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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돌아오는 덕종어보/나선화 문화재청장

    [기고] 돌아오는 덕종어보/나선화 문화재청장

    과거를 기억해 현재를 돌아보는 일은 미래를 전망하는 소중한 과정이다. 과거는 무형의 이야기로 전해지기도 하지만 또렷한 형상으로 오래된 역사를 증명하기도 한다. 과거의 산물을 현재에 만져 보거나 관찰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 속에서 옛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며 선조들의 지혜와 예술적 감성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가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다면 가슴앓이 같은 진한 그리움만 쌓여 갈 것이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람에게 잃어버린 과거의 하나는 이 땅을 떠나 있는 문화유산들이다. 국외에는 16만점이 넘는 우리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유출된 문화재를 찾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풀어야 한다. 덕종어보가 돌아오기까지도 시간과 역사의 실타래를 조심스럽게 풀어 온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문화재 반환 문제를 놓고 양국 혹은 양 기관과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덕종어보는 1471년에 성종이 부친인 덕종을 ‘온문 의경왕’으로 추존하기 위해 존호를 올리면서 제작된 것이다. 이는 조선왕조 건국 이념인 유교의 효사상의 상징이기도 하다. 덕종어보는 일제강점기의 역사적 자료를 보면 1943년까지 종묘에 보관돼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 행방이 묘연했다. 2013년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외국 박물관에 있는 한국문화재 현황을 조사하던 차에 덕종어보가 미국 시애틀미술관에 소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 왕실의 도장은 쓰임새에 따라 국새와 어보로 나누어 부른다. 국새가 중요한 나랏일에 사용된다면 어보는 왕과 왕비, 왕세자와 왕세자빈 등의 의례를 국가적으로 기념하기 위한 성격을 지닌다. 제작 목적이 다르긴 해도 국새와 어보는 한 나라의 국격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7월부터 덕종어보를 소장하고 있는 시애틀미술관 측과 직접 반환 협상에 나섰다. 우리 측은 우호적 반환을 위한 방안과 입장을 제시했으며 반환의 법적 근거 마련과 교류협력 강화를 위해 양측은 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했다. 2014년 11월 시애틀미술관 이사회가 반환을 승인하면서 성숙한 협상의 아름다운 마침표를 찍었다. 이 같은 덕종어보 반환은 협의에 의해 신뢰를 바탕으로 한 우호적인 교류 형식을 취하는 방법이어서 불법 반출 문화재 환수에 새로운 역사로 기록될 수 있으며 앞으로의 환수 방향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 기대된다. 물론 반환 과정에서 오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힘겨운 과정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교류와 협력으로 설득을 이끌어 낸 성숙한 협상은 고국을 바라보고 있는 많은 국외 문화재에도 한 줄기 빛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상의 얼이 배어 있는 유물들이 대한민국으로 안전하게 귀환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은 국제사회와의 합법적 소통과 문화적 교류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더불어 국외 문화재 반환 작업이 문화강국의 뿌리와 문화융성의 국가 기반을 더욱 튼튼하게 만드는 일일 뿐만 아니라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D-30] “물산업 영역 확대 기회인데 국내기업 관심 적어 아쉬워”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D-30] “물산업 영역 확대 기회인데 국내기업 관심 적어 아쉬워”

    “세계 물 포럼 행사는 국격(國格)을 한 단계 올리고 국내 물산업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물 포럼 행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정무 물 포럼 조직위원장을 만나 물 관련 이슈와 행사 준비 상황을 들어봤다. →행사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나. -준비는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국가 정상급만 10명 정도 참석하는 국제 행사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비즈니스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인데도 관심이 적어 아쉽다. 물산업을 단순히 물장사로 여길 뿐 포괄적인 물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속상하다. →이번 행사의 중점 논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행사의 메시지는 ‘실행’이다. 물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실행의 도구는 과학기술이다. 우리가 과학기술 과정을 제안했는데, 물 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들이 물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물은 대체재가 없다. 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인류가 살아갈 수 없다. 물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평화도 위협받는다. 이미 세계 도처에서 물 문제로 인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만일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건 물 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물은 21세기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다. 물 문제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물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 기후변화가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세계 각국이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브라질은 가뭄으로 식수가 말라 가고 있다. 중국도 양쯔강이나 황허강 상·하류 지역 간 갈등이 시작됐다. 상하이시는 잠정적으로 사우나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물 문제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댐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댐 건설에 대한 정책 변화와 함께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환경중시론자들은 무조건 댐 건설을 반대하는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꼴이다. 작은 댐, 저수지를 개발해 수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목적댐 건설은 산림녹화사업과 견줄 만한 대단한 사업이다. 다목적댐이 없었다면 도시 발전, 산업화도 뒤처지고 풍요로운 삶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4대강사업도 부정적인 면만 들춰내지 말고 긍정적인 면도 인정해야 하지 않나.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은 물은 아무리 써도 계속 생산되는 풍요로운 자원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또 자원을 개념 없이 낭비한다는 뜻이다. 이는 모두 물을 공짜 자원으로 보는 시각이다. 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물값이 터무니없이 싼 탓이다. 물이 전기만큼 비싸면 절대로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현직 대학(한라대) 총장으로 포럼을 맡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나. -오히려 학교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학교와 포럼 사무실을 오가며 일을 봤는데, 올해 들어서는 아예 포럼에 상근하다시피 한다. 조직위에는 봉급은 물론 차량 지원 등을 반납했다. 국가 행사이고 국가와 정부, 지역에 도움이 되는 행사라는 점에서 재단과 학교가 위원장 활동을 도와주는 실정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제7차 세계 물 포럼 개최] 물 문제, 주도권 확보

    [제7차 세계 물 포럼 개최] 물 문제, 주도권 확보

    글로벌 물 축제인 ‘2015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이 개막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문가들이 물 문제 해법과 실행 방안을 찾는 최고의 자리로서 아시아에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다. 물포럼 개최는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는 세계 물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뛰어들고 국가 위상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럼 개최의 의의와 우리의 물 관리 경험, 국제 물시장 진출 전략을 5회에 걸쳐 싣는다. 세계 물 전문가들이 우리나라로 몰려온다.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국제 행사인 제7차 세계 물포럼(7th World Water Forum)이 다음달 12~17일 대구, 경북에서 열린다. 그동안 열린 포럼에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해법이 쏟아졌지만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이번 포럼은 물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실행’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각국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물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짜는 행사다. 특히 물 문제 해결의 실행 수단인 과학·정보통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우리의 물 관리 기술과 노하우를 세계 각국의 물 전문가들에게 뽐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발 앞선 우리의 물 관리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채택하고, 물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행사는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75개국 안팎의 물 관련 전문가 3만 5000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참가자들은 각국 정상, 각료, 산학연 전문가, 시민단체(NGO) 등으로 구성된다. 국가 정상급 참가자만도 10여명에 이른다. 이번 행사는 세계가 물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물 관련 지속가능발전방안(SDGs)을 채택하고, 이런 분위기는 올해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각국의 실천을 강조하는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로 이어질 전망이다. 주제도 다양하다. 300개 분야별 전문가 토의가 이뤄진다. 6차 포럼에서 200여개 분야별 토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해 훨씬 다양한 토의가 이뤄지는 셈이다. 분야별 토의는 국내외 전문가 동수로 구성(56명)된 제7차 세계물포럼 국제운영위원회(16명)와 과정별 위원회(40명)가 제안한 주제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이번 포럼 프로그램에서는 앞선 과학기술로 물 문제를 실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과정을 신설했다. 그동안에는 주제·지역·정치·시민포럼 프로그램만 진행했지만 이번 행사에는 우리나라가 주도한 과학기술과정이 신설됐다. 물 관련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조망하고 과학기술 혁신 사례 등 미래 기술 발전의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이 분야에서 우리의 앞선 기술이 세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제별 과정은 기후변화, 물과 위생·식량·에너지·도시, 재해 대응 등 16개의 큰 주제를 놓고 135개 분야의 토의가 진행된다. 지역별 과정은 아시아·태평양, 유럽, 아프리카 등 7개 지역별로 27개 분야로 운영된다. 이번 포럼에서 눈에 띄는 과학기술과정에서는 효율적 물 관리, 스마트 물 관리, 폐수 재이용 기술 등 5개 주요 주제를 놓고 38개 분야별 열띤 토의가 이뤄진다. 이 밖에 장관급·지방정부·국회의원과정 등 정치 분야의 30개 토의와 시민사회가 제안한 70개 분야 토의도 예정됐다. 포럼은 논의된 내용에 대한 실천과 이행을 약속하는 ‘대구·경북 실행 합의서’를 채택해 국제사회에 공표하고 이행 결과는 차기 포럼에서 발표하기로 했다. 행사를 계기로 우리가 얻는 이익도 엄청나다. 우선 국격이 한 단계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순탁 영남대 석좌교수(공동위원장)는 “지구촌 최대의 물 관련 국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글로벌 물 문제 어젠다를 선점하고, 물 강국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면서 “물 문제 해결을 위해 더 많은 행동을 이끌어내는 역사상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세계 물시장 점유율을 키울 뿐만 아니라 물산업 수출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물시장은 2010년 4800억 달러에서 2025년에는 8650억 달러로 매년 4% 정도 성장하고 있을 정도로 큰 시장이다. 급성장하는 세계 물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는 촉매제로 활용할 수 있다. 과학기술과정과 물산업엑스포를 통해 스마트 물 관리, 해수담수화, 상하수도 기술 등 우리의 첨단 물 관리 기술과 경험을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행사가 열리는 대구, 경북의 지역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리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593억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와 2500여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글 사진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세계 물포럼 물의 올림픽이라고 불리는 행사다. 세계물위원회(World Water Council)가 3년마다 개최한다. 물과 관련된 모든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정치적 선언 도출, 비즈니스 차원의 물 엑스포 등이 열린다. 세계물위원회는 1996년 설립됐으며 국제기구, 각국 정부, 학계, 시민단체, 기업체 등 약 312개 기관이 참여하는 물 분야 최대 국제 기구다. 이번 포럼은 국토교통부, 환경부, 대구시, 경상북도,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주최한다. 행사 주관은 2015세계물포럼조직위원회와 세계물위원회가 맡았다. 행사 기간 중 대구 엑스코(EXCO)에서는 29개국 200여개 기관 및 기업관, 17개 국가관이 운영되는 물산업엑스포도 열린다.
  • [사설] 이념 앞세운 어떤 테러도 용납 안 된다

    어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은 남북 분단과 남남 갈등 속에서 신음하는 대한민국의 강퍅한 현실을 새삼 일깨워 준다. 경찰 수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소상하게 가려져야겠으나 테러의 배후가 따로 있든, 아니면 일개 진보성향 시민단체 대표의 독자적 범행이든 간에 70년의 분단 체제 속에서 왜곡돼 온 이념 갈등의 병리적 양태가 한계 수위를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임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범행을 저지른 ‘우리마당독도지킴이’ 대표 김기종씨는 범행 이유로 “전쟁훈련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시작된 한·미 합동 키리졸브 군사연습과 독수리훈련에 반대한다면서 이를 중지시키려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는 설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것도 이 ‘전쟁훈련’ 때문이라고 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북측 주장과 한 치의 틀림이 없다. 실제로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신촌 우리마당’을 보면 “설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된 건 전쟁훈련 때문”, “일본의 집단자위권 주장엔 마냥 침묵하고, 미국 요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은 무기 연기해 주고…”, “한반도가 다시 얼어붙는 건 키리졸브·독수리 훈련 때문” 등등 북의 주장을 담은 격문이 곳곳에 담겨 있다. “5·24조치를 해제하면, 6·15선언 이행 등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주장도 내걸려 있다.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5·24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진보세력 일각의 주장이야 물론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이를 싸잡아 종북세력으로 몰아갈 일도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그런 주장을 펴는 것과 그런 주장을 부각시키고 관철하기 위해 주한 외교사절을 상대로 테러를 저지르는 행위는 같은 저울에 올려 무게를 달 수조차 없을 일이다. 김씨의 범행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외교는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1961년 체결된 빈협약에 따라 외교사절의 신변 안전은 주재국이 지켜야 할 가장 핵심적 의무 사항이건만 우리는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한·미 양국의 외교 당국이 부랴부랴 이번 사건이 양국 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협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피가 철철 흐르는 자국 외교관의 얼굴을 CNN 등을 통해 생생히 지켜본 미국 국민의 정서까지 다잡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내 반미 정서 등을 지목하며 주한미군 주둔 비용 등을 문제 삼는 미국 내 여론이 적지 않은 터에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대미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는 한껏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내적으로도 이번 사건이 보혁 간 소모적 이념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종북세력 척결을 주장하는 여론과 맹목적인 종북몰이를 반대하는 여론이 맞부닥치면서 남남 갈등이 고조되고, 이로 인해 자칫 남북 간 대화 노력 전체가 헝클어지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이는 북한 당국을 웃음 짓게 하는 일이 될 뿐이다. 사건의 진상이 가려질 때까지 정부 당국과 모든 국민이 냉정한 자세를 견지하는 일이 중요하다. 철저한 수사로 범행 경위를 밝히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정부는 국격을 걸고 수사에 매진하기 바란다.
  • [사설] 입 닫고 눈감은 국가인권위 왜 필요한가

    국가인권위원회가 독립적 인권기구로서의 권위와 위상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정권을 바꿔 가며 예기치 않은 ‘장수’를 누리고 있는 현병철 현 인권위원장 체제 이후 인권위는 퇴행을 거듭해 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인권기구를 대표하는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로부터 두 차례나 ‘등급보류’ 판정을 받는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이러다간 마침내 각종 투표권마저 빼앗기는 ‘3류 인권국’으로 전락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인권위가 본분을 망각한 행위로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인권위가 유엔에 인권규약 이행실태 의견서(정보노트)를 내면서 초안에 있던 내용들을 대거 삭제했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언론기관의 독립성 등 하나같이 민감한 쟁점들이다. 자국의 인권 상황을 유엔에 정확히 알리고 인권침해 문제를 예방하는 것은 인권위의 기본적인 직무에 속한다. 그럼에도 “마무리가 안 된 사안”이니 뭐니 하며 동에 닿지 않는 소리를 해명이라고 하고 있으니 최소한의 인권 감수성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인권위가 정부의 인권침해를 노골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충격적인 ‘윤일병 사건’ 때는 가혹 행위를 확인하고도 진정을 각하했다가 뒤늦게 직권조사에 나섰던 줏대 없는 인권위다. 이쯤 되면 인권위가 아니라 ‘인권말살방조위’라고 해도 반박할 말이 궁할 듯하다. 인권위는 정부에 대한 적절한 견제를 통해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국가기관보다도 정부가 불편해할 만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놓아야 마땅하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인권위는 상징적 장식물에 불과하다. 진정한 국민의 인권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혁신이 불가피하다. ‘존재감 제로’의 식물인권위를 이끌어 온 현 인권위원장부터 스스로 책임을 통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혁신의 단초를 삼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 초기 ‘반인권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안경환 전 인권위원장은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일들을 국제사회에서 변론할 자신과 면목이 없다”며 인권위를 떠났다. 새겨들을 만하다. 현 위원장은 무슨 명분과 논거로 국제사회에 우리 인권퇴행 현실의 안과 밖을 설명할 것인가.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인권에 눈감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치명적인 국격 훼손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한중FTA 가서명] 서비스·투자·건설 中 진출 쉽게… 농민·中企는 타격 우려

    [한중FTA 가서명] 서비스·투자·건설 中 진출 쉽게… 농민·中企는 타격 우려

    한국과 중국이 25일 자유무역협정(FTA)에 가서명하기까지 진행된 기술협의에서 4개월 전보다 구체화된 협정문안을 내놨다. 개성공단 원산지 규정 대폭 완화와 중국 시장의 성장이 예상되는 서비스·투자 분야에서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성과로 보인다. 건설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면허 등급을 인정받고, 중국 최대 도시 상하이에 외국투자비율 제한 없이 수주를 할 수 있게 된 것도 한국 건축을 알리고 국격을 한 단계 높일 좋은 기회다. 그러나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소, 돼지, 대두, 호밀 등 농축산물을 비롯해 저가 중국산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농민과 내수 중소기업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이 개성공단의 원산지 규정을 완화해 준 데 대해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의류, 신발, 밥솥 등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이 역외가공지역 생산품으로 인정돼 ‘메이드 인 코리아’로 중국에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중국 최초로 법률, 건설, 유통 분야 등의 시장을 개방하고 금융, 통신 분야도 별도 부문으로 구성해 공정 경쟁 보장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내 상하이 자유무역지대에 세운 한국 건설기업은 상하이 전 지역에서 외국투자비율이 50% 이상이여야 하는 요건에 상관없이 합작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게 됐다. 건축·엔지니어링 분야를 포함해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 수주한 실적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 내 대표 사무소를 설립한 한국 법률회사(로펌)는 중국 로펌과의 공동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폐수, 배기가스 정화, 위생 서비스 등 5개 환경 분야에서 100% 지분의 한국 기업 설립도 허용됐다. 서비스 분야 후속 협상과 관련해 2단계 협상에서 자유화 후퇴 금지 및 최혜국 대우, 외국인 대우, 이행 요건 부가 금지, 송금 보장, 수용,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 등을 논의하기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하지만 가구·욕실자재용품 등의 생활용품, 섬유 및 패션, 가공식품 등 내수형 중소기업의 경우 중국의 저가 제품이 국내로 쏟아져 경영 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은 우려되는 점이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한·중 FTA의 대중소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제조업체가 대부분 영세한 화학섬유·직물, 포대, 가구·욕실자재용품 등 생활용품 분야의 중소업체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정부가 농산물 분야 44개 품목에 한해 특별세이프가드(SSG)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SSG는 관세 철폐 이후 수입이 급증할 경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취하는 긴급 수입 제한 조치다. 한·중 FTA에서 주요 농산물 대부분이 양허(관세 철폐·감축)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굳이 SSG를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하지만 농민들의 불만은 완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발효와 함께 즉각 관세가 철폐되는 양파, 무, 담배 등 채소 종자와 소, 돼지, 오리 등의 번식용 동물 등 22개 품목은 바로 SSG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박근혜 정부 첫 9급출신 1급 여가부 기조실장에 박현숙씨

    박근혜 정부 첫 9급출신 1급 여가부 기조실장에 박현숙씨

    여성가족부가 9급 출신인 박현숙(58) 여성정책국장을 기획조정실장으로 발탁했다고 8일 밝혔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9급 출신이 고위 공무원 가급(과거 1급)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고위 공무원 나급이 된 지 1년 8개월 만에 직위 승진했다. 신임 박 실장은 서울 성신여대 사대부고를 졸업한 1975년 지방행정 9급 공채로 당시 경기 시흥군 군자면사무소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40년 동안 부단한 자기 계발로 일반직 공무원의 최고위직인 실장급에 등용됐다. 주경야독으로 한국방송통신대와 경기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사무관이던 1996년 정무2장관실로 옮겨 간 이래 정책총괄·총무·권익기획·운영지원·경력단절여성지원과장을 지내는 등 여성, 가족, 청소년 관련 업무를 해 왔다. 2012년 청소년정책과장 당시 청소년 분야 유엔 공공행정상을 수상해 국격 제고에 기여하는 등 리더십과 추진력을 발휘해 왔다. 김희정 여가부 장관은 “앞으로도 조직 내 직무와 성과 중심의 인재를 중용함으로써 학력이나 스펙이 아닌 능력 중심의 인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공정한 공직문화 조성을 선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독자의 소리] 재난방송에 외국어 병용했으면/김경규 서울 3기동단 경위

    국내외에서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재해나 재난은 재산상 손실 외에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그에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는 추세에 맞춰 외국어 재난방송 및 자막 안내를 제안하고 싶다. 23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대 자연재난 중 하나로 기록된 인도양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한 지 10주년을 앞두고 있다. 2004년 12월 26일 크리스마스 다음날 오전 발생한 쓰나미는 인도양 연안 12개국을 강타했다. 23만여명이 숨지고, 15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필자는 경찰관으로서 지난 8월 민방위훈련 때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근무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공습경보 발령 즉시 안내방송을 듣고 통제에 따라 인근 지하 대피소로 이동해야 함에도 안내방송을 전혀 이해하지 못해 계속 관광하는 것을 보고 재난상황, 민방위 훈련 시 외국어 동시방송과 대형 전광판에 자막 안내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재난 주간방송사인 KBS, 지상파와 종편, 보도전문채널에서 자연재해, 인적재난, 테러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간략하게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으로 안내방송 및 자막 안내를 하면 외국인이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비상대피 장소로 대피할 수 있다. 외국인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알리게 돼 국격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경규 서울 3기동단 경위
  • [김종면 칼럼] 조현아와 조양호, 누가 더 부끄러운가

    [김종면 칼럼] 조현아와 조양호, 누가 더 부끄러운가

    부모의 욕망은 때론 자식의 삶을 헝클어뜨린다. 2차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의 응석받이 외아들 랜돌프 처칠도 그런 경우다. ‘자기도취에 빠진 런던의 아기 공작새’라는 소리를 들은 랜돌프는 전형적인 파파보이였다. 그는 기회 있을 때마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지만 아버지가 총리일 때 단 한 차례 당선됐을 뿐 여섯 번이나 떨어졌다. 그럼에도 처칠은 정치가들을 초대한 디너 파티에 아들을 불러 토론을 하게 하는 등 그의 교만과 허영을 부채질하기 바빴다. 내리사랑일까. ‘못난 자식’을 탓하기에 앞서 그런 멍에를 뒤집어쓰게 한 남다른 성장 배경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국제적 조롱거리가 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신뢰가 각별하다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또한 처칠만큼이나 지금 자식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도대체 나이 마흔이 되도록 어떤 인성을 키워왔길래 보통 사람으로선 상상도 못할 ‘땅콩 회항’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우행을 저질렀을까. 조 회장은 결국 자식교육을 잘못 시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대한항공의 이미지는 이미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창업자 조중훈 회장이 미8군에서 나오는 폐차를 가져다 고쳐 팔아 일군 대한항공의 피와 땀과 눈물의 역사는 한갓 월광에 물든 신화가 되고 말았다. 처칠은 영국의 전통적인 명문 가문이지만 자식교육에 실패해 자랑스러운 가문의 대를 잇지 못했다.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 회장은 못된 뿔만 웃자란 자식에게 인간의 도리, 세상 사는 이치 같은 ‘사람 만드는 교육’을 시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영 미덥지가 않다. 조 회장은 딸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아직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여론이 잠잠해지면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이다.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열한 인격의 밑창을 고스란히 보여준 안하무인격의 인물을 연간 매출액 11조원이 넘는 국적 항공사 핵심 자리에 다시 앉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 자체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자식은 부모의 지나간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자식을 보면 부모를 알 수 있다. 부모의 일그러진 욕망이 자식에게 투사된 것은 아닌가. 국격까지 만신창이로 만든 대한항공은 지금 ‘반국가적’ 기업으로 낙인찍힐 만큼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 대한항공이라는 이름을 회수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른다. 그럼에도 여전히 명령일하 황제경영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대책 같지 않은 대책만 늘어놓고 있으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반성 없는 재벌의 오만과 독선을 눈앞에서 보면서 반기업 정서의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공허하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혁명가 루쉰의 권고는 1920년대 격변의 중국에만 해당되는 게 아닌가 보다. 21세기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니 자괴감마저 든다. 대한항공은 지금 대형 항공사고로 얼룩진 1990년대 후반보다 더 심각한 위기라고 한다. 재벌 3세의 막장 행태를 여지없이 드러낸 ‘조현아 사건’은 우리 국민의 자존감을 짓밟은 정신적 테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항공참사보다 더 충격적이다. 결코 안이하게 다룰 사안이 아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근본부터 되돌아 봐야 마땅하다. 모든 문제의 한복판에 수명 다한 오너 일가 세습경영 체제가 놓여 있음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제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조 전 부사장보다 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그룹 총수로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조 회장이다. 지금이야말로 사즉생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법적 단죄와는 별개로 실패한 인사로 판명난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천명하라. 그리고 조 회장도 스스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 전대미문의 이 거대한 추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 버리면 언제든지 기회는 다시 온다.
  • [서울광장] 직원을 머슴 취급하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직원을 머슴 취급하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김성수 논설위원

    “머슴이 뭘 안다꼬.” 1997년 열린 국회 한보청문회에서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회장이 내뱉듯이 쏘아붙였다. 한 국회의원이 “한보그룹의 전문경영인이 공개한 비자금 액수와 당신이 공개한 액수가 왜 다르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그는 “머슴이 곳간에 뭐가 들어있는지 어떻게 아느냐. 주인인 내가 잘 안다”면서 이렇게 일침을 가했다. 졸지에 전문경영인들은 머슴으로 전락했다. 텔레비전으로 이 장면을 지켜본 대한민국의 수많은 월급쟁이들은 비수로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월급쟁이들의 로망이라는 임원도 결국 주인인 재벌 총수가 보기에는 한낱 ‘머슴’에 불과하다는 슬픈 현실 때문이었다. 정태수 전 회장의 ‘머슴’ 발언은 “나는 몸통이 아니라 깃털”이라던 홍인길 당시 청와대 총무수석의 발언과 함께 한동안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직원을 머슴으로 보고 실제 머슴처럼 대했던 한보가 부도로 무너진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17년이 지났지만 일부 재벌가(家)의 비뚤어진 선민의식은 바뀐 게 없는 듯하다. 지분 구조와 무관하게 회사는 결국 내 것이며, 직원들도 나를 위해 존재하는 머슴에 불과하다는 시각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에서 여실히 입증된다. 땅콩을 봉지째 줬다고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초유의 사건은 국제적인 비웃음을 샀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격(國格)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조 전 부사장이 여승무원과 자신을 무릎 꿇린 뒤 손등을 매뉴얼이 담긴 서류철로 수차례 때렸다는 사무장의 진술이 나왔다.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드러난 사실만 봐도 직원들을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는 ‘종’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대한이라는 이름을 빼고 그냥 한진항공으로 바꿔라”, “보직 사퇴가 아니라 파면을 해야 한다”는 거친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해가 된다. 안타까운 것은 글로벌 기업인 대한항공이 구멍가게도 하지 않을 듯한 아마추어적인 대응으로 문제를 더 키웠다는 점이다. 사건이 터진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변명에 변명으로 일관한 뒷수습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기장과 협의하에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느니, 임원에게는 서비스 점검의 의무가 있다느니 하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한 데 이어 조 전 부사장은 형식적인 보직 사퇴만 하는 ‘꼼수’를 부리며 국민을 기만했다. 국토부의 조사 요구에도 조 전 부사장이 정신적 충격을 받아서 못 나가겠다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니 마지못해 응했다.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 게 결국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불러왔다. 뒤늦게 아버지인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12일 “모든 것은 제 탓”이라면 고개를 숙였다. 조 전 부사장도 국토부 조사에 출두하며 “승무원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너무 늦었다. 진정성도 의심을 받는다. 대한항공은 이미 이번 ‘땅콩회항’ 사건으로 씻을 수 없는 이미지 손실을 입었다. 연간 수백억원씩 신문·TV 광고를 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한 방에 다 날린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국내 대기업의 오너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창업자들이 나이 들어 은퇴하고 2세, 3세로 권력이 넘어가면서 경영 능력은 물론 인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일부 인사들이 경영을 맡고 있다. 맷값 2000만원을 주고 야구 방망이로 노동자를 때린 재벌 2세까지 등장할 정도다. 일부 사례지만 이 같은 일이 빈번하면 결국은 반재벌 정서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 제대로 굴러갈 리 만무하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임직원은 회사의 첫 번째 귀한 자산이다. 그들의 노력과 땀을 바탕으로 회사는 성장한다. 대한항공 역시 1만 8000명 직원 덕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항공사로 발돋움했다. 오너라고 해서, 오너의 가족이라고 해서 군림하려 드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오너가(家)라면 오히려 한껏 자세를 낮춰야 한다. 그렇다고 손해 볼 건 하나도 없다. 임직원을 ‘머슴’으로 여기는 오너가 있는 기업에는 미래가 없다. sskim@seoul.co.kr
  • [단독] [커버스토리] 골프 걸 골드 걸

    [단독] [커버스토리] 골프 걸 골드 걸

    올해 미국과 일본 등 주요 해외 골프 투어에서 무려 29승을 합작한 한국 남녀 프로골퍼들이 상금으로만 3억 1600만 달러(약 348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수입(약 325억원)을 이미 뛰어넘은 데다 아직 일본 투어 시즌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많은 ‘외화벌이’가 기대된다. 최나연(27·SK텔레콤)을 비롯한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선수들이 외화벌이를 이끌었지만 특히 최근 상금밭으로 주목받고 있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선수들의 맹활약도 돋보였다. 특히 올시즌 유일한 해외 투어 상금왕인 안선주(27)는 30일 끝나는 시즌 최종전 우승과 함께 46년 만의 일본투어 최저 평균타수 달성이라는 대기록에도 도전하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자 선수들의 경우 1454만 7960달러(약 161억 2000만원)를 벌어 지난해 1240만 달러(약 131억원)를 뛰어넘었다. 5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한국 선수는 12명에 달했다. 세계 랭킹 1위의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남녀 선수 통틀어 가장 많은 222만 6641달러(약 24억 6700만원)를 획득해 ‘골프여제의 위용’을 입증했다. 남자의 경우 노승열(23·나이키골프)이 취리히클래식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둔 데 힘입어 지난해(480만 달러)보다 많은 554만 4450달러(약 61억 4000만원)를 획득한 것을 비롯해 김형성(34)을 비롯한 일본파도 4차례나 우승컵을 들어올려 외화벌이에 가세했다. 그러나 이건 모두 해외파 얘기다. 기세등등하게 어깨를 겨루며 나란히 골프 국격을 높이고 있는 해외파와는 달리 국내에선 남녀 선수의 불균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11년간 국내 투어를 대표하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규모만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 지난 2003년 12개 대회를 치르면서 총상금 24억여원에 불과했던 KLPGA 투어는 올해 27개 대회를 치르는 동안 총상금만 무려 165억여원을 나눠 주는 특급 투어로 성장했다. 세계 경기 불황으로 주춤했던 2011년 잠시 성장세가 주춤했을 뿐 이후 규모면에서 상승곡선을 가파르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KPGA 투어는 2003년 11개 대회에 총상금 37억원으로 여자 투어보다 앞섰지만 올해 대회 수는 14개에 불과했고 총상금 역시 91억원으로 여자 투어에 견줘 절반가량 못 미쳤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협회를 맡아 이끌었던 2000년대 말~2011년 총상금 최고 130억원을 기록하는 반짝 성장세를 보였지만 박 회장의 퇴진 이후 협회 내 알력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후퇴했다. 뒷걸음친 지가 벌써 5년째다. 세계 주요 프로골프 투어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우위인 곳은 한국과 일본 투어뿐이다. 미국 PGA 투어는 지난 시즌 45개 대회에 총상금이 3억 230만 달러로, LPGA 투어 32개 대회의 5755만 달러보다 5배 많았다. 유럽 투어 역시 남자가 여자대회 규모에 비해 월등하게 크다. 그나마 일본 투어가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다. 뜻있는 사람들은 “남녀 프로골프투어가 균형 있게 성장해야 한국골프도 한 단계 더 발전한다. 남자프로골프투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 같은 바람을 따라주지 않는다. 1970년대 초 남자프로골프협회 사무실의 방 하나를 빌려 눈칫밥으로 시작한 KLPGA 투어의 상승세는 어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볼을 잘 치고, 예쁘니까 더 끌린다’는 사실 하나 때문이다. 핸디캡 15 안팎인 남자 주말골퍼라면 자신들이 소화하기에 딱 어울리는 여자 선수들의 스윙에 눈길이 꽂히는 건 당연한 일. 이들은 스스로 팬클럽을 결성하고 이른바 ‘삼촌팬’을 자처하며 평일 대회장을 찾아 열광한다. 여자 선수들의 ‘미모 지상주의’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여자 투어의 상승세는 멈출 줄 모르고 다른 한편에서는 빈곤이 또 다른 빈곤을 낳는다. 최근 KPGA의 한 관계자는 내년 신설 대회를 만들기 위해 한 대기업의 문을 두드렸지만 “여자대회가 아니면 곤란하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KLPGA 투어 상금랭킹 ‘톱10’ 가운데 메인 스폰서가 없는 선수는 없다. 반면 남자 투어의 경우 올 시즌 상금왕에 오른 김승혁(28)조차 이렇다 할 후원사가 없는 형편이다. 국내 남녀 골프의 불균형은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그나마 국내에서 뛰던 선수들도 ‘상금’을 좇아 해외, 특히 투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드는 일본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박호윤 KPGA 사업국장은 “내년에는 프레지던츠컵(10월 8일)이 국내에서 열리는 만큼 남자 대회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보다 2~3개 대회를 더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만경봉호 출항지 니가타에서 韓·日-北·日 관계를 논하다

    만경봉호 출항지 니가타에서 韓·日-北·日 관계를 논하다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일본인 문제가 상당 부분 진전되기 전에는 일본 정부의 의미 있는 대북한 제재 해제는 생각하기 어렵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때처럼 몇 명의 납북자를 일본으로 돌려보낸다고 해서 제재를 누그러뜨리지 않을 것이다.” 히라야마 이쿠오 전 니가타현(縣) 지사는 지난 10일 구천서 미래재단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일본 정부와 사회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문제의 보다 철저한 해결을 요구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담은 히라야마 이쿠오 전 주지사가 총장으로 있는 니가타 국제정보대학(NUIS)에서 이뤄졌다. 구 이사장이 이날 탈북 청년 12명 등 미래재단의 통일지도자아카데미 8기 회원 및 관계자들과 함께 NUIS를 방문했다. 두 사람은 일본인 납치 및 북·일 관계, 종군 위안부 문제 및 한·일 관계, 동북아공동체 구상 등을 논의했다. 구천서 이사장 지난 5월 스웨덴 스톡홀름 북·일 회담에 이어 9월 말 베이징회담, 10월 말 일본 외무성 대표단의 평양 방문 등이 이어지면서 납치자 문제 해결과 양국 관계가 개선의 가닥을 잡은 듯했었다. 그러다 최근 다시 납북 사망자 문제 등을 둘러싸고 걸림돌에 걸린 분위기다. 히라야마 이쿠오 총장 북한은 일본에 ‘납치자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 요구에 응할 테니 제재를 풀어 달라’며 접근했다. 그러나 그들은 일본인 납북자 의혹 사건에 대해 더 새로운 사실을 밝히지 않아 일본 측을 다시 실망시켰다. 메구미 사건은 일본인 납치 문제를 상징한다. 일본은 북한이 그녀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녀가 사망했다’며 다른 사람의 유골을 보내오는 등 다시 우리를 속여서는 안 된다. 메구미가 살아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구천서 지사를 세 번 연임하면서 납북자 문제에 관여해 왔고, 피해자 가족과 남다른 인연도 있는 것으로 안다. 북한에 의해 1977년 이곳 니가타에서 납북된 메구미의 사망설이 최근 일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본은 납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있나. 한·일 공조 강화도 필요하다고 본다. 히라야마 인도주의 사안인 납치 문제에 대한 국제 공조 강화를 환영한다. 그러나 일본과 다른 나라들의 이 문제에 대한 중점과 우선순위는 다를 수밖에 없다. 북한은 이 문제를 갖고 흥정하려고 했지만 흥정 대상은 될 수 없다. 일본은 채찍을 들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엿’(당근의 일본식 표현)을 흔들 수도 있지만 한계가 있다. 납북자 가운데 상당수는 니가타 지역에서 납치됐다. 메구미의 아버지는 일본은행에서 나와 같이 근무한 옛 직장 동료다. 그는 니가타 일본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할 때 딸인 메구미의 납치를 겪었다. 같은 납북자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방북 후 2002년 일본으로 귀환한 하스이케 가오루는 나의 고교 후배다. 현 지사를 두 번째 맡던 1992년 납치 문제가 불거졌는데 피해자 가족들이 일본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고, 증거들이 나오면서 사회적인 쟁점이 됐다. 구천서 일본이 북한에 줄 수 있는 ‘엿’, 유인책은 무엇인가. 남북 관계가 나빠지고 금강산 관광 등에서 얻던 현금 확보 길이 막힌 상태에서 국제적인 대북 제재 공조가 더욱 조여져 왔다. 북한은 경제가 더 어려워지자 대일 관계 개선을 통해 숨통을 틔워 보려고 했다. 국제 공조를 허물기 위해 일본을 대북 공조 체제에서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전략도 엿보인다. 일본 정부는 모든 납치 피해자의 전원 귀국, 북한 측의 납치 피해 진상 규명, 납치를 실행한 공작원의 일본 인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납치 피해자 문제의 해결 없이는 국교 수립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히라야마 그렇다. 그러나 일본의 대북 제재 효과는 제한적이다. 한국, 일본, 중국 세 나라가 한 박자가 돼 북한을 압박해야 효과가 나는데 그게 힘들다. 중국은 나름대로 제재에 참가하고 있다고 하지만 ‘북한 목을 세게 조르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 일본 내 평가다. 에너지와 식량은 중국이 공급하는 가운데 일본은 의약품과 사치품, 하이테크 제품 및 기술협력이라는 지렛대를 갖고 있다. 북한에 영향력이 제일 큰 나라 역시 중국이다. 구천서 그래도 일본의 대북 제재로 북한 지도층이 상당한 고통을 겪지 않았나. 일본은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 이후인 2006년부터 만경봉호의 니가타항 입항을 금지했다. 히라야마 총장께서도 당시 지사로서 대북 제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납치자 구출 모임의 첫 후원회장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구출 모임은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1000만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히라야마 만경봉호의 니가타항 입항이 금지되자 ‘최대 희생자는 김정일’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유행했다. 김정일은 멜론 등 니가타 지역의 과일을 즐겨 먹었는데 입항 금지로 과일과 일본 술의 직수입이 불가능해져 매우 낙담했다는 말이 돌았었다. 사치품의 수입 금지도 북한 지도층에는 타격이었다. 만경봉호로 북한을 왕래하던 조총련 인사들과 조총련계 재일 조선인 학생들의 수학여행 및 방북 금지도 경제적·전략적으로 적지 않은 타격이 됐다. 해마다 4000명에서 1만여명이 만경봉호를 타고 방북했다. 납치자 문제의 완전 해결은 북한 체제가 바뀌어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 문제의 진전 없이는 의미 있는 대북 제재 해제 등 북·일 관계 진전은 불가능하다. 이런 입장이 최근 일본 내에서 더 강화됐다. 납치자 구출 모임에는 지금도 참여하고 있다. 구천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도 한·일 협력과 공조의 필요성을 다시 확인케 한다. 두 나라의 협력은 동북아시아 경제 번영과 정치 안정을 위해서도 절실하다. 그런데 일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위안부 문제 등 역사를 거스르는 행보가 관계 진전을 흔들고 있다. 한·일 관계 개선을 원하는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히라야마 1급 전범들이 함께 묻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정치인과 국가 지도자들이 참배하러 가는 것에는 나도 반대한다. 영토 문제와 관련해선 현상을 건드리지 않는 그대로 놓아 두는 현상유지책이 중요하다. 일·중 관계에서도 일본은 센가쿠열도의 지위 변화 등 문제를 일으켰다. 많은 한국인들이 그러하듯 한·일 관계 개선을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원한다.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한다. 협력 강화는 양측에 이득과 번영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 일본 내 인식과 한국 등 국외의 인식에 많은 격차가 있다. 당초 한·일 간에 독도 문제가 가장 큰 갈등 거리였는데 이제는 위안부 문제가 더 큰 쟁점이 됐다. 인식 차가 더 벌어졌다. 일반 국민들의 감정과 태도는 일본 정부보다 한국 측의 인식과 거리가 더 크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구천서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과 공감대 형성 노력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해 무엇이 바람직한지를 판단해 국민을 설득하고 공감대를 이뤄 나가야 한다. 일반 국민들의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을 수 있다. 문제를 풀어 가는 정치인들과 여론주도층의 적극적 역할이 절실한 시점이다. 히라야마 동감한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점은 한·일 두 나라가 고노 담화 수준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타결해 매듭 짓고, 이에 기초해 후속 작업이 이뤄졌어야 했다. 한국도 고노 담화 수준에 만족하지 못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천하지 못했다. 일본에선 이런 한국 태도에 불만이 높아졌고,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지지로 이런 감정이 일부 전환됐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정부 관여와 강제성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와 문서를 찾기 힘들다는 게 일본 측 시각이다. 살아 있는 피해자의 증언, 탄광 노동자 등 강제 징용 피해자들의 증언에 신빙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구천서 꽃다운 청춘을 희생당한 당사자들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는데 더 확실한 증거를 어디서 찾겠나. 물론 이와 관련한 일본학계 내 논의 등에는 주목하고 있다. 일본 내 여론 가운데 ‘60여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 사과만 요구할 건가’라는 주장을 듣고 있다. 계기가 있을 때마다 독일의 총리와 정치지도자들이 과거에 국가가 저지른 죄악의 책임을 반성하는 행동이 국격과 국제사회에서 지도력을 높였다는 사실은 일본에도 본보기가 될 수 있다. 미래는 올바른 과거 인식에서 출발한다. 히라야마 동감이다.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임해야겠다. 탈북 청년 등 한국 청년들이 구 이사장과 함께 우리 학교를 찾아와 줘서 고맙다. 우리 학교 학생 40여명과 한국의 젊은이들은 저녁을 함께 하면서 바로 친해졌다. 몇 시간의 만남 뒤에 서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며 우정을 나누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일 관계의 희망을 발견했다. 탈북 청년 등 이곳에 온 한국 젊은이들은 한국의 통일과 화해를 상징하는 희망이다. 한·일 젊은 세대의 교류를 더욱 확대해 나가자. 50년, 100년을 보고 나아가야 한다. 구천서 니가타는 많은 상념에 잠기게 하는 곳이다. 1959년부터 1984년까지 9만 3339명의 재일교포와 그 가족들이 니가타 항구를 통해 북송됐고, 북한 요원들에 의해 무구한 일본 소년 소녀와 양민들이 납치된 곳이기도 하다. 바다 너머가 바로 한반도다. 이번에 일본을 찾은 한국 젊은이 가운데는 어머니가 이곳 니가타에서 1960년대 초 만경봉호를 타고 북송됐던 재일교포의 딸도 포함돼 있다. 과거 한국인과 일본인의 고통과 절망을 상징했던 니가타가 협력과 화해, 번영과 평화를 위한 동북아시아 공동체의 허브 지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데 대해 뜻깊게 생각한다. 히라야마 니가타는 바다를 사이로 한국, 북한, 러시아 등을 마주 보고 있다. 지사를 세 차례 연임하면서 이곳을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국가들의 교류 중심으로 키우려고 노력했다. 한반도와 니가타 사이의 바다를 화해와 번영의 내해(內海)로, 지역공동체의 거점으로 키워 나가려는 노력이 한·일 양측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내년이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는다. 두 나라가 관계 발전의 좋은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모을 때다. 정리 니가타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구천서 이사장 1950년생(64). 충북 보은 출생, 고대 경제학과 졸업, 15·16대 국회의원,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의장,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베이징대 박사, 현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 및 한·중경제협회 회장 ■히라야마 이쿠오 前 지사 1944년생(70). 니가타현 출생, 요코하마국립대 경제학과 졸업, 일본은행 니가타지점장, 니가타현 지사(3선),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명예박사, 현 니가타 국제정보대학(NUIS) 총장
  • 권노갑 “반기문 총장 野 대선후보 출마 측근들이 타진”

    권노갑 “반기문 총장 野 대선후보 출마 측근들이 타진”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84) 상임고문이 3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회의실에서 회고록 ‘순명’(順命)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출판기념회에는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축사를 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책 추천사를 통해 “우리 부부는 권 고문과 일생을 함께한 것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출판기념회에는 새누리당 서청원·박대출 의원과 새정치연합 문재인·이해찬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 전 장관은 축사에서 “정치의 뒷얘기를 통해 나라를 생각하는 정치인들의 숨은 고뇌가 느껴졌다”며 경의를 표했다. 김 대표는 “평생 자신을 숨기고 낮추면서 역사를 만들었던 우리들의 큰형님”이라며 축하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권 고문의 회고록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역사의 회고록이요 학습교재”라며 축하했다. 이에 권 고문은 DJ의 말을 빌려 “공인으로서 정치인이 자서전과 회고록을 쓰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대한 책무”라고 출판 배경을 설명했다. 권 고문의 회고록 제목 ‘순명’은 평생을 김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 지내 왔으나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 당시 여당 소장파들로부터 2선 후퇴 요구를 받고 ‘순명’이란 말을 남기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것에서 따왔다. 책은 정치 역정과 비화 등을 담았다. 권 고문은 1999년 ‘누군가에게 버팀목이 되는 삶이 아름답다’는 회고록을 냈으나 DJ의 만류로 출판기념회를 취소하고, 2001년 일본 도쿄에서 일본어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권 고문은 목포상고와 동국대를 나왔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외국어대에서 최고령으로 영어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모교 동국대에서 영어영문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논문 쓰는 것이 어렵겠지만 꼭 해내고 말겠다”고 말했다. 한편 권 고문은 이날 일부 차기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가까운 측근들이 반 총장의 야권 대선후보 출마를 6개월 전부터 타진했다고 전했다. 반 총장 측근에 대해 한 사람은 지금 한국에 있고, 한 사람은 외국에 거주한다고 밝혔다. 권 고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측근들이 새정치연합 대통령 후보를 타진했다”면서 “반 총장은 우리나라의 국격을 높일 수 있는 분이다. 우리가 영입을 해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 총장의 뜻이 담겨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건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시론] 전환기의 예산 정책방향/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

    [시론] 전환기의 예산 정책방향/김원식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

    지난달 국회의 국정감사가 끝나면서 예산 시즌이 왔다. 2015년 정부예산안에 따르면 지출은 2009년 이후 가장 크게 20조원을 늘려 잡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33조원의 재정적자를 편성했다. 복지예산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한 복지제도 등으로 예산의 30%가 넘었다. 세계적 불경기가 우려되면서 정부 예산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자율 수준은 역대 최저여서 더이상 금융정책의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다. 게다가 이자율이 더 낮아진다고 기업들이 더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내년 예산에는 과거와 다르게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크게 반영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는 경제도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에 의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성장잠재력의 지속적 하락으로 저성장이 고착화됨에 따라 내년 성장률이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대규모 재정적자를 편성하는 것이 경기 부양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기초연금 등의 복지비를 조달하는 데 더 초점이 맞추어진 것 같다. 현재의 복지비 증가 추이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이는 제조업 등의 성장 부문에 중장기 예산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소비 진작 등을 통한 소극적 경기부양보다는 적극적인 생산부문의 구조조정과 자발적 기업투자를 목적으로 다양성 원칙에 따라 다양한 정책들을 복합적으로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선 고령화 시대에 대한 대비로서 고령화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화 인프라가 형성될 기회가 없었다. 고령사회는 노인들이 많은 사회가 아니라 노인들이 일하는 사회다. 즉 이들을 소비 주체가 아닌 생산 주체로 역발상해야 한다. 청년 고용과 고령자 고용은 서로 대체성이 없다. 고령자 고용은 청년들의 고령자 부양 부담을 덜어줄 뿐 아니라 국민생산도 높인다. 둘째, 복지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복지비 지출은 매년 10%씩 늘어나는데 지난 금융위기 이후 빈곤율은 감소하지 않고 있다. 이는 양적 확대의 복지지출이 한계에 왔음을 의미한다. 국민들은 이제 질적 복지개혁을 원한다. 더 나은 육아, 더 나은 교육, 더 나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이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1980년대의 복지 패러다임이 아직도 유지되면서 복지누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복지체계를 개편해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고 다양한 세제 혜택으로 민간 부문을 지원하면 정부의 재정 부담이 훨씬 덜어질 수 있다. 셋째, 안전과 재난에 대비한 투자가 필요하다. 세월호의 기억은 국민들로 하여금 안전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하게 했다. 그동안 쌓아 온 경제적 성과를 온전히 지키는 것도 성장의 기반이 된다. 우리가 활용해 왔던 공공시설들에 대한 노후화가 많이 진행돼 왔다. 공공과 민간의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과 기준의 상향 조정을 통해 안전에 대한 사회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 넷째, 국가 재정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복지비를 충당하기 위한 사회보장세를 도입해야 한다. 이는 재정준칙제도나 지출과 수입을 연계하는 페이고(pay-go)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늘어나는 복지비를 충당하는 데 용도의 구분이 없는 일반 재정을 사용하게 되면 복지 지출과 부담에 대한 연계성이 약화돼 끊임없이 무상복지의 요구가 나타나게 된다. 우리가 당면한 글로벌화와 고령화라는 전환기에서 재정건전성은 국가의 신뢰도와 직결되고 경제 탄력도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지표다. 우리나라는 곧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고 인구가 5000만명인 나라가 된다. 이러한 국가는 세계에 7개밖에 없다. 이제는 국격에 맞게 여야가 보다 현명한 국가 경영을 위해 예산 편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
  • [2014 국정감사] 직원 3명 찾아 日·中으로… 답변은 전날 한국서 파견된 직원이

    17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린 중국 베이징(北京) 주재 한국대사관 회의실에는 피감기관 증인보다 감사자인 국회의원이 더 많은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9명은 이날 중국에 나와 있는 금융감독원 등 4개 국책 기관의 현지 사무소에 대한 국감을 위해 베이징으로 날아왔다. 국감장에는 금감원 감독을 받는 산업은행과 산업은행이 출자한 대우증권 및 서울보증보험 사무소 대표 4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 사무소는 직원이 1~3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국감’이라는 언론의 비판이 나온 뒤 참여 의원 수가 당초 14명에서 9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날 국감은 현안이 없던 탓에 중국 시장 현황을 점검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우택 위원장은 “대규모 대출 부실 발생을 막기 위해 국내 은행의 해외 점포를 직접 점검하고 국내 금융 시장에 안주하는 금융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감을 나왔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해도 충분한 일을 베이징까지 와서 한 셈이다. 의원들은 이날 저녁 5성급인 독일계 캠핀스키 호텔에서 묵은 뒤 다음날 한국 금융 업체를 둘러보고 서울로 돌아간다. 국감 관계자는 “호텔값은 대사관 측의 협조로 2000위안(약 38만원)에서 930위안으로 깎았다”면서 “앞서 외통위 의원들이 베이징에서 뮤지컬을 보는 등 ‘외유’를 했다는 비판 때문인지 다른 일정을 잡아달라는 요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정무위 국감도 비슷했다. 김용태 새누리당 간사 등 의원 9명은 이날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금융감독원 도쿄사무소, 산업은행·기업은행·우리은행·대우증권 도쿄지점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다. 김 의원은 국감을 시작하며 “일각에서는 해외 국감에 대한 실효성이 지적되고 있지만 일본의 경우는 부당 대출 같은 금융기관의 행태가 국격을 떨어뜨렸다”고 발언해 국내에서의 ‘외유 논란’을 불식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검사 기능 없이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금감원 도쿄사무소 피감을 위해 전날 한국에서 금감원 국감에 참석한 박세춘 부원장보가 파견되는 등 해외 국감의 효율성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의원들의 질문에 정갑재 도쿄사무소장보다 박 부원장보가 답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금감원 도쿄사무소는 국내 은행 일본 지점의 영업 행위 등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고 금융청 등 일본 금융당국과의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고 있다. 소장을 포함해 주재원 3명과 사무직원 1명이 인력의 전부다. 또 이번 국감에서는 개인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산업은행과 대우증권 도쿄지점장도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질문을 거의 받지 않아 ‘들러리’ 취급을 받았다. 국감 다음날인 18일 오전에는 의원들이 일왕의 거처인 황거(皇居)를 방문하는 일정이 잡혀 있는데, 피감기관의 직원들이 함께 수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 [씨줄날줄] 공공외교/문소영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는 공공외교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국격 고취’라며 국가브랜드위원회 같은 낯선 이름의 대통령 자문 기구가 2009년 설치된 것도 공공외교를 강화하려는 이유였다.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 관련 홈페이지에서 이 개념을 “외국 국민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하고, 우리의 국가이미지와 국가 브랜드를 높여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외교활동”이라고 정의했다. 공공외교의 시대에는 공식적인 외교적·군사적 행위에 앞서 국제여론을 등에 업어야 한다. 국제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으면 미국조차 ‘악의축’과의 전쟁,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충분한 효과를 얻을 수 없음을 입증했다. 이렇게 국제여론이 중요해진 이유는 위성방송과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영국의 BBC월드 뉴스나 미국의 CNN 월드, 카타르의 알 자지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세계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해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누구나가 실시간으로 다 알 수 있는 지구촌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세계는 수평적이고 쌍방적이며 대칭적인 관계가 됐다. 공공외교는 또한 영국문화원이나 괴테인스티튜트처럼 해외주재 문화원을 통한 문화·예술·언어를 통해 매력을 발산·확산하거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통해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거나, 독일과 프랑스에서 시작된 지방자치단체들의 자매협력도시 맺기 운동 등을 벌인다. 여기서 NGO나 대학은 물론, 세계적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은 별도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런 요소들을 소프트파워(Soft Power)라고 부르고, 20세기까지 강조된 군사적 개입이나 강압적 외교, 경제적 제재 등의 하드파워(Hard Power)와 차별한다. 따라서 공공외교에서는 다양한 소프트 파워로 매력을 발산해야 한다. 한국의 가장 큰 매력은 1970년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산업화와 1987년으로 상징되는 민주화의 ‘동시 달성’이다. 독재정권 아래의 산업화한 한국이나, 가난하지만 민주적인 한국은 둘 다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데 요즘 해외 언론에 보도되는 한국 사회를 보면 공공외교가 걱정된다. BBC 등에서 극우적 논조의 산케이 신문 소속 기자이지만 ‘대통령의 7시간’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한국 검찰에 기소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도 “지켜보고 있다”고 논평까지 냈다. 이명박 정부 때 강조되던 ‘공공외교’나 ‘국가 브랜드’ 정책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타산지석인 타이완의 생존법/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타산지석인 타이완의 생존법/이석우 정책뉴스부 선임기자

    “한국과 대륙(중국)이 오는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한·중 자유무역(FTA)협정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한국과의 많은 경합 부분에서 더 어렵게 될 텐데….” 경쟁국 사이인 한국과 중국의 FTA 체결은 타이완 관가와 경제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였다. 최근 타이베이에서 만난 타이완 정부 관계자들은 “APEC 회의 때 체결 가능성이 높으며, 늦어도 연내에는 타결을 예상한다”며 발 빠른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이었다. 타이완은 지난해 무역액 303억 달러로 우리의 6대 교역국이다. 2011년 35억 달러, 2013년 10억 7000만 달러 등 우리는 지속적인 흑자를 거둬 왔고, 한 해 54만여명을 웃도는 타이완인들이 한국을 찾고 있다. 두 나라는 중국이란 블랙홀의 흡입력 앞에서 어떻게 경제적, 전략적 자존과 독립성을 유지해 나갈지에 대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병상련의 처지다. 한쪽으로 기울어가는 경제적 의존성이 전략적 자유와 생존 공간을 좁히고, 취약성을 높인다는 우려와 초조감이 두 나라 대중 전략의 고민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다. 중국의 압박 속에서 지구촌 대부분의 국가들과 국교 없이 비공식 관계만 유지하는 타이완이 국가단위가 아닌 경제체들의 만남의 장인 APEC을 어떻게 국제적 네트워크와 활동 공간을 넓히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는지 눈여겨볼 만하다. 오는 11월 베이징 APEC 회의에서 아·태 지역에서의 타이완의 역할과 기여를 부각시키려는 결의와 노력은 인상적이다. 방문 중에 만났던 루시아 린 차관 등 교육부 관계자들은 변화하는 글로벌 환경과 초융합적인 경제환경에 맞는 인재양성과 시장지향적 기술교육 및 직업훈련 등을 설명했다. 타이완이 APEC 회원국들과 성과를 공유해 나가기 위한 틀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도 소개했다. 농업위원회 천바오지 위원장은 곡물 수확에서 저장·가공에 이르는 과정에서 30%가량의 유실률을 줄일 수 있는 방안과, 이를 동남아 등 APEC 지역국가들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전했다. 대기업 의존형인 우리와 달리 중소기업이 수출과 경제의 축인 타이완은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정부와 대학들이 나서서 국제적인 네트워크와 인재 및 정보 소통의 틀을 구축하며, 중소기업의 환경적응 능력에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30대 기업 가운데 28곳은 부진에 빠졌고, 1, 2등 기업도 불안한 미래를 맞고 있다”는 우리에게 유연한 적응력과 단단한 내구력을 가진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생존을 위해서라도 벤치마킹해야 할 참이다. 동남아 등 지역에 대한 기여와 촘촘한 글로벌 네트워크로 생존 공간을 넓히고, 정보와 네트워크의 공유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과 국가의 활력을 높이는 타이완의 생존 전략은 거대 이웃의 부상 속에서 우리에게 타산지석이다. 출범 초 정부가 외쳤던 ‘정부3.0’과 ‘창조경제’가 껍데기만 남은 것은 아닌지, 일방적인 대기업 의존형 경제가 얼마나 더 유효할지, 지속 가능한 국가 번영의 전략을 다시 한 번 고민하고 숙고할 때다. jun88@seoul.co.kr
  • [사설] 국격 따라잡지 못하는 한심한 인권위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와 정부에 입법을 권고했다. 지난 3월 국제 인권기구 연합체인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인권위에 ‘등급보류’ 판정을 내리자 새달 국제등급 재심사를 앞두고 서둘러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현재 위원장 1명만 받게 돼 있는 인사청문회 대상을 상임 위원 3명에까지 확대 적용한다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1조가 명시하듯 인권위의 존재 목적은 개인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권위의 실체는 여전히 허약하고 인권 마인드는 불철저하다. 이번 개정안을 보면 시민사회 등에서 주장해온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핵심적인 내용은 빠져 있다.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같은 구체적 절차는 법률안이 아닌 별도의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대통령 등 지명권자에게 도입을 권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무조항이 아닌 가이드 라인이 얼마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인권위의 투명성과 다양성 강화를 지적한 ICC의 권고에 크게 못 미친다. 결국 무늬만 개정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동안 부패나 비리, 심지어 반인권 의혹을 받은 ‘정치꾼’까지 버젓이 인권위원 자리를 꿰차온 현실을 우리는 똑똑히 기억한다. 부적격 인권위원 선임을 근본적으로 막을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 돌이켜 보면 인권위의 위상 추락은 스스로 자초해온 측면이 크다.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는 그동안 용산참사나 ’PD수첩’ 사건, 민간인 사찰 등 인권위가 제 목소리를 내야 할 대목마다 나서기를 주저해온 것이 사실이다. 독립성을 지키기보다는 정권의 기미를 살피는 데 충실했다. 그 책임은 무엇보다 인권위 내부적으로 90%가 반대함에도 연임해 지금까지 ‘식물인권위’를 지켜온 현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 그는 다민족 사회를 말하며 흑인을 ‘깜둥이’라고 지칭해 쓴웃음을 짓게 한 인물 아닌가. 국가인권위원회는 1993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 의거해 2001년 출범한 유엔의 독립기구다. 유엔 결의로 채택한 기구에 걸맞은 역할과 기능을 다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인권이라는 소프트 파워의 관점에서 보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인권이 국력이 되는 세상이다. 인권의 가치에 다시금 주목해야 할 것이다.
  • [독자의 소리] 범죄예방 CCTV 여전히 부족하다/엄재천 원주경찰서 형사과장

    얼마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를 증명한 가장 결정적 증거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었다. 이처럼 CCTV는 최근 강·절도 등 강력사건은 물론, 차량 접촉사고나 주차위반 등 사소한 범법행위까지 속속 잡아내고 있어 사고 예방은 물론 범인 검거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CCTV의 예방 효과를 인정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서둘러 통합관제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CCTV 설치 비율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보다 열악한 국가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CCTV의 긍정적인 효과 이외에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줄여서 최소한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의 치안 전문가들이 CCTV가 범죄 억지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CCTV로 세세하게 감시망을 짤 경우 범죄 비용을 증가시켜 범행의지를 포기하게 만들거나 기회를 원천봉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부족한 경찰인력과 방범 역량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도 한다. 안전한 사회와 안정된 치안은 불가분의 관계로 안정된 치안은 국가의 경쟁력이자 국격이다. 치안의 일차적 책임은 경찰에 있다. 하지만 그 기본이 되는 치안 인프라 구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조 없이는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엄재천 원주경찰서 형사과장
  • [사설] 송광용 靑 교문수석 돌연 사퇴 이유 뭔가

    송광용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갑자기 물러났다고 한다. 사의를 표명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곧바로 사표를 수리했다는 것이다. 이 모두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나선 그제 하루 사이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가 이렇듯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송 수석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청와대는 설명한다. 하지만 그가 수석에 임명된 것은 지난 6월 23일이니 3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임명 과정에서는 교수 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의혹이 제기되며 뜨거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며 수석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그럼에도 100일을 채우지 못한 시점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스스로 밝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 이번처럼 청와대 고위직이 아니더라도 정부 고위 인사의 돌연한 사퇴는 국민을 걱정스럽게 한다. 과거에도 정부 내부의 알력이 수습하지 못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거나, 당사자의 도를 넘는 일탈이 확인됐을 때 비슷한 일이 빚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당연히 정책 추진의 혼선을 빚어 국민 생활에 어려움을 주거나 국격에 타격을 가해 국민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송 수석의 퇴장은 아직도 뚜렷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고 있으니 더욱 큰 문제다.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직후 청와대 담당 수석비서관의 내막을 알 길 없는 사퇴 소식은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뭔가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청와대도 당혹스러울 것이다. 적지 않은 진통을 감수하며 청와대와 내각의 진용을 제대로 갖춘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안타까울 수도 있다. 국정의 정상 운영에 속도를 내야 할 시점에 불거진 수석비서관의 ‘상식적이지 않은 퇴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인사 난맥 논란을 다시 재점화해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청와대는 송 수석 사퇴의 원인과 배경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는 정공법을 택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송 수석의 사퇴와 관련해 시중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루머는 루머를 확대 재생산할 뿐이다. 잘못된 추측이 사실인 양 퍼져 나갈수록 정치적 파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청와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밝히는 것이 부담을 더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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