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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 7대학 한국학 과장 최승언 교수(세계속의 한국인:5)

    ◎「한국학 불모지」서 한국어 심기 15년/69년 석사취득후 도불… 학부부터 다시 공부/정식교수론 단 한명… 불 교육계에서도 인정/부친은 문학평론가 최재서씨… 누님도 미서 한국학 가르쳐 서울과 파리의 거리는 1만4천여㎞(8천7백12마일).비행기를 타고도 14시간을 쉬지않고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머나먼 거리다. 그런 파리에서 두나라 사이를 가깝게 하는 가교역할을 하면서 프랑스와 세계에 한국을 심는 사람이 있다.파리7대학의 한국학과 최승언(50)학과장.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파리시내를 수놓은 지난 19일 파리동쪽에 위치한 파리7대학의 강의실.12명의 프랑스 학생의 파란눈은 최교수의 한국어강좌에 집중됐다. 최교수가 「너」와 「당신」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자 「합니다」와 「하십니다」의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날카로운 학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파비앙 뷔트군(20)은 한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희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뷔트군의 말처럼 한국은 프랑스 뿐 아니라 유럽에서 희귀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직은 먼나라다.88서울올림픽과경제성장으로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지리적 괴리만큼 아직도 여전히 「조용한 아침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다.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가 하면 심지어 3개월이상 머물려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체류증에 국적을 「북한」으로 기재해 발급해주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수업태도 진지 이런 한국의 불모지 프랑스에서 최교수는 외롭게 한국과 한국어를 심어 나가고 있다.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몇군데가 있지만 모두 더부살이를 하는 상태다.동양학연구소(INALCO)에서는 일본·한국학과이고 리옹대학과 보르도대학에는 한국어 강좌만 개설돼 있을 뿐이다. 파리7대학 한국학과는 독립된 과로서는 유일한 교육기관이고 현재 한국인 정식교수는 최교수 혼자다.그의 실력은 한국인 사회만이 아니라 프랑스 교육계에서도 그대로 인정받고 있다. 파리4대학의 로제총장이 아는 한국인 교수의 이름은 최교수밖에 없고 파리7대학의 드동데 문과대학장은 『최교수의 실력은 탁월하다』고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그의이런 실력은 남들과는 전혀 다른 학문적 역정에서 비롯된다.최교수는 박사논문을 쓰다가 어느 날 갑자기 다시 대학생으로 공부를 시작했다.서울대불문과에서 학사·석사학위를 받고 69년 프랑스에 도착해 툴루즈대학에서 3년동안 박사과정을 밟다가 다시 대학교 학생생활로 불어를 처음부터 공부했다.학위만 받으면 열리는 순탄한 대학교수의 길을 마다하고 스스로 바닥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한 셈이다. ○서울대 교수직 사양 『박사과정에 있으면서도 교수의 강의를 듣고 노트 필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력으로 논문을 쓰고 불문학을 공부한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프랑스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자괴심 때문에 대학교 학부생활을 다시 하게 됐다』고 최교수는 설명한다.요즘도 수업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박사논문을 써내 당당히 대학교수가 되는 적지않은 유학생들에게도 그의 이런 「용기있는」 행동은 귀감이 될 것 같다. 예비교수에서 대학생이 된 그는 프랑스학생들과 함께 밤새워 공부하고 치고박고 싸우기도 하면서 학사와 석사·박사학위를 받아냈다.지난 79년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파리에 도착한지 꼭 10년.그만큼 그의 학위는 노력과 땀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문학적인 감수성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프랑스를 완벽히 이해하는 몇 안되는 불문학자 가운데 한사람이다.또 이런 실력이 프랑스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고 동료 프랑스인 교수들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한 힘의 원천이다. 최교수는 박사학위를 받은뒤 서울대 불문학과 교수로 초빙됐으나 개인적인 이유등으로 서울대 교수직을 마다하고 지난 82년부터 이국땅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다.이런 보기드문 경력등으로 파리교민사회에서 그는 「기인」으로 꼽힌다.교수로서의 권위보다는 학자로서의 「최교수」일 뿐이다.번드르한 각종행사에 초대받아도 가지 않고 교수로서의 직업에만 충실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이런 행동에는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인 부친 최재서(1908∼1964)씨의 영향이 많았던 듯하다.최교수는 주지주의적 비평을 시도,한국문학사에 과학적 비평방법을제시한 최재서씨의 4남2녀중 막내이다.바로 위 누님 양희씨(62)도 미국 캔버라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한국어학 가족을 이루고 있다. ○학생유치 적극 활동 그의 수업법은 독특하다.언어학이나 문학을 가르치기 보다는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예를들어 『설렁탕 한그릇 주세요』라는 표현이 학생들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한다.수업을 받은 학생들의 입에서는 한국어가 스스럼없이 튀어나온다. 최교수는 학생들의 문학이나 언어학적 소질이 자신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학생들에게 한국과 한국어 이해능력을 심어주는 데 중점을 둔다.이를 테면 학생들의 소질에 날개를 달아주는 보조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학을 배우려는 학생들의 숫자가 88서울올림픽이후 한때 30여명까지 올라가 한국학 붐이 잠깐 일어났었으나 오래지않아 시들어버렸던 일도 있었다.그래서 단 2명으로까지 줄어들었다.바로 옆의 중국학과나 일본학과 학생의 숫자가 1백명정도씩으로 북적대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인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장서 2만3천권 소유 그래서 최교수는 적극적인 학생유치에 나서 동양학부 학생들에게 2개 언어를 배우도록 했다.상대적으로 학위받는 데 많은 부담을 주지 않도록 배려도 하는 등 학생들이 한국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런 노력탓에 이제는 한국학을 배우는 학생은 1학년에 30여명을 비롯해 모두 60여명.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한국학을 부수적으로 배우는 학생들이 적지 않아 최교수는 안타까워한다. 동양학을 배우는 학생들의 최대관심은 동양문명의 발상지인 중국에 있고 그다음이 경제대국인 일본이다.최교수는 『경제력이 학생들마저 불러모으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학의 전파는 국력과 직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최교수가 중국학과나 일본학과에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점이 있다.한국학과는 유일하게 자체 도서관을 갖고 있고 소장 장서만도 2만3천권에 이른다.한국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더할 수 없는 소중한 자료들이다. 올해부터는 한국국제교류재단측이 한해에 5만달러씩(약 4천만원)지원,큰 도움을 주고 있다.5명의 학생들에게 1인당 5천달러씩의 장학금도 줄 수 있는 부유한 학과가 됐다.국립인 프랑스 대학에서 장학금은 거의 생각할 수 없어 한국학과의 장학금은 앞으로 한국학 희망자들을 더욱 늘어나게 할 것으로 최교수는 기대한다. 최교수가 파리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안타깝게 여기는 일이 있다면 한국인 입양아 문제다.한국인 입양아는 프랑스에만 모두 1만명 가까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한국인 입양아들이 한국학을 공부하는 경우는 드물게 있어왔지만 3년전부터 부쩍 늘었다. 이제는 프랑스인 학생들 틈바구니에서 한국인의 모습으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한학년에 3∼4명씩 된다.프랑스인 부모들이 『너의 모국은 한국이니 한국을 알아야 한다』며 한국학을 공부하도록 권유한다는 것이다.모국찾아주기의 배려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한국어를 배우는 일이 모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또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영어를 배울 때보다 더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특히 어려서 입양된 학생들의 경우 이런현상은 심할 수 밖에 없다. ○“한국전문가 양성” 자부 최교수는 이들에게 경제학이나 지리학등을 복수전공으로 택하도록 권유한다.한국학과 경제학을 함께 공부하면 프랑스에서는 한국경제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3백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득실대는 프랑스에서 한국을 공부하면서 취업을 보장할 수 있는 길은 한국전문가가 되는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한 프랑스인 한국전문가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면 한국과 유럽의 거리는 그만큼 가까워질 것이다. ▷최승언 교수 신상메모◁ ▲45년 서울출생 ▲63년 경기고등학교 졸 ▲67년 서울대 불문학과 졸 ▲69년 서울대 불문학과 석사 ▲69년 프랑스 툴루즈대학 박사과정 ▲73년 툴루즈대학 언어학 학사 ▲75년 툴루즈대학 언어학 석사 ▲79년 툴루즈대학 문학박사 ▲80∼81년 서울대 조교수 ▲82∼88년 파리7대학전임강사 ▲88년∼현재 파리7대학 한국학과장 ▲역서 「소쉬르의 일반 언어학강좌」
  • 불상속 보물/반영환 논설고문(외언내언)

    한 권의 책이 능히 역사를 바꿔놓는 경우가 있다.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사실을 공개하기 때문이다.중간 고리가 끊어져있는 공백을 메워주는 이같은 책의 발견은 학계를 흥분시킬뿐 아니라 학문 연구성과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그러나 이러한 발견은 바닷가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든뒤 그것을 세상에 반포하기 위해 지은 책이 「훈민정음」이다.훈민정음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 국보 70호로 지정돼 있지만 국보 1호가 돼야한다고 많은 학자들이 주장할 정도.1943년 문화재 수장가로 유명한 간송 전형필이 거금 1만원에 안동지방에서 구입한 것이다. 이 책으로 훈민정음의 원리와 「서문」이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엊그제 발표된 월인석보 한권은 국문학사나 서지학적으로 깜짝 놀랄 대발견이다.그동안 세조가 편찬한 월인석보를 24권으로 추정해 왔으나 권25까지 있다는 점,또 세종이 친히 지은 월인천강지곡의 시 7수를 추가로 밝혀주고 있기 때문.세조때 발간된 초간본이란 점도 이 책의 귀중성을 더해주는 것이다. 이 귀중한 고서의 출처는 장흥 보림사의 목조 사천왕상 몸속이다.20여년 전에도 이 곳 사천왕상에서 월인석보 한권이 나온 적이 있다.2백여권의 불경과 함께 불상의 복장품으로 수습된 것이다.옛날에는 불상을 조성한 뒤 봉안의식을 치르고 법당에 모셨다.그 의식에서 텅 비어있는 불상의 몸 안에 불경이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넣는다.불경은 부처님의 말씀이므로 법신이라고 해서 진신사리와 동일하게 여겼다. 월인석보가 간행된 것은 1459년,5백30여년 전이다.그런데도 발견된 책의 상태는 매우 훌륭하며 인쇄도 선명하다.그 비결은 무엇일까.목조 불상 안의 습기도 내뿜고 저절로 환기도 되는 쾌적한 공간이었을 것이다.사천왕상 내부의 나무도 생생했다고 한다.의식으로뿐 아니라 불경의 보존까지 함께 생각한 과학적 예지가 아닌가.
  • 월인석보 재25권 발견/장흥 보림사서

    ◎국내 첫 불교 국역 대장경/기존의 24권 학설 뒤집어 우리나라 최초의 불교 국역 대장경으로 지금까지 총24권으로 추정해온 「월인석보」의 제25권이 발견됐다.더구나 제25권은 세조 5년(1459년)에 간행된 초간본이어서 학계가 더욱 주목하고 있다. 문화재연구소가 15일 공개한 「월인석보」 제25권은 순천대박물관이 지난 2월 전남 장흥군 보림사 사천왕상 몸체속에서 발견한 복장전적 1백89책 가운데 하나다.「월인석보」는 수양대군이 세종의 명을 받아 편찬한 「석보상절」과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등을 저본으로 해 세조가 간행한 것으로 지금까지 24권으로 간행됐다는 게 정설이었다. 이번 발견된 월인석보 제25권은 가로 31·8㎝,세로 21·7㎝크기의 닥종이 목판본으로 원래는 모두 1백44장을 실로 묶어 간행했으나 표지와 실이 떼어진 가철(가체)상태로 발견됐다. 「석보상절」은 현재까지 초간본으로 권1,2,7,8,9,10,11,12,13,14,17,18,23과 중간본으로 권21,22등 15권이 몇몇 대학도서관과 개인에 소장되고 있다.이 가운데 권11,12는 보물 935호로,나머지는 보물 745호로 지정됐다. 문화재연구소 박상국 예능민속연구실장은 『월인석보 제25권에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월인천강지곡의 시 577부터 583까지 7수가 실려 있어 국문학의 새로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말했다.
  • 파리 파업으로 행사 잇달아 취소/불 「한국문학 포럼」 이모저모

    ◎베트남 감독 이문열씨 작품 영화화 제의 ○…우리 작가들이 참여해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 전역에서 펼치고 있는 「레 벨 제트랑제」(아름다운 이방인들)행사가 중반을 넘어섰다. 지난주부터 파리를 덮친 파업태풍은 이 행사 최대의 악재로 작용,대중교통수단·전기·통신·가스·우편을 비롯해 파리의 공공부문 전체가 마비된 가운데 예정된 행사가 잇따라 취소돼 우리측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날코」(INALCO·국립동양어대학)에서 계획됐던 행사가 이 학교 학생들의 동맹휴업으로 돌연 취소된데 이어 1일 지중해 연안도시 몽펠리에에서 갖기로 했던 작가와의 만남도 무산. 이는 이날 하오 1시에 출발하려던 파리발 비행기편이 공항관제탑 파업으로 예정보다 늦게 뜨는 바람에 신경림·이균영씨 등 참가작가들이 행사시간인 하오 6시30분에 댈 수 없었기 때문. 이에 따라 행사장인 시립도서관 앞에서 기다리던 수십명이 발길을 돌렸고 작가들은 행사를 주관한 이곳 문인협회 사람들과 예정보다 두어시간 늦은 저녁을 하며 아쉬움을 달래야했다. ○…프랑스 TV 독서프로그램 진행자로 저명한 문학평론가인 미셀 폴락은 우리 문학의 특성을 『한국인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밀착된 시각』이라고 정의. 지난 30일 퐁피두센터 행사에 사회자로 나선 그는 한·중·일 등 아시아 3국 문학을 비교하는 가운데 『중국문학은 작가 스스로의 검열,당국의 삭제등으로 현실을 가리고 있고 일본문학은 지나치게 개인의 내면문제에 집착하는데 반해 한국문학의 사실성은 힘과 자유를 느끼게 한다』고 평가. ○…작가 이문열씨가 칸느 영화제 대상을 받은 베트남의 티엔 반 룽 감독으로부터 자신의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영화화 제의를 받아 화제. 이씨는 『티엔 반 룽 감독이 나의 작품을 인상깊게 읽고 있다며 스스로의 시각으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제의해 왔다』고 소개. 이씨의 작품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비롯,「시인」「금시조」등 7편이 이곳 악트 쉬드 출판사에서 불역돼 나와있다.
  • 한국 문학 알리기와 번역/손정숙 문화부기자(오늘의 눈)

    지하철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수단 파업이 시민들의 발을 꽁꽁 묶어 놓고 있는 프랑스 파리.이곳 퐁피두 센터에서는 지난달 30일 하오 「이방인」소설가 세명이 파리지앵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작가 오정희,이문열,최인호씨가 「레 벨제트랑제(아름다운 이방인.이곳 정부의 외국인 작가 소개 프로그램이름)」의 하나인 「작가와의 만남」에 초빙되어 이곳을 찾은것. 문화를 사랑하는 파리지앵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작가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고 1백석 남짓한 조촐한 행사장엔 때때로 웃음이 터졌다.같은날 이날코(INALCO·국립동양어대학)에서 먼저 열리기로 했던 작가와의 만남이 파업으로 취소된 터라 시운을 탓하고 있던 우리측은 길게 한숨을 돌렸다.호의섞인 문답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즈음,한 현지인이 손을 들었다.이곳에서 번역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도 읽었으며 한국문학에 관심깊다는 그가 제기한 것은 번역문제.『한국문학 불역이 특정인에게만 지나치게 치중돼 있다,번역도 독창적인 해석행위인데 한사람에게 너무 기대면 균형잡힌 소개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곳은 동양어를 집중 교육하는 앞서의 이날코를 비롯,파리 7대학,보르도,르아브르,리옹대학등 몇군데가 있다.하지만 한국어 하나만으론 밥벌이가 되지 않아 학생들은 보통 두세가지를 복수전공한다.모랑주,비셰,기유모트등 이곳의 권위있는 한국어 학자들은 대개 고전이나 어학쪽에 편중해 있어 미묘한 뉘앙스를 전하는 현대문학 번역이 쉽질않다. 한국문학을 다른 문화권에 소개하는 번역 작업에는 한국인이 나서기 보다는 그 문화를 잘 아는 현지인이 훨씬 적격이다. 좋은 문학은 곧 좋은 문체로 된 문학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조차 시를 왼다는 프랑스에 소개될때 문학의 문체를 결정하는 것은 원작이 아니라 번역이다. 그러나 우리 말을 외국어로 옮겨 전달해줄 번역자 양성은 제쳐둔채 노벨문학상을 말해온 게 우리의 현실이다.모처럼 소중한 한국문학행사가 펼쳐진 타국땅에서 제대로 된 번역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다가왔다.
  • 프랑스인들 한국문학에 높은 관심

    ◎불 국립도서센터 주관 「한국문학 포럼」 열려/최인훈씨 등 초청작가 13명 앞자리에/현지 출판인·문인들 “한국문학 본격소개 계기” 28일 하오(한국시간 29일 상오) 바스티유 오페라극장 올리비에 메시엥 홀에서 열린 「한국문학포럼」행사는 현지인들의 호기심과 관심속에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전날 밤 이곳에 도착한 시인 고은 신경림 황동규씨,소설가 최인훈 김원일 박완서 오정희 윤흥길 이균영 이문열 조세희 최윤 한말숙씨 등 초청작가 13명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을 비롯,자문위원을 맡은 문학평론가 김윤식 김치수 이선영 윤지관씨,한국문학의 번역소개에 앞장서온 파트릭 모뤼스 성대 교수등의 모습도 보였다. 프랑스측에서는 한국문학출판에 앞장선 악트쉬드 출판사 우베르 니센 사장과 베르트랑피 편집장을 비롯해 문학전문지 마가린 리테레르 기자 시몬느 아루스,시인 알랭 제오프르라 등이 자리를 같이 했다. 행사를 주관한 프랑스 국립도서센터의 장 세바스티앙 듀피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들간의 진정한 대화와 만남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문학포럼은 작품번역을 유도하고 독자층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아시아 대륙의 오랜 지혜로 성숙해 있고 고통과 해방의 역사를 극렬하게 체험한 한국문학의 대표적 문인들이 참석해준데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답사에 나선 장선섭 주불대사는 『한국문학포럼은 다채로운 행사를 통해 한국인과 프랑스인간의 이해를 높일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한국문학 소개를 맡은 모뤼스 교수는 한국문학이 특성을 「비극성,짧은 형식,역사지향』으로 요약했다. 초청대상 인터뷰,자작소설·시낭독 등으로 꾸민 비디오가 불어자막과 함께 1시간여 상영됐는데 이 비디오에서 황동규시인은 『작곡가가 되려고 화성학을 공부했다가 자신이 음치라는 사실을 알고 음악을 포기하는 대신 가장 인접한 장르인 시를 선택했다』고 밝혔다.소설가 한말숙씨는 남편인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씨 못지 않은 솜씨의 가야금 연주를 들려주어 인기를 모았다. 지난 70년대 한국에서 생활했으며 한국문학의 열렬한팬이라고 밝힌 한 프랑스인 신부는 『한국문학 특유의 색채를 섬세하게 드러내기엔 미흡했지만 이번 행사가 프랑스에 한국문학이 적극 소개되는 디딤돌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프랑스 문화성 산하 국립도서센터에서 외국문학의 실상을 국내에 소개하고 활발한 출판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펼치는 「외국문학포럼(레 벨레트랑제)」의 일환.지난 87년 브라질을 첫 대상으로 막을 열었으며 우리나라는 25번째 초청국가다. 우리문인들은 포럼기간 동안 파리시내 퐁피두 센터,국립도서센터,작가의 집,프랑스 펜클럽 등과 보르도,몽펠리에,엑상 프로방스,라로셀,에브레,페리줴,랭 등 지방도시 및 벨기에 브뤼셀을 돌며 토론회·시낭송회·작가와의 만남 등 총 25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국문학의 독창성」「한국문학에서의 여성의 위치」「문학과 참여」「서울문화 19 95」등의 주제로 열릴 토론회에서는 아니 에르노,이자벨 라캉 등 우리 귀에 익은 프랑스 현대작가들도 참여,양국간 문화적 이해를 위한 열띤 토론을 펼칠 예정이다. 본행사개막에 맞춰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퐁피두센터와 주불문화원에서 한국어린이 그림책 및 원화전시회가,파리 기메박물관에서 한국문학작품 원작영화 11편이 총 22회에 걸쳐 상영돼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불 한국문학포럼 오늘 파리서 개막

    프랑스정부가 우리나라 대표작가 13명을 공식초청해 펼치는 「한국문학포럼」행사가 28일 하오(한국시간 29일 상오3시) 개막식을 갖고 10일간의 공식일정에 들어갔다.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바스티유오페라 대강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시인 고은·신경림·황동규씨,소설가 김원일·박완서·오정희·윤흥길·이균영·이문렬·조세희·최윤·한말숙씨,극작가 최인훈씨 등을 비롯,프랑스 문화성 고위관계자,국립도서센터 임직원,조성장 주불한국문화원장,주한프랑스대사관 관계자,현지언론및 출판 관계자,한국 유학생이 참석,4백50여석규모의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필립 두스트 블라지 문화성장관을 대신한 장 세바스티앙 뒤피 국립도서센터 회장의 인사말로 막을 올린 이날 행사는 초청된 작가의 약력과 작품세계를 알리는 다큐멘터리 상영,식후 리셉션순으로 3시간남짓 이어졌다.
  • 창간 50돌 서울신문 신춘문예출신 작가들 활동상을 보면

    ◎한국문단 거목 배출… 새 조류 이끌어/50년 첫해 오영수·김성한씨 등단/소설­이동하·박기동·이경자·임철우씨/시·시조­이제하·이근배·장윤우·한분순씨/희곡·평론­주평·노경식·정하연·김문환씨 지난 50년 시작된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한국문단에 굵직한 문인들을 다수 배출해낸 영향력있는 신인 등용문으로 통한다.한국문학 발전의 견인차 노릇을 한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문인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우리 문단은 양적으로 살쪘을 뿐 아니라 보다 깊고 큰 울림을 띠게 됐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50년 김성한,오영수라는 두 거물을 건져올리면서 일찍이 우리 문단을 이끌 앞날을 예고했다.김씨는 단편소설 「무명로」로 당선,오씨는 「머루」로 가작을 차지했지만 두사람은 나중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작품활동으로 나란히 한국문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김씨가 「바비도」「오분간」등의 단편으로 삶에 내재한 부조리를 정면으로 꿰뚫는 실존적 작품세계를 열어보였다면 오씨는 갯냄새 물씬한 토속정서를 「갯마을」「삼호강」 등의 단편에 빼어나게형상화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의 명성은 이후 이동하(66년),박기동(70년),이경자(73년),손영목(77년),임철우(81년)등 쟁쟁한 작가들을 통해 더욱 굳어졌다. 「전쟁과 다람쥐」로 당선한 이동하씨는 「우울한 귀향」「도시의 늪」「모래」「장난감 도시」 등의 문제작을 잇달아 발표하며 현대문학상,평론가협회상 등을 거머쥐었다.이경자씨는 강렬한 여성의식을 드러낸 「절반의 실패」 등을 통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구며 81년 「오늘의 여성상」을 수상하기도 했다.81년 「도둑」으로 당선한 임철우씨는 광주사태의 폭력성과 광기를 따뜻한 감성으로 감싸안아 온 80년대의 대표작가다. 서울신문은 지난 61년 신춘문예와 별도로 5백만환이라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상금을 걸고 한국신문사상 최초의 장편소설을 공모하기도 했다.당선작인 신희수의 「아름다운 수의」는 영화화되기까지 하면서 장안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등 무수한 화제를 뿌렸다.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한국 시단에도 많은 자양분을 공급했다.「유자약전」「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광화사」「임금님의 귀」 등 소설과 동화,미술평,영화평 등을 쏟아내며 전천후 예술가로 정열적인 활동을 펴고 있는 시인 이제하씨(56년)가 서울신문을 통해 등단했다.한국시조시인협회 회장인 이근배씨(61년·시조),화가이자 시인으로 서울문우회 회장인 장윤우씨(63년),독특한 시세계로 주목 받는 이수익(63년),김종철(70년)한분순(70년·시조),나태주(71),김창완(73),임홍재(75년),김명수(77년),강태형(82년)씨 등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거쳤다. ○61년 장편소설 공모 한수산 필화사건 후유증으로 88년 요절,사후에 현대문학상과 지용문학상을 받은 박정만 시인도 68년 서울신문을 통해 등단했다. 이처럼 소설과 시 부문에서 뛰어난 문인들을 배출해 낸 서울신문 신춘문예는 희곡과 평론 부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주평(58년),김자림(59년),노경식(65년),김용락(71년)씨 등 한국연극계의 기둥역할을 했던 희곡작가들이 모두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지금은 TV드라마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정하연씨도 6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중견소설가였던 김청조씨는 84년 서울신문을 통해 희곡작가로 새롭게 데뷔하기도 했다. ○한승원씨 아들·딸 당선 이밖에 문화비평가로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는 김문환 서울대교수(69년)와 연극평론가 김방옥씨(71년),중진 음악평론가이자 무용평론가인 이순열씨(68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거쳤다.영화평론가 변인식(68년),홍파(71년),동화작가 조대현(66년),문학평론가 김재홍씨(69년)등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다. 최근 10년간 서울신문은 권성우,한기,하응백 등 촉망받는 젊은 비평가들을 쏟아내며 문학평론분야에서 새롭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또 94년,95년도 신춘문예에선 소설가 한승원씨의 딸 한강씨와 아들 한동림씨가 단편소설 부문에 잇달아 당선돼 문단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일 국보 상당수 한국인 작품”

    ◎일 전수대 객원연구원 홍윤기씨 「한국인이 만든 일본 국보」서 주장/4∼6세기 백제·신랑니이 문화형성 기여/법륭사 백제관음상·옥충주자가 대표적 일본이 일제강점기는 물론 임진왜란 등 우리나라를 침략한 때마다 숱한 문화재를 약탈해 간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그러나 그것말고도 일본이 현재 국보로서 떠받드는 많은 문화재가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일본이 이를 철저히 은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국보 중에서 그 옛날 우리 선조가 남긴 것들을 찾아낸 책 「한국인이 만든 일본 국보」가 최근 출간됐다(문학세계사 펴냄). 일본 문헌에 드문드문 나오는 기록을 추적,이같은 사실을 밝혀내 처음 집대성한 사람은 시인이자 일본문화연구자인 홍윤기씨.한국문인상·월탄문학상들을 탄 바 있는 이 중견시인은 지금 일본전수대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있으면서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강의한다. 그가 이 책에서 공개한 「한국계 일본국보」는 주로 나라(나양)지방에 집중돼 있다.먼저 고구려 승려 담징의 「금당벽화」로 유명한 법륭사)에는 「백제관음상」「구세관음상」「석가여래삼존상」 등 불상들과,공예품 「옥충주자(비단벌레 불상궤)」가 있다.이 가운데 백제관음은 녹나무를 깎아 만든 입상으로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예술품. 「옥충주자」는 높이 2m30㎝의 칠공예품으로,비단벌레 2천5백63마리 분의 날개를 붙여 부처 설화를 표현했다.둘 다 백제인의 작품이다. 또 중궁사에는 백제·고구려 여인이 만든 자수 수예품 「천수국 만다라 수장」이,정창원에는 신라화가가 그린 「불상」이 각각 국보로 남아 있다.지난 72년 발굴돼 한일 양국을 떠들썩하게 한 다카마쓰총 고분도 나라에 있다. 국보 1호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있는 교토(경도) 「광륭사(광륭사)」에는 나무로 조각한 「상투 미륵상」이 안치돼 있다.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이 신라작품임을 일본측도 인정하는 것처럼,상투미륵상 역시 신라가 7세기 초 일본에 보내준 것이다. 이처럼 많은 우리 문화재가 일본국보로서 남게 된 까닭은 백제·신라·고구려 등 한국에서 건너간 사람들이 고대 일본문화 형성에 결정적인작용을 했기 때문이다.지은이 홍씨는 『문화 선진국인 백제가 4세기쯤 문자가 없는 왜의 나라지방에 학자를 보내 유학을 편 것이 일본문화 발생의 바탕』이라고 해석했다.이어 6세기쯤 3국이 불교를 본격적으로 전해주면서 일본문화가 비로소 형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화려하게 소개한 대표적인 국보들이 대부분 한국에서 보내준 것과,한국인이 일본에 건너가 만든 것들』이라면서 그런데도 유래를 알 수 없다거나,막연하게 중국 것인양 표현해 이를 바로잡으려고 연구에 나섰다고 밝혔다.
  • 한국문학학교장 김정환씨(인터뷰)

    ◎「작가 지망생 위한 창작강의 일곱장」 출간/“문학에 뜻 둔 이들에 길잡이 되었으면” 『5백장쯤 모인 통신반 강의 원고를 정리 하려다가 결국 거의 새로 쓰게 됐어요.실기위주의 지침서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실정에서 이 책이 문학에 뜻을 둔 이들의 소중한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한국문학학교 교장이라는 직책이 어느덧 또 다른 꼬리표가 돼버린 시인 김정환씨(41)가 「작가지망생을 위한 창작강의 일곱장」을 푸른숲에서 펴냈다.문학학교에 수업을 받으러 모여든 「학생」들의 시,소설,수필 등을 하나하나 매만지고 기존 작가에 빗대 평도 하면서 좋은 글 쓰기로 이끄는 책이다. 『문학은 흔히 혼자 하는 것이고 내면을 파고드는 고독한 작업이라고들 하지요.틀린 말은 아니지만 혼자 한다는 것과 배운다는 것이 꼭 모순되는 것은 아니예요.창작수업을 제대로만 받으면 자기 재능에 이르는 길을 더 빨리 찾을수 있습니다』 강의록에다 비평·창작방법 등에 관한 문예론까지 곁들여 총 7장으로 엮인 이 책은 꼭 문학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다.거칠고 성긴 작품 한편이 김씨의 맵싸한 손길을 거치면서 긴장감 넘치는 새 글로 짜이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오는데다 그 와중에 언뜻언뜻 비치는 지은이의 문학관까지 덤으로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라는 수강생의 시 한편에서 첫연의 「희미」와 「붙잡아두지 못한」은 「아득」과 너무 가깝고 반복이다.「검은 감광지」의 선명한 이미지 역시 2연의 다른 시어들을 죽이거나 반복한다.이처럼 지은이는 「끈질긴 반복욕망을 치열하게 거세하고 극복」한 끝에 이라는 팽팽히 당겨진 한편을 건져 올린다. 『남의 글을 자르고 쳐내다 중언부언한 내 시를 들여다보니 좀 창피합디다.그래서 최근엔 짧은 오행시만을 묶은 시집도 펴내게 됐지요』라는 그는 『가르치는 가장 큰 기쁨은선생도 같이 배운다는 데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서강대 전면 학부제로 최소 전공 학점제 실시/내년부터

    서강대는 16일 6개 단과대학을 6개 학부로 전면개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96학년도 학부제시행안」을 확정,발표했다. 서강대는 또 내년부터 최소전공학점제를 실시하고 96학년도 신입생부터 소속 모집단위내 최소 1개 전공 이외에 다른 학부의 전공을 들을 수 있는 복수전공제도 실시할 방침이다. 시행안에 따르면 문과대학은 문학부로 바꾸고 이를 다시 2백명 모집의 어문계(영어영문학·독어독문학·불어불문학 전공)와 1백17명 모집의 인문계(국어국문학·사학·철학·종교학 전공)로 모집단위를 나눠 96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선발키로 했다. 또 사회과학부는 사회·신문방송·정치외교학군(1백40명)과 법학과(40명)로,공학부는 전자·전자계산·기계공학군(3백10명)과 화학공학과(1백10명)로 분리해 신입생을 모집한다. 이와 함께 현재 이과대학의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과 등 4개 학과를 자연과학부(2백30명)로 통합하고 경영학과는 경영학부(3백명)로 바꾸면서 학부과정을 관리학·회계재무·국제경영·무역·마케팅 등 3개 전공으로 나누기로 했다. 또 경제학과도 경제학부(2백명)로 개편,신입생을 뽑는다.
  • 국제교류재단 발행 계간 「코리아나」 가을호

    ◎「하근찬 문학」 세계에 소개/단편 「수난2대」·「흰종이 수염」2편 수록/선정위 “앞으로 신예작가로 적극 추천”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앞장서온 계간지 「코리아나」 가을호가 최근 나왔다.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최창윤)이 발행하는 이 잡지는 영어·일어·스페인어·중국어·불어등 다섯가지 언어로 나와 세계 1백70 나라,2만2천 기관에 뿌려진다. 가을호는 특집인 「한국의상의 전통미­한복」과 함께 광주비엔날레,광복50주년기념 음악회 기사를 실었다.또 연재물인 「한국문학기행」에서는 작가 하근찬씨를 다뤘고,「문화지역탐방」에서는 송강 정철이 유배를 산 전남 담양을 소개했다.이 기사 가운데 「한국문학기행」 연재는 한국문학 세계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끌고 있다. 「코리아나」에 우리 문학 소개란이 등장한 것은 93년 여름호부터.그동안 소설가로는 한말숙(작품은 장마)·황순원(두메)·이청준(눈길)·오정희(별사)·김동리(황토기·동구 앞 길)·서기원(마록열전 가운데 2·3·5편)·강신재(젊은 느티나무·달 오는산으로)씨가 소개됐다.시인으로는 서정주·구상씨의 작품세계와 대표작이 실렸다.소설은 단편 2∼3편이나 중편 하나,시는 5∼7편정도를 한번에 싣는다. 이번 가을호에 실린 하근찬씨의 작품세계 해설은 송희복교수(동국대 국문과)가 맡았고 수록작품 「수난 2대」와「흰 종이수염」 두편은 케빈 오룩교수(경희대 영문과)가 번역했다. 「한국문학기행」의 작가·작품선정은 예술원 문학분과위원회에서 하는데 보통 8∼10명정도를 한꺼번에 뽑아둔다.올 겨울호로 예정된 이문열씨(그 해 겨울)를 비롯,소설가 최인훈·박완서·김승옥·이문구·최윤·김주영·서정인·김원길·윤흥길·황석영씨등이 이미 선정돼 있다. 이처럼 많은 작가를 미리 고르는 까닭은 1∼2년 시간여유를 갖고 번역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또 한국문학 번역가가 많지 않은 점도 이유의 하나로 꼽힌다.그동안 실린 작품은 오룩교수와 존 홀스타인교수(성균관대 영문과)·신현송교수(옥스퍼드대 경제학과)·데이비드 매칸(코넬대 아시아연구소장)씨등 10명이 돌아가며 우리말로 옮겼다. 선정위원회는 앞으로 중견작가만이 아니라 최근 화제작가도 소개해 한국문학의 흐름을 더 분명하게 보여줄 계획이다.
  • 유종호 교수「인문주의 평론」40년 결산/회갑맞아 비평집 5권펴내

    ◎“품위·스타일 감춰야 참된 작가”/「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뒤늦게 시인으로 데뷔 『문학이란 언어로 된 예술입니다.아무나 쉽게 흉내낼순 없어요』 회갑을 맞아 자신의 비평세계를 아우르는 전집을 민음사에서 펴낸 중진문학평론가 유종호씨(60·이화여대 영문과 교수).자타가 공인하는 인문주의자답게 그는 문학은 「품위」있어야 한다는 돈독한 믿음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우리 평단에서 그의 이름이 일으키는 공명은 크다.지난 57년 첫 평론을 선보인 이후 약 40년간 그는 무게있으면서도 매끄러운 문장으로 한국 평론계의 전범이 돼왔다.그 평론의 너비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친절하면서도 따끔한 개론강의에서부터 작가의 속에 들어갔다 나온듯 자유자재한 작품론,그리고 인문주의 입장을 정연한 논리로 강화하는 문학론 등에 이른다. 전집은 이같은 평론가의 정통비평집 다섯권으로 돼있다.1권「비순수의 선언」,2권「동시대의 시와 진실」,3권「사회역사적 상상력」,4권「문학이란 무엇인가」,5권「문학의 즐거움」등.이중 1∼4권은 나왔던책을 다시 묶은 것이다.이번에 새로 묶은 「문학의 즐거움」은 그의 천의무봉한 붓끝을 엿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이 책에는 우선 미당,정지용,이태준,신경림,정현종,김지하,김승옥,이문구,이문열 등의 작품론이 실려있다.『스타일이 있는 작가를 좋아합니다.스타일없이 얘기만 있는 작가는 매력이 없어요』라는게 이들 작가를 선호하는 이유다. 이밖에 즐김으로서의 문학을 옹호하고 고전과 언어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문학의 즐거움」「우리에게 고전은 무엇인가」「인문주의의 허와 실」 등의 문학론,전쟁·산과 산촌 등의 소재가 한국문학속에서 어떻게 변모돼 왔는지에 대한 정리,브레히트·하우저 등 좌파 문인에게서 오히려 사고의 탄력과 균형감각회복을 주창할 예를 찾아내는 문명비평 등이 실렸다. 하지만 비평가의 매력은 견고한 입장이나 박학이 아니라 그의 글 자체에 가장 잘 드러난다.담시로 유명한 김지하에게서 탁월한 서정시를 더 사주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많이 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삶의 상처에 대한 너그러운 이해가 문학의 효험에 대한 확신과 맞물려 문장에 힘을 싣고 있다. 「세계의 문학」 가을호에 열편의 시를 발표하며 시인으로도 데뷔한 그는 『내가 본 6·25를 객관적으로 그려낼 장편소설도 이미 구상이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 63조원 새해 예산/신규 사업

    ◎노인 복지타운 5곳·장례식장 10개 건립/46억원 투입,치매전문병원 3개 설립/65세 이상 의보수혜 일수 3백65일로/전문번역가 양성… 한국문학 세계화 부축/회화교육위한 외국어 교원연수원 설립/고엽제 후유의증환자에 매월 수당 지급 내년 예산엔 색다른 정책사업들이 많다.그 중에서도 한국문학 세계화지원 금고나 고엽제 후유의증(응증)수당 신설,장례예식장·치매전문 요양병원·노인종합복지타운·외국어교원연수원 신설이 눈길을 끈다. ◇한국문학 지원 한국문학의 세계적 발전기틀을 마련,한국에서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배출하자는 주돈식 문화체육부 장관의 착상에서 비롯됐다. 문학수준은 높은 데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번역이 이뤄지지 못해 우리 문학의 진수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던 게 문학계 현실이다.산발적인 번역작업이 있었지만 출판업계의 영세성때문에 한국 문학작품의 해외 번역·출판은 고작 3백여종에 불과하다. 정부는 따라서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을 선정,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번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국문학 세계화 지원금고」를 신설해 2001년까지 총 1백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내년에 우선 10억원을 들여 전문 번역인의 양성과 해외 번역 및 출판·홍보를 지원할 생각이다.이 금고의 설치를 계기로 전문적인 해외 번역을 통해 우리문학의 우수성을 해외에 알림으로써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날을 기대해 볼 만하게 됐다. ◇고엽제 환자 지원 월남전에 참전했던 고엽제 환자는 후유증과 후유의증 환자로 나뉜다.고엽제 후유증은 말초신경병 등 10가지의 질병이 있고,이 중 말초신경병이 83% 가량 된다.후유증 환자는 현재 6백여명 가량.「국가유공자 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상이군인과 같이 연금과 취업알선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는 보훈병원에서 무료로 진료만 받을 뿐 연금이나 수당지급은 않고 있다.당뇨와 고혈압 등에 시달리는 이들 환자는 약 1천6백50여명에 이른다.그러나 내년부터 이들에도 「후유의증 수당」이 신설돼,월 20만원씩 지급된다.국가 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생활보조 수당의 성격이다. 박세직 의원 등 국회의원 63명이후유의증 환자에게도 수당을 지급할 수 있도록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진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의원입법으로 발의,올 정기국회에 통과할 예정으로 있다.월남전 참전용사들의 힘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이 오는 98년까지 계획으로 고엽제 후유의증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에 들어가 역학조사 결과 후유의증이 고엽제와 관련된 것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수당지급은 중단된다.98년까지 한시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다. ◇장례예식장 내년에 장례예식장이 선보인다.가정의례에 관한 제도개선을 위해 내년에 국고로 57억원(사업비의 50%)을 지원,전국에 10개소의 장례예식장을 세우기로 했다. 주거문화가 과거의 단독주택 위주에서 아파트같은 공동 주택으로 바뀜에 따라 장례관습이 달라져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시범사업으로 하며 운영은 민간이 하게 된다.현행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에도 장례예식장을 도입할 수 있는 근거는 있으나 병원영안실이 하고 있다.일본 등의 선진국은 이미 장례예식장을 도입,운영한 지 오래다.혼례식장처럼 일정한 곳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으로 설립지역은 보건복지부가 나중에 정한다.10개소 중 2∼3개소는 서울에 설치될 전망이다. ◇치매요양병원 정확히 집계되지는 않지만 현재 전국에는 10만여명의 치매노인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이 중 10% 안팎은 치료가 가능한 환자들이다. 치매환자는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그러나 병원에서 치료가 되지 않으면 불치병으로 분류돼 요양시설에 가야 한다.정부는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치매노인 환자도 급증할 것으로 보고 내년에 46억원을 들여 3개소에 치매노인 전문요양병원을 짓기로 했다.사업비의 50%를 국고에서 보조한다. 시·도립 병원형태로 운영하며 기존 의료법인에 건립 및 운영을 위탁할 수도 있다.공중 보건의와 신경정신과 전문의가 배치된다.정부는 치매노인 환자들이 전문 요양병원을 많이 이용할 것에 대비,현재 2백10일인 65세 이상 노인의 의료보험 수혜일수를 내년부터 3백65일로 늘려,연중 의보혜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노인 복지타운 현재 대전시 동구에서 시범사업으로 건설 중인 「실버토피아」에서 노인종합복지타운의 도입을 착상했다.내년에 국고로 54억원(사업비의 50%)을 보조,전국 5개 곳에 노인종합복지타운을 세울 계획이다. 시·도에서 운영하며 이발소나 목욕탕 등의 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들의 소외감을 덜어주기 위해 레저스포츠 시설 등 각종 휴식시설과 목욕탕·이발소도 갖춘다. ◇외국어 연수원 외국어 교사들에게 정통 외국어를 가르치기 위한 연수원으로 내년에 25억원을 들여 청주 한국교원대부지 2천1백45평에 설립된다.외국어 교사들이 회화보다는 문법위주로 배워 회화교육에 비중이 더해지는 최근 추세와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어 교사들이 유창한 회화실력을 갖추도록 전국 중·고교에서 선발,4∼5개월간 합숙 회화교육을 시키겠다는 구상이다.운영성과를 보아 국민학교 교사까지 확대할 계획이다.이곳에서는 외국인 강사와 24시간 숙식하며,말도 외국어로만 해야 한다. 지난 해부터 운용하고 있는 원어민교사(네이티브 스피커)를 내년에 59명에서 2백명으로늘려 이 중 20여명을 연수원에 배치할 계획이다.미국의 중동부 등 표준어를 사용하는 곳에서 집중 선발된 원어민 교사들은 지난 해부터 국내에 들어와 시·군 교육청에서 외국어 교사들을 지도하고 있다.
  • 도서 2천7백권 연변대학에 기증/서울대

    서울대는 18일 중국 한민족 자치구의 유일한 대학인 연변대학(총장 박문일)에 2천7백여권의 도서를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증도서는 조동일(국문학)교수의 「한국문학통사」 6권등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서울대 강의교재 1천6백82권과 총학생회가 수집한 1천29권등 모두 2천7백11권이다.
  • “현대문학 반세기… 분단의 아픔 관통”

    ◎대산재단 21∼22일 「해방 50주년 기념 한국문학 50년」 심포지엄/시·소설·희곡·비평 부문별로 진단/북한문학·해외 한국문학도 점검/국내외의 문인·학자 등 35명 참석 「해방 50주년 기념­한국 현대문학 50년」 심포지엄이 21.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대산재단 주최의 이 심포지엄은 지난 반세기동안 우리 문학의 성과를 한국의 ▲시 ▲소설 ▲희곡(21일) ▲비평(22일) ▲북한의 문학(시·소설과 문예비평·22일) ▲세계문학과 한국문학(한국문학의 해외소개·해외의 한국문학·21일) ▲통일시대 한국문학의 전망(제1,2발제·22일)등 7개 주제로 나누어 종합진단하는 것으로 국내외 문인,학자 35명이 주제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한다. 미리 발표된 주제논문들에 나타난 한국 문학 50년의 가장 큰 원체험은 분단이다.현대문학의 시원에 깊게 팬 이 민족사적 상처는 우리 문학을 시대의 갈등과 모순을 총체적으로 드러내는데 유리한 리얼리즘으로 자연 기울게 했다는 것이다. 최동호교수(고려대 국문과)는 「한국의 시」 발제에서 해방이후 한국시사를 ▲분단체제 성립기(19 45∼59) ▲심화기(19 60∼79) ▲전환기(19 80∼95)라는 틀을 사용해 시대구분한다.이같은 시대구분을 바탕으로 그는 60∼70년대에는 「시의 효용은 무엇인가」가 쟁점이었으나 80년대 이후는 우리시의 다양한 경향과 가능성을 보인 시기라고 정리한다.최교수는 우리 시의 80년대를 이성복에서 기형도에 이르는 모더니즘 흐름과 김정환,백무산의 리얼리즘 지향이 맞서온 역사로 파악하기도 한다. 「한국의 소설」 발제자인 조남현교수(서울대 국문과)역시 지난 50년간 우리 작가들을 사로 잡은 최대 소재를 한국전쟁으로 본다. 조교수는 우리 소설이 그간 도덕주의,세태소설,종교소설,중간소설 등 다양한 갈래를 낳았지만 혼란과 갈등상황에서는 항상 리얼리즘을 전면에 내세워 왔다고 진단한다. 그는 90년대 소설계의 특징을 ▲거대서사의 퇴조 ▲대하소설의 증가 ▲베스트셀러의 급증과 규모확대 ▲평론의무력증 ▲전업작가의 증가등으로 정리하기도 한다. 「한국의 희곡」 주제발표자 유민영교수(단국대 국문과)는 우리 희곡사를 견고한 리얼리즘의 원심력에 부조리극,초현실주의극,서사극 등이 일탈을 꾀해온 역사로 정리한다.그에 의하면 한국희곡 50년중 전기 25년은 리얼리즘 일변도였고 후기 25년은 리얼리즘 극복이 최대과제였다. 「한국의 비평」 주제발표에서 유종호 교수(이대 영문과)는 해방이후 한국의 비평이 마주친 문제들을 중심으로 살피면서 60년대 후반 이후 주요 비평가들의 비평입장을 검토하고 우리 비평의 앞날을 전망하여 눈길을 끈다.유교수에 의하면 민족문학론을 주도해 온 백낙청은 이론비평이나 실제비평(기술비평)을 벗어나 시인 작가에게 글쓰기의 주제와 방법을 교시하는 입법비평의 입장에 서 있다.『김윤식과 함께 비평 생산 최다수확왕의 영예를 지녔고 김문집 이어령 이후 통념화된 험담과 독설로서의 비평을 덕담으로 변모시키는데 기여한』 김현의 경우는 기술비평의 입장이고 김우창은 자기충족적 비평(고전적 에세이),김윤식과 김용직은 국문학 지향의 비평,정명환 이상옥 곽광수 도정일등은 외국문학의 소양을 바탕으로 한 타자참조비평의 범주에 각각 속한다.유교수는 또 『앞으로 문화비속화 현상의 일환으로 비평의 중간화 잡담화 가십화가 가속화 되고 비평이 논문쪽으로 기울면서 비평의 주변화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진단한다. 이 심포지엄의 주제발표논문과 토론요지는 오는 10월말 민음사를 통해 책으로 묶일 예정이다.
  • “개성있는 언어” 산문집 4권 눈길

    ◎유년시절 고백·분단현실 등 소재 다양/신경숙 「아름다운 그늘」/김하기 「마침내 철책끝…」/함광복 「DMZ… 아니다」/고종석 「고종석의 유럽통신」 한국문학의 지도에서 산문의 위치는 모호하다.붓 가는 대로 쓴 수필로서 감상적인 여고생이나 주부의 심심파적 정도로 치부되기도 하고 시나 소설에서 맛볼 수 없는 깔끔한 언어로 삶에 대한 직접적인 통찰을 드러내는 글로 대접 받기도 한다. 감상적인 수요층을 노골적으로 겨냥,감미료를 잔뜩 친 수필집들이 서점의 에세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독특한 산문집 4권이 나왔다.작가 신경숙씨의 「아름다운 그늘」을 필두로 김하기 산문집 「마침내 철책 끝에 서다」,함광복 산문집 「DMZ는 국경이 아니다」,고종석 산문집 「고종석의 유럽통신」등이 그것.이 책들은 주제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개성적인 언어로 산문정신의 본질인 「삶의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젊은 여성작가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신경숙씨의 「아름다운 그늘」은 마음의 떨림을 섬세한 언어에 담아온 소설가의 사적인고백.농촌에서 식구들과 부대끼며 자란 유년시절,글쓰기와 문단 친구들 이야기 등을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속삭이며 작가는 언어로 드러나지 않는 삶의 비의에 가 닿고자 한다.이 책의 소제목인 「말해질수 없는 것들」이란 말은 그의 감성의 세계를 한마디로 드러내면서 유행어가 돼버렸다. 「마침내 철책끝에 서다」는 지은이가 휴전선을 따라 여행하며 통일에 대한 염원을 담은 기행문.백령도·강화도·민통선을 거쳐 최전방 철책 끝에 이르기까지 서로 대치하고 있는 민족의 고단한 운명을 보며 한층 불댕긴 지은이의 민족애가 열정적으로 뿜어져 나온다. 「DMZ는 국경이 아니다」역시 분단 현장인 DMZ을 글감으로 한 글.하지만 사회부 기자의 글답게 DMZ의 생태계와 거주지·역사 등에 대한 방대한 보고서의 성격이 짙다.천연기념물의 보고로서,주말 외출한 군인들이 애인과 어울리는 최소한의 삶의 터전으로서,그리고 예술가가 월북하고 남북이 정치적으로 충돌했던 역사의 현장으로서 DMZ의 중첩된 의미가 간결하고 차분한 문체에 실린다. 「고종석의 유럽통신」은 현재 파리에 체류중인 신문기자출신 지은이가 한국의 선후배·동료들에게 띄우는 편지글 형식.1백23년전의 실패한 파리 코뮌,일본인의 노벨문학상 수상,대선을 앞둔 파리의 분위기 등 현안을 보는 소감과 현지에서 본 앙리 레비의 영화,반 고흐,생텍쥐페리 등에 대한 여러가지 상념이 지은이의 두터운 문학적 소양과 사회를 보는 매운 눈에 걸러져 명쾌하게 드러나 있다. 문학동네 차창룡 편집차장은 『산문집이라면 이미 발표한 글을 모으는 것으로 흔히 알려져 있지만 최근엔 시골로 내려가서 산문집에 실을 글을 따로 쓰는 시인도 있다』면서 『산문이 푸대접받는 시대라지만 산문을 통해 아름답고 정확하면서도 감각에 맞는 국어에 도전하고자 하는 젊은 문인들도 적지 않은 듯 하다』고 말했다.
  • 언어/이해­추리 능력평가 … 평가 바람직/96대입 수능해설서 내용

    ◎수리탐구­실제적용력 바탕 문제해결 과정 중시/외국어―암기력 위주 탈피 의사 소통 능력 측정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앞으로 5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 수능시험은 영어의 듣기문항이 2개 늘어나는 것 말고는 전체 출제 경향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국립교육평가원이 수능시험 해설서에 밝힌 출제경향과 시험 대비방안을 간추려 본다. ◇언어영역=어휘력·문장독해력·언어추리력을 중심으로 단어의 의미와 용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긴 문장의 사실적·상상적·비판적 이해력과 추리력,단어간의 관계를 유추하고 언어사용의 오류를 분간하며 추론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다. 출제 소재는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고교 교과목이 대상이 되며 보고문과 보도문,편지,계약서 등과 교과서밖의 문장과 실생활 언어까지도 출제될 수 있다. 국문학사나 문법 등에 관한 지식자체를 평가하는데 치우치지 않고 통합교과적으로 출제,처음으로 대하는 생소한 문장을 적절히 독해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주목적이므로 문학·사회·과학·역사·음악·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연습을 통해 사고력과 이해·논리·비판·추리·상상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 ◇수리·탐구영역(Ⅰ)=수학적 지식을 묻는 문제보다는 수학적 표현을 이해하고 해석할 줄 아는 사고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중심이 된다. 문제의 파악에서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의 전체 사고과정의 평가에 중점을 두고 특수하고 어려운 개념이나 원리보다는 대다수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제가 출제된다. 따라서 수업시간에 다루어 본 문제보다 실제적이고 생소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또 문제해결의 능력과 함께 계산능력과 개념·원리·법칙의 이해력과 추론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제도 아울러 출제된다. 문제해결과정에서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개념과 원리를 적절하게 활용,고정된 한가지 해법만이 아닌 여러가지 방법으로 접근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적 정보를 조직화하며 그래프와 표 등을 능숙하게 읽고 수학적인 기호로표현하는 방법에 익숙해져야 한다. ◇수리·탐구영역(Ⅱ·과학및 사회탐구)=과목별 평가를 지양하고 가능하면 몇개의 기본개념을 포괄하는 통합형 문항을 출제하며 자연·사회과학적 상황을 근거로 실험이나 탐구활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탐구의 절차로서 문제의 인식,가설 설정,탐구의 설계와 수행,자료의 해석,결론 도출및 평가 등의 단계에 따른 능력을 하나하나 측정할 수 있으나 가능한한 둘이상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출제한다. 과학과 사회와 관련된 기본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상황의 적용력을 요구한다. 즉,생활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나 상황을 이용해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함께 문제해결을 위한 가설의 설정,증거의 수집,가설 검증및 결론 도출 등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한다. ◇외국어(영어)영역=종래에 해오던 영어에 관련된 지식이 아니라 영어를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한다. 즉,영어를 듣거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이고 영어의 적절한 표현법을 사용해 생각과 느낌을말할 수 있는 능력도 측정한다. 영어의 용법을 암기해 숙지하고 있는 지식의 정확성을 측정하기 보다는 영어를 듣고 말하고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그런 목적아래에서 올 수능시험에서는 듣기 문제가 2문항 늘어나 10문제가 출제되고 배점도 9∼10점까지 높아지며 1백단어가 넘는 긴 지문(예시문)도 3∼4문제 나올 것이므로 장문 이해능력을 배양하는 것도 중요하다. 듣기 능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대화를 듣고 주제와 요지를 이해하는 체계적인 학습이 필요하다. 읽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문장의 번역보다 관심과 흥미에 맞는 소재를 갖고 독해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한다.평소 쉬운 영어로 씌어진 책부터 시작해 교과서는 물론 자연·사회과학·문학·논설문·실용문 등 폭넓은 소재의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 「순수문학」 외길 걸은 문단거인/타계한 김동리 선생의 문학과 생애

    ◎생명·인간성 탐구 중시… 문학의 도구화 반대/한국적 샤머니즘 담은 「무녀도」·「황토기」 남겨 17일 타계한 김동리(본명 김시종)씨는 한국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소설들을 남긴 우리 문단의 거목이었다. 작가로서의 그는 60여년의 작품활동을 통해 1백여편에 이르는 중·단편소설을 남긴 빼어난 글쟁이였다.이른바 「순수주의」를 지향한 그의 소설들은 해방이후 우리 문학의 큰 줄기로 이어져 내렸다.뿐만 아니라 그는 참여주의 논객들과의 지속적인 논쟁을 통해 이같은 자신의 문학관을 적극 옹호한 이론가이기도 했다. 1913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난 김동리씨가 처음 문단에 나온 것은 3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한 시 「백로」를 통해서였다.그러나 35년 중앙일보에 「화랑의 후예」,36년 동아일보에 「산화」 등 두편의 소설이 잇따라 당선되면서 그의 재능은 산문쪽으로 더욱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의 문학적 지향은 30년대말 발표된 「무녀도」와 「황토기」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기독교신자인 아들과 갈등을 빚는 무당,가공할 힘을 지닌 장사의 사연을 다룬 이 단편들엔 한국적 샤머니즘과 신화의 세계에 대한 지은이의 본능적인 이끌림이 나타나 있다. 이무렵 그는 자신의 창작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평론작업을 병행하기 시작했다.문학의 사회·역사의식 회복을 촉구한 임화·유진오의 글에 맞서 「순수이의」(39년)「신세대의 정신」(40년) 등의 평론을 발표한것.이런 글에서 그는 『문학이란 본질적으로 개성적인 삶의 탐구여야 한다』며 정치나 이념에 종속되지 않는 순수문학이야말로 문학의 본령이라는 주장을 폈다.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이같은 순수문학 옹호는 그후 그의 창작에 일관되게 깔리는 철학적 기조가 된다.해방공간의 좌­우 논쟁,70년대말 순수­참여 논쟁 등을 거치면서 그는 문학의 도구화에 반대하고 생명과 인간성 탐구를 문학 고유의 역할로 여기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다.이때문에 리얼리즘 문학이 성했던 80년대엔 삶의 현실이나 인간의 역사를 외면하고 있다는 문단 한켠의 거센 비난에 맞닥뜨리기도 했다.그러나 그와 이념적으로 대척되는 지점에 놓인 시인 고은씨조차도『동리문학은 한국소설의 원점』이라고 평할 정도로 그의 탁월한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장·예술원회장·서라벌예술대학(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학장등을 거치면서 이념과 사상을 떠난 특유의 포용력으로 이른바 「김동리 사단」을 거느리는 문화예술계의 대부로 군림하기도 했다.장용학·손창섭·박경리·이범선·최일남·한말숙·정을병·이문구·서영은·문순태씨등이 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고 천승세·김원일·송상옥·유현종·오정희씨등이 서라벌예대 제자들이다. 문학과 삶의 동반자였던 부인 손소희씨가 작고한지 얼마 안된 지난 87년 30세 연하의 문단 제자 서영은씨(52)와 결혼해 화제를 불러 일으켰으나 90년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이념의 시대가 지나가고 90년대에 접어들어 동리문학의 짙은 문학성에 대한 재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그의 단편 대표선집이 나오고 연구논문들이 책으로 묶이는 가운데 민음사에서는 「김동리 문학전집」을 7월부터 2∼3차에 걸쳐 펴낼 예정이다.여기에는 장편「사반의 십자가」「을화」를 포함한 그의 모든 소설들과 문학평론,에세이들이 수록된다.한국 토속정서에서 인간의 보편적 구원문제로 확대돼온 그의 문학적 지평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이 책이 유작이 되는 셈이다. □연보 ▲1934년 조선일보 시 「백로」,35년 중앙일보 단편 「화랑의 후예」,36년 동아일보 단편 「산화」 각각 신춘문예당선. ▲36년 「무녀도」,39년 「황토기」,41년 「소년」발표후 8·15까지 침묵. ▲1946년 한국청년문학가협회 결성 초대회장,「윤회설」. ▲1949년 한국문학가협회 소설분과위원장,장편 「해방」. ▲1950년 문교부 예술위원,서울시 문화위원,「인간동의」 ▲1954년 예술원회원,「마리아의 회태」. ▲1955년 「흥남철수」「밀다원시대」「실존무」. ▲1957년 장편 「사반의 십자가」 ▲1961년 문인협회 부이사장 「등신불」. ▲1966년 「까치소리」「송추에서」「백설가」. ▲1967년 3·1문화상 수상,대표작선집 전 5권 간행. ▲1968년 국민훈장 동백장,중편「극락조」. ▲1971년 장편 「아도」. ▲1973년 중앙대 예술대학장 장편「삼국기」 수필집「사색과 인생」 ▲1974년 장편 「이곳에 던져지다」. ▲1978년 장편 「을화」 수필집 「취미와 인생」. ▲1981년 예술원회장. ▲1983년 5·16민족 문화상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예술원 원로 회원.시집 「패랭이꽃」. ▲1987년 장편 「자유의 역사」(59년 신문 연재작). ▲1990년 소설가 협회장.7월 30일 뇌졸증으로 쓰러짐. ◎한국문학의 영원한 큰별이시여…/고 김동리 선생 영전에/한승원 작가 이세상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고 선생님 혼자서만 아시는 그 깸없는 무상한 오랜 잠 주무시더니,그 잠 깨시기 바쁘게 선생님 어디로 떠나가시려 합니까.간밤 검은 구름장들 지붕머리 짓누른채 궂은비 흩뿌리고,그 습한 어둠속에서 허리 꼬며 강물 슬프게 앓아대고,북한산 지빠귀 한 마리 제 잠 설치게 하더니,신새벽의 푸른 빛살 속에서 선생님 떠나셨다는 소식을 접하였습니다. 고무줄처럼 잡아당기기도 하고 보석처럼 단단하게 앙금지게 해놓기도 하고,몇 천억겁을 찰나로 오그라들게 하기도 하고 그 찰나를 다시그 몇 만억겁으로 늘어나게 하기도 하는 혼자서만 아는 시간을 주무르고 노시다가 그 시간을 서리서리 호주머니에 넣으시고 가시는 거기가 어디입니까. 영화도 많았고 욕됨도 많았던 이 땅,이곳에서의 머무름은 얼마만한 잠시였습니까.이제 가시는 그곳은 「달」속의 달이와 「무녀도」의 을화가 있는 곳입니까.「황토기」와 「등신불」속의 그들이 살고 있는 그곳입니까. 30년 저쪽의 어느 늦은 가을날,저희들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선생님을 모시고 뚝섬으로 소풍을 갔을 적에,저는 폭음을 하고 취한 척하고는 선생님께 건주정을 하였고,호래자식인 저를 유도하는 한 친구가 못됐다면서 모래밭에 내리 꽂았었습니다.이튿날 얼굴에 반창고 붙이고 찾아간 저에게 싱긋 웃으시며 어깨를 두들겨주시던 선생님의 그 인자스러운 동안을 저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속된 저로서는 지루하게만 느껴진 그 깸없는 신비한 잠을 주섬주섬 사려담고 문득 떠나가시는 선생님의 뒷모습이 제 가슴을 쓰라리게 하지만,저는 결코 슬퍼 울지 않습니다.이 밤,저는 북한산 위의 별들을 보고 있습니다.지금 선생님께서 이르게 되는 그곳은 선생님께서 신비롭게 형성해놓은 세계일터입니다.제가 쳐다보는 별처럼 떠있는 비가시적인 커다란 시공. 우리들의 우주안에서는 가는 것은 없고 오는 것만 있습니다.헤어지는 것은 헤어지는 것처럼 보일 뿐,사실은 긴긴 강의 하구에 잇닿은 바다에서 다시 만나 어우러지게 됩니다.그것을 굳게 믿는 저는 별로 오래지 않은 시간안의 즐거운 회후가 예정되어 있음도 믿습니다.선생님 그곳에 먼저 가셔서 큰 예술학과 하나 마련해놓고 계십시오. 저 선생님의 그 학교에 또 입학하겠습니다.선생님,명명한 그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 시인 박두진(이세기의 인물탐구:75)

    ◎신·자연·인간을 노래한 “해의 시인”/불의·적당주의·시속과 타협 단호히 거부/독학으로 인생행로 개척한 극기의 인물/등산·수석채집 30여년… 붓글씨·서화에도 능해 「해야 솟아라.해야 솟아라.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산넘어 산넘어서 어둠을 살라먹고,산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혜산 박두진의 「해」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우리나라 대표적 시인의 한 사람인 그를 일컬어 문단은 「해의 시인」으로 부르고 있다.이에 대해 문학평론가 김인환(고대교수)은 『밤과 밤을 몰아내는 해와의 대조위에 전개되는 「해」에는 혜산이 희망하는 세계가 투영되어 있다』고 전제하고 『그 세계는 꽃과 새와 사슴과 칡범과 인간이 한 자리에 앉아 앳되고 고운 동심을 이루고 있지만 과연 현실이 기다림만으로 극복될 수 있는가,그의 시적 변모는 이러한 질문에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혜산 박두진의 시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한 줄기 정신은 신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신앙의 영향은그로하여금 인간중에서 가장 많이 고통받고 가장 위대하게 사랑한 예수의 생애를 통해 언덕과 하늘과,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집단이 감동속에 결속되고 있음을 「갈보리의 노래」로 절규하고 있다. ○“위선과 탐욕 버려야” 「마지막 내려덮는 바위같은 어둠을 어떻게 당신은 버틸 수가 있었는가? 뜨물같은 치욕을,불붙는 분노를,에어내는 비애를,물새같은 고독을,어떻게 당신은 견딜 수가 있었는가,꽝꽝 쳐 못을 박고,창끝으로 겨누고 채찍질해 때리고,입맞추어 배반하고 매어달아 죽이려는,어떻게 그 원수들을 사랑할 수 있었는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우주의 생명과 우주의 질서」에 눈을 돌려 「이제 사물과 인간은 우주적 무도에 참여하는 하나의 과정,하나의 사건이 되고,가식과 위선과 탐욕을 버리기만 하면 누구나 생명의 환희를 체험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의 특징은 작품에서 개인적인 감상을 추구하지 않는 점이다.86년 한 신문에 발표한 칠순기념 특별기고에서 「가난이라든가 개인적인 슬픔,사람에 대한 배반감이나 기쁨을 시로 승화시킬 수는 있다.그러나 문학은 인간 누구나가 느끼는 인류공동의 문제 이전에 근본적인 문제로 천착하여 진실에 대한 투시력을 보여야 한다」고 논한 바 있다.즉 「시의 사상,시의 윤리,시의 심미적 창조가치는 언제나 그 창조의 주체인 시인에 의해서만 시적 진실이 획득된다」는 것이다.그런 의미에서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개탄하면서 「나이든 사람은 젊은 사람의 눈치를 보고 젊은 사람은 나이든 사람을 업고 나와 학연·지연을 앞세워 설쳐대는 것은 문학의 권위와 문학인의 자존심을 잃는 일」이라고 우려해 마지않았다. 혜산의 생애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를 일컬어 「극기의 인물」로 평하는 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앙상하리만큼 야윈 체구에 오랜 등산과 수석채집으로 다져진 강단은 일상생활에서도 불의에 굴하거나 적당주의나 시속의 타협이 없이 무엇을 하든 정의감과 선비적 자세를 지켜왔고 그의 시의 소재들은 이런 다양한 지란을 이겨낸 심혼의 결정으로 해석되고 있다. 시인 신대철은 팔순을바라보는 나이에도 언제나 꼿꼿한 자세와 순수무결한 시심을 잃지 않는 혜산을 향해 『자기초월의지를 가진 인격과 고고한 학자의 기풍과 시인의 기상을 흐트리지 않아 문단에서는 물론 대학에서도 제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다』고 자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는 경기도 안성 「고장치기」로 불리는 빈한한 농가에서 태어났다.청렴한 선비이던 선친으로부터 일찍이 한문과 붓글씨를 배우고 안성에서 보통학교를 졸업한 것 외엔 그는 혼자서 독학으로 인생행로를 개척해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4세때 「문장」지에 등단 24세에 「문장」지의 시 추천을 거쳐 문학활동을 전개하기 이전까지 그는 측량소·경성부청·금융조합원 생활을 전전했고 45년 해방과 함께 그 당시 유일한 출판사이던 을유문화사에 입사한 것이 조지훈·박목월과 만나 「청록집」을 출간하는 계기가 된다.이후 자연과 신을 주제로 하는 시들을 끊임없이 발표하더니 60년대말부터 수석취미에 침몰하여 「돌」 하나만을 주제로 하는 「수석열전」시리즈를 「현대문학」지에 수년간 연재,지금은 「돌의 시」로써 시인만의 청복을 누리는 시기다. 서대문구 창천동 그의 집에 가보면 마당과 거실과 서재와 베란다는 「뇌뢰낙락하고 고하고 괴하면서 관용자수 한 명석」들이 일사불란하게 도열해 있고 그의 돌에 대한 사랑은 3천여편 이르는 시작 외에도 서화나 수필에 넘치도록 표현되어 있다. 「작은 한개의 돌이 갖는 형태미와 색채미는 어떤 조각품에도 견줄 수 없는 묘막한 조형미가 갖춰져 있다.난이 정의 극치라면 수석은 의 극치,난이 부드러우면서 의연하다면 수석은 웅혼섬세하고 표일 불기이면서 차라리 성자롭다」등,그리고 「시를 쓸 때의 사무사의 맑은 마음,맑은 눈만이 석격이 심웅하고 석품이 우귀」한 것을 찾을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혜산의 취미는 다양하다.시를 쓰는 것과 동시에 30년남짓 등산을 하고 난을 키웠으나 그는 이를 굳이 「취미」라고 하지 않는다.붓글씨와 서화에 능하여 앞을 향해 질주하는 듯 한 아름다운 필체는 「혜산체」로 일가를 이루고 있으나 서도를 감히 취미라고 하지 않는다.「어떤 것은 너무 높은 경지라그렇고,어떤 것은 나 자신이 족히 미치지 못해 모자라는 것을 취미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시를 좋아하면서 산을 좋아했는지 산을 좋아하다가 시를 좋아했는지는 모르나 산은 심약한 그를 「의지적 인간」으로 바꾸어놓았고 일목일초에 기울이는 정서적·감각적 운치를 알게 했으며 「한개의 돌에 얽힌 정신적 파동」은 그의 시심을 한층 심화시켰다고 돌아본다. 문단의 교분은 다양하진 않지만 월탄이 생존해 계실 때는 종로구 충신동 월탄댁에 가끔 모여 「문주반생기」의 무애 양주동,「명정사십년」의 수주 변영로,공초 오상순,연포 이하윤등 문단의 주호들과 맥주 두잔의 술실력으로 「도도한 무애의 웅변,월탄의 호통,공초의 무언,수주의 독설속에서 시를 주고받고 휘호를 치면서 철저하게 밤을 새운 이야기」는 문단사의 향기로운 추억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지금도 새벽에 일어나 수석에 물을 뿌리고 돌보면서 가슴속에 들끓는 정열로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그럼에도 자신을 「시인으로 자처하거나 그렇게 의식해 본 일이 없다」고 끝내 도도하다.다만 「시는 한낱 감상이 아닌 인간이 신의 손길에 의해 생명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덕윤과 경외의 념」이라는 한 평자의 말에 공감할 뿐이다.언제나 쓸 것이 밀려 있고 생각에 쫓겨 「한없이 즐겁고 한없이 탄력을 느끼면서 고양된 감정,맑은 생각,투지와 저항,여유와 절박감이 뒤섞인 속에서」 그는 총체적으로는 어떤 즐거움과 보람같은 것을 느껴왔다고 수필집 「돌과 사랑」에서 밝히고 있다. 연세대 교수 정년퇴직후엔 일주일에 두번 추계예술대 강의,그외엔 2박3일정도로 수석채집을 위한 여행길에 오르고 수석을 알고자 하는 사람을 만나면 수석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는 데 지루해 하지 않는다.가족은 동화작가인 이희성 여사와의 사이에 아들만 4형제. 『시인은 자신의 감정과 의지를 기꺼워하고 다른 사람들보다도 내부의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한 워즈워스의 말은 그를 두고 적절하다.혜산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성 속에는 시가 있고 시를 상실한 사람은 인간의 순수성을 상실한 사람이며 시는 본질적으로 진실이며 선이며 아름다움이며 신의말씀」이라는 그의 시론을 시로써 실천해냈고 마지막 붓끝까지도 신과 자연과 인간의 결속을 불후의 명시로 성취할 이 시대 진정한 시인이기 때문이다. ◎연보 ▲19 16년 경기도 안성출신,호 혜산 ▲39년 「향현」「묘지송」등이 정지용에 의해 「문장」에 추천 ▲46년 첫시집 조지훈·박목월등과 「청록집」(을유문화사)출간 ▲48년 한국청년문학협회 시부위원장,전국문화단체총연합회 중앙위원 ▲49년 제2시집 「해」(청만사)출간,한국문학가협회 중앙위원 ▲51∼81년 연세대 교수 ▲65년 우석대 조교수 ▲70년 이화여대 부교수 ▲81년 단국대 초빙교수 ▲86∼현재 추계예대 전임대우교수 시집 「오도(오도)」(54년)「박두진 시선」(56년),수필집 「시인의 고향」(58년),시론집 「시와 사랑」(60년),시집 「거미와 성좌(성좌)」(61년)「인간밀림(인간밀림)」(63년)「하얀날개」(67년)「청록집·기타」「청록집 이후」(68년),시론집 「한국현대시론」,수상집 「생각하는 갈대」(70년),영역시선집 에드워드 W 포이트라스역 「Sea of Tomorrow」(71년),수상집 「언덕에 이는 바람」,시집 「고산식물」「사도행전」「수석열전」,시론집 「현대시의 이해와 체험」,한국현대시문학대계 「박두진」(73년),시집 「속·수석열전」(76년)「야생대」(77년),시선집 「예레미야의 노래」,시집 「포옹무한」「하늘까지 닿는 소리」「박두진 전집」(범조사 81년)「나 여기에 있나이다,주여」(82년)「청록시집」(83년),수상집 「돌과의 사랑」「그래도 해는 뜬다」,시선집 「일어서는 바다」(86년) 「불사조의 노래」(87년),시집 「빙벽을 깬다」(90년),산문전집 「햇살,햇볕,햇빛」(91년)「박두진 전집」(신원문화사 95년) 아세아자유문학상(56년) 서울시문화상(63년) 3·1문화상 예술상(70년) 대한민국예술원상(76년) 인촌(인촌)상(88년) 지용문학상(8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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