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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중계→러시아銀 송금 BDA北자금 해법 급부상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이 미국 은행의 중계를 거쳐 러시아 은행의 북한계좌로 송금되는 방안이 관련국들간 추진되면서 BDA문제가 막바지 해결수순에 접어들 것인지 주목된다. 6자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0일 “최근 한·미·중·러 외교장관이 BDA 해결방안을 집중 협의한 결과, 미국은 자국 은행이 북한자금 송금의 중계역할을 맡는 조건으로 러시아 은행이 BDA 북한자금을 송금받는 방안을 러시아측에 요청했고, 러시아측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송금에 관여하는 자국 은행에 불이익 방지를 보장하는 한편 BDA와 자국 은행간 거래를 금지한 지난 3월의 제재 조치에서 이번 거래를 예외로 허용하기로 한 것으로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미 행정부는 또 당초 거론됐던 와코비아은행이 아닌 자국내 다른 은행에 송금 중계역을 맡기기로 했으며, 원만한 일처리를 위해 해당 은행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측이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미국이 예외규정을 허용할 경우 BDA문제가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해결될 가능성을 산술적으로 말하면 80∼90% 정도 다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예외를 두지 못할 경우, 러시아 은행을 통한 중계 및 송금을 검토할 수 있지만 북측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1일 미국을 방문,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BDA문제 해결책 및 2·13합의 이행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北, UNDP자금 해외부동산 구입” 美국무부 보고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이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원 자금을 해외 부동산 구입에 전용하고 무기거래와 관련된 은행에도 송금했다고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 언론이 9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무부의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UNDP의 대북 지원금 300만달러를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및 미국 뉴욕의 빌딩과 주택을 구입하는 데 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270만달러에 달하는 UNDP 자금이 북한 단천상업은행으로 흘러가 물품과 장비 구입 명목으로 사용됐다는 증거도 확보됐다고 같은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단천상업은행은 지난 2005년 미 정부로부터 북한의 대량학살무기 거래 관련 기업으로 지정돼 제재를 받고 있다.한편 UNDP측은 미 국무부로부터 보고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지난 6개월 동안 철저한 자체 감사를 실시했지만 이같은 혐의 내용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면서 “더 조사해 봐야 알겠지만 미 국무부의 보고서 내용은 우리측 감사결과와 다르다.”고 밝혔다.dawn@seoul.co.kr
  • 워싱턴의 사쿠라/스노하라 쓰요시 지음

    ‘거대한 체스판’.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안보담당보좌관 브레진스키가 세계를 비유한 말이다. 미국이 경쟁국과 패권을 다투는 파워게임의 전쟁터가 바로 세계란 것이다. 체스판 위에서 말을 조종하는 슈퍼파워 미국의 심장부, 워싱턴 포토맥 공원에선 매년 4월이면 벚꽃이 흐드러진다.1912년 일본 도쿄시가 워싱턴 시민들에게 선물한 3000그루의 벚나무는 1965년 추가로 기증된 3800그루와 함께 미일 우호의 상징이 됐다. 미국 대통령 얼굴 위로 오버랩되는 벚꽃 이미지는 일본이 체스판에 끼어드는 방식을 상징한다. ‘워싱턴의 사쿠라’(스노하라 쓰요시 지음, 이응현·조진구 옮김, 리북 펴냄)는 일본이 미국 내 ‘사쿠라’(지일파 혹은 친일파)를 통해 ‘미·일동맹’을 관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일동맹이라는 국제관계조차도 인맥정치로 지탱된다는 저자의 관점은 ‘강대국 편향주의’로 요약되는 일본 외교의 단면과도 통한다. 일본 연구에 몰두하는 국무부 직업외교관들 모임인 ‘국화클럽’에서부터 현재도 미일외교의 핵심 인맥으로 활동하는 ‘아미티지 스쿨’까지, 저자는 일본의 대미·대북·대동북아 관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미국의 ‘재팬 핸드’(Japan Hand, 책의 원제목이자 ‘일본통’을 뜻함)의 면면을 상세히 그렸다.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국대사와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 우리에게도 낯익은 이름들이 ‘워싱턴의 사쿠라’로 소개된다. 일본경제신문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뒤 현재 같은 신문 국제부 편집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저자는 종종 애칭을 쓸 정도로 ‘재팬 핸드들’에게 친밀감을 감추지 않는다.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에 대해선 “일본의 수호신”이라며 특별 인터뷰 지면까지 할애했다. 아미티지는 2000년 10월 ‘아미티지-나이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발동을 금지한 일본 ‘평화헌법’ 제9조의 제거를 주장하는가 하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한국의 반발을 ‘국내 문제 호도용’이라고 비꼰 인물이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국과 일본은 양국관계를 한층 긴밀하게 만들어갈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하기 위해 각각의 나라에서 ‘일본통’과 ‘한국통’의 고리를 넓혀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교와 동맹을 ‘인맥’을 통해 관리해 나가는 일본의 냉철함은 섬뜩하기까지하다. 정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한·미동맹의 ‘현실’도 되돌아보게 한다.1만 2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터키軍, 이라크 북부 기습 월경

    터키군이 6일(현지시간) 쿠르드노동자당(PKK) 반군 추격을 위해 이라크 북부지대로 진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라크 북부는 쿠르드 자치정부가 통치하는 유전지대로 수도 아르빌에는 현재 한국군 자이툰부대 병력 1200명이 주둔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가 이날 잇따라 터키의 이라크 침공을 부인한 가운데 이번 사태가 터키군의 ‘제한적 군사작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라크 유전지대가 무대가 되면서 국제 유가는 크게 출렁였다. AP통신은 터키군 600여명이 PKK 반군을 추격, 이라크 북부지대로 진격했다고 전했다.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 보안군은 터키군 150명이 샨지난 지역을 수시간 동안 점령한 후 철수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200명이 국경지대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키 보안군 관계자는 PKK 반군 소탕을 위한 ‘추격전’으로 소규모 군사작전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관련 정부들은 침공을 공식 부인했다. 백악관은 “어떤 새로운 행위도 없다.”고 발표했고,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이라크) 국경지대를 감시하고 있지만 어떤 징후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호시야르 제바리 이라크 외무장관과 압둘라 굴 터키 외무장관 역시 보도를 부인했다. 미국이 두 동맹국인 터키와 쿠르드 자치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중재를 벌이고 있는 상황 때문으로 풀이된다. 쿠르드족은 이라크 통치의 큰 축을 이루고 있고 터키는 세계적인 반테러 전략에서 핵심전략 동맹인 터라 미국은 곤혹에 빠져 있다. 터키는 1997년에도 5만명의 병력을 앞세워 이라크 북부를 침공했었다. 최근 야사르 부유카니트 터키군 총사령관이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최후 통첩을 하는 등 330㎞에 걸친 이라크 국경선에는 대규모 병력이 증강되고 있었다. 문제는 터키와 쿠르드의 갈등이 역사적으로 잠복된 ‘뇌관’이라는 점이다.1984년부터 시작된 PKK의 독립 투쟁으로 지금까지 3만명 이상이 숨졌다. 테러와 소규모 교전도 지속되고 있다. 터키는 올해 말 이라크 쿠르드 자치정부가 독립을 선포하는 걸 크게 경계하고 있다. 이 경우 터키에 사는 1600만명의 쿠르드족에서도 분리독립 운동이 촉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와 쿠르드 자치정부의 갈등이 ‘중동의 화약고’로 언제든 확대될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 중질유(WTI)는 전날 종가보다 35센트 상승한 배럴당 65.96달러, 런던 국제석유거래소(ICE)의 브렌트유 선물도 57센트 오른 71.02달러로 마감됐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중계석] “北, 美차기정부와 핵협상 쉽지 않아”/ 웬디 셔먼 美 전 대북조정관

    북핵 6자회담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만약 차기 미국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벌이는 게 더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이는 잘못 판단하는 것이라고 전임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조정관을 지낸 웬디 셔먼이 5일 주장했다. 셔먼 전 조정관은 이날 주미대사관 홍보원이 주최한 특강에서 이같이 말하고, 북한은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이 먼저 조치를 취하기를 기다리지 말고 2·13합의를 이행함으로써 6자회담의 교착상태를 타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2500만달러 송금 지연을 이유로 ‘2·13 합의’ 초기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정일이 2009년 미국에서 차기 행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결정했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는 위험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만약 북한이 (다음 정권 출범까지) 기다리기로 했다면 (미국 내에서) 북한에 대한 불신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며 그렇게 되면 다음에 민주당이 재집권하더라도 더 힘든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기다리는 것은 북한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모든 사람들이 BDA문제를 어떻게 풀까 이해하려고 애쓰는데 결국 이 문제는 풀리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북한측에 BDA자금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믿고 2·13합의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 등 미 행정부 고위 인사의 방북 가능성과 관련,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비핵화 협상에 더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한국에서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철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데 대해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철군은) 미국에도 좋지 않고, 한국에도 좋지 않으며, 한반도 및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웬디 셔먼 美 전 대북조정관
  • 靑비서관 방미 BDA협의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자금 문제 해결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박선원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전략 비서관이 최근 비밀리에 워싱턴을 방문, 미국 당국자들과 BDA문제 해결방안을 집중 협의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박선원 비서관은 지난달 28일 워싱턴에 도착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및 국무부, 재무부 관계자들과 잇따라 만나 BDA 해결방안 등을 논의한 뒤 1일 귀국했다.dawn@seoul.co.kr
  • ‘방위비 전용 논란’ 美기지 이전 차질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미 2사단 이전 비용에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한국 내 논란에 대해 “주한미군 기지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이츠 장관은 또 올해 말로 철군이 예정된 아프가니스탄의 동의·다산 부대와 관련, 한국측의 추가적인 기여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 장관은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김장수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3일 “게이츠 장관은 회담에서 한국측 방위비 분담금을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사용하지 말라는 한국 국회의 견해를 들었다면서 이는 주한미군 기지 이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에 김 장관은 “(이미 분담금 협상이 끝난) 2007∼2008년 방위비를 기지이전에 사용하는 것은 이해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2009년 이후) 외교채널을 통한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는 2사단 이전은 주한미군의 희망에 따라 이뤄지는 만큼 이전에 따른 비용은 한국측이 부담한 방위비 분담금이 아닌 미측 자체 비용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 한국과 미국은 5일 서울에서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액 산정 및 운용 방식의 개선 방안을 협의한다. 게이츠 장관은 또 올해 말 철수가 예정된 아프가니스탄 동의·다산 부대에 대해 “(내가) 전 세계에 다니며 아프간 문제를 도와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며 “아프간의 중요성을 감안, 한국이 더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사실상 파병 연장을 기대했다. 김 장관은 “동의·다산 부대는 국회 의결에 따라 올해 철수할 예정”이라면서도 “아프간의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지방재건팀(PRT)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PRT는 지방정부의 능력개발과 재건, 경제 발전을 위해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미 국무부 주도의 다국적 종합 민수용 사업팀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사설] 국제사회도 우려하는 취재제한 시도

    기자실 통폐합 방침과 이에 따른 취재 제한 가능성에 대해 국제언론인협회(IPI) 등 국제사회까지 우려하고 있는데도, 참여정부는 오불관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등 대선주자들과 설전을 주고받으며 논란은 전방위로 확산 중이다. 두 대선주자는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반민주적 행위’로 규정하고, 집권 후 원상복구 의사를 밝혔다. 반면 노 대통령은 그제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전 세계 선진국에서 기자실이 없다는 사실 등을 왜 보도하지 않느냐.”라며 언론의 비판을 ‘양심 없는 보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선진국에 기자실이 아예 없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미국 백악관이나 국무부·국방부에도 노 대통령식 어법을 빌리면 ‘죽치고 앉아’ 기사를 작성·송고하는 공간이 있다. 더욱이 의원내각제 하의 유럽 각국에서 내각은 몰라도 의회에는 프레스룸을 두고 있다고 한다. 기자실·브리핑룸 등의 해외 사례를 입맛대로 취사해 ‘취재선진화 방안’ 홍보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견강부회인 것이다. 우리는 기자실 통폐합 그 자체가 사태의 본질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언론의 접근권 제한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청와대 측이 선진적 취재 기준에 맞추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어불성설이다. 정보 공개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극히 열악한 현실에서 기자실 통폐합이 언론의 정부 감시나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무슨 보탬이 되겠나. 공기업 감사들의 세미나를 빙자한 이구아수 폭포 관광계획이 자발적 정부 브리핑을 통해서 나왔는가.IPI가 지난 1일 ‘한국 정부, 언론 접근 허용하라’는 성명을 낸 데서 확인되듯 취재 기회 확대야말로 진정한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 [특파원 칼럼] 한국인의 영어 이름/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2001년 미국 콜로라도대학으로 연수를 떠나면서 ‘Dawn’이라는 영어 이름을 준비해갔다.‘도운’이라는 나의 이름과 발음도 흡사하고 새벽이라는 뜻도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케팅 수업에서 그룹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미국인 학생이 “Dawn은 여자 이름”이라고 지적하면서 “비슷한 발음의 남자 이름인 Don으로 바꾸라.”고 조언해 줬다. 이후 1년반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대부분의 교수와 학생들은 나를 Don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 그들도 편했고, 나도 편했다. 2004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해 미국 국무부가 운영하는 프레스센터에 등록했다.Do Woon Lee라고 이름을 적어내자 담당 직원이 “성이 Do냐,Lee냐.”고 물었다. 마음 속으로 ‘성을 앞에 쓰는 미국인도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물론 Lee”라고 답변했다. 그 직원은 “그러면 Woon은 First Name이냐,Middle Name이냐.”고 물었다. 다시 마음속으로 ‘아시아에는 Middle Name을 쓰는 나라가 없을 것’이라고 중얼거리며 “First name”이라고 답변했다. 그 직원이 또다시 물었다 “그러면 Do와 Woon은 왜 띄어쓰느냐.”고. 몇달이 지나자 그 직원이 그런 질문들을 던진 까닭을 이해하게 됐다. 워싱턴에서 만난 아시아 국가 출신 외교관과 기자들의 이름 표기 방식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이다. 동북아 3국 국가원수의 이름을 예로 들어보자. 뉴욕타임스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Hu Jintao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Shinzo Abe로 표기한다. 후 주석은 성을 먼저, 아베 총리는 이름을 먼저 쓴다. 노무현 대통령은 Roh Moo-hyun으로 표기된다. 세 나라가 각각 다르다. 한국의 경우 정부를 대표하는 고위 당국자들은 대부분 노 대통령식 표기를 따른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Ban Ki-moon, 이태식 주미대사는 Lee Tae-sik이라는 표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고위인사들의 영어이름은 문광부가 정한 표기법을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관과 주재원들에게는 특별한 제한이 없으며, 각자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표기한다고 말했다. 얼마전에 인터넷 사이트에서 ‘영어’라는 단어를 검색하다가 영어 이름과 관련된 주제어가 상위에 몰려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영어이름 짓기, 예쁜 영어이름, 여자 영어이름…. 영어 이름과 관련한 한국인들의 우선적인 관심은 외국인들이 알아듣기 쉬운 이름을 찾는 데 있는 것 같다. 말하자면 우리가 외국인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최근 신혼부부들이 태어날 아기의 이름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수지나 지나, 세리 등을 선호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길벗(Gilbert)이라는 운치있는 이름을 가진 한국 청년을 만나기도 했다. 지난해 초 방문했던 하버드대학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그와는 상이한 경험을 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는 강의실마다 90개의 이름표가 놓여 있다. 이름표에는 발음하기 까다로운 중국, 인도, 파키스탄, 중동, 동유럽 지역 학생들의 이름도 많았다. 비즈니스 스쿨 관계자에게 그런 학생들은 부르기 쉬운 미국식 애칭을 갖는 것이 낫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그럴 필요 없다.”라고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들은 첫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의 이름을 완벽하게 발음할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했다. 콜로라도 연수 시절 샌드라 모라이어티라는 교수와 엘리자베스 맥과이어라는 학생은 굳이 Don이 아니라 Do Woon이라는 나의 원래 이름을 불러댔다. 샌드라는 “진짜 이름을 놔두고 왜 딴 이름을 쓰느냐.”고 했고, 엘리자베스는 “흔한 Don보다는 Do Woon이라는 이름이 더 특별하다.”고 했다. 꼭 이름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콜로라도에서 만났던 가장 친한 친구들이다. 이도운 워싱턴 특파원 dawn@seoul.co.kr
  • BDA 장기간 교착 北·美 갈등 우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송금하는 문제로 장기간 교착되면서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국면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당시 BDA 문제와 관련, 미국 정부가 북한의 행동을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미국이 실수했다.”고 말한 것으로 일본의 교도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불만을 반영한 듯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29일 인도네시아 방문길에 “북한은 BDA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초청하고 영변 원자로를 폐쇄하라.”고 2·13 합의 이행의 장기 공전에 따른 타협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같은 타협책을 거부했다. 북한 유엔대표부의 김명길 차석대사는 31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BDA자금 2500만달러를 받아야 영변 원자로를 폐쇄할 것”이라며 “다른 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1일에는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영변 핵시설 폐쇄의 마지막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은 미국에 달려 있다.”면서 BDA 해결이 선결조건이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김영남 위원장의 언급은 그를 면담한 한·독의원친선협회 대표단의 하르트무트 코시크 독일 연방하원의원이 밝혔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빠른 시일 안에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dawn@seoul.co.kr
  • “北, 지난 1년간 인권개선 안해” 美 국무부 보고서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 국무부는 30일 북한이 지난 1년 간 심각한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미 의회에 제출한 미 대북인권특사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행위는 북한 주민은 물론 국제사회 기준에 조금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특히 20만명에 달하는 북한 주민들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다고 지적하고 “언론과 종교, 집회, 출판, 공정한 재판, 이동의 자유가 무시되고 있다.”면서 “북한 정권은 모든 정보를 통제하고 김정일 측근들만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또 제이 레프코위츠 미 대북인권특사가 미국으로 오는 북한 난민들을 환영해 왔고 북한의 인권남용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고 주장했다.dawn@seoul.co.kr
  • 힐 “BDA, 새 아이디어 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서울 김미경기자|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30일 6자회담 협의차 베이징을 방문, 교착상태 타결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왔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률적인 문제 때문에 어떤 은행에도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자금의 이체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 입증됐다. 이번에 새롭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왔으니 중국의 상황파악 내용도 들어보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힐 차관보가 언급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관련, 미측은 BDA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을 전제로 BDA에 대한 재무부의 ‘돈세탁 금융기관’ 지정 철회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BDA가 돈세탁 은행 지정에서 벗어나면 북한자금의 송금이 가능하게 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BDA문제로 더이상 시간을 허비할 수 없어 가능한 한 모든 해결방안을 동원키로 했다.”면서 “이 방안에는 지난 3월 미 재무부가 발표한 BDA에 대한 돈세탁 은행 최종 지정을 철회하는 방안도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jj@seoul.co.kr
  • 세계은행 총재 로버트 졸릭 지명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최근 사임을 발표한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의 후임으로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을 선택했다. 부시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졸릭 전 부장관의 세계은행 총재 지명 사실 공식 발표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곧 지명에 대한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세계은행의 총재는 지분의 16%를 가진 미국이 관례적으로 지명해왔다. 세계은행은 매년 230억달러(약 23조원)를 저개발국가에 지원한다. ●“경제문제 정책화 탁월한 능력” 부시 대통령이 졸릭 전 부장관을 지명한 것은 안전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폴 울포위츠 현 총재가 여자친구에게 특혜를 준 의혹 때문에 갑자기 물러나는 어수선한 상황을 수습하고 세계은행의 업무와 분위기를 단시간 내에 장악할 수 있는 인물로는 졸릭 전 부장관이 최선의 선택인 것 같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졸릭 전 부장관은 세계은행을 이끌어갈 충분한 경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재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백악관, 국무부 등 미 행정부와 패니 메이, 골드만 삭스 등 글로벌 금융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경제 문제를 정책화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을 미국과 유럽이 독점하는 데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잠재울 수 있는 인물로 통한다. 하버드 대학 로스쿨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공공정책 석사를 받은 졸릭은 1985년 재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의 행정부에서 국무차관을 지내며 뛰어난 외교 수완을 인정받기도 했다. 졸릭은 국무차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일하던 콘돌리자 라이스 현 국무장관 함께 소련 붕괴와 독일 통일 등을 다뤘다. ●부장관시절 북한문제에도 관심 졸릭은 냉전종식에 따른 정책입안을 주도한 뒤 1992년 8월 백악관 비서실 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93년에는 행정부를 떠나 미국 최대의 주택금융업체인 패니 메이에서 수석부사장을 지냈다. 2001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자 곧바로 USTR 대표에 기용돼 도하라운드 협상 출범을 주도하는 등 미국의 대외통상정책 전반을 지휘했다. 중국과 타이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작업을 마무리했고, 칠레·호주·모로코 등 여러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완결지었다. 졸릭은 2005년 초 라이스 장관의 강력한 요청으로 국무부 부장관에 기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졸릭은 국무부 부장관 시절 중국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정책을 정립했다. 졸릭은 그 과정에서 북한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졸릭은 지난해 국무부를 떠난 뒤 글로벌 투자회사인 골드만 삭스에서 국제자문 담당 부회장을 맡아왔다. dawn@seoul.co.kr
  • [사설] 北 미사일 정부 대응 안이하다

    북한이 지난 25일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관련한 정부 당국의 대응이 석연치 않다. 일본 언론이 보도하자 마지못해 확인해주는 정도였다. 상세한 공식브리핑은 없었다. 때문에 미사일 발사 방향과 숫자 보도가 오락가락했다. 우리 정부가 미사일 발사 정보를 뒤늦게 알았다면 국가안보에 큰 구멍이 뚫린 셈이다. 알고도 미적거렸다면 혼란을 부추겼다는 측면에서 그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정부는 내외신의 확인 요청이 잇따르자 합동참모본부 명의로 일본 언론보도 내용을 간접확인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다면서 “통상적인 훈련의 일환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일본의 안보에 중대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국민을 안심시켰다. 미국도 백악관과 국무부가 “6자회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개발은 사정거리로 볼 때 남한을 겨냥한 것이다. 정례 훈련이라도 우리가 더 신경을 써야하는데 현실은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북한은 남측이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진수식을 가진 날 미사일을 발사했다. 남측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유약한 모습을 보이면 북한은 군사 긴장을 높임으로써 더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좋은 배(세종대왕함)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고 말했는데 괜한 오해를 부를 언급은 자제하는 게 바람직했다. 북한 미사일 사건은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방침이 옳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사일 발사 조짐이 있으면 미리 정보를 공개하고, 위험수역에서 우리 선박과 항공기 운항시 주의조치를 취해야 했다. 사후에도 국민 궁금증을 해소해야 마땅했다. 정부가 이렇듯 정보공개에 소극적이므로 기자실이 통폐합된 뒤 국민의 알 권리 실종은 불보듯 뻔하다.
  • 수치여사 가택연금 1년 연장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이 다시 연장됐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25일 국제사회의 압력과 호소 속에서도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을 1년 더 연장했다고 현지 경찰소식통을 인용해 BBC가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이날 오후 가택연금 연장 사실을 알리기 위해 정부 관리들이 탄 차량이 수치 여사의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노벨상 수상자로 올해 61세인 수치 여사는 지난 17년 가운데 11년 7개월을 연금 상태에 있었다. 현재 진행 중인 가택연금은 지난 2003년 5월 시작돼 27일 종료될 예정이었다. 군사정부는 철권통치 속에서도 수치 여사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그치지 않는 등 그녀의 지지세가 위축되지 않자 가택 연금 연장 가능성을 시사해 왔었다. 이에 앞서 수치 여사의 연금 종료 시한을 앞두고 미국, 유럽연합(EU), 유엔, 아세안 등은 한 목소리로 연금 해제를 촉구했다. 지난주 김대중, 빌 클린턴, 지미 카터 등 한·미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59명의 정치 지도자들이 수치 여사의 석방을 위해 미얀마 군사 지도자 탄 쉐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의장국인 필리핀의 에르린다 바실리오 외무차관, 루이즈 아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등도 해제를 요구했다.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인연’ 남기고 간 국민 수필가

    “그리워하는데도 한번 만나고는 못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인연’에서) 25일 밤 별세한 금아(琴兒) 피천득은 일상의 평범한 소재를 서정적이고 섬세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풀어낸 한국 수필문학계의 대표 작가다. 그의 대표작 ‘인연’은 자신이 열일곱 되던 해부터 세 차례 접한 일본 여성 아사코와의 만남과 이별을 소재로 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린 이 작품을 읽고 자란 세대들에게는 설렘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첫 사랑의 대명사가 됐다.●日여성 아사코와 만남·이별 소재수필가, 시인, 영문학자의 삶을 산 그는 1910년 5월29일 서울에서 태어나 중국 상하이(上海) 공보국 중학을 나와 호강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광복 직후에는 경성대 예과 교수를 거쳐 1974년까지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다.1954년에는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하버드대에서 1년간 영문학을 연구했다. 그의 문학 입문은 시가 먼저였다.1930년 신동아에 시 ‘서정소곡’(抒情小曲)으로 등단한 뒤 잡지 ‘동광’에 시 ‘소곡’(1932), 수필 ‘눈보라 치는 밤의 추억’(1933) 등을 발표했다.1947년 첫 시집 ‘서정시집’을 출간한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 수필가’로 불릴 정도로 수필을 통해 문학적 진수를 드러냈다. “수필은 청자(靑瓷) 연적이다. 수필은 난(蘭)이요 학(鶴)이요 청초하고 몸 맵시 날렵한 여인”이라며 은유법을 구가한 수필 형식으로 쓴 수필론 ‘수필’은 ‘인연’과 함께 대표작으로 꼽힌다. ●수필집 작년 첫 日출간 화제춘원 이광수가 거문고를 타고 노는, 때 묻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닮았다고 붙여준 호 금아(琴兒)처럼 그는 딸 서영씨가 어릴 때 갖고 놀던 인형을 목욕시키고 머리를 묶어주는 등 인형놀이를 하는가하면 흠모하는 작가인 바이런, 예이츠의 사진과, 자신이 ‘마지막 애인’이라 불렀던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의 사진을 가까이 두는 소년의 모습을 간직했다. 어린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발표작 가운데 어린이가 읽기 적당한 시와 수필 등을 엮어 ‘어린 벗에게’(2002년)를 냈다. 지난해에는 대표작 ‘인연’ 등 16편의 수필작품이 수록된 ‘피천득 수필집’이 처음으로 일본에서 출간돼 화제가 됐다. 딸에 대한 사랑은 유별났다. 작품을 통해 여러번 딸의 이름을 부르며 부정(父情)을 나타냈다.“서영이는 내 책상 위에 ‘아빠 몸조심’이라고 먹글씨로 예쁘게 써 붙였다. 하루는 밖에 나갔다 들어오니 ‘아빠 몸조심’이 ‘아빠 마음조심’으로 바뀌었다. 어떤 여인이 나를 사랑한다는 소문을 듣고 그랬다는 것이다.(중략)아무려나 서영이는 나의 방파제이다. 아무리 거센 파도가 밀려온다 해도 능히 막아낼 수 있으며, 나의 마음 속에 안정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서영이’ 중에서) 그의 문학관은 자신의 글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인생의 “아름다움” “인간 본연의 의지와 온정”의 문학이었다. 국내 원로·중진 문인이 문학에 입문한 과정을 들려준 책 ‘내 문학의 뿌리’(2005)에서 그는 “문학의 내용이 주로 아름다움으로 채워지기를 바란다.”며 “슬픔이나 고통도 얼마든지 문학의 내용이 될 수 있지만 비운에 좌절되지 않는 인간 본연의 의지와 온정이 반드시 그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랑하고 갔구나” 한숨 지어주길그의 삶은 작가의 문체처럼 소탈하고 검소했다. 술과 담배는 평생 하지 않았고 산책과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으며 화려한 장식품 하나 없는 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소박한 인생관을 가진 그는 지인들에게 자신의 사후(死後)에 대해 작은 바람을 말한 적이 있다.“죽어서 천당에 가더라도 별 할 말이 없을 것 같아. 억울한 것도 없고 딱히 남의 가슴 아프게 한 일도 없고…….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을 볼 때마다 살아있다는 것이 참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이 ‘이 사람,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라는 게 욕심이라면 욕심이죠.”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北 미사일 동·서해 발사

    북한이 25일 오전 단거리 미사일 여러 발을 해상으로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이 사거리 100∼200㎞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한 정황을 포착했다.”면서 “북한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통상적인 발사 훈련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교도통신은 일본 방위성 관계자의 말을 인용,“북한이 오전 동·서해 두 곳을 향해 한차례씩 미사일을 발사했다.”면서 “동해쪽 미사일은 연안에서 96㎞ 가량 떨어진 해상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발사 목적과 관련, 통신은 “통상적인 훈련이거나 잔탄(殘彈)처리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미 백악관의 고든 존드로 국가안보회의 대변인도 “정례적인 훈련으로 보인다.”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도 이날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을 마치고 떠나기 직전 “북한이 더욱 위험한 미사일을 개발했을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면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가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평가절하했다.●군 일각 “이지스함 겨냥 아니냐” 그러나 발사된 미사일이 대함정용 미사일이란 점으로 미뤄 군 일각에선 이날 오후에 열린 우리측의 이지스 구축함 진수식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이지스함 전력화와 3000t급 중장수함 독자개발 계획 등 최근 잇단 우리측의 전략증강 움직임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아니겠냐는 것이다.●“BDA 해결 지연 불만” 분석도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의 북한송금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 미국 등 6자회담 당사국을 향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이라는 외교라인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최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작년 7월 대포동 2호를 비롯한 노동·스커드미사일 등 7발을 발사한 이후 처음이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中, 美 위안화 절상공세 막아내나

    中, 美 위안화 절상공세 막아내나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우이(吳儀) 부총리가 홍문연(鴻門宴)에 갔다.’ 22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미국과 중국간의 고위급 전략적 경제대화 참석차 워싱턴에 도착한 우이 부총리 등 중국 각료 10여명에 대한 중국 언론의 표현이다.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미국 정부와 국회 모두 맞상대해야 하는 우이 부총리의 어려운 처지를 고사를 인용해 표현한 것이다. ●위안화 절상 도마에 위안화 환율 절상이 최대 이슈지만 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항공기 등 미국산 구매 확대를 통한 무역이익 감소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된다. 우월한 입장에서 퍼부어지는 미국의 공세를 중국이 어떻게 막아내고 무마해낼 지가 관심사다. 지난해에 이은 두 나라의 두번째 경제 장관들의 회담이다. 중국에선 부총리급이 대표고 재정부, 국가개발개혁위원회, 과학기술부, 정보산업부, 상무부, 위생부의 장관급 인사들과 중국인민은행장 등이 총망라됐다. 미국측에선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마이크 요한슨 농무장관, 존 네그로폰테 국무부 부장관,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이 참석한다. ●미국의 높아가는 무역역조 시정 압력 중국은 나름대로 ‘대회전’에 대비해 지난 주말 위안화 절상폭을 확대하는 등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변동폭 확대가 위안화 절상을 의미하는 게 아닌 만큼 중국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율조작국처럼 자국산 수출품에 유리하도록 위안화 가치를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에는 변화가 없다. 여기에 미국은 전선을 더욱 확대할 태세다. 미국산 항공기 구매를 확대하고, 은행 및 증권사 지분매입 한도를 확대하며 미국의 각종 기술을 도입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회사 M&A 규제완화 등도 메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미국산 구매 의도 보이는 중국 중국은 일단 ‘성의’를 보였다는 태도다. 환율변동폭도 확대했을 뿐 아니라 43억달러어치의 물품도 구입했다. 지재권 문제나 무역 역조 등 전통적인 현안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단기간내에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중국은 동시에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우이 부총리는 미국이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지적재산권 침해혐의로 제소하자 “대화로 해결하기로 한 약속을 미국이 어겼다.”면서 “끝까지 해보겠다.”고 다짐했었다. 조만간 퇴임하게 되는 우이 부총리가 어떻게 ‘명예’를 지키면서 중국의 국익을 확보해 낼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미국 하원은 이런 우이 부총리에 대해 다음날 공개서신을 통해 “단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장기적인 목표도 실현불가능하다.”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양국관계가 손상될 수 있다.”고 반격, 심상찮은 전투 의지를 보여줬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첨단기술 수출규제를 풀어주고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라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산 첨단기술제품 수입을 막아놓고 무역흑자를 줄이라고 하는 것이나, 시장경제지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보조금문제를 거론하는 논리적 모순을 적극 부각시킬 전망이다. j@seoul.co.kr ●홍문연(鴻門宴) 음모와 살기가 가득찬 연회를 뜻한다. 진나라 말년에 유방과 패권을 다투던 항우가 전략자문격인 범증의 말에 따라 홍문에서 연회를 열어 유방을 죽이려 했다. 유방은 이를 눈치채고 자리를 피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협상을 앞둔 양국간 분위기, 특히 중국측의 긴장감을 그대로 드러내는 말이다. 적진 속으로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 중국 대표단 처지를 빗댄 것이다.
  • 핵확산 도미노 이번엔 미얀마?

    ‘핵 도미노, 이번엔 미얀마 차례?’ 미국이 미얀마에 대한 러시아의 원자로 건설 등 핵 협력 사업에 대해 발끈하고 나섰다. 북한, 이란에 이은 핵확산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톰 케이시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미얀마는 핵 프로그램을 운영할 만한 법률적 토대도, 안전 규정도 갖고 있지 못하다.”며 러시아의 핵 협력계획을 비난했다. 이날 BBC에 따르면 케이시 대변인은 “핵 연료의 도난 및 의도적 전용으로 핵 비확산 노력이 손상되고 환경적 재앙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경고했다. 미얀마는 핵 연료 도난 등을 막을 수 있는 안전 절차나 구체화된 메커니즘도 없다는 점도 덧붙였다. BBC는 러시아와 미얀마의 이번 ‘핵거래’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적대적 혹은 억압적으로 여기는 소위 ‘불량 국가’‘실패한 국가’들에 러시아가 기꺼이 핵 기술을 주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외교정책은 나치 히틀러제국의 그것과 유사하다.”며 최근 미국에 더 노골적으로 각을 세우고 있는 러시아와 미국. 두나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핵확산금지조약(NPT)이 흔들리고 핵기술이 더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는 지난 15일 미얀마에 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해주고 300∼350명의 핵 기술자를 교육시켜주는 내용의 협정을 맺었다.협정에서 러시아 원자력청은 “연구용 원자로 건설·설계를 위해 미얀마측에 협조를 제공한다.”고 확인했다. 건설될 원자로는 10㎿급 연구용으로 핵무기로 전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1988년 이래 미얀마 군사정권에 무기를 공급해오고 있다. 한편 이날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의 정책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며 외교·안보를 위협한다.”면서 “제재조치를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울포위츠 후임에 졸릭·피셔등 거론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울포위츠의 후임은 누가 될까.’ ‘여자친구 특혜’ 의혹으로 사임 압력을 받아온 폴 울포위츠(63) 세계은행 총재가 17일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세계은행 이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울포위츠 총재가 당분간 총재직을 수행한 뒤 다음달 30일자로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는 5년의 총재 임기 가운데 채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했다. 또 1944년 세계은행 설립 이후 사임 압력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진한 첫 총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울포위츠 총재의 후임으로는 로버트 졸릭 전 국무부 부장관의 이름이 많이 거론된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를 지낸데다 손꼽히는 국제문제 전문가라는 점에서다. 폴 볼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도 후보군의 앞줄에 서있다. 좌우를 막론한 광범위한 여론의 지지가 장점으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 부총재를 지낸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은행 총재도 비중 있게 거론된다. 로버트 키미트 미 재무부 부장관과 헨리 폴슨 재무부 장관도 하마평에 올랐다. 다만 폴슨 장관은 자신이 총재직에 관심이 없다는 후문이다. 피터 맥퍼슨 미 전 재무부 부장관과 앤드루 나치오스 미국국제개발처장, 퇴임하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부시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울포위츠의 사퇴에 화가 난 백악관이 말을 잘 듣지 않는 세계은행 이사회 및 직원들과 맞서기 위해 ‘설욕을 위한 후보’를 선택할 수도 있지만 결국은 합리적인 인물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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