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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일상과 루틴/김균미 대기자

    ‘루틴’이라는 영어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인다. 사전적 의미는 규칙적으로 하는 일의 통상적인 순서와 방법이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보면 정보통신과 화학 분야에서는 전문용어로 정착돼 바꾸기 어렵지만, 사람들이 흔히 쓰는 ‘루틴’은 문맥에 따라 ‘일상’ 또는 ‘지루한 (판에 박힌) 일상’ 등으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답변이 달렸다. 며칠 전 폐막한 도쿄올림픽에서 선수들의 다양한 루틴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한국 여자배구 선수들은 서브를 넣기 전 루틴이 있다. 선수에 따라 바닥에 공을 튕기는 횟수와 높이가 다르다. 높이뛰기, 탁구, 골프, 야구, 체조 등 선수마다 경기하기 전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다. 몸에 밴 루틴을 통해 마음이 안정돼야 다음 과정을 잘할 수 있어서다. 루틴은 운동선수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각자 루틴이 있다. 일을 시작할 때, 공부할 때, 청소할 때, 육아에도. 코로나19와 함께 지낸 지 20개월이 다 돼 간다. 정상적인 일상이 어렵고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 가고 있다. 뭐하러 귀찮고 불편하게 순서를 정할까. 루틴을 만들어 지키는 건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 표준국어대사전 ‘미용실‘ 뜻풀이에서 ‘여성’ 부분 삭제

    표준국어대사전 ‘미용실‘ 뜻풀이에서 ‘여성’ 부분 삭제

    국립국어원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미용실’, ‘기름종이’, ‘스카프’, ‘양산’ 등 단어 뜻풀이에서 여성과 관련한 설명을 일부 삭제했다. 국어원은 모두 30개 단어 뜻풀이가 변경되거나 추가된 ‘표준국어대사전 2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최근 홈페이지에 올렸다. ‘주로 여성의 용모, 두발, 외모 따위를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라는 기존 미용실 뜻풀이는 ‘용모, 두발, 외모 따위를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곳’으로 바뀌었다. ‘주로 여성의’라는 두 어절이 없어진 것이다. 기름종이 뜻풀이에서도 ‘주로 여자들이 화장을 고칠 때 쓴다’는 문구가 사라졌다. 스카프와 양산 뜻풀이에서도 각각 ‘주로 여성이’와 ‘주로, 여자들이’라는 말이 빠졌다. ‘장애아’는 ‘병이나 사고, 선천적 기형으로 말미암아 신체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아이’에서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로 ‘기형’이라는 내용이 빠지고 ‘정신 능력’ 부분이 추가됐다. ‘학부형’ 뜻풀이도 ‘예전에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던 말’로 수정했다. 새롭게 ‘길고양이’ 뜻풀이가 추가됐다.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다. ‘도둑고양이’는 ‘사람이 기르거나 돌보지 않는 고양이’에서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변경됐다. ‘남북쪽’, ‘대체역’, ‘헛딛다’는 단어로 추가돼 띄어 쓰지 않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남북쪽’은 ‘동서쪽’과 짝을 이루는 단어이지만, 기존에는 동서쪽만 사전에 등록돼 있었다.
  • “남자도 다니는 곳”…국립국어원, ‘미용실’ 뜻풀이에서 ‘여성’ 삭제

    “남자도 다니는 곳”…국립국어원, ‘미용실’ 뜻풀이에서 ‘여성’ 삭제

    표준국어대사전의 ‘미용실’, ‘양산’ 등의 뜻풀이에서 여성과 관련된 부분이 공식 삭제됐다. 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던 장소나 물건이 시대 흐름에 따라 남녀 구분 없이 보편적으로 쓰이게 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3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 2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에 따르면 ‘미용실’ 뜻풀이 중 ‘주로 여성의 용모, 두발, 외모 따위를 단정하고 아름답게 해 주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곳’에서 ‘주로 여성의’라는 두 어절이 사라졌다. ‘기름종이’ 뜻풀이에서도 ‘주로 여자들이 화장을 고칠 때 쓴다’는 문구가 삭제됐고, ‘스카프’ 뜻풀이 역시 ‘주로 여성이 방한용·장식용 따위로 사용하는 얇은 천’에서 ‘주로 여성이’ 부분이 없어졌다. ‘양산’도 ‘주로, 여자들이 볕을 가리기 위하여 쓰는 우산 모양의 큰 물건’이라는 뜻풀이에서 ‘주로, 여자들이’ 부분이 제거됐다.국립국어원은 ‘길고양이’를 새로운 단어로 등록하고, 예전에 비슷한 뜻으로 쓰던 ‘도둑고양이’의 뜻풀이를 변경했다. 길고양이는 ‘주택가 따위에서 주인 없이 자생적으로 살아가는 고양이’이며, 도둑고양이는 ‘사람이 기르거나 돌보지 않는 고양이’라는 뜻풀이에서 ‘몰래 음식을 훔쳐 먹는 고양이라는 뜻으로, 길고양이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 바뀌었다. ‘장애아’의 뜻풀이는 ‘병이나 사고, 선천적 기형으로 말미암아 신체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아이’에서 ‘신체의 일부에 장애가 있거나 정신 능력이 원활하지 못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로 바뀌었다. ‘학부형’의 경우 ‘학생의 아버지나 형이라는 뜻으로, 학생의 보호자를 이르는 말’이라는 뜻풀이 앞에 ‘예전에,’라는 설명을 덧붙여 시대상의 변화를 반영했다. 또 ‘질입구주름’이라는 의학용어를 추가하고, 동일한 신체 부위를 지칭하는 ‘처녀막’의 뜻풀이는 ‘질 입구 주름의 전 용어’로 변경했다. ‘질입구주름’의 뜻풀이에서는 기존 ‘처녀막’ 뜻풀이에서 ‘처녀’, ‘파열되면 재생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은 삭제했다. 그 밖에 ‘소한지우’의 뜻을 기존의 ‘소의한식하는 벗’에서 ‘나랏일로 바빠 겨를이 없는 임금의 근심’으로 수정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검토해달라고 요구하는 사항과 국민 의견 등을 바탕으로 사전을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사] 통계청, 방위사업청, 한국마사회, 문화체육관광부

    ■ 통계청 ◇ 책임운영기관장 인사 △ 호남지방통계청장 김대호 ■ 방위사업청 ◇ 과장급 전보 △ 기반전력사업종합군수지원팀장 이희수 ■ 한국마사회 ◇ 상임감사위원 △ 이재욱 ■ 문화체육관광부 ◇ 국장급 승진 △ 국립국어원 기획연수부장 신은향 ◇ 부이사관 승진 △ 예술정책과장 최성희 △ 문화기반과장 최진 △ 문화산업정책과장 김용섭 ◇ 과장급 전보 △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이순일 △ 문화정책과장 박승범 △ 여론과장 박기남 △ 게임콘텐츠산업과장 정윤재 △ 체육진흥과장 강민아
  • “중·고 중국어 교과서에 김치→파오차이 오역…시정 요청”

    “중·고 중국어 교과서에 김치→파오차이 오역…시정 요청”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29일 우리나라 중·고교생용 중국어 교과서에서 김치가 ‘파오차이’(泡菜)로 잘못 번역됐다고 밝혔다. 반크는 오역한 국내 대표적 중국어 교과서 출판사인 다락원, 시사북스, 능률, 지학사, 정진 등을 대상으로 시정을 요청했다. 파오차이는 중국 쓰촨(四川)성의 염장 채소로, 피클에 가까운 음식이다. 중국은 김치를 ‘한궈 파오차이’(韓國 泡菜)로 부르며 김치의 기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학사는 ‘한국 식당의 차림표’라는 소개에서 ‘김치라면전골’을 ‘파오차이라멘훠궈’로, 정진출판사는 한국 음식을 중국어로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소개하며 김치를 ‘파오차이’로, 시사북스는 ‘너는 김치를 담글 줄 아니?’라고 묻는 예문에서 ‘파오차이를 담근다’(做泡菜)‘라고 각각 번역했다. 능률출판사는 음식 맛을 묻고 답하는 표현에서 김치 삽화와 함께 ’파오차이‘(泡菜)와 ’맵다‘를 의미하는 단어 ’辣‘(랄)을 함께 제시해 ’김치가 매워요‘라는 문장을 완성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사시북스, 능률출판사의 경우 본문뿐만 아니라 어휘 색인에서도 파오차이(泡菜)를 김치로 뜻풀이를 하고 있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중국이 김치 종주국인 한국을 무시하고 김치가 중국의 음식이라고 왜곡하는 상황에서 이같이 중고등학생들이 배우는 중국어 교과서에서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하는 것은 중국의 국제 홍보에 악용될 수 있기에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파오차이‘를 국제표준으로 정하면서 “한국 김치도 파오차이에 해당하므로 이젠 우리가 김치산업의 세계 표준”이라는 주장을 국제 사회에 홍보하고 있다. 반크는 해당 출판사에 농림부가 제정한 김치의 중국어 표기인 ’신치‘(辛奇)로 바꾸거나, 김치 고유명사 그대로 수정할 것을 요청했다. 반크는 앞서 한국관광공사, EBS 중국어 수능 교재, 국립국어원 사이트 등의 김치를 ’파오차이‘라 표기한 오류를 지적했고, 시정한 바 있다.
  • [이경우의 언파만파] 메타버스

    [이경우의 언파만파] 메타버스

    미국 공상과학 소설가 닐 스티븐슨은 1992년 ‘스노 크래시’라는 소설을 썼다. 가까운 미래의 모습, 가상공간의 구현과 원리를 완벽에 가깝게 표현했다. 이 소설에는 두 개의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먼저 가상현실에서 자신의 역할을 대신하는 캐릭터 ‘아바타’. 아바타는 본래 산스크리트어로 인도 신화에서 인간이나 동물 형상을 한 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또 하나의 용어는 ‘메타버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대 더욱 달아오른 말이 됐다. ‘초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아바타로 소통하는 디지털 세상’이라고도 한다. 메타버스가 성큼 우리 곁에 와 있었다. 아이돌그룹 블랙핑크는 지난해 9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서 팬 사인회를 열었다. 전 세계 팬 약 5000만명이 들어와 블랙핑크 아바타와 인증 사진을 찍었고 사인을 받았다. 구찌·나이키·컨버스·디즈니 같은 패션 기업들이 입점을 했다. 순천향대는 지난 3월 메타버스 입학식을 치렀다. 각자 자신의 아바타로 입장한 신입생들은 서로 자기소개를 이곳에서 했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자사 메타버스 서비스 ‘점프 버추얼 밋업’을 활용해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자신의 아바타로 접속한 지원자 600여명이 설명회에 참석했다. 사무실 출근을 없애고 메타버스에서 근무하도록 한 업체도 있다. 직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의 사무실로 출근한다. 이 공간에서 동료 아바타와 회의를 하고 업무를 본다. 가상이지만 현실이고, 현실이면서 꿈같기도 한 메타버스. 그 세계도 여전히 낯설지만 용어도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지난 2월 메타버스를 다듬은 말로 ‘확장 가상세계’를 제시했다. 그러나 반응은 시원치 않고 ‘메타버스’가 대세를 이룬다. 국어원은 더 이전에 ‘아바타’를 다듬은 말로 ‘분신’, ‘가상 분신’을 제시한 적이 있다. 그렇지만 ‘아바타’가 널리 퍼졌다. 지난주 국어원에서 ‘메타버스’를 대신할 쉬운 우리말을 찾는 논의가 다시 있었다. 더 적절하고 와닿는 용어를 찾아서 소통을 쉽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동안 다듬은 말들을 놓고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쉬운 말로 다듬어 정착된 말들도 적지 않다. ‘도시락’(벤또), ‘댓글’(리플), ‘갓길’(노견), ‘누리꾼’(네티즌), ‘대중매체’(매스미디어)…. ‘메타버스’를 대신해 더 쉬운 우리말이 만들어지려면 메타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wlee@seoul.co.kr
  • 정부 18개 개방형 직위 오늘부터 공모

    정부 실·국·과장 18개 개방형 직위에 대한 공개 채용이 실시된다. 인사혁신처는 전문성 등이 필요한 직위에 공직 내·외부 공개모집을 통해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는 ‘5월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을 실시한다고 2일 밝혔다. 이번에 공모하는 개방형 직위는 고위공무원단(실·국장급) 7개 직위와 과장급 11개 직위 등 14개 부처, 총 18개 직위이다. 고위공무원단 직위로는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장, 국무조정실 개발협력지원국장,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등이 포함됐다. 과장급 직위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제협력담당관, 산업통상자원부 다자통상협력과장, 외교부 녹색환경외교과장 등이다. 이 중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장, 중소벤처기업부 고객정보화담당관 3개 직위는 민간인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개방형 직위이다. 이번에 공모하는 개방형직위 공고 및 서류접수 기간은 3~18일이다. 개방형 직위에 임용되는 공무원은 최초 3년간 임기가 보장되고, 성과가 우수한 경우 임기 연장 또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또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면 임기 중에도 상위직급으로 재채용되어 승진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 “부모님 이름 한자로 못 쓰면 심각한 문제인가요?”[이슈톡]

    “부모님 이름 한자로 못 쓰면 심각한 문제인가요?”[이슈톡]

    “본인이나 부모님 이름 한자로 못쓰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세요? 아니면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가족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글이 온라인상에 올라왔다. 우리말의 60%가 한자로 구성된 만큼 자기 이름 정도는 한자로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의견과 우리말에서 한자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만큼 굳이 한자를 쓰지 못한다고 죄악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뉘었다. 이 문제를 상견례에서 경험했다는 30대 여성 A씨는 “3년 사귄 남자친구 부모님을 처음 보는 날, 남자친구 아버지께서 종이랑 펜을 주시더니 내 이름과 부모님, 형제가 있으면 형제 이름까지 한자로 써보라고 했다”는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속으로 ‘이거 테스트구나’라는 생각했다는 A씨는 “군말하지 않고 내 이름만 썼고, 남자친구에게 ‘자기도 써보라’며 바로 종이와 펜을 넘겼다. 남자친구는 자신의 이름도 쓰지 못했고 당황한 남자친구 아버지는 당신 아들 역시 쓰지 못하다 보니 아무 말 안 하시고 ‘다음부터는 외우고 다녀라’는 말씀만 하고 끝이 났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름의 의미만 알면 된다” “중화권 나라도 아닌데…” “내 이름만 쓸 수 있으면 되는 것 같다”며 가족의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한다고 해서 큰 문제는 아니라는 데 더 많은 의견을 냈다.‘어려운 한자어’ 쉬운 우리말로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단어 약 51만개 중 한자어가 58.5%다. 고유어는 25.5%로 한자어의 절반 이하다. 한글만으로 한국어를 온전히 표기할 수 없다는 근거로 활용된다. 한자가 많이 포함된 행정용어를 사용하는 공직사회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한자 교육 관련 시민단체들은 ‘국어기본법이 한글전용·한자배척의 언어생활을 강요하고 있다’고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공문서 한글전용 작성을 규정한 국어기본법 제14조에 대해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국민들은 공문서를 통해 공적 생활에 관한 정보를 습득하고 자신의 권리 의무와 관련된 사항을 알게 되므로 국민 대부분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한글로 작성할 필요가 있다. 한자어를 굳이 한자로 쓰지 않더라도 앞뒤 문맥으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전문용어나 신조어의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나 외국어를 병기할 수 있으므로 의미 전달력이나 가독성이 낮아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초·중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선택적으로 받도록 한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 고시도 재판관 5(합헌) 대 4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한자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충분히 그 부족함을 보충할 수 있으므로 한자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글문화연대는 당시 성명을 통해 “국민 전체의 ‘알 권리’를 보호하는 말글살이가 중요하다는 ‘언어 인권’ 정신이 뿌리내린다는 의미”라면서 “지나친 한자 숭상론이 더는 우리 교육을 망가뜨려선 안된다는 주장이 올바르다는 점도 확인됐다”고 환영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이경우의 언파만파]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지난주 국립국어원이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국어에 관심 있다고 답한 사람은 55.4%였다. 이 가운데 ‘말하기’는 78.5%, ‘언어예절’은 73.9%, ‘맞춤법’은 69.8%, ‘글쓰기’는 69.1%의 관심도를 보였다. 1인 미디어 시대, 소셜미디어 시대 개인이 공적인 영역에 더 노출되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조사에서 특히 더 눈길을 끄는 건 ‘맞춤법’에 대한 결과다. 맞춤법에 대한 관심은 첫 조사인 2005년에는 19.9% 정도였다. 지난 15년 사이 무려 50% 포인트 정도 높아진 것이다. 맞춤법을 잘 지키려는 사람들이 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맞춤법이 국민들에게 까다로운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맞춤법이 극복의 대상으로 비쳐지는 것이다. 이렇게 된 데는 표기 원칙들을 담은 맞춤법 조문 때문일 수 있다. 이 조문들은 국어생활에서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처럼 제시돼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조문을 보지 않는다. 봐도 어렵다고 한다. 그 결과 뭔가 찜찜하다는 느낌을 갖고, 맞춤법을 실제보다 더 어렵게 생각한다. 국민들이 실제 습득해야 하는 건 맞춤법이 적용된 결과물들이다. 이건 국어사전을 찾으면 다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국어사전을 이용해 맞춤법 문제를 해결한다. 그러고 보면 규정을 보고 원리를 따지고 하는 일은 전문가들의 영역에 속한다. 지금처럼 맞춤법 조문을 모든 이가 알아야 한다는 듯 내보이는 게 적절한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일상의 국어생활이 맞춤법 조문을 따지며 이뤄지지 않는다. 규정에 따른 결과들이 중요하고 유용할 뿐이다. 애초 한글맞춤법을 만든 목적은 국어사전에 올리려는 단어들의 표기 원칙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 이번 조사에선 89%가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말 가운데 의미를 몰라 곤란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곤란함을 겪은 말은 전문용어(53.3%), 어려운 한자어(46.3%), 신조어(43.1%)로 나타났다. 언론 매체는 일상의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렇지만 언론 매체에 나오는 전문용어 가운데는 표준화되지 않아 혼란을 주는 것들이 적지 않다. 정제되지 않은 신조어들이 나타나는 예들도 많다. 정부는 각 전문분야 용어를 표준화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언론의 보도용어들이 더 다듬어져서 국민들에게 전달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국가 차원에서 보도용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wlee@seoul.co.kr
  • 코호트 격리? PCR 검사?…국민 10명 중 9명 “신문·방송 언어 몰라 곤란”

    코호트 격리? PCR 검사?…국민 10명 중 9명 “신문·방송 언어 몰라 곤란”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9명은 신문·방송에서 나오는 말의 뜻을 잘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0명 중 5명은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욕설이나 비속어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국립국어원은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2020 국민 언어 의식 조사’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신문·방송 언어의 의미를 잘 몰라 곤란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가끔 있다’가 52.7%, ‘자주 있다’가 36.3%였다. 특히 ‘자주 있다’는 응답은 최근 5년 사이 30.7%포인트나 증가했다. 곤란함을 겪은 말로는 전문용어(53.3%), 어려운 한자어(46.3%), 신조어(43.1%)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코호트 격리, 에어 커튼, PCR 검사를 비롯한 코로나19 관련 전문 용어를 비롯해 비말과 같은 한자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난이도에 대해서는 ‘쉽다’고 응답한 사람이 33.4%였고, ‘어렵다’는 사람은 22.9%였다.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복잡하고 길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50.8%)과 ‘낯선 한자어 등 어려운 단어 사용’(48.2%)을 꼽았다. 또, 응답자의 46.9%가 욕설을, 48.1%가 비속어를 우리 국민이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욕설·비속어를 사용하는 이유로는 32.6%가 기분이 나쁜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23.1%는 습관적으로, 22%는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응답했다. 2005년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기분 나쁨 표현은 55.6%에서 32.6%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사용한다는 답변이 1.2%에서 23.1%로 크게 높아졌다.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소통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욕설과 비속어가 쉽게 전파되고, 일상적으로 이런 말들을 접하게 되면서 문제의식 없이 습관적으로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느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밝혔다. 국어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5.4%로, 2010년(45.6%), 2015년(53.0%) 조사 때보다 비율이 늘었다. 말하기(78.5%), 언어 예절(73.9%), 맞춤법과 발음(69.8%), 글쓰기(69.1%) 분야에 관심이 높았다. 특히 맞춤법과 발음(2005년 19.9%, 2020년 69.8%), 단어의 의미와 유래(4.2%, 53.7%)에 대한 관심도가 지난 15년 사이에 5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어 사용자는 줄었지만, 긍정적 인식은 되려 높아졌다. 평소 표준어를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56.7%로 2005년에 비해 9.1%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지역어 사용자에게 친근하고 편안함을 느낀다는 답변은 79.9%로, 2010년(58.9%)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했다. ‘국민 언어의식 조사’는 일반 국민의 언어사용 행태와 국어에 대한 관심을 알아보기 위해 2005년부터 5년마다 시행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꺼려 하다’에 대한 지적

    [이경우의 언파만파] ‘꺼려 하다’에 대한 지적

    “나는 기회를 놓쳐 버렸어.” 이 문장에서 ‘놓쳐’는 본동사, ‘버렸어’는 보조동사라고 부른다. 본동사 ‘놓쳐’는 서술어로서 주어 ‘나’와 문법적 관계를 맺지만, 보조동사 ‘버렸어’는 그러지 못한다. ‘버렸어’는 단지 본동사 ‘놓쳐’를 돕고 보충하는 구실만 한다. 구체적으로는 ‘놓치는 행동’이 이미 끝났음을 알리는 기능을 한다. 그리고 말하는 ‘나’의 상태에 대해 심리적인 태도를 보태는 역할을 한다. ‘놓쳤어’라고 하면 그냥 그렇다는 것이지만, ‘버렸어’를 덧붙이면 아쉬운 감정이 있다는 말이 된다. 다음 문장 끝의 ‘해’도 보조동사다. “그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꺼려 해.” 그런데 이 문장을 지적한다. ‘꺼려 해’가 마뜩지 않은 것이다. ‘꺼려’로 끝내라고 말한다. 심지어 ‘꺼려 해’는 틀린 표현이라고도 한다. ‘꺼리다’라는 말 자체면 되는데 불편하게 ‘-어 하다’를 붙여 쓰는지 모르겠다고 충고한다. ‘슬프다’, ‘서운하다’ 같은 형용사에 ‘-어하다’를 붙여 동사 ‘슬퍼하다’, ‘서운해하다’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도 밝히면서 쓴소리를 한다. 마찬가지로 ‘내켜 하다’도 못마땅해한다. 규범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속도 조절을 내켜 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그들은 속도 조절이 내키지 않는다”로 바꾸려 한다. 그렇다면 ‘꺼리다’와 ‘꺼려 하다’는 같은 표현일까. ①“그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꺼린다”와 ②“그는 남 앞에서 말하는 걸 꺼려 한다”는 차이가 보인다. ①은 다른 사람이 ‘그’의 마음을 읽어 그의 심리 상태를 단정적으로 나타낸다는 걸 드러낸다. 주관적이란 느낌을 전한다. ②는 보조용언으로 ‘하다’를 넣어 ‘그’의 심리 상태를 객관화하려 한 느낌을 준다. 이런 차이가 있는데, 그릇된 표현으로 몰아가는 건 지나치다. ‘꺼려 하다’가 규범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국가가 만든 규범 사전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하다’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은 풀이가 나온다. “보조동사. (일부 동사 뒤에서 ‘-어 하다’ 구성으로 쓰여) 앞말이 뜻하는 대상에 대한 상태나 태도를 드러냄을 나타내는 말.” 예문에는 ‘못 견뎌 했다’는 표현이 보인다. 국립국어원은 홈페이지 질의응답에서 ‘꺼려 하다’를 쓸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규범에 민감하다. 그것이 옛것이든 새것이든 날카롭고 빠르게 반응한다. 규범을 안 지켜 괜한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심리가 있다. 옛 시절 얘기이거나 비규범인데도 규범이라고 하면 움츠러든다. 언어생활에서도 ‘규범’이란 말이 비슷하게 작용한다. 억지스러워도 의심치 않고 의존하려는 경향이 있다. wlee@seoul.co.kr
  • [씨줄날줄] 시보떡/임병선 논설위원

    [씨줄날줄] 시보떡/임병선 논설위원

    국어사전은 ‘시보’(試補)란 ‘관직에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 그 일을 익히게 하는 것이나 직책’이라고 설명한다. 시보란 단어가 낯설어 일본식 한자어가 아닌가 싶어 국립국어원 가나다 콜센터에 문의했더니, 일제의 잔재라면 순화 표현이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본식 한자어 표현은 오히려 현대에서 자주 쓰는 견습(見習)이다. 그러고 보니 조선왕조실록 성종 편에도 ‘동부녹사에 시보되고’란 표현이 나온다. 경국대전에도 ‘권지(權知): 어떤 벼슬의 후보자, 시보 같은 것을 가리키는 말’이란 대목이 나온다. 시보는 엄연히 한국식 한자로 표현된 우리말이자 표준어다. 1990년대 태어난 젊은 공무원들에게 이 단어는 아주 낯설다. 그러니 공무원 임용 후 6개월의 시보 기간이 끝나면 직장 동료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떡을 돌리는 ‘시보떡’ 관행은 더 생경했을 것이다. ‘가정형편이 딱한 여자 시보 동기가 백설기 하나씩 돌렸더니 팀장이 쓰레기통에 버린 사실을 뒤늦게 알고 밤새 울었다’는 온라인 게시판의 글이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그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미풍양속이 일종의 갑질로 변질됐으며 “특히 젊은 공무원들에게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잘못된 구석이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해 새삼 화제가 됐다. 이제는 떡만이 아니라 피자, 마카롱, 파이 같은 것을 돌리기도 하는 모양인데 직장 선배들에게 눈물을 머금고 ‘한턱’까지 내는 경우마저 왕왕 있다고 한다. 지금의 50~60대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 요즘 세대가 도통 이해하기 힘든 ‘책거리’ 풍속이 있었다. ‘세책례’, ‘책례’라고도 하는데 ‘천자문’이나 ‘동몽선습’, ‘소학’ 등 책 한 권을 다 읽거나 베껴 쓰기를 마치면 스승의 노고에 답례하고 학동들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송편을 돌렸다. 팥이나 콩, 깨 등의 소를 가득 채워 빚는 것이 송편이니 학동의 문리(文理)가 그렇게 채워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었다. 우리말로는 ‘책씻이’라고 했다. ‘시보떡’ 관행은 경찰, 소방서 등 공직 사회뿐 아니라 공기업, 병원 등에도 있는 모양이다. 한 경찰서장이 시보 셋에게 팀 회식비 60만원을 강요하더라는 얘기도 있다. 과거에는 아름다운 관행이거나 전통이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흘러 현재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면 그 제도는 개선되거나 혁파되는 것이 정상이다.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은 시보떡과 같은 관행을 없애고 공직에 첫발을 디딘 초보 공무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전통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bsnim@seoul.co.kr
  • [이경우의 언파만파] 국어사전의 기술

    [이경우의 언파만파] 국어사전의 기술

    “이건 나무요, 저건 풀이요, 그건 꽃이다.” 여기서 ‘나무’와 ‘풀’ 뒤에 붙은 ‘요’는 ‘나무’와 ‘풀’을 나열한다. 그러면서 다음에 오는 말과 연결해 준다. “그렇게 했어요”의 ‘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했어요’의 ‘요’가 ‘했어’에 ‘요’를 붙여 상대를 높인다면 ‘풀이요’의 ‘요’는 ‘풀’에 ‘이요’가 붙은 것이고 상대를 높이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꽃이다’의 ‘이다’가 활용한 형태의 ‘이요’다. ‘이고/이네/이니/이니까/이어서/이지’ 등으로 활용되는 ‘이다’의 한 형태다. ‘나무이다’ 대신 ‘나무다’라고 ‘이’가 생략되듯 ‘나무요’에서도 ‘이’가 떨어졌다. ‘-이요’의 ‘요’는 “이건 나무고, 저건 풀이고, 그건 꽃이다”의 ‘(이)고’와 같은 기능을 한다. 역사적으로도 이때의 ‘요’는 ‘고’의 ‘ㄱ’이 약화된 형태이기도 하다. 문장 가운데뿐만 아니라 끝에도 ‘(이)요’가 온다. ‘했어요’처럼 존대의 표시다. 한데 식당에 가서 “여기 냉면이요”라고 말하면 얼마 전까지는 표준어가 아니었다. “냉면요”라고 해야 ‘맞는 말’로 취급됐다. 표준어의 틀에서는 문장 끝에서 상대를 존대하는 말은 ‘요’뿐이었다. “저 애는 누구지”라고 물었을 때 “친구요”라고 답하듯 “냉면요”가 규범이었다. ‘저건 풀이요, 그건 꽃이다’에서처럼 일상의 말들은 “여기 냉면이요”였지만, 규범적인 표현은 “냉면요”였다. 교과서도, 현실보다 규범을 더 존중하는 매체들도 다 그랬다. ‘사람요’, ‘동물요’, ‘짬뽕요’라고 적었다. 규범을 우선시하는 게 말글살이를 더 효율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어떤 국어사전도 ‘이요’를 표제어로 올리지 않았다. ‘요’가 바른 것이니 이것을 따르라는 신호였다. 최근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이요’가 표제어로 실렸다. “(받침 있는 체언이나 부사어 따위의 뒤에 붙어) 주로 발화 끝에 쓰여 청자에게 존대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여기 냉면이요’, ‘거스름돈이요’, ‘가득이요’ 같은 예문이 올랐다. 물론 기존의 규범이었던 ‘냉면요’, ‘거스름돈요’, ‘가득요’도 규범이다. ‘냉면요’를 썼다고 지적받지 않아도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국가가 만들어 가는 대표적인 규범 사전이다. 현실의 쓰임새를 바로 반영하기보다 기존 규범과의 관계를 엄밀히 따진다. 그러다 보니 종종 현실과 차이를 보인다. ‘이요’를 반영한 건 현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記述)한 것이다. 표준사전은 국어생활을 하는 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전이다. ‘이요’를 표제어로 올렸듯이 더 유연하고 친절한 국어사전이 되기를 바란다. 현실을 더 정확하게 담은 사전이 권위 있는 사전으로 가는 길이다. 어문부 전문기자 wlee@seoul.co.kr
  • 첫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 한국수어 주간 운영도

    첫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 한국수어 주간 운영도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농아인협회와 함께 오는 3일 오후 2시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제1회 한국수어의 날 기념식을 연다고 1일 밝혔다. ‘한국수어의 날’은 한국수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공용어로 인정받게 된 날인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일(2016년 2월 3일)을 기념하고자 제정한 법정 기념일이다. 기념식에서 주신기 전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이 한국표준수화규범제정추진위원회, 한국수어연구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한국수어사전과 수어 교재를 편찬한 공로로 문체부 장관 표창을 받는다. 기념식에 이어 토론회도 열린다. 기념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국수어의 날을 기념해 1일부터 7일까지를 한국수어 주간으로 정해 운영한다. 국립국어원은 3일 개편한 온라인 한국수어사전(sldict.korean.go.kr)을 공개하고,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내가 사랑한, 내가 사랑할 수어 표현!’을 주제로 그림엽서, 동영상을 공모한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지난달 27일부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온라인 참여 잇기 행사를 진행 중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떡은 ‘Rice cake’이 아닌 ‘Tteok’...‘한식 메뉴 영문 표기’ 제대로 잡는다

    떡은 ‘Rice cake’이 아닌 ‘Tteok’...‘한식 메뉴 영문 표기’ 제대로 잡는다

    외국인에게 한국의 ‘떡’을 영어로 소개해야 한다면 과연 어떻게 표현할까? 대부분은 ‘rice cake’ 혹은 ‘Korean traditional rice cake’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한국 음식 ‘떡’은 가래떡, 절편, 송편, 시루떡, 찹쌀떡, 오메기떡 등 각각의 떡이 가진 특징과 종류가 다양함에도 외국인에게 ‘rice cake’이라는 단어로 알려지고 있다. 또 곰탕을 ‘Bear soup’, 육회를 ‘Six times’, 매생이 전복죽을 ‘Every life is ruined’으로 표기한 잘못된 한식 메뉴의 영문 표기 사례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한식의 명칭을 외국인들이 알기 쉽게 영어로 번역한 것인데, 번역기 사용 등으로 인해 잘못 번역된 상태로 메뉴판에 등록된 것이다.이렇듯 한식 메뉴의 표준화된 영문 표기법이 없어 혼란만 앞섰던 한식 명칭의 번역. 이제부터는 표준화된 한식 메뉴판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지난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2021년 예산안’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3000곳, 해외 3000곳 한식당에서 일관되고 통일된 메뉴를 표기할 수 있도록 ‘한식 메뉴 영문화 작업’을 시행한다고 한다. 이 작업은 한식포털(www.hansik.or.kr)의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법’에 등록된 한식 메뉴 영문 표기 700여 가지를 기반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새로운 한식 메뉴의 개발로 영문 표기의 추가가 필요할 경우, 국립국어원과 협의를 거쳐 추가될 예정이다. 그동안 ‘한식의 영문 표기’와 관련된 의견은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네티즌들은 특히 “티라미수(Tiramisu·커피, 크림치즈 등으로 만든 이탈리아 디저트), 감바스(Gambas·스페인식 새우 요리)와 같은 외국 음식은 현지에서 부르는 명칭 그대로 부르면서 왜 한국의 떡, 전, 어묵 등은 ‘Rice cake’, ‘Korean pancake’, ‘Fish cake’로 부르는 것인지 모르겠다. 과도한 친절은 한국의 정체성을 잃는다”라며 “명칭은 한국어 발음 그대로 표기하고 영어로 상세 설명을 표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2018년에 방영된 tvN <윤식당>에서는 불고기를 ‘Bulgogi’로, 소고기 비빔밥을 ‘Beef bibimbap’으로, 호떡 아이스크림을 ‘Hoddeok with Ice cream’으로 표기 후 상세 설명을 적어놓기도 했다. 앞으로 추진하는 ‘한식 메뉴 영문 표준화 작업’은 ‘한식포털 한식 메뉴 영문 표기법’에 등록된 한식 영문 표기를 바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고추장(Gochujang)’, ‘팥빙수(Patbingsu)’ 등과 같이 한국어 발음 그대로 표기될 것으로 보인다. 메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경우 상세 설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한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한식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졌지만, 메뉴판의 한식 표기 오역 등으로 인해 혼란이 가중되었다”며 “이번 한식 메뉴 영문 표준화 작업을 통해 그 혼란을 해소하고 한식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영상 장민주 인턴기자 goodgood@seoul.co.kr
  • 정부, 국내 210만 외국인 위한 한국어 교재 출판

    정부, 국내 210만 외국인 위한 한국어 교재 출판

    정부가 국내 210만여명에 이르는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를 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 법무부는 사회통합프로그램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출간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교재는 내년부터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한국어와 한국문화’ 과정의 기본 교재로 사용된다. 기초편 교재 1권, 초급 교재 2권, 중급 교재 2권의 모두 5권으로 구성했다. 학습자용 익힘책과 교사용 지도서도 함께 출간했다. 학습자용 유형별 보조 자료와 수업용 보조 자료를 별도로 제작해 국어원의 ‘한국어교수학습샘터(kcenter.korean.go.kr)’에 게시해 이용자들이 손쉽게 자료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교재에는 QR 코드를 넣어, 휴대전화로 쉽게 듣기, 말하기, 대화하기 등을 할 수 있다. 교재는 이민자들의 안정적인 한국사회 정착을 위한 교육과정인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현장을 방문해 수업 장면을 참관해 이를 반영하는 등 현장 의견을 폭넓게 반영했다. 한국어 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문화 다양성을 고려한 내용으로 구성해 재한외국인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신경 썼다. 문체부 담당자는 “210만명에 이르는 재한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체계적이고 충실하게 익히고, 한국문화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유용한 길잡이로 널리 활용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매체언어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매체언어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지반이 침하됐다’보다는 ‘땅이 꺼졌다’는 말이 더 쉽다. 매체언어의 첫 번째 덕목은 쉬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야 빠르고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침 같은 구실을 해 왔다. 지난 26일 국립국어원, 방송문화진흥회, 한글문화연대 주최로 문화방송(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린 ‘방송말, 매체언어의 나아갈 길’ 학술대회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매체언어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보도문에서 습관적으로 ‘상투적인 표현’을 사용하다 보니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강원도 산불 피해 면적을 ‘여의도 면적의 3배가 피해를 입었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그렇지만 ‘여의도 면적’은 그동안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았고, 최근 들어서야 국토교통부가 명확하게 밝혔다”고 말했다. 또 투표를 앞둔 상황에서는 실제 그렇지 않은데도 ‘긴장’이 늘 함께 나타난다고 했다. ‘무더기’도 무분별하게 쓰이는데, 9명이 코로나19에 확진됐을 때도, 2명이 징역형을 받았을 때도 ‘무더기’라고 하는 예를 제시했다. ‘안전사고’는 일어나면 ‘어이없는’ 것인데도 안전사고 앞에는 ‘어이없는’이란 수식어가 늘 붙는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벼락으로 잿더미’, ‘대학 입시에 결정적인 변수’, ‘형체를 알 수 없이 구겨진 자동차’처럼 선정적이거나 과장된 표현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산불 같은 재난 보도에서 시청자가 알아야 할 내용은 산불이 어느 정도 꺼졌는지였는데, 보도가 지나치게 현장 묘사에 치우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동안 보도 언어의 내용이나 기준에 관한 논의는 많이 이뤄졌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공감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려면 각 분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완수 동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국 기자들이 사용하는 말과 글이 너무 어렵다”며 “뉴스 소비자들은 언론매체를 통해 어려운 글을 읽거나 말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권위주의 시대에 사용하던 ‘소환’, ‘신병처리’, ‘이첩’ 같은 표현의 문제를 들며 매체언어가 권위적인 언어 표현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재판정 판사의 근엄한 언어, 검사의 고압적 언어, 군부 시대 관료의 언어를 사용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고 했다. 지나치게 권력 집단의 말에 편입돼 있다고도 말했다. 정부 관리나 기업 임원, 판사, 검사, 의사, 교수 등 사회 엘리트들이 사용하는 말을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밖에 영어 단어의 사용, 언론사마다 다른 용어의 통일, 특정 세대만 아는 줄임말의 남용 문제를 들었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는 않는 문장과 ‘~라는 지적이다’, ‘~로 풀이된다’처럼 주체가 없는 문장, 피동형 문장의 남발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신뢰는 올바른 언어로 사실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때 실현된다고 밝혔다. 이현주 인천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는 매체언어를 포함한 공공언어 관리와 관련해 프랑스의 ‘투봉법’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이 교수는 “투봉법이 방송통신, 교육, 상품, 노동계약, 공공장소 분야 등에서 프랑스어 사용을 강제하고 있는데, 이를 위반하면 경범죄나 벌금형 등 형사적 처벌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프랑스에서 언어에 대한 법령은 16세기 ‘빌레르코트레 칙령’으로 시작되는데, 이후 18세기 프랑스대혁명 당시 혁명정부의 ‘바레르법’, 1994년 만들어진 ‘투봉법’까지 토대를 이루는 철학은 ‘이해 가능한 언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빌레르코트레 칙령’의 110, 111조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수정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유효한 법 조항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110조에 ‘법령들의 의미를 의심할 이유가 없어야 하며, 아주 명확하게 쓰이고 만들어져서 모호함이나 불확실성이 없고 설명을 더 요구할 필요가 없어야 한다’, 111조에 ‘모든 법적 행위들은 프랑스어로 선포되고 쓰여야 한다’고 돼 있다고 했다. 이는 투봉법의 모든 부문이 국민들의 알권리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언어 사용의 주체가 일반 대중인 만큼 대중들이 공공언어에 대해 민감해지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경우 전문기자 wlee@seoul.co.kr
  • 오늘 ‘매체언어의 나아갈 길’ 학술대회

    국립국어원, 방송문화진흥회, 한글문화연대는 26일 오전 10시~오후 1시 문화방송 골든마우스홀에서 ‘방송말, 매체언어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정부·언론·시민단체 공동 비대면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는 코로나19에 따라 매체 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환경을 고려해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가 함께 매체언어의 역할과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아이엠비시(iMBC) 누리집과 문화방송 누리소통망(유튜브)인 ‘아나운서 공화국’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 [생각나눔] 사쿠라·벤또가 전북 사투리?… 혈세 3억 들인 황당한 ‘방언사전’

    작년 220부 펴내… 도의회 감사서 지적“지역 문화자산에 일본말 섞다니 상식 밖”국립국어원장 “어원 탓 배제 안 돼” 반박비판 일자… 道 “국민 정서 고려해 삭제” ‘벤또’, ‘빵꾸’, ‘사쿠라’, ‘구루마’, ‘다라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하는 단어가 ‘방언’일까, ‘일본어’일까. 전라북도가 지난해 펴낸 ‘전라북도 방언사전’에 실린 단어를 놓고 일반인의 눈높이와 전문가 견해가 맞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도는 ‘전라북도 국어문화 진흥 조례’에 따라 2017~2018년 3억원을 들여 전주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방언사전을 만들었다. 지난해 초판 220부가 발간된 방언사전에는 부록을 포함해 1118쪽으로 1만 1086개 단어가 실려 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방언사전 편찬이 상식 이하의 부실 용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병도(전주3) 전북도 의원은 도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벤또, 구루마, 고무다라이, 공구리, 빵꾸 등은 식민 잔재 일본어인데 이를 방언이라고 사전에 담은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전북 방언은 전북만의 독특한 언어적 특징을 간직해 언어·문화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지역의 문화자산인데 일본말을 뒤섞어 놓은 것은 망신”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라북도 방언사전 집필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연구책임자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외래어가 많은데 어원이 다른 나라라는 이유로 기록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방언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대에 사용된 ‘일상언어’로 ‘사투리’나 ‘외래어’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소 원장은 “방언은 어원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의 시각과 정서상 불편할 수 있지만 타 지역 방언사전에도 당시의 현상 그대로를 반영해 각종 외래어가 등재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여일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방언사전에 실린 벤또, 사쿠라 등은 이미 전국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일본어인 만큼 사전에서 삭제하고 부록에 수록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벤또, 빵꾸, 구루마가 전라북도 방언이라고?

    벤또, 빵꾸, 구루마가 전라북도 방언이라고?

    ‘벤또’, ‘빵꾸’, ‘사쿠라’, ‘구루마’, ‘다라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널리 사용하는 단어가 방언일까 일본어일까. 전라북도가 지난해 펴낸 ‘전라북도 방언사전’에 실린 단어를 놓고 일반인들의 눈높이와 전문가 견해가 맞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도는 ‘전라북도 국어문화 진흥 조례’에 따라 2017~2018년까지 3억원을 들여 전주대 산학협력단과 함께 방언사전을 편찬했다. 지난해 초판 220부가 발간된 방언사전은 부록을 포함 1118쪽으로 1만 1086개 사투리가 실려있다. 그러나 최근 실시된 전북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방언사전 편찬은 상식 이하의 부실 용역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전북도의회 이병도(전주3) 의원은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방언사전 편찬·발간사업이 부실했다”고 질타했다. 벤또, 구루마, 고무다라이, 공구리, 빵꾸 등은 식민잔재 일본어인데 이를 방언이라고 사전에 담은 것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그는 “전북 방언은 전북만의 독특한 언어적 특징을 간직해 언어·문화적으로 상당한 가치가 있는 지역의 문화자산인데 일본말을 뒤섞어 놓은 것은 망신”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국어사전에는 벤또, 구루마, 빵꾸 등은 일본어라고 표기돼 있다. 그러나 전라북도 방언사전 집필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연구책임자였던 소강춘 국립국어원장은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에 외래어가 많은데 어원이 다른 나라라는 이유로 기록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방언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시대에 사용된 ‘일상언어’로 사투리나 외래어와 다른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방언은 어원을 따질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 시각과 정서상 불편할 수 있지만 그렇게 따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면서 “타지역 방언 사전에도 당시의 현상 그대로를 반영해 각종 외래어가 등재돼 있다”고 말했다. 소 원장은 또 “식민잔재라 할지라도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사용했던 일상언어로 학술적 보존가치가 있는 문화자산인 만큼 방언사전에 싣지 못한다면 부록에라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라북도 방언사전 공동 책임연구자 전주대 박기범 교수도 “방언은 당시에 지역민들이 사용한 언어인데 그 배경에 뼈 아픈 과거가 있다고 배제해야 한다는 것은 학술적 개념에서 벗어난 또 다른 문제다. 처음 제작한 방언사전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겠지만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신중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도는 방언사전 일부 내용에 대해 일본어 논란이 일자 교육청과 도서관 등에 배포된 초판 220부를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윤여일 전북도 문화관광체육국장은 “방언사전에 실린 벤또, 사쿠라 등은 전북뿐 아니라 이미 전국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누구나 다 아는 일본어인 만큼 집필진 등과 협의해 수정작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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