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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를 움직였다

    한 청춘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를 움직였다

    도금 등 사내도급 금지… 위반 땐 과징금 불발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지정 양진호 방지법·아동수당법 등도 처리 31일 운영위 소집… 조국·임종석 출석한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법을 바꿨다.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목적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28년 만에 손질한 산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면서 앞으로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가 확대되고 처벌도 강화된다. 김용균법은 재석의원 185인 중 찬성 165인, 반대 1인, 기권 19인으로 가결됐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이 법은 도금작업 등 유해·위험성이 매우 높은 작업에 대해 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일시·간헐적 작업이거나 전문적이고, 기술상 사업 운영에 필수불가결한 경우에는 도급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이를 위반하면 10억원 이하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김용균법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만 6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아동수당법 개정안,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처벌 수위를 높이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도 가결됐다. 국회는 이를 포함해 사립학교 경영자 등의 비리 행위로 학교법인이 해산하면 학교법인 잔여재산을 국고로 환수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일부 개정안, 소위 ‘서남대 먹튀 방지법’ 등 95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김상환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재석의원 251명 중 찬성 161표, 반대 81표, 기권 1표, 무효 8표로 가결됐다. 반면 학부모들이 입법을 염원하고 있는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은 한국당의 반대에 막혀 본회의 처리가 합의되지 못했다. 합의가 불발되면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만든 3법이 아닌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만든 중재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 안건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유치원 3법은 약 1년 후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한편 여야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참석하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오는 31일 소집하고, 다음 본회의에서 채용비리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열악한 처우 견디다 못해…‘공무원’ 꿈꾸는 사회복지사

    열악한 처우 견디다 못해…‘공무원’ 꿈꾸는 사회복지사

    평균 연봉 2935만… 노동자의 87% 수준 복지시설 78% 유급휴가 수당 미지급 ‘공무원과 임금 비교해 적당’ 7% 그쳐 정부 매년 임금 수준 높여도 단기대책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시설 인력의 핵심인 ‘사회복지사’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을 견디다 못해 사회복지공무원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정부는 매년 이들의 임금 수준을 높이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자조적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2019년도 제1회 지방공무원 공개 및 경력채용 임용시험’ 잠정경쟁률 중 ‘사회복지 9급’은 93명 채용에 8080명이 지원해 86.9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행정(91.1대1) 다음으로 높았다. 전체 평균 경쟁률은 64.3대1이었다. 사회복지공무원 경쟁률은 다른 직렬과 비교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일반행정직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상승했다. 그만큼 사회복지사 중 공무원 지원자가 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열악한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의 처우와 관련이 깊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정부가 3년마다 시행하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보수 수준 및 근로 여건 실태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평균 연봉은 2935만 7000원에 그쳤다. 같은 해 전체 노동자 평균 연봉(3372만원)의 87.1% 수준이다. 그나마 2013년의 82.3%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경력이 평균 7년인 생활시설 사회복지사의 평균 연봉은 3104만 2000원으로 전체 노동자 평균에 한참 못 미쳤다. 이용시설 사회복지사는 평균 경력 5년에 연봉이 2534만 8000원으로 더 적었다. 사회복지 공무원과 시설 종사자 임금을 비교해 ‘적당하다’고 밝힌 비율은 7.0%에 그쳤다. 특히 여성가족부 산하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중 임금에 만족한다는 비율은 5.7%에 불과했다. 전체 평균은 9.1%였다. 박경수 한양사이버대 교수는 “하위직의 보수 수준은 공무원 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상위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격차가 커진다”며 “정부 인건비 가이드라인 상향과 여가부 시설 종사자의 처우 현실화 등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간외 근무수당을 전액 받는다’는 종사자는 33.6%에 불과했다. 사회복지시설의 78.6%는 종사자에게 유급휴가 근로수당을 주지 않았다. 또 생활시설 종사자에게 주 1회 유급휴가를 주지 않는 비율이 14.7%나 됐다. 근로기준법은 주 1회 유급휴일을 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중 ‘인권을 충분히 보장받는다’는 응답은 44.0%로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14년 조사 당시의 45%보다 오히려 하락했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에 시범사업을 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 외에는 ‘돌봄서비스 단가 인상’ 등 단기 대책에 골몰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사회복지시설 대체 인력은 233명에 불과하다. 국내 전체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는 51만명에 이른다. 김유경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복지시설 중 생활시설의 1일 2교대제 폐단을 줄이기 위해 4조 3교대제를 검토해야 한다”며 “국고보조시설과 지방이양시설의 인건비 격차를 줄이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南 “기차 타고 유라시아 갈 것” 北 “실제 공사는 남측과 협의”

    南 “기차 타고 유라시아 갈 것” 北 “실제 공사는 남측과 협의”

    승차권엔 ‘서울~판문, 운임 1만 4000원’침목 서명… 궤도 체결·도로표지판 제막김현미 장관 “더 자세한 조사·설계 필요”80대 실향민 “개성 와서 감개무량” 눈물민주·야당 등 지도부 참석… 한국당 불참‘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 기념 승차권. 2018년 12월 26일(수). 서울~판문. 운임 1만 4000원.’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 남측 참석자 100명이 26일 서울역에서 판문역행 승차권을 받아 들고 새마을호 특별열차 9량에 몸을 실었다. 승차권 규격과 형식은 일반 승차권과 다르지 않았다. 운임이 적혀 있었지만 ‘무료’였다. 2007~2008년 경의선 남북 간 화물열차를 몰았던 기관사 신장철(66)씨는 “마지막 화물열차를 운행한 지 10년이 흘렀는데 퇴직한 뒤에 또 언제 가볼까 싶었다”며 감개무량해했다. 남측 참가자들은 도라산역을 지나 군사분계선(MDL)을 통과해 판문역에 도착했다. 북측 참가자 100명도 열차를 타고 판문역으로 왔다. 북측 세관원은 평소에도 판문역에 근무하는 직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철도부에서 근무한다”며 “판문역에 열차가 선 것이 10년 만”이라고 답했다. 착공식 전 남북 당국 인사들은 환담을 나눴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철도·도로 연결은 남북이 함께 가는 의미가 있고 오늘 참여한 분들은 철도의 침목 역할을 하며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평창동계올림픽 때 성화봉송 남북 단일팀에게 무대가 가팔라서 힘들지 않았느냐 했을 때 ‘우리가 함께해서 힘든 게 없었다’고 답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화답했다. 착공식 본행사는 오전 10시부터 시작됐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윤혁 북한 철도성 부상이 착공사를 하고 침목 서명식에 이어 남북 인사들이 궤도를 연결하는 궤도 체결식과 도로표지판 제막식을 함께 했다. 북측 취주악단의 개·폐식 공연도 있었다. 남측 참석자들은 개성공단 내 숙박시설인 송악플라자에서 따로 오찬을 하고 다시 열차에 올라 오후 3시쯤 서울역으로 귀환했다. 리 위원장은 착공식 행사장에서 소회를 묻자 “감개가 무량하다”고 했다. 실제 공사 가능 시기를 묻자 “남측과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은 오찬에서 “본격적으로 철도·도로를 착공하려면 보다 자세한 조사, 설계 과정이 필요하다”며 설계에만 1~2년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철도 착공식은 2002년 이후 16년 만에 다시 열린 행사다. 2002년 착공식 때는 남북이 각자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행사를 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과 달리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며 “남북 철도·도로가 원만하게 현대화되면 유라시아 대륙을 우리 기차를 타고 가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착공식에는 러시아와 중국, 몽골의 철도·도로 관계부처 인사와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이들은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연결 사업에 대해 관심을 드러냈다. 안드레이 쿨리크 주한 러시아 대사는 “남북 철도 연결은 유라시아와 연결돼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갈 수 있어 관심이 있다”고 했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도 “서울과 평양이 이어지게 되면 나중에 서울에서 바로 기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고대하겠다”고 했다. 그는 북측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에게 “중국고속철도가 단둥까지 연결돼 있는데 평양까지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본국(중국)의 말이 있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판문역에는 남북이 각각 초청한 쿨리크 주한 러시아 대사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인사는 “남북 간 행사에 러시아 대사들이 중간에서 만나는 게 무척 신기하다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개성이 고향인 이산가족 김금옥(86)씨와 남북교류협력기금 기부자인 권송성(77)씨도 착공식에 참석했다. 김씨는 판문역에 도착하자 “외가가 서울이어서 방학하면 열차로 서울역에서 오가곤 했다”며 “생전에 갈 수 있을까 했는데 개성 가까이 와서 감개무량하다”며 끝내 눈물 지었다. 4·27 판문점선언 이후 남북 철도·도로 협력사업에 써 달라며 남북협력기금에 1000만원을 기탁했다는 권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을 할 때 성공적인 회담을 하시라고 1000만원을 기부했고 이후에도 두 차례 더 기부했다”며 “철도·도로 연결이 잘되도록 기도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승용 국회 부의장,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지만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조 장관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 착공식 참석과 관련, 세 차례 전화하고 면담 일정까지 잡았으나 끝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언제 착공할지 기약 없는, 착공 없는 착공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위해 하는 가불 착공식”이라고 비판했다. 개성공동취재단·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재정자립도 편차 최대 3배 차이나

    서울특별시의회 김기덕 의원(더불어민주당·마포4)이 12월 26일 서울시 행정국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재정자립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상위와 최하위의 편차가 37.8%p인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자치구별 재정자립도는 서초구와 중구가 53.4%로 1위를 차지했고 강남구(53.3%), 종로구(47.4%), 용산구(41.1%), 송파구(39%), 영등포구(37.9%), 성동구(34.1%), 마포구(31.5%), 강동구(31%)가 상위 10개구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광진구(27.1%), 양천구(26.8%), 동작구(26.8%), 동대문구(25.6%), 금천구(25.6%), 서대문구(25.4%), 구로구(22.5%), 강서구(21.5%) 등 8개구는 20%대의 재정자립도를 보였다. 반면, 노원구는 15.6%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가운데 재정자립도 최하위를 기록했고, 성북구(19.6%), 관악구(19.4%), 중랑구(19%), 도봉구(18.5%), 은평구(18%), 강북구(17.6%) 등도 상위권 자치구와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전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6년 28.5%에서 2017년 27.6%, 2018년 30.0%로 이는 복지비용 증가로 예산규모가 늘어나면서 자립도가 과거에 비해 20% 정도 낮아지는 수치이다. 김기덕 의원은 “최근 복지정책 확대 등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의 증가로 재정자립도가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며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자치구별 재정자립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김 의원은 “국가균형발전과 재정분권을 실현하기 위해 상위권과 하위권 자치구별 재정자립도 편차가 크지 않도록 재조정하는 정책을 도입하고 더 나아가 재정자립도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체납액 징수 등 서울시와 자치구의 자발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정자립도는 재정지표상 다른 자치구에 비해 재정구조가 취약하거나 자구노력 등 정도가 미흡한 경우 개선을 위한 동기와 재정개선 목표설정에 직·간접적인 기준으로 지방재정이 발전적으로 운영되도록 활용되고 있다. 또한 재정수입의 자체 충당 능력을 나타내는 세입분석지표로 일반회계의 세입 가운데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비율로 측정하며 일반적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세입징수기반이 좋은 것을 의미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사문난적으로 몰린 박세당, 세상에 굴하지 않고 ‘학문의 길’ 가다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사문난적으로 몰린 박세당, 세상에 굴하지 않고 ‘학문의 길’ 가다

    #우암의 학문 권력이 사문난적 굴레를 씌우다 1700년 4월 12일, 성균관 유생 홍계적 등 180명이 숙종에게 상소해 서계(西溪) 박세당(朴世堂·1629∼1703)이 지은 ‘사변록’(思辨錄)과 ‘이경석신도비명’(李景奭神道碑銘)을 불태워버리기를 청하면서 말한다. 온 세상으로 하여금 주자(朱子)의 말은 헐뜯을 수 없고 송시열의 어짊은 모함할 수 없으며, 성인을 업신여기고 정인(正人)을 욕하는 죄는 징계하지 않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알도록 하소서.성인에 버금가는 주자를 헐뜯고 바른 사람인 우암 송시열을 모욕한 서계를 단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이 상소로 서계는 일흔다섯의 나이에 삭탈관작과 문외출송의 명을 받고 이어 전라도 옥과로 유배되는 처분을 받는다. 이 상소가 나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서계 생전에 마지막으로 지은 ‘이경석신도비명’ 때문이다. 이에 앞서 이경석은 조선이 청나라에 항복한 뒤 “문자를 배운 것을 후회한다”면서 청 태종의 공덕을 찬양하는 ‘삼전도비문’을 지은 바 있다. 서계는 이경석의 신도비명에서 그의 ‘삼전도비문’ 찬술이 불가피한 일이었음을 피력한다. 그리고 송시열과 이경석을 올빼미와 봉황에 견주면서 “불선한 자는 미워할 뿐, 군자가 어찌 이를 상관하랴”라고 해 송시열을 불선한 소인배로 깎아내린다. 성균관 유생이 서계를 단죄할 빌미로 삼은 것은 이경석의 신도비명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변록’에 대한 노론의 의구심과 분노가 깔려 있었다. ‘사변록’은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을 주석한 주자의 ‘사서집주’를 서계가 비판적 시각에서 새로운 해석을 가한 책이다.#현실에 끝내 고개 숙이지 않다 송시열을 모욕하고 주자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주자를 성인시하고 송시열을 ‘조선의 주자’로 여기는 노론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노론은 서계를 이단으로 몰아 ‘사문난적’(斯文亂賊) 굴레를 씌웠다. 이때 송시열은 이미 죽고 없었지만 그의 학문 권력은 이토록 강고했다. 이런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던 것일까. 서계는 ‘사변록’을 완성하고 나서 ‘좀’이란 시에서 자신의 운명을 이렇게 자조한다. 좀이라는 놈 평생 책 속에서 살면서 다년간 글자를 먹더니 눈이 문득 밝아졌네 뉘에게 인정받으랴 그래 봐야 미물인 걸 경전 망쳤단 오명만 영원히 뒤집어쓰겠지 그러나 시는 시일 뿐이다. 서계의 진짜 생각은 달랐다. 서계는 ‘사변록’ 서문에서 “육경(六經)의 귀결처는 하나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갈래이므로 다양한 견해가 수용되어야 육경의 대체가 온전해질 수 있다”고 역설한다. 주자만을 맹신하던 당시 학문 풍토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서계는 죽음을 몇 해 남겨 두고 스스로 묘표를 지어 또 이렇게 말한다. 맹자의 말씀을 매우 좋아한다. 차라리 외롭고 쓸쓸하게 지내며 남과 합치되는 바가 없이 살다 죽을지언정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이 세상에 맞춰 살면서 남들이 선하다고 해 주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자에게 끝내 고개 숙이거나 뜻을 굽히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다. 여기서 “세상에 맞춰 살면서 남들이 선하다고 해 주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자”는 공자가 말한 ‘향원’(鄕原, 사이비 군자)에 대해 맹자가 그 의미를 부연한 말이다. 맹자는 또 향원을 ‘더러운 세상에 영합하면서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만 요순의 도에는 들어갈 수 없는 자’로 묘사한다. 서계의 짧은 말 속에는 이런 의미맥락이 숨어 있다. 무덤에 들어가서도 향원에 불과한 자에게 고개 숙이거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미완의 꿈-석천동 은거 세상 사람치고 은거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서계도 그런 꿈을 꾸었다. 서계는 마흔이 되던 1668년, 벼슬에서 물러나 양주 석천동에 은거한다. 지금의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 수락산 골짜기다. 서계는 30년을 넘게 이곳에서 살다가 이곳 언덕에 묻혔다. 스스로 보기에도 재주와 역량이 보잘것없어 큰일을 하기에 부족한 데다 세상도 날로 도가 쇠해져 바로잡을 수 없다고 여겼다. 마침내 벼슬을 버리고 물러나 도성에서 30리 떨어진 동문 밖 수락산(水落山) 서쪽 계곡에 은거하였다. 그 계곡을 ‘석천동’(石泉洞)이라 이름하고, 이로 인해 스스로 ‘서계초수’(西溪樵)라 일컬었다. -서계초수묘표(西溪樵墓表) 하지만 은거한다고 세상과 오롯이 멀어지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깊은 곳이라도 속세로 통하는 길은 나 있게 마련이다. 그 길 너머에는 가까운 피붙이가 있고 그리운 벗도 있으며, 학문적 동지도 있고 적도 있다. 서계는 소론의 거두인 윤증을 비롯해 8촌 아우 박세채, 처남 남구만 등과 교류했다. 우참찬 이덕수, 함경 감사 이탄, 좌의정 조태억 등은 서계의 문하로서 정계에서 활약했다. 이래저래 세상과 얽힐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서계의 은거는 미완의 꿈이었다. 사문난적으로 몰린 게 그 반증이다.#두 자식을 먼저 보낸 아비의 슬픔 게다가 서계의 만년은 그야말로 기구했다. 환갑을 전후해서 4년 사이에 큰아들 박태유를 병으로 잃었고, 촉망받던 작은아들 박태보마저 잃었다. 박태보는 인현왕후 폐비를 반대하는 소를 올렸다가 숙종의 노여움을 사 국문 끝에 죽었다. 박태보를 미워했던 송시열조차 그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박태보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도록 자손에게 경계하였다는 기록이 숙종실록에 보인다. 자식을 둘씩이나 앞세워 보낸 아비의 슬픔이 어떠했겠는가. 박태보를 잃은 이듬해 섣달에 서계는 ‘달자(達者)가 어리석다고 욕할까 봐 함부로 슬퍼하지도 못하고’ 이렇게 울음을 삼킨다. 일 년이 다하도록 아무런 의욕이 없고 종일토록 내내 기쁜 일 드물구나 자식이 죽으면 그래도 아비가 묻지만 아비가 늙으면 다시 누가 보살피랴 -섣달그믐에 소회를 털어놓다 #시인이기를 거부했던 서계 서계의 시와 문은 간결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얼핏 보면 깡마른 고목 같다. 그러나 그 속에는 생명이 꿈틀댄다. 그렇지만 서계 자신은 시인이 되기를 거부한다. 시인이 되느니 차라리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게 낫다.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자그마한 명성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성은 남이 주는 것이고 쓸모없음은 내가 하기 나름인 것이니, 남이 주는 명성에 얽매여 살까 보냐. -한인(閑人)시의 시서(詩序) 서계는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학문을 했다. 그래서 그는 시인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쓸모없는 사람이 되길 원했다. 서계가 현실에 고개 숙이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갈 수 있었던 힘은 일견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이런 완고함에서 나온 것이고, 그 문학적 성취와 학문적 결실은 문집인 ‘서계집’을 비롯해 ‘사변록’, ‘신주도덕경’, ‘남화경주해산보’, ‘색경’으로 남아 있다. 김낙철 한국고전번역원 교수 ●‘서계집’은 시·서 등 모은 시문집…추각본 포함 총 22권 조선 후기 소론계 학자이자 문인인 서계 박세당의 시문집이다. 1권에서 4권까지는 800여편의 시(詩)가, 5권에서 16권까지는 소차(疏箚), 서(書), 서(序), 기(記), 제문(祭文) 등이 실려 있다. 17권에서 22권은 2차에 걸쳐 추각된 것으로, 간독(簡牘), 시장(諡狀), 연보(年譜)가 실려 있다. ‘한국문집총간’ 134집은 추각본이 모두 포함된 22권본으로 정리됐고,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이를 저본으로 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에 걸쳐 4권의 번역서를 완간한 바 있다.
  • “대부 수의계약 엄격히… 개발 국유지 혁신 창업 공간으로”

    “대부 수의계약 엄격히… 개발 국유지 혁신 창업 공간으로”

    박성동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은 1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유지 불법 사용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뜻을 밝혔다. 또 국유재산 관리의 패러다임을 보존·유지에서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적극적 개발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국유재산에 대한 개발 필요성도 나오고 있다. -기재부는 국유 일반재산 개발사업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위탁한 뒤 2008년부터 ‘나라키움 저동빌딩’ 등 총 21건의 국유지 개발 사업을 완료했다. 국유재산 관리 개념을 소극적인 보존이 아닌 사회적 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 개발·활용으로 바꾸려 한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유지를 활용해 공공업무시설뿐 아니라 혁신창업 공간, 청년 임대주택,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도 나설 예정이다. →특히 청년 창업 공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국유지 개발 시설에는 혁신성장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임대료도 감면해주고, 인테리어 비용 중 일부도 지원해주기로 했다. 내년 5월에는 국유재산 신축 건물 ‘나라키움 역삼A빌딩’에 벤처 창업 지원을 위한 ‘서울소셜벤처허브센터@캠코’가 조성된다. →불법 전대가 발생하는 등 국유재산 관리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지 대부 시 실경작 여부 확인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찾아가는 설명회’를 통해 인식을 바꾸는 한편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안도 검토 중이다. 우선 수의계약을 엄격히 하고 공개 입찰을 늘리려 한다. 또 한 번 대부계약을 맺었다고 해서 그걸로 끝내지 않고 실제 사용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단속이 왜 어렵나. -농지의 경우 폐쇄적인 농촌문화와 친족관계로 얽힌 특수성으로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 사이에 음성적인 전대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불법사용 신고센터’를 통한 사례 접수가 중요하다. 대부농지 전수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개선이 있을 것이다.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국민연금도 국가가 지급보장…60대 96% “찬성“, 20대 11.2% “반대”

    국민연금도 국가가 지급보장…60대 96% “찬성“, 20대 11.2% “반대”

    국민연금도 다른 특수직역연금(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지급보장이 명문화된다. 기금 고갈에 대한 국민적 불안을 잠재우고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반발 여론을 줄이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민연금제도 개혁에 대한 자문안이 나왔을 때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에 따르면 국민연금법에 연금급여 지급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취지가 명확하게 나타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국민연금법엔 ‘국가는 연금급여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는데, 이는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강제하는 의무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복지부는 지역·연령·성별·소득 등을 고려한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 2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7%가 ‘국가의 지급보장 명문화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반대 의견은 6.7%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60~64세의 찬성 응답이 96.3%로 가장 높았고, 40~49세 94.4%, 50~59세 93.8%, 30~39세 89.7%, 20~29세가 88.1%로 뒤따랐다. 20~29세에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이 두 자릿수(11.2%)를 기록해 젊은 세대의 부담감을 조금이나마 드러냈다. 이날 발표된 4가지 국민연금 개편안 중 어느 안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기금고갈 시점이 달라진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안은 현행 유지 방안이어서 기금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소득대체율을 45%로 상향하고 보험료율을 12%로 3% 포인트 올리는 세번째 안의 기금소진 연도는 2063년, 소득대체율을 50%로 대폭 끌어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4% 포인트 인상하는 네 번째 안은 2062년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은 국고지원금제도가 도입된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2조 4550억원이 지원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공무원연금 재정추계 분석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55년까지 누적 국고지원금이 321조 9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2055년 한 해에만 국고지원금으로 10조 8000억원이 지출될 것으로 추계됐다.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로 돌아서 지난해까지 모두 24조 8445억원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됐다. 2055년 한 해에만 3조 1393억원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측됐다. 사학연금은 2051년 적자로 전환돼 국고지원금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금 개혁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가 이 모두를 국민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도 국가의 지급 보장이 명문화되는 만큼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대구시, 지방재정개혁 발표대회‘행안부장관상 수상’

    대구시가 2018년 지방재정개혁 우수사례 발표대회에서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인센티브로 교부세 1억5000만 원도 확보했다. 이번 발표대회는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243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한 해 동안 획기적인 생각과 혁신으로 세출을 절감하거나 세입을 증대한 지방재정 분야 우수사례를 발표한 것으로, 내?외부 전문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대구시가 지방세 분야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 날 수상한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면 체납액 징수 쑥쑥!’ 사례는 대구시와 구·군이 함께 장기 미집행 압류공탁금에 대하여 체납자를 대위하여 담보취소 소송을 제기 등 일제정리를 통하여 국고귀속 전 채권을 회수하고 실익이 없는 압류는 해제하여, 생계형 체납자의 경제회생 지원에도 큰 효과를 거둔 모범적인 협치 세정의 공로를 인정받아 교부세 1억5000만 원을 재정인센티브로 지원받는다. 또 이번 수상은 지난 2010년 대통령상 수상을 시작으로 9년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명실상부한 지방세 분야 전국 최고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빛나는 성과를 이루어 냈으며, 그간 교부받은 재정인센티브만 22억 원에 이른다. 대구시 정영준 기획조정실장은 “매년 지방재정개혁 발표대회에서 대구시가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은 평소 지방세 공무원들이 창의적인 역량을 모아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우수한 사례들을 적극 발굴하여 전국으로 전파?공유함으로써 지방분권 실현을 위한 지방재정 확충에 일조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국유재산의 변신] “돈 주고 빌린 땅이 국유지”…무단점유 관리하니 반으로 줄었다

    [국유재산의 변신] “돈 주고 빌린 땅이 국유지”…무단점유 관리하니 반으로 줄었다

    고령자·영농법인 등 대부농지 우선 조사 불법전대 적발 시 실사용자와 대부계약 무단점유 9만필지 3년 만에 5만필지로 국유재산 관리 통한 국고 납익 1조 돌파“세를 얻어서 농사지은 지가 벌써 6년이나 흘렀는데, 그동안 이 땅이 국유지라는 걸 전혀 몰랐지. 맨 처음 계약할 때도 나라 땅이란 말이 하나도 없었거든.” 올 3월 충남 서산에서 농사짓던 밭을 둘러보던 이모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설치한 국유지 표시 푯말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마을에 사는 김씨 할아버지에게 1년에 220만원씩 주고 빌린 땅이 국유지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터였다. 자초지종을 알기 위해 캠코 직원과 통화한 이후에야 이씨는 김씨가 말로만 듣던 불법 전대를 한 사실을 알았다. “시골에 있는 농가끼리는 잘 아니까 땅을 빌려도 구두 계약으로 하고 진짜 누구 땅인지는 잘 안 따진다고. 으레 저 집안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었으면 사유지겠거니 하고 넘기는 거야.” 전대가 드러난 이후 이씨는 국가와 새로 대부계약을 맺고 평소 짓던 무 농사를 이어 가고 있다. 불법 전대에 따른 계약 해지와 동시에 실경작자가 대부계약 당사자가 된 사례다. 이씨가 나라에 선납하는 1년치 사용료는 100만원 안팎으로, 김씨에게 줬던 임대료의 절반도 안 된다. 반대로 생각하면 김씨는 나라 땅을 빌려 재임대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돈을 벌었던 셈이다. 지난 7일 서울신문 기자와 만난 이씨는 “나라와 직접 계약을 한 것이 나에게는 큰 이득”이라면서 옅은 미소를 보였다. 서산시 고북면 정자리 469-9. 지난 7일 이씨는 새로 대부계약을 맺은 그 땅을 캠코 내포지부 직원들과 다시 찾았다. 여느 시골 농지처럼 눈으로만 봐서는 국유지인지, 사유지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내포지부 관계자는 “오랫동안 대부를 해 온 농지는 마치 집안 소유 땅으로 여기는 탓에 전대가 얼마든지 횡행할 수 있다”면서 “전대가 불법인 줄 모르는 농민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농지 불법 전대 적발이 잇따르자 농촌도 크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날 충남 태안군 안면읍에서 만난 중장리 이장 이남원씨는 “최근 3주에 걸쳐서 세 개 팀이 나와 조사를 했는데 우리 마을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면서 “싸게 국가로부터 땅을 빌리고서 비싸게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적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장리는 135만 3000㎡ 농지를 30여명이 전대 없이 실경작하는 것으로 확인돼 대표적인 우수관리 사례로 꼽힌다. 농지를 중심으로 전대 문제가 잇따르자 캠코는 불법 전대 금지 안내판을 새로 설치하는 등 불법 사용 방지에 팔을 걷어붙인 상태다. 특히 이씨처럼 평소 국유지인지 모르고 있던 농민들에게는 눈에 확 띄는 경고문이다. ‘무단사용, 전대·전차 행위 금지’가 적힌 안내 푯말은 대부면적 1만㎡ 이상 농지에 우선 설치된다. 여기에 전체 국유재산 63만 필지 중 대부농지인 12만 8145필지에 대해서는 내년 6월 말까지 전수조사를 해 전대 여부를 일괄 점검할 계획이다. 이 중에서도 1000㎡ 이상 계약이 체결된 대규모 농지, 빌린 사람이 영농법인이거나 고령자인 3만 9014필지가 우선 조사 대상이다. 허태회 캠코 국유대외협력팀장은 “영농법인은 대규모 농지를 빌려 운영하기 때문에 제3자에게 전대해 경작을 맡길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본인이 직접 경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고령자와 격지 거주자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캠코에 따르면 국유 대부농지 1억 4391만㎡ 중 60대가 가장 많은 4491만㎡(31%)를 빌렸고 50대가 3520만㎡(25%)로 뒤를 이었다. 80대 이상도 1349만㎡(9%)를 대부 중이다. 캠코가 각 지방자치단체가 분산 관리하던 재산을 인수해 2013년 6월부터 국유재산을 전담관리한 이후 무단 점유 필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2015년 9만 8051필지에 달하던 무단 점유 재산은 올해 10월 기준 4만 7565필지로 줄어들었다. 전체 관리 필지 중 15.8%에서 7.5%로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 변상금 부과액도 2015년 407억원, 2016년 379억원 수준이었지만 올해 10월 이미 740억원으로 평년 수준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재산매각대금, 사용료 등까지 더해져 올 10월까지 국유재산 관리를 통한 국고 납입액이 1조 68억원이다. 이런 성과는 캠코의 체계적인 관리와 현장 조사, ‘국유재산 무단 점유 신고센터’에 접수된 시민의 신고가 큰 기여를 했다는 게 캠코 측 설명이다. 국유재산총괄부 윤윤국 부장은 “행정 목적으로 쓰기 어려운 국유재산을 국민들에게 빌려주거나 팔아 재산의 적극적 활용 및 재정 수입 증대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무단 점유 재산에 대해서도 변상금 부과에 그치지 않고 대부계약 안내를 통해 국유재산 정상화를 도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캠코는 1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실태조사와 달리 전수조사는 타 지역 담당자가 현장을 찾는 교차조사로 바꿔 객관성을 더욱 높이기로 했다. 글 사진 서산·태안 조용철 기자 cyc0305@seoul.co.kr
  • 박정희 스위스 비밀계좌, 50년 만에 베일 벗을까

    박정희 스위스 비밀계좌, 50년 만에 베일 벗을까

    안민석·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 정보공개청구1978년 미 하원 ‘프레이저 보고서’에 계좌 단서이후락, 박종규 등 정권 실세 통해 최소 3개 관리해외불법재산을 찾아내 국고로 환수시키고자 하는 시민단체와 여당 국회의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스위스 비밀계좌의정보를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재산되찾기운동본부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재산찾기특별위원장 안민석 의원 등은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요구했다. 안 의원 등은 박정희 군사정부 시절 스위스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관리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와 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에 계좌 현황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또 지난 6월 검찰, 국세청 등 5개 정부기관이 출범한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에도 박정희 비밀계좌‘ 관련 조사 정보를 밝히라고 촉구했다.이들은 올해부터 스위스를 포함한 전세계98개국 정부가 금융거래정보를 자동으로 교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을 들어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대한민국 국적보유자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희 정부의 스위스 비밀계좌의 실체는 지난 1978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가 작성한 ’프레이저 보고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1976년 재미사업가 박동선의 미국 의회 로비사건, 이른바 ’코리아게이트‘를 계기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정희 정부는 당시 중앙정보부장 이후락의 아들 이동훈, 비서실장 박종규, 흥국상사 회장 서정귀 등의 명의로 최소 3개 이상의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만들어 관리했다.박동선게이트를 조사한 프레이저소위원회는 이후락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돈을 모아 스위스은행 계좌에 예치했으며 필요할 때 돈을 인출해 박 전 대통령에게 건넸다고 파악했다. 이 돈이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책상 뒤 캐비닛에 보관됐다는 상세한 진술도 확보했다. 이후락의 아들 이동훈은 박 전 대통령이 스위스 비자금을 만든 이유에 대해 “지지자들과 야당 지도자를 매수하는 데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레이저보고서는 한국 정유사업에 투자한 미국 정유기업 ’걸프‘가 박 대통령에게 건넨 20만 달러가 스위스 은행 UBS의 비밀 계좌번호 ’626,965.60D‘에 예치됐다고 밝혔다.1962년 대한석유공사(유공)과 합작으로 한국에 최초의 정유공장을 설립한 걸프는 1969년 석유판매회사인 흥국상사 지분 25%를 200만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계약서 서명만 남은 상태에서 이후락이 박 전 대통령의 미국여행경비가 필요하니 주식매입대금의 10%인 20만 달러를 달라고 걸프 측에 요구했다. 걸프는 곧 흥국상사 회장 서정귀 명의의 스위스 계좌에 해당 금액을 보냈다. 이후 이후락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같은 해 12월 돈을 인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레이저소위원회는 해당 계좌가 서정귀 이름으로 돼있긴 하지만 실제 관리자는 이후락의 사위 정화섭이었다고 판단했다. 정화섭은 중앙정보부 국장으로 재직하며 박정희 정부 해외비자금을 관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박 전 대통령의 경호실장 박종규도 스위스에 비밀계좌를 운영했다고 프레이저소위는 파악했다. 스위스 은행 BAGEFI에 개설된 박종규 명의 계좌에서 박정희 정부의 로비스트였던 박동선의 미국 계좌로 19만 달러가 송금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안 의원 등은 “박정희 정부의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의혹은 한번도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려진 바가 없다”며 해당 계좌에 들어있던 돈의 규모와 박 전 대통령 사후 비자금의 행방 등을 좇아 국고로 환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특활비 상납’ 남재준·이병기, 항소심서 1년씩 감형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전직 국가정보원장들이 항소심에서 줄줄이 감형됐다. “국정원장은 회계관계 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박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의 관련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각각 1심보다 1년씩 낮은 형을 선고했다. 남 전 원장은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으로, 다른 두 명도 각각 징역 3년 6개월에서 2년 6개월로 감형됐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특가법상 국고손실죄가 무죄로 판단되고 일반 횡령죄만 적용된 결과다. 특가법상 국고손실죄는 돈을 횡령한 사람이 ‘회계관계 직원’이어야 성립된다. 1심은 국정원장들이 회계관계 직원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중앙관서의 장은 회계책임관을 임명해 회계 관계업무 중 특정 권한을 위임할 수 있다”면서 “이때 회계관계 직원은 소속 공무원이지 중앙관서의 장이 되는 게 아니며, 국정원이라고 달리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 [국유재산의 변신] 흉물 교도소가 명물 촬영지로… 국유재산 관리 역발상 ‘대박’

    [국유재산의 변신] 흉물 교도소가 명물 촬영지로… 국유재산 관리 역발상 ‘대박’

    대한민국 정부는 장부가치만으로 20조원이 넘는 부동산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 불법 전대 등 국유지 관리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나라 곳간을 지키고 이에 더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다. 서울신문은 3회에 걸쳐 캠코의 국유재산 관리 모범사례를 살펴보고,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국유지 불법 사용 실태와 해결책, 그리고 미래의 국유재산 관리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본다.“교도소에서 촬영을 할 때면 장흥군 가게들은 말 그대로 ‘대목’입니다. 예전엔 교도소가 흉물이었는데, 이제는 효자가 됐죠.”(조국선 전남 장흥군청 재무과장) “처음 맡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죠. 장부가치의 절반 이상을 철거비용으로 써야 팔 수 있었으니까요. 한마디로 답이 없는 자산이었죠. 사실 이렇게 대박이 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한국자산관리공사 광주전남지역본부 나기수 과장) 11일 찾은 전라남도 장흥군의 장흥교도소에는 찬바람이 쌩하게 불었다. 영화 ‘더 프리즌’,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 생활’, ‘피고인’, ‘무법변호사’, ‘친애하는 판사님께’, ‘나인룸’ 등 인기작들의 촬영지로 유명한 장흥교도소는 페인트가 벗겨진 높은 담장이 을씨년스러운 ‘진짜 교도소’였다. ‘슬기로운 감빵 생활’의 장소 섭외를 맡았던 양종성 CJ E&M 부장은 “국내에 촬영 가능한 교도소가 몇 곳 없는데, 그중 장흥교도소가 가장 리얼한 교도소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해 섭외했다”면서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을씨년스러운 건물이지만, 장소 섭외를 해야 하는 이들에겐 천연기념물 같은 장소”라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장흥교도소는 내년에도 새 드라마 촬영 일정이 빡빡하게 잡혀 있다.지금은 드라마·영화의 ‘감빵’ 장면 촬영의 명소로 유명한 장흥교도소지만 법무부에서 기획재정부로 이관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을 맡게 됐을 때는 그냥 ‘골칫덩이’였다. 1974년 건설 당시부터 민원의 온상이었던 옛 장흥교도소는 2015년 9월 용도 폐기 결정이 나자 주민들이 하루빨리 철거를 해달라고 장흥군에 민원을 넣고 있었다. 2015년 캠코가 장흥교도소에 대한 관리를 처음 시작할 때 장부상 가치는 토지 15억 8900만원, 건물 6억 7500만원인데, 철거비용은 13억원으로 예상됐다. 캠코 관계자는 “건물은 장부상 가치이지 사실상 의미가 없었다. 철거비용을 정리하고 나면 사실상 자산 가치가 의미가 없는 수준이 되는데, 이렇게 처분하면 국고에 손실이 적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사용이 중지된 교도소 건물을 그대로 방치하면 범죄장소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고, 국유자산을 묵혀두기도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장흥교도소 관리를 맡고 있던 캠코의 박정석 과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장흥교도소를 드라마·영화 등의 촬영 장소로 빌려 주자는 것이었다. 박 과장은 “국내 교도소들이 리모델링을 하거나 새로 지어지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도소의 모습을 갖춘 건물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역발상으로 희귀한 건물이니 누군가에겐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2016년 1월 6일 전남영상발전위원회를 찾아가 장흥교도소가 한국에서 가장 교도소다운 모습을 갖춘 촬영지로 영화나 드라마의 감옥 장면이나 탈옥 장면 등을 찍기에 ‘딱’이라고 홍보를 했다. 보름 정도가 지나자 영화사 나인에서 연락이 왔다. 감옥을 배경으로 한 영화 ‘더 프리즌’의 교도소 장면을 장흥교도소에서 찍고 싶다는 것이었다. 캠코는 2016년 2월부터 그해 5월까지 교도소를 빌려주고 1600만원의 대여료를 받았다. 입소문이 나자 장흥교도소를 빌리겠다는 드라마·영화 제작사들이 줄을 섰다. 장흥교도소는 드라마 ‘캐리어를 끄는 여자’(2016년 8월, 대여료 200만원), ‘피고인’(2016년 10월~2017년 4월, 4200만원),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년 4~12월, 7500만원) 등의 촬영을 유치했다. 캠코는 올해 장흥군과 연간 5600만원의 임대계약을 맺어 장흥군이 직접 장흥교도소를 운영하게 했다. 이렇게 임대를 통해 캠코가 3년간 벌어들인 수익은 1억 9100만원이다.장흥교도소의 드라마·영화 촬영장소 전환으로 장흥군은 임대료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 촬영이 있을 때면 보통 버스 2~3대에 적게는 50~60명, 많게는 80~90명의 촬영 인원이 장흥군을 방문했다. 많은 숫자가 아니지만 장흥은 인구가 3만 9500명의 작은 도시다. 장흥군청 조국선 과장은 “장흥처럼 작은 도시에 한 번에 70~80명씩 사람들이 몰려와 식사도 하고 술을 마시면 지역경제가 활성화 된다. 동네 사람들보다 손이 크고, 촬영이 끝나고 돌아갈 때 음식 등 특산품을 사가는 경우도 많아 크게 도움이 됐다”면서 “특히 장흥군에서 한석규나 지성 같은 연기자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또 주민들에게는 즐거움이었다”고 귀띔했다. 캠코는 내년 초 ‘감빵’ 촬영 명소가 된 수감동(3만 9995㎡)을 장흥군에 약 32억원에 팔 계획이다. 장흥군은 수감동 일부를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일부는 보존해 영화 촬영지 등으로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앞서 캠코는 지난해 1월 장흥교도소 노역장(4만 6492㎡)을 장흥군에 14억 1000만원에 팔아 ‘한약자원본부 비임상연구센터’가 들어서게 도왔다. 또 교정아파트(3831㎡)는 올해 2월 민간에 6억 3000만원에 팔아 국고 수입을 늘렸다. 나 과장은 “국유자산의 가치를 높이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통해 지역경제를 활성했다는 측면에서 옛 장흥교도소 프로젝트는 다른 국유재산 관리의 롤 모델”이라면서 “장흥교도소가 모범 사례가 아닌 일반적인 사례가 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글 사진 장흥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文 “고용 성공 못해… 내년 성과 체감에 총력”

    文 “고용 성공 못해… 내년 성과 체감에 총력”

    “국민들은 오래 기다릴 여유가 없다 사는 것 힘들어 성과 빨리 보여줘야” 현안 산적한 교육·고용부부터 찾아 국민 느낄 수 있는 결과 내겠다는 의지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적어도 고용 문제에 있어서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 엄중한 평가”라면서 “국민들은 오래 기다릴만한 여유가 없다. 사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빠르게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고용노동부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일부 일자리의 질은 높아졌을지 모르지만 좋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면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책이 성과를 제대로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도 “이제 성과를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일자리 문제, 내년부터 확실히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통상 1월에 이뤄지던 업무보고를 교육부·고용노동부를 시작으로 12월에 앞당겨 받은 배경에는 노동시간 단축·최저임금(고용부), 사립유치원 비리·대입 논란(교육부) 등 현안이 산적한 분야부터 실마리를 풀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개각으로 9월(이재갑 고용부 장관)과 10월(유은혜 교육부 장관)에 수장이 바뀐 두 부처가 국정과제인 ‘혁신적 포용국가’의 핵심이란 점도 고려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조기 재정집행을 위해 보고를 앞당긴 이후 임기 내내 기조를 유지한 이명박 정부를 제외하면 ‘12월 업무보고’는 전례가 없다. 문 대통령이 ‘확실한 가시적 성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등 표현을 바꿔가며 속도있는 성과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현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문 대통령은 현안의 최전선에 있는 공무원들의 애환에도 귀를 기울였다. 사립유치원 비리 이후 공공성 강화 방안을 전담하는 교육부 유아교육정책과와 노동시간 및 최저임금 업무를 총괄하는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과를 찾아갔다. “교육부가 (유치원 비리에)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신뢰를 보여준 것 같다. 고생들 하셨는데, 정작 아이들은 (격무 때문에) 못 돌보시는 것 아니냐”는 문 대통령의 질문에 권지영 과장이 “두 달 전부터는 가정을 내팽개치고 일하고 있다”고 답하자 웃음이 터져나왔다. 문 대통령은 “적어도 국고가 지원되는 분야에 대해서는 세금이 헛되이 사용된다거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 교육이 투명해지고 공정해지는 전환기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 대통령 “국민 세금 제대로 쓰여야…‘유치원 비리’ 단호히 대처”

    문 대통령 “국민 세금 제대로 쓰여야…‘유치원 비리’ 단호히 대처”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부를 방문해 ‘유치원 3법’의 시행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국민이 낸 세금이 헛되이 사용된다거나 개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유치원 3법’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법안으로, 유치원의 회계 부정을 막고 비리를 저지른 유치원이 이름을 바꿔 다시 문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교육부로부터 2019년도 첫 정부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후 문 대통령은 유치원 공공성 강화 정책을 맡고 있는 교육부 육아정책교육과 사무실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육아정책교육과 직원들을 만나 “정말 고생들 많다. 정작 직원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제대로 못 돌보시는 것 아니냐”고 웃으며 얘기하면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유치원 비리 문제에 대해서는 “차제에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유치원 3법’이 통과됐으면 일을 덜었을 텐데, 통과가 안 됐기 때문에 시행령을 개정해 보완하려면 또 (교육부 직원들이) 고생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유치원 3법’은 박용진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통틀어 가리키는 법안이다.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사립유치원이 의무적으로 국가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용하도록 하고, 유치원이 정부보조금·지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한 경우 보조금·지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 반환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명령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비리 행위가 적발된 유치원이 징계나 중대한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름을 바꿔 다시 개원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규제조항도 들어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사립유치원 설립자가 유치원 원장을 겸직하거나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 또는 재산을 교육 목적 외로 부정하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학교급식법 개정안은 유치원에서 유아에게 부실한 급식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유치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일정 요건을 갖춘 자에게만 급식 업무를 위탁하게 하는 조항을 담고 있다.하지만 사립유치원 최대 조직 ‘한유총’(한국유치원총연합회)과 자유한국당은 이 법안의 통과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사립유치원 회계를 별도로 설치해 국가보조금이나 누리과정 지원금 등은 정부의 감시를 받게 하는 한편, 학부모 부담금은 일반회계로 관리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법안은 유치원이 학부모 부담금을 교육 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문 대통령은 “유치원은 물론이고 사립학교, 연구기관, 산하기관까지, 민간 영역이라 하더라도 국고가 지원된다면 회계가 투명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국민이 낸 세금이 헛되이 사용된다거나 개인 주머니 속으로 들어가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국민이 가장 분노하는 것이 그런 일 아닌가. 내가 낸 세금이 특정한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 착복된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회에 교육이 투명해지고 깨끗해지고 공정해지는 그런 확실한 전환기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유치원 폐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완대책도 문제인데, 국민이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나”라면서 “유치원 교사 처우 문제나 사립유치원 경영 문제에 대해 도울 점이 있다면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우리 교육정책이 지금 잘하고 있느냐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교육 현실과 교육정책, 교육부에 대한 평가도 후하지 않은 것이 엄중한 현실”이라면서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으면 더 큰 교육개혁도 불가능하다. 국민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느끼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라고 강조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국정원 특활비 상납’ 남재준 2심 징역 2년…이병기·이병호 2년 6개월

    ‘국정원 특활비 상납’ 남재준 2심 징역 2년…이병기·이병호 2년 6개월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뇌물공여 혐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는 무죄로 판단돼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1일 전직 국정원장들의 항소심에서 각각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남재준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병호 전 원장은 자격정지 2년도 선고됐다. 남재준 전 원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들과 공모해 청와대에 돈을 전달한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형량도 징역 3년에서 2년 6개월로 줄었다. 국정원에서 1억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직 국정원장들은 재임 시절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중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각각 6억원, 8억원, 21억원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특수활동비를 대통령에게 주는 등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지의 판단은 국민만이 할 수 있으며, 그것이 국민주권이고 재정 민주주의이며 법치주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이 돈을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고 대통령 등에게 줘도 되는지 국민에게 미리 물어봤다면 뭐라고 했겠느냐. 안 된다고 했을 것”이라면서 “안 된다고 할 것을 알았기 때문에 주고받는 사람들도 은밀하게 주고받은 것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원과 청와대가 특수활동비를 주고받는 것이 이전 정부부터 있던 관행이었다는 주장이 근거 없어 보이지는 않는다”면서도 “이는 청와대와 국정원만 아는 ‘그들만의 관행’일 뿐이지 국민이 널리 알고 시인하는 관행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는 정보기관의 도덕적 해이이자, 정보기관과 정치권력의 유착”이라고 지적하며 “정보기관의 정치 관여라는 불행한 경험이 다시 되풀이돼서는 결단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정원 자금은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산야에서 흔히 발견되는 독버섯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독버섯이 사람에 치명적인 중독을 초래하듯이 국정원 자금도 정치권력을 타락시켜 권력과 국민 모두에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처럼 국정원들이 청와대에 전달한 돈이 위법한 예산 지원이기는 하지만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없으므로 뇌물은 아니라는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또 나아가 이들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적용한 1심 판단 역시 문제가 있다며 단순횡령죄만 적용, 형량을 가중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국정원장은 회계관계직원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회계관게직원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국고손실 조항을 국정원장들에 적용하는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이병기 전 원장이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에게 특수활동비를 교부한 혐의에 대해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격려 차원에서 지급한 활동비에 가깝다며 뇌물로 판단한 1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이병기 전 원장이 최경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1억원을 건넨 것은 예산 편성에 대한 편의를 제공한 대가라며 1심과 마찬가지로 국고손실과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 외에 남재준 전 원장이 현대차그룹을 압박해 보수단체 경우회를 지원토록 한 혐의(강요), 이병호 전 원장이 공천 관련 여론조사에 쓰인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무수석실에 특활비 5억원을 지원한 혐의(국정원법상 정치관여) 등을 유죄로 본 1심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특수활동비 상납’ 남재준 2심 징역 2년…이병기·이병호 2년 6개월

    ‘특수활동비 상납’ 남재준 2심 징역 2년…이병기·이병호 2년 6개월

    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나란히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뇌물공여 혐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는 무죄로 판단돼 감형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조영철)는 11일 전직 국정원장들의 항소심에서 각각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남재준 전 원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남재준 전 원장은 1심에서 징역 3년, 이병기·이병호 전 원장은 각각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재임 시절 국정원장 앞으로 배정된 특수활동비 중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각각 6억원, 8억원, 21억원을 지원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당대 개혁안 내놓고 실사구시 추구한 이익… 영원한 성리학 스승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당대 개혁안 내놓고 실사구시 추구한 이익… 영원한 성리학 스승

    성호(星湖) 이익(李瀷·1681~1763)을 말할 때 곧바로 떠오르는 단어는 ‘성호사설’과 ‘실학’이다. ‘성호사설’은 이수광의 ‘지봉유설’, 유형원의 ‘반계수록’과 함께 실학의 대표적 저술이다. 성호는 실학을 한층 체계화해 다산 정약용에게 전한 인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성호는 아버지 이하진이 당쟁에 휘말려 평안도 운산으로 귀양 갔을 때 그곳에서 태어났다. 두 살 때 부친이 귀양지에서 사망하자 모친과 함께 경기도 안산으로 내려와 10세 무렵부터 둘째 형 이잠을 비롯한 집안의 형님들에게서 글을 배웠다. 성호 생애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건은 그가 26세 때 일어났다. 이잠이 당시 세자이던 경종을 해치려는 세력을 처단하기를 청하는 상소를 올린 일로 심한 고문을 당하다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것이다. 아버지에 이어 형까지 이런 참화를 겪게 되자 성호는 과거를 포기하고 학문에 매진하게 된다. #퇴계의 성리학을 계승하다 도산서당은 선생이 손수 지은 것이라 나무 한 그루, 돌 한 덩이도 후세 사람들이 감히 옮기거나 바꾸어 놓지 않았다. 때문에 낮은 담장과 그윽한 사립문, 작은 물길과 네모난 연못이 소박한 예전의 모습 그대로여서 마치 선생을 뵌 듯 우러러 사모하지 않는 이가 없다. 처음에는 마치 선생의 음성이 들리기라도 하듯 숙연한 기분이 들었다가 나중에는 손으로 어루만지며 불현듯 경모하는 마음이 일어났다. 백년이 지난 후에도 사람들이 선생의 유적을 보고서 이렇게 감흥이 일어나거늘, 당시 직접 가르침을 받은 자야 오죽하겠는가. -도산서원 참배기 이잠이 죽은 지 3년 뒤 29세의 성호는 본격적인 학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영남으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죽령을 넘어 퇴계의 자취가 남아 있는 풍기의 소수서원과 봉화의 청량산을 둘러본 다음 도산서원을 방문했다. 서원에 들어서서 원생들의 숙소인 박약재와 홍의재, 강의실인 전교당을 지나 퇴계의 위패를 모신 상덕사에 올라 참배했다. 그리고 다시 내려와 퇴계가 생전에 강학을 하던 도산서당을 찾았다. 도산서당은 퇴계가 직접 설계해 지은 것으로, 여타 서원 건물과 달리 소박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왼편 담장 아래에는 정우당이라는 네모진 작은 연못이, 담장 너머로는 퇴계가 손수 기른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방 안에는 사용하던 유품이 많이 보존돼 있었다. 성호는 도산서당을 둘러보며 퇴계를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학문에 대한 열의를 다졌다.성호는 집안 형님들을 제외하면 특별히 배운 스승이 없다. 하지만 그의 학문적 연원은 허목을 통해 퇴계로 거슬러 올라간다. 허목은 거창 군수로 부임한 부친을 따라 경상도에 내려갔다가 인근 성주에 사는 퇴계의 문인 정구를 찾아가 퇴계의 학문을 전수했다. 허목은 성호의 조부 이지안과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벗이었다. 부친 이하진은 허목이 남인의 영수로서 서인과 대립할 당시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퇴계의 성리학을 계승한 허목의 학문이 자연스레 성호에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성호는 자신과 퇴계의 공통점을 자주 강조했다. 퇴계가 태어난 1501년과 성호가 태어난 1681년은 같은 신유년 닭띠 해이고, 두 살 되던 해 6월에 부친을 여의었으며, 심지어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도 똑같이 겪었다는 것이다. 남들은 이를 우연이라 여길지 모르겠으나 성호는 이마저도 자신이 퇴계의 계승자라는 자부심으로 연결했다. 그러한 까닭에 도산서원과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퇴계의 문집이나 문인록의 편찬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이와 함께 퇴계의 중요한 말씀을 모은 ‘이자수어’(李子粹語)와 퇴계의 예설을 정리한 ‘이선생예설유편’(李先生禮說類編)을 직접 편집하고 ‘사칠신편’(四七新編)을 지어 사단칠정에 대한 고봉 기대승과 율곡 이이의 견해를 비판하고 퇴계의 주리론을 옹호했다.#당대의 현안을 논하다 ‘성호사설’은 성호옹(星湖翁)이 생각나는 대로 지은 글이다. 옹이 이 ‘사설’을 지은 뜻은 무엇인가? 아무런 뜻이 없다. 뜻이 없는데, 어찌 이것을 지었는가? 옹은 한가한 사람이다. 독서하는 여가에 남들처럼 전기(傳記)에서 얻기도 하고, 제자백가나 문집에서 얻기도 하고, 시가(詩家)에서 얻기도 하고, 전해들은 이야기에서 얻기도 하고, 우스개에서 얻기도 하였는데, 웃고 즐길 만한 것 중에서 보존하여 볼 만한 것을 붓 가는 대로 어지럽게 기록하니, 어느덧 글이 많이 쌓이게 되었다. -‘성호사설’ 서문 ‘성호사설’은 성호의 겸손한 표현과 달리 평소에 학문을 하면서 생각이 떠오르거나 의심나는 것을 자신의 의견과 함께 적어 둔 글, 제자들의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정리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천지문’, ‘만물문’, ‘인사문’, ‘경사문’, ‘시문문’의 5가지 분야로 나눠 모두 3007편을 수록했다. 그 속에는 당시의 현안이던 토지, 군사, 교육 등 각종 제도에 대한 개혁안을 비롯해 서양 학문, 유교 경전, 시문학 등에 대한 해박한 식견이 들어 있다. 이는 성호의 열렬한 학구열은 물론이요, 편지를 통한 제자들과의 진지한 토론, 그리고 부친 이하진이 중국에 사신으로 가서 구입해 온 수많은 서적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성호전집’은 이 ‘성호사설’과 내용상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호는 역사나 예법 등 당시의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제자들이 편지로 질문하면 이에 대해 답장을 먼저 보내고, 그것을 다시 정리해 독립된 단편으로 저술했다. 그런 다음 편지 내용은 문집에 수록하고 단편은 ‘성호사설’에 수록했다. 따라서 성호의 학문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책을 함께 읽어야 한다.#저술로 영원한 스승이 되다 도를 품고서 혜택을 베풀지 못한 것은 한 시대의 불행이지만 저서를 지어 혜택을 베푼 것은 백 세대의 다행이로다 하늘의 뜻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한 시대는 짧지만 백 세대는 길고 길도다 정조대 영의정을 지낸 채제공이 지은 성호의 묘갈명이다. 성호는 ‘성호전집’과 ‘성호사설’, ‘사칠신편’ 이외에도 사서삼경과 성리학 기본서적들에 대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정리해 11종의 ‘질서’(疾書)를 편찬하고, 예론을 정리한 ‘상위록’(喪威錄), 국가적 당면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한 ‘곽우록’(藿憂錄), 민간에 떠도는 속담들을 모은 ‘백언해’(百諺解) 등의 저술을 남겼다. 이들 저술에 담긴 성호의 학문은 후대 학자들에게 계승돼 구한말까지 큰 영향을 주었고, 지금도 그의 학문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성호는 평생 관직에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 전념한 삶을 살았기에 자신의 포부를 당대에는 펼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수많은 저술을 남김으로써 후세의 영원한 스승이 됐다. 이는 성호 자신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하늘의 뜻이 있었기 때문에 그리 된 것이라 채제공은 믿었다. 최채기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사업본부장
  •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시문 2300여편 수록… 학문 토론 편지 많아

    [고전의 향연-옛 선비들의 블로그] 시문 2300여편 수록… 학문 토론 편지 많아

    ●성호전집 성호가 평생 동안 지은 시문을 모아 만든 문집이다. 성호가 세상을 떠난 후 조카인 이병휴가 편집해 둔 필사본을 바탕으로 1922년 경상도 밀양에서 목판본으로 간행하였다. 72권 36책이나 되는 거질로 총 2300여편의 시문이 수록됐는데, 이 가운데 편지가 29권으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퇴계의 영향으로 편지를 일상생활의 안부나 묻는 단순한 통신매체가 아닌 학문을 토론하고 가르침을 주고받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유교경전, 예법, 성리학, 역사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성호의 견해가 담겨 있다. 다음으로 많은 게 11권 분량의 ‘잡저’(雜著)로, 성호의 실학적 경세관을 볼 수 있는 교육, 군사, 경제 등 각종 제도에 대한 개혁안을 제시한다. 한국고전번역원에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모두 17권으로 번역했다.
  • 문 대통령 “청년 일자리 예산 감액 아쉬워…‘유치원 3법’ 연내 처리돼야”

    문 대통령 “청년 일자리 예산 감액 아쉬워…‘유치원 3법’ 연내 처리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2019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됐다. 법정 시한을 넘겼지만 늦게라고 통과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위와 같이 말한 뒤 “예산 확정이 늦어지며 각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집행 계획을 세우는 데 어려움이 있을 줄 안다”면서 “이제부터는 정부의 책임이다. 일자리 창출, 하위 소득 계층 지원사업과 같이 시급한 사업들이 조기 집행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국고보조사업의 경우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 속에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미리미리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2019년도 예산에는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라는 국정 철학이 담겨 있다. 사회안전망 확충과 함께 경제 활력과 역동성 제고에 중점을 뒀다”면서 “국회 심사 과정에서 청년 일자리 예산 6000억원이 감액된 부분은 아쉽지만, 대체로 정부안이 유지됐다”고 밝혔다. 이어 “민생 개선과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포용국가를 향한 비전을 담은 예산들이 시행되면 국민의 어깨가 가벼워질 것”이라면서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스마트산업단지 조성과 스마트 공장 확대 보급 등 산업분야 예산을 15.1% 증액했다. 가계소득을 올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노력에도 큰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된 법안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달 5일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경제·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면서 “그 결과 이번 정기국회에서 근로장려금 확대를 비롯한 소상공인, 자영업자, 저소득층 지원 법안이 통과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음주운전 처벌 강화, 불법 촬영물 유포에 대한 처벌 강화, 심신미약자 형량 감경기준 개정 등 국민이 직접 목소리 낸 법안들도 의결됐다. 정부와 여야 간 소통과 협력으로 협치의 좋은 성과를 보여준 국회에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유치원 3법’도 해를 넘기지 말고 (국회에서) 처리돼 아이들과 학부모들, 유치원 교사들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유종의 미를 거둬주기를 (관계부처에) 당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2019 예산안] 161조 보건·복지·고용, 예산안의 3분의1… SOC는 19조 8000억

    [2019 예산안] 161조 보건·복지·고용, 예산안의 3분의1… SOC는 19조 8000억

    일자리 예산 정부안보다 6000억 삭감 경기 활성화 위해 SOC 1조 2000억↑ “지역구 의원 쪽지 예산 반영” 비판도 미래 먹거리·ICT 융합 스마트공장 등 산업 예산 15% 늘어난 18조 8000억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 지원에 69억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469조 6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지난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수정예산안에 따르면 당초 정부안(470조 5000억원)보다 5조 2000억원이 감액되고 4조 2000억원이 증액돼 총 9000억원이 순감했다. 보건·복지·고용이 당초 162조 2000억원에서 161조원으로 1조 2000억원 줄었지만, 전체 예산안 규모의 3분의1에 해당한다. 특히 경기 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당초 정부 예산안보다 1조 2000억원 늘어났다. 내년도 정부 총지출은 올해 본예산 기준 총지출(428조 8000억원)보다 9.5%(40조 7000억원) 늘어났다. 이는 정부의 내년 경상성장률(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 전망치(4.4%)의 2배 이상으로, 금융위기 여파가 지속한 2009년(10.6%) 이후 1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분야별로 보면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조 2000억원 감액된 가운데 특히 일자리 예산이 6000억원가량 삭감됐다. 신규 청년 취업자의 자산형성을 돕기 위한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이 223억원 감액됐다. 중소기업의 채용을 장려하기 위해 도입한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은 400억원 줄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437억 5000만원, 취업성공패키지는 413억원가량 감액됐다. 다만 여야는 일자리 예산 삭감으로 사업비가 부족하면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하거나 예비비를 통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SOC 예산은 정부안보다 1조 2000억원 늘어난 19조 8000억원이 편성됐다. 대부분 철도·도로 등 국가기간망 확충에 집중됐다. 안성~구리 고속도로(3259억원), 도담~영천 복선전철(4391억원), 서해선 복선전철(6985억원), 보성~임성리 철도건설(3900억원), 신안산선복선전철(850억원) 등이다. 이에 대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막판 지역구 의원들의 ‘쪽지 예산’이 반영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주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산업 예산도 전년 대비 15.1% 늘어난 18조 8000억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스마트공장 보급 예산은 정부안보다 767억원 증가한 3428억원으로 확정됐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 예산도 정부안보다 1000억원 늘어난 20조 5000억원으로 정해졌다. 위기 지역과 구조조정 업종 지원(895억원),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지원(69억원) 예산도 늘어났다. 노인장기요양보험 국고지원 확대 등 어르신 지원(453억원), 장애인 활동 지원 등 장애인 지원(693억원), 대학시간 강사와 자살유가족 등 취약계층 지원(318억원) 등도 확대됐다. 협상 과정에서 쟁점이 된 남북협력기금은 정부안인 1조 1005억원에서 59억원 늘어난 1조 1063억원으로 수정됐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19년 예산 공고안 및 배정계획’을 의결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새해 시작 후 바로 예산 집행이 가능하도록 사업계획 수립 등 집행 준비를 철저히 하고, 예산·자금 배정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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