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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 Zoom in] 홍콩 시위에 웃었다…‘탈중국’ 대만 총통의 부활

    [월드 Zoom in] 홍콩 시위에 웃었다…‘탈중국’ 대만 총통의 부활

    차이, 대선 여론조사 1위… 재선 청신호 대만에 무기 판매 등 美 지지도 ‘한몫’ 中 “홍콩 입법회 점거 시위대 강력 처벌” 트럼프, 中 겨냥 “그들은 민주주의 원해”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기사회생’하고 있다. 탈중국 노선에 따른 양안(중국·대만) 관계 급랭과 지방선거 참패로 집권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나 재선 전망이 비관적이었던 차이 총통은 미중 갈등 속에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와 맞물려 확산되는 홍콩의 반중 시위로 지지율이 급반등하고 있다.대만 TVBS방송은 지난달 25일 대만인 1674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자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차이 총통이 처음으로 선두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인 국민당 경선 참가자와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시장과의 가상 대결에서 모두 앞섰다. 차이-국민당 한궈위(韓國瑜) 가오슝시장-커원저의 3자 가상대결에서 차이 총통 37%, 한 시장 29%, 커 시장은 20%의 지지를 받았다. 차이-국민당 훙하이(鴻海)정밀공업(폭스콘) 궈타이밍(郭台銘) 전 회장-커원저의 3자 대결과 차이-국민당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시장-커원저의 3자 대결에서도 차이 총통이 1위를 차지했다. 차이 총통은 집권 후 대만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하는 바람에 양안 관계가 급랭하며 대만 경제가 타격을 받자 인기가 곤두박질쳤다. 이어 지난해 11월 지방선거마저 참패하자 당 내부 경선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했다. 이 때문에 경선 내내 경쟁 후보에게 밀렸으나 막판에 승리하며 지난달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홍콩의 반중 시위로 중국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군 함정의 대만해협 통과와 무기 판매, 미국 경유 허용 등을 통해 미국이 뒷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차이 총통은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월 미 하와이에 이어 오는 11일부터 카리브해 4개국 순방길에 올라 뉴욕을 2박 3일 예정으로 경유한 뒤 귀국 길에는 덴버시를 방문할 예정이다. 황쿠이보(黃奎博) 대만정치대 국제사무학원 부원장은 차이 총통이 덴버에서 와이오밍주로 넘어갈 경우 단순 경유가 아닌 준방문 성격이 되는 만큼 외교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홍콩의 강경 시위대가 1일 밤부터 2일 새벽 사이 송환법 완전 철회와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입법회 청사를 점거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중국 정부는 이를 ‘폭력 사건’으로 규정하고 홍콩 정부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홍콩 반정부 시위에 대해 “그들은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불행히도 일부 정부는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고 중국 정부를 겨냥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EU 차기집행부 인선 ‘진통’

    차기 집행부 선출을 위한 유럽연합(EU)의 논의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AP통신 등은 30일(현지시간) EU 지도부와 28개 회원국 정상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정상회의를 열었지만 지도부 선출에 이르지 못했다고 전했다. 당초 EU 회원국들은 중도좌파 성향인 사회당 그룹의 프란스 티머만스가 장 클로드 융커 현 EU 집행위원장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EU 주요 회원국들이 오사카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에 합의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은 유럽의회 1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과 중유럽 비셰그라드 4개국 정상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EPP 측에 선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는 페이스북에 “EPP 수장인 만프레드 베버가 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U의 다른 정상들은 베버 이외에 중도 성향인 덴마크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을 지지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EU는 집행위원장직 이외에도 EU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중앙은행 총재, 유럽의회 의장,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선출 문제도 함께 논의해야 한다. 또 EU 정상들은 이들 고위직 가운데 2명 이상은 여성이 맡도록 해 성별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지도부 인선이 더욱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주요 보직자 5명 가운데 2명 이상은 여성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도 이날 회의장에 도착하면서 “지리적 균형과 정치적 균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여성인 불가리아 출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세계은행 최고경영자(CEO), 프랑스 재무장관 출신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이 집행위원장 후보나 다른 요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기생충’ 홍콩서 20일 개봉, 중국 상영은 못하나

    ‘기생충’ 홍콩서 20일 개봉, 중국 상영은 못하나

    중국 영화산업이 9년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서며 위기를 맞았다. 올 상반기 ‘유랑지구’ 이외에 딱히 중국에서 제작한 질 높은 영화가 없었기 때문인데, 관영언론은 “세계 1위 영화 시장이 되기 위한 성장통”이라며 자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17일 지난 1~5월 중국 영화산업 규모가 6.35% 감소한 249억 위안(약 4조 2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영화산업이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 수년간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기에 내년에는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영화산업 국가로 도약할 것이란 기대가 그동안 팽배했다. 상반기 최대 흥행작은 중국 공상과학영화 ‘유랑지구’로 46억 위안의 판매액을 기록했으며 이어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42억 위안의 흥행성적을 보였다. 이마저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반미 감정이 없었다면 ‘어벤져스’가 ‘유랑지구’의 흥행기록을 앞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홍콩에서 오는 20일 ‘상류기생족’이란 제목으로 개봉하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상영 신청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생충’의 내용이 계급 갈등에 관한 것이라 빈부 격차 문제가 심각한 중국에서의 상영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칸영화제 수상작에 대한 중국 내부의 관심도 미미해 그동안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으로 중국에서 상영된 영화는 일본의 ‘어느 가족’과 중국의 ‘패왕별희’ 단 두 편이다. 중국 영화산업의 발전을 꺾는 것은 당국의 검열에 따른 창작력 저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중국 전쟁영화 ‘팔백’이 지난 15일 제22회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상영이 취소됐다. 중국에서 기술적 문제란 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했다는 것을 뜻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영화 ‘팔백’은 항일 전쟁 당시 대만 국민당의 활약을 그렸기 때문에 상영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7년 상하이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400명의 중국 국민당 군인들이 800명이 넘는 일본군을 상대로 3개월 동안 전투를 벌이다 모두 사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당 군대는 상하이 시민들이 전쟁터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게 하려고 숭고한 생명을 희생했다. ‘팔백’의 중국 상영은 다음 달 5일로 예정돼 있지만 무사히 개봉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글로벌 In&Out] 2020년 총선의 프레임/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2020년 총선의 프레임/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내년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이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해다. 여야 핵심 인사들의 언행을 보면 다들 관심이 내년 총선에 집중돼 있다. 2020년 총선에 큰 영향을 미칠 정치적 프레임은 무엇일까. 한국의 첫 총선은 1948년 실시된 제헌 국회의원 선거였다. 가장 많은 논란을 부른 선거다. 유엔은 한반도에서 남과 북 각각 총선을 결의했지만, 소련의 반대로 북한 지역에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었다. 결국 선거가 가능한 남쪽에서만 총선을 치렀고 남남갈등을 일으켰다. 좌파와 중도세력까지 민족 분단을 우려해 총선을 반대했다. 수많은 정치세력의 반대에도 정치참여율은 95% 이상이었다. 정치참여율이 예상치 않게 너무 높았다지만, 필자는 적당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한국인들이 기억한 것은 해방이었다. 해방의 의미는 보통선거권 등 빼앗겼던 시민권을 찾았다는 것이고, 그동안 나라 없이 살았던 환경에서 벗어났다는 것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오직 일부 부유층과 친일파에게만 투표권이 있었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인들은 태극기가 휘날리는 국가에 대한 그리움이 가슴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보니 계급과 상관없이 태극기가 휘날리는 정부를 세우고자 하는 마음과 남쪽만의 선거이더라도 선거에 대한 욕망이 컸다. 이런 이유로 첫 총선에서 거의 역대급 참여율을 기록한 것이다. 그다음으로 상징적인 총선은 1954년 치른 제3대 국회의원 선거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에 실시된 이 총선에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가 사라진 것이었다. 즉 6·25전쟁 이후 남한의 경계선이 변하면서 아예 북쪽에 남은 지역구나 주민이 없어진 지역구들이 생겼다. 이전에 없었다가 막 생긴 지역구도 있었다. 모두 유권자의 머릿속에 생생히 기억된 것은 ‘전쟁’이었다. 민족 분단, 전쟁으로 발생한 빈곤, 치안 문제가 유권자에게 큰 걱정거리였다. 시민의 이 기억과 마음 덕분에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은 쉽게 여당이 됐다. 제1야당인 민주국민당은 고작 7.9%였다. 물론 이 선거는 민주적인 선거가 아니었다. 다시 말하자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자기 손으로 임명한 허정 전 내각총리 서리를 압박해 그가 선거 직전 입후보를 포기하도록 한 적법하지 않은 선거였다. 그러나 사회적 큰 반발이 없었다. 당시 국민은 전쟁에 대한 공포가 너무나 커 이승만 대통령이 그렇게 해도 용인하는 분위기였다. 세 번째로 신기한 총선은 박정희의 첫 무대인 제6대 국회의원 선거다. 군부는 무소속 출마를 금지했다. 민주공화당이 등장했다. 최초의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이 선거의 결과는 오늘날 봐도 유의미하다. 전라남북 지역에서 그 당시 박정희에게 청신호를 켰다. 이러한 결과는 너무나 뻔했다. 쿠데타에 크게 반발하지 않은 국민은 국가재건최고회의의 2년 동안의 업적을 보고 경제성장 기대와 공산화 걱정을 해소했다. 그 안심하는 마음을 기억한 국민이 박정희의 민주공화당에 표를 쉽게 내줬다. 다시 2020년 총선으로 돌아와 총선에 임하는 국민은 과연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까. 대한민국 국민이 설마 아직도 북한의 적화통일 계획에 불안해할까. 한국전쟁이라는 단어를 교과서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전후세대들이 이제 다수가 됐다. 이들은 6·25전쟁을 기억할 나이가 아니다. 이들이 기억하는 것은 경제성장, 여수엑스포, 한일월드컵, 케이팝의 세계적인 확산, 지나친 교육 경쟁 때문에 번아웃된 청년기, 취업난, 세계 최장 수준의 노동시간, 잃어버린 삶의 재미 등이다. 2020년 선거 때 유권자가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지를 잘 파악하고, 거기에 알맞게 프레임을 짠 정치인들이 총선의 승자가 될 것이다. 이제 한물간 “남북 대화 반대”라거나 “한미동맹 반대” 등의 프레임은 한국인들에게 의미가 없어 보인다.
  • 천안문 사건 30주기… 투쟁의 역사 품고 묵묵히 버텨왔네

    천안문 사건 30주기… 투쟁의 역사 품고 묵묵히 버텨왔네

    10년 만에 찾은 중국 베이징은 많은 것이 변해 있었지만 천안문(天安門) 앞 인산인해를 이루는 풍경은 여전했다. 무뚝뚝한 얼굴로 서있는 공안도 변함없었다. 자금성(紫禁城)은 고궁(故宮)의 옛말이며 중국인들은 고궁박물원(故宮博物院)으로 부른다. ‘자주색을 띤 금지된 성’이라는 뜻이며 영어로는 ‘포비든 시티’(Forbidden City)라고 한다. 철저히 계획된 하나의 도시이면서 성벽과 해자로 둘러싸여 일반인에겐 금지된, 오로지 황제만의 세계였다. 자금성은 명나라부터 청나라까지 24명의 황제가 거주했고 마지막 황제인 푸이(溥儀)를 끝으로 궁궐의 주인을 잃었다. 군주정에서 공화정으로 변해 가던 중국 근현대사, 비운으로 생을 마친 푸이와 자금성의 위용은 영화 ‘마지막 황제’를 보면 잘 그려져 있다. 지금 자금성은 고대 예술품과 중국 궁정역사의 유적을 모아 놓은 대형 박물관이 되었고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웅장한 자금성을 제대로 보는 것은 중국을 제대로 여행하는 것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남쪽인 천안문 방향에서 들어가 북쪽인 신무문으로 빠져나오는 간단한 동선으로 산책을 즐겼다. 자금성 북쪽에 있는 경산공원에 오르면 자금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금빛 지붕은 태양빛을 받아 번쩍번쩍 빛난다. 중심축을 기준으로 건축물들이 좌우 대칭을 이루고 한가운데엔 황제의 집무실인 태화전이 새하얀 대리석 기단 위에 올라앉아 있다. 상당히 위압적인 풍경이다. 천안문은 자금성의 정문이면서 중국 근현대사의 상징이다. 봉건왕조시대에는 황제가 조령을 반포했고 1919년 5월 4일 천안문 광장에서는 지식인, 청년, 학생들이 모여 반일 애국 운동을 벌였다.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은 국민당과의 내전을 종료하고 천안문 성루에 서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을 선포했다.올해 6월 4일은 천안문 사건의 30주기다. 천안문 사건의 발단은 개혁파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을 추모하기 위한 시위였다. 학생과 시민들은 천안문 광장에 모여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외쳤다. 덩샤오핑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했다. 1989년 6월 4일. 천안문 광장은 수천 구의 시신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정확한 희생자수를 여전히 발표하지 않는다. 2년 전 중국에서는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가 천안문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상영이 금지됐고 인터넷에서조차 노출되지 않았다. 웨이보나 바이두에서도 천안문 사건은 검색할 수 없다. 올해는 한 가지가 더해졌다. 천안문 사건 30주기를 앞두고 세계적인 온라인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의 중국 내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천안문은 중국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많은 사건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천하를 편안하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천안문은 역설적이게도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사건을 안고 있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메르켈 vs 마크롱, EU 집행위원장 후임 놓고 충돌 조짐

    의원 과반지지 있어야 공식 선출 가능 마크롱, 진보연대 구축 주장하며 반기 ‘프랑스와 독일, 미래의 유럽연합(EU) 리더십을 놓고 충돌하다.’ 유럽의회 선거 이후 향후 5년간 유럽을 이끌어갈 행정부 수반 격인 EU 집행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EU의 양대 산맥인 독일과 프랑스가 격돌하는 양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27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명 ‘EU 대통령’인 EU 집행위원장 후임을 놓고 대립할 조짐을 보인다며 이같이 전했다. EU의 28개 회원국 수반과 현 EU 지도부는 28일 밤 차기 지도부 인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EU는 2014년부터 유럽의회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의 대표 후보를 EU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에 오르게 하는 ‘슈피첸칸디단텐’(대표 후보)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180석을 차지한 제1당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그룹 대표 후보이자 메르켈 총리의 지지를 등에 업은 만프레드 베버 유럽의회 의원이 1순위가 된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슈피첸칸디단텐에 반기를 들고 있다. 그는 이날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중도·좌파세력이 연대해 새로운 집권세력을 창출하는 ‘진보연대’ 구축을 논의했다. 중도좌파 성향 사회당(S&D)그룹과 함께 지금껏 EU 집행부의 주축이 돼 통합을 이끌어온 EPP를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구상은 극우·포퓰리즘 세력과 녹색당 약진으로 중도좌파·중도우파 세력이 과반(376석)을 점하지 못하면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버 의원이 집행위원장 1순위 후보가 되더라도 유럽의회 의원의 과반 지지가 있어야 공식 선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극우 태풍, 녹색 돌풍…유럽, 기성정치를 심판하다

    극우 태풍, 녹색 돌풍…유럽, 기성정치를 심판하다

    유럽인들이 40년간 유럽을 지배했던 중도우파·중도좌파에 등을 돌렸다. 표심은 급격히 극우·포퓰리즘 정당과 녹색당 쪽으로 기울었다. 향후 5년간 유럽연합(EU)의 방향을 결정할 유럽의회 선거 결과의 윤곽이 지난 나흘간 투표 끝에 26일(현지시간) 나왔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유럽의회가 발표한 예상 의석수에 따르면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과 중도좌파 성향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그룹 합계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유럽의회 선거가 시작된 1979년 이후 1, 2위의 의석 합계가 과반에 미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극우·포퓰리즘 정당과 녹색당은 약진했다. 기성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중도우파 및 중도좌파를 심판한 결과로 풀이된다. EPP는 현재 의석수 217석보다 37석이 감소한 180석으로 겨우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S&D 역시 제2당의 자리는 지켰으나 146석으로 현재 의석에서 45석을 잃었다. 두 세력이 연정해도 326석으로 과반인 376석에 이르지 못하는 만큼 영향력은 약화할 전망이다.반대로 이탈리아 극우정당동맹, 독일 극우 독일을위한대안(AfD),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 등이 손잡은 국가와자유의유럽그룹(ENF)은 36석에서 58석으로 늘었다. 이탈리아 동맹의 연정 파트너인 오성운동과 영국 극우 브렉시트당이 합세한 자유와직접민주주의(EFDD) 역시 42석에서 54석으로 세를 불렸다. 전통적인 반(反)EU 세력 유럽보수·개혁그룹(ECR)은 일부 표가 분산되면서 76석에서 58석으로 주춤했다. 이들 3개 세력의 의석수는 현재 154석에서 171석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유럽의회 전체의 약 23%에 이르는 규모다. EPP와 S&D는 극우·포퓰리즘 진영의 힘을 빼고자 친(親)EU 성향 세력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109석을 확보한 중도 자유민주동맹(ADLE), 69석의 녹색당 및 자유동맹그룹(Greens/EFA)과의 연정이 점쳐진다. 녹색당 계열은 현재 52석에서 17석을 늘려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기후변화를 우려한 유럽인들의 표를 흡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AFP통신 등은 2014년 42.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던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이 최근 20년 이래 최고 수치를 찍을 것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자우메 두크 유럽의회 대변인은 이날 투표율이 51%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극우·포퓰리즘 정당의 돌풍에 위기의식을 느낀 친EU 성향의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여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유럽의회 지형 격변, 기성정당들 몰락, 극우·녹색 대약진

    유럽의회 지형 격변, 기성정당들 몰락, 극우·녹색 대약진

    지금까지 유럽 정치의 중심세력을 자처했던 중도 우파와 중도 좌파가 크게 세력을 잃고 그 빈 틈을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녹색당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유럽의회 28개 회원국에서 진행된 선거의 투표율은 50.95%로 지난 20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첫 선거인 지난 1979년 61.8%를 기록한 뒤 계속해서 떨어져 지난 2014년 42.6%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럽의회가 회원국들의 출구조사나 선거 전 여론조사를 토대로 제9대 유럽의회 정치그룹별 예상 의석 수를 계속 업뎃하고 있는데 26일 밤 11시 30분 기준으로 전체 751석 가운데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그룹이 178석을 얻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의석수(217석)보다 39석이나 줄어든 것이다. 또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S&D) 그룹은 147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돼 역시 제2당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석수(186석)보다 39석 줄어들게 됐다. 또 연정을 통해 유럽의회를 수십년간 지배해온 EPP와 S&D의 의석수는 325석에 불과해 과반(376석)에 못 미칠 전망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의 통합 강화를 주장하는 중도 성향의 자유민주당(ADLE) 그룹은 현재(68석)보다 33석이 많은 101석을 차지하며 제3당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EPP와 S&D가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같은 반(反) EU 세력의 도전을 막아내기 위해 ADLE 그룹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포함된 ADLE 그룹의 정치적 영향력이 종전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녹색당(Green) 계열은 기후변화에 대한 유럽인들의 우려에 힘입어 현재 의석수(52석)에서 18석을 늘려 전체 의석의 9.3%에 이르는 70석을 얻을 것으로 관측됐다. 이번 선거에서 관심을 모았던 반(反) 난민, 반(反) EU를 내세우는 3개의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세력은 현재 의석수(154석)보다 19석 늘린 173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개표 결과로 이어지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이 전체 유럽의회 의석의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게 된다. 60여년 EU 역사상 처음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라는 첫 회원국 탈퇴를 앞둔 EU에서 원심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브렉시트를 앞둔 영국은 물론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과 녹색당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영국 BBC 방송은 선거 전문가를 인용해 브렉시트당이 1위를, 자유민주당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보수당은 10% 내외의 지지를 얻어 4∼5위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초반 개표 결과는 유권자들이 브렉시트 혼란에 대해 집권 보수당과 제1야당인 노동당에 책임을 동시에 물은 것으로 풀이했다. 프랑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이 24~24.2%의 지지율로 마크롱 대통령의 LREM(22.5~23%)을 근소한 차이로 앞지르며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녹색당(EEVL)도 12∼12.7%의 득표율을 보이며 지난 2014년 선거 득표율(8.9%)을 웃돌며 3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르펜 RN 대표는 “출구조사 결과는 프랑스 안팎에서 민족주의와 글로벌주의가 대립하고 있음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RN의 전신인 국민전선(FN)은 이미 2014년 유럽의회선거에서 24.9%의 ‘깜짝 득표율’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독일 출구조사에서도 녹색당과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지지기반을 크게 넓힐 것으로 관측됐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기사당 연합은 28%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1위를 지킬 것이지만 5년 전 선거 때 35.3%보다 득표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대연정의 소수파인 사회민주당은 15.5% 득표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5년 전 득표율(27.3%)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녹색당은 22%를 득표할 것으로 전망돼 지난 선거 득표율(10.7%)의 두 배를 넘었고, AfD도 5년 전보다 3.4% 포인트 높은 10.5%를 득표할 것으로 관측됐다. EU 회원국 가운데 가장 늦게 이날 밤 11시 투표를 끝낸 이탈리아에서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반난민 포퓰리스트 정당인 ‘동맹’이 1위를 차지할 것이란 출구조사가 나왔다. 살비니 부총리는 “변화의 바람을 느꼈다”면서 “동맹이 승리하면 유럽에서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문대통령, 페북에 모디 印총리 재집권 축하 메시지

    문대통령, 페북에 모디 印총리 재집권 축하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재집권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인도 국민들께서 다시 모디 총리님의 손을 들어주셨다”며 “인도 국민들은 조화롭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인도의 역량을 꽃피울 지도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달 가량의 선거를 무사히 치르고 승리하신 모디 총리께 축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치러진 총선에서 연방하원 543석 중 과반 의석(272석)을 상회하는 300여개 선거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인도 선거관리위원회가 전날 발표했다. 이에 모디 총리는 2014년 집권 이후 올해 연임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모디 총리께서는 저와 형제 같은 사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빈방문 때는 일정 내내 동행해주셨고 지하철을 타고 함께 뉴델리의 시민들을 만났다”며 “올 2월에는 추위가 물러가지 않은 서울에 오셔서 인도와 한국 간의 우정을 확인하고 2030년까지 연 교역액 500억 불을 목표로 삼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인도는 모디 총리님과 함께 잘 사는 인도, 아시아의 강국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모디 총리께서는 평화를 사랑하며 인도의 미래를 위해 확고한 전망을 갖고 계신다”라며 축원했다. 이어 “모디 총리를 선택해주신 인도 국민들께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페이스북에 모디 총리가 선물로 보내온 ‘모디 자켓’을 입은 사진을 게재하며 우정을 과시한 바 있다. 모디 자켓은 인도의 개량 전통의상으로, 모디 총리가 즐겨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모디노믹스’ 통했다…인도 모디 총리 5년 더 집권

    ‘모디노믹스’ 통했다…인도 모디 총리 5년 더 집권

    나렌드라 모디(69) 인도 총리가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한 달 넘게 치러진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2024년까지 재집권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8억명이 넘고 5억 4000만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세계 최대 민주주의 축제’로 불렸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23일 진행된 총선 개표 종반 모디 총리가 소속된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300개 지역구 안팎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BJP가 연방하원 543석 가운데 과반 의석(272석)을 무난히 확보했고, BJP가 주도하는 정당연합 국민민주연합(NDA)도 340∼350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BJP로서는 2014년(282석)에 이어 이번에도 단독으로 절반을 넘는 의석을 차지하게 됐다. 모디 총리는 트위터를 통해 “인도가 다시 이긴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카스트 신분제에서 하위 계층 출신인 모디 총리는 구자라트주 총리 등을 거쳐 2014년 연방정부 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이후 제조업 활성화 등 경제 분야 성공으로 연평균 7%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했고, 지난 2월에는 파키스탄과 군사충돌로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심으며 표심을 얻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유럽의회 선거 나흘간 열전 돌입… EU 차기권력 놓고 물밑 전쟁

    ‘친메르켈’ 중도 우파·좌파·극우 ‘3파전’ 속 마크롱 후보 추천 방식 반대로 진통 예상 EU 정상들, 28일 집행위원장 후보 논의 7월 본회의 과반 지지 받으면 공식 선출 통합과 분열의 기로에 선 유럽연합(EU)이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의원 751명을 뽑는 선거를 23일(현지시간) 시작했다. EU는 미국, 중국과 함께 자칭 타칭 ‘세계 주요 3대국’(G3)으로 불리는 만큼,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향후 5년간 EU를 이끌어갈 차기 지도부도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라 주목된다. CNN 등은 “유럽 전역이 극우·포퓰리즘의 위협에 직면한 데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난항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EU 자체의 미래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영국·네덜란드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는 각 회원국 사정에 따라 24일 아일랜드와 체코(25일까지), 25일 라트비아·몰타·슬로바키아로 이어지고 26일 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페인 등 21개국에서 마무리된다. 개표는 모든 회원국의 투표가 끝난 뒤 이뤄진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가 정해진다. ‘EU 대통령’으로 불리는 차기 집행위원장은 어느 때보다 분열된 유럽의회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EU 정상회의가 집행위원장 후보를 추천하면 유럽의회에서 최종 선출하는 절차를 밟는다. 2014년부턴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따라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의 대표 후보(슈피첸칸디다텐)가 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가 되도록 했다. 장클로드 융커 현 집행위원장은 현 유럽의회 제1당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계열의 1순위 대표 후보로 나와 선출된 케이스다. 그러나 EU 정상들 사이에선 여전히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 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갈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자신이 소속된 EPP 계열이 낸 47세 ‘젊은 피’ 후보 만프레드 베버 의원을 지지하고 있으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유럽의회 선거와 직결되는 후보 추천 방식 자체를 반대해 진통이 예상된다. 전례를 따른다면 베버 의원과 함께 중도좌파 성향 사회당(S&D) 계열 대표 후보로 나선 프란스 티머만스 EU 집행위 부위원장과 극우·포퓰리스트 정치 세력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융커 위원장의 후임자 자리를 놓고 ‘3파전’을 벌일 전망이다. 티머만스 부위원장은 지난해 출마 선언 당시 “EU는 고립주의적 미국, 그리고 공격적인 중국과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선 유럽의 집단적 힘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26일까지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가 마무리되면 EU 회원국 정상은 28일 만나 집행위원장 후보 추천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집행위원장은 오는 7월 본회의에서 과반수(376명 이상)의 지지를 받아 공식 선출된다.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EU에서 가장 상징적인 5개 직책(빅5)은 28개 회원국 정상 모임인 EU 정상회의 의장, 유럽의회 의장, EU 중앙은행 격인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EU의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인도 총선 개표 시작…나렌드라 모디 재임에 ‘바싹’

    인도 총선 개표 시작…나렌드라 모디 재임에 ‘바싹’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19일까지 6주간 이어져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축제’로도 불리는 인도 총선 개표가 23일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나덴드라 모디 총리가 속한 인도국민당(BJP)이 주도하는 국민민주연합(NDA)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총선 개표가 10% 정도 이뤄진 가운데 전국 542개 선거구(543개 중 보궐선거구 1곳 제외) 중 319개 지역에서 BJP 주도의 NDA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의회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 중심의 통일진보연합(UPA)은 81개 지역에서 선두를 달리며 NDA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인도 선관위는 이날 전국 542개 선거구 100만여 투표소에서 수거한 전자투표기(EVM)를 토대로 개표 작업에 돌입했다. 검표원은 각 기기의 봉인을 뜯어 결과를 확인하며, 개표 작업은 인도 전역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진행된다. 과거엔 정오 무렵 총선 결과의 윤곽이 나왔으나 올해 2만여 투표소의 전자투표기에 대해 인쇄된 투표 결과지와 대조·검표하는 작업이 추가되며 5~6시간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는 역대 최고치의 투표율을 보이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유권자 수는 9억여명으로 이 중 5억 8400만명이 이번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총선 투표율은 67.1%(잠정치)로 2014년 총선 투표율(66.4%)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총선 종료 직후 출구조사 업체들은 여당의 압승이 유력하다는 예측을 앞다퉈 내놓았다. BJP 주도의 NDA가 연방하원 542석 중 절반을 뛰어넘는 287~340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일부 매체는 BJP가 단독 과반 의석 확보까지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2014년 총선 당시 모디 총리의 BJP가 돌풍을 일으켰던 것에 버금가는 수준의 압승이 예상되자 여당 측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반면 INC 중심의 UPA 의석은 70~132석 수준으로 예상됐다. 과반은 커녕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참패할 것이라는 분석이 어느정도 들어맞는 모양새다. 야당 측은 이에 실망감을 감추며 출구조사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분위기를 보이기도 했다. 모디 총리의 정적 중 한 명인 마마타 바네르지 웨스트 벵골주 주지사는 트위터를 통해 “출구조사 같은 잡담거리는 믿지 않는다”고 전한 바 있다. 모디 총리는 이번 선거 유세에서 지난 2월 파키스탄과 군사충돌 후 안보 이슈를 적극적으로 개진했고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의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번 선거에서 인도 사회의 종교·계층·지역 양극화를 더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골적인 힌두·국가 우선주의 호소 전략은 잘 먹혀 들었다. 반면 이슬람, 하층 카스트가 주요 지지 기반인 야권은 실업 문제, 농촌 빈곤 등 민생 관련 이슈를 집중 제기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이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유럽 휩쓰는 극우·포퓰리즘 돌풍… EU 주도권까지 움켜쥐나

    유럽 휩쓰는 극우·포퓰리즘 돌풍… EU 주도권까지 움켜쥐나

    유권자 4억 2700만명… 의원 751명 뽑아 ‘EU행정부 수반’ 집행위원장 선출로 직결 난민 문제, 올해도 표심 향방의 핵심 쟁점 선출된 의원들 정치적 성향·정체성 따라 최소 7개국 25명이상 별도 교섭단체 활동 英 민심 가를 ‘미니 브렉시트 투표’ 전망도“유럽인 대다수가 20년 내 유럽연합(EU)이 해체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실시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EU의 미래에 대해 이 같은 비극적 전망이 나왔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싱크탱크인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 의뢰해 14개 EU 회원국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소속된 중도 성향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의 지지율이 극우 정당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국민 10명 중 6명(58%)이 20년 내 EU가 해체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유럽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해온 EU는 우경화 바람에 휩쓸려 갈림길에 섰다. 영국은 2016년 6월 국민투표로 결정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오는 10월 31일 이행할 계획이며, 프랑스·독일 등 주요 EU회원국에서도 반(反)EU·반(反)난민을 앞세우고 분열과 대립을 부추기는 극우·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는 상황이다. 28개국에서 4억 2700만명의 유권자가 유럽의회 의원 751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자칫 EU의 주도권이 극우 세력에게 넘어갈 수 있다는 긴장감이 팽배하다. 향후 5년간 EU를 이끌 집행위원회 의장 선출 등 지도부 구성의 밑그림이 이번 선거를 통해 그려지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유럽의회는 전 세계에서 국경을 뛰어넘어 구성되는 유일한 대의기관이다. 선출된 의원은 각국이 아닌 EU 전체의 공동이익을 대변하며, 정치적 성향·정체성에 따라 최소 7개국 출신 의원 25명 이상이 별도 교섭단체를 만들어 활동한다. 2014년 선출된 8대 의회에선 모두 8개 교섭단체가 구성됐다. 유럽의회의 권한은 EU집행위원회가 제안한 법안에 대한 심의·의결권, EU기관 자문 및 감독·통제권(EU집행위원장 선출권과 집행위원단 임명 동의 권한 등), 예산안 심의권 등 총 3가지다. 28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만큼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먼저 선거일이 각 나라 사정에 따라 다르다. 오는 23일 영국·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시작되는 투표는 26일 프랑스·독일 등에서 막을 내린다. 개표는 모든 회원국의 투표가 끝난 뒤에나 시작된다. 선거 방식은 방문·우편투표부터 네덜란드 등 일부 나라에서 허용되는 대리투표까지 다양하다. 나라별로 선출하는 의원수는 2009년 12월 발효한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 조약에 따라 인구비례·국가 대표성 등에 기반해 정해졌다. 후보로 출마할 수 있는 최소 연령도 독일·프랑스·영국 등 15개국은 18세, 이탈리아·그리스 등은 25세로 회원국마다 다르다. 프랑스와 폴란드 등 10개국은 정당이 최소 5%를 득표해야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최소득표율 기준이 있지만, 이 기준이 아예 없는 나라도 있다. ●차기 ‘EU 대통령’은 누가 될까 유럽의회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그 결과가 EU 행정부 수반 격인 집행위원장 선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정치그룹(교섭단체)의 대표는 EU집행위원장 후보 1순위가 된다. 이른바 ‘대표후보제’다. 뿐만 아니라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의회 의장, EU 외교·안보 고위대표, 유럽중앙은행(ECB) 등 차기 지도부 선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클로드 융커 현 EU집행위원장 역시 2014년 8대 유럽의회 선거 당시 제1정당이 된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 후보였다. 이런 이유로 각 정치그룹은 일찌감치 집행위원장 후보를 선출해 얼굴을 알렸다. EPP는 지난해 11월 독일 출신 47세 ‘젊은 피’ 만프레드 베버 의원을 대표 후보로 선출했다. 유럽의회가 지난달 발표한 교섭단체별 예상 의석수에 따르면 EPP는 전체 751석 가운데 180석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베버 의원이 사실상 가장 유력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란 얘기다. 그의 강력한 라이벌로는 제2당인 중도좌파 성향 사회당(S&D)이 지난해 12월 대표 후보로 선출한 프란스 티머만스 현 EU집행위 부위원장이 꼽힌다. 반(反)EU·반(反)난민을 내세워 세를 넓혀온 극우·포퓰리스트 정당 그룹에선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집행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밖에 중도 성향 자유민주당그룹(ALDE)은 애플·구글 등 다국적 기업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현 EU경쟁담당 집행위원을 비롯한 7명을 대표 후보로 선출했다. 난민 문제는 2014년에 이어 올 선거에서도 표심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포퓰리즘 세력의 약진은 지난 5년간 유럽 도처에서 목격됐다. 각국에서 잇따라 사상 첫 원내 입성·정권 창출 등 돌풍을 일으켜온 이들이 EU의 주도권을 장악해 정치 지형을 재편할지 주목된다. 난민 사태와 브렉시트 이후 이뤄지는 첫 범유럽 차원 선거란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마린 르펜 대표가 이끄는 프랑스 국민연합(RN)은 지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몫 의석 74석 가운데 24석을 차지한 데 이어 2017년 프랑스 대선에서도 결선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크롱 정권이 ‘노란 조끼’ 반(反)정부 시위로 최대 정치적 위기를 맞은 틈을 타 RN은 최근 잇단 유럽의회 선거 지지율 조사에서 집권당을 제치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영국에선 영국독립당(UKIP) 대표를 지낸 나이절 패라지가 주축이 돼 지난 2월 창당한 신생 브렉시트당이 현지 여론조사에서 35%의 지지율로 압도적 1위에 올라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파란을 예고했다. 2017년 독일 총선에서 13% 지지를 얻으며 제3당으로 원내 첫 진출에 성공하는 이변을 낳은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르펜의 RN과 오스트리아 극우 정당인 자유당 등과 함께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가 주도하는 유럽 극우·포퓰리즘 지도자 연대에 참여하고 있다. 이탈리아·헝가리에선 이미 극우 세력이 정권을 장악했으며, 스웨덴·핀란드·스페인에서도 극우 정당이 급부상했다. ●영국, 우여곡절 끝에 선거 참여 2016년 6월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은 유럽의회 선거에 결국 참여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영국 의회에서 번번이 부결되면서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브렉시트가 당초 지난 3월 29일로 예정됐던 터라 영국 의회는 751명이던 의석수를 705석으로 줄이고, 영국 몫이던 73석 가운데 27석을 인구 대비 의석수가 적은 프랑스 등 다른 회원국에 배분키로 했었다. 그러나 브렉시트는 지난 4월 12일로 미뤄졌고, 또 다시 오는 10월 31일로 연기됐다. EU는 브렉시트의 추가 연기를 허용할 당시 영국이 유럽의회 선거에 참여해야 하고, 이를 저버릴 경우 영국은 10월 말이 아닌 6월 1일 ‘노 딜’(아무런 협의 없는 탈퇴) 상태로 EU를 떠나야 한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그럼에도 메이 총리는 유럽의회 선거 가능성을 일축해 혼란을 키웠다.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를 둘러싸고 공전을 거듭하면서 정치권에 대한 민심 이반이 극심해졌다. 이런 가운데 열리는 유럽의회 선거는 브렉시트에 대한 영국 내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AP통신은 이번 선거를 ‘미니 브렉시트 투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렉시트당이 실제 압승을 거둘 경우 브렉시트 합의안 또는 EU 탈퇴협정 이행법률안의 의회 통과를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 EU 권력 교체 앞두고 ‘부패 스캔들’…유럽 극우 발목 잡히나

    ‘부패 동영상’ 오스트리아 부총리 사퇴 극우 도덕성 문제 비화 땐 선거에 ‘악재’ 극우 정당들 “유럽 개혁” 외치며 결집 메르켈 “극우·포퓰리즘에 맞서야” 호소 유럽연합(EU) 회원국의 극우·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정당 대표들이 오는 23일 시작되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반(反)난민, 반(反)EU의 기치로 유럽을 재편하자고 뜻을 모았다. 하지만 극우 정당이 연립정부의 한 축을 이루던 오스트리아에서 역설적으로 극우 정당의 ‘민낯’이 까발려져 연정이 붕괴하게 되자 각국은 이번 사태가 극우 정당 득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극우 정당 등은 유럽의 핵심 가치를 파괴한다”며 단합해 맞서자고 호소했다. 이탈리아의 ‘동맹’, 프랑스의 ‘국민연합’(RN),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AfD) 등 유럽의 11개 극우·포퓰리즘 정당 관계자들은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두오모 광장에 모여 세를 과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들은 이날 공동 선거 유세를 하고 유럽의회 선거 이후 EU 회원국들에 자치권을 돌려주고 이민자와 무슬림의 확산을 막는 새로운 유럽을 건설하자고 다짐했다. 집회를 주도한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극우정당 동맹 대표는 “이번 선거는 중도좌파, 중도우파라는 주류 세력이 수십년 동안 브뤼셀에서 향유해 온 권력을 줄이고 유럽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 대표는 “5년 전 우리는 고립된 처지였지만, 이제 동지들과 함께 마침내 유럽을 변화시킬 위치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EU의 입법기관인 유럽의회를 구성하는 의원 751명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는 2015년부터 본격화한 유럽 난민 위기, 2016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첫 유럽의회 선거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를 통해 난민 사태와 브렉시트를 향한 유럽 유권자들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살비니 부총리의 가장 강력한 동지로 꼽힌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오스트리아 부총리 겸 자유당 당수가 불참하면서 빛이 바랬다.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 대표를 맡고 있는 슈트라헤 부총리는 이날 사퇴했다. 그가 부총리가 되기 몇 달 전 찍힌 동영상 때문이었다. 스페인 이비사섬에서 누군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진 이 영상 속에서 슈트라헤 부총리는 정확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 여성에게 정치적·재정적인 후원을 받는 대가로 오스트리아 정부 사업권을 부풀려진 가격에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제1당인 우파 국민당의 제브스티안 쿠르츠 총리는 이날 밤 자유당과의 1년 반에 걸친 연정을 파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가 오스트리아 자유당은 물론 유럽 극우 세력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 퍼지면, 오는 23일 선거에서 약진을 노린 유럽 극우·포퓰리즘 정당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세등등해진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극우·포퓰리즘 정당은 부패 척결과 소수자 보호와 같은 유럽의 핵심 가치를 파괴하려 한다”면서 “우리는 극우·포퓰리즘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고 각을 세웠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미중 스파이 분쟁 끊이지 않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미중 스파이 분쟁 끊이지 않는 이유/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 스파이 역사는 유구하다. 스파이를 역사무대에 올린 주인공은 ‘병법의 대가’ 손무(孫武·BC 545~470)다. 그는 ‘손자병법’에서 그 효용성을 강조하며 5종의 간첩, 즉 ‘오간’(五間)을 소개했다. 적국 사람을 활용하는 향간(鄕間), 적국 관리를 이용하는 내간(內間), 적국 스파이를 역이용하는 반간(反間), 적국에 침투해 혼란을 일으키는 사간(死間), 적국 기밀을 빼내오는 생간(生間)이 그들이다. 스파이의 원조는 월(越)나라 서시(西施)가 꼽힌다. 오(吳)나라와의 전쟁에서 참패한 월왕 구천(句踐·BC 520~465)은 온갖 수모를 당한다. 구천이 복수의 칼을 갈 때 그의 책사 범려(範蠡)가 미인계를 제안했다. 그는 전국을 돌며 찾은 ‘천하일색’ 서시를 간첩으로 낙점했다. 가무(歌舞)와 남자 유혹법, 정보 수집 등에 대해 3년간 특별훈련을 받은 그는 손짓 하나로 남자의 혼을 빼놓을 정도였다. 오왕 부차(夫差)는 서시에게 마음을 빼앗겨 호화 궁궐을 짓고 주색에 빠져 정사에 소홀했다. 구천은 마침내 오나라를 멸했다. 20세기 국공내전 때 여성 스파이 선안나(瀋安娜·1915~2010)도 돋보인다. 고교 때 공산당 간첩 화밍즈(華明之)를 만난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배운 속기를 활용해 국민당에 침투했다. 능력을 인정받아 기밀취급 속기사로 발탁돼 1급 정보에 접근했다. 당시 문서는 모두 속기로 기록한 까닭에 국민당 기밀을 꿰뚫었다. 15년간 국민당 기밀을 송두리째 공산당에 넘겼다. “장제스(蔣介石)가 아침에 어머니 욕을 하면 저녁에 마오쩌둥(毛澤東)의 귀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간부를 지낸 진우다이(金無怠·1922~1986)도 걸출하다. 베이징대를 졸업한 그는 출중한 영어 실력으로 미 영사관에서 일하다 공산당에 포섭됐다. CIA로 옮겨 해외정보분석관을 거쳐 아시아 총책까지 지냈다. 6·25전쟁 중 미군 작전 기밀을 중국에 빼돌렸다.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포상금까지 받은 그의 ‘완벽한’ 위장이 벗겨진 것은 1985년 정협 주석을 지낸 위정성(兪正聲)의 형이자 중국 정보기관 간부 위창성(兪强聲)의 망명 탓이다. 망명 대가로 미국에 스파이 정보를 몽땅 넘긴 것이다. 중국 스파이 문제로 미국이 시끄럽다. 전 CIA 요원 리전청(李振成)이 중국에 기밀을 팔아넘겼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그는 이를 대가로 10만 달러와 평생 보장을 약속받았다. 미 국방정보국(DIA) 출신 론 한센도 80만 달러를 받고 중국 간첩으로 암약했다고 시인했다. 중국은 정보 수집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정보기관 침투는 물론 컴퓨터 해킹, 군수업체 투자, 사이버 절도, 정보 접근 가능 중국계 인사 포섭 등 갖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 미 백악관 관리는 “러시아는 빠르고 강한 허리케인이다. 중국은 진득하고 느리면서도 구석구석 침투하는 기후변화”라고 비유하며 양국 스파이를 비교하기도 했다. 굳이 국제정치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스파이는 필요악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국익과 기술 발전에 그만큼 ‘가성비 높은’ 수단을 찾기 힘들다. 다만 발각돼서는 안 된다. 미중 대결이 첨예할수록 간첩을 둘러싼 창과 방패의 싸움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khkim@seoul.co.kr
  • [서울광장] 바른미래당, 이럴 거면 갈라서라/이종락 논설위원

    [서울광장] 바른미래당, 이럴 거면 갈라서라/이종락 논설위원

    우리나라 정당사는 양당정치가 주류를 이뤘다. 진보정당은 민주당, 신민당, 신한민주당, 평화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더불어민주당의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 왔다. 반면 보수정당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등으로 명멸했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정치가 이뤄지다 보니 제3당의 존재가 미미했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김영삼(YS) 총재가 이끌던 통일민주당이 김대중(DJ) 총재의 평화민주당에 밀려 3당을 차지한 게 명실상부한 다당제시대를 연 계기가 됐다. 이어 1992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이끄는 통일국민당과 1996년 김종필 총재의 자유민주연합이 제3당의 위치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또 양당 체제가 이어지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38석을 차지해 제3당으로 부상했다. 당시 거대 양당에 대한 거부감으로 국민의당이 선전할 수 있었다. 국민의당은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바른정당계와 합쳐 바른미래당으로 지난해 2월 재탄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중도를 표방하며 제3지대를 지향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껏 받았다. 하지만 창당한 지 1년이 지난 지금의 현주소는 어떤가. 4·3 보궐선거 참패 후 지도부 책임을 놓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충돌하더니 지난달 말 패스트트랙 정국이 이어지며 사생결단식 대결을 벌이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지난 4일 지도부 총사퇴와 ‘안철수·유승민 공동체제’ 출범을 요구한 정무직 당직자 13명을 무더기 해임했다. 이에 유승민·안철수 연합군 의원 15~16명이 손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당이 쪼개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룰 정도다.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제3당은 최소한의 국민적 명분을 확보했거나 정치적 지분을 가졌을 때만 출현할 수 있었다. 통일민주당은 야당을 대표하는 YS가 DJ와 결별하면서 세를 이뤘다. ‘정주영당’은 정치 공방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이 경제전문가 등장을 원한다는 틈새를 파고들어 탄생했다. 영호남의 대결에 멍든 충청도의 ‘뿔난 민심’이 자민련의 세력을 키웠다. 진보와 보수 싸움에 진저리가 난 국민이 제3지대의 정치를 염원하며 국민의당이 제3당으로 존립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제3당은 거대 양당이 놓치고 있는 걸 어젠다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지난 1년간의 바른미래당의 활동을 따져 보자. 바른미래당이 최저임금이나 국민연금 등 민생 문제를 놓고 거대 양당과 싸웠나, 아니면 개헌 문제를 들고나와 맞섰나. 정국을 주도할 어젠다는 눈곱만치도 볼 수 없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캐스팅보트 역할만 하려 했다. 그런데도 당내에서는 국민의당이 평화민주당과 다시 합칠 거라느니, 안철수·유승민의 보수 통합이 다시 돼야 한다느니, 손학규는 ‘굴러온 돌’에 불과한다느니 이런 정치공학만 난무하고 있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계와 바른정당계가 이합집산과 권력투쟁만 벌이고 있는 중이다. 선거제 개편안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 지정 안건으로 상정된 뒤 거대 양당의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원래 의도와 달리 양당제가 오히려 강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발표한 정당별 지지도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전 주보다 각각 2.1% 포인트, 1.5% 포인트 상승한 40.1%와 33.0%를 기록했다. 반면 바른미래당은 0.1% 포인트 떨어진 5.2%,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은 각각 1.6% 포인트, 0.4% 포인트 내린 6.2%와 2.3%를 기록했다. 제3당의 존립 기반은 국민의 지지밖에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 문국현의 창조한국당이 망했고, 이인제의 국민신당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바른미래당의 운명은 지분협상에 달려 있지 않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뜻을 어느 정당보다 의미 깊게 활용해야 한다. 목숨 걸고 싸워야 할 것은 당내 주도권이 아니고 개혁입법이나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은 5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는 당 자산과 정당보조금(1분기 24억 7000여만원) 때문에 어정쩡한 동거를 이어 가는 것 같다. 제3당으로 존립해야 할 명분과 정치권의 지분, 국민의 지지 등이 크게 약화하고 있다. 이러려면 차라리 갈라서는 게 떳떳하다. jrlee@seoul.co.kr
  • ‘국민여러분’ 최시원, 여의도 입성할까 “선거 결과 발표”[공식]

    ‘국민여러분’ 최시원, 여의도 입성할까 “선거 결과 발표”[공식]

    ‘국민 여러분!’ 최시원은 정말로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 오늘(7일) 밤, KBS 2TV 월화드라마 ‘국민 여러분!’(극본 한정훈, 연출 김정현, 김민태, 제작 몬스터유니온, 원콘텐츠)을 애청하는 시청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서원갑 선거구의 보궐선거 결과가 발표된다. 지역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활약했던 강수일(유재명),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엘리트 정치 신인 한상진(태인호), 용감한 시민으로 국민적인 인기를 얻은 양정국(최시원)의 짜릿한 삼파전으로 막을 올렸던 선거의 결과에 시선이 쏠린다. 지난 6일 방송된 21~22회에서 국민 여러분을 향해 “단 한 명이라도 지지해주는 국민이 있다면 선거를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는 진심을 밝힌 정국. 자신을 선거판으로 끌고 들어왔던 사채업자 박후자(김민정)가 이번에는 “한상진을 지지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지만, 김주명(김의성)의 도움으로 사퇴 아닌 완주를 발표했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온몸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과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라는 정국의 진심이 김주명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 “너는 사기꾼, 나는 정치꾼이다. 꾼들끼리 만났으니 도박 한 번 하자”라던 김주명의 계책은 음주운전 누명으로 지지율 20%가 빠져나가 당선 가능성이 없는 강수일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음주운전 사건의 배후에는 한상진이 있다는 말에 분노한 강수일은 사퇴와 동시에 ‘양정국 지지 선언’을 외쳤다. 두 번째 여론조사에서는 10%, 국민당의 자체 조사에서는 15%에 그쳤던 정국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을 기대케 한 순간이었다. 서원갑에서 가장 강력했던 후보 강수일의 사퇴로 선거 결과가 미궁에 빠진 가운데 정국에게는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지만, 위기 또한 존재한다. 한상진은 사기꾼인 정국의 정체를 알고 있고, 이를 증명해줄 증인 유희진(임지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 한상진, 혹은 박후자가 ‘양정국=사기꾼’임을 폭로한다면, 진심을 말했던 용감한 후보 양정국은 국민들의 외면을 받게 될 터. 예측 불가능한 선거의 끝에서 여의도로 향할 사람은 누구일지 시청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오늘(7일) 공개된 스틸컷에는 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정국과 당원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불안해 보이는 정국의 손을 잡아준 든든한 아내 미영(이유영)과 진지한 표정으로 개표방송을 보는 듯한 김주명, 그리고 좌충우돌 선거 운동으로 폭소를 선사했던 동료들까지. 이들이 오늘(7일) 밤 기쁨의 축배를 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 여러분!’, 오늘(7일) 화요일 밤 10시 KBS 2TV 방송.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오늘만 일하면 주말” 매주 수요일 직원들 보고 쉬라는 직장 어떨까?

    “오늘만 일하면 주말” 매주 수요일 직원들 보고 쉬라는 직장 어떨까?

    자칭 ‘시(詩)팔이’ 시인 하상욱이 근로자의 날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이틀만 더 나가면 그래도 주말”이라고 말하자 앵커가 5초 동안 아무 말도 못한 것이 화제가 됐다. 3일 아침 서울 날씨는 비할 데 없이 맑고 투명했다. 이제 하루만 일하면 주말이 된다고 적지 않은 직장인이 발걸음도 가벼이 출근했을 것이다. 그런데 호주 멜버른의 직장 여성 티파니 슈라우웬은 다른 친구들이 갑갑한 사무실에 갇혀 일하는 매주 수요일 아침 테니스 코트에 나가 백핸드 스트로크를 갈고 닦는다. 그녀가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 베르사(Versa)는 지난해 7월부터 매주 수요일 회사 문을 닫고 있다고 영국 BBC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주 5일제나 52시간 근무도 모자라 나흘만 일한 지 일년이 돼간다. 그렇다고 특별히 다른 날 초과 근무를 하지도 않는다. 만약 수요일에 긴급하게 고객과 협의해야 할 일이 있으면 전화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슈라우웬도 수요일 쉬기로 했다는 계획을 처음 들었을 때 흥분하기도 했고 걱정도 됐다. 보직 때문에 직원들과 고객들을 접촉해야 하는데 데드라인을 놓치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커뮤니케이션 경로가 끊길까 두려웠다. 그러나 베르사 직원들은 더 효율적으로 근무 패턴을 바꿨다. 업무 일부를 화요일까지 마치도록 조정하고 회의는 더욱 집중력있게,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을 줄였다. 2주에 한 번씩 회사는 직원들이 한 일과 하지 못한 일을 점검한다. 슈라우웬은 “모두 일할 때 탄력성을 갖길 원하기 때문에 수요일 쉬기로 결정하면 한 주를 더욱 낫게 준비하게 된다”고 말했다. 캐스 블랙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7월 이후 매출은 46% 뛰어올랐고 수익은 세 배 가까이가 됐다면서도 수익이 좋아진 것이 나흘 근무 때문이라고 설명하지는 못하겠다고 했다. 비즈니스 파트너들로부터 항의를 받을 소지가 매우 많은 분야인데도 불만족도가 매우 낮다고 자랑했다. 자녀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 창업했던 그녀는 신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을 배려하는 능률적인 기업을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블랙험은 “이쪽 업계는 젊은이들을 무지하게 오래 일하게 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사실 제대로 작동하려면 뭔가 혁신적인 것에 부응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중 휴일에 직원들은 헬스클럽에 가거나 집안 허드렛일을 하고, 어린 자녀들을 돌보고 친구들과 만나고 스타트업 기업 일을 보거나 그냥 넷플릭스로 영화나 드라마를 돌려 본다. 아주 이따금 집에서 회사일을 본다. 그 결과 몸이 아파 결근하거나 조퇴하는 일이 줄었고 직원 만족도도 올라갔다. 슈라우웬은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을 맞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재로드 하르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과대학 인적자원관리학과 교수는 “목요일 출근하며 리프레시된 느낌을 갖게 되고 덩달아 생산성도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주 4일제를 실시해 화제가 됐던 뉴질랜드 부동산 관리 회사 퍼펙츄얼 가디언은 생산성이 아주 좋아지긴 했지만 일벌레 성향이 강한 몇몇 직원이 부적응을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영국과 아일랜드 노동조합 단체들, 스코틀랜드 국민당, 영국 노동당 등이 다양한 층위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영국 노동당은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인 로버트 스키델스키로 하여금 더 짧은 근무시간제의 장단점을 분석하도록 했다. 스웨덴 일부 지역 공무원들은 이미 노동시간 단축을 실험하고 있다. 미국 뉴욕의 햄버거 체인점 셰이크?은 지난달 주 4일제 근무 실험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모든 근무시간 단축 실험이 좋은 효과만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 예테보리의 국영 요양원은 매일 6시간씩 근무하는 실험을 했는데 결근이 줄고 생산성은 개선됐지만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 비용이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김금숙의 만화경] 중국 답사와 33인 독립운동가

    [김금숙의 만화경] 중국 답사와 33인 독립운동가

    33인의 만화가가 33명의 독립운동가를 그려 낸다. 독립운동가 웹툰 프로젝트 해외 답사 2차팀은 상하이를 시작으로 난징, 항저우, 충칭, 광저우 일정을 잡았다. 지난 9일 낮 12시 30분 상하이행 비행기는 한 시간 이상이 지연됐다. 서둘러 상하이 임정으로 달렸다. 오늘 하루 30팀이 다녀갔단다. 문 닫기 직전이라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둘러보고 훙커우공원으로 이동했다. 이동 중 버스가 고장 났다. 공원에 5시 30분까지 입장해야 하는 탓에 빗속을 달렸다. 10분을 남겨 두고 입장한 공원은 온통 연두 초록이었다. 날은 이미 어둑해졌다. 공원을 지키는 듯 하얀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사흘 만에 상하이를 점령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일본이 3개월이 걸려 겨우 점령한 상하이에서 천장절을 기념한 것은 최고의 기회였다. 윤봉길은 이날을 위해 공원에서 과일을 팔며 수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만난 하얀 고양이의 할머니의 증조, 고조할머니에게 윤봉길은 먹이를 주었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는 오늘처럼 윤봉길을 멀리서 보다가 가까이 다가가기도, 몰래 훔쳐보기도 했을 것이다. 도시락 폭탄은 민간인까지 해칠 위험이 있어 물병 폭탄을 던졌다. 이때 절름발이가 된 시게미쓰 마모루는 1945년 일본이 패망하고 전권대사로 항복 문서에 사인한 인물이다. 훙커우공원에는 윤봉길기념관도 있었다. 그 안에 거사 당일 아침의 사진 복사본이 걸려 있다. 그는 왼손에는 총을, 오른손에는 폭탄을 들고 있다. 곱게 빗어 넘긴 머리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사진 한 장을 자세히 보다 보면 꽤 많은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깊고 선한 눈빛이다. 1931년 4월 29일. 윤봉길 의거 후 세 시간 만에 일본군은 상하이 임시정부를 덮쳤다. 중국도 못 한 일을 한국인인 윤봉길이 해낸 덕에 임정 사람들을 항저우로 피신시키는 데 장제스의 배려가 있었다고 한다. 중간에 합류한 김명섭 선생님께서 이동 중에 말씀해 주셨다. 이때 상하이에 흩어져 있던 80여명의 임정 사람들과 가족들이 무사히 서류 정리까지 하고 피신을 했다.항저우 임시정부청사를 찾아 둘러보았다. 서호는 아름다웠지만, 함께 배를 탄 단체 중국인 가이드는 몹시 소란스러웠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인구 4000만의 충칭에서 한인 거주 옛터인 토교에 갔다. 여기서 밭을 일궈 임정 요원들과 조선의열단 가족들이 밥을 먹고 지냈으리라. 충칭은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서 일본이 폭탄을 정확한 장소에 떨어트리지 못했다. 바람이 없어 숨쉬기도 어려웠다. 이 때문에 70여명의 임정 한인들이 폐암으로 죽었다. 김구의 큰아들인 김인 또한 같은 이유로 죽었다. 충칭 임정의 중요한 성과는 1941년 9월 17일 창립식을 가진 광복군을 만든 것이고, 다음해인 42년에 김원봉과 김구가 좌우합작 연합정부를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한다. 광저우에 폭우가 쏟아져 비행기 시간이 늦춰진 덕에 조선의용대 대장이었던 김원봉 열사가 3년간 부인과 살았던 옛 집터를 찾았다. 재개발 지역으로 확정돼 곧 사라질 예정이니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으로 그의 옛집을 봤을지도 모르겠다. 말수가 적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유일하게 홀로 의열단 단원 전체를 알고 있었고, 결심하면 상대방을 꼭 의열단원으로 만들고 마는 그가 살았던 시장 거리를 거닐며 그를 보았다. 그의 집 벽돌이라도 하나 짊어지고 올걸. 아쉬운 마음만을 챙겨 광저우로 향했다. 광저우에서는 황푸군관학교를 보았다. 중산대학은 유감스럽게도 들어갈 수 없었다. 답사 기간에 훌쩍이던 눈물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바로 1927년 반국민당 정부 무장봉기에 참여했다가 희생된 150명의 의열단 조선 청년들을 기려 세워진 광주기의열사능원의 ‘중조 인민 혈의정’ 앞에서였다. 백 년 전에 태어났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을까. 무엇을 위해 죽었을까. 이들의 나이 고작 20대였다. 22살의 나는 꿈을 찾아 프랑스로 떠났었다. 같은 날 저녁 8시 30분 인천공항에 착륙했으나, 백 년의 시차 속에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두고 몸만 돌아온 듯싶었다. 나는 33인의 독립투사들 중 1918년 러시아 백의군에게 총살된 알렉산드라 김에 대한 만화를 만들고 있다. 시간은 짧지만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겠다.
  •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 민주화 이후 44년 만에 첫 의회 입성

    스페인 극우정당 ‘복스’… 민주화 이후 44년 만에 첫 의회 입성

    2년 전 카탈루냐 독립 투표가 촉매제로 지난 총선 0.2% 득표… “상상 못한 결과” 집권 사회노동당은 123석… 과반 실패스페인의 극우정당 복스(Vox)가 의회에 입성했다. 스페인에서 극우정당이 의석을 차지한 것은 1975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카탈루냐 분리독립, 대규모 난민 유입 등 정치적 이슈와 관련한 기성 정당에 실망한 보수성향 표가 복스 측으로 쏠린 것으로 풀이된다.전날 끝난 스페인 조기 총선 개표가 99.9% 진행된 29일 엘파이스 등 현지 언론은 극우 복스가 10.26% 득표율로 의회 총 350석 가운데 24석을 차지하게 됐다고 전했다. 극우정당이 의회 의석을 차지한 것은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이 사망한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프랑코 독재를 경험한 스페인은 그간 극우정당에 배타적이었다. 가디언은 “1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결과다. 2016년 6월 총선에서 복스의 득표는 0.2%에 불과했다”면서 “2017년 카탈루냐 분리독립 투표가 복스 지지의 촉매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복스는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알자지라는 “복스는 극단적인 정치적 수사로 불안감을 조성했다. 그들은 무슬림 이민자들이 스페인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집권 사회노동당은 123석을 확보해 제1당이 됐지만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사회당이 상대적으로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급진좌파 포데모스(42석)와 손잡아도 165석으로 과반 176석에 11석 부족하다. 정부 구성을 위한 정파 간 연정과 이합집산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년간 스페인 정계를 좌지우지했던 국민당은 66석에 그쳤다. AP통신은 “국민당 사상 최악의 결과”라고 평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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