이는 대북제재 효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탈북민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대북제재의 영향”이라며 “태영호 공사의 탈북 사례도 있듯이 지금 북한은 자금 부족을 겪고 있고 해외 파견자들에게 자금을 보내라고 압박하고 있고, 당사자들이 힘들어한다고 한다. 그런 것이 탈북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과거와 비교시 최근 탈북한 인사들 중에 고위급이 많으냐’는 질문에는 “해외 파견자의 탈북 사례를 보면 과거에 비해 지위가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며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달러를 모아 본국에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커지고 압박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심각한 균열 조짐’, ‘내부 동요 가능성’ 등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판단해서 말씀하시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갑작스러운 변화가 있다기보다는 북한의 잘못된 부분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겠다는 것”이라며 “‘이런 얘기를 하면 북한이 싫어하니까 하지 말아야겠다’는 등의 북한 눈치를 보는 식의 대응은 안 한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의 원래 입장”이라고 말했다. 홍 장관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이 ‘레짐 체인지’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서는 “레짐 체인지를 목표로 정부가 정책을 펼 수는 없다고 본다”며 “북한은 비정상적인 상황이고, 체제에 문제가 있다. 핵 개발에 집착하면 스스로 고립되고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비핵화를 선택하고 국제사회로 나오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자흐스탄 비핵화 사례가 북한에 주는 교훈에 대해서는 “카자흐스탄은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받았고, 이를 통해 경제발전을 했다”며 “카자흐스탄이 1991년 독립했을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였는데 이후 1만3천달러까지 올라갔다. 북한은 지금 약 1천달러인데 카자흐스탄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자흐스탄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핵보유국으로 남았다면 이런 경제성장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며 “북한도 그런 결심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개발 토대·경제 간섭… 차관의 기억

    개발 토대·경제 간섭… 차관의 기억

    심각한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 관리를 받던 1990년대 말을 지나자마자 전염병처럼 유행하던 게 “I’m forgetting”이란 말이다. 풀어 쓰자면 “(교훈을) 난 잊고 있었어”라는 뜻이다. IMF는 우리나라엔 결코 잊을 수 없는 기관 중 하나다.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은 한국의 IMF 및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가입 61주년을 맞아 8월 ‘이달의 기록’ 주제를 국제금융기구로 결정하고 23일부터 홈페이지(www.archives.go.kr)에 자료 41건을 서비스한다. 동영상 6건, 사진 18건, 문서 14건, 박물 3건이다. 한국은 1955년 8월 26일 IMF와 IBRD에 58번째 회원국으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정부 또는 공공기관과 외국 사이에서 융통하는 장기자금인 차관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1968~1999년 IBRD에서 빌린 돈만 156억 달러다. 대표적으로 1978년 충주 다목적댐 건설사업을 위해 1억 2500만 달러를 이율 7.35%, 4.5년 거치, 상환기간 12.5년이란 조건에 유치했다. 이를 성사시키려고 1965년부터 1973년 베트남전 종전까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파병하는 아픔도 겪었다. 우리나라는 1985년 서울에서 제40차 IBRD 및 IMF 총회를 개최하면서 차관 양수국이라는 그늘에서 차차 벗어난다. 1989년 세계은행(WB)의 1인당 국민소득 기준(4080달러)을 넘어섬에 따라 경과를 확인한 뒤 1995년 3월 차관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1997년 외환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IMF로부터 경제회복 프로그램 이행계획을 감시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여전히 이론은 있지만 국민들은 금 모으기에 동참하는 저력을 보이며 차입금을 3년 앞당겨 2001년 상환해 위기를 이겨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전기요금 폭탄에 주형환 산업부 장관 “요금 체계 전면개편”

    전기요금 폭탄에 주형환 산업부 장관 “요금 체계 전면개편”

    정부가 최근 ‘요금 폭탄’ 논란을 일으킨 전기요금 누진제 등 전기요금 체계를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8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요금 당·정 태스크포스(TF) 출범 회의에서 “누진제는 물론 누진제 집행 과정에서의 문제점, 더 나아가 교육용·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의 적정성, 형평성에 이르기까지 전기요금체계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여름 ‘이상폭염’이 이어지면서 문제가 제기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뿐만 아니라 전체 요금 체계 자체를 완전히 수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요금은 현재 6단계의 누진요금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요금제 구간(주택용 저압 전력 기준)은 1단계(사용량 100㎾ 이하), 2단계(101~200㎾), 3단계(201~300㎾), 4단계(301~400㎾), 5단계(401~500㎾), 6단계(501㎾ 이상)로 구분된다. 하지만 누진 단계 수가 지나치게 많고 최저구간과 최고구간의 누진율이 11.7배나 된다는 점 때문에 오래 전부터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특히 올해 여름 들어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켜지 못한다”며 민심이 폭발하자 정부는 지난 11일 여름철(7~9월)에 한해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주 장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주택용에 비해 산업용 요금이 많이 낮다”, “교육용 요금제도 불합리하다”는 등의 지적까지 받아들여 요금체계 전반을 개선하기로 방향을 잡은 것이다. 주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전기요금 누진제는 저소득층 지원 등을 위해 도입·유지돼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민소득 증가와 전기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개선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누진제 등 요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구체적인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당·정 TF 등을 통해 올해 말까지 세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형환 장관은 “당·정 TF를 통해 소비자,전문가 등 각계 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시대변화에 맞지 않거나 불합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빠짐없이 살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많은 국민이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 걱정에 힘든 여름을 보내고 계셔서 주무 장관으로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韓 GDP 세계 11위 ‘외화내빈’

    韓 GDP 세계 11위 ‘외화내빈’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9년 만에 다시 세계 11위로 올라섰다. 우리 사정이 특별히 좋아져서 그런 게 아니라 러시아, 호주 등 인접한 순위에 있는 나라들의 사정이 나빠져서다. 1인당 국민소득 순위는 더 내려갔다. 16일 세계은행(WB)이 내놓은 ‘국가별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달러화 기준 우리나라의 명목 GDP 규모는 1조 3779억 달러(약 1500조원)로 세계 1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명목 GDP 순위는 2005년 10위로 정점을 찍었다가 2006년(11위) 이후 조금씩 떨어지면서 2008년 15위까지 내려갔다. 한국의 순위 상승은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타격을 입은 러시아(12위)와 호주(13위)의 경제 규모가 2014년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전년보다 2.4% 줄어든 데 반해 러시아와 호주는 각각 34.7%와 7.9%가 감소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46위(2만 7440달러)로 2014년(42위)보다 네 계단 떨어졌다. GDP가 한 나라의 경제 규모를 보여 주는 지표라면 1인당 GNI는 평균적인 생활 수준을 보여 주는 지표다. 실제 구매력을 기준으로 환산한 1인당 GNI는 지난해 48위(3만 4700달러)로 더욱 낮은 순위를 나타냈다. 한편 지난해 세계 GDP 1위는 미국으로 17조 9470억 달러, 다음은 중국으로 10조 8664억 달러였다. 각각 우리나라의 13배와 8배였다. 3위는 일본(4조 1233억 달러), 4위는 독일(3조 3558억 달러), 5위는 영국(2조 8488억 달러)이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광복절 경축사] 中 사드 압박 겨냥 “강대국이 운명결정 비관적 사고 떨쳐내야”

    [광복절 경축사] 中 사드 압박 겨냥 “강대국이 운명결정 비관적 사고 떨쳐내야”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을 보면서 새삼 국민적 자신감에 대해 숙고하게 됐음을 15일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여지없이 드러냈다. ‘할 수 있다’(4회), ‘자신감’(4회), ‘자긍심’(1회) 등 자신감과 관련한 단어를 모두 9차례나 구사하며 연설의 거의 절반가량을 이 부분에 할애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운명이 강대국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피해의식과 비관적 사고를 떨쳐내야 한다”면서 “우리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번영의 주역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능동적이고 호혜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자위권적 조치”라고 덧붙였다. 이는 사드 배치를 우리의 자위적 방어조치로 보기보다는 미·중 간 헤게모니 싸움에서 우리가 어느 한편을 드는 쪽으로 해석하는 국내 일각의 시각을 피해의식으로 규정하면서 우리 스스로 우리의 운명을 개척한다는 자주(自主)의식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광복 71년 만에 우리의 국력은 눈부시게 성장한 반면 우리의 자존감은 71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했다고도 볼 수 있다. 실제 박 대통령은 “반세기 전 1인당 국민소득 67달러의 최빈국에서 지금은 경제 규모 세계 11위, 수출 규모 6위의 국가로 발전했고, 올해까지 3년 연속 혁신지수 세계 1위 국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국가 신용등급은 프랑스, 영국과 같은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면서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저력이자 자랑스러운 현주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을 향해서도 우리가 한반도의 주역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차원에서 사드를 배치하는 것이니 간섭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에 대한 자부심, 한류 문화 등의 구체적 사례를 열거하면서 “언제부터인지 우리 내부에서는 대한민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잘못된 풍조와 우리의 위대한 현대사를 부정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헬 조선’이라는 유행어를 반박했다. 이어 “자기비하와 비관, 불신과 증오는 결코 변화와 발전의 동력이 될 수 없다”면서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고 함께 가는 공동체 의식으로 노력하면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산업용 76% 올려도 107원… 가정용 123원보다 훨씬 낮아

    산업용 76% 올려도 107원… 가정용 123원보다 훨씬 낮아

    정부가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전기요금 폭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의문점들이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국민들은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판다는데 한국전력의 이익은 왜 그렇게 많이 늘어나는지 알 수 없다고 고개를 흔든다. 선진국보다 전기요금이 싸다는데 우리의 소득 수준을 감안해 비교한 것인지도 궁금해한다. 지난 9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전기요금 누진제 설명 이후 제기된 의문점들을 일문일답으로 짚어봤다. →정부는 가구 84%의 지난해 8월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라고 했는데 맞는 말인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10일 “1~4단계(가구 비중 83.7%) 구간이 원가 이하이고 5~6단계(16.3%)는 원가 이상이라고 했는데 정확한 데이터를 생략하고 설명하다 보니 오해가 빚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정확하게는 월평균 사용량 350㎾h가 기준이다. 이를 넘으면 원가 이상으로 부담하고 밑돌면 원가 이하라는 얘기다. 350㎾h는 4단계(301~400㎾h)의 중간 지점이다. 산업부가 지난해 6월 내놓은 ‘올여름 가계 전기요금 부담 경감’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구간을 1~3단계, 4~6단계를 원가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를 그대로 적용하면 가구의 43.5%가 원가 이상의 전기요금을 내고 있는 셈이다. 전기요금이 싸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통계 기준을 바꾼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가 이하로 파는데 한전의 이익은 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나. -발전 자회사로부터 싸게 사와서 소비자들에게 비싸게 팔기 때문이다. 한전의 전력 구매단가는 저유가 영향으로 2014년 ㎾h당 93원에서 지난해 85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한전의 전기 판매가는 그대로다. 주택용이 123.7원, 산업용 107.4원, 교육용 113.2원, 가로등이 113.4원이다. 농사용(47.3원) 등을 빼고는 판매단가가 구매단가보다 상당히 높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1조원을 넘었고 올 상반기는 6조원대를 기록했다. →한전의 여름 주택용 전기요금 수익이 가장 높은 이유는 누진제 영향이 아닌가. -그렇다. 한전이 지난해 8월 가정에 청구한 전기요금(주택용 전력 판매 수입)은 8857억원으로 봄·가을 청구액의 1.5배에 이른다. 반면 일반용은 7~9월 변동률이 10~20%에 불과했고 산업용은 8월 들어 전월보다 2400억원 정도 줄었다. 상점이나 가정이나 여름철 냉방 수요가 많기는 똑같은데 주택용만 유독 전기요금이 급증한 것은 누진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6개 구간은 어떤 기준으로 만들었나. -한전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전력사용량 100㎾h 간격으로 1~6단계로 이뤄진다. 1단계 60.7원에서 2단계 125.9원으로 두 배 이상 뛴다. 1단계와 6단계 간 격차는 11.7배다. 한전 관계자는 “특정한 기준으로 정한 게 아니며 원가가 반영돼 시뮬레이션하기 때문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OECD 평균의 61%라는데 국민소득도 감안한 것일까. -국민소득을 감안하지 않은 단순 비교다. 산업부는 OECD 국가 주택용 전기요금 평균을 100%로 봤을 때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은 61.3%에 불과해 저렴하다고 밝혔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측은 “국민소득이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 주택용 전기요금은 우리보다 조금 높은 69.9%인 반면 전력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141.6%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자원이 풍부해 원료 가격이 싼 미국처럼 국가마다 자연환경과 자원 보유량, 경제 여건 등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데 단순 결과에만 매달리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주택용 전기요금이 10년간 11% 오른 반면 산업용 요금은 같은 기간에 76% 상승했다는데. -비율만 보면 산업용 요금이 많이 오른 것으로 보이지만 금액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기저 효과 때문이다. 산업용 요금이 절대적으로 낮게 책정됐기 때문에 상승세가 크게 보이는 것이다. 2005년 산업용 판매단가는 60.3원에서 2015년 107.4원으로 47.1원이 증가했다. 주택용은 2005년 110.8원에서 2015년 123.7원으로 12.9원이 올랐다. 손 교수는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당시 매우 저렴하게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원 보조했지만 가정에서 에어컨, 컴퓨터 등 가전제품의 증가로 전력소비량이 늘어난 것처럼 경제 규모 확대에 따라 산업용과 일반용의 전력 사용도 많이 늘었는데 주택용에만 페널티를 주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루 4시간만 틀면 ‘전기요금 폭탄’ 피할 수 있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의미가 없어 보인다. 산업부는 하루 4시간 정도를 적당하게, 효율적으로 쓰면 전기요금 폭탄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어린이, 환자, 노인 등을 배려하지 않은 것으로 소비자들은 이를 반강제적으로 ‘절전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요금 폭탄’ 8월분 전기요금 청구서는 언제쯤 나오나. -8월분 전기요금 청구서는 검침일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늦어도 다음달 12~13일이면 대부분 받아 볼 수 있다. 검침일이 15일인 가정에서는 전달 15일부터 해당 달 14일까지 한 달분의 전기요금이 나온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이창용 전 금융위 부위원장, “한국경제, 수년 뒤 장기침체 노출 가능성”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9일 한국경제가 앞으로 장기침체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국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감독정책만 담당하던 금융감독위원회가 산업정책까지 담당하는 금융위원회가 된 이후 초대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 국장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서강대에서 한국경제학회가 개최한 제17차 국제학술대회에서 ‘세계화와 한국경제의 구조적 변화’란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국장은 “한국이 인구구조 문제로 몇 년 뒤 일본처럼 장기침체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절대인구가 생산가능인구를 중심으로 감소하고 있고 노인 빈곤층이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 국장은 현재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나쁘지 않고 높은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를 밑돌면서 위기감이 커졌다는 지적에 대해 “해외에서 볼 때 3%는 절대 낮은 성장률이 아니다”라며 “과거 프레임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고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가까운 나라인데 과거처럼 성장률이 7∼8%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지금은 경제를 잘못 관리함으로써 성장률이 정말 낮아지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국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조업은 이미 발전했기 때문에 의료 등의 서비스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과거와 달리 세계 교역 증가율이 성장세를 웃도는 시대가 아니다. 수출에서만 답을 찾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에서 확대된 소득 불평등이 도전 과제가 됐고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냈다. 이 국장은 “과거 1970∼80년대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가 성장하면서 소득과 불평등 문제도 개선됐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며 “성장한다고 해서 불평등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국장은 아시아의 경제적 과제로 자본 이동의 변동성 확대,민간부채 증가, 저인플레이션 등도 꼽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열린세상] 정치의 본령/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열린세상] 정치의 본령/고세훈 고려대 공공행정학부 교수

    영국 현대정치사에서 유례없는 감정싸움의 양상을 보였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소동도 일단락됐다. 잔류 편에 섰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물러나자 예상을 깨고 탈퇴 캠페인을 이끌었던 정치인들이 모두 당권경쟁을 포기하거나 중도 탈락했고, 잔류파에 속했던 테레사 메이 전 내무장관이 새 총리가 됐다. 브렉시트라는 슈퍼바이러스는 수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는, 마침내 그 환호의 주역들에게 정치적 치명타를 안겨준 셈이다. 실제로 국민투표가 끝나고 운동이 현실로 되면서 탈퇴 진영을 달궜던 반이주민과 주권회복의 구호는 브렉시트가 몰고 올 경제적 파장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 앞에서 하루아침에 모호하고 무력한 외침이 됐다. 탈퇴를 선동했던 주역들이 일제히 몸을 사리며 볼멘소리를 한다거나, 메이 총리가 탈퇴절차를 규정한 리스본조약 50조를 차마 발동시키지 못했던 저간의 사정이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이주민과 주권문제는 실은, 시작부터 그리고 투표 후에는 더욱 명료하게, 경제문제와 맞물렸던 것이다. 종교·인종·계급·지역 등 사회적 갈등의 요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종문제, 북아일랜드 종교 내전, 스페인의 카탈로니아와 바스크 분리주의운동, 이탈리아의 남북문제 등이 보여주듯이, 현실적 갈등의 배면에는 경제적 이해관계, 차별, 불안이 일관되게 자리잡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흑백문제는 계급문제”라고 단언했고, 교황 프란치스코는 이슬람국가(IS)에 의한 프랑스 성당테러를 두고 “이것은 전쟁이되, 종교전쟁이 아니라 돈의 전쟁”이라고 즉각 규정하고 나섰다. 정치의 책무가 ‘이미 존재하는’ 갈등들을 평화적으로 수렴, 조절해내는 데 있다면, 갈등의 가장 보편적이고 본질적인 요인인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문제를 제어·완화하는 일이야말로 정치의 일차적 과제라 아니할 수 없다. 말하자면 정치의 본령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편드는 데’ 있는 것이다. 본래 불평등은 관계적 개념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권력적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방치될수록 위아래 권력 자원의 편차는 커지기 마련이거니와, 그 효과는 누적적이어서, 가령 소득의 불평등은 소비뿐 아니라 의료·주거·교육·정치적 영향력 등 다양한 영역을 경유해 불평등을 재차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시장적 자유, 사유재산의 신성성을 금과옥조로 붙들고 탈규제, 민영화, 긴축을 대안으로 내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진행된 지 어언 한 세대, 계급, 계층 간 불평등은 경제 체제를 가로질러 줄곧 심화됐다. 한국은 특히 심각해서, 2020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가장 불평등한 국가가 되리라는 예측도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한국의 국민총생산(GNP) 대비 복지 지출 수준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최하위 부근이며 OECD 비가입국인 중국에 가깝다. 서유럽 유권자의 대종인 복지 수혜자와 복지 공무원 규모가 모두 취약하니 복지 공약이 물거품이 돼도 이렇다 할 정치적 반향이 없다. 그래서인가 여전히 성장 타령이다. 분배는 총수요·노동의 질·사회통합 등과 맞물려 성장을 독려하거니와, 경제 선진국들은 전후의 폐허 위에서 복지 국가의 골격을 세웠고, 미국이 복지 국가가 아닌 이유를 성장 부족 탓이라고 강변할 대담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장과 정치가 약자들을 핑퐁 하듯 내치는 형국이니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매년 조사 대상국가들 중 바닥 근처를 서성여도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실제로 한국이란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다는 증거는 넘친다. 오늘날 한국은 이혼율, 저출산율, 비정규직 비율, 산업재해율, 노인빈곤율, 자살률 등 핵심적 사회지표들에서 단연 OECD 선두를 달린다. 한국은 ‘국민소득 수준이 2만 5000달러를 넘어서면 불평등이야말로 제 사회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단일의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는 학자들의 최근 가설을 가장 극명하게 확인해 주는 사례인 것이다. 무릇 힘 있는 자는 의지가 없고 의지가 있는 자는 힘이 없다고 했다. 누구나 정치를 욕할지언정 저마다 정치인이 되고자 안달하는 나라가 또한 한국이거니와, 한국 정치의 지분과 역량이 아직 웬만하다는 뜻일 게다. 문제는 상당 정도 의지의 문제다. 한국 정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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