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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소녀상 조각가 방일 “日 방해가 세계적 설치 자극”

    위안부 소녀상 조각가 방일 “日 방해가 세계적 설치 자극”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만든 부부 작가인 김서경·김운성씨가 “작은 크기의 소녀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가 세계 각지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서경씨는 지난 27일 일본 도쿄도의 한 문화시설에서 열린 대담에서 “많은 분이 분노해서 (소녀상이) 몇 점이 세워질지 잘 모르겠다”며 역사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계속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김운성씨는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소녀상이 일본을 해치는 것’, ‘일본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일본의 전쟁 범죄를 감추고 은폐하는 것과 우리 역사의 아픔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일본의 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소녀상을 부정하는 일본 측의 태도가 소녀상을 더 많이 설치하도록 자극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운성씨는 또 “일본대사관 앞에 원래 작은 비석만 설치하려 했는데 일본 측이 압력을 가하니 이를 참을 수 없어서 소녀상을 설치한 것”이라며 “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을 치우라고 했기 때문에 지금 미국 워싱턴에 소녀상 제작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전쟁에서 한국군에 희생당한 여성과 아이 등을 기리기 위해 ‘베트남 피에타’ 조각상을 제작한 이 부부는 한국 사회는 한국군이 베트남전 때 민간인을 학살한 가해의 역사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운성씨는 “일본이 전쟁 범죄를 인정 안 하듯이 한국도 전쟁 범죄를 인정하지 않아 베트남 피에타를 베트남에 보내는 일이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이철우 “김천 주민에 물병 공격 받았지만 사드 배치 줄곧 찬성”

    이철우 “김천 주민에 물병 공격 받았지만 사드 배치 줄곧 찬성”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철우(경북 김천) 새누리당 의원은 26일 자신의 지역구 인근에 사드 부지가 검토되고 있는 데 대해 지역민들의 반대에 개의치않고 사드배치에 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의원은 26일 성명을 내고 “정보위원장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국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만약 지역구민의 뜻을 받들기 위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반대한다면 당연히 국회 정보위원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또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하다가 야유와 물병공격을 받았으며 저는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는데 연연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면서 “정보위원장으로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대응 무기인 사드 배치에 대해 처음부터 줄곧 찬성했다”고 사드 배치에 찬성하는 입장을 강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사드 배치를 놓고 분열할 때가 아니다”면서 “국민적 단결만이 대한민국 안보를 확고히 뒷받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가적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괴담을 퍼뜨리는 세력에 절대 휘둘려서는 안되며 정치권이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국민적 단결을 이루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책 읽으러 강릉에 오세요/최명희 강릉시장

    [기고] 책 읽으러 강릉에 오세요/최명희 강릉시장

    소설가 한강이 지난 5월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몇만 부만 팔려도 베스트셀러에 오르던 한국 소설이 수십만 부가 팔리면서 독서붐을 일으켰다. 그전에 발표됐던 한강의 다른 작품도 다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이 상 수상을 계기로 모처럼 책 읽는 문화가 다시 확산되기를 기대했지만 그런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1년간 13세 이상 국민 중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경험이 있는 사람의 비율(독서율)은 56.2%였다. 10명 중 4명꼴은 1년에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은 것이다. 13세 이상 1인당 연간 평균 독서 권수는 9.3권에 불과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의 연평균 독서율인 76.5%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지난 1월 미국의 주간잡지 뉴요커는 “한국은 선진국 가운데 1인당 독서량이 최저인데 노벨문학상 발표 시기만 되면 전 국민이 한국 작가의 수상 여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고 꼬집었다. 책은 국제적으로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읽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책은 지식의 보고이고, 독서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밑거름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주위를 보면 책을 읽는 모습보다 스마트폰을 가까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독서는 일상생활에서 가까이 책을 두고 읽는 습관을 기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게 출판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손쉽게 책을 구해 읽을 수 있도록 주변에 도서관 등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아야 한다. 강릉 하면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인 경포대 해변을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강릉은 예전부터 문향(文鄕))으로 유명하다. 멀리 율곡 이이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쓴 매월당 김시습, 허균과 허난설헌 등의 고향이다. 근현대 들어서는 서영은, 윤후명, 김형경 등의 문인들도 강릉 출신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은 강릉은 2007년 평생학습도시로 지정받아 도심은 물론 읍, 면, 동 단위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지금 99개로 늘었다. 전통의 향기를 풍기는 옛 기와집이나 시장통, 오래된 마을의 뒷골목에도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민들이 사랑방 역할을 하게 했다. 다음달 9~11일 강릉에서 열리는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축제다. 전국의 출판 및 독서 관련 단체 150여곳이 참여해 책 읽는 도시 선포식, 북 콘서트, 노벨문학상 작가전 등이 펼쳐진다. 또 전국독서동아리한마당, 평생학습어울림한마당, 전국문학심포지엄, 평생학습의 밤 등 독서 애호가들의 행사가 풍성하게 마련됐다. 강릉의 자랑인 경포 해안에서 벌어지는 문학 기행은 초가을 솔향 가득한 해변에서 펼쳐지는 인문학의 향연이다. 독서는 개인에게는 인성과 실력을 살찌우는 역할을 하지만 크게 보면 미래의 국가경쟁력은 물론 한 나라의 국격(國格)을 결정하는 척도이기도 하다.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책 읽기 운동을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부산대 교수에 집행유예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훼손’ 부산대 교수에 집행유예

    허위사실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부산대 교수에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부산지법 형사3단독 윤희찬 부장판사는 24일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최우원(61) 부산대 철학과 교수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6월 강의 도중 학생들에게 “인터넷에서 노무현 대통령 때 대선이 조작됐다는 증거 자료를 찾아서 첨부하고, 만약 자신이 대법관이라면 이런 명백한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생각해서 평가하라”는 과제를 냈다. 이 과정에서 ‘전자개표 사기극, 전자개표 부정, 가짜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썼고, 이러한 내용을 극우 성향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에 올린 혐의를 받았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유족의 명예와 인격권이 침해당했다면서 최 교수를 부산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같은 해 10월 최 교수를 기소하면서 “최 교수의 대선 결과 조작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이자 국격을 훼손하는 범죄”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재판 결과에 항소할 뜻을 밝혔다. 최 교수는 앞서 2012년에도 수강생들에게 ‘종북좌익을 진보라 부르는 언론 사기 그만하라’는 주제의 글을 보수 논객 사이트에 실명 게재하도록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평창동계올림픽, 예산 4000억원 부족…경기장 건설은 순조

    평창동계올림픽, 예산 4000억원 부족…경기장 건설은 순조

    2016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22일 폐막했다. 다음 올림픽인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전 세계 관심이 쏠린다. 평창동계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평창올림픽 플라자를 중심으로 정선과 강릉 등 30분 이내의 동계 스포츠 벨트에서 열린다. 대회에는 약 100개국 5만여 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가 열리는 12개 경기장은 물론 우여곡절을 겪은 개·폐회식장인 올림픽 플라자 등 대회 관련 시설도 비교적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체의 변경, 애초 예측하지 못했거나 일부 사업 내용의 불가피한 확대·조정, 감사원 지적 사항 등으로 추가 소요될 4000억원의 예산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장과 대회 관련 시설을 중심으로 공사 진척이 어느 정도 이뤄졌는지 점검했다. 경기장은 6개 신설되고 2개는 확충하며 4개는 개량을 거쳐 사용한다.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는 신설 관동 하키센터는 92%의 높은 공정률을 보이지만 시설이 확충되는 보광 스노 경기장은 가장 낮은 41% 수준이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과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강릉 아이스 아레나, 강릉 하키센터, 관동 하키센터가 신설된다. 보광 스노 경기장과 강릉 컬링센터는 확충을 통해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와 크로스컨트리센터, 바이애슬론센터, 용평 알파인 경기장은 개량 중이다. 이미 테스트 이벤트를 마친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10월 코스와 트랙, 내년 12월 전체 준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전체 공정률은 68.4%다.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루지 경기가 열리는 길이 2018m의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공정률 87.3%)는 길이 161m 실내 훈련장을 준공하고 코스와 트랙은 10월까지 준공할 예정이다. 좌석 1000석, 입석 1만석을 갖춘다. 뒤늦게 공사를 시작한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폭염에도 밤낮으로 공사를 서둘러 전체 공정률이 71%에 이른다. 지붕을 이미 덮었고 현재 400m 트랙 만드는 작업과 7800석 규모의 좌석 작업 등이 실내외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내년 3월 준공 예정이다. 쇼트트랙과 피겨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이스 아레나(전제 공정률 90.2%)와 남자 하키경기가 열리는 강릉 하키센터(90.6%),여자 아이스하키가 열리는 관동 하키센터(92%)는 경기장 외부 모습을 이미 갖췄다. 3개 경기장은 전체 공정이 가장 빠르다. 실내외에서 대형 크레인 등 각종 장비가 동원돼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시설 확충이 한창인 보광 스노 경기장과 강릉 컬링센터는 41%와 79%의 공정률을 보인다. 이미 시설이 들어서 각종 국제대회가 열린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와 크로스컨트리센터, 바이애슬론센터도 오는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스키점프센터는 65%, 크로스컨트리센터와 바이애슬론센터는 각각 전체 공정률이 42%다. 용평 알파인 경기장은 8월 착공해 본격적인 공사기 진행된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열리는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회 1년여밖에 남지 않았는데 부족한 예산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사업주체의 변경, 일부 사업 내용의 불가피한 확대·조정, 감사원 지적 사항 등으로 추가 소요될 4000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대회 재정 계획이 당초보다 6000억원이 더 소요됨에 따라 2000억원은 자체적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000억원에 대해 국가 기관의 협조와 공공기관 후원 확대 등 다각적인 재원확보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플라자 등 일부 시설의 사후 활용에 대한 우려도 크다. 염동열(평창·태백·정선·영월·횡성) 국회의원은 “올림픽 플라자는 올림픽 후 존치 비용이 들어가지 않는데 왜 60억 원이나 들여 없애려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조직위에 사후 활용팀을 가동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권성동(강릉) 국회의원도 “지붕이 없는 올림픽 플라자에서 개·폐회식이 이뤄지는 만큼 추위, 폭설 등 날씨 변동과 악천후에 대한 대책 마련을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품격 있는 여행문화, 찾고 싶은 관광한국/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장

    [관광산업 발전 위한 릴레이 제언] 품격 있는 여행문화, 찾고 싶은 관광한국/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장

    동방예의지국. 예를 배우기 위해 동쪽에 있는 나라로 가고 싶다는 공자의 말씀이 있었을 만큼 ‘동방예의지국’은 그 옛날 우리나라를 찾아오고 싶게끔 만든 무형의 국가브랜드였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은 외국인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 우리나라 외래 관광객의 80% 이상을 중국, 일본, 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 관광객이 차지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목적지 또한 이들 지역이 80% 이상이다. 아시아 지역 관광객의 대부분은 한류 드라마 등을 통해 한국인에 대한 호의적인 이미지를 갖고 방문한다. 그런데 이들 주요 손님을 맞이하면서 마음속에 우리가 우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를 방문하는 한국인 관광객 중 일부는 현지 주민들에게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던 아시아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하기도 전에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모습을 먼저 접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관광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다. 방한 시장의 성장은 국민의 성숙한 해외여행으로부터 시작된다. 성숙하고 품격 있는 해외여행은 국가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인들을 한국으로 끌어들일 힘을 가져온다. 해외여행자는 민간 외교관이다. 예의를 갖춰 한국의 이미지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 차원의 사업과 협력관계를 민간 교류와 함께 이어나간다면 국가 이미지 제고에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공적개발원조(ODA) 원조국으로, 수혜국과의 민간교류를 넓혀갈 수 있다. 우리나라의 원조 수혜국인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 품격 있는 한국인 여행자들이 적극 방문한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원조가 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이웃 일본은 외래 관광객 1973만명으로, 2015년 방일 외국인 관광객 수가 출국 일본인 수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일본 인바운드 시장의 성장에는 일본 정부의 주도면밀한 전략도 있었지만, 민간 차원의 숨은 노력도 있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일본인의 해외여행 문화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착되어 왔다. 오랜 세월 민관의 노력으로 일본인은 예의 바르고 질서를 잘 지킨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갔고, 그 결과 그들의 여행 매너는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일본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도 형성됐다. 우리도 관광(觀光)의 어원인 관국지광(觀國之光), 즉 한 나라의 우수한 문화를 본다는 관광의 참뜻을 되살려 방문 국가의 문화를 존중하고 배우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품위 있는 여행 문화로 민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면 외국인들이 찾고 싶은 매력 있는 관광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
  • 가습기살균제 특위, 옥시 현장조사에서 책임회피 질타

    가습기살균제 특위, 옥시 현장조사에서 책임회피 질타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꾸려진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특위는 27일 오전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 본사에서 옥시 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옥시의 책임회피 의혹과 영국 레킷벤키저 본사의 개입 여부 등을 따져 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우원식 특위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기업이라는 신뢰 덕분에 (가습기 살균제 제품 가운데) 옥시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다”며 “(한국 정부의 1·2차 조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된 221명 중 181명이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이라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그러나 옥시 제품이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이후 옥시의 대응이 피해자를 더 분노하게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옥시는 사과를 하지 않고 책임을 지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옥시는 올해 4월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나서야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일방적·형식적으로 사과했고,이후에도 검찰 수사를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질타했다. 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다른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인 헨켈홈케어코리아도 자사 제품 성분을 자세히 모른다던 입장을 하루 만에 정정했다”며 “굳이 옥시 현장조사에서 이 말씀을 드리는 것은 거짓말을 영원히 숨길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기 살충제 홈키파 제조업체 헨켈홈케어코리아는 당초 자사가 2007년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성분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꿔 메틸클로로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계열의 원료를 썼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옥시와 헨켈에 대해서는 본사와 지사간의 관계(은폐 지시 여부)를 확인해나갈 것”이라며 “옥시도 더는 소비자와 피해자를 우롱하지 말고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관인으로 조사에 참여한 최승운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유가족연대 대표는 “옥시는 지난 5년간 거짓과 조작으로 피해자와 한국 국민·정부를 기만하고 국격을 훼손했다”며 “기업이 실수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레킷벤키저 본사가 전략적으로 개입해 한국을 우롱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판매 주요 업체로서 지난 5년간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법률적 접근(legal approach)에 치우쳤던 점을 사과한다”며 “한국 사회에도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에 대한 연구결과 조작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며 “질병관리본부가 처음 살균제 유해성을 발표했을 때 (옥시에는) 정보가 별로 없어서 여러 차례 연구를 진행했을 뿐 은폐 시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특위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원료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디닌(PGH) 공급업체인 SK케미칼과,유해성 논란이 이어지는 CMIT·MIT 계열 살균제 제조·판매업체 애경·이마트에 대해서도 현장조사를 벌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고]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 건립 소식이 반가운 이유/남효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기고] 파리 국제대학촌 한국관 건립 소식이 반가운 이유/남효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신문을 통해 프랑스 파리국제대학촌에 한국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추억이 떠올라 반갑기 그지없다. 그 시절 만났던 프랑스인 친구 파스칼. 그는 박사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유명 대학의 교수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기회를 뒤로하고 보컬그룹의 리드싱어가 돼 홀연히 아프리카로 떠났다. 빈민들을 돕는 자선공연을 위해서였다. 똑똑하다거나 공부 잘하는 사람은 사회와 국가를 위한 인재로 커야 한다는 어설픈 내 생각을 여지없이 깨는 행보였다. 그의 아프리카행은 나라를 불문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철학의 반영이었다. 파스칼을 떠올리며 나는 오늘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며 자문해본다. 파리국제대학촌은 1차 세계대전 후 세계 젊은이들의 교류를 통해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적인 미래를 건설한다는 이상으로 만들어졌다. 1920년부터 조성해 1969년 인도관을 마지막으로 25개국의 27관이 건립됐다. 현재 140개국 1만 2000여명의 대학생, 교수, 예술가 등이 국제대학촌을 이용한다. 아시아는 일본관, 인도관, 캄보디아관과 동남아시아관이 있다. 40여년이 지난 후 프랑스 정부가 새로운 국가관 건립을 계획해 한국, 중국, 알제리에 제안했다. 그 첫 번째로 우리가 한국관을 건립하게 된 것이다. 올해 6월 착공해 2017년 11월쯤 지상 9층, 지하 1층의 현대식 한국관이 준공될 예정이라 한다. 특히 올해는 한·불 수교 130주년이자 한·불 상호교류의 해여서 더욱 뜻 깊다. “한 송이의 국화 꽂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의 구절처럼 한국관 건립까지 한국 정부와 관계 기관에서 많은 분들이 고생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파리를 방문할 때면 어김없이 국제대학촌에 숙소를 잡곤 했다. 다른 나라의 국가관을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어 좋기는 했지만 ‘우린 언제쯤 한국관을 가질 수 있을까’라는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 비단 나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유학생들의 마음이 이랬을 것이다. 그리고 프랑스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프랑스의 다른 유학생들처럼 나도 무상 고등교육의 혜택을 받았다. 그곳에서 체면을 중시하지 않고 개성 있는 삶을 추구하는 프랑스인의 생활방식을 배웠다. 그들의 검소함, 권리의식과 책임의식,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등 많은 것을 경험했다. 젊은 시절의 경험과 추억은 지금의 나의 일부가 됐다. 한국관이 건립되면 현재 6000여명에 이르는 우리 유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숙소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우리도 국가관이 있다는 자긍심도 생길 것이다. 또 한국관은 다국적 유학생 네트워크의 중심이 돼 유학생 유치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단기간에 이루어내고 빠르게 성장한 한국의 모습을 알릴 수 있다. 정부는 국격을 높인다는 일념으로 멋지게 한국관을 운영해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달 말 앙리까삐땅학회 한국지부 회장 자격으로 회원들과 함께 한·불 채권법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파리에 갈 예정이다. 그때도 파리국제대학촌을 찾을 예정이다. 그동안 지고 있던 마음의 빚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곳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볼 예정이다. 파스칼은 지금 어디에 있고, 또 나는 어디에 있느냐고 말이다.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도형훈 행자부 학예연구사에게 들어본 ‘전직대통령 예우’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이야기] 도형훈 행자부 학예연구사에게 들어본 ‘전직대통령 예우’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놓고 역사적 평가에 맡겨야 한다는 등 더러 논란이 따른다. 최근엔 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에 눈길이 쏠렸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인 이해찬(무소속) 의원의 각종 기념관 견학을 위한 미국 방문이 계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10명이 모두 법률로 보장된 예우를 받는 것은 아니다. 헌법 제85조는 ‘전직 대통령의 신분과 예우에 관해서는 법률로 정한다’고 못박았다. 1969년 제정된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다. 같은 법 제7조 ‘권리의 정지 및 제외’에 따라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예우 대상에서 빠진다. 현재 생존한 전직 대통령 중 17대인 이명박 전 대통령만 해당한다. 11~12대 전두환 전 대통령, 13대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복권·사면을 받았지만 열외다. 예우엔 본인이 서거한 경우 유족(배우자, 30세 미만 자녀)도 포함된다. 13일 행정자치부에서 7년째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도형훈 학예연구사에게 자세한 내용을 들어 봤다. 전직 대통령 예우법은 전문 9조와 부칙으로 구성됐답니다. 여기에서 전직 대통령의 정의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선출돼 재임한 대통령’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재직 중 탄핵을 받아 퇴임하거나 금고 이상 실형 확정, 형사처분을 피할 목적으로 외국 정부에 도피처 또는 보호를 요청하거나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경우 예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책적 업무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뉩니다. 먼저 전직 대통령이 재임 때 국가를 대표했던 만큼, 퇴임 뒤에 안전한 생활을 잇고 품위를 유지하는 것도 국격과 연결되므로 ‘예우’ 규정을 둡니다. 이를 위해 연금을 지급하는 한편 국정 경험이 그냥 묻혀버리지 않도록 국정과 관련된 국내외 활동을 보조하거나 사무실 운영을 지원합니다. 현재 이명박 전 대통령 외에 생존한 예우 대상자엔 14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88) 여사와 15대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94) 여사,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69) 여사, 이렇게 세 분입니다. 법률에 의거, 비서관도 엄선해 별정직 국가공무원으로 지원됩니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1급 1명, 2급 2명, 전직 대통령이 서거한 경우 배우자에게 2급 1명이 지원됩니다. 둘째, 기념사업을 뒷받침하는 업무입니다. 이는 직접적인 게 아니라 간접적으로 합니다. 후세에 교훈을 남기기 위해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을 위한 민간단체가 구성돼 정부에 지원을 신청하면 사업 경비의 일부를 거들어주는 방식입니다. 지원 대상 및 규모 등은 관련 법령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됩니다. 기념관에 담길 콘텐츠와 유품 등 전시물, 학술연구 워크숍 등도 지원 대상입니다. 현재 5~9대를 역임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사업이 종료됐거나 한창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머지 전직 대통령들의 경우 유지를 받들자는 취지로 단체가 출발했지만 자체적으로 꾸릴 뿐 범위를 넓히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예컨대 1~3대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건국대통령 이승만박사 기념사업회’를 손꼽을 수 있겠습니다. 또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퇴임 후 10년까지 대통령 경호실에서, 그 뒤로는 경찰청에서 경호·경비를 도맡게 됩니다. 2013년 경호실의 경호·경비를 한 차례에 한해 5년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한 시행령이 통과됐습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 염수정 추기경, 20대 국회 개원 미사 집전 “품위있는 말과 의정활동 당부”

    염수정 추기경, 20대 국회 개원 미사 집전 “품위있는 말과 의정활동 당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20대 국회가 개원한 30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국회 가톨릭 교우회 감사미사를 집전하며 의원들에게 품위 있는 말과 의정활동을 당부했다. 염 추기경은 강론에서 “정치인의 말은 국가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며 국격의 척도가 되는 동시에 사회 발전에도 필수적 요소”라면서 “가톨릭 교우 정치인들이 좋은 말, 위로가 되는 말, 품위있고 사랑이 담긴 말을 하는 데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또 “훌륭한 정치인은 이 세상을 하느님의 뜻에 맞게 가꿔가는 사람”이라면서 “입법활동을 할 때 눈 앞의 이익이나 욕심이 아닌 복음과 교회의 가르침을 기준으로 삼아달라”고 강조했다. 서울대교구 측은 이날 ‘국회생명존중포럼’을 준비 중이라면서 의원들의 참여를 요청했다. 국회생명존중포럼은 6월 창립총회를 갖고 국내외 문헌 수집, 전문가 강연회, 토론회, 세미나, 간담회, 현장방문 등을 계획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19대 국회에 보니 경제, 사회, 복지, 외교 등 다양한 연구모임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생명에 관한 것은 없다”면서 “여러분의 전문 지식과 정치적 역량을 통해 우리나라 공동선(善)을 촉진하는 일에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미사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문희상·이상민·조정식·김상희·박광온·유은혜·윤관석·홍익표 의원과 새누리당 나경원·경대수·김세연·유의동 의원,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장병완 정책위의장,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의원 30명이 참석했다. 미사에 참석한 정치인들은 성가와 기도문을 따라하며 임했고 염 추기경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라고 하자 여야를 불문하고 고개를 숙이고 서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다. 의원들은 1시간 가량 진행된 미사를 마친 뒤 지하 식당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문화재지킴이’를 찾아서] 소외된 문화유산 지킨다… 우리는 ‘문화재 의병’

    [‘문화재지킴이’를 찾아서] 소외된 문화유산 지킨다… 우리는 ‘문화재 의병’

    우리나라는 국가·시도지정문화재만 1만 건이 넘는다.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비지정문화재까지 헤아린다면 그 수는 엄청나다. 정부에서 모두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 관리하기 위해 시민과 기업이 ‘문화재지킴이’로 나섰다. 서울신문은 국내외에서 모범적으로 활동하는 문화재지킴이 현장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짚어 보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지난 23일 오후 12시 10분, 전북 전주시 덕진동의 조경단(肇慶壇·전북 기념물 제3호)에 노인 40여명이 들어섰다. 전주 지역 문화재 보호 자원봉사단체 ‘온고을지킴이’ 회원들이다. 손에는 저마다 집게, 빗자루, 낫, 호미 같은 도구를 들었다. 제단까지 이어진 신도에 촘촘히 앉아 돌 사이에 끼인 잡초들을 뽑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몇몇 노인들은 담장 주위에 깊게 뿌리 내린 풀들을 뽑았다. 햇살이 따갑고 무더웠지만 잡초 제거와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조경단은 214만 8760㎡(65만평) 규모로 조성된 전주 이씨 시조 이한(李翰)의 묘역이다. 지인 소개로 문화재지킴이 회원이 됐다는 김점례(80)씨는 “전주 토박이지만 조경단을 찾은 건 처음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내 지역 문화유산을 알게 됐고, 후손에게 잘 물려주기 위해 활동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온고을지킴이’는 정년 퇴직을 한 노년층이 주축으로, 평균 연령이 70세다. 지역 문화재를 보존·보호하고 관광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2009년 결성됐다. 최종배 총무는 “국보나 보물은 관리가 잘되는데 지방 문화재는 거의 방치 수준”이라며 “지역의 잘 알려지지 않은 문화재를 찾아내 주기적으로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일, 경북 김천시 감천면 도평리의 청현사(淸顯祠·조선 전기 문신 박원형과 그 부인을 기리기 위해 세운 사당). 오래도록 적막만 감돌던 사당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지역 문화재지킴이 시민단체 ‘우리문화봉사회’ 회원 100여명이 사당을 찾은 것이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연령층이 다양했다. 대부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었다. 이들은 조를 나눠 마당에 수북이 자란 풀들을 뽑거나 걸레로 사당의 마루에 쌓인 먼지를 닦았다. 처마 곳곳에 쳐진 거미줄도 제거하고 훼손된 창호지나 벽지도 교체했다. 회원들은 인근의 영모재(永慕齋·병자호란 때 활약한 이원영 장군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재실)도 찾아 깨끗하게 청소했다. 정수연(11)양은 “우리 고을 문화재를 청소하는 것도 보람 있지만 문화재에 얽힌 전설, 유래 등 옛이야기를 알게 돼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서울 ‘문화살림’ 등 자발적인 시민단체 수십여개 우리문화봉사회는 2013년 3월 20여명으로 출범했다. 회원들의 활약이 지역사회에 알려지면서 가족 단위 봉사자들이 늘어 출범 3년 만에 회원 수가 350여명으로 급증했다. 주말 현장 정화 활동은 100여명씩 돌아가면서 한다. 이지응 사무국장은 “회원들이 고향의 문화유산을 모르고 있다가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며 우리 고장 문화재를 알게 되고, 자신의 손으로 우리 지역 문화재를 지켜야겠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 문화재를 내 손으로 지키자는 문화재지킴이 활동이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말이면 지역 곳곳의 문화재 현장에 문화재지킴이 회원들이 모여 정화 활동을 하거나 사람들에게 지역 문화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문화재지킴이 활동은 지역별 단체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서울 ‘문화살림’, 경북 안동 ‘안동문화지킴이’, 광주 ‘대동문화재단’, 제주 ‘제주문화지기’ 등 수십 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각 단체는 자체적으로 교육도 한다. 회원들에게 지역 문화재에 어떤 것들이 있고 그 가치는 무엇인지를 소개하고 청소나 페인트칠 방법 등을 알려준다. ●“지역 소외된 문화재에 새 생명 불어넣는 역할” 20년 넘게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조상열 한국문화재지킴이단체연합회 회장은 “문화재지킴이는 문화재 의병”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 자발적으로 의병으로 나섰듯 한 나라의 국격(國格)인 우리 문화재를 우리가 지키자는 자발적인 시민운동”이라고 소개했다. 장영기 문화재청 활용정책과 전문위원은 “문화재지킴이는 지역의 소외된 문화재에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주·김천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리우올림픽 선수단에 ‘지카 대비팀’ 함께 간다

    훈련·현지 캠프 예산 272억 책정 정부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지카바이러스 대비 질병관리특별전담팀을 파견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종 제2차관 주재로 ‘2016 리우올림픽·패럴림픽 대비 관계 부처 합동 회의’를 개최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가정보원, 해외문화홍보원,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이 참가했으며 리우올림픽 선수단의 경기력 지원과 테러·질병 대비 안전 대책, 한국 문화 관광 홍보 등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질병 예방 관련 주무 부처인 복지부 등은 지카바이러스에 대비해 8명(패럴림픽 10명)으로 구성된 질병관리특별전담팀을 운영해 선수단 건강을 관리하기로 했다. 방충 소재를 활용해 노출을 최소화한 선수단복을 제작하고 모기 기피제도 선수단 전원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또 리우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세계 10위권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강화 훈련과 현지 훈련캠프 등 경기력 향상과 선수단 현지 지원에 모두 272억원을 책정했다. 문체부는 국정원 등과 협업해 불안정한 치안 상황과 테러 위험 속에서 선수단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외교부는 리우데자네이루에 임시영사관을 설치해 재외국민에게 안전과 편의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브라질에 집중되는 만큼 한국의 다양한 문화·관광 콘텐츠를 선보여 이번 대회를 한국을 알리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 차기 동계올림픽인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평창홍보관을 조성해 홍보할 예정이다. 김 차관은 “올림픽과 같은 스포츠 행사를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가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국격을 높이는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로잔까지 날아가 체육단체 통합 합의

    로잔까지 날아가 체육단체 통합 합의

    “한국체육 도약·종목 효율성 제고” 오늘 창립대회… 27일까지 출범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을 하나로 합치는 체육단체 통합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라는 관문을 넘어섰다. IOC의 사전 승인 문제로 인한 논란이 일단락되면서 체육단체 통합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스위스 로잔의 IOC 본부를 찾은 김정행 대한체육회 회장과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 회장,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양옥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장 등 대표단은 지난해 2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가시화된 체육단체 통합 작업을 오는 27일까지 마치기로 IOC와 합의했다. 6일 홀가분한 표정으로 귀국한 대표단은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창립 발기인대회를 여는 등 실질적인 출범 절차에 속도를 내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 회장은 이날 인천공항에서 “IOC 역시 한국의 체육단체 통합이 한국 스포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의미가 있다는 데 공감하고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며 “IOC와 계속 정관 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며 창립총회를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앞서 로잔에서 “어떻게 보면 이렇게 대규모 대표단을 꾸려 로잔까지 오지 않아도 됐을 일”이라고 아쉬워하면서도 “같은 종목이 두 개 단체에 있던 것을 하나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고,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격언에 맞게 선진국형 시스템으로 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사달의 발단은 지난해 6월 출범한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가 15차례 회의를 진행해 이견을 좁혀 왔는데도 대한체육회가 추천한 통준위 위원들이 지난달 15일 창립 발기인대회 참석을 거부해 무산된 것이다. IOC가 대한체육회에 “통합 과정을 몇 달 연기해 올림픽 이후 매듭지을 것을 권고한다”는 메일을 보낸 것도 불씨가 됐다. 또 통합체육회 정관에 대해 IOC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느냐, 리뷰를 받아야 하느냐를 놓고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입씨름을 벌였다. 근본적으로는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대한체육회 내부의 반발이 도사리고 있었다. 또 이런 갈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정부가 시한에 쫓겨 앞장서려 하거나 통합체육회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 한다는 대한체육회의 의심도 갈등을 부채질했다. 국내 대표단이 IOC 본부까지 찾아 통합 작업에 대한 이해를 구한 것은 굴욕적인 일로 여겨질 수 있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IOC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국격을 깎아내리는 행위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로잔 회동에서 IOC와 의견을 교환하고 합의점을 찾아 체육단체 통합이 국내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IOC로부터 통합체육회 정관을 승인받는 문제가 남았지만 IOC가 통합 절차에 합의한 만큼 걸림돌은 없어졌다. 종목 단체나 지역 단체 통합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질 수도 있지만 이는 지엽적인 부분이다. 7일 발기인대회를 마치면 오는 27일까지 통합체육회가 출범하고 다음달 안에 통합총회를 개최한 뒤 두 회장의 투톱 체제로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치르게 된다. 통합체육회장 선거는 올림픽을 마친 뒤 10월쯤 하게 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조순 “中企·내수 키워야 경제 위기 탈출”

    조순 “中企·내수 키워야 경제 위기 탈출”

    “지금은 수준 높은 기술 시대… 젊은 사람들 中企 창업해야”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는 17일 한국 경제의 위기에 대한 처방으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중소기업, 내수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날 서울대에서 개막한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미리 배포한 ‘우리의 뉴노멀-그 본질과 처방’이란 주제의 기조 연설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지난날의 중소기업 정책은 정부 산하 기관들이 자기 기준에 따라 선정한 기업에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전부였다”면서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 지식 기반을 가진 수준 높은 기술 시대에는 상당한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구비한 젊은 사람이 중소기업을 창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의 30대 재벌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다름이 없고 중견기업이 상향 이동한 것도 거의 없다”면서 “한국은 다이내믹한 사회가 아닌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제 성장률을 우선시하는 정책을 비판하고 국가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경제, 교육, 사회, 문화 등 국가 정책을 제쳐 놓고 국내총생산(GDP)과 수출 증가를 나라의 최고 목표로 삼아 왔다”면서 “이런 반지성적이고 치도(治道)에 어긋나는 정책이 우리의 뉴노멀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뉴노멀’은 세계적으로 저성장, 저물가, 저금리, 고부채가 특징인 상황으로 규정됐다. 조 교수는 “뉴노멀시대는 글로벌 자본주의 경제의 시련기로, 뉴노멀의 문제는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정부의 실패’로부터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국산 뉴노멀’은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추락을 말하며, 정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고 사회 갈등과 분열은 더욱 심해졌다”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패륜 사건이 연속 발생하고 한국 문화의 질이 야만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으며, 국격은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나라 상층 부분의 부조리 그물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아래로 내려 퍼지기는 쉽다”면서 “국영기업체, 공공단체에 대한 낙하산 인사가 가장 많은 부조리의 형태이며, 치도에 맞는 정부 운영을 하자면 이것부터 근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질병관리본부장에 정기석 성심병원장

    질병관리본부장에 정기석 성심병원장

    새 질병관리본부장에 정기석(58) 한림대 부속 성심병원장이 임명됐다. 지난 1월 1일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실장급이던 질병관리본부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고서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 임명한 ‘차관급’ 본부장이다. 대구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정 신임 본부장은 한림대 성심병원 내과 과장과 폐센터장,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학술위원, 대한내과학회 교육이사 등을 지낸 호흡기 질환 분야의 권위자다. 청와대는 발탁 배경에 대해 “정 신임 본부장은 진료·임상 경험이 풍부하고 연구 실적도 뛰어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지카 바이러스 등 해외 감염병에 대응해 국가 방역 체계를 철저하게 구축하는 등 우리나라 질병 예방 및 통제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신임 본부장은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는 질병 관리와 관련된 연구·개발 예산으로만 연간 10조원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이런 부분이 아직 국격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질병관리본부의 최우선 역할 중 하나가 급하게 나빠지는 질병의 확산에 신속히 대처하는 것인 만큼 이 부분의 연구·개발 확대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1]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

    글의 제목을 ‘노인들이 자살하는 나라의 이야기’라고 적고 보니 왠지 느낌이 이상합니다. 자살을 미화하려는 것도 아니고, 권장하려는 건 더더욱 아닌데, 그런 나라의 이야기라니 이상하게 여길 법도 합니다. 세상 일 다 보고, 생각하기 나름이듯 이 글도 ‘노인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 쯤으로 하면 좋으련만 그런 식상한 접근이야 우리 사회에서 다른 주제로도 이미 일반화 돼있고, 또 사회적으로 수도 없이 다뤄져 온 자살의 실상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그냥 처음 생각 대로 가려 합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니까요.  모든 생명이 희구하는 본원적인 가치는 삶입니다. 삶이란 생물학적 관점에서 보면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것이기도 하고, 권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본질적이고 천부적 권리인 생존권의 실체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한 사회의 법과 제도, 윤리와 관행이 망라된 모든 역량이 개개의 삶을 지지하고, 보호하고, 신장해야 합니다. 이는 중세 이후 인본주의의 태동으로 인간 자체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하면서 비로소 시작된 가치체계이지만, 그렇다고 그 전에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가장 간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종교라고 생각됩니다. 서양의 기독교는 물론 동양의 불교와 유교 등 거의 모든 종교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근본으로 삼고 있으니까요. 역사학자들이 암흑기라고 말하는 그런 시대에 비하면 확실히 지금은 인본주의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상, 어떤 이념도 인간이라는 주체적 가치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인간의 의미는 절대적입니다. 누구도 훼손할 수 없고,변질시킬 수도 없습니다. 이전의 시대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이지만, 아무도 놀라워 하지 않습니다.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칼하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 사례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비단 자살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100년 전, 200년 전, 그보다 더 오래 전에 비해 지금이 비자연적인 사망자가 더 많습니다. 물론 시대마다 절대 인구가 달라서 단선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 개인이 태어나 천수를 다하고 죽는 것을 자연적인 사망이라고 한다면, 자살이나 전쟁 등으로 죽는 소위 비자연적인 죽음이 많다고 여겨지는 것은 또 무엇 때문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옛날에 비하면 정말 살기 좋다”고들 말하는 세상인데 말이지요. ●더는 ‘사람의 것’이 아닌 세상 많은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인간 소외를 꼽습니다. 자살이란 절망의 극단적인 표현 방법입니다. 절망이란 더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절망을 느끼는 상황에 처해 있는 지금의 상황입니다. 예전에 비해 국부는 엄청나게 늘었고, 시민 권익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면서 아동이든, 노인이든, 여성이든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복지정책이 준비돼 있습니다. 살려고 하면 어떻게든 살 방법이 있는 세상이지요. 그런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절망하고, 그 절망을 이겨내지 못해 무참하게 스러지고 마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견해를 내놓고 있습니다. 우울증 등 신경정신 분야의 질병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죽음을 죄악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믿는 사회문화적 풍조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 소외가 자살을 부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들립니다. 필자의 생각에는 모두 다 맞는 진단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자살의 원인을 중요도에 따라 서수화할 수 있다면 저는 사람과 사람, 사회와 사람 사이에 형성된 관계의 해체와 새로운 관계의 재구성이 주는 문제를 가장 앞머리에 두고 싶습니다. 관계의 해체란 레고를 재조립하듯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종의 변혁입니다. 나이가 한 사오십 쯤 된 사람이 어떤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모든 인간관계를 해체, 정리한다고 생각해 보면 거기에서 오는 파장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관계란 아무리 개인적이라도 사회적인 특성을 갖습니다. 왜냐고요? 개인이란 혼자를 말하지만, 그런 개인과 개인이 어떤 형태로든 관계망을 형성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사회를 구성하는 일이기도 하고, 또 사회라는 게 관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런 개개인의 관계가 확장된 단위일 뿐이니까요. 그런데,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베이비부머를 중심으로 한 앞뒤 세대들이 바로 이런 관계의 해체에 직면하게 됩니다. 대가족제도의 해체에 따른 가족의 분화, 여기에서 비롯된 부양체계의 붕괴와 노후 소득의 중단, 도시화에 따른 생활방식의 변화 등은 필연적으로 부적응의 문제를 낳고, 전통적인 삶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을 고립무원의 상태로 몰아 넣습니다. 이 세대에게 세상은 예전처럼 외로울 때 누군가가 보듬어 주고, 힘들 때 누군가가 부축해 주는 생활공동체, 운명공동체가 아니라 걸핏하면 뒤통수를 호되게 얻어맞거나 진흙 구덩이에서 짓밟히고 마는 전쟁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먹고 자고 입고 쉬고 노는 일이 모두 자신이 체득해 왔던 그런 일들이 아니게 되었고, 누군가와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이 모두 벽에 막히게 되었습니다. 그 세대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격언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세상, 예전에는 ‘사람의 세상’이었지만, 어느 새 ‘세상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삶의 주체와 객체가 바뀐 세상에서 그들은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이 외길로 내몰리게 됐지요. 그래서 그들은 가장 극단적이이만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자살공화국’의 실상 필자는 시골에서 낳고 자랐습니다. 시골이라도 100호쯤 되는 제법 큰 동네였는데, 당시는 대가족이 대세여서 한 집당 식구가 보통은 5∼6명, 많은 집은 10명도 넘었으니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명이나 되는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살았지요. 생각해보면, 집집마다 조부모, 부모, 자식 등 3대는 보통이었고, 더러는 자녀들이 결혼해 애를 낳은 4대 집안도 있었습니다. 사람이 많으니 별별 일들이 많았지요. 더러는 다투기도 했고, 그러다 화가 받쳐 목을 매거나 농약을 들이키는 ‘아주 놀랍고 특별한’ 사단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만, 살림살이가 어려워 먹고 사는 일에 지쳤다고, 의지가지가 없어서 외롭다고, 술이나 도박에 빠져 패가망신했다고 함부로 목숨을 버리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제가끔 받아서 태어난 명(命)은 다 하고 가는 게 사람의 도리라고들 여겼고, 사는 일 바빠서 그럴 짬이 없었는지 우울증처럼 자칫 죽음을 부르는 병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 우리나라가 최근 10년이 넘도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연간 자살인원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이나 됩니다. 세계 평균인 12.4명을 두 배나 넘는 규모이지요. 이 중에서 노인 자살률만 따로 떼어서 보면 더 놀랍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14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70세 이상 노인 10만 명당 116.2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더군요. 이런 자살 규모는 최소 5.8명에서 최대 42.3명에 그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노인 자살률과 비교하면 최대 20배가 넘습니다. 필자가 왜 ‘노인이 자살하는 나라’를 제목으로 특정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가장 빨리 진행되는 나라입니다.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래서 노후를 고립된 상태로 맞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노인의 자살은 치명적이라는 특성도 갖고 있지요. 젊은 층과 달리 노인들은 첫 자살 시도로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인자살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사회적 관심사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자살공화국’이라고 말하면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죽기에…”라거나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겠어?”라고 말하기 쉽지만, 앞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젊은 층이라도 막연하나마 위기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자살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노인 자살에는 나름의 사회적 함의가 응축돼 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이제는 원인을 찾아 방책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노후 이런 조사 결과를 보면 또 어떤 생각이 들까요?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팀이 이런 조사를 했습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노인 자살 문제의 원인을 심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호트(cohort)조사를 통한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코호트 조사란, 특정 집단(코호트)을 미리 정한 뒤 이후의 경과와 결과를 조사해 미래에 발생할 현상을 예측하는 전향적 조사방법을 말합니다. 예컨대, 한 마을을 조사 대상으로 정한 뒤 이 마을에서 발생하는 현상들을 종합적으로 취합, 분석해 향후 일어날 일들을 예측해 내는 방식이지요. 세계기분장애학회 공식 학회지(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최신호에 실린 이 조사 결과에는 주목할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연구팀은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노인 655명을 대상으로 2010년 2월부터 2013년 1월까지 국제신경정신분석도구(Mini-international Neuropsychiatric Interview)를 이용해 개별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노인의 자살 성향, 자살 시도 등의 문제와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였지요. 인터뷰에는 숙련된 간호사를 투입, 노인별로 1개월에 걸쳐 자살 행동경향을 인터뷰하고, 이들의 일상을 추적 관찰했습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료를 연령·성별 보정과정을 거쳐 표준화한 결과, 한 달 간 자살 충동을 느낀 노인을 연간으로 환산하니 1000명당 70.7명이나 됐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실제 자살을 시도한 노인이 연간 1000명 당 13.1명에 달했고, 자살을 시도한 노인 9명 중 1명은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길거리에서 또는 공원이나 지하철에서 우리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많은 노인들이 실은 남모르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래서 그들을 더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이해해 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물론 노인 자살이 갖는 사회적 함의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들도 국민인데, 왜 국가는 그들의 죽음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외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통렬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정부는 나름대로 많은 노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좋은 정책이란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했다가 나중에 적당히 물을 타서 생색만 내거나, 결국 흐지부지 되는 그런 공약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그들의 삶을 껴안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합니다. 정부가 ‘그래도 주어진 여건 하에서 우리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거나 ‘재정 여건이 그런데 어쩌라는 말이냐’고 항변하는 건 후안무치한 일입니다. 사람의 목숨과 무관한 일에는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펑펑 써대는 정부가 한다는 변명이 이 정도라면, 이는 정책이 노인복지의 최소한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니까요. 물론 아무리 잘 해도 자살 없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자살률 세계 1위라는 부끄러운 오명에서는 벗어날 수 있고, 오명의 문제보다 더 값진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살률이라는 게 많은 사회지표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이것이야 말로 정치인과 고위 관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국격의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노인들이 자살하지 않는 나라를 위해 자살은 무서운 일입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지우고 없애려 한다는 것은 아픔입니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관점의 ‘손실’ 때문만은 아닙니다. 하나의 공동체로 형성돼 있는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가 ‘더는 살아낼 수가 없다’거나 ‘죽는 게 낫다’고 판단해 자살을 선택한다는 것은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더할 수 없는 충격이고 상실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실체적으로 받아들이든, 그렇지 않든 이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자살로 야기되는 충격과 상실을 상당 부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김기웅 교수팀의 조사 결과, 자살 성향의 발생은 우울증이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3배 이상 높았습니다. 자살의 상당 부분이 실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는 셈이지요. 우울증에 대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료인들의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우울증 환자가 상시로 죽음을 생각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이 한 개인을 삶보다 죽음 쪽으로 내모는 측면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타이완의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1989년 영화 ‘비정성시(悲情城市)’에서 드러나는 비인간적인 도시화의 한 단면이기도 할텐데, 여기에서 중요한 요인이 바로 경제적으로 자활 능력이 없다는 점과 자신이 구축해 온 관계의 해체입니다. 관계의 해체야 익히 아는 일이지만, 경제적 요인이 노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 역시 충분한 근거가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은 일단 자살 성향이 발생하면 만성화될 위험이 2배 이상 높았으며, 자살 성향이 있는 노인들 중 혼자 살거나 알코올 남용에 빠진 경우 자살 시도의 위험이 무려 6배 이상 높게 나타나기도 했으니까요. 그렇다고 대책이 없지는 않습니다. 먼저, 자살에 취약한 노인 계층의 빈곤 대책이 있어야 합니다. 꼭 노인이 아니더라도 먹고 사는 일에 지치면 누구나 죽음을 생각합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관계망 형성도 중요한 숙제입니다. 자살은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거나 의지처가 없다고 느낄 때 주로 결행하니까요. 고독한 노후의 외로움을 술로 달래는 노인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관리도 당연히 필요하겠지요.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적절한 운동이 이런 자살 성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역사회에서 개별 노인들의 신상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의미있는 자살 예방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선거 때만 되면 난무하는 노인정책 공약이 실은 푼돈으로 노인문제를 덮겠다는 방식이라면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시, 김기웅 교수의 제언을 듣습니다.“안타깝게도 높은 노인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는 홀로 사는 노인과 빈곤한 노인의 증가와 이에 따라 발현율이 점점 더 높아지는 우울증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자신의 삶에 대한 애착의 상실이 주요인이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경제·사회적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일상적으로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인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jeshim@seoul.co.kr
  • [기고] 공공 PR, 공보에서 소통으로/정은영 문화체육관광부 여론과장

    [기고] 공공 PR, 공보에서 소통으로/정은영 문화체육관광부 여론과장

    공공PR에 새바람이 분다. 평범한 대학생들이 취업·창업 지원 정책을 알리기 위해 청년의 눈으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실행한다. 일·가정 양립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현대미술 작가는 예쁘게 시간표를 만들고, 가족들은 그 시간표를 인터넷으로 내려받은 후‘가족행복 시간표’를 만든다. 창조경제·공공개혁 등 핵심 개혁을 홍보하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서 의견을 묻기보다 학회·시민단체 등과 협업을 통해 공공의 지혜를 구한다. 한마디로 정부가 일방향으로 언론매체를 통해 정책정보를 전달하는 ‘공보’에서 수요자의 참여, 다양한 민간자원과의 협업을 통한 ‘쌍방향 소통’으로 홍보 방식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소통을 통해 우리는 누군가를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은밀하게 정보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키고 생각에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공공PR의 관점에서 무엇으로 국민을 유혹할 것인가? 올해 발간된 책 ‘대중유혹의 기술’(오정호 지음, 메디치미디어)을 보면 ‘대중의 무의식을 이용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케이블 방송 시청률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응답하라 1988’처럼 대중이 함께한 기억, 상처, 욕망을 자극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을 유혹할 수 있는 무의식은 무엇일까. 그것은 2004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의 함성으로 우리가 하나 되어 설렜던 것처럼, 우리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유할 수 있는 꿈’일 것이다.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우리나라. 공무원인 나와 국민을 설레게 하는 꿈은 무엇일까? 세계에서 1인당 GNP가 가장 높은 잘사는 나라일까? 아니면 가난하지만 행복지수 1위라는 부탄과 같은 나라일까? 올해의 흥행작 ‘베테랑’의 인상적인 대사가 떠오른다. 형사 서도철의 아내가 명품백 뇌물을 뿌리친 후 경찰서로 서도철을 찾아와 했던 말이다. “잘살지는 못하더라도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고. 영화는 물질 만능주의시대에 돈과 대비되는 가치로서 ‘쪽’을 이야기한다. 나는 그 한마디에 단박에 유혹당했다.‘쪽’은 얼굴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긴 하지만, ‘쪽팔리지 않게’라는 어구 속에는 인간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참되게 살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쪽’이라는 단어가 1300만명을 기쁘게 했던 것처럼, 우리 국민들도 이제 품격, 국격 등의 단어에 흔들릴지 모른다. 그것이 우리를 꿈꾸게 할지 모른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에서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부국도 아니요, 강국도 아니요, 문화로 아름다운 나라”라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품격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우리나라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와서 살고 싶어 하는 나라로 만들 수 있다. 품격은 이벤트나 이미지로, 선전과 홍보로 높아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품격은 정책의 방향이자 미래 트렌드이다. ‘품격의 대한민국’이라는 꿈을 갖고, 그대(국민)를 유혹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공공소통의 시대, 공무원으로서의 밥값이다.
  • [사설] 풍납토성 보존 결정, 주민 보호 더욱 힘써야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한성백제 왕성인 서울 송파구 풍납토성에 5년 동안 5137억원을 들여 내부 핵심 지역을 보존하기로 합의했다. 서울시는 2020년까지 토지 보상을 마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7월 충남 공주와 부여, 전북 익산의 백제역사문화지구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하지만 BC 18년 건국 이후 공주로 수도를 옮긴 475년까지 한성시대의 백제 역사는 세계유산에서 배제된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풍납토성을 정비해 한성백제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하지만 세계유산 추진이 아니더라도 고대국가 왕성을 난개발과 갈등에 휩싸이게 한 채 방치하고 있었다는 것은 국격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었다.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풍납토성 내부 지역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인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당국과 주민 사이에 불협화음이 적지 않았다. 백제 왕성의 가능성을 높여 주는 유구와 유물이 잇따라 확인되는 등 보존 필요성이 높아질수록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주민들의 반발도 커졌다. 급기야 주민들이 사적의 확대 지정을 반대하는 단체를 만들어 궐기대회를 여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 1월 문화재청이 ‘토성 내부 지역의 전면 보존과 주민 전체 이주’라는 기존 계획을 ‘핵심 지역 보존과 해당 주민 이주’로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번 계획은 나아가 이주가 필요한 핵심 지역도 단기간 집중 보상으로 주민 불편을 덜어 주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마다 소액 예산 편성으로 보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었던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문화재청과 서울시에는 적지 않은 과제도 주어졌다. 토성 내부 87만 8795㎡ 가운데 5만 1000㎡만 보존하는 것으로 진정성 있는 백제 왕성의 모습을 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럴수록 한성백제 역사의 복원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망각하고 세계유산 등재에만 매달려 발굴과 정비에 급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주민 보상은 서두르되 발굴은 최대한 조심스러워야 한다.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내부 주민의 보호에는 더욱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토성 내부 지역은 독립적인 역사 도시로 발돋움하기에 충분한 높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 밀도 있는 역사문화 도시로 발전시킬 계획을 잘만 세운다면 주민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은 물론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 [사설] 언론 자유와 책임 곱씹게 하는 ‘가토 무죄’ 판결

    서울중앙지법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동선’과 관련한 루머성 보도를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그제 공판에서 가토 전 지국장의 인터넷판 칼럼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허위이고, 사인(私人)으로서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공인(公人)으로서 대통령에 대한 비방 목적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은 표현의 자유가 적어도 공인의 인격권보다 우선한다는 쪽으로 우리 헌법 정신을 해석한 결과로 평가된다. 법원은 산케이신문의 문제의 보도와 관련, “공익적 목적으로 작성한 측면을 고려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 2항이 범죄 구성 요건으로 규정한 ‘비방 목적’이 없다고 보고 무죄로 판결한 것이다. 허위 사실을 적시한 보도로 대통령 개인에 대한 명예를 훼손한 부분은 있지만 권력에 대한 감시, 즉 언론의 파수견 역할을 폭넓게 인정한 셈이다. 언론의 위축 효과를 고려해 공인에 대한 보도는 일부 허위가 포함돼 있더라도 ‘현실적 악의’가 입증되지 않는 한 처벌하지 않는 것은 선진 각국의 추세이기도 하다. 물론 1심이 무죄를 선고했다고 해서 문제의 칼럼 자체가 윤리적 면죄부를 받은 건 아닐 게다. 칼럼은 법원도 확인했듯 근거 없는 풍문을 담아 대통령을 희화화하면서 야비할 만큼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정윤회씨와 대통령의 만남 자체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만큼 매우 무책임한 보도였던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수시로 국수주의적 혐한 보도를 해 온 산케이신문은 1심 무죄와 관계없이 언론의 직업윤리를 돌아보며 맹성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의 배경에는 한·일 관계의 악화를 바라지 않은 정부의 원려가 담겨 있는 게 사실이다. 외교부는 재판 전 법무부에 “일본 측의 선처 요청을 참작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애초에 검찰이 괜히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기소해 국격만 떨어뜨리지 않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반박성 해명이나 반론보도 요구 정도로 대응하면 될 허위 보도에 사법적으로 대응한 것은 모기를 보고 칼을 뽑은 격일 수도 있다. 굳이 항소해 견문발검(見蚊拔劍)을 지속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 박대통령 “복면 시위 금지해야… IS도 얼굴 감추고…”

    박대통령 “복면 시위 금지해야… IS도 얼굴 감추고…”

    “오늘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를 긴급히 소집한 이유는 이번 순방 직전과 도중에 파리와 말리 등에서 발생한 연이은 테러로 전 세계가 경악하고 있고, 이에 어느 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급박함 때문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예정에 없던 국무회의 소집의 이유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당초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돼 있었지만, 전날 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기로 하면서 장소도 청와대로 바뀌었다. 열흘짜리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튿날 박 대통령은 여독도 풀리기 전에 13분간 걱정과 호소, 비판을 쏟아냈다. 앞서 순방 직전인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도 23분간 노동·경제활성화 9개 법안을 열거해 가며 국회를 압박했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등의 단어를 반복해 사용했다. 왼손을 자주 들어올리며 힘을 주어 말했고, 한숨도 여느 때보다 많이 내쉬었다. ●테러방지법 입법 촉구박 대통령은 “각국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책들을 세우는 반면 우리나라는 테러관련 입법이 14년간이나 지연되고 있다. 빅데이터를 비롯해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을 갖고 있음에도 각종 법적인 규제로 테러 대응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정부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권 전체가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라면서 “최근 위조 여권으로 국내에 체류하면서 국제 테러활동을 지지하던 외국인이 구속됐는데 우리 역시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방증이다. 정부 각 부처는 협조해 테러 관련 정보수집과 인적·물적 취약점 제거 등 테러 대비활동을 강화하면서 유사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의 관련 보고 이후에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국제적으로 모두가 경악하고 어떻게든 막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그래도 허점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지, 희생이 벌어지고 나서는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민노총 대규모 집회먼저 집회의 성격을 ‘불법 폭력 사태’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불법 폭력집회 종료 후에도 수배 중인 민노총 위원장은 경찰의 추적을 피해 종교단체에 은신한 채 2차 불법 집회를 준비하면서 공권력을 우롱하고 있다. 수배 중인 상황에서 공권력을 무시하고 계속 불법 집회를 주도하는 것은 정부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특히 구속영장이 발부된 민노총 위원장이 시위 현장에 나타나서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며 폭력 집회를 주도했고, 대한민국의 체제 전복을 기도한 통합진보당의 부활을 주장하고,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했다”고 비판했다.박 대통령은 “특히 남과 북이 대치하는 상황인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전 세계가 테러로 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때에 테러 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와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복면 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IS(이슬람국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얼굴을 감추고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국가 경제를 위축시키며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불법 폭력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서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모든 국무위원들은 비상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냈고,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며 “그 수준에 맞는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켜 대한민국의 국격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가장 준비 박 대통령은 “고인이 마지막 길을 편안하게 가실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에서는 장례식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주길 바란다”면서 “마지막으로 삼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이지운 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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