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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원한사회/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열린세상] 원한사회/이은경 한국여성변호사회장

    국민대통합위원회는 2016년 ‘한국형 사회갈등 실태진단 보고서’를 통해 대한민국이 ‘경쟁사회’에서 ‘원한사회’로 넘어갔다고 진단했다. 양극화의 골이 깊어지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경제적 격차를 극복하기 어렵고, 사회관계에서도 늘 ‘을’의 입장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졌기 때문이란다. 실은 우리 사회의 갑을(甲乙) 논쟁은 줄곧 큰 이슈였다. 게다가 지금은 한 걸음 더 나가 ‘사회관계’에서의 갑을이란 지위뿐 아니라, ‘출생신분’에서도 을의 삶이 고착됐음을 자조적으로 표현한 ‘금수저 흙수저’ 논쟁이 무척 뜨겁다. 사실 갑과 을로 인식되는 사회 현실이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아주 비인격적이다. 무엇을 매개로 한 갑을이든 인간을 조종할 수 있는 권력 앞엔 약한 인격이 훼손되기 때문이다. 외려 선진국 문턱에 다다랐다는 지금 이 시점 대한민국이 ‘원한’이 쌓인 ‘지옥’으로 불리는 건 무슨 연유인가. 극심한 가난을 극복해야 했던 과거보다 분노, 증오, 원한이 이 나라 도처에 넘쳐나는 게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헬조선’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입에 붙어 버린 건 단지 상대적 박탈감 때문만은 아닐 거다. 혹여 옳고 그름의 기준이 무너졌기 때문은 아닐까. 금세기는 소위 자연법으로 불리던 불변의 가치들이 흔들리면서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관이 서로 극심하게 충돌했다. 무릇 사람은 모든 일의 기준을 ‘자신’으로 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 앞에 마주 서 있다. 비단 정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젠 희망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두려움이 깊은 무력감을 안겨 주고, 국민의 행복 체감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나는 이 부정적인 기류를 떨쳐 낼 무언가 새로운 제안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장 대한민국에 ‘원한사회’를 불러왔다는 갑을 구도부터 타파할 순 없는가. 우리는 언제부턴지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누가 갑인지 누가 을인지 탐색부터 시작한다. 우리 모두 갑과 을을 넘나드는 피곤한 일상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사실 이 나라는 품앗이를 하는 상호부조 전통이 유구했던 민족이다. ‘상부상조’라는 말이 늘 귀에 익었던 국민이다. 물론 최근엔 한국인들이 어려울 때 기댈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예 한국인들이 정이 많다는 건 옛말이란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갖은 고난과 지독한 가난을 같이 부여잡고 같이 이겨내 온 굳건한 공동체다. 유독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도 각별한 민족이다. 옆집 숟가락 숫자도 세던 우리 아니던가. 그래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붙잡아야겠다. 우리 모두 원한을 품고 불행하게 죽어 갈 순 없지 않은가. 과연 진정한 행복을 위해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자. 정의사회 구현과 엄정한 법질서 이런 말만 되풀이하진 말자. 가십과 손가락질, 비난과 정죄도 이젠 지치고 피곤하다. 폭발적인 분노가 대안을 주진 않는다. 차라리 역발상이 좋다. 갑을 구도의 패러다임을 확 바꾸는 거다. 세상이 ‘파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도움’을 매개로 움직이는 거 말이다. 바로 ‘나’로부터 ‘타인’으로의 시프트다. 갑을의 권력 관계 대신 ‘돕는 자, 도움이 필요한 자’로 세상을 바라보는 거다. 세상의 갑이 강한 자가 아니라, ‘돕는 자’가 강한 자다. 세상의 갑이 높은 자가 아니라, ‘돕는 자’가 높은 자다. 신도 인간의 헬퍼 아니신가. 바로 이것이 ‘원한사회’의 대안이면 좋겠다. 사실 우리는 끊임없이 남을 돕고, 끊임없이 남의 도움을 받는 존재다. 을의 자리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이들은 사실 남을 돕고 남을 섬기는 사람들이다. 갑의 삶을 걷어차 버리고, ‘돕는 자’의 삶을 선택한다면 분명히 세상이 바뀌지 않겠는가. 조금 살아 보니 결국 남을 위해 사는 것이 남는 거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 바로 지금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 ‘박애’의 네 기둥이 대한민국이라는 땅에 굳게 뿌리박혀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갈 때인 줄 누가 알겠는가. 늘 그렇듯이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누가 민중을 선동하는가/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누가 민중을 선동하는가/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정치학’(Politika)에서 시민이 공직에 참여하는 기준에 따라 민주정체의 유형을 다섯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 평등의 원칙에 따라 국정에 참여하는 유형, 둘째, 재산등급에 따라 공직을 배분하는 유형, 셋째, 양친 모두 시민이면 누구나 공직에 참여하되 법이 지배하는 경우, 넷째, 시민이기만 하면 누구나 공직에 참여하되 법이 지배하는 유형, 마지막 유형은 다른 점에서는 같지만 법 아닌 대중(plethos)이 최고 권력을 갖는 경우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법 대신 민중의 결의(psephisma)가 최고 권력을 갖는 다섯 번째 정체를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이런 왜곡된 민주정체는 민중선동가 탓에 생겨난다고 보았다. “법이 최고 권력을 갖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민중선동가들이 나타난다. 이것은 민중이 다수로 구성된 독재자(monarchos)가 되기 때문이다. 다수가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집단으로서 최고 권력을 갖기에 하는 말이다.” 독재자가 된 민중은 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 까닭에 폭군적 성격을 띠게 되면서 독재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체는 무늬만 민주정체이지 실제는 독재정체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참주정체와 닮았기 때문이다. 민중선동가들은 법이 최고 권력을 갖지 못하게 하면서 더 훌륭한 시민들에게 폭군처럼 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중에게 아첨을 떠는 자들은 민중에게 존경을 받게 된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법이 아닌 민중의 결의가 최고의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은 민중선동가들의 책임이라고 규탄한다. 그들은 왜 민중을 선동할까. “민중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들이 민중의 의견(doxa)을 지배하면 그들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민중이 그들에게 복종하니 말이다.” 민중선동가가 공직자를 비판하면서 “민중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하면 “민중은 기꺼이 그들의 청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러면 모든 공직자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만다.” 이렇게 해서 민중선동가들은 민중의 권력을 빌려 국정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법이 최고의 권력을 갖지 못하고 민중의 결의에 따라 결정되는 체제는 진정한 민주정체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민중의 결의에는 보편타당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즘 민중의 결의들이 넘친다. 촛불과 맞불에 참여하여 헌법기관들을 겁박하는 대중 모두 법 위에 군림하려는 “다수로 구성된 독재자”의 속성을 빼닮았다. 이들이 정파적 이해를 좇아 과장과 왜곡을 서슴지 않는 정치꾼들과 언론들, 대중의 환심을 사려는 민중선동가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점에서 그렇다. 2300년 전과 다른 점은 이들을 질타하는 현인이 드물다는 것뿐이다.
  • [자치광장] 지방정부의 협업이 지방자치 살린다/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자치광장] 지방정부의 협업이 지방자치 살린다/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크고 작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와 민간 협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서 거버넌스(governance)의 실현이 지방정부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가 되고 있다. 거버넌스는 다양한 기관이 함께 자율적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통치 방식을 말한다. 다수가 통치에 참여하고 협력하는 점을 강조해 협치 또는 협업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공공서비스의 공급체계를 구성하는 다원적 조직체계나 조직 네트워크의 상호작용 패턴으로서의 거버넌스는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정치와 지방자치의 궁극적 목적과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국가기관이 상호 협력할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더 높은 수준의 목표 달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혁신’과 ‘협치’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 시민생태계를 강화하고 기존 민관협력 방식을 혁신하기 위한 협치를 민선 6기 핵심 시정 기조로 하고 있다. 우리 동대문구도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통한 복지서비스의 확대와 민관 거버넌스를 통해 마을생태계를 복원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실천하고 있다. 무엇보다 동대문형 복지공동체인 ‘보듬누리’ 사업은 대통령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에서 전국 지자체와 민간단체 등을 대상으로 벌인 ‘국민통합 우수사례 대상’을 수상한 민관 거버넌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우리 동대문구는 서울시·자치구 공동협력 사업 평가에서 역대 최고 실적으로 서울시 전체 1위를 달성했다. 서울시가 복지, 일자리 등 10개 분야 성과를 토대로 25개 자치구를 평가한 결과 10개 전 분야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수상권에 진입했으며, 특히 찾아가는 복지 서울 사업에서 5년 연속 수상하는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는 지방정부와 지자체 간의 협업을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크로폿킨은 그의 저서 ‘만물은 서로 돕는다’에서 상호부조가 상호투쟁보다 훨씬 더 큰 이익을 준다고 주장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동물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적으로도 고대사회에서 중세, 근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볼 수 있는 상호 협력과 연대의 원칙을 무한경쟁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적용해 볼 만하다. 국가가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현 시기야말로 지방자치단체 간, 나아가 입법과 행정, 사법을 비롯한 전 국가기관이 국민 행복을 위해 소통과 화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행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주권자인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에 있기 때문이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헌법 무시와 선동이 부른 참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헌법 무시와 선동이 부른 참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아테네의 민주적 헌정 질서를 최초로 정립한 이는 현인 솔론(BC 630~560?)이다. 그는 윤리와 도덕의 정치를 중요시했고, 그 이상을 합리적인 법률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부자와 빈자들의 이기적 욕망을 절제시키고, 이들의 갈등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그는 귀족과 평민 사이에 어느 쪽이 부당하게 유리해지지 않도록 여러 균형 있는 입법을 만들었다. 플루타르코스(BC 46?~120?)의 ‘비교열전’ 솔론 편과 헤로도토스(BC 484?~425?)의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솔론은 헌정질서의 수호에 비상한 관심을 두었다. “내란이 있었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사람은 시민권을 박탈한다”고 규정했을 정도다. 헌정 파괴의 괴로움을 외면하는 것은 자유민으로서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법을 100년 동안 시행하도록 공포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법을 고쳐 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많아지자 10년 동안 외유를 떠났다. 9명의 집정관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하던 솔론이 갑자기 공직을 내려놓고 떠나자, 아테네에서는 대권을 잡기 위해 극심한 권력다툼이 벌어졌다. 해안당, 평야당, 산악당이 대립했다. 산악당 당수 페이시스트라토스(BC 600?~527)는 빈민을 대변하면서 착실하고 조심성 있는 사람, 평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민중의 신뢰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솔론은 이런 외면적 평판은 그의 지나친 야망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솔론은 귀국하자마자 세 당파의 싸움을 중재하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솔론은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던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지나친 욕망을 버리고 독재 정치의 야망만 버리면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페이시스트라토스는 하루빨리 대권을 잡고 싶었나 보다. 그는 민중을 선동하려고 노새들과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후 정적들이 죽이려 해서 간신히 도망쳐 왔다며 민중에게 호위병을 붙여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교활한 술책으로 호위병을 얻은 페이시스트라토스는 군대를 더 모아 아크로폴리스를 무력 점령했다.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것이다. 솔론은 민중의 경솔함과 어리석음을 비판하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들 반란 세력에 맞서는 일은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자유민 누구도 두려워하여 따르지 않았다.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얼마 후 합심한 다른 두 당파에 쫓겨났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테네 최초의 참주가 되었다. 요즘 대권에 집착한 정치인들의 온갖 선동이 난무한다. “탄핵 기각되면 혁명”이란 발언까지 나왔다. 위선의 정치가, 균형 잃은 언론의 선동과 부화뇌동하는 대중이 무엇을 만들지 두렵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누가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가/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누가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가/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국가의 목적은 행복하고 훌륭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좋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질서’(eunomia)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된다고 보았다. 나아가 공동체를 이끄는 국가 권력이 올바르게 배분되고 올바른 최고 권력자에 의해 집행돼야 한다고 여겼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politika)에서 ‘누가 국가의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하는지’를 궁구했다. 민중인가, 가장 훌륭한 현인인가, 부자들인가, 아니면 참주인가? 그는 소수의 훌륭한 자들보다 민중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견해가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민중은 한 명 한 명은 훌륭한 사람이 아니지만, 여러 사람이 이해한 것들을 합치면 전체로서 나름대로 전문가 못지않은 판단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민중이 훌륭한 소수자를 언제나 능가할 수 있을지 아리스토텔레스는 확신하지 못했다. “몇몇 민중은 사실상 들짐승과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는 불의(adikon)에 쉽게 휩쓸리는 우중의 야만적 속성을 경계한 것이리라. 그래서 그는 민중에게 국가의 최고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았다. 아테네 정체가 민중에게 민회의 심의나 재판의 배심원이 되도록 하되 국가의 재무관이나 장군, 최고 법정인 아레오파고스(Areopagos)의 최고위 공직을 개방하지 않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럼 누가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가? 아리스토텔레스는 노모스(nomos)가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민중도, 탁월한 소수도, 부자들도 아닌 노모스, 즉 법이었다. 노모스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 ‘올바르게 제정된 법’이 최고의 권력을 행사하는 공동체가 ‘좋은 질서’를 만들고 ‘좋은 국가’를 만들 수 있다. 오늘날 법치의 수호자로 최고의 법정인 헌법재판소가 존재하는 이유다. 민중의 함성, 정치가와 언론의 선동이 헌법재판소를 겁박하는 순간 법치는 무너지고 최선의 국가는 요원해진다. 아테네 민주정은 노모스를 최고 권력자로 인정하고 복종할 때 융성했고, 오로지 민중 다수의 힘이 법을 대신하는 경향이 팽배해지면서 쇠퇴했다. 국가의 최고 권력은 민중에게서 직접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전체 민중의 총의로 만든 헌법과 법률, 즉 노모스가 최고 권력의 원천이다. 이 철칙이 무시될 때 민주주의는 위기로 내몰린다. 헌법 절차를 밟으며, 헌법 밖 조치를 요구하면 그것 역시 법치가 아니다. 국정 농단을 징벌하는 대의에도 법치주의 무시는 허용될 수 없다.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과장과 왜곡이 더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최고 권력자인 헌법과 법률을 무시한 민중과 정치가의 정략적 선동을 경계한 현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이나 행동 못해”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이나 행동 못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7일(현지시간) “한국의 어느 누구도 저를 대신해 발언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음달 귀국을 앞두고 국내 정치권에서 반 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측이 무성한 가운데 반 총장은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을 통해 낸 성명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정치 관련 별도 입장 발표 이례적 반 총장은 “최근 한국에서 일부 단체나 개인들이 마치 저를 대신해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해 발언하거나 행동하고 있다는 주장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누구와도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이름으로 국내에서 나오는 언행이 자신과는 관계가 없고 대리인도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내년 1월 귀국 후 국가기여 방안 고민” 반 총장은 “최근 누차 밝힌 바와 같이 임기가 끝나는 연말까지 총장직 수행에 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면서 “내년 1월 중순 귀국 후 어떻게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최선일지 의견을 청취하고 고려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나 국제 이슈가 아닌 국내 정치 사안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발표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반 총장의 핵심 측근을 자처한 인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반 총장은 새누리당이나 기존 정당으로는 안 나온다.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며 “친박(친박근혜) 쪽에서 구애했을 뿐 애초에 친박 쪽 인사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을 지지하는 팬클럽 형태의 모임도 잇따라 활동을 본격화했다. 반 총장을 지지하는 충청권 인사의 모임인 ‘글로벌 반기문 국민협의체’가 오는 22일 발기준비위원회를 갖는 데 이어 역시 충청권 인사가 주축인 ‘반기문 대통령추대 국민대통합 추진위원회’도 최근 여의도에 사무실을 냈다. ●英이코노미스트 “반기문 대선 승리 가능성” 한편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듬해 이슈를 예측하는 ‘The World in 2017’판에서 ‘각성과 분열이 반기문 대통령을 만들 것이다’라는 제목으로 반 총장의 내년 대선 승리 가능성을 내다봤다. 유엔사무총장의 역할에 대해 혹평했던 이 잡지는 반 총장이 정당 파벌주의와 거리를 둔 점이 호소력을 주고 있으며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장관으로 재임해 진보 성향 표심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공직자 범죄 유형과 방지 대책/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공직자 범죄 유형과 방지 대책/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요즘 대형 건설 사업을 둘러싼 고위 정치인들의 불법과 비리 혐의가 눈길을 끈다. 고위 공직자들의 비위가 끊이지 않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5년 기준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34개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을 맴돈다. 청렴하고 공명정대하게 소임을 수행해야 할 공직자들이 도대체 왜 부끄러운 비리와 부패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개탄스럽다. 이와 관련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가 ‘정치학’(politika)에서 제시했던 범죄의 유형과 대책이 흥미롭게 상기된다. 공직자 부패의 원인 규명과 방지대책 모색에 좋은 시사점을 준다. 그는 범죄의 원인을 세 가지로 보았다. 그의 주장의 요지를 살피면서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보자. 첫째, 어떤 이는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물론 우리 사회에 ‘장발장형’ 범죄는 희소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도둑질은 근절되지 않는다. 두 번째, “사람들은 즐기기 위해서도, 욕망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범죄”를 저지른다. 이런 범죄는 단순한 생존욕구를 넘어 또 다른 욕망을 충족하기 위한 것에서 비롯된다.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안락한 생활, 사치와 향락을 즐기기 위해 충동적으로 벌이는 다양한 범죄유형이 여기에 속할 듯하다. 세 번째는 “그런 욕망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도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 쾌락을 즐기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이런 범죄는 더 많은 부의 축적에 대한 열망, 자신의 기호나 권력 행사에 수반되는 쾌락의 부산물일지도 모르겠다. 화이트칼라와 사회지도층이 더 많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저지르는 범죄 유형이 이에 속할 것 같다. 세 가지 범죄유형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하는 방지 대책은 간결하지만 의미심장하다. 첫 번째 범죄에 대해서는 약간의 ‘재산과 노동’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팔레아스가 주장한 ‘재산의 평준화’가 이 경우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수긍하는 듯하다. 두 번째 범죄에 대해 그는 ‘절제’(sophrosyne)를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런 경우 ‘재산의 평준화’보다 ‘욕구(epithymia)의 평준화’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무분별한 욕망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면 범죄의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세 번째 범죄의 경우처럼 범죄를 통해 쾌락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철학’만이 유일한 대책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를 아리스토텔레스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아마 윤리의식과 정의감에 기초한 인생철학의 확립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았을까. 결국 공직자의 범죄 예방과 경감을 위해서는 ‘욕구의 과잉’을 절제시키고, 공공심(public mind)과 올바른 삶의 철학을 확립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한 것 같다.
  • 세월호 막말에 5·16 옹호한 최성규 목사,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

    세월호 막말에 5·16 옹호한 최성규 목사, 국민대통합위원장 임명

    박근혜 대통령이 ‘막말 논란’이 있는 최성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임명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최성규 인천순복음교회 당회장 목사를 임명했다. 국민대통합위원장은 지난달 3일 한광옥 전 위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공석이 됐다. 그러나 최성규 목사는 사회 갈등을 부채질하는 발언으로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4년 7월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희망의 가족이 돼라. 더 이상 과거에 매여 있어서는 안 된다. 아픈 상처만 곱씹어도 안 된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12년 8월 27일자 국민일보에 “5·16은 역사의 필연이자 변화의 기회였다”면서 5·16 쿠데타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또 2013년 6월 27일자 동아일보에는 ‘생명과 피로 지킨 NLL을 괴물이라니’라는 제목의 광고를 내고 2007년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라고 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가 바라보는 시각은 세간의 평가와 사뭇 다르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최성규 위원장은 ‘행복한 우리 가정’, ‘효의 길 사람의 길’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의 효 문화 복원과 세대 간 통합, 가족의 가치 증진에 앞장서 왔다”면서 “긍정과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우리 사회의 갈등으로 인한 상처를 치유하고 모두가 화합하는 국민대통합 정책을 주도해 나갈 적임자”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최성규 목사

    국민대통합위원장에 최성규 목사

    박근혜 대통령은 30일 공석 중인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에 최성규 목사를 임명했다.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후임으로 임명된 최 목사는 한반도평화화해협력포럼 이사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최 신임 위원장은 사회 갈등을 치유하고 모두 화합하는 국민대통합정책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이날 인사는 탄핵, 특검 국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인사권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언제나 헌법이 우선이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언제나 헌법이 우선이다/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로마 공화정 말기의 일이다. 기원전 63년 집정관 선거에 출마했다가 키케로(BC 106~43)에게 패한 카틸리나(BC 108~62)가 반역을 도모했다. 그는 로마 외곽에 군대를 모으고 동맹자를 준비시켰다. 기원전 83년 술라(BC 138?~78)가 군사력으로 정권을 장악한 후 최초의 독재관이 된 전례를 따를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역모의 기미를 사전에 입수한 집정관 키케로는 원로원에 출석한 카틸리나를 격렬하게 탄핵했다. 키케로는 “당신은 불멸하는 신들의 성전, 수도 로마의 건축물, 모든 시민의 생명, 이탈리아 전체에 파괴와 황폐를 초래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카틸리나에게 로마를 떠날 것을 요구했다. 또 카틸리나와 공모자들을 죽이지 않으면, 공화정에 악의 뿌리가 깊이 내릴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그럼에도 카틸리나가 모반 세력의 확대를 멈추지 않자, 로마 원로원은 그를 ‘국가의 적’으로 규정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결국 키케로는 로마 정규군을 동원해 반역의 군대를 신속하게 진압했다. 반군을 지휘하던 카틸리나는 전사했다. 이후 키케로는 로마에 잔류한 공모자들을 검거하여 즉결 처형했다. 내란 사건을 용기 있고 신속하게 처리하여 공화정을 수호한 키케로는 시민들에게 ‘국부(國父)’(Pater Ptriae)로 칭송받았다. 그런데 구금 중인 역모의 잔당들을 즉결 처형한 것이 큰 논란을 불렀다. 결국 5년 후인 기원전 58년 키케로와 대립하던 호민관 클로디우스는 키케로를 로마 시민을 재판 없이 처형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키케로는 목숨을 건지기 위해 망명길에 오르고 7년여 동안 정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나라를 구한 충신이 역적이 되었다. 키케로는 국가 비상사태 시기에 행한 정당한 행위라고 여겼겠지만, 국가 전복 위기를 넘긴 시민들은 마음이 변했다. 그들은 모반자일지라도 자유 시민들이 언제든지 재판 없이 처형되는 상황은 정의롭지 못하다는 클로디우스의 뒤늦은 주장에 더 동조한 것 같다. 시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 국가의 부를 안전하게 지키고자 했던 키케로는 공화정의 수호자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헌정을 수호할 숭고한 목적에서라도 자유 시민의 생사여탈은 절차적 정당성이 요구된다는 클로디우스의 주장 역시 가볍지 않았다. 평소 사려 깊은 키케로가 시민들의 칭송에 잠시 들뜬 나머지 저지른 과오는 훗날 평소 그를 눈엣가시로 여기던 반대파 세력에게 포착되어 그를 해치는 부메랑이 된 것이다. 국가의 격변기에는 과오를 저지른 사람들과 이를 규탄하고 징벌하려는 사람들의 대립과 충돌이 있게 마련이다. 정치가들은 어떤 경우에라도 대중의 함성과 격분에 휘둘리기보다 헌법과 법률에 따른 질서 있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민주공화국을 지키는 모든 행동에 헌법이 우선한다.
  • 한심과 안심 사이…박근혜와 트럼프의 공약 파기 경쟁

    한심과 안심 사이…박근혜와 트럼프의 공약 파기 경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핵심 공약 중 일부가 벌써부터 수정, 연기되거나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약 중 대부분은 미국 내 보수 지지층의 대대적 환호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진보진영의 격렬한 반대를 유발했던 것들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불성실’은 일부 국민들로 하여금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역설적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한편 채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이행율은 현 정부의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국정운영을 드러내는 핵심적 증거로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양국의 상황은 명료한 정치철학이 뒷받침되지 않은 선심성 공약이 남발됐던 결과라는 점에서 서로 유사하다.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두 정치인의 파기·축소 공약들을 살펴봤다. ◆박근혜 대통령 ●행복한 일자리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는 쉬운 해고 근절, 비정규직 차별개선, 최저임금제도 개선, 노사관계 개선 등의 세부공약을 아우르는 이른바 ‘행복한 일자리’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2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행복한 일자리’ 관련 공약 완전 이행률은 29%에 불과했다. 심지어 정부는 지난 1월 ‘공정인사’ 지침을 통해 기업이 임의의 판단에 따라 ‘저성과자’를 ‘일반해고’ 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을 발표, 기업이 근로자들의 동의 없이도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취업규칙을 바꿀 수 있게 했다.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지원 박 대통령의 당초 약속은 4대 중증질환인 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총 진료비, 즉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 및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건강보험으로 급여할 것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공약은 축소돼 환자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에 대한 지원은 제외하고 일부 고가항암제 등에만 건강보험을 더 적용하는 안으로 축소됐다. 3대 비급여란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를 말한다. ●65세 이상에 월 20만원 지급 65세 이상의 모든 국민에게 월 20만원의 기초 연금을 지속적으로 지급하겠다는 공약 또한 축소됐다.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한정하고 이들에게 국민연금 가입 기간과 연계해 월 10~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되 국민연금 장기 납부자에 대해서 기초연금 상한액 20만원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공약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만 3~5세 어린이들의 교육과 보육을 위해 2012년부터 실행된 정부 주도하 표준 교육 내용이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영유아 보육 및 교육에 대한 국가 완전 책임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누리과정 예산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누리과정의 재원인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증액하지 않은 채 지자체들에 해당 예산 편성 책임을 전가하면서 보육대란을 야기했다. ●국민 합의 없는 민영화 추진 금지 박 대통령은 철도를 비롯한 국가 기간산업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당시 새누리당이 철도노조에 보낸 정책회신 공문은 “박근혜 후보는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를 절대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 기간망인 철도는 가스·공항·항만 등과 함께 민영화 추진 대상이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박대통령은 공공부문의 민영화 정책을 차례차례 추진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전력소매와 가스도매 분야를 민간에 개방하면서 완전민영화 사전작업 의혹을 불러 일으켰으며 철도 및 의료에서도 정부의 민영화 시도를 둘러싼 마찰이 불거지고 있다. ●국민대통합 박 대통령은 과거 상처 받은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 하나로 모으겠다며 ‘국민 대통합’ 공약을 내세우고 그 세부사항으로 부마민주항쟁 피해자 및 유신 긴급조치 피해자 보상 등을 약속했다. 이 중 ‘부마민주항쟁 관련 피해 유족에 대한 보상과 예우’ 공약에 대해서는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 및 관련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구성돼 부분적 이행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긴급조치 피해자 명예회복’ 공약은 사실상 폐기됐으며 부마민주주의 재단 설립 등 나머지 3개 공약 역시 전혀 이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약과는 별개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대로 추락하면서 역설적으로 ‘95%의 국민대통합’이라는 위대한 업적을 쌓았다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오바마케어 폐지 버락 오바마가 만든 의료복지제도 ‘오바마케어’의 철폐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주자가 된 이후 지속적으로 내세웠던 공약이다. 그러나 당선 직후에는 완전철폐가 아닌 수정으로 노선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이유로 보험사가 보험적용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부모가 가입한 보험으로 자녀가 수년 동안 추가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2개 조항은 존속시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무슬림 입국 금지 지난 2015년 말 트럼프는 무슬림(이슬람교 신자)들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해 미국 내 무슬림 반대자들의 지지를 빠르게 획득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연방의회 방문에서는 무슬림 입국금지를 요청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대변인 스티븐 청은 “우리는 ‘모든 무슬림’이라고 말한 적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는 트럼프의 과거 발언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멕시코 장벽 건설 불법 이민자 추방을 주장하는 트럼프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 거대 장벽을 설치, 불법 이민을 막겠다는 강경정책을 약속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장벽의 건설비용은 멕시코 정부에서 전액 부담토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실제로 강경 이민 반대론자 크리스 코박 캔자스 주 총무장관이 트럼프 인수위에 합류하면서 계획 자체의 철폐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졌다. 그러나 트럼프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계획에 대한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 의회의 제안대로 부분적으로는 장벽이 아닌 울타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 중국 45% 관세 대선 당시 내세웠던 ‘중국산 제품 45% 관세부과’ 공약에 대해서는 ‘와전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공약은 미국의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내세웠던 것이지만 트럼프의 자문 윌버 로스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그가 한 말이 아니며 그의 의도 역시 아니다”면서 “그가 실제로 얘기한 것은 만약 중국 위안화가 45% 과대평가된 것으로 드러나고, 그들이 우리와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협상 수단으로 45% 만큼의 관세로 그들을 위협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힐러리 구속 유세 당시 트럼프는 국가기밀 누설 스캔들에 휩싸인 힐러리에게 자신이 당선될 경우 ‘수감 시키겠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등 강력한 공세를 폈다. 그러나 당선 직후 트럼프의 태도는 돌변, 힐러리 구속 수사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측근들 또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힐러리를 투옥시킬 의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개헌, 스파르타 헌법을 배워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개헌, 스파르타 헌법을 배워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권력이 있는 곳에 부패가 따른다. 통치자의 권력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며 사욕을 채운 소인배들의 역사상 예는 수없이 많다. 이 악폐는 인간의 선의에만 기대서는 끊을 수 없다. 제도 혁신이 따라야 한다. 차제에 개헌을 통해 올바른 헌법 질서를 세우자. 권력 집중을 막고 견제와 균형의 질서를 정립하여 강소국을 실현했던 스파르타의 헌법을 배우라. 수만명에 불과한 시민을 가진 스파르타는 강력한 정치적 안정 덕분에 그리스 최강의 군사국가로 명성을 떨칠 수 있었다. 그 굳건한 토대는 전설적인 인물인 입법자 리쿠르고스가 기원전 8세기경 만든 헌법체제(Rhetra)였다. 아테네의 장군 크세노폰(BC 430?~355?)이 쓴 ‘라케다이몬 정체(政體)’와 플루타르코스(46?~120?)가 쓴 ‘비교열전’은 스파르타의 권력 구조의 특징을 잘 전하고 있다. 스파르타 정체의 힘은 이중삼중으로 설계된 견제와 균형의 질서에서 나온다. 우선 스파르타는 두 명의 왕을 두었다. 세상에 한 하늘에 태양이 둘이라니! 전시에 한 명의 왕은 반드시 군대의 최고 사령관으로 최전선에 나섰고, 남은 한 명은 내치를 맡았다. 평시에는 두 명의 왕이 협의하여 국정을 수행했다. 그럼에도 스파르타는 순수한 왕정국가는 아니었다. 30세 이상의 시민으로 구성된 민회(Apela)와 60세 이상의 원로 28명으로 구성된 원로원(Gerousia), 5명의 행정 감독관(Ephoroi)에게 통치 권력을 고루 분산한 혼합정체였다. 왕정과 민주정, 과두정의 단점을 극복하고자 창안한 근대의 입헌군주정과 유사한 제도다. 플라톤(BC 427~347)은 ‘법률’에서 스파르타의 게루시아를 “왕이 가진 전제성을 완화하고 공화국에 안녕과 평화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원로원은 “항상 중간에 서서 왕권을 침해하려는 저항 세력이 생기면 왕의 편이 되어주고, 한편으로는 왕권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정을 강화했다.” 그러나 “만약 민중이 잘못된 안건에 찬성할 경우, 왕과 원로원은 이 결정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졌다. 특히 모든 행정을 집행했던 에포로이의 영향은 막강했다. 선전포고와 평화협정의 결정까지 이들이 좌우했다. 왕은 외교와 국방의 국사에서도 에포로이의 감독과 권고를 따라야 했다. 스파르타 헌법은 왕권이 독재로 흐르는 것을 민회와 직선된 에포로이를 통해 견제하고, 시민들이 우중정치로 흐를 때 원로원이 균형을 잡도록 했던 것이다. 민중의 폭주로 망한 아테네를 타산지석으로 삼은 로마인들이 스파르타의 헌법을 취한 배경이다. 로마 공화정은 두 명의 집정관, 원로원, 민회를 두어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구현했다. 반복되는 권력 집중의 폐해로 고통받는 우리가 개헌의 모델로 참고할 만하다.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개헌, 승자 독식을 타파하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개헌, 승자 독식을 타파하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아름다운 나라’(kallipolis)는 ‘최선의 나라’다. 하지만 이런 나라는 참된 의미의 ‘철인(哲人) 통치자’가 절대적 권력을 확보했을 때나 기대할 수 있다. 혹 있다 해도 절대 권력에서 절대 부패하지 않을 현인이 가능한 일인가? ‘최선의 나라’는 현실적으로 존재하기 어렵다. 플라톤(BC 427~347)이 마지막 역저 ‘법률’(Nomoi)에서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 ‘차선의 나라’의 헌법을 설계한 배경이다. 그는 ‘차선의 나라’가 갖추어야 할 헌정 질서로 여러 가지를 제기했다. 특히 플라톤은 승자 독식의 문제를 최초로 간파했다. “지배권과 관련된 관직들이 다툼거리들로 되었을 경우 승자들은 나라의 일들을 아주 독차지해 버림으로써 패자들에게는, 당사자에게도 그 자손들에게도 그 어떤 관직도 나누어 주지 않게 되어, 서로 감시하면서 삽니다.” 패자들에게 관직을 주게 될 경우 그들이 이전의 나쁜 일들을 기억해내 반란을 일으킬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플라톤은 승자 독식을 야기하는 법률은 나라의 체제도 아니고 나라 전체의 공동체를 위해 제정된 ‘바른 법률’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법률이 일부의 사람들을 위한 것일 경우에, 이 사람들을 우리는 도당(stasiotai)이라 말하지 시민들(politai)이라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자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하는 경우 이들은 동등한 시민들의 관계를 해친다. 또 그들이 정의를 말하여도 공연한 말에 불과하게 된다. 승자 독식은 진정한 바른 법률의 지배를 가로막는다. 법률에 대한 봉사자여야 할 통치자들이 법 위에 군림하여 헌정 참여자들에게 고루 배분되어야 할 권한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나라의 주요 관직들을 어떻게 부여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플라톤은 승자가 관직을 독식하지 않고, 승리를 거둔 사람들의 승리 수준의 비례에 따라, 으뜸과 버금 그리고 그다음의 관직들을 차례대로 부여하는 것이 옳다고 보았다. 그럴 경우 패자에게 작은 기회라도 돌아갈 것이다. 여기서 관직을 수여받는 모든 사람들이 수용해야 할 대원칙은 “법이 통치자들의 주인이고, 통치자들은 법의 종들”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 역시 헌법을 초월하는 권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우리는 권력 집중의 폐해와 바른 법률의 지배를 일탈한 예를 반복적으로 겪어 왔다. 사람과 운용도 중요하다. 하지만 최소한 ‘차선의 나라’를 구현하기 위한 헌법 개정이 절실한 때다. 문제의 핵심은 승자 독식의 타파다. 대통령 4년 중임제는 자칫 패자의 불복과 발목잡기에 시달리는 4년 단임의 연속이거나 승자 독식의 8년 연장이 될 수도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승자 독식 구조를 타파하라. 눈앞의 권력 유혹을 버리고 백년대계의 헌정 질서를 세우길 바란다.
  • 대학생들 서울 곳곳 동시행진 “대통령 하야하라”

    대학생들 서울 곳곳 동시행진 “대통령 하야하라”

    대학생들이 서울 시내 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동시 행진에 나섰다. 학생들은 추운 날씨 속에서도 촛불 집회에 참여해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서울대와 성균관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15개 대학 학생들로 꾸려진 ‘숨은주권찾기’ 모임은 15일 오후 7시 서울 대학로와 강남역, 신촌, 청량리 등에서 가면을 쓰고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학생들은 눈 부분을 가리는 흰색 가면을 쓰고, 손에는 ‘박근혜는 하야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왔다. 이들이 강남역 11번 출구 옆 벽에 건, ‘박근혜의 위대한 업적은?’이라는 제목의 게시판에는 ‘국민대통합’, ‘우리 시민 의식을 전 세계가 알게 해줘서’,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박근혜 하야하라’ 등의 포스트잇이 붙었다. 이들은 지역별로 200∼300명씩 모여 각각 대학로에서 종각까지, 강남역에서 신사역까지, 신촌에서 홍대입구까지, 한국외대 정문에서 청량리역까지 행진했다. 대학로 집회의 진행요원인 성균관대 대학생 최정윤 씨는 “우리는 시위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평범한 학생들인데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해 모였다”며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강남역 집회에 참석한 배지선(19·여) 씨는 “부모님이 모두 공무원이고 나도 교대생인데 너무 화가 나서 나왔다”며 “지난 12일 집회에 100만명이 모였는데도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는 것 같고, 이대로 포기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친구와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가면 행진에 대해 “참여자들이 가면을 씀으로써 평범한 한 국민으로서 자유롭게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며 “가면의 상징적인 익명성이 더욱 활발한 토론을 끌어내고, 시위 참여자들끼리 동질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도편 추방의 치명적 약점/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도편 추방의 치명적 약점/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펠로폰네소스 전쟁(BC 431~404)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인 기원전 417년에서 416년에 아테네의 정치지도자 알키비아데스와 니키아스는 맞수로 경쟁하며 분열과 혼란상을 노정했다. 전자는 호전파로 주적 스파르타가 있는 펠로폰네소스 공략에 집중했고, 평화파인 후자는 금광과 목재가 풍부한 마케도니아 지역의 아테네 식민도시들의 영토 회복에 중점을 두었다. 또 니키아스는 가급적 스파르타와의 전면전을 피하려 했고, 스파르타의 포로들을 무상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반면 알키비아데스는 스파르타와 숙적인 이웃 아르고스와 동맹을 맺고 스파르타 인근 해안을 노략질하며 전쟁의 불길을 부채질했다. 이렇게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성향과 전략으로 인해 아테네의 군사전략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결국 이들의 불화가 심해지자 시민들은 둘 가운데 한 사람을 도편 추방시켜야 할 상황이 됐다. 도편 추방은 기원전 487년에 처음 도입됐는데, 나라에 해를 끼치는 사람이나 참주가 될 가능성이 있는 야심가를 10년 동안 국외로 추방함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꾀했던 제도였다. 시민들은 추방해야 할 사람의 이름을 도기 파편에 써서 투표했고, 적힌 이름이 6000표 이상 나오는 사람을 추방했다. 도편 추방은 민주정을 위협하는 정치 엘리트들을 탄핵하는 시민들의 견제 장치로 기능했다. 니키아스는 막대한 재력과 독선적 태도 때문에 시민들의 질시를 받았고, 알키비아데스는 전쟁을 원하는 청년들의 지지를 받았다. 평화를 원하는 노인들은 알키비아데스를, 확전을 원하는 청년들은 니키아스를 도편 추방시키고자 애썼다. 그런데 정정(政情)이 불안해지자 천박하고 야비한 자마저 설쳤다. 히페르볼루스가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정쟁을 벌이던 둘 가운데 한 사람이 도편 추방되면 자신이 권력을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히페르볼루스가 도편 추방을 추진하자 위기에 몰린 니키아스와 알키비아데스는 공동전선을 펴서 오히려 그를 도편 추방시키는 데 성공한다. 아테네의 자유를 위협하는 유력 정치가를 추방해 정국 안정을 꾀하려는 도편 추방이 보잘것없는 인물을 추방하는 것으로 귀결되자 아테네 시민들은 이를 불명예스럽게 생각했다. 플루타르코스(46?~120?)의 ‘비교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사람이 없이 팽팽하게 맞선 정치가들이 야합하자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것. 형벌을 받은 저열한 히페르볼루스가 큰 정치가로 보이게 된 것도 아이러니였다. 이 사건은 도편 추방의 치명적 약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를 계기로 아테네에서 70년 만에 도편 추방이 폐지된다. 민주정을 견실하게 운영하기 위한 창안물이 시민들의 지지가 미약한 자들이 권력을 잡기 위한 ‘한 방 승부’로 악용됐기 때문이었다.
  • [사설] 김 총리 인준 국회 설득 박 대통령 몫이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어제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사회 정책을 맡겨 달라고 했고,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할 것”이라면서 “상설적인 협의기구, 협의 채널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외치’, 자신은 ‘내치’에 전념할 것이며 책임총리로서 국회 및 여야와 협의해 사실상의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겠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었다”며 총리 제안 수용 배경을 밝힌 김 후보자는 학자 출신답게 시종 논리정연하게 자신의 구상 등을 설명했으며 일부 대목에서는 감정이 복받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야 3당이 박 대통령의 일방적 개각 발표에 대해 “국면 전환용 불통 인사”라며 인사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야권, 더 나아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후보자가 직접 저간의 과정과 국정 운영 구상 등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야 3당의 인준 거부 입장이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의 국정 수습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엄중한 국정 마비 사태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여전히 소통하지 않으면서 전격적인 인사 국면으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는 것이다. 야 3당은 어제 박 대통령이 새 비서실장으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임명한 데 대해서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불통 인사를 단행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불구덩이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일방적인 총리 지명 이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 함성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아닌가. 게다가 국회 동의를 얻지 못하면 총리 내정은 없던 일이 된다. 김 후보자는 “야당의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고, 받아 주지 않는다면 두말없이 수용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노력만으로 야 3당을 설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분권에 대한 박 대통령의 진의 여부도 김 후보자의 설명만으로는 확실하게 알 수 없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밝히는 길밖에는 없다.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는 데다 검찰 수사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정이 얼마나 참담할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정의 불은 한순간도 꺼져선 안 되는 것이다. 이제라도 박 대통령이 직접 권한이양 등의 진정성을 밝히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길 바란다.
  • DJ맨→朴정부로… 17년만에 다시 靑비서실장

    DJ맨→朴정부로… 17년만에 다시 靑비서실장

    DJ정권 ‘옷로비’ 이어 위기때 등판… 동교동계 “새누리 간 후 인연 끝나”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었던 한광옥(74) 국민대통합위원장이 최순실 게이트로 위기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구원투수가 돼 17년 만에 다시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게 됐다. 그는 헌정사에서 다른 두 명의 대통령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보좌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전북 전주 출신인 한 신임 실장은 중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영문과를 중퇴했다. 그는 민한당 공천으로 11대 국회에 입성했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5·17 내란음모죄로 구속된 DJ 석방과 대통령 직선제 도입을 처음으로 주장한 게 인연이 돼 동교동계에 들어왔다. 그는 19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이끌며 ‘국민의정부’를 탄생시키는 데 주요 역할을 했다. 특히 한 실장은 1999년 2월 ‘옷 로비 사건’ 파문으로 청와대가 위기를 겪자 타개책의 일환으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맡았다. DJ의 절대적 신뢰를 받으며 1년 10개월 동안 조용히 대통령을 보좌했다. DJ의 사람이자 동교동계 핵심인물이었던 그는 대선을 앞둔 2012년 10월 “국민대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며 새누리당에 입당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의 대선 캠프에서 ‘100% 대한민국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을 맡았고 호남 선거를 도와 박 대통령을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로 올리는 데 기여했다. 한 신임 실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아 왔다. 그는 입이 무거워 ‘이중 지퍼’라는 별명이 있는 화합형 인물. 그러나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에 갔을 때부터 이미 동교동계와 호남과는 인연이 끝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朴대통령 조사 받아야 하나” 질문에 “최순실 사건 의심 없도록 수사해야”

    한광옥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3일 오후 2시 30분 청와대 춘추관에 와서 기자들을 만났다. 그는 춘추문으로 들어오는 청와대 관람객들을 보고 “그때(17년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 할 때)는 관람객이 들어오지 않았는데?”라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한 실장은 기자들에게 “두 번째로 비서실장을 하게 돼 감회가 깊다”면서 “어려운 시기지만 대통령께서 대통령으로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이 자리를 맡았다”고 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회복하고 대통령을 모시는 데 있어서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 실장은 박 대통령도 최순실 사태 관련 수사나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최순실 사건에 대해 추호도 국민이 의심이 없도록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분명한 것은 확실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 실장은 앞서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실에서 기자들이 거국내각에 대해 묻자 “그런 것도 시국에 도움이 되면 공표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파격·탕평 인사로 위기 돌파 노렸나

    김병준 총리 지명을 놓고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에는 대표적 ‘김대중(DJ) 정부 사람’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야당의 2선 후퇴 내지 하야(下野) 요구를 ‘노무현+DJ+호남’을 묶는 파격·탕평 인사로 돌파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野와 상의 없이 임명해 ‘인적쇄신 공세’ 박 대통령은 최순실 사태로 성난 민심이 솟구친 지난 1주일간 ‘청와대 수석비서관 일괄 사표 제출 지시(지난달 28일)→청와대 비서실장 및 일부 수석, 문고리 3인방 사표 수리(30일)→김병준 총리 지명(2일)→한광옥 비서실장 지명(3일)’으로 이어지는 인사쇄신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 중 김 총리 지명과 한 비서실장 임명은 야당 성향 인사를 야당과 상의 없이 단행했다는 점에서 ‘인적쇄신 공세’라는 말이 나올 만큼 야당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DJ맨이자 호남 출신인 한 비서실장 카드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공격적 카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총리까지는 몰라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을 정치적 대척점에서 구한 사례는 우리 헌정사에서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다. ●한광옥, 野와 타협 과정 진가 발휘 주목 주목되는 것은 앞으로 한 비서실장의 역할이다. 그는 단순히 박 대통령의 비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을 상대로 사실상의 정무수석 역할을 겸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풍부한 정치적 경륜과 인적 네트워크로 야당과의 타협 과정에서 진가를 발휘할지 주목된다. 실제 한 비서실장과 인연이 두터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김 총리 지명을 신랄히 비난했던 것과 달리 이날 한 비서실장 임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했다. 전날 김 총리 지명을 비판했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도 이날 한 비서실장 임명에 대해서는 “비서실 인사에 대해서는 표현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의 해결을 위해서는 인적쇄신뿐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진상 공개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한 만큼 인사쇄신 카드로는 국면 전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는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시기를 특정할 수 없지만 박 대통령이 추가적인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 김병준 “총리 권한 100% 행사” 野3당 “국면전환용 쇼”

    김병준 “총리 권한 100% 행사” 野3당 “국면전환용 쇼”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의 ‘국정 개입’ 파문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는 3일 “헌법 규정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있지만 저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지명 이틀째인 이날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국민은 법앞에 평등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다만 김 후보자는 “국가원수인 만큼 절차와 방법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는 박 대통령에 대한 방문 또는 서면 조사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자는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 문제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당적이 국정의 발목을 잡으면 총리로서 탈당을 건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총리직 수락 배경에 대해 그는 “국정이 붕괴되는 상황을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었다”면서 “경제·사회 정책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맡겨 달라고 했고 박 대통령도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면서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또 이달 말 공개를 앞둔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와 관련, “교과서 국정화라는 게 합당하고 지속될 수 있는지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국정화 보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개헌에 대해서도 “국회와 여야 정당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제안한 ‘정부 내 개헌 추진 기구’ 설치에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야3당은 김 후보자의 입장 표명에 대해 “국면 전환을 위한 쇼”라면서 인준 거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설명을 드리고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고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두말없이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이날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신임 정무수석에 허원제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각각 내정했다. 한 신임 비서실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에 이어 17년 만에 두 번째 비서실장직을 맡게 됐다. 그러나 야당은 “불통 인사”, “코스프레 인사”, “허수아비 실장”이라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상연 기자 carlos@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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