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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전히 車·반도체뿐… 성장엔진 잠 깨울 ‘수출 플랜B’ 세워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여전히 車·반도체뿐… 성장엔진 잠 깨울 ‘수출 플랜B’ 세워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車·반도체 수출액 비중 36% 신기록정부 지원정책도 기존 품목에 쏠려서비스·콘텐츠 등으로 다변화 시급스타트업→대기업 성장 환경 필요“헌법에 ‘경제 양극화 해소’ 담기길” ‘헌법 제9장 경제, 제119조 2항 경제의 민주화.’ 1987년 헌법에서 ‘경제’는 마지막 장인 ‘10장 헌법개정’ 바로 앞에 기술됐다. 경제민주화는 헌법 총 130개 조항 중 119조 제2항에 딱 한 문장 언급됐다. 이처럼 경제민주화는 태생부터 주목받지 못했다. 197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 불변의 가치로 여겨진 성장 지상주의는 87년 체제에서도 상당 부분 이어졌다. 갈수록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품목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구조의 균형이 무너졌고, 서비스·인공지능(AI)·로봇·플랫폼 등 급변하는 신산업에 대한 대응력은 떨어졌다. 최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폭탄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1%대 저성장 터널에서 그나마 빨리 벗어나려면 일부 품목과 대기업 의존이 과도한 산업 및 수출구조 전반에 대해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수출 실적은 반도체와 자동차가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 수출액이 차지한 비중은 23.5%, 자동차는 12.1%로 합산 35.6%를 기록하며 수출액 점유율 역대 신기록을 썼다. 하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 ‘수출 효자’만 주목받으면서 고부가 서비스·콘텐츠 산업과 로봇·AI 등 신산업은 뒷전이 됐다. 정부의 각종 재정·세제 지원마저 주력 품목에 집중되면서 산업 양극화는 깊어졌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자동차 수출액이 가장 크다고는 하지만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12.2%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 비중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자동차(부품)·철강을 관세 부과 대상으로 정조준하자 한국 경제가 휘청이는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주력 품목에 대한 쏠림 현상이 워낙 큰 탓에 대체할 만한 ‘플랜B’도 마땅치 않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엔비디아·아마존·넷플릭스가 이렇게 성장할지 누가 알았겠느냐”며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만 쳐다보고 있어선 안 된다. 서비스·플랫폼·콘텐츠 등 고부가 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 리모델링’을 통해 품목을 다변화하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기존 주력 수출 품목이 너무 오래 유지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로봇 분야에서 한국은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활성화된 중국과 기술 경합을 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뒤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봇처럼 산업화 초기 단계에 많은 투자가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수출 주력 품목을 다변화하려면 ‘안목’이 필요하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공한 산업을 집중적으로 도와주느냐, 성공할 것 같은 산업을 미리 지원하느냐의 문제인데 예측을 잘못하면 돈 낭비가 되고, 모든 산업을 보호하려다간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상업성이 없는 좀비 기업은 과감히 퇴출을 유도하고 실업보험을 강화해 재창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 경제가 저성장 터널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야만 한다. 이를 위해 신산업을 발굴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반도체 등 기존 전략 산업은 고부가가치화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철강 산업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며 “AI 기술력에서 미국을 거의 따라잡은 중국처럼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앞세워야 유능한 기술 인재들이 한국으로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의 리밸런싱도 필요하다. 1987년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가 도입됐지만 대기업의 자산 집중화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100대 그룹의 자산 총액 규모는 3027조 3200억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2549조 1207억원을 18.8% 웃돌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SK·현대자동차 등 수출 상위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수출액 비중)는 36.6%로 2018년 37.8%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력이 한쪽에 집중되기보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돼야 적절한 리스크(위험) 관리가 되고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서 “시장경제가 역동적으로 발전하려면 스타트업부터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커 나가는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학자들은 87년 헌법이 개정된다면 모호한 경제민주화 조항 대신 양극화 완화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을 명시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양준석 교수는 “헌법 해석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호한 경제민주화 규정은 빼고 경제활동의 정의와 권리, 재산권 보호, 양극화 방지 등 구체적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는 “경제성장은 당연하고, 경제 양극화를 줄이는 방향의 규정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밝혔다. 하준경 교수는 “독점 규제, 공정한 시장 질서, 강자의 횡포를 견제하는 가치가 담겼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 OECD에 20년 뒤처진 K복지… “성장·분배 황금 밸런스 찾아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OECD에 20년 뒤처진 K복지… “성장·분배 황금 밸런스 찾아야” [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37년간 17배 늘어난 국민총소득상위 20%·하위 20% 소득 차 11배국민 행복지수는 6.058점 ‘52위’저출산·고령화에 생산성 하락세한은, 2040년대엔 ‘0% 성장’ 경고 “갱제(경제)를 학실히(확실히) 살리겠습니다.”(김영삼 전 대통령), “경제를 살립시다.”(김대중 전 대통령), “실천하는 경제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 “어느 정부도 하지 못한 경제민주화를 실천하겠습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8차례 대선에서 경제는 언제나 화두였다. 역대 대통령 모두 후보 시절엔 “경제를 살려 국민을 잘 먹고 잘살게 해 주겠다”고 다짐했지만 오롯이 약속을 지킨 정부는 없었다. 국가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양극화의 그늘은 점점 깊어졌다. 계층 사다리는 허물어지고 사회안전망은 복지 재원 부족으로 헐거워졌다. 삶에 대한 만족도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옅어지면서 87년 헌법이 규정한 경제 민주화도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물가 상승을 고려한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288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987년 375조원에서 37년 만에 6.1배 커졌다. 이 기간 성장률은 연평균 13.4% 꼴이다. 국부가 매년 10% 이상 늘어났다는 의미다. 명목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987년 297만 3000원에서 지난해 4995만 5000원으로 16.8배 불어났다. 하지만 분배는 고르지 못했다.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1990년 3.93배(도시 2인 이상 가구)에서 2023년 10.7배(전체 가구)로 벌어졌다. 국민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이 외형적으론 높아졌지만 과실은 골고루 나눠지지 않았단 의미다.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 흔들린 탓에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도 국민들은 여전히 행복하다고 느끼지 않으며 늘 경제가 어렵다고 인식한다. 유엔의 ‘2024 세계행복보고서(WHR)’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2021~2023년 6.058점으로 52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8개국 중 33위로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 콜롬비아, 그리스, 헝가리, 포르투갈뿐이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복지 수준이 높다. 반면 한국의 복지 지출 비중은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다.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022년 기준 14.8%로 1990년 2.6%에서 32년 만에 12.2% 포인트 증가했다. 해당 통계가 있는 OECD 35개국 중 바닥이다. 프랑스 31.6%, 이탈리아 30.1%, 독일 26.7%, 일본 24.9%(2020년), 미국 22.7%(2021년), 영국 22.1%(2021년) 등과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039년이 돼야 OECD의 2019년 수준인 20.1%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는 ‘재분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이창용 한은 총재와 함께 쓴 ‘경제학원론’(1997년)의 7번째 개정판(2025년)에서 불평등도가 큰 나라일수록 세대 간 이동성(경제적 지위의 변화)이 적다는 ‘위대한 개츠비 곡선’ 이론을 소개했다. 그는 “금수저·흙수저란 말의 유행은 세대 간 이동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음을 증언한다”면서 “양극화가 심화하는 마당에 이동성마저 떨어지는 것은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장 동력 실종도 심각하다.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경제 기초 체력을 뜻하는 ‘잠재성장률’ 추락이 원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981~1990년 잠재성장률은 8.6%였다. 이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2%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잠재성장률은 2%까지 추락했다. 실질성장률은 1.5%(한은 전망치)로 전망됐다. 한은은 잠재성장률이 2030년대에 1% 초중반, 2040년에 0%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15년 뒤면 성장 엔진이 사실상 멈출 것이란 뜻이다. 국민 소득 증가에도 제동이 걸렸다. 1인당 GNI는 2014년 3만 달러대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11년째 앞자리가 그대로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 터널에 진입한 1차적 원인으로는 저출산·고령화가 꼽힌다. 산업 생산성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실질 GDP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결과가 나타났다. 국민 평균 나이 격인 올해 중위연령은 46.7세로 1987년 25.4세에서 38년 만에 21.3세 높아졌다. 특히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19년 3763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줄곧 하락해 올해 3591만명을 기록, 6년 만에 4.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이 거론된다. 성장에 따른 혜택이 특정 계층에 편중될 경우 소외된 계층은 경제활동 의지가 저하된다.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면 사회통합도 어렵다. 물론 시장경제체제에서 성장에 기여한 사람에게 더 많은 분배가 이뤄지는 건 불가피하다. 지나친 분배정책은 경제 성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동안 한국 사회의 무게중심이 분배보다는 성장에 쏠렸다는 점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복지 지출이 작다고 늘리면 성장은 어떻게 하나, 성장할 힘도 없는데 복지 재원은 또 언제 확충하나’라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성장과 분배의 황금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심상찮은 ‘건설사 줄도산’… 與 “비수도권 DSR 규제 풀어야”

    심상찮은 ‘건설사 줄도산’… 與 “비수도권 DSR 규제 풀어야”

    김상훈 “GDP서 건설업 15% 차지정부 대책은 굉장히 안일한 미봉책”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이 더 큰 과제“상황 모니터링”… 기존 입장 강조 국민의힘은 11일 비수도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규제 완화와 한시적 부동산 세제 개편 등 정부의 적극적인 건설 경기 대책을 촉구했다. 지난달 당정 협의 때도 적극 대응을 주문했으나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 건설사들이 ‘줄도산’하는 등 위기가 심화되자 재차 대책을 촉구한 것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최근에 건설 산업의 상황이 정말 심상치 않다”며 “건설업은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대책이 굉장히 안일한 미봉적 조치에 그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관계 부처에서는 건설 산업의 심각한 상황에 비춰 봤을 때 몸 사리기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2월 19일 정부가 내놓은 ‘지역 건설경기 보완 방안’에도 DSR 내용이 빠지는 등 정부의 대응이 역부족이라는 게 여당의 판단이다. 김 정책위의장은 “비수도권 미분양 사태 해결 등을 위해서라도 DSR 대출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한시적 조치라도 비수도권에 대한 부동산 세제 개편도 과감하게 정부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시국이 이렇다 보니까 각 부처 수장도 몸을 사리고 혹시 모를 리스크로 본인 또는 본인이 속한 부처가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는 현실이기는 하다”면서도 “보다 과감한 대책 마련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DSR을 푼다고 미분양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으로서는 토지거래허가제 이후 부풀고 있는 가계대출 관리가 경기 부양보다 더 큰 과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상황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도 DSR 완화가 문제의 근본이 아니라는 큰 기조는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올해 7월로 예정된 스트레스 DSR 3단계 정책을 계획대로 밀고 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스트레스 DSR 3단계는 대출 상환 능력을 심사할 때 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더해서 계산하는 제도로, 시행되면 대출 금액이 지금보다 더 줄어든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DSR 완화에 명시적으로 반대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DSR 규제를 어렵게 정착시켰는데 이를 완화하면 정책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책에서는 지방은행의 대출 총량을 완화하고 비아파트에 대한 보증을 확대하는 방식을 썼다. 그러나 대책이 나온 지 2주 새 시공 능력 180위 벽산엔지니어링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여권의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 건설사는 벽산을 비롯해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대저건설, 안강건설 등이다.
  • 유럽 ‘독자무장론’ 꺼냈지만… “골격인 미군 빼면 몸통은 죽을 것” [글로벌 인사이트]

    유럽 ‘독자무장론’ 꺼냈지만… “골격인 미군 빼면 몸통은 죽을 것” [글로벌 인사이트]

    우크라전에 690억弗 쏟아부은 美군사 원조액의 56%… EU보다 많아국방비도 9160억弗로 나토국 최다트럼프, 나토 미군 8만명 철수 시사지휘권은 美… 독자 재편 최소 10년유럽, 美 최첨단 무기도 대체 불가트럼프 취임 후 에이태큼스 발사 ‘0’“우크라 병력 4개월 지나면 흔들릴 것시설망·민간인 더 많은 공격에 노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래 미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했다. 유럽은 ‘독자무장론’을 앞세우며 대대적인 국방비 증액에 나섰지만 미국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시 원조를 면밀히 추적하는 독일 싱크탱크 킬 세계경제연구소는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전체 원조액은 최소 1230억 달러(약 180조원)이고, 이 중 군사 원조액은 690억 달러(100조원)로 전체 군사 원조액의 56%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지원한 군사 원조액(538억 달러)보다 미국이 지원한 돈이 더 많았던 것이다. 2023년 EU 27개 회원국과 영국의 전체 국방비는 약 3880억 달러(565조원)로 집계된 반면 미국은 이 비용의 약 2배가 넘는 9160억 달러(1334조원)를 지출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은 정부 지출의 9%를 국방비에 할당했는데 이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킬 연구소는 연간 2500억 유로(395조원), 즉 EU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인상한다면 유럽이 미국 방위비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소는 유럽 각국이 연간 GDP 3.5% 이상을 군비에 지출할 것을 권고했지만 현재 미국을 포함한 32개 나토 회원국 중 단 5개국만이 3%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병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다른 문제에 비해 돈은 유럽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그나마 쉬운 문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유럽 각국은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국 방위를 유럽 방위보다 우선순위에 두면서 미군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6월 기준 유럽 내 나토 기지에 배치된 미군은 약 8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의 대부분은 독일(3만 5000명), 이탈리아(1만 2000명), 영국(1만명)에 주둔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마저도 재배치하거나 감축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유럽의 안보 불안감은 더욱 높아진 상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약 80여년간 유지된 유럽 안보의 핵심인 나토가 미국 주도로 구축된 동맹이라는 점이다. 일사불란하게 통일된 나토 군사 체계의 최종 지휘권은 미국이 쥐고 있다. 이 체계를 유럽이 독자적으로 재편하는 데는 최소 ‘10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있다. 과거 EU에서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유럽 각국에서 자국 방위와 유럽 방위 우선순위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유야무야됐다. 27개국 전원이 유럽 방위를 수호하겠다는 정치적 합의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전 나토 주재 미국 대사인 이보 달더는 하버드 벨퍼센터에서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강력한 유럽 안보를 위해서는 돈, 인력, 시간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협력이 필수”라고 짚었다. 그는 “미군은 나토의 골격이며 갑자기 골격을 빼면 몸통(유럽)은 죽는다”고 말했다. 유럽이 미국을 군사적 측면에서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페디르 베니슬라브스키 우크라이나 의원은 현지 매체 RBC우크라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체계적인 지원 없이도 약 6개월 동안 버틸 여력이 있다”고 말했지만 일부 분석가들은 이마저도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이자 전직 백악관 무기 전략가인 마크 F 캔시안은 “4개월이 지나면 미국이 제공한 무기의 손실을 보완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병력은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유럽이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대체하는 건 불가능하다. 한 예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유도 로켓을 발사하는 고기동성 포병로켓시스템 ‘하이마스’(HIMARS)를 제공해 왔다. 하이마스는 최대 299㎞를 날아가는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AS)를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이 제공한 정교한 장거리 무기는 러시아의 지휘소, 탄약고, 연료 저장소 등 군사기지를 잇따라 타격해 전력상 절대적으로 열세인 우크라이나를 버틸 수 있게 한 동력이 됐다. 러시아군은 병참선이 타격을 받으면서 먼 거리에서 병력을 운용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무기 지원이 중단되면 이런 전술을 펼치기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의 분석가 조지 바로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러시아에 대한 ATACMS 공격은 단 한 건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제공한 대공방어망 패트리엇 미사일은 러시아 탄도 초음속 미사일을 요격하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러시아 탄도 미사일의 10%만 격추했다고 집계했으나 패트리엇이 배치된 수도 키이우를 향해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은 대부분 요격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가진 5개의 패트리엇 방공망 중 3개를 미국이 제공했다. 런던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닉 레이놀즈 연구원은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 공급이 끊기면 우크라이나의 기간시설망과 민간인들이 더 많은 공격에 노출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파멸인가’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낸 칸시안은 WSJ 인터뷰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가 불리한 휴전 협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잃은 영토 20%를 양도하고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을 뜻한다.
  • 노년층에 이어 10대 청소년에게도 ‘1인당 43만원’ 현금 준다는 ‘이 나라’ 왜

    노년층에 이어 10대 청소년에게도 ‘1인당 43만원’ 현금 준다는 ‘이 나라’ 왜

    경기 부양을 하기 위해 현금성 보조금 지급 정책을 펴고 있는 태국 정부가 노년층에게 1인당 약 43만원을 준 데 이어, 10대 청소년에게도 1인당 약 43만원을 준다. 11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방콕포스트와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태국 경제부양위원회는 16~20세 국민 270만명에게 1인당 1만밧(약 43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전날 승인했다. 피차이 춘하와치라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내각 승인을 거쳐 2분기에 ‘디지털 지갑’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디지털 화폐를 지급하면 국민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피차이 부총리는 디지털 지갑 시스템을 활용하면 정부가 보조금 사용 정보를 파악할 수 있어 향후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태국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보조금 지급을 시작했다. 지난해 9월 취약계층 약 1450만명, 올해 1월 노년층 약 300만명에게 1인당 1만밧을 현금으로 지원했다. 지급 대상은 연 소득과 은행 잔고가 각각 84만밧(약 3574만원), 50만밧(약 2128만원) 이하인 60세 이상이다. 1차 지급 당시 보조금을 받은 취약계층은 제외된다. 앞서 현 집권당인 프아타이당은 지난 총선에서 국민 1인당 1만밧 보조금 지급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야권이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발했고, 경제학계와 태국중앙은행(BOT) 등도 국가 재정 부담과 물가 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반대했다. 정부는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조금 지급을 강행하고 있다. 피아치 부총리는 “지급된 보조금이 전국으로 퍼져 가계부채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며 “정부는 이 정책이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태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관광 산업 침체와 수출 부진으로 경제가 위축된 상태다. 지난해 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5%로 예상치에 못 미쳤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의 지난해 성장률 5.0%의 절반 수준이다. 태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태국은 지난해 354억 달러(약 51조원) 규모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전날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태국 경제가 올해 3%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정부는 이 수치를 넘어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 5대 사회보험 국민 부담 178조… 10년 새 2배 불었다

    보험료 증가율 ‘물가상승률 4.2배’“고용·투자 막아 지출 효율화 시급”2023년 한 해 국민이 부담한 ‘5대 사회보험료’(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장기요양보험·산재보험)가 178조원에 육박하고, 지난 10년간 사회보험료가 2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웃돌아 지출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5대 사회보험 국민 부담 현황과 정책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우리 국민이 부담한 5대 사회보험료가 총 177조 78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11조 7903억원(7.1%) 증가한 것이며 2013년(85조 8840억원)의 2.1배 수준이다. 제도별로는 건강보험이 82조 1036억원으로 46.2%를 차지했다. 이어 국민연금 58조 3698억원(32.8%), 고용보험 17조 8157억원(10.0%), 장기요양보험 10조 3927억원(5.9%), 산재보험 9조 1054억원(5.1%) 순이었다. 최근 10년간 사회보험료 연평균 증가율은 7.5%로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1.8%)의 4.2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3%)의 1.8배에 달한다. GDP 대비 사회보험료 비중도 2013년 5.5%에서 2023년 7.4%로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보험 부담 비중은 2012년 5.9%에서 2022년 8.2%로 늘었고, 10년간 증가율(39.5%)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증가율(14.8%)보다 높은 수치이며 같은 기간 OECD 평균이 되레 0.9%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사회보험에 대한 과도한 국민 부담은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 美관세에 한국 성장엔진 멈추는데… ‘조기 추경’ 말뿐인 국회

    美관세에 한국 성장엔진 멈추는데… ‘조기 추경’ 말뿐인 국회

    대미 수출 비중 큰 車·철강 등 위축한은, 기관 중 가장 낮은 1.5% 제시해외 투자은행들도 1.2%까지 내려“15조 핀셋 추경” vs “35조 슈퍼 추경”與野, 편성 규모·범위 놓고 동상이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식어 가고 있다. 생산·수출·고용·소비·투자 등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린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조기 편성이 경기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셈법을 둘러싼 여야의 동상이몽 속에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1월 ‘위험 증대’, 2월 ‘위험 고조’ 평가에 이어 경기가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은 것이다. 수출부터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2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 늘었지만 하루 평균 기준으론 5.9%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액은 2023년 10월 이후 16개월 만에 마이너스다. 특히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와 부품, 철강 제품 등이 모두 고관세 적용 대상이어서 수출 실적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全) 산업 생산은 지난 1월 기준 3.5% 줄었다. 소비는 0% 보합세 속에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95.2(100 미만 시 비관적)를 기록했다. 1분기부터 지표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도 추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1.5%를 제시했다. 해외 투자은행(IB) 씨티와 JP모건이 1.2%까지 내렸다. 경기 부양 카드로는 ‘추경 편성’과 ‘기준금리 인하’가 거론된다. 이 중 ‘금리 카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달 0.25% 포인트를 내리면서 썼다. 금리 인하를 통한 투자 증대 효과는 통상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남은 건 추경뿐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달 4일 “추가 재정 투입 논의를 곧바로 시작해도 충분하지 않다”며 ‘추경 속도전’을 주문한 바 있다. 한시가 급하지만 여야는 규모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여당은 취약계층을 위한 15조원 규모의 ‘핀셋 추경’을 주장한다. 게다가 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는 최 대행의 국정협의회 참여를 보이콧하면서 더욱 안갯속에 빠졌다. 재정을 관리하고 예산을 편성·집행하는 정부가 추경 논의에서 배제되면 추진 자체가 어렵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추경 편성 규모가 정해지면 부처별로 예산 요청을 받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의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린다”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엔 추경 편성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정국 주도권 향배에 따라 추경 편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 트럼프에 ‘매맞는 국가들’ 연대 절실… EU·캐나다와 협력해야[문소영의 브라운백 미팅]

    트럼프에 ‘매맞는 국가들’ 연대 절실… EU·캐나다와 협력해야[문소영의 브라운백 미팅]

    ‘어른의 축’ 사라진 트럼프 2기마가 신봉자·충성파로만 채워피아 식별 없이 美우선주의로동병상련 국가들의 대안 모색불합리한 제안엔 불쾌함 표시방위비분담금 등 서로 버텨야첫인상 중시하는 트럼프 외교상대 지도자의 국내 입지 중시통달한 지식 갖춰야 협상 가능컨트롤 타워 없는 한국 외교외교·산업부가 EU와 소통해야북일 정상회담·수교도 좋을 것혼란의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1개월간 유예했던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각각 관세 25%를 부과하고 중국에도 지난달의 10%에 더해 10% 관세를 더 부과했다. 이에 캐나다와 중국은 즉각적으로 각각 25%, 10%의 대미 보복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로 다시 유예했다. 대미 교역 흑자국에 조만간 관세 불벼락이 떨어질 것이다. 2024년 대미 흑자국 1위 중국, 2위 멕시코, 3위 베트남, 4위 독일, 5위 일본, 6위 캐나다, 7위 아일랜드, 8위 한국, 9위 대만, 10위 이탈리아 순이다.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달 26일 인터뷰에서 “거래를 할 생각보다 어떤 외교와 통상을 할 것인지 원칙을 먼저 정하고, 이른바 ‘매맞는 국가들과의 연대’ 측면에서 유럽연합(EU) 및 캐나다 등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1기의 경험을 공유하고, 트럼프 2기의 특징들 속에서 새로운 외교·통상의 길을 모색해 본다. -트럼프 2기 ‘관세 전쟁’이 시작됐다.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올려 주고 미국의 농산물이나 천연가스 등을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내용의 제안을 선제적으로 하자는 사람들이 한국에 많다.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면 관세에 이롭겠지 하는 생각은 착각이다. 트럼프 2기의 미국을 더 냉정하게 봐야 한다. 트럼프 1기가 버전업됐다. 이익에 집중하는 미국이 됐다. 문재인 정부 때는 어느 정도 거래가 가능했다. 논란이 된 방위비 분담금도 안 올려 주다가 바이든 행정부 때 13% 올려 줬다. 트럼프 1기 미국에서 제재를 받은 것도 없다. 하지만 지난 4년간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집권 플랜을 짜서 나타났다. 따라서 우리의 해법은 원칙을 가지고 버티는 것이다. 각국 방위비 비중도 중요한 이슈이니, 보자. 일본 이시바 총리는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올린다고 스스로 약속했다. 한국은 이미 GDP 대비 2.8%를 쓴다. 영국 2.2%, 프랑스 2.3%, 이탈리아는 1%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폴란드가 2.9%를 쓴다.” -미국 정부가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소위 ‘매맞는 자들의 연대’가 필요한 시기다. 이제 한국은 캐나다, 멕시코 등과 더 가까이 있어야 하고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독일 등과도 정책적으로 연대해야 한다. 동병상련의 국가들이다. 얼마 전 캐나다 지인이 방한해 “미국에 굴복할 수 없다는 정서가 팽배하다”면서 “미국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51번째 주라는 조롱을 들으면서 살 수는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불합리한 제안이 있다면 언페어(unfair)한 것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같은 처지라면 유럽국과의 정책적 연대를 가져가야 한다. 불쾌감이라도 최소한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트럼프의 관세정책 자체가 얼마나 지속적일지 알지 못한다. EU가 버텨 주고 한국과 일본이 버티면서 잘 넘겨야 한다. 한 예로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버텨서 일본과 독일이 버틸 수 있었다. 더불어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분야에서 미국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있지 않나. 한국은 미시간에서 애틀랜타와 텍사스까지, 특히 공화당 강세 지역에 투자를 많이 해 8만개의 일자리를 늘렸다. 그런 만큼 해당 주의 주지사 및 노동단체 등과도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에 관세 때린다고 하니까 제일 먼저 반발한 데가 미시간주의 철강·자동차 노조였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전기를 공급해 주고 철광석, 원유가 온다. ‘불공정한 무역 구조를 개선해 달라고 했지, 우리와 협력하는 캐나다를 때리라고 했느냐’며 반발했다.” -트럼프 1기와 2기를 비교한다면. “트럼프 1기에는 ‘어른의 축’이라는 게 있었다.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이다. 이들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나토의 동맹 체제를 중요시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타협과 절충을 권유하고, 잘못된 결정을 말렸다. 트럼프 2기의 인적 구성은 마가(MAGA) 신봉주의자이거나 충성파들이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밀러 정책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이 그렇다. 이들이 미국 우선주의자들이다 보니 피아 식별을 하지 않는다. 캐나다, 멕시코에 먼저 관세 때리지 않았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은 ‘벼랑 끝 전술’과 같은 협상의 기술인가. “통상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면 벼랑에 서 있는 측이 당한다. 미국이 왜 벼랑에 서 있겠나. ‘공세적 압박’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시장 규모, 구매력에 기초한 관세를 무기화한 것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구매력이 가장 큰 시장이다. 4대 핵심 분야인 반도체·전기자동차, 바이오, 의약, 배터리에서 최고 시장이며 최첨단 기술도 가졌다. 공세적 압박으로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성과를 초기에 얻겠다는 전술이다.” -내년 중간 선거 때문인가. “단임제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급한 것 같다. 자신의 레거시를 만들어야 한다. 또는 신념 체계일 수도 있다. 나는 특히 스티븐 밀러에 주목하는데,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서 관세와 불법 이민, 두 가지 정책에 집중해 정책을 믹스하는 것 같다.” -1930년대 미국의 고립주의와 현재는 같은가. 다르다면 어떤 차이를 봐야 하나. “당시 고립주의는 1차 세계대전 충격과 대공황 때문에 온 것이다. 국제연맹을 윌슨 대통령이 제안해 놓고 상원의 반대로 가입하지 못했다. 지금은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고 있다. 국제기구에 대한 불신이 강하다. 허버트 후버 대통령 시절에 보호무역주의로 ‘스무트 홀리 관세법’(1930)을 통과시켰다. 2만개 품목에 평균 59%, 최고 4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법이었다. 농산품·철강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캐나다와 유럽, 일본에도 보복 관세를 매겼다. 그 법이 보호무역을 불러와 대공황을 심화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촉발했다고도 한다. 1934년에 루즈벨트 대통령이 새 법을 통과시키면서 해결했다. 지난 80년간 미국은 세계를 돌봐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거부하고 있다.” -미국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해 희토류 광물협정을 내놓았다. “러우 전쟁이 끝난 뒤 경제적 보상을 받아야 할 나라가 있다면 그건 우크라이나다. 건물이 붕괴되고 도시가 파괴됐으며 시민들이 죽었다. 그리고 그 보상의 주체는 반드시 러시아여야 한다. 러시아가 침략자이기 때문이다.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때 융자도 있고 지원(그랜트), 현물 지원도 했다. 우크라이나가 정상화되면 그 후에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채무를 돌려받는 이야기를 진행해야 순서가 맞지 않나. 종전협정도 맺지 않았는데, 미국이 지원한 돈을 먼저 돌려받아야 한다고 나서는 것은 정말 미국적이지 않다. 미국이 지구의 국제 규범과 질서를 만들어 낸 패권은 공적 영역이 아닌가.” -윤석열 정부에서 가치 외교를 강조했다. 앞으로도 유효한가. “더는 가치 외교가 유효하지 않다. 누구의 가치를 지킬 것인가. 민주주의 국가의 가치라고? 그게 국익에 반할 수도 있다. 외교는 종교가 아니다. 상법 부기하듯이 하나씩 따져 봐야 한다. 반작용이 반드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맨 처음에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했다. 해외 원조 창구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의 미국은 다른 미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리더십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 또 관련한 사안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는지를 판단한다. 상대 지도자가 국내에서 어떤 입지를 가졌는지 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축하 전화를 한 것을 보면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는 통달한 지식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바지런하고 숙련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해야 실무 협상에서도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대화가 이번에도 가능할까. “김정은의 결단에 달려 있다. 2018년에는 트럼프의 결단으로 만났다. 제안은 미국이 하지만, 김정은이 나올 이유는 많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면 한반도 정세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김정은은 선택의 여지가 있다. 러시아가 있고 현재 남북 관계가 단절됐기 때문이다. 흔히 남한 패싱을 걱정하는데,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북일 수교도 좋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 “대통령이 없는 상태의 외교는 ‘컨트롤 타워가 없는 외교’에 비유할 수 있다. 현 상황이 빨리 끝나야 한다. 다만 외교부와 산업통상부가 손잡고 EU 등과 협력하며 소통하고 있어야 한다.” -최근 ‘헌법의 힘, 외교의 길’이라는 책을 냈는데, 제목이 특이하다. “12·3 내란은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다. 우리 외교의 최고 자산은 민주주의다. 외교 전문가, 국제정치학자의 독점인 듯 외교를 방치하면 안 된다. 대한민국 외교는 국민의 자존감, 미래 먹거리와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내야 한다. 즉 외교는 헌법 정신을 바탕으로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헌법에 우리 외교의 길이 있다. 학자로서 경험한 외교 현장의 소회를 담았다.” ■연대 교수 재직 중 靑 발탁 文과 공저 ‘변방에서~’ 화제 최종건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제정치 전문가다. 미국 로체스터대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 정외과 교수로 재직 중 발탁돼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평화기획비서관을 지낸 뒤 외교부 1차관을 역임했다. 2022년 5월 연세대로 복직했다. 단독 저서로 ‘평화의 힘’과 최근 펴낸 ‘헌법의 힘, 외교의 길’이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공저한 ‘변방에서 중심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 “美, 대만에 ‘국방예산 GDP 5%·의무복무기간 2년’ 요구”

    “美, 대만에 ‘국방예산 GDP 5%·의무복무기간 2년’ 요구”

    미국이 대만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고 군 의무복무 기간도 2배로 연장하라고 요구했다는 전 여당 의원의 발언이 나왔다. 10일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궈정량 전 민진당 입법위원(국회의원)이 지난 7일 한 유튜브 프로그램에서 이렇게 밝혔다. 궈 전 입법위원은 미군이 대만 측에 의무복무 기간을 현행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하고 국방비도 GDP 대비 5%로 증액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국방 예산을 현행 GDP 대비 2.5%에서 3%로 증액하겠다는 방안에 미국이 큰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이 총통이 국방 예산을 GDP 대비 5%로 맞추려면 4000억 대만달러(약 17조원)가 추가로 필요해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대만이 미국에 보호비를 내야 한다며 국방비를 GDP의 10%까지 늘리라고 요구했다. 다만 대만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측이 군 의무복무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지금으로서는 조정 계획이 없다”고 해명했다.
  • 5대 사회보험 국민 부담 178조원…10년 새 2배 불었다

    5대 사회보험 국민 부담 178조원…10년 새 2배 불었다

    2023년 한 해 국민이 부담한 ‘5대 사회보험료’(건강보험·국민연금·고용보험·장기요양보험·산재보험)가 178조원에 육박하고, 지난 10년간 사회보험료가 2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웃돌아 지출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5대 사회보험 국민 부담 현황과 정책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우리 국민이 부담한 5대 사회보험료가 총 177조 78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보다 11조 7903억원(7.1%) 증가한 것이며, 2013년(85조 8840억원)의 2.1배 수준이다. 제도별로는 건강보험이 82조 1036억원으로 46.2%를 차지했다. 이어 국민연금 58조 3698억원(32.8%), 고용보험 17조 8157억원(10.0%), 장기요양보험 10조 3927억원(5.9%), 산재보험 9조 1054억원(5.1%) 순이었다. 최근 10년간 사회보험료 연평균 증가율은 7.5%로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1.8%)의 4.2배,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4.3%)의 1.8배에 달한다. GDP 대비 사회보험료 비중도 2013년 5.5%에서 2023년 7.4%로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보험 부담 비중은 2012년 5.9%에서 2022년 8.2%로 늘었고, 10년간 증가율(39.5%)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의 증가율(14.8%)보다 높은 수치이며, 같은 기간 OECD 평균이 되레 0.9% 감소한 것과도 대비된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사회보험에 대한 과도한 국민 부담은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 “무기도 ‘로켓배송’ 가능한 한국, 최고!”…폴란드서 호평 쏟아져 [핫이슈]

    “무기도 ‘로켓배송’ 가능한 한국, 최고!”…폴란드서 호평 쏟아져 [핫이슈]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한국산 무기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두다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를 방문해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만났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산과 한국산 무기를 대규모 구매했다고 언급하면서 “우리가 한국산 무기를 산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파트너들이 굉장한 최신 무기를 수개월 안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라고 말해다. 그는 이 자리에서 폴란드가 구매한 한국의 K2 주력전차, K9 자주포 및 다연장 로켓인 천무의 명칭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일반적으로 유럽의 다른 파트너들은 무기 구매 후 인도까지 수년이 걸린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파트너들은 주문한 뒤 배송까지의 기간이 1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2022년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의 대(對)폴란드 무기체계 수출 총괄계약을 체결했었다. 폴란드의 지난해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12%에 달해, 나토 회원국 중 GDP 대비 국방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위협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이 서자, 폴란드는 올해 국방비를 GDP의 약 4.7%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두다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도 빠른 무기 인도를 당부했다. 그는 6일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K2 전차 2차 이행계약의 체결이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역시 조 장관과의 면담에서 “폴란드 정부가 양국 간 방산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2022년 체결된 방산 총괄계약 이행을 위한 후속 계약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모든 남성, 군사훈련 받게 하겠다”폴란드는 무기 구매뿐만 아니라 병력 증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BBC는 지난 7일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이날 의회 연설에서 모든 남성이 군사 훈련을 받도록 하는 정책을 준비 중”이라면서 “앞으로 몇 개월 안에 모든 세부 사항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병력 증강을 위한) 준비를 마치고, 모든 성인 남성이 전쟁 발생 시 훈련을 받고 예비군이 잠재적 위협에 대비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폴란드의 병력은 예비군을 포함해 약 20만 명 수준이다. 투스크 총리는 이 규모를 50만 명까지 늘리길 원한다고 밝혔다. 폴란드의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의 병력은 약 130만 명, 우크라이나는 80만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 ‘머니머신’ 한국 어쩌나…트럼프, 나토에 “방위비 안 내면 미국 안 나서” [핫이슈]

    ‘머니머신’ 한국 어쩌나…트럼프, 나토에 “방위비 안 내면 미국 안 나서” [핫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와 유럽의 외교·안보 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향해 “돈을 더 내지 않으면 미국은 방어하지 않겠다”며 거듭 방위비 증액약속 이행을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하며 “이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곤경에 처한다면 그들(나토)이 우리를 보호하러 오겠나. 그렇게 해야 하지만 그렇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일부 나토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6월 나토 정상회의 때까지 방위비 증액 약속을 이행하라고 독촉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나토를 향해 GDP의 5% 수준으로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일본 방위비 증액도 우회 거론…한국에도 압박하나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일본도 언급하며 방위비를 더 부담하라고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일본과 매우 흥미로운 조약을 맺고 있다. 우리는 일본을 보호해야 하지만 일본은 우리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면서 “그런데 일본은 우리에게서 큰돈을 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은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미국의) 일본과의 안보 조약이 상호주의에 어긋난다고 불만을 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역시 유럽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군이 주둔하고 있어 향후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에도 한국에 5년간 방위비를 매년 50억 달러(약 7조3000억원)씩 늘려 부담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최근 선거운동 기간에는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이라고 부르며 자신이 재임 중이라면 한국이 방위비로 연간 100억 달러(약 14조5000억원)를 지출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 분담금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의 9배에 달하는 규모다.
  •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 일본·대만 앞질렀다

    1인당 국민소득 ‘세계 6위’… 일본·대만 앞질렀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지난해 3만 6624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환율 상승의 여파로 상승폭은 미미했지만 일본과 대만을 앞질렀다. 저성장 고착화로 11년째 3만 달러대에 머물며 4만 달러대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2023년(3만 6194달러)보다 1.2% 늘어난 3만 6624달러를 기록했다. 원화 기준으로는 4995만 5000원으로, 전년(4724만 8000원)보다 5.7% 증가했다. 달러 환산 증가율이 낮아진 것은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원화 가치가 전년 대비 4.3% 절하된 영향이 컸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으로, GNI를 전체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NI는 한 나라 국민의 평균 생활수준을 보여 준다. 달러 기준 우리나라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으로 3만 달러 선을 돌파한 후 2021년 3만 7898달러까지 늘었다. 그러나 이듬해 달러 강세로 3만 5229달러까지 주저앉았고 2023년에 반등한 데 이어 2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GNI는 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 중 미국과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6위 규모다. 특히 2023년 일본(3만 5933달러)을 추월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격차를 2000달러 이상으로 확대했다. 다만 여기에는 지난해 일본 엔화 가치가 7.4% 하락하는 등 엔화 절하의 영향이 컸다. 대만 통계청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NI는 3만 5188달러다.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데다 환율 변동성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4만 달러 진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강창구 한은 국민소득부장은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4만 달러 달성 시기를 2027년으로 예상했는데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와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 1월 발표한 속보치와 같은 0.1%, 2.0%로 각각 집계됐다. 4분기 부문별 성장률에서는 수출(0.8%), 정부소비(0.7%), 수입(0.1%) 등이 속보치보다 높아졌다. 
  • 정부 “관세 4배 불공정, 사실과 달라… FTA로 0%대” 정면 반박

    정부 “관세 4배 불공정, 사실과 달라… FTA로 0%대” 정면 반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에 경제적 손해를 안기는 나라로 ‘한국’을 콕 찍었다. “한국이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미국이 한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보다 4배 높다”며 ‘관세 폭탄’ 타깃임을 확인했다. 또 한국의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줄이겠다고 거듭 밝혔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제기된 우려가 차츰 현실이 되면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대 초반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관세정부 “美수입품 관세율 0.79% 수준”상호관세 명분 쌓으려 ‘불공정’ 강조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이 미국보다 4배 높은 관세를 부과한다”며 상호관세 부과를 시사한 것에 대해 정부는 5일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양국은 대부분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고, 지난해 기준 미국 수입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0.79% 수준”이라면서 “앞으로 미국과의 다양한 협의 채널을 통해 이런 내용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만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총괄과장은 “한국의 최고 관세율로 계산한 것 같다. 한미 양국은 FTA 체결로 관세율이 사실상 0%”라고 말했다. 실효 관세율 0.79%도 환급을 고려하지 않은 세율이어서 관세 환급분을 제외하면 실제 관세율은 이보다도 낮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그렇다면 ‘4배’란 숫자는 어떻게 나온 걸까.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에 부과하는 평균 최혜국 대우(MFN) 관세율은 13.4%로 미국 MFN 관세율(3.3%)의 4배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는 “MFN은 WTO 회원국에 적용하는 세율로 한미 FTA에 따른 협정 세율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부연했다. 즉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 명분을 쌓으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의도적 오해’일 가능성이 크다. 무역 적자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든 미국이 불공정한 교역 조건에 놓여 있다는 점을 과장하려는 것이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픽업트럭이나 농산물 등 일부 품목 관세가 높다고 모든 품목이 높은 것처럼 말해선 안 된다”면서 “트럼프 측에 2012년 FTA 협상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법삼성 6.9조·하이닉스 6600억 약속무산 땐 반도체 기업 ‘유탄’ 불가피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은 끔찍한 것이다.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칩스법은 미국에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짓는 기업에 총 527억 달러(약 76조 6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으로 2022년 미 의회를 통과했다.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이 대상이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에 보조금 47억 5000만 달러(약 6조 9000억원), SK하이닉스에 4억 5800만 달러(약 6600억원)를 지급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보조금을 미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놓고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약속을 뒤집겠다는 것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북미유럽연구부 교수는 “대만 TSMC가 보조금을 안 줘도 관세만 보고 1000억 달러(약 145조 3000억원) 투자를 약속한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면서 “아직 삼성과 SK가 보조금을 못 받고 있는데, 반도체법을 폐기할지 어떤 방식으로 혜택을 없앨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조금 지급이 없던 일이 되면 국내 반도체 기업은 유탄을 맞게 된다. LNG알래스카 가스관, 한일 참여 못박아일각 “상호관세 면제 카드로 활용을”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알래스카에서 진행될 대규모 액화천연가스(LNG)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이 참여해 수조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한국의 참여가 결정되지 않았음에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정부는 국내 업계와 함께 사업성을 검토하고 미국과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알래스카 주정부가 주도하는 이 사업은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난 천연가스를 800마일(약 1300㎞)송유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 부동항인 니키스키까지 옮겨 액화한 뒤 수요지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는 450억 달러(약 6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 에너지 회사도 포기한 사업이다. 장기 프로젝트인 데다 4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수조 달러를 태우긴 어렵다”면서 “우선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해 무역 적자를 줄여 주는 방향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민 교수는 “알래스카 투자로 상호관세를 면제받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자동차·조선업“美조선업 투자기업 세제 혜택” 강조EU·韓 상대로 車공장 증설 압박도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중국에 해양 패권을 내주지 않고 해군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협력을 약속했던 한국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협력을 원한다”며 K조선업에 러브콜을 보냈다. 우리 정부도 “조선업이 관세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대미 협상 의제로 올려 둔 상태다. 자동차 산업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소비자가 갚는 자동차 대출금 이자에 대해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에서 만든 자동차에만 그렇게 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25% 관세 부과 방침을 정한 독일 등 유럽연합(EU)과 대미 자동차 수출량이 많은 한국을 상대로 현지 자동차 공장 증설을 압박한 것이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외경제현안 간담회에서 “다음달 2일 예정된 미국 상호관세 조치에 대응해 한미 실무 협의체를 통해 이달 중 집중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 트럼프發 무역전쟁에 결의 다진 中… 3년 연속 ‘5% 성장’ 고수

    트럼프發 무역전쟁에 결의 다진 中… 3년 연속 ‘5% 성장’ 고수

    재정 적자 GDP 4% 수준 ‘역대 최고’물가지수 목표 20년 만에 2%대로 뚝초장기 국채 260조원 발행해 돈풀기AI 투자 10% 늘려 딥시크 열풍 확장 중국 정부가 3년 연속으로 연간 성장률 목표를 ‘5% 안팎’으로 정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5일 개막한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 업무보고에서 “약 5%의 성장 목표는 어려움에 정면으로 맞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우리의 결의를 강조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미국과의 무역 전쟁 중에도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으로 성장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부터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는 지난달 10%에 더해 총 20%의 관세가 붙게 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부과하기 시작한 25% 관세까지 더하면 ‘역돔’과 같은 수출품은 최대치인 45% 관세가 적용된다. 리 총리는 트럼프발 ‘관세 몽둥이’에도 5%란 도전적인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국내 소비 확대를 최우선 목표로 잡았다. 그는 “작년 외부 환경 변화가 가져온 악영향이 심화했고 국내에서는 장기간 누적된 일부 구조적 모순이 집중적으로 드러났다”면서 “여기에 내수 부진 등이 겹쳤다”며 5%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중국은 관세로 인한 대미 수출 하락에 대비해 재정 적자 목표는 30년 만에 최고치인 국내총생산(GDP)의 4% 수준으로 설정했다. 적자 규모는 5조 6600억 위안(약 1131조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 6000억위안(320조원) 늘어난다. 20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 목표치는 3%를 밑도는 2%로 낮췄다. CPI 목표치를 2%대로 내린 것은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정부가 내수 둔화에 따른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로 미국의 재정 적자를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중국은 초장기 국채를 올해 1조 3000억 위안(260조원) 발행하는 등 공격적인 지출을 약속했다. 또 인공지능(AI) 산업 등에도 전년보다 10% 늘어난 3981억 위안(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인대 업무보고에서 처음 소개된 AI 지원책인 ‘AI+ 행동’은 올해도 계속 추진된다. 지난 1월 출시돼 세계적 충격을 안긴 저비용 고효율의 중국산 AI ‘딥시크’가 낳은 효과를 더욱 확장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행사에는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도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AI 상용화 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올해 국방예산 증액 폭은 7.2%로 4년 연속 7% 이상 늘어나면서 대만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리 총리는 평화통일을 추구한다는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며 통일을 강조했다.
  • “한국 인구, 60년간 절반으로 줄어든다” 섬뜩한 인구보고서

    “한국 인구, 60년간 절반으로 줄어든다” 섬뜩한 인구보고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5일(현지시간) 한국의 심각한 저출산 실태와 대응 방안을 담은 책자를 발간했다. OECD가 한국의 저출산 문제 관련 정식 책자를 출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OECD는 ‘한국의 태어나지 않은 미래: 저출산 추세의 이해’라는 제하 책자에서 출산율 감소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2023년 기준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0.72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국의 출산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한국 인구는 향후 60년간 절반으로 줄고, 2082년에는 전체 인구의 약 58%가 65세 이상 노인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기간 노인 부양 비율(20~64세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현재 28%에서 155%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는 한국의 출산율이 특히 다른 경제발전 국가보다 낮은 이유로 높은 사교육비 지출과 주택 비용 상승을 꼽았다. 한국이 사교육 이용을 줄이기 위해 공교육 질 개선이나 사교육 기관 규제, 수능 킬러 문항 제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대학 서열화라는 근원적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고 OECD는 지적했다. 주택 비용도 2013년~2019년 사이 두 배로 상승해 그 결과 결혼할 가능성이 4~5.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장시간 근무 문화가 만연한 점, 근무 시간과 장소의 유연성이 부족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점도 출산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여성이 집안을 돌봐야 한다는 성별 역할 인식과 혼외출산에 대한 인식 등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출산율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OECD는 한국의 출산율 하락을 막기 위해 가족정책을 분야별로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보육 서비스 제공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더 일치시켜야 하고, 직장 보육 시설도 더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육아휴직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한국의 육아 휴직 시 소득대체율(80%)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지급 상한액(2024년 기준 150만원)은 평균 임금의 46%로 스웨덴(95%), 노르웨이(124%), 프랑스(82%)보다 낮다. 또 한국의 육아휴직 자격이 엄격하고 자격자의 활용률도 낮아 OECD 국가 중 뒤에서 3번째 수준이다. OECD는 한국의 경우 가족 정책에 대한 공공 지출 확대에도 출산율이 계속 감소한 점을 지적하며, 공적 지원은 직접적인 재정 지원보다는 보육의 질과 접근성 향상, 육아 휴직제도 개선, 노동시장 개혁에 활용돼야 한다고 권고했다. OECD는 한국이 출산율을 끌어올릴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그사이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할 대안으로 여성 고용률 제고를 제시했다. 한국의 여성 고용률은 2023년 기준 16∼64세 인구의 61.4%로, OECD 평균인 63.2%보다 낮다. 특히 성별 고용 격차는 OECD에서 상위권이라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근무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3년 한국 통계청에서 55~79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0%가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이들의 주요 경력의 평균 은퇴 연령은 52.7세에 불과했다. OECD는 법적 연금 연령보다 낮은 회사별 의무 은퇴나 조기 은퇴를 장려하는 관행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OECD는 외국인 노동력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숙련 노동자를 받아들이기 위해 다양한 비자 장벽을 제거하고, 저숙련 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이 근무 연령과 이민을 늘리고, 합계 출산율을 1.1명으로 끌어 올릴 경우 207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12%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지금이 1등 골든타임”… ‘14억’ 인도서 제2의 도약 외친 구광모

    “지금이 1등 골든타임”… ‘14억’ 인도서 제2의 도약 외친 구광모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성장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달 말 세계 최대 신흥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를 방문했다. 젊은 정보기술(IT) 인재가 많고 내수 잠재력이 큰 인도를 ‘기회의 땅’으로 보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다. 4일 LG그룹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찾아 나흘간 머물며 연구개발(R&D), 생산, 유통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했다. 구 회장은 먼저 뉴델리의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의 변화와 생산 전략 방향을 살펴본 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돌아봤다. 특히 뉴델리의 LG브랜드샵과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을 직접 둘러본 구 회장은 채식 인구가 많은 인도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냉장고나 인도 여성들의 일상복인 사리의 옷감을 맞춤 관리해주는 세탁기 등 현지 고객 맞춤형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며 차별화된 고객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인도 시장에서 어떤 차별화를 통해 경쟁 기업들을 앞서갈 것인지는 앞으로의 몇 년이 매우 중요하고,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내년에 설립 30주년을 맞는 소프트웨어연구소도 방문했다. LG는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는 2000여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와 협업해 웹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소프트웨어(WS)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가속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 회장뿐 아니라 최근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인도를 찾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사업장 방문지로 인도를 선택해 롯데웰푸드가 운영하는 주요 제과 생산 시설을 둘러봤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해 10월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재계 총수들이 인도 시장에 공을 들이는 데는 인구와 생산성 등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인도는 인구 약 14억 5000만명으로 세계 1위이며, 국내총생산(GDP) 5위의 경제 대국이다.
  • “감세 경쟁 대신 조세 확충… 복지 늘리고, ‘개천의 용’ 키워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감세 경쟁 대신 조세 확충… 복지 늘리고, ‘개천의 용’ 키워야”[87년 체제 ‘대한민국’만 빼고 다 뜯어고치자]

    미완에 그친 경제민주화OECD 평균보다 낮은 조세부담률재정건전성 악화가 복지 확대 막아양극화 극복의 열쇠 ‘교육’교육 격차, 진학·취업 성패로 이어져“공교육 강화·대학 서열 없애 나가야” 87년 헌법에 명시된 경제민주화는 미완에 그쳤다. 1970~80년대 압축 성장 과정에서 빚어진 경제적 불평등을 국가가 오롯이 해소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아무리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면 가뜩이나 1%대 저성장의 터널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국가 역동성은 떨어지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청년들 사이에서는 ‘3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나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란 자조가 나온 지 오래다. 그렇다 보니 사회 갈등은 커지고 국민 통합도 요원해졌다.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국면에 극단으로 치닫긴 했지만, 최근 수년간 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양극단으로 치닫고 대화와 타협이 실종된 상황 또한 이런 계층 고착화와 무관치 않다는 의미다. 다수 경제, 사회학자들은 역대 정부가 성장에 치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재분배에 소홀했다고 입을 모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범람한 신자유주의와도 맞물려 있다. 이를 입증하는 지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낮은 조세부담률과 복지 지출이 꼽힌다. 4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경제주체의 세 부담 수준을 보여 주는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의 비율로 지난해 17.8%(추정치)를 기록, 2017년 17.9% 이후 7년 만에 18% 아래로 떨어졌다. OECD 회원국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2022년 기준 25.2%로 한국보다 3.1% 포인트가량 높다. 과세 기반을 넓혀 이를 어떻게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활용할지를 논의하기보다 여야 할 것 없이 감세 경쟁에 뛰어들었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감세 드라이브와 맞물린 재정건전성 악화는 복지 지출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한국의 GDP 대비 복지 지출은 2022년 기준 14.8%로 OECD 평균 21.1%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기회균등을 보장하기 위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해야 했음에도 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면서 자산 불평등이 커졌다”면서 “OECD 회원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복지 지출도 불평등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멀게는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가까이는 2020년 본격화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계기로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깊어졌다. 경제 위기 때마다 자본력을 가진 계층이 강한 생명력을 발휘해 더 많은 자본을 축적한 결과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1990년대부터 세계화와 기술 혁신에만 몰두하다가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경제 민주화가 주목받았지만 이후 경제 위기 극복에 치중하면서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는 87년 헌법 정신이 구현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 기간 초저금리 기조 속에서 ‘빚을 내서라도 버텨라’라는 생각이 확산하면서 가계 부채와 자영업 부채가 심각해졌다. 이것이 자산시장을 부풀리는 부작용을 일으켰는데 이걸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양극화 해결의 열쇠는 상당 부분 국가 재정의 역할에 달려 있다. 정 교수는 “양극화를 해결하려면 가계 소득을 보전하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첫 번째”라면서 “어느 때보다 국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원을 확보하려면 세수 확충이 뒤따라야 한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사회복지 지출을 확대하려면 부유층에 대해 실효세율을 높여야 할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에도 합리적인 세금을 부과해 세원을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납세 의무를 규정한 헌법 38조 정신을 이어 가야 한다는 의미다. 다만 조세를 통한 재분배 강화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을수록 세 부담이 커지는 ‘누진세’가 적용되는 세목의 세수를 넓히면 재분배가 강화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복지를 통한 양극화 해결에 한계가 있으므로 조세를 통한 재분배도 필요하다”고 했다. ‘경제정책방향’에 양극화를 극복할 사회 이동성 방안을 담아내려 했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계층 사다리 복원의 열쇠로 ‘교육’을 꼽았다. 소득 양극화의 뿌리를 교육 격차로 본 것이다. 부의 크기에 따른 교육 기회 불평등이 진학과 취업의 성패로 이어져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의미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초교육학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재분배 정책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육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교사 1인당 학생수를 줄이고 개인별 기초 학력을 튼실하게 하면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도 “공교육 시스템을 강화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좋은 대학과 직장에 진입하는 사례가 늘면 교육 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위계화된 대학이 양극화를 초래한다”면서 “학령인구 감소세를 고려해 서울대와 지방 국립대를 통합·평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대학 서열을 없애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 트럼프發 ‘관세대전’ 한국도 영향권… 멕시코 진출 기업 ‘먹구름’

    트럼프發 ‘관세대전’ 한국도 영향권… 멕시코 진출 기업 ‘먹구름’

    3대 통상국가 모두 보복관세 대상美, 일자리·정부 세수 창출도 노려멕시코 공장 둔 한국기업 400여곳 ‘무관세’ 대미 수출에 타격 불가피캐나다, 美수입품 25% 관세 ‘맞불’ 트럼프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전면적으로 치달으면서 미국과 주요 교역 대상국들 간 물고 물리는 통상전이 시작됐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도 전방위적인 영향권 안에 들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4일(현지시간)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 중국에 10+10% 추가 관세 부과를 시행하면서 미국의 3대 통상국가가 모두 보복 관세 대상이 됐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1980년대부터 사실상 무(無)관세 상태였다가 25%로 관세가 치솟아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중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주요 제품에 대한 관세가 이미 부과된 상태에서 추가로 20%가 더해진 것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알루미늄(12일)뿐 아니라 한국의 수출 효자인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이달 중 발표) 분야에도 업종별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대상인 ‘상호 관세’와 농산물 관세도 다음달 2일 시행하고 미국의 최우선 동맹인 유럽연합(EU)을 상대로도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사실상 대미 무역 흑자국을 모두 적으로 돌렸다. 그의 관세 부과 명분은 ‘국가안보 보호’다. 그러나 실제로는 무역 상대국을 관세로 위협해 제조업 미 본토 이전과 일자리 창출, 관세를 통한 정부 세수 창출까지 노린다. 다만 그가 바라는 대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 달러가 넘는 미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제조업을 살리고 노동자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전망이 많다. 대미 수출을 주력으로 삼는 한국 기업들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특히 멕시코에 터를 잡은 뒤 미국·캐나다·멕시코 협정(USMCA)을 이용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해 온 한국 기업들에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등 400여개 업체가 멕시코에 생산 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의 결정에 캐나다와 멕시코도 반격에 나섰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교장관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지난달 발표대로 “보복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1차로 오렌지주스와 와인 등 약 206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어치 미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추가로 트럭과 철강, 알루미늄 등 1250억 캐나다달러어치 상품에도 관세를 매길 계획이다. 멕시코 정부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5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발표한다고 전했다. 중국도 ‘표적 대응’에 나섰지만 지난달 보복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대화를 요구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 [사설] 국제질서 재편, 유럽 방위비 증액… K방산 역할 준비해야

    [사설] 국제질서 재편, 유럽 방위비 증액… K방산 역할 준비해야

    대한민국은 지금 안팎으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 국내적으로 탄핵 국면에서 국론이 찬반 양론으로 갈리고 있고 국제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안보·경제 모두에서 미국의 ‘처분’만 기다리는 형국이다. 설상가상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회담이 언쟁으로 끝나면서 미국의 국익 위주 대외정책에서 다음 희생양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감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방위산업이 높은 경쟁력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매우 다행스럽다. 트럼프와 젤린스키의 충돌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유럽연합이다. 미국이 우크라 지원에서 손을 뗄 경우 당장 유럽은 생존을 고민해야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각국에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3.5% 수준으로 높일 것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럽이 미국의 지원 없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려면 GDP의 3.5~4.0% 수준으로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도 있었다. 늘어난 방위비는 당연히 국방력 강화에 투입될 것이다. 한국은 K2 전차와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포, FA50 경공격기 등을 유럽 각국에 공급하고 있다. 3000t급 잠수함 수출도 논의하고 있다. 물론 늘어난 국방비의 상당 부분은 미국이 가져갈 가능성이 크고, 한국산 무기를 견제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저들에게 부족한 조기 공급 능력을 갖춘 우리 방위산업에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 트럼프가 선도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한국은 적어도 방위산업 분야에서만큼은 충분한 자생력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가 높이 평가한 우리의 전함 건조 능력은 이미 미국과의 ‘관세폭탄’ 협상에서도 지렛대로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미국이 ‘공인’한 조선 능력은 다른 나라와 전함 수주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 방산은 유럽 방위비 증액 분위기에서도 기회를 잡아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철저히 공조해 국익우선주의 세계질서에서 실리를 챙긴 성공사례로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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