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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대한적십자사 김봉옥양(金鳳鈺)-5분데이트(157)

    미스·대한적십자사 김봉옥양(金鳳鈺)-5분데이트(157)

    『언제 바쁜 일이 떨어질지 몰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예요』 긴장된 회담이 한창 진행중인 대한적십자사 남북회담사무국 총장비서로 근무하는 김봉옥양(25)은 늘 마음을 죈다 활짝핀 모란꽃 같은 환한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타자실력이 1급이라니 비서로서는 더할나위없이 적격인 아가씨. 김영조씨(金榮祖)(64)의 7남매중 막내로 동덕여고를 나오고 수도여사대국문과를 다니다 2학년때 중퇴, 곧바로 취직문턱에 들어섰다. 『모두 결혼하고 막내오빠와 둘이서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요』 이번 회담을 위해 새로 설치된 삼청동 적십자사 별관에 김양이 첫출근한 날은 개관일인 8월 23일. 『집에서도 감쪽같이 모르게 시험을 쳤기때문에 신원조사원들이 나오자 부모님들이 이만 저만 놀라신 게 아니예요. 막내딸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게 아닌가 하고요』 일이 일이니만큼 성실·정확한「엘리트」들로만 구성된 직장이라는 김양의 자랑. 『저번 예비회담때 회담장소에 나온 우리 여기자들이 무척 멋있게 비치더군요』 시간만 있으면 못다한 공부도 하고 속기도 배우고 싶다는 욕심꾸러기.[선데이서울 71년 11월 7일호 제4권 44호 통권 제 161호]
  • [열린세상] MB의 귀는 당나귀 귀다/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열린세상] MB의 귀는 당나귀 귀다/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신라 47대 임금인 헌안왕은 임해전에서 열린 잔치에서 응렴이란 화랑의 말만 듣고서는 의인이라 생각하여 사위로 삼고자 한다. 그가 범교사란 사람의 조언대로 미모인 둘째 대신 박색인 첫째 딸을 택하자, 헌안왕은 더욱 감동하였고 죽으면서 응렴이 덕치(德治)를 베풀 이니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라는 유조(遺詔)를 남긴다. 당시 대다수 귀족들과 백성들도 그리 생각한지라 그는 쉽게 왕위에 오른다. 그가 바로 경문왕(861∼875년)이다. 하지만, 경문왕은 집권하자마자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우선 그는 미모인 둘째 공주를 왕비로 맞는다. 첫째인 영화부인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는지, 둘째부인을 문의왕비로 봉하고 그녀에게서만 자식 셋을 얻는다. 셋은 모두 왕위에 오르는데, 그 중 한 명이 바로 부왕과 함께 신라를 망국으로 이끈 장본인인 진성여왕이다. 경문왕이 집권하는 15년 간 지진, 홍수, 가뭄, 메뚜기 떼의 출현 등 천재지변이 끊이지 않았으며 전염병마저 세 차례나 돌았다. 그를 왕위에서 끌어내리려는 반란도 세 차례나 일어난다. 이 와중에 그는 간통하여 아들을 낳고 또 이를 은폐하려 자기 자식을 죽이고자 하니, 그 자가 바로 궁예이다. 궁예는 아버지와 신라를 불구대천의 원수로 삼고 이를 멸망시키는 데 진력한다. 당시 신라 사람들이 느낀 기대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얼마나 컸을 것인가. 그들은 그 괴리를 설화로 형상화한다. 바로 그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다. 경문왕은 당나귀 귀를 숨기기 위하여 복두로 이를 가린다. 복두장이는 죽을 당시에 도림사 대숲에 가서 “우리 임금 귀는 당나귀 같다!”라 외쳤다. 그 뒤에 바람이 불 때마다 대숲에서 “우리 임금 귀는 당나귀 같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복두가 왕의 부정과 비리를 은폐하는 허위의식이라면, 그 실상이 당나귀 귀의 상징이다. 도림사의 대숲은 여론을 의미한다. 여론은 허위의식의 장막에 가린 진실을 통찰하고 “우리 임금 귀는 당나귀 같다.”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경문왕을 보면 MB와 너무나도 닮은꼴이다. 국민은 그를 경제를 살릴 이라 생각하여 대통령으로 선출하였으나, 그가 당선된 이후 경제는 외려 위기 상황에 놓였다. 쏟아져 나오는 정책은 1%의 특수층만을 위한 것이고, 군사독재 정권도 하지 못한 야만을 자행하면서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는다. 정권 말기에나 나올 권력형 비리도 계속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는 실종하고 행정만 난무하고, 서민들 중 상당수가 파산 직전의 상태다. 힘도 없고 정당성도 없는데 전략과 비전도 없어 주변 강대국에 휘둘리는 꼴이 흡사 구한말 같다. 이에 대한 대응도 거의 같다.MB는 매일 복두를 갈아 쓰고 있다. 하지만,10대들도 어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하는 말마다 거짓말이냐고 반문할 정도로 그 복두는 당나귀 귀를 가리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그는 경문왕이 대숲을 베었듯, 인터넷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 이로 수십 년 간 수많은 이들이 피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는 조종을 울렸다. 재미있는 것은 경문왕이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자 그 숲이 “임금님의 귀는 길다.”라고 말하였다는 사실이다. 비록 검열의 칼날 때문에 완곡한 표현을 하였지만 왕에게 허위가 있다는 진실은 담고 있다. 존 밀턴이 언론과 사상의 자유를 주장한 ‘아레오파기티카’를 펴낸 것이 1644년이다. 처음엔 소수만이 동조하였으나 20세기에 와서 이는 인류 보편의 원칙이 되었다. 아무리 백골단을 부활하고 언론을 탄압해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릴 수 없다. 군사독재 정권이 끝나고 나서 이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말을 부활하는 것으로 끝맺고자 한다. “우리를 모두 죽여 피바다를 이룬다 해도 진리의 바다를 마르게 할 수 없다.” 이도흠 한양대 국문과 교수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우리 역사 속 통섭

    “한국 사회에서 통섭적 사고를 가졌던 인물들은 모두 그 시대의 ‘메이저리거’가 아니었습니다. 주변이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던 소수파였지요. 이들이 지적, 예술적 성취를 이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는 ‘통섭이 한국에 새롭게 도입돼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조상들 속에서도 이미 통섭적 사고가 살아 숨쉬고 있었다는 지론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저서 ‘미쳐야 미친다’에 등장하는 허균, 권필,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등은 당시의 관념과 학문적 구분에서 자유로웠던 사람들이었다. 통섭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과거 한국사회 속에 감춰져 있던 통섭적 사고를 찾기 위한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경인교대 김호 교수는 도덕적 판단 습득을 우선시한 유학의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려 했던 홍대용을 조선시대의 대표적 통섭형 인간으로 꼽는다. 서울대 과학문화연구센터 전용훈 연구원은 “19세기 유학자 최한기가 세계를 이해했던 방법은 오늘날 통섭을 주창한 에드워드 윌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을 지배했던 성리학조차도 궁극적인 목표는 인간 개개인의 심성뿐 아니라 우주의 발생과 변화, 세계의 모든 것을 완전하게 밝혀내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갈라진 것이 20세기 이후라는 학설도 있다.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 한국에 들어온 서구의 자연과학을 소개한 사람들은 대부분 문인들이었다. 이는 당시의 학자들이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을 구분해서 공부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받아들여 진다는 것이다. 경희대 도정일 명예교수는 “학문 분과들간에 높은 울타리가 만들어진 것은 한국 대학들이 근대에 들어 ‘순수성’ ‘정통성’ ‘영토 수호’ 등에 집착하면서부터”라고 진단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물리학 미제 풀어낼 예술가 키운다”

    [21세기 新다빈치 프로젝트-통섭을 말하다] “물리학 미제 풀어낼 예술가 키운다”

    2006년 초, 개미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서울대 최재천 교수가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겼다. 대학교수가 자리를 옮기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최 교수의 경우는 모교이자 국내 최고 대학을 박차고 나왔다는 점에서 적잖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화여대가 최 교수에게 약속한 것은 ‘통섭원’ 개원과 학문의 영역을 넘나드는 에코과학부의 창설 등 두 가지였다. 최 교수는 “학문 영역별 벽이 높은 서울대보다 좀 더 자유로운 교류를 기대했다.”면서 “각 학문 전공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통섭원 포럼 등을 통해 조금씩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고려대,KAIST, 한국예술종합학교 등 국내 대학들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 ‘통섭’ 또는 ‘자유전공’을 학교가 나아갈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처음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 학생들이 의학, 수의학, 사범계열, 간호학을 제외한 대학내 모든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학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겠다는 취지다. 서울대측은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넘나들며 ‘이기적 유전자’(The Selfish Gene)와 같은 걸작을 펴낸 ‘리처드 도킨스’(영국의 과학저술가로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창조론·진화론 논쟁을 불러일으킨 생물학자)와 같은 통섭형 인간을 키워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세계 수준의 대학을 지향하는 KAIST는 MIT의 링컨연구소를 본뜬 신개념 연구소 ‘KI(KAIST Institute)’를 2006년 말 설립해 계속 확장하고 있다.KI는 구상 단계부터 통섭과 융합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철저하게 적용했다. 여러 학문이 모여 상호 보완시스템을 구축했고 신임 교수 채용에도 기존의 학과별 기준 대신 복합적인 새 분야의 인재를 뽑겠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KI에 채용됐거나 채용될 신임 교수는 무려 700명에 달한다. 2009년 완공되는 새로운 KI 건물에는 엔터테인먼트공학연구소, 미래도시연구소, 바이오융합연구소 등 8개 연구소가 입주할 예정이다. 연구소마다 10여개의 다른 학과 교수들이 함께 참여한다. 소설가와 문헌정보학과 전문가들도 영입됐다. KAIST 물리학과 정하웅 교수는 “생명화공학과 이상엽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바이오융합연구에서 그동안 학과 내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수많은 문제들의 실마리를 실제로 찾아냈다.”면서 “이론 차원이 아닌 실증 차원의 교류까지 포함하고 있어 분명한 결과물까지 도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는 ‘U-AT 통섭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음악, 연극, 영상, 미술, 무용, 전통예술 등 6개 장르간 소통과 융합을 꾀하고 있다. 이 학교 미래교육준비단 전수환 교수는 “융합형 예술은 전 세계적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는데도 한국에는 전무한 실정”이라며 “현재 기초연구와 통섭 교육과정의 개발을 위한 연구실 9개와 기술개발 연구실 1개를 운영 중이고 향후 인문학·과학기술 분야의 융합과정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도 이같은 사회적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학문간 장벽을 극복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인문사회와 과학기술계 석학들을 모아 ‘문진(問津) 포럼’을 출범시켰다.‘문진’이란 ‘나루터를 묻는다.’는 말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길과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를 함께 찾아 나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포럼에는 서강대 엄정식 명예교수(철학)를 위원장으로 서강대 화학과 이덕환 교수,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 명지대 미디어학부 이대일 교수, 한양대 국문과 정민 교수, 이승종 과학재단 본부장, 장지상 학술진흥재단 단장 등 8명이 기획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엄 교수는 “소통을 위한 기초단계부터 과학기술과 인문학간의 문제, 복합적인 사회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토론을 이어갈 생각”이라며 “학제간 융합연구의 모델을 제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시각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31일 타계한 이청준의 삶과 문학

    31일 타계한 이청준의 삶과 문학

    31일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씨는 한국 문단의 대표적인 지성파 작가로 꼽힌다. 장편 ‘당신들의 천국’, 단편 ‘벌레이야기’ 등의 작품에서 보듯 그는 40여년 문단생활 동안 인간 존재의 의미를 특유의 성찰적 시선으로 천착해왔다. 문학평론가 우찬제(서강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 현대소설사를 가장 빛낸 대표적인 ‘지성 작가’로 이청준 선생을 꼽는 데 주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1939년 전남 장흥군 대덕면(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태어난 작가의 어린 시절은 불행의 연속이었다. 여섯살 때 세살짜리 아우를 홍역으로, 반년 뒤에는 형을 결핵으로 떠나보냈다. 그 이듬해에는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 같은 불행은 훗날 더없는 문학적 자양이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어두운 다락방에서 형이 남긴 소설책과 메모, 독후감 등을 읽으며 죽은 형과 ‘영혼의 대화’를 나눴다. 이때 죽음이 결코 죽은 자와의 관계를 끊어놓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은 작가는 형을 대신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끝간데를 모르는 지성의 저력 광주서중에 입학하면서 고향을 떠나 ‘대처(大處)’로 나오게 된 작가는 도회(都會)에 대한 동경과 절망의 마음을 동시에 갖게 됐다. 이는 그가 문학청년이 되는 동기가 됐다.“도회지의 현실에 끼어들지 못하니 문학으로라도 끼어들고 싶어 문학에 정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청준의 문학 세계는 여느 작가들이 감히 넘볼 수 없을 만큼 주제의식이 뚜렷하고 다양하다. 토속적 민간신앙에서부터 산업화사회의 인간 소외, 언어에 대한 탐색, 예술과 정신세계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주제를 쏟아낸 지성의 저력은 끝간 데를 모른다. 문학평론가 김치수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어떤 주제든지 쉽게 넘어가지 않는 고인은 작가로서의 직업의식이나 지성으로서의 작가 의식에서나 괄목할 만한 저력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청준 문학의 뿌리이자 키워드는 고향과 어머니다.‘눈길’ ‘새가 운들’ ‘연’ ‘빗새 이야기’ ‘축제’ 등 많은 작품들은 바로 ‘망향가’이자 ‘사모곡’에 다름 아니다. 일찍 아버지를 떠나보내 어머니로부터의 곡진한 모정을 한층 절실히 느끼게 된 작가는 산문 ‘이 나이의 빚꾸러미’에서 “내 삶과 문학에 대한 은혜를 따지면야 그 삶을 주고 길러준 고향과 그 고향의 얼굴이라 할 어머니를 앞설 자리가 없다.”고 고백했다. 심정섭 서울여대 불문과 교수는 이청준에 대해 쓴 글에서 “그가 판소리와 남도창을 좋아하는 것은 애초부터 고향의 땅과 밭두렁 논두렁에 맺은 약속으로 인해 이뤄진 일”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울대 독문과에 입학하면서 곧바로 4·19혁명과 5·16군사쿠데타를 경험한 만큼 그의 초기작품에는 자유와 절망의 긴장감이 넘친다.4·19혁명에서 자유의 단초를 봤다면,5·16쿠데타에서 절망의 현실을 경험한 셈. 그런 맥락에서 ‘퇴원’ ‘병신과 머저리’ ‘매잡이’ 같은 작품은 정치의식과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대신 그의 작품은 환자들의 고통에 주목하고 상처를 위무하는 쪽으로 기운다. ●‘서편제´ 등 영화화… 대중과 더 가까이 작가는 1970년대 들어서면서 전통적 장인의 세계를 파고들기 시작, 판소리의 세계를 서사화한다. 현실의 한을 소리로 풀어낸 ‘남도사람’ 연작과 ‘선학동 나그네’ ‘서편제’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아울러 절망적인 현실을 넘어서기 위한 ‘담론으로서의 소설’을 선보이기도 한다. 말과 현실이 어긋나고 안과 밖이 어우러지지 못하는 현실을 형상화한 ‘언어사회학서설’ 연작과 ‘당신들의 천국’ 등이 그런 경향을 대표한다. 이청준의 ‘난해한’ 문학은 영화 등 예술과 손을 잡으며 독서 대중과의 괴리감을 메워준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 ‘천년학’(원작 ‘선학동 나그네’) ‘축제’와 이창동 감독의 ‘밀양’(원작 ‘벌레이야기’) 등으로 문학에 ‘손방’인 사람들까지도 문학의 세계로 이끌어낸다. 평소 가깝게 지낸 임권택 감독은 “너무나 소중한 분을 잃었다. 속상해서 아무런 얘기도 할 수가 없다. 가슴 아프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소설집 ‘그곳을 다시 잊어야 했다’ 등 여러 작품에서 공동 작업을 하며 고인과 예술적 교감을 나눠온 화가 김선두 중앙대 교수는 “선생님은 참 예술가의 전형으로 사시다 가신 분”이라며 “선생님은 장르 간 대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상대와 싸워 그를 넘어서라.”고까지 주문했다고 회고했다. 그림이 글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홀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인간의 죽음과 슬픔, 정서 등 내면세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길어올렸다.”면서 “고인은 김승옥씨와 함께 한국 현대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분”이라고 평가했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실천하는 나눔의 삶 살래요”

    1990년대 학생 운동권을 이끌었던‘투쟁가’가 노인복지사업가로 변신해 고향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주인공은 제5기 한총련(한국대학생총학생회연합) 의장 출신인 강위원(38·전남대 국문과 졸)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4년간의 옥중 생활을 마치고 지난 2001년 출소한 강씨는 최근 고향인 전남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에 노인복지시설 ‘여민동락’을 세웠다. 그는 8월2일 문을 여는 이 복지시설의 원장을 맡는다. 출소후 대구의 한 노인복지시설에서 일했다. 사회복지사인 아내와 옛 운동권 ‘동지’들도 십시일반으로 보탬을 줬다. 강씨는 “학생운동 시절 꿈꿨던 민족통일 문제 등에 대한 관심을 잠시 접고, 현실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 중인 ‘여민동락’의 운영방식은 색다르다. 가장 큰 원칙은 관(官)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방 정치인들이 노인들을 뙤약볕에 모아놓고 연설을 하는 식의 ‘위문 행사’를 없애기로 했다. 아담하게 세워진 2동의 건물도 쓰임새가 각각 다르다.1개 동은 주민들이 모임을 갖거나 손님에게 차를 대접할 수 있는 ‘주인없는 시골찻집’으로 운영한다. 나머지 1동은 노인들이 간단한 치료를 받고 취미활동을 즐기는 ‘주간보호센터’로 꾸몄다. 통화요금 안드는 ‘사랑의 도깨비 전화’ ‘10원짜리 커피 자판기’도 마련됐다. 또 인근 휴경지 등 600여평의 전답을 경작해, 노인들이 먹는 곡식과 야채 등은 손수 마련할 계획이다. 그는 1989년 고교생 신분으로 ‘고등학생 대표자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집시법 위반 혐의로 학교에서 제적되고,6개월간 감옥에서 보내야 했다. 그후 서울로 올라와 식당 종업원, 옷가게 점원 등을 전전하다 검정고시로 1994년 전남대 국문과에 입학했다. 1997년 제5기 한총련 의장으로 활동한 지 7개월 만인 같은 해 7월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체포돼 4년 2개월간 옥중에서 보냈다. 그는 “학생 및 사회운동도 21세기를 맞아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실천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영광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자연과 귀향 노래한 ‘서정의 라이벌’

    자연과 귀향 노래한 ‘서정의 라이벌’

    최근 출간된 두 권의 시집은 두 시인이 각각 연세대 국문과와 고려대 국문과 출신이라는 점, 또 각각 창비(창작과비평)와 문지(문학과지성)를 통해 시단에 나왔다는 점, 그리고 각각 두 출판사가 펴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숙명의 라이벌’ 대결이라고나 할까. 장철문(사진 왼쪽·42) 시인의 ‘무릎 위의 자작나무’(창비 펴냄)와 문태준(오른쪽·38) 시인의 ‘그늘의 발달’(문학과지성사 펴냄). 연대 출신인 장 시인은 이번이 5년 주기로 낸 세번째, 고대 출신인 문 시인은 6-4-2-2년 주기로 낸 네번째 시집이다. 두 시인 모두 1994년 등단한 뒤 ‘농축된 정서의 형질’(장),‘서정시 가문의 적자’(문)라는 평을 들으며 시단의 주목 속에 작품활동을 해왔다. 장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한결 순연해진 눈길로 자연을 노래한다. 문 시인은 소처럼 ‘마실’ 다니며 둥글고 의뭉스럽게 귀향을 이야기한다. “자작나무가 내 무릎 위에 앉아 있다/돋아나고 있다, 가슴에서도/피어나고 있다/두 그루가 마주보고 있다/…/자작나무가 자작나무를 낳고 있다/구겨져서 납작하게 눌린 나무가/잎사귀에 피어서/주름들이 지워지고 있다/내가 자작나무의 무릎 위에 앉아 있다”(‘무릎 위의 자작나무’ 가운데) “아버지여, 감나무를 베지 마오/감나무가 너무 웃자라/감나무 그늘이 지붕을 덮는다고/감나무를 베는 아버지여/그늘이 지붕이 되면 어떤가요/눈물을 감출 수는 없어요/우리 집 지붕에는 폐렴 같은 구름/우리 집 식탁에는 매끼 묵은 밥/우리는 그늘을 앓고 먹는/한 몸의 그늘/그늘의 발달/…/나는 슬픈 시간을 기록해요/나의 일기(日記)에는 잠시 꿔온 빛”(‘그늘의 발달’ 가운데) 공교롭게도 두 시인의 이번 시집에는 아이를 소재로 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시도 여러 편 들어 있어 비교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각각 7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신고식 요란했던 전문직 드라마 시청률 왜 안뜨지?

    신고식 요란했던 전문직 드라마 시청률 왜 안뜨지?

    요란한 신고식과 함께 등장한 드라마들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각각 문화재와 변호사 세계라는 참신한 소재로 기대를 모았던 ‘밤이면 밤마다’와 ‘대∼한민국 변호사’가 한 자릿수 시청률과 따가운 평가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반면 배 다른 자매의 뒤바뀐 운명이라는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담은 ‘태양의 여자’는 갈수록 호평을 받는 등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MBC 월·화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윤은경·김은희 극본, 손형석 연출)는 전문직의 세계를 다루는 것으로 관심을 끌었다. 문화유산의 밀반출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원 허초희(김선아)와 고미술품 감정·복원 전문가 김범상(이동건)의 활약상에 시청자들은 큰 호기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도굴꾼을 잡기 위해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가 펼쳐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밋밋한 극 전개와 멜로에 치중한 모습이 애초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 많다. 김선아와 이동건의 안방극장 복귀도 큰 관심을 모았지만, 별 반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김선아는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의 강한 캐릭터를 상쇄시킬 만큼 인상적인 이미지 변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동건도 매력 없는 이야기 전개 속에 파묻혀 이렇다할 연기를 펼치지 못하고 있다. ‘밤이면 밤마다’에 대해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전문직 드라마의 성격과 로맨틱 코미디 요소가 어설프게 결합해 이질감을 안겨준다.”면서 “주인공부터 조연까지 모두 ‘웃음강박증’을 갖고 있어 캐릭터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MBC 수·목드라마 ‘대∼한민국 변호사’(서숙향 극본, 윤재문 연출)도 빛을 못보고 있기는 마찬가지. 이혼소송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류층의 이중적인 모습과 애정관계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보이겠다는 야심이었지만,4회까지 방영된 현재 “답답하다.”고 토로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전개가 지지부진할 뿐만 아니라 ‘유쾌’코드가 지나쳐 이야기가 어색하고 산만하다는 것이다. 배우의 어색한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신참내기 변호사 우이경 역을 맡은 이수경의 연기에 대해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설프다.” “국어책을 읽는 것 같다.”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전문직 드라마의 부진은 흔한 소재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다른 드라마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20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정하연 극본, 김진민 연출)은 30대의 불륜을 담았지만 밀도 높은 스토리와 품격있는 영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KBS 2TV ‘태양의 여자’(김인영 극본, 배경수 연출)도 출생의 비밀과 애정 복수라는 상투적인 내용을 담았지만 탁월한 심리 묘사 등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하고 있다.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의 참신성은 결코 소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나치게 장르에 얽매여 정해진 공식만을 답습하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친환경 개발 중요성 느꼈죠”

    “친환경 개발 중요성 느꼈죠”

    “국토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연 친화적인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국토지공사가 주최한 대학생 생태탐험대가 10박11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지난 11일 해산했다.80명의 대학생들은 금강산 및 비무장지대(DMZ) 일원 248㎞와 대규모 개발지역을 돌아보느라 몸은 고달팠지만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다. 이번 탐사는 친환경 개발 현장을 찾아 대학생들이 미래 도시개발의 방향을 짚어볼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이다. 인천 청라지구를 찾기 전 학생들은 바다를 매립한 땅에 도시를 개발하면 환경파괴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버려진 땅을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는 도시개발의 모범 사례라는 설명을 듣고는 생각이 달라졌다. 대학생들은 인천공항과 서울에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살린 국제도시 개발 청사진을 확인하고 친환경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국에서 유학온 풍엽(서울여대 국문과 3학년)씨는 “대규모 개발에 놀랐고, 도시를 친수(親水) 공간으로 만들려고 수로를 만들고 물을 끌어들이려는 계획이 인상적이었다.”며 “이곳에 살고픈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탐사대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연기 행정복합도시 건설현장. 도시 개발 예정지를 돌아본 학생들은 건설 현장이 멋대로 파헤쳐지지 않았다는데 우선 놀랐다. 자연 지형과 녹지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토목공사를 벌이는 현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식물을 보전하기 위해 생태보전지역·동식물 보호구역이 지정된 곳을 둘러보고는 ‘이 게 생태개발이구나.’하는 생각을 가졌다. 지반이 낮은 도심 한 가운데는 삽을 대지 않고 자연을 그대로 살려 생태공원을 배치하고 건물은 주로 외곽으로 앉힌 반지 모양의 도시 모형도를 스케치하는 학생도 많았다. 도시행정을 전공하는 박종혁(협성대 도시행정학과 3학년)씨에게 행복도시 건설 현장 탐사는 현장 실습 그 자체였다. 그는 “졸업 뒤 도시개발 현장에 나가 행복도시에서 배운 생태개발 노하우를 다른 도시개발에 접목시켜 보고 싶다.”고 의욕을 내비쳤다. 한국에 유학온 10명의 외국인 학생들은 “한반도의 아름다운 자연과 친환경 개발에 흠뻑 반했다.”고 말했다. 조재영 토공 행복도시건설 1본부장은 “학생들이 국토를 사랑하고 생태개발의 현장을 이해하려는 열정이 보기 좋았다.”면서 “탐사대원들에게 미래 한반도 도시 개발을 맡겨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갯벌 파괴로 새들이 죽어가는 참상 확인”

    “갯벌 파괴로 새들이 죽어가는 참상 확인”

    외국인을 포함한 대학생 80명이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비무장지대(DMZ)와 금강산 등을 비롯해 국토의 푸른 숨결을 체험하는 ‘2008 생태환경탐사’가 한국토지공사와 환경운동연합 주최로 펼쳐지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생태계 현실과 자연친화적인 개발 방안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동행취재를 몇 차례에 나눠 싣는다. 대학생들의 첫 탐험지는 DMZ 서쪽 끝 강화 갯벌. 궂은 날씨에도 살아있는 한반도 생태계를 탐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모두 가슴이 설다. 학생들은 강화 갯벌 인근 해수욕장을 먼저 둘러봤다. 생태파괴 현장을 확인하고 반성하기 위해서다. 인위적으로 방파제를 만들고 모래를 뿌린 해수욕장 주변에서는 죽은 바다새와 새끼 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반면 잘 보존된 갯벌에서는 바닥을 까맣게 덮은 작은 게들을 발견했다. 조개와 지렁이, 작은 고기, 바닷새들이 공생하는 해양 생물 먹이사슬을 확인하기도 했다. ●야생동물 치료… 수달 서식지 탐사 한반도 바닷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방파제 건설 공사가 갯벌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라는 환경운동연합 습지위원회 장동용 국장의 설명을 듣고 학생들은 갯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김정임(서강대 국문과 4년)씨는 “모래사장의 죽은 새를 보고 안타까웠다.”며 “자연적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방파제로 갯벌이 사라지고, 오염된 먹이를 먹은 새들이 죽어가는 참상을 확인하는 산교육이었다.”고 말했다. 오두산 전망대와 태풍 전망대에서는 잘 보존된 DMZ 생태계를 관찰했다. 학생들은 DMZ 관광지 개발에 앞서 생태계 보존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생태계 보호 방안에 대해 토론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산양·수달 등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과 한반도 토종 물고기 서식지도 탐사했다. 학생들은 철원야생동물 치료보호소에서는 직원들과 함께 다친 동물들을 치료해줬다. 두루미 등 야생동물 이동 경로 강의도 들었다. 평화의댐 상류 안동철교에서는 수달박사로 알려진 한국수달보호협회 한성용 박사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달 서식지를 탐사했다. 주변 습지를 돌아보며 야생동물에게 습지가 중요한 것을 새삼 느꼈다. 양구 수입천에서는 물에 들어가 토종 물고기를 잡아보았다. 광치 휴양림 생태 식물원에서는 다양한 한반도 식물을 만나고 보존 방안을 찾았다. ●외국인에게 DMZ는 신비 그 자체 DMZ방문은 생태 탐험뿐만 아니라 안보교육에도 큰 도움이 됐다. 학생들은 “말로만 듣던 한반도 분단의 참상을 철책 가까이에서 보았다.”며 “생태 공부 뿐만 아니라 한반도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에게 비친 DMZ는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타이완 출신으로 한국에 유학 온 웨이팡(창원대 경영학과 3년)은 “DMZ가 너무 신기했다.”면서 “한반도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양구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문화마당] 국적 있는 역사교육/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문화마당] 국적 있는 역사교육/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여고 3학년 학생이 6·25동란을 만나, 동생들을 데리고 피란생활을 해야 하는 일시적 ‘소녀가장’이 되었다. 그 하나하나가 모두 귀한 생명들이 속절없이 죽어 넘어지는 현장에서 ‘보랏빛 가지’로 연명하며 숨죽이고 숨어 살았다. 수복된 서울로 돌아온 이후, 노년에 이르도록 일생을 두고 그 전란의 기억을 무슨 형벌처럼 안고 살아야 했다. 그는 6·25가 명백한 전면적 남침이었고 도발의 일차적 책임이 북한에 있다는 사실의 생생한 목격자였다. 지난 6월25일자로 발간된 재미 수필가 정옥희 선생의 수필집 ‘보랏빛 가지에 내 生을 걸고’에 실린 이야기이다. 팔만 리 시퍼런 태평양 너머 저쪽, 미국 캘리포니아의 미주한국문인협회 전 이사장으로서 미주 문인들의 글쓰기와 세상살이에 올곧은 사표(師表)가 되어온 그의 네 번째 수필집이다. 거기 동족상잔의 전쟁을 온 몸으로 감당한 처절한 체험담과 남북 간 민족사의 공과를 올바르게 평가하고 기록하는 보기 드문 용기가 숨어 있었다. 이 글은, 그러기에 지나간 과거의 추억담이나 반성적 성찰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를 향한 경계와 교훈을 담고 있는, 한 원로 문인의 값있는 조국 사랑을 대변한다. 무지개의 마지막 빛깔 보라색은 그 의미가 ‘사랑’인 점도 눈여겨보아 둘 만하다. 오늘날과 같이 남북 간의 관계가 급전직하로 변화하고 수많은 변수들이 작용하는 시대에,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략적이고 탄력성이 있어야 마땅할 터이나 더 중요한 것은 명료한 역사적 사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절절한 체험기의 저자가 글을 쓴 목적이었다. 과거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백성에게 미래의 꿈이 있을 리 없다. 근자에 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전국 중·고교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안보 안전의식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6·25동란이 언제 일어났는지 물었더니 1950년이라고 정확히 응답한 학생은 43%, 절반 이상이 언제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누가 전쟁을 일으켰느냐는 질문에는 48%만이 북한이라고 응답했고 일본과 미국 등이 뒤를 이었다고 한다. 세계화 시대를 앞세워 국사 가르치기를 소홀히 하는 교육 시스템은 하루속히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 나라를 세운 지 불과 230여년밖에 안 되는 미국이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것은 건국정신의 근본과 관련이 있고, 지금껏 미국의 학교들은 그 짧은 역사 가르치기에 강력한 중점을 두고 있다. 북한 핵문제,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시비 등이 우리 역사의 실체적 진실 위에서 풀어 나가야 할 문제임은 불을 보듯 밝은 일이다. 이 현실 인식의 올곧은 근본주의를 훼파할 수 있는 자격이나 권한은 어느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이 “그대가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건전한 인격이 되라.”고 한 레토릭을 빌려 오자면,“그대가 나라를 사랑하는가, 그러면 먼저 그대가 올바른 국가관을 갖고 후세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라.”라고 해야 할 판이다. 우리는 1년을 내다보고 농사를 짓고 10년을 내다보고 나무를 심으며 100년을 내다보고 사람을 기른다. 특별한 부존자원도 없이 지정학적으로 세계열강 가운데 놓여 여러모로 불리한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무역국가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은 ‘사람’이 가진 무형의 재산과 그 효용성을 극대화한 덕분이었다. 그 ‘사람’을,‘국적 있는 역사교육’을 통해 참으로 민족적 명운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도록 양육하는 책임이 우리 세대에 있다. 온갖 세월의 풍상을 다 견딘 한 원로 문필가가, 전쟁 체험 세대로서 후대에 전하는 의로운 정신과 자기 개시(開示)의 민족애를 감동적으로 읽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김종회 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사고] 오피니언 필진 일부 바뀝니다

    서울신문 오피니언면의 ‘CEO칼럼’‘글로벌시대’‘옴부즈맨칼럼’‘문화마당’‘지방시대’의 필진 일부가 7월1일부터 바뀝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CEO 칼럼(무순) 박중진(동양생명 부회장) 이철우(롯데쇼핑 사장) 윤용로(기업은행장) 김대유(STX팬오션 사장) 홍준기(웅진코웨이 사장) ●글로벌시대 최정아(새로움닷컴 인터내셔널대표) 정희섭(주한 덴마크대사관 투자담당관) 박현정(크레디트스위스은행 기업커뮤니케이션 이사) 박영숙(유엔미래포럼 대표) 최영민(숙명여대 교수) 간노 도모코(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남상욱(유엔산업개발기구 서울사무소장) 앨런 팀블릭(서울글로벌센터 관장) ●옴부즈맨 칼럼 전범수(한양대 교수) 남재일(세명대 교수) 최영재(한림대 교수) 김사승(숭실대 교수) 심재웅(한국리서치 상무) 변선영(이화여대 학보사 편집국장) ●문화마당 김종회(문학평론가·경희대 국문과 교수) 석영중(고려대 노문과 교수) 박양우(중앙대 예술경영학과 교수) 이명옥(사비나미술관 관장) ●지방시대 전운성(강원대 농경제학과 교수) 조진형(금오공대 산업시스템학과 교수) 원도연(전북발전연구원 지역발전정책연구소장) 홍완식(세계사회체육대회 사무총장) 최진혁(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강형기(충북대 행정학과 교수) 박찬식(제주대 탐라문화연구소 연구교수) 김선범(울산대 건축학부 교수) 김준태(시인·조선대 교수)
  • “제주의 미래 ‘장수산업’으로 열어야”

    “제주의 미래 ‘장수산업’으로 열어야”

    “제주의 미래에 대한 해답은 자연 인프라와 제주도민의 삶 속에서 발견될 수 있으며, 현재 생각할 수 있는 제주 발전의 유일한 대안은 장수산업(長壽産業)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제주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개념의 산업으로 ‘장수산업’이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그동안 제주는 감귤과 같은 환금작물과 관광산업을 경쟁력으로 내세웠으나,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산업화는 경쟁력을 전제로 하는데, 경쟁력의 확보는 각자의 개성과 특징을 최대한으로 살리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장수는 그동안 제주의 특성으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이른바 성장동력을 위한 신산업으로 장수산업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희망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선시대 제주목사 임제가 1577년 30가구가 살고 있는 해안마을에서 100세가 넘은 노인을 7명이나 만났다는 기록을 남겼을 만큼 제주는 예부터 장수지역이었다는 것이다. 27일 제주시 제주영상미디어센터에서는 ‘제주 민속의 산업화’를 주제로 제주국제협의회와 제주발전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는 국제 세미나가 열린다. 학문적 연구의 영역에 머물렀던 민속을 산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이다. 민속학·인류학·국문학·건축학 등 다양한 전공의 한국·일본·캐나다 학자가 참여하는 이번 세미나에서는 기대처럼 ‘실천 학문’의 차원에서 새로운 시야를 제공하는 몇가지 발표가 이루어진다.‘장수산업’을 주창하는 전 교수의 ‘민속으로서의 제주 장수와 성장동력으로서의 장수산업-실천인류학의 사례’도 이 자리에서 발표된다. 전 교수는 미리 공개한 발표문에서 “장수산업이란 기본적으로 제주 사람들의 삶 속에서 배운 지혜와 지식을 기초로 한다.”면서 “제주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 즉 제주 민속에서 발견되는 장수 요인들을 결집하고 그것을 콘텐츠로 삼아 산업화의 아이디어와 접목시킨다는 전략이 장수산업을 구성하는 요체”라고 밝혔다. 그는 장수산업의 ‘벤치마킹’대상으로 1993년 ‘장수 일본 넘버 원’이라는 기념탑을 세우고 1995년 ‘세계장수헌장’을 발표하는 등 장수라는 개념을 지역발전 프로그램에 접목시키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일본의 오키나와를 지목한다. 전 교수는 “제주 민속을 깊이 성찰할 때 제주의 특성을 배울 수 있고, 제주에서 배운 지혜를 기초로 제주에 맞는 성장동력을 발견할 수 있다.”면서 “빌려온 것이 아니라 ‘메이드 인 제주’라고 분명하게 원산지 표시를 할 수 있을 때 세계로 발신된 상품과 아이디어는 제주 사람들의 주머니를 불릴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부심을 채워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이날 현길언 한양대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는 제1부에서는 쓰하 다카시 일본 유구대 교수가 ‘조상숭배의 비교문화론-제주도와 오키나와’, 아미노 후사코 일본 전수대 교수가 ‘제주 무속의 현대적 재발견’을 발표한다. 김용범 국민대 겸임교수가 진행하는 제2부에서는 전 교수의 논문과 윌리엄 캐논 헌터 제주대 관광경영학과 초빙교수의 ‘상품화, 관광 그리고 제주 돌하르방’, 강영봉 제주대 국문과 교수의 ‘제주어의 관광 상품화’를 놓고 발표와 토론이 이루어진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박목월시인 장남 박동규 교수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박목월시인 장남 박동규 교수

    ‘구름에 달가듯이’ 청록파 시인 박목월(본명 영종)이 생전에 직접 쓴 일기의 한 대목이다. (연도미상)7월20일. 간밤에 쏟아지던 비와 소란스럽던 우레가 거짓말같이 개고, 맑은 날씨. “날이 개면 어쩐지 즐거워.” 노래와 같은 아내의 말이다. 큰아이들은 직장 나가고 어린 것들도 학교에 가버렸다.“여보, 커피 끓일까요.” 서재를 기웃거리는 아내도 이상하게 다정한 얼굴이다.30년의 결혼생활을 거쳐서 어린 것의 뒷바라지도 한 고비를 넘기고, 초로를 맞이한 내외의 조용하고 오붓한 시간이다. “한판 할까.” 나는 안방에 있는 화투모를 내오게 했다. 이번 여름방학에 아내에게 ‘육백’을 배운 것이다.“또 잃으면 어떡할려고 그래요.” 화투를 가져오면서 아내가 걱정했다. 한판에 500원을 걸었다.“칠띠를 해야지.” 나는 벼르기만 할 뿐 서툰 솜씨가 노상 돈을 잃게 마련이다.“이 ‘솔’을 먹어가지, 그것만 하면 ‘송·동·월’ 아니냐.” 나는 아내의 패를 기웃거리며 싱겁을 떠는 것이다. “당신이나 잘해요.” 그리고 ‘솔’을 뽑다 말고 “참, 동규, 얼굴이 말이 아니에요.” 엉뚱한 곳으로 아내는 화제를 돌린다.“왜-그럴까?” 나도 화투장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그럼 ‘솔’해요.” 아내는 ‘솔’을 잡아오면서 “글쎄요, 웬일인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어야지요. 장가 간 후로는 몸이 그릇되는 걸요.” 그러다가 아내는 “참!”하고 화투장을 덮어버린다. 내외는 벌써 맏이의 건강문제에 정신이 쏠려버렸다(후략). 여기에 나오는 ‘맏이’가 바로 문학평론가 박동규(69) 서울대 명예교수를 말한다. 이 일기는 박 교수가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발견, 그동안 소중히 간직해오다가 지난해 발간한 책 ‘아버지와 아들’(박목월·박동규 지음, 대산출판사)에 처음 실었다. 일기에는 정확한 연도가 없으며 내용으로 봤을 때 1970년 전후로 추측된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목월은 1973년 월간 시전문지 ‘심상’을 창간,1978년 작고할 때까지 발행인으로 있으면서 우리나라 문학발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장남인 박 교수가 ‘심상’을 꾸려왔다. 어머니가 그만둘 것을 여러번 권유했지만 박 교수는 고집스럽게 아버지의 뜻을 이어왔다. 그동안 흑자를 낸 적이 없을 만큼 어려웠지만 30년동안 단 한번도 발간을 거르지 않았다. 직접 서문을 쓰고 편집과 광고영업을 하면서…, 외부 강연 때 받는 강연료를 전부 투입하지만 어려움은 여전하다. 박 교수는 지난 7일 저녁 오랜만에 TV에 출연했다.‘SBS-TV칼럼’에서 “인간은 서로 존경하고 살지는 못해도 존중하고 사는 방법이 토대가 된 교육정책과 목표를 통해서 근본적 해결에 넓은 길을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대학에 몸담고 있을 때에도 구수한 말투와 따뜻한 언어구사로 ‘아침마당’‘사랑의 리퀘스트’ 등의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표적 에세이집 ‘내 생애의 가장 따뜻한 날’‘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처럼 평소에도 ‘따뜻한 글’을 주로 써왔다. 박 교수는 요즘 ‘심상’ 발간과 외부강연 외에 별도의 집필을 하느라 바삐 지낸다.2004년 정년으로 대학강단을 떠난 후 틈틈이 메모한 ‘강연노트’를 다시 정리·보완하고 있는 것. 이런저런 궁금증이 생겨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심상’ 편집실에서 박 교수를 만났다. ▶새로운 신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압니다. “그렇습니다.‘삶과 소설’이라는 일종의 평론집입니다. 소설을 해독하는 방식, 읽는 방법 등을 체계적으로 만들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지요. 또 삶의 방식을 현실에 던지고 논리적으로 접근도 해보고…. 낡은 강의노트를 모아 가을쯤에는 책을 낼 예정입니다.” ▶그렇다면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재미가 있나요. “소설은 가상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차이가 무엇인지, 작가는 왜 거짓말(가상의 스토리)을 시켜가면서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는 이어 “난 따뜻한 글밖에 못쓴다.”고 거듭 말했다. 남들은 문제를 파헤치고 들어가지만, 자신은 여러 사람을 아우르고 위로해주는 그런 글을 써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써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방식이나 주제도 이와 비슷하다고 부연했다. 살면서 돈이 많고 적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또 인간으로서 삶의 궤적이 있어야 한다는 것. ▶시는 어떻게 써야 합니까. “시는 글로 쓰는 것입니다. 시대에 뒤떨어져도 괜찮습니다. 세속에 맞추지 않아도 되는 것이 바로 시입니다. 글로 써서 만져보고 다듬어봐야 하는 것이지요.” ▶지난 30년동안 ‘심상’을 통해 시인이 어느 정도 배출됐는지요. “약 280명정도 됩니다. 이들은 ‘심상문학회’ 등을 통해 여러 활동을 합니다. 서울 서초동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시민을 위한 강의도 하고 ‘시낭송 평가’도 합니다. 또 매년 여름 강원도 동해 안쪽에서 해변 시인학교를 열고 있습니다. 폐교에서 다들 모여 밥도 해먹고 인간적인 교감도 나눕니다.” 그러면서 “세상을 살다가, 삶의 수련기를 겪은 30∼40대 이상의 여자들이 (시로)돌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보다 젊은 나이에 치열하게 시인이 되려고 했던 과거와 비교했다. 아울러 옛날의 시가 ‘은은한 돌’이었다면 요즘에는 ‘잘 닦여진 보석’에 비유했다. 다시 말하면 감동이 너무 만들어진다는 것. 시인 본령에 대해서는 “서정성과 진실 고백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말로 대신했다. ▶‘심상’ 발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 “30년동안 적자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살아계실 때 그만두라고 했지만 아버지가 했던 일인데 그럴 수는 없지요. 열심히 강의하고 외부 원고 쓰면서 근근이 이어나가고 있습니다.(책상에 앉아 있는 여직원을 가리키며)저 친구랑 나랑 단 둘이서 만들어가고 있지요.” 박 교수는 또 “대개가 그렇지만 시잡지는 광고도 잘 안 붙고 구독자도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가족 얘기가 나왔다. 박 교수는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두었다.39살된 큰아들은 아이 둘 데리고 미국에서 예술행정학 학위공부를 하고 있단다. 그는 “다 큰 아들이지만 공부를 계속 하겠다는데 말릴 수야 없지 않으냐.”며 아들 뒷바라지하랴 ‘심상’을 꾸려가랴 마음과 몸이 무척 바쁘다고 했다. ▶부친 기일 때는 가족들이 모이는지요. “지난 3월24일이 서른번째 기일이었습니다. 동생 셋이 미국에 이민 가 있어 기일 때 가족들이 다 모이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지요.” 목월의 시비(詩碑)는 생전에 살았던 집 ‘원효로 4가’와 교수로 있던 ‘한양대’, 그리고 ‘목월문학관’이 있는 경주 중문단지 등 세 군데 세워져 있다. 황순원 선생의 아들도 ‘동규’라는 말을 꺼내자 “서울고, 서울대 동기동창으로 친하게 지낸다. 내 동생 남규도 서로 이름이 똑같다.”면서 “아버님도 황순원 선생과 술친구로 가깝게 지냈다.”며 웃는다. 아버지에 대해서는 “돌아가시고 난 다음 그해 흰머리카락이 돋아났고 나는 이 머리카락을 만지며 어버지의 우산 안에 살았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했는가를 뼛속 깊이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또 “그때부터 아버지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주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 생각의 골짜기를 타고 아버지와 함께 살아온 길을 돌아보게 됐다.”고 했다. 요즘 세상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너와 내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실었다. 박 교수는 현재 경기도 분당 자택에서 한국여장로연합회 회장인 부인 송영자(68) 여사와 단둘이 살고 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남상인기자 sanginn@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9년 경북 월성에서 박목월 시인의 장남으로 출생 ▲57년 서울고 졸업 ▲61년 서울대 국문과 졸업 ▲62년 현대문학 평론추천 데뷔 ▲68년 동대학 대학원 졸업 ▲69∼84년 서울대 교양과정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 ▲81년 서울대 문학박사 ▲84∼2004년 동대학 국문학과 교수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 시전문지 ‘심상’ 편집고문, 문학평론가 # 수상 현대문학상 평론부문상, 황조근정훈장 # 주요 저서 한국현대소설의 비평적 분석, 전후대표작품 분석, 글쓰기를 두려워말라, 별을 밟고 오는 영혼, 당신이 고독할 때, 인간은 혼자서 살 수 없다, 삶의 길을 묻는 당신에게, 내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 외 논문집·수필집·문장집 등 다수
  • 촛불 비폭력 계속될까

    촛불 비폭력 계속될까

    6·10 ‘100만 촛불대행진’은 시민들의 자정능력 덕분에 비폭력 평화시위 기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금까지의 비폭력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대규모 촛불집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고, 향후 강도 높은 대정부투쟁을 선언한 각종 노동·사회단체들도 촛불집회에 대거 합류하면 폭력 발생 시위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3일에는 미군장갑차에 깔려 숨진 미선·효순양 6주기 추모식과 제37차 ‘집중 촛불문화제’가 동시에 열린다.14일에도 쇠고기 수입 반대를 외치며 분신, 사망한 이병렬씨의 영결식에 맞춰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15일은 ‘6·15남북공동선언’ 8주년이다. 민주노총 소속 운수노조 화물연대도 13일 총파업에 돌입한 뒤 촛불문화제에 참가할 예정이다.16일에는 건설기계노조의 총파업도 예정돼 있으며, 한국노총 조합원들과 전교조도 촛불집회에 계속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사회단체 촛불집회 대거 합류 특히 시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에서 교육자율화, 한반도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전반의 반대로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의 수입을 민간자율로 막는 데 그친다면 시민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쇠고기 수입 반대에 집중해온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20일까지 정부가 재협상을 선언하지 않으면 정권투쟁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비폭력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지난 10일 세종로 사거리에 설치된 거대한 컨테이너벽을 앞에 두고 시민들은 폭력과 비폭력의 기준을 놓고 즉석토론을 벌였다. ●“한발짝 전진”vs“비폭력이 더 효과” 김성찬(46·서울 은평구)씨는 “컨테이너벽을 설치하고 시민을 폭도로 모는 경찰이 폭력이다.”면서 “우리가 여기에 나온 건 한 발짝이라도 전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비폭력 라인을 없앨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다음 아고라의 비폭력 사수연대모임 이승은(20·서강대 국문과 2학년)씨는 “경찰에게 진압 명분을 주면 안 된다.”면서 “스티로폼 벽을 쌓는 것도 폭력이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은 결국 컨테이너벽 높이의 스티로폼 연단을 만들어 자유발언을 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고려대 사회학과 이명진 교수는 “지금까지는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 생존권의 문제로 바뀌게 되면 폭력시위로 갈 가능성도 있다.”면서 “여러 사회단체들의 참가로 자발적인 시민들이 이끌어온 비폭력 동인들이 약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시민들이 폭력시위보다 비폭력시위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리라고 본다.”면서 “정부에서 공권력을 과도하게 쓰는 자충수를 두지 않는 한 비폭력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 촛불시위 연행자 24명 중 미성년자 1명을 제외한 2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황비웅기자 stylist@seoul.co.kr
  • [부고]

    노재조(전 외교통상부 총영사)씨 별세 동석(재일 치과의사)미리(우리들소아과의원 원장)남석(삼성전자 LCD연구소 부장)씨 부친상 김기정(연세대 정외과 교수)박수영(청담 우리들병원 진료원장)씨 빙부상 8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30분 (02)3410-6920조남홍(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대표)씨 빙모상 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31)787-1512경길용(신문유통원 전문위원)씨 모친상 9일 일산백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31)919-2099성국경(공주영상대학 산학협력단장)씨 부친상 9일 대전성심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42)533-6723최익환(대구 계성초 교감)씨 상배 8일 대구 동산의료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53)250-8143김규완(티맥스소프트 수석연구원)규정(부동산114 부동산컨텐츠팀 차장)희선(부동산114 DB팀 사원)씨 부친상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30분 (02)3010-2261황동원(가톨릭출판사 영업국장)씨 상배 9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30분 (02)3010-2263박정오(경기도 평택시 부시장)씨 조모상 8일 울산 전문장례식장, 발인 10일 오전 9시 (052)289-5492유병찬(사업)현권(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 마케팅1팀 계장)씨 부친상 황치성(한국언론재단 미디어연구팀 연구위원)씨 빙부상 8일 광주 성요한병원, 발인 10일 오전 9시 (062)510-3174배길호(SKC 부장)경호(헨켈코리아 과장)수영(방송작가)씨 부친상 임윤지(네오엠텔 과장)씨 시부상 8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10일 오전 8시 (02)3010-2252주석구(이오스링크 이사)정관(삼성홈플러스 수원 부지점장)석환(아주경제 경영기획실 과장)씨 부친상 9일 분당 서울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7시 (031)787-1501김용건(사업)용태(대한생명 인사팀 부장)씨 모친상 9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1일 오전 5시30분 (02)590-2352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씨 모친상 심규춘(자영업)씨 빙모상 9일 한양대병원, 발인 11일 오전 8시 (02)2290-9442김한식(은파수산 대표 겸 대한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 부회장)씨 모친상 9일 경주요양병원, 발인 11일 (054)778-8891신연범(한국월드패션 영업대표)씨 별세 용오(코스모SnF 사원)윤희(학생)씨 부친상 9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11일 오전 9시 (02)3410-6902신상순(한국일보 편집위원)경순(에이원삼 대표)성순(에이원삼 실장)혜순(서울 명일초교 교사)씨 모친상 이성전(강동 장애인 보호작업장 원장)씨 빙모상 9일 강남성모병원, 발인 12일 오전 9시 (02)590-2576
  • [문화마당] 실버세대에 관심을/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시인

    [문화마당] 실버세대에 관심을/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시인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에 65세 이상의 노령인구가 전체 국민의 7%였는데, 현재는 10%로 늘어났다고 한다. 앞으로 노령인구는 더욱 급격히 증가할 것이다. 말로는 실버세대에 대한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과 이해가 특별한 것 같지만 실제로 내부에는 여전히 냉담과 무관심, 그리고 몰이해로 가득하다는 사실에 우리는 놀란다. 수년 전에 작고하신 필자의 부친은 항시 새벽이면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기상통보를 들으셨다. 어디 먼 곳으로 출타하실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즐겨 들으시던 방송 프로가 일기예보였다. 아마도 농사를 짓던 시절의 습관이 평생 몸에 배어서 그렇게 되신 듯하다. 또 당신이 즐겨 들으시던 프로는 흘러간 추억의 가요 관련 내용이었는데, 늘 고독한 시간 속에서 부친께서는 나직한 콧노래로 익혀 알고 계시는 노래의 소절을 따라 부르시면서 회상에 잠기곤 하셨다. 하루해가 저물어가는 저녁시간에 침침한 눈으로 두꺼운 돋보기를 끼시고, 일기장에다 한 줄짜리 일기를 매일 적으셨는데, 부친께서 잠자리에 드신 후 몰래 일기장을 펼쳐보면 날이면 날마다 똑같은 네 글자의 한문이 적혀 있었다. 그것은 ‘종일본가(終日本家)’였다. 하루 온종일 바깥에 나가지 않고 집에만 계셨다는 뜻의 이 짧은 글귀가 왜 그렇게도 왈칵 서러운 눈물을 솟구치게 하였을까. 나는 지난 5년 동안 지방의 한 방송사에서 흘러간 추억의 가요를 다루는 1시간짜리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나라의 주권이 일제에 빼앗겨 유린당했던 시기에 만들어졌던 가요에서부터 1970년대 가요에 이르기까지 많은 가수의 노래를 다뤘다. 프로그램 구상과 선곡을 마치고 원고를 쓸 때 항시 옛 노래를 즐겨 들으시던 부친의 모습을 떠올렸다. 노래 한 곡에 얽힌 사연에서부터 가수, 작곡가, 작사가와 관련된 각종 에피소드까지 두루 제한 없이 다루었는데, 세월이 경과하면서 무수한 고정 팬들이 생겨났다. 그들은 대개 택시와 버스 운전에 종사하는 기사님들, 공장에서 힘겨운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들, 그리고 예전 필자의 부친처럼 집에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실버세대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방송을 듣는 것을 삶의 진정한 낙이라고까지 그분들이 말씀하실 때 행복감은 이루 말로 형언할 길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실버세대들이야말로 식민지시대와 그 후반기의 격동을 몸으로 직접 겪어낸 분들이 아닌가. 또 광복 이후의 궁핍과 대혼란을 몸으로 버티며 꿋꿋이 살아왔고, 한국전쟁의 태풍 속을 악전고투로 이겨 오신 분들이다. 그토록 어려운 시기 속에서 자녀들을 키워냈고, 이제는 텅 빈 공간에서 홀로 적적한 시간을 보내는 분들이 아닌가. 다수의 청취자들이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격려를 보내올 때 그 흐뭇한 행복감을 과연 무엇으로 필설하리. 그런데 이 행복감이 돌연 중단되고 말았다. 긴 세월 동안 실버세대들에게 사랑받던 프로가 이른바 ‘개편’이라는 명분 속에 갑자기 내려앉게 된 것이다. 서운하고 아쉬운 심정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실버세대보다 청년세대를 더욱 중시하는 방송사의 비정한 관점이 틀림없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필자는 국내 여러 방송사들의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편성표를 다시금 면밀히 검토해 보았는데, 실버세대를 염두에 둔 프로그램 편성과 제작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모두는 우리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곧 실버세대가 된다.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젊었을 때 노년층을 위한 사랑과 배려의 마음이 기본으로 깔린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둬야 한다. 그래야만 나중에 우리가 행복할 것이 아닌가. 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시인
  • 그 다방은「마담」도「레지」도 선머슴

    그 다방은「마담」도「레지」도 선머슴

    젊은이들이 태양과 파도와 바람, 그리고 낭만을 즐기는 곳- 여름 바닷가는 젊은이의 광장이다. 올해도 방학을 맞은 젊은이들이 그곳에서 여름을 즐기며 봉사하며 돌아오지않을 인생의 한때를 꽃피우고 있다. 강원(江原) 경포대 해수욕장에 이상한 다방이 영업을 하고 있다.「마담」이며「레지」가 모두 우락부락한 대학생. 싸리나무를 엮어 사방 벽으로 둘러치고 이름하여「예맥의 집」. 도시의 다방과는 대조적으로 여자손님들이『「레지」, 여기 좀 앉아』는 호통치는 진풍경도 벌어지다. 8평정도 될까? 별로 넓지 않은 면적에 다방다운 구색은 빠짐없이 갖추어져 있다. 싸리나무로 울타리 치고…모래밭에 구들장「테이블」 대나무발에 빨간「페인트」로「MUSIC BOX」라 씌어진 곳에선「레코드」가 돌고 오른쪽은 주방. 다방안은 온통 싱그러운 싸리나무 잎사귀의 마르는 냄새로 가득차 있다. 바닥은 그대로 모래밭. 구들장으로「테이블」을 대신했고「블록」위의 짚으로 만든 또아리가 말하자면 의자. 전등에다「라면」봉지를 씌워「무드」를 살렸는가하면 자연석 몇 개를 들여다 놓아 실내「데코레이션」으로 했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가지가지.「비틀즈」의『렛·잇·비』에서부터「브람스」의『항가리광시곡』까지 다채롭다. 밤9시께 다방안에 들어서니 해수욕복 차림의 연인 2쌍이「코피」를 시켜놓고 속삭이고 있었다. 『제가「마담」입니다』 「마담」치고는 목소리도 굵고, 가슴도 형편없이 밋밋하다. 손님들에게 돌아가며 애교를 떠는 유종민군(26·성균관대 행정학과). 「코피」를 시켰더니 역시 남자「레지」가 조심조심 날라온다. 여성에 비해「버스트」며「히프」가 도무지 보잘 것 없는 심재묵군(24·경희대 체육학과) 『우리「레지」가 요즘 고생이 많습니다. 진짜「레지」아가씨들이 와서「서비스」하라고 야단치기 때문이죠』 7월 13일 개업한 이튿날, 소문을 듣고 찾아온 강원시내 아가씨들이 차를 시켰다. 꺼림하니 기가 질린 심군과 김철수군(22·중앙대(中央大))이 차를 날라다 주었다. 차를 마시다 말고 아가씨중의 한사람이「마담」을 불렀다. 『「레지」들이 뭐 저래요? 손님이 왔으면 의당 옆에 앉아「서비스」를 해야죠』 얼굴이 새빨개진「마담」이「레지」들에게「서비스」하라고 압력. 수영복 차림의 두「레지」는 손을 비비며『뭐 잘못된 게 있읍니까?』 굽실댔다. 아가씨들 말씀이『옆에 좀 앉아요』 『못앉을 이유는 없읍니다만 거 이상하지 않습니까? 고충을 이해해 주십시오』 마구 앉으라는 요구에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겨우 곁에 앉아 진땀을 흘렸다는 것. 『개업첫날은 적자가 났어요. 우리 주방장이「네스코피」를 멋모르고 새까맣게 타줬기 때문이죠』 옆에 있던 주방장 신병철군(22·연세대 토목과)이 벌겋게 웃는다. 첫날 4백50원짜리 가루「코피」1병을 사다가 15잔 만들면 되는 것을 불과 10잔도 못되게 몽땅 가루를 퍼부어 손님들이 쓰디쓴「코피」를 마셔야 했다. 이 별난 다방의 이름은「예맥의 집」. 강원시내의 서울유학생들 친목단체인「예맥청년봉사회」에서 경영하고 있다. 이 다방의 운영위원은 유종문·김동선(25·동국대 식품가공학과) 임정규(24·경희대 체육대) 신호승(24·경희대 국문과) 전명규(25·강릉우체국 근무) 최봉규(22·경기대 사학과) 김병기(25·중앙대 철학과) 장세영(24·연세대 건축학과) 맹병윤(26·강릉고졸) 신병철(22·연세대) 김종필(24·강릉고졸) 심재묵군 등 12명. 하루 3천원 거뜬히 벌어 내고장 봉사 활동에 쓰고 『이 다방에서 나오는 이익금으로 8월부터 농촌봉사활동과 해수욕장 경비·구조·청소작업에 보태어 쓸 예정입니다. 지역사회의 젊은이들이 자기 고장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한 끝에 저절러 놓은 짓이죠』 요즘 하루평균 1천원쯤 벌어 들인다. 해수욕「피크」가 되면 하루 벌이 3천원쯤 계산하여 최저 5만원에서 최고 10만원정도의 이익금을 예산.「코피」등은 40원,「주스」와「콜라」는 70원, 맥주는 안주끼어 2백80원,「아이스·크림」은 50원. 이 가격은 전체적으로 20%정도의 이익금을 계산한 것. 『싸리나무는 명주(溟州)군 회원들이 1「트럭」을 보내줬고, 역시 집을 세울 때도 와서 작업을 했읍니다. 「코피·세트」는 각자 집에서 몇 개씩 날라왔고「레코드」판도 닥치대는 대로 모아 왔죠. 대지는 변영회에서 무료로 대여해 주었읍니다. 그래도 밑천이 4만원이나 들었어요』 해수욕장 청소, 경비(警備)까지 다방에는 3, 4명의 인원밖에 필요없으므로 남은 회원들은 해수욕장 봉사활동에 나선다. 구조원으로 4명이 나가있고 밤에는 경찰서 구역을 반분, 주차장에서 남쪽지대를 경비한다. 아침 7시에는 경포대 거주 회원들과 함께 조기청소. 해수욕장 전체를 말끔하게 청소하고, 저녁에는 각종 오물을 모아 폐기처분하는 등 각종 봉사활동을 벌이는 한편, 피서객 안내업무도 맡아 숙박·식사장소 등을 알선한다. 「마담」유군은 이제 손님의 취향을 좀 알게됐다고 익살. 『체육과 계통의 우락부락한 회원들이「레지」를 시켜 달라고 아우성을 쳐요. 며칠 시켜보니까 미관상 좋지 않더군요. 손님들이 질겁해서 목을 잘랐읍니다』 「레지」인 심군은 남비뚜껑 1개를 부숴 버렸다고 고백. 『동년배 녀석들이「야! 코피 좀 가져와」하며 반말을 하지 않겠어요? 처음엔 어찌나 울화통이 터지는지 주방에 들어가 애꿎은 남비에 화풀이를 했어요』 가장 거북할 때가 술취한 여자들이 손을 잡아끌며 자리에 앉히려고 마구 법석을 떨 때. 심한 경우에는『「레지」좀 만지면 어때』하며 쓰다듬으려고 덤빈다는 것이다. 「비키니」차림의 아가씨들이 연인과 함께 들어와 속삭이는 것도 구경하는 자신들에게는 괴로운 광경. 술취한 여자들은 딱 질색…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싸리나무 풀냄새가 좋아 앉은 자리에서「코피」를 2잔씩이나 마시고 가는 분도 있더군요. 앞으로 방명록을 비치하여「시즌·업」되고 난 뒤에 감사의 편지도 낼 작정입니다』 뿐만아니라 이곳을 찾아준 관광객들에게 20가지 항목에 걸치는「앙케트」도 만들어 장차 개통될 고속도로 시대에 대비, 강원의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마스터·플랜」의 작성에 뒷받침을 하겠다는 거창한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지역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되려는 의욕과 창의의 젊음이랄까? 「테이블」위에「코피」잔을 놓고「밀크」를 타던 레지「심군」이 실수하여 그만「밀크」를 잔뜩 쳐버렸다. 『아직도 훈련이 덜 됐어요. 주의를 시켜도 그게 잘 안되는 모양이죠. 연습해서 되는 것이라야지 어떻게 해보겠는데…』 와그르르 건강한 폭소가 터진다. <강원 경포대에서 박안식(朴安植)기자> [선데이서울 71년 8월 8일호 제4권 31호 통권 제 148호]
  • 건강진단서 인터넷 발급

    보건소의 증명서들도 인터넷 발급이 가능해졌다. 구로구는 8일 ‘e보건소 서비스’ 시스템으로 집에서 보건소의 각종 증명서 발급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로구보건소를 이용하는 주민은 보건소 홈페이지(www2.guro.go.kr/site/gh/index.jsp)를 통해 건강진단서, 건강진단결과서, 예방접종증명서 등 제증명 민원서류를 국문과 영문으로 발급받을 수 있다. 발급절차는 구로구 보건소 홈페이지 접속→제증명 발급코너에서 회원가입 및 로그인→공인인증서 확인→신청한 제증명 민원 선택→발급받기 순서로 진행하면 된다.1회에 한해 무료로 증명서가 발급되고 재발급을 원하면 휴대전화 소액결제(300원)를 통해 발급받을 수 있다. 또 인터넷을 통한 진료예약과 내역조회도 가능해졌다.치과, 골밀도실 등 진료 예약과 보건소 방문 기록, 처방 조회, 검진 내역 등에 대한 조회도 인터넷을 통해 가능하다. 이밖에 제증명 발급 서비스가 주말, 공휴일, 업무시간 외에도 가능해 업무시간 내 보건소를 방문하기 어려웠던 주민들의 문제점도 해결됐다. 유철재 보건위생과장은 “이전 시스템으로는 검사와 증명서의 발급, 재발급을 하면 3번 보건소를 방문해야 했지만 인터넷 발급을 하면 한번만 방문하면 된다.”고 말했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문화마당] 가요계의 권력 신드롬/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시인

    [문화마당] 가요계의 권력 신드롬/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시인

    완당 김정희란 이름은 그가 활동하던 당시 무명 서화가들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넘지 못할 우뚝한 산이었다. 완당이 이룩한 예술세계의 독보성은 매우 탁월한 것이었으나 동시에 당대 예술의 다양한 발전과 변화를 가로막는 하나의 장벽이기도 했다. 신진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에서 완당 같은 대예술가의 존재성은 분명 커다란 불편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이치는 자연스러운 소통과 순환인데, 너무 크고 우뚝한 존재는 이러한 소통과 순환을 막아 버리는 현상을 가져 오게 마련이다. 비록 경우는 다르다 하겠으나 최근 십여 년 안쪽에서 확인되는 가요계의 판도를 곰곰이 지켜 보면 지난날 완당이라는 존재성과 그 주변을 떠올릴 수 있다. 하나의 가요작품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작사, 작곡, 가창이라는 세 영역이 절묘한 일치와 조화를 이루어 비로소 절창이라는 놀라운 세계가 빚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알게 모르게 자신의 세력을 키워온 가수가 작사, 작곡의 영역까지 모조리 장악하고 독점하여 오랜 세월이 경과하면서 일종의 지배구조를 형성하게 된다면, 이 때문에 많은 부작용들이 파생될 수 있다. 나라의 주권이 제국주의자들에게 침탈당했던 시대, 가요인들은 일본인이 주도하던 레코드 상업 자본에 의탁하여 다수의 작품을 써내었다. 그 무렵 가요계 인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순수 담백한 마음으로 합심 단결하고, 일치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참으로 훌륭한 가요작품을 많이 만들어 내었다. 그 가운데서 현대 한국인들이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과 애착으로 즐겨 부르는 뛰어난 명작들이 많은 것을 보면 당시 활동과 수준이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음이 있다. 물론 그 시절에도 걸출한 감각과 재능을 지닌 몇몇 소수자에 의해 작사·작곡은 물론 가창 부문까지 함께 아우르는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것이 요즘처럼 돈벌이와 개인적 이권에 바탕을 둔 것은 아니었다. 평생을 가요계에서 보낸 원로들과 더불어 작고 가요인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만나 밤이 이슥하도록 최근의 관심사를 나눈 적이 있다. 그들의 공통된 담론은 우리 가요계의 현실에 대한 깊은 우려와 탄식이었다. 모든 기회와 이익을 독점하고 있는 이른바 트로트계의‘빅 포’ 가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는데, 이들이 저지르는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원로들의 호된 꾸중은 주로 기획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신진가수 끼워 팔기, 출연료 부풀리기, 이익을 함께 배분하는 세력들끼리 공생하며 편당, 사당을 이루는 현상 등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지배권력의 부조리한 구조와 그 병적인 신드롬을 흉내 내는 가수들이 가요계에 버티고 있는 한 신진가수들의 자연스러운 진출과 물갈이는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이른바 권력형 가수들의 최근 동향을 유심히 지켜 보면 무대, 방송, 광고 등 모든 출연 기회를 오로지 그들만이 독점할 뿐만 아니라, 대중 앞에 나와서도 방자하고 교만하며 최선을 다하지 않는 모습을 쉽게 드러낸다. 가수는 무대 위에서 자신의 사활을 걸어야 한다. 그들의 노래를 듣고 삶의 위안과 작은 변화를 기대하는 가요팬들을 위해 그야말로 전력투구하는 헌신적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은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력형 가수들의 경우 이미 신선한 느낌이 현저히 소멸된 낡은 노래들만 반복해서 부르거나 천박한 발언도 서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와 더불어 자신이 설립한 기획사를 통하여 모든 이익을 자신들에게 집중되도록 하는 교묘한 장치를 만들었다. 왜 우리는 미국이나 유럽, 러시아, 라틴아메리카, 혹은 일본처럼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대중의 가슴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전설적인 가수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가. 대체 얼마나 더 기다려야 진정한 가수, 기품 있는 가수를 만날 수 있을까. 이동순 영남대 국문과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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