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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석 경북 영천시장 “말산업 1번지…농축산업+관광+레저 융복합 성지로”

    김영석 경북 영천시장 “말산업 1번지…농축산업+관광+레저 융복합 성지로”

    “말(馬)산업을 경북도·영천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시켜 나가겠습니다.”김영석(65) 경북 영천시장은 21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말산업이 농축산업과 관광, 레저 등이 결합된 농촌의 새로운 융복합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산업 1번지’인 영천이 경마공원인 ‘렛츠런파크 영천’ 조성과 내륙 최초의 말산업특구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경북은 물론 우리나라 말산업을 선도해 나가도록 하겠다”면서 “이를 적극 뒷받침할 새 정부의 확고한 말산업 육성 의지와 관계 법령 개정 노력 등으로 벌써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그동안 말산업 추진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영천 경마공원 조성 등 말로만 ‘말산업 육성’을 외쳤지,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보이지 않아 큰 실망감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지난 정부 때 터진 삼성의 ‘정유라 승마 지원’ 문제 불똥이 특권층의 엘리트 승마가 아닌 농촌지역 말산업으로 튀어 국비 예산 지원이 끓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영천 최초의 민선 3선 시장으로 내년 지방선거에 차기 경북도지사 출마 의지를 피력한 김 시장은 2009년 12월 한국마사회의 제4 신규 경마장 유치에 성공했다. 이어 2011년 9월 정부의 말산업 육성법 시행과 함께 전국 최초로 말산업 육성 계획을 수립해 적극 추진하고 있다. 영천이 말의 정체성을 가진 고장이라는 점을 적극 고려했다. 신녕면 매양리에는 조선시대 지방역원의 중심이자 인근 14개 역을 관할한 장수역이 있었다. 영천 시내 ‘조양각’ 건너편 금호강변은 조선통신사 일행이 일본으로 떠나기에 앞서 마상재를 시연한 곳이다. 김 시장은 “말산업은 1·2·3차 산업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부가가치가 높다”면서 “경마와 승마는 말산업이라는 수레를 함께 이끌어 가는 두 개의 큰 바퀴이다. 말산업으로 농촌 관광과 일자리 창출, 농가 소득 증대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영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오늘의 경제 Talk 톡] 국민총소득(GNI)

    ●국민총소득(GNI) 한 국가의 국민이 일정 기간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 합계. 국내총생산(GDP)에서 내국인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자, 배당, 임금)은 더하고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에서 번 소득은 빼서 계산한다. 국민소득의 실질 구매력의 척도로 사용된다.
  • 국민소득 2분기 - 0.6%…기업배당금 해외로 술술

    올해 2분기(4∼6월) 국내 기업들의 배당금이 해외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1일 발표한 ‘2017년 2분기 국민소득’(잠정치)에 따르면 실질 GNI는 401조 6268억원으로 1분기 403조 9315억원보다 0.6% 줄었다. GNI는 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이자, 배당 등의 소득을 합친 것이다. 실질 GNI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분기(-0.4%) 이후 처음이다. 감소 폭은 2010년 4분기(-1.7%) 이후 6년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삼성전자가 지난 5월 1조 1000억여원을 배당한 요인이 컸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금의 절반 이상이 해외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한은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2분기 해외에 지급한 배당금은 91억 8160만 달러(약 10조 3000억원)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김영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기업들이 연간 한 차례 하던 배당을 중간배당으로 바꾸는 추세로 인한 것이어서 불규칙하고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말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386조 5825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0.6% 증가했다. 1분기 성장률(1.1%)의 절반 수준이지만 워낙 1분기가 ‘깜짝 성장’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표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민간 소비 증가율은 1분기 0.4%에서 2분기 1.0%로 뛰었다. 2015년 4분기(1.5%) 이후 1년 6개월 만에 1%대로 올라섰다. 정부 소비(0.5→1.1%)와 설비 투자(4.4→5.2%)도 개선됐다. 다만 건설투자는 같은 기간 6.8%에서 0.3%로 급락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한·중 수교 25주년] 한·중 최근 교역 4.5% 후퇴… “시장 통합 관점서 기회 찾아야”

    [한·중 수교 25주년] 한·중 최근 교역 4.5% 후퇴… “시장 통합 관점서 기회 찾아야”

    24일로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이 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92년 수교 당시 큰 차이가 안 나던 중국 경제 규모는 한국의 8배로 성장했다. 한·중 간 산업 경제가 보완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접어든 만큼 국산 제품을 서둘러 차별화하고 ‘시장 통합’ 관점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산업연구원은 23일 발표한 ‘수교 25주년, 한·중 산업경제의 변화와 과제’ 보고서에서 “중국의 산업 및 무역구조 고도화로 한·중 간 수출상품 구조가 유사해지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1992년 수교 이후 지난해까지 46.1배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 수입도 같은 기간 23.5배 늘어났다. 그 사이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1인당 국민소득도 수교 당시 우리나라가 중국의 21.9배였지만 지난해 3.4배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최근 5년만 놓고 보면 양국 교역 규모(2011년 2206억 달러→2016년 2114억 달러)는 되레 감소(4.2%)했다. 보고서를 쓴 조철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의 산업·무역구조가 경공업·원자재 단순 가공에서 가공도가 높은 조립 제품·부품 소재 부문으로 확대됨에 따라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수직적 보완에서 수평적 분업·경쟁 관계로 바뀌었다”면서 “기능·성능·디자인 등에서 국산 제품을 차별화하고 양국 투자 방식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풀기 위한 민간, 학계 교류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코트라는 같은 날 내놓은 ‘한·중 경제관계 중장기 변화 추세와 과제’ 보고서에서 “한·중 경제관계가 분업협력(1.0), 협력심화(2.0)를 거쳐 시장 통합(3.0) 단계로 접어들었다”며 “3.0 통합 시장에서 기회 요인을 살펴보고 ‘규모의 경제’와 역직구 등 신시장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불량 식품 범람(2)

    [그때의 사회면] 불량 식품 범람(2)

    ‘살충제 달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살충제나 농약이 잔류한 식품은 건강을 해치는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므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 전 또는 그 이전에는 잔류 농약에 대한 기준이나 엄격한 법규가 없었기에 위해 식료품들이 넘쳐났지만 2017년의 살충제 달걀 파문은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그 당시에는 잔류가 아니라 농약이나 살충제를 식료품 재료에 직접 뿌리기도 했으니 국민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던 시절이었다. 유해 식품이 범람하자 그에 대한 대책으로 ‘보건범죄특별단속법’이 제정된 것은 1969년이었다. 1972년 2월 당시 서울시경이 부정식품 1331건을 단속했는데 별의별 사례가 다 있다. 톱밥에 공업용 색소를 입혀 만든 가짜 고춧가루를 3000가마니나 팔았다고 한다. 석회를 응고제로 쓴 두부 사례는 지난 회에 썼었다. 양잿물을 섞은 공업용 유지를 기름 대용으로 써 만든 빵, 검은 염색약을 바른 김, 공업용 소다를 발라 연하게 만든 로스구이, 밀가루· 석회·산토닌을 섞어 만든 회충약, 밀가루·기름·포스트용 물감으로 만든 미제 비타민 등 가짜 유해 식품과 약품이 단속에 걸렸다. 살충제를 피부약으로 팔아 실제로 이를 바른 아동이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난청과 시력장애, 뇌신경 파괴를 일으키는 ‘농약 콩나물’도 오랫동안 나돌아 시민의 건강을 해쳤다. 진짜 맥주 20%에 물과 주정, 방부제를 섞어 만든 가짜 맥주도 범람해 술꾼들에게 술 마신 다음날 아침 극심한 두통을 안겼다. 심지어 청계천 구정물에 양잿물을 섞어 만든 가짜 술이 ‘특주’로 둔갑해 주당들의 입으로 들어갔다. 썩지 말라고 농약을 뿌린 노가리도 나돌았는데 가짜 술과 같이 먹었다면 십중팔구 병원 신세를 졌을 것이다. 지금 중국에서 가짜 달걀이 나돌듯이 우리도 먹고살기 어렵던 때 허술한 단속망을 틈타 소비자의 피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만들 수 있다면 어떤 것이든 건강을 해치는 가짜 식료품을 만들어 팔았다. 1966년엔 싸구려 탈지분유에 밀가루를 탄 가짜 분유 파동이 일어 아기 젖이 모자란 산모들을 분노에 떨게 했다. 또 무에 물감을 들인 가짜 파인애플, 우렁이를 넣은 가짜 소라 통조림 사건도 있었으니 소비자를 우롱해도 보통 우롱한 게 아니다. 가짜 된장, 고추장, 간장이 시중 유통제품의 28%나 되는 사실이 드러나고 폐유로 만든 참기름과 수은으로 재배한 콩나물이 적발돼 유해 식품 제조업자에게 최고 사형까지 선고하겠다고 한 때가 1988년 4월이었다. 그 뒤 30년이 흘러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시대에도 유해 식품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사진은 유해 식료품의 실태를 전한 1966년 3월 19일자 경향신문 기사. 손성진 논설주간 sonsj@seoul.co.kr
  • 근현대사 여적 오롯이 東郊에서 생생한 무지갯빛 이야기 童話되고 동상·기념비의 천국 童心저격

    어린이대공원이 면한 능동, 군자동, 구의동은 조선시대 동교(東郊)의 언저리다. 동교란 동대문서부터 아차산과 광나루까지 서울의 동동쪽 교외를 이르는 조선식 지역 구분법이다.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백악~낙산~남산~인왕산)이 사대문을 형성한다면 외사산(북한산~아차산~관악산~덕양산)은 사대문 밖 10리 즉 성저십리(城底十里)를 감싼다. 동교는 동쪽 벌판이었다. 북교, 서교, 남교라는 지역명은 낯설지만 동교는 귀에 익다. 생산지가 없는 소비도시를 먹여살리고 지키는 중요한 배후지였다.●동대문~광나루 동교는 소비도시 배후동교는 목장→군대 주둔지→채소 재배지로 돌고 돌았다. 너른 들에 말을 키우던 목장이었지만 군마를 키우지 못하도록 항복 조건을 못박은 병자호란 이후 훈련도감 군인 주둔지로, 사대문 안에 필요한 채소 재배지와 물물교환 시장으로 변천한 것이다. 전농동, 마전교, 마장동, 면목동, 자양동, 미근동처럼 지명에 농사와 목축, 채소 재배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특히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옛 뚝섬 경마장에 이 지역의 대표 유전자가 깃들어 있다.어린이대공원을 단순히 하나의 공원, 그것도 어린이용 공원으로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한국 근현대사의 여적이 오롯이 남은 터전이다. 이 땅의 마지막 황태자비이자 황후인 순명효황후가 1926년 유릉에 순종과 합장하기 이전까지 묻혔던 유강원 자리였다. 능동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비롯됐다. 192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서울컨트리클럽(군자리골프코스)의 클럽하우스가 건재하고 공원에는 18홀 코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앞두고 남북 간 체제 경쟁의 폭풍 속에서 “골프장을 한가로운 교외로 옮기고 그 자리에 어린이대공원을 조성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골프장은 어린이공원으로 둔갑했다.●골프장 모습 그대로… 동양 최고 공원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71만 9400㎡짜리 동양 최고 규모의 공원을 우리 손으로 조성한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공원이라곤 창경원, 남산공원, 사직공원, 효창공원, 삼청공원, 파고다공원 같은 자연공원과 사적지공원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50달러, 조경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최고의 어린이공원이었다. 모든 어린이와, 어린이를 빙자한 어른들의 놀이터였다.공원을 조성한 양택식 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이 가장 잘한 일은 공원이 인공적인 놀이기구에 파묻히지 않고 골프장 상태 그대로 잔디와 숲을 유지하도록 해 달라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 점이다. 동양 최대의 디즈니랜드를 만든다면서 모든 길을 포장하고, 동서남북으로 6개의 광장을 만들고, 모노레일을 깐다는 식의 계획은 백지화됐다. 덕분에 오늘의 어린이대공원이 도시의 허파로 온전하게 남았다.●예술가들 무보수 참여… 도시의 허파로당대의 쟁쟁한 예술가들이 무보수로 공원 조성에 참여했고 기업과 개인독지가가 분수대, 벤치, 음수대 제작비 등 공사 대금을 기증 혹은 찬조했다. 광화문 충무공 동상을 조각한 김세중이 중앙분수대를,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염덕문이 정문과 팔각정을 각각 지었다. 어린이대공원은 잠자던 능동 일대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1973년 개원일에 맞춰 서울시는 시내 어느 곳에서라도 한 번만 갈아타면 대공원에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운행체계를 개편했다. 개원 첫날 60만명, 다음날 30만명이 몰렸다. 한적한 교외마을 능동과 뚝섬·화양·중곡동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개발붐을 탔다. 주변이 학교와 주택지로 변했다. 능동로·중곡동길·자양로가 생겼고 천호대로와 동이로가 개통됐다. 지하철 2·5·7호선이 지나게 된 것도 모두 어린이대공원의 영향이다. ●마지막 황후의 능… 살아 있는 역사로‘옥에 티’가 있다면 20개에 이르는 동상과 기념비가 개념 없이 꽂혀 있고 육영재단 어린이회관과 통일교에 알토란 같은 부지 13만㎡를 떼어준 점이다. 1974년 남산에서 옮겨온 어린이회관은 길을 잃었고 리틀엔젤스예술단 자리엔 유니버설발레단, 선화예술 중·고교 등이 들어서 사유화됐다.꿈마루는 ‘소설 같은’ 건축물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후의 능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그리고 어린이대공원 교양관이라는 여러 시간대의 역사가 한 장소에 겹쳐 꿈을 꾸기 때문이다. 워커힐호텔 본관을 설계한 나상진이 1970년 완공한 이 건물은 철거 일보 직전 살아남은 뒤 조성룡과 최춘웅에 의해 2011년 되살아났고 2013년에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 14위에 뽑혀 건축물 순례지가 됐다. 살아남은 역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동심이 전하는 메시지편이 서울 광진구 능동로 216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지난 5일 진행됐다. 어린이대공원은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의 보물창고이다. 참가자들은 무더위를 피해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나무들이 소곤대는 소리와 보름달을 조명 삼아 시원한 밤을 보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나온 어린이들도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전해 주는 감미로운 무지갯빛 이야기보따리를 따라 동심을 맘껏 발산했다.
  •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東郊에서 童話되고 童心저격

    [서울미래유산 그랜드투어] 東郊에서 童話되고 童心저격

    서울신문이 서울시 및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7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1회 동심이 전하는 메시지편이 서울 광진구 능동로 216 어린이대공원 일대에서 지난 5일 진행됐다. 어린이대공원은 공원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의 보물창고이다. 참가자들은 무더위를 피해 오후 7시부터 9시 30분까지 나무들이 소곤대는 소리와 보름달을 조명 삼아 시원한 밤을 보냈다. 부모의 손에 이끌려나온 어린이들도 김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전해 주는 감미로운 무지갯빛 이야기보따리를 따라 동심을 맘껏 발산했다.어린이대공원이 면한 능동, 군자동, 구의동은 조선시대 동교(東郊)의 언저리다. 동교란 동대문서부터 아차산과 광나루까지 서울의 동동쪽 교외를 이르는 조선식 지역 구분법이다.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내사산(백악~낙산~남산~인왕산)이 사대문을 형성한다면 외사산(북한산~아차산~관악산~덕양산)은 사대문 밖 10리 즉 성저십리(城底十里)를 감싼다. 동교는 동쪽 벌판이었다. 북교, 서교, 남교라는 지역명은 낯설지만 동교는 귀에 익다. 생산지가 없는 소비도시를 먹여살리고 지키는 중요한 배후지였다. ●동대문~광나루 동교는 소비도시 배후 동교는 목장→군대 주둔지→채소 재배지로 돌고 돌았다. 너른 들에 말을 키우던 목장이었지만 군마를 키우지 못하도록 항복 조건을 못박은 병자호란 이후 훈련도감 군인 주둔지로, 사대문 안에 필요한 채소 재배지와 물물교환 시장으로 변천한 것이다. 전농동, 마전교, 마장동, 면목동, 자양동, 미근동처럼 지명에 농사와 목축, 채소 재배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특히 마장동 축산물시장과 옛 뚝섬 경마장에 이 지역의 대표 유전자가 깃들어 있다. 어린이대공원을 단순히 하나의 공원, 그것도 어린이용 공원으로 만만히 봤다가는 큰코다친다. 한국 근현대사의 여적이 오롯이 남은 터전이다. 이 땅의 마지막 황태자비이자 황후인 순명효황후가 1926년 유릉에 순종과 합장하기 이전까지 묻혔던 유강원 자리였다. 능동이라는 지명이 여기서 비롯됐다. 1927년 조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골프장 서울컨트리클럽(군자리골프코스)의 클럽하우스가 건재하고 공원에는 18홀 코스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앞두고 남북 간 체제 경쟁의 폭풍 속에서 “골프장을 한가로운 교외로 옮기고 그 자리에 어린이대공원을 조성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한마디에 골프장은 어린이공원으로 둔갑했다.●골프장 모습 그대로… 동양 최고 공원 1973년 5월 5일 어린이날을 기해 71만 9400㎡짜리 동양 최고 규모의 공원을 우리 손으로 조성한 기념비적인 공간이다. 공원이라곤 창경원, 남산공원, 사직공원, 효창공원, 삼청공원, 파고다공원 같은 자연공원과 사적지공원밖에 없던 시절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 350달러, 조경이라는 개념조차 없었지만 국민의 염원을 담아 만든 최고의 어린이공원이었다. 모든 어린이와, 어린이를 빙자한 어른들의 놀이터였다. 공원을 조성한 양택식 시장 등 서울시 공무원들이 가장 잘한 일은 공원이 인공적인 놀이기구에 파묻히지 않고 골프장 상태 그대로 잔디와 숲을 유지하도록 해 달라는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한 점이다. 동양 최대의 디즈니랜드를 만든다면서 모든 길을 포장하고, 동서남북으로 6개의 광장을 만들고, 모노레일을 깐다는 식의 계획은 백지화됐다. 덕분에 오늘의 어린이대공원이 도시의 허파로 온전하게 남았다.●예술가들 무보수 참여… 도시의 허파로 당대의 쟁쟁한 예술가들이 무보수로 공원 조성에 참여했고 기업과 개인독지가가 분수대, 벤치, 음수대 제작비 등 공사 대금을 기증 혹은 찬조했다. 광화문 충무공 동상을 조각한 김세중이 중앙분수대를, 세종문화회관을 설계한 건축가 염덕문이 정문과 팔각정을 각각 지었다. 어린이대공원은 잠자던 능동 일대의 지도를 새로 그렸다. 1973년 개원일에 맞춰 서울시는 시내 어느 곳에서라도 한 번만 갈아타면 대공원에 갈 수 있도록 시내버스 운행체계를 개편했다. 개원 첫날 60만명, 다음날 30만명이 몰렸다. 한적한 교외마을 능동과 뚝섬·화양·중곡동에 시민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개발붐을 탔다. 주변이 학교와 주택지로 변했다. 능동로·중곡동길·자양로가 생겼고 천호대로와 동이로가 개통됐다. 지하철 2·5·7호선이 지나게 된 것도 모두 어린이대공원의 영향이다. ●마지막 황후의 능… 살아 있는 역사로 ‘옥에 티’가 있다면 20개에 이르는 동상과 기념비가 개념 없이 꽂혀 있고 육영재단 어린이회관과 통일교에 알토란 같은 부지 13만㎡를 떼어준 점이다. 1974년 남산에서 옮겨온 어린이회관은 길을 잃었고 리틀엔젤스예술단 자리엔 유니버설발레단, 선화예술 중·고교 등이 들어서 사유화됐다. 꿈마루는 ‘소설 같은’ 건축물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후의 능과 최초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그리고 어린이대공원 교양관이라는 여러 시간대의 역사가 한 장소에 겹쳐 꿈을 꾸기 때문이다. 워커힐호텔 본관을 설계한 나상진이 1970년 완공한 이 건물은 철거 일보 직전 살아남은 뒤 조성룡과 최춘웅에 의해 2011년 되살아났고 2013년에는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 14위에 뽑혀 건축물 순례지가 됐다. 살아남은 역사란 바로 이런 것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 내년 국민소득 3만 달러 돌파 가능성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1인당 국민소득이 내년에 3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는 선진국 진입의 상징으로 평가받는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9200달러로 추산된다. 지난해에는 2만 7500달러였다. 정부가 전망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4.5%)와 내년 인구추계(5163만여명)를 감안하면 내년에는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400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06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한 뒤 11년째 2만 달러 늪에 머물고 있다. 주요 선진국이 3만 달러 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8.2년이다. 변수는 원·달러 환율과 우리 경제의 성장 속도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자산 축소가 본격화되면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본격화하고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확충돼 성장률이 개선되면 1인당 국민소득을 끌어올리게 된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오늘의 눈] ‘맞춤형 통계’의 두 얼굴/강국진 경제정책부 기자

    [오늘의 눈] ‘맞춤형 통계’의 두 얼굴/강국진 경제정책부 기자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통계다.”일반적으로 통계는 국가 정책에 당위성과 방향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가 최근 세금·대출·청약 등에 대한 ‘3중 규제’로 대표되는 ‘8·2 부동산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도 각종 집값 관련 통계가 수직 상승하는 등 경고음이 켜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표현에서 볼 수 있듯 통계는 거짓말을 곧잘 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2017년 세법 개정안’과 함께 공개된 세수 효과 통계가 대표적이다. 기재부는 ‘전년 대비 방식’을 내세워 향후 5년 동안 5조 5000억원이 증가한다고 했지만, 계산법을 ‘기준연도 대비 방식’으로 바꾸면 이보다 4.5배 많은 24조 6000억원에 달했다.<서울신문 8월 4일자 4면> 국민이나 기업 입장에서는 세부담 증가라는 점에서 정부가 일부러 통계를 왜곡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통계를 둘러싼 논란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논란에서도 두드러졌다. 전기요금 전망의 기초가 되는 전력 수요 예측이 불과 2년 만에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맞춤형 통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통계라는 숫자가 갖는 구체성은 국민들을 설득하는 논리가 되거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가리는 장막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명박 정부 당시 “비정규직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100만 해고 대란이 온다”면서 관련 법 개정을 압박하기도 했으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자”는 구호는 서민층이나 저소득층의 팍팍한 삶을 부수적인 문제로 돌리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반복되는 생산유발효과나 고용증대효과가 얼마라는 식의 한 단면만 보여 주는 통계는 부작용이나 문제점을 우려하는 반대 목소리를 묵살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엉터리 통계는 부실 정책을 낳고, 이는 다시 정부 신뢰를 추락시키는 악순환의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 정책 효과보다는 국민 눈높이에 충실한 통계를 제시하는 게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betulo@seoul.co.kr
  •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다문화가정에서 찾아보는 한국의 미래

    [김상선의 함께하는 세상] 다문화가정에서 찾아보는 한국의 미래

    골목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반갑다. 충북 보은의 시골 마을로 봉사활동을 갔을 때 일이다. 이 마을에만 이십여 가정이 넘는 베트남 다문화가정 덕분이란다. 적막감이 넘치는 여느 시골 마을과 달리 여기저기 들려오는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에 그저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한 해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더욱 반갑다. 1.17명.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아이 수)이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등을 제외하면 세계 꼴찌 수준이다. 2001년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 국가가 된 이래 지난 16년 동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30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하고 2100년에는 3000만명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옥스퍼드대학 인구문제연구소는 “한국은 저출산으로 인해 지구에서 사라지는 최초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곧 미래’라는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불과 5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교역국이 되고, 지난 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가 설립될 때만 해도 황무지 상태였던 우리 과학기술이 세계 선두권으로 도약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우수한 인적자원 덕분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인적 자원의 뒷받침 없는 우리의 미래 모습은 암울할 뿐이다. 그동안 이룩한 성과는 물론 세계에서 7번째로 20-50(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 클럽에 가입한 후에 목전으로 다가온 30-50클럽 가입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어떤 문제보다도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정부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6년부터 3차에 걸쳐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을 추진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오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고 키우는 부담을 덜어 주어야 할 것이다. 대전에 있는 모 정부 출연 연구기관에 응모한 여성 과학자의 지원 동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어린이집을 보고 응모하게 되었다”고 한다. 요즘 젊은 부모에게 그만큼 아이 양육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출산장려금, 자녀 수당, 돌봄 인프라, 육아휴직 확대, 의료서비스 등은 물론 아이들 교육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 구조도 전반적으로 손질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들과 함께 잠시 다문화가정으로 눈을 돌려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까지 다문화가정의 수가 100만을 넘어설 것이란다. 특히 농어촌에는 네 가정당 한 가정이 다문화가정이라고 한다. 우리의 저출산 문제를 생각하면 하늘이 주신 축복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많은 다문화가정 중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사는 집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집도 있다. 엄마가 한국말을 잘 못하고, 아빠는 일을 나가고, 아이들이 우리말을 잘 못하게 되고, 제대로 된 예절교육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학교에 가서 따돌림을 당하고, 그러다 보면 잘못된 길로 빠지기도 한단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이 반듯하게 잘 자랄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베트남에서 톱가수로 활동 중인 하리원처럼 베트남어와 한국어에 능통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을 배우다 보면 선생님인 엄마와의 관계가 저절로 좋아지고 친구들 앞에서 더 당당해질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장차 한?베트남 간의 가교 역할을 담당하는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침 필자가 몸담고 있는 과우봉사단에서 지난해에 이어 이번 여름방학에도 보은 지역의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국립과천과학관으로 초청할 예정이다. 해외 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돼 2019년 완공 예정인 V-KIST(한국·베트남 과학기술연구소)와 한국을 오가면서 한?베트남 양국 간 협력 연구의 주역이 됐으면 하는 희망도 가져 본다. 과천과학관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미래 과학자의 꿈을 마음껏 꾸어 볼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너무 비싸닭 욕 먹는 ‘치느님’

    너무 비싸닭 욕 먹는 ‘치느님’

    치킨은 단순한 영어 단어가 아니라 한국 음식문화에 뿌리내리며 고유 언어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인기만큼 논란도 많다. 수입산을 제외해도 연간 도계(머리와 내장 등을 제거한 닭) 규모는 2007년 6억 3772만 마리에서 지난해 9억 92512만 마리로 10년 새 55.6% 폭증했다. 하지만 최근 프랜차이즈 치킨업체의 가격 인상 논란이 불거지면서 늘어난 소비량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치킨값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해부해 본다.●20년간 2배 오른 치킨값 1997년 평균 8500원이던 치킨값은 2007년 1만 3000원, 올해 현재 1만 7000원 등으로 최근 20년 동안 2배 인상됐다. 소비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인 최저임금은 같은 기간 4.4배(1485원→3480원→6470원), 1인당 국민소득은 2.8배(1147만원→2136만원→지난해 기준 3198만원) 각각 상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킨값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실제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20년 전에는 5~6시간 일해야 치킨 한 마리를 살 수 있었다면 지금은 2~3시간만 일해도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최근 10년 동안 치킨값 인상률(30.8%)과 물가 상승률(연평균 2.3%)을 비교해도 지나치게 높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치킨값 인상 문제가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데는 ‘불편한 진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육계협회 등에 따르면 양계장에서 길러진 닭의 올해 평균 판매 가격은 ㎏당 2018원이다. 1997년 1151원에서 20년 동안 75.3% 오르는 데 그쳤다. 또 닭고기 생산업체가 도계 가공업체에 넘기는 마리당 가격은 2560원이다. 이어 도계 가공업체와 프랜차이즈 본사, 개별 가맹점 등을 거치면서 갖가지 비용이 추가되고 유통 단계별 이윤이 덧붙여져 치킨 판매 원가는 1만 431원이 된다. 여기에 가맹점의 인건비와 이윤 등이 추가돼 최종 소비자 판매가는 평균 1만 7000원이다. 치킨 판매가에서 생닭 공급가의 비중은 15% 안팎에 불과한 탓에 중간 유통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닭고기 생산·유통 단계별 거래 가격 공시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유로 해석된다.●피를 끓게 하는 ‘갑을 관계’ ‘갑을 관계’는 치킨 산업에서도 형성돼 있다. 도계 가공업체와 프랜차이즈 본사라는 ‘양대 포식자’에게 각각 생산자와 소비자는 ‘먹잇감’이 된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이들 기업이 ‘갑’ 역할을 하면서 치킨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강화돼 초과 공급 상황에서는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대신 인상 요인이 생기면 빠르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육계 산업 선진화를 위해 수직 계열화 사업이 추진됐다. 도계 가공업체가 병아리와 사료 등을 농가에 제공하면 해당 농가는 닭을 키운 뒤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하림과 이지바이오, 동우, 체리부로 등 이른바 4대 계열화 업체가 전체 육계 시장의 65%가량을 점유하고, 닭고기 유통 물량의 85% 정도를 계열화 업체가 담당한다. 또 한국공정거래원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는 2015년 기준 392개, 가맹점은 2만 4678개에 달한다. 이들 업체가 주도하는 치킨 시장 규모는 2002년 3000억원, 2007년 1조 1000억원, 2011년 3조 1000억원으로 10년 동안 10배 이상 커졌다. 지금은 5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가맹점은 출혈경쟁에 내몰렸음에도 일부 본사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양에 대한 불만 ‘단위 판매의 함정’ 가격 못지않게 양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년 전 도계장에서 일할 때 가장 작은 닭은 8호(중량 751~850g)였지만 요즘은 6호(551~650g) 닭도 등장했다”며 “10호(951~1050g) 닭으로는 부분육의 맛을 즐길 수 없다. 10호 아래로 내려가면 그건 중병아리”라고 일침했다. 해외에서는 더 많은 살코기를 얻기 위해 ‘슈퍼닭’ 사육에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과거에 많이 썼던 14호(1351~1450g) 닭을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전무하다. 업체들은 통상 10호 닭을 사용한다고 주장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더 작은 호수의 닭이 유통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닭의 크기는 생산자나 판매자 입장에서는 생산 비용, 소비자 입장에서는 상품의 가치와 직결된 문제다. 치킨 판매가 ‘중량’이 아닌 ‘마리’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불거지는 논란이다. 중량 관련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나라마다 상품마다 가격 책정 전략에는 차이가 있고, 구체적인 판매 금액이 소비자의 구매 행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가격대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른바 ‘99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상품 가격을 1만원으로 매기기보다는 9900원으로 붙이는 식이다. 단돈 100원의 차이지만 판매량에서는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같은 맥락에서 1만원대 치킨과 2만원대 치킨은 가격 단위가 바뀐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강한 저항감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한류 거점, 중국만 있더냐 이젠 홍콩·동남아로 간다

    한류 거점, 중국만 있더냐 이젠 홍콩·동남아로 간다

    “흑송로버섯(트러플) 에센스를 담은 마스크팩을 중국, 홍콩, 베트남 쪽에서 판매할 생각이에요. 한국 화장품이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알레르기도 적어서 중국 여성들이 좋아하거든요.”●케이팝·뷰티 등 中企 103개 참여 중국 정저우에 사는 런지안궁(31) W라인 대표는 2007년부터 한국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수입했다. 최근에는 중국 본토를 넘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로 판매망을 넓혔다. 런 대표는 “작년에는 월매출이 50억~60억원 정도였는데 올해는 사드 영향으로 매출이 20억~30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면서 “프리미엄 시장인 홍콩과 한류 인기가 많은 동남아로 거래처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12일 홍콩 아시아월드엑스포(AWE)에서 2만여명이 참여하는 한류박람회를 개최했다. 사흘간 계속되는 박람회는 케이팝, K푸드, K뷰티 등 한류 인기를 지렛대 삼아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는다. 6대1의 경쟁을 뚫은 중소기업 103개사가 홍보·판매 부스를 차리고 홍콩과 동남아시아에서 온 바이어 350개 기업을 맞이했다. 박람회 첫날 메이크업쇼를 진행한 이희정 제니하우스 홍보실장은 “매달 150여명의 아시아 고객이 국내 매장을 방문해 100만원이 넘는 헤어, 화장 서비스를 받는다”면서 “앞으로 K뷰티 교육 서비스를 개발해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니하우스는 박신혜 등 한류스타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전담하는 뷰티숍이다. 올해로 9년째인 한류박람회가 홍콩에서 열린 것은 처음이다. 최근 2년간은 최대 한류시장으로 떠오른 중국 상하이, 선양, 충칭에서 열렸다. 지난해 말 사드 배치 여파로 한·중 관계가 경색되자 정부는 범중화권과 동남아로 눈을 돌렸다. ●11월 베트남 개최… 아세안 공략 정광영 코트라 중국지역본부장은 “홍콩은 국민소득이 4만 2000달러로 높고, 동남아와도 가까운 아시아 교두보”라면서 “한류문화와 소비재, 서비스를 전파할 수 있는 슈퍼 커넥터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박진규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오는 9월 인도네시아, 11월 베트남에서도 한류박람회를 열어 세계 최대 소비재 시장인 중화권과 유망 시장인 아세안을 함께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콩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똑같은 기회·공정한 분배, 포용적 성장 전제조건”

    [성장 보는 눈 바꿔야 국가경제 산다] “똑같은 기회·공정한 분배, 포용적 성장 전제조건”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없다. 기회는 불평등하다. 빈곤은 유전된다. 지독한 패배 의식이 사회 전반에 암세포처럼 자라나고 있다. 가뜩이나 휘청대는 경제는 ‘노오력’ 할 의지를 잃고 성장동력을 잃어 가고 있다. 소득 불평등 완화와 공정한 기회보장을 통해 끊어진 계층 상승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노동, 경제, 사회, 금융 전문가들을 통해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가는 진정한 ‘포용적 성장’의 길을 들어 본다.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 기회 평등 보장하는 고용개선 조치 시급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던 개발경제 시대의 논리는 더는 통하지 않는다. 계층 상승의 희망이 무너진 나라에서는 발전의 동력을 찾기 어렵다.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으려면 포용적 성장은 필수적이다. 그러려면 모든 계층과 분야에서 결과적 평등뿐만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실현돼야 한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해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ffirmative Action)가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눔, 배려, 통합의 가치가 필요하다. 첫째 일자리 나눔을 통해 모두가 노동 시장에 참여하고 능력껏 일해 기여한 만큼 가져갈 수 있는 분배 제도가 정착돼야 한다. 둘째로 근로자와 회사가 서로 배려하는 노사관계, 강자가 약자를 배려하는 상호 존중 사회를 열어 가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합된 사회를 이루려면 형평의 가치가 필요하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도덕적 해이·과도한 탐욕은 저성장 불러포용적 성장 경제는 우리가 모두 꿈꾸는 유토피아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복지, 성장, 고용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형태의 경제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견고한 사회안전망 기반 위에 우리 모두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한 걱정 없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것이 다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경제이다. 문제는 ‘어떻게’(how)다. 포용적 성장 정책은 자칫 잘못하면 경제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와 과도한 탐욕 가능성으로 인해 경제를 배타적(exclusive)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 포용적 성장 정책은 계곡 건너 보이는 유토피아로 인도할 수 있는 외줄과도 같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전문가 집단에 의한 정책 수립 및 실행, 그리고 모니터링에 기초한 지속적 정책 조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불공정거래 바로잡아 中企 자생력 키워야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는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이중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많은 일자리가 중소기업을 통해 생성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임금 격차, 복지 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새 정부의 최우선 국정 과제인 일자리 창출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금 격차 해소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사업주의 몫이지만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불공정한 거래,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아 중소기업의 지급 여력과 자생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중소기업 제품과 기술에 대한 제값 받기가 가능하도록 대기업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이 변해야 할 것이다.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능력에 따른 생산활동 참여기회 부여를포용적 성장이 되려면 우선 생산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능력에 따라 합리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그 기초로 교육기회의 균등이 전제돼야 한다. 그다음 공정한 분배를 위해 선택적이고 생산적인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 보편적 복지는 개인의 창의 구현 과 자발적 노력을 끊게 해 경제와 사회가 퇴보할 수밖에 없다. 교육기회의 균등과 함께 산업과 연결되는 산학협동체계 구축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특히 경제취약계층의 젊은이들에게 신분 상승의 기회를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산업공단을 일하면서 배우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재창조해 고등학교만 나와도 사회에서 학사 이상의 학위를 시도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자녀가 있는 근로자들을 위해 보육 시스템을 확충하고, 고령층을 위한 재교육, 직업훈련, 유급자원봉사의 기회도 더욱 늘려야 한다. 백웅기 KDI 수석이코노미스트조세 개혁·저소득층 소득지원정책 필수조세 개혁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조세제도를 설계할 때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이때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저소득층은 불황이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더 큰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잘 설계된 소득지원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갈수록 증가하는 노인인구 비중을 고려하면 연금제도의 개선은 필수적이다. 퇴직자들이 노후 소득원을 일시금 형태로 수령하지 않도록 퇴직연금 제도를 정비하고서 이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일자리 자체보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 있다. 공정 경쟁과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해 중소기업들이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지속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양질의 일자리 만들어야 소득불평등 완화첫째 중소·중견기업, 서비스 산업, 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청년·여성·노인에게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면 고용을 통한 소득 불평등 완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둘째 GDP에서 자본보다 노동의 배분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배구조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분배구조의 개선은 기술, 정보 격차 해소를 위한 포용적 교육 강화와 최저임금 단계적 인상,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통한 사전적 분배구조 개선과 조세 및 재정 정책을 통한 사후적 분배구조 개선을 통해 가능하다. 셋째 시장 경제하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취약계층과 낙오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확충과 구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성장과실 공정 분배하면 지속 성장 가능성장과 공정한 분배가 균형을 잡고 수레의 두 바퀴로 작동할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포용적 성장을 이루려면 가장 먼저 공정한 기회의 평등이 강조돼야 한다. 본인의 능력과 노력보다 주어진 조건이 결과를 결정하게 되는 사회는 기회의 평등이 부정된 사회다.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부러져 계층 이동이 어려운 사회는 중간층이 얇은 양극화된 사회이며 희망이 없는 사회다. 포용적 성장 사회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기회의 평등을 보장함으로써 계층 이동성을 증가시켜 중산층이 두터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사회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기회를 넓히고 그 과실이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포용적 성장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금수저-흙수저’ 논쟁을 불식시켜야 한다. 더는 미룰 일이 아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공정 성장정책에 국민 합의 뒷받침 돼야포용적 성장의 핵심 조건은 ‘공존을 향한 국민적 가치관 형성’에 있다. 승자독식,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사회다. 성장 과실이 불공정한 소득 분배로 이어진다. 대기업 등 힘을 가진 집단이 양극화적인 발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넘어서려면 훌륭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훌륭한 성장 정책과 합의가 필요하다. 과실을 균등하게 배분하는 복지체계가 필요하다. 대기업 등이 중소기업에 상생의 길을 열어주고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높여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몫도 열어줘야 한다. 이를 위해 단순한 정책만이 아닌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합의는 미래 청사진과 국민적 토론이 전제돼야 한다. 진정한 노사정 타협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소수 정치가가 정책으로 밀어붙이면 부작용만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저녁있는 삶 보장해야 경기 불안요소 해소1750~1830년대 영국에서 기계 도입 등 공장제 강화와 함께 산업혁명이 진행됐다. 괄목할 만한 생산성 향상과 국민소득이 증가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지위 약화와 산업재해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청소년·여성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시간 제한 공장법처럼 취약계층 보호 정책들이 추진됐다. 1850~60년대 이러한 조처들이 체계화되면서 제1차 산업혁명이 완성됐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왜 이러한 논의와 변화가 필요했을까.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산업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일자리 없는 저소득층은 사회적 불만의 원천이며, 소비 여력과 시간이 없는 노동자계층은 수요 부족에 따른 경기 불안의 원인이다. 안정된 소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돌아와 저녁에 가족과 식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포용적 성장의 출발이며 행복한 대한민국의 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개별 노동자·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필요대부분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그럼 행복해지려면? 현재 빵을 나누고, 앞으로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야 한다. 나누지 않으면 당장 불행을 해결할 방법이 없고, 앞으로 더 많은 빵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런 궁상을 근본적으로 끝낼 방법이 없다. 두 번째는 경제성장이 중요하다. 다만 과거처럼 물적 자본 그 자체만을 늘리려고 매달리는 것은 요령부득이다. 노동과 자본이 동시에 늘어나야 빵이 더 많아진다. 노동을 억압한 채 자본만 늘리려고 한들 자본이 잘 늘어나지도, 빵이 많아지지도 않는다. 노동을 늘리는 것이 곧 노동자의 머릿수를 늘린다는 뜻은 아니다. 그건 노령화 사회에서 불가능하다. 개별 노동자의 생산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경제 민주화도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늘린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월요 정책마당] 돈과 시간이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월요 정책마당] 돈과 시간이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조선소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119명의 근로자가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더욱 안타깝게도 사망자가 대부분 소규모 하청업체 근로자다. 도대체 왜 이런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걸까. 1994년 성수대교 상판이 한강 위로 떨어지고 이듬해 삼풍백화점이 무너질 때만 해도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 달러 국가여서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에 세월호 참사까지 소득 2만 달러를 넘어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지금까지 우리는 안전후진국의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사고발생 원인에 대해 작업 자체의 위험성을 잘 관리하지 못해서라거나 작업자의 실수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고 자체만 보면 맞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면 돈과 시간을 충분히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기업에나 그 기업의 돈을 언제,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쓸 것인지 결정하고 그것을 지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이 경영하는 기업은 사장이 이런 문제를 결정하고 집행할 책임주체다. 법인화된 기업은 형식적으로 볼 때 그 결정권이 법인에 있으므로 실제 누가 책임주체가 되는지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경영 실태를 보면 우선 대표이사가 책임주체다. 대표이사 위에 회장이 있다면 기업의 돈을 사용하는 결정권, 즉 경영지배권은 회장이 가진다. 바로 그 사람들이 공장에서, 건설현장에서, 마트에서, 사무실에서, 도로 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결정해 버린다. 지난달 1일 경남 거제에 있는 조선회사에서 크레인이 충돌해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을 입은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조사해 보니 모든 근로자들이 유급휴일로 보장된 ‘근로자의 날’까지 작업해야 했던 이유가 선박인도 일정 때문이었다. 선박 건조가 늦어지고 있었음에도 지체보상금을 내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인도일을 맞추라고 지시한 누군가가 근로자의 날까지 나와서 서두르며 일하다 사고를 당한 사람의 죽음에 최종적이고 실질적인 책임이 있다. 문제는 그런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건 그들이 양심이 없거나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선박인도 일정에 차질 없이 작업을 마무리하라는 말이 잘못된 지시라고 생각할 경영 책임자는 없다. 그들에게 그렇게 무리한 작업을 요구하는 결정을 하면 법적 책임이 뒤따르도록 하는 시스템이 없는 게 문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에게 안전·보건관리 책임을 부여하고 있고 사고 발생 시 사업주를 처벌한다. 개인 기업이면 기업의 대표자가 사업주가 돼 안전보건관리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지만, 대기업들처럼 법인이 사업주인 경우에는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진다. 법인이 사업주여서 사고가 발생해도 법인이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이 400여만원에 불과해 대기업에는 처벌 효과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사업주가 법인인 경우에도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관리자들이 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안전관리책임을 공장장이나 현장소장에게 미뤄놓고 있어 이들에게만 벌금형이 부과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기업의 대표이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어떤 문제에 대해 자신이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챙기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제 대기업의 대표이사나 이사회 회장과 같이 그 기업의 돈을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경영의 최고 책임자들이 현장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책임지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들의 결정 하나하나가 작업자의 생명 보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안전은 돈으로 지켜진다’라는 단순한 진리를 제도화하는 그날이 안전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디데이다.
  • [커버스토리] Goodbye 젊음이여, 안녕…Hello 안녕! 젊은이여

    [커버스토리] Goodbye 젊음이여, 안녕…Hello 안녕! 젊은이여

    공직사회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인 1955년부터 1962년까지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정년인 만 60세를 맞아 차례대로 대거 은퇴했거나 퇴직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 7만여명이 현직에서 물러난다. 문재인 정부가 5년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예고하면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공직사회에 유례가 없는 대규모 물갈이가 예상된다. 베이비붐 세대의 빈자리를 젊은 세대가 속속 메우게 되면 공직 문화도 확 바뀔 전망이다. 18일 인사혁신처,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직으로 물러나는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은 7만 2646명이다. 국가직 공무원이 2만 1212명, 지방직 공무원이 5만 1434명이다. # ‘일벌레’ 였던 그들이 일을 떠나면… 베이비붐 세대의 퇴진은 2015년 55년생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6577명이 공직을 떠나며 시작됐다. 지난해엔 6416명이, 올해는 8129명이 퇴직한다. 2013년 1835명에 불과했던 정년 퇴직자와 비교해 해마다 3~4배 이상이 현직을 떠나고 있다.광역자치단체의 베이비붐 세대 퇴직은 서울시가 2983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시 2959명, 대구시가 2498명으로 뒤를 잇는다. 세종특별자치시를 제외한 다른 광역자치단체들도 수백명씩 은퇴한다. 지난해 민간기업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되기 전 기업 정년은 55세였다. 즉, 민간 영역에서 베이비붐 세대 퇴직은 7년 전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민간기업에서는 현역으로 남은 베이비붐 세대가 거의 없다. 반면 공직사회는 2008년 정년 60세가 의무화됐다. 공직사회의 베이비붐 세대 퇴장은 사실상 우리 사회에서 베이비붐의 전면 퇴진을 의미한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세대의 국가 재건을 이어받은 산업화 세대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시의 한 간부는 “70년대 산업화 이후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까지 오는 데 국가 발전의 엔진 역할을 했다”고 했다. 1987년 공직에 입문해 내년 퇴직을 앞둔 문화재청의 한 간부는 “윗세대인 40년대생은 공직의 기초를 다졌고, 우리는 그걸 토대로 공직 전반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행정 체계를 완성했다”고 했다. 박재홍 경상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베이비붐는 유신체제의 권위주의와 1980년대 민주화라는 이중적 성격의 격동기를 경험한 세대”라며 “굴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은 우리 사회의 ‘낀 세대’”라고 규정했다. 베이비붐 세대는 ‘일벌레’로도 통한다. 공직에 대거 입문한 만큼 치열하게경쟁 속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살아남기 위해 남보다 더 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한 간부는 “베이비붐 당시 한해 외무고시 출신(12~15회)을 50명 뽑았다. 그 전후에는 20명 정도 선발했다. 밤새워 일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일에 몰두해 성과를 인정받은 분들이 장·차관, 차관보 이상을 했거나 하고 있다”고 했다. 1980년 7월 9급 공채로 서울시에 들어가 내년 퇴직하는 한 공무원은 “집과 사무실만 오가며 일에만 매진했다”며 “가정보다는 일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30년 넘게 몸담은 공직을 떠나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겁이 난다. 가족은 물론 이웃 주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지내야 할지도 걱정”이라고 했다. # 내년 ‘58년 개띠’마저 물러나면… 공직사회 세대교체는 ‘58년 개띠’ 공직자들이 모두 물러나는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58년 개띠’의 퇴직을 시작으로 5년간 퇴직자 수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특히 58년 개띠는 베이비붐 세대의 상징이다. 5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 출생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 사상 처음으로 90만명을 넘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55년 80만 2342명, 1956년 82만 6454명, 1957년 85만 9056명 등 80만명대를 맴돌던 출생 인구는 1958년 92만 17명을 기록했다. 이후 1959년 97만 9267명, 1960년 100만 6018명 등 출생 인구는 급증했다. ‘사상 첫 90만명 돌파’라는 출생 인구 측면 외에도 58년 개띠들은 격동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 온 것으로 평가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가 58년 개띠로, 박씨가 중 3이던 1973년에 서울에서 고교 평준화가 시작돼 ‘특정인을 위한 교육개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 이들은 대학 시절 유신정권의 몰락과 광주민주화운동, 5공화국의 탄생을 지켜봤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의 수혜 세대가 베이비붐 세대인 만큼 산업화 세대의 상징처럼 인식되며, ‘386’이라 부르는 민주화 세대와도 성향에서 차별성을 지녔다. 58년을 시발점으로 출생 인구가 폭증한 만큼 공직사회 퇴직자들도 58년생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58년생 국가직·지방직 공무원은 내년에 1만 709명이나 퇴직한다. 베이비붐 첫 세대인 55년생 퇴직자(6577명)와 비교하면 62.8%나 증가한 수치다. 2020년 60년생 퇴직자가 1만 3000명을 넘고 2021년 61년생 퇴직자가 1만 3906명으로 정점을 찍는다. # 서울시 내년 58년생 356명 떠나 전국 자치단체별 상황도 비슷하다. 서울시는 내년에 58년생 356명이 물러난다. 2015년 55년생 265명보다 34.3% 늘었다. 2019년 59년생부터 퇴직자가 400명을 넘기 시작, 2022년엔 62년생 487명이 현직을 떠난다. 경기도도 58년생이 112명으로 55년생 75명보다 49.3%, 대구는 286명으로 55년생 167명보다 71.2%, 전남도는 99명으로 55년생 62명보다 59.6%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은 공직 문화의 대전환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명하복의 폐쇄적인 군대식 문화에서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로 공직사회 체질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철호 숭실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은 40~50%가 ‘스마트 워크’를 하는데 우리는 아직 미미하다. 정보화 기기에 능하고 네트워크상 의견 교환에 친숙한 신세대들이 공직에 진출하면 우리도 ‘스마트 워크’ 협업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서 간, 기관 간 경계도 자연스레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일선 공무원들의 전망도 비슷하다. 부산시의 한 간부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는 게 일상이 된 신세대들이 공직사회에서 들어오면 가장 큰 폐단인 문서 위주 보고가 줄어들고 신속하고 빠른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의 한 6급 주무관은 “요즘 새로 들어온 공무원들은 소위 ‘공시’를 통과해서인지 업무 적응력이 빠르고 밝은 분위기를 이끌어낸다”며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하면 아무래도 공무원 사회의 권위적인 문화가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한 사무관은 “나이 든 상사보다는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의전과 격식을 덜 따지는 젊은 상사와 일하는 게 편하긴 하지만 공직은 경험과 관록이 중요한 만큼 신구 조화가 필요하다”며 “급진적인 세대교체보다는 점진적인 변화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 16개 시·도 9급 공채 경쟁률 역대 최고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정책은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17일 16개 시·도 9급 지방공무원 1만 315명을 뽑는 공채 시험에 지원 서류를 낸 지망생은 22만 501명으로 역대 지방직 공무원 공채 시험 지원자 중 가장 많았다. 평균 경쟁률은 21.4대1을 기록했다. 현 정부는 올 연말까지 4조여원을 투입해 국민안전, 민생 분야 공무원 1만 2000명을 추가 채용한다. 경찰관과 부사관, 군무원 등 중앙 부처 공무원이 4500명이고 사회복지공무원, 소방관, 교사 등 지방 공무원이 7500명이다. 복수의 정부 부처 관계자는 “신규 인력이 한둘만 들어와도 분위기가 바뀌는데, 젊은 공무원들이 많이 들어오면 공직사회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비붐 첫 세대 퇴직 이후 세대교체에 따른 변화는 이미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시와 복종’이라는 수직적 구조가 사라지고 업무와 관련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토론 문화도 뿌리내리고 있다. 부산시는 권위주의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 예전엔 상사의 일방적 지시가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토론이나 합의를 통해 정책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보통 1주일에 3번 하던 저녁 회식도 최근엔 확 줄었다. 부산시의 한 7급 주무관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사가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한 달 전부터 날짜를 조율할 정도로 민주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이어 “육아휴직이나 연가, 퇴근 등도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도 했다. 서울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서울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서울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이용섭 “고용문제는 페널티 아닌 인센티브로 풀어야”

    이용섭 “고용문제는 페널티 아닌 인센티브로 풀어야”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5일 “연구개발(R&D)과 투자 등에 대한 세제 혜택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는 기업에 집중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서울신문 광화문 라운지’ 포럼 초청강연에서 “고용 문제는 페널티(벌칙)가 아니라 인센티브(혜택)로 풀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고용을 하지 않는다고 정부가 페널티를 주는 것은 일자리를 양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정부 각 부처가 줄 수 있는 인센티브를 모두 활용해 일자리의 양을 늘리고,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성장 산업과 관련해서는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자율적이면서 최소한의 ‘네거티브 시스템’(일부를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것)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 부위원장이 특별히 R&D 조세감면 지원 제도를 예로 든 것은 최근 10년간 그 혜택이 대기업에 집중됐다는 판단에서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른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연구인력개발설비 투자 세액공제, 기술이전 및 기술취득 등에 대한 과세특례, 연구개발특구 첨단기술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4가지 조세감면 지원 제도를 통해 대기업이 세액공제 받은 규모는 14조 484억원으로 전체의 64.4%를 차지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7조 7794억원으로 35.6%에 그쳤다. 총 세액공제의 3분의2를 소수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또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확대에 대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1.3%는 아니더라도 임기 중에 절반 수준인 12%까지는 늘려 보자는 것으로 결코 무리한 계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를 만든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을 ‘불공정, 불평등, 불균형으로 인한 중산층과 서민의 울분을 해소하고 사회를 정의롭게 통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국민소득이 1만 5000달러 이하일 때는 ‘배고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소득이 늘어나면 ‘배아픔’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지난 9년 동안은 성장 일변도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어떤 정책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지만, 현 시기에는 성장보다는 불평등 해소에 초점을 맞춘 정책의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고 했다. 이 부위원장은 우리 경제를 ‘병(病)주머니 차고 사는 환자’라고 정의했다. 60년 전 극빈국이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2012년에는 세계 7번째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에 가입하는 등 세계 경제사에 유례없는 성공 스토리를 써 왔지만 실질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1970년대에 우리는 10% 넘는 성장을 거듭했지만 최근 2%대로 떨어졌고,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진입한 뒤 11년째 3만 달러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영국은 연평균 성장률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은 1.8%에 불과하지만 연간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어 내고 재정 적자를 절반으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일자리를 늘려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는 성장이라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전체 근로자의 9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데 이들의 임금수준은 대기업의 60%밖에 안 되며, 특히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37%밖에 안 된다”면서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도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극화 해결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은 그 근거로 상위 20%(소득 5분위)의 소득이 1% 포인트 증가하면 5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0.08%씩 감소하게 되고, 반대로 하위 20%(1분위)의 소득이 1% 포인트 증가하면 5년 동안 GDP가 연평균 0.38%씩 증가했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통화기금(IMF)의 2015년 보고서를 소개했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소득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위원장은 양극화가 심각해진 원인으로 ‘정부 재정의 소득 재분배 기능 약화’를 지목했다. 그는 “나라가 세금을 걷고 돈을 쓰는 것을 의미하는 재정은 사회적 정의 실현의 유일한 수단”이라면서 “정부가 적정한 세금을 걷어서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써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재정 재분배 기능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19.6%였던 조세부담률이 원래대로라면 21%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때문에 다시 17.9%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조세부담률이 약간 올랐지만, 이는 부자감세를 되돌린 것이 아니라 담뱃세 인상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위원장은 “공평한 과세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GDP 대비 예산 규모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라며 “국방비가 많이 들어가는 분단된 나라에서 복지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인데, 조세부담률을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가는 것은 정부가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금이 많은 것도 문제지만 적은 것도 문제”라면서 “적정 수준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를 “일자리 양은 늘리고, 질은 높이고, 격차는 줄이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제·사회 시스템을 일자리 중심 구조로 개편하고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강화해 이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그 시작이 이번 일자리 추경”이라고 이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일자리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부분은 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 즉 치안과 안전, 소방 등의 분야”라면서 “추경을 통해 늘리는 공무원도 주로 이 분야에 집중돼 있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시장에 맡겼는데 민간이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시장의 실패를 정부가 보완해야 한다”면서 “경제가 어려울 때 국가는 최후의 고용주로 나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서울광장] 경제민주주의, 상인적 감각으로 추진하라/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경제민주주의, 상인적 감각으로 추진하라/오일만 논설위원

    6·10 민주화 항쟁과 촛불시위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중산층’이다. 30년 시차를 두고 두 사건은 한국의 정치적 민주주의 진전에 한 획을 그었지만 그 이면에는 중산층의 확산과 몰락이란 비밀이 숨어 있다. 6·10 항쟁의 주역들은 1970~80년대 고도성장기에 육성된 중산층들이었다. 고도성장기의 완전 고용과 실질 임금의 상승 등으로 경제적 토대를 이룩한 중산층들은 더이상 군사독재의 정치 억압에 순응하지 않았다. 당시 광화문 네거리에 ‘넥타이 부대’로 상징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 것도 이런 이유다.촛불시위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말해 주듯 현직 대통령의 헌법 파괴와 권력 사유화, 국정 농단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동력이 됐지만 기저에는 중산층 몰락과 악화 일로의 빈부격차가 자리잡고 있다. 최순실을 비롯해 정운호, 홍만표, 진경준 등 우리 사회 상층의 부도덕한 부의 축적 과정을 보면서 중산층에서 몰락한 흙수저들은 절망했다. 50대 가장은 직장에서 쫓겨나고 20대 자녀는 취업 기회도 박탈당한 현실에서 국민 대다수가 현실의 경제적 모순을 일회적이 아닌 항구적 상황으로 인식한 것이다.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는 87년 체제 이후 30년간 누적된, 재난적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측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근 경제민주주의를 들고나온 것은 이런 시대적 흐름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다. 일자리 문제를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으로 꼽은 것도 비슷하다. ‘항산이 있는 곳에 항심이 있는 것’처럼 경제적 차원의 불평등 해소 없이 민주주의는 ‘모래 위에 세워진 성’이나 다름없다. 우리 헌법 119조 역시 균형 있는 국민 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경제의 민주화 등을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가 따르지 않는 경제민주주의는 허구일 수밖에 없다. 대기업 편중의 경제구조가 힘을 받았던 것은 성장담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지난 10년간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을 국가 정책의 중심에 뒀다. 747(성장률 7%, 국민소득 4만 달러, G7 진입)이나 474(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 정책은 대기업 의존도를 더욱 고착화시켰다. 대기업을 떠받치는 중소기업 하청구조와 분배구조는 기형적으로 변했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소득을 늘리고 이를 다시 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소득 주도 성장론에 기대를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제민주주의의 핵심인 양극화 해소와 일자리 창출은 재계와 정규직 노조, 정부의 양보와 타협이 전제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제기한 사회대통합론도 같은 이치다. 지역과 세대, 이념을 뛰어넘는 국민적 통합과 사회적 대타협이 전제되지 않고는 실질적 개혁과 진전을 이끌어 낼 수 없다. 의욕이 앞서 좌절한 노무현 정부의 경제민주화나 친재벌 정책에 편중된 이명박·박근혜 정부 모두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다. 우려도 있다. 경제민주주의가 재벌을 적으로 돌려 정치적 반사이익을 노려서는 안 된다. 일자리 창출 자체가 일방의 의지로 불가능하다. 경제주체들의 양보와 타협, 연대와 배려가 필수적이다. 대기업들의 참여 동력을 높이기 위해 출구를 열어 주는 대신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확대로 유도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과거 일괄타결 방식으로 기업과 노동의 갈등을 풀어 가는 노사정위원회 방식도 이제 통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고차원 방정식이나 다름없다. 큰 틀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와 노사 현안에 집중하는 노사정위의 투 트랙 방식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경제민주주의의 앞날은 험난하다. 기득권층의 반발은 거세다. 벌써 반시장적으로 낙인찍고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과도한 이상주의는 금물이다. 선비적 문제 의식을 갖되 상인적 감각으로 풀어야 한다. 실용주의적 접근만이 성공의 관건이다. oilman@seoul.co.kr
  • 여주시, 14일부터 광업제조업 실태 조사

    여주시, 14일부터 광업제조업 실태 조사

    경기 여주시는 광업·제조업 부분에 대한 구조와 분포 및 산업 활동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14일부터 7월18일까지 종사자 10인 이상 관내 150개 광업·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통계조사를 한다고 13일 밝혔다. 조사원이 사업체를 방문하여 조사하는 면접조사와 인터넷을 통해 응답하는 인터넷조사를 병행 실시하며, 조사내용은 조직형태, 종사자수 및 연간 급여액, 연간 매출액 및 수입액, 제품별 출하액 및 재고액등 15개 항목이다. 광업·제조업조사는 통계청 주관으로 매년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국가승인 통계조사로 조사된 자료는 산업별 구조변화, 산업연관표·국민소득추계, 일자리 창출 등과 관련된 정부의 각종 경제정책 수립 및 평가 등에 필요한 기초자료로 활용되며 조사내용은 통계작성 목적 외로 사용되지 않도록 통계법에 따라 철저히 보장된다. 여주시 관계자는 “광업·제조업 조사는 각종 경제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만큼 정확하고 신뢰받는 통계가 작성될 수 있도록 사업체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In&Out] 중소기업과 사람 중심 경제로 미래 50년 대비하자/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In&Out] 중소기업과 사람 중심 경제로 미래 50년 대비하자/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50년 전 1인당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됐던 대한민국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었다. 열심히 일했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른바 대기업 기반 요소투입형, 투자 주도형 경제를 일으킨 셈이다. 하지만 효율성 기반 성장 모델은 늙어 국민경제 모델로서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7%대였던 경제성장률은 5년마다 1% 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다. 지금 2%대 후반이지만 머지않아 1%대로 하락할 것이다. 이때쯤 한국 경제에 큰 위기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늘 구조조정을 외치지만 국제 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청산됐고, 대우조선해양도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원가 조립을 통한 대기업 중심 경제가 성장 한계에 이른 것이다. 청년실업률도 10%를 넘어섰다. ‘혁신의 역설’ 현상도 심각한 문제다. 중소기업 혁신의 성과는 대기업에 귀속되고, 종업원의 임금 인상으로 연결되지 못한다. 중소기업 직원의 급여 수준은 대기업의 60% 이하에 머문다. 따라서 미래 50년의 새로운 경제 모델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이 모델의 핵심은 중소기업과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을 활용하는 것이다. 첫째, 대기업 중심 경제에서 중소기업 기반의 혁신 생태계 경제로 바꿔야 한다. 지난 10년간 신규 일자리 창출의 기여도를 살펴보면 중소기업이 92.2%, 대기업이 7.8%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 중심 경제는 ‘혁신=산출/투입’에서 투입의 효율성을 위해 원가 절감에 집중하는 모델이다. 종업원은 늘 비용 절감과 구조조정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종업원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다. 중소기업 기반의 혁신 생태계 경제는 투입 요소의 효율성보다 산출 요소의 차별성과 부가가치력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립 생산성보다는 사람 창의성 제고가 필요하다. 우리 중소기업의 최대 약점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해외 수출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점은 미래 기회가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이 글로벌화한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중국 제품과의 차별화를 확실히 해야 한다. 둘째, 사업 중심 경제에서 사람 중심 경제로 바뀌어야 한다. 기업의 3대 혁신 자원은 투자, 기술, 사람이다. 지금까지 기업 혁신은 설비투자에 집중한 기술혁신이었다. 이제 사람의 헌신을 통한 혁신으로 바꿔야 한다. 한국은 장시간 근무하는 나라이지만 업무 몰입도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자원인 종업원은 ‘기업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라는 주인의식이 약하다. 중소기업에 미래 성과공유제 도입과 기업문화 혁신이 필요하다. 종업원과 미래성과를 공유하고 사람 중심 기업가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기업가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 셋째, 관리자형 경영에서 기업가형 경영으로 바뀌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 성장 기회를 포착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개척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원가 관리를 강조하는 ‘관리자 경영’에서 신시장에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 경영’으로, 사람을 혁신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구조조정 경영에서 사람이 혁신의 주체가 되는 사람 중심 경영으로 변화해야 한다. 기업 간 경쟁보다 기업 간 협력이 더 필요한 시기다. 문재인 정부는 분배를 강조하지만 혁신을 통한 성장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조연에 머무르고 있는 중소기업과 사람을 주연으로 내세우자. 중소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혁신을 제대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돈과 설비가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어야 하고, 헌신이 성과를 만들 것이다. 기업가들이 성과를 종업원과 공유할 수 있을 때 혁신의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 “재난에 가까운 실업 상태… 저소득층부터 숨통 틔워줘야”

    “재난에 가까운 실업 상태… 저소득층부터 숨통 틔워줘야”

    ‘차상위’까지 소득 5분기째 감소사회 양극화·갈등의 원인으로 단기처방 통한 삶의 질 반전 필요 “소득분배 악화를 해결하는 근본 해결책이 일자리에 있는 만큼 장기적,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 문제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는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다만 현재 거의 재난에 가까운 실업 상태, 분배 악화 상황을 방치할 수가 없습니다. 단기적 대응 역시 절실히 국민 삶의 질을 반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정책 컨트롤타워인 장하성 정책실장이 4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5일 기획재정부의 추경안 발표와 7일 추경안 국회 제출을 앞두고 ‘도대체 왜 일자리 추경이 필요한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해 국민 이해와 야권 협조를 구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장 정책실장은 일자리 문제에서 기인한 심각한 소득분배 불균형을 방치한다면 복원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갈등의 뿌리 깊은 원인이 될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소득 5분위 배율 등 분배지표 악화의 주된 원인은 소득 하위계층의 근로소득은 크게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 근로소득 증가세는 유지됐기 때문”이라면서 “2016년 1분위의 근로소득이 무려 9.8%나 감소했고, 지난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이후 5분기 연속 1분위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인데, 저소득층이 주로 종사하는 도소매, 음식, 숙박 등 서비스업 임시직이 크게 줄었고,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영세 협력업체에서 인력 감축이 진행된 것도 소득 감소의 원인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1분위뿐 아니라 차상위에 해당하는 2분위 소득 역시 지난해부터 5분기째 감소세란 점이다. 국민 10명 중 4명이 15개월째 소득 감소의 ‘늪’에 빠진, 탈출구도 보이지도 않는 “재난에 가까운 상태”라는 게 현 정부의 상황 인식이다. 청와대는 일자리의 질 측면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격차가 줄지 않는 것을 저소득층 소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고통의 강도가 커진 저소득층을 위한 단기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추경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소득 1·2분위의 소득 감소세를 반전시키지는 못하더라도 ‘절벽’으로 떨어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란 설명이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용어 클릭] ■소득 5분위 국민소득을 5구간으로 나눈 계층별 분류. 5분위는 최상위 20%, 2분위(차상위)는 하위 20~40%, 1분위는 하위 20%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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