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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비, 한국소설 대표작 50권 완간

    창비판 한국문학전집이 완간됐다. 계간 ‘창작과 비평’40주년 기념사업으로 기획돼 지난해 7월 1차분 22권,11월 2차분 14권을 내놓았던 창비의 ‘20세기 한국소설’(편집위원 최원식 임규찬 진정석 백지연)이 마지막 14권을 보태 전 50권으로 마무리됐다. 전집에는 이광수, 김동인, 염상섭 등 근대문학 요람기인 1910년대 작가들부터 김영하 배수아 하성란 등 젊은 작가들의 2000년대초 작품들까지 204명의 중·단편 374편이 실렸다. 기존의 ‘대표작’들에 휘둘리지 않고, 작가의 특성과 변모를 보여주는 문제작과 사회상을 반영한 수작들에 골고루 눈을 돌렸다. 최다 수록 작가는 6편이 실린 이태준. 이어 현진건 채만식 김유정 박태원 김승옥 황석영 박완서의 작품이 각각 5편씩 실렸다. 반면 최인훈과 백민석은 본인의 거절로 빠졌다. 수록 문인들 중에는 혈연으로 묶인 경우도 있다. 임화·지하련, 김동리·손소희 등은 부부 사이고, 최정희·김채원은 모녀간, 한승원·한강은 부녀간이다. 또 박화성·천승세는 모자간, 김원일·김원우는 형제간, 한무숙·한말숙은 자매지간이다. 일선 국어교사가 독자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박사급 연구진이 이에 대답하는 이메일 형식의 인터뷰는 이 전집의 또다른 자랑이다. 부록으로 나온 ‘20세기 한국소설 길라잡이’와 ‘우리소설지도’도 두고두고 쓸 만하다. 창비측은 “2차분까지 22만권이 팔렸고, 이번 완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판매량 증가가 예상된다.”고 기대했다. 낱권 7000∼8000원. 전집세트 36만 4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문화마당] 바다와 나비/고운기 연세대 국문학 연구교수

    “아무도 그에게 수심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김기림은 그의 대표작 ‘바다와 나비’ 첫 연에 그렇게 썼다.1939년의 일이다. 일제 말기의 단말마적 비명이 횡행하는 거리에서, 이 여린 모더니즘 시인은 수심을 모르는 바다 같은 시대에 한 마리 흰 나비처럼 살았다. 도무지 무섭지 않은 것은 그만큼 용감해서가 아니라 무지의 겁 없음에 대한 탄식이다. 그러나 정작 그가 더욱 난감했던 것은 그로부터 10여년 후인 1940년대 말 남북분단 초기의 시절이었다. 1949년 여름 어느 날, 한때 함북 종성의 중학교 교사로 있을 때 가르친 제자 한 사람이 서울 혜화동의 집으로 그를 찾아온다. 이 제자는 해방 후 평양에서 김일성대학을 다니다, 그 체제가 싫어서, 아니 스승인 김기림을 꼭 만나보고 싶어서 단신 월남했다. 아무 연고도 없이 서울에 몸을 부린 이 딱한 제자에게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평양에서 그냥 살지, 여기는 무엇 하러 왔니. 서울에는 아무도 없다. 정지용도 젊은 축들한테 비판을 받는 형편이다.” 젊은 축들이란 보수 우익적인 색채를 띠고 해방 후 남쪽 문단을 차지한 일군의 문인들을 일컫는다. 해방 전 우리 문단의 중심축을 이루었고, 모더니즘 성향의 시를 쓰던 김기림과 정지용은, 어쩐 일인지, 해방 후에 좌익적인 문인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정작 좌익인 사람들은 대거 평양으로 몰려간 다음, 김기림과 정지용은 서울에 남아 후배들에게 내몰리며 곤고한 세월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처지였지만, 알음알음으로 스승은 딱한 제자를 위해 직장을 마련해 준다. 중학교 선생 자리였다. 이 제자가 첫 월급을 타서 닭 한 마리를 사들고 혜화동 언저리 김기림의 집을 찾았을 때가 1950년 5월, 전쟁이 터지기 한 달 전이었던가 보다. 선생 몸 보신이라도 하시라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그리고 전쟁이 터졌고, 인민군이 서울을 점령한 다음, 제자는 스승의 안부가 걱정되어 다시 혜화동 집을 찾았는데, 이미 스승은 어디론가 끌려가고 없고, 부인만 혼자 남아 집을 지키고 있었다. 몸 보신 하시라 사다 드린 닭은 마당 한쪽 우리에 그냥 놀고 있었다. 알이라도 받아서 긴한 용처에 쓰려 했다는 부인의 말에 제자는 목이 메었을 뿐이고. 해방 후 우리 역사는 그렇게 갈리고 찢긴 세월의 퍼즐이다. 문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니 도리어 문인은 해방 후 분단의 역사를 가장 예민하게 느끼는 집단이다. 나비는 바다를 “청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어린 날개가 물결에 저려서/공주처럼 지쳐서 돌아온다.”(‘바다와 나비’ 2연)라고 쓰는 이들이다. 바다가 청무 밭으로 보이는 문인들에게 현실의 삶은 얼마나 고단한가. 그렇게 나뉘었던 남북의 문인이 한 자리에 모여보자고, 지난해 여름 남쪽의 문인들이 평양을 방문했다. 참여한 문인 각자가 300만원씩의 경비를 댔다. 그들이 결코 돈이 많아서는 아니었다.1년 원고료 수입을 합쳐보아야 300만원도 안 되는 이들이 그들 가운데는 수두룩했다. 그런데도 그 돈을 내고 평양을 갔다. 모임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어 남북 문인이 함께하는 단체를 만들자고 약속한 시점이 그때로부터 1년 후, 바로 이즈음이다. 이제 그 실무 작업을 한창 벌이고 있는데,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 남쪽 실무자들이 고민에 빠진 모양이다. 북쪽이 예정대로 응해줄지, 아니 그보다도, 나빠진 남쪽의 여론을 감안하면, 이대로 단체를 만들자고 협상을 벌이는 일이 눈 밖에 나지는 않을지. 남북을 잇는 문인들의 순수한 열정이 시절 모르는 철없는 짓으로 보이지나 않을지.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삼월 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거픈/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삼월에 무슨 꽃이 피겠는가. 초생달에 비친 허리가 시린 것이 어디 나비뿐이겠는가. 고운기 연세대 국문학 연구교수
  • ‘바둑 두는 여자’ 중국계 佛 작가 샨사 내한

    “나는 중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코스모폴리탄(세계시민)입니다. 내 문학 또한 중국문학이나 프랑스문학이 아니라 세계문학이지요.” 소설 ‘바둑 두는 여자’‘여황 측천무후’로 널리 알려진 중국계 프랑스 여성 작가 샨사(34)가 지난 주말 내한했다.2일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난 그녀는 모국어인 중국어 대신 프랑스어로 인터뷰에 응했다. 소설의 영화화 작업을 위해 미국에 갔다가 중국에 거주하는 부모님을 뵈러 가는 길에 서울에 왔다는 그녀는 “한국 방문은 처음이지만 평소 한국 영화와 음식,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나 열일곱살 때 시집 ‘눈(雪)’으로 ‘북경의 별’로 선정되는 등 일찌감치 예술적 재능을 발휘한 샨사는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1990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프랑스 정부 장학금으로 철학을 공부하고, 화가 발튀스에게서 미술을 배우는 등 다방면으로 재능을 갈고 닦은 그녀는 1997년 프랑스어로 쓴 첫 소설 ‘천안문의 여자’로 단숨에 차세대 작가 반열에 올랐다. 시녀에서 황제의 자리에 오른 여장부의 일대기 ‘여황 측천무후’,1930년대 중일 전쟁을 바둑판에 비유한 ‘바둑 두는 여자’, 미국과 중국, 프랑스 3국의 스파이전을 다룬 ‘음모자들’ 등 샨사의 문학적 대상은 일반적으로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역사와 정치, 권력과 음모 등에 관한 것들이다. 샨사는 “어릴 때도 바둑, 장기, 카드 등 전략이 필요한 놀이에 열중했고,‘삼국지’ 같은 책을 즐겨 읽었다.”면서 “남성의 세계를 여성적인 섬세함으로 다룰 수 있다는 게 내 소설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소재로 한 전작들과 달리 앞으로는 세계 무대로 눈을 돌릴 작정이다. 차기작은 알렉산더대왕과 아마존 여왕의 사랑을 그린 ‘알렉산더와 알레스트리아’로 오는 9월쯤 파리에서 출간된다. 혹성의 외계인을 다룬 공상과학소설과 중세시대 이슬람전사에 관한 소설도 구상 중이다. 너무 영웅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그녀는 “나는 내 인생의 모델이 되는 인물을 창조할 뿐이다. 그것이 내 한계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교보문고 독자 사인회(4·5일), 방송 출연, 국립중앙박물관 견학 등의 일정을 마친 뒤 7일 한국을 떠난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민음사 새 대표 편집인 장은수씨

    도서출판 민음사 대표이사 편집인으로 자회사 황금가지의 대표 편집인 장은수(47)씨가 27일 위임됐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93년 민음사에 입사한 장씨는 민음사 편집장과 황금가지 편집부장을 역임한 뒤 2005년부터 황금가지 대표 편집인을 맡아 왔다.
  • [가슴속 그림 한폭] 민화 호표도-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가슴속 그림 한폭] 민화 호표도-임영록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신분증 제시하세요.” 딱딱한 통과의례가 끝나고 직사각형 재경부 건물의 높은 계단을 오르며 자못 긴장한다. 여기 어디 예술의 흔적이라도 스며들 여유가 있겠는가. 임영록 금융정책국장의 방에 들어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쉰다. 미로의 그림에 사진 몇 점, 벽면이 액자로 가득하다. “그거 달력 오려서 액자에 넣은 겁니다. 사진은 친구 놈이 찍은 건데 인터넷에 떠 있는 것을 인화했죠. 비싼 그림 살 여유는 안되니 저렴하게 걸어놓고 값비싸게 즐겨야죠.” 재경부에서는 드문 국문학도 출신. 그가 내어 놓은 그림은 우리 민화 중 호표도였다. “민화는 서민들이 누구나 집에 걸어놓던 그림입니다. 편하고 친근하죠. 하지만 그래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호표도는 몸통이 정면을 향하는데 얼굴은 우측을 보고 있죠. 피카소보다 몇 백년 전에 입체파의 기법을 사용한 겁니다. 김기창 화백의 바보산수 역시 민화를 토대로 했죠.” 민화는 기법상 뛰어나다. 하지만 보통 민화 속 호랑이는 정부를 풍자하며 희화화한 것인데…. “내년이면 공무원 생활 30년이 됩니다. 지금까지 몸을 낮춰 서비스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고 혹 자만할 때면 날 풍자할 사람들을 그려보곤 경계합니다. 가끔은 한 사람의 실수에 모든 공무원의 명예가 땅으로 떨어지는 세태에 섭섭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정부를 무서워하는 것 보다는 민화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말은 좋은데 와 닿지는 않는다. “일명 신용불량자 대책을 마련할 때 정책과 별개로 단어부터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바꾸자고 했었죠. 그들은 단지 금융채무만 안갚은 것인데 마치 인생 전체를 신용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낙인찍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부동산 정책도 당장은 역효과도 있지만 언젠가는 서민들을 위해 완성되고 재평가돼야 합니다.” 하지만 당신은 결국 민화 속 호랑이지 풍자할 대상이 필요한 서민은 아니지 않은가. “아버지는 선생님이었고 그 후 광산을 하셨습니다. 기복이 심해 중3때 처음 더부살이를 시작했죠. 대학에 진학해선 봉산탈춤에 미쳤는데 특히 양반을 풍자하는 사람들의 해학이 좋았어요. 우습게 보이는 호랑이는 풍자 당하면서도 웃습니다. 그건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넓은 품이 있어서겠죠.” 웃는 호랑이가 친근하다고 하지만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 “쌀 개방협상 때 그런 느낌이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칼로스 쌀이 경매도 잘 안된다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이해해주지 않을 땐 이 그림을 보며 그냥 웃지요. 그리곤 기다립니다. 제 좌우명을 되새기며….” 상선약수(上善若水):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노자의 도덕경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문화단신]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숍

    한국문학번역원은 이화여대 통역번역연구소와 공동으로 29일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 제5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 워크숍 겸 학술대회를 개최한다.프랑스의 대표적인 문학·인문 출판사 쇠유사의 문학 편집장 르네 드 세카티, 일본 이와나미서점 편집장 오카모토 아쓰시, 독일 발슈타인사 편집장 토르스텐 아렌트 등 해외 출판사 관계자들이 참여해 ‘출판의 기준에서 본 번역평가’에 대해 토론한다.(02)3448-4060.
  • ‘문화예술계 거목’ 하늘로…

    ‘문화예술계 거목’ 하늘로…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한달에 10여편의 연극을 챙겨보고, 또 한달에 29일은 꼬박 술을 마셨다. 하루에 두시간 이상은 책상에 앉아 희곡을 썼다.2003년 팔순을 맞았을 때 시끌벅적한 잔치 대신 신작 ‘옥단어’를 써서 소박하게 무대에 올렸던 그다. 마지막 병상에서도 머릿속은 온통 연극뿐이었다고 한다.“‘산불’의 일본어 공연을 앞두고 희곡을 번역하는 일에 끝까지 매달렸다.”고 지인은 전했다. 차범석. 그는 한국 연극의 산 증인이자 ‘영원한 현역’연극인이었다.1924년 목포 호남 갑부의 차남으로 태어난 그는 열세살때 최승희의 무용발표회를 보고 무대예술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사범학교를 나와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스물둘에 뒤늦게 연희전문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 문학서클 ‘새마을회’에서 김기림, 염상섭, 유치진 등으로부터 문학과 연극을 배웠다. 1955년 ‘밀주’와 1956년 ‘귀향’으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뒤 희곡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한편 직업극단인 ‘제작극회’를 창단해 흥행주의, 상업주의를 배척하는 소극장 운동의 선봉에 섰다. 이때 발표한 ‘공상도시’‘불모지’‘껍질이 깨지는 아픔없이는’등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1961년 한국 최초의 민간방송인 MBC 연예과장에 발탁돼 10년간 방송국에서 일하기도 했다. 이때의 인연으로 1980년 드라마 ‘전원일기’를 1년간 집필하기도 했다. 한국 리얼리즘 연극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산불’은 1962년 12월24일 명동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첫날부터 관객이 몰려들어 정문 유리창이 깨지고 기마경찰까지 출동하는 대이변을 일으키는 등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산불’을 비롯해 ‘학살의 숲’‘표류’‘안개소리’등 전후의 현대사와 사회상에 바탕을 둔 정통극을 추구하는 그를 연극계는 ‘리얼리즘의 파수꾼’이라고 불렀다. 오페라 ‘산불’‘녹두장군’, 무용극 ‘도미부인’‘은하수’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팔순의 고령에도 꼿꼿한 걸음걸이, 형형한 눈빛을 잃지 않은 그는 평생 원칙주의자와 도덕주의자로 살아왔다. 연극 입문 초기부터 고인을 사사한 극단 미추의 손진책 대표는 “실수 하나도 허투루 넘어가지 않고 매섭게 야단치는 엄한 스승이셨다.”고 회고했다. 돈에 관한 결벽증도 유난했다. 부자 부모를 뒀지만 서울로 올라온 후 한뼘의 땅도 물려받지 않고 자수성가했다. 이런 품성때문일까. 그는 일찍부터 단체의 수장 역할을 도맡아했다.1969년 마흔넷의 나이에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에 선출됐고, 이후 국제극예술협회 부위원장, 극작가협회 회장, 문예진흥원 원장, 예술원 회장, 광화문 문화포럼 회장 등을 지냈다. 청주대 예술대 학장, 서울예대 대우교수 등 후학들을 양성하는 데도 힘썼다.8권의 희곡집외에 ‘한국 소극장 연극사’같은 연구서와 수필집, 평론집, 자서전 등도 여러 권 남겼다. 한치 흔들림없는 길을 걸어온 덕에 연극 인생에 대한 고인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생전에 “연극 인생 50년에 관객에게 아첨하거나 하물며 그 아첨의 대가로 수입과 인기를 올리려는 몰염치는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고, 또 “내 자신을 구속하면서 살지 않았고, 또 누구를 속박하지도 않았고 연극과 함께 평생을 살아온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도 입버릇처럼 말했다. 언제나 안주하지 않고 쉼없는 창작열을 불태웠던 그였지만 초기작 ‘산불’에 대한 애착은 유별했다. 지난해 고인의 50년지기 동료인 극단 산울림 임영웅 대표의 연출로 국립극장 무대에 ‘산불’이 다시 올려졌을 때 무척 즐거워했다. 최근엔 ‘산불’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댄싱 위드 섀도우’의 작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문병갈 때마다 매번 ‘뮤지컬은 잘 돼가느냐.’고 물어보는 게 낙이셨다.”면서 “선생님의 건강이 악화됐다는 소식에 뮤지컬 제작발표회를 서둘러 7월3일로 잡아놨는데 그것도 못보고 돌아가시다니….”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故 차범석 연보 ▲1924년 전남 목포 출생 ▲1945년 광주사범학교 강습과 졸업 ▲1946년 연희전문대(연세대)영문과 입학 ▲195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제작극회 창단동인 ▲1961년 문화방송 연예과장 ▲1963년 극단 산하 대표 ▲1968년 연극협회 이사장 ▲1975년 극작가협회장 ▲1981년 예술원 회원 ▲1995년 예술원 부회장 ▲1998년 문예진흥원장, 예술의전당 이사 ▲1999년 광주비엔날레 이사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2003년 광화문 문화포럼 회장 ▲3·1문화상 학술상, 대한민국문학상, 서울시문화상(연예부문), 이해랑연극상, 동랑연극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보관문화훈장
  • 독도서 문화예술축전 펼친다

    문화예술인 100여명이 24일 독도에서 대규모 문화축전을 펼친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민족문학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 한국문학평화포럼, 아시아문화네트워크 등 6개 문화예술단체는 18일 “독도 문제에 대한 국내외적 인식을 제고하고, 우리 국민들의 독도사랑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대한민국 독도 문화예술축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행사는 24일 오후 2시 독도행 삼봉호에서 ‘선상 시 낭송회’로 시작하고, 이어 4시부터 독도 현지에서 본 행사가 열린다. 양성우, 백무산, 신현림 시인의 시낭송과 현기영 전 문예진흥원장의 독도 메시지 발표, 가수 손병휘의 노래와 창작 판소리, 독도의 수난과 한을 형상화한 독도 해원춤 등이 1시간가량 펼쳐진다. 또 소설가 김영현이 일본 지식인과 국민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낭독한다. 행사장 주변에는 ‘독도 주제 걸개 시화전 100인선’이 특별 전시된다. 주최측은 행사 후 시인 100명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시집 ‘대한민국 독도’를 한글과 영문판으로 발간하며 독도문제에 대한 문인과 역사학자, 사회학자들의 주장을 담은 영문판 ‘독도란 무엇인가’(가제)를 펴낼 계획이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시인협회가 시인 100여명과 함께 삼봉호 선상에서 ‘독도사랑 시낭송회’를 연 바 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젊은작가들” 초청 내한 아르헨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젊은작가들” 초청 내한 아르헨 소설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

    “인생에서 하지 말아야 할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결혼, 둘째는 이혼입니다.(웃음)” 중년 유부남들의 일탈 욕구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 소설집 ‘유부남 이야기’(문학동네)의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셀로 비르마헤르(40)는 낙천적인 남미인답게 시종일관 유쾌했다. 세상 모든 여자들로부터 딱 오해받기 십상인 주제에 대해 재치있는 대답으로 말문을 연 그는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비극적 불륜이 아니라 행복한 결혼속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비르마헤르는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라틴아메리카에선 ‘우디 앨런과 서머싯 몸을 합쳐놓은 작가’라는 평을 듣는 차세대 기대주다.1999년 단편집 ‘유부남 이야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세 권의 시리즈를 발표하며 평단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내 번역출간된 ‘유부남 이야기’는 이들 시리즈 가운데 작가가 직접 뽑은 7편의 단편을 묶은 것이다. ●“불륜보다 행복한 결혼속 갈등 묘사” 안정적인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지만 왠지 모를 일탈 충동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중년 가장들이 주인공. 첫번째 수록작 ‘마차’는 우연히 길에서 옛 애인을 만난 남자가 육감적인 그녀의 몸을 탐내 감언이설로 옛 애인을 유혹하려다 헛물을 켜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진다.‘세르비뇨 거리에서’도 아내 대신 유치원에 아들을 바래다주다 다른 아이의 엄마와 눈이 맞아 불륜을 저지르는 간 큰 남편이 등장한다. 이밖에 ‘노란 스카프’‘산꼭대기에서’등에도 중년 유부남들이 흔히 가질 법한 감정이나 생각들이 절묘하게 다뤄진다. “불륜을 다룬 소설에 관심없는 사람들은 아마 일부다처제 국민들밖에 없을 것”이라는 그의 농담처럼 비르마헤르는 소설속에 거대한 철학적 담론을 담기보다는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가 내면을 변화시킬 수 있는 문학을 지향한다. 이런 태도 때문에 아르헨티나 문단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는 평론가들도 있다. 지난 7일 개막해 13일까지 열리는 국제문학행사 ‘2006서울, 젊은 작가들’(주최 한국문학번역원)에 초청받아 내한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내가 살고있는 지역이 유대인과 한국인 밀집지역이어서 한국 문화가 낯설지 않다.”며 친근감을 나타냈다. 유대계 출신인 그는 늘 유대인을 주인공으로 해 아이러니한 유머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아르헨티나의 우디 앨런’으로도 불린다. ●“한국 작가들 생각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 작가들이 쓴 에세이를 미리 읽고왔다는 그는 “한국작가들의 생각이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명언을 새삼 깨달았다.”면서 “글에 꾸밈과 과장이 없는 점이 맘에 들었다.”고 평했다. 그는 “글을 쓰는 건 거대한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더욱 아름답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라며 “작가는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문학동네 사진제공
  • [부고]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 제3대 민의원부터 7선 의원을 지낸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이 10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89세.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부친인 고인은 강원도 동해 출신으로 1954년 3대 민의원에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7선 의원을 지냈고, 공화당 원내총무,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유족으로는 김준기 회장과 김택기 전 국회의원 등 8남매와 사위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발인은 오는 13일.(02)3010-2631. ●이함녕(재미 의사)호영(극동유리 대표)찬녕(예진건설 대표)씨 부친상 허인범(전 현대건설 부사장)조영래(삼양가전 대표)씨 빙부상 10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2일 오전 8시 (02)3410-6903 ●홍진태(한국상역개발 회장·전 신아일보 논설위원)국태(필명 홍상화·한국문학 주간)기태(미국LA 한미은행 이사)씨 모친상 강인구(전 연암공업대 학장)김석산(미국 거주)씨 빙모상 9일 서울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7시 (02)2072-2012 ●김승묵(전 인천변호사회 회장)창묵(전 대림요업 상무)양묵(전 대림산업 과장)성묵(아버지학교 해외총본부장)씨 모친상 강정삼(전 한국전력 부장)씨 빙모상 9일 인하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 (032)890-3199 ●이철규(삼성카드 목포지점)재종(이형석 전 광주시의회의장 비서관)씨 모친상 이동주(광영석재 대표)김수정(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전북지원 농업정보통계과장)김기종(민족사관학교 교사)정형철(전남대 언어교육원 교수)전국일(세우건설 대표)씨 빙모상 9일 광주 무등장례식장, 발인 12일 오전 9시 (062)515-4488 ●박종일(주택관리사)종덕(법무사)씨 모친상 하형주(동아대 교수)씨 빙모상 10일 동아대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 (051)256-7011 ●가안길(전 소원초등학교 교장)성길(다인아이디 대표)명길(자영업)씨 모친상 9일 천안 단국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10시 (041)550-7186
  • ‘2006 서울, 젊은 작가들’ 단편 모음집 출간

    국제 문학축전 ‘2006서울, 젊은 작가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외국 작가들의 단편 모음집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최성은 외 옮김, 강 펴냄)가 번역출간됐다. 한국문학번역원(원장 윤지관)주최로 7∼13일 서울 및 영주 부석사 일대에서 열리는 ‘2006서울, 젊은 작가들’은 196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국내외 작가들이 숙식을 함께 하며 격의없이 담소와 토론을 나누는 행사로 15개국의 작가 36명이 참가한다. 작품집에는 표제작을 쓴 올가 토카르축(44·폴란드)을 비롯해 마르셀로 비르마헤르(40·아르헨티나)블라디미르 아르세니예비치(41·아르헨티나)마리오 데지아티(29·이탈리아)알레한드라 코스타마그나(36·칠레)레나 안데르손(36·스웨덴)호르헤 볼피(36·멕시코)드러고만 죄르지(33·헝가리)파벨 브리츠(36·체코) 등 9명의 작품이 실려있다. 모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들이다. 5∼7일 사이 서울에 도착하는 이들은 본 행사외에 독자 사인회, 출판기념회 등을 통해 한국 독자와 만날 예정이다.1만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전공 영어강의 거부”

    고려대 문과대학 교수들이 전공과목의 일부를 영어로 강의하도록 의무화하려는 학교측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고려대는 내년 신입생부터 영어강의 전공과목을 졸업 때까지 일정 학점 이상 반드시 수강하도록 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문과대 교수회는 지난 3일 학교 홈페이지에 ‘영어강의 전공과목의 이수 의무화 방안에 대한 결의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위협하고 대학의 자유로운 진리탐구 역량을 훼손할 수 있는 영어강의 전공과목 이수 의무화 방침을 거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문과대에는 국문학과, 철학과, 한국사학과, 사학과, 심리학과, 사회학과, 한문학과, 영문학과, 독문학과, 불문학과, 중문학과, 노문학과, 일문학과, 서문학과, 언어학과가 속해 있다. 교수회는 결의문에서 “영어강의 전공과목 이수를 획일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은 전공의 특성과 교육방법의 다양성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특히 전공과목을 영어교육의 실습수단으로 여기는 발상으로 전공과목을 통한 전문지식의 심층적 학습이라는 교육목표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회는 의견 수렴이 없는 행정절차에도 문제를 제기했다.교수들은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졸업자격 및 교과과정 이수에 관련된 중요사안을 학과 및 단과대와 충분히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했다. 내년 적용을 위해 갑자기 교수들에게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대학일람 수정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심각한 행정절차상 오류”라고 밝혔다. 교수회 관계자는 “학교측이 2007학번부터 최소 5개의 영어강의 전공과목을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며 단과대 차원의 영어강의 개설 계획서를 4월2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했다.”면서 “공문을 받은 뒤 전체 교수회의를 소집해 결의문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아직 의무화 규정에 대해 논의 중이며 문과대 교수회의 뜻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김균 교무처장은 “일방적인 행정처리에 대한 지적 등 교수회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규정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명예 서울시민 된다

    지난 40년간 서울에 살면서 한국문학 서적 등을 번역해 해외에 소개해 온 외국인 교수가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는다. 서울시는 5일 ‘2006 하이서울 페스티벌’ 기간중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지구촌 한마당’ 행사에서 케빈 오록(67·경희대 명예교수) 등 외국인 19명에게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수여한다고 4일 밝혔다. 오록 교수는 지난 1982년 연세대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40년 동안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한국문학 26권을 번역해 해외에 소개했다. 또 해비탯 사랑의 집짓기 운동과 무의탁 노인 후원활동을 해온 새미 루트피(54) 헨켈코리아 대표와 가출청소년 보호시설인 성북동 ‘우리들의 쉼자리’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아르헨티나 수녀 마리아 노에미 바스케스(33)를 비롯해 우르진훈데브 레렌레이(59) 주한 몽골대사, 페드로 고예나가 에르난데스(62) 코스타리카 대사, 서울외국인투자자문회의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알란 존 팀블릭(63), 이탈리아 작곡가 파텔라 안토니오 카르미네(42) 등이 명예시민증을 받는다.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동국대 개교 100주년 축시 서정주 미발표작품 공개

    2000년 타계한 미당(未堂) 서정주 시인이 생전에 모교 동국대 개교 100주년을 기념해 써둔 미발표 축시가 1일 공개됐다. 미당은 1935년 동국대의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에 입학했으며 1959∼1979년 모교의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동국대학교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라는 제목의 이 시는 미당이 1996년 5월 쓴 것으로 그동안 중앙도서관내 국보급 도서보관실인 귀중본실에 보관돼 왔다. ‘국선 화랑도와 불교의 원만한 통합 정신을 이어받아서’를 시작으로 32행으로 구성됐다. 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이승원 교수가 본 ‘나비와 전사’

    달라이라마는 이렇게 말했다.“오늘 우리가 보는 무수히 많은 별자리는 차츰차츰 조금씩 발견되어 온 것이다. 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질수록 더 많은 별자리를 발견할 것이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능력을 많이 가질수록 볼 것이 더 많아진다.” 한동안 세계를 바라보았던 우리의 망원경은 근대주의와 민족주의였다. 이는 그 어떤 담론보다 우리의 삶을 겹겹이 둘러쌌던 철옹성이자, 반세기 동안 한국의 지성사를 지배해 온 굳건한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근대성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는 마이너리티의 목소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으며, 근대성의 견고한 지반 위에 형성된 ‘근대적 앎의 매트릭스’는 우리의 사유의 폭과 깊이를 오히려 감퇴시켰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나비와 전사’(휴머니스트 펴냄)에서 근대주의나 민족주의라는 표상들은 “승화되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과감하게 놓아버려야 할 뗏목”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에 동감은 하지만, 이미 우리의 ‘뇌수’와 ‘세포’에까지 각인된 근대적 인식틀을 어떤 방식으로 내파할 수 있을 것인가.‘나비와 전사’는 이러한 질문에 한 가닥 실마리를 제공한다. 저자는 푸코와 박지원 그리고 불교의 인식론적 틀을 무기로 중세와 근대와 탈근대의 불연속적인 단절의 지층들을 묘파해 간다. 그럼으로써 근대성의 ‘외부’와 그 ‘너머’를 사유할 수 있는 인식론적이자 존재론적인 망원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한국 근대성의 기원들이다. 근대적 시공간과 지식, 민족, 기독교, 문학, 사랑, 위생, 섹슈얼리티 등 그동안 우리가 숭고하게 떠받들었던 담론들은 저자의 예리한 시선으로 재배치된다. 푸코, 박지원, 허준, 옹녀, 장금이, 나우시카처럼 전혀 계열화되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들은 어느덧 현실의 장으로 걸어나와 균질화된 근대적 지식과 사유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근대성에 포획되지 않는 소수자들의 우발적인 마주침은 근대 외부의 다양한 사유를 겹쳐지게 하는 ‘헤테로토피아’의 세계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우리는 앎과 일상과 혁명의 문제를 절름발이로만 따로따로 물어왔던 것은 아닐까. 앎은 ‘현학’이 아니다.“일상의 흐름 속에서 표현되지 않는 앎은 앎이 아니다.” 따라서 “공부와 일상이 겹쳐질 때, 지식은 비로소 근대적 표상으로부터 탈주하여 삶의 역동적인 흐름 속으로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곳곳에 스며있는 앎에 대한 성찰은 “지식이 일상과 하나가 되고, 일상이 곧 혁명이자 비전이 되는 코뮌”을 만들기 위한 실천과 연결된다. 장금이가 “걸으면서 사랑하기”를 온몸으로 실천해 갔다면, 저자는 “걷고 또 걸으면서” 자신을 붙들어 맸던 근대주의라는 “견고한 대지와 결별”하면서 새로운 지식과 삶의 공동체를 구성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의 근대성’에서부터 ‘나비와 전사’에 이르는 일련의 저작들을 통해서 저자가 집요하게 추구하는 삶과 지식의 실천윤리는 ‘몸을 바꿔라!’는 테제이다. 몸이란 “외부로 소통하는 창”이다. 몸을 바꾸는 행위는 앎을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과 동일한 말이다. 공부를 기반으로 코뮌을 구성하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몸과 일상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저자가 진정 이 책에서 주장하는 핵심이다. 저자는 말한다.“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모쪼록 저자의 전위적인 욕망과 독자들의 욕망이 역동적으로 접속하기를. 그리하여 ‘사막’에서도 삶과 지식의 공동체를 구성하기를. (인천대 강사·한국문학)
  • 정지용문학상에 강은교 시인

    ‘향수’의 시인 정지용(1902∼?)의 문학정신을 기려 지용회(회장 이근배)가 제정해 시행하는 정지용문학상의 올해 제18회 수상자로 시인 강은교(61) 동아대 국문학과 교수가 15일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집 ‘초록거미의 사랑’에 수록된 시 ‘너를 사랑한다’. 시상식은 지용문학축제 기간인 새달 13일 오후 2시30분 충북 옥천 관성회관에서 열린다.
  • “외국대학 교재될 작품 골라 번역사업 집중 지원해야죠”

    “외국대학 교재될 작품 골라 번역사업 집중 지원해야죠”

    “외국 대학에서 교재로 쓰일 만한 좋은 작품들을 골라 중점적으로 번역지원 사업을 펼치겠습니다.” 한국문학의 해외출판과 국제교류, 번역전문인력 양성 등을 위해 2001년 발족한 한국문학번역원이 세번째 수장을 맞았다. 윤지관(52) 덕성여대 영문과 교수가 문화관광부의 공모를 통해 3년 임기의 상근직 원장에 임명됐다.12일 첫 출근한 윤지관 원장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번역원이 새 출발하는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고 말문을 열었다. 번역원은 재단법인에서 지난해 9월 특수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기구와 인원이 확대 개편됐고, 지난달 말 종로구 평동 임대사무실에서 삼성동 새 사옥으로 이사했다. “문학평론을 하면서 우리 문학을 어떻게 해외에 널리 알릴까에 관심이 많았습니다.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1년간 초빙교수로 한국문학을 강의한 경험도 큰 자극제가 됐습니다.” 서울대 영문과를 나와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윤 원장은 ‘창작과 비평’‘실천문학’등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문학평론가이자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성과 감성’등을 우리말로 옮긴 번역가로도 유명하다. ●한국문학 번역강좌 등 교육프로그램 추진 “번역은 국가간 문화소통에서 기본이 되는 영역입니다. 문자의 파급력은 넓고 깊기 때문에 단기간의 성과위주 사업보다는 꾸준히 토대를 쌓는 일에 매진하겠습니다.” 그는 “국가 지원사업의 특성에 맞게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작품보다는 외국 대학교재로 채택될 정도의 수준 높은 작품에 무게를 두겠다.”고 말했다. 우리 문학의 해외진출이 양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는 질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우리 문학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합의를 모으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번역출판사업과 더불어 번역원의 주요 사업은 교류협력과 교육사업이다. 새달 8일부터 13일까지 4개 대륙 16개국의 작가 40명이 참여하는 ‘2006서울, 젊은 작가들’은 번역원이 국내외 젊은 작가들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첫 국제문학축제이다. ●우리문학 국가 위상 걸맞은 대접 못받아 또 전문 번역인력 양성을 위해 ‘한국문학 번역강좌’‘한국문학 월례강좌’등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쉽게도 우리 문학은 국제 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국가적 위상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그에게 문학평론가로서 한국문학의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분단, 전쟁, 근대화의 고통스런 과정 등 격변의 역사에서 이뤄낸 한국 문학의 성취는 만만치 않습니다. 제3세계 국가의 특수성과 더불어 세계 어디에 내놔도 통하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에 여건만 잘 갖춰진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 [클릭 정보방]

    ●이완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www.seelotus.com) 현직 교사가 제작, 운영하는 문학교육 사이트다. 장르별로 작품을 풍부하게 소개하면서 작품마다 설명도 곁들이고 있어 공부에 활용하기에 편하다. 각 메뉴마다 가나다 순으로 정리돼 있어 문학을 공부할 때 궁금한 부분을 찾아보기 쉽다. ‘고전문학’ 메뉴에는 운문문학과 산문문학으로 나눠 작품 설명과 요점 정리, 내용연구, 이해와 감상 등을 올려놓았다.‘현대문학’에서는 시와 소설, 수필, 희곡, 비평, 문학사전, 현대문학사 등을 올려 분야별로 찾아보기 쉽도록 했다.‘외국문학’에 들어가면 장르별 작품 내용과 해설은 물론 문학사조, 신화 등도 살펴볼 수 있다. 이 밖에 동시와 동화, 옛이야기 관련 자료를 담은 ‘아동문학’, 논술자료, 문화예술, 철학사상 등 다양한 교육자료를 모아놓은 ‘비문학’메뉴도 볼 만하다. ●카리스쿨(www.karischool.re.kr) 정부출연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영하는 과학교육 전문 사이트다. 항공과 우주에 관심있는 학생들이라면 꼭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 대학생, 과학교사, 학부모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흥미롭게 꾸몄다.‘배움터’에는 공기의 흐름과 프로펠러의 원리를 비롯해 비행기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항공반’과 로켓의 원리, 구조, 연료 등 로켓 관련 자료를 모아놓은 ‘로켓반’,‘인공위성반’,‘우주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영화와 생활 속의 항공우주 등을 다루는 ‘놀이터’와 인류의 비행에서 우주기지까지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꾸러기’ 등도 재미 있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한국문학번역원장 윤지관교수

    문화관광부는 6일 한국문학번역원장에 문학평론가 윤지관(52) 덕성여대 영문학과 교수를 임명했다. 윤 교수는 문화부의 공모절차를 거쳐 7명의 후보자 가운데 이날 상근직 원장으로 선임됐다. 번역원장은 그동안 대학교수 등을 겸직했다.윤 신임 원장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대 영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번역가로도 활동했다. 진보진영의 문예지 ‘창작과 비평’ ‘실천문학’ 등을 중심으로 비평활동을 펼쳐왔으며 ‘민족현실과 문학비평’ ‘근대사회의 교양과 비평’ ‘놋쇠하늘 아래서’ 등 비평서와 연구서,‘오만과 편견’ 등 번역서를 다수 출간했다.
  • 등단 10년만에 자전적 단편집 ‘진해벚꽃’ 펴낸 김탁환씨

    등단 10년만에 자전적 단편집 ‘진해벚꽃’ 펴낸 김탁환씨

    소설 창작을 집 짓는 일에 비유하자면 김탁환(38)은 매우 치밀하고, 성실한 건축가다. 건축에 청사진과 설계도가 필수이듯 그는 집필에 들어가기전 구체적인 장면전환까지 미리 계획을 짜놓는다. 그리고 한장한장 벽돌을 쌓아가듯 매일 정해진 시간에 원고지 20매를 채운다. 잘 써진다고 더 많이 쓰거나 안 써진다고 빼먹는 일은 없다. 숨 쉬고, 밥먹는 일처럼 그에게 글쓰기는 일상이자 습관이다. 그렇게 10년 동안 쓴 작품이 11편이다. 거의 장편 역사소설이다 보니 권수로는 30권이 넘는다.‘불멸의 이순신’‘허균, 최후의 19일’‘나, 황진이’‘방각본 살인사건’등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흥미진진하게 재구성한 이야기들은 ‘스토리’에 목말라 있는 영상매체의 열렬한 환대를 받았다. 신작 ‘진해 벚꽃’(민음in)은 그래서 여러모로 뜻밖이다. 등단 10년만에 처음 펴내는 단편집이라는 것도 그렇고, 책에 실린 8편 대부분이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 스스로도 이런 글쓰기에 익숙지 않은 듯 “다른 소설들은 대충 판단이 서는데 이 책은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책이 어떠냐.”고 되물었다. 수록작들은 저마다 작가의 어느 한 시절 풍경과 내면을 담고 있다. 진해가 고향인 소년은 축구선수와 마라토너가 꿈이었지만 폐결핵으로 더이상 운동장을 뛸 수 없게 되자 대신 책을 읽었다(‘진눈깨비’). 열여덟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로 유학온 청년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해 평론가로 등단했으나 95년 진해 해군사관학교 교수로 내려오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진해로부터 29년´ ). “10년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걸 업으로 삼았는데 그 이야기를 쓰는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했습니다.‘어쩌다가 직업적으로 이야기를 팔어먹고 사는 사람이 됐을까’에 대한 자문자답입니다.” ‘매설가(賣說家)’를 자처하는 그에게 이야기의 힘은 무궁무진하다. 누가 이야기를 잘 만드는가가 판도를 좌지우지하며, 활자와 영상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이야기 산업’이 본격적으로 뜨는 시대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기성 문단의 외면과 우려에 대해서는 “문학이 죽는 게 아니라 해체·재구성되는 과정”이라며 “한가지 틀에서 벗어나 문학의 종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봄학기부터 한남대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문화과학기술대학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실로 이사하면서 무려 3000여권의 책을 옮겨 동료 교수들을 깜짝 놀라게 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연구분야라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나부터 공부를 해야 한다.”면서 “첨단 공학, 산업디자인, 인문학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카이스트의 연구 환경이 무척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가 맡은 전공은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다. 책에 한정됐던 이전의 아날로그적 글쓰기와 달리 디지털매체의 발달이 글쓰기 방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를 연구하는 과목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작업이 과거에서 현재를 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미래에서 현재를 보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gpod@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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