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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촛불사건 특정 재판부 몰아주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관련 사건들을 사법부가 특정 재판부에 몰아주자 서울중앙지법의 형사단독 일부 판사들이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23일 법원 판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7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시위자들에 대한 사건 5건이 연이어 한 재판부에 배당되자 부장판사급 단독판사 2명을 제외한 13명의 형사단독 판사들이 반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이던 신영철 신임 대법관이 판사들을 만난 뒤 배당방식이 바뀌었고 이후 6번째 사건은 지난 16일 개업한 박재영 전 판사에게 배당됐다.박 전 판사에게 배당된 사건은 안진걸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사건으로 집시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함께 안 팀장을 보석으로 석방해 뜨거운 쟁점이 되기도 했다.이에 대해 당시 사건 배당을 담당했던 허만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관련 사건들이라 대법원 예규에 따라 재판 진행이나 양형 편차 등을 고려해 한 재판부에 배당했다.”고 설명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한달째 장례 안치른 용산 철거민 유가족

    지난달 20일 발생한 ‘용산 화재 참사’가 한 달을 넘기고 있지만 당시 숨진 철거민 5명의 유가족들은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있다. 사건의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항의의 표시다.23일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서울 한남동 순천향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가족들은 “화재 원인과 사망 장소, 청와대 이메일 홍보 지침 등 이번 사건에서 불거진 모든 의혹을 시원하게 풀어 달라.”고 호소했다.고(故) 이상림씨의 며느리 정영신(37)씨는 “검찰은 화재 원인 등 모든 책임을 철거민에게 돌리며 고인에게 살인죄를 덮어 씌웠고, 여당은 철거민들이 재개발 이익을 노리고 시위했다는 식의 망발을 쏟아 내고 있다.”면서 “우리를 두 번 죽이지 말고 진실을 밝혀 달라.”고 하소연했다. 고 윤용헌씨의 조카 윤상석(33)씨는 “고인이 돈을 더 받으려 생떼를 쓰다 사고를 자초했다는 따가운 시선이 견디기 힘들다.”면서 “진상규명이 이뤄져 고인의 명예가 회복되길 바랄 뿐”이라며 울먹였다. 용산철거민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박래군 집행위원장은 “대통령의 사과, 경찰 수뇌부 책임자 처벌 등이 이뤄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는 게 유가족들의 입장”이라면서 “우리의 싸움이 원주민 정착률을 높이는 등 사람 중심의 재개발 문화를 뿌리내리는 데 밀알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은 이날 용산 참사관련 특별검사임명법을 국회에 입법 청원했다. 범대위는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촛불 집회를 갖고, 주말인 28일에는 6번째 추모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열린세상] 힐러리 순방외교가 남긴 것/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힐러리 순방외교가 남긴 것/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일본, 인도네시아, 한국에 이어 중국을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순방을 끝냈다. 그는 분 단위로 짜인 빡빡한 일정을 열정적으로 소화하며 오바마 정부의 화려한 외교수장으로서 국제무대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대통령 부인과 상원의원, 민주당 대선후보를 거치면서 다져진 지도력과 카리스마를 맘껏 과시하며 막강한 마담 세크리터리의 등장을 동아시아 전역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우선 그는 도쿄 방문을 통해 일본인들에게 세 가지의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첫째,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외교의 초석은 미·일 동맹이며 일본이야말로 미국의 최대 아시아 우방이라는 점을 밝혔다. 둘째, 그는 대북 피랍자 가족과 만나 납치문제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표명함으로써 일본 국민의 정서에 다가가는 모습을 연출했다.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핵, 미사일 문제와 더불어 납치문제를 중시하겠다는 자세를 예고한 것이다. 셋째, 그는 아소 다로 총리와 더불어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와 회담을 가짐으로써 일본의 정권교체 가능성을 포석에 둔 과감한 외교적 퍼포먼스를 보였다. 민주당으로 정권이 바뀌어도 미·일 관계는 걱정 없다는 메시지를 일본 국민에게 강력하게 주고 싶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힐러리의 서울 방문은 20시간 남짓의 짧은 일정이었음에도 불구,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주목되는 점은 그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도발적인 움직임에 대해 강력한 경고를 발함과 동시에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밝힌 것이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6자회담과 양자 대화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핵 포기 압력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에는 대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국제적 대북지원 체계를 가동할 것이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보즈워스 전 주한대사를 북한 특사로 임명하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더불어 힐러리 장관은 북한의 이른바 ‘통미봉남’ 전술에 대해서도 쐐기를 박았다. 한·미는 “북한 문제에서 한마음”이라고 강조하고 “북한이 한국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한국을 비난하는 한 미국과 다른 형태의 관계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언명했다. 그가 던진 메시지는 북한이 진정으로 워싱턴으로 오고 싶으면 핵을 포기하고 서울을 경유해 오라는 것이다. 이로써 오바마 신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조는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힐러리는 베이징 방문에서 미·중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라는 점을 확인하고 글로벌 금융위기와 기후변화 등의 세계적 이슈에 양국의 긴밀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2조달러의 외화보유국이고 무역·투자 면에서 슈퍼파워이며 동아시아의 안전보장 문제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과의 협조는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힐러리 장관이 동아시아 지역을 첫 해외 방문지로 선택한 것은 미국 외교사 맥락에서 보더라도 그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오마바 정부가 이 지역과의 관계를 얼마나 중요하게 보고 있는지를 말해 주는 징표로 해석된다. 미국발 경제위기의 돌파와 반테러, 비핵확산, 기후 변화, 신성장 동력의 창출 등 미국이 당면한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동아시아 국가와의 협조야말로 핵심적인 관건인 것이다. 그는 미국 대외정책의 기조로서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의 적절하고 균형 있는 사용을 추구하는 이른바 스마트 파워론을 제창한 바 있다. 그가 추구하는 스마트 파워 외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지는 아직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이번 동아시아 순방외교는 한·중·일 3국의 국내정세와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국제정치 지형에 적지 않은 파장과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어려움이 있더라도 학업은 포기하지 마세요. 자기계발을 위해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노력하기 바랍니다.” 4·19 민주혁명 유공자인 이용곤씨가 민주화운동을 하다 제적돼 43년만에 대학을 졸업한 데 이어 75세의 노령에 최근 정치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해 만학도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씨는 20일 경남대 한마미래관에서 열린 2008학년도 경남대 학위수여식에서 박재규 총장으로부터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씨는 경남대의 모태인 국민대학관의 초대 교장을 지낸 ‘해공 신익희의 정치노선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1년부터 사단법인 해공 신익희선생 기념사업회 상근부회장을 맡아 온 것이 박사학위 논문을 쓴 계기가 됐다. 73살이 되던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위 논문을 준비했으나 여러차례 논문이 거부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이씨는 경남대의 전신인 해인대학에 다니던 1955년 학생민주운동 시위에 가담한 전력으로 제적됐고 7개월여 감옥생활까지 했다. 19 60년 4·19 혁명 때는 시위 과정에서 총상까지 입어 4·19 민주혁명 유공자로 인정받았다. 1982년 제11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85년 동국대 행정대학원을 시작으로 199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고려대 언론대학원, 서강대 최고경영자과정, 북한대학원 고위정책과정을 마치는 등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였다. ‘우리농촌 이래도 좋은가’ ‘해공 신익희 연구’ 등 저서도 냈다. 마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미디어관련법 줄다리기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쟁점법안인 미디어관련법의 일부 수정 가능성을 내비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여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1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기업의 지상파 20% 지분참여가 방송법의 핵심 쟁점”이라면서 “원안을 굳이 고수할 의사가 없다.”고 언급했다. 지상파 지분 제한을 10%대로 낮출 수 있다는 제안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민주당은 17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고 오만의 극치”라면서 “의원입법의 경우 원안대로 통과된 전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래 제출되면 논의 과정에서 수정되는 것”이라면서 “옷을 구매할지 결정도 안 했는데 매장에 가서 어떤 옷을 살지 골라보자는 제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을 역제안했다. 언론계와 학계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이날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국회에서 개최한 ‘미디어관련법 제·개정과 민주주의의 위기’ 토론회에서 최상재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은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치자 반대 목소리를 무력화시키려는 충격요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창현 국민대 교수는 “미디어관련법은 적당히 타협하거나 합의할 부분이 아니다.”면서 “수돗물을 넘길 수 없듯 언론도 (재벌에) 넘길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여당 쪽 반응은 엇갈렸다. 문방위 위원장인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홍 원내대표가 협상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것은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공성진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이 문제가 의원총회나 최고위원회의에 보고된 바 없다.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오상도 김지훈기자 sdoh@seoul.co.kr
  • 철학적ㆍ개성 넘치는 병아리 조각가들 飛上은 시작됐다

    철학적ㆍ개성 넘치는 병아리 조각가들 飛上은 시작됐다

    미술대학을 이제 막 졸업하는 학생을 작가라고 해야 할까? 학생이라고 해야 할까?김종영 미술관의 윤경만 학예연구사는 그들을 ‘병아리 작가’라고 부른다. 그는 전국 미술대학의 졸업작품전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살펴본 뒤 몇몇을 선정해 멍석을 깔아줬다. 지난 13일부터 3월26일까지 열리는 ‘2009년 신진조각가전’은 그 결과물로 이달에 대학을 졸업하는 작가들의 전시회다. 윤 학예연구사에게 발탁된 병아리 작가 17명의 조각·설치 등 20여점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젊은 조각가들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기획자 윤 학예사는 “작가들이 작품을 팔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고 의미를 부여한 뒤 “최근 2~3년 동안 미술계 활황에 힘입어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화랑과 고객의 기호만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작가가 양산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런 기획전시를 통해 미술관도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성장을 도와주는 버팀목 역할을 하는 본래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 선진국에서 작가들은 공공성이 강한 미술관과 박물관의 기획전시를 통해 실험적이고 예술성이 강한 작업으로 이름을 알려 나간다. 그뒤 상업화랑으로 옮겨가 대중적인 작업을 병행하며 돈과 명예를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병아리 작가는 상업화랑을 중심으로 팔리는 작업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완전히 성장한 뒤 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여는 등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런 풍토에서 작가들이 판매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화랑에 휘둘려 독창적이고 창조적인 발상을 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탁된 병아리 작가의 작품들은 범상치 않다. 작품의 표현방식은 참신하고 수준은 오랫동안 연마된 손맛이 느껴질 정도로 높을 뿐 아니라 작품을 설명해 내는 능력도 기성 작가들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우선 전시실 입구에 놓여 있는 김영민(울산대)의 작품명은 ‘순응 또는 적응’. 루이뷔통, 나이키, 펜디 등 해외 유명브랜드의 로고가 풍뎅이의 몸통에 마치 도트처럼 새겨져 있다. 김영민은 언젠가 영국의 화학공장지대를 방문했다가 색깔이 아주 다양한 풍뎅이를 보고 신기해했단다. 그 풍뎅이들은 화학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에 적응하다 보니 자신들의 색깔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상황은 시장을 개방해 놓아 해외 유명 브랜드에 몸을 맡겨 놓은 상황이다. 환경오염에 영국 풍뎅이들의 색깔이 변화하듯이 해외 브랜드에 소비생활을 맡긴 한국인들의 삶을 돌아봐야 한다. 계단을 내려가려면 토끼 거북이 뱀 달팽이 등 모양의 검은색 타이어를 연상시키는 물질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 그것은 똑같이 석유제품이지만 타이어는 아니었다. 김현아(서울대)의 ‘껌 온더 아스팔트’는 서울의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껌을 하루 서너 시간씩 무려 4~5개월을 모아서 이런 형태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씹고 아무 곳에나 뱉는 하찮은 것이지만 그 하잖은 것도 밟고 억압하면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찐득찐득 귀찮게 한다. 김현아는 폐기되는 물질과 사람의 권력관계에 주목한다. 민지영(동아대)의 ‘My Mommy’s 리혁거’의 경우는 재활용 박스를 손수레 위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것 같은 작품이다. 그러나 흘러내리기 쉬운 박스를 그렇게 높게 쌓으려면 무게중심을 정확하게 살피기 위해 물리학도 동원해야 한다. 민지영은 어머니가 폐지를 팔아서 생계를 꾸렸던 어린 시절을 추억했다. 온전히 노동력만으로 세상에 맞서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고단함이 묻어난다. 한지연(성균관대)의 ‘Winter Sunrise’는 깨지기 쉬운 숯과 미니어처로 완전히 잿더미가 된 도시의 살풍경한 모습을 보여 준다. 한지연은 “친구 동생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했는데, 그런 삶과 죽음의 경계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조진규(국민대)의 ‘미스 버블’은 획일화되고 있는 미의 기준을 돌아보라고 한다. 이스트로 한껏 부풀려진 밀가루 반죽 같은 미스 버블은 괴물처럼 보이지만, 그 괴물 속에는 작은 인간이 몸을 조정하고 있다. 지구에 찾아온 나쁜 외계인을 추적하는 영화 ‘맨 인 블랙’을 떠올리는 작업이다. 이 밖에도 김재원(경희대), 김시현(홍익대), 신현상(대구 가톨릭대), 정인종(성균관대), 장지영(한국예술종합대), 김준미(수원대), 도영우(서울대), 김소래(서울시립대) 등이 참여했다. (02)3217-6454.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통합 리더십 부재… 정책 공감대 넓혀야”

    “통합 리더십 부재… 정책 공감대 넓혀야”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가 이명박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바람직한 국정과제 추진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권 성공을 위해 대국민 소통 문제의 해결이 시급하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국민대 배규한 사회학과 교수는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단점은 정권의 비전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얼마나 많은 국민이 함께 비전을 꿈꾸느냐에 따라 국정 지표로 제시된 비전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면서 “그러나 이 정권에서는 설득 부재로 비전을 신봉하고 추진하는 세력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는 탈(脫)이념을 시대 정신으로 강조하다 보니 정권의 이념과 비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면서 “정권의 철학인 ‘창조적 실용주의’는 시대적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행동 규범으로 지나치게 격하되어 있는 점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종연구소 이상현 안보연구실장은 “대북 정책인 ‘비핵·개방·3000’은 옳은 방향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참여정부가 홍보를 너무해서 문제였다면, 이명박 정부는 홍보를 너무 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이명박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이나 전문가 사이에서도 정부 정책을 두고 ‘모르겠다.’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면서 “좋은 비전과 의도는 국민 피부에 와닿게 소통되는 게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서울대 박효종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야당을 설득하는 역량이 부족한 것은 결국 통합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거대 여당에, 다수의 지지를 받은 정부가 왜 이렇게 능력이 부족한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야당에서는 ‘MB악법’ 운운하며 밀어붙이는 데 이 정부는 언어 게임에서도 지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철학이 없는 게 아닌데 수사적인 역량이 나오지 못하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유일호 의원은 “국민에 대한 설득 노력과 설득 능력이 부족했다는 말씀에 공감하고 소통이나 설득·홍보에 있어 우리가 잘못한 점이 많고 크게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슬로건 과잉이 문제이지만 단어 하나로 실체를 사로잡을 수 있다면 우리도 그래야 하고 국민 소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만나고 싶었습니다] 남덕우 前 총리가 본 한국경제 위기 해법

    [만나고 싶었습니다] 남덕우 前 총리가 본 한국경제 위기 해법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한국이 살아남는 ‘강한 자’가 되는 비법은 무엇일까. 1960년대 서강대 교수 시절 성장이론을 제공한 서강학파의 좌장이자 재무부장관·경제부총리를 지낸 남덕우 전 국무총리를 서울 서초동 산학협동재단 고문실에서 만나 위기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남 전 총리는 내수를 확대하고, 정부 내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정치권의 낮은 생산성을 과제로 꼽았다. 금융자본주의 이후에는 기술자본주의가 시작될 것이며, 석유시대가 끝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 전 총리가 지난 연말 이명박 대통령의 원로초청 청와대 오찬모임에서 10조원 규모의 재정지출을 제안한 뒤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안이 나오고 있다. →세계경제위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봅니까. -역사적으로 보면 산업자본주의가 금융자본주의로 발전한 단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 볼 수 있습니다. 돈은 실물 교환의 매개 수단, 혹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이해되어 왔는데, 지금은 실물 경제를 떠나 돈 자체를 팔고 사는 금융과 돈의 투기가 실물경제를 좌우하게 되었습니다. 금융자본주의의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지금의 과제이고 여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금융 파탄이 몰고 온 실물경제의 불황을 극복하고 투자은행의 투기적 업무에 대한 감독과 규제 방법이 강구되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이 대표하는 세계 통화제도를 재건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국제 전문 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2011년까지 불황국면이 지속되리라고 합니다. →한국의 경제 위기를 진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한국은 1997∼1998년에 외환위기를 경험했고 그로 인해 구조조정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금융 파탄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세계적 불황에 따라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그것이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습니다. 수출 부진이 불가항력적인 것이라면 내수진작에 주력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수에는 민간소비, 민간 투자, 정부 지출의 세 가지가 있는데 민간 소비와 민간 투자가 부진상태에 있기 때문에 정부 지출이 견인차 역할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 금융 면의 비상 대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대통령 초청 원로 오찬모임에서 과감한 공공투자확대 등을 제안하셨는데 구체적인 경제위기 극복 방안은 무엇입니까. -재정 적자 확대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GDP)의 77%이지만 우리나라의 채무비율은 약 34%에 불과합니다. 불황기에 재정 적자를 확대하고 호황기에 재정 흑자를 내서 장기적 균형을 도모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기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2007년 GDP가 901조원이니까 국가 채무비율을 10%만 올리면 약 9조∼10조원의 재정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10조원 정도의 재정적자를 감수하고 고용계수가 높은 업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라고 건의했어요. 정부가 돈 안 들이고 민간 투자를 촉진할 수도 있고, 그 방법은 의료수가 같은 공정가격 현실화와 규제완화라는 말도 했고요. →현 정부의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2009년 경제 운영방안’을 읽어 보았는데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시책을 망라하고 있지만 모두 실현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여러 부처의 다양한 시책을 총괄 정리하고, 각 시책의 진행과정을 추적하고, 진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신속히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는 경제기획원, 국무총리실 등에서 경영의 기본원리를 따르는 장치들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것을 구시대의 구습으로 돌리고 있어요. 경영의 기본원리를 무시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둘째로 운영 방향의 최대 허점은 각 사업의 소요 예산의 추정이 없고 백화점식 시책들의 재정적 뒷받침이 가능하느냐는 의문이 있습니다. 셋째로 불황 극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정치권입니다. 정치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서는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없습니다. →새 변수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금융자본주의 다음에는 기술자본주의 시대가 올 것입니다. 빨리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도 정리돼 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기술집약적인 부품을 수출해서 먹고 살았고, 앞으로는 첨단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사람의 값어치가 커질 것이고, 서비스 가치도 증가합니다. 서비스산업을 일으켜야 합니다. 서비스산업의 질적 향상을 이루면 고용 증대 효과를 가져옵니다. 의료수가가 낮기 때문에 병원은 채용을 최소화한다고 해요. 그래서 의료서비스가 악화되는 것이고요. 미국에서는 1병상당 의료인력 3∼4명, 우리나라에서는 1명을 넘는 정도라고 합니다. 서비스산업으로 눈을 돌려야 합니다. 교육·의료·관광에 투자해야 고용이 증가합니다. 교육의 질적 향상을 하지 못하면 안 됩니다. 한 교실에 50∼60명의 학생이 20∼30명으로 줄어들면 교사 수가 늘어납니다. 고용이 증가하는 것이지요. 관광서비스도 맞춤형으로 하면 인력이 더 필요하게 됩니다. 환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IMF 체제를 개편하고 변동환율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문제가 세계적인 과제가 될 것입니다. →중동사태가 불안한데요. -석유의 시대는 끝날 것입니다. 태양광 에너지 같은 석유대체 에너지가 나올 것입니다. 중동일변도의 에너지 정책도 바뀌어 나가야 합니다. 물론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요. -근로자, 경영자, 정부 모두가 어려운 시련에 직면해 있습니다만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고 협력하면 내년부터 사태가 개선될 것입니다. IMF가 금년에는 -4% 성장을 예측하고 있는 반면 내년에는 다른 나라보다 가장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경제 경영방식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경제운영방식의 허점을 비판했지만 그래도 과거의 전통에 유래하는 우리나라의 경제운영방식은 다른 나라보다는 나은 편인 것 같습니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남 前 총리는… ▲1924년 경기 광주 출생 ▲1950년 국민대 정치학과 졸업 ▲1952년 한국은행 입행 ▲1956년 서울대 경제학과 석사 ▲1961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경제학 박사 ▲1964∼1969년 서강대 교수 ▲1969∼1974년 재무부 장관 ▲1974∼1978년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1979년 대통령 경제담당 특별보좌관 ▲1980∼1982년 국무총리 ▲1983∼1991년 한국무역협회 회장 ▲1983∼2007년 산학협동재단 이사장 (현 고문) ▲2005년 7월∼현재 한국선진화포럼 이사장
  • 용산대책위 명동성당서 시국농성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용산참사’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11일 낮부터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시국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에는 고(故) 이한열 열사 어머니인 배은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장과 한국진보연대 전광훈 대표 등 범대위 소속 시민단체 관계자 30여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14일까지 노숙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경찰이 민중을 벼랑 끝에서 밀었고, 검찰은 희생자를 살인자로 둔갑시켰다.”면서 “이번 시국농성은 시작에 불과하며 앞으로 각계 시국선언과 비상시국회의, 범국민추모대회 등으로 현 정권에 대한 투쟁을 펼치겠다.”고 밝혔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용산참사 수사발표] “모든 책임 농성자에 떠넘기다니…”

    “아버지 시신을 얼싸안고 달려가고 싶다.” 9일 검찰 수사 결과발표를 지켜본 고(故) 이상림씨의 딸 이현선(40)씨는 “모든 책임을 농성자들에게 떠넘긴 수사결과를 보고 아버지의 시신을 얼싸안고 (검찰에) 달려가고 싶었다.”면서 “우리는 특별검사 실시를 원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족들과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살인자 무죄, 희생자 유죄’라는 21세기 들어 가장 편파적인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됐다.”면서 “거짓말로 가득한 수사결과로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고, 경찰과 용역깡패들에게는 당일 사건에 대해 아무 죄도 없다고 결론 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권의 시녀로 전락한 검찰은 살인진압 희생자인 철거민을 살인자로 몰았으며, 진실을 호도하고 살인자를 두둔했다.”면서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표자 비상시국농성에 돌입하는 한편 모든 양심적 세력과 함께 비상시국회의를 개최하고, 오는 14일 열릴 제4차 범국민추모대회를 검찰 수사 무효화를 위한 국민적 선언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반면 농성진압에 대한 법적 책임을 벗은 경찰은 이날 발표한 ‘사과문’에서 “공권력 투입은 다수 시민의 안전과 법질서 확립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지만 심려를 끼친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첨단 안전장비를 보강하고, 협상전문가를 양성해 현장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위험물질을 소지하는 경우에 대한 법집행 매뉴얼을 충실하게 보완해 가겠다.”고 밝혔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마구잡이로 통보한 불법시위단체

    경찰이 지난해 촛불시위를 주도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에 참가한 단체 1840여곳을 모두 불법·폭력 시위단체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명단을 정부 부처에 통보했다. 명단이 행정안전부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면 해당 단체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게 된다. 경찰은 지난해에도 불법·폭력 시위단체로 68곳을 통보했고 행안부는 25개 단체를 지원제외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에 비하면 단체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단체의 숫자가 늘어난 것만이 아니다.대통령까지 나서서 사과했던 촛불시위에 참가했다고 몽땅 불법·폭력 시위단체라고 규정하는 것은 집회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선정기준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지나치게 자의적이다.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이름이 오른 단체를 모두 불법 시위 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도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다.경찰이 규정한 단체 가운데는 민노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3개 야당이 포함돼 있다. 헌법에 의해 보호되고 국민의 지지를 통해 국회의원까지 배출하는 공당들이다. 민노총도 포함돼 있다. 양대 노동 조직의 하나다. 구체적 행위에 대해 불법성을 따지는 것은 별개로 단체 자체를 불법·폭력시위단체로 낙인찍는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무시하고 사회적 대화를 거부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블랙 리스트에 올려놓고 늘 감시하겠다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정부의 행위는 공정하고 합법적이며, 국민통합적이어야 한다. 눈엣가시 같다고 마구잡이로 불법과 폭력의 낙인을 찍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조치는 정부가 국민과 널리 소통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다.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
  • ‘촛불’1842곳 불법 시위단체 규정

    경찰청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소속 1842개 단체를 ‘불법 폭력시위 관련 단체’로 규정해 정부에 통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전자문서를 통해 노동부, 통일부, 여성부,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등에 불법 폭력시위 단체 명단을 통보했다.”면서 “행정안전부에도 곧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이가 포함된 단체를 불법 시위 단체로 규정한다. 정부부처들은 경찰청에서 통보한 명단을 토대로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경찰이 지목한 불법 시위 단체 중에는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당들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경찰 담당자는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지난해 촛불집회를 주도한 단체는 모두 불법 시위 단체로 규정했다.”면서 “야당들도 대책회의에 가입했다면 폭력시위를 벌인 단체에서 제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 관계자는 “공공의 정당을 단체로 분류하는 것도 어불성설이거니와 정당은 정당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을 결정하는 명단에 포함시킬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야간집회금지 위헌 제청

    촛불집회 재판 때 야간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서울중앙지법 박재영(41·사시 37회) 판사가 사직서를 냈다. 박 판사는 2일 “평소 생각이 현 정권의 방향과 달라 공직 생활에 부담을 느껴왔다.”면서 “이달 말 법관 정기 인사를 앞두고 법원을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조직팀장 안진걸(37)씨의 재판을 맡은 박 판사는 지난해 10월 “야간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집시법은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에 배치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제청으로 안씨 등 촛불집회 관련 일부 재판이 중단됐다. 헌법재판소는 오는 3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두고 공개변론을 연다. 앞서 지난해 7~8월 안씨 재판에서 박 판사는 “법복을 입고 있지 않다면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라고 말문을 흐리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수도 있지만, 풀어주면 촛불집회에 다시 나가겠느냐?”고 묻고 안씨를 보석으로 풀어줘 보수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대한민국 극&극] 최고령 송파실버악단 vs 최연소 화동정재예술단

    [대한민국 극&극] 최고령 송파실버악단 vs 최연소 화동정재예술단

    한쪽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 다른 한쪽은 아직 초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귀여운 여자아이들. 한쪽은 서양악기를 연주하고, 다른 한쪽은 궁중무용을 선사한다. 한쪽은 평균 연령대가 70대, 다른 한쪽은 10세. 한쪽은 무대 경력이 무려 50여년, 다른 한쪽은 길어야 1년 조금 넘는 기간. 한쪽의 최연소 단원과 다른 한쪽의 최고령(?) 단원의 나이 사이에는 강산이 다섯번이 바뀔 세월이 존재한다. 전자는 최고령 공연단이라고 내세워도 웬만해선 딴죽걸기 힘들어보이는 ‘송파실버악단’, 후자는 국내 유일의 어린이 정재 무용단 ‘화동정재예술단’이다. 화동정재예술단의 아이들이 송파실버악단 어르신의 나이가 될 때까지 수십년 공연을 한다 해도 만날 일이 없어보일 정도로 두 공연단체는 양극의 끝에 서 있다. 정반대의 양극단으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한 점에서 시작해야 하는 법. 이 두 공연단의 시작점은 ‘무대’이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열살짜리 무용수도, 이 무용수만 한 손자가 있을 법한 트럼본 연주자도 무대에서 느끼는 감정은 같다. 설렘, 떨림, 흥분, 그리고 감동. ■ 송파실버악단 악단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빨간색 재킷보다 더욱 강렬한 정열을 불사르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동년배의 어르신들을 위한 흥겨운 트로트 메들리부터 손자뻘인 어린이집 아이들 앞에서 들려줄 동요까지 거침없는 레퍼토리로 못 오를 무대가 없다. 지난해 10월 울산에서 열린 전국실버밴드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전국 최강임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이들이 ‘송파실버악단’이다. 1994년에 서울 송파구청이 지원해 만들어진 송파실버악단은 트럼본 연주자 엄남익(81) 단장을 포함해 13명이 활동한다. 색소폰 4명, 트럼펫 2명, 트럼본 2명, 기타·베이스·드럼·건반이 각 1명이다. 나머지 1명은 사회를 맡고 있다. 악단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단원은 역시 엄 단장. 익산공고 밴드, 해양경비대 군악대, 동양방송(TBC), 서울 인사동 시절의 문화방송, 6·25참전예술단 소속 악단 등 60여년의 악단 역사가 줄줄이 펼쳐진다. 이중 참전예술단에서 함께 활동하던 8~9명이 별도의 악단을 구성하면서 송파실버악단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창단 15년째를 맞은 송파실버악단의 무대는 경계가 없다. 공식적으로 실버악단의 이름을 사용한 최초의 연주단체라고 확신할 만큼 긴 역사를 가진 데다 실력이 알려지면서 공연 섭외가 끊이질 않는다. 구청의 문화공연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의 행사와 해외 공연까지 해내고 있다. 한해 평균 공연 횟수는 60회 정도. 봄·가을에는 매주 3~4회씩 공연이 이어진다. 1930~40년대 생이 악기를 다루는 것은 소위 ‘있는 집 자제’여야 가능하지 않았을까. “우린 대부분 학창시절 특별활동으로 악기를 처음 만졌죠. 천안공고 시절에 처음 클라리넷을 배웠는데 얼마나 재미있던지 학교에서 하는 걸로는 모자라 집안일 돕는 척하면서 뒷산에 올라가 연습했어요. 집에서는 농사일 안 돕고 딴따라짓이나 한다고 얼마나 혼내시던지.” 색소폰 연주자인 윤영득(71) 총무는 어려웠던 당시를 회상하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한가득 머금는다. “예전엔 요즘 같은 음악 교육 과정을 못 밟았어도, 학교 밴드 활동도 얼마나 열심이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오히려 학교에서 하는 예술교육은 더 후퇴한 것 같아.”(엄 단장) 악보를 보기 전에 귀로 먼저 익히고 연주를 했기 때문에 듣기만 하면 착착 음악이 나온다.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어떤 공간에서든 분위기를 띄울 수도, 잔잔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다. 공연이 끝난 뒤에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관객이 우리 또래면 ‘눈물젖은 두만강’ ‘감격시대’ ‘단장의 미아리고개’, 중년층이면 ‘만남’ ‘사랑이여’, 젊은층은 ‘쿵따리샤바라’ ‘어머나’…. 요즘은 이것도 좀 오래된 노래 축에 들더만. 다른 음악도 추가해야겠어.” 엄 단장의 입에서 레퍼토리가 술술 나온다. 평균 연령 73세의 실버악단이지만 흥(興)과 열정(熱情)은 여느 젊은 악단 못지않다. 나이가 들수록 폐활량이 모자라 연주하기 어려워지는 금관악기 연주자들이 대부분이지만 단원들의 악기에서는 힘찬 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침마다 축구를 하는 게 폐활량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윤 총무) “난 배드민턴을 치는데, 같이 치는 사람들이 ‘80대 맞냐.’고 물어. 그럼 내가 ‘아니, 60대 청년한테 80대라니.’라고 되레 화를 낸다고. 껄껄.”(엄 단장) 엄 단장은 “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평생 ‘내 일’이라고 생각했던 연주활동을 60년이 넘도록 하고 있고,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들을 모아놓은 악단과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끊임없이 악단을 찾아주는 곳이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싶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뭘 할 수 있을까 하겠지만 우리를 보면 그 생각은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우리의 연주실력은 상위 클래스에 속하지만, 사실 우리보다 음악을 잘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찾지 못한 사람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서울시 자치구에도 실버악단이 생기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바람은 모든 자치단체에 실버악단이 생기는 것이죠. 우리 ‘실버’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보람이거든요.” 보람은 언제나 청중의 환호를 이끌어내면서도 일주일에 2~3차례 모여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 악단에 끊임없이 열정을 샘솟게 하는 바탕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화동정재예술단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가락동 서울무용학원 연습실. 화려한 궁중무용 의상에, 이마에는 꽃과 구슬로 장식한 머리띠 ‘대요’를 두른 여자아이 10명이 놋쇠로 만든 타악기인 향발을 손가락에 끼운 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춤을 춘다. 악학궤범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 능숙하게 ‘향발무’를 추는 아이들의 모습은 놋쇠가 부딪치는 경쾌한 소리가 어우러져 귀여우면서도 때론 우아하다. 조선시대 궁중무용 ‘정재’의 맥을 잇고 있는 ‘화동정재예술단’이다. 화동정재예술단은 궁중무용을 전승하고 있는 단체 ‘정재(呈才)연구회’가 대궐 잔치에서 춤사위를 펼치던 어린 여자무용수인 동기(童妓)를 복원해 만든 무용단이다. 올해 초등학교 2~6학년이 되는 여자아이로 구성된 무용단은 창단된 지 꼬박 1년이 됐다. “2007년 10월 궁중무용 공연에 당시 가르치던 아이들을 무대에 세워봤는데 너무 잘 하는 데다 관객 호응도 상당한 거예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아이들을 모아 예술단을 만들었죠.” 정재연구회 회장이자 무용단을 이끄는 이미주 단장의 설명이다. 조선왕조에서는 10대 초반의 동기와 10대 중·후반의 여령(女伶)이 선보이는 정재를 통해 궁중의 춤을 전승해 왔으나 일제시대 이후 동기여령 정재는 사라지고 성인 중심의 정재만 전승돼 왔다. 이 때문에 동기가 추어야할 대목에서도 30~40대 무용수가 어린아이 분장으로 역할을 대신하고, 마지막 무동인 김천흥 옹이 2년 전 별세하면서 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다. 이 단장은 “많은 부모들이 발레는 가르치면서 전통춤은 외면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러다간 우리 고유의 문화를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겠다 싶어 예술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학원에 못 보낸다고 하면 학원비를 받지 않으니 그냥 보내라고 하며 아이들에게 정재를 가르치려고 했죠. 지금은 학부모들이 공연을 보면서 역사공부를 할 수도 있다면서 너무 좋아해 뿌듯합니다.” 아이들은 어떨까. 전통춤은 만드는 모든 동작들을 춤으로 승화시키는 재미가 있고, 새로운 작품을 배우기에 앞서 옛이야기와 전통문화에 대한 지식도 넓힐 수 있어 신난다. 한번은 10분도 안 되는 한 작품을 익히기 위해 5시간을 내리 연습에 매달린 적도 있다. 잠시도 쉬지 않았다. 공연이 코앞에 다가왔는데 제대로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힘이 솟아 피곤한 줄 몰랐단다. 물론 잊혀진 동기 정재를 잇는다는 자부심도 크다. 그래서 연습을 하는 날이면 연습시간보다 일찍 학원에 도착해 마음을 가다듬는다. 예술단에서 가장 ‘오래된’ 단원인 배주희(11·광주 광명초등)양의 집은 심지어 경기도 광주이다. “늘 엄마랑 같이 다니는데 집이 좀 멀어도 너무 재미있어서 매일 학원에 가자고 졸라요.”라며 똘똘하게 대답한다. 김진하(10·남양주 장현초)양과 가장 어린 단원 진서(8)양은 자매이다. 진하양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예술단에 들어오지 못한 막내동생이 대기 중”이라면서 수줍게 말했다. 아이들의 음악성도 남다르다는 게 이 단장의 설명이다. 특히 주희양과 함께 공연을 시작한 윤지현(11·가동초)양은 포구락을 출 때 선두에 서며 아이들을 이끌고, 리허설이 끝난 뒤에 “악단이 조금 빠르게 연주하는 것 같다.”고 지적해 박자를 맞추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공연단체가 이름을 알리기엔 썩 길지 않은 1년이라는 기간동안 아이들은 향발무, 포구락, 무산향, 춘앵전 등을 공연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많은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7월에는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초청으로 스페인 사라고사에서 동기 춘앵전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국립국악원 기획공연과 숙명여대 가야금연주단 공연에서 협연을 하는 등 공연 일정이 빼곡하다. 오는 3월에도 국민대 명원민속관에서 4차례의 상설공연이 잡혀 있다. “피아노 치는 것보다 무용을 하는 게 훨씬 좋아요. 혼자 연습실에 앉아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왠지 갇혀 있는 느낌이거든요. 여기 오면 또래 친구들도 있고 멋지게 춤도 출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조성윤(11·신가초)양이 또박또박 말한다. 무대에 오르면 어떤 기분일까. “오르기 전에는 떨려요.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도 되고요. 근데 공연이 끝나고 박수소리를 들으면 너무 막 좋아지고요….” 한결같은 반응이다. 정재연구회는 올해 동기정재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올해 말에는 남자아이들을 모아 무동정재예술단을 만들 예정이다. 이 아이들에게서 한국 전통문화의 미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서울신문 다른 기사 보러 가기] 불황의 두 얼굴 독감 백신은 있는데 감기 백신은 왜 없을까 스★타★탄★생-이민호 등 대형 신인 대거 등장 아름다운 ‘잡 셰어링’ 각 진 자동차가 사라진다
  •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 경찰 “집회 불허”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당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목소리로 철거민 강제진압을 규탄하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주말 대규모 사망자 촛불 추모제 및 집회가 이어진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 불허 방침을 통보해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범대위)’는 31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제2차 범국민 추모대회를 연다. 야당 및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도 다음달 1일 청계광장에서 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폭력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국민대회)’를 연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검찰이 사건의 책임을 오직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에만 미루고 있다며 수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철거민 유족들은 “사람이 6명이나 죽었는데 도의적 책임이라도 지겠다는 이가 하나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범대위 관계자는 30일 “참사의 원인을 모두 전철련과 농성자들에게만 돌리려는 검찰의 ‘물타기 수사’와 무책임한 정부에 대한 국민적 비판여론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추모의 물결이 반정부 시위로 번져갈 분위기를 감지한 경찰은 행사 당일 청계광장을 봉쇄할 방침이다. 경찰은 민주노동당 등의 명의로 신고된 31일 행사는 금지를 통보했고 민주당 명의로 신고된 2월1일 행사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범대위 박래군 공동집행위원장은 “추모제는 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므로 예정대로 고인들의 넋을 기리는 범국민적 추모행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31일에는 3000명, 2월1일에는 4000명가량이 청계광장 주변에 모여 행사 강행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이틀간 서울 도심에 각각 100여개 중대 1만여명의 경찰력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방침이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열린세상] 다문화사회와 한국인/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열린세상] 다문화사회와 한국인/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설연휴가 끝났다. 예년에 비해 다문화가정이 설을 쇠는 모습도 눈에 띄게 늘었다. 매스컴에서는 대부분 이들이 한국의 풍습을 배우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네 그 많은 정(情)도 타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좁은 한국땅 안에서도 다른 지역의 문화는 서로 잘 수용되지 않는다. 명절 때마다 분란이 일어나는 집들도 꽤 있을 텐데, 아마도 집안간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 땅의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도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따돌림을 받고 문화정체감이 흔들리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유난히 단일민족임을 내세웠던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말았다. 현재 국민대비 이주민 수가 2.3%에 이른다고 하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 땅에 그만큼 많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주민 수가 2.5%가 되면 공식적인 다문화국가가 된다. OECD는 이미 2008년도에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다문화사회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여기엔 한국인(Koreanness)에 대한 개념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못한 탓도 크다. 여고시절 캐나다 펜팔이 아빠, 엄마는 네덜란드 사람이고 자신은 캐나다인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럼 너도 네덜란드 사람 아니냐고 반문하자 그녀는 내 질문을 의아해하며 자신은 캐나다인이라고 다시 분명하게 써서 보냈다. 당시 난 그녀의 부모가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서운해할까 생각했었다. 출생지주의(出生地主義)를 몰라서가 아니라 국적이 달라도 자식은 부모와 같은 나라의 사람으로 표현해야 옳다는 것이 우리네 정서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겐 국제결혼을 하면 자녀의 혈통을 순수하게 인정하지 않는 못된 정서도 생겼다. 이것은 역으로 이주민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한국인으로 받아주지 않는 배타성을 갖게 한다. 우리 사회는 민족이 다르고 혈통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면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한국인으로 봐주지 않고 외국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우리에겐 다문화가정 지원법과 같은 법률적인 측면을 넘어서 사회정서적으로도 이들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사회가 정착하려면 무엇보다도 모든 구성원들이 그가 속한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평등이 전제된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모가 자신에게 버락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까닭은 아프리칸 이름으로도 미국땅에서 성공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그의 신념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했지만, 그 속엔 인종이나 다른 문화적 배경 때문에 사회가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오랜 세월 단일민족임을 자부하며 혈통을 중시해온 한국이 갑자기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다. 2020년에는 3명의 아기 중 한 명이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다문화사회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지닌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또 다른 품격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땅의 다문화인들은 모두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2월국회 지원군 얻어라” 여야 장외로

    “2월국회 지원군 얻어라” 여야 장외로

    정치권이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장외 행보에 분주하다. 용산 참사 파문이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은 국면전환에, 민주당은 지원세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는 모양새다. 여야의 움직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30일 원탁토론회에서 중점법안과 경제현안에 대한 대국민 설득에 직접 나서는 것과 맞물려 있다. 다음달 임시국회가 여야간 대립이 아니라 ‘MB 대(對) 반MB’ 구도로 재편될 것임을 예고하는 기류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29일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아 정책간담회를 가졌다. 2월 국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두고 야권과 노동계의 반발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개정안은 비정규직의 2년 계약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을 뼈대로 한다. 임 정책위의장은 간담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노·사·민·정 간 상생의 노력이 없이는 공멸할 수 있다는 절박감을 갖고 좀 더 성의있고 진지한 대화의 기회를 계속 갖겠다.”면서 “오늘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정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내주 초 다시 만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당정이 밀어붙이는 것은 전쟁선포”라고 질타했다. 여권은 현재의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지 만 2년이 되는 오는 7월에 비정규직의 대량해고 사태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에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과 노동계는 개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차별을 확대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등 야권과 4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민생민주국민회의와 함께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이 자리는 ‘용산폭력살인 진압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각계인사 공동기자회견’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달 1일에는 청계광장에서 국민대회 차원의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이명박 정권은 용산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보다 여론 조작을 통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2월 국회를 용산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MB악법’을 저지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 ‘MB악법’ 저지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대국민 제안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달 1일 국민대회 이후에도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대규모 집회를 이어가는 등 반MB 세력의 공고한 결집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이날 오전 이미경 사무총장 주재로 시도당위원회 사무처장단 연석회의를 갖고, 2월 임시국회에 대비한 지역별 활동에 전력할 것을 독려했다. 구혜영 주현진기자 koohy@seoul.co.kr
  • [용산 철거민 참사] 한파에도 조문객 발길 늘어

    설 연휴를 앞둔 23일 분향소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조문객의 발길은 전날보다 늘었다. 하지만 유족들과 철거민들은 연휴가 지나면 세상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지 불안해했다. ●사건 현장서 진실규명 촉구 잇단 기자회견 장례식장 4층에 마련된 가족분향소는 30여명의 유족과 전국철거민연합 관계자들이 지켰다. 분향소에서는 간간이 애끓는 통곡소리가 흘러나왔다. 분향소에서 음식준비를 돕던 전철련 관계자는 “이미 예상했지만 검찰이 경찰의 말만 듣고 철거민에게 사고의 책임을 미루려 한다.”면서 “추운 날씨에 설 연휴까지 겹쳐 국민들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도 정치인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오전 11시30분쯤 분향소를 찾은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진상은 이미 밝혀졌지만 이 정권이 인정하지 않을 뿐이다.”면서 “뉴타운 사업 등 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재개발 사업을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보다 앞서 오전 9시40분쯤 분향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항의를 받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장기적 대책마련을 위해 유족 의견을 들으러 왔지만, 유족들은 그럴 겨를이 없는 것 같다.”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역 광장서 나흘째 촛불집회 영하 10도에 매서운 바람까지 몰아쳤지만 서울 한강로 2가 사건현장에는 오전부터 불교, 원불교 종교인들과 시민들이 사건현장에서 합동 위령제를 가지는 등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문화연대, 민족미술인협회 등 문화예술인 10여명이 송경동 시인의 시 ‘너희가 누구인지 그때 알았다’와 이은엽 작가의 그림 ‘불속에서 타들어 가는 손, 여기 사람 있다’를 남일당 빌딩 2~3층에 걸쳐 걸었다. 이들은 “이곳을 추모와 저항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이 그림을 건다.”고 말했다. ‘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책임자 처벌 ▲철저한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다. 오후 7시부터 서울역 광장에서는 철거민, 시민, 대학생 등 2000여명(경찰추산·주최측 추산 5000명)이 모여 ‘이명박 정권 퇴진, 용산 철거민 살인진압 범 국민 추모대회’를 나흘째 이어갔다. 대학생 송나리(21·여)씨는 “원래 오늘 집에 가려고 했지만 도저히 분노를 참을 수 없어 귀향을 하루 미루고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49개 중대 4000여명의 병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최재헌 조은지기자 goseoul@seoul.co.kr
  • 가수 ‘세븐’ 국민대 대학원 합격

    국민대는 23일 인기가수 세븐(본명 최동욱·25)이 대학원 스포츠산업학과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세븐은 2월 국제디지털대학교를 졸업, 3월부터 석사과정을 밟게 된다. 탤런트 이완(본명 김형수·25)씨도 같은 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다.
  • 참사현장 3일째 촛불집회

    지난 20일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6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3일째 촛불집회가 계속됐다. 전국철거민연합 등이 참여한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22일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참사현장에서 집회를 열고 “인정사정 없는 도시재개발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는 경찰 추산 1000여명의 시위대가 모였다. 이들은 “무분별한 강제철거로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들은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외쳤을 뿐”이라며 “그러나 정부는 특공대까지 투입해 진압하는 등 힘없는 사람은 이 땅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비난했다. 경찰은 이날 44개 중대 병력 3000여명과 경찰수송버스 수십대를 투입, 집회현장을 봉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일부 시위 참가자들의 몸싸움이 벌어졌지만 심각한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11시30분쯤 자진 해산했다. 대책위는 23일에도 오전 11시와 오후 7시에 각각 사고현장과 서울역에서 추모행사를 열 예정이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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