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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한국 현대문학의 공간과 장소(이경재 지음, 소명출판 펴냄) 1917년 이광수의 ‘무정’부터 2015년 해이수의 ‘눈의 경전’까지 한국 현대문학 속에 자리한 인천, 서울, 베이징, 만주 등 특정 공간과 장소가 한국문학과 관계 맺는 양식을 살핀다. 438쪽. 2만 6000원.들소에게 노래를 불러준 소녀(켄트 너번 지음, 서정아 옮김, 글항아리 펴냄) 미국 미네소타주 레드레이크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여러 원주민과 어울려 지낸 저자가 그들과 교류하며 경험한 일들을 통해 낯선 문화를 이해하는 오래된 지혜를 들려준다. 500쪽. 1만 9800원. 오늘은 바람이 좋아, 살아야겠다!(김상미 지음, 나무발전소 펴냄) 프란츠 카프카, 잉게보르크 바흐만, 폴 발레리 등 김상미 시인이 본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작가 11명의 삶과 창작 세계를 조명한다. 200쪽. 1만 2000원 한국과 일본, 역사 화해는 가능한가(박홍규·조진구 지음, 연암서가 펴냄) 일본 식민지 지배, 한·일 국교정상화, 조선인 전범,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의 한·일 간 주요 사건들을 짚으며 양국 간 역사 화해의 단초를 찾는다. 252쪽. 1만 5000원. 잠시 멈춤이 필요한 순간(저우궈핑 지음, 정세경 옮김, 한빛비즈 펴냄) 중국인이 사랑하는 현대 철학자로 꼽히는 저자가 사랑, 종교와 신앙, 결혼과 육아 등 10가지 주제에 대한 총 150개의 철학적 깨달음을 짧은 글로 정리했다. 328쪽. 1만 4500원. 일제강점기 언론의 신라상 왜곡(김창겸 외 5명 지음, 한국학중앙연구원출판부 펴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 학자들이 식민 사관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라 왕조의 역사문화를 왜곡한 실태를 추적한다. 288쪽. 1만 6000원.
  • [기고] 시의 유토피아/최창근 극작가 겸 연출가

    [기고] 시의 유토피아/최창근 극작가 겸 연출가

    내게 주어진 길이라는 어떤 계시가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저 우연과 필연이 뒤섞인 운명의 장난일까. 희곡을 쓰는 작가이면서 연극 공연도 아니고 지난 십여 년간 100여 차례가 넘게 문학 공연을 연출하고 문학과 관련된 국제행사도 두 손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자주 감독해 왔다. 숨 돌릴 틈도 없이 서울신문 창간 113주년 기념 한마당 잔치를 맡게 됐다.서울신문 사옥 앞 서울마당 특설무대에서 열린 시 낭독회는 화려한 출연진들로 일찍부터 화제가 됐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원로 시인들과 배우, 소리꾼들이 시의 축제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객석은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일찌감치 채워지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공연’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던 문학의 작품 낭독회에서 연출가에게 맡겨진 역할은 무엇일까. 아마도 시인이나 작가들이 독자나 관객들과 잘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디네이터 정도가 아닐까. 이쪽과 저쪽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연결하는 연출가라는 존재는 그러하기에 겉으로 드러나는 존재가 아니라 안으로 숨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나를 죽이면서 무대에 선 사람을 살리고 돋보이게 하는. 그런데 그렇게 오랫동안 연출해 왔는데도 행사가 다 끝나고 나면 여전히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행사 시작하기 전에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 리허설도 하고 실수를 줄이려고 예행연습도 해 보지만 예기치 못하게 들이닥치는 돌발변수와 우여곡절이 겹치는 상황은 예측하거나 통제하기 힘들다. 이번 시 낭독회에서 무엇보다 기꺼웠던 것은 공직에 종사하는 장관과 시장과 국회의원들이 시민들과 함께 시를 낭송하고 향유했다는 점이다. 한국문학의 고전으로 회자되는 국민 시인의 작품들이 불려 나오면서 윤동주의 ‘새로운 길’과 김수영의 ‘여름밤’이 나란히 등장했다. 대통령도, 장관도, 국회의원도, 시장도 시를 낭독하기 위해 무대에 서면 시인이 된다.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낭독회에 참여해 시를 읊고 누리는 그 순간만큼은 다 같이 시의 나라에 거주하는 자유롭고 평등한 시의 백성이 되는 셈이다. 이를테면 시의 유토피아, 시의 낙원이라 말할 수 있을까. 시를 아끼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시인이다. 시를 써서 등단을 하면 직업적인 시인이 되지만 어쩌면 진정한 시인은 시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거기엔 좌와 우도, 보수와 진보도, 자본가와 노동자의 구분도 없다. 선과 악, 미와 추, 참과 거짓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그곳엔 어떤 차별도, 불의도 끼어들 틈이 없다. 오로지 공정하고 공평무사한 평심이 깃들 뿐이다. 시의 민주주의, 우리가 바라고 소망하고 염원하는 이상향은 그렇게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리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할 수 있는 염결성을 잊지 않을 때 시나브로 찾아오는 것일 수도 있다. 시의 공화국에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시심을 품고 일상을 꾸려 가는 그날이 올 때까지 시의 행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 “軍이 죽음으로 내몬 고 일병…내 제자, 내 친구입니다”

    “軍이 죽음으로 내몬 고 일병…내 제자, 내 친구입니다”

    선임병의 구타 및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일병이 재학했던 대학 교수진과 동문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홍익대 총학생회, 국어국문학과 학생회·교수진, 문과대 학생회는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 22사단에서 선임병의 구타·폭언·추행 등으로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15학번 고필주 학우가 죽음에 이르렀다”면서 “육군은 적폐를 밝히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주장했다. 이 학과 교수 일동은 “이렇게 선한 학생이 적응할 수 없는 곳이 군대라면 이는 절대 한 개인의 부적응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면서 “필주가 마지막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요청을 묵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조처를 했던 부대 지휘관들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규명, 관련 책임자 처벌,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사랑하는 제자를 떠나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폭로했던 군인권센터는 정연봉 육군참모차장이 지난 21일 주관한 ‘현안업무 점검회의’ 내용을 공개하며 “육군이 고 일병의 유족에 대한 사과나 진상규명보다 사건 은폐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사전에 이슈화될 소지가 다분한 사안이었는데도 언론 동향을 미체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잘못이 있음’, ‘유가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함’이라는 내용을 다뤘다. 이와 관련해 육군은 “회의의 언론 공보 관련 내용은 사건 발생 시 육군이 적시적으로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나, 언론 보도 후 사실관계를 설명함으로써 육군이 축소·은폐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오해를 야기시킨 점에 대해 지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유가족 관련 내용은 유가족이 불편함이 없도록 지원하고, 사건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과 재발 방지를 위한 육군의 노력도 알려 드리라는 취지의 당부”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 일병은 지난 19일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투신 자살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홍대 국문과 “22사단 투신병사는 우리 학우, 가해자 엄벌하라”

    홍대 국문과 “22사단 투신병사는 우리 학우, 가해자 엄벌하라”

    선임병의 구타와 가혹 행위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목숨을 끊은 육군 일병의 대학 교수진과 동문이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홍익대 총학생회, 국어국문학과 학생회·교수진, 문과대 학생회는 24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육군은 적폐를 밝히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육군 제22사단에서 선임들의 구타, 폭언, 추행 등으로 홍익대 국어국문학과 15학번 고필주 학우가 죽음에 이르렀다”며 해당 병사의 실명과 소속 학과를 공개했다. 이 학과 교수 일동은 “고 군처럼 선한 학생이 적응할 수 없는 곳이 군대라면 이는 절대 한 개인의 부적응 문제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며 “필주가 마지막 용기를 내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요청을 묵살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조처를 했던 부대 지휘관들의 태도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상규명, 관련 책임자 처벌, 정부 차원의 재발 방지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는 사랑하는 제자를 떠나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육군 22사단에 복무하던 고 일병은 19일 경기 성남 분당의 국군수도병원에 진료받으러 갔다가 병원에서 투신했다. 그는 선임병들의 가혹 행위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부대에 고충을 상담했는데도 인솔 간부 없이 병원에 간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폭로했던 군인권센터는 지난 21일 정연봉 육군참모차장이 주관한 ‘현안업무 점검회의’ 내용을 공개하며 “육군이 고 일병 유족에 대한 사과나 진상규명보다 사건 은폐에만 신경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가혹행위에 목숨 끊은 22사단 K일병…학우들, 진상규명 목소리

    가혹행위에 목숨 끊은 22사단 K일병…학우들, 진상규명 목소리

    “필주야, 더운 날 시원하고 힘든 일 없이 좋은 곳에서 좋은 나날을 보냈으면 좋겠다. 너 그렇게 지낼 동안 우리는 너의 죽음이 왜곡되지 않도록 진실을 밝히는 데 힘쓸게.” 선임병들에게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지난 1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육군 22사단 소속 ‘K일병’, 故 고필주(21) 일병의 학우들이 군 당국에 진상 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익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회와 교수진, 문과대학 학생회, 총학생회 및 중앙운영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일병의 자필기록·메모 공개 △가해자 즉각 구속하고 진상조사 착수 △육군제22사단장·대대장·중대장 등 관련 간부 처벌 △고인 순직처리 및 유품 반환을 요구했다. 앞서 고 일병은 국군수도병원에 외진을 왔다가 병원 건물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갖고 있던 수첩에는 “부대에서 일하는데 폭언과 욕설을 들었다”, “부식을 받으러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선임들이 ‘짬 좀 찼냐’며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등 선임병 3명에게 당한 가혹행위가 적혀 있었다.홍익대 학우들과 교수진은 ‘가해자를 즉각 구속하고 엄히 처벌하라’, ‘육군 제22사단장 김정수 소장 및 대대장 김정열 중령 등 책임자들을 보직해임하고 중징계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손 피켓을 들었다. 몇몇 학우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학생들은 학교 정문 앞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 앞에서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이날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고 일병이 선임병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해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육군은 21일 정연봉 참모차장 주관으로 육군본부 현안업무 점검회의를 열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회의에서 “사건 발생에 대한 반성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 재발 방지 대책 발표, 엄정 수사에 대한 내용은 논의되지 않았다”며 “군인권센터 폭로로 해당 사건이 이슈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지 못한 점, 언론 통제를 하지 못한 점을 위주로 다루고 있다. 육군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건으로 인한 여론 악화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육군은 이 주장과 관련 “육군이 사건에 대한 반성과 엄정수사 등에 대해 아무것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회의 시 지시내용도 왜곡 해석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육군은 “고인에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하며, 제기된 의혹 등에 대해 철저한 조사는 물론, 조사결과에 따라 엄중히 처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형우 기자 hwkim@seoul.co.kr민나리 수습기자 mnin1082@seoul.co.kr
  • 노조활동가 출신… “양극화·일자리 개선”

    노조활동가 출신… “양극화·일자리 개선”

    농구선수 → 노동운동 → 3선 의원…19대 국회에서 환노위원장 활동23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농구선수 출신으로 노동운동에 투신했다가 3선 의원까지 오른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 ‘첫 노조활동가 출신 장관’과 ‘첫 여성 고용부 장관’이라는 이력을 더하게 된다. 김 후보자는 서울 무학여중 2학년 때 농구를 시작해 1973년 서울신탁은행 농구팀에 입단했다. 하지만 체력적 한계를 느껴 3년 만에 서울신탁은행 약수지점 은행원으로 변신했다. 은행원 6년차 때 자신의 급여가 여자라는 이유로 신입 남자행원보다 적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뒤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1985년 서울신탁은행 노조 여성부장을 시작으로 노조 정책연구실장을 거치며 여성차별 개선에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제정에 큰 기여를 했다. 1995년에는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겸 여성복지·교육홍보국장이 되면서 금융노조 최초 여성 상임 부위원장이 됐다. 동일노동·동일임금 가치를 실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국민포장을 받았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새천년민주당 노동특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진출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통합민주당에서 초선으로 사무총장까지 맡았다. 18대에 낙선했지만 19·20대 총선에서는 영등포갑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3선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19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 쟁점화에 주력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발표한 입장문에서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 불평등으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용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면서도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정부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노·사·정이 함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고용부 핵심 과제로 ‘일자리 창출’과 ‘근로시간 단축’을 꼽았다. 그는 “일자리가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 놓여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의 질 개선을 위한 평가시스템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 수준인 장시간 노동문제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환영 입장을 내놨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김 후보자는 국회 환노위 위원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노동3권이 보장되지 않는 노동현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에 갇히지 않고 노동 적폐 청산과 노동권 전면 보장에 대해 과감한 정책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62) ▲한국방송통신대 국어국문학 ▲16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 자문위원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통합민주당 사무총장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선대위 서울공동선대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단장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김영주 고용장관 후보자는...농구선수→은행원→노조 간부→정치인

    김영주 고용장관 후보자는...농구선수→은행원→노조 간부→정치인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음주운주 등으로 자진 사퇴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대신해 지명한 더불어민주당 김영주(62) 의원은 농구선수를 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색 이력의 3선 의원이다. 농구선수에서 장관 후보자가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그의 경력을 되짚어봤다.김영주 후보자는 무학여고 재학 시절 뛰어난 농구실력으로 주목을 받아 1974년 졸업과 동시에 서울신탁은행 소속 실업팀에서 선수로 활약했다. 농구선수 시절 김 후보자는 ‘코트 위의 연습벌레’로 불릴 만큼 근성있는 선수로 통했다. 농구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이후 은행원으로 전직하면서 1985년 서울신탁은행 노조 여성부장을 맡게 된다. 노동운동에 본격적으로 투신한 것이다. 1985년 서울신탁은행 노조 여성부장을 시작으로 노조 정책연구실장 등을 거치며 노동현장에서의 여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등의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1995년에는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부위원장 겸 여성복지·교육홍보국장으로 임명,금융노조의 여성 최초 상임 부위원장이 됐다. 무학여고를 졸업한지 23년만인 1997년 한국방송통신대에서 국어국문학과를 마쳤다. 199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새천년민주당의 노동특위 부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진출했다. 국회에 입성한 뒤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내며 노동계와 끊임없이 소통, ‘노동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으며, 통합민주당에서는 초선으로 사무총장까지 맡았다. 18대 때 낙선한 후 19대∼20대 총선 영등포갑에서 연달아 승리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19대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장으로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문제 쟁점화에 주력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물질안전보건자료의 영업비밀 적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화학물질을 수입, 제조, 양도하는 과정에서 화학물질의 함유량 등이 표시된 ‘물질안전보건자료’가 영업비밀로 처리되는 현 실태를 개선해 제 2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막기 위한 입법이었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당위원장 선거에 당선되면서 8·27 전당대회에서 당 최고위원에 올라 ‘추미애 지도부’ 1기 멤버로 활동했다.선거 당시 재선의 박홍근 의원과 대결, 현장투표에서는 박 의원에게 졌으나 친문 진영과 연대,권리당원 투표에서 뒤집으며 승기를 잡았다. 농구선수 출신답게 시당위원장 선거에서 “대선 승리의 덩크슛을 넣겠다”는 구호를 내세워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단장으로 활동했다. 당내에서는 정세균계로 분류되며, 친문(친문재인) 진영 및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과도 두루 친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창원대 교수인 남편 민긍기(64)씨와 1녀. △ 경기도 양평(62) △ 한국방송통신대·서강대 경제대학원 △ 16대 대통령직인수위 사회문화여성분과 자문위원 △ 열린우리당 원내부대표 △ 통합민주당 사무총장 △ 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선대위 서울공동선대위원장 △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단장 이로써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새 정부조직법상 중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한 17개 부처 장관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영주 후보자 지명과 관련 “김 의원이 통과되면 여성 30% 비율을 넘기는 문제도 충분하게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8부·5처·17청의 장관급 기관장 19자리 가운데 6자리를 여성으로 하게 되면 32%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용노동부 장관에 김영주 의원 지명…17개 부처 인선 마무리

    고용노동부 장관에 김영주 의원 지명…17개 부처 인선 마무리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조대엽 후보자의 낙마로 공석이 된 고용노동부 장관에 3선 중진의 더불어민주당 김영주(62) 의원을 지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김 장관 후보자 인선은 전문성 부족과 과거 행적에 대한 구설 논란으로 조 후보자가 지난 13일 낙마한 지 꼭 열흘 만이다. 김영주 의원 지명으로 지난 21일 국회를 통과한 새 정부조직법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제외한 17개 부처 장관에 대한 인선이 마무리됐다. 노동부 장관에 현역의원이 지명됨에 따라 새 정부 들어 인선을 발표한 장관 중 모두 5명의 현역 입각이 이뤄질 전망이다. 농구선수 출신이라는 이례적인 경력을 지닌 김 후보자는 서울신탁은행 노조 간부를 거쳐 전국금융산업노조에서 여성 최초로 상임부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정치권에 입문해 17,18대를 거쳐 20대에도 국회에 입성한 3선의 중진 의원이다.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장을 지내는 등 노동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무학여고와 한국방송통신대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서강대 경제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았다. 문 대통령은 오는 25일 새 정부조직법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대로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차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 인선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삶은 한판의 사투… 그 속에서 찾아낸 한 떨기 꽃

    삶은 한판의 사투… 그 속에서 찾아낸 한 떨기 꽃

    생살이 붉게 찢어진 절개지에서 시인이 보는 것은 한 움큼의 야생화다. 참혹한 환부에서도 살려는 의지는 계속되는 것. 쉽게 망가지고 다치는 보통의 삶이 눈부신 이유는 여기에 있다.김승희(64) 시인(서강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시선은 그곳에 오래 머무른다. 그의 열 번째 시집 ‘도미는 도마 위에서’(난다)에서다. ‘그러니까 나의 전망은 신의 절개지다/생살이 찢어진 붉은 절개지에도 사계절이 오고/나무뿌리가 지하수를 끌어올리고/새순이 돋아나고 꽃도 피고 열매도 열린다/절개지는 절개의 상처를 치료하려고 사계절 내내/저렇게 노력하고 있다/(중략)/지금도 펄펄 살아 있는 저 붉은 아픔은/절개지의 절벽 위에 피어난/한 움큼의 야생화로 스스로 치료하려는 듯/갈 봄 여름 없이 조촐한 꽃들이 피었다 진다.’(전망)올해로 등단 44년을 맞는 시인의 감각은 여전히 ‘삶이란 결국 끝없는 보병전’이라는 냉철한 현실 인식으로 예리하게 벼려져 있다. 하지만 시집에 담긴 87편의 시편들은 환상과 전복, 해체의 언어로 ‘시대의 여전사’, ‘시의 테러리스트’라 불렸던 그의 수식어가 다시 쓰여져야 함을 보여 준다. 해설을 쓴 나민애 문학평론가가 “고통의 분출이 그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김승희에 대한 오독이다. 과거의 모든 수식을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 이유다. 치밀하게 질문하고 관찰하는 시인은 함부로 희망을 예단하지 않는다. 아픔과 절망이 필연일지라도, 뭉근한 그리움과 우둔한 견딤의 힘으로 치유가 이뤄지기도 한다는 것을 시인은 귀띔한다. ‘오늘은 마음이 구름과 자유를 추구한단다/사랑이나 희망이나/그렇게 너무 어려운 불치병은 모래밭 속에 묻고/기세등등하지 마//알로하, 한마디면 된단다/희망에는 완치가 없지만/절망에는 완치가 있다고.’(‘알로하’라는 말) 불행으로 뭉그러져도 현란한 향기를 내뿜은 복숭아처럼, 슬픔은 때론 으리으리하기까지 하다. ‘복숭아 한가운데/핏빛 가슴이 선홍빛 광배를 키우고 있어요/저 살결, 참 살가워요/배달이 오래 왔는지 복숭아 살결이 좀 뭉그러졌어요/불행에서 불멸이 나온다는데/뭉그러지면서 향기가 너무 현란한데요/그래요, 다치면서 깊어지는 저 마음/뭉그러질 때 향기는 더 진해지고 낙원은 더 가까워요/저 슬픔, 참 으리으리하네요.’(저 슬픔 으리으리하다) 비루한 세태를 손안에 넣고 능숙하게 주무르는 블랙 유머가 돋보이는 시편,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대하는 단어와 사물,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시편들은 재미가 됐다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필이란 말이 일생을 만들 때가 있다/(중략)하필은 이유를 모르고 배후도 동서남북도 모르지만/하필은 때로 전능하기도 하다/우연의 전능/우연은 급히 우연을 조립한다/하필은 불현듯 순간의 어긋남에 불을 비춰주는 말/잘못된 사건 잘못된 장소 잘못된 일이/하필은 기필코 하필이란 말을 물어보게 하는 말/하필은 참회도 없이 두 손을 붙들고 우는 말/하필이 쌓아올린 하필 그런 삶.’(‘하필’이라는 말)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비전·이미지 시대, 서사 떨쳐야 소설 발전”

    “비전·이미지 시대, 서사 떨쳐야 소설 발전”

    “소설이 안 읽히는 건 소설가 탓입니다.”작가 윤후명(71)이 최근 12권으로 나온 자신의 소설 전집에 대한 소회를 밝히다 뱉은 쓴소리다. 윤후명 소설전집(은행나무)은 지난해 1∼6권에 이어 최근 나머지 7∼12권이 나왔다. 등단 이후 50년 동안 발표한 중·단편, 장편소설들을 한데 모았다. 작가는 한국 문학의 침체에 대해 소설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려면 소설의 고정된 형태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소설로는 안 된다. 지금은 이야기의 세계가 아니라 비전과 이미지의 세계”라고도 했다. 1967년 시로 등단한 작가는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산역’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전향’했다. 소설과 시의 경계, 시공간의 한계를 끊임없이 무너뜨리며 한국문학의 ‘독보적 스타일리스트’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그는 소설은 기승전결의 서사를 갖춘 이야기라는 관념을 떨치고자 했다. “어떤 분들은 ‘그게 소설이냐’ 이렇게까지 말했어요. 하지만 소설에 이야기가 있기는 하되, 소설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서사를 벗어나지 않으면 소설의 발전은 없겠다, 그래서 제가 쓰는 소설은 어떤 이미지입니다.” 소설전집의 첫 권은 지난해 엮은 신작 단편 10편을 엮은 ‘강릉’이다. 이번에 낸 7권은 ‘바다의 귤’ 등 단편 6편을 ‘강릉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었다. 오랫동안 등져 온 고향 강릉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다. 기존 작품들을 발표 순서대로 정리하는 대신 원고를 교정·보완하고 대폭 개작과 통합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근대 저편의 문학, 이란의 현대시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근대 저편의 문학, 이란의 현대시

    한국문학번역원 산하 외국문학 전문 출판사인 ‘마음이음’에서 이란 시선집을 출간했다. 이는 한국 현대시와 이란 현대시가 상호 교차 출간 사업을 통해 서로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제법 큰 의의를 가진다. 사업의 첫 성과로 한국과 이란에서 동시에 상대국 시선집을 출간하게 돼 한국에서는 이란 시선집 ‘미친 듯 푸른 하늘을 보았다’가, 이란에서는 이란이슬람예술센터와의 업무 협약 결과로 한국 시선집 ‘도화 아래 잠들다’가 나왔다. 이란 시선집에는 이란 시편들 가운데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다양한 세대의 시인 84명의 작품 93편이 실렸다. 시선집 번역자인 신견식은 “페르시아어가 특히 흥미로운 것은 역사적으로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중동에 두루 걸쳐 문화어로서 큰 영향력을 끼치고 여러 언어에 수많은 차용어를 건네주어 딴 언어와 연결 고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비록 번역어로 읽을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이번 시선집을 통해 우리는 페르시아어와 그곳 문학이 가지는 이러한 고유하고도 스케일 큰 특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서문에서 고은 선생도 “페르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의 연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명확한 사실을 알 겨를 없는 근대의 한쪽 골짝에 갇혀 있다”라고 적었는데, 이는 서구 중심의 세계문학 지도에 ‘근대 저편’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페르시아 문학의 세계문학적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물론 그동안 그곳 문학이 우리에게 전혀 소개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연전에 13세기 초 페르시아 영토였던 아프가니스탄 발크에서 태어난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 루미의 잠언 모음집 ‘사랑 안에서 길을 잃어라’(2005)가 국내에서 출간된 적이 있다. 이슬람 전통에 뿌리를 두면서도 그것을 가장 보편적인 인류 정신과 상상력으로 승화해 간 루미의 언어는 페르시아 전통의 시가 어떤 것인지를 실감 있게 전해 주었다. 그리고 근자에 출간된 ‘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2015)에는 20세기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란의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이 수록됐다. 2014년 한국시인협회가 이란을 방문했을 때 당시 김종철 회장이 이란시인협회와 양국 시인선의 상호 번역 출간을 약정했고, 그는 암 투병 중이었음에도 이 시집 발간을 위해 끝까지 노력한 바 있다. 이러한 소개와 교류의 흐름이 토대가 돼 이번에 양국 대표 시선집이 의젓하고도 충실하게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부대 행사로 이란 시인 알리레자 가즈베가 입국해 장석남 시인과 대담을 나누는 자리도 마련됐다. 가즈베는 페르시아 문학의 위대함과 보편성에 대해 이야기했고, 장석남은 이란 현대시에 나타난 사랑과 평화의 정신이 인상적이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처럼 이번 시선집은 그동안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은 이란 문학을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실물적 사례를 제공해 주었다. 그 안에는 읽는 이의 영혼을 편안하게 해 주는 절제된 잠언시, 사랑의 언어를 통해 독자들의 함축적 공감을 끌어올리는 페르시아 전통 서정시, 모성적 감성으로 인간의 근본 문제를 노래한 여성시, 전쟁의 비극을 바라보는 사회시까지 망라돼 그쪽 현대시의 역사가 한국 현대시의 역사와 퍽 닮았다는 인상을 준다. 최근 한국문학번역원은 제16회 한국문학 번역출판 국제워크숍을 개최했다. 이 워크숍은 한국 문학의 수준 높은 번역과 해외 출판시장 진출 강화 방안을 토론하기 위해 열렸는데, 여기서 해외 문학 관련 유관 기관과의 협력 및 교류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이번 시선집이 이러한 과정에서 얻은 노력의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이 시선집을 기점으로 삼아 이란을 비롯한 ‘근대 저편’의 제3세계 문학들을 심층적으로 접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그 첫 단추로, 우리는 저 페르시아의 광활한 세계문학적 가능성과 만나게 된 것이다.
  • [제25회 공초문학상] “이슬을 진주알로 만드는 詩… 혼돈의 시대 헤쳐가는 힘”

    [제25회 공초문학상] “이슬을 진주알로 만드는 詩… 혼돈의 시대 헤쳐가는 힘”

    “아침 이슬은 햇빛이 닿으면 스러지죠. 하지만 시인은 그 이슬을 부서지지 않는 진주알로 만드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빛을 보내면서요. 문학은 현실 세계에선 힘이 없어 보이죠. 그러나 문인들은 삶의 아픔과 희망을 작품으로 일깨우며 사람들이 혼돈의 시대를 헤쳐 가게 합니다.”김후란(83) 시인은 시란 ‘말 없는 등불’이라 믿는다. 현란하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펼치는 대신 고요하고 깊은 숨결로 인간의 길을 일깨우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좋은 시란 침묵의 그늘을 거느린다’는 프랑스 시인 폴 발레리의 말을 겹쳐 보게 한다. 고아한 언어와 정제된 정서로 독자들에게 ‘침묵의 그늘’을 드리워 주는 그의 시가 제25회 공초문학상 수상작이 됐다. 올 2월 펴낸 시집 ‘고요함의 그늘에서’(시와시학)에 들여보낸 ‘지는 꽃’이다. “일회성으로만 허락된 인간 삶의 허허로움과 덧없음을 꽃에 빗대 쓴 시죠. 만개한 꽃의 눈부신 빛깔과 향기에 매료되지만 정작 지고 나면 허무하잖아요. 때문에 보이는 것을 좇기보단 진지하고도 겸허하게 사람과 사회와 어떻게 교감하며 살아야 할지 고민해 봐야 하죠. 그건 인간으로서의 사랑의 길이어야 하겠지요.” 결국 ‘어떻게 살아야 삶의 폭과 높이를 가치 있는 쪽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건청 시인)은 김후란 시를 관통하는 고민이자 주제다. 시인은 베트남전 종군기자로 눈앞에서 목격한 참상이 시 세계를 일구는 뼈아픈 거름이 됐다고 돌이켰다. 1967년 서울신문 기자로 일하던 시절, 그는 한국일보 이영희, 동아일보 박동은 등 여기자 2명, 최정희 소설가와 함께 전장에서 취재 활동을 벌였다.“사이공(현 호찌민)에서 최북단 추라이까지 각 부대를 순방하며 우리 병사들과 포로로 잡힌 베트콩들, 시신들을 봤죠. 시신을 일일이 수습할 수 없어 손톱 하나, 머리카락 하나가 유품으로 남은 것을 보면서는 얼마나 괴롭던지요. 아군, 적군 가릴 것 없이 그저 미안하고 눈물겨웠어요. 그들 하나하나가 가족에겐 귀한 젊은이들 아닌가요.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짓밟는 전쟁이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사무치게 실감했죠. 그때의 경험이 제 문학 세계를 평화 지향의 생명 존중 정신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인은 한국일보 문화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문화부장인 신석초 시인의 추천으로 1960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시인은 1955년부터 1980년까지 네 개 언론사를 거치며 기자 생활과 시업(詩業)을 병행했다. 이후에도 한국여성개발원 원장, 생명의 숲 국민운동이사장,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등 문단 안팎을 넘나드는 사회 활동을 이어 갔다. “어느덧 제가 오상순 시인을 만난 마지막 세대가 됐네요. 등단 직후 신석초 시인을 따라 명동 청동다방에 갔는데 오상순 시인이 반갑게 손을 잡아 주셨던 기업이 납니다. 문화부 기자로 일하면서 박목월, 서정주, 황순원, 구상, 조병화 등 우리 문학의 고전이 된 문인들과 교감하며 살아온 그 시절은 정신적으로 참 풍족하고 행복했어요. 기자 생활이나 사회 공직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문학의 길에서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인으로서의 자긍심으로 두 길에 더욱 성심을 다했지요. 시인이 나약한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 의지가 강한 존재라는 걸 보여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웃음).” 이런 시인을 두고 수필가 피천득은 ‘그는 따스한 정서와 아울러 예리한 관찰력과 원숙한 지혜를 가졌고 그 정서와 지혜가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의 본질은 정서 풍부한 시인’(김후란 시인의 첫 수필집 추천사에서)이라고 추어올렸다. 흔들림 없는 보폭으로 시인의 길을 걸어온 지 어느덧 반세기를 훌쩍 넘겼다. 지금도 시인의 침대 머리맡에는 메모지와 펜이 늘 자리해 있다. 시상이 떠오르면 언제든지 기록해 두기 위해서다. 새 시집을 낸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시인의 머릿속에선 벌써 다음 시집 구상이 한창이다. “이번 시집에선 김소월, 박두진, 윤동주, 정지용, 이육사 등 존경하는 선배 시인 10명의 대표 시에서 한 줄을 가져와 그들의 인간적 면모와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시 10편을 선보였어요. 이미 과거가 된 분들이지만 그들이 남긴 시와 더불어 살고 있다는 게 값지다고 느껴져서요. 그래서 30명을 꼽아 같은 방식으로 시를 써 시집 한 권으로 모아 보려 해요. 이들이야말로 독자들 마음에 빛을 심어 준 예술가들이니까요.”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김후란 시인은 ▲1934년 서울 출생 ▲1953년 서울대 사범대 수학 ▲1955~1980년 한국일보·서울신문·경향신문 기자, 부산일보 논설위원 재직 ▲신석초 시인 추천으로 196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1968년 현대문학상 ▲1997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훈 ▲1998~2000년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장 ▲2004~2013년 한국문학관협회 회장 ▲2009년~현재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 ▲2010년 서울대 사범대 명예졸업 ▲2014년 문화예술 은관문화훈장 수훈 ▲현 문학의 집·서울 이사장
  • “‘조계종 비판’ 명진스님 승적 박탈 철회하라”

    “‘조계종 비판’ 명진스님 승적 박탈 철회하라”

    사회 각계 원로들이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에 대한 조계종단의 승적박탈(제적) 조치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종교계, 문화예술계, 학술계, 시민사회단체, 법조계 원로 40여 명은 31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한 음식점에서 ‘명진 스님 탄압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결성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모임을 발의, 주도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김중배 전 MBC사장, 함세웅·문규현 신부, 염무웅 전 한국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손호철(서강대)·오세철(연세대)·이애주(서울대) 교수, 권영길 전 민노당 의원,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정지영 영화감독,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등이 참석했다. 원로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이명박 정권이 명진 스님을 절에서 쫓아낸 데 이어 이참엔 불교에서 쫓아냈다. 절집은 역사 전진에 대한 마구잡이 칼질이나 다름없는 명진 스님의 승적 박탈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 사법기구인 호계원은 지난달 5일 승풍 실추 혐의로 징계에 회부된 명진 스님에 대해 제적을 결정했다. 명진 스님은 수차례 언론 인터뷰와 법회 등에서 종단과 총무원 집행부를 비판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해 종단의 위상과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 등으로 징계에 회부됐다. 호계원은 이 같은 원로들의 요구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명진 스님은 주지 재직 시 위법하게 사찰 재산에 대한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고 근거 없이 승가의 존엄성과 종단을 비방했다”며 “명진 스님의 징계는 종헌종법의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문체부 장관 지명 도종환 의원은?…“베스트셀러 ‘접시꽃 당신’의 시인”

    문체부 장관 지명 도종환 의원은?…“베스트셀러 ‘접시꽃 당신’의 시인”

    30일 새 정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찌감치 문체부 장관 적임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다.시인 출신인 그는 베스트셀러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유명하다. 충북 청주 출신으로 원주고와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으며 충남대에서 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바치는 시 ‘운명’을 읽으며 오열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때인 지난 23일 봉하마을에서도 운명을 낭독했다. 도종환 후보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부대의 일원이었으나 소총의 실탄을 거꾸로 장전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이를 자신의 에세이에 소개하기도 했다. 탄창 맨 위 실탄을 꺼꾸로 넣어 장착하면 방아쇠를 당겨도 총알이 나가지 않는다. 도 후보자는 진천 덕산중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하던 중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활동으로 해직됐다. 전교조 충북지부장을 맡으면서 교육운동을 하다가 해직 10년 만인 1998년 진천 덕산중학교로 복직했다. 이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등을 지냈다. 도 후보자는 민주통합당 시절 비례대표 16번을 배정받아 제19대 국회에 입성했다. 20대에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다. 도 후보자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면서 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공론화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아 활동한 바 있다. ▲1954년 충북 청주 ▲원주고 ▲충북대 국어교육과 ▲충남대 국문학 박사 ▲덕산중학교 교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청주지부장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제1심의위원회 위원장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제19대 국회의원(비례대표) ▲제20대 국회의원(충북 청주시흥덕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난 동시대인의 이야기 들어주는 증인”

    “난 동시대인의 이야기 들어주는 증인”

    원전·전쟁과 여성·소년병의 고통 등 책마다 200~500명 인터뷰 엮어 논픽션 재구성 ‘목소리 소설’로 불려“노벨문학상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문학 분야의 대가, 장군이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동시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증인으로 참석했죠.” 40여년간 수백, 수천명의 목소리를 채집해 역사란 ‘작은 사람들’의 고난과 고통으로 엮인 기록이라는 걸 드라마틱하게 보여 준 동시대인의 증인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아낸 기념비적 문학”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그가 오는 23~25일 열리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19일 처음 한국을 찾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겪은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담은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쟁에 참가한 여성들의 고통을 복기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여했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소년병 어머니들의 절규를 옮긴 ‘아연 소년들’ 등이 그의 대표작이다. 책 한 권마다 200~500여명의 인터뷰를 엮어 논픽션으로 재구성한 그의 저작들은 ‘목소리 소설’이라는 전례 없는 장르로 불린다. 한 작품을 쓰는 데 5~10년이 걸리는 이유다. 옛 소련 시대 ‘레드 유토피아’의 민낯을 발가벗겨 온 작품들이 던지는 물음은 한결같다. ‘국가와 이념, 전쟁이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인간성을 앗아갔느냐’이다. “평생 역사를 사람의 크기로 작게 만드는 작업 하나에만 매달려 왔습니다. ‘작은 사람들’(소시민)이 국가의 이용 대상이었기 때문이죠. 국가는 이들을 착취하고 서로를 죽이게 했어요.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는 간과돼 왔죠. 하지만 많은 고난을 겪고 역사를 이루는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이들의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 이들을 ‘스몰 피플’ 대신 ‘빅 피플’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역사의 영웅이자 주인이니까요.” 전쟁을 책의 주제로 삼아 온 그는 “승리나 패배와 같은 전쟁의 결과나 투입한 탱크 수, 부대 수 등 전쟁의 규모는 내게 전혀 관심 사항이 아니다. 다만 사람을 죽인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인간의 참모습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수많은 고통의 목소리에서 배운 것은 “전쟁은 살인 그 자체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도 전쟁에서 아름다울 수 없다”는 것. “21세기에 죽여야 할 대상은 사람이 아닌 이념이나 이상”이라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을 이웃한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핵 논란에 관한 작가의 경고는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다. 그는 “핵의 위험성은 지금 인간이 해결할 수 없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으로 나아갔다는 게 문제”라면서 “방사능 오염은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핵 위험은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며 인류는 여기에 전혀 준비돼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작가는 최근 한국문학에서 하나의 조류를 형성하고 있는 ‘세월호 문학’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쓴다면 작가는 철학자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가 뻔하고 세속적인 비극이 되게 하지 않으려면요. 저널리즘뿐 아니라 사회학적, 문학적 접근 방식 등 다양한 양상을 동원해야 하고요.” 작가는 최근 국내에 출간된 자신의 저작 ‘아연 소년들’에서 ‘역사를 살면서 역사를 쓰는 것은 시간을 깨부수고 정신을 잡아채야만 한다’고 밝혔다. 협박과 고통에도 공산주의 프로파간다에 억눌린 사람들의 말에서 진실을 붙잡으려는 치열함과 절박함이 그의 동력이었던 셈이다. 그렇게 간절한 쓰기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제가 씀으로써 수많은 목소리의 고통이 줄어들었냐고요? 아니요. 국가에 속고 착취당한 사람들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고통의 목소리는 결코 줄어들지 않았죠. 제 작품에 문학적 아름다움을 시도한 건 끔찍한 일로 가득찬 인간의 삶만 말하려던 게 아니었어요. 이미 끔찍한 일들은 세상에 차고 넘치죠. 이런 세상에 사람들의 영혼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강건하게 지키려는 것, 그게 제가 쓰는 이유입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시리아 내전 구호 ‘하얀 헬멧’ 등 ‘2017 만해대상’ 수상자 선정

    만해축전추진위원회는 ‘2017 만해대상’ 평화 부문 수상자로 시리아 내전 구호단체인 ‘하얀 헬멧’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하얀 헬멧’은 2014년부터 현재까지 8만명의 민간인을 구조했다. 실천 부문에는 영국의 환경운동가이자 침팬지 학자인 제인 구달(83)이 선정됐다. 문예 부문 대상은 한국시인협회장인 최동호(69) 고려대 명예교수와 클레어 유(79)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버클리대 한국학센터 상임고문이 수상했다. 유 상임고문은 고은의 시집을 미국에 번역해 소개하는 등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만해대상 각 부문 수상자에게는 상금 1억원(공동 수상 각 5000만원)이 주어진다. 시상식은 오는 8월 12일 강원 인제군 인제 하늘내린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
  • 황석영·강영숙·정호승 伊·中서 한국문학 알린다

    한국문학번역원은 소설가 황석영·강영숙과 시인 정호승이 이탈리아, 중국에서 열리는 한국문학 행사에 참석해 현지 독자와 예비 번역자들을 만난다고 16일 밝혔다. 황석영은 이날 이탈리아 밀라노의 서점 ‘고골 앤드 컴퍼니’에서 독자와 만남을 갖고 18∼22일 토리노 국제도서전에 참가한다. 18일 오후에는 도서전 행사장에서 이탈리아 작가 마르셀로 포이스와 대담할 예정이다. 황석영의 작품은 2005년 ‘한씨연대기’부터 지난해 ‘바리데기’까지 꾸준히 이탈리아에 소개되고 있다. 강영숙과 정호승은 한국문학에 관심이 많은 현지의 예비 번역가들을 지도한다. 강영숙은 17∼18일 중국 산둥대, 정호승은 같은 기간 이탈리아 사피엔자대에서 번역실습 워크숍에 참여한다. 두 작가는 번역수업에 이어 강연·토론·낭독회 등 다양한 자리에서 독자를 만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한예종 유치전 수도권 6곳 경쟁 ‘후끈’

    한예종 유치전 수도권 6곳 경쟁 ‘후끈’

    답보 상태에 있던 한국종합예술학교(한예종) 이전 문제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물 위로 부상하고 있다.14일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따르면 1992년 설립된 한예종은 서울 성북구 석관동과 서초구 서초동, 종로구 와룡동 등 3곳에 캠퍼스가 분산돼 있다. 이 중 석관동 캠퍼스는 인접한 경종과 선의왕후의 능인 의릉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2025년까지 이전해야 한다. 문체부 산하 국립대 한예종은 석관동 캠퍼스만 이전하거나, 이 기회에 통합캠퍼스를 만들 방침이다. 문체부는 자치단체가 유치 의사를 밝힌 송파구 방이동 생태학습관 인근, 일산 킨텍스 인근, 인천 서구 아시아드 주경기장 인근 등 6곳의 후보지를 놓고 지난해 2월 연구용역을 줘 올해 초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내부 논의가 중단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학교 측이 새 장관 취임 시 업무보고를 위해 내부 검토를 재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 관계자는 “부지 제공 의사를 밝힌 지자체와의 협의, 학교 구성원들의 내부적 공감대 형성, 문체부 등 관련 부처와의 협의 등 단일 후보지 결정까지는 갈 길이 멀다”면서도 “새 장관에게 이전 후보지 관련 보고는 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들은 새 정부의 인적 구성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학교 측이 새 장관 취임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물어도 보지 말라지만, 학교 관계자들이 새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도 있어 경쟁 지자체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통합캠퍼스 설립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인천시는 아시아드 주경기장 인근 부지를 무상 제공하겠다는 파격 제안을 한 상태다. 그러나 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은 교통이 편리한 서울 지역 내 이전이나 서울에 인접한 후보지를 선호해 송파구 방이동과 일산 킨텍스 인근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리시도 서울여대, 서울과학기술대, 육사 등이 가까운 갈매지구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석관동 캠퍼스만 이전하게 될 경우에는 과천, 노원·서초구 지역도 후보지에 든다. 한편 지자체들의 유치 운동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지난해 6월 무기한 보류된 국립한국문학관 사례를 들며 자제를 당부하는 시각도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학교 구성원들이 총의를 모아 가장 합리적인 위치로 결정해야지 정치권 입김을 앞세우는 것은 학생들의 반발만 초래할 뿐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황룡사·분황사 돌며 남긴 ‘유금오록’…古都의 자취 ‘오롯이’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황룡사·분황사 돌며 남긴 ‘유금오록’…古都의 자취 ‘오롯이’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라 하면 ‘금오신화’(鰲新話)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문학사는 이 작품을 본격적인 소설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금오산은 경주 남산을 이루는 봉우리의 하나다. 황금자라가 서라벌에 깊숙이 들어와 편히 앉아 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지금 발굴조사가 한창인 월성에서 바라보면 옛사람들이 남산을 왜 남산이라고 불렀는지 무릎을 치게 된다. 서라벌의 정남쪽을 안정감 있게 두르고 있는 남산이 없었다면 신라의 왕궁이었던 월성의 포근함은 훨씬 덜했을 것이다.짐작처럼 ‘금오신화’는 남산에서 씌어졌다. 물론 김시습이 7년 동안 머물렀다는 용장사의 금오산실(鰲山室)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매월당의 체취를 느끼고자 두 시간 남짓한 산행을 마다않는 탐방객이 꼬리를 문다. 매월당은 용장사에 머무는 동안 ‘금오신화’ 말고도 ‘유금오록’(遊鰲錄)을 남겼다. 경주 일대의 고적을 돌아본 감회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기행시집(紀行詩集)이다. 김시습이 태어난 곳은 성균관 부근이라고 하니 오늘날의 서울 명륜동이다. 그럼에도 매월당은 그다지 연고가 깊지 않은 경주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다. 매월당은 경주를 두고 ‘산수와 절이 아름답고 고도(故都)의 풍속이 온화하여 다른 고을과는 다른 데가 있으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고 읊었다. 매월당은 강릉 김씨로 시조는 김주원이다. 김주원은 김알지의 후손으로 선덕왕을 잇기에 모자람이 없는 왕위 계승자였으나 원성왕에 밀려 강릉으로 물러났다는 인물이다. ‘유금오록’에는 뿌리를 더듬는 ‘계림’과 ‘김씨릉’은 물론 북천 건너 김주원의 집터를 찾아 감회에 젖는 시도 보인다. ‘원성왕과 김주원이 서로 왕위를 양보할 때/장맛비로 북천의 물이 끝없이 넘쳐흘렀네/백이숙제와 태백만 어찌 아름다운 소문을 독점하랴/천년 전부터 강릉에는 오랜 사당이 있었네’ 김주원이 원성왕과의 권력 다툼에서 패한 역사를 일종의 반어법으로 묘사하고 있다. 강릉 또한 깊은 인연을 가진 고장이다. 어머니의 고향이자 강릉 김씨의 터전이었다. 경포대에는 2007년 매월당김시습기념관이 세워졌다.●‘유금오록’ 경주 관광에 좋은 가이드북 경주 여행이라면 흔히 시내에서 월성과 황룡사 터, 국립경주박물관을 돌아보고 불국사와 석굴암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그런데 체제 너머의 방외인(方外人)으로 살다 간 매월당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유금오록’은 좋은 ‘관광 가이드북’이 될 수 있다. ‘유금오록’을 살펴보면 매월당의 경주 고적 탐방은 매우 폭이 넓었음을 알 수 있다. 용장사와 선방사, 흥륜사, 황룡사, 영묘사, 백률사, 분황사, 불국사, 천왕사 등 옛 절터가 망라돼 있다. 황룡사를 두고 ‘동인(銅人)이 우뚝 서서 언덕을 향해 선 것은/흥망을 그전부터 말하려 하지 않음이라’라고 노래한 것을 보면 김시습이 찾았을 때만 해도 큰법당의 본존불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듯싶다. 지금 폐허가 된 황룡사의 큰법당 터에는 삼존불 대좌의 기단석만 남아 있다. 황룡사와 이웃한 분황사는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적이 있어 김시습이 더욱 사랑한 절이다. 분황사의 모전석탑은 지금 3층까지만 남아 있어 조화롭지 못한 모습이다. 하지만 ‘돌탑은 그야말로 드높기도 해/쳐다보기는 해도 올라가기는 어렵다/층층이 봄풀이 자라났고/켜마다 이끼 꽃이 피어 있네’라는 시구절을 보면 매월당이 찾았을 무렵에는 창건 당시 옛 모습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던 것 같다. 분황사에서는 모전석탑 바로 곁의 비석 대좌를 눈여겨봐야 한다. 위쪽에는 비석을 세웠던 홈이 패어 있고, 그 아래 ‘이것은 화쟁국사 비석의 받침’(此和靜國師之碑趺)이라고 새긴 추사 김정희의 필적이 있다. 원효에게 화쟁이라는 시호를 내린 고려 숙종이 세운 추모비다. 비문의 일부는 탁본으로 전하며, 1976년 분황사 경내에서 발견된 화쟁비의 손바닥만 한 조각은 동국대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매월당은 이 비석을 보고 ‘무쟁비’(無諍碑)라는 시를 남겼다.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신라의 이승(異僧) 원욱(元旭)씨가 머리 깎고 저자에서 도(道)를 행한 것을…’으로 시작한다. 욱(旭)자와 효(曉)자는 ‘마침내 환한 깨달음을 얻는다’는 같은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원욱씨란 바로 원효대사다. 이렇듯 화쟁국사 비석은 원효와 매월당, 추사의 흔적이 한데 어우러진 보기 드문 문화유산이다. ●절 없어져 버려진 성덕대왕신종 목격도 분황사 터에서 황룡사 터를 다시 가로질러 동해남부선 철길을 건너면 국립경주박물관이다. 봉덕사종, 흔히 에밀레종이라고도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이 마당에 있다. 매월당은 들판에 나뒹구는 신종을 바라보면서 ‘절은 없어져 자갈에 묻히니/이 물건도 초목에 버려졌구나/주나라 석고(石鼓)와 다르지 않아/아이들이 두드리고 소는 뿔을 비비네’라고 한탄했다. 신라시대 이후 기능을 잃은 신종은 1460년 영묘사로 옮겼지만 북천의 범람으로 다시 벌판에 놓이는 신세가 됐다. 매월당이 딱한 모습을 목격한 것도 이때다. 흥륜사는 진흥왕 5년(544) 완공된 신라 최초의 사찰이다. 이차돈이 신라에 불법(佛法)을 전하고자 순교의 길을 가면서도 지으려 했던 절이다. 김시습이 흥륜사 터를 찾았을 때는 신라시대의 위용은 당연히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각의 남은 터는 마을로 변했구나’라는 시구처럼 절집은 모두 허물어져 지금은 경주박물관으로 옮겨진 돌구유만 남아 있었다. 그런데 매월당 이후 흥륜사 터로 알려진 곳은 최근의 발굴조사 결과 영묘사 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최근 경주공업고등학교 마당에서 ‘흥’(興) 자가 새겨진 수키와 조각이 출토됐다. 두 절의 위치는 고고학적 증거에 따라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다.●최근 흥륜사 터 발굴조사 결과 ‘주목’ 매월당 당시 사천왕사도 폐허였다. ‘도솔가’와 ‘제망매가’를 지은 월명사가 주석한 절이다. 최초의 쌍탑식 가람으로 2기의 목탑 기단부의 면석을 녹유소조상으로 장식해 건축사와 미술사에 중요한 기준을 제공하기도 했다. 문무왕 19년(679) 부처의 힘으로 당나라 군사를 퇴치하고자 세웠다고 한다. 하지만 매월당은 ‘아무리 믿음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변방이 편안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불교가 비현실 세계에 매몰되는 것을 경계했다. 경주에는 ‘유금오록’에서는 찾을 수 없는 김시습의 흔적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토함산 너머 기림사의 매월당 영당(影堂)이다. 당초 현종 11년(1670) 용장사에 오산사(鰲山祠)라는 이름으로 세웠던 영당이 고종 5년(1863) 훼철되자 경주 유림이 고종 15년(1873) 기림사에 다시 세웠다. 기림사는 원효대사가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석가모니 부처가 오랫동안 머물며 설법을 베푼 사찰이 기원정사(祇園精舍)다. 또 기원정사가 있는 숲을 기림(祇林)이라고 한다. ‘경주에는 불국사 말고 기림사도 있다’는 말의 의미를 한번 느껴 보는 것도 좋겠다. 글 사진 dcsuh@seoul.co.kr
  • 두계학술상 권인한 교수 수상

    두계학술상 권인한 교수 수상

    진단학회(회장 이현희)는 ‘제36회 두계학술상’ 수상자로 권인한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권 교수는 2015년 출간한 ‘광개토왕비문 신연구’(박문사 펴냄)에서 고구려 장수왕이 세운 광개토왕비를 음운, 문법, 어휘 등 국어학적으로 조명한 점을 인정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2일 오후 5시 30분 서울대 신양인문학술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다. 두계학술상은 한국과 인접 지역 문화의 연구를 진흥하고 장려하기 위해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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