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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밥상 속 대기업/문소영 논설위원

    [길섶에서] 밥상 속 대기업/문소영 논설위원

    집안일이 서툴러 ‘대기업의 힘’을 자주 빌린다. 설날 떡국을 끓일 때 양지머리를 사다가 국물을 내기보다는 C사의 사골 국물이나 도가니탕을 사다가 쓰는 식이다. 떡국용 떡도 방앗간에서 직접 쪄내기보다는 사다가 쓴다. 어린 시절에는 고춧가루나 참기름을 방앗간에서 빻거나 짜 오라는 엄마 심부름을 했었는데 요즘은 다 대기업 마트에서 구한다. 순두부 소스나 조미김도 중소기업이냐, 대기업 상품이냐의 문제이지 집에서 직접 만들진 않는다. 청소기, 식기세척기, 공기청정기 등등도 대기업 제품이다. 집에서 밥과 반찬을 해 먹는 것보다 시판용 쌀밥에 반찬가게를 활용하는 게 음식물 쓰레기도 줄이고 비용도 줄인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전자레인지나 돌리는 게 밥상을 차리는 전부가 돼 버려 품위를 잃어 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런데 먼 미래에는 알약 하나로 식사를 대신하는 시절이 온다지 않는가. 아직은 품위 있는 삶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 눈 맞은 설악, 일렁이는 물결에 잊는 시름… 속세 초월한 멋

    눈 맞은 설악, 일렁이는 물결에 잊는 시름… 속세 초월한 멋

    “겨울 바다로 가자 메워진 가슴을 열어 보자.”(팝 밴드 ‘푸른하늘’의 ‘겨울 바다’ 중, 1998년) 속초, 강원도 동해안 최북단 시(市)다. 아니 한반도 최북단 시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시 영역의 절반 이상이 바로 그 유명한 설악산 국립공원이다. 나머지 반은 동해 푸른 물빛을 자랑하는 해변을 향한다.이젠 길도 반듯해져 가깝기도 하다. 직선거리 160㎞(도로 190㎞)로 서울에서 출발하면 2시간대면 도착한다. 도로 거리가 215㎞에 이르는 강릉보다 가까우니 서울과 가장 가까운 동해안 도시라 할 수 있다. 근래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 중 한 곳이다. 해변에 호텔과 리조트, 펜션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공급 객실 물량이 속초 시민을 다 재우고도 남는다. 지난해 5월 속초시 동명동 신축 아파트 한 채(131㎡, 40평)가 16억원(분양권)에 팔렸을 정도다.‘기린 발굽’ 인제(麟蹄)군 북면을 지나 미시령을 넘으면 바로 속초다. 미시령은 굉장히 험준한 고갯길이다. 해발 고도 826m로 대관령(832m)이나 한계령(1004m)보다는 낮지만 눈이 잦고 급경사 구간이 길어 위험한 도로였다. 2006년 미시령 터널이 생겨나고, 2017년 서울~양양 간 고속도로와 동해고속도로가 완전히 연결되며 속초가 수도권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철도 소식도 들린다. 각각 부산, 춘천에서 출발하는 동해북부선과 춘천속초선이 2028년 개통을 목표로 철로를 놓고 있다. 인구밀도는 꽤 높은 편이다. 관광객도 늘 수천 명 이상 와 있다.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차가 막힌다. 속초에는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가 도처에 있다. 속초 자체는 좁지만(강원도 최소 면적 지방자치단체) 그 안에 서랍처럼 빼곡히 들어선 즐길거리가 많아 1박 2일 일정으론 살짝 부족해 뵌다. 천하제일경이라는 금강산과 견준다는 설악산을 품고 시내 바로 앞에 파도가 일렁이는 동해가 있다. 영랑과 청초, 두 석호(潟湖)까지 안았으니 없는 게 없다. 여기다 억센 바다와 함께 싸우며 살아온 어민과 함경도 실향민 문화가 뒤섞여 다양성을 표출하는 도시다.요즘은 때가 때인지라 좀 망설여지지만 온천과 워터파크도 많다. ‘핫플레이스’답게 예쁜 카페, 베이커리, 맛집도 들어서서 우직한 자연미에 도시 인프라의 디테일(세세함)을 채우고 있다. 겨울에 제 이름을 찾은 설악(雪岳)은 좀더 늠름해졌다. 하얀 망토를 두른 산은 영랑호와 청초호, 동해를 내려다보며 정초의 겨울을 지키고 섰다. 갯내음과 눈부신 아침 빛이 버티고 선 미시령터널의 끝을 지나자 눈 맞은 속초와 눈이 맞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글처럼 “밤의 밑바닥까지 하얘졌다”. 설악의 오른쪽 어깨엔 거대한 수석(壽石)을 닮은 울산바위가 버티고 섰다. 흰 비단을 두른 듯 고결하고도 씩씩한 자태로 여행객을 맞는다. 전해지는 말처럼 울산에서 올라와 금강산에 가지 못해 설악에 주저앉은 바위가 아니다. 바람이 몰아치면 웅웅 우는 소리가 난대서 울산바위다. 설악의 기세는 역시 겨울에 눈을 뒤집어써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울산바위도 마산봉도 수바위도 모두 나뭇잎을 떨어내고 흰 눈이 맺혀야 그 잔근육이 잘 보인다. 보디빌더들이 근육을 도드라지게 보이기 위해 기름칠하는 원리와 비슷하다. 설악의 ‘육체미’를 감상하려면 멀찌감치 산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 포인트에 가야 한다. 미시령터널을 지나자마자 뷰포인트가 하나 나온다. 이곳에선 울산바위가 잘 보이는데 아침나절에 가야 산 그림자에 갇히는 ‘역광’을 면한다. 멀리 엑스포 공원 쪽 바다까지 가서 산을 바라봐도 좋다. 이 역시 아침녘에 나가야 한다. 푸른 바다 위로 새하얀 산봉우리가 삐죽삐죽 늘어선 모습이 장관이다. 해가 뜬 직후라면 붉은 기운을 받아 핑크색이 되기도 한다. 아직까진 해가 늦게 뜨니 설렁설렁 다녀도 볼 수 있다. 역시 겨울이 좋다.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올라도 좋고 화암사 뒷길 코스로 눈길 산행을 가도 멋들어진 설악의 바위들을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시간과 체력을 투자해야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그림은 아니다. 설악의 품에 와락 달려들지 않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으니 설악은 그만큼 넉넉한 인심을 지녔다. 다시 순백으로 뻗은 길은 곧바로 저 멀리 바다로 곤두박질친다. 해발 500~600m에서 순식간에 0m 이하 남양(藍洋)으로 잠기는 푸른 길이다. 일종의 관성이다. 속초의 바다 풍경은 여느 곳과 다르다. 워낙 작은 도시라 설산이 바다에 면해 있는 풍경이 근사하다. 강릉만 가도 이 같지 않다. 청호동 아바이마을. 피란 온 함경도와 강원도 이북 아바이들이 눌러앉았다. 섬도 땅도 아닌 외딴 끄트머리 땅에 집을 짓고 모여들었다. 70여년 느릿한 추억을 부여잡고 거친 바다와 싸워 가며 살아온 실향민 마을이다. 줄을 묶어 갯배로 오가며 생선을 말리고 식해를 담가 팔며 살았다. 관광객들이 득실한 갯배 선착장 주변 분위기는 과거와 많이 변했다. 생선구이집과 냉면집, 순댓국집 일색이던 곳에 십여년 전부터 영문 간판 화려한 카페와 베이커리도 착착 들어섰다. 남미에서 온 원두를 볶고 녹진한 유럽풍 과자를 만들어 판다. 하지만 뒤로 돌아들면 여전히 좁은 골목 속에 옛 풍경을 오롯이 간직하고 있다. 주워 오고 얻어 온 잡어를 다듬어 식해를 담그는 할머니, 자식보다 오래된 자전거를 끌어다 놓고 기름칠하는 할아버지는 여전히 오롯이 남은 청호동의 실제 모습이며 주인공들이다. 겨울 바람이 몰아쳐도 그닥 냉랭하지 않다. 겨울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하는가 보다. 동장군이라지만 뜨거운 가리탕(갈비탕) 한 그릇과 아바이순대 한 접시로도 썩 물리칠 수 있는 허약함이 엿보인다. ‘아바이’가 전해 준 활력과 온기 덕이다. 동명동 영금정에 가면 속초 바다의 진면목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닷물이 드나들며 물가 넓은 바위를 스치면 거문고를 연주하는 소리가 난대서 붙은 이름이다. 시내와 가깝고 식사할 곳도 많으니 이곳저곳 들러보기 편하다. 학사평 두부 한 사발에 가득 차오른 마음… 속세 초월한 맛 이젠 호수를 돌아볼 차례다. 바다와 붙은 청초호는 딱히 호수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최근 청초호변 칠성조선소가 복합문화공간으로 문을 열었는데 바다와 호숫가에 자리한 폐조선소 특유의 분위기가 매우 멋지다. 카페도 겸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순례 코스가 됐다. 1950년대부터 목선과 어선을 만들어 오던 옛 조선소답게 목선과 장비들을 전시해 놓았다. 예전에 신라 화랑이 ‘워크숍’을 왔다는 영랑호는 소요한 호수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했다. 장천천이 흘러들어 맑은 물을 채워 줬다가 영랑교 밑 수로를 통해 동해로 흘러나간다. 이곳은 와글와글하지 않아 산책 코스로도 좋다. 8㎞의 순환도로를 걷다 보면 효자 호랑이 설화가 전해지는 범바위와 관음암 등 기기묘묘한 볼거리를 챙겨 볼 수 있다. 다시 설악산 쪽을 올려다보면 갈 곳이 많다. 척산온천과 설악온천(한화워터피아)이 있는 노학동을 오르다 보면 다양한 갤러리와 국립산악박물관 등 박물관, 영화(드라마) 세트장 등이 나온다. 국립산악박물관은 정말 제자리에 위치를 잡은 것 같다. 설악산에다 요즘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핫플’ 속초에 자릴 잡았으니 말이다. 박물관에는 우리 산과 세계의 산, 그리고 이를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도읍을 정하기 위해 북한산을 올랐던 비류와 온조, 그토록 금강산을 가고 싶어 했던 중국과 왜의 대작들, 한라산을 유람한 임제, 그리고 히말라야 등 세계의 지붕에 선 여러 산악인의 자취를 만날 수 있다. 녹슨 철제 아이젠과 피켈 등 그들이 썼던 장비와 등반일지, 건조식량 등 산악인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여러 전시물을 챙겨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아래쪽 학사평엔 두부 요리를 잘하는 집들이 촌락을 이루고 있다. 전통 방식으로 뭉근히 굳혀 낸 ③두부 한 사발이면 몸도 마음도 실하게 차오른다. 시내 관광수산시장(중앙시장)에선 다양한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 닭강정을 비롯해 씨앗호떡, 치즈호떡, 마카롱 아이스크림, 커피 등 다채로운 군것질거리를 파는 상점과 함께 맛있는 식당도 많아 눈요기 배요기를 하러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다. 양양군과 경계를 이루는 남쪽에는 대포항과 외옹치항 등 정감 어린 항구들이 즐비하다.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오랜 기간 철책으로 묶였던 초병 순찰길이 근사한 해변 트레일 데크로 변신한 곳이다. 조도가 바라보이는 속초 해변에서 출발해 데크길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바다 풍경을 눈에 담기 좋다. 해안을 둘러보던 초소가 있던 곳은 뷰포인트로 딱이다. 뺨에 부딪히는 겨울바람은 차갑지 않고 되레 알싸한 갓김치 첫맛처럼 청량하게 다가온다. 대포항도 많이 변했다. 과거 항구를 뒤덮었던 포장마차촌은 대대적으로 정비가 이뤄져 건물 속으로 들어갔지만 새우튀김과 오징어회 등 명물 음식맛은 여전하다. 호텔 밀집 지역과는 살짝 떨어져 있지만 식사와 안줏거리를 찾아 일부러 이곳을 오는 이들도 많다. “너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은 파도에 던져 버려, 잊어 버리고.” 바다결핍 위중증에 늘 시달리는 서울 수도권 사람들에게 ‘겨울 바다’ 노랫말과 가장 어울리는 곳 속초. 요즘 속초는 새하얀 설산과 붉은 태양, 노란 햇살, 푸른 바다, 검은 밤하늘 등 오방색으로 갈아입고 아직 겨울을 제대로 누리지 못해 뻘쭘한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팔팔 끓는 한우 뚝배기 속에 문어 풍덩 바다 내음 품은 생선과 색색 나물 조화     ●먹거리=‘도문집’은 ①칼국수와 만두로 유명하다. 동해안 항구도시에서 으레 먹는 장칼국수 대신 멸치 육수에 감자 가루, 김을 넣고 팔팔 끓여 낸 깔끔한 국물이 좋다. 40년 넘게 장사를 하며 지역민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직접 빚은 만두 역시 대표 메뉴다. 630-5150(이하 지역번호 033).●매우 특별한 국밥을 맛보고 싶다면 ②‘속초 문어 국밥’이 좋다. 한우양지와 참문어를 삶아 시원하고 고소한 문어국밥을 차려 낸다. 먼저 팔팔 끓는 뚝배기 위에 올린 문어를 집어먹은 뒤 밥을 말면 된다. 다진양념은 굉장히 매우니 조금만 넣는 것이 이롭다. 638-8837. ●도치알탕은 겨울 제철 음식으로 딱이다. 꼬득한 살과 알이 가득한 탕은 김치를 넣고 끓여 시원하다. 그리 건더기가 많아 보이진 않지만 알이 한가득인 국물을 떠서 밥을 말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든든하다. 영랑호 인근 포장마차촌의 ‘당근마차’는 도치알탕 이외에도 자연산 백고동으로 무쳐 낸 골뱅이무침과 도루묵구이가 유명하다. 곁들여 주는 간장새우장도 밥도둑이다. 632-3139.●대게는 값비싸지만 그래도 올해 먹어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다. 동명항 ‘스타대게’는 홍게와 ④대게, 생선회를 푸짐한 곁들임 안주와 함께 차려 내는 곳. 게도 싱싱하고 튀김 등 안줏거리도 맛이 좋다. 638-7208.●함경도 출신 모친에 이어 2대째 제철 생선을 구워 내는 ⑤‘옥이네 밥상’은 반찬 하나하나가 모두 주인공이라 해도 될 만큼 상차림이 근사하다. 꾸덕꾸덕 말린 가자미와 고등어, 볼락 등을 구워 갖은 나물과 젓갈과 함께 먹는다. 구운 생선을 상추에 싸서 표고버섯 쌈장을 넣고 입안에 넣으면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멍게비빔밥도 경남 거제와는 또 다른 맛을 낸다. 637-3166.
  • 핵인싸 ‘서빙봇’ 인증샷, 이건 못 참지

    핵인싸 ‘서빙봇’ 인증샷, 이건 못 참지

    여기저기 ‘촬영 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있지만, 기사로 쓰고 싶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싶은 마음은 전 세계 취재진이 똑같은 모양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메인 미디어센터 식당의 서빙 로봇은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는 ‘핵인싸’다. ●식당 촬영금지에도 찰칵찰칵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자국의 첨단 기술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첨단 기술은 식당 내 로봇이다. 미디어센터 식당에서는 천장에서 음식을 갖고 내려오는 로봇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식당에 갈 때마다 꼭 누군가가 이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아직 올림픽이 개막하지 않은 만큼 올림픽 관련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 취재진 사이에서 인기가 남다르다. 서빙 로봇을 이용하려면 먼저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알려 주는 테이블 번호를 찾아 앉으면 된다. 해당 좌석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분홍빛으로 알림 문구가 테이블 위에 뜨고 로봇이 음식을 가지고 내려온다. 이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한번 찍어 주고 음식을 받아 자리에서 먹으면 된다. 식당엔 서빙 로봇 외에 요리 로봇도 볼 수 있다. 직원이 기본적인 음식 재료를 담아 내보내면 나머지는 로봇이 알아서 처리한다. 정량에 맞게 국물 등을 그릇에 담고 정해진 시간을 기다렸다가 꺼내 앞에서 기다리는 직원에게 전달한다. 안내 TV에는 자신이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뜬다. ●기술력 자랑하듯 직원도 제지 안 해 자랑스러운 볼거리인 만큼 직원들도 따로 촬영을 제지하진 않는다. 한 직원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함께 “니하오”라는 인사를 건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 ‘핵인싸’ 서빙봇 자랑하는 중국, ‘인증샷’은 못 참지

    ‘핵인싸’ 서빙봇 자랑하는 중국, ‘인증샷’은 못 참지

    여기저기 ‘촬영 금지’를 알리는 팻말이 있지만, 기사로 쓰고 싶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싶은 마음은 전 세계 취재진이 똑같은 모양이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메인 미디어센터 식당의 서빙 로봇은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는 ‘핵인싸’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자국의 첨단 기술을 곳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숙소는 물론 미디어센터 곳곳에서 대형 로봇 청소기가 열심히 청소하고 있고 QR코드도 한국보다 폭 넓은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첨단 기술은 식당 내 로봇이다. 미디어센터 식당에서는 천장에서 음식을 갖고 내려오는 로봇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식당에 갈 때마다 꼭 누군가가 이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아직 올림픽이 개막하지 않은 만큼 올림픽 관련 콘텐츠를 담아야 하는 취재진 사이에서 인기가 남다르다. 서빙 로봇을 이용하려면 먼저 주문하고 카운터에서 알려 주는 테이블 번호를 찾아 앉으면 된다. 해당 좌석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분홍빛으로 알림 문구가 테이블 위에 뜨고 로봇이 음식을 가지고 내려온다. 이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한번 찍어 주고 음식을 받아 자리에서 먹으면 된다. 식당엔 서빙 로봇 외에 요리 로봇도 볼 수 있다. 직원이 기본적인 음식 재료를 담아 내보내면 나머지는 로봇이 알아서 처리한다. 정량에 맞게 국물 등을 그릇에 담고 정해진 시간을 기다렸다가 꺼내 앞에서 기다리는 직원에게 전달한다. 안내 TV에는 자신이 주문한 요리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뜬다. 자랑스러운 볼거리인 만큼 직원들도 따로 촬영을 제지하진 않는다. 한 직원은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는 기자와 눈이 마주치자 자신감 넘치는 표정과 함께 “니하오”라는 인사를 건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 “호떡 왜 안 잘라줘?” 기름 끓는 철판에 던져 화상 입힌 60대 징역 1년

    “호떡 왜 안 잘라줘?” 기름 끓는 철판에 던져 화상 입힌 60대 징역 1년

    호떡을 잘라 주지않는다고 기름이 끓는 철판에 호떡을 던져 주인에게 화상을 입힌 60대 남성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8단독 박성준 부장판사는 호떡을 던져 끓는 기름을 튀게 해 음식점 주인에게 화상을 입힌 혐의(상해)로 기소된 A(6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5일 대구시 북구의 한 호떡 가게에서 기름이 끓고 있는 철판에 호떡을 집어 던져 주변으로 기름을 튀게 해 음식점 주인 B(39·여)씨에게 전치 5주의 화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사건 당일 가게에서 호떡을 구매하고 나눠먹기 위해 잘라 달라고 요구했지만 식당 주인이 가게 방침에 따라 잘라주지 않는다고 하자 화가 나 호떡을 집어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당시 경찰조사에서 A씨는 “화가 나서 호떡을 던졌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고 기름이 끓는 철판에 던질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우리 가게 호떡은 호떡안에 꿀이 국물처럼 들어있어 가위로 자르게 되면 국물이 흘러내려 화상위험이 있어 잘라주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잘라줄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순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저지른 범행으로 피해자는 평생 흉터와 정신적 고통을 지닌 채 살아가게 됐다”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나 피해복구를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 R&D투자 세계 5위, 노벨과학상 0명… 창의적 ‘K사이언스’가 답이다

    R&D투자 세계 5위, 노벨과학상 0명… 창의적 ‘K사이언스’가 답이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제안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현 정부의 성과에 대한 평가 및 비판과 더불어 한국의 현재 좌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그 담론 중 하나가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이다. 한국은 수출이나 국내총생산(GDP) 같은 지표나 숫자에선 어엿한 덩치의 선진국이다. 하지만 과연 국가와 사회를 이루는 제 분야에서 대한민국은 총체적인 선진국이라 할 수 있나 하는 의문도 적지 않다. 서울신문은 연중 기획으로 이런 의문에 대답하는 시리즈를 내보낸다. 첫회는 기초과학. 선진국을 규정하는 척도는 경제와 사회문화 등 다양하겠으나 과학기술 수준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겠다. 주요 7개국(G7) 등 대부분의 선진국이 과학 강국이고, 현대 사회경제 체제가 과학기술의 혁신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초과학 분야의 선진국은 막대한 규모의 연구비를 오랜 기간 투입해, 질과 양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논문을 생산하며 인류의 과학 발전과 혁신을 선도하고 있는 나라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나라가 기초과학 분야의 선진국인지 여부는 이 세 가지 관점에서 G7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연구비, 논문, 과학발전 선도 연구비부터 보자.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20년 기준으로 94조원(789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다. 이미 G7 국가 중 중간 정도라 한국은 연구개발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GDP 대비 연구개발비 투입 비율은 4.81%다. 중국과 G7 국가들의 비율인 2~3%를 훨씬 넘고 인구 1인당 연구개발비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영국, 프랑스 등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특히 정부의 총예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다수의 국제적인 평가기관들이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연구개발 비중이 높고 기술혁신에 많은 투자를 하는 나라로 손꼽는다. 문제는 연구개발비의 기초과학 투자 비중인데 우리의 경우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약 30%를 기초 연구에 투자하고 있어 선진국적 구조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연구자가 주도하는 기초연구 예산을 2017년 1조 2600억원에서 2022년 2조 5500억원으로 5년간 두 배 이상 증액했다. GDP 대비 기초연구비 비중도 0.7%(2019년 기준)인데, 이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음으로 기초과학의 연구 성과물인 논문을 보자. 한국의 논문 발표량은 세계 12위다. 전 세계 논문의 3.45%다. 연구비 투입이 세계 5위임을 감안하면 높지 않지만 연구비 증가에 따라 논문 발표량도 착실하게 늘고 있다. 2011년부터 10년 동안의 논문 수 증가율이 65.1%다. 중국의 뒤를 이어 세계 2위로 8~40%인 G7 국가들과 비교해도 연구 성과의 산출이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구비당 논문 발표량은 미국, 독일, 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이고 인구 1인당 논문 수 역시 영국, 독일, 미국 다음으로 세계 4위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논문 발표량이 12위라는 점만 보고 연구 생산성을 회의적으로 보지만 논문의 양적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연구는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으며 G7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과학연구의 질적 수준과 인류에 대한 기여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자. 정량 평가는 어렵지만 논문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나타내는 피인용 수(다른 논문에서 인용된 횟수)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논문 한 편당 피인용 수가 7.57회로 세계 34위다.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에 크게 뒤질 뿐 아니라 중국에도 뒤지는 수준이다. 다만 2018년 이후 일본을 추월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지표다. ●의미 있는 과학적 성과가 중요 과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논문들로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에 게재된 것 중 피인용 수 세계 상위 1% 이내인 고인용 논문(Highly Cited Papers·HCP) 수를 살펴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HCP는 최근 10년간 5716편으로 세계 14위에 머물러 있다. 과학 연구의 질적 수준을 계량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간접 지표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수준이 G7 선진국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보는 데 무리가 없다. 노벨상 수상도 하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데 아다시피 노벨상은 논문 피인용 수를 계량해 선정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세계인의 관점에서 의미 있는 과학적 성과가 더 중요하다. 최근만 봐도 힉스 입자의 발견, 중력파와 블랙홀의 관측, 유전자 조작기술 발명,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터 개발 등이 있다. 여기에 준하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 주요 과학 기관과 매체들이 발표하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연구 업적에 한국의 연구 결과가 자주 거론되는 단계에 올라섰을 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세계 과학계를 선도하는 기초과학 선진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과학 발전과 인류 문명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보면 우리 기초과학의 수준은 더 명확해진다. 민간과 정부가 투자를 확대한 1990년대 이후부터 보더라도, 아직 세계 과학계에 큰 영향을 주고 과학 발전과 인류 문명에 유의미하다고 평가받을 성과나 업적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아직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밀접한 이유일 것이다. 세 가지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기초과학은 양적으로는 충분히 성장했으나 질적 수준은 아직 선진국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준다.●질적 대전환 이뤄야 그렇다면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할지도 분명하다. 지금까지는 선진 과학에 도달하기 위한 양적 성장의 과정이었다면 앞으로는 양과 질의 대전환, 즉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결과 산출에 집중해야 한다.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는 단지 피인용 수가 높은 연구를 뜻하지 않는다. 선진국의 과학은 막대한 연구비 투입, 논문의 산출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의 과학적 연구를 선도하고 놀라운 발명 및 발견을 통해 과학 발전의 중요한 문제에 해답을 내놓으며 연구들을 장기간 축적해 인류를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며 혁명적 문명 발전을 이끌어 왔다.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는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 중 과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해답을 주는 연구여야 한다는 의미다. 실천과 도달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그렇기 때문에 효과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핵심적인 전략 요소는 ‘창의적인 연구에 대한 장려’다. 아직 우리나라 과학계는 선도 연구대학들조차 이러한 높은 수준의 연구를 장려하고 높은 기준으로 교수들을 평가하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논문 수를 세고, 피인용 수를 세며, 외국 교수들의 추천서에 의존한다. 정부 연구과제 평가는 말할 필요도 없다. 전 인류가 현재 열광하고 있는 케이팝과 케이무비의 성공 요인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우리만의 독창적인 콘텐츠와 방식으로 접근한 데 있다. 마찬가지로 전 세계의 과학과 인류 문명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면서도 선진 각국에서 주도하는 과학 연구와는 다른 독창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빠르게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나아가는 K사이언스의 길이 될 것이다. 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염한웅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호쿠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쿄대, 연세대, 포스텍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2017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으로 위촉됐다. 고체물리학 연구자로서, 특히 금속 원자선 전자물성 분야를 창시하고 세계적 분야로 확립한 석학. 200편 이상 논문을 발표하고 금속원자선을 활용하는 새로운 정보처리방식인 솔리토닉을 주창했다. 미국물리학회와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펠로로 선임됐으며 2015년 한국과학상, 2016년 인촌상, 2017년 경암상 등 주요 국내 과학상을 수상했다.
  • 지역민 끼리만 먹기 아까운 향토음식으로 미식여행 유혹

    지역민 끼리만 먹기 아까운 향토음식으로 미식여행 유혹

    경남도와 경남관광재단은 서부경남 7개 시·군 대표 향토음식을 선정해 홍보에 힘을 쏟는다고 26일 밝혔다. 지역민 끼리만 알고 먹기에 아까운 향토 음식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에 선정된 경남 서부권 7개 시·군 대표음식 14가지는 음식학계와 외식 관련기관, 요리전문가, 관광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경남 서부권 대표음식 선정위원회’에서 음식 빅데이터 자료와 시·군 의견을 수렴해 선정한 것이다. 진주시와 의령·하동·산청·함양·거창·합천군 등 7개 시·군별로 대표 음식을 2개씩 선정했다. 경남도는 앞서 2020년에는 경남 남부권인 통영·사천·거제시와 고성·남해군 등 5개 시·군 대표음식을 선정했다. 경남 서부권역은 바다와 접하지는 않았지만, 재해가 적으며 산과 들이 울창하고 넓어 지리적으로 계절마다 생산되는 채소와 과일이 풍부하다. 선정된 서부권 지역 대표음식은 축산업이 발달한 소도시라는 특징으로 주로 과일과 육류를 소재로 한 음식이다. 진주시 대표음식에는 진주냉명과 진주비빔밥이 선정됐다. 진주냉면은 갖가지 해물에 표고버섯 등을 우려 육수를 만들고 메밀에 감자나 고구마 전분이 섞인 면을 쓴다. 진주비빔밥은 육회비빔밥 또는 꽃밥이라고도 불리며 사골국으로 밥을 짓고 육회를 꼭 얹어 먹는다. 의령군 대표음식으로는 메밀국수(소바)와 망개떡이 선정됐다.의령메일국수는 장조림을 찢어 고명으로 올린다. 다른 첨가물은 쓰지 않고 신선한 팥 앙금만 채운 떡을 망갯잎으로 싼 망개떡은 의령 명물이다. 하동 대표 음식은 참게가리장과 재첩국이다.참게가리장은 섬진강에서 나는 참게를 곡물과 함께 통째로 갈아 걸쭉하게 끓여내는 향토음식으로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다. 재첩국은 섬진강에서 채취하는 손톱크기 작은 조개에서 우러나는 국물이 담백하고 시원해 최고의 해장국으로 꼽힌다. 산청군 대표 음식은 약초한정식과 어탕국수가 선정됐다. 산청 약초한정식은 1000여종의 야생 약초가 자라는 지리산에서 채취한 약초로 요리해 향긋하고 쌉싸름한 자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산청 경호강 일대에서 잡은 민물고기를 고아 만든 육수에 제철 채소를 곁들인 어탕국수는 담백하고 얼큰한 국물맛이 일품이다. 함양군 대표음식으로는 갈비탕·찜과 흑돼지가 뽑혔다. 지리산 자락 함양군 마천면 일대에서 사육하는 흑돼지는 부드럽고 쫄깃한 육질과 식감이 뛰어나다. 거창군 대표음식에는 고추 다대기와 애우·애도니가 선정됐다. 고추 다대기는 청양고추와 마른멸치를 볶아 만든 만능 양념장으로 밥과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애우·애도니는 거창 덕유산 청정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쑥을 먹고 자란 거창 축산 브랜드다. 합천 대표음식은 돼지국밥과 율피떡이다. 합천 돼지국밥은 뽀얗고 진한 국물 맛이 특징이다. 율피떡은 율피(밤 껍질)를 제거하지 않은 밤 가루로 만든 떡으로 율피의 떫은 맛은 덜고 영양을 살렸다. 경남도와 경남관광재단은 경남의 미식여행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홍보 방식으로 경남의 맛을 적극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남도는 이번에 선정한 서부권 대표음식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야기형식(스토리텔링)으로 정리한 안내책 ‘경남 미식감각’을 제작해 도내 관광안내소 등에 비치했다.
  • 온몸으로 맛 표현하는 모델… 보는 재미도 ‘꿀맛’

    온몸으로 맛 표현하는 모델… 보는 재미도 ‘꿀맛’

    오뚜기가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배우·댄서를 제품 광고에 활용하며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말 대표 제품인 ‘진라면’과 ‘육개장 컵’의 광고 모델로 배우 남궁민을 발탁하고 새 광고를 공개했다. 오뚜기는 남궁민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건강한 이미지가 진라면·육개장 컵의 특장점을 살리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해 모델로 기용했다고 전했다. 새로운 진라면 광고는 ‘진라면이 라면의 진리’라는 콘셉트로, 담백한 순한맛과 얼큰한 매운맛이 지닌 두 가지 매력을 담아냈다. 특히 순한맛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미소와 매운맛에 어울리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이는 남궁민의 모습을 교차로 보여줘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다. 평소 진라면을 즐겨 먹는다는 남궁민은 촬영 내내 능숙한 면치기로 현장 스태프들의 식욕을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함께 공개한 육개장 컵 광고는 ‘양은 20%, 맛은 200% 벌크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남궁민의 탄탄한 건강미를 활용했다. 검은 민소매 차림의 남궁민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운동에 집중하는 장면을 통해 양과 맛 모두 업그레이드된 육개장 컵의 매력을 표현했다. ●댄서 노제, 화려한 춤동작으로 매운맛 전달 화끈한 매운맛을 품은 ‘열라면’은 ‘힙’의 대명사로 떠오른 댄서 노제와 만나 더욱 ‘핫’해졌다. 지난해말 오뚜기는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댄스 크루 ‘웨이비’의 리더 노제를 열라면 모델로 발탁하고, 신규 광고를 온에어했다. 영상에서 노제는 높게 땋은 양갈래 머리에 진한 레드립 메이크업으로 등장해 카리스마와 귀여움을 넘나드는 매력을 선보였다. 새 광고는 ‘요즘 매운맛’을 콘셉트로, 노제의 강렬한 눈빛과 화려한 춤동작을 통해 열라면의 화끈한 맛을 생동감 있게 표현했다. 영상 후반부에는 칼칼한 국물을 맛보고 감탄하는 노제의 모습과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나란히 구성해 매운맛을 강조했다. 또한 ‘화끈하면서 확 끌려야지, 나처럼’, ‘요즘 매운맛, 이게 진리야’ 등의 멘트를 통해 열라면의 존재감을 자신과 비유해 차별화 있게 표현했다.
  • [핵잼 사이언스] 465일간 터지지 않은 비눗방울, 세계 신기록…비결은?

    [핵잼 사이언스] 465일간 터지지 않은 비눗방울, 세계 신기록…비결은?

    프랑스 물리학 연구진이 465일 동안 터지지 않은 비눗방울로 기네스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릴대학 연구진이 단 몇 초 만에 터져버리는 비눗방울을 오래 유지하고자 사용한 것은 무색투명의 냄새가 없고, 공기 중 수분을 흡수하는 능력을 갖춘 글리세린과 일명 ‘가스 구술’이다. 2015년 개발된 가스 구술(방울)은 표면이 미세한 플라스틱 구체로 보호돼 거품이 터지는 현상을 막아준다. 독성 가스와 같은 기체 또는 거품을 안정화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개발됐지만, 가스 구술이 터지지 않은 채 얼마나 오랜 시간 지속하는지에 대한 실험 결과는 없었다.연구진에 따르면, 대기 환경에서 비눗방울을 금방 터지게 하는 원인은 3가지다. 비눗물을 흘러내리게 하는 중력, 비눗물의 양을 감소시키는 증발, 그리고 공기 중에 존재하는 원자 속 미세한 원자핵 등이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비눗방울, 가스 방울, 글리세린을 추가한 가스 방울 3가지를 만들고 수명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일반 비눗방울의 수명은 약 1분, 미세 플라스틱 입자로 보호되는 가스 방울은 최대 1시간이었지만, 글리세린을 추가한 가스 방울은 무려 465일 동안 터지지 않았다.연구진은 “글리세린 및 비눗방울의 표면을 감싸주는 플리스틱 입자가 비눗방울을 금방 터지게 했던 불안 요소들을 동시에 제거했다. 글리세린이 증발 문제를, 표면의 플라스틱 입자가 중력의 문제를 막아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리세린은 비눗방울의 표면에서 물 분자를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또, 물 증발을 막아주고 비눗방울의 벽면이 얇아지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비눗방울이 단시간에 터지는 것을 방지한다”면서 “이런 글리세린과 가스 방울을 만드는데 사용된 미세한 플라스틱 입자가 더해진 비눗방울은 대리석 표면과 닿았을 때도 터지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터지지 않은 비눗방울은 안정적인 형태의 거품을 만들거나, 안전하게 가스를 저장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이번 실험의 결과가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터지지 않은 비눗방울' 세계 신기록에 속한다고 전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미국물리학회(APS)가 발행하는 학술지 피지컬 리뷰 플루이드(Physical Review Fluids) 최신호에 실렸다.
  • 보드라운 고기, 눅진한 육수 ‘영혼의 보양식’

    보드라운 고기, 눅진한 육수 ‘영혼의 보양식’

    놋그릇에 갖가지 고기 편육과 채소 등의 재료를 푸짐히 담아 둥그렇게 둘러앉아 육수를 부어 가며 사이좋게 먹는 음식, ‘어복쟁반’. 업진살, 양지머리 등 소의 뱃살과 젖 부위에 해당하는 유통살 등 암소의 연한 가슴쪽 살들을 이용해 만드는 전골 음식이다. 어복쟁반은 평양의 상가에서 생겨나 발달했으며, 이른 아침에 주로 먹는 음식이었다고 여러 증언을 통해 전해진다. 상인들은 서로 흥정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거나 다투게 될 때 쟁반 한 그릇을 함께하며 감정을 풀었다고도 한다. 그야말로 ‘정’의 음식이다.북의 조선어사전에서는 ‘소의 갈비 밑 배 부분에 있는 연한 살’을 ‘어북살’로 정의하고 있고, 우리 국어사전에는 어북살의 정의가 없기에 어북쟁반이 맞는 표현이지만 현재 대중적으로는 ‘어복쟁반’으로 쓰이고 있다. 두 해째 이어지는 거리두기로 여럿이 모이지는 못하지만, 삼삼오오 모여 정을 나눴던 따뜻한 공동체 음식 어복쟁반을 찬찬히 살피며 온기를 느껴 보자. 서울 충무로역 6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큼직하게 걸린 굵은 필기체의 진고개①. 붉은 네온과 초록 네온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간판 글자에서부터 맛에 대한 자신감이 강렬하게 느껴진다. 1963년부터 영업을 이어 온 노포 중의 노포로 유서도 깊고 맛도 깊은 곳이다. 처음 진고개에서 어복쟁반을 맛봤을 때 충격의 크기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안 그래도 큰 테이블을 압도해 버리는 엄청난 크기의 놋쟁반. 여기에 바닥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 담긴, 아니 쌓인 고기와 채소들. 떡과 만두, 달걀, 각종 버섯, 양지와 사태에 이르기까지 퍼도 퍼도 끝없이 나오는 재료들의 푸짐함과 냄새만으로도 진국임을 딱 알아볼 수 있는 국물에 그대로 첫눈에 반해 버렸다. 국물에 끓던 뜨거운 고기를 아무렇지 않게 손으로 북북 찢어 접시에 담아 주시는 아주머니 모습에 한 번 놀라고 국물을 촉촉하게 품은 따뜻하면서 세상 부드러운 살코기에 많이, 아주 많이 놀랐다. 지금까지도 진고개를 생각하면 온몸과 감정이 사르르 녹는 느낌이다. 현대적인 느낌과 한정식의 정갈함을 꾹꾹 눌러 담은 한남동 미미담②의 어복쟁반. 고퀄리티의 한우 수육을 올린 어복쟁반을 푸짐하게, 고급스럽게 내면서도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대중에게 한 발짝 다가간 점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직접 담은 궁중 보쌈김치를 함께 제공해 메뉴판을 두 번 세 번 확인하게 하는 그야말로 믿기지 않는 가성비를 자랑한다. 차돌과 양지, 우설, 사태, 머릿고기 등 기가 막힐 정도로 똑 떨어지게 커팅한 수육들은 수북이 쌓인 야채를 산처럼 탄탄히 에워싸고 있다. 야채 안에는 또다시 스지, 양, 치마살 등 국물을 풍성하게 북돋아 주는 재료들이 숨어 있고 버섯 종류만 해도 은목이, 검은목이, 새송이 등 다양한 맛과 식감으로 가득해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는 재미가 있다. 국물이 졸아들 때마다 한우 갈비덧살과 사태를 가득 넣고 끓여 깔끔하게 낸 육수를 첨가하면 야채산 곳곳에 스며들어 끓으면서 시원한 맛으로 보답한다. 강남 일대 거주민의 평양냉면에 대한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청담동 피양옥③은 모던하면서도 중후한 매력이 공존하는 곳이다. 기존 이북음식점의 기본기를 탄탄히 가져가면서, 현대적인 감성이 곳곳에 묻어나기 때문이다. 피양옥의 어복쟁반은 최근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평양음식 전문점의 지표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쟁반 중간에 늘상 놓여 함께 끓던 간장종지 대신 푸짐한 야채와 더욱 다양한 부위의 고기로 대체한 것이다. 더불어 꼬리한 치즈맛이 나는 유통, 식감이 매력적인 우설, 국물에 풍미와 맛을 더하는 생살치살 등 고기의 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수육종합세트 스타일을 구성했다. 계절에 따라서 가을에는 자연산 송이를, 이 외에는 능이를 추가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새로운 국물 맛을 끌어내는 창의성이 돋보인다. 으뜸으로 기운을 보충하는 집이라는 의미의 성수동 원기옥④. 모던 중의 모던, 온통 은빛으로 점철된 입구부터 화이트톤의 깔끔한 내부 공간은 젊고 트렌디한 기운이 안팎으로 낭낭하다. 원기옥에서는 어복쟁반의 변주로 ‘한우 보양전골’이라는 메뉴를 내고 있다. 한우양지 삶은 물과 능이버섯 달인 물을 섞어서 육수를 만들고, 산낙지를 얹어 그야말로 보양의 끝판왕을 만들었다. 쟁반의 반 이상은 머릿고기부터 차돌, 사태 심지어 내포, 우설, 새끼보, 꼬리까지 열 가지에 달하는 부위를 총집합해 소 한 마리의 기운을 담아냈다. 여기에 유명 만화 ‘드래곤볼’의 원기옥에서 착안한 별을 당근으로 형상화해 재미와 위트마저 담았다. 푸드칼럼니스트
  • 지친 몸·마음 녹일 뜨끈한 국물

    지친 몸·마음 녹일 뜨끈한 국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친 12일 오후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중구 서문시장 국수골목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대구 뉴스1
  • [안도현의 꽃차례] 태평추를 아는가/시인

    [안도현의 꽃차례] 태평추를 아는가/시인

    잔치가 끝났다. 왁자지껄하던 손님들도 돌아가고 마당에 눈은 푸슬푸슬 내린다. 고방에 쇠고리로 꿰어 걸어둔 돼지고기는 고들고들해지고 모처럼 만든 메밀묵도 시렁 위에서 차갑게 식었다. 늦가을에 묻어둔 김장독 부근에도 눈발이 기웃거린다. 이런 날 외할머니는 비계가 많은 돼지고기와 익은 김치를 잘게 썰어 볶았다. 냄비에 우려낸 자박한 멸치육수에다 고기와 김치를 넣고 그 위에 채로 썬 메밀묵을 올리고 한소끔 끓였다. 그 위에 마른 김 가루와 깨소금을 뿌렸다. 달걀 지단과 초록의 대파와 미나리를 올린 것 같기도 하다.  점심 밥상 위에 오른 그것을 태평추라고 했다. 국물이 식기 전에 우리는 서둘러 후룩후룩 태평추를 떠먹었다. 메밀묵은 뜨끈하게 입속으로 들어갔고 가끔 고기 씹히는 맛이 혀에 닿았다. 묵을 거의 다 건져 먹을 무렵에는 몇 숟가락 밥을 말아 먹었다. 한두 번 태평추를 맛봐야 혹한이 지나갔다. 태평추는 여름에는 잘 만들어 먹지 않는 음식이다.  묵밥이 아니다. 김치찌개가 아니다. 돼지고기 두루치기도 아니다. 경북 북부지방, 특히 예천에서는 그 음식을 태평추라고 했다. 이 음식이 왜 태평추라는 이름을 갖게 됐는지 설명해 주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다. 그이들은 음식명의 어원을 따져볼 겨를이 없이 살았다. 우선 먹고사는 일이 급했으므로.  태평추와 유사한 음식으로는 궁중에서 먹었다는 탕평채가 있다. 탕평채에는 청포묵과 소고기와 채소와 버섯 등이 들어간다. 이 둘은 재료가 아주 유사하고 소리도 비슷하다. 추측건대 태평추는 탕평채를 흉내 낸 음식이거나 그 발음의 변형일 것이다. 문자에 밝지 못한 서민들이 ‘탕평’보다는 ‘태평’에 더 끌렸을 수도 있다. 세상은 줄곧 태평하지 않았으니 태평추를 먹으며 태평성대를 그리워했을지도 모른다.  태평추는 도토리묵으로 만들지 않는다. 반드시 메밀묵이어야 한다. 토양이 기름진 고장에서는 메밀을 잘 심지 않는다. 메밀은 건조하고 척박한 땅, 자갈이 많은 비탈진 곳에 주로 심는다. 백석의 시 ‘국수’는 북방의 음식으로서 메밀국수, 즉 냉면을 말한다. 메밀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자라는 작물이다.  비빔밥이나 국밥은 전국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지만 태평추를 메뉴로 내놓는 음식점은 내가 알기로 열 군데 남짓이다. 예천의 통명묵집, 동성분식, 청포집이 대표적이고 안동, 영주, 대구에도 몇 집 있다고 들었다. 이 특별할 게 없는 음식을 특별하게 여기는 또 다른 이유는 그 이름 때문이다. 태평추, 글자 하나하나마다 격한 거센소리가 두음으로 자리잡고 있어 발음해 보면 마치 벼랑을 때리는 파도 소리 같기도 하다.  올해는 각종 선거가 코앞이다. 후보자들이여, 고관대작이 되기를 바란다면 서민의 밥상에 무엇이 오르는지 알아야 할 것이다. 부디 남과 북을 나누지 말고 동과 서를 가르지 말라. 당선이 되거든 인재를 고루 탕평하게 등용하고 어떻게 태평성대를 만들 것인가 궁리하라.
  • 낙지 냉연포탕을 아시나요..신안군 섬음식 백서 발간

    낙지 냉연포탕을 아시나요..신안군 섬음식 백서 발간

    “낙지냉연포탕을 아시나요” 연포탕은 예부터 싱싱한 낙지를 탕국으로 끓여 먹는 전통 보양식의 하나다. 보통 다시마· 건멸치·마늘·양파 등으로 육수를 우려낸 뒤 그 국물에 산낙지를 살짝 데치는 정도로 끓여낸다. 부드럽게 씹히는 육질이 일품이다. 뜨끈한 국물맛으로 숙취 뒤 해장국으로 그만이다. 부드럽고 깔끔한 뒷맛으로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나 남녀노소가 즐긴다. 낙지가 가장 많이 잡히는 전남 신안 지역에서는 연포탕을 차갑게 조리해 즐기기도 한다. 이런 방식으로 요리한 ‘낙지냉연포탕’을 비롯한 남도 갯가 사람들이 즐기는 해물 요리 등을 한데 모은 책이 나왔다. 신안군은 7일 섬 지역의 전통 음식을 처음으로 조사해 정리한 ‘신안군 섬음식 백서’를 펴냈다고 밝혔다. 1000 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신안군은 계절에 따라 많이 잡히는 어류와 조개류,해조류 등이 다양하다. 이번에 펴낸 ‘신안군 섬 음식 백서’에는 섬에서 나는 온갖 식재료와 음식 이야기·조리법 등을 담고 있다. 군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사람이 살고 있는 76개 섬을 직접 찾아 기록한 304가지 음식을 총 정리했다. 특히 육지 사람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갈파래를 비롯 감태·김 등 해조류와 민어·홍어·황석어·농어·병어·낙지 등 어류, 전복·거북손·새우·꿩· 흑염소 등 42개의 대표적 향토 식재료를 소개했다. ‘자산어보’‘산림경제’ 등 옛 문헌에 기록된 각 식재료가 서식하는 장소와 생태 등도 보여준다. 신안 사람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 100가지 음식에 대한 조리법도 자세히 소개돼 있다. 책에 실린 조리법은 현재 지역 주민들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그대로다. 낙지가 많이 잡히는 신안에서는 ‘낙지연포탕’을 육지와는 다르게 차가운 ‘냉연포탕’으로 즐긴다. 또 김을 이용해 물김 초무침, 물김 굴볶음, 김장아찌, 물김 해장국 등도 소개됐다. 이처럼 ‘섬음식재료와 섬음식’ ‘권역별 대표음식 재료의 종류와 생산시기’ ‘섬음식 종류(340선)’ ‘섬음식의 정의’ ‘섬음식의 식재료별 역사적 고찰’ ‘효능’ ‘조리법’ 등이 망라돼 있다. 섬 음식은 풍토와 전통 그리고 생활의 지혜로 빚어진 신안의 고유문화다. 그러나 식생활의 변화, 가공식품과 수입농산물의 범람, 연도교의 건설, 섬주민의 노령화 등으로 점차 사라져갈 위기에 놓였다. 신안군은 이런 섬 음식을 되살리고 전통 조리법을 보전하기 위해 백서를 발간했다. 관광산업·식품산업 육성하고 섬음식 산업화를 위한 홍보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박우량 신안군수는 “점점 사라져가는 섬 음식을 기록하고 신안의 맛과 멋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섬 음식 백서를 냈다”고 말했다.
  •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원하지 않기를 원하기/뉴스페퍼민트 대표

    [이효석의 신호를 찾아서] 원하지 않기를 원하기/뉴스페퍼민트 대표

    언제부턴가 직장에서 점심을 고를 때 의견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을 같이 먹을지 정하는 것은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권력이다. 사회적 위치가 오르고 내 의견이 잘 반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작은 영역에서라도 타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견에 조심하기 시작했다. 식사 메뉴를 고르지 않는 것은 그 작은 실천이다. 물론 나도 원하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그러한 바람 자체가 생물학적, 혹은 사회적 요인에 의한 것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금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이유는 어젯밤 나의 선택이 지금 내게 추가적인 수분과 염분의 섭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날씨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특정한 음식을 섭취했던 순간의 복합적인 기억은 지금 내 몸의 생물학적 요구와 맞물려 내게 해당 음식을 원하게 만든다. 사회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타인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이 지능의 진화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내 모든 바람에 의심을 가지게 만든다.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많은 가치를 부여하지만, 대부분은 나 자신의 고유한 개성이 아니라 멀게는 타인이 부여한 가치의 영향이며, 가깝게는 어젯밤 우연히 본 PPL 광고 속 물건과 같은 것이다.무언가를 원함으로써 의견 차이가 드러나고 때로 다툼이 발생하는 것 또한 이런 회의적 태도를 확고하게 만들었다. 한동안은 바라는 것이 다른 이들 간에도 합리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적어도 정치적 문제가 아닌 이슈에 대해서는 객관적 사실에 합의하고 동일한 논리적 규칙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모든 이슈가 정치적 문제로 수렴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결국, 나는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선언하게 되었다. 물론 집단에 속하기를 원하고 그 집단의 승리를 자신의 승리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따라서 이를 거부하는 이런 주장을 어떤 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상대 진영의 프로파간다에 속아 넘어간 사실을 감추려는 포장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철지난 허무주의나 상대주의의 하나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 한 번 만이라도 진정 어떤 것도 원하지 않는 순간의 자유를 경험한 이들은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한 칼럼에서 마르셀 뒤샹의 말을 보았다 “나는 나 자신의 취향에 따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반박해 왔다.” 뒤샹이 꼭 나와 같은 이유로 이렇게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취향이 한계를 정하고 스스로를 얽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진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이 가진 편향을 배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나와 같은 입장이라 생각한다. 인간이 가진 비합리성과 편향, 오류에 대한 보고는 무수히 많다. 지금까지 연재한 칼럼들의 상당수는 어떻게 하면 그러한 함정을 피해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인지를 다룬 것이다. 원하는 것이 생기는 순간 인간은 예측 가능 해지며 타인의 게임으로 들어가게 된다. 원하지 않아야만 그것을 얻을 수 있다는 모순적인 표현이 현실이 되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다. 쇼펜하우어의 ‘인간은 무엇을 원할지 선택할 수 없다’는 말처럼 무언가를 원하게 되는 것 또한 인간의 의지 바깥의 일이며, 따라서 나 역시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단지 그 마음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공개적인 선언이야말로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 생각하며 그것이 이 칼럼의 목적이다.
  • 주문 밀려도 원자재 없어 가동 ‘뚝’…“더는 못 버텨요” 유리공장의 눈물

    주문 밀려도 원자재 없어 가동 ‘뚝’…“더는 못 버텨요” 유리공장의 눈물

    “하루 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한두 달은 버티겠지만, 그 이상은 힘들 겁니다.” 지난 20일 찾은 전북 익산의 한 유리공장. 작업이 마무리될 무렵인 오후 3시, 공장 앞 휑한 공터가 눈에 들어왔다. 죽은 동물의 뼈처럼 앙상해 보이는 빈 유리거치대 여러 개가 널브러진 살풍경에 이곳이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국 각지의 건설 현장으로 보낼 유리 제품이 가득했던 현장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예년엔 생산량이 너무 많아 거치대가 부족했는데 이젠 대부분이 존재 목적을 잃은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생산라인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직원 스무 명이 공장을 간신히 돌리고 있었다. 이 업체는 유리 중에서도 아파트나 상가 외벽에 쓰이는 ‘복층유리’를 생산한다. 판유리를 접착해 만드는 것으로 방음, 단열 효과가 일반 유리보다 뛰어나다. 유리를 접합하는 공정이 핵심인데, 이날은 라인 3개 중 2개가 가동을 멈춘 상태였다. 가동률은 평소의 40% 남짓이다. 공장이 어려워진 건 일감이 없어서가 아니다. 주문은 여전히 밀려든다. 그러나 복층유리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실리콘, 판유리 등 원자잿값이 급등하면서 사정이 악화했다. 공급사들은 하루가 다르게 가격을 올리고, 최근에는 웃돈을 줘도 구하지 못하는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재료가 없으니 기계도 사람도 도리 없이 멈춰 섰다. 작년엔 하루 평균 1만 6000평(생산단위)의 유리를 제작했는데, 지금은 절반도 벅차다. 2019년 매출 380억원, 지난해 340억원을 낸 회사는 영업이익률도 4%로 꽤 건실한 곳이다. 올해는 매출이 260억원으로 고꾸라진데다 손실은 더욱 커 적자전환이 예상된다.“저희를 시작으로 비슷한 회사들이 줄도산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리가 없으면 건물을 어떻게 짓습니까. 우리만의 문제가 결코 아닙니다.” 이날 만난 공장 임원 A씨는 이렇게 말하며 “최근 원자잿값 인상은 중소 하도급업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정부의 대기업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원자재 품귀가 산업 전방위를 덮치는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인 하도급업체를 배려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건축용 실리콘의 원재료인 금속규소(메탈실리콘)의 국내 가격은 지난 3분기 ㎏당 2919원으로 지난해 말(2322원)보다 26%나 올랐다. 이를 가공한 시공용 실리콘은 연초 대비 2배 이상 뛰었다. 판유리도 크게 올랐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투명유리와 칼라유리는 지난달 서울 기준 단위규격당(5㎜·182.9x304.8㎝) 1만 1600원, 9800원으로 올해 초보다 14%나 비싸졌다. 납기를 맞추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공장을 돌리지만,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여파는 일부 건설 현장에까지 미치고 있다. 국내 한 대형건설사가 시공하는 수도권의 지식산업센터는 이달 말까지 준공키로 했으나, 내년 2월로 연기됐다. 중견 건설사가 시공하는 충남의 한 아파트도 유리 제작 차질로 준공이 이달 말에서 내년 2월로 늦춰졌다. 원인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감산과 내수 위주의 공급책 탓이다. 건설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업계에서 “요즘 가격이 오르지 않은 광물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은 오래됐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334%), 코발트(113%), 알루미늄(31%), 망간(24%), 동(19%) 등 주요 광물들의 가격이 올해 초보다 급격하게 뛰었다. 피해는 전방위적이다. 실리콘값 폭등으로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인 한화큐셀은 올 3분기 957억원의 적자를 냈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다지만 하도급업체는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생산 차질에 따른 매출 감소에 더해 계약상 납기 불이행 등으로 원청업체와 소송전도 벌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현대자동차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1차 협력사 진원이 자금난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만 해도 매출 544억원에 영업이익 17억원을 냈지만, 반도체 공급난 등의 여파로 은행 빚이 200억원 이상 불어났다고 한다. 중소 업체들의 줄도산으로 제조업 생태계가 완전히 붕괴하기 전에 정부, 대기업 등 책임 있는 주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하도급업체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원자재 관세를 낮춰 가격 안정화에 힘써야 한다”면서 “대기업도 최저가 입찰제 개선, 제품 납기 연장, 공급 원가를 반영한 계약 가격 현실화 등을 통해 중소하청업체들이 어려운 시기를 지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굴과 매생이와 삼합… 바다를 상에 올리다

    굴과 매생이와 삼합… 바다를 상에 올리다

    늘 미시(微視)를 앞세웠지만 이번엔 미식(美食)이다. 물론 미시(missy)는 더욱 아니다. 산과 들, 바다에 든 풍년을 마지막으로 신축년(辛丑年)을 마무리하는 연말, 풍요의 고장 전남 장흥으로 맛 좋은 여행을 떠나 보려 한다. 문림의향(文林義鄕)의 정남진 장흥(長興) 땅은 ‘길게 흥하라’는 이름 뜻 그대로 모든 것이 풍요로운 고장이다. 기름진 득량만 바다를 끼고 호남 명산 천관산을 등에 이고 선 장흥은 탐진강이 그대로 관통하는 천혜의 지세를 자랑한다. 특히 맛난 먹거리에는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다. ‘장’(腸)이 흥(興)한 장흥이다. 물안개 구름을 허리춤에 찬 산에는 구수한 표고버섯이 이미 지천이며, 한우도 속살에 기름을 찌우는 시기다. 차가운 겨울 바닷물이 득량만에 흐르니 ‘꿀’ 같은 굴도, 매생이도 나고 전국 생산량 선두를 지키는 낙지도 여덟 다리로 춤을 춘다. 청정수역에서 자라 산(酸)처리를 할 필요 없다는 무산(無酸)김도 제철을 맞는다. 바야흐로 겨울 풍년가가 지금 장흥 땅에 메아리치고 있다. ●기름진 득량만과 명산 천관산 등에 진 곳 산과 숲, 강, 바다, 호수 그리고 시장. 이 모든 것이 식탁에 오르는 곳이 장흥이다. 키조개와 바지락 산지로 유명한 수문 해변은 유리투성이 도시에서 온 이들을 반긴다. 기름진 갯벌과 은빛 윤슬이 반짝이는 바다는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부잣집 주방 찬장처럼 먹거리로 넘쳐나니 과연 흐뭇한 생김새다. 서울과 수도권 사람들에게 경기 양주 장흥유원지로 귀에 익은 장흥군은 익숙한 지명이 꽤 많아 친근하다. 우선 안양시민이 좋아할 ‘안양면’이 있다. 용산구민이라면 ‘용산면’을 찾는 것이 좋겠다. 부산시민에겐 ‘부산면’이 있고 대전시민을 위한 ‘대덕읍’도 있다. 의사와 간호사는 ‘회진면’, 수험생은 ‘노력항’을 각각 돌아보면 뭔가 뿌듯해질 테다. 최근 입사한 인턴사원에겐 ‘대리’(회진면)를 추천한다. 은행에 지원할 생각이라면 ‘행원리’(장흥읍), 좀더 많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유치면’에 다녀오면 좋을 일이다. 살을 빼고 싶다면? ‘축내리’(장흥읍)가 있다. 먹거리에 앞서 지명부터 열거한 이유는 이를 기억하면 미식 여행을 다니기에 좋은 까닭이다. 사철 다양한 제철 먹거리를 내는 여다지회마을은 키조개로 유명한 안양면 수문 인근 바닷가에 있다. 득량만 바다를 그대로 ‘떠서’ 상에 차린다. 싱싱한 생선회와 곁들인 해물 반찬은 기본, 물이 좀더 차가워지면 새조개 샤부샤부, 곰장어 구이 등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바다 먹거리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경기 안양도 해물탕으로 유명하다. 바지락도 있다. 이른 봄이 제철이라지만 요즘도 맛볼 수 있다. 안양면 수문해변 가는 길에 바다하우스가 있다. 튼실한 바지락살을 수북이 무쳐 접시에 받쳐 내온다. 막걸리 초무침이라 살짝 새콤하면서도 달달하고 또 매콤하다. 집어먹다 밥을 비벼 바지락 비빔밥으로 맛보면 ‘끝’이다. 중간중간 뽀얀 바지락 국물을 떠마시면 아무리 급히 밥술을 떠넘겨도 잘 넘어간다. 간혹 바지에 흘린대도 그조차 바지의 낙(樂)이다. 사실 양이 많으니 서두를 것도 없다.●산더미처럼 석화 쌓아 놓고 꿀맛 굴맛 호강 안양역과 용산역이 1호선으로 이어지듯 안양면 옆은 용산면이다. 소등섬이 바라보이는 용산면 남포마을은 굴구이 마을로 통한다. 이곳에선 장작불을 때 갓 잡아 올린 신선한 석화를 구워 먹는다. 양동이에 석화를 산더미처럼 담아 놓고 불을 피워 주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처럼 한 손에만 장갑을 끼고 바로 굴구이를 맛보면 된다. 드럼통에 장작을 넣고 석화를 굽는 집도 있고 아예 화덕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건져 놓은 석화를 불에 올리고 기다린다. 껍데기가 슬쩍슬쩍 벌어지면 익은 것이다. 하나씩 까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굴을 집어다 입에 넣는데 자연산 굴맛이 가히 꿀맛이다. 마을에서 채취한 것이라 모양도 각양각색이다. 어쨌든 부지런 떨면 굴로 금세 배를 채울 수 있다. 굴이 비싼 유럽에서 온 이들이라면 정말 깜짝 놀랄 일이다. 장흥엔 굴구이 마을이 하나 더 있다. 관산읍 고마리~죽청리다. 남포마을에서 그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곳에도 바닷가를 따라 굴구이 집이 도열해 있다. 양식 굴을 쓰는 것과 직화 대신 잘라낸 드럼통 모양의 전용 번철을 쓰는 것이 남포마을과 다르다. 가스불로 가열하니 조절이 쉽다. 이 중 사계절 굴구이는 석화를 푸짐히 구워 먹고 난 후 의외의 메뉴로 마무리할 수 있다. 바로 짜장면이다. 원래 중국집을 운영하던 이곳 사장이 짜장면 메뉴를 준비해 놓았다. 신의 한 수다. 원래 굴이란 것이 기름기가 전혀 없는 탓에 배불리 먹는데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이때 옛날식 짜장면을 한 그릇 먹고 나면 궁합이 딱 맞는다. 남은 석화 몇 개를 까서 짜장면에 넣으면 감칠맛을 보강한 굴짜장면이 된다. 맛이며 양이며 완벽한 식사와 술자리가 된다. ●매생이를 넘기면 고소한 바다 향이 꿀꺽 겨울 제철 매생이는 회진면 내저마을이 유명하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매생이를 양식한 곳이다. “국내 최초로 매생이 양식에 성공한 곳은?”이란 질문에 “네! 저요”라고 외우면 까먹지 않는다. 까먹는 것은 굴과 키조개에만 한정될 일이다. 장흥에선. 내저마을은 청정해역이라 양식장만 있고 식당은 별로 없다. 대신 매생이는 장흥 토요시장에서 사거나 여느 식당에서 떡국 등으로 취급하고 있으니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굴을 넣은 뽀얀 국물에 보드라운 가발 같은 매생이가 가득이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올 리도 없겠지만 나온대도 못 찾는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면 술술 풀어진다. 처음부터 숟가락으로 떠먹으면 무척 뜨거우니 국수처럼 젓가락으로 집어먹는 편이 낫다. 김이 나지 않아 뜨거운지도 모른다. 매생이 양식장에도 ‘김’이 나지 않는다. 김과 매생이는 이래저래 상극이다. 고소한 바다 향이 뜨겁고도 시원한 국물과 어우러지며 식도를 타 넘는다. 목넘김도 좋고 비강으로 다시 튀어나오는 청정 바다의 향기가 놀랍다. 이것이야말로 식도락(食道樂)이다. 해마다 겨울에 매생이국을 떠넘기면 매생(每生)이 즐거워진다. 청태전차와 트레킹과 리버뷰… 강 따라 흥이 오른다장흥 읍내에는 탐진강이 흐르고 있어 관수하기 좋다. 읍내 한복판을 가르며 유유히 흐르는 청정 강물이 언제나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국사봉(613m)에서 발원해 장흥, 강진 등 남도 들녘을 두루 적시며 남해로 흘러드는 51.5㎞ 길이의 탐진강은 산책을 즐기기 좋은 공원으로도 손색없다. ●남해로 가는 탐진강 51㎞ 산책에 제격 강변 토요시장에도 맛있는 음식이 천지다. 꼬막이며 표고, 매생이, 황칠에 김부각까지 요것조것 살 것에다 만두집과 꽈배기를 파는 분식집, 드라마에 등장한 삼대곰탕, 몸에 좋은 소라낙지국밥을 파는 토정황손두꺼비국밥, 갖은 버섯에 해물과 닭고기를 넣어 끓이는 불금탕집 등이 토요시장을 토요일 하루만이 아닌 월화수목금토일 먹거리로 꽉꽉 채우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해장국과 소머리국밥을 잘 끓이는 한라네 소머리국밥, 갖은 찬에 백반이 맛있는 시골식당이 있어 아침부터 찾아도 좋다. 낮이라면 중국음식점에 들러 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디어다. 짜장면 하나를 시켜도 반찬이 여럿이다. 김치만 서너 종류를 내는 경성식당이 인심 좋은 ‘남도 장흥식 중국집’이다. 짜장면 하나에 한 상 가득 반찬이라니, 짜장을 남겨 밥을 아니 비빌 수 없다. ●낮엔 짜장면에 한상 가득 반찬 먹고 든든 중간중간 차를 마셔야 소화가 된다. 전통차라면 청태전차를 마시고, 커피와 디저트라면 곳곳에 근사한 카페가 있다. 보림사 뒷산에도 야생차가 날 정도로 장흥의 차 역사는 오래됐다. 1200여년 전 삼국시대부터 남해안을 중심으로 발달한 청태전(靑苔錢)은 ‘푸른 이끼가 낀 동전 모양 차’다. 야생 찻잎을 따서 가마솥에 덖고 절구에 빻은 다음 엽전 모양으로 빚어 발효시킨다. 맛이 순하고 향이 좋다. 안양면 수문 해변 가는 길에는 카페 팡야가 있다. 바다를 조망하는 2층 건물에서 단호박식빵, 브라우니 등 달달이 빵과 케이크, 쿠키 등을 커피와 함께 판다. 아무래도 전망이 좋으니 2층이 호젓하고 아늑하다. 읍내에서 우드랜드 가는 길에 있는 카페 팜파스는 전원적인 분위기 속 맑은 공기와 함께 커피를 마시며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자연 조망한 카페에서 차·빵 디저트 읍내에는 카페 원앤식스가 있다. 탐진강을 바라보며 갓 내린 드립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문을 열면 벌써 향긋한 커피 향이 코를 찌른다. 무엇을 먹었대도 뒷맛이 고급스러워진다. 풍광이 좋아 나른하게 머리를 기대고 장흥읍을 관망하기에 딱이다. 저녁이라면 단연 ‘장흥삼합’ 집이다. 이젠 전 국민이 다 아는 것이 장흥삼합이다. 읍내 토요시장 일대와 곳곳에 삼합을 내건 식육식당이 많다. 만나숯불갈비는 ‘칼 솜씨’가 좋은 사장이 직접 고기를 끊어 주는 식육식당이다. 한 차례 ‘칼바람’이 불더니 정남진 장흥 천관산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등 ‘감칠맛 삼총사’가 불판 앞으로 모여들었다. 삼합(三合)이란 세 가지가 서로 어울리는 것을 이른다. 뒤마의 삼총사나 삼국지의 도원결의를 생각하면 쉽다. 한우가 아토스라면 표고는 포르토스, 키조개 관자는 아라미스 격이다. 고소한 맛, 진한 향, 쫄깃한 느낌 등 각각 맡은 역할을 하는데 여기 마지막으로 달타냥이 등장한다. 삼합에 빠질 수 없는 소주다. 이로써 사합이 된다. 원래 천연조미료인 셋, 아니 넷이 육즙을 일제히 터뜨리며 외친다. “모두는 하나를 위해, 하나는 모두를 위해.” ●샤부샤부·주꾸미·메기탕… 끝없는 미식여행 감칠맛 나는 따끈한 샤부샤부 국물의 삭금주꾸미,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그윽한 청태전차, 불향 품은 볶음밥이 맛좋은 영춘원, 구수한 된장 국물에 투실한 메기 살점이 든 탐진강 메기탕, 환상적인 비주얼의 조개찜 등 안줏거리를 잘하는 사계절포장마차, 부들한 보쌈과 시원한 멸치국수가 자랑거리인 강의리국수, 이 계절만 한정해도 장흥 미식여행은 끝도 없다. 하루 종일 몇 끼나 실컷 먹어댄대도 ‘정 남진’ 않겠다. 연말 정남진 전망대로 임인년 신년 해를 맞으러 가는 걸 빙자해 ‘먹을 계획’을 미리 세워 두는 것이 좋겠다. 앗! 구경거리를 빠뜨렸다. 장흥군 문화관광과(www.jangheung.go.kr/tour)에 문의하면 친절히 잘 알려 준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볼거리 정남진은 광화문 기준 정확하게 남쪽 끝 지점을 뜻한다. 경도 126도58분35초다. 그대로 북쪽으로 선을 그으면 중강진이 나온다. 관산읍 신동리에 추파춥스 사탕처럼 생긴 정남진 전망대(사진)가 있다. ‘사원’들이 갈망하는 ‘대리’에 위치한 해양낚시공원은 득량만 앞바다에 낚시 전용 수상 콘도와 부잔교식 낚시데크 등을 갖춰 놓은 곳이다. 억불산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는 통나무주택, 황토주택, 한옥 등 숲속 숙박시설과 목재문화체험관, 목공건축체험장, 편백 톱밥 산책로 등 부대시설이 있는 곳이다. 겨울에도 늘 푸른 편백나무 숲에서 쉬어 갈 수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에서 쉬는데 읍내와 가까워 편의성도 그만이다.가지산(510m) 보림사는 인도 가지산 보림사, 중국 가지산 보림사와 함께 ‘동양의 3보림’으로 불리는 선종 명찰이다. 경내 3층 석탑과 석등(국보 4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국보 117호)을 비롯해 동부도, 서부도, 보조선사 창성탑 등 보물이 수두룩하다. 절집 뒤에는 수령 400년이 넘은 비자나무 군락이 있다. 맛집 장흥삼합=만나숯불갈비 곰탕=3대곰탕 생선회&해산물=여다지회마을 샤부샤부=용두동삭금주꾸미 소머리국밥=한라네 소머리국밥 보양식=불금탕 보쌈=강의리국수 조개찜=사계절포장마차 중국음식점=영춘원, 경성식당 매생이굴국밥=토정황손두꺼비국밥 굴구이=사계절굴구이 백반=시골집 바지락초무침=바다하우스 청태전=다예원 빵&디저트=카페팡야, 카페 팜파스, 원앤식스
  • 맑은 민물의 진미… 속이 확 풀리네요~

    맑은 민물의 진미… 속이 확 풀리네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뜨끈하고 얼큰한 민물 매운탕이 그리워진다. 민물 매운탕 가운데 꺽지·퉁가리·빠가사리(동자개)·매자·민물새우 등 제철 잡어로 끓여 내는 잡어매운탕이 제격이다. 속풀이나 술안주로도 안성맞춤이다. 전국에는 수많은 매운탕집이 있지만 청정한 동강과 서강, 주천강을 끼고 있는 강원도 영월 지역의 민물매운탕집들은 투박하고 깔끔한 토속적인 맛으로 승부를 내며 유명세를 타고 있다. 동강과 서강의 합류지점과 서강 쪽 매운탕집들은 메기·빠가사리·쏘가리 등 다양한 어종을 쓴다. 상류인 주천강변의 매운탕집들은 쏘가리·빠가사리 등 주로 맑은 물에서 사는 어종만으로 매운탕을 끓여 낸다. 매운탕은 빠가사리와 쏘가리 등 한 가지 어종으로 만들기도 하지만 제철에 잡은 다양한 민물고기를 넣고 끓이는 잡어매운탕이 대세다. ●꺽지·퉁가리·빠가사리·민물새우의 조화 동강·서강이 합쳐지는 지점에 있는 물레방아식당과 청령포 인근의 동강수산매운탕이 잘 알려졌다. 이들 식당에는 메기매운탕이 있다. 상류인 주천강변의 떡메매운탕과 용석삼거리쉼터식당은 잡어매운탕 위주로 승부를 건다. 이 지역 매운탕집들은 인근 강에서 잡은 물고기만을 사용한다. 남한강과 동강의 상류인 주천강은 맑은 물이 흐르는 청정 1급수에 가까운 수질을 자랑하는 곳이어서 매운탕 재료가 되는 어종도 꺽지·쏘가리·피라미·버들치·어름치·쉬리 등이 주를 이룬다. 겨울철에 접어든 요즘에는 쏘가리·퉁가리·빠가사리 등이 주요 재료다. 영월 지역 매운탕집을 찾는 손님들은 두번 놀란다. 싱싱한 민물고기와 각종 채소의 푸짐한 양에 한번 놀라고, 투박하면서도 얼큰하고 감칠맛이 나는 특유의 매운탕맛에 다시 놀란다. 이런 맛 덕분에 인근 원주와 제천은 물론 서울 등 수도권에서 찾는 단골손님들이 사계절 끊이지 않는다. 민물매운탕은 집에서 손수 담아 묵힌 찌개고추장(집고추장)을 냄비에 푸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고추장을 푼 물에 제철에 잡은 각종 잡어와 숭덩숭덩 썬 감자, 무를 넣고 센 불에 끓이다 숟가락으로 뜯어내는 밀가루 수제비를 넣어 한소끔 더 끓여 낸다. 이렇게 한 차례 끓인 매운탕에 쑥갓, 깻잎, 팽이버섯, 파, 마늘, 양파, 청양고추 등 채소를 듬뿍 올려 손님상에서 다시 끓이면 매운탕이 완성된다. 모든 채소는 큼직큼직하게 썰어 요리한다. 굵은 대파도 어른 손가락보다 길게 썰어 넣고, 깻잎과 팽이버섯은 아예 썰지 않고 냄비에 올린다. 인심이 좋아 양념도 듬뿍듬뿍 내놓는다. 마늘은 큰 국자 한가득 넣고, 썬 양파와 청양고추도 한 움큼 이상 넣어 맛을 낸다. 고춧가루와 후춧가루 등도 듬뿍 넣어 매운탕 국물이 얼큰하고 칼칼하다. 제철에 잡히는 각종 잡어에 진개미(민물새우)를 푸짐하게 넣어 국물이 진하고 뒷맛이 시원하다. 대파와 양파가 들어가 달짝지근한 감칠맛도 일품이다.●투박하고도 얼큰한 맛에 넉넉한 인심은 덤 특히 주천강변의 ‘떡메매운탕’은 잡어매운탕으로 소문난 집이다. 전부일(58)·박미래(59)씨 부부가 운영하는 떡메매운탕은 30년 넘게 청정 주천강에서 잡은 민물고기만을 사용하는 데다,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와 양념을 듬뿍 올려 맛을 낸다. 가게가 좁고 4인용 테이블이 11개에 불과해 맛을 보려면 예약은 필수다. 남편 전씨는 주천면 마을 어업인들과 함께 고기를 잡아 오고 부인 박씨가 요리를 전담한다. 매운탕을 먹다 양이 부족해지면 수제비와 채소 등을 덤으로 시켜 먹을 수 있다. 인심 좋은 박씨는 바가지에 밀가루를 풀어 들고 다니며 직접 손님상 매운탕 냄비에 숟가락으로 수제비를 양껏 떠 넣어 준다. 손으로 뜯어 넣는 수제비보다 숟가락으로 뜯어 육수에 던져 내는 옹골옹골한 수제비가 더 정감 있고 맛있다. 전라도가 고향인 박씨의 손맛과 주천면 토박이인 전씨의 성실함으로 매운탕집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박씨는 “깨끗한 주천강에서 나는 고기만 사용하고 채소와 양념도 푸짐하게 손님상에 올리니 단골손님이 많다”고 귀띔했다. 상호의 ‘떡메’에 대한 유래에 대해 영월 토박이 우영석(56) 강원도 대변인은 “20년 전만 해도 겨울철 주천강이 얼어붙으면 고기를 잡기 위해 떡메를 사용했다”며 “시골 친구들끼리 물푸레나무로 만든 커다란 떡메를 메고 얼음 위를 꽝꽝 두드리며 겨울잠을 자던 고기들을 놀라게 해 한 곳으로 몰며 고기를 잡곤 했다”고 추억했다. 정작 떡메매운탕 주인 박씨는 “남편이 힘이 좋아 마을사람들이 떽메라는 별칭을 붙여줘 간판도 떡메매운탕으로 했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전씨는 주천강에서 나는 다슬기를 잡아 외지에 팔기도 하고, 박씨가 해장국을 끓여 손님상에 내기도 한다. 다슬기 해장국은 해감하고 깨끗이 씻어 통째로 간 뒤 육수만을 뽑아 된장을 넣어 끓여 낸다. 다슬기 육수에 파뿌리와 청양고추를 넣어 육수 맛을 더한 뒤 시래기와 부추, 팽이버섯, 깐 다슬기를 한 움큼 넣고 바글바글 끓여 손님상에 올린다. 건강에도 좋고 매운탕만큼 해장에도 그만이다.●7㎞ 길이 염둔천계곡·섶다리 등 명소 즐비 주천강 주변은 풍광 좋은 명소도 많다. 이 가운데 염둔천계곡과 요선암이 유명하다. 염둔천계곡은 주천면 일대 7㎞에 이르는 구간으로 깨끗한 물과 바위, 울창한 숲이 조화를 이루어 여름철이면 피서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강을 낀 수주면 무릉리 요선암은 수많은 너럭바위와 물길에 씻겨 만들어진 반질반질한 화강암이 절경을 이룬다. 요선암 인근 절벽에는 요선정 정자가 있어 옛 선비들의 풍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30분 거리에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법흥사가 있다. 떡메매운탕집 주인 전씨는 “주천강 물은 맑고 맛이 달아 예로부터 술을 담그면 맛 좋기로 소문이 자자했다”며 “이런 주천강에서 자라는 민물고기로 끓이는 매운탕은 맛이 좋아 지금도 외지에서 매운탕을 먹으러 많이들 찾는다”고 말했다. 술에 얽힌 주천면, 주천강에 대한 전설도 전해진다. 지금도 이 지역 ‘젊은달Y파크 미술관’에는 술 박물관을 별도로 두고 술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겨울 나들이길 영월을 찾아 잡어매운탕의 별미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미워도 다시 한번/작가

    [황서미의 시청각 교실] 미워도 다시 한번/작가

    남편과 나는 번갈아 가면서 ‘애 보는 날’을 지정하고 순번이 아닌 날은 각자 밖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다 귀가한다. 남편이 아이를 담당하는 날, 동네 치킨집에 갔다. 먹다가 남으면 포장해 갈 요량이었다. 이렇게 치킨집에 홀로 섬처럼 앉아 있으면 주변 모든 테이블의 사연들이 신기하게도 내 레이더망에 쏙쏙 걸린다. 오늘은 특히 뒷자리에 있는 아저씨의 사연. 초등학교 6학년 딸 때문에 엄청 속상하신가 보다. 다행히도 앞에서 아저씨의 동네 형님이 맥주 한 잔을 하며 성실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몇 년 전 아내랑 이혼했던지라 딸은 동네 가까이에 엄마랑 살고 있단다. 그런데 조금 전에 아이가 전화해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무슨 말을 전한 것 같다. “통화할 때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더라니까요.” 나는 한 번도 아버지한테 그런 적이 없는데 요즘 애들은 그게 사람이냐고, 이건 모두 교육이 문제인 거라고 덧붙이면서 더욱 흥분한다. 앞에 앉은 아저씨는 계속 애가 무슨 잘못이냐고, 아이는 무조건 잘못이 없다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들어 줘야 한다고 당부하신다. 한 번 화가 난 터라 그건 절대 안 된다고 고집을 부린다. 맥주도 한 잔 들어갔겠다 감정에 브레이크도 잘 안 잡히니 다른 사람 말이 들릴 턱이 없다. 주인아저씨도 지나가면서 한마디. “우리 ○○가 열 많이 받았구나.” 인상적인 것은 “아이는 잘못이 없다”라는 ‘형님’의 말씀이었다. 태어날 때, 못된 아이로 세상에 나가라는 딱지를 받고 나오는 아이는 없다. 그럼에도 수많은 엄마, 아빠 중에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가 짜증 내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하는 경우는 딱 한 번 봤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큰 뒤 아이와 싸운 적이 없는 부모는 아직 보지 못했다. 나도 내 부모님 특히 어머니와 너무나 치열하게 싸우며 큰지라 내 책 뒤편, ‘고마운 분들’께 인사할 때 어머니에 대해 ‘인생이 전투라는 것을 처음 알려 주신 분’이라고 쓰기까지 했다. 아이들은 열어 보고 또 열어 봐도 크기만 다른 똑같은 인형, 내 안의 러시안 인형이 아니다. 만약 앞에 있는 아이, 내 유전자의 반을 물려받은 이 아이가 ‘가슴을 찢어지게’ 하고 있다고 해서 나한테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내 속을 헤집어 놓는 요인 그리고 그 사건이 벌어진 환경과 상황은 부모인 나와 함께 오랜 시간 만들어 온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이의 세계 안에 나도 모르게 다져 놓은 내 의지일 수도 있다. 심지어 성격의 일부마저도 물려주지 않았나. “국물도 없어요. 이젠 내가 사고 싶은 것 사고, 하고 싶은 거나 하고 살 거예요.” 아저씨, 큰 결심을 하신다. 그러더니 잠시 후, 치킨 한 마리 포장해 달라고 외친다. 슬며시 웃음이 났다. 그 치킨이 어디로 갈지 알 것 같아서 말이다. 그날 밤, 6학년인 따님은 아빠가 슬쩍 배달해 놓은 치킨을 배불리 먹었을 것이다. 엄마랑 나누어 먹었는지는… 거기까지는 상상이 잘 안 된다.
  • [길섶에서] 낙지의 고통/안미현 수석논설위원

    [길섶에서] 낙지의 고통/안미현 수석논설위원

    해물탕을 먹을 때마다 괴로운 장면이 있었다. 탕이 끓어오를 때쯤이면 식당 주인은 ‘우리가 얼마나 신선한 재료를 쓰는지 아느냐’고 으스대기라도 하듯 살아 있는 낙지를 통째로 집어넣는다. 길쭉한 다리들이 저마다 격렬하게 꿈틀댄다. 대개는 시선을 딴 데로 돌린다. 참으로 간사한 게 사람의 마음인지라 시원한 국물 맛에 좀 전까지 가졌던 불편함이 이내 사라진다. 그래도 늘 궁금했다. 낙지는 뜨거운 것을 느낄까. 느낀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언젠가 해물탕을 냠냠거리며 이 얘기를 꺼냈다가 “느낀다”와 “못 느낀다” 파가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이 최근 이 논쟁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런던정경대는 문어·오징어 등 다리가 머리에 달려 있는 두족류(頭足類)와 바닷가재·게 등 십각류(十脚類)는 ‘지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라고 결론지었다. 다른 무척추 동물과 달리 두족류와 십각류는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이 연구 결과를 받아들여 동물복지법안 적용 대상에 두족류와 십각류를 포함시켰다. 그러니 산 채로 삶지 말라는 지침도 냈다. 낙지나 오징어의 복지가 다소 생경하기는 하지만 몰랐으면 모르되 알게 된 이상, 산 낙지의 고통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 같다.
  • [유통단신]

    [유통단신]

    호텔신라, 프리미엄 밀키트 3종 출시 호텔신라가 ‘집에서 즐기는 호텔 파인 다이닝’을 콘셉트로 한 프리미엄 밀키트 ‘신라 다이닝 앳 홈’을 출시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에 출시한 프리미엄 밀키트는 ‘안심 스테이크’와 ‘떡갈비’, ‘메로 스테이크’ 등 3종이다. 삼성전자의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 전용 밀키트로 선보인다. 신라호텔에서 사용하는 같은 식재료와 레시피를 통해 호텔 정찬 요리의 맛과 밀키트의 간편함을 동시에 갖췄다는 설명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모든 상품을 2인분으로 구성했다”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는 MZ세대(20~30대)가 건강한 식자재로 만든 수준 높은 요리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 다이닝 앳 홈’ 밀키트는 마이셰프, 프레시지 등 2개 식품사 직영 몰에서 판매한다.하림 ‘장인라면’ 한 달 만에 300만봉 판매 하림은 신규 가정간편식 브랜드 ‘더(The)미식’에서 선보인 장인라면이 출시 약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300만 봉을 돌파했다고 23일 밝혔다. 초당 한 봉지 이상 판매된 셈이다. 하림 더미식 브랜드 관계자는 “당초 예측했던 초도 물량이 예상보다 빠르게 판매되면서 일부 판매 채널에서 물량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기존의 2교대 생산라인을 3교대 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생산라인 증설 검토 등 생산물량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인라면은 20시간 이상 끓여 만든 국물로 감칠맛과 식감을 강조한 프리미엄 라면이다. 하림은 라면도 고급 가정간편식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 적중했다고 판단하고 ‘더미식’의 프리미엄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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