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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학금 신청 아는게 힘

    장학금 신청 아는게 힘

    올해도 ‘등록금 폭탄’이 서민의 주머니를 조여올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은 지난해 국·공립대 납입금이 8.6%, 사립대 납입금이 7.0% 올랐다고 밝혔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2.5%를 훨씬 웃돈다. 등록 시즌이 닥치지 않았지만 여러 대학이 등록금 인상 폭을 두 자릿수로 잡고 있다고 한다.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면 장학금 정보를 미리 눈여겨 보는 게 좋다. 장학재단 대다수는 1월에 신청을 받는다. 등록 시즌을 앞두고 흩어져 있는 장학 정보를 모았다. 흔히 학생과 학부모는 대학에서 주는 성적 우수 장학금이나 대기업에서 주는 장학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고등학생과 대학생,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곳은 국내 145개가 넘는다. 학술진흥재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들 기관이 지급하는 장학금 정보를 모아 ‘학자금지원통합시스템’(http://scholar.krf.or.kr)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지급 대상별로 대표적인 장학금의 특징과 신청 방법을 모았다. ●고교생 장학금 특기자 눈여겨 볼만 고등학교는 학교에 내야 하는 비용이 국공립 학교 기준 연 100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에 재학생 또는 입학예정자에게 지급되는 장학금 액수가 보통 연 50만∼100만원 정도다. 학업 우수자보다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특수한 가정환경으로 학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주로 지급된다. 그러나 지역연고 장학금은 특기자를 따로 선발하기도 하므로 성적이 좋은 학생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천시 애향장학회는 가족이 과천시에 2년 이상 거주한 과천 시민의 직계비속 가운데 예술과 체육 분야에서 도 단위 이상 대회에서 3위 이상 입상한 학생에게 ‘특기 장학금’을 준다.1년 납부금 전액을 주고 특목고는 286만원까지 지급한다. 수원사랑 장학재단은 수원시에 2년 이상 거주한 학생 가운데 동장의 추천을 받아 효행을 실천한 학생에게 ‘효행장학금’을, 공신력 있는 단체의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에게 ‘특기장학금’을 준다. 한국과학재단은 자연·공학 계열 입학 예정자 가운데 수학·과학 분야에서 수상한 실적이 있거나 수능 성적이 높은 학생 중 해마다 140명을 뽑아 졸업 때까지 등록금 전액을 준다. 매년 1월 증빙서류를 갖춰 개별 신청하면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선발된다. ●대학생 장학금 알수록 이득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장학금은 지급 금액이 훨씬 많다. 일부 장학재단은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도 지급한다. 대다수는 대학 측의 추천을 받지만 학생 본인에게 직접 신청 받아 선정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 관련 정보를 잘 알아둬야 한다. 두을장학재단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지정 대학과 지역 국립대 1학년 재학생 가운데 평균 학점이 4.5 만점에 3.5 이상인 학생에게 등록금 전액과 졸업 때까지 자기계발비를 준다. 매년 9월 직접 신청한 학생을 대상으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친다. 신라문화장학재단은 재단이 추천을 의뢰한 대학 해당 학과의 2학년 진급 예정자 가운데 학점이 4.5 만점에 4.0 이상인 우수학생 중 성적과 가정형편을 고려해 매년 25명을 선발한다.1월에 직접 신청을 받고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 전액을 준다. 엘트웰민초장학재단도 4년제 대학의 2학년 진학 예정자 가운데 평균성적이 B+ 이상인 학생 중 전문직 진출 희망자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 면접, 논술을 거쳐 매년 30명에게 등록금 전액과 매달 30만원씩 면학 보조금을 준다. 매년 1월 직접 신청해야 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중소기업 근로자인 대학 2∼4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평균 평점이 B가 넘는 학생에 한해 한 학기에 200만원 이내에서 지급한다. 새 학기마다 해당 학생이 직접 신청해야 한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단독]“대입 논술 출제 완전 자율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과거 본고사 형태의 논술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는 교육부의 논술 가이드 라인을 없애 달라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공식 건의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논술 가이드라인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대교협이 인수위에 건의한 ‘대학 자율화 과제’는 논술 가이드라인 폐지를 비롯해 ▲국제학부 입시 영어 논술 허용 ▲국립대 학과 설치 자율화 ▲교수 임용 조건 다양화 ▲교육용 토지 운영 기준 완화 등이다. 김영식 대교협 사무총장은 이날 “대학들의 건의 100여건 중 우선 순위를 감안해 일부를 인수위에 전달했다.”면서 “아직 문제제기 단계지만 앞으로 인수위와 교육부와의 논의를 통해 정책으로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교협이 논술 가이드라인 폐지를 요구했지만 대학들은 본고사 부활보다는 논술 문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교협 관계자는 “본고사를 금지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논술 시험의 구체적 내용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면서 “가이드라인을 없앤다고 국어·영어·수학 같은 본고사를 부활하는 대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05년부터 대학별 논술시험 출제에서 단답형 금지, 특정 교과 지식 측정 금지, 영어 지문 금지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다. 대교협은 대부분의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학부 입시에서 영어 논술을 금지하고 토익이나 토플 등 점수만 활용하도록 하는 교육부의 지침도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외국에 살았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특례입학 전형’에서 내국인이 외국인보다 까다로운 조건을 적용받는 것도 우수학생 유치를 막고 역차별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국립대 규제와 관련, 대교협은 “특수 목적을 가진 국책 대학이라 하더라도 전공 종류와 수까지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심하다.”면서 “입시 전형료를 어떤 용도로 쓰는지 일일이 하위 지침이나 공문으로 통제하는 것도 사립대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게 한다.”고 자율화를 요청했다. 아울러 학교마다 특성에 따라 적합한 사람을 뽑도록 대학의 권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메스꺼운 국·공립병원 제식구 챙기기

    대부분의 국·공립병원이 적자를 보면서도 소속 임직원, 친인척에게는 최고 100% 진료비를 감면해주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선택진료의사의 법정비율을 초과하여 운영하는 등 과도하게 영리활동에 치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가청렴위원회에 따르면 34개 지방의료원 및 12개 국립대학병원에 대해 진료비 감면 및 선택진료 관련 부패영향평가를 실시한 결과 국립대병원들은 모두 직원 본인과 배우자에게 선택진료비를 100% 감면해주고 있다. 또 존비속은 50∼100%, 친인척은 0∼100%,퇴직직원은 0∼100%의 감면혜택을 주고 있었다. 이 밖에 보험진료비도 본인은 80%, 배우자는 30% 감면해 주고 있으며, 비보험 진료비, 종합검진,CT·MRI검사비도 최고 60% 감면해주고 있다. 일부 지방의료원은 심지어 직원 지인 및 소개자에 대해서도 일반진료비·종합검진비를 10% 감면해주고 있다. 지난해 46개 국공립병원이 이렇게 감면해준 진료비 총액은 255억1200만원에 달했다.청렴위에 따르면 2006년 이들 국공립병원에 대한 정부 예산 보조금은 총 1584억 4400만원에 이른다.이에따라 청렴위는 진료비 감면규정 제·개정에 대해 감독기관(보건복지부 등)과 사전 협의하게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한편, 감면 대상도 직원 본인과 직계가족에 한해 50% 이내로 제한하는 감면관리규정을 제정하도록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권고했다.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교육부 대입·학사운영 손뗀다

    교육부 대입·학사운영 손뗀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일 교육부의 학생선발과 학사운영 기능을 사실상 폐지하고 대학입시 관련 업무를 대학협의체로 이양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또 초·중등 교육분야에서 자율학교 설립과 특수목적고 지정 등 사전규제 기능을 시·도 교육청으로 넘기기로 했다. 대입과 초·중등 교육이 교육부의 핵심업무인 점을 감안할 때 인수위 방침대로 추진될 경우 교육부는 사실상 해체 수준의 국면을 맞게 된다. 인수위는 이날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교육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이같은 입장을 확정했다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이 밝혔다. 인수위는 초·중등 교육분야의 자율화가 필요한 각종 사전규제를 없애는 권한을 시·도교육청으로 옮기고, 대학 입시 업무를 대학교육협의회나 전문대학교육협의회 등 대학협의체로 이양하기로 했다고 이 대변인은 말했다. 이에 따라 대입 관련 업무는 다음달초 정부 조직개편이 마무리되는 대로 교육부에서 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협의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인수위는 또 교원 신분과 관련, 국가공무원직은 유지하되 정원 및 임용인사와 관련한 기능을 시·도 교육청에 이관하고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설정 업무는 중앙에서 유지하되 나머지는 학교단위에서 자율운영토록 했다. 이와 함께 교육청 부교육감과 국립대 사무국장 등의 순환보직제를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교육현실에 맞춰 단계적으로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인수위는 교육부 기능조정 분야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하는 한편 수능등급제 폐지 등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정책공약에 대한 실천 방안을 다음달 초까지 제출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이 대변인은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이 당선인의 교육정책에 대한 교육부의 추진계획이 부실해서 주로 교육부 기능조정안에 대한 논의가 주로 검토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입 자율화 단계별 확대를 골자로 한 이같은 인수위의 방침은 현 정부의 3불정책과 충돌 가능성이 커 향후 교육부 폐지 논란과 더불어 범여권 및 교육시민단체와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위 사회교육문화분과 간사인 이주호 의원은 “일각에서 대입업무를 집행하는 기구로 고등교육원을 별도로 구상한다는 계획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앞으로 대교협의 자율적이고 전문적 기능을 강화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교육부의 기능이 융합돼야할 부분이 많다.”면서 “노동부의 직업능력 부분과 인적자원개발 분야가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수위측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정치권 일부와 교육시민사회단체는 “교육부의 인적자원 관련업무는 노동부로 이관하고, 교육부는 교육복지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고등교육 업무는 (가칭)고등교육위원회에서 담당하고 교육복지부는 유·초·중등 교육업무에 집중해야 한다.”며 교육부 해체론을 반대했다. 이들은 지역교육청을 교육복지센터로 재편해 공교육 지원 기능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그의 삶 그의 꿈] 겨울에도 장미는 핀다

    [그의 삶 그의 꿈] 겨울에도 장미는 핀다

    장미의 이름 《장미의 이름》은 움베르토 에코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국내에서도 히트했다. 그렇지만 《장미의 이름》속의 장미는 에코가 고백했듯 소설의 내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소설 속에서 장미는 향기로도 그 모양으로도 이름으로도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에코의 ‘장미’는 추리 소설을 추리소설답게 장식해 보려는 작가의 의도된 상징일 뿐이다. ‘장미’ 자체가 하나의 암호인 셈이다. 그리고, 이 난해한 상징은 독자를 호기심으로 이끄는 표지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아무려나, 심명보 화백의 이야기는 ‘장미’로 시작해야 할 듯하다. 품을 좀 넓혀서 말하자면, 세상은 꽃이 있어 한결 아름답다. 특히 실체로서의 장미는 꽃의 대명사로 불릴 만하다. 장미에 관한 역사는 그 다양한 모양과 빛깔만큼이나 살이의 비극과 희극을 무수히 넘나드는데, ‘장미전쟁’은 에코의 소설 제목처럼 실제의 장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권력다툼에서 비롯된 전쟁인데 그 전쟁에 관여했던 두 가문의 문장이 공교롭게도 흰장미와 붉은 장미였던 까닭에 세인들이 그렇게 부른 것이었다. 전쟁은 오래 전에 끝났지만 장미는 여전히 사랑받는 꽃으로 우리 주변을 장식한다. 진부하고 통속적긴 얘기지만 문학과 예술에서 꽃이 종종 여인을 상징하듯이, 장미는 여인 중의 여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여인이 저 유명한 클레오파트라 아니었던가. 클레오파트라는 장미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장미를 사랑한 여인이었다. 클레오파트라와 더불어 장미는 역사에서의 실체이며 현재다. 다시, 장미의 이름 이제, 앞에서 말했던 ‘장미’의 기억을 심명보 화백의 작업실로 가지고 가자. 화백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이는 누구나 장미를 볼 수 있고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다. 작업실이 온통 장미 꽃밭이다. 화백의 장미는 향기와 빛깔로만 버티는 보통 장미가 아니다. 화백이 피워내는 장미 꽃송이들에서는 향과 더불어 화백의 숨결이 느껴진다. 화백이 피워 낸 장미는 대체 얼마나 긴 수명을 가지고 있을까. 화백의 장미꽃들에서 숨결을 느낄 수 있다면, 그는 꽃을 사랑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화백은 장미꽃을 그린다. 1백호의 캔버스에 달랑 한 송이만 피어 있는 거대한 장미도 있다. 화백의 의지일 수도 있지만, 화면을 가득 채우고 피어 있는 장미는 상당히 사실적이고, 화백의 시선이 줌인한 지점에서는 정지 상태가 아닌 영속성을 담보하며 그 영속성의 자리에서 피어 있는 어떤 순간이 화백의 영감에 의해 붙잡혀 있다.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는 사실이 파문과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장미가 이렇게 흙이 아닌 사람의 손끝에서도 피어날 수 있는 거로구나! 이 장미들도 또 다른 아름다움이구나! 알게 된다. 장미가 피어 있는 구름 정원 개가 끌고 가는 장미, 소파에 기대어 졸고 있는 장미, 바이올린과 첼로에서 피어나고 오래되어 낡고 녹슨 삽에서도 피어나고 허공의 구름 정원에서 피어나는 장미. 화백의 장미들은 사진이 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연의 신비를 그려내고 있다. 장미를 그리면서 화백은 빛(색깔)을 시각화한다. 빌은 에너지인데, 화백은 ‘장미’라는 실체를 ‘빛의 꽃핌’으로 간주한다. 구름 속에서 피어난 장미는 환상적인데, 장미의 배경인 구름들을 오래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구름들은 여인들의 누드가 된다. 장미와 구름들이 숨을 쉬고, 그리고 이 어울림에서는 역동적인 아름다움의 실체가 느껴진다. 구름 속에서 피어난 장미는 구름이 되고 구름은 장미 꽃잎이 된다. 화백의 장미 사랑은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때까지는 추상 계열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지방 국립대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1987년에 화백은 뉴저지 주립대학의 연구 교수로 미국 뉴욕에 간다. 화백의 집 근처에 장미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화원이 있었다. 화백은 그곳에서 본 장미의 매력에 빠졌다. 미국 대학에서 수채화 클래스를 담당했는데, 발렌타이데이에 아끼던 제자에게 장미 한 송이를 그려 선물했다. 화백이 제자의 집에 초대받아 가 보니 자신이 준 그림을 큰 액자에 넣어 걸어놓고 있었다. 그의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즐거움이 예술의 사회적 기능의 하나라는 사실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다. 충격과 당혹감도 예술이 줄 수 있는 기능이지만 기쁨과 즐거움도 중요한 요소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화백의 장미는 그렇게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병이 아닌 야생의 장미들이 화백의 캔버스에서 피어나기 시작했다. 화백은 말한다. 인간이나 곤충을 확대하면 괴물이 되지만 꽃은 확대하면 할수록 환상성의 아름다움을 준다고. 화백의 그림 속 장미들을 보면서 화백의 말씀에 기꺼이 동의한다. 그리고, 영원한 장미의 이름 화가로서의 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화백은 철밥통으로 불리는 대학 교수직을 버린다. 지천명을 지난 나이에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다는 건 누구나 결심하고 실행할 수 있는 쉬운 노릇이 아니었다. 그 후로 화백은 늦깎이 전업작가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어오고 있다. 장미 화가로 다시 태어났다. 타고난 실험정신을 자신의 생에서도 끊임없이 실험한 결과를 장미꽃으로 피워내고 있다. 화백의 캔버스엔 액자가 없다. 캔버스 옆면까지도 그림이 이어진다. 평면이 아닌 입체다. 무한 확대인 셈인데, 프레임마저도 캔버스의 영속성으로 간주하는 화백의 고집이 엿보인다. 화백의 장미는 빛의 축제다. 정물로서의 장미가 아닌, 실체가 주는 신비로움이다. 색은 빛을 전제로 존재하는 것.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화백의 고백처럼, 화백이 피워낸 장미들은 빛을 숨쉬고 자연을 호흡한다. 신의 축복인 빛을 화백의 장미 꽃송이들이 발산하고 있다. 뽐내고 있다. 화면에 한껏 확대된 장미와 빛이 어울리면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어떤 지점에 화려하게 멈춰 있다. 화원에 가 보면 알 수 있다. 요즘 꽃은 계절이 따로 없다. 화백의 캔버스에서 태어나는 장미 꽃송이들도 그렇다. 그리고, 화백의 장미들이 더욱 소중한 것은 시한성으로부터 떠나 있다는 사실이다. 화백이 피워내는 장미들은, 영원한 생명을 가진다. 예술의 본질인 영원성과 더불어 숨쉬면서 세상과 우주와 진하게 입맞추고 있다. 심명보 2004∼ The Bridgeman Art Artist(London, UK). 1987∼1991 미국 뉴저지 주립대 연구교수. 1972∼1990 경성대, 창원대 미술학과 교수. 1988∼1991 아트스튜던츠 리그 오브 뉴욕에서 수학. 아트엑스포 뉴욕, 레이먼 갤러리, 프릿뱅크 엠파이어 스테이트 갤러리, 동아미술관, 갤러리 코리아 등 1970년에서 2007년까지 국내외에서 44회의 개인전을 가졌다. 글 최준 시인, 편집위원 월간 <삶과꿈> 2007년 11월호 구독문의:02-319-3791
  • [정권교체 정국] (5) 교육분야 이주호 의원 인터뷰

    [정권교체 정국] (5) 교육분야 이주호 의원 인터뷰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 정책 핵심은 정책에서 정부의 입김을 최소화해 투명한 자율 경쟁의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수 인재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글로벌 시대, 자율 없는 정책이 교육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이 당선자의 생각이다.3단계 대입 자율화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등 핵심 정책 공약도 여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에 따라 30년 동안 유지되어 온 고교 평준화 체제도 해체에 가까운 ‘대(大)수술’이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본고사와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등 이른바 ‘3불(不)’정책도 사실상 폐지될 전망이다. “우리가 중점을 두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선에서 교육부를 개혁하는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 공약을 설계한 한나라당 이주호(47) 의원은 25일 이렇게 강조했다. 교육부의 관치(官治)를 없애고 투명한 경쟁이 가능한 여건을 만들겠다는 취지다.1차 목표는 다양한 우수 학교를 만들어 선택의 폭부터 넓히는 것이다.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에 관심이 많다.2009학년도 대입부터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학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지금처럼 3년 전에 예고해야 한다. 수능 과목을 줄이거나 수능 관련 교육과정을 바꾸는 것은 현재 중3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맞다. 수능이나 내신 반영비율 자율화 등도 여건을 보면서 신중히 검토할 것이다. ▶올해 논란이 되고 있는 수능 등급제도 바뀔 수 있나.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지금)얘기하면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내년 1∼2월 논의해서 결정할 것 같다. ▶각 시·도에서 외국어고 등 특목고를 세울 때 교육부와 협의하도록 한 현 정책도 바뀔 수 있나. -교육감에게 관련 권한을 모두 넘겨야 한다. 자율형사립고 등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도 지역 차원에서 이뤄질 것이다. 교육부는 얼마를 지원할지, 지원 조건 등만 정하면 된다. 단 당장 내년부터 이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고입도 대입처럼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됐을 때 가능하다. 지금 당장 특목고 설립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면 부작용만 생긴다. ▶대입을 자율화하려면 대학의 사회적 책무성이 중요하다. 최근 대학 편입학 비리 의혹 등을 보면 아직 여건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과 관리감독은 구분되어야 한다. 비리 문제는 감사 기능을 강화하면 된다. 대학에 자율권을 주지 않고 규제만 하면 안 된다. 투명하게 경쟁하면 대학들의 선발 능력도 강화된다. ▶이 당선자는 대입이 자율화되면 ‘3불(不)’ 정책 가운데 본고사 및 고교등급제 금지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했는데, 그 시기는. -임기 내 가능하리라고 본다. 관건은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학생부 중심으로 학생들을 뽑느냐, 수능 과목을 축소했을 때 변별력을 갖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확히 되면 대학들이 굳이 본고사를 볼 필요가 없다. 선배들의 실력을 통해 학생들을 평가하는 고교등급제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 그러나 입학사정관제 차원에서 (도입)한다면 가능하다. 기여입학제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대학에 기부하는 문화가 조성되지 않았다. 우선 대학 기부금에 대해 전액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통해 대학 기부 문화부터 활성화하겠다. ▶자율형사립고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자율형사립고의 취지는 해당 학교만 우수 학교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학교 모델을 만들어 확대시키는 것이다. 다른 학교도 이에 자극을 받아 더 잘 하려고 경쟁할 것이다. 이런 학교에는 학교운영비의 10%를 추가 지원한다. 모든 학교를 특색 있게 만들자는 취지다. 자율형사립고와 기숙형공립고, 마이스터고 등은 이런 경쟁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 자율형사립고를 통해 다양한 사학 모델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빌게이츠 학교’처럼 종교단체나 기업들도 우수 학생을 키워 사회에 기여하도록 학교를 (쉽게)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엄두도 못 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1군(郡) 1우수고도 기숙형공립고 등에 포함될 것이다. 마이스터고도 현재 운영 중인 특성화고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부 부처와 기업, 학교를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을 더 발전시킬 계획이다. ▶교육 정책의 관치 철폐 차원에서 과학기술부와 통합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는데. -교육정책의 시너지와 효율성을 위해 슬림화하는 것이다. 현재 교육부총리제에 대한 비판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연구기술(R&D) 정책은 과학기술부가, 직업훈련 정책은 노동부가 맡는 것이 맞다고 본다. 대학 정책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중간 기구에,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 등 중등교육 정책은 각 시·도교육청에 이양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이 해고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관이나 연구사 등 학교 관련 공무원은 일선 학교나 시·도교육청으로 돌아간다. 국립대 등에 파견나간 공무원은 본인의 희망에 따라 (앞으로 법인화될 예정인) 국립대에 남거나 본부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런 정책들을 수행하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충당 방안은. -필요 비용은 연간 1조 50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당선자가 밝힌 대로 부처별 예산을 10%씩만 줄이면 교육부는 연간 3조원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이주호 의원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졸업, 서울대 경제학석사,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책임 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대통령 직속 교육개혁위원회 전문위원 ▲제17대 한나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 [이명박 시대] 공직 인사권 어디까지

    [이명박 시대] 공직 인사권 어디까지

    ‘인사가 만사.’ 향후 5년간 새 정부의 성패는 새 대통령이 어떤 사람들을 기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행정부 전반은 물론, 사법부 고위직에 대해서도 인사권을 행사하게 된다. 청와대의 새 주인이 요직에 어떤 사람들을 앉히는지 살펴 보면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점칠 수 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는 몇개나 될까. ●3급 이상 공무원 1800여명도 대통령 임명장 새 대통령이 먼저 행사하게 될 인사권은 국무위원 등 장·차관급 정무직 142명에 대해서다. 대통령의 의중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자리이며 대선 과정에서 당선자를 도운 사람들에게 보상으로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자리들이기도 하다.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차관, 감사원장, 검찰총장, 국가인권위원장, 방송위원장, 국정원장 등이 여기에 속한다. 참여정부 때 생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등 각종 과거사 위원회의 위원장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다.2002년 12월 당시 장·차관 정무직이 111명에서 142명으로 늘어난 것은 이 때문이다. 대통령은 헌법기관인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4명,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9명,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3명 등 26명에 대해서도 인사권을 행사한다. 또 한국관광공사, 한국조폐공사, 마사회 등 공기업 17개와 국민연금관리공단, 한국주택금융공사, 코트라 등 준정부기관 29개 등 총 46개 기관의 기관장 및 감사 등 88명에 대한 인사권도 쥐고 있다. 여기에 서울대학교 병원,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동북아역사재단 등 18개 기타 공공기관의 기관장 및 위원 33명과 한국방송공사 사장, 한국은행 총재, 금융통화위원, 뉴스통신진흥회 등 기타 법률에 의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자리 28명까지 합치면 공공기관 전체에 인사권을 행사하는 자리는 149명으로 확대된다. ●검찰총장 등 임기보장 직위도 사의표명이 관례 일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도 대통령에게 있다.2005년 관련법 개정으로 3급 이하 공무원 인사권은 장관에게 이임돼 대통령은 3급 이상 공무원에 대해서만 인사권을 발동한다. 대통령 명의의 임명장이 수여되기는 하지만 국무총리나 중앙인사위원장이 전결하는 경우가 많아 대통령의 의중이 직접 반영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출범한 고위공무원단 1188명,3급 이상의 과장 634명이 해당한다. 검찰, 경찰, 소방직 공무원, 외무 공무원 등 특정직 공무원 4807명도 대통령의 임명장을 받는다. 검찰은 검사 이상, 경찰은 경정 이상, 외무 공무원은 참사관 이상이 해당되며 국립대학 총장 44명도 교육공무원으로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마지막으로 정책기획위원회,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각종 자문위원회 1200여명도 대통령이 위촉한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직책 가운데에는 검찰총장, 국가청렴위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 독립성 유지를 위해 법으로 임기가 보장된 자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새 당선자가 정해지면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관례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태안 앞바다 검은 재앙] “자원봉사자 교육 절실”

    [태안 앞바다 검은 재앙] “자원봉사자 교육 절실”

    “한국의 자원봉사 열기는 정말 감동적입니다. 그러나 의욕만으로는 안 됩니다. 체계적이지 못한 자원봉사는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태안 기름유출 사고 방제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방한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립대학 환경연구소 소속 전문가들이 태안 현장 조사를 17일 마쳤다.2002년 스페인 프레스티지호 기름유출 사태를 성공적으로 해결했던 이 전문가들은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지난 3일간의 실태 분석 결과와 대안을 제시했다. 안토니 로셀 교수는 보다 체계적인 자원봉사로 2차 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셀 교수는 “자원봉사자들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모래가 뒤섞이는 등 환경이 변해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면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17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버린 고무장갑, 방제복 등으로 태안은 또 다른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로셀 교수는 “자원봉사자들과 생태학자를 함께 배치해 ‘과학적인’ 방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르지오 로시 박사는 태안의 기름유출이 스페인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회복 기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한다. 로셀 교수는 “스페인에서 유출됐던 기름은 점성이 강해 걷어 내기 편했다.”면서 “그러나 태안의 기름은 점성이 약해 걷어 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태안의 기름은 휘발성이 강해 40∼50%의 기름이 공기 중으로 증발될 가능성이 높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로시 박사는 또 양식장의 피해에 각별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태안 사태가 잘 매듭지어질 것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의 민·관 협동이 놀라우리만큼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셀 교수는 “스페인은 기름 유출 당시 자원봉사자들과 환경단체가 먼저 손을 썼으나 한국은 정부가 체계적인 계획으로 잘 대처했다.”면서 “이런 협조체계가 ‘태안의 기적’을 충분히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푸틴 후계자 메드베데프 낙점

    블라디미르 푸틴(55) 러시아 대통령은 10일 차기 대통령으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그의 후계자로 자신보다 13살이 어린 ‘젊은 피’를 선택한 것이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당 지도부와 회동을 갖고 “나는 그와 17년 이상 가깝게 지내 왔다. 나는 완전히 이 제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폭탄 발언은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오는 17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선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이서 사실상 대선 후보자를 지명한 것과 같은 결과로 분석된다.특히 3선 연임 금지로 내년 3월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직접 특정 후계자 이름을 거명함으로써 퇴임 후 후계 구도에 대한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밝힌 셈이 됐다. 메드베데프 제1부총리는 푸틴의 최측근으로 세르게이 이바노프(54) 제1부총리와 함께 크렘린 주인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여 왔던 인물이다. 메드베데프는 온순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강성이미지인 이바노프와 대조를 이뤄 왔다. 법학박사이자 변호사인 그는 푸틴과 동향으로 레닌그라드 국립대학을 졸업했고 1994년부터 제1부시장이던 푸틴의 보좌관으로 일했다.2000년 대선에서 푸틴의 선거 참모로 일한 뒤 크렘린 행정실 부실장,2003년 행정실장,2005년 11월 인사에서 제1부총리로 승진하면서 푸틴의 후계자로 꼽혀 왔다. 정치분석가 보리스 마카렌코는 “푸틴이 자신의 권력을 넘기고 영향력을 줄이려고 했다면 메드베데프가 아닌 이바노프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예상했던 일이며 메드베데프는 오랜 기간 푸틴의 오른팔이었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서 “푸틴이 정치적 야심이 있기 때문에 그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드베데프가 내년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러시아 최연소 대통령이 된다.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의학박사 학위논문 뒷거래 여전

    지난 2005년 전북 지역에서 의대의 ‘논문 대행 작성’ 행위를 대대적으로 단속했음에도 의학박사 학위 논문 거래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의사들이 박사학위 논문을 위해 현금과 실험 데이터를 맞바꾸는가 하면, 데이터나 논문을 교수가 파는 경우도 빈번하다. 서울 유명사립대 의대의 한 교수는 5일 “의사들은 대학 시절에 실험을 접할 기회가 없다.”면서 “개업한 의사들이 실험을 할 시간조차 없어, 생물학이나 수의학 전공자들이 실험을 대신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대신 교수에게 장학금이나 연구비 보조 등의 명목으로 학기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가량을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방 국립의대의 임모(33)씨는 “제1저자는 5점, 제2저자는 3점, 제3저자는 2점 등 논문 발표 횟수를 점수로 누적해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많기 때문에, 이름만 붙이는 무임승차도 가능하다.”면서 “실험실에 한 번도 안 나타나고도 다섯 편의 논문에 이름을 올린 의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의학계 관계자는 “1만 5000명이 넘는 의학박사 중 임상 논문을 쓴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험과 관련된 거래를 했다고 보면 된다.”면서 “의사가 제1저자로 기재된 경우, 실험과 논문 작성은 제2저자가 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우석 사태 공론화’의 단초를 제공했던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게시판에는 ‘엉뚱한 사람이 논문의 제1저자가 됐다.’거나 ‘실험 데이터를 도용당했다.’는 등의 내부고발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거래의 주체가 교수이다 보니 도용당한 학생이나 연구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대부분 공론화하지 않고 무마된다. 지방 국립대에서 근무했던 송모(34)씨는 “최근 지도교수가 내 실험데이터를 다른 의사에게 가공해 넘겨 만든 논문을 발견했다.”면서 “문제제기를 했다가 ‘지도교수가 학생의 데이터를 사용하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송씨는 “간암 실험을 간경화나 간경변 관련 논문에 인용해 영어와 한글로 각각 작성하는 식으로 논문 껍데기만 만들어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말했다. 한편 법조계 관계자들은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수사기관들이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국립대의 경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및 사기죄가, 사립대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된다. 중견로펌의 한 변호사는 “학위 취득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경우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논문의 도용과 잘못된 관행을 논문심사위원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모두 공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박건형 오이석기자 kitsch@seoul.co.kr
  • 푸틴·차베스 집권연장 성공할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집권 연장 야심이 2일(현지시간)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는다. 푸틴은 임기 4년의 국가두마(하원)를 뽑는 총선을 통해, 차베스는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내건 개헌안 국민투표를 통해서다.사실상 두 지도자의 재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나 다름없는데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두 사람 모두 승산이 높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푸틴과 차베스가 반정부 시위를 무력 진압하고, 미디어를 통제하는 등 민주주의를 퇴보시켰다며 강력히 비난해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총선 승리로 권력연장 기틀 다지는 푸틴 야권 인사 대거 연행, 서방국가 개입 음모론 제기, 관권 선거 의혹 등 반민주적 선거 행태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지지율은 60%를 훌쩍 넘겼다.AP통신은 30일 11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총선에서 통합러시아당이 전체 의석(450석)의 80% 이상을 휩쓸 것으로 내다봤다. 통합러시아당 비례대표 1번인 푸틴은 총선에서의 압승을 발판으로 권력연장을 노리고 있다. 하원의원이 되면 겸직을 금지한 현행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직을 사임한 뒤 내년 3월 대선에 재출마하는 편법을 쓰거나 대선을 포기하고 차기 정부의 ‘실세 총리’로 권력을 행사한다는 복안이다. 막판 득표율을 올리기 위한 푸틴의 선거공세도 도를 넘어섰다.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 국립대 교원들이 여당을 찍지 않으면 인사에 불이익을 당할 것이라는 압력을 받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30일 보도했다. 푸틴은 전날 국영TV에 출연해 ”이번 총선 결과가 내년 3월 대선을 결정할 것”이라며 여당 지지를 호소했다. 반면 야당은 언론 노출 기회가 거의 없어 유권자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헌법 개정으로 종신집권 노리는 차베스 베네수엘라의 이번 국민투표는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와 1년 임기 연장, 대통령의 중앙은행 통제권 보유 등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 찬반을 묻는 투표다. 야당과 시민세력은 이 개헌안이 차베스의 영구집권 의도를 담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국회가 11월 2일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이후 반정부 시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29일 수도 카라카스에선 수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채 개헌안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도 수백명의 대학생들이 거리 곳곳에서 시위를 벌이다 진압에 나선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현지 언론은 이날 여론조사기관 ‘콘술토레스’가 발표한 자료를 인용해 개헌안이 7%포인트가량 차이로 국민투표를 통과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다른 여론조사에선 찬반 의견이 45%대 46%로 팽팽히 맞서 섣불리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러드 신임 총리는

    하워드 총리의 5선 연임 도전을 물리치고 차기 총리로 확정된 케빈 러드(50) 노동당 당수는 자수성가형 인물이다.1957년 퀸즐랜드주 시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열한살 때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잃은 뒤 거주하던 농장에서 쫓겨나 한동안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등 힘든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때의 경험은 그가 4년 뒤 노동당에 투신하는 데 일조했다. 호주국립대에서 중국어와 중국사를 전공한 러드 당수는 졸업 후 외교관으로 스웨덴과 중국 등지에서 근무했고,1988년부터는 퀸즐랜드 노동당 주정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1998년 두 번의 도전 끝에 연방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인의 길로 나섰다.3선 의원인 그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호주 병력 파병에 강력히 반대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지난해 12월 노동당 대표로 선출됐다. 지적이고 어려보이는 외모 탓에 ‘해리포터’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4년 전 미국 뉴욕에서 만취상태로 스트립쇼를 관람했던 사실이 유세기간 중 공개돼 망신을 사기도 했다. 기업가인 백만장자 부인 테레스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자녀 모두 중국어를 공부했고, 사위도 중국계 호주인이다. 테레스는 이번 선거에서 여성 유권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우크라이나 교육공로상 받아

    신문희(사진 왼쪽) 우크라이나 오데사 국립대 명예교수가 21일 유리 무쉬카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로부터 우크라이나 정부 교육공로상을 받았다.신 교수는 2000년부터 오데사 국립대 성악교수로 재직해 왔다.
  • [단독]“로스쿨 25개 적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 신청 마감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전국 43개 로스쿨 유치 준비대학 중 25개 대학에 인가를 내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는 14일 바른 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주최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로스쿨과 인력양성 정책’을 주제로 한 조찬모임에서 “로스쿨 도입 초기 총정원 2000명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25개 정도의 로스쿨이 전국적으로 생긴다면 적절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보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의 의의와 과제’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교육부가 로스쿨 총정원을 2000명으로 정한 것에 대해 “교육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대학에서 준비가 안돼 있다고 봤다.”면서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12명으로 맞추려면 대학들이 현재보다 최소한 700명의 전임교원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갑자기 그럴 능력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법조인을 양성하려면 대학에 교원이 충분하게 있어야 하고 총정원 3000명,35∼40개대를 인가하면 부실한 로스쿨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사에서 사립대가 불리하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그는 “오히려 국립대가 유리하거나 특정대가 유리할까봐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많이 신경을 썼다.”면서 “인적·물적 자원을 한쪽으로 집중할 수 있는 사립대가 국립대보다 낫다.”고 말했다. 법학교육위원회에서 교수 4명 중 위원장을 제외한 3명이 국립대 교수라는 지적에 대해 “당초 2대2(국립대:사립대)로 했는데 마지막 순간 사립대 교수 한 명이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탈락했다.”고 밝혔다. 12월부터 시작되는 로스쿨 인가 심사에 대해 “정량적인 항목도 많지만 정성적 평가를 많이 가미했다.”면서 “교원이나 시설이 중요한 게 아니고 교육 목표, 철학, 교육과정 등을 평가위원들이 직접 가서 확인하는 게 중요하고 평가의 핵심은 정성적 평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까지 로스쿨 인가 신청서가 한 곳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신청 마감일인 오는 30일쯤 신청서가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법학교육위원회는 이달 말 인가 신청 접수를 마감하는 대로 다음달부터 서류 검토 및 서면 평가, 현지 조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하순쯤 조사 결과를 대학에 통보하고 예비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다.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인사]

    ■ 교육인적자원부△외교통상부(OECD 대표부) 정봉근△울산국립대학건설추진단장 류춘근△제주특별자치도 부교육감 이성희◇부이사관△감사총괄담당관 전희두△기획총괄〃 박융수△디지털지방교육재정팀장 박동선△지방교육혁신과장 공병영△평생학습정책〃 승융배△전문대학정책〃 오승현△강원대 삼척캠퍼스 행정본부장 강정길△한국해양대 사무국장 명상률△한국체대 총무과장 신영재◇서기관△평가정책팀장 오석환△민원조사담당관 송지광△교육인적자원부(한국학술진흥재단) 김원필△충북대 류재춘△인적자원정책본부 김일수 김우정△대학혁신추진단 최진하△울산국립대건설추진단 이재룡△혁신인사기획관실 장덕호△정책홍보관리실 고영종△학교정책실 정민택△평생직업교육지원국 송춘환△대학지원국 류재덕 유정기△강원대 송재호△전북대 오원태△전남대 김태일△한국교원대 최병선△목포대 이돈석△군산대 전충규△순천대 옥기연 김세환△안동대 성기호△한국해양대 김덕남■ 과학기술부 ◇부이사관 승진 △기초연구지원과장 김재식△원천기술개발〃 조성찬■ 통일부 ◇부이사관 승진 △남북회담본부 회담관리팀장 崔常喆■ 기획예산처 ◇서기관 승진 △기금운용계획과 임영진△평가분석팀 이종석△재정집행관리팀 고정민△국방재정과 최재혁△사회서비스사업조정팀 김위정■ 법제처 ◇과장급 전보 △경제법제국 법제관 洪承珍△법제지원단 〃 金泰才 ■ 서울시 소방방재본부 ◇소방정 전보 △강남소방서장 박두석△중부소방서장 성환상△서대문소방서장 이종순■ CBS △기획조정실 정책기획부장 金準玉△TV본부 TV편성제작국장 직무대리 閔庚仲△〃 선교협력국장 〃 孫鎬相△〃 선교협력국 선교기획팀장 尹基和△보도국 영상뉴스부장 具聖秀△마케팅본부 스포츠사업단장 崔在勳■ 대한의사협회 △공보이사 겸 대변인 김주경△정책이사 박경철
  • 민사재판 불만품은 전남대 교수 법원장에 ‘죽이고 싶다’ 책 보내

    국립대학 교수가 자신의 민사소송에 불만을 품고 현직 법원장에게 ‘죽이고 싶다.’는 내용의 책을 보내 물의를 빚고 있다. 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 따르면 전남대 모 교수는 7일 선재성 순천지원장 앞으로 ‘아, 현직 판사들을 죽이고 싶구나’라는 제목의 책(145쪽)을 등기 우편물로 보냈다. 이 우편물에는 ‘전효숙 헌법재판관은 억울했다’라는 자신이 쓴 다른 책(68쪽)도 함께 있었다. 이 교수는 책에서 “선 판사는 (피고) 변호사의 말만 듣고 위증을 받아들이고 원고인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해 사생활을 침해하면서 오판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라고 적었다. 이어 “선 판사뿐 아니라 고등법원, 대법원 판사 등 사법부는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동료 교수의 발령 절차가 잘못됐다는 내용 등의 소송을 제기했는데도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아 억울하다.”며 책을 보낸 이유를 밝혔다. 책 내용은 자신의 소송 당사자와 공방을 벌이면서 준비했던 질의서와 답변서 등이 대부분이다. 순천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서울대 로스쿨 ‘비상 4태’

    서울대 로스쿨 ‘비상 4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인가신청을 20여일 앞두고 서울대 법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 법대는 국내 로스쿨 총 정원 2000명에 학교 당 입학 정원이 최대 15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 입학 정원 205명보다 규모가 훨씬 적은 소규모 로스쿨로 바뀌게 된다. 로스쿨 체제로 바뀌는 것에 대해 학내의 부정적인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 서울대 출신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는 최근 5년간 연평균 340명선으로 이 가운데 비법대 출신을 뺀 170여명(전체 합격자의 17%)이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로스쿨 체제로 바뀌면 서울대 로스쿨 출신은 변호사 자격시험 합격자의 7∼8% 수준으로 줄어든다. ●차기 법대 학장 미리 선출해 총력전 7일 서울대에 따르면 법대 교수들은 최근 현 호문혁 학장의 임기를 7개월이나 남겨두고 이례적으로 후임 학장에 김건식(52·법학부 교수) 로스쿨추진위 위원장을 미리 선출했다. 현재 학장의 임기를 남겨두고 차기 학장을 뽑은 것은 처음이다. 호 학장은 “로스쿨 준비위원장이 지속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안정적으로 새 제도를 추진하기 위해 차기 학장직을 보장해 준 것”이라면서 “최대의 ‘비상사태’인 만큼 함께 일을 처리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팎의 상황은 만만치 않다. 현 정부와의 ‘불편한’ 관계가 로스쿨 정원 확보에 불똥으로 튈 수 있다. 실제 서울대는 지난달 로스쿨 시설 증축 등을 위해 예산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국정감사에서는 “기초 학문을 해야 할 서울대에 로스쿨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대거 뽑은 신임교수 정교수 전환도 불투명 최근 교수 15명을 신규 채용할 때만 해도 서울대 법대는 최소 200명의 정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대 정원인 150명 확보도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되는 등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한 교수는 “당초 본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교수를 대거 채용해 기금으로 일부 운영하고 있는데 로스쿨 학생수가 100명대가 될 경우 정교수로 전원 전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전임교원 정원은 47명이다. 법대 학생들의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법대 학생회는 8일 서울지역법과대학학생회연석회의와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스쿨 위헌 제소에 앞장서서 나설 계획이다. 차진태 법과대 학생회장은 “전학년에 걸쳐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70%의 학생들이 여전히 로스쿨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면서 “로스쿨을 막기 위해 인가신청 거부 투쟁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로스쿨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로스쿨 설명회장 인산인해 이런 가운데 ‘집단 인가 거부’를 논의했던 대학들이 등을 돌리고 로스쿨 유치전에 적극 나서 위협 요인은 늘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서울 종로구 이화동 국제교육진흥원 대강당에서 연 로스쿨 사업설명회에는 좌석 정원 300석을 훨씬 초과하는 대학 관계자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총정원 증원을 놓고 한 목소리를 냈던 지방 국립대들도 서울대와 선을 그었다. 거점국립대학교총장협의회(회장 고충석 제주대 총장)는 이날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에서 ‘지역간 균형 배치’가 최우선 기준이 돼야 한다.”면서 “로스쿨 총 입학정원의 60%는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서울광장] 멀지만 가야 할 복수국적제/황성기 논설위원

    [서울광장] 멀지만 가야 할 복수국적제/황성기 논설위원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인 인요한(미국명 존 린튼) 박사는 귀화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포기했다. 귀화 절차를 밟는 데 갖출 서류가 산더미처럼 많았다. 무려 38가지였다고 한다. 게다가 자신의 귀화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 부인의 한국 국적 회복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두 손 들었다. 선교사 후손으로 순천에서 태어나고 자라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그는 그렇게 귀화 희망을 접었다. 지금은 인 박사 부부 모두 영주권(F5)을 지녀 외국인이지만 큰 불편없이 살고 있긴 하다. 그런 그에게 법무부가 이중국적 허용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듣던 중 반가운 일이었다. 그는 국적법이 개정되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노라고 빙긋 미소를 던졌다. 국적 유지 여부가 애국심을 판단하는 기묘한 잣대가 된 것은 오슬로 국립대 박노자 교수의 표현을 빌리면 ‘박정희 시대의 병영국가’에서이다. 이 시대의 잔재가 병역 기피와 맞물려 지금껏 국적 포기나 이중국적을 반국민적 행위로 인식토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국적 포기자는 17만명에 이른다. 취득자는 5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저출산으로 2050년에는 인구의 10%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할 판이다. 두뇌 확보에 고심해온 정부는 병역필자에 한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외국인 인재도 우리 국적을 지닐 수 있도록 한 방안을 내놓았다. 9세기 신라에도 ‘이중 국적자’가 있었다. 김진이나 김자백 같은 재당(在唐) 신라인들이다. 이들은 당나라와 일본, 신라를 무대로 활발한 해상 무역을 펼쳤다. 당은 외국인이 귀화하면 10년간 조세를 면제해주고 출입국과 교역, 재산과 노비는 물론 국내 여행과 혼인, 의복에 이르기까지 중국인과 같은 처우를 누리도록 했다. 산둥 반도를 중심으로 신라방에 거주했던 이들은 때로는 신라인, 때로는 당인으로 살았다. 지금으로 치면 재미·재일 교포처럼 재당 교포였던 셈이다. 역사학자 권덕영은 이민족을 받아들인 개방 정책이 당나라 번성의 한 이유라고 봤다. 정부는 이중 국적제가 외국인 인재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하지만 국적을 복수로 갖도록 한다고 해서 선진국이든, 중·후진국 출신이든 두뇌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기대는 장밋빛에 가깝다. 고3 딸을 둔 인요한 박사는 다른 직원들은 다 받는 학자금 보조 혜택을 국제학교에 다닌다는 이유로 못 받도록 한 병원 규정이 못마땅하다. 외국인이든 귀화인이든 한국인 학교에 보내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법률이나 세제만 고친다고 인재가 오는 게 아니다. 교육, 의료나 주거, 레저 면에서 삶의 질이 인재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사회 곳곳을 세심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잠재적 이중국적 대상자인 700만 재외 동포도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이중국적이라는 말만 들어도 반발하는 히스테릭한 심리가 우리 사회에는 존재한다. 표현을 가치중립적인 복수 국적으로 바꾸고, 의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중국적을 병역필에 한해 허용할 때 생기는 여성 역차별이나 단일 국적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 정부 등과의 협의도 난제다.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지만 더 많은 사람을 받아들여야 생존할 수 있는 ‘문명사적 전환기’에 우리는 서 있다. 길은 멀어도 언젠가는 가야 할 여정에 복수국적제가 놓여 있다. 황성기 논설위원 marry04@seoul.co.kr
  • [정책선거 원년으로] 사람·중기중심 ‘이상적 경제’시험대에

    [정책선거 원년으로] 사람·중기중심 ‘이상적 경제’시험대에

    서울신문은 4일 창조한국당의 대통령 후보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확정됨에 따라 문 후보의 정책을 점검합니다. 아울러 앞서 선출된 민주당 이인제·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의 정책도 짚어봅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후보의 지지도 등을 감안해 기사 분량을 차별화했습니다. 서울신문은 이미 한나라당·대통합민주신당·민주노동당 후보의 정책과 인물을 검증한 바 있습니다. “아빠는 이제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서서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국가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꾸어야 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중심의 사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4일 창조한국당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문국현 후보가 대선 출마를 결심한 뒤 중소기업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문 후보는 사람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치로 내걸었고, 이 가치가 문 후보의 최대 강점이다. ‘사람중심 가치’를 내건 문 후보의 지지도는 출마선언을 즈음한 8월 중순의 0.1%에서 5.2%(10월31일 본지·KSDC 공동여론조사)로 수직상승했다. 문 후보가 34년간 몸담았던 유한킴벌리의 한 직원은 “문 전 사장의 반대파는 노조도, 사원도 아닌 보수적인 임원들이었다.”면서 “문 전 사장이 이뤄놓은 사람중심 경영이 유한킴벌리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개인의 이상을 풀어놓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다. 장유식 대변인은 “기반 확대를 위한 하드웨어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여전히 후보의 ‘개인기’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문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마찬가지로 성장을 강조하는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다. 하지만 성장을 이뤄내는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이 후보는 시장과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지만 문 후보는 경제정책의 핵심을 사람과 중소기업에 맞춘다. 문 후보는 “경제 위기의 원인은 사람을 기계처럼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가짜 경제의 낡은 패러다임 때문”이라며 “지식창조적인 사람중심·중소기업중심의 진짜경제로 전환하면 8% 성장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주장한다.8% 성장률 달성의 방법으로 잠재성장률 4∼5%에 중소기업 생산성을 2배로 올려 2%포인트 끌어올리고, 환동해 경제협력벨트로 1%포인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1%포인트를 추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동시간 단축과 유한킴벌리의 ‘4조 2교대제(12시간 주간근무 4일-휴식 4일-12시간 야간근무 4일-휴식 4일)’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5년간 500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한다. 일자리의 9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을 살리고, 교대조 확대와 평생학습시스템이 구축되면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상주의자의 한계? 전문가들은 문 후보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너무 이상적이라고 비판한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생산요소 투입의 증가보다 요소 생산성의 증가를 강조한 게 돋보이고, 평생학습을 강화하면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도 맞다.”면서 “그러나 생산성 향상과 중소기업 우대로 8% 성장이 과연 가능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신여대 경제학과 강석훈 교수는 “고용을 중시하고, 인적자원의 계발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발상은 긍정적이지만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없다.”고 강조했다. 4조 2교대를 일반화하기가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경상대 경제학과 장상환 교수는 “4조 2교대를 실시할 수 있는 기업은 유한킴벌리처럼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중견기업이나 생산과정이 조립장치산업이고, 야간근무가 필수적인 기업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면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은 전체의 3%도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문 후보는 참여정부 초기 대통령 자문 ‘사람입국 신경쟁력 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근로시간 단축과 평생학습 모델을 전파하려고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은수미 연구위원은 “사람중심 경제를 그토록 외치는 문 후보가 당장 구조적인 문제로 떠오른 비정규직 해법을 내놓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대기업에 종속된 중소기업의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그 어떤 중소기업 강화 정책도 공허하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주요 공약들 어떤게 있나 문국현 후보 캠프에서는 대통합민주신당에서 탈당한 김영춘 의원을 제외하면 현역 정치인을 찾아볼 수 없다. 시민·사회단체와 학계·경제인 중심으로 구성된 캠프를 문 후보 스스로는 ‘여태껏 여의도 정치에 없던 새로운 조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출발이 늦은 만큼 캠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은 탓에 자신의 전공인 경제분야를 제외하고서는 ‘뉴 싱크탱크’의 분야별 공약은 심한 기복을 보인다. ●부동산 ‘반의 반 값 아파트‘,‘건설비 거품 70조원 절감’ 등으로 요약되는 문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참여정부는 물론 민노당의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진보적이다. 경실련을 거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출신인 성균관대 김태동 교수가 문 후보의 정책자문역을 맡고 있으며, 그의 부동산이론이 반영됐다. ‘반의 반 값 아파트’는 토지를 매매하지 않고 토공·주공 등 공공기관이 입주자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입주자에게는 건물의 소유권만 인정하는 개념이다. 분양원가 중 거품이 심한 땅값을 제외해서 전국적으로 거의 비슷한 건축비 수준(평당 400만원)으로 아파트 값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수도권 신도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 등에 5년 동안 100만 가구를 공급하고, 후분양과 택지 공공개발을 원칙으로 한다. 문 후보는 부동산 개발사업 비용 200조원 가운데 부패의 원천인 거품을 걷어내면 70조원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행 건설비 산정방식인 ‘표준품셈제’를 ‘시장단가제’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 후보의 부동산 분야 공약은 명확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세종대 부동산학과 변창흠 교수는 “건설교통부가 건설업체의 이익을 반영, 민자유치사업이나 대규모 국책사업의 공사예정가 산정이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는 것은 맞는 지적”이라면서 “시장단가제의 전면 도입은 현실적이고, 과도한 개발이익의 사유화를 막아 국가재원을 절약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교육 문 후보의 캐치프레이즈는 ‘사람입국 창조교육’이다.▲유치원 및 고등학교 무상교육 ▲3불정책 유지 ▲기회균등선발제 실시 ▲국립대 공동학위제 도입 ▲사대, 교대 교육전문대학원 전환 ▲영어조기교육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한글과 한국어 공부를 4∼5세에 끝내게 하고 6∼10세에는 제1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건설 분야에서 거품을 뺀 25조원으로 교육비를 정부예산의 25% 이상으로 확대하고, 교육경쟁력 1위 달성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참여정부의 교육개혁 정책을 어느 정도 답습하고 있으며, 현실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고려대 교육학과 권대봉 교수는 “한국 학부모의 교육열, 교육철학과 이념이 극명하게 다른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의 압력, 교육정책이 바뀌면 공교육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교육을 감안하지 못한 매우 순진한 공약”이라면서 “3불정책 계승과 단위학교의 자율성 보장으로 교육선진화를 이루겠다는 내용은 상충된다.”고 비판했다. ●통일·대북정책 ‘환동해 경제협력벨트’ 계획은 문 후보의 유일한 통일 공약이다. 제1공약인 8%의 경제성장률 가운데 1%를 이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2010년까지 사할린∼나홋카∼속초를 잇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구축,2008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청진 전력망 및 환동해 종단철도 구축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안보 논리를 간과하고 경제적·기능주의적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서보혁 객원연구위원은 “환동해 등 주변국을 중심으로 한 생소한 개념을 내세워 동북아 공동의 안보 중심축으로서 우리의 위치가 모호해졌다.”면서 “한·미관계와 북핵문제 해결 등 경제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안보 고유의 논리에 대한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주말탐방] 외교부 통역전문가들의 세상

    [주말탐방] 외교부 통역전문가들의 세상

    지난 9월7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후 언론 설명회. 노무현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회담 내용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 달라고 두차례나 요청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부시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한반도 안보체제’나 ‘한국전 종결을 위한 평화조약 서명’에 대해 미국측 통역이 한국어로 번역,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대로 옮기지 않고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등 추상적 표현으로 축약하는 바람에 오해를 산 것이다. 이는 정상회담이나 장관회담 등 주요 외교행사에서 통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전세계를 누비며 외교활동을 벌이는 대통령과 외교통상부 장관 옆에는 그들의 말을 가장 정확하게 통역, 전달하고자 구슬땀을 흘리는 외교관들이 있다. 바로 외교부 통역전문가다. 통역외교관들을 통해 외교가에서 벌어지는 통역의 보람과 애환 등을 들어봤다. ●언어별 2∼3명씩 국내외 포진 현재 대통령 통역을 맡는 외교부 통역전문가들은 10여명 정도다. 일반적으로 언어별 본부에 2명, 재외공관에 1명 등 3명씩 두는데, 이들 중 본부 베테랑 1명이 대통령 통역을 담당한다. 1990년대까지는 언어·국제관계 특채 외무관들이 주로 통역을 맡았으나 2000년대 들어 통역의 전문·분업화에 맞춰 언어별로 통역 전문 계약직을 뽑고 있다. 이들은 3년쯤 후 외무공무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외대 등 통번역전문대학원이나 해외 석·박사 출신으로, 대통령 및 외교장관 통역뿐 아니라 대통령부인·국무총리 등 고위인사 통역과 북핵 6자회담 등 주요 회담·협상 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대통령 통역의 최고참은 추원훈(43·스페인어) 정책총괄과 1등 서기관. 한국외대 서반어과, 마드리드국립대 박사 출신으로 1998년1월 국제관계전문 특채로 입부했다. 지난 2월 중남미국에서 정책기획국으로 옮겼지만 대통령 통역은 여전히 그의 몫이다. 대통령 통역은 물론,6자회담 통역을 담당하는 서명진(36·일본어) 일본과 2등 서기관과 신희경(36·중국어) 중국몽골과 2등 서기관은 2003년 입부한 동갑내기 베테랑.2004년 2월 2차 6자회담때부터 최근까지 6자회담만 10여차례 참여, 북핵 전문가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러시아어는 정수영(31) 러시아·CIS과 3등 서기관과 배선경(30) 3등 서기관이 책임지고 있다. 이들과 함께 6자회담에서 영어 통역을 맡고 있는 김종민(30) 북핵협상과 2등 서기관은 해외파 통역장교 출신으로,6자회담 통역 중 ‘청일점’이다. 외교부 인사기획관실 관계자는 “영어는 기본이기 때문에 따로 통역을 두지 않고 담당 과에서 통역 수준의 인력을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정연(28) 서유럽과 3등 서기관이 불어 통역을, 한수진(32) 중유럽과 3등 서기관이 독일어 통역을 맡고 있다. 아랍어 통역은 정선미(31) 걸프지역과 3등 서기관이, 스페인어 통역은 임재금(27) 중미과 3등 서기관이 각각 담당하고 있다. ●“매순간 긴장 늦출 수 없어” 이들은 외교 관련 통역이 일반 통역과 달리 민감한 내용이 많아 “정확성과 함께 보안 유지가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끄러운 통역으로 일본측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진 서명진 서기관은 “한·일 관계는 사연이 많고 감정적 현안도 많아 항상 조심스럽다.”며 “통역은 일반 직원들보다 회담 등 관련 내용에 대해 더 조심해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과의 양자협의 통역 등으로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신희경 서기관은 “대외 보안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통령·장관 등 고위 인사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옮길 때마다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신 서기관은 6자회담 ‘2·13합의’때 합의문 작성 과정이 새벽까지 이어져 이를 기다리며 애를 태웠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귀뜀했다. 정수영 서기관은 “일반 통역과 달리 의전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라며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대통령의 우회적 표현도 제대로 파악,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중요하다.”고 말했다. 6자회담 통역은 정확한 단어 선택과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한다. 정 서기관은 “회담 성격상 단어 하나에 모두 민감해 정확한 단어 선택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쓴다.”며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전문 용어도 많아 공부를 하며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6자회담 통역들은 전문 용어의 혼동을 막기 위해 사전에 상의하고 외국어에 없는 것을 어떻게 표현, 일관성을 유지할 것인지 고민한다고 한다. 회담이 성공한 뒤 오는 보람과 기쁨도 크지만 항상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 통역의 운명이다. 한 서기관은 “통역은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호된 질책을 받게 돼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며 “그러나 통역이 외교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매순간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후배들을 맞았다. 지난달 특채된 실무인력 90여명 중 5명이 통역 전문으로 뽑혔다. 외교부 이원익 인사운용팀장은 “해마다 본부 및 재외공관 수요에 따라 언어별 통역을 충원한다.”며 “최근 일본어 1명, 러시아어 2명, 독일어 1명, 스페인어 1명 등 총 5명을 뽑았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젊어진 청와대 영어통역 대통령의 영어 통역은 다른 언어와 달리 청와대 의전비서관실에서 담당한다. 영어는 그만큼 쓸 일이 많기 때문에 대통령의 지근거리에 있는 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영어 통역을 살펴보면 많은 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지난 8월 별세한 조상호 전 체육부 장관이 의전수석을 맡아 10여년간 영어 통역을 했으며, 전두환 전 대통령 때는 고(故) 김병훈 의전수석이 영어 통역을 맡았다. 이때만 해도 차관급인 의전수석이 영어 통역과 의전을 같이 하던 시절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때부터는 외교부 출신들이 청와대 비서관실로 옮기거나 파견을 나가 영어 통역을 담당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았던 노창희 당시 의전수석은 주영국대사, 외무부 차관 등을 지낸 뒤 청와대로 옮겼다. 노 수석과 함께 곽중철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도 노 전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으로 영어 통역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때는 외시 11회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이 외교부를 떠나 영국으로 유학한 뒤 귀국, 청와대 공보비서관을 맡아 영어 통역을 했다. 박 의원은 하루종일 통역을 한 뒤 지쳤을 때 김 전 대통령이 “밥 먹었느냐.”며 챙겨줬을 때 보람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김 전 대통령 후반기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초반까지는 최종현(51·외시 19회) 외교부 정책기획협력관이 의전비서실로 파견, 영어 통역을 했다. 이어 당시 외교장관 보좌관이던 강경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판무관이 탁월한 영어 실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그를 의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30대 젊은 서기관들을 영어 통역으로 받아들였다. 김일범(34·외시 33회) 정책개발과 서기관을 시작으로 이여진(33·외시 31회) 서기관, 이태식 주미대사 아들인 이성환(31·외시 33회) 서기관에 이어 정의혜(32·외시 31회) 서기관이 바통을 이어받아 실무형 영어 통역과 의전을 함께 하고 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여소영 주중국대사관 서기관 |베이징 이지운특파원|‘중국어 통역의 가장 큰 적은, 방언(方言)과 고어(古語)’. 대통령 중국어 통역 출신인 주중 대사관 여소영 서기관이 겪은 일.2003년 중국 지방 고위인사들이 단체로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했다. 갑자기 한 인사가 벌떡 일어나더니 시를 한 수 읊겠다며 예정에 없는 발언을 했다. 문제는 ‘고어투’로 된 ‘자작시’인데다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지방의 ‘사투리’. 중국 사극에서나 들을 수 있는 옛 표현들이 쏟아졌다. 앞뒤 문맥과 분위기에 맞춰 무리없이 통역을 마쳤지만, 아찔했던 순간. 특히 중국 사투리는 다른 지방 중국인들에게도 ‘외국어’인지라, 중국인들도 두려워하는 최악의 상황이라 할 만 했다. 여 서기관은 까다롭기로 소문난 외교부의 외국어 능력 시험 1급 획득자다. 영어·일어 등 모든 외국어를 통틀어 유일한 기록이다. 초·중·고교를 한국에서 화교학교를 다니고 국립타이완대학교에서 학사·석사를 마친 것이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지금도 라디오를 들으며 아나운서의 발음대로 따라해보고 한시(漢詩)를 외우며, 들어보지 못한 사투리를 접하려 노력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일이다. 한 주요 인사가 서예 작품을 선물하면서 띄엄띄엄 광둥(廣東)어를 섞기 시작했다. 중국측 통역이 쩔쩔 매며 당황할 때 그의 통역을 도와줬던 적도 있다. 과거 유학 시절에 광둥 친구를 룸메이트로 만나 광둥말을 익힌 덕분이다. 그가 꼽는 중국어만의 공부 포인트.“중국어는 대화 가운데 고전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문학작품을 많이 읽고 외우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고전을 다 외울 수는 없잖아요. 외운 것도 또 잊게 돼있기 때문에 계속 반복하는 수 밖에 없지요.” 과거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부인이 방한했을 때, 중국 대사관 직원인 줄 알고 이것저것 부탁하다가 한국 외교관임을 알고 뒤늦게 그에게 사과를 했던 일도 있었다고 한다.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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